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227

추천

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5-16~2026-06-15
연극39%
문학/출판13%
인사일반13%
문화 일반13%
무용11%
미술8%
칼럼3%
  • [수도권]동네 확 바꾼 ‘청바지’

    10일 오후 학원과 분식집으로 가득한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상가. 작은 카페에 10대 7명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테이블 한쪽의 상자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파트 주민 최소영 씨(41·여)가 “얘들아, 이제 시작하자”고 말하자 이들은 일제히 비닐로 된 위생장갑을 들었다. 아이들은 잠시 머리를 맞대더니 각자 하얀 쓰레기봉투를 챙겨 일어섰다. 이어 아파트 곳곳을 돌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이들은 4년째 활동 중인 청소년 봉사모임 ‘청바지’다. 청바지는 ‘청소년이 바꾸는 지역활동’의 줄임말. 청바지의 출발은 2012년 3월 갓 중학생이 된 아이들의 봉사활동을 고민하던 최 씨 등 엄마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많은 학생들은 마땅한 봉사활동을 찾지 못해 시청이나 구청을 찾기 일쑤다. 어렵게 봉사활동 자리를 찾아도 학원을 전전하느라 바쁜 아이 대신 부모가 가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최 씨는 “지하철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무임승차 금지’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소위 ‘멍 때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어차피 해야 할 봉사활동이라면 우리 동네에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 대신 아이들이 직접 계획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에 따라 같은 아파트 단지의 초중고교생 18명이 모였고 봉사활동 준비를 위한 ‘동네 탐방’부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아파트 단지 앞 인도에 관리되지 않은 채 버려진 화단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한 가족이 화단을 하나씩 맡아 벼를 심기로 했다. 같은 해 7월 화단이 모두 푸른색 논으로 바뀌었다. 11월에는 누렇게 잘 익은 벼를 수확했다. 최 씨는 “처음에는 ‘우리가 과연 이런 일을 해도 되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며 “나중에 수확한 벼를 보면서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같은 해 7월부터는 벼룩시장도 열었다. 이름은 ‘청소년 놀장’. 청소년들이 학용품이나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들고 나와 판매했다. 수익금 중 일부를 ‘마을기금’으로 적립해 놀이터에 책장을 설치하고 지역 경로당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2014년 8월에는 소문을 듣고 주민 800명이 몰리면서 이제는 동네 축제가 됐다. 청바지 회원인 전병관 군(15)은 “돈까지 내고 학교 스카우트에 가입했지만 오히려 청바지 활동에 더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청바지의 활약상을 책으로 발간했다. 제목은 ‘누가 쓰레기 화단에 꽃을 피웠을까?’. 마을 공동체의 활동 사례를 이야기로 풀어낸 ‘우리 동네 S히어로’의 첫 사례였다. S히어로는 슈퍼(Super) 영웅이면서 서울(Seoul)의 영웅이라는 뜻이다. 조은협 군(12)은 “처음에는 사소한 일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책의 주인공까지 되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장명임 씨(47·여)는 “삭막한 도심 아파트 단지가 아이들에게 ‘고향’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여의도 한강변에 부두형 수상시설-선착장

    서울 여의도 한강변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피어39’를 모델로 한 부두형 수상시설과 선착장(조감도)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한강 자연성 회복 및 관광 자원화 추진방안’의 4대 핵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4대 핵심사업은 수상시설인 ‘피어덱’과 ‘통합선착장’, 육상시설인 ‘여의테라스’와 ‘복합문화시설’이다. 2019년 준공이 목표다. 피어덱은 레스토랑 카페 등을 갖춘 부두형 수상시설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관광 명소인 피어39를 모델로 한다. 통합선착장은 한강 내 페리와 유람선, 요트 등 다양한 종류의 선박이 출입할 수 있다. 윤중로 변에는 상업시설을 갖춘 보행로 여의테라스가, 테라스 끝에는 복합문화시설 ‘이음’이 들어선다. 이음에서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전시하는 한편 영상과 음악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창작 스튜디오도 마련할 예정이다. 여의도 한강공원 내 부지 3만5000m²를 이용하는 사업에는 총 1933억 원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접근성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여의도 지역에 문화·관광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관광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는 ‘한강협력계획 4대 핵심사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통해 수상시설 조성을 위한 세부 내용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육상시설의 타당성 조사도 진행한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까지 계획의 윤곽이 나오면 사업자 및 설계 공모를 시작하고 하반기 설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2월 4일 입춘글귀 붙일 초등생 모집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이 2월 4일 열리는 세시행사 ‘반가운 시작, 입춘’에서 입춘첩 붙이기 시연에 참여할 초등학생을 모집한다. 입춘첩은 입춘날 벽이나 문에 붙이는 글귀다. 밝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는 ‘건양다경(建陽多慶)’이나 복을 기원하는 ‘입춘대길(立春大吉)’ 등 한 해 동안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입춘첩 붙이기 시연은 행사 당일 오전 11시에 시작된다. 남산골한옥마을 대문에 입춘첩을 직접 붙인 후 대문을 열고 한옥마을로 들어가 풍악을 울리며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길놀이’를 함께 한다. 마을 안에서는 전통 체험이 함께 진행되며 입춘 음식인 ‘오신반’이 제공된다. 오신반은 맵고 자극적인 모둠 나물과 함께 먹는 밥으로, 다섯 가지 맛의 오신채를 먹으면서 삶의 다섯 가지 괴로움을 극복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참가 신청은 31일까지 남산골한옥마을 홈페이지(hanokmaeul.or.kr)에서 할 수 있다. 선정되면 시민 대표로 직접 입춘첩을 붙이게 된다. 시연자는 만 7∼12세 남녀 1명씩 총 2명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교장, 마지막 임시정부청사” 백범 김구 지켜본 증인 4명 인터뷰 보니

