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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이 나를 ‘호출’했다.” 지난해 대선 판도를 끝까지 흔들었던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는 대선 날 출국했고 그가 지원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졌다. 안철수 바람도 멈췄다. 9일 밤 본보 기자들과 만난 전직 고위관료 A 씨는 안철수가 ‘호출’한 사람이다. 안철수의 요청을 거절 못하고 캠프에 합류했다. A 씨는 “그에게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지향하는 나 같은 중도세력도 현실정치 세력이 될 수 있다는 꿈을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A 씨는 안철수의 후보직 사퇴에 오열하고, 단일 후보로서 지원했던 문재인의 패배에 절망하고, 대선 패배에도 정신 못 차리는 민주당에 분노했다. 3시간 넘게 토로한 그의 희망과 기대, 좌절과 분노를 그의 목소리로 정리했다. 》안 후보와 나는 생면부지다. 만나 본 적이 없다. 지난해 8월 어느 날 나에게 e메일을 보내 ‘찾아뵙고 싶다’고 했다. 대선 출마 선언(9월 19일) 한 달 전쯤이었다. 내 사무실에서 만났다.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저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사라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야당의 패배로 저에 대한 국민의 압력과 지지가 더 커졌습니다. 마치 호출당하는 느낌입니다.”(안 후보) 많은 얘기를 나눴다. ‘기존 정치, 경제 시스템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 그 시스템이 제대로 됐다면 고통받지 않았을 사람들의 아픔을 안 후보는 느끼고 있구나’라는 진심과 진정성이 전해져 왔다. 그가 내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안 후보의 정치가로서의 자질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는 이상주의적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기존 현실정치, 정치공학적 시각으로 본다면 그는 분명 아마추어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국민이 그를 지지했던 것 아닌가. 문재인 후보가 후보 단일화 TV 토론(11월 21일)에서 “안 후보의 대북정책이 이명박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공격했다. 안 후보는 배신감 같은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를 포함해 캠프 참모들도 경제, 외교안보 분야의 공격거리, 그것도 문 후보가 꼼짝 못할 내용들을 많이 보고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함께 손잡고 나가야 할 사람인데 그렇게까지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11월 23일) 안 후보가 후보 사퇴 직전 참모들을 불렀다. “사퇴를 선언해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이 길밖에는 국민의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안 후보는 감정이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 원래 상당히 쿨(cool)한 사람인데…. 자세한 이유를 물어볼 수 없었다. 안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을 들으면서 ‘내가 왜 캠프에 합류했는지’를 다시 생각했다. 나는 ‘내정(內政)은 진보, 외정(外政)은 보수’인 사람이다. 한국 정치판에서 중도로 불리는 사람이다. 지금까지의 대선은 나 같은 사람들이 항상 (좌우) 양쪽으로부터, 마음에 안 들지만 선택을 강요받아 왔다. 안 후보를 통해 처음으로 나 같은 사람들도 현실적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고, 한국 사회를 보다 더 균형 잡히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꿈과 환상을 갖게 됐다. 그런데 그 환상이 깨졌다. 회견을 마친 안 후보와 포옹했는데 그와 몸이 떨어지는 순간, 그런 감정이 욱 올라왔다. 힘주어 다시 그를 안았다. 복받쳤다. 캠프 내에서 나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권력 분산과 견제 메커니즘을 세워 나가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갔다. 권력이 집중되고 검찰 등이 권력 수단으로 활용됐다. 박근혜가 (권력을) 잡으면 그런 구조가 그대로 갈 것 같았다. 그것이 위험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선은 졌다. 국민은 정치인들 머리 위에 있었다. 문 후보를 비롯해 그쪽 사람들은 정말 대책 없는 사람들이었다. 박근혜가 민주당 쪽 사람인 김종인까지 끌어들여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해 갈 때 아마추어인 나조차도 ‘야당에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부의 양극화, 세계화의 후유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가장 시급한 이슈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런 중요한 문제를 선점당하고도 ‘어, 어, 어’ 하며 지나갔다. 대책도, 전략도 없었다. ‘민주당(조직)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안철수를 눌러앉히더니 (대선에서는) 지리멸렬 속수무책이었다. 정말 용서할 수 없다. 그들은 역사에 대죄를 졌다. 나에게 박근혜는 모든 게 물음표(?)다. 권력의 분립과 상호견제라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있을까, 자기를 반대했던 사람을 모두 용서하고 품어 안을 아량이 있는 사람인가, 주변의 참모를 설득해 가며 그렇게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인가. 국민이 ‘이게 통합의 정치이고, 나는 찬성하고 지지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경제가 나쁠 때 ‘이 위기를 같이 극복해 나가자’고 얘기하지 못한다. 얘기해도 안 먹혀들어 간다. 박근혜가 잘할 수 있을까. 이정은·부형권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 조선중앙TV가 2일 방영한 모란봉악단의 신년 축하공연에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장면이 등장했다. 무대 뒤편의 대형 스크린에 2000년 6월 평양 순안 공항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하는 자료사진이 보인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3월 방북 추진설’이 유엔과 서울 외교가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왔다. 강한 방북 의지를 보여 왔던 반 총장의 시도가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실은 4일 본보 보도에 대해 “방북에 관한 협의가 진행되는 것은 없다”라는 반박 성명을 냈다. 그러나 반 총장의 방북 추진 사실을 언급한 강운태 광주시장 측은 “강 시장이 최근 유엔의 고위 관계자에게서 ‘이르면 3월경 반 총장이 방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라고 거듭 확인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유엔 사무총장의 일정은 극비여서 방북이 은밀히 추진되고 있다고 해도 유엔 측이 확인해 주기 어렵다”라며 “북한 문제는 미국 중국 등 유엔 상임이사국의 이해가 첨예해 반 총장이 특히 조심스러워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반 총장은 몇 해 전 방북 계획을 사실상 확정하고 미국 중국 등 관련국들에 이를 알렸으나 한반도 정세가 미묘하게 돌아가면서 계획을 접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사정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당시 한국 정부에서도 반 총장에게 ‘방북에 신중을 기해 달라’라는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이번에 다시 추진하는 방북 계획의 가장 큰 변수는 곧 재개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다. 