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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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취재분야

2026-03-01~2026-03-31
일본41%
국제일반18%
미국/북미13%
국제정세8%
칼럼5%
인사일반5%
국방3%
러시아3%
중국3%
국제교류1%
  • 문학평론가가 풀어 쓴 국악 사설의 백과사전

    문학평론가가 국악 사설(辭說)을 집대성한 책을 펴냈다. 출판사 휴먼앤북스 대표이기도 한 하응백 씨(50·사진)가 이 출판사에서 출간한 ‘창악집성(唱樂集成)’. 판소리를 제외한 잡가 시조창 경·서도민요 남도민요 동부민요 등 350여 편의 국악 사설을 모으고 이를 풀이한 1116쪽 분량의 책으로 ‘국악 사설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하 씨는 “기존의 국악 사설집은 현장의 사설을 옮기는 것에만 주안점을 두어 문학적 전문성이 결여되거나 해석이 부정확했다”면서 “이 때문에 정확한 사설의 내용을 모르고 부르는 경우가 허다했고 청중도 가사의 뜻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 씨는 5년 동안 사설을 모으고 고문헌과 방언과 전설 등을 참조해 사설을 정리했다. 이를테면 서도민요인 ‘연평도 난봉가’에는 ‘긴작시 강변에 아가씨나무, 바람만 불어도 다 쓰러진다네’란 부분이 있는데 일부에서는 ‘긴작시’를 ‘긴낙시’로도 부르기도 한다. ‘아가씨나무’의 뜻도 불분명했다. 하 씨는 연평도 북쪽 해안에 ‘긴작시’라는 지명이 있다는 것을 찾아냈고, 연평도에 전해 내려오는 임경업 장군 전설에서 ‘가시나무로 낚시를 했다’는 부분에 착안해 아가씨나무는 가시나무가 변해서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 씨는 “고문헌 등의 자료를 찾고 해석했지만 이것으로도 부족해 직접 소리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 얘기를 들었다. 정확도를 높인 사설집이 나오니 ‘속이 시원하다’고들 하신다”며 웃음지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서도소리(황해도와 평안도 지방의 민요와 잡가)를 보존하기 위해 사단법인 서도소리진흥회를 출범시키고 이사장을 맡았다. “서도소리는 북한에서 소리의 명맥을 잇지 못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남도소리에 비해 사장돼 있습니다. 중요한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 단체를 만들었죠. 책을 쓰면서 거둔 또 하나의 수확입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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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병기 명인 “내 음악도 텅 빈 ‘달 항아리’처럼 넉넉하기를…”

    ■ 내달 13일 가야금 콘서트 여는 황병기 명인“아무 장식도 없고 둥글고 하얗게 돼 있는데 보고 있으면 순수하면서 넉넉한 기분이 들어요. 내가 추구하는 음악세계의 본질이 조선 백자 ‘달 항아리’ 하고 같은 것 같아.” 가야금 황병기 명인(75)이 다음 달 13일 LG아트센터에서 가야금 콘서트를 연다. 올해 국악 활동 61년, 작곡가로 활동한 지 50년을 맞은 그가 펼치는 이번 공연의 주제는 ‘달 항아리’다. “달 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텅 빈 기분이 들어요. 사람들이 ‘마음을 비우고 살라’고들 하는데 딱 그 느낌이 드는 거지. 제가 추구하고 싶은 음악세계와도 같고 해서 주제로 잡아봤습니다.” ‘밤의 소리’로 시작한 창작곡은 ‘소엽산방’ ‘하마단’ ‘추천사’를 거쳐 그의 아방가르드 대표작인 ‘미궁’에서 정점을 찍는다. ‘미궁’은 1975년 초연 당시 기괴하고 음침한 음향에 관객들이 경악했고 심지어 ‘세 번 들으면 죽는다’는 소문까지 돌았던 작품. 공연은 ‘침향무’로 이어져 막을 내린다. “‘미궁’으로 끝내면 아무래도 좀 분위기가 뭐 하니까, ‘침향무’를 마지막에 넣었지요. 많이 사랑받는 곡이기도 하고….” 뮤지컬과 콘서트가 주로 열리는 LG아트센터에서 가야금 공연이 열리는 것도 이례적이다. 황 명인은 몇 해 전 그 극장에서 피나 바우슈의 무용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극장이 괜찮아서 한번 공연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황 명인은 ‘미궁’과 ‘침향무’를 직접 연주한다. ‘소엽산방’은 정대석(거문고), 김웅식 씨(장구)가 연주하는 등 후배 국악인들도 참여한다. 2006년 임기 3년의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에 올라 2009년 연임한 황 명인은 12월 31일 임기를 끝으로 물러날 생각이다. “그동안 썼던 곡 연주하느라 너무 바빴는데 이제 작곡을 좀 해야지. 노인의 경지에서 바라본 생각들을 담은 곡을 쓸 생각이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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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세종대

    ◇세종대 △부총장 신구 △교육대학원장 송현옥 △산업〃 김정욱 △도시부동산〃 김영욱 △인문과학대학장 정혜경 △경영〃 이종열 △생명과학〃 김용휘 △공과〃 배위섭 △교무처장 김광희 △전산정보원장 백성욱 △국제어학〃 강자모 △비전2020위원장 김승억 △산학협력단장 김선재}

    • 20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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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레는 鄭트리오