    1940년대 말 경성부 죽첨정 일정목 21번지. 백범 김구 선생이 살던 경교장과 맞닿은 이 집에 오경자 씨(80·여)의 가족이 살았다. 경교장 문 앞을 지키던 경찰은 근처에 서성대는 아이들을 안으로 들여보내주곤 했다. 당시 10대 소녀였던 오 씨가 동생들과 뛰어놀고 있으면 김구 선생이 다가와 “너희가 오 씨네 집 애들이구나”하며 케이크와 과일을 건넸다. 1949년 6월 26일. 집에서 책을 보던 오 씨에게 두 발의 총성이 들렸다. 놀란 오 씨는 집 밖으로 뛰어나왔다. 당시 서대문경찰서 소속 김태헌 순경이 서 있었다. 오 씨는 “무슨 소리에요?”라고 물었지만 “알 거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백범 선생이 안두희에 의해 암살당하는 순간이었다. 그 후 경교장부터 서대문 밖 영천까지 조문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고 오 씨는 전했다. 현재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내 위치한 경교장은 해방 후 국내로 돌아온 백범 선생의 숙소였다. 이 주변에서 백범 선생을 지켜봤던 증인 4명의 인터뷰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 경교장’으로 발간됐다. 오경자 씨 외 임시정부의 마지막 경위 대장이었던 윤경빈 씨(97), 어린 시절 백범 등 임정요인들과 지낸 김자동 씨(88), 임정 문화부장 김상덕 선생의 아들로 경교장에 거주했던 김정륙 씨(81)의 회고록이 담겼다. 학술논문과 신문기사, 사진도 함께 실린 자료집은 이들의 증언을 통해 경교장이 기존 백범 선생의 숙소로만 여겨졌던 것과 달리 임시정부 청사로서의 기능도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집은 경교장 현장과 국공립 도서관, 대학교 도서관, 연구소 등에 배포될 예정이며 서울시청 시민청에서도 볼 수 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16-01-15
    • 좋아요
    • 코멘트
  • [수도권]“겨울철 층간소음 갈등, 여름의 3배”

    “402호에 아이 둘을 둔 가족이 살고 있는데 늦은 밤까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요. 다섯 번이나 찾아갔지만 소용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울시 층간소음 상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층간소음 전문 컨설팅단’이 위층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무슨 소리냐. 우리는 그런 일 없다. 법대로 해결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퇴직공무원 5명으로 구성된 현장 상담가가 나섰다. 상담가는 민원을 제기한 302호 가족과 1시간에 걸친 대화 끝에 “오후 10시까지는 어느 정도 소음을 참을 수 있다”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상담가는 다시 402호에 찾아가 “카펫을 깔고 슬리퍼를 신으면 소음이 덜할 거예요. 아래층에서도 양보하셨으니 조금만 신경 써주세요”라고 설명했고 결국 양측은 조금씩 양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014년 4월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출범한 서울시 층간소음 전문 컨설팅단에 지금까지 접수된 민원은 1097건. 그 결과 전체의 77.5%(850건)가 아이나 어른들이 위층에서 뛰거나 걸으면서 발생하는 소음이었다. 가구를 끌거나 망치질하는 소리, 문을 세게 여닫는 소음은 118건(10.8%), 청소기 세탁기 등 가전제품 소음과 피아노 소리가 65건(5.9%)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반려견이 짖는 소리도 50건(4.6%)이나 접수됐다. 실내활동이 증가하는 겨울철에 층간소음 갈등이 잦았다. 지난해 8월에는 26건이 접수됐지만 11월에는 57건, 12월에는 76건으로 여름철의 3배에 달했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14일 “설 연휴처럼 가족들이 많이 모이면 층간소음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며 “감정적인 대립을 자제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층간소음 상담실 등 제3의 중재자를 통해 해결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휠체어 탄 채 놀이기구 즐겨요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의 ‘꿈틀꿈틀 놀이터’가 13일 문을 열었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접근하기 힘든 턱과 계단을 줄이고 공간을 넓힌 ‘무장애통합놀이터’다. 장애아동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놀이터’에 비장애아동들도 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통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놀이터는 장애아동 부모와 특수교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참여 디자인’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지난해 6월부터 놀이터 디자인에 참여한 장현아 씨(49)는 발달장애를 겪는 이종민 군(16)의 어머니이자 함께가는마포장애인부모회 회장이다. 장 씨는 “예전엔 놀이터에 가면 식은땀부터 났다”고 털어놨다. 다른 아이들이 순서를 기다리는데 아이가 빨리 가지 못해 따가운 시선이라도 받으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 씨는 간담회도 참석하고, 행동 분석을 위해 놀이터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관찰하며 ‘우리가 가도 돼?’라는 불안이 ‘우리도 즐거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학교처럼 딱딱한 공간을 벗어나니 다른 아이들이 쉽게 다가와 말을 걸었고, 자연스레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장 씨는 “기구 중심의 놀이터 대신 장애는 물론이고 나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꿈틀꿈틀 놀이터는 기존 공원 내 ‘오즈의 마법사 놀이터’(2800m²)를 리모델링했다. 바닥과 같은 높이의 회전 놀이대, 경사로로 올라가 미끄럼틀을 탈 수 있는 조합 놀이대,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 있는 카시트 그네 등이 있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탑승한 채로 놀이기구를 탈 수 있고 몸을 가누기 힘든 아동들도 그네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조합 놀이대의 경사로는 길게 만들어 여유롭게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바구니로 만든 그네는 여러 명이 함께 탈 수 있다. 놀이터 조성에 참여한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관계자는 “장애아동만을 위해 만든 기존 놀이터와 달리 ‘편견 없는 놀이터’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놀이터를 통해 장애·비장애아동들이 격리된 채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는 현상을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아름다운재단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대웅제약, 서울시설공단이 협력한 이번 놀이터 제작 과정은 추후에 다른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로 만들 계획이다.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는 “꿈틀꿈틀 놀이터의 모델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놀이터가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육아휴직 신청 100명중 남자는 3명뿐

    서울 남성의 70% 이상이 육아휴직 제도를 알고 있지만 실제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성은 아직 소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육아휴직 신청자는 2005년 93명에서 2013년 1077명으로 늘어났다. 단순 숫자로는 10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전체 육아휴직 신청자 중에서 남성의 비율은 같은 기간 1.4%에서 3.2%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5 성인지 통계: 통계로 보는 서울 여성’을 발간했다. 성인지 통계란 사회적 성차별을 수치로 보여주고 개선하기 위해 만든 통계를 말한다. 서울시와 서울여성가족재단은 지난해 7∼11월 통계청 자료 등 각종 행정자료를 분석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가족, 보육, 경제활동 등 10개 분야 379개 통계지표로 구성된 ‘2015 성인지 통계’를 만들었다. 이 통계에 따르면 남녀 모두 집안일을 평등하게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가사노동 시간은 남녀 차이가 여전했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53%, 남성의 44%가 가사 분담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대답했지만 같은 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57분, 남성은 40분에 그쳤다. 2013년 서울시 조사 결과 여성의 59.1%, 남성의 68.1%는 은퇴 후 소득으로 월 200만 원 이상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같은 해 만 65세 이상 서울 여성의 57%, 남성의 38%는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을 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2014년 서울 임금근로자의 경우 여성 월평균 임금은 181만 원으로 남성 임금(285만 원)의 64%에 그쳤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 중구 ‘박정희 기념공원’ 재추진 논란