이달부터 비상임이사국으로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가하는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가장 수위가 높은 대북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결의안을 끝까지 밀어붙여 (결의안 채택에 대한) 중국의 거부권 행사를 기록으로 남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유엔의 제재 등에 강하게 반발하며 핵실험 같은 추가 도발을 강행할 경우 반 총장의 평양행은 어려워질 수 있다.그러나 반 총장의 방북 가능성이 잦아들지 않는 것은 반 총장의 의지와 북한의 우호적 분위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한국인 사무총장으로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것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뒤에도 “여건이 되면 방북하겠다”라며 의지를 재차 밝혔다.북한도 반 총장의 방북에 대해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북한은 유엔 회원국의 자격으로 반 총장을 정식 초청해 놓은 상태이다. 반 총장의 정무파트 측근들이 2010년과 2011년에 잇달아 방북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은 유엔의 도움이 절실하고, 반 총장은 의미 있는 방북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반도 평화 증진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3월 북한 방문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의 방북이 예정대로 성사되면 유엔 사무총장의 사상 첫 방북인 데다 그 시기가 박근혜 새 정부의 출범 직후여서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강운태 광주시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이 2015년 광주에서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남북한이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기 위해 3월경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반 총장은 남북 단일팀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6자회담 복원 문제 등 큰 과제를 갖고 방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반 총장의 구체적 방북 시점은 확인할 수 없지만 반 총장이 방북에 강한 의지가 있고 실제로 방북을 계속 추진해 온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유엔이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해 적극적인 중재와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라며 “윌프리드 렘케 유엔 사무총장 스포츠특별보좌관이 남북 단일팀을 만드는 유엔의 창구 역할을 하며 북측과의 협의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렘케 보좌관은 반 총장의 방북에 앞서 이달에 방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UNOSDP)은 지난해 7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와 공동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반 총장의 방북이 이뤄지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사상 첫 방북이 된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을 만나 남북 단일팀 구성 외에 광범위한 남북 협력 및 한반도 평화 증진 방안을 논의할 개연성이 높다. 서울의 한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반 총장의 방북 추진 시기가 2월 25일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만큼 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 메시지가 반 총장을 통해 북측에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이정은·이형주 기자 lightee@donga.com}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역할을 할 준비가 됐다.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반도 상황이 안정되고 통일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열망은 누구보다 크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한국 국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하며 방북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반 총장의 3월 방북 추진 가능성이 고조된 것은 그의 오랜 바람을 실현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그 방북 시점이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직후인 만큼 그의 행보는 박근혜 정부와 북한 김정은 지도부 간의 관계 설정에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유엔의 수장인 반 총장이 박근혜 정부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 형식상 맞지 않지만 내용적으로는 박 당선인의 대북특사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 총장의 방북 의지 강해반 총장의 1차적 방북 목적은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정치적 색깔이 옅은 스포츠 분야의 교류를 통해 꽉 막힌 남북 관계를 풀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뜻도 담겨 있다. 반 총장은 광주시 측에도 “유엔 차원에서 반드시 남북 단일팀 구성을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도 “반 총장이 방북을 재임 기간에 이뤄내야 할 주요 목표로 삼고 상당히 정성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유엔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UNOSDP)이 U대회조직위원회와 공동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하고 활동 중인 점, 윌프리드 렘케 유엔 사무총장 스포츠특별보좌관이 이달 방북할 것으로 알려진 것 등은 반 총장의 강한 의지가 담긴 움직임들이다.