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김유영 부본부장

채널A

구독 14

추천

안녕하세요. 김유영 부본부장입니다.

abc@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100%
  • “로컬푸드가 궁금할때마다 터치하세요”

    경기 김포시 김포대로에 있는 김포농협 매장은 오로지 ‘김포산(産)’ 농산물만을 농민과 소비자의 직거래 형식으로 판다. 시중에는 중국산 등 수입 농산물이 넘치지만 이곳은 로컬푸드(local food·지역 농산물)만 취급한다는 것을 강조해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김포농협의 농산물 가격은 시중가보다 10∼20% 싸다. 기존의 복잡한 유통단계를 단순화해 지역의 농부들이 생산과 유통,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또 당일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신선도도 높다. 김포농협 같은 농산물 직거래 매장에 대한 정보를 한데 모아 보여주는 웹사이트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바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달 초 새로 단장해 다시 문을 연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사이트(www.farm2us.or.kr·사진)’다. 이 사이트에는 각종 농산물 직거래 매장의 위치와 취급 품목 등의 구매 정보가 담겨 있다. 이른바 ‘농산물 직거래 포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이트에 소개된 농산물 직거래 장소로는 로컬푸드 매장 외에도 생활협동조합(조합원으로 가입한 소비자가 직거래 농산물을 살 수 있는 협동조합)과 직거래장터(농부가 직접 농산물을 갖고 나와 판매하는 비상설 장터)가 있다. 또 일정 금액을 미리 낸 소비자에게 농부가 제철 농산물을 주기적으로 배달해 주는 ‘꾸러미 서비스’의 상품 구성과 가격 정보도 눈길을 끈다. 농식품부는 원래 지난해 12월 직거래 활성화 사이트를 개설했다. 하지만 PC로만 내용을 볼 수 있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새로 문을 연 사이트는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사이트는 또 도매시장 등 기존의 유통 경로로 농산물을 판매하기 어려운 귀농인이나 영세농가에 직거래 판로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이처럼 농식품부가 직거래 활성화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농산물 직거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직거래가 전체 농산물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5%)이 작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 직거래 정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앞으로 더욱 높여 직거래를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도 전지현 피부처럼… 한국 피부과 갈 계획”

    19일(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上海) 번화가에 위치한 전시회장인 ‘상하이전람센터(上海展覽中心)’ 내 한 부스. 중국 여성 장샤오샤오 씨(23·대학생)가 한국인 피부과 의사에게 피부의 수분과 유분, 탄력도 등을 점검받고 있었다. 그는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배우들의 피부가 부러웠다”며 “내년에 한국에서 꼭 피부과 진료를 받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개최한 ‘한국의료관광대전 인(in) 상하이’로 중국의 20∼40대 여성들에게 한국의 의료와 웨딩, 패션 등 ‘K뷰티’를 소개하기 위한 자리다. 20일까지 이틀간 이어진 행사에는 중국 여행사의 상품개발 담당자와 일반 소비자 등 1만여 명이 몰리면서 의료관광과 ‘K뷰티’에 대한 중국인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 성형 후 붕대 감고 쇼핑하는 중국인들 국내에서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의 병원과 지방자치단체, 웨딩회사, 패션회사 등 40여 개 관련 기관 및 업체가 참가했다. 이날 행사에 대거 참여한 것은 중국인 의료관광객의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 의료 관광객은 지난해 5만6075명으로 전년보다 72.5%나 증가했으며 전체 의료 관광객(21만1218만 명)의 26.5%로 부동의 1위였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서울시내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얼굴에 붕대를 감은 ‘중국인 붕대족’들을 볼 수 있다”며 “성형수술로 외모가 달라진 중국인이 출국심사 때 본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병원에서 떼어주는 게 관행이 됐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들은 관광 목적으로만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보다 더 많은 돈을 국내에서 쓰며 재방문 비율도 높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중국인 린라이 씨(32·회사원)는 올 초 한국에서 얼굴의 큰 반점을 없앴으며 또 다른 성형수술을 알아보고 있었다. 당시 그가 한국에서 쓴 돈은 500만 원으로 중국인 대졸 사원 초봉의 7∼8배나 된다. 그는 “한국에 가려고 꼬박 1년간 돈을 모았다”며 “어렸을 때부터 시달렸던 콤플렉스가 사라져 쓴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한국 의료관광이 늘어나는 것은 한국 의사들의 ‘손기술’에 대한 높은 신뢰감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한 해 의료사고만 2만 건에 이른다.  ▼ 中관광객들 ‘달팽이 화장품’ 많이 찾아 ▼나도 전지현 피부처럼…중국인 의료 관광객의 78.5%(2012년 기준)가 서울에 몰리자 지방자치단체도 의료관광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공항 환승객이 당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승 의료 상품’을 내놓았다. 인천의료관광재단과 관광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양해각서를 맺고, 공항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인하국제의료센터 등에서 치아미백과 보톡스 등의 시술을 받거나 건강검진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부산시는 지역 병원들과 한국크루즈의료관광협의회를 꾸리고 크루즈로 입국하는 중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 황금알 뷰티관광 이날 행사에 참가한 병원들은 성형에만 그치지 않고 숙박, 미용실 등과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울 강남구의 포에버성형외과는 병원의 맞은편에 있는 호텔과 연계한 의료 상품을 소개했다. 병원에서 지방 흡입이나 유방 성형, 쌍꺼풀 수술 등을 받는 환자가 호텔에 숙박하면서 수술 전후로 마사지를 통해 혈액순환을 돕고 부기를 가라앉히는 등의 처치를 받는 것.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호텔 대신 병원에서 묵는 중국인 의료 관광객도 적지 않다. 다이어트 한의원인 광동한의원은 중국인 관광객이 병원에 입원해 지방분해침이나 피부 레이저 치료 등을 받는 상품을 개발했다. 한방 탈모 치료를 하는 ‘이문원한의원’은 여행사와 연계해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헤어스파’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모발과 두피 상태를 진단하고 마사지를 해준 뒤 같은 건물의 미용실에서 한류 스타처럼 머리 모양을 바꿔주는 것. 이문원한의원 계열의 LMW코리아 김경희 대표는 “머리를 매일 감지 않아서 두피염 등이 많은 중국인의 특성상 중국의 탈모 시장은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선호하는 화장품도 달라 명동에 입점한 화장품 브랜드 7개(더페이스샵 미샤 아리따움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 잇츠스킨) 점포에서 중국인에게 가장 잘 팔린 상위 5개 제품을 각각 분석한 결과 성형 관련 화장품의 인기가 높았다. 성형 후 피부 재생을 돕는 효과가 있다고 소문 난 달팽이 추출물 함유 화장품은 미샤 더페이스샵 등 5개 브랜드에서 모두 인기 제품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특히 잇츠스킨의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 등 달팽이 라인 제품은 한 고객이 명동 매장에서만 3000달러(약 330만 원) 이상 구매해 가기도 했다. 한편 명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사간 국내 화장품은 여러 가지 기능이 합쳐진 ‘올인원(all in one)’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여성처럼 ‘스킨→에센스→로션→크림’ 등 단계별로 기초 화장품을 바르는 개념이 중국 여성들에게는 확립돼 있지 않아 하나만 발라도 피부 관리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상하이=김유영 abc@donga.com / 최고야 기자}

