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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거기서 다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정봉화 씨(77)는 43년 전 전역지원서에 서명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18일 기자와 만난 그는 자신을 ‘윤필용 사건의 첫 번째 희생양’이라고 소개했다. 사건 관련자 가운데 가장 먼저 보안부대(현 국군기무사령부)에 연행된 정 씨는 징역형은 면했지만 당시 받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관절이 괴사해 평생을 지팡이 신세로 살아 왔다. 1973년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던 윤필용 소장의 비서실장(소령)으로 근무했던 정 씨는 그해 3월 11일을 또렷이 기억한다. 이날 정 씨는 윤 소장 생일 조찬에 참석하기 위해 윤 소장 자택을 찾았다. 대문 앞에 다가가자 작업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 네 명이 정 씨를 둘러쌌다. “죽고 싶지 않으면 따라오라”며 정 씨를 지프에 강제로 태우고 간 곳은 보안부대 서빙고분실이었다. ‘신고식’이 정 씨를 맞이했다. 보안부대 요원들에게 명찰과 계급장을 뜯긴 정 씨는 쇠파이프로 온몸을 두들겨 맞았다. 정신을 차리자 손발이 의자에 묶여 있었다. “윤 소장이 유신헌법 반대를 추진 중이냐”, “윤 소장이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모반을 꾸몄느냐”는 등의 질문과 ‘물고문’, ‘비행기 태우기’, ‘전기고문’과 같은 혹독한 고문이 이어졌다. 정 씨는 “일개 소령이 뭘 알겠느냐”고 답변했지만 요원들은 10년 가까이 윤 소장을 보좌한 정 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정 씨는 “당시 조사실에 이미 손영길 당시 수경사령부 참모장(준장), 김성배 당시 제3사관학교 생도대장(준장)의 이름이 적힌 서류가 있었다”며 “미리 짜놓은 듯한 순서대로 질문을 하고 고문을 하는 일상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정 씨는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웠지만 허위 자백으로 전우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요원들은 한 달이 지나도록 만족스러운 답이 없자 정 씨에게 전역지원서를 내밀었다. “서명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처럼 형사재판을 받도록 하겠다”며 협박하고 고문했다. 정 씨는 처자식 생각으로 버텼지만 결국 사흘째 되던 날 서명했다. 퇴직금을 탈탈 털었지만 쌀 한 말밖에 살 수 없었다. 수년간 이어진 보안부대 요원들의 감시에 육사 동기들과도 연락할 수 없었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1975년 경북 포항으로 내려간 정 씨는 용접 기술을 배우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정 씨를 만나러 온 윤 소장과 1년 동안 함께 어울리며 바다낚시를 다니기도 했다. 윤 소장은 “고기가 왜 이리 잡히지 않느냐”며 역정만 부릴 뿐 사건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이후 정 씨는 군인 정신으로 자신의 사업체를 포항제철 외주 파트너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수필가로 등단하고 자서전을 발간하는 등 새 삶을 살았지만 정 씨는 늘 가슴 한편이 허전했다. ‘조국에 헌신하는 군인이 돼라’는 돌아가신 아버지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아직도 그의 개인 사무실에는 소령 시절 군복과 군 시절 받은 훈장들이 걸려 있다. 정 씨가 명예회복을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드디어 9일 정 씨의 명예가 법적으로 회복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김병수)는 이날 정 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전역명령처분 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정 씨가 가혹 행위로 의사결정의 자유가 박탈될 정도의 강박 상태에서 전역지원서를 작성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윤필용 사건으로 강제 전역을 당한 31명 중 행정소송에서 이긴 첫 번째 사례다. 정 씨의 변론을 맡은 박주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40년 넘게 말 못 할 고통 속에 살아온 정 씨에게 이번 판결이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 윤필용 사건 1973년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노쇠했으니 물러나게 하고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쿠데타 모의 혐의를 받았던 사건. 이를 계기로 윤 사령관을 비롯한 군 간부 13명이 징역형을 받았고 31명은 강제 예편됐다.}
법원이 ‘동양사태’로 징역 7년을 확정 받아 수감 중인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67)에게 파산을 선고했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3단독 권창환 판사는 남모 씨 등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낸 현 전 회장의 파산신청을 받아들였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채권자도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 재판부는 파산관재인을 선임해 현 전 회장이 보유한 자산을 조사하고 이를 매각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할 예정이다. 현 전 회장은 서울 성북구의 주택과 지방 소재 토지, 미술품 약 300점의 경매 공탁금, 주식회사 티와이머니대부가 발행한 주식 16만 주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회장은 2013년 1조2958억 원의 사기성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해 일반 투자자 4만여 명에게 피해를 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13년 2월부터 2013년 9월까지 판매된 기업어음 및 회사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현 전 회장이 부도를 예견할 수 있었던 시점을 2013년 8월 이후로 판단하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12월 21일 1차 채권자 집회 및 채권 조사기일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신고 된 채권자는 3700명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근육주사를 맞은 경주마에게 부작용이 일어나 경주에 출전하지 못했다면 수의사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단독 서보미 판사는 마주(馬主) 이모 씨가 수의사 김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서 판사는 “근육주사를 맞은 경주마는 양쪽 뒷다리의 부종 및 전신 기력 저하를 보이는 상태로 경주 훈련을 소화할 수 없어 약 3~6개월의 휴양이 필요한 상태였다”며 “약정했던 날짜보다 5개월이 지나서야 경주에 출전할 수 있었으므로 약정에 따라 김 씨에게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2014년 11월 자신의 경주마가 컨디션 저하 증세를 보이자 김 씨의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김 씨는 말에게 진통소염제와 복합영양제를 근육주사로 투약했는데 다음날 갑자기 주사를 맞은 말의 오른쪽 목 근육이 부어오르며 고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함께 주사를 맞은 다른 두 마리의 말에게도 같은 증상이 발생했다. 