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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이 도시에서 저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간입니다. 거기 있는 사물에 대한 얘기를 써보고 싶었죠.” 중견 소설가 조경란 씨(42·사진)는 산문집 ‘백화점 그리고 사물·세계·사람’(톨)을 낸 까닭을 이렇게 밝혔다. 개인적 경험과 단상을 적은 통상의 산문집이라고 보기에는 책이 ‘묵직’하다. 백화점에 얽힌 경험뿐만 아니라 백화점들을 돌며 발품을 팔았고, 일본에 3주 동안 체류하며 현지 백화점도 살펴봤기 때문. 백화점의 역사뿐만 아니라 심리학, 마케팅과 관련된 정보도 눈에 띈다. ‘조경란의 악어이야기’ 이후 8년 만에 낸 산문집을 그는 “피크닉을 가듯이 즐겁게 썼다”며 웃었다. “장편 ‘복어’(2010년)를 끝내고 여유가 좀 생겼죠. 좋은 소설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한번 본격적인 산문을 써보자는 욕심이 들었죠.” 하필 백화점일까. 자연보다는 도서관, 백화점 등 인공적인 구조물에서 안정감을 느낀다는 게 그의 설명. 도서관을 나와 백화점으로 향하는 코스도 평소 즐긴다. 하지만 명품관보다는 상품을 싸게 파는 특별 매장에 더 익숙하다고. 책을 펼치면 조 씨와 함께 백화점에 들러 원도쇼핑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층 화장품·향수 매장에서 시작해 2층 여성복, 3층 구두와 가방 매장 등을 거쳐 10층 식당가와 옥상정원에 이른다. 그러고는 내려와 지하1층 슈퍼마켓을 지나 지하철 연결 통로로 나오는 짧고도 긴 여정이다. 1층 향수 코너에 들어선 조 씨는 예전에 썼던 머스크(사향 냄새) 향수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고, 향수의 기원이 메소포타미아인들의 제의(祭儀)에서 나왔다는 야야기, 향수계의 히트작인 샤넬 넘버파이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의 것 하나만은 타인과 구별하고 싶은 무의식적 욕망’으로 향수 쓰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추측해 보기도 한다. 4층 ‘가발 매장 방문기’는 너무 솔직하다. 어느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많이 늙었네요. 머리도 많이 빠지고”라는 말을 들은 조 씨는 가발 매장에서 부분 가발을 쓴 자신의 모습을 보고 ‘탐스럽다’고 느낀다. 그러곤 말한다. “언젠가 헤어스타일이 쇼트커트로 바뀌었다면 가발인지 묻지 말아 달라”고. 조 씨는 백화점의 도움을 받아 폐점 후 매장 모습부터 물품보관소, 구두수선실, 집배실, 의무실, 직원전용식당 등을 살폈다.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을 곳으로 의류수선실을 꼽았다. ‘수선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색색의 둥근 실패들. 눈을 찌르듯 빛나던 그 다채로운 색깔들은 백화점 안의 어떤 사물들보다 옹골차고 쓸모 있어 보였다.’ “백화점은 알면 알수록 굉장히 큰 주제였어요. 도시, 근대, 역사, 욕망, 소비, 개인의 취향 등이 모두 얽혀있는 듯했죠.” 의외의 얘기도 꺼냈다. 백화점 얘기를 쓰기에 자신이 부적격자라는 걱정도 든다는 것. “명품을 구매해 본 적이 없어 명품이 주는 순수한 기쁨의 의미를 전할 수 없었어요. 또 운전을 못해서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쓰지 못한 점도 아쉬웠습니다.” 조 씨는 374쪽의 이 두툼한 산문집에 못 담은 얘기가 많다고 했다. 언젠가는 백화점을 주제로 한 단편 소설을 쓰고 싶으며, 몇 년 뒤에는 다른 주제의 인문서를 하나 써볼까 생각하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미국 중산층 가정의 속 모습을 들춰낸 소설.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 사는 월터와 패티 버글런드 부부와 그들의 자녀, 그리고 이들 부부가 과거 성장했던 시기를 오가며 이야기를 펼친다. 구세대와 신세대, 보수와 진보, 개발과 보존 등 미국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출간 이후 100만 부를 넘긴 히트작이지만 도입부에 펼쳐지는 인물과 배경 설명이 지루하면서도 길고, 대화나 상황 묘사가 때론 지나치게 세부적이어서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하는 오페라 무대가 열린다. 수지오페라단이 27∼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1948년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춘희(椿姬)’란 이름으로 처음 국내에 소개된 라 트라비아타는 ‘오페라의 대명사’로 꼽히는 베르디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빈번히 무대에 오르며 사랑받는 오페라. 이번 공연은 주역과 조역, 연출, 지휘자뿐 아니라 조명, 의상, 무대 등 스태프까지 대부분 이탈리아인으로 구성됐다. 밀라노 스칼라 극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런던 로열 코벤트가든 오페라 하우스 등 세계 유명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마리엘라 데비아 씨(사진)가 처음 내한해 요염하고 비극적인 창녀 비올레타 역을 소화한다. 정통 벨칸토 창법과 완숙하고 화려한 콜로라투라의 기교를 구사하는 그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성숙함이 느껴지는 비올레타, 성숙함이 느껴지는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알프레도 역의 테너 마리오 말라니니 씨는 감미롭고 서정적인 음색이 특징. 