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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제공항은 이달부터 국제노선운항을 확대한다고 3일 밝혔다.대구공항 하계 정기 항공편 일정에 따르면 국제선은 모두 7개국 14개 노선으로 주 평균 200편을 운항한다. 일본 도쿄·오사카·후쿠오카·삿포로와 중국 상하이·연길·장가계·홍콩, 대만 타이베이, 몽골 울란바토르, 태국 방콕, 베트남 다낭·나트랑, 필리핀 세부 등이다.지난해 하반기 중단된 대구~연길 노선(티웨이항공, 주 3회)은 22일부터, 대구~울란바토르 노선(티웨이항공, 주 2~4회)은 26일부터 각각 재개한다. 2019년 9월 이후 중단됐던 대구~홍콩 정기노선(홍콩익스프레스, 주 3회)도 5년 9개월 만인 6월 6일부터 다시 운항한다.지난해 탑승률 94%를 기록한 인기 노선인 대구~후쿠오카 노선은 후쿠오카 공항의 제2활주로 신설에 따라 7월부터 기존 주 7회에서 13회로 증편한다. 4일부터 중국 항공사 룽에어가 신규 취항해 대구~장가계 노선도 주 6회에서 8회로 늘어난다. 대구공항은 7일부터 김해·제주공항에 이어 지방 공항 가운데 세 번째로 일본, 동남아 등 주요 공항을 연결하는 환승시설을 전면 운영할 예정이다.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개항 전까지 기존 노선의 증편뿐 아니라 신규 항공사와 국제노선 발굴에도 행정력을 집중해 공항 활성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산불 피해 주민들에게 양말 같은 생필품이 필요하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홍경식 씨(82)가 지난달 31일 전북 전주시 복지재단에 폐지를 팔아 모은 100만 원을 건네며 말했다. 홍 씨는 2020년에도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과 노인 일자리 수당을 모아 100만 원을 기부했고, 이후 매년 폐지 수입으로 100만∼200만 원을 건네 현재까지 기부금이 총 900만 원에 이른다. 그는 “이번에도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 왔다”라며 올겨울 내내 주름진 손으로 폐지를 모아 번 돈을 기꺼이 내놓았다. 재단은 홍 씨가 기부한 100만 원으로 양말 1000켤레를 구입해 전주시 자매도시인 안동시 이재민과 자원봉사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산불 이재민들을 향한 풀뿌리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1일 전주 완산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김엘리사 씨(84)가 5만 원권 10장이 든 봉투를 기부했다. 봉투에는 검은 볼펜으로 ‘나는 수급자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 씨는 “(그동안) 나라의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미약하나마 이재민의 일상 회복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라고 했다. 경기 수원에서도 80대 노인이 시청을 찾아와 “뉴스를 보다가 가만 있을 수 없었다”며 은행 봉투에 담긴 10만 원을 건네고 갔다. 이날 경남 창원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500만 원이 든 봉투와 손편지, 국화꽃 한 송이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진 이재민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모금회에 따르면 기부자는 ‘경남 기부 천사’라 불리는 남성인데 2017년부터 기부를 이어왔으며, 누적 기부액은 6억9000만 원에 달한다. 무료 나눔을 위해 이재민들이 있는 현장으로 달려간 사람들도 있다. 경기 평택에 사는 60대 김민정 씨는 자신의 호떡 차를 몰고 3시간을 달려 안동대피소에 가서 주말 동안 호떡 무료 나눔 봉사를 했다. 지난달 31일 김 씨는 “피해가 막심하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한달음에 달려왔다”라며 “다들 맛있게 드셔주셔서 너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경북도는 1일 기준 전국에서 생수, 라면, 옷, 이불 등 약 59만 개의 생필품이 답지했다고 밝혔다. 봉투에 물품을 싸서 보내거나 “전기장판 1개라도 필요하면 쓰시라”고 접수한 사례도 있었다. 박성수 경북도 안정정책실장은 “현재 전국에서 많은 개인들이 물품을 기부하고 있다. 피해 지역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안동=장영훈 기자 jang@donga.com안동=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창원=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1일 전북 전주시 복지재단에 따르면 해마다 폐지를 판 돈으로 나눔을 실천해 온 홍경식 씨(82)가 지난달 31일 재단을 찾아왔다. 자글자글 주름 가득한 홍 씨의 손에는 100만 원이 든 봉투가 들려 있었다.홍 씨는 “산불 피해 뉴스에서 양말 등 생필품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고 찾아왔다”라면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라고 손에든 봉투를 건넸다. 홍 씨가 이날 건넨 돈은 매서운 추위 속에서 폐지를 모아 판 돈이다. 재단은 홍 씨가 건넨 기부금으로 양말 1000켤레를 사 전주시 자매도시인 안동시 이재민과 자원봉사자 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홍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인 2020년 정부가 준 긴급재난지원금 40만 원에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모은 60만 원을 더해 100만 원을 전주시에 기부한 데 이어 매년 폐지를 모아 번 돈 100~200만 원을 건네고 있다. 이번까지 총 900만 원을 기부했다.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경북, 경남을 집어삼킨 역대 최악의 산불로 고통받는 이재민을 돕기 위해 선뜻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풀뿌리 기부가 이어지면서 화마로 새까맣게 탄 피해 주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고 있다.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사는 김엘리사 씨(84)가 완산구청을 찾아와 봉투를 건넸다. ‘나는 수급자임니다.’라고 적힌 봉투 안에는 5만 원권 10장이 들어있었다. 그는 “최악의 산불로 힘들어하는 이웃 소식을 들으면서 (그동안) 나라의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미약하나마 이재민의 일상 회복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라고 말하고는 홀연히 구청을 떠났다.경기 수원시에서는 시청 새빛민원실을 찾은 80대 노인이 “뉴스를 보고 있다가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고 찾아왔다”라며 은행 봉투에 담긴 10만 원을 건넸고, 60대 자영업자 김민정 씨는 경기도 평택에서 차로 3시간을 달려 안동체육관 이재민 대피소에 도착해 따끈한 호떡을 건네며 이재민을 위로하기도 했다. 김 씨는 “평택에서 호떡 장사를 한다. 피해가 막심하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한달음에 달려왔다”라며 “쉬는 날이 아니면 못 올 것 같아서 내려왔는데 맛있게 드셔주셔서 너무 뿌듯하다”라고 했다.2017년부터 해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익명으로 성금을 보내 ‘경남 기부 천사’로 불리는 남성은 1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 입구 모금함 뒤에 성금 500만 원과 손 편지, 국화꽃 한 송이가 담긴 상자를 두고 가기도 했다.남성이 건넨 손 편지에는 ‘산청, 의성, 울주, 산불 희생자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이 순간에도 화마와 맞서 싸우고 계신 모든 분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하루빨리 산불 진화가 종결되길 바라며 더 이상 희생자가 없기를 기도드립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진 이재민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십시오. 2025년 3월 어느 날’이라고 적혀 있었다.