    3년 전 추진됐다가 중단된 서울 중구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공원 건립 사업이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중구는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및 주차장 확충 계획’ 추진을 위해 올해 84억5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12일 밝혔다. 이곳은 3년 전 중구가 박 전 대통령 기념공원을 조성하려던 곳으로 박 전 대통령 가옥(신당동)과 50m가량 떨어져 있다. 중구는 2018년까지 총 297억 원을 투입해 지하 4층 지상 1층, 1만1075m² 규모의 건물을 짓는다. 지하 2∼4층에 주차장, 지하 1층에 전시장, 지상 1층에 공원이 들어선다. 앞서 중구는 2013년 기념공원 조성을 위해 서울시에 사업 투자 심사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경제가 어려운데 세금을 들여 기념공원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창윤 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나 정부 지원을 받으면 되는데 굳이 구 예산만으로 사업을 강행하려 한다”며 “단순한 주차장 조성 사업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구 측은 “주차장을 만들고 남는 자투리 공간에 역사 전시관을 조성하는 것으로 박 전 대통령 기념공원이라고 표현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육군 1군 참모장이던 1958년 5월부터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관사로 이주한 1961년 8월까지 3년 3개월간 신당동 가옥에서 살았다. 1979년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박 대통령이 1982년까지 머물기도 했다. 2008년에 서울시가 추진한 역대 정부 수반 유적 보존 계획에 따라 국가등록문화재 제412호로 지정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공익제보에 돌아온건 실직… 서울시는 “재취업 지원” 말뿐

    2013년 5월 백모 씨(47)는 한 청소용역업체에 취직했다. 버스전용차로 정류장을 청소하는 곳이다. 백 씨의 출근시간은 오후 10시.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동료들과 함께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승합차 안에는 물 500L와 각종 청소도구가 실렸다. 백 씨와 동료들이 향한 곳은 버스가 쌩쌩 달리는 서울 도심의 버스전용차로. 마지막 버스가 지나면 백 씨의 일이 시작됐다. 백 씨는 정류장 광고판을 비롯해 높이 3m의 지붕 위에 올라가 걸레질을 했다. 지붕 위에서 작업할 때 시속 100km가 넘는 차량이 지나가면 온 몸이 흔들렸다. 그러나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안전장비는 아무것도 없었다. 업무량은 갈수록 늘었다. 불과 4시간 안에 정류장 15곳을 청소해야 했다. 보통 1곳 청소에 15분이 걸리지만 이동거리까지 감안하면 빠듯한 시간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추락 우려가 있는 높이 1.5∼2m 이상에서 작업을 할 경우 반드시 안전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백 씨 등은 회사 측으로부터 어떤 안전장비도 받지 못했다. 더 이상 ‘목숨 걸고’ 일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백 씨와 동료 7명은 2014년 9월 서울시 담당 부서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대기발령과 하청업체 계약 해지에 따른 실직이었다. 지난해 1월 새로운 하청업체가 서울시의 일감을 맡았지만 ‘미운털’이 박힌 백 씨 등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시의 공익 신고창구인 ‘원순씨 핫라인’의 문을 두드렸다. 부실한 안전대책과 함께 하청업체의 협약 위반을 고발한 것이다. 당초 업체는 연간 정류장 청소 7896회, 바닥 청소 774회를 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각 5006회와 16회만 실시했다. 조사를 벌인 서울시는 업체가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결론짓고 협약 준수를 명령했다. 같은 해 4월 백 씨 등 8명의 청소근로자는 서울시 공익제보지원위원회로부터 ‘공익제보자(공익 목적의 내부고발자)’로 인정받았다. 서울시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2013년 8월 ‘공익제보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백 씨 등은 이 조례에 따라 인정된 최초의 공익제보자였다. 서울시는 이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버스중앙차로 청소를 급수차로 변경하는 등 강화된 안전대책을 도입했다. 하청업체의 협약 위반도 ‘부패신고’로 인정받았다. 공익제보지원위는 서울시에 ‘이들의 재취업을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백 씨 등은 마음고생을 끝내고 다시 일터로 향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이들은 해가 바뀐 지금까지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백 씨는 “서울시 고위 관계자가 직접 공공시설 관리 분야의 취업을 돕겠다고 약속했지만 실무자는 단순 취업정보만 알려주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괜히 공익제보를 했다는 후회까지 하는 실정이다. 공익제보자를 위한 서울시 지원 대상이 치료비나 소송비 등 극히 일부에 제한됐기 때문이다. 취업지원 기준도 모호해 오히려 공익제보자 재취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적합한 일자리가 나지 않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지문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 소장은 “현행 서울시 조례는 ‘권고’ 수준이어서 공익제보자 지원에 한계가 있다”며 “취업지원금이나 직업교육이라도 제공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예비 부부들 ‘양재 시민의숲’ 찾은 까닭은?

    새해맞이에 들뜬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숲공원에 남녀 커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밤 12시가 가까울 무렵 공원을 찾은 커플은 40쌍 안팎까지 늘어났다. 이들은 2016년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 바로 1월 1일 오전 1시 반부터 시작되는 야외결혼식장 예약을 위해 모인 것이다. 31일 오전 7시부터 첫 신청자가 오기 시작했고 일부는 텐트까지 동원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퇴근도 미룬 채 현장답사를 실시하고 예약 접수를 했다. 이 덕분에 야외결혼식 예약(주말, 공휴일)은 시작 5일 만에 모두 마감됐고 7일 현재 평일과 예약 대기자 접수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민의숲공원에 야외결혼식장이 문을 연 것은 1986년. 초반에는 1년 내내 고작 10여 건의 결혼식만 치러졌다. 그러나 2014년 낡은 시설물을 철거하고 이용자들이 원하는 대로 시설을 활용할 수 있게 하면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2015년 한 해에만 67쌍이 결혼식을 올렸고 올해는 벌써 123건이 예약됐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1일 1예식’. 다른 예식장처럼 다음 결혼식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 결혼식장에는 주례단상과 행진 게이트, 장식용 기둥, 신부대기실로 쓰이는 퍼걸러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임대료는 물론이고 패키지 강매도 없다. ‘붕어빵 예식’을 원하지 않는 요즘 커플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주차는 인근 윤봉길의사기념관 주차장이나 공영주차장(유료)을 이용하면 된다. 연중 휴일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자세한 내용은 시민의숲공원 관리사무소(02-578-7089)로 문의하면 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애 낳는다니 해고? 이렇게 대처하세요”