    • 2014-1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뉴스룸/김유영]모멸의 사회학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이 일주일이 넘도록 인터넷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때문이다. 그는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독일 슈피겔 등 세계 유수의 언론까지 관련 보도에 가세하면서 국제적으로도 조롱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의 영문명이 하필 ‘코리안 에어(Korean Air)’인 게 부끄럽다는 사람도 만나봤다. 조 씨를 분노케 한 건 고작 땅콩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086편에서 그녀는 승무원이 견과류를 제공하면서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행기를 돌려 책임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도록 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뉴욕의 JFK공항에 홀로 남겨진 40대 사무장의 심정이 어땠을까. 사무장에게 가한 조 씨의 행동은 업무적인 괴롭힘(work harassment)을 넘어선 인격 학대 혹은 인격 말살에 가까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박 사무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모욕감과 인간적 치욕,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욕을 퍼붓는 것은 낮은 자존감이나 행복감이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된 결과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누군가를 모멸하면서 ‘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자신의 힘을 확인하려 든다. 결핍이 남에게 모멸을 가하는 행동을 낳는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막말하는 입주민이나 부당한 계약서를 강요하는 기업, 국감에서 호통부터 치고 보는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 모멸은 넘쳐난다. 조 씨가 이런 모멸의 극한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정작 이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스스로의 결핍을 드러낸 셈이다. ‘모멸의 시대’에 감정은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개인의 감정을 다스리고 조절하는 능력이 사회의 품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사회철학자인 아비샤이 마갈릿은 저서 ‘품위 있는 사회’에서 “자존감이 없으면 가치에 대한 인식도, 인생이 의미 있다는 인식도 가질 수 없다”며 “정의로운 사회가 되려면 인간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품위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장이 침묵을 깨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며 “아, 나는 개가 아니었지. 사람이었지. 나의 자존감을 다시 찾아야겠다”라고 말한 건, 그래서 먹먹했다.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가진 듯한 조 씨가 왜 상대를 깔아뭉개려 했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직급이 높아도, 그 누구도 인간의 자존감을 손상시킬 권리가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우리가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지만, 우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때문에 회사에 다니기도 한다. 지금보다 더 성숙한 사회에서 살기 위해, 모멸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해야 하는 이유를 조 씨가 던졌다.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

    • 2014-1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년 시한부 선고후 7년… 날 살린건 못난이 감귤”

    “못난이 감귤이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감귤농장인 암자순농장 김순국 대표(59)의 인생은 한때 암흑이었다.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던 그는 10년 전인 2004년 혈액암 진단을 받은 뒤 2007년 1년도 채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남은 인생을 고국의 따뜻한 땅에서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듬해인 2008년 미국 생활을 접고 제주에 정착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죽음 앞에서 무력해질 것만 같아서 농사를 시작했어요. 특히 암 환자이기 때문에 화학비료는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무(無)농약으로 감귤을 재배하기로 했죠.” 어린 시절 대구에서 할아버지의 사과농장 일을 거들었고, 미국에서도 취미로 텃밭에 아보카도를 기르며 ‘농사를 조금은 안다’고 자부했지만, 친환경 농사는 다른 영역이었다. 농약을 쓰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잡초가 무성해 마을 사람들은 김 씨가 게으르다고 수군댔다. 농사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는 제주대와 농업기술원 등에서 친환경 농법을 배웠다. 시행착오 끝에 화학비료 대신 생선, 현미 등을 오랜 시간 발효시켜 만든 액비와 다른 밭에서 키운 작물로 만든 퇴비를 영양제 삼아 감귤을 수확했다. “수확한 감귤은 일반 감귤보다 모양이 형편없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없던 밭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죽음의 공포로 덮였던 일상에 생명력을 싹틔워 주었죠.” 처음에는 판매를 위해 농사를 지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감귤을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친환경으로 길렀다는 입소문이 나자 여러 군데에서 판매 요청이 이어졌다. 그의 감귤 가격은 kg당 6000원으로 일반 감귤의 두 배에 이르지만, 대사관과 병원 등지로 팔려나간다. 또 감귤주스, 감귤잼 등 감귤 가공 사업도 벌이고 있다. 올해로 암 선고를 받은 지 꼬박 10년이 된 김 대표는 “남은 삶은 덤”이라며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생산된 감귤을 통해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2-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감귤농사 김순국 씨 “10년전 암선고…못난이 감귤이 생명의 은인”

    “못난이 감귤이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제주 한경면에 위치한 감귤농장인 암자순농장 김순국 대표(59)의 인생은 한 때 암흑이었다.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던 그는 10년 전인 2004년 혈액암을 진단받은 뒤 2007년 1년도 채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남은 인생을 고국의 따뜻한 땅에서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듬해인 2008년 미국 생활을 접고 제주에 정착했다. “아무 것도 안하면 죽음 앞에서 무력해질 것만 같아서 농사를 시작했어요. 특히 암 환자이기 때문에 화학 비료는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무(無)농약으로 감귤을 재배하기로 했죠.” 어린 시절 대구에서 할아버지의 사과농장 일을 거들었었고, 미국에서도 취미로 텃밭에 아보카도를 기르며 ‘농사를 조금은 안다’고 자부했지만, 친환경 농사는 다른 영역이었다. 농약을 쓰지 않다보니 처음에는 잡풀이 무성해 마을 사람들은 김 씨가 게으르다고 수군댔다. 농사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는 제주대와 농업기술원 등에서 친환경 농법을 배웠다. 시행착오 끝에 화학 비료 대신 생선, 현미 등을 오랜 시간 발효시켜 만든 액비와 다른 밭에서 키운 작물로 만든 퇴비를 영양제 삼아 감귤을 수확했다. “수확한 감귤은 일반 감귤보다 모양이 형편없었어요. 하지만 아무 것도 없던 밭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죽음의 공포로 덮였던 일상에 생명력을 싹틔워 주었죠.” 처음에는 판매를 위해 농사를 지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감귤을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친환경으로 길렀다는 입소문이 나자 여러 군데에서 판매 요청이 이어졌다. 그의 감귤 가격은 kg당 6000원으로 일반 감귤의 두 배에 이르지만, 대사관과 병원 등지로 팔려나간다. 또 감귤 주스, 감귤 잼 등 감귤 가공 사업도 벌이고 있다. 올해로 암 선고를 받은 지 꼬박 10년이 된 김 대표는 “남은 삶은 덤”이라며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생산된 감귤을 통해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2-15
    • 좋아요
    • 코멘트
  • 다이소, 2014년 매출 1조 넘을듯

    ‘1000원 숍’으로 유명한 생활용품점인 다이소의 올해 매출액이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이소를 운영하는 다이소아성산업의 박정부 회장(70)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불황이 이어지면서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상품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이소아성산업은 샐러리맨 출신인 박 회장이 1997년 서울 강동구에 ‘아스코이븐프라자’(현 다이소)를 개설한 지 17년 만에 매장 970개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이소는 주방·사무·인테리어용품 등 총 3만여 개의 품목을 판매하고 있으며, 제품의 평균 가격은 1200원에 그친다. 박 회장은 “다이소의 판매 가격이 낮아 영업이익률이 1%대에 그치지만, 매장 수나 매출액 등 숫자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제품 포장 간소화와 물류혁신 등을 통해 ‘초저가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호주산 와인값 최고 15% 내린다