엔리코 카루소 콩쿠르와 빈 벨베데레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스칼라 극장 등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연출은 이탈리아 리보르노 국립극장 총예술감독인 알베르토 팔로시아 씨, 지휘는 세계 50여 개국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로베르토 자놀라 씨가 맡는다. 한국의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한다. 티켓 가격은 최고 40만 원으로 비싼 편. 3만∼40만 원. 02-580-130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에 오른 차세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다시 볼 수 있는 무대가 열린다. 20일 오후 7시 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리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국내 입상자 초청 연주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미국의 숀 천(23)과 공동 2위에 오른 정한빈(21·한국예술종합학교 3년), 4위에 오른 김현정(20·〃 4년) 씨가 조인트 리사이틀을 갖는다. 김 씨는 쇼팽 소나타 제2번 Op.35번 등 세 곡을, 정 씨는 바그너 작곡 리스트 편곡인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사랑의 죽음’을 비롯해 세 곡을 연주한다. 공연은 전석 초대로 열리며 관객은 자유롭게 기부금을 낼 수 있다. 모금액의 일부는 예술영재 지원에 쓰인다. 02-2008-9264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과 중국 일본 소설가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글쓰기를 할까.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최근 출간한 소설집 ‘젊은 도시, 오래된 성’을 보면 한중일 작가들의 같고도 다른 생각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소설집은 한국의 ‘자음과모음’, 일본 ‘신초(新潮)’, 중국 ‘샤오숴제(小說界)’ 등 한중일 계간지가 지난해 여름호와 겨울호에 동시 연재했던 한중일 소설가 12명의 단편 12편을 묶은 것. 매회 한중일 소설가 2명씩 6명이 주제에 따라 소설을 쓰고 이를 세 나라의 계간지에 서로 번역해 수록했다. 지난해 여름호 주제는 ‘도시’, 겨울호 주제는 ‘성(性)’이었다.》 한국에서 소설가 이승우, 김애란, 김연수, 정이현 씨가, 중국에선 쑤퉁, 위샤오웨이, 거수이핑, 쉬이과 씨가, 일본은 시마다 마사히코, 시바사키 도모카, 고노 다에코, 오카다 도시키 씨가 참여했다. 이를 묶은 단행본이 한국에서 먼저 나왔고 일본 중국에서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한중일 소설가들의 다른 생각은 첫 번째 주제 ‘도시’에서 두드러졌다. 문학평론가 손정수 씨는 “중국은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치고 반면 일본은 고독과 죽음의 정서가 짙게 깔렸다. 한국은 중일의 희망과 비극의 정서가 혼재돼 나타나는 중간 모습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쑤퉁 씨의 단편 ‘샹차오칭’에선 의사와 여자 약제사의 부적절한 관계가 그려지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감정과 열정의 에너지가 넘치고, 위샤오웨이 씨의 ‘날씨 참 좋다’에서도 절도와 마약거래 혐의로 출소한 전과자가 다시 위기에 봉착하는 얘기가 그려지지만 역설적으로 인물들은 희망과 온정을 버리지 않는다. 반면 일본 시마다 마사히코 씨의 ‘사도 도쿄’, 시바사키 도모카 씨의 ‘하르툼에 나는 없다’에서의 인물들은 시종일관 조용하고 무기력하고 불안하다. 한국 이승우 씨의 ‘칼’과 김애란 씨의 ‘물속 골리앗’의 경우, 자연재해 등에 맞선 나약한 인간 군상을 그리는 것은 일본의 ‘불안’ 정서와 일맥상통하지만 그 결말에서 새로운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중국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개인적인 주제인 ‘성’에서는 한중일 소설가들의 자유로운 글쓰기 실험이 펼쳐졌다. 중국 거수이핑 씨는 ‘달빛은 누구 머리맡의 등잔인가’에서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배경으로 독일에 사는 아들과 중국에 머물고 있는 부모의 갈등을 그렸다. 일본 오카다 도시키 씨는 ‘붉은 비단’에서 오빠의 친구와 결혼한 여성에 대한 탁월한 심리 묘사를 내세웠다. 한국 김연수 씨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에서는 열정을 갖고 있는 ‘이모’와 그를 잃어버린 ‘나’의 대비를 통해 현대인들의 모습을 잔잔히 그렸다. 문학평론가 정여울 씨는 “중국 현대문학이 참신한 주제와 섬세한 글쓰기로 많이 현대화한 점을 볼 수 있었고 일본은 순수문학에 집중하는 경향을 읽을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설가들은 교류에 큰 의미를 뒀다. 김연수 씨는 “2000년대 이래 한중일 작가들의 교류가 늘어 이제는 작가들끼리 얼굴을 아는 정도가 됐다. 이번 문예지를 보고 일본 작가들이 많이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번역을 전제로 글을 집필하다 보니 인간 내면을 고찰하는 글보다는 이야기에 치중하는 소설을 쓰게 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중국의 쑤퉁 씨는 지난해 말 열린 ‘한중일 문학 심포지엄’에서 이번 교류에 대해 “제 삶 속에는 분명 타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순간들이 있고, 제 세계는 분명 다른 사람의 세계를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한중일 소설가들의 동시 연재는 계속된다. 각국 문예지의 올 여름호에는 한국의 박민규, 조현 씨, 중국의 예미, 쉬저천 씨, 일본의 에쿠니 가오리, 마치다 고 씨의 신작 단편이 나란히 실린다. 세 번째 연재 주제는 ‘여행’이다. 