    “자매이자 음악 동료로서 고국의 음악제에서 힘을 합쳐 일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기쁨입니다.”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 공동 예술감독을 맡은 정명화(67·첼리스트), 경화(63·바이올리니스트) 자매는 마주 보고 활짝 웃었다. 28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음악제 간담회에서 이들은 예술감독을 맡아 여는 첫 음악제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음악제는 7월 24일∼8월 13일 강원 대관령 알펜시아를 비롯한 도내 일원에서 열린다. 국내외 50여 명의 음악가가 참여해 ‘저명 연주가 시리즈’ ‘음악가와의 대화’ 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두 사람은 7년간 이 음악제를 이끌었던 강효 줄리아드음악원 교수에 이어 예술감독을 맡게 됐다. 언니 명화 씨는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들과 음악을 하는 헌신적인 후배들을 위해 우리가 쌓은 경험과 지식, 지혜를 아낌없이 활용하고 싶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실내악 축제로 가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고 말했다. 동생 경화 씨는 “처음 시도하는 새로운 도전에 마음이 설렌다. 매년 경치 좋은 대관령에서 여러 음악가, 학생들과 음악 교류를 한다니 더 기대된다. 특히 언니와 함께한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며 활짝 웃었다. 두 사람은 지난달 어머니인 이원숙 씨가 세상을 뜨는 아픔을 겪었다. “우리가 예술감독 하는 것을 보셨으면 매우 좋아하셨을 것 같다. 대관령 경치도 보시고, 음악도 즐기셨더라면 좋았을 텐데….”(명화 씨) 이 음악제의 책임을 맡은 후로 국내에 있는 명화 씨와 미국 뉴욕에 사는 경화 씨는 매일 통화를 하면서 의견을 조율했다. 명화 씨는 “가끔 의견이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좋은 음악을 하려는 생각은 같으니 자연스레 조율이 됐다”고 했다. 자매는 함께 직접 연주에도 나선다. 다음 달 29일 오후 7시 반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미국의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씨와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1번 B장조 작품 8번’을 연주한다. 경화 씨는 “평생 트리오는 동생 명훈이랑만 했는데 이번에는 케너 씨와 하게 돼 낯설지만, 높은 수준의 실내악 연주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명화 씨는 “경화와 한무대에 선 것도 5년이 넘은 것 같아 매우 반갑다”고 했다. 경화 씨는 2005년 9월 손가락 부상을 입어 한동안 공연을 쉬었다. 지난해 연주활동을 재개한 그는 “일반인으로 살며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다. 내가 연주자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예술 문학분야 최고 훈장… 러 키신 등과 함께 수상▼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씨(사진)가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는다. 프랑스 정부는 28일 정명훈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문화예술공로훈장 코망되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코망되르 훈장은 프랑스 정부가 음악과 미술, 영화 등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최고 등급의 훈장이다.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음악감독 외에 서울시향 예술감독도 겸임하는 정 씨는 내년부터 독일 관현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프랑스 문화부는 정 씨 외에 러시아의 거장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등 3명에게도 문화예술공로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시상식은 29일 낮 프랑스 문화부에서 열린다.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20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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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단신]한국문학번역상 및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시상식 外

    ■ 한국문학번역원은 30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제10회 한국문학번역상 및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시상식을 연다. 번역 대상은 소설가 황석영 씨의 ‘심청’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최미경, 장노엘 주테 씨가 받는다. 신인상은 박민규의 ‘아침의 문’을 영어로 번역한 김제인 씨를 포함해 8명에게 돌아간다. ■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아, 흥남’이 25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첫 촬영에 들어갔다. 이날은 워싱턴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6·25 61주년 기념식 장면을 촬영했다.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2월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중공군을 피해 피란민과 군인 등 20여만 명을 배 193척에 실어 대피시킨 작전이다. 맘미디어가 2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제작하는 이 영화는 내년 가을 개봉 예정.}

    • 20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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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원대 김동진 씨 논문 “조선시대 호랑이 잡던 사냥꾼들…”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사냥꾼은 동물을 사냥하며 생계를 잇는 포수의 모습으로만 그려진다. 하지만 이들 사냥꾼은 조선시대 국난(國難)이 발생했을 때 전투의 최선봉에서 싸운 정부 산하 최정예 대원들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강사 김동진 씨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9세기 한국 호랑이를 바라보는 세 시각: 호랑이, 조선인, 서구인의 눈으로 그린 모습’을 28일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와 문화사학회가 주최하는 ‘문화네트워크: 불통(不通), 상통(相通), 개통(改通)’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호랑이 사냥을 전담하는 군대인 착호군(捉虎軍)은 조선 건국 초부터 중앙과 지방에서 포호(捕虎)정책을 수행했다. 착호군은 현종 15년(1674년) 때 5000명, 숙종 22년(1696년)에는 1만1000명까지 늘어났다. 17세기 들어 산의 외진 곳까지 개간하며 생활한 화전민이 늘어나고 수렵이 활성화되자 갈 곳을 잃은 호랑이들이 민가의 가축이나 인명을 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착호군이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전투에 나서 탁월한 전과를 올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시에 소집될 의무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과는 특히 19세기 제국주의 열강과의 싸움에서 두드러졌다. 19세기 미국의 동양학자인 윌리엄 그리피스는 조선의 착호군이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에서 서구의 근대적인 함선과 총포로 무장한 군대를 물리쳤다고 ‘한국, 은둔의 국가’(1907년)에 상세히 기술했다. 병인양요에서 프랑스군에 맞선 주력은 관동과 경기지방에서 모인 포수 370여 명이었다. 신미양요가 발발하자 포수를 중심으로 한 별초군 3060명이 상경해 미군에 대항했고 고종 13년(1876년) 강화도조약을 체결할 때는 포수 4818명이 상경해 대응하기도 했다. 착호군의 위상은 개항 이후에도 상당 기간 유지됐다는 게 김 씨의 분석이다. 갑신정변 이후 흥선대원군이 새로 단장한 경복궁으로 이어(移御)할 때도 범사냥꾼들은 행렬 맨 앞에서 화승총과 갑주로 중무장하고 기수단을 호위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한반도에서 호랑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자 대다수 범사냥꾼은 만주로 이동해 의병활동에 가담하게 된다. 김 씨는 “청산리전투에서 전과를 올린 홍범도 장군도 착호군 출신이었다”며 “일부에서는 호랑이사냥꾼을 단순히 생계형 포수나 취미로 사냥을 하는 사람들로 인식해왔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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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음악치료 亞최고수준… 최신 댄스곡도 사용”