경남 기부 천사로 불리는 이 남성은 지난해 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2023년 튀르키예 시리아 대지진, 2022년 강원·경북 산불 피해 등에 기부금을 보냈고, 현재까지 누적된 기부액은 6억9000여만 원에 달한다.경북도에 따르면 이재민을 돕기 위한 개인 기부가 잇따르고 있는데, 1일 현재 생필품 기부는 약 59만5900개에 이른다. 생수와 라면, 즉석밥 같은 먹거리부터 이불, 전기장판, 옷, 수건, 휴지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도 보내고 있다. 몇 개의 봉지에 물품을 담고 싸매 보내거나 전기장판 1개도 필요하면 쓰라고 접수한 사례도 있다. 박성수 경북도 안정정책실장은 “현재 전국에서 많은 개인들이 물품을 기부하고 있다. 피해 지역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안동=장영훈 기자 jang@donga.com안동=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창원=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경북 산불 이재민들의 임시 거처로 쓸 ‘모듈러 주택’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이재민들은 이르면 2일부터 순차적으로 입주할 수 있다. 31일 경북도는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 100채와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 26채를 우선 확보했다고 밝혔다. 모듈러 주택 100채는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이재민을 위해 무상 대여했다. 2022년 동해안 산불과 이듬해 경북 산사태 피해 뒤에도 이 주택이 이재민들을 위해 쓰인 적이 있다. 경북도는 안동시 일직면의 문학관인 권정생 동화나라 운동장에 모듈러 주택 100채 가운데 40채를 우선 설치하고 있다. 긴 직사각형 모양의 38m²(약 11평) 면적 원룸으로, 출입문은 미닫이형이고 창문이 하나 있다. 원룸 안에 싱크대와 난방 기기, 천장 시스템 에어컨 등이 설치됐다. 냉장고와 주방 조리기구 등은 없다. 이 주택에는 화장실, 세면장도 없어 이재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대피소 등에 있는 도내 이재민은 3188명이며, 필요한 모듈러 주택은 약 1600채”라며 “일단 문학관 내 공용 화장실 및 세면장을 손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 제작하는 모듈러 주택에는 화장실 등 필수 편의 시설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남 산청에서도 14가구 24명이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산청군은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등을 이재민 거처로 활용하고 있다. 조만간 임시조립주택을 제작해 이재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한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임시 대피소에 계신 고령의 어르신들이 장기간 머무르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분들을 임시 주거시설로 우선 옮기고, 조립식 주택 등 주거 공간도 조기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생업 등을 이유로 자택으로 귀가한 이재민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전기가 끊긴 가구에 대해서는 선로를 연결하거나 비상발전기를 투입해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안동=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산청=도영진 0jin2@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재민이라고 가만 앉아 있을 수 있나예.” 30일 오전 경남 산청군 단성중학교에서 만난 강정숙 씨(60)가 식판에 밥을 한가득 푸며 말했다. 강 씨는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오전 5시 반부터 오후 10시까지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강 씨도 이번 화재로 집과 과수원에 피해를 입었다. 강 씨와 함께한 자원봉사자들도 대부분 강 씨와 같은 이재민이었다. 강 씨는 “1998년 지리산 수해 때 자원봉사자들 도움을 받았다”며 “그분들 헌신을 보고 나도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영남권을 휩쓴 역대 최악의 산불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이재민이 직접 자원봉사에 나서고 다른 지역에서도 복구 지원에 동참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이장 정경윤 씨(60)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마을 곳곳을 누비며 빵과 생수 등 생필품을 나눠주고 행정복지센터에서 피해 접수를 받았다. 정 씨와 그의 어머니 집도 화마로 무너져 오갈 데 없는 이재민 신세다. 정 씨는 “내 집이 불에 다 탔다고 망연자실해 가만히 있을 순 없다”며 “이렇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주민들에게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고 했다.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는 대피소에는 급식, 세탁, 의료 지원 등을 위해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이 가득했다. 생업을 접고 자원봉사 중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동당마을에서 만난 박호규 산청군 읍면체육회연합회장(65)은 “여기 온 사람들 다 수십, 수백만 원 손해를 각오하고 온 것”이라며 “이웃이 어려운데 생업이 대수인가요”라고 했다. 산불 소식을 듣고 멀리서 찾아온 자원봉사자도 있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자원봉사 중인 박모 씨(54)는 “고향에 남은 친구가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구에서 찾아왔다”고 했다. 의성체육관 대피소 앞에서는 구세군과 대한불교조계종이 함께 무료 급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안솔베 구세군 원당영문교회 담임사관은 “재난 앞에 종교의 차이가 어디 있냐”고 했다. 경북 영덕군 강구면의 한 카페는 이재민을 비롯해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경찰 관계자 등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했다. 광주시와 경기 안양시 등은 산불 지역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구호단체를 통한 산불 피해 지역 기부금은 현재까지 약 554억 원이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

경찰이 경북 북동부 대형 산불 사건의 최초 실화자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30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56세 남성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22일 오전 11시 25분경 아내, 딸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과정에서 산불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119 최초 신고자는 그의 딸인 것으로 알려졌다. 딸은 경찰에 “(아버지가 봉분에 있는) 나무를 꺾다가 잘 안 돼 라이터로 태우려다가 바람에 불씨가 커져서 산불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지역으로 번져 산림 4만5157ha를 태우고 28일 가까스로 진화됐다. 이 과정에서 산불 진화 헬기를 몰던 조종사 1명과 산불감시원, 주민 등 26명이 숨졌고 천년고찰 고운사 등 유형문화유산과 주왕산국립공원을 비롯해 시설물 6000여 채가 불에 탔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 주중에 국립산림과학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과 일정을 조율해 최초 발화 지점을 중심으로 합동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목격자 조사 등 기초 사실 조사를 모두 마친 뒤에 피의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불은 막대한 피해를 입히지만 실화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약한 실정이다. 