    한국이 호주, 베트남 등 세계 주요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속속 마무리하면서 해당국에서 들여오는 주요 수입품의 가격이 잇따라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호주산 쇠고기, 와인 등의 가격이 내릴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 베트남산 열대과일도 싸게 살 수 있게 된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한-호주 FTA가 12일 발효되면서 호주산 냉동 쇠고기에 붙는 관세가 이날부터 2.7%포인트 낮아진다. 내년에는 호주산 냉동 쇠고기에 붙는 관세가 추가로 2.7%포인트 인하되는 등 향후 15년간 40%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내년까지 불과 3주일이 남은 것을 감안하면 한 달도 안 돼 관세가 5.4%포인트 낮아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수입 쇠고기 시장을 놓고 호주산과 미국산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호주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점유율은 55.6%로 1위를 차지했고 미국산(34.8%)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산 쇠고기는 2012년 3월 한미 FTA가 발효된 뒤 2년간 관세가 40%에서 32%로 낮아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입 쇠고기 가격이 기대만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호주 현지의 쇠고기 값이 오르고 있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하면서 수입 가격 부담이 커져 FTA 관세 인하 효과가 상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주축산공사(MLA)에 따르면 호주산 쇠고기 가격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동부지역 어린 소 지표가격(EYCI)’은 11일에 kg당 3.65호주달러(약 3350원)로 1년 전보다 14.2% 올랐다. 가뭄 등으로 호주의 소 사육 마릿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주산 와인은 15%의 관세가 FTA 발효 즉시 철폐된다. 와인 수입업체인 신동와인은 12일부터 호주산 ‘로즈마운트’와 ‘토브렉’의 판매 가격을 13∼15% 내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에서 4만8000원에 판매 중인 ‘로즈마운트 다이아몬드 라벨 시라즈’는 4만2000원에 살 수 있게 된다. 한국은 지난해에 732만 호주달러어치의 호주산 와인을 수입했다. 10일 타결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이 앞으로 발효되면 베트남산 열대과일의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베트남 FTA 협상에서 열대과일과 축산물, 수산물, 냉동마늘 등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특히 망고(30%), 파인애플(30%), 두리안(45%) 등 열대과일에 붙는 관세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베트남의 열대과일 수입액은 676만 달러(2012년 기준·약 74억 원) 수준이지만 관세 철폐로 수입 가격이 낮아지면 필리핀 등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는 수입 과일은 물론이고 사과, 배 등 국산 과일의 소비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베트남 FTA의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해 국내 과수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라고 밝혔다. 베트남산 생강(337.3%)과 마늘(360%)에 붙는 관세도 10년 뒤 사라진다. 지금까지는 이들 품목의 관세가 높아 베트남산이 수입되지 않고 있지만 관세가 폐지되면 수입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베트남산 천연꿀(243%)에 대한 관세도 15년 뒤 없애기로 해 천연꿀 시장이 처음으로 개방된다.이상훈 january@donga.com·김유영 기자}

    • 2014-1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통혁명]온라인 물류센터 확대해 재고-주문-결제-배송 통합관리

    이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몰인 ‘이마트몰’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강화해 배송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마트몰은 올해 6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보정센터’를 개장하고 본격적인 물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보정센터는 연면적 1만4000여 m² 규모로 수도권 지역의 온라인 배송을 전담하고 있다. 이마트몰은 보정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ECMS(Emartmall Center Management System)’라는 온라인 전용 물류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ECMS는 고객 주문부터 상품 배송에 이르는 판매 과정뿐 아니라 재고관리와 협력회사 결제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마트몰은 이 시스템을 통해 당일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하루 최대 주문 처리량을 1만 건으로 늘렸다. 이는 점포에서 배송할 때보다 3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또 이마트몰은 올해 상반기(1∼6월) 경기 김포에 제2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착공한 것을 시작으로 수도권에 2020년까지 6개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최우정 이마트 온라인담당 부사장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운영을 통해 2020년 4조2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처럼 이마트몰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강화를 본격화하고 나선 것은 현재의 오프라인 점포 중심의 사업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최첨단 시스템과 자동화 설비 구축으로 상품 품질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마트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통해 신선식품과 냉동·냉장 가공식품 등의 신선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다”며 “온라인 물류에 최적화된 시스템 개발과 최첨단 설비 구축을 통해 국내 온라인몰의 물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마트는 로컬푸드 매장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로컬푸드 운영 지역을 기존 경북 경남 전북 전남 등 4개 권역에서 2013년부터 서울을 제외한 전국 8개 권역으로 늘렸다. 또 로컬푸드의 매입 금액도 2012년 100억 원에서 2013년 250억 원, 2014년 300억 원 등으로 점차 늘리고 있다. 현재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점포는 약 70곳으로 2013년 20곳의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취급하는 상품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초반에는 채소가 중심이었지만 지난해부터는 호남 병어, 경남 전갱이, 전남 함평과 경북 안동 한우 등의 지역 특산물로 취급 상품을 확대했다. 이마트 측은 “로컬푸드는 운송 거리가 짧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생산자는 안정적으로 판로를 확보하고 소비자는 유통단계 축소로 신선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소비자들이 더 신선한 신선식품을 접할 수 있도록 더욱 다채로운 지역 상품을 발굴해 꾸준히 선보일 방침이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2-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복숭아 혈투’ 벌였던 이웃 앙숙, 공동브랜드 붙인뒤 승승장구