    “음악치료에서 한국은 아시아 정상입니다. 아시아에서 음악치료를 더욱 발전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최병철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교수(54)가 7월 5∼9일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제13회 세계음악치료학술대회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음악치료연맹(WFMT) 회장직에 오른다. 임기는 3년. 최 교수는 “그동안 음악치료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앞으로는 아시아의 전통 문화와 음악을 토대로 한 음악치료를 개발해 보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WFMT는 1985년 결성됐으며 50여 개국의 음악치료사들이 소속돼 있다. 3년마다 대륙을 돌며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하는데 학술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45개국 음악치료사 1200여 명이 참석해 음악치료에 관한 발표와 토론을 하는 대규모 행사다. 최 교수는 “사회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의 외로움은 깊어지고 스트레스도 심해진다. 이런 정신적 육체적 문제들을 음악으로 치료하는 수요는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바이올린을 전공했던 그는 미국 유학 도중 음악치료로 진로를 바꿔 일리노이주립대, 캔자스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1996년 귀국해 ‘국내 음악치료사 1호’가 됐다. “구석방에서 몇 시간이고 바이올린을 홀로 연습하기가 버거웠어요. 계속 연주가로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됐죠. 그러던 어느 날 강의실 창문을 통해 장애 아이들이 음악교육을 받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행복해하더라고요. 그 순간이 제 인생을 바꿔놓게 됐죠.” 음악치료를 받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적장애나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이다. 이들은 언어보다 음악을 통한 대화 시도에 더 반응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 가사를 짚어가며 속 깊은 대화를 끌어내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오해를 하는 점은 클래식만 음악치료에 사용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활동성을 키우려고 최신 댄스 음악을 이용하기도 하고 가사가 감미로운 발라드로 인생 얘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모든 음악이 치료의 도구가 되는 것이죠.” 최 교수는 음악치료가 신체 호르몬 분비에 좋은 영향을 주는 등 실증적 개선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것도 치료 효과가 있을까.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한 것이 아니니 치료라고 하기는 힘들고, ‘건강한 음악 생활’ 정도가 되겠네요. 사실 노래하고 싶다는 것도 어떤 욕구가 있다는 것인데 그것을 풀어주는 게 좋아요. 뜻 모른 채 흥얼거리는 것도 음악치료 관점에서 보면 좋은 습관입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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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땅을 뺏기던 날 아버지는 마지막 고구마를 캐어 오셨다

    마오쩌둥의 사상과 위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중국 내에서 ‘5금(禁) 조치’(출판·홍보·게재·비평·각색 금지)를 당했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2005년), 중국의 에이즈와 매혈 문제를 짚은 ‘딩씨 마을의 꿈’(2006년) 등 중국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소설을 주로 써온 저자가 내놓은 에세이다. 1960년대 중국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자신의 유년 시절과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던 아버지와 삼촌들의 고단한 삶을 담담한 어조로 회고했다. 빛바랜 흑백 영상을 연상시키는 담백하고 간결한 이야기들이 잔잔한 울림을 이끌어낸다. 1960년대 중국은 ‘3년 대기근’으로 3000만 명 이상이 죽고 문화대혁명이 촉발된 극심한 혼란기였다. 하지만 작은 농촌 마을 사람들의 문제는 미래의 혁명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생존이었다. 아버지와 그 형제들이 하나둘 세상을 뜨면서 인생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의 인생은 쌀과 땔감, 기름과 소금을 얻기 위해 온갖 고생과 즐거움, 생로와 병사 속에서 몸부림친 고통이었다.” 30대에 천식에 걸렸지만 변변한 처방조차 받지 못하고 병을 키웠던 아버지의 관심사는 한 톨의 양식이라도 더 일궈내고 번듯한 기와집을 자녀들에게 지어주는 것이었다. 그는 해가 뜨면 밭으로 나가 어둠이 내릴 때까지 고된 노동을 멈추지 않는다.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자투리땅을 3년에 걸쳐 개간해 고구마 농사를 지었지만 하루아침에 정부에 뺏긴 뒤 아버지는 집을 나간다. “어둠이 내려앉을 쯤에야 아버지는 힘이 다 빠진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손에는 한 무더기의 고구마 줄기가 들려 있었고 줄기 아래쪽에는 붉고 커다란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마지막 수확을 하고 온 아버지 앞에서 가족은 말문을 잃었다. 양말을 짜는 기계를 들고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던 큰아버지, 한평생 시멘트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던 넷째 삼촌의 인생사도 잔잔히 펼쳐진다. 문화대혁명의 격동이 서민에게 미친 영향도 상세히 그려냈다. 넷째 삼촌은 고장 난 기계를 수리하느라 손까지 다쳤지만 수리가 지연돼 인민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월급 절반이 깎인다. 초등학교 시절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저자는 한순간에 필기시험이 폐지되면서 공허를 느낀다. 고교 중퇴 후 군대에 들어가 25년을 보낸 뒤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는다. 책은 억지 감동을 유도하지 않고 차분한 묘사와 정제된 어법으로 일관한다. 척박한 삶 속에서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자신을 희생한 아버지들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뭉클하다. 단지 ‘아버지의 병세’ 등의 내용이 반복해서 등장하거나 가난을 키워드로 한 에피소드가 병렬식으로 이어져 다소 지루한 느낌도 준다. “중국에는 세 가지 현실이 존재합니다. 최근 급속히 번영하고 있는 중국의 현재, 그리고 ‘3년 대기근’ 등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고 있는 ‘은폐된 진실’, 마지막으로 어렵게 생활했던 아버지 세대에 대한 ‘잊혀져 버린 현실’입니다.” ‘은폐되고 잊혀져 버린 중국의 과거’를 젊은층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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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커피전문점 시대, 추억의 다방 순례

    딸기다방, 초양다방, 희다방, 은파다방, 묘향다방…. 향수가 느껴지는 옛 다방 모습이 책 속 가득하다. 스쿠터를 타고 전국의 다방을 찾아다닌 기행기. 경북 영양군에 가면 50여 년 된 ‘향수다방’이 있다. 고동색 창틀은 칠이 벗겨져 울퉁불퉁하고 한구석에는 빨간 공중전화가 놓여 있다. 입담 좋은 진 양은 이렇게 말한다. “다방 간판은 왜 찍고 다녀요. 도망간 여자가 다방에서 일해요?” 간간이 다방의 마담과 여종업원들과 나눈 대화가 있지만 무거운 인생사는 찾기 어렵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나그네의 예의’라는 게 저자의 생각. 그 대신 다방에서의 단상이 이어진다. 섬진강 악양 마을에서는 커피와 물이 든 보온병을 한 병씩 가져와 반반씩 섞어 타주는 ‘물커피’가 있다는 등 지역 다방의 특색도 설명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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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미술은 발품 팔아 현장에서 봐야”