황여정 자음과모음 편집장은 “올해 하반기에 한중일 시인들이 3박 4일간 한국에 모여 교류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각국 작가들이 상대 국가에 가서 체류하며 집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지금까지 91세가 되도록 100개 이상의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았지만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제7회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영국 피아노 교육계의 대모(代母)’ 패니 워터먼 씨가 높은 대회 수준과 한국 음악도들의 성취도를 격찬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지난달 12∼24일 동아일보사와 서울시 주최, LG 협찬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려 1등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러시아), 공동 2위 정한빈(한국) 숀 천 씨(미국) 등 6명의 입상자를 배출했다. 편지는 이번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피아니스트 김대진 씨가 수신해 최근 동아일보에 전달했다. 이 편지에서 워터먼 씨는 “심사위원장 한동일 씨와 심사위원들은 조화를 이뤘고 참가자들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였다. 콩쿠르 운영도 경탄스러웠다”고 대만족을 표시했다. 그는 “대회 2주 동안 서울은 피아노 음악 애호가들을 끌어들이는 자석(磁石)이었으며, 나는 이곳의 훌륭한 교사들이 2006년 리즈 콩쿠르 우승자인 김선욱 씨를 비롯해 뛰어난 음악가들을 배출했음을 알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주최사인 동아일보사가 세계 최선두의 피아노 콩쿠르 중 하나인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워터먼 씨는 “종교나 정치는 때로 사람들을 분열시키지만 음악은 하나의 송가(頌歌)에 여러 음악가들이 맞춰 노래하도록 함으로써 인간을 묶는 힘이 되고 있다”는 말로 편지를 마쳤다. 워터먼 씨는 1963년 영국을 대표하는 리즈 콩쿠르를 창설했으며 이 콩쿠르 예술감독 겸 심사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5년 음악 교육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남성의 ‘Sir(경·卿)’에 해당하는 ‘Dame(데임)’ 칭호를 받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주국절 전 대방초교 교감 별세·강현국 전 KBS 국장 모친상·호일 삼성전자 차장 나영 맥엔로건 이사 조모상·이성운 전 강남중 교감 시모상=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후 2시 02-3410-6909}

중국 산시(陝西) 성의 성도인 시안(西安)은 한나라부터 당나라까지 1000년 넘게 국도(國都)로 번성한 도시. 장안(長安)이라고 불렸던 당나라 시대 최전성기엔 인구가 100만 명이 넘었다. 동쪽 신라에서 온 유학생들의 발길도 잇따랐다. 현재 이 도시는 인근의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을 보려고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도시 곳곳에는 병마용갱에서 출토된 병사와 말의 모형이 서 있고, 그 옆에는 30층이 넘는 주상복합건물과 빌딩들이 마천루 숲을 이루고 있다. 신고(新古)의 매력을 지닌 이 도시에서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이 문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회의를 열었다. 11일 시안 탕화호텔에서 개막한 제5회 한중작가회의는 고도(古都)에서 열리는 대회답게 ‘전통과 현대, 디지털 시대의 문학’을 주제로 삼았다. 시안시작가협회 주석인 우커징(吳克敬) 씨는 개막사에서 “유서 깊은 고도인 동시에 급속한 현대화에 따라 첨단, 거대 도시가 된 시안에서 한중 작가들이 모여 문학의 전통과 현대를 얘기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한국 작가단의 대표를 맡은 홍정선 문학과지성사 대표이사는 “한국 사람들은 장안이란 이름을 많이 쓰는데, 그곳이 바로 시안인 줄 모르고 지낸 적도 있었다. 한중 작가들의 교류의 폭이 넓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조 발제에서는 중국과 한국 평론가가 나란히 양국 문학의 흐름을 조명했다. 시베이(西北)대 양러성(楊樂生) 교수는 발제문 ‘신문학의 역사적 자원인 전통문학’에서 20세기 초 중국에서 일었던 신문학 운동에 대해 “신문학 운동이 현실주의적 글쓰기라는 변화를 가져왔지만 결국 소재는 전통문학에서 끌어왔다”며 “중국 현대 소설가인 루쉰의 작품 속에서도 ‘사기’ ‘유림외사’ 등 고전을 읽어낼 수 있다”며 과거와 현재의 중국 문학을 짚었다. 서울대 오생근 교수는 ‘문학의 위기와 과제’라는 주제의 발제문을 통해 한국 문학의 위기를 진단했다. 오 교수는 “한국에서는 다양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작가임을 자처하는 사람이 많아져 양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이는 하나의 위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학의 위기는 빈곤의 외양으로 나타나지 않고 풍요로운 양적 팽창 속에서 온다”며 “결국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반성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인이자 수필가인 류윈(劉云) 씨가 소설가 은희경 씨의 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를, 소설가 성석제 씨가 류윈 씨의 수필 ‘그윽한 젖향기’를 낭독하는 등 서로의 작품을 맞바꿔 읽으며 우의를 다졌다. 