반 총장의 3월 방북이 성사되면 유엔 수장의 지위와 역할을 감안할 때 그가 북한에서 논의하게 될 이슈는 남북 단일팀 성사 여부를 넘어선 광범위한 한반도 평화 증진 방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유아 계층을 대상으로 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다양한 경제 및 사회 문화 분야의 교류 등이 포괄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비롯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북한의 평가와 반응도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보다 전향적인 대북정책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를 추진할 결정적 모멘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새 정부의 1차 과제다. 반 총장의 방북이 그 발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분쟁지역의 평화를 위해 애쓰는 유엔 사무총장이 한반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되면 남북 간 대화 무드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방북 성사 위한 난관도 적지 않아 북한이 최근 박 당선인을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것도 반 총장의 방북 추진과 맞물려 주의 깊게 살펴볼 대목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일 공개한 육성 신년사에서 “남북 대결을 해소해야 한다”고만 했을 뿐 대남 비방을 전혀 하지 않았다. 북한은 박 당선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쏟아내던 비방도 지난해 12월 초부터 중단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 관계 변화를 기대한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 당선인은 2002년 방북해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던 당사자이다. 미국에서 대북 유화파로 대화를 강조해온 존 케리 상원의원이 최근 국무장관으로 지명됐다는 점도 남북 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대외요인 중 하나다.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한반도 정세의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반 총장의 방북 성사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는 “아직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논의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반 총장 방북이 전격적으로 성사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당선인 측도 반 총장의 방북 추진과 관련해 반 총장 측과 별도 협의를 진행한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 외교안보라인의 한 핵심 인사는 “반 총장의 방북 추진에 우리(박 당선인 측)가 적극 관여하면 유엔 수장의 독자적 활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유엔의 한 핵심 관계자도 “반 총장이 방북했을 때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서야 대북 접촉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은·조숭호 기자 lightee@donga.com}
주사우디아라비아 한국대사관의 김모 영사(55)가 2일 오후 8시(현지 시간)경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한국대사관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절벽 아래 차량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3일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영사가 지난해 12월 31일 교민송년회를 끝내고 귀가한 뒤 2일 출근을 하지 않아 대사관에서 실종 신고를 해놓은 상태였다”며 “현지 경찰은 그가 혼자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교통사고 등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병 처리 문제를 두고 한중일 3국 모두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야스쿠니(靖國)신사 방화범 류창(劉强·39) 씨가 일본에서 재판받지 않게 됐다. 류 씨의 범죄인 인도심사를 진행해 온 서울고법 형사20부(수석부장판사 황한식)는 “인도 요청을 거절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류 씨를 넘겨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던 일본 정부의 반발이 예상된다.재판부는 ‘정치적 범죄의 경우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는 한일 범죄인 인도조약 제3조를 근거로 “류창의 범행은 일반 방화범죄의 성격보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된 정치적 범죄의 성격이 크다”며 “류창을 일본으로 인도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질서와 헌법 이념뿐만 아니라 대다수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재판부는 △범행 목적이 개인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식과 정책에 분노를 느끼고 이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었고 △범행 대상인 야스쿠니신사는 법률상 종교단체 재산이지만 일본의 대외 침략전쟁을 주도한 전범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고 있어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곳이라 류 씨의 범행이 정치적 범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류 씨는 지난해 1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했다. 심문 과정에서 류 씨는 “외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며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과거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 이에 경고하기 위해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류 씨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서울구치소에 구금돼 있던 류 씨는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즉시 석방됐다. 만기 출소 이후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 청구를 받아들여 재구속돼 있던 류 씨는 귀국을 원하면 언제든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한 뒤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중국 일본 양국도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NHK방송은 “(야스쿠니신사 방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게 어렵게 됐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포털에서는 한국 법원의 결정을 비난하는 글도 올라왔다. 반대로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과 한국이 손잡고 일본을 상대하자”며 환영하는 글들이 떴다.강경석·이정은 기자, 도쿄=박형준 특파원 coolup@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영문 호칭은 ‘마담’이 좋을까, ‘미즈’가 나을까.