    미술관에도 색깔이 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에 있는 아트센터 나비는 주로 창의적인 미디어 아트 전시를 한다.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과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은 사진 전시로 유명하다. 디자인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이 주목받는다. 상설전시의 수준이 높기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이 책은 서울의 공공, 사립 미술관들의 특징과 전시 등을 설명한다. 미국의 설치미술작가 조너선 보로프스키,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들이 설치된 여러 장소도 소개했다. ‘도시는 거대한 미술관’이란 게 저자의 생각. 인사동, 사간동, 광화문, 홍익대 등 미술관들이 몰려 있는 지역을 지도와 함께 엮었다. ‘발품을 팔아 미술 작품을 현장에서 보는 것’이 미술에 대한 식견을 높이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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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캘린더]주말 오감만족 나들이

    ■ MOVIE◆ 풍산개북한 담배 ‘풍산개’를 피는 정체불명의 사내는 비무장지대를 오가며 3시간 만에 물건과 사람을 배달한다. 그의 존재를 알게 된 국가정보원은 탈북 고위관료의 애인인 인옥을 데려오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면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사내와 인옥은 서로를 마음에 담는다. 이런 사실을 눈치 챈 국정원은 인옥을 볼모로 사내에게 또 다른 미션을 부여한다. 사내는 인옥을 지키기 위해 다시 목숨을 걸고 북한으로 향한다. 전재홍 감독. 윤계상, 김규리 출연. 23일 개봉. 18세 이상.이상용 흥미롭지만 리얼하지는 않은, 자극적이지만 충격을 선사하지는 않는. ★★★ 정지욱 거칠 것 없는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남북관계. ★★★★◆플레이모던 록 밴드 ‘메이트’가 공식 무대에 서기까지의 실화를 담았다. 각자 다른 곳에서 음악을 하던 준일(키보드와 보컬) 헌일(기타와 보컬) 현재(드럼)는 의기투합해 밴드를 결성한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지인이 빌려준 건물 옥상에서 연습을 하고, 아끼던 악기를 팔아 음악을 이어가지만 무대에 설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미국 밴드 스웰시즌의 내한 공연 소식을 접하고 공연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깜짝 공연을 펼칠 계획을 세운다. 남다정 감독. 정준일, 임헌일, 이현재 출연. 23일 개봉. 전체 관람가.정지욱 허구와 진실이 잘 버무려진 음악 한상 차렸소이다. ★★★☆민병선 신선한 감각, 눈에 띄는 몇 장면만으로도 충분. ★★★◆소중한 날의 꿈달리기에서는 한 번도 져 본적 없던 이랑은 계주에서 처음으로 상대에게 추월당하자 일부러 넘어진다. 그 후, 이랑은 육상부 선생님의 끈질긴 설득에도 지는 것이 두려워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이랑은 레코드 가게에서 서울에서 전학 온 수민을 만나 친구가 된다. 수민은 얼굴도 예쁘고 어른스러워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랑은 항상 자신감 넘치는 수민을 보며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자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안재훈, 한혜진 감독. 박신혜, 송창의 목소리 연기. 23일 개봉. 전체관람가.이상용 풋풋한 추억과 꿈을 지닌 정감의 애니메이션 ★★★☆정지욱 잊혀진 내 비밀상자를 열어보는 소중함. ★★★☆◆인 어 베러 월드의사인 안톤은 덴마크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의료봉사 활동을 한다. 10살 난 그의 아들 엘리아스는 학교에서 상습적인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리다 전학 온 크리스티안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난다. 둘은 금세 친구가 된다. 최근 암으로 엄마를 잃은 크리스티안은 가족과 세상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평소 온순하고 침착한 엘리아스에게 자신만의 분노 해결법을 가르쳐준다. 한편, 아프리카에 간 안톤은 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반군지도자의 부상을 치료하며 의사로서 도덕적 책무와 양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수잔 비에르 감독. 미카엘 페르스브렁, 트린 디어홈 출연. 23일 개봉. 12세 이상.정지욱 가장 강한 창과 방패는 용서와 화해. ★★★☆■ CONCERT◆ 케이윌 ‘가슴이 뛴다’아이돌 가수들 속에서도 그가 부르면 빛이 난다. 감성적인 목소리와 절제된 감정 표현이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이번 공연에선 ‘가슴이 뛴다’ ‘눈물이 뚝뚝’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등을 선보일 예정. 6만6000∼8만8000원. 25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02-541-7110◆ 신연아 ‘바람이 스치는 날에’여성 보컬그룹 빅마마. 자타가 공인하는 이 가창력 있는 그룹의 맏언니 신연아가 솔로 앨범 ‘어느, 느린 하루’를 발매했다. 그는 첫 단독 콘서트를 담백하지만 짙고, 여운을 남기는 무대로 꾸밀 예정이다. 7만7000원. 25, 26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 1544-1555 ◆ 김연우, ‘戀雨 속 연우’‘여전히 아름다운지’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등으로 따뜻함을 선사해 온 ‘보컬의 정석’ 김연우가 무대에 최근 출연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불렀던 곡도 함께 부른다. 7만7000∼9만9000원. 24일 오후 8시, 25, 26일 오후 3시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02-556-5910◆ 임재범 ‘다시 깨어난 거인’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가 부르는 ‘너를 위해’ ‘비상’ ‘고해’ ‘낙인’ 등을 듣노라면 기교 이면에 있는 묵직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8만8000∼12만1000원. 25일 오후 7시, 26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1544-1555■ PERFORMANCE◆ 서커스 레인서커스 리허설 극장을 무대로 한 러브스토리를 보사노바풍의 음악과 아름다운 조명, 2t의 쏟아지는 물로 담아냈다. 캐나다 예술서커스단 서크 엘루아즈의 작품. 두 번째 내한공연이다. 24일∼7월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4만∼10만 원. 02-2005-0114◆ 예술하는 습관영국출신으로 동성애자인 대시인 W H 오든과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가상의 만남을 극중극 형식으로 풀어낸 연극. ‘조지왕의 광기’로 유명한 극작가 앨런 베넷의 신작. 박정희 연출. 이호재 양재성 오지혜 출연. 7월10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1만5000∼4만 원. 1644-2003◆ 삼등병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윤진원이 군생활에 적응하면서 변모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그려낸 작품. 성기웅 작·연출. 김태훈 박혁민 김성현 이현균 출연. 7월1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2만2000∼2만9000 원. 02-763-8233◆ 웃음의 대학1940년대 2차대전 말기 일본을 무대로 검열관과 희극작가의 갈등과 화합을 웃음과 눈물로 담아냈다. 이해제 연출. 송영창 안석환 정재성 정웅인 백원길 최재섭 김도현 전병욱 출연.9월1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3만5000원. 02-766-6007■ CLASSICAL◆ 베리타스 앙상블 콘서트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에서 활동하는 서울대 음대 동문들로 구성된 베리타스 앙상블은 2007년 창단해 매년 음악회를 열고 있다. 피아니스트 이재진, 첼리스트 황지인 씨 등 단원들이 스트라빈스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이탈리아 모음곡’ 등을 연주한다. 2만 원. 25일 오후 7시 반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음대 예술관. 02-3476-4458◆ 레스피기 구자범 지휘자가 이끄는 경기필하모닉 정기연주회로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1879∼1936)의 ‘로마의 축제’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등을 선보인다. 1만∼6만 원. 24일 오후 8시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25일 오후 8시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 031-230-3440∼2◆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 KBS교향악단이 6·25전쟁 61주년을 맞아 준비한 공연.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을 소프라노 김영미, 바리톤 정록기, 테너 데릭 체스터 씨가 함께 부른다. 1만∼5만 원. 24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 앙상블 오푸스 네이처 콘서트Ⅱ2009년 11월 창단된 앙상블 오푸스는 올해 프랑스 파블로 카살스 음악제에 초청받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호아킨 투리나의 ‘현악4중주-투우사의 기도’ 등을 연주한다. 1만∼5만 원. 25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1544-5142■ EXHIBITION◆ 김종학 회고전‘설악산의 화가’로 불리는 원로화가의 화업 60여 년을 돌아보는 대규모 회고전. 꽃으로 표현한 원초적 생명력과 자연의 힘찬 에너지가 화폭 가득 일렁인다. 속도감 있는 붓질, 호방한 표현력으로 그려낸 한국의 산하 풍경이 웅숭깊은 울림을 남긴다. 26일까지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 02-2188-6000◆ 키사라기 미키짱일상을 형이상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20세기 정물화의 대가 조르조 모란디(1890∼1964). 장보윤, 박은선, 김창겸, 앤 해릴드, 프랭크 웹스터 등 국내외 작가 14명이 모란디의 삶과 그림을 실마리 삼아 제작한 작품을 선보였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브레인팩토리. 02-725-9520◆ 소라게 살이-김지은전작가는 2009년부터 1년 반 동안 미국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살았다. 당시 이방인으로 마주쳤던 낯선 환경을 소재로 삼은 회화와 설치 작품을 전시. 경쟁과 성장만 중시하는 사회가 남긴 부작용, 이들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게 한다. 25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 02-3141-1377◆ 조우하는 드로잉전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관찰과 사유의 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써 드로잉의 의미를 탐색한다. 연필 목탄 수채 등 다채로운 드로잉 작업을 펼쳐온 허윤희 씨를 비롯해 조각 회화 사진 등을 다루는 백민준 서상익 장석준 하지훈 씨가 참여. 30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갤러리 잔다리. 02-323-4155}