    복숭아 브랜드인 ‘햇사레’(햇사레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가 10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개최한 ‘2014 브랜드 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이날 행사에서 강원연합사업단의 ‘맑은청’과 부여군지역농협종합공동사업법인의 ‘굿뜨래’가 우수상을, 멜론전국연합사업단의 ‘K-멜론’과 전북연합사업단의 ‘예담채’가 장려상을 각각 탔다. 이들 브랜드가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복숭아 생산지로 유명한 경기 이천시와 충북 음성군은 한때 앙숙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천시는 ‘장호원 복숭아’를, 음성군은 ‘감곡 복숭아’를 따로 팔았다. 하천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었지만 소속된 지방자치단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복숭아를 팔다 보니 더 싸게, 더 많이 납품하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식으로 가격을 낮추는 등 출혈경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농가들은 관점을 달리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역농협이 주축이 돼서 2002년 복숭아 공동사업단을 만들어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투자한 비용이 매몰된다면서 반대했다. 하지만 ‘10년 뒤에도 성장하는 농가가 되려면 뭉쳐야 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었다. 이천시와 음성군의 공동 브랜드인 ‘햇사레’는 2003년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이들은 이천시의 ‘이’와 음성군의 ‘음’을 따서 ‘행복이음사업’을 시작했고, 2007년 사업 조직을 햇사레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키웠다. 햇사레 브랜드를 만든 지 10년이 흐른 2013년 햇사레 복숭아는 연매출 600억 원을 거두는 효자 브랜드로 컸다. ○ 품질 높이고 덩치커지니 가격교섭력 좋아져 햇사레법인은 공동사업을 벌인 결과 품질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다. 복숭아를 출하할 때 법인이 검수하는 것은 물론 도매시장에 각 지역농협 직원들이 조를 짜서 품질 관리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소비자단체가 주기적으로 시장을 방문해 ‘미스터리 쇼퍼’처럼 품질을 ‘삼중’으로 점검한다. 또 공동사업을 통해 포장 운송 등의 각종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품질을 높인 결과 ‘농산물 유통의 큰손’인 대형마트에도 판로를 뚫을 수 있었다. 특히 덩치가 커지니 가격 교섭력도 좋아졌다. 지역농협의 담당자들은 매주 회의를 열고 복숭아 출하량과 가격을 정한 뒤 대형마트에 통보를 한다. 유통업체 결정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다른 산지와 대조적이다. 농협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일부 과일에 대해서는 자체브랜드(PB)식으로 대형마트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지만, 햇사레 복숭아만큼은 햇사레의 브랜드를 그대로 붙여 판다”고 말했다. 현재 햇사레는 홍콩 말레이시아 등지에도 수출되고 있다. 또 농협이 수도권 소비자 6000명을 대상으로 인지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브랜드를 알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 달지 않은 과일은 수확 못하게 원천 봉쇄 멜론전국연합사업단이 운영하는 ‘K-멜론’은 전국 1100여 명이 150억 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K-멜론은 2010년 단일 품종에 처음으로 전국적인 브랜드를 도입한 사례로 꼽힌다. 뉴질랜드 각지의 영농조합이 뭉쳐 키위에 ‘제스프리’라는 브랜드를 붙여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것에 착안했다. K-멜론도 생산부터 판매까지 사업단이 엄격하게 통제한다. 멜론은 재배하기 까다로워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업단은 지역별로 멜론 재배 매뉴얼을 보급했고, 개별 농가가 마음대로 멜론을 수확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업단이 당도를 점검해 멜론이 12브릭스(1브릭스는 물 100g에 설탕 1g이 녹아 있는 수준의 당도)를 넘어야 멜론을 수확할 수 있다. 달지 않은 멜론, 즉 품질이 떨어지는 멜론을 생산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셈이다. 농가는 출하나 판매에 신경 쓰지 않고, 정해진 일정에 맞춰 재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납품된 멜론은 산지 유통센터(APC)에 보내 멜론의 당도와 무게에 따라 분류되어 판매처로 운송된다. 그 결과 K-멜론은 현재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도 수출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신라호텔 등 고급 호텔에 납품되고 있다. 부여군지역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의 ‘굿뜨래’는 2010년 부여군의 7개 지역농협이 출자해 만든 브랜드다. 부여군법인은 수박 표고버섯 등을 ‘부여 8미(八味)’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 ‘좋은 들에 좋은 상품’이라는 뜻에서 굿뜨래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듯이 좋은 품질의 농산품을 생산할 수 있게 농업인 교육을 강화했다. 부여군의 군농업기술센터는 굿뜨래농업대학을 만들어 매년 100여 명의 농업경영인을 배출하고 있다. 또 농업 강국인 네덜란드 호르스트안더마스 시와 자매결연하고 이곳에 농업 경영인을 파견해 교육하고 있다. 현재 굿뜨래에는 2200여 명이 참여해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강원연합사업단의 ‘맑은청’은 고랭지 무와 배추, 토마토, 고추, 오이, 애호박, 가지 등 다양한 채소에 붙이는 브랜드다. 2001년 고랭지 무와 배추 가격이 폭락해 농가가 농산물의 제값을 받지 못하자 강원도가 대형유통업체 등에 판매 채널을 뚫기 위해 이 브랜드를 만들었다. 맑은청은 강원 청정 지역의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해 8500여 명이 참여해 1200억 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 지자체 - 농업조직 협력 최우수상 받은 전북도… 광역 브랜드 ‘예담채’로 농산물 출하 일원화 ▼농협중앙회는 10일 지방자치단체와 농업조직 간 협력이 우수한 사례를 발굴해 평가한 결과 전라북도(도지사 송하진)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산이 많아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농산물 출하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시군별로 개별 브랜드를 운영하고 개별 농가별로 각각 다른 품목을 생산하다 보니 덩치가 작아 가격 교섭력이 약해서 도매시장 상인들에게 제값을 못 받기 일쑤였다. 고령화와 영세화로 위기를 맞은 대표적인 지역이었던 셈이다. 전북도는 시군별로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를 남겨놓되 그렇지 않은 품목은 광역 브랜드인 ‘예담채’를 만들어 예담채로 흡수시켰다. 시군 단위로 흩어져 있던 농산물 출하 지역을 일원화해서 공동 운송하는 방법으로 각종 비용을 아끼고 마케팅 활동도 공동으로 펼쳤다. 그 결과 예담채 브랜드를 붙인 품목의 매출액이 2009년 33억 원에서 올해 590억 원으로 뛰어올랐다. 전북도 관계자는 “소량 다품목 위주로 생산하던 한계를 농가의 규모를 키워 극복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햇사레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과 협력한 충북 음성군(군수 이필용)과 전북 남원조합공동사업법인과 협력한 남원시(시장 이환주)가 우수상을 공동 수상했다. 강원연합사업단과 협력한 강원도(도지사 최문순)와 경남 밀양연합사업단과 협력한 밀양시(시장 박일호)는 장려상을 공동으로 탔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는 “지자체는 농산물 유통 선진화를 위해 농업조직이 협력해야 할 전략적인 파트너”라며 “지자체와 농업조직 간 협력으로 시장 개방 등 위기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소비자-도매상인 설문… 유통전문가들이 종합 평가 ▼농협중앙회가 실시한 ‘2014 농산물 브랜드 대전’의 평가에는 일반 소비자와 도매시장 상인, 전문가가 두루 참여했다. 전국 30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비자 6000명과 서울 가락시장 등 전국 경매시장 13곳의 중도매인과 경매사 600명을 대상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 등을 묻는 설문을 진행했다. 여기에 대학교수와 정책담당자, 농식품 유통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브랜드의 경쟁력과 성장성 등을 종합 평가했다.김유영기자 abc@donga.com}

    • 2014-12-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기농은 사치품 아닌 필수품”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는 네덜란드의 친(親)환경 인증회사인 ‘컨트롤유니언’과 함께 ‘착한 구스다운’의 표준을 지난달 개발해냈다. 일부 의류업체가 살아 있는 거위에서 털을 뽑는 잔인한 방식으로 패딩을 만드는 관행을 고치기 위한 노력이었다. 컨트롤유니언의 홍 리 한국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친환경 제품을 사치품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지속가능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필수재”라고 강조했다. 세계 3대 유기농 인증회사 가운데 하나인 컨트롤유니언은 70여 개국에 100여 개의 지사를 두고 친환경 인증 사업을 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2008년 진출했다. 중국계 네덜란드인인 그는 “제품 등을 수출할 때 친환경 인증이 비(非)관세 장벽을 뚫을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7월부터 한국과 미국에서 ‘유기가공식품인증 동등성’ 제도가 발효돼 자국에서 유기 가공식품으로 인증받았을 경우 상대국에서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유기농(Organic)’으로 표시하는 게 가능해졌다. 리 대표는 “미국에서 유기농 시장은 2003년 351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로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며 “친환경 시장이 커지는 시대적인 조류가 양질의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 보성녹차가 컨트롤유니언으로부터 국제 유기 인증을 획득한 덕분에 미국과 유럽 수출 길을 뚫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친환경이라고 하면 농산품을 떠올리기 쉽지만 일상에서 소비하는 모든 제품이 친환경 인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컨트롤유니언이 최근 국제 해양수산관리협의회(MSC)의 친환경 인증을 한 행복중심생협연합회의 ‘착한참치’가 대표적이다. 컨트롤유니언은 참치 캔의 주원료인 다랑어가 채낚기(미끼 없이 잡는 방식)로 잡히는 방식임을 인증했다. “기존 집어 장치를 이용하면 바다거북과 상어 돌고래 등 멸종위기에 처한 바다생물까지 잡힐 수 있어요. 수산물에 대한 친환경 인증이 수산 자원 고갈을 막는 등 해양 생태계 보전에 큰 역할을 하지요.” 그는 “영국의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운영하는 식당인 ‘피프틴’은 MSC 인증을 받은 수산물만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해양수산부도 MSC 국내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수산물에 대해서도 친환경 인증이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외에도 컨트롤유니언은 유럽 목재규정(EUTR)에 따라 목재를 검증해 가구 등에 쓰이는 목재가 불법 벌목에서 나온 것인지 여부를 따질 수도 있다. 리 대표는 “사회가 성숙됨에 따라 친환경이 소비 기준의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며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다음 세대까지 감안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친환경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2-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패밀리 레스토랑 “아, 옛날이여”