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취임 전 박 당선인의 영문 호칭까지 외교통상부의 연구과제가 되고 있다. 1일 외교부에 따르면 ‘마담 프레지던트(Madam President)’는 일반적으로 여성 대통령을 뜻하는 표현이지만 ‘마담 박’처럼 직접 부르는 호칭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프랑스어 마담(madame)은 기혼 여성에게 붙이는 존칭이기 때문에 미혼인 박 당선인에게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박 당선인의 영문 호칭 문제를 주한 외국대사들에게 문의해 보니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여성에게 쓰는 미즈(Ms)를 써서 ‘미즈 박’으로 부르는 것이 제일 무난하다는 답변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들어온 100여 통의 축전에서도 그 표현이 가장 많이 쓰였다고 한다. 남성 최고지도자에게 붙이는 ‘각하(His Excellency)’ 존칭을 여성형으로 바꾼 ‘Her Excellency’나 여성 대통령 당선인을 부르는 ‘미즈 프레지던트 일렉트(Ms. President Elect)도 여러 축전에서 사용됐다. 외교부는 요즘 호칭 문제를 비롯해 여성 대통령에게 맞는 새 의전을 위해 관련 서적과 자료를 꼼꼼히 챙기고 있다. 박 당선인 측에서 공식 요청이 오지는 않았지만 실무 차원에서 준비를 해놓겠다는 것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해외에서도 여성 미혼 최고지도자의 사례를 찾기 어려워 한국이 이에 대한 새로운 프로토콜(의전)을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지도자의 권위, 우리의 전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한국과 미국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기술 중 하나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공동연구에 필요한 양국 간 기술이전 협의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30일 “한미 양국간 원자력 기술이전과 관련된 실무 협의를 끝내고 현재는 각국이 내부적으로 그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양국이 어떤 기술을 어느 수준까지 서로 이전할지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우리 측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한미 양국이 그동안 협의한 문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문서화하는 데는 앞으로 한 달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협의 결과를 토대로 ‘원자력 기술이전에 대한 협정(가칭)’이 체결되면 양국이 지난해 4월부터 진행해온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2014년 3월 만료되는 원자력협정의 개정 협상과는 별도로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 논의를 시작했지만 기술공유 범위와 특허보호 문제 등으로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10년 시한으로 진행되는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는 이론적 연구 성과를 거두더라도 상업화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2014년 만료되는 원자력협정의 협상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다만 양국의 기술협력과 신뢰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원자력협정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외교부는 기대하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재처리 과정에서 플루토늄 추출이 어려워 핵무기 확산을 막는 데 유리하다. 핵확산 우려 때문에 한국의 재처리 요구를 거부하는 미국을 설득할 카드 중 하나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2001년 3월 초 이정빈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열흘 앞두고 열린 한-러 정상회담 공동성명 내용에 미국이 강하게 항의한 것이다.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보존 강화한다’라는 한 줄이 문제가 됐다.당시 갓 출범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미사일방어(MD) 체제를 추진하기 위해 이에 걸림돌이 되는 ABM 협정의 개정 또는 폐기가 필수적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ABM 협정의 보존 강화를 지지한 것은 미국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자질 논란에 휩싸인 이 장관은 해결 과정을 설명하려다 외교 관례상 비공개가 원칙인 정상회담의 세세한 교섭 내용까지 공개하고 말았다. 이 장관은 이 일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박근혜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이 직면하게 될 외교적 현실은 이 전 장관 때보다 훨씬 복잡하고 엄중하다. 체제가 불안정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도발 가능성과 ‘주요 2개국(G2) 시대’의 미중 패권 경쟁, 일본 정부의 급속한 우경화 등 복잡한 현안이 곳곳에 지뢰처럼 잠복해 있다.① ‘고차방정식’ 풀 비전 있는 전략가박근혜 정부의 외교 수장에게 요구되는 자질로는 무엇보다 이런 대외 환경 속에서 복잡한 현안을 큰 비전을 담은 그림 속에서 일목요연하게 풀어 낼 외교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현 이명박 정부보다 미래 지향적인 대북정책을 공약했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교부 장관은 주변국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협조를 이끌어 낼 능력이 필요하다.외교는 다른 분야와 달리 국가 지도자가 직접 현안을 챙기는 ‘대통령 어젠다’로 분류된다. 더구나 최근 정상회담 빈도가 크게 늘면서 대통령이 외교의 주역으로 직접 나서는 시대가 됐다. 외교부 장관은 그런 대통령의 외교철학을 단순히 이행하는 것을 넘어 좀더 적극적으로 외교정책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전략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그렇지 못하면 청와대가 주도하는 외교안보 어젠다의 뒤치다꺼리에만 매달리거나 의전 챙기기에만 머무르는 외교부가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정상의 공항 영접 같은 세세한 사항까지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다. 그런 이 대통령은 올해 8월 독도를 방문할 당시에도 계획을 미리 확정한 뒤 김성환 장관에게 이를 사실상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② 대통령과 토론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박근혜 정부에서는 신설될 대통령국가안보실과 외교부가 어떤 관계로 설정되느냐에 따라 외교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외교·국방·통일 분야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게 될 국가안보실의 권한이 노무현 정부 시절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각 부처 장관은 그 지시를 받아 수동적으로 이행하는 실무형 혹은 관리형 업무에 안주하게 될 수도 있다.