    2014년 12월 31일 서울직장맘지원센터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4개월 뒤면 출산인데 제가 정리해고 대상이래요.” 이듬해 3월경 출산휴가를 계획하고 있던 직장맘 A 씨의 전화였다. 해고 통보를 구두로 받았다는 A 씨의 말에 센터 측은 ‘계속 회사에 나가 본인의 출근 의사를 명확히 밝히라’고 조언했다. 그 후 상사의 면담 요청, 보직 대기 발령을 받을 때마다 A 씨는 상담을 요청했다. 그때마다 센터 측은 “회사의 의사를 먼저 듣고 생각한 뒤 답변하겠다고 해라”, “연차휴가와 출산휴가를 최대한 빨리 사용하고 2월 한 달만 기다려라”는 등 구체적으로 조언했다. 5차례의 상담을 거친 끝에 A 씨는 해고 위기를 면하고 3월 출산휴가를 받았다. A 씨처럼 ‘직장맘’들의 고민은 대부분 출산과 육아 문제였다. 6일 서울직장맘지원센터에 따르면 2014년 10월부터 1년간 있었던 상담 2529건 가운데 1820건(72%)이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 휴직에 관한 것이었다. 직장맘지원센터는 1년간 진행된 상담 내용을 분석한 ‘서울시 직장맘 종합상담사례집’을 발간했다. 직장맘이 참고할 수 있도록 A 씨처럼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 외에도 해고를 권고사직으로 바꾸려는 사업주와의 갈등 사례,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고 폭언을 한 직장 상사로 인해 심리적 불안을 겪은 사례와 대처 요령을 담고 있다. 직장맘지원센터 홈페이지(workingmom.or.kr)를 통해 신청하면 선착순으로 받아 볼 수 있으며 내려받기도 가능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생태요리방이 된 골프장 클럽하우스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여가센터를 찾은 어린이들이 ‘맛있는 생태요리방’에 들어서며 외쳤다. “개구리다!” 요리교실 선생님 임효정 씨(30·여)는 “개구리가 아니라 월드컵공원에 살고 있는 맹꽁이예요”라고 바로잡았다. 월드컵공원을 가족과 자주 찾았다는 노하준 군(6)이 “저도 ‘맹꽁이차’ 타봤어요”라고 반갑게 이야기했다. 자리에 앉은 어린이 16명은 곧 임 씨의 설명에 따라 ‘상투과자’를 만드는 데 빠져들었다. 상투과자는 강낭콩 앙금에 녹차 백련초 아몬드 단호박 가루로 색을 내고 상투 모양으로 만들어 구운 달콤한 쿠키다. 노을여가센터는 3개월 전만 해도 방치된 골프장 클럽하우스였다. 난지도 골프장이 운영될 때 매점과 샤워실로 이용되던 공간이지만 2008년 녹지를 시민에게 돌려달라는 여론에 따라 공원화되면서 쓸모가 없어졌다. 이후 건물 일부만이 공원 내 이동수단인 ‘맹꽁이차’ 차량 기지 및 사무실로 이용됐다. 그런 클럽하우스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방치된 공간을 ‘베를린 여가·휴가센터(FEZ)’와 같은 휴식공간으로 만들자는 의견에 따라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수차례의 자문회의를 거쳐 난지도 위에 세워진 월드컵공원이 생태복원의 상징인 만큼 ‘생태교육’과 ‘오감체험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매점은 요리체험 공간으로, 탈의실과 샤워실은 비누와 향초를 만드는 환경공방으로 탈바꿈했다. 평일 오전 1회, 주말 오전·오후 2회에 걸쳐 생태요리교실과 환경공방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다. 생태요리교실은 공원에서 자란 농작물과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피자, 상투과자, 컵떡 만들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환경공방에서는 공원에서 나오는 나뭇가지와 열매를 활용해 책상 스탠드와 천연 비누, 화장품, 양초를 만든다. 센터 관계자는 “2주 전부터 예약이 되는데 주말은 1월 둘째 주까지 꽉 찼다. 인근 지역뿐 아니라 강남에서도 가족 단위로 찾아오고 아이를 데려오는 아빠들도 많다”고 했다. 고사리손으로 만든 갖가지 모양의 상투과자를 든 어린이들은 신나서 재잘대며 노을여가센터를 나섰다. 과자를 맛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남혜리 양(6)은 “집에 가져가서 엄마랑 나눠 먹을래요”라고 했다. 이옥영 공덕삼성어린이집 원장(56·여)은 “같은 프로그램을 사설 업체에서 하면 1인당 1만원인 데 비해 훨씬 저렴하고 손으로 직접 만드는 체험활동이라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센터 관계자는 “앞으로는 어린이뿐 아니라 노인이나 장애인 복지관에서도 단체로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2월부터는 성인도 즐길 수 있는 명상 프로그램이 추가로 운영된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클릭하면 개성만점 책방이 주르르∼

    2014년 서울 지하철 7호선 논현역 8번 출구 근처에 서점이 문을 열었다. 강남구에 서점이 새로 들어서기는 20년 만에 처음이다. 서점의 이름은 ‘북티크’.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특이하게 이곳에서는 술도 판매한다. 또 금요일마다 ‘불금 심야 서점’이 열려 책 읽기 행사도 진행된다. 은평구의 ‘프레드릭 맛있는 그림 레스토랑’은 식당이 아니다. 이곳은 그림책 전문 서점이다. 또 마포구의 ‘프렌테’는 음반과 함께 음악 관련 서적을 파는 곳이다. 이처럼 톡톡 튀는 개성을 가진 동네 서점이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러나 별다른 광고도 없어 개인 블로그의 후기나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동네 서점 지도’가 등장하면서 동네 서점을 찾는 이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정보기술(IT) 업체인 퍼니플랜이 지난해 8월 선보인 정보 서비스다. ‘함께 만드는 #동네서점지도’라는 제목의 서비스는 서울시내 동네 서점 50여 곳의 위치 정보를 구글 지도에 옮긴 것이다. 동네 서점 애호가들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전국 서점 100여 곳의 정보가 수록돼 있다. 동네 서점의 특색을 살려 술을 판매하는 북티크는 와인잔으로, 그림책 전문 서점인 프레드릭은 팔레트로, 프렌테는 음표로 각각 지도에 표시된다. 임시로 문을 닫은 서점은 느낌표가 그려진 빨간 삼각형으로 표시된다. 정보 제공 대상은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거나 지역적 특색을 살린 동네 서점만 해당된다. 대형 서점은 제외된다. 남창우 퍼니플랜 대표(43)는 “‘서울의 동네 서점을 찾을 수 있는 지도가 있느냐’는 일본 독립 출판물 관계자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 지도를 개발했다”며 “외국인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글 지도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박종원 북티크 대표(33)는 “처음 심야 서점을 기획했을 때 사람이 얼마나 올지 걱정했는데 20명 가까이 모여 놀랐다”며 “동네 서점 지도를 통해 더 다양한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퍼니플랜은 지난해 12월부터 포털사이트에 동네 서점 이야기를 연재하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위한 비용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남 대표는 “지도를 제작하면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앱을 통해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애서가들이 동네 서점을 손쉽게 찾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00점 맞을게요” “아빠는 담배 끊을게” 가족행복 약속