현행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실수로 산불을 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번 산불이 대규모 인적, 물적 피해로 이어진 점을 감안해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산불 실화자의 민형사상 처벌에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피난 짐을 싸서 거실에 놔두고 혈압약과 당뇨약 좀 가지러 갔는데, 그새 집에 불이 붙었어요. 옷가지는 전혀 가지고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30일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권원수 씨(71)는 이번 산불로 키우던 닭 등 가축을 비롯해 집까지 불탔다. 경운기, 탈곡기 등 농기계도 모조리 타버렸다. 사과 농사를 짓다가 지병으로 그만둔 그는 이번에 전 재산을 잃고 아내와 함께 간신히 목숨만 건졌다. 권 씨는 대피소에 온 지 사흘째까지는 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아 물과 커피만 마시며 버텼다. 그는 기자와 대화하는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경북, 경남을 집어삼킨 산불로 이재민 5581명이 살던 집을 잃고 대피소 임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전국 산불의 큰 불길이 모두 잡혔다고 발표했지만, 이재민의 고통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취재팀이 각지 대피소에서 만난 이들은 낮에는 시커멓게 타버린 먼 산과 마을을 허탈하게 바라보다가 해가 지면 은박 매트 위에서 쪽잠을 청하며 앞날을 걱정했다. 대부분 70, 80대 고령층인 이재민들은 사방의 냉기를 고스란히 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대피소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찬 바람이 들어왔고 텐트 바닥에 손바닥을 대자 냉골이 느껴졌다. 이날 의성은 영하 5도까지 내려갔고, 일부 지역에선 눈까지 내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는 권 씨는 얇은 트레이닝 셔츠, 경량 조끼의 단출한 차림이었다. 급히 대피하느라 옷가지도 못 챙겨 왔다. 권 씨는 몸을 오들오들 떨며 “뼈까지 시린다”고 했다. 같은 날 안동시 임하면에서 만난 김성현 씨(67)는 산불로 타버린 집의 잔해를 치우느라 분주했다. 그는 나이 든 어머니를 모시고 둘이 살다가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이번 산불로 집도 잃었다. 김 씨는 “집 주변에 물을 뿌려서 어떻게든 불을 막으려고 시도했는데 사방에서 불기둥이 일었다”며 “가지고 나온 게 아무것도 없다. 다 타버렸다”고 말했다.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시작돼 하동까지 번졌던 경남 산불은 30일 오후 1시경 큰불이 잡혔다. 이 산불은 8일 21시간 동안 1858ha(축구장 2602개 면적)를 삼켰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육지 최대 국립공원인 지리산국립공원도 일부 피해를 입었지만, 산림 당국이 천왕봉 4.5km 지점에 있던 화선을 후퇴시켜 가며 진화 작업을 이어간 덕분에 최소한의 피해에 그쳤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경남, 경북, 울산 등에서 발생한 총 11개 산불로 사망자 30명을 포함해 총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4만8239ha(산불영향구역)가 훼손됐다고 이날 밝혔다. 주택 3511채 등 시설 6322곳도 피해를 입었다.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방화선 뚫렸으면 천왕봉까지 3시간이면 불길이 도착해요. 그랬다면 손도 못 쓸 뻔했어요. 다행히 지리산이 무사해요. 눈물이 납니다.” 경남 산청 산불의 큰 불길이 잡힌 30일 남송희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지리산이 무사하다고 밝혔다. 지리산국립공원과 맞닿은 구곡산에서 21일 시작된 산청 산불은 닷새 만에 지리산 경계를 넘었다. 육지 최고봉 천왕봉(해발 1915m)까지는 단 4.5km. 진화대원들은 험준한 산세를 뚫고 사력을 다해 산불 확산을 막아냈다. ● 천왕봉 4.5km까지 접근한 불길에 배수진‘국내 1호 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으로 불이 번진 것은 산청 산불 발생 6일째인 26일 오후였다. 처음 이틀은 공원 내 불길의 가장자리(화선)가 총 200m 정도였다. 천왕봉까진 8.5km였다. 산림청과 경남도, 국립공원공단 경남사무소 직원들의 입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한 것은 다음 날부터였다. 강풍을 탄 불길이 천왕봉에서 불과 4.5km 앞까지 파죽지세처럼 치고 올라왔다. 하루 새 4km를 질주한 것이다. 전남 전북 등 지리산을 공유한 다른 지자체도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불이 뻗쳐간 곳에서 남원 구룡계곡까진 29.1km, 구례 피아골까진 18.5km에 불과했다. 48만3022㎢ 규모의 지리산국립공원은 경남(하동·함양·산청), 전남(구례), 전북(남원) 등 3개 도,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 해발 900m의 험준한 산세 등 3가지 악재 속에 산림당국은 배수진을 치고 사투를 벌였다. 천왕봉 앞 4.5km 지점에 헬기·특수진화대원·산불지연제 등으로 ‘3중 방화선’을 구축했다. 낮엔 헬기 55대, 야간엔 산림청 공중진화대 및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 인력 1000여 명과 장비 240여 대를 한꺼번에 투입해 공중과 지상에서 동시 진화 작전을 펼쳤다. 계곡과 절벽이 얽혀 있어 인력 투입이 어려운 곳엔 헬기를 이용해 10t 이상의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뿌렸다. 28일부터는 일반 헬기 대비 담수량이 최대 5배 큰 주한미군 CH-47(치누크) 헬기 1대와 블랙호크 3대도 지리산권역에 투입돼 진화를 도왔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고지대에다 최대 1m에 이르는 낙엽층으로 인해 헬기에서 뿌린 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않았다”며 “아래 숨어 있던 불이 바람과 함께 되살아나기를 반복해 진화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이 민가로도 접근해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대원들이 3일 동안 밤새 3km 길이 방화선을 구축하고 사투를 벌였다”고 전했다. 총력전 끝에 29일 지리산 내 화재를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리산국립공원구역 내 132ha가 불에 탔지만 천왕봉 등 중요 지점으로의 확산은 막았다.● 산청 주불 진화했지만 경북선 ‘재발화’ 산림당국은 30일 산청 산불의 주불을 잡는 데도 성공했다. 전날 55대, 이날 50대의 헬기를 집중 투입한 덕이었다. 주불 진화까지 8일 21시간이 걸렸다. 축구장 2602개 면적에 달하는 1858ha(산불영향구역)가 불에 탔다. 잔불까지 진화하려면 짧게는 2, 3일, 길게는 5, 6일이 걸린다. 산림당국은 산림청 13대, 지방자치단체 5대, 국방부 21대, 국립공원 1대 등 40대의 헬기를 계속 투입해 잔불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경북 의성에서 발화해 28일 주불을 진화한 경북 산불은 재발화가 반복돼 애를 먹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29일 안동시 남후면 고상리와 고하리 일대, 의성군 신평면 고안리와 중율리, 영양, 청송 등에서 불길이 다시 살아났다. 이날 오전 3시경 청송군 파천면 신흥리 야산에서 재발화한 산불로 부남면 감연리, 대천리 주민에게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산림당국은 경북 북동부 지역의 잔불을 이날 밤 안에 끄는 것을 목표로 인력 및 장비를 집중 투입하고 31일부터는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산불로 훼손된 통신망과 전기, 수도 시설은 90% 이상 복구를 완료했다.