올해 행사에는 한국 쪽에서 소설가 김주영, 구효서, 이현수, 은희경, 성석제, 전경린 씨, 시인 황동규, 이시영, 정끝별, 장석남 씨, 평론가 김치수 씨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시짱신세기문학상, 히말라야문학상 등을 받은 소설가 츠런뤄부(次仁羅布), ‘자핑와장편산문선’으로 루쉰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자핑와(賈平凹) 씨, 시선집 ‘서정시선’이 한국에 출간되기도 한 시인 수팅(舒정) 씨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한중작가회의는 12일 낭독 및 토론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시안=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구자범 예술감독(41·사진)은 13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취임 후 첫 정기연주회를 열면서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만 18세 이상 입장가, 단 고등학생은 보호자 동반 시 입장 가능’이라는 관객 제한이었다. 클래식 공연에서 취학 전 어린이의 입장 제한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18세 미만 입장 불가’는 생소한 얘기. 디씨인사이드의 클래식갤러리 등 ‘클래식 사이트’에서는 ‘애들은 클래식 감상하지 말라는 거냐’부터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입장까지 호불호가 갈리며 단숨에 이번 결정이 화제가 됐다. “청소년을 배려하려는 생각이었는데 오해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네요.” 구 감독은 9일 통화에서 이 조치에 대해 묻자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곡마다 최고 50분가량 길게 펼쳐지고 난해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듣기에 무리가 있고, 대다수의 중고교생들이 학교 숙제로 클래식 공연장에 오기 때문에 공연에 잘 집중하지 않아 다른 관객들의 관람에 방해를 준다는 것. 부득이하게 이번은 관람을 막았지만 청소년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공연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저도 중3 때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면서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들으러 갔는데 좀 지나니 여자친구가 몸을 꼬며 힘들어하는 거예요. 청소년에게 억지로 힘든 공연을 보여주기보다는 클래식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공연을 따로 마련해 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이런 조치는 3월 2일 경기필에 취임한 구 감독이 이끈 변화 중 일부일 뿐이다. 첫 정기공연을 경기필이 위치한 수원이 아닌 고양에서 여는 점도 생각 밖이다. “이름이 경기필이라면 경기도 전체를 아울러야죠. 이번은 스케줄상 힘들어 포기했지만 앞으로는 정기공연을 하면 경기 북부와 남부에서 각각 한 번씩 두 번 공연하는 구상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연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스물다섯의 나이에 뒤늦게 독일 만하임대 음대로 유학을 갔고 10년 만에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수석상임지휘자가 됐다. 귀국한 뒤엔 광주시향을 거쳐 올해 3월 경기필로 옮겨왔다. 광주에선 ‘구마에’를 외치는 열혈 팬층의 숭배에 가까운 사랑을 받았고 2월 열린 고별 공연도 1800석이 매진됐다. 이제 경기필에 온 지 두 달여, 그의 느낌은 어떨까. “경기필 정원이 70명이죠. 100명이 넘는 서울시향은 고사하고 광주필, 수원시향보다 적어요. 인원이 적어 2관 편성밖에 안돼서 1800년대 후반 곡들은 아예 시도하기도 힘들죠. 시간을 갖고 완전한 형태의 악단을 만들어갈 겁니다.” 그는 광주시향 취임연주 때처럼 이번 경기필 첫 정기연주에서도 말러를 택했다. “사실 말러는 광주에서도 자주 했고, 말러 공연이 연달아 무대에 오르는 클래식계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도 싫어서 저는 안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단원들의 요구도 있고, 취임 공연으로 말러는 역시 매력이 있거든요.” 그는 말러 작품의 매력 중 하나로 악기 하나하나가 솔로 악기처럼 많이 나와서 새로 꾸려진 오케스트라가 개인별 트레이닝을 하기 좋다는 점도 꼽았다. 그런데 ‘단원들의 요구’라니, 그 지휘자에 그 단원이다 싶었다. 이번 공연에서 경기필은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 중 ‘일곱 베일의 춤’, 바그너의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서주와 종주’를 연주한다. “바그너의 영향을 받은 작곡가가 슈트라우스와 말러였고, 모두 곡에 스토리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죠. 곡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상상하며 그려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1만∼6만 원. 031-230-3320, 3322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지한파’ 첼리스트로 알려진 미샤 마이스키 씨가 아들딸과 함께 가족공연에 나선다.