    붉은 원숭이의 해가 밝았다. ‘붉은색은 행운과 부를 상징한다’거나 ‘원숭이는 재치와 지혜를 상징한다’는 등의 갖가지 해석이 쏟아진다. 하지만 달력 한 장이 넘어간다고, 하루가 지났다고 갑자기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거창한 의미 부여 대신 새해를 맞은 원숭이띠들의 소망을 들어봤다. ‘좋아하는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초등학생부터 ‘30년간 운영해 온 정육점을 계속하고 싶다’는 60대까지. ‘소확행(小確幸)’,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이야기하는 원숭이띠들의 마음이 이미 2016년 새해를 가슴 뛰고 설레는 날로 만들고 있다. 올해로 학교에서 가장 높은 학년이 되는 경기 군포 태을초등학교 5학년 1반 어린이 20명의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담임 정철수 선생님이 나눠준 종이에 어린이들은 또박또박 소망을 적어 나갔다.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는 모범 답안부터 ‘인피니트 콘서트 티켓을 갖고 싶다’는 대답까지. 20가지의 다양한 소망들이 쏟아진 가운데 정서현 양(12)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올백’을 맞고 싶다”고 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아이스크림을 배터지게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새해 만나게 될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소망을 이야기한 어린이도 많았다. 이윤서 양(12)은 “좋아하는 친구와 6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무서운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어린이도 있었다. 조예원 양은 “우리 가족과 내 친구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해 선생님을 감동시켰다. 사회인이 되기 위한 마무리 과정을 밟고 있는 20대들은 ‘도전’이 잘되길 바랐다. 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인 김대원 씨(24)는 올해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나 인턴을 가려고 계획 중이다. 김 씨는 “인생의 큰 도전이어서 낯설다”면서도 “농구를 좋아해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꼭 직접 관람하고 싶다”고 했다. 취업준비생인 정새미 씨(24·여)는 2015년 인턴을 하면서 체력의 한계를 느껴 시작하게 된 수영을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정 씨는 “2016년에 아마추어 수영대회를 나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위성주 씨(24)는 “진로, 가족, 연애 이 세 가지만 잘됐으면 좋겠다”며 “대학원 입학시험을 잘 치렀으면 좋겠고 지난주 입대한 동생이 훈련을 씩씩하게 마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1980년생 원숭이띠들은 어린 자녀들을 두고 있거나 출산을 계획하고 있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올해로 결혼 3년 차를 맞는 장경희 씨(36)는 “저와 같은 원숭이띠의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혜진 씨(36·여)는 네 살배기 아들과 두 살배기 딸을 돌보기 위해 신청한 육아휴직이 끝나 올해 복직하게 된다. 이 씨는 “비록 일을 쉬었지만 업무 공백 없이 잘 적응하는 것이 첫 번째 소원이지만 가끔은 가족과 함께 여행도 다닐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했다. LG전자의 모바일 기획 분야에서 근무하는 곽윤선 씨(36·여)는 진급을 새해 소망으로 꼽았다. 곽 씨는 “모바일과 웹 분야는 계속해서 발전해가는 만큼 뒤처지지 않도록 공부해서 일로 성공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1968년생 원숭이띠들은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직접 겪은 세대다. 홍승준 씨(48)는 “요즘 TV에 나오는 1988년 풍경에 무척 공감한다. 그때 내가 사는 울산에서도 노동운동이 가장 활발했다”며 “이제는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세련된 만큼 ‘나’를 찾는 것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홍 씨는 평소 커피 제조와 사진 촬영, 시 쓰기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했다. 홍 씨는 “중학교 2학년인 작은딸이 ‘반에서 1등하면 담배를 끊어 달라’며 압박이 심해 지난해 초부터 담배를 끊었다. 오래전 금연 실패 경험이 있는데 올해는 부디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용민 씨(48·여)는 자신이 조직한 협동조합 동아리의 수익 창출을 새해 소망으로 꼽았다. 조 씨는 “청소년 진로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주부들과 조직한 ‘북서울신협 협동조합교육 동아리’에서 올해부터 도봉구의 청소년들에게 직접 진로 교육을 해줄 계획”이라며 “우리 조직이 수익도 내고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를 더 창출하는 곳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로 환갑을 맞는 1956년생들은 자녀의 취업과 결혼 걱정이 앞섰다. 박상호 씨(60)는 “무엇보다 경제가 좋아져서 자식들의 취업이 잘되고 또 결혼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 요즘 세대들은 고생 없이 자랐는데 미래가 암울하다는 말이 많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도심인생이모작센터에서 자서전 쓰기 강의를 하는 장영희 씨(60·여)는 “올해 두 번째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장 씨는 지난해 11월 24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또래 베이비부머 17명과 함께 책을 만들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6-0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CCTV 앞에서만 쓰레기 안버릴 건가요

    24일 오전 11시경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 근처 골목.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한 ‘스마트 경고판’에 취재진이 접근하자 “폐쇄회로(CC)TV 녹화 중입니다. 쓰레기를 다시 가져가세요. 무단투기 적발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라는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지나던 주민까지 소리를 듣고 경고판을 바라봤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이곳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지금은 쓰레기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깨끗해졌다. 도봉구 관계자는 “올해 8월부터 스마트 경고판 10대를 설치했는데 단순 촬영만 하는 CCTV보다 효과가 좋다”고 했다. 서울 중구도 47곳에 스마트 경고판을 운영 중이다. 회현동 주택가의 한 슈퍼마켓 앞도 쓰레기 무단투기가 심각했다. 주민 임미자 씨(52·여)는 “누군가 박스를 버리면 그 위에 또 다른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고, 그러다 폐지 수집하는 분들이 박스만 가져가면 쓰레기가 여기저기 떨어져 지저분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고판 근처만 가도 소리가 나니까 쓰레기를 거의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스마트 경고판 설치 외에도 벽화를 그리거나 전봇대 옆 그물망을 설치하는 등 각 지자체는 쓰레기 무단투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 경고판 설치비용은 하나에 약 200만 원. 하지만 중구의 한 주민은 “경고판이 설치된 곳은 쓰레기가 없지만 인적이 드문 뒷골목에는 여전히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감시나 단속보다 ‘시민 의식 개선’을 통해 무단투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때만 공공질서를 지키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박희봉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동체의 이익이 곧 나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며 “그런 의식이 우리 사회에 퍼져 있다면 쓰레기 투기가 곧 나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자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CCTV나 경고판 설치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왜 세금을 들여 이런 것을 설치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시민의식 교육도 병행해야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12-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너 소사이어티 1000번째 회원 탄생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1000번째 회원이 탄생했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심 대한노인회장(76·사진)이 서울 중구 모금회 사무실에서 5년 내 1억 원 기부를 약정해 아너 소사이어티 1000호로 등록됐다고 29일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약정식에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시니어, 세대 갈등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노인의 모습을 보여 주고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전하고 싶어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기부금은 모금회를 통해 미래 세대 육성 및 노인 의료 취약 계층 지원 사업에 절반씩 사용될 예정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2007년 12월 시작해 올해 팝페라 테너 임형주 씨가 800호 회원, 길광준 미8군 제1지역 사령부 민사처장이 900호 회원으로 가입했다. 2008년에는 가입자가 6명에 그쳤지만 2012년 126명, 작년 272명, 올해 290명이 가입해 8년 만에 1000호 회원을 맞았다. 현재까지 모금회의 누적 기부 금액은 1087억 원이다. 허동수 공동모금회장은 “이번 1000호 회원 가입이 우리 사회가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이자 추운 겨울 푸근한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12-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징용자 쪽방, 재개발로 사라질판… 지명 ‘삼릉’ 유래도 몰라