외교부의 한 간부는 “장관이 대통령과 원활히 소통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라며 “정부 내 여러 목소리를 균형감 있게 조율해 가면서 어떤 정책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 대통령과 토론하고 때론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자도 “넓은 시야를 갖고 외교의 큰 그림을 그려 낼 수 있는 비전의 소유자가 새 장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③ 위기 관리 능력은 필수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위기 관리 능력도 필수적이다.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도발뿐 아니라 수시로 터지는 각종 영사 사건에서도 신속한 대처와 판단을 요구받는다. 홍순영 전 장관은 1999년 말 중국이 탈북자 7명을 강제 북송한 것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한승수 전 장관은 중국이 한국인 마약사범을 처형한 사실을 사형 집행 이후까지도 모르고 있다가 거센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박정수 전 장관은 1998년 7월 ‘한-러 외교관 맞추방’ 사건으로 취임 5개월 만에 경질되는 굴욕을 당했다.④ 전 세계 2000명 이끄는 조직 장악력외교부는 다른 부처에 비해 조직 관리가 쉽지 않은 곳이다. 외무고시를 통해 선발된 외교관들의 폐쇄주의와 엘리트주의, ‘그들만의 리그’에 포함되지 못한 외부 인사를 향한 텃새가 심한 곳이다. 전 세계 해외 공관에 퍼져 있는 직원 2000여 명이 느끼는 물리적 거리감도 리더십 발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새 장관은 외교부라는 조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을 이끌 통솔력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교수 출신의 윤영관 전 장관은 학자적 식견과 소신에도 불구하고 장관으로서 조직 장악력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른바 ‘자주 외교’를 앞세운 청와대 NSC 인사들과 자주 충돌했던 윤 장관은 점차 입지가 좁아졌다. 심지어 일부 간부는 장관을 무시하고 이종석 NSC 사무차장을 비롯한 청와대 실세에게 직접 줄을 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⑤ 반드시 외교관 출신일 필요는 없어이 때문에 외교부 조직을 이해하려면 일단 직업 외교관 출신이 유리하다고 외교부 인사들은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부 인사라도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면 외교부를 지휘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론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의 외교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외교부의 인력과 체제도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관료주의와 관성에 젖지 않은 인물이 외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미국의 경우 역대 미국 국무장관 중 직업 외교관 출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고의 전략가로 꼽히는 학자 출신의 헨리 키신저 전 장관은 말할 것 없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직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콜린 파월 전 장관은 군 출신,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은 대학 교수 출신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변호사와 상원 의원을 지내다 국무장관에 발탁됐다. 그 후임이 될 존 케리 지명자도 대선 후보로 나섰던 정치인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정부는 한국의 대륙붕 한계선이 오키나와(沖繩) 해구까지 이어져 있다는 내용의 대륙붕 보고서를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동중국해 대륙붕 경계 획정을 두고 벌어질 한중일 ‘해양 삼국지’에 대비할 방침이다. 이날 보고서는 한국의 대륙붕 한계선이 위도 27도27분∼30도37분, 경도 127도35분∼129도11분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2009년 5월 정부가 CLCS에 낸 예비문서에서 밝혔던 대륙붕 한계선보다 최소 38km, 최대 125km까지 일본 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예비문서를 제출한 이래 3년간 한국지질자원연구원·국립해양조사원의 연구와 전문가들의 과학적 탐사 작업을 거쳐 새로운 한계선을 정했다. 한국이 주장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까지 늘려 잡아 한계선을 설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한 한국의 200해리 밖 대륙붕 면적은 2009년 때와 비교해 2배 이상 넓어졌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800쪽 분량에 달하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장기적으로 한중일 해양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대비한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LCS는 관련국의 이의 제기가 있을 경우 심사를 진행하지 않으며, 경계 획정은 양자 협상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다량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중국해의 경계 획정 협상에서 한국 쪽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국제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번에 한국이 설정한 한계선은 일본 영해로부터는 불과 5해리가량 떨어져 있다. 지난주 보고서를 제출한 중국의 한계선과는 거의 겹친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주장에 대해 “영해로부터 200해리까지는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더구나 두 나라가 내놓은 대륙붕 한계선이 3년 전보다 더 일본 쪽으로 확대된 만큼 일본의 반발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일본에 맞서 한국과 공동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양자 경계 획정 협상이 본격화되면 한국과도 중복수역을 놓고 마찰이 불가피하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27일 “내년 2월 출범하는 차기 정부는 21세기 들어 가장 어려운 대외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안보연구소는 이날 발표한 ‘2013∼2017 중기 국제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수년간 국제정세는 세력 균형의 변화, 불안정 요인 증가 등의 특징을 보여 왔고, 그 추세는 앞으로도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도전이 과거보다 더 심각하고 복잡하고 다양한 성격을 띠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의 부상으로 북핵 협상의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라며 “북한은 미중 간 경쟁 관계를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3대 세습의 권력 재편으로 상황이 매우 불확실하고 체제가 취약한 상태에서 적극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김정은이 김경희 장성택 등 후견그룹에서 독립해 유일지배체제를 확립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제 대선은 끝났다. 