    • 201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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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것 내려놓고… 고향서 글에 살리라”

    《“여름이 지나면 고향인 충남 논산으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앞으로 10년간은 소설만 쓸 생각입니다.” 등단 39년을 맞은 소설가 박범신(65)이 새로운 문학 도전에 나선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25년간 몸담았던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에서 정년퇴직하는 그는 가족과 떨어져 논산으로 내려갈 예정.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각종 직함도 조만간 모두 정리할 생각이다.》 서른아홉 번째 장편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문예중앙)를 출간한 22일, 그는 자신의 문학인생을 돌아보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나의…’는 말굽이 손바닥에 자라난 한 남자의 야수적 폭력성과 처절한 사랑 얘기를 그린 소설이다. “뜨겁게 (작품활동을) 했고, 주위에서 열심히 살았다고 평가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저는 항상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며 살았습니다. 그런 회한이 남아 있어요. 앞으로 10년 내가 좋아하는 문학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한 가정의 가장, 대학교수, 작가의 세 가지 역할을 하다 보니 문학에 최선을 다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1980년대 신문 연재물을 연달아 선보이며 대중소설 작가로 입지를 굳혔지만 문단의 비판도 높았다. 1993년 절필했다 8년 만에 복귀하기도 했다. “1980년대 연재소설을 많이 쓰면서 먹고살았는데 당시 문학의 최선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렇게는 이제 안 하려고 합니다.” “두서없이 말이 긴 것 같다” “책에 대해서만 써 달라”고 멋쩍게 말하면서도 그는 스스로 말문을 열었다. 한참 말한 뒤에는 “한 대 피워야겠다”며 담배를 입에 물기도 했다. “얼마 전 마지막 강의를 준비하면서 ‘나는 누구다’라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정작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어요. 나이 예순이 되면 얘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팔렸습니다. 그래서 밤새워 평생 좋아하고 싫어한 것을 따져봤는데 나는 집단을 싫어하고, 반(反)정파적이며, 반(反)계몽주의적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파벌이나 정파에 들지 않아 상처받고 소외된 적도 있었다고 그는 토로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작가란 이름보다 예인(藝人)으로 불리는 게 좋아요. 이 나라는 작가들에게 예술만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 시대를 관통해 왔습니다. 제가 평생 최선을 다하진 못했지만 작가로서 예술가의 자리를 지켜왔다고 자찬할 수 있습니다.” ‘다작(多作) 소설가’로 꼽혀온 그는 쉼 없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글을 쓸 때만 그야말로 완벽한 구원을 받는다”고 했다. 소설을 안 쓰면 우울해지고 삶이 무료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이가 드니까 존재론적 고독이랄까.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와요. 이 나이에 유명해지고 싶다든가, 돈을 벌어야겠다는 세속적인 욕망은 100% 접었습니다. 나를 추리고 나갈 수 있는 길이 이것(소설)밖에 없어서입니다.” 지금도 머릿속에 쓸거리가 여럿 있다는 그는 ‘뭘 쓸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작가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신변 정리를 위해 금년에는 신작을 내지 않겠다는 게 그의 ‘이색 목표’다. 가족과 떨어져 문학청년 시절을 보냈던 고향으로 돌아가는 작가는 “골방에 들어가서 글만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웃으면서도 ‘청년 박범신’의 각오를 밝혔다. “이제 강렬한 표창을 든 청년 작가로 진군해보자. 차선이 아니라 최선으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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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한여름 밤 ‘오페라의 유혹’