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씨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한국 무대에서 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의 1인 2역을 선보인다. 15∼30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제3회 서울국제음악제의 면면이다. 첼리스트 장한나 씨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마이스키 씨는 2009년 피아니스트 딸 릴리 씨와 함께 국내에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이번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아들 샤샤 씨까지 동반해 15일 ‘가족 트리오 공연’을 선보인다. 베토벤의 첼로소나타 3번,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1번 등을 연주한다. 지난해 서울 바로크합주단을 지휘해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과시한 벤게로프 씨는 30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로 나선다. 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서 지휘와 함께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씨와 함께 바이올린 연주를 펼치고 색채감 넘치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관현악곡 ‘셰에라자드’도 지휘한다. 러시아 지휘자 에두아르트 그라치 씨가 이끄는 모스코비아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22일 피아니스트 강충모 씨와 협연으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9번’ 등을 연주한다. 2만∼16만 원. 02-585-013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독일 소설가 넬레 노이하우스 씨(44)의 추리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출간 석 달여 만에 판매량 10만 부를 돌파했다. 1월 말 출간된 이 책은 3월 첫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9위, 소설 부문 1위에 오른 뒤 5주 연속 소설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집계(4월 27일∼5월 3일)에서는 소설 부문에서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2위이지만 종합 집계에서는 오히려 3위로 올라서며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백설공주에게…’는 노이하우스 씨의 책 중에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작품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이면서 국내 외서 시장에서 비주류였던 독일 문학 작품인 데다 장르 소설이라는 한계까지 삼중고를 이겨내고 베스트셀러로 굳건한 자리를 확보한 것. 독일에 거주하는 작가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한국에서 그렇게 큰 인기를 얻으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 ‘백설공주에게…’는 노이하우스 씨가 2006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타우누스 시리즈’ 네 번째 편이다. 냉철한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감성적인 여형사 피아 콤비가 미제 사건을 풀어 나가는 내용이 시리즈의 뼈대를 이룬다. ‘백설공주에게…’에서 이들 콤비는 10년 전 발생한 10대 여성 두 명의 살해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 이 책은 지난해 독일에서만 33만 권이 판매됐고 20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여러 나라의 독자를 매료시킨 힘은 무얼까. “작품의 배경을 실제 존재하는 지역과 장소로 정하고, 가급적 개연성 있고 생생한 인물들을 등장시키죠. 사실성이 강하고 긴장도가 높기 때문에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는 독자가 많아요. 그런 사실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설공주에게…’의 공간적 배경을 자신이 살고 있는 타우누스로 했는데 이 때문에 주말이 되면 책 속에 나온 장소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아졌다고 노이하우스 씨는 전했다. 지금은 세계에서 널리 읽히는 작가이지만 그도 시작은 미미했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1편 ‘미움 받는 여자’, 2편 ‘너무 친한 친구들’은 자비로 출판했다. “열세 살 때 부모님께 타자기를 선물 받으면서 틈만 나면 글을 썼지요. 하지만 당장 작가가 되기는 힘들었어요.” 노이하우스 씨는 소시지공장을 운영하는 남편 일을 도우면서도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백설공주에게…’가 독일에서 판매부수 25만 권을 넘기자 남편은 “나도 소시지 25만 개를 팔 수 있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남편은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에요. 제가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고, 자비로 책을 낸다고 할 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저를 아주 자랑스러워해요.” 노이하우스 씨는 한국은 가본 적이 없지만 남편 회사가 있는 슈발바흐에 삼성유럽본부가 있어서 한국인들이 가끔 소시지를 사러 온다고 했다. 그러면 노이하우스 씨는 한국판 ‘백설공주에게…’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한국 손님들이 깜짝 놀라며 반가워한다고. 