이에 이 씨와 다른 마주들은 김 씨와 “12월 말까지 경주마들이 훈련에 임할 수 있을 정도로 완치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김 씨가 배상책임을 지기로 했다. 하지만 목 부위가 완치된 말이 산통 증상을 보이며 다음해 2월 초까지 치료를 받게 되자 이 씨는 “약속했던 돈을 달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약속했던 목 부위는 완치했으니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서 판사는 “오른쪽 목 부위 치료로 인한 운동 부족이나 체력 저하가 원인이 돼 산통을 비롯한 다른 증상들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방탄유리 시험평가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전 육군사관학교 교수 김모 씨(66)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년에 추징금 898만 원을 19일 선고했다. 김 씨와 공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방산업체 W사 대표 이모 씨(56)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탄 제품에 관해 허위 시험평가서를 발급하는 것은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넘어 군인을 포함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범죄”라며 “국가 방탄성능 실험을 사실상 개인의 영리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예비역 육군 대령인 김 씨는 2009년 육군사관학교 교수로 재직할 당시 이 씨가 운영하는 W사가 방탄유리 납품업체로 선정되도록 관련 시험평가서 36장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과정에서 김 씨가 그 대가로 이 씨로부터 898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도 드러났다. 한편 김 씨는 2009년 방탄 실험에 이용하는 것처럼 속여 M60용 탄환 290발, 44매그넘 탄환 200발을 빼돌려 방산업체 S사로 넘긴 혐의(군용물 절도)도 받고 있다. 이 부분은 현재 군사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강제성이 없어도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안마나 뽀뽀를 시킨 행동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안마와 뽀뽀를 요구한 혐의(미성년자 강제추행 및 아동학대)로 기소된 김모 씨(22)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파기 환송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씨의 행동은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으로 피해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2014년 경기 성남시의 한 초교에서 야구부 코치로 근무하던 중 이 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A 양(당시 12세)을 야구부 숙소로 불러 “가슴살을 빼야겠다”고 말하며 안마를 시키거나 강제로 끌어안으며 “뽀뽀해 달라”고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다음날에는 B 양(당시 11세)을 체육관 뒤로 데려가 강제로 끌어안고 입을 맞춘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씨가 A 양을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 강제성이 없고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신 B 양을 강제추행한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에 검찰은 김 씨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취지의 판단으로 1심 형량에 집행유예 3년만 추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 씨가 폐쇄된 공간에서 A 양에게 안마를 시키고, 신체 부위를 평가하는 말을 한 것은 흔히 할 수 있는 통상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 양이 당시 적극적으로 거부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A 양의 나이 등에 비춰 볼 때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최유정 변호사(46·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에게서 50억 원의 사건 수임료를 받기 위해 ‘재판부 로비’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증언들이 연이어 나왔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최 변호사의 2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대표는 “최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보석(保釋)이 100% 된다고 안심시켰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정 전 대표와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에게서 재판부 로비 명목 등으로 각각 50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5월 구속 기소됐다. 정 전 대표는 법정에서 “최 변호사가 보석은 100% 보장하고, 수임료는 50억 원에서 한 푼도 깎아 줄 수 없다고 말해 묘하게 믿음이 갔다”며 “법원 직원을 통해 자신과 가까운 판사에게 사건이 배당되게 해야 한다고 재촉해 사건을 맡겼다”고 덧붙였다. 또 “최 변호사가 익명의 법원 ‘인사권자’를 언급하며 ‘인사권자가 항소심 담당 성모 부장판사와 만나 식사를 했고, 나도 해당 재판부 배석판사와 자주 식사하는 등 친분이 깊다’고 말했다”며 최 변호사가 끊임없이 재판부 로비를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구속된 김수천 부장판사(57)에 대해선 “1심 당시 변호인단 구성에 조언을 해 줬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대표의 여동생 정모 씨(45)도 “최 변호사가 담당 재판부에 식사 대접을 해야 하니 돈을 빨리 달라고 독촉했다”고 증언했다. 