새 정부가 외교안보 면에서 성공하려면 신중한 국제정세 인식을 바탕으로 주요 정책 수립 및 관련 제도정비 분야에서 올바른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국제 및 동아시아 지역 환경이 안정되지 않고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과거 정부들이 저지른 섣부른 허세외교나 과시외교를 지양해야 한다. 성급하고 경직적인 정책 판단보다 변화에 적응하면서 중장기적 전략 방안을 구상해도 늦지 않다.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대외환경 변화에 극도로 노출되어 있다. 중국 경제의 부침, 유럽 경제의 지속적인 위기 상황, 미국과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 신흥공업국의 발전 속도 등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위기 속의 상호의존이 심화되고 있는 세계경제는 언제든지 국내 정치 경제 사회에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군사안보 못지않게 경제안보는 새 정부의 지속적인 도전이 될 것이다. 현 국제정세는 경제와 안보가 밀접히 연계되어 진행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그러했고 앞으로 추진할 중국과의 FTA도 마찬가지다. 이는 경제와 안보의 이원적 사고를 극복하고 경제의 안보적 함의와 안보의 경제적 의미를 항상 의식해야 함을 뜻한다. 정책적으로 북핵 문제와 남북한 관계는 새 정부의 첫 도전이 될 것이다. 북핵 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다. 6자회담의 실효성은 이미 상실된 지 오래다. 한국과 북핵 문제 당사국들 모두 새로운 정권으로 출발하는 마당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다양한 양식의 회담 형태 변경과 함께 한반도 문제를 북핵 문제를 넘어 포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의해 봄 직한 안건이다. 북핵 문제와 남북한 문제를 경직적으로 연계하는 비현실적인 남북한 관계는 종식되어야 한다. 한미 관계는 한국 외교의 주축이다. 다만 미국을 전략적으로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중장기적으로 독자적 외교영역의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세련되고 세분된 적과 우방 개념을 설정하여 전략적 융통성을 확보해야 한다. 단순한 적 개념과 우방 개념에 익숙한 한국은 100% 적도, 100% 우방도 없다는 점을 체험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임해야 한다. 동북아는 현재 과거에 매달려 있으면서 미래에 대해서는 별다른 준비 없이 비관주의만 팽배해 있다. 역대 정권이 동북아위원회를 통해 단기적 경제 이익 확대를 모색했던 접근을 벗어나 중장기적으로 동북아 미래의 지역질서에 기여할 수 있는 지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추상적인 담론보다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극동 개발 참여 등 과거에 매이지 않고 새로운 협력을 구축할 수 있는 현실적인 협력전략의 개발이 필요하다. 제도 정비의 우선순위는 국제경제의 국내 충격을 대비하는 데 두어야 한다. 자원 외교와 프로젝트 외교 등 가시적 건수 외교 못지않게 새 정부는 대외 환경의 국내적 영향 평가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수행하여 국민들의 불안 요소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이 분야는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우리 외교의 고질적 병폐는 장기간 냉전의 영향으로 안보정책과 경제정책이 이원화된 점이다. 이러한 이원화는 현실과 맞지 않다. 공약에 나와 있는 국가안보실 설치와 국가정보체계 정비는 안보와 경제의 이원론을 극복하고 외부에서 오는 국내 영향 평가를 종합적이고 상시화할 수 있는 제도로 편성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외교안보에서 초당적 협력체계의 구축이다. 역대 정권은 이 문제 해결에 실패했거나 과제로 삼지 않았다. 그러나 더는 이 문제를 미룰 수 없다. 외교, 통일, 안보 문제를 국내 정치화하는 과거의 구습에서 벗어나 이제 초당적 외교를 적극 추진해야 할 시기다. 이를 위해 외교 담론을 상시화하고 중립적이고 초당적인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러시아의 외교협회와 같은 제도를 만들어 항시 초당적인 전략적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통령 직속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안보위원회 설치가 바람직하다. 지난 25년간의 민주정권들이 이루지 못한 초당적 외교 틀이 새 정부에서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하용출 美워싱턴대 잭슨국제대학원 석좌교수}

6·25전쟁에서 여러 기념비적인 전투를 승리로 이끈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92)은 한국과 미국에서 ‘살아있는 6·25전쟁 영웅’으로 불린다. 만주국 장교로 복무하던 중 광복을 맞아 26세 때 미군정이 조직한 국방경비대에 들어간 그는 1사단장(당시 29세) 재임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전선을 지키면서 군단장과 육군참모총장 등을 맡아 군을 지휘했다. 6·25전쟁 최대 격전으로 꼽히는 다부동전투에서 그가 거둔 승리는 지금도 전설로 회자된다. 1950년 8월 파죽지세의 북한군 공세에 밀려 낙동강 전선까지 무너질 위기에 처했을 때 1사단장이던 그는 다부동전투에서 승리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당시 그는 선두에서 “내가 물러서면 너희들이 나를 쏴라. 너희들이 물러서면 내가 너희들을 쏘겠다”며 부하들을 독려했다. 이런 결사항쟁으로 그의 부대는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냈고 그 기세를 몰아 인천상륙작전 이후 평양까지 진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백 장군은 정전 이후에도 주요 직위를 맡아 한국군의 재건과 기강 확립, 국방력 강화 임무를 계속했다. 한국군 최초로 4성 장군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고, 초대 1야전군사령관으로서 아시아 최초로 야전군을 창설하기도 했다. 예편 후엔 중국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국 대사를 지냈고 교통부 장관으로 활동했다. 1970년대엔 비료회사 사장과 한국종합화학 사장을 맡아 기업가로 변신했고, 선인재단 운영을 비롯한 각종 교육 활동에도 나섰다. 고령의 나이에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문위원장과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강연과 저술 활동을 계속해 왔다. 다부동전투가 벌어졌던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에는 그의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이 전투는 미국의 주요 군사학교가 그의 회고록을 수업 교재로 활용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공산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공로로 올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는 ‘시장경제대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백 장군은 1940년대 일본군(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는 이력 때문에 한때 친일파 논란에 시달렸다. 