    《 12월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패밀리 레스토랑. 주말을 앞둔 금요일인데도 손님이 앉은 테이블이 전체의 3분의 1도 채 안 됐다. 이 매장의 김모 매니저(31)는 “연말모임이 시작되는 12월이라는 게 무색하다”며 “통신사 할인을 하는 날에는 매장이 북새통을 이루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연말 특수(特需)’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한때 ‘외식업계의 아이콘’으로 꼽히면서 외식시장 형성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쇠락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사업을 아예 접거나 일부 매장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불황, 참살이(웰빙) 열풍 등으로 국내 외식문화가 바뀌고 있지만 일률적인 메뉴와 인테리어로 이런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 데에 따른 것이다. 》   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인 토니로마스를 운영하는 썬앳푸드는 이달 26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1995년 한국에 진출한 지 19년 만이다. 토니로마스는 한때 서울 압구정과 여의도, 도곡동, 명동 등 주요 상권에서 매장을 운영했지만, 이를 순차적으로 폐쇄하고 마지막 매장인 서울 광화문점의 문을 연말에 닫는다. ‘호주산 청정 스테이크’를 내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이하 아웃백)도 전국 점포 34개의 영업을 순차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다. 이는 아웃백 전체 매장(109개)의 31.2%에 이른다. 이미 서울 장안점과 부산 경성대점은 이달 문을 닫았다. 이에 앞서 대한제당의 자회사인 TS푸드&시스템이 운영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인 씨즐러와 아모제푸드가 운영했던 마르쉐도 지난해 잇달아 문을 닫았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T.G.I.프라이데이스와 베니건스는 각각 롯데리아(2009년)와 바른손(2010년)에 인수됐지만, 이후 이렇다할 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11월 말 현재 T.G.I.프라이데이스와 베니건스의 매장은 각각 44개, 12개로 전성기 때보다 12%, 50% 줄었다. 베니건스를 운영하는 문구업체 바른손은 올해 3∼9월(9월 결산) 매출액이 168억 원으로 전년 동기(189억 원)보다 10.6%나 감소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1988년 미도파가 선보인 ‘코코스’를 시작으로 T.G.I.프라이데이스(1992년), 베니건스(1995년), 빕스(1995년), 아웃백(1997년) 등이 잇달아 국내에 진입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당시 패밀리 레스토랑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선진화된 운영 시스템으로 연인이나 가족이 특별한 날에 외식하는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쇠락하고 있는 것은 한국 외식산업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여러 메뉴를 판매하는 일종의 ‘양판점’ 성격인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특정 메뉴로 무장한 개성 있는 음식점과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맛집’의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 또 참살이 열풍으로 저칼로리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패밀리 레스토랑 메뉴의 인기가 시들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반가공된 식품을 대개 주방에서 데우거나 섞는 수준이어서 빠르게 고급화되는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지 못했다. 매장 콘셉트도 획일적이어서 변신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핵심 상권에서의 높은 매장 임차료 역시 업체 측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패밀리 레스토랑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T.G.I.프라이데이스는 하얏트호텔 등에서 활약한 김찬성 셰프를 영입해 와규 스테이크 등 고급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빕스는 서울 명동중앙점과 판교점, 인천 연수점 등 중산층 주부들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브런치를 판매하면서 고객층에 따라 매장의 콘셉트를 달리하기로 했다. 이랜드와 CJ푸드빌, 신세계푸드도 참살이 열풍을 감안해 각각 자연별곡, 계절밥상, 올반 등의 한식 뷔페를 선보였다. 강병오 중앙대 교수(창업학)는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며 “패밀리 레스토랑은 내실을 다지고 매장 성격을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2-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FTA 넘을 비법은 축산 블루오션”

    일본 나고야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미에 현 이가 시에 위치한 모쿠모쿠 농장. 이곳에서 열리는 ‘비엔나소시지 교실’은 어린이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힌다. 어린이들은 농장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로 소시지를 직접 만들면서 돼지고기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배운다. 모쿠모쿠 농장은 소시지 교실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매년 50만여 명의 방문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최근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축산 강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 축산업계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채널A는 해외의 성공 사례를 통해 국내 축산업계의 활로를 모색하는 내용의 5부작 특집 다큐 ‘맛있는 축산 UP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7일 오전 8시 반부터 방영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축산농가의 부채는 2012년을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1억277만 원에 이른다. 이는 2005년(4438만 원)의 2.3배에 달한다. 반면 축산물 판매가격지수(2010년 축산물 평균 판매가격=100)는 2005년 93.0에서 2012년 81.5로 떨어졌다. 결론적으로 국내 축산농가들은 부채 증가와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일본 축산업계의 사정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돼지고기를 슈퍼마켓과 식당 등에 납품했던 기무라 오사무(木村修) 씨는 축산농가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다 인근 양돈농가들을 모아 모쿠모쿠 농장을 설립했다. 그는 소시지 교실 외에도 돈가스를 파는 레스토랑, 로컬푸드 장터, 온천시설 등을 조성해 통나무집 한 동으로 시작한 농장을 ‘축산 종합 테마파크’로 변모시켰다. 지난해 기준 모쿠모쿠 농장의 연 매출은 600억 원, 직원 수는 1000여 명으로 웬만한 중견 기업 못지않다. 기무라 씨는 “발상을 전환하면 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맛있는 축산…’에서는 인구 3000명의 시골마을에서 매년 30만 명이 몰리는 ‘관광 메카’로 거듭난 독일 서남부 지몬스발트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주력 산업이 목축과 임업이었던 이 마을은 관광객들이 트랙터를 타고 독일 최대의 숲인 ‘슈바르츠발트(黑林)’를 구경하는 상품을 개발했고,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을 겨냥한 ‘농가 호텔’을 만들었다. 또 인공사료가 아닌 풀을 먹이는 친환경 방목으로 소를 사육해 육류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맛있는 축산…’ 프로그램과 관련해 축산자조금연합의 한 관계자는 “국내 축산업은 전체 농업생산액의 42%를 차지하지만 그동안 1차 산업적 측면에만 치중해 왔다”며 “선진국처럼 축산업을 가공업(2차)과 관광·교육산업(3차) 등을 더한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두 마이클, 세기의 토론 보자” 예상넘는 인파

    맹추위도 칼바람도, ‘세기의 토론’에 참석하려는 열기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3일 ‘동아비즈니스포럼 2014’가 열린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그랜드쉐라톤워커힐호텔 비스타홀은 영하의 날씨에도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예상을 훨씬 웃돈 1500여 명이 참석하면서 호텔 측에서 예비 의자를 준비했지만 의자를 놓을 공간마저 부족해 강연장 뒤편에 서서 포럼을 경청한 참석자도 적지 않았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손경식 CJ그룹 회장, 황창규 KT 회장,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정부와 재계 고위 인사뿐만 아니라 기업 실무자, 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참석해 국내 최고 경영포럼으로서의 명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두 마이클’,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벌인 토론이었다. 세계적인 경영전략가와 정치철학가가 동시에 등장하자마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고 이들을 촬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거장(巨匠)’들로부터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치유할 대안과 디지털 시대의 혁신 전략 등을 경청하면서 우리 사회와 기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통찰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기업의 역할이 경제 부흥의 견인차에 국한된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회적인 문제 해결로 확장됐다”며 “이번 포럼을 듣고 소외계층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도 “창조경제의 시대에 기술을 통해 사회적인 가치를 높일 방안에 대한 큰 통찰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순한 소주’ 전쟁 또 붙었다… 처음처럼, 참이슬 처럼 17.5도

    국내 소주 시장에서 1·2위를 달리는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다시 '순한 소주' 경쟁에 나섰다. 롯데주류는 12월1일부터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8도에서 0.5도 낮춘 17.5도로 바꾼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앞서 하이트진로는 이달 17일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를 18.5도에서 17.5도로 내렸다. 두 회사가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내린 것은 올해 2월에 이어 9개월 만이다. 당시 처음처럼이 먼저 19도에서 18도로 도수를 내리자 참이슬이 19도에서 18.5도로 따라갔다. 두 회사가 한 해에 알코올 도수를 두 차례 낮춘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의 '알코올 도수 내리기' 경쟁은 10여 년째 이어지고 있다. 1980년대까지 국내 소주시장에는 25도 제품이 대부분이었지만, 1998년 23도인 참이슬이 저도수 소주 시대를 열었다. 2001년에는 처음처럼의 전신인 산소주가 22도 소주를 내놓으며 '알코올 도수 내리기'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폭음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순한 소주의 인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1-28
    • 좋아요
    • 코멘트
  • 비만억제-숙변배출-위염치료를 밥으로?