그는 이달 독일에서 타우누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편인 ‘바람을 뿌리는 자’를 출간한다. 국내에서는 올 하반기 출간될 예정. “타우누스에 풍차 공원이 만들어지는 이야기인데 시민단체가 반대하죠. 하지만 시민단체 사람들에게는 다른 꿍꿍이가 있고 수많은 갈등이 숨어 있죠. 살인 사건도 연달아 일어나고요. 사건에 얽힌 여러 사람에게서 인간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겁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나뭇가지마다 새파란 새순이 돋는 5월은 숲에 생기가 가득한 시기다. 우거진 숲을 따라 산을 오르다 보면 양지바른 산자락에 서 있는 절을 한두 번은 마주친다. 불자뿐 아니라 등산객들도 가쁜 숨을 돌리며 속세의 찌든 피로를 잠시 잊을 수 있는 마음속 휴식처다. 길게는 천년 넘게 한자리에 머물고 있는 절은 저마다의 역사와 전설들을 품고 있는 이야기의 보고(寶庫)다.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 숲’은 산림학자인 저자가 절과 함께 절을 둘러싸고 있는 숲을 설명해 이채롭다. 이를테면 ‘사찰림 답사기’랄까. 절집 숲은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973년부터 시작된 정부 주도의 녹화사업은 성공했지만 이 때문에 대부분의 숲이 40년생 이하의 어린 숲이다. 반면 절집 숲은 수백 년 이상의 수목으로 이뤄진 곳이 많다. 이런 이유로 국토 면적의 0.7%에 불과한 절집 숲이 식물 천연기념물 가운데 10.7%를 품고 있다. 충남 서산시 개심사(開心寺)는 봄에 흐드러지게 만개하는 왕벚꽃나무로 유명하다. 어린이 주먹만 한 크기의 개심사 왕벚꽃은 희고 붉고 푸른 꽃을 피워내기에 5월 개심사는 꽃대궐 같다며 저자는 탄복한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 벚꽃길, 백양사 초입의 벚꽃길, 화엄사의 올벚나무도 저자의 추천 목록에 들어간다. 절집 주변에 벚나무를 심는 이유는 불가에서 벚꽃을 속세를 떠나 극락(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피안앵(彼岸櫻)’의 상징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유럽의 ‘산티아고로 가는 길’처럼 강원 인제의 백담사에는 ‘순례자의 길’이 있다. 백담사-영시암-오세암-봉정암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험하고 가파르기 때문에 불자들 사이에서 순례자의 길로 불린다. 저자는 이 길에 ‘천연림 터널’이라는 이름을 덧붙인다. 단풍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거제수나무 함박나무 개박달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와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가 가득해 마치 나무로 이뤄진 거대한 터널 같다는 표현이다. 이처럼 책에는 24곳의 절과 사찰림 이야기가 풍성하다. 숲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땅이나 바닥에 걸터앉아 천천히 호흡하며 나무와 함께 숨쉰다는 것을 상상해보라는 게 저자의 제안이다. 절과 숲을 함께 다룬 ‘비우고…’와 달리 ‘바람이 지은 집, 절’은 전국 23곳 절의 숨겨진 내력과 전설, 그리고 현지를 찾아 얻은 감상을 차분히 정리했다. 송광사는 국보 3건에 3점, 보물 19건에 110점이 있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큰 절이지만 석탑이나 석등이 없다. 그 대신 다양한 형태의 석축과 돌담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운달산 김룡사의 가람(伽藍)은 누운 소의 모습이어서 스님들은 그 소의 눈에 해당하는 명부전에 머문다. 절에 대한 갖가지 내력이 흥미롭지만 사진의 비중이 높은 반면 글의 분량은 상대적으로 적어 해설이 한 층씩 더 깊게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을 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얼굴에 안개가 낀 모습으로 태어난 소년은 부모가 도망가고 외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란다. 짙은 안개 가 덮인 듯 눈, 코, 입이 보이지 않아 ‘달걀귀신’처럼 보이기 때문에 소년은 후드티를 입어 얼굴을 가린다. 통증 같은 증세는 딱히 없다. 세수를 여러 번 해도 민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밖에는. 안면장애를 설명하는 상징으로 안개를 차용한 점은 신선하다. 소수자의 삶을 차분한 시선으로 담아낸 것도 눈에 띈다. 하지만 소재의 신선함에 비해 중반 이후 긴장감이 떨어진다. TV에 나가 유명인이 됐다가 구설수에 휘말리고,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그리고 어느 돈 많은 회장이 안개의 비밀을 풀려고 한다는 등 어디선가 본 듯한 전개가 아쉽다. 안개처럼 뿌옇게 끝나는 밋밋한 결말도 허전하다. 2005년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저자의 세 번째 장편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979년 9월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80대 초반의 고령자 8명을 대상으로 심리실험이 진행됐다. 이들은 1959년 모습으로 꾸며진 집에서 인공위성이 발사되는 장면을 흑백TV로 보고, 카스트로의 공산주의 등 당시 시사 문제를 논했다. 요리와 설거지, 청소도 직접 했다. 일주일 뒤 이들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시력과 청력, 기억력이 대폭 향상된 것이다. 시간을 뒤로 돌리자 젊어진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흥미로운 ‘시간 실험’들을 보여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말 한마디에 연인 관계가 깨질 수도 이어질 수도 있다. 