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청송=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경남도와 경북도가 산불 피해 주민들이 일상으로 조속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과 복구에 나선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30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 마련된 산불통합지휘본부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피해 지원 대책 및 복구 계획 등을 설명했다. 산청 산불로 경남에선 4명이 사망하고 2158명이 대피하는 등 지역민의 삶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1858ha(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됐고 주택, 공장, 종교시설, 문화재 등 시설 피해도 총 84곳에 달한다. 경남도는 지역 주민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촘촘한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산청군 시천면·삼장면과 하동군 옥종면 주민에게는 전액 도비로 1인당 3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세 지역은 막대한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이다. 주민 1만여 명이 지원 대상이다. 생계 유지가 어려운 가구에 대해서는 정부의 긴급복지지원과 경남도의 희망지원금을 통해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난방비 등을 차등 지급하고 기준을 다소 초과한 가구도 긴급지원 심의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산청 하동지역 소상공인에게는 총 100억 원 규모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융자 지원하고 지역사랑상품권도 총 469억 원 규모로 확대 발행한다. 대피소 종료 이후에도 의료와 심리 지원을 지속 추진한다. 현장응급의료소 운영과 환자 모니터링, 재난심리서비스 등을 이어가는 한편 마음안심버스를 통해 마을 단위 심리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 지사는 “경남은 남부권 중심지이자 지리산과 직접 연결된 지역”이라며 “피해 주민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는 한편 국립 남부권 산불방지센터 건립을 통해 산불 예방과 진화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도 29일 초대형 산불 피해 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복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본부장으로 신속 피해조사반과 미래형 시설개선반, 신속 행정지원반, 제도개선연구반을 구성해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 지원 등에 우선 집중한다. 지역 내 체험마을과 청소년 교육 및 숙박시설, 리조트, 호텔 등을 활용해 이재민들에게 임시 주거시설을 마련해 줄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피해 지역에 새로운 주거단지를 조성해 공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재민들이 집을 짓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될 경우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민 대피시설에 공보의와 간호사 등을 파견해 이재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심리상담가 등을 투입해 이재민들이 겪을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해 주고 농업과 어업, 산업 분야 피해 복구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앞서 경북도는 의성과 안동, 영양, 영덕, 청송 등 5개 산불 피해지역 주민 27만여 명에게 1인당 3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주거부터 농업, 어업, 임업, 공장 등 생계 현장까지 한 치의 소홀함과 불편함이 없도록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시는 31일 동구 각산동 ‘정류장, 나불 카페’에서 찾아가는 여성 일자리 굿잡(Good Job) 카페를 연다. 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단절 및 미취업 여성을 위해 마련했으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센트럴요양병원과 아주운수㈜, 나라솔루션㈜, 진명다움 수성센터, ㈜가호노인복지센터, ㈜제이씨에스 인터내셔널, 피지엠(PGM) 파크골프·골마켓, ㈜스페이스 등 지역 8개 업체가 참여해 20명 이상을 채용할 예정이다. 모집 직종은 조리원과 간호사, 요양보호사, 웹디자이너, 재봉사, 운전원, 단순제조 담당 등이다. 현장면접 후 바로 채용하는 직접 채용과 구직자를 해당 기업에 추천하는 간접 채용으로 나눠 진행한다. 현장방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대구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맞춤형 직업상담과 취업 연계 서비스도 제공한다. 대구시는 2016년부터 찾아가는 여성일자리 굿잡 카페를 시작해 모두 126회 운영했으며 이를 통해 1897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올해는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모두 10회 진행할 예정이다. 박윤희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돕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경찰이 경북 북동부 대형 산불 사건의 최초 실화자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30일 산림보호범 위반 혐의로 56세 남성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22일 오전 11시 25분경 아내, 딸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과정에서 산불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119 최초 신고자는 그의 딸인 것으로 알려졌다. 딸은 경찰에 “(아버지가 봉분에 있는) 나무를 꺾다가 잘 안 돼 라이터로 태우려다가 바람에 불씨가 커져서 산불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경북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지역으로 번져 산림 4만5157ha를 태우고 28일 가까스로 진화됐다. 이 과정에서 산불 진화 헬기를 몰던 조종사 1명과 산불감시원, 주민 등 26명이 숨졌고 천년고찰 고운사 등 유형문화유산과 주왕산 국립공원을 비롯해 시설물 4000여 채가 불에 탔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주 중에 국립과학산림연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과 일정을 조율해 최초 발화지점을 중심으로 합동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목격자 조사 등 기초 사실 조사를 모두 마친 뒤에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산불은 막대한 피해를 입히지만 실화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약한 실정이다. 현행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실수로 산불을 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번 산불이 대규모 인적, 물적 피해로 이어진 점을 감안해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산불 실화자의 민·형사상 처벌에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이웃이 어려운 데 생업이 대수인가요.” 30일 오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동당마을에서 만난 박호규 산청군 읍면체육회 연합회장(65)이 마른 기침을 해대며 이렇게 말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주택과 밭, 뒷산 자락에서 희멀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박 회장은 연기로 인해 잔뜩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밭과 산자락을 향해 멈춤 없이 물줄기를 쏘아댔다. 