    흙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았다. 흙벽 위로 벽지를 발랐지만, 벽지까지도 빛바래 찢겨 나간 곳이 많았다. 28일 김현석 부평역사박물관 학술조사전문위원과 함께 찾은 인천 부평구 부평2동. 1940년대에는 ‘미쓰비시(三菱) 마을’ 또는 ‘삼릉’(미쓰비시를 한자 음으로 읽은 것)이라 불린 사택(社宅) 일부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미쓰비시는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공식 확인한 일본 전범 기업 103곳 중 하나다. 사택들은 한 채, 한 채 독립적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일곱 채가 나란히 벽을 맞대고 있었다. 지붕 하나가 일곱 채 위에 얹혀 있는 형태였다. 그 끝에는 공용으로 쓰는 화장실이 붙어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현재 이곳에 남아 있는 사택은 총 87채. 일본이 군수물자를 한창 만들어 내던 1940년대와 비교하면 10%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미쓰비시에는 조선인 1000여 명이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안에 들어가 보니 성인 걸음으로 다섯 걸음이면 방 끝에서 끝까지 다다랐다. 노동자 4, 5명이 모여 살기에는 너무 비좁아 보였다. 현 주민들은 동네 이름을 여전히 ‘삼릉’이라고 불렀지만, 어떤 용도로 이 사택이 생겼는지 잘 몰랐다. 주민도 20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6·25전쟁 때 북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60여 년을 살아온 박모 씨(87·여)는 “옛날에 여기 살던 사람들은 다 사라졌는데 일본말을 많이 썼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사택에 살진 않았지만 남편이 미쓰비시에서 2년간 일했다고 밝힌 장가란 씨(86·여)는 “공장 노동자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했는데 1년 내내 휴가란 건 없었다”고 회고했다. 김 전문위원은 “일단 공장에 들어오면 자발적으로 그만둘 수 없었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택은 올해 3월 부평구 주거 개선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됐다. 정혜경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 조사1과장은 “한 채만이라도 상징적 의미로 남기거나 표지를 세워서 이 장소의 의미를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민지 조선 청년들은 중국과 인접한 데다 항만 시설까지 갖춘 인천으로 끌려와 군수물자 생산에 동원됐다. 1939년 인천에는 남한 최대 군수공장인 인천육군조병창이 들어서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밥 세 끼를 먹을 수 있는 등 해외로 끌려간 사람들보다는 나은 대우를 받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일본군 위안부나 해외 강제 징용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삼릉 근처 소화여학교에 다니던 조선인 여학생들은 1940년부터는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미쓰비시나 조병창에 취업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조병창은 1953년 이후 미군 군수지원사령부(일명 캠프마켓)로 바뀌었다. 이날 찾은 충북 영동군 매천리 역시 과거에는 탄약을 저장한 땅굴이었다. 장시용 매천리 이장은 “매천리에는 167개 이상의 토굴이 있었지만 무너져 막힌 것을 제외하면 100여 개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동굴은 와인 저장고로 사용되면서 코레일이 운영하는 와인 열차 관광 코스가 됐다. 폭 3∼4m, 길이 56m로 굽은 동굴에 와인 약 5만 병과 와인 오크통 35개가 보관돼 있다. 장 씨는 “우리 할아버지도 토굴 만드는 데 끌려갔는데 영동체육관 앞쪽 공터에 집단 주거지가 형성돼 그곳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토굴을 만들었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1999년 이곳에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사실을 적은 표지판을 세웠지만, 관광객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와인에 더 쏠렸다. 그나마 남아 있는 매천리 동굴은 다행스러운 편이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궁산터널’은 1940년대 굴착한 군사 시설물이지만 역사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원형을 심하게 훼손했다. 그마저도 개장이 여의치 않자 2010년 결국 폐쇄했다.인천=김재형 monami@donga.com / 영동=김민 기자}

    • 2015-12-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시청 공무원 투신 사망…시 관계자 “자살 징후 없었다”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시청 공무원이 추락해 사망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시청 직원이 투신한 데 이어 4일 만이다.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28일 오후 4시경 서울시 7급 직원 이모 씨(40)가 서소문청사 1동과 3동 사이 바닥에서 발견됐다. 청원경찰 신고로 119구급차가 출동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이 씨가 사무실에서 비상구로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주변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유서 등 사망 원인을 밝힐만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씨는 올 1월 채용된 신입 직원이다. 급여 관련 업무를 맡다가 최근 계약부서로 업무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인사담당자와의 상담에서 부서 변경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평소 말이 없는 성격이었지만 오늘도 직원들과 점심을 먹는 등 자살 징후라고 볼만한 행동은 없었다”며 “가족과 불화나 직원간 불화에 대해서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24일에는 역시 서소문별관에서 대기관리과 직원 A 씨(48)가 사무실에서 떨어져 숨졌다. A 씨 유족은 사망 원인으로 인사이동에 따른 스트레스를 제기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 2015-12-28
    • 좋아요
    • 코멘트
  • ‘노인매너’에 대한 어르신들 생각은

