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휠체어 탄 채 놀이기구 즐겨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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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과 함께 어울리는… 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 놀이터 개장

13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 놀이터’에서 휠체어를 탄 어린이가 경사로를 이용해 미끄럼틀로 올라가고 있다. 한 어린이는 안전벨트를 맬 수 있는 ‘카시트 그네’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아래 사진). 서울시 제공
13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 놀이터’에서 휠체어를 탄 어린이가 경사로를 이용해 미끄럼틀로 올라가고 있다. 한 어린이는 안전벨트를 맬 수 있는 ‘카시트 그네’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아래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의 ‘꿈틀꿈틀 놀이터’가 13일 문을 열었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접근하기 힘든 턱과 계단을 줄이고 공간을 넓힌 ‘무장애통합놀이터’다. 장애아동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놀이터’에 비장애아동들도 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통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놀이터는 장애아동 부모와 특수교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참여 디자인’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지난해 6월부터 놀이터 디자인에 참여한 장현아 씨(49)는 발달장애를 겪는 이종민 군(16)의 어머니이자 함께가는마포장애인부모회 회장이다. 장 씨는 “예전엔 놀이터에 가면 식은땀부터 났다”고 털어놨다. 다른 아이들이 순서를 기다리는데 아이가 빨리 가지 못해 따가운 시선이라도 받으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 씨는 간담회도 참석하고, 행동 분석을 위해 놀이터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관찰하며 ‘우리가 가도 돼?’라는 불안이 ‘우리도 즐거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학교처럼 딱딱한 공간을 벗어나니 다른 아이들이 쉽게 다가와 말을 걸었고, 자연스레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장 씨는 “기구 중심의 놀이터 대신 장애는 물론이고 나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꿈틀꿈틀 놀이터는 기존 공원 내 ‘오즈의 마법사 놀이터’(2800m²)를 리모델링했다. 바닥과 같은 높이의 회전 놀이대, 경사로로 올라가 미끄럼틀을 탈 수 있는 조합 놀이대,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 있는 카시트 그네 등이 있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탑승한 채로 놀이기구를 탈 수 있고 몸을 가누기 힘든 아동들도 그네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조합 놀이대의 경사로는 길게 만들어 여유롭게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바구니로 만든 그네는 여러 명이 함께 탈 수 있다.

놀이터 조성에 참여한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관계자는 “장애아동만을 위해 만든 기존 놀이터와 달리 ‘편견 없는 놀이터’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놀이터를 통해 장애·비장애아동들이 격리된 채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는 현상을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아름다운재단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대웅제약, 서울시설공단이 협력한 이번 놀이터 제작 과정은 추후에 다른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로 만들 계획이다.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는 “꿈틀꿈틀 놀이터의 모델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놀이터가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휠체어#놀이기구#어린이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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