박 회장 등 12명으로 구성된 연합회장단은 산청 산불이 발생한 21일부터 이날까지 9일 동안 자체적으로 확보한 펌프차를 이용해 잔불 진화에 나서고 있다. 박 회장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산불 현장과 가까운 마을을 돌며 잔불을 끄는 작업을 돕고 있고, 받아온 물을 소방펌프차에도 공급하고 있다”며 “물을 뿌리고 받아온 물을 소방펌프차에 채워주고 있다”며 “회장들 모두 생업을 제쳐두면 수십, 수백만 원 손해를 입지만 마을과 주민들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해 나섰을 뿐이다”고 말했다.●재난 앞에 더욱 뜨거운 이웃사랑 경북 북동부와 경남 산청군 등 대형 산불 피해 지역 곳곳에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도움의 손길이 답지하고 있다. 같은 날 찾은 산청군 단성중 체육관 앞에서는 대한적십자사 산청군 소속 봉사자인 강정숙 씨(60)가 실의에 빠진 이웃들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었다. 강 씨뿐 아니라 음식을 식판에 퍼주는 봉사자들 봉사단원 상당수가 이번 산불 피해를 입은 이재민이라고 했다. 강 씨와 자원봉사자들은 오전 5시 반부터 식사를 준비하고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에게는 급식판에 밥을 담아 텐트로 직접 가져다 주기도 한다. 저녁 식사 배식이 끝나면 설거지를 한 뒤 다음날 장까지 본다. 오후 10시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강 씨는 “1998년 지리산 자락에 내린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었을 때 당시 봉사자들의 헌신을 보고 봉사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며“지금 봉사자들 가운데 상당수도 산불에 큰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다. 그래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함께 일어나고 싶어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화마가 비껴간 인근 지역 주민들도 가세해 이재민들의 일상 복귀를 돕고 있었다. 의성 주민 김모 씨(49)는 이날 주말을 반납하고 오전부터 시작된 의성군 사곡면 지역 진화작업에 나섰다. 배낭형 분무기를 들쳐맨 그는 “분무기 무게가 상당한데 이정도로 무거울 줄은 몰랐다. 불이 매우 심한 상황에서도 이렇게 무거운 분무기를 들고 산을 오르내렸을 진화대원을 생각하니 안쓰럽다”며“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산불 피해가 심했던 안평면의 한 마을에서는 피해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온 박모 씨(54)가 일손을 거들고 있었다. 박 씨는 “고향에 남아있던 친구가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구에서 찾아왔다. 주중에 휴가라도 내고 한동안 도와주고 싶은 심정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따뜻한 커피 한잔하고 가세요” 피해지역 주민들은 밤낮 고생하고 있는 진화대원들을 위해서도 지역 상인들도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청송에 있는 한 식당은 26일부터 출입문에 ‘소방관분들은 당분간 식사 무료 제공’이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소방관 등 진화대원에게 무상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업주는 “지역을 위해 힘써주시는 소방관이나 산불진화대원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작은 성의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영덕군 강구면의 한 카페도 27일부터 산불 진화대원과 공무원, 경찰 관계자 등에게 아메리카노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카페측은 갑작스러운 산불로 밤낮이 바뀔정도로 고생중이신 분들을 위해 작은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의성의 카페 비야에서도 24일부터 산불진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무료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산불 사태가 완전히 끝날 때 까지 무료커피를 제공할 방침이다. 대피소 생활중인 이재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에서 온 각종 단체 자원봉사자가 연일 급식, 세탁, 의료지원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북 의성군 대피소가 마련된 의성체육관 앞에서는 구세군과 대한불교 조계종 등 서로 다른 종교가 한마음 한 뜻으로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함께 식사 1000인 분을 준비해 단전, 단수를 겪는 피해마을 곳곳에 전달했다. 안솔베 구세군 원당영문교회 담임사관은 “재난 앞에 종교의 차이가 어디있냐”며“조계종 쪽에서 된장국 조리를 맡았고 구세군은 육개장을 끓이며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협동해 조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각 지자체도 경북 산불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방진 마스크와 생필품 등 구호품을 전달했다. 광주시는 이날 경북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 산불 피해를 본 경남, 울산 등에 재해구호기금 5000만∼1억 원을 각각 전달했다. 경기 안양시도 공직자, 사회단체, 시민 등을 대상으로 모금한 성금을 경북 산불 피해지역 등에 기부할 예정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을 포함한 산불 피해지역 지원을 위해 구호단체를 통한 기부금은 현재까지 약 554억으로 파악됐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산청=도영진의성=전남혁}

경남도와 경북도가 산불 피해주민들이 일상으로 조속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과 복구에 나선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30일 산청군 시천면에 마련된 산불통합지휘본부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피해 지원 대책 및 복구 계획 등을 설명했다. 산청 산불로 경남에선 4명이 사망하고 2158명이 대피하는 등 지역민의 삶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1858ha(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됐고 주택, 공장, 종교시설, 문화재 등 시설 피해도 총 84곳에 달한다.경남도는 지역 주민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촘촘한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산청군 시천면·삼장면과 하동군 옥종면 주민에게는 전액 도비로 1인당 3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세 지역은 막대한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이다. 주민 1만여 명이 지원 대상이다. 생계유지가 어려운 가구에 대해서는 정부의 긴급복지지원과 경남도의 희망지원금을 통해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난방비 등을 차등 지급하고 기준을 다소 초과한 가구도 긴급지원 심의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산청 하동지역 소상공인에게 총 100억 원 규모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융자 지원하고 지역사랑상품권도 총 469억 원 규모로 확대 발행한다.대피소 종료 이후에도 의료와 심리 지원을 지속 추진한다. 