    한여름 밤을 수놓을 오페라의 향연이 펼쳐진다. 23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토월극장에서 제2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국립오페라단 1개 작품과 대한민국오페라연합회 소속 100여 개 단체 가운데 내부 경쟁을 거쳐 선정된 작품 4개 등 총 5편이 오른다. 구성도 해외와 국내 작품 각각 두 편, 어린이 오페라 한 편으로 다양하게 엮었다. 김학남 대한민국오페라연합회장은 “현재 한국 오페라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연들로 라인업을 꾸렸다”고 말했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글로리아오페라단은 첫 주자로 23∼26일 오페라극장 무대에 벨리니의 ‘청교도’를 올린다. 17세기 영국의 종교전쟁을 배경으로 개혁을 부르짖는 청교도 의회파와 왕당파의 전쟁 속에서 핀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의회파 성주의 딸 엘비라가 부르는 ‘그리운 목소리가 나를 부르고…’가 대표 아리아. 엘비라 역에는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파트리치아 시그나 씨 등이 출연한다. 베세토오페라단은 7월 2∼6일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의 ‘토스카’를 공연한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에서 연출가로 활약하며 루마니아대통령상을 받은 루마니아 여성 연출가 로디카 모이사 씨와 강화자 단장이 공동 연출한다. 토스카 역에는 이탈리아 아레나극장의 주역 소프라노인 크리스티나 피페르노 씨와 한국의 김지현, 강호소 씨가 나서고, 카바라도시 역에는 빈 국립 오페라단 주역 출신인 테너 보이다르 니콜로브 씨, 유럽에서 드라마틱 테너로 명성을 펼치고 있는 조용갑 씨 등이 출연한다. 국내 창작 작품으로는 호남오페라단이 7월 12∼15일 오페라극장 무대에 ‘논개’를 올린다. 2006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초연된 작품. 임진왜란 당시 논개의 숭고한 죽음을 판소리, 성악, 소리꾼 합창, 국악과 서양 악기 연주 등으로 펼쳐낸다. 구미오페라단은 21∼24일 오페라극장에서 이효석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메밀꽃 필 무렵’을 공연한다. 2009년 초연작. 1930년대 강원 평창군 봉평면을 배경으로 장돌뱅이들의 삶을 애잔하게 그렸다. 어린이 관객을 위해서 국립오페라단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각색한 모험극 ‘지크프리트의 검’을 7월 1∼10일 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 2만∼15만 원. 02-580-130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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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리뷰]섬세한 연주-영상 합작 오르간 신비감 가득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켄 코언 씨의 오르간 콘서트는 때 이른 초여름 밤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주는 멋진 음악회였다. 세종문화회관과 한국오르가니스트협회는 매년 6월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를 초청하여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코언 씨는 그 네 번째 주인공이다. 이날 연주에서 코언 씨는 자신의 솔로 연주는 물론이고 바이올린과 브라스의 협주, 그리고 영상까지 곁들인 다양한 구성으로 청중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콘서트는 바흐의 ‘신포니아’로 시작해서 역시 바흐의 ‘지그 푸가’로 이어졌고 오르간 연주가 귀에 익을 때쯤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씨와의 협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세종문화회관 오르간의 배치나 규모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바이올린과 같은 솔로 악기와의 협연은 연주자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오르간 소리는 무대의 우측 벽면 상단에서 울려나오고, 상대 악기는 무대 중앙에서 연주되니 이격된 거리에서 빚어지는 시간차를 극복하고 두 악기의 어울림을 완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후반부의 코리아 브라스 콰이어와의 협연은 유사한 울림을 갖는 악기와의 연주여서 더욱 흥미로웠는데, 이러한 협주는 오르간이 독주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와도 훌륭히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바이올린과 브라스의 협주 등 다양한 시도가 흥미로웠지만 자칫 음악의 흐름이 끊길 수도 있는 시점에서 다시 시작된 코언 씨의 독주는 청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코언 씨가 편곡한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와 피날레였던 리스트의 ‘바흐 주제에 의한 전주곡과 푸가’는 오르간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완벽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압권이었던 것은 전반부 마지막 곡이었던 레오 사워비의 ‘행렬’과 앙코르 곡이었던 ‘파가니니 변주곡’으로, 대형 스크린의 영상을 통해 보여준 발건반(pedal) 연주는 섬세하면서도 고도의 테크닉으로 신비로움까지 선사했다. 연주자들이 갖추어야 할 음악적 역량을 꼽으라면 음악에 대한 이해력과 테크닉을 먼저 들 수 있겠지만 오르가니스트들에게는 수많은 파이프를 통해 얼마나 아름답고 어우러지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가 하는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또 오르간은 모든 악기가 다 다르며 자기의 악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연습하고 연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몇 차례 현장 연습만으로 무대에 올라야 하는 오르가니스트에게는 평소 더 많은 노력과 실력이 요구된다. 코언 씨의 이번 연주회는 이러한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모처럼 오르간 연주회를 가득 메운 청중 모두가 오르간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김희성 오르가니스트·이화여대 교수}

    • 201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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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1920년 월가 폭탄테러 배경 범죄 스릴러