    경북 산청과 강원 홍천 등지에서 재배하는 ‘하이아미’는 ‘키 크는 쌀’로 알려져 있다. 미네랄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성장기 어린이의 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는 필수 아미노산이 일반 쌀보다 30% 이상 더 들어 있다. 하이아미와 같은 ‘기능성 고급 쌀’이 속속 개발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전체적인 쌀 소비는 매년 줄고 있다. 그러나 ‘밥이 보약’이란 옛말을 증명해주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쌀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하이아미 재배 면적은 2009년 150ha에서 지난해 5490ha로 37배 가까이로 늘었다. 다이어트 쌀인 ‘고아미 2·3호’는 일반 쌀보다 식이섬유가 3배나 많다. 식이섬유는 장 속의 당이나 중성지방을 흡착하고, 숙변을 체외로 배출해준다. 혈당 저하와 비만 억제 기능이 있어 당뇨나 고혈압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이 밖에 현미의 영양을 유지하면서도 까칠한 식감은 부드럽게 한 쌀(보드라미)과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없애는 쌀(조생흑찰)도 개발됐다. 김보경 농촌진흥청 답작과장은 “2017년까지 기능성 쌀 10개 품종을 추가로 개발해 쌀 산업을 선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뉴스룸/김유영]노트북 지하철 표류기

    아뿔싸.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본능적으로 가방부터 살폈다. 가방이 유난히 가벼웠기 때문이었다. 가방은 열려 있었다. 책들은 그대로 있었지만, 노트북만 없었다. 지하철은 이미 떠난 뒤. 수만 장의 사진과 자료도 노트북과 함께 사라졌다. 지하철 선반 위에 노트북 가방을 올려놓고, 휴대전화에 고개를 푹 박고 있던 내 잘못이었다. 분실이든 도난이든 일단 파출소로 향했다. 경찰은 “도난이라면 노트북이 인터넷 중고 게시판에 매물로 나올 수 있으니 틈틈이 살펴보라”고 했다. 또 습득한 물건을 게시하는 경찰청과 지하철의 홈페이지 주소를 메모지에 또박또박 써서 건네줬다. 경찰이 알려준 대로 인터넷의 중고 물품 거래 게시판을 확인했지만, 내 노트북은 없었다. 잃어버린 것과 같은 모델의 노트북은 20만∼30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새 노트북보다는 싸지만, 적지 않은 돈이었다. 그냥 주웠더라도 쉽게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노트북을 가져갔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노트북 찾는 것을 거의 포기할 무렵, 지하철 분실물 센터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잃어버린 노트북과 비슷한 제품의 사진을 발견했다. 전화로 확인하니 내 노트북이 맞았다. 노트북이 발견된 곳은 회사와 반대 방향의 종착역이었다. 지하철은 서울을 관통해 경기도까지 갔다가 다시 서울로 진입해 종착역에 이른 것이었다. 승객이 모두 내린 뒤 객실을 점검하던 직원이 노트북을 발견했다. 지하철이 왕복 150km를 오가는 동안 수백 명의 승객이 노트북을 봤겠지만,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다. 고마운 마음으로 빵을 사들고 한달음에 종착역에 가니 역무원들은 “물건을 되찾아주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한사코 사양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대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미국의 월간지인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50달러가 든 지갑 200개를 유럽 전역에 뿌렸는데 이 중 58%가 회수됐다. 특히 소득 수준이 높은 북유럽에서는 회수율이 70% 이상이나 됐다. 이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힘이었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공동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나 규범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사회적 자본의 핵심은 신뢰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정해진 규칙을 잘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다. 사회적 자본이 잘 확충된 국가일수록 각종 사회적 비용이 적고 경쟁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15시간 동안 주인을 찾아 지하철을 표류했던 노트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올 한 해 동안 세월호 참사를 필두로 무수히 많은 사고가 있었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그들에게 우리는 분노했다. 하지만 손 글씨로 또박또박 메모를 써서 안내해준 경찰, 감사 사례조차 받지 않던 역무원, 물건을 보고도 그대로 놓아둔 시민 등 ‘수많은 무명씨’들 덕에 우리 사회가 아직은 절망할 수준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늦은 저녁, 역무원에게 건네주지 못한 빵을 먹으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빵이 들어간 배 안에서 따스한 기운이 맴돌았다.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

    • 2014-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車-보험 팔며 영업력 키우고… 봉사활동하며 인맥 쌓고…

    한국농수산대에 다니는 남광민 씨(34)는 올해 8월 트랙터를 타고 전국을 일주했다. 그는 경기 용인에서 출발해 충남 태안, 전남 진도, 경남 산청, 울산과 경북 안동을 거쳐 강원 원주와 평창까지 총 1800km를 순례했다. 전국 일주의 목적은 현장의 ‘선배 농민’들로부터 농업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20여 개 농장의 대표들로부터 농업을 이끄는 리더의 덕목과 한국 농업이 수출로 승부를 볼 수 있는 방안 등 ‘살아 있는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귀농을 준비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학생들이 스펙을 쌓으며 입사 준비를 하듯 치밀한 노력을 기울이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귀농에 성공한 젊은이들은 단순히 취업이 어려운 도시를 떠나 도피성 귀농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농업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적극적으로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생이 스펙 쌓듯 차근차근 남 씨는 원래 4년제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뒤 사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도시에서 웬만한 사업 분야는 이미 ‘레드오션’이었다. 기왕이면 가업(家業)을 잇자는 생각에 아버지가 하는 양계장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버지의 도매상 영업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 씨는 영업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자동차회사에서 판매사원으로, 보험회사에서는 영업사원으로 각각 1년 가까이 일했다. 영업을 경험해본 뒤 양계장에 돌아오니 도매상과의 가격 흥정에서도 무조건 을(乙)일 필요가 없게 됐다. 이후 그는 네덜란드와 독일 등 농업강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연수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남 씨는 현지에서 100년 가까이 4대째 양계업을 하는 네덜란드의 농장을 방문했을 때 농업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농장 사장님이 ‘사람은 4, 5시간마다 배고프다. 사람들이 많이 먹는 계란을 생산하면 (우리는) 절대로 굶어죽지 않는다’는 말을 했어요. 저는 무릎을 쳤어요. 농업에서 식품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로 부가가치를 더하면 앞으로도 망하지 않을 사업이 될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됐으니까요.” 그는 학교를 졸업한 뒤 ‘엄마의 마음’을 담아 믿고 먹을 수 있는 계란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 홈페이지 하나 없는 젊은 농부 칠갑산 자락에서 ‘청국장 달인’으로 통하는 박정기 씨(28)는 제품 차별화를 위해 부단하게 노력해 왔다. 그의 명함에는 ‘사진작가’와 ‘버블(비눗방울) 아티스트’라는 직함이 붙어 있다. 그는 요즘엔 흔한 홈페이지도 운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 매출은 1억 원에 이른다. 고등학교 때 그의 성적은 중위권 정도로, 빼어나지 않지만 나쁘지도 않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각박한 도시생활보다는 훨씬 인간미가 풍기는 농촌생활을 해보고 싶어 귀농했다. 그는 “도시에서 그가 받을 수 있는 시급은 5000원 안팎이었고, 취직 후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박 씨는 소일거리로 청국장을 담아 파는 할머니가 계시는 칠갑산 자락의 충남 청양군으로 내려왔다. 그곳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사진 찍기와 버블 아트를 배웠다. 그렇게 얻은 인맥은 나중에 좋은 영업자산이 됐다. 소모임 등을 통해 할머니와 함께 청국장을 담그는 모습을 보여준 게 주효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할머니의 손맛으로 아랫목에서 익힌 청국장’의 맛에 열광했다. 그는 사실 온라인 판매를 하면 ‘가격 싸움’이 불가피했다는 판단에서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최저가 검색이 있는 인터넷에서는 가격싸움을 할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광고를 하면 포털 사이트에 내야 하는 수수료 부담도 만만치 않잖아요. 청국장은 먹는 것인 만큼 신뢰를 주려면 전화로 목소리를 듣거나 얼굴을 통해서 파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지요.”○ 벽을 허물어라 박덕근 씨(39)는 마을 봉사왕으로 불린다. 연세대 법학과 94학번인 그가 대학에 입학할 때에는 마을 어귀에 플래카드가 붙었다. 이후 그는 남들이 하는 것처럼 고시 공부에 매달렸다. 1차 합격은 했지만 최종 낙방하기를 수차례. 마침내 10년간의 고시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일부 마을 사람들은 ‘고시에 실패하고 오죽 할 일 없으면 농사지으러 왔을까’라고 수군거렸다. 그는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젊은 농부들과 함께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했다. 벽을 허무는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농촌 역시 도시의 직장 못지않게 인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학교의 농업 과정과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수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청년회를 조직했다. 박 씨는 이 과정에서 ‘블루오션’을 발견하게 됐다. 한 농부가 ‘약도라지’를 재배해 보라고 추천한 것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그러자 연 매출 1억 원가량을 올리는 그에 대한 주변의 시선도 달라졌다. 그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시장이 개방된다고 하지만, 약도라지는 특수작물인 만큼 수요가 높아 망할 리가 없다”며 “농부도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못지않게 직업적인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지마켓 직원이었던 양용일 씨(26)는 현재 전남 해남에서 정착을 준비하며 고구마밭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그가 어렵사리 취업한 직장에서의 생활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20대 중후반에 취업하고, 30대 초중반에 결혼하면 돈을 모을 기회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정작 제가 40대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향후 30∼40년을 위해 준비된 게 없고, 또다시 인생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양 씨는 ‘남의 인생을 사는 것보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해 올해 8월 퇴사했다. 이후 농촌진흥청에서 마련한 귀농학교에 들어갔다. 주변에서는 “취직하기 힘든 시기에 미쳤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도시에서는 젊음이 ‘범용재’이지만, 농촌에서는 ‘희소한 자원’”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선택을 밀어붙였다. “해남에서는 바닷물로 고구마를 기르는 ‘해수농법’이 유명해요. 친환경농법으로 화학농약이 필요 없지요. 당장 농사를 짓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내년 봄에 고구마 기르는 분 밑에 들어가서 일을 배운 뒤 적어도 1, 2년 지난 뒤에 밭을 사서 농사를 시작할 겁니다.”김유영 abc@donga.com·김범석 기자}