현장응급의료소 운영과 환자 모니터링, 재난심리서비스 등을 이어가는 한편 마음안심버스를 통해 마을 단위 심리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 지사는 “경남은 남부권 중심지이자 지리산과 직접 연결된 지역”이라며 “피해 주민 지원에 소홀함 없도록 하는 한편 국립 남부권 산불방지센터 건립을 통해 산불 예방과 진화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경북도도 29일 초대형 산불 피해 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복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본부장으로 신속 피해조사반과 미래형 시설개선반, 신속 행정지원반, 제도개선연구반을 구성해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지원 등에 우선 집중한다. 지역 내 체험마을과 청소년 교육 및 숙박시설, 리조트, 호텔 등을 활용해 이재민들의 임시주거시설을 마련해줄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피해지역에 새로운 주거단지를 조성해 공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재민들이 집을 짓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될 경우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민 대피시설에 공보의와 간호사 등을 파견해 이재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심리 상담가 등을 투입해 이재민들이 겪을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농업과 어업, 산업 분야 피해 복구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앞서 경북도는 의성과 안동, 영양, 영덕, 청송 등 5개 산불 피해지역 주민 27만여 명에게 1인당 30만 원의 긴급지난지원급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주거부터 농업, 어업, 임업, 공장 등 생계 현장까지 한치의 소홀함과 불편함이 없도록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시는 31일 동구 각산동 ‘정류장, 나불 카페’에서 찾아가는 여성 일자리 굿잡(Good Job) 카페를 연다. 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단절 및 미취업 여성을 위해 마련했으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센트럴요양병원과 아주운수㈜, 나라솔루션㈜, 진명다움 수성센터, ㈜가호노인복지센터, ㈜제이씨에스 인터내셔널, 피지엠(PGM) 파크골프·골마켓, ㈜스페이스 등 지역 8개 업체가 참여해 20명 이상을 채용할 예정이다. 모집 직종은 조리원과 간호사, 요양보호사, 웹디자이너, 재봉사, 운전원, 단순제조 담당 등이다.현장면접 후 바로 채용하는 직접 채용과 구직자를 해당 기업에 추천하는 간접 채용으로 나눠 진행한다. 현장방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대구여성새로일하기센터(053-803-7230~7)에서 맞춤형 직업상담과 취업 연계 서비스도 제공한다.대구시는 2016년부터 찾아가는 여성일자리 굿잡 카페를 시작해 모두 126회 운영했으며 이를 통해 1897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올해는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모두 10회 진행할 예정이다. 박윤희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돕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할 것”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해 동해안 해변까지 번진 역대 최악의 산불이 28일 가까스로 진화됐다. 이번 산불은 149시간 35분 동안 서울 면적의 75%를 태우며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잔불 정리와 조사가 끝나면 피해 면적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산림청은 28일 오후 5시 경북 산불의 주불이 진화됐다고 밝혔다. 22일 오전 11시 25분경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의 한 묘소에서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화마(火魔)는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지역에서 7일째 확산하며 4만5157ha(산불영향구역)를 삼켰다. 서울의 74.6%, 여의도의 156배, 축구장 6만3245개 면적으로, 기존 역대 최대 피해로 기록됐던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의 2배 규모다. 산림청은 잔불 정리 등 진화 작업을 마친 뒤 정확한 면적을 산출하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불은 인명 및 재산 피해도 막대했다. 화마가 주민들을 덮치며 경북 5개 시군에서 24명이 숨지는 등 총 28명이 사망했고, 3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주택 등 시설 4646곳이 잿더미로 변해 이재민 3만6674여 명이 발생했다. 현재도 대피소에 있는 이재민은 경남 산청, 하동 등을 포함해 8078명에 달한다. 의성의 천년 고찰인 고운사와 운람사가 불에 탔고, 청송 주왕산국립공원도 1000ha가 훼손됐다.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주왕산 천년 고찰인 대전사에 불길이 근접해 오며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산불 진화의 주역은 봄비였다. 27일 오후부터 시작된 비는 밤사이 5개 시군에 1∼3mm의 물을 뿌렸다. 산림청 관계자는 “강우량은 적었지만 산림을 적신 비가 불똥이 날아가 번지는 ‘비산화’ 위험을 낮춰줬다”고 했다.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진 기온도 연무를 제거해줘 진화 헬기의 정밀 분사를 돕기도 했다. 산림당국은 이 같은 조건을 발판 삼아 전날 오후 6시 기준 63.2%에 머물렀던 진화율을 28일 낮 94%까지 끌어올렸고 주불 진화까지 성공했다. 산림당국은 “불씨가 다시 오르지 않도록 잔불까지 모두 제거하겠다는 방침”이라며 “21일 시작된 산청 산불 진화율도 96%로, 주불 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21일부터 이어진 전국 산불이 27일을 기점으로 피해 면적과 사망자 모두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됐다. 경남을 시작으로 경북, 울산, 충북, 전북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번 산불 영향 구역은 하루 만에 두 배 이상인 3만8665ha로 불어나 2000년 동해안 산불을 넘어섰다. 사망자는 총 28명으로 1989년(26명 사망) 산불 수치를 추월했다. 정부는 경북 안동, 청송, 영양, 영덕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 의성, 경남 산청 등 전국 5개 시도의 중대형 산불 영향 구역은 3만8665ha로 서울 전체 면적(6만6000ha)의 약 64%에 달한다. 전날보다 2만913ha가 급증한 가운데 이날 오후 6시 기준 진화율은 안동 62%, 의성 62%, 영덕 55%, 영양 60% 등에 머물렀다. 산불이 빠르게 번지는데 진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산불 영향 구역이 갈수록 커지면서 피해 예상 면적도 이전 최대였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2만3794ha를 넘어설 것이라고 산림당국은 밝혔다. 산불 사망자는 2명이 추가돼 28명으로 늘었다. 이날 오전 11시 50분경 영덕에서 산불감시원 신모 씨(68)가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신 씨는 이틀 전 다른 산불 진화대원들과 현장 지원을 마치고 영덕문화센터 산불 대기실에서 해산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청송에서 실종된 80대 여성도 이날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에 실종자 및 신원미상 시신 신고가 추가로 들어오는 상황이라 사망자 규모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시작된 경남 산청 산불은 7일째 꺼지지 않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은 40ha가 이미 불탔고 천왕봉에서 4.5km 떨어진 지점까지 불길이 번졌다. 기상 악화와 연기 탓에 산림청 헬기는 오후 3시경 모두 철수했다. 이날 항공 지원에 나설 계획이었던 주한미군 CH-47(치누크) 헬기 1대와 블랙호크 3대도 사천공항에서 뜨지 못했다. 22일부터 6일째 이어진 울산 울주 산불은 이날 완전히 꺼졌다. 