정 씨는 최 변호사에게 추가 선임료 30억 원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정 씨는 “최 변호사가 ‘나는 회장들 사건만 하는데 50억 원이면 싸게 해 주는 것이다. 이 사건을 얼른 끝내고 신원그룹과 동국제강 사건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9억5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30년 지기’ 진경준 전 검사장(49)과 김정주 NXC 회장(48)의 법정 진술이 엇갈렸다. 진 검사장은 “친구사이에 베풀었던 호의 또는 배려”라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지만 김 회장은 진 검사장에게 건넨 금품이 “뇌물이 맞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12일 열린 진 전 검사장과 김 회장의 재판에서 진 전 검사장 측 변호인은 “진 전 검사장은 고위공직자로서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켜 많은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친구 사에 베풀었던 호의 또는 배려가 뇌물 수수 혐의로 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진 전 검사장 측은 “둘의 사이는 직무 청탁을 매개로 하는 관계가 아니다”라며 “주식 취득은 물론 제네시스 차량과 여행경비 제공 등이 이뤄졌을 당시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 기일에서도 “검찰 진술을 인정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던 김 회장 측은 “여행경비 중 일부는 김 회장이 진 전 검사장 등 친구들과 함께 여행 갈 때 항공권 등을 부담한 것으로 이 부분은 뇌물이 아니다”라며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부인했다. 이에 검찰은 “김 회장은 진 전 검사장의 업무상 지위를 고려해 장래 구체적인 현안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고자하는 성격의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며 진 전 검사장 측 주장을 반박했다. 김 회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여행비 일부 성격이 다르다고 하지만 금원 내용과 성격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1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오랜 벗인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 회장은 한 차례 깊은 한숨을 쉬기도 했다. 김 회장은 재판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법정에서 서로를 외면했던 두 사람은 다음달 11일 열리는 증인 신문 기일에 김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마주하게 될 예정이다.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여성에 대한 강간죄 처벌이 가능해진 이후 가장 처음 기소된 여성이 1심에서 강간 혐의에는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재석)는 9일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을 감금하고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감금치상 등)로 기소된 심모 씨(41·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간 혐의는 무죄로, 감금치상과 강요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심 씨는 지난해 5월 김모 씨(43)와 공모해 남편 A 씨(37)의 손목과 발목을 청테이프 등으로 묶은 뒤 11시간 동안 감금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강간 혐의에 대해 “심 씨가 A 씨를 따로 폭행하거나 협박하지 않았고 성관계 전후로 두 사람이 평소 성관계를 하기 전에 하던 말을 했다”며 “성관계 당시 몸이 결박돼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A 씨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남편을 상대로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로 처음 재판에 넘겨진 여성이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재석)는 9일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을 감금하고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감금치상 등)로 기소된 심모 씨(41·여)에게 강간 혐의는 무죄로, 감금치상과 강요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13년 6월 시행된 개정 형법에 따라 강간죄 피해자가 ‘부녀(婦女)’에서 ‘사람’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여성에 대해서도 강간죄 처벌이 가능해졌다. 이 법 시행 이후 여성이 이 혐의로 기소된 것은 심 씨가 처음이다. 심 씨는 지난해 5월 김모 씨(43)와 공모해 남편 A 씨(37)의 손목과 발목을 청테이프 등으로 묶은 뒤 11시간 동안 감금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됐다. 심 씨는 손발이 묶인 남편에게 이혼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는 진술을 강요해 녹음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보면 남편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성관계 직전 두 사람의 행동이나 대화 내용을 보면 심 씨로서는 상대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심 씨의 남편이 묶여 있었지만 팔꿈치 아래 팔 부분을 움직일 수 있었고 심 씨의 도움으로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식탁에서 빵을 먹는 등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성관계를 맺기 직전 심 씨는 남편을 폭행하거나 협박하지 않았고, 오히려 심 씨의 남편도 ‘성관계 전후 두 사람 사이에 분위기가 호전됐다’고 인정했다”고 지적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정부서울청사에 무단으로 침입해 자신이 본 공무원 필기시험 성적을 조작한 ‘공시생’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황기선 부장판사는 9일 열린 야간건조물침입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모 씨(27)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황 부장판사는 “송 