    • 2014-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MAN]미생男이 사무실서 통할수 있는 건, 맥심 커피가 있기 때문!

    “뭐하는 거야? 가을 타?”(김동식 대리) “커피 탑니다.”(장그래) 드라마 ‘미생’에 등장하는 ‘원인터내셔널’의 탕비실. 인스턴트커피 한 잔을 두고 선후배 간 농담 섞인 대화가 오간다. 선배가 후배에게 꿀밤 한 대를 살짝 때리면서 선후배의 관계는 가까워진다. 이렇듯 커피 한 잔은 사무실에서 ‘잠깐의 여유’를 취할 수 있는 음료일 뿐 아니라 선후배 간에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국내 인스턴트커피 시장 1위를 달리는 동서식품은 1968년 설립 이후 40여 년간 커피 기술 개발에 매달린 커피 전문 기업이다. 냉동건조 커피 공정은 1964년 미국 제너럴푸드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국내에서 냉동건조 커피 제조 설비와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는 동서식품과 네슬레, 남양유업 등 3곳이다. 동서식품은 1980년 국내 최초의 동결건조 커피인 ‘맥심’을 내놓은 뒤 꾸준한 연구 개발로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인스턴트커피 제조 설비 및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마일드’는 쓴맛보다는 부드럽고 깔끔한 맛과 향을 선호하는 한국인 입맛에 맞춰 1993년 첫선을 보였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의 스틱형 커피로 취향에 따라 설탕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했다. 이 제품은 2013년 개별 스틱을 기준으로 초당 223개가 팔렸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팔린 맥심 모카골드마일드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경부고속도로(428km) 2616개에 이르고, 지구 둘레(4만75km) 약 27바퀴를 돈 길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동서식품의 ‘맥심 화이트골드’는 우유를 넣은 부드러운 커피로 잘 알려져 있다. 우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콜롬비아산 원두를 주원료로 써서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각 원두별로 최적화된 조건으로 원두를 볶는다. 또 물과 원두의 접촉시간을 최소화해서 신속하게 커피를 추출해내는 공법을 통해 원두 고유의 맛과 향을 살렸다. 동서식품의 ‘맥심 아라비카100’은 고급 아라비카 원두만을 선별한 뒤 원두를 볶아 커피 원두의 맛과 향을 살렸다. 소비자들이 설탕이나 크림을 넣지 않은 블랙커피로 마셔도 좋을 만큼 아라비카 원두의 향기를 살리면서도 커피의 깔끔한 뒷맛을 살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수입한 커피 가루를 쓰는 다른 제품과 달리 동서식품은 커피 원두를 국내공장에서 직접 볶고 동결 건조해 원두의 신선한 맛과 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동아비즈니스포럼 2014]자본주의에 ‘착한 기업’ 가능할까… 두 거장 ‘세기의 토론’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또 기업과 정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적인 경영전략가와 정치철학자가 한국에서 ‘세기의 토론’을 벌인다. 주인공은 ‘경영학의 구루’로 꼽히는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정치철학의 제왕’으로 불리는 같은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 이들은 다음 달 3, 4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서울 광진구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하는 국내 최고의 경영포럼인 ‘동아비즈니스포럼 2014’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일 예정이다. ‘두 마이클’은 포럼 첫날인 3일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의 사회로 열리는 토론에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치유할 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자본주의의 위기를 진단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모색한다. 두 거장(巨匠)이 국내에서 토론 대결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빅 이벤트’다.○ 두 마이클, 세기의 토론을 펼치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각 분야 최고의 석학으로 하버드대의 종신 교수라는 점뿐 아니라 이름까지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터 교수는 26세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임용된 뒤 35세에 최연소로 대학에서 정년을 보장받았다. 그는 ‘경쟁전략’(1980년) ‘경쟁우위‘(1985년)를 잇달아 출간하며 현대 경영학의 핵심과목인 경영전략의 체계를 세워 ‘경영전략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1996년 ‘전략이란 무엇인가’라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논문을 통해 “전략은 하지 않을 일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으며, 이 논문은 아직까지도 경영학석사(MBA) 과정의 필수교재로 쓰인다. 샌델 교수 역시 27세의 나이에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된 뒤 줄곧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정의’ 수업은 1만여 명의 하버드대 학생들이 수강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힌다. 미국정치학회는 2008년 그를 최고의 교수로 선정한 바 있다. 샌델 교수는 특히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국내외에서 ‘정의 열풍’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국내에서 2010년 번역돼 인문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최근 5년간 120만여 부가 팔려나갔다. 이후에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왜 도덕인가’ ‘정의의 한계’ 등을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자본주의의 역할에 대한 팽팽한 대결 두 사람은 이렇듯 ‘닮은꼴 경력’을 지녔지만, 자본주의와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는 미묘하게 상반된 견해를 피력한다. 지난해 글로벌 지식강연인 ‘테드(TED)’에서 맞붙은 토론이 대표적이다. “샌델 교수는 공공의 영역과 시장을 분리하려는 실수를 했어요. 민간시장과 공공의 영역은 양립할 수 있습니다.”(포터 교수) “저는 시장경제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돈 주고 못 사는 게 거의 없는 세상에서 시장의 역할을 제대로 되찾자는 것입니다.”(샌델 교수) 두 사람은 토론에서 이처럼 팽팽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며 TED 관람객들을 긴장시켰다. 포터 교수는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제시한 ‘공유가치창출(CSV)’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업이 본원적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샌델 교수는 현재의 사회를 인간관계, 건강, 교육, 정치, 법 등 ‘거의 모든 것’을 돈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시장사회(market society)’라고 규정하고 “돈의 거래 대상으로 바뀌어서는 안 되는 가치를 테두리 쳐 시장사회의 폐해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포터 교수는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문제 해결은 상충관계가 아니다”라며 “시장과 사회를 가르는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맞받아쳤었던 것이다. 7분 동안 진행된 이 TED 토론은 결과적으로 ‘전초전’이었다. 동아비즈니스포럼 2014에서는 75분간 두 석학이 기업과 자본주의의 역할에 대해 본격적으로 날선 토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4-1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직판장 열고… 농사펀드 만들고… 도시에서 농업 일군다