산림청은 울주 온양읍 운화리 산불이 발생 128시간 8분 만에 진화됐다고 밝혔다. 영남이 불타는 사이 호남에서는 새로운 산불이 발생했다. 26일 오후 9시 21분경 전북 무주군 부남면 민가에서 불이 나 야산으로 번졌고, 산불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기상청이 비가 온다고 예고한 이날 의성에는 한때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30분 만에 그쳤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울산·경북·경남 산불 피해 주민을 위해 취득세·자동차세 면제, 지방세 납부기한 연장, 지방공공요금 감면 등 세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안동=장영훈 기자 jang@donga.com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무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올해 욕심을 내 대출까지 받아 모종을 2배로 더 심었는데…. 하늘도 참 야속합니다.” 27일 오전 11시경 경북 의성군 안평면 신월리에서 만난 박현오 씨(74)는 산불 열기에 묵은 파김치처럼 시들어버린 마늘 모종을 쳐다보다가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박 씨는 “마늘 모종을 쓸 수 없게 돼 수익을 내지 못할 텐데, 어디서 또 돈을 빌려 대출금을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영남 지역을 덮친 역대 최악의 산불로 지역 대표 작물들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농민들이 실의에 빠졌다. 화마가 밭과 시설 대부분을 태워 복구조차 어려운 농가가 적지 않다. 경북 북부권은 의성 마늘, 영덕 송이버섯, 청송 사과, 영양 고추 등 전국적인 농산물 주산지다.의성은 연간 마늘 생산량이 약 9700t에 달하는 전국 최대 마늘 산지다. 그러나 이번 산불로 피해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의성체육관에서 만난 마늘 재배 농민 김모 씨(62)는 “마늘 모종은 물론이고 수천만 원을 주고 구입한 경운기와 트랙터도 형체만 남기고 다 타버렸다”며 “앞으로 생계는 어떡해야 하냐”고 호소했다. 국내 최대 송이버섯 산지인 영덕군도 직격탄을 맞았다. 군내 최대 송이 생산지인 지품면 국사봉 일대가 불길에 휩싸이며 사실상 초토화됐다. 영덕은 지난해 1만2178kg의 송이를 생산한 전국 1위 지역이며, 그중 60% 이상이 국사봉에서 채취됐다.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지품면 주민 김모 씨(65)는 “산불 지역에 송이가 다시 나기까지는 50년 이상 걸려 대를 이어 온 송이 채취를 못 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송군 상황도 다르지 않다. 주산지인 파천면 등 사과 과수원 상당수가 불길에 휘말려 큰 피해를 입었다. 청송군은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8만 t에 달했고, 향후 10만 t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산불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추 산지로 유명한 영양군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석보면 화매리에서 고추 농사를 짓던 한호기 씨(67)는 “2000평 규모의 고추 농사 비닐하우스가 모두 불에 탔다”며 “한시라도 빨리 피해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21일부터 이레째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 산불로 특산물인 곶감으로 유명한 시천면 주민들도 망연자실하고 있다. 점동마을 배익선 이장(71)은 “마을 전체 감나무 중 절반가량이 불에 탔다”며 허탈해했다.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의성·영덕=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아이고, 어디로 도망치란 말이고.” 27일 경북 안동시 안흥동에서 김덕만 씨(72)가 ‘시내 방면으로 산불이 확산 중’이라는 재난문자를 보며 말했다. 남후면 방면 야산에선 붉은 불꽃이 보였다. 시내 거리는 이미 산에서 넘어온 매캐한 연기로 가득해 눈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김 씨는 “말도 마이소. 숨도 제대로 못 쉬겠니더”라더니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영남 지역을 삼킨 화마는 이날도 확산세를 이어갔다. 24일 한때 71%까지 올랐던 경북 의성군 산불 진화율은 이날 62%로 떨어졌고, 영덕군 진화율은 55%, 영양군 진화율은 60%에 그쳤다.● “사람 뛰는 것보다 빨라”… 질주하는 산불총력 진화에도 확산세가 줄지 않는 이유는 엄청난 확산 속도 때문이다. 이날 산림청 산하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는 미국 위성을 활용한 열 탐지 자료 분석 결과 의성 산불 진행 속도가 시간당 8.2km로 역대 가장 빠른 속도라고 밝혔다. 원명수 센터장은 “2019년 강원 속초·고성 산불 때 시간당 초속 33m 바람이 불었고, 이때 기록된 산불 확산 속도는 시간당 5.2km”라며 “시간당 8.2km는 사람이 뛰는 속도보다 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남권 산불이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데는 이 같은 빠른 속도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24일까지 의성에 머물렀던 산불은 25일 오전부터 인근 안동과 청송으로 확산하기 시작해 불과 12시간여 만에 51km를 이동해 영덕까지 이르렀다. 산림청 관계자는 “영양과 영덕 등에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다수 사망한 이유”라고 했다. 산불 속도가 빨라진 건 최대 순간 풍속 초속 28m 태풍급 강풍이 원인이다. 이 강풍이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며 진화까지 어렵게 하고 있다. 이날 오후 기준 이번 산불 영향 구역은 3만8665ha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피해 면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험준한 지형에 연무로 지리산 진화도 난항 이날 산불 사망자도 추가됐다. 영덕군 영덕읍에서 60대 산불예방진화대원이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고, 청송에서 80대 여성이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 총사망자는 28명으로 늘었다. 서산영덕고속도로에서는 청송휴게소 양방향 건물이 전소됐다. 인근 시설이 모두 불에 타 청송 지역 희생자 3명의 장례는 100km 넘게 떨어진 대구에서 치러지게 됐다. 산불 피해 지역에서는 단전 단수까지 이뤄지며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안동에서는 산불 피해로 가압장에 전기 공급이 끊겨 일직, 남선, 길안, 임하, 남후, 임동 등 일부 지역에 이틀째 수돗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덕 일부 지역에서도 단전 단수가 이어졌다.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돼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번진 산불은 천왕봉 4.5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다. 공원 내 피해 면적은 40ha로 추정된다. 산림당국이 산불지연제를 뿌리는 등 진화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험준한 지형에 연무까지 겹쳐 난항을 겪고 있다. 27일 투입 예정이었던 미군 CH-47(치누크) 헬기 등 4기는 기상 악화로 뜨지 못했다. 이미 산불이 많이 번진 주왕산국립공원은 탐방지원센터 1곳과 간이화장실 2곳이 전소했다. 피해 면적은 1000ha로 추정된다.● 울주 산불 128시간 만에 진화 이날 오후 8시 40분경 울산시는 “울주 온양 산불이 발생 엿새째(128시간 8분) 완전히 진화됐다”며 공무원 비상동원 명령도 해제했다. 저녁 들어 시간당 5mm 내외 약한 비가 내려 진화를 도왔다. 산림 피해 면적은 931ha(축구장 1330개 규모)다. 의성에서는 오후 6시경 천둥이 치고 비가 내려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지만 1mm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30분 만에 그쳤다. 