씨가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준비과정을 거쳐 정부종합청사에 수차례 침입해 보안설정을 무력화 시킨 후 공무관련 전자기록을 함부로 변작했다”며 “시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손상 및 충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적인 선의의 경쟁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송 씨는 3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에 침입해 공무원 선발 업무 담당관의 컴퓨터로 자신의 답안지를 고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송 씨는 자신이 응시한 ‘2016 국가공무원 7급 지역인재 수습직원 선발 1차 시험답안지’를 고쳐 자신의 필기시험 성적을 45점에서 75점으로 올리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씨는 2011년도, 2012년도 수학능력시험과 2015년 1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에서 허위로 발급받은 저(低) 시력자 진단서를 이용해 시험시간을 연장 받은 혐의(사문서변조·위계공무집행방해)도 받고 있다. 송 씨는 약시(弱視)로 판정 받아 일반 수험생보다 1.5배 더 늘어난 시험시간을 이용해 ‘시간 차 커닝’을 했다. 일반 학생 시험 시간에 맞춰 매 교시 종료 후 인터넷에 올라온 답안을 화장실에 미리 숨겨둔 휴대전화로 검색해 쓴 것이다.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1년 가까이 미라 상태로 방치한 ‘부천 여중생 미라’ 사건의 가해 부모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이 선고 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보)는 9일 중학생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방치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을 받고 있는 목사 이모 씨(47)와 계모 백모 씨(40)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 씨 부부는 지난해 3월 경기 부천의 자택에서 중학생 딸(사망 당시 13세)이 가출했다는 이유로 빗자루와 빨래건조대 등으로 7시간을 때린 뒤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 재워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 됐다. 딸의 시신을 11개월간 미라 상태로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 온 국민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1심에서 검찰은 이 씨에게 징역 15년, 백 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죽음을 마주하기에는 너무 이른 12세 소녀와 우리 사회 전체에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줘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씨와 백 씨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 부부는 훈육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일어난 불상사라 주장하지만 보살핌의 대상이 돼야 할 자녀에게 이같이 가혹한 체벌을 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숨진 딸은 가장 사랑하던 사람인 아버지에게서 학대를 받고 생명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삶을 지탱하던 마지막 희망까지 잃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1년 넘는 치열한 진실 공방 끝에 홍준표 경남도지사(62)에게 유죄가 선고되면서 1차전은 검찰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법원은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육성 녹음파일과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홍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홍 지사 측은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도지사직까지 잃게 돼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의 심리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홍 지사는 재판이 시작되기 10분 전에 미리 도착해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어 내려갈수록 주먹을 쥐락펴락 반복하며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재판부가 ‘징역 1년 6개월, 추징금 1억 원’의 실형을 선고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살짝 떨궜다.○ 성완종 남긴 진술과 메모, 증거 능력 인정 성 전 회장이 죽기 전 남긴 진술 내용과 메모의 증거 능력 인정 여부는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이다. 법원은 1월 유죄 판결을 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65)에 이어 이번에도 성 전 회장이 남긴 생전 진술과 메모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생전 진술에 대해 “진술 경위가 자연스럽고 다른 사람들의 진술 내용과 부합해 ‘특별히 신뢰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법정에서 이뤄진 진술만을 재판의 증거로 인정하지만, 당사자가 사망해 진술이 불가능할 경우 ‘특별히 신뢰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진술했거나 작성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증거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제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말 검찰의 경남기업 압수수색 후 내부 대책회의에서 “비자금 중 1억 원은 2011년에 윤승모에게 줬다”고 말했다. 같은 해 4월 병원에 입원해 있던 윤 전 부사장를 찾았을 때 윤 전 부사장이 “홍 지사에게 (돈) 준 것 확인했느냐”고 묻자 성 전 회장은 “확인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홍 지사에게 돈을 준 시점을 “(2011년) 대표 경선할 때”라고 명확히 밝혔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이런 진술이 측근의 진술 및 객관적인 정황 증거와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 ‘돈 전달자’ 윤승모, 일관되게 전달 사실 인정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이 일관되게 돈을 전달한 혐의를 인정하고 전달 과정을 진술한 부분도 홍 지사의 유죄 판결을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 진술에 대해 “일부 객관적 사실이나 다른 사람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금품 전달 과정에 대해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 지사 측은 그간 1심 재판 과정에서 “윤 전 부사장의 진술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신빙성 문제를 파고들었다. 