    서울 강남구 도곡로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식품 매장인 ‘농부로부터’. 200m² 규모의 매장에는 ‘청년 농업 기업가’로 불리는 천재용 씨(37)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발굴한 농산물들이 진열돼 있다. 국산 잡곡과 과일, 채소는 물론이고 밥에 넣어 먹는 말린 밤과 장국 재료로 쓰는 쑥부쟁이 가루 등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농산물도 있다. 일부는 천 씨가 포장디자인까지 직접 해서 부가가치를 높인 것들이다. 천 씨는 “상품의 품질이 우수한데도 판로를 뚫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농부와 신선한 먹을거리를 찾으려는 도시인 사이의 다리가 되려고 한다”며 “최근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농업 관련 사업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크다”고 강조했다. 천 씨처럼 도시에서 농업 관련 사업을 하는 젊은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고정관념을 깨고 전통산업인 농업에 다른 분야를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농사는 구닥다리 산업? 농사는 예술! 천 씨는 1990년대 인기 패션브랜드였던 ‘쌈지’를 창업한 천호균 씨의 장남이다. 아버지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활약하던 ‘오너 2세’가 ‘농산물 장사꾼’으로 변신한 데에 적지 않은 사람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한다. “쌈지의 사세가 기울던 무렵 취미 삼아 텃밭에 채소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농사에 흥미를 느꼈어요. ‘농사가 곧 예술’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예술작가가 고뇌 끝에 작품을 창조하듯 농부는 오랜 시간 정성과 땀을 쏟아 농산물을 키워내니까요.” 그는 2009년 농업컨설팅 회사인 ‘쌈지농부’를 세우고 농산물의 디자인을 개선하고 브랜드를 개발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농부들을 접하다 자연스레 농산물 유통업에도 뛰어들게 됐다. 2011년 7월 경기 파주시 헤이리에 ‘농부로부터’ 1호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서울 마포구에 홍대점을 냈고,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롯데월드몰점에도 입점했다. 천 씨는 농업 관련 교육사업도 하고 있다. 헤이리의 가게에서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쌈지어린농부학교’를 운영한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 흙을 밟고 농사를 체험하며 농업과 식품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 농업에 교육서비스업을 접목해 새로운 산업을 발굴한 것이다. 또 주말이면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보통직판장’이라는 장터를 열어 지방 농부들이 도시 소비자들을 만나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쌈지농부’의 직원은 현재 15명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20억 원에 이른다.○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농부?… 농업펀드로 안정된 수익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사업모델을 만들어낸 젊은이도 있다. 한때 귀농했다가 도시로 올라온 김승연 씨(34)는 농부들을 괴롭히던 여러 가지 고민거리에 주목했다. “‘농부가 큰 빚을 지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농부가 날씨 걱정을 크게 하지 않고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없을까’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은 없을까’ 등 갖가지 고민이 머리를 맴돌았어요.” 그는 소농(小農)에게 영농자금을 지원해주는 ‘농사펀드’를 지인들과 함께 만들어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친환경 농사에 필요한 영농자금을 금전적 여유가 부족한 농부에게 빌려주고, 투자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좋은 농산물로 배당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씨가 만든 펀드는 올 5월 충남 부여군에서 쌀농사를 짓는 농부 조관희 씨에게 투자를 했다. 그는 우선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에게 기금을 모으는 것)으로 150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모았다. 그러곤 투자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 씨가 농사 짓는 모습을 틈틈이 전했다. 또 모내기와 벼 베기 등의 행사에 투자자들을 초대하는 체험 프로그램까지 만들었다. 이런 김 씨의 사업은 이달 결실을 맺었다. 농부 조 씨는 투자금을 밑천으로 무사히 농사를 마치고 투자자들에게 친환경 쌀과 시래기, 참기름 등을 보냈다. 농산물의 재배 과정을 실시간으로 봤던 투자자들은 “어느 대형마트에서도 구하기 힘든 선물”이라며 열광했다. 김 씨는 펀드를 청산한 뒤 농기구 임대료와 도정비, 인건비 등 비용 명세를 공개했다. 인건비는 조 씨에게 월급 형태로 지급된 돈이다. 김 씨는 “농사펀드의 규모가 커질수록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게 많아진다”며 “내년에는 토종 잡곡 등 다양한 작물로 펀드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농사는 농촌에서만?… 빌딩 옥상에서도 가능 아예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사례도 있다. 이예성 씨(28·여)는 도시농업 협동조합인 ‘파절이’를 이끌고 있다. 그의 일터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5층짜리 건물 옥상. 이 씨가 건물 옥상을 밭으로 만들어 재배한 콩과 루콜라, 밀 등의 농산물은 홍익대 인근 레스토랑이나 카페, 빵집 등에 납품된다. 이 씨의 주 고객은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인 ‘로컬푸드’를 선호하는 요리사들이다. 고객인 요리사들은 직접 이 씨의 옥상 텃밭을 둘러보고 계약을 맺었다. 이 씨는 처음에는 재미 삼아 농사를 시작했다가 사업 형태를 협동조합으로 바꿔서 조합원들과 수익을 나누고 있다. 조합원은 약 70명으로 대부분 20, 30대 젊은이들이다. 이 씨는 “농촌에서만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텃밭 농사를 시작했다”며 “아직 사업 초기라 수익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옥상텃밭을 홍익대 인근 식재료 기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제철에 나온 친환경 식재료만 씁니다” ▼블랙스미스-계절밥상-자연별곡 등… 정직한 농산물 사용한 음식점 인기도시에서도 농업 관련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선호하는 도시인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외식업계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농부가 생산한 제철 식재료를 쓰면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는 ‘농장에서 식탁으로(Farm to Table)’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는 제주도의 농업회사법인인 모루농장이 블랙스미스를 운영하게 된 영향이 크다. 모루농장 대표인 박현정 씨(45·여)는 2011년 제주도로 귀농한 후 무항생제 삼겹살과 콩나물, 녹차 등을 식당에 납품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납품처였던 카페베네로부터 블랙스미스 인수 제안을 받았다. 박 씨는 “영농조합이 직접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로 메뉴를 만들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블랙스미스는 올 10월부터 요리에 제주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제주산 흑돼지로 만든 스테이크와 제주 유정란을 사용해 만든 브런치 메뉴 등이 대표적이다. 전에는 스테이크나 스파게티 등 ‘완성된 요리’에 역점을 뒀다면 이제는 ‘제주 농부’가 생산해낸 신선한 식재료에 중점을 두는 셈이다. 블랙스미스의 식재료는 제주의 유기농가 150곳이 공급한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한식 뷔페 ‘계절밥상’은 매장에 농부의 얼굴을 찍은 현수막을 붙여놓고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계절밥상은 지난해 7월 경기 성남시 판교점을 시작으로 현재 6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쌈채소와 토마토, 속배추, 연근 등 100종이 넘는 제철 메뉴를 선보여 왔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계절밥상의 누적고객 수는 지난달 말 120만 명을 돌파했다. 매장 대부분은 오전 10시 반에 문을 열지만 오전 9시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일부 매장은 개점 시간을 30분 정도 앞당겼다. 이랜드의 한식 뷔페인 ‘자연별곡’ 역시 정직한 농부가 생산하는 농산물을 쓴다는 점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올해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문을 연 1호 점포인 미금점은 하루 평균 방문 고객이 1500여 명에 이른다. 자연별곡의 한 관계자는 “론칭 6개월 만에 10호점을 돌파했다”며 “농부가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로 옛날 수라상에 올랐던 메뉴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전략이 고객들의 호응을 얻은 덕분”이라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2014-1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