올해 10월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으로부터 “민족 반역자”라는 공격까지 받기도 했다. 이에 보수단체와 장성 출신 의원들이 나서 “일제 치하에 나라가 없어진 상황에서 군 복무지를 선택할 수 없었던 그를 친일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발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나이지리아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던 현대중공업 소속 한국인 근로자 4명이 나흘 만에 모두 풀려났다. 외교통상부는 22일 “나이지리아에서 17일(현지 시간) 납치됐던 채모 씨(59) 등 4명이 21일 밤 10시경 바옐사 주 예나고아 인근에서 무사히 풀려났다”라며 “이들은 심신이 다소 지쳐 있지만 모두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은 납치범들에게서 가혹행위를 당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근로자들은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고 최대한 빨리 귀국할 예정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외국의 우수한 정보기관들은 수장의 제일 조건으로 ‘전문성’을 꼽는다. 능력을 인정받으면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일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46년간 정보 분야에서 몸담은 정보 베테랑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조지 테닛 전 국장은 1997년 7월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그를 계속 기용해 2004년 6월까지 7년간 재직했다. 린든 존슨과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6년 9개월 동안 CIA 국장을 지낸 리처드 헬름스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무마하라는 닉슨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한 대가로 이란 대사로 좌천됐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의 국장은 대부분 내부에서 승진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고, 재임기간도 길다. 한 예로 2002년 임명된 메이르 다간 국장은 8년 동안 재직하며 아리엘 샤론, 에후드 올메르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일했다. 현 타미르 파르도 국장도 모사드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영국의 국내정보국(MI5)과 해외정보국(MI6)의 국장은 뒤에서 조용히 일할 뿐 전면에 나서지 않기로 유명하다. 존 소어스 MI6 국장은 2010년 10월 언론인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는데 1909년 MI6가 생긴 이후 국장이 대중연설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은 “미국 CIA, 독일 연방헌법보호청을 비롯한 외국 정보기관은 전문성과 경험, 애국심, 정치적 독립성을 갖춘 인물을 수장으로 선발한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측근을 정보기관장으로 데려다 놓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장택동·이정은 기자 will71@donga.com}

중국이 최근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제출한 ‘동중국해서의 200해리 밖 대륙붕 외(外)측 한계(경계)안’이란 보고서에서 오키나와 해구의 동중국해 대륙붕 경계선을 과거보다 한국 쪽으로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대륙붕 경계선을 오키나와 해구 내에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위도 27.99∼30.89도, 경도 127.62∼129.17 지역으로 표시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이번 주 유엔에 제출할 보고서에 명시된 한국 대륙붕의 한계와 상당 부분 겹친다. 한국이 2009년 5월 유엔에 제출했던 예비문서의 대륙붕의 한계(위도 28.60∼30.58도, 경도 126.56∼129.15도)와도 중복된다. 이번에 한국이 내는 정식 보고서에는 경계선이 예비문서보다 더 일본 쪽으로 확대돼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중국에 이어 한국이 정식 보고서를 제출하면 양국 간 중복되는 대륙붕 구역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일본에 맞서 협력 기조가 유지돼온 한중 간의 대륙붕 문제에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CLCS는 각국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상 관련 업무를 권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해당국 간 분쟁이 있을 때에는 심사를 진행하지 않으며 이 경우 관련국들이 협상을 통해 경계를 정해야 한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국가관과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확인해 보려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확인하면 된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극구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2·17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둔 유세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이같이 압박하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공개를 촉구했다.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대화록 공개를 계속 추진할지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향방을 결정하게 될 첫 테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공개할 경우의 부담이 앞으로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대에 오르는 대북정책 이 밖에도 박 당선인 앞에는 중요한 대북 현안이 산적해 있다. 당장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문제는 아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 수위도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이 강경 일변도로 대응할 경우 새 정부 초반부터 남북관계가 얼어붙을 위험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가 이뤄진다면 6개월 정도 경색국면이 더 지속되고 최악의 경우 북한이 3차 핵실험으로 맞대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안보와 억지력을 중시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어 이명박 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서울과 평양에 남북교류사무소를 설치해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은 계속하겠다고 밝히는 등 현 정부보다 유연한 게 사실이다.