윤 전 부사장은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넬 당시 의원회관 지하 1층 안내실을 거쳐 갔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으나 당시 내부 리모델링 관계로 해당 안내실은 폐쇄된 상태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4년 넘게 지난 일인 만큼 일부 기억이 불명확한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일관된 금품 전달 부분은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성 전 회장과 윤 전 부사장이 나눈 대화 내용, 성 전 회장 측근들의 진술 등으로 볼 때 윤 전 부사장이 ‘배달사고’를 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1억 원 횡령 가능성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혐의를 인정한 윤 전 부사장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기여한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한 홍 지사에 대해선 “윤 전 부사장이 허위로 사실을 꾸며 냈다거나 1억 원을 임의 소비했다고 주장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꺼지지 않은 ‘성완종 리스트’ 로비 의혹 이 전 총리에 이어 홍 지사에 대한 유죄 선고로 ‘성완종 리스트’의 증명력이 또 한 차례 입증되면서 기소되지 않은 6인을 둘러싼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수사는 성 전 회장의 죽음이 발단이 됐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9일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유력 정치인 8인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남겼다. 당시 메모에는 ‘김기춘 10만 달러, 허태열 7억 원, 홍문종 2억 원, 서병수 2억 원, 유정복 3억 원, 홍준표 1억 원, 이완구, 이병기’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후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해 지난해 7월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외에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벌였지만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또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성 전 회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는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2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회의 명단 공개를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8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교육부가 지난해 대표 집필진 2명을 선 공개한 이후 해당 집필진이 교수로 재직했던 학교 등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인신공격성 글이 게재됐다”며 “이에 부담을 느낀 후보자들이 집필진 선정을 거부하거나 신상 비공개를 요구하고 과거에도 교육부가 한국근현대사교과서 검정위원 명단을 공개했다가 해당 위원들이 모두 사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육부가 집필·심의 작업이 끝나는 대로 정보 공개 계획을 밝히고 있으므로 알 권리는 수개월 내로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중학교 역사 교과용도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도서로 발행하기로 하는 내용을 고시하고 47명의 집필진과 16명의 역사교과서 편찬심의위원회의 명단을 확정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역사교과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공개 검증이 필요하다”며 교육부에 이들의 명단 공개를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교육부는 “의사결정 과정이나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며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윤경아)는 롯데홈쇼핑이 미래창조과학부를 상대로 낸 6개월 업무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7일 밝혔다. 집행정지 기간은 이날부터 업무정지 처분 취소 본안소송 최종 판결이 나오는 날의 15일 뒤까지다. 이날 재판부는 “영업정지 처분으로 롯데홈쇼핑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보이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영업정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미래부는 올해 5월 롯데홈쇼핑에 이달 28일부터 6개월간 오전과 오후 각각 8∼11시, 6시간 동안 방송을 정지하라는 징계를 내렸다. 재승인 과정에서 사업계획서에 납품 비리로 형사처벌을 받은 임직원을 빠뜨려 공정성 항목에서 과락을 면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은 영업정지가 부당하다며 지난달 5일 업무정지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함께 냈다. 6개월 황금 시간대에 영업을 못 하면 약 5500억 원의 매출 손실이 날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해 왔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롯데홈쇼핑은 당분간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됐다. 롯데홈쇼핑은 본안 소송의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1년 정도 걸리고, 항소할 경우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소한 1, 2년간 영업정지 리스크는 사라진 셈이다. 