    1920년 9월 16일 낮 12시 미국 월가에서 폭탄이 터져 30여 명이 죽고 400여 명이 다쳤다. 오늘날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테러 공격인 ‘1920년 월가 폭탄 테러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건의 실체를 향해 숨 가쁘게 내달린다. 강직한 뉴욕 경찰청 형사반장인 리틀모어와 냉소적이고 어두운 정신과 의사인 영거가 사건을 파헤치는 가운데 미모의 여성 화학학자 루소가 끼어들며 변주를 만든다. 루소는 사건이 터지기 전 묘령의 여인으로부터 어금니와 함께 ‘도와 달라’는 편지를 받고,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유력한 용의자가 잡히지만 수사선상에 다른 배후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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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서양동화에선 왜 ‘城’이 단골 무대일까

    서양 동화에서 성(城)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무얼까.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등에서 성은 주요 배경이 된다. “서양의 성은 성곽, 성벽 그리고 성채가 있다. 이것은 완벽하고 튼튼한 하나의 세계를 내보이는 장치이며 그 세계는 언제나 도전을 받는다. 이것이 서양 전래동화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분석이다. ‘호두까기 인형’과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해선 쥐와 아이들이 등장하고, 피리나 호두까기 인형을 통해 마법과 환상을 살펴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이들 작품은 낭만주의 문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45년 동안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 한국문학번역원장인 저자는 첫 ‘그림책 평론집’을 낸 것에 대해 ‘즐거운 외도’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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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이른 아침 쌀독 여는 소리 들을 때… 소년은 살고 싶었다

    이 책의 작가는 2002년 등단한 뒤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등 두 권의 소설집으로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휩쓸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씨도 “자신의 처지마저 조롱할 수 있는 유머와 풍자가 뛰어나다”며 이 작가에 주목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인 이 책은 ‘역시 김애란!’이란 감탄사를 뱉게 만든다. 절망과 슬픔의 심연으로 끝도 없이 추락하며 가슴 울컥하게 만들다가도,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피식 웃게 만드는, 울리고 웃기는 글쟁이의 재주넘기가 현란하게 펼쳐진다. 작품을 읽는 키워드는 17, 34, 80이란 숫자다. 시골에 살던 열일곱 살 철없는 남녀 고교생이 덜컥 아이를 갖는다. 출산한 아이는 치료약도 없는 조로증(早老症)에 걸렸다. 아이는 열일곱이 됐을 때 이미 서른 넷 부모보다 늙은 여든의 신체 나이를 갖게 되고, 점차 병약해지며 죽음에 다가선다. 어쩌면 단순할 수도 있는, 그저 그런 신파조의 이야기는 냉철한 감정과 상황 묘사, 입에 착착 감기는 대화, 그리고 유머와 반전으로 생기 있게 살아난다. 조로증에 걸린 아름이가 병마와 싸우면서 또래보다 훌쩍 성숙해져 내뱉는 말들은 기특하면서도 가슴 아프다. 아름이는 TV 기부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작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디션에 제 또래 애들이 오십만 명이 넘게 응시했대요. 뭔가 되고 싶어 하는 애들이 그렇게 많다는 데 좀 놀랐어요.…제 눈에 자꾸 걸렸던 건 거기서 떨어진 친구들이었어요. 결과를 알고 시험장 문을 열고 나오는데, 대부분 울음을 터뜨리며 부모 품에 안기더라고요.…그 느낌이 정말 궁금했어요. 저는 뭔가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언제 살고 싶은 생각이 드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한다. 엄마가 이른 아침 쌀독을 여는 소리를 들을 때, 오락 프로그램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재치 있는 애드리브를 던질 때, 상투적인 멜로영화 예고편을 볼 때, 학교 운동장에 남은 축구화 자국을 볼 때 등이라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스쳐가는 일상의 편린 하나하나가 누군가에는 너무도 소중하다는 작은 깨달음을 가슴 먹먹하게 읊조리는 듯하다. 작품은 툭툭 터지는 웃음과 기발한 장면으로 무겁게 가라앉지 않아 현실감을 획득한다. 나이키 매장을 열었다 실패하자 온 가족이 체육복만 입고 지내 ‘태릉선수촌이 됐다’든가, 기부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 아름이 가족이 전날 마스크 팩을 하다가 ‘정작 방송에서 초췌해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장면 등이다. 엄마는 둘째를 임신하고, 아름이는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눈까지 멀어 죽음의 기운이 짙게 그늘진다. 그런 아름이는 엄마 배를 만지며 조곤조곤 말한다. “엄마, 언젠가 이 아이가 태어나면 제 머리에 형 손바닥이 한 번 올라온 적이 있었다고 말해주세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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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비에서]“詩는 쉬워야” “독자 취향의 문제”

    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16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현대시와 소통’ 세미나를 열었다. “시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독자와 소통 범위를 넓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세미나 발제문을 보면 2000년대 들어 문단에 등장한 뒤 성장한 ‘미래파’ 시인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담겨 있다. 미래파가 노래한 난해한 시들이 독자와의 소통을 방해했고 결국 시의 위기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예술원 회원인 성찬경 시인은 난해한 시에 대해 “여기에는 문학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 문제, 즉 허영의 문제가 끼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즉 시인은 무슨 뜻인지 아는데 남(독자)이 모른다면 시인이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는 심리가 어려운 시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까다로운 어휘를 선택함으로써 뜻을 조금 불투명하게 만드는 작업 자체는 하나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같은 값이면 어려운 표현보다는 간명하고 쉬운 편이 좋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교수인 최동호 시인의 비판은 더 직접적이다. 미래파인 여정 시인이 올 초 낸 시집 ‘벌레 11호’에 대해 “인간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 깊은 중독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종양의 언어’”라며 “사물화된 인간의 고통을 부패시키고 악성 종양을 유포하는 데 그의 시는 기여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연호 시인이 지난해 출간한 시집 ‘농경시’에 대해선 “들끓는 감정의 산만한 전개는 있지만 그것이 시적 문맥에서 견고한 구조적 조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혼란스러운 감정의 토사물들이 얼크러져 공존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서정주의 시인들의 비판에 대해 미래파 시인들은 정면 반박했다. 여정 시인은 “트로트와 헤비메탈 중 ‘어떤 게 노래냐’며 논쟁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따뜻한 감정을 가진 시인들은 소통의 시를 쓰면 되고 사회분열적인 예민한 시인들은 다른 시를 쓰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소통에 대해서는 “소통을 원한다면 산문을 쓰면 된다. 개인적으로 시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조연호 시인은 “기존 시가 가진 가치들이 손상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제 시가 어렵다는 것에 반감은 없다. 결국 취향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소통을 부정한다’는 일부 비판엔 공감하기 어렵다. 결국 책을 낸다는 것 자체가 소통 행위다. 다만 좀 다른 종류의 대중을 독자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판 시장에서는 요즘 베스트셀러 시집을 찾기 어렵다. 지명도 있는 시인은 초판 3000부, 신인급은 1000∼1500부를 찍지만 2쇄에 들어가는 작품이 드물 정도. 시장이 침체되면서 시적 경향을 둘러싼 날선 비판도, 관심도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시를 둘러싼 논쟁들이 좀 더 생산적인 담론으로 이어져 시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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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렌보임과 웨스터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광복절 임진각서 대규모 평화콘서트