    《 노인 세대 대상 심층 인터뷰를 통해 ‘매너 노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었다. 마음은 매너를 지키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81세 할머니는 “다리가 아픈 우리는 뿌리 없는 나무다. 잠시라도 앉지 않으면 힘들다”고, 팔순 할아버지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목소리를 크게 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장유유서가 제1의 가치인 줄만 알았지 21세기 ‘매너 노인’ 교육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노인층도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맞춰야겠지만 젊은 세대도 노인 세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 10월 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에서 경기 의정부시로 향하는 지하철 1호선 열차. 노약자석이 가득 찬 상태에서 한 노인이 일반석에 앉은 20대 남성의 머리를 우산으로 내리쳤다. 머리를 맞은 최모 씨(22)는 그 자리에서 노인 이모 씨(73)를 경찰에 신고했고 이 씨는 동묘앞 역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자리를 양보 안 하는 젊은것이 싸가지가 없어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하철에 “어른이 서 있으면 자리를 양보해야지”라고 고함치다 최 씨가 쳐다보자 “뭘 째려보느냐”며 우산으로 때렸다. 최 씨는 이런 이 씨의 폭행에 대응하지 않고 바로 신고했고 합의도 해주지 않았다. 결국 이 씨는 폭행 혐의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는 ‘싸가지 없는 젊은것은 때려도 된다’고 보는 노인 세대의 가치관과 오히려 이런 생각이 문제라고 보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본보 취재진은 노인과 전문가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노인들은 매너 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고 살아온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연령이 권위를 갖는 시대가 지났는데도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식이 갈등을 만들고 있다며 젊은 세대도 노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몸이 말을 안 들어서 그렇다니까…”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관악구 강남구 일대에서 노인 35명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부분 매너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 낯설다고 털어놓았다. 이기범 씨(77)는 “어른들을 공경하라는 말만 들었지 줄서기처럼 서양식 교육은 따로 받아본 적이 없다”며 “할아버지들은 밖에 많이 나갈 일도 없으니 배울 필요를 못 느낀다”고 했다. 손인철 씨(80)는 “예전 교육에선 윗사람이 항상 먼저였는데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노인들은 배려하지 않고 다 일렬로 서 버리는 게 질서라고 한다. 평생 장유유서로 예절교육을 배운 노인들에겐 그런 게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신체적 제약 때문에 젊은이들을 배려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모 씨(81·여)는 “우리들은 뿌리 없는 나무다. 할머니들 중에 다리수술 안 한 사람이 있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서 있으면 쓰러질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김옥심 씨(84·여)도 “내가 봐도 할머니들이 막 제치고 앞서 나가려 할 땐 민망하지만 나이가 들면 나도 모르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고 했다.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말을 한다는 지적에 대해 김형인 씨(80)는 “귀가 먹어 이야기를 크게 할 수밖에 없는데 젊은 사람들이 핀잔을 주는 것 같아 슬프다”고 했다. “물건을 사러 가도 잘 설명해주지 않고 자기들 하는 식으로 해버리니까 자책감과 소외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살아온 환경이 달라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영숙 씨(81·여)는 “옛날엔 못 먹고 살았으니 무조건 빨리 가야 먹을 것도 가져올 수 있었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빨리빨리’ 근성이 남아 있다”고 했다. 박면종 씨(77)도 “전쟁 때 애를 많이 낳아 형제가 많다 보니 뺏기는 걸 싫어한다”며 “그러다 보니 행동도 빨라지고 자리 하나라도 남으면 먼저 앉으려고 한다”고 했다. 굴곡진 현대사를 겪은 노인들이 보상심리 때문에 난폭한 행동을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현규 씨(85)는 “6·25전쟁, 월남전에 다 참전하고 대동아전쟁까지 겪었다”며 “내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건국한 국가유공자”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며 “그것만으로 예우를 받으려는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했다. 노인부터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용혁 씨(75)는 예의범절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요즘 시대에 줄을 서서 공공장소에 들어가는 게 예의라면 따라야 한다. 노인들도 젊은 시절이 있지 않았나”라고 했다. ○ 부모와 생활한 젊은 세대… 노인 이해 노력해야 전문가들은 핵가족화로 젊은 세대가 개인주의적 성향을 갖게 됐지만 노인들은 주로 대가족을 이루며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부모와 떨어져 생활한 젊은 세대들이 노인의 가치관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와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여론조사에서도 가족 구성이 2대인 응답자의 58%가 우리 사회의 노인 세대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본 반면 3대 이상이 함께 사는 대가족 구성원은 52.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인의 능력과 역량으로 개인적 가치관이 중시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나이가 많든 적든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하는 존재”라고 했다. 이는 사회가 진보하면서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노인들은 나이를 기준으로 무조건 복종하라고 하고, 젊은 세대는 이를 이해하기 전에 반발심을 앞세운다는 것이다. 존댓말이 없는 영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연장자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경향도 있다. 서양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화하고 싶지만 단어 하나만 잘못 써도 “어른 앞에서 말버르장머리하고는…”이란 말을 쉽게 듣는 풍조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과거의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노인들은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김형래 시니어 파트너즈 상무는 “이 세대를 자기가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이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일부 노인들이 권위적 행동으로 보상받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결론은 세대 간 서로를 이해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자는 것이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교통 노약자석을 젊은 세대는 ‘사회적인 선의’라고 생각하지만 노인들은 ‘당위’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사회질서에 대해 세대 간 합의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젊은 세대가 다른 연령보다 유독 노인이 튀는 행동을 했을 때 부정적 태도를 갖는 측면이 있다”며 “시니어 매너 교육도 좋은 시도지만 젊은 세대에도 노인에 대해 이해를 증진시키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민 kimmin@donga.com·박훈상 기자}

    • 2015-1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젊은이도 힘든데 앉아가야지”… 배려가 양보로 돌아와