다만 2018년 상반기(1∼6월)로 예정된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심사와 소송이 겹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재승인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영업정지를 받아들이면 회사와 협력업체의 손해가 너무 컸다”며 앞으로 소송과 관계없이 우수한 상품을 선보이며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김현수 kimhs@donga.com·허동준 기자}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현장에서 달아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그룹 슈퍼주니어의 강인(31·본명 김영운)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엄철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인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엄 판사는 “사고를 냈을 때 차에서 내려 어떤 사고인지 먼저 살피는 것이 일반적인데 강인은 자리를 떠났다”며 “과거에도 같은 범행으로 벌금형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엄히 처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사고로 재물만 손상됐을 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강인은 5월 24일 새벽 2시경 술에 취한 채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 앞 가로등을 들이받고 달아났다. 오후 1시가 돼서야 경찰에 자수한 강인의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57%로 면허취소 수준(0.1%)을 넘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인은 2009년에도 음주운전이 적발돼 벌금 8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바 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자신의 구명을 위해 전방위로 법조계 로비를 벌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가 6일 재판에서 깊이 반성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의 심리로 6일 열린 정 전 대표의 횡령 및 배임 혐의 첫 공판에서 정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정 전 대표가 자신의 행위로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고 특히 사법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행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 전 대표는 그에 따른 응분의 처벌을 받고 속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의 회계장부를 조작해 법인자금 18억 원과 계열사인 SK월드의 회삿돈 90억 원 등 108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이날 재판을 받았다. 그는 2010년 한 호텔에 계열사 돈을 빌려주고 개인 명의로 35억 원 상당의 호텔 2개 층 전세권을 받은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전 대표의 변호인은 “정 전 대표는 회사의 대표가 아닌 경영주로서 소소한 자금 집행이나 구체적인 거래에 일일이 관여할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았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황색 수의를 입고 출석한 정 전 대표는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입니다”라고 답했다. 변호인이 자신의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대목에서는 손에 쥔 마스크로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김수천 부장판사(57·구속)와 검찰 수사관 등에 뇌물을 준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정 전 대표는 상습도박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돼 올해 5월 징역 8개월의 형이 확정됐다.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한국전력공사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부당이득을 취해왔다며 5368가구의 가구주들이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전기료 누진제와 관련해 제기된 8번째 소송으로 올여름 폭염 이후로는 처음이다. 법무법인 인강은 5일 오후 홍모 씨 등 시민 5368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에 한전을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의 소장을 제출했다. 청구 금액은 1인당 50만 원으로 총 26억8400만 원이다. 법원을 찾은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변호사는 “한전이 주택용 전력에 불공정한 요금체계를 적용해 요금을 부당하게 징수해 왔다”며 “누진제 규정이 무효라는 것을 확인하고 지금까지 징수된 액수를 반환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곽 변호사는 2014년 8월 “한전이 위법한 누진제 요금 규정을 통해 부당하게 받아온 전기요금을 돌려 달라”며 시민 20명과 함께 소송을 낸 이후 누진제 소송을 주도해 왔다. 곽 변호사는 “추후 전기요금 납부액에 따라 청구 금액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주에도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며 향후 1000명 단위로 소송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4일 기준 누진제 소송에 참가 의사를 밝힌 사람은 총 1만9000여 명으로 곽 변호사 등 21명이 제기한 첫 번째 누진제 소송의 판결 선고는 22일로 예정돼 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배우 이영애 씨(45)가 자기 땅에 있는 시설물과 소나무를 몰래 훔쳐갔다고 무고했던 50대 남성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이흥주 판사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자영업자 오모 씨(53)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고 4일 밝혔다. 오 씨는 본인이 소유한 경기 양평 땅에 설치돼 있던 소나무 정자 2개 동과 청동주물 가로등 3개, 소나무를 이 씨가 훔쳤다며 절도죄로 허위 고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 씨는 2012년 양평 땅에 부대시설 설치 및 운영을 L사가 맡기로 하는 부동산 운영에 관한 합의를 맺었다. 합의서에서 이 씨는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 제공자의 지위로만 등재됐을 뿐 부동산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돼있었다. 실제 소나무는 합의서에 따라 L사가 오 씨의 토지 내에서 옮겨 심은 것이었다. 