    문명 간 화합을 역설해온 ‘웨스트이스턴 디반(西東詩集·서동시집)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씨(69)가 광복절인 8월 15일 오후 7시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2만5000여 명 수용)에서 소프라노 조수미 씨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평화콘서트를 연다. 중동을 비롯한 세계 분쟁지역에서 콘서트를 열며 전 세계인에게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해온 세계적 음악가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바람을 관현악 선율에 싣는 것이다. 이스라엘인인 바렌보임 씨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팽 등 방대한 레퍼토리를 가진 천재형 피아니스트에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로 변신한 주인공. 그는 1984년 프랑스의 파리 오케스트라와 한국을 찾은 이후 27년 만에,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는 첫 방한이다. 공연을 추진한 공연기획사 크레디아 정재옥 대표는 “8월 10∼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펼치는 바렌보임과 악단 측에 ‘문명 간 이해의 메시지를 전파해온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냉전의 마지막 유산인 한국의 휴전선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펼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바렌보임이 ‘뜻있고 좋은 아이디어’라며 찬성했다”고 전했다. 바렌보임 씨는 팔레스타인 출신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와 1999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이념적 종교적 대립을 버리고 음악으로 소통을 추구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등 중동지역의 다양한 국가 출신 연주자들로 단원을 구성했다. 오케스트라의 이름 또한 문명 간 화합을 호소한 괴테의 시집 ‘서동시집’에서 따왔다. 악장도 이스라엘과 아랍계 국적을 가진 두 명을 두어 음악적 소통의 이념을 반영하고 있다. 바렌보임 씨가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은 2005년 8월 팔레스타인의 수도이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대표적 분쟁지역인 라말라에서 무장 병력이 지키는 가운데 평화 공연을 펼쳐 전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바렌보임 씨는 올해 5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베를린 필 등 유럽에서 활동하는 음악가 25명과 함께 평화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그는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연대와 우의를 표하기 우해 이번 연주회를 준비했다.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강조했다. 바렌보임 씨가 생각하는 웨스트이스턴 디반의 상징성은 2004년 영국 런던의 바비컨센터 공연에서 한 발언에 집약됐다. “유대인이 실수하지 않고 잘해내기를 아랍인이 간절히 바라는 광경을 다른 곳에서 보기 쉽겠는가.” 유엔 평화대사인 그는 2008년 1월 요르단 강 서안에서 연주회를 연 뒤 음악을 통해 평화운동을 펼친 점을 인정받아 이스라엘인 중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명예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아직 협의 중이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향곡은 ‘서로 관습이 다른 인류를 기쁨이 하나로 묶는다’는 내용을 담은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가사로 사용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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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실내악의 거장들 한국서 ‘6월大戰’

    세계 정상급 실내악단 세 곳이 연달아 공연을 앞둬 실내악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들 공연이 16일부터 일주일 동안 몰려있어 자존심을 건 연주 대결도 기대된다. 비발디의 ‘사계’ 연주로 친숙한 이탈리아의 ‘이 무시치(이 무지치)’ 실내악단은 1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7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무대에 오른다. 창단 60주년을 맞아 2월 시작한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지난해 1월 신년 콘서트 이후 1년 5개월 만의 내한. 1952년 로마에서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출신 음악인 12명으로 창단된 이 무지치는 반세기 넘게 세계 실내악의 정상을 지키고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 음반 판매량이 2억5000만 장에 이른다. 이번 공연에서는 비발디의 사계와 탱고 거장 피아졸라의 사계를 비교 감상할 수 있으며,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루이스 바칼로프 씨가 헌정한 ‘이 무지치 60주년을 기념한 콘체르토 그로소’가 펼쳐진다. 02-6292-9370 미국을 대표하는 실내악단 가운데 하나인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는 21일 오후 8시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연주를 갖는다. 한국계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 씨가 소속된 뉴욕 링컨센터의 앨리스 툴리홀 상주 악단으로 지난해 4월 공연 이후 1년 2개월 만의 재공연이다. 이번 내한에는 이 실내악단의 주축 멤버 5명이 참여한다.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우 한,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활동을 겸하고 있는 첼리스트 데이비드 핑켈, ‘오라이언 스트링 콰르텟’의 비올리스트 스티븐 테넨봄, ‘과르네리 스트링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아널드 스타인하트,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세처다. 드보르자크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3중주 C장조 작품 74’, ‘피아노 5중주 D장조 작품 81’을 들려준다. 02-732-4531 1945년에 창단해 세계적인 실내악단으로 성장한 독일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2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오른다. 2007년 이후 4년 만의 내한 공연. 이 오케스트라는 바흐에 대한 탁월한 해석과 연주로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바흐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단골손님. 바흐의 작품과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이 주요 레퍼토리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흐의 ‘이탈리아 협주곡’,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연주한다. 2004년 독일 뮌헨 ARD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프랑스 출신 플루티스트 마갈리 모스니에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이 바흐의 ‘이탈리아 협주곡’을 협연한다. 070-4130-0877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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