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한 윤병세 서강대 교수는 “신뢰 프로세스의 초·중기 단계까지는 비핵화와 연계되지 않는 상호 호혜적 분야의 협력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이런 남북 교류와 함께 국제 공조의 투 트랙으로 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핵·개방 3000’ 정책을 밀어붙이다 5년 내내 남북관계 경색을 풀지 못했던 이명박 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과거 정부들의 실패를 바탕으로 ‘정(正)-반(反)-합(合)’의 변증법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앞으로 박 당선인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 합의를 모두 부정하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경중을 따져 진행할 것”이며 “5·24 조치는 남북교류 확대, 개성공단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융통성 있게 풀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박 당선인은 어느 대북 전문가 못지않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다. 이어 재임 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만나게 되면 북한의 부자(父子) 지도자를 모두 만나게 되는 첫 대통령이 된다. 박 당선인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북한의 지도자와도 만나겠다”고 밝혀왔다.○ 동북아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대외적으로 박 당선인의 취임을 전후해 동북아 지역의 갈등이 고조될 소지가 크다. 우경화 공약을 내걸고 총선에서 압승한 일본 자민당은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 사흘 전인 내년 2월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를 지방 행사에서 정부 공식 행사로 승격시키겠다고 밝혔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싼 중일 갈등이 일촉즉발의 무력충돌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여기에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 한국은 주요 2개국(G2)의 중간에 끼여 어정쩡하게 눈치만 보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균형외교’를 공언해 왔지만 이를 구체화할 청사진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찰떡공조를 과시했던 한미관계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민감한 문제들이 양국 정부 앞에 놓여 있어 얼굴을 붉히는 협상을 피하기 어렵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한미관계가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좋았지만 양국 간 이슈들을 냉정하게 따져보면 앞으로는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상 첫 여성 군 통수권자의 리더십 국방 분야에서 박 당선인은 사상 첫 여성 군 통수권자라는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취임일인 내년 2월 25일 0시를 기해 군정과 군령을 포괄하는 군 통수권을 행사한다. 군 관계자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냉전이 시퍼런 한국에서 여성 통수권자가 탄생한 것은 일대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박 당선인으로선 군 경험이 없는 여성이 군을 통솔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을 딛고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군 안팎에서는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뼈대로 한 국방개혁안에 대해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 참모진 사이에 부정적 의견이 많아 원안대로 추진되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전시작전통제권의 차질 없는 전환을 위한 한미 연합군사조직 신설과 차기전투기(FX), 대형 공격헬기 도입사업 등 10조 원대 무기 도입사업도 박 당선인이 떠안아야 할 과제다.이정은·장택동·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lightee@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역대 최초의 배우자와 자식이 없는 싱글 여성 대통령이 된다. 박 당선인이 앞으로 ‘나 홀로’ 진행하게 될 각종 국제행사의 의전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여성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별히 의전 방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본인이 불편해하지만 않는다면 굳이 ‘퍼스트 젠틀맨’ 역할을 할 남성을 옆에 둘 필요도 없다. 다만 해외 사례를 보면 부부동반 만찬 같은 경우 독신인 여성 지도자가 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영예(榮譽)수행자’의 자격으로 총리 부인이나 외교장관 부인이 동석하기도 한다. 배재현 외교부 의전장은 “어차피 대부분의 공식 행사는 대통령 혼자만 참석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달라질 게 없다”며 “그래도 새 여성 대통령에게 맞는 의전을 위해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은 만큼 여러 해외 사례를 참고해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 등 국가수반은 12명. 이들 중 정식 배우자가 없는 여성 지도자는 3명이다.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대통령은 동성애자이고,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거남이 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었던 남편과 사별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처럼 결혼은 했지만 공식 행사에 거의 남편을 대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이 어떻게 직제 개편이 될지도 관심사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 및 행사 기획, 대내외 활동 수행, 관저생활 보좌 등의 업무를 해왔지만 앞으로 5년간은 아예 업무 자체가 사라지게 됐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하면 떠오르는 첫 이미지로 엔터테인먼트를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통상부는 9, 10월 실시한 ‘바람직한 국가 이미지 정립을 위한 내·외국인 에세이 공모’ 응모작들을 분석한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59개국 455명의 외국인이 제출한 응모작에서 필자들은 한국의 긍정적 이미지로 케이팝, 드라마, 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를 거론한 경우가 218건(49.2%)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한국의 경제력(경제개발)과 정보기술(IT)을 긍정적으로 적은 경우도 각각 161건(36.3%)과 133건(30%)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부정적 이미지로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북한으로 48건(10.8%)이었고 이어 언어장벽(10.6%) 성형수술(8.4%) 자살(7.7%)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