산청에도 10분간 비가 내렸지만 강수량은 2mm에 불과했다. 다음 달 6일까지도 산불 지역에 비 소식이 없고 영남에는 건조특보가 발령된 상태다. 산림청은 “향후 바람 방향과 세기가 관건”이라며 “남풍이 세게 불면 안동과 영양, 북풍이 거세지면 청송, 의성 등의 산불이 더 번질 수 있다”고 밝혔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아이고, 어디로 도망치란 말이고.”27일 경북 안동시 안흥동에서 김덕만 씨(72)가 ‘시내 방면으로 산불이 확산 중’이라는 재난문자를 보며 말했다. 남후면 방면 야산에선 붉은 불꽃이 보였다. 시내 거리는 이미 산에서 넘어온 매캐한 연기로 가득해 눈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김 씨는 “말도 마이소. 숨도 제대로 못 쉬겠니더”라더니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영남 지역을 삼킨 화마는 이날도 확산세를 이어갔다. 24일 한때 71%까지 올랐던 경북 의성군 산불 진화율은 이날 62%로 떨어졌고, 영덕군 진화율은 55%, 영양군 진화율은 60%에 그쳤다.●“사람 뛰는 것보다 빨라”… 질주하는 산불총력 진화에도 확산세가 줄지 않는 이유는 엄청난 확산 속도 때문이다. 이날 산림청 산하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는 미국 위성을 활용한 열 탐지 자료 분석 결과 의성 산불 진행 속도가 시간당 8.2km로 역대 가장 빠른 속도라고 밝혔다. 원명수 센터장은 “2019년 강원 속초·고성 산불 때 시간당 초속 33m 바람이 불었고, 이때 기록된 산불 확산 속도는 시간당 5.2km”라며 “시간당 8.2km는 사람이 뛰는 속도보다 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번 영남권 산불이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데는 이 같은 빠른 속도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24일까지 의성에 머물렀던 산불은 25일 오전부터 인근 안동과 청송으로 확산하기 시작해 불과 12시간여 만에 51km를 이동해 영덕까지 이르렀다. 산림청 관계자는 “영양과 영덕 등에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다수 사망한 이유”라고 했다.산불 속도가 빨라진 건 최대 순간 풍속 초속 28m 태풍급 강풍이 원인이다. 이 강풍이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며 진화까지 어렵게 하고 있다. 이날 오후 기준 이번 산불 영향 구역은 3만8665ha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 피해 면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험준한 지형에 연무로 지리산 진화도 난항이날 산불 사망자도 추가됐다. 영덕군 영덕읍에서 60대 산불예방진화대원이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고, 청송에서 80대 여성이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 총 사망자는 28명으로 늘었다. 서산영덕고속도로에서는 청송휴게소 양방향 건물이 전소됐다. 인근 시설이 모두 불에 타면서 청송 지역 희생자 3명의 장례는 100km 넘게 떨어진 대구에서 치러지게 됐다.산불 피해 지역에서는 단전 단수까지 이뤄지며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안동에서는 산불 피해로 가압장에 전기 공급이 끊겨 일직, 남선, 길안, 임하, 남후, 임동 등 일부 지역에 이틀째 수돗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덕 일부 지역에서도 단전 단수가 이어졌다. 산불 피해 이재민들은 불편한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돼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번진 산불은 천왕봉 4.5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다. 공원 내 피해 면적은 40ha로 추정된다. 산림당국이 산불지연제를 뿌리는 등 진화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험준한 지형에 연무까지 겹쳐 난항을 겪고 있다. 27일 투입 예정이었던 미군 치누크 헬기 등 4기는 기상악화로 뜨지 못했다. 이미 산불이 많이 번진 주왕산 국립공원은 탐방지원센터 1곳과 간이화장실 2곳이 전소했다. 피해 면적은 1000ha로 추정된다.● 울주 산불 128시간 만에 진화… 의성, 30분간 비 내려이날 오후 8시 40분경 울산시는 “울주 온양 산불이 발생 엿새 째(128시간 8분) 완전히 진화됐다”며 공무원 비상동원 명령도 해제했다. 저녁 들어 시간당 5mm 내외 약한 비가 내려 진화를 도왔다. 산림 피해 면적은 931ha(축구장 1330개 규모)다.의성에서는 오후 6시경 천둥이 치고 비가 내려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지만 1mm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30분 만에 그쳤다. 산청에도 10분간 비가 내렸지만 강수량은 2mm에 불과했다. 다음 달 6일까지도 산불 지역에 비 소식이 없고 영남에는 건조특보가 발령된 상태다. 바람 방향에 따라 불이 안동과 영양 혹은 청송 의성 등으로 더 번지거나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산림청은 “향후 바람 방향과 세기가 관건”이라며 “남풍이 세게 불면 안동과 영양, 북풍이 거세지면 청송, 의성 등의 산불이 더 번질 수 있다”고 밝혔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올해 욕심을 내 대출까지 받아 모종을 2배로 더 심었는데…하늘도 참 야속합니다.”27일 오전 11시경 경북 의성군 안평면 신월리에서 만난 박현오 씨(74)는 산불 열기에 묵은 파김치처럼 시들어버린 마늘 모종을 쳐다보다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박 씨는 “마늘 모종을 쓸 수 없게 돼 수익을 내지 못할 텐데, 어디서 또 돈을 빌려 대출금을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영남 지역을 덮친 역대 최악 산불로 지역 대표 작물들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농민들이 실의에 빠졌다. 화마가 밭과 시설 대부분을 태우면서 복구조차 어려운 농가가 적지 않다. 경북 북부권은 의성 마늘, 영덕 송이버섯, 청송 사과, 영양 고추 등 전국적인 농산물 주산지다.의성은 연간 마늘 생산량만 약 9700t에 달하는 전국 최대 마늘 산지다. 그러나 이번 산불로 피해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의성체육관에서 만난 마늘 재배 농민 김모 씨(62)는 “마늘 모종은 물론 수천만 원을 주고 구입한 경운기와 트렉터도 형체만 남기고 다 타버렸다”며 “앞으로 생계는 어떡해야 하냐”고 호소했다.국내 최대 송이버섯 산지인 영덕군도 직격탄을 맞았다. 군 내 최대 송이 생산지인 지품면 국사봉 일대가 불길에 휩싸이며 사실상 초토화됐다. 영덕은 지난해 1만2178kg의 송이를 생산한 전국 1위 지역이며, 그중 60% 이상이 국사봉에서 채취됐다.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지품면 주민 김모 씨(65)는 “산불 지역에 송이가 다시 나기까지는 50년 이상 넘게 걸려 대를 이어온 송이 채취를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청송군 상황도 다르지 않다. 주산지인 파천면 등 사과 과수원 상당수가 불길에 휘말리며 큰 피해를 입었다. 청송군은 지난해 사과 생산량만 8만t에 달했고, 향후 10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산불로 피해 규모조차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고추 산지로 유명한 영양군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석보면 화매리에서 고추 농사를 짓던 한호기 씨(67)는 “2000평 규모의 고추 농사 비닐하우스가 모두 불에 탔다”며 “한시라도 빨리 피해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21일부터 이레째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 산불로 특산물인 곶감으로 유명한 시천면 주민들도 망연자실하고 있다. 점동마을 배익선 이장(71)은 “마을 전체 감나무 중 절반가량 불에 탔다”며 허탈해했다. 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의성·영덕=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