다음은 작품 속 두 상황. 5년째 사귄 커플. 여러 번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했고, 만나서 하는 일은 ‘기계적인 섹스’다. 자장면을 먹다가 남자가 심각하게 말한다. “우리 결혼할까?” 여자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 남자가 산통을 깬다. “하하, 농담이야.” 여자는 젓가락을 놓고 나간다. 여자는 일과 관계된 사람과는 절대 연애를 안 한다는 것이 신조다. 일로 만난 남자는 같이한 업무가 끝났지만 계속 문자를 보낸다. 어느 날 남자는 마음을 털어 놓는다. “음. 음. 우리 내일 밥… 먹으면서 얘기할까?” ‘밥이나 먹자’는 말이 아니어서 여자는 미소 짓는다. 극단 직원으로 일하는 여성이 자신의 작품을 올리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그리고 흔들리는 사랑 얘기를 그렸다. 신춘문예 희곡(1999년 중앙일보)과 단편소설(2007년 동아일보) 부문에 당선된 저자는 ‘연극 소설’로 첫 장편을 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시인 이영광 씨와 김영미 국민대 교수가 제11회 지훈상 문학과 국학 부문 수상자로 각각 선정됐다. 수상작은 이 씨의 시집 ‘아픈 천국’과 김 교수의 저서 ‘그들의 새마을운동’. 이 상은 시인 조지훈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시상식은 21일 오전 11시 경북 영양군 주실마을 조지훈 선생 종택에서 열린다.}

풍성한 피아노 연주로 신록의 5월을 맞는 실내악 축제가 열린다. 10∼22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플로팅아일랜드, 세종체임버홀, 덕수궁 등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2011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6회를 맞는 올해 축제는 피아노에 초점을 맞췄다. 10일 프리뷰 ‘갈라 콘서트’에 이어 11일 개막 공연에서는 사티, 훔멜, 루토스와프스키, 리스트 등 피아니스트 출신 작곡가들의 실내악곡을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부아용(프랑스), 서혜경, 김영호, 유영욱 씨와 현악 연주자들이 협연한다. 13일 ‘파리 스토리’에서는 작곡가 미요, 쇼송의 곡들로 파리를 피아노가 참가한 실내악곡으로 그려내고 14일 ‘합스부르크제국’에서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을 지배한 합스부르크왕가의 통치 아래 활동했던 모차르트, 훔멜, 리스트 곡들을 조명한다. 현대 피아노의 전신인 포르테피아노 연주도 싱가포르계 영국 건반연주자 멜빈 탄 씨가 20일 ‘건반의 변주’에서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클래식과 무용이 함께하는 무대도 선보인다. 14일 ‘음악, 무용, 그리고 피아니스트들’에서는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을 드부아용 씨가 연주하고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이에 맞춰 춤을 춘다. 1만∼4만 원. 02-712-4879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프랑스의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중국의 가오싱젠, 영국의 앤드루 모션 씨 등 세계적인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2011 서울국제문학포럼이 24∼26일 서울 광화문 교보컨벤션홀과 세미나룸에서 열린다. 김우창 서울국제문학포럼 조직위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은 3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포럼이 노벨상 수상을 비롯해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우리 작가들에게 자극이 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포럼은 대산문화재단이 2000년부터 5년마다 주최해왔으나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행사가 1년 미뤄져 올해 열리게 됐다. 주제는 ‘세계화 속의 삶과 글쓰기’. 영국 시인이자 부커상 심사위원장 앤드루 모션, 나이지리아 출신 소설가 벤 오크리, 통독 이후 동독 3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잉고 슐체, 일본 소설가 시마다 마사히코 씨 등 14명의 해외 작가가 초청됐다. 국내에서는 유종호 정현종 박범신 복거일 최윤 성석제 공지영 조경란 김연수 정이현 씨 등 문인 32명이 참여한다. 김성곤 집행위원장(서울대 영문과 교수)은 “이 행사는 학술적 발표의 장이라기보다는 작가가 교류하는 ‘놀이마당’이며 세계적인 관심사를 공유하는 게 목표다. 한국 문학과 문화를 홍보하는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지한파 소설가인 르 클레지오 씨는 ‘이(異)문화 간 상호관계성과 예술의 기능’이란 기조강연문을 통해 “오늘날 세계화 사회에서 대중문화는 획일화와 체제 순응주의를 대변하고 있다”며 “쉽고 신속한 비즈니스와 정보의 교환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적 제국주의의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처음 방한하는 가오싱젠 씨는 ‘이데올로기와 문학’ 발제문에서 “전실하고 성의에 찬 문학이 사람들이 기대하는 문학이며 문학은 시적 정취를 통한 자주독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문열 씨는 ‘내 문학과 이데올로기’ 발제문에서 “나만의 이데올로기에 의지해 유사의식과 정신적 허영과 지난한 싸움을 벌이는 동안 내 문학이 상처입고 변질되었을지는 몰라도 거기에 실린 내 본질적 이데올로기만은 변질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포럼은 일반인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미리 e메일(sifl@daesan.co.kr)로 신청하면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다. 02-725-542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대규모 합창 공연이 14일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사진)의 지휘로 서울과 강원 평창, 미국 뉴욕에서 동시에 열린다. 