    “가끔 보면 나이가 벼슬인 줄 아는 어른이 있어요. 사회에서 만나면 그냥 개인 대 개인일 뿐이죠. 서로 존중할 필요가 있는데 나이 든 분이 초면인데도 함부로 대하고 반말하고. 꼰대가 아닌 어른이 필요한 사회입니다.”(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 동아일보는 10월부터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와 함께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메조미디어는 젊은 세대가 주로 쓰는 다음아고라, 오늘의유머 등 11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151만5243건을 분석하고 할머니, 늙은이, 꼰대, 노슬아치(노인+벼슬아치) 등 노인 세대를 지칭하는 키워드 34개를 선정했다. 이를 이용해 노인 세대에 대한 생각을 밝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 83만3374건을 통해 젊은 세대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노인 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 표출이 45%로 긍정적인 의견(16%)보다 많았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대중교통과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았다.○ 세대 간 전쟁터 ‘지하철 1호선’ 대중교통 중에서도 서울 지하철 1호선을 언급한 것이 가장 많았다. 올해 지하철 1호선 노인(65세 이상) 승차 비율은 19%로 다른 노선(8∼13%)보다 높았다. SNS에서 1호선은 ‘노인전용선’ ‘어르신 천국’ ‘앉을 확률 0%’ ‘헬게이트’ 등으로 불린다. “1호선을 타보면 어르신 보는 눈이 달라진다. 노인 세대에 대한 혐오가 생길 정도”라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3일 하루 지하철 1호선을 타보니 다른 승객을 배려하지 않는 노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오후 2시경 청량리역을 출발한 지하철 객차 안은 파 냄새가 진동했다. 노약자석에 앉은 70대 할머니 2명은 커다란 검은 봉지에서 대파를 꺼내 다듬기 시작했다. 대파에서 떨어진 흙 때문에 바닥이 더러워졌다. 젊은 승객이 할머니를 향해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할머니는 “뭐 할머니들이 잠깐 그럴 수도 있지”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서울역을 출발한 지하철 안에선 여기저기 신발을 벗고 있는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노약자석에서 등산복 차림의 70대 할아버지는 “발이 시리다”며 등산화를 벗고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비슷한 연령의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이 모습을 본 임신 3개월 차 김모 씨(32)는 “공공장소에서 신발 벗고 있는 모습이 불편하다”며 일반석 쪽으로 옮겨가 서 있었다. 지하철 1호선을 담당하는 한 보안관은 “장애인 휠체어 구역에서 돗자리를 펴고 여럿이 술을 마시고, 다짜고짜 젊은 세대에게 욕하는 노인도 있다”며 “이런 행동을 제지하면 ‘내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 하며 화만 낼 뿐 고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자리 양보 문제는 1호선의 갈등 요인이다. SNS에서 언급된 갈등 요인 중 33.9%가 자리 양보로 일어난 문제였다. 젊은 세대의 머릿속은 “노약자석이 아니면 자리를 양보해야 할 의무가 없다. 노약자석도 노인만 앉는 자리가 아니라 임산부, 환자, 어린이 같은 약자도 함께 앉는 자리다”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 중심의 농촌공동체를 기억하는 노인 세대와 공공질서를 중시하며 도시에서 자란 젊은 세대 간의 생애경험이 극단적으로 갈리면서 충돌이 벌어진다”며 “압축성장 속에 급속히 가치관이 변하며 세대 간 접점이 벌어진 것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76)은 자리 양보 문제를 풀 해법을 노인 세대에 제시했다. 일반석뿐 아니라 노약자석에 젊은 세대가 앉아 있더라도 그들도 속사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하라는 것이다. “젊은이의 눈을 마주 보고 양보를 강요하면 젊은 세대는 무시하듯 눈을 감아요. 이러면 노인 세대는 눈을 뜨라고 손이나 발로 툭 치는데 이러면서 갈등이 커집니다. 이젠 노인 세대도 젊은 세대의 처지를 먼저 잘 헤아리고 존중해야 대접받을 수 있어요.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 대접받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존댓말 쓰는 노인에게 감동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의 한 패스트푸드점. 이곳은 커피나 식사를 싸게 즐기려는 노인이 많이 찾아 ‘도심 경로당’으로 불린다. 그 시간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손님 44명 중 33명이 노인 세대였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젊은 세대인 아르바이트생에게 존댓말을 쓰는 노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계산대에서 주문하는 노인 30명 중 23명이 반말로 주문했다. “콜라 석 잔 줘” “물 좀 줘” “커피 한 개” 등 명령하듯 반말로 주문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은 일상이 됐다. 현장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들은 “‘야야’ ‘어이’라고 불러 가보면 테이블 좀 치우라는 명령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SNS에서도 “노인은 왜 반말이 자동탑재인가” “초면인데도 반말하고 ‘어이’ ‘이봐’라고 부르는 진상 노인이 많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실제로 노인 세대의 대화법에 대한 SNS 게시글 중 반말(74.7%)이 존댓말(25.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명령조의 반말을 고집하는 대다수 노인 사이에서 존댓말 쓰는 노인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존경심은 매우 컸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김모 씨는 “존댓말로 메뉴를 주문하는 노인을 만나면 존중받는 기분이 들어서 무척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SNS에서도 “알바하면서 존댓말을 쓰던 어르신을 딱 한 분 만났는데 고마워서 잊을 수 없다” “나이 어리다고 다짜고짜 반말 듣는 게 너무 당연했는데, 존댓말로 길을 묻는 할아버지를 만난 일은 감동으로 남았다”는 글이 올라온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존댓말로 메뉴를 주문한 이모 씨(76·여)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예의다. 대접을 받고 못 받고는 어른 하기 나름이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 갈등 해결의 실마리로는 존댓말이 꼽힌다. 설득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영석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초면에 반말 듣는 일을 싫어해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존댓말을 써 준다면 노인 세대가 젊은 세대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사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영환 대한노인회 정책이사(55)는 “노인 세대는 존중받아야 할 우리 사회의 어르신이지만 이젠 젊은 세대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젊은 세대가 나이를 근거로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가장 싫어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노인의 기준, 법으론 65세 국민은 “67세” ▼ “70~74세” 44%로 가장 많아… ‘60대=노인’ 지칭 갈수록 줄어 한국인은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생각할까.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 결과의 평균치는 67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고 있어, 사회적인 인식 연령이 행정적 기준보다 더 높았다. 법적으로 각종 경로 우대 혜택이 제공되는 나이는 만 65세다. 대표적 혜택인 대중교통 무임승차도 만 65세부터 혜택이 주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고령사회를 분류하는 기준도 65세. 하지만 대한노인회가 5월 정기이사회에서 노인 기준연령을 70세로 올리자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뒤부터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만 13세 이상 국민 1000명 중 70∼74세가 노인의 기준이라고 답한 사람이 44%로 가장 많았다. 65∼69세라고 답한 의견이 30.3%로 그 뒤를 이었다.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노인을 언급한 83만3374건의 글에서 노인을 ‘60대’라고 지칭하는 사례는 줄어드는 반면 ‘70대 노인’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점점 늘어났다. 2013년 게시글 중 60대를 노인이라 표현한 것은 48.6%, 70대는 20.1%였다. 하지만 이 비중은 2014년 42.1% 대 31%로, 70대가 노인이라는 비중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SNS 분석을 통해 드러난 노인의 외모는 ‘흰머리’에 ‘등산복’이나 ‘정장’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었다. 외모에 대해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한 단어는 흰머리(25%) 등산복(16.4%) 지팡이(15.4%) 정장(15.1%) 주름 한복 순.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가 손을 꼭 붙잡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거나 “정장을 잘 차려입은 노인의 모습이 정말 멋있다”는 의견을 SNS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5-1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