소나무 정자와 가로등은 이 씨와 관계없이 K조경 농장의 김모 씨가 무단으로 반출한 것이 드러나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던 상황이었다. 오 씨는 “김 씨가 이 씨 남편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판사는 “무고죄는 국가의 형사사법기능을 침해하고 피무고자를 부당한 처벌의 위험에 빠뜨려 처벌 필요성이 크다”며 “오 씨는 대중적 이미지나 사회적 평판에 민감한 유명 연예인 이 씨를 끌어들여 절도죄로 무고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일광공영(현 아이지지와이코퍼레이션)이 2000년대 ‘제2차 불곰사업’을 통해 얻은 중개수수료 수익을 누락해 부과된 140억 원대의 세금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불곰사업은 우리 정부가 옛 소련에 제공한 경제협력차관의 원리금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 받는 사업이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김용빈)는 일광공영이 성북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1심을 깨고 “세금을 모두 지급하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일광공영은 한국과 러시아의 2차 불곰사업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2000년부터 러시아 무기제작업체 및 수출회사의 비공식 에이전트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2차 불곰사업을 에이전트 없이 진행한다고 공식 발표해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되자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마치 러시아와 베트남 사이의 무기거래를 중개한 것처럼 꾸몄다. 이런 방식으로 차명계좌와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로 298억여 원의 중개료를 받았다. 이에 대해 성북세무서는 부가세 140억9000여만 원을 부과했고, 일광공영은 “계좌 입금액은 소득과 관련이 없어 실질과세 원칙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차명계좌의 입금액 일부는 투자금, 선수금이라 사실상 부채나 다름없다”며 “세금 중 77억7000여만 원은 취소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받은 금액의 성격을 중개수수료와 선수금으로 구별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거액의 선수금으로 지급받았다는 것은 거래관념상 쉽게 납득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67)은 2차 불곰사업 수익에 따른 세금 8억8000여만 원을 포탈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조세포탈 및 업무상횡령) 등으로 기소돼 2012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형이 확정됐다. 그는 지난해 3월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 사기 혐의로도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로부터 1억7000만 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인천지법 김수천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7기)가 2일 구속됐다. 현직 부장판사가 비위행위로 구속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정 전 대표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혐의를 받고 있는 김 부장판사에 대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2004년 성형외과 원장 이모 씨(52·구속)를 알게 되면서 그를 통해 정 전 대표와 만나기 시작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와 어울리며 여러 차례에 걸쳐 금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 부장판사는 네이처리퍼블릭 위조상품 판매 사건의 항소심을 맡았는데 피고인들에게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와 정 전 대표의 유착관계가 양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다가 1일 오전 2시 반 긴급체포됐다. 김 부장판사는 금품 수수 관련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일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현직 판사였던 최민호 전 판사(44)가 지난해 1월 구속된 이후 1년 8개월 만에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되면서 사법부는 큰 충격에 빠졌다.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 구속 후 “판사 한 명의 잘못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법부 전체의 과오이자 잘못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6일 전국 법원장 회의를 긴급 소집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할 예정이다. 한편 정 전 대표는 이날 열린 군납 비리 재판의 검찰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그는 자신의 브로커로 활동한 한모 씨(58·구속 기소)에게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의 부대 내 매장(PX) 입점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정 전 대표는 “PX에 입점하기 위해 한 씨에게 쇼핑백에 현금 5000만 원을 넣어 전달했다”며 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한 씨는 “추석을 잘 보내라며 월급 대신 2000만 원을 받은 게 전부이며 3000만 원은 공진단 값으로 받은 것”이라며 “재판 전 진실만을 말하자고 했던 정 전 대표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업 파트너로 만난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며 해외여행까지 같이 다녀오는 관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한 씨는 “정 전 대표에게 MB(이명박 전 대통령) 조카 김모 씨를 소개해주고 2억 원을 받았다”는 증언을 하며 정 전 대표와 얼굴을 붉혔다. 해당 사건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MB 조카’의 실명까지 거론되자 재판부는 “자제해달라”며 제지했다. 한 씨는 정 전 대표의 증인신문 후 “정 전 대표의 희생양이 돼 이 자리에 서 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울먹였다.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