사단법인 월드하모니와 강원도민대합창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기원 국민대합창’ 공연을 14일 오후 7시부터 100분 동안 연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공연에는 서울광장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앞에서 각각 2018년을 상징하는 2018명씩의 합창단이, 뉴욕 링컨센터 광장에서 200여 명의 합창단원이 참여한다. 세 곳의 합창단은 서울과 평창, 뉴욕을 연결한 멀티비전을 통해 정 감독의 지휘에 맞춰 함께 노래한다. 합창에는 일반인의 참여도 가능하다. 이번 공연 홈페이지(www.whc.or.kr)를 통해 신청하거나 현장에서 합류할 수도 있다. 이날 행사에는 소녀시대, 씨엔블루, 인순이 등 가수와 이상화, 이정수, 성시백, 곽윤기, 황영조 등 스포츠 스타도 참여해 올림픽 유치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아유, 요즘 그거 재밌더라. ‘발리에서 생긴 일’, 주인공 조인성이가 나는 좋던데.” 소설가 박완서 씨가 배우 조인성 씨 얘기를 불쑥 꺼냈다. “내가 조인성이가 좋다고 하니까, 조인성이랑 점심 먹을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하더라고….” “정말요? 드시죠. 사인도 받고.” “아유, 그렇게까지는…호호.” 박 씨와 후배 문인 유춘강 씨가 2004년 충남 당진에서 봄꽃놀이를 하고 올라오는 길에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좋아하는 남자 배우 얘기가 나오자 박 씨는 소녀처럼 수줍어했다.》* * * 여성동아 문우회 24명의 문인들이 낸 추모문집 ‘나의 박완서, 우리의 박완서’(문학동네)에 실린 일화다. 문집에는 1월 타계한 박 씨가 후배 문인들과 나눈 솔직한 얘기들이 가득하다. 고인은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며 등단했고, 이후 여성동아 출신 문인들에게는 ‘큰언니’와 같은 존재였다. “선생님을 아끼는 수많은 독자에게 우리만이 간직한 선생님의 보드랍고 비밀스러운 추억들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것이 출간 취지다. 수익금은 고인을 기리는 일에 사용할 예정이다. 박 씨는 문학계의 거목으로 불렸지만 사석에서는 스스럼없는 편한 선배였다고 후배 문인들은 책에서 털어놓았다. “우리가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큰 소리로 무엇을 주장하거나 우기거나 하시는 법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우리가 하는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듣고 계시다가 마지막에 한마디 보태시거나,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마치 눈앞에 삐악거리는 병아리들을 지켜보고 있는 어미닭 같았다.”(이혜숙) “선배님은 신성우, 장근석, 이민호 등 그때그때 드라마에 나오는 꽃미남들을 멋지다며 좋아하셨는데, 나는 선배님의 이런 일면이 귀엽고 솔직하고 또 평범한 할머니 같아서 좋았다.”(최순희) 박 씨는 후배들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하다가 반응이 너무 좋으면 “내가 (소설로) 쓸 거야”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고, 문우회 명의로 부조금을 낼 때 자신의 돈을 더 얹어 봉투를 두툼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글에 있어서만은 따끔한 질책을 아끼지 않은 엄한 선배였다. 방송국 중편 공모에 가명으로 신청했다가 당선된 권혜수 씨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박 씨에게 뒤늦게 당선자가 자신이라고 밝혔다가 호된 꾸중을 들었다. “장편소설까지 당선된 사람이 문장이 그게 뭐냐. 소재가 진지해서 뽑았지만 문장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일침이었다. 다섯 아이의 엄마로 마흔 살에 등단한 박 씨를 두고 ‘슈퍼맘’이라 부르는 시선도 있지만 이남희 씨는 박 씨가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여태껏 나는 집안일 도와주는 사람 안 두고 산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매스컴에선 마치 내가 살림도 완벽하게 잘하면서 작가 생활을 하는 그런 사람인 것처럼 선전하는데, 잘못된 거예요. 난 세상에 슈퍼우먼은 없다고 생각해요.” 박 씨는 1988년 남편을 암으로,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뒤 깊은 좌절과 실의에 빠진다. 박 씨는 이해인 수녀가 있는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원으로 가서 마음을 추스르기도 했다. 긴 시간이 흐른 뒤 조양희 씨가 “훗날 아들을 다시 만나면 반갑지 않으시겠느냐”라고 묻자 박 씨는 눈을 흘기며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무슨 반갑기는. 어미보다 뭐가 더 급해서 먼저 가, 네가 왜 나보다 앞질러 가, 이 못난 녀석 같으니, 이 불효자, 맞아라, 맞아야 해.”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