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재외공관, 대사관한테 다 ‘이런 기조로 해라’ 딱 이렇게 내려보내셔야 해. (청와대) 제1부속실에서 하는 게 그런 일이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정호성 전 대통령 제1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에게 고압적인 말투로 청와대 업무를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록이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 녹취록에 대해 “민간인인 최 씨가 ‘경제 부흥’을 국정 기조로 제안하면서, 그 같은 내용을 내려보내는 것이 제1부속실의 업무라고 지시할 정도로 국정 전반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날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각종 기밀 문건을 제공하고 최 씨가 국정에 개입한 추가 증거를 공개했다. 최 씨에게 유출된 문건 중에는 ‘민정수석 통화 시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도 포함됐다. 이 문건에는 “군 내부에서 특정 파벌이 김병관 장관 내정자 취임을 막기 위해 내부 정보를 흘리는가 하면 장성 보직을 둘러싼 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3월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에게 지시한 민감한 내용이 담긴 A4용지 한 장짜리 문건이 최 씨에게 고스란히 빠져나간 것이다. 최 씨는 청와대가 집권 초반 각 부처에 ‘낙하산 인사를 가려내라’고 극비리에 지시한 내용이 담긴 문건도 받아봤다. 검찰이 공개한 ‘11차 국무회의 비공개 회의 시 부처별 지시사항’ 문건에는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이나 전 정부에서 퇴임한 낙하산 인사를 가려내 제대로 인사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검찰은 “외부에 알려질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비밀로 해야 할 가치가 충분한 자료”라고 지적했다. 2014년 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유출됐을 때,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게 “최 씨와 통화하는 횟수를 줄이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정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로 벌어진 곤란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최 씨에게 자료를 보내 의견을 받는 일을 그만두자”고 건의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도 정 전 비서관의 설명에 수긍하면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 역시 최 씨에게 문건을 전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그 후에도 최 씨의 의견을 들어온 것은 사실이며 다만 그 빈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58·사법연수원 14기)의 변호사 개업 신고를 반려했다고 14일 밝혔다. 변협은 “대한민국의 사법정의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사법 신뢰도를 저하하는 전관예우 악습을 근절하기 위해 채 전 총장에게 변호사 개업신고 철회를 권고한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다만 채 전 총장의 변호사 등록은 수리했다. 변협은 “2015년 12월 김진태 전 검찰총장에게도 변호사 개업 자제를 권고했고 김 전 총장은 지금까지 개업하지 않았다”며 “채 전 총장이 변호사 개업을 하면 검찰 1인자였던 분이 사익을 취하려 한다는 것 자체로 국민적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채 전 총장이 혼외자 문제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고, 그 의혹을 아직 해명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도 변호사 개업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회식에서 여직원의 등을 쓰다듬고 어깨가 드러날 정도로 옷을 잡아당긴 50대 공무원에게 내려진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호제훈)는 서울시 공무원 이모 씨(52)가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씨는 2015년 6월 직원 4명과 회식을 하던 중 노래방에서 신입 직원 A 씨의 등과 손, 허벅지를 만지는 등 신체 접촉을 했다. 또 A 씨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으라고 강요하면서 어깨가 드러날 정도로 옷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 씨에 대한 징계 및 재심 절차를 거쳐 2016년 5월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했다. 이 씨는 “함께 어울리자고 권유하던 과정에서 A 씨에게 불쾌감을 줬지만 성희롱은 아니었다”며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씨의 행위는 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이 씨가 피해자 A 씨의 상급자이고 회식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업무 관련성도 인정된다”며 “이 씨의 행위는 공무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번 주(13∼17일) 평일 5일 내내 법원에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등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재판이 열린다. 이번 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에선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2차례 열릴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재판에 이수영 전 청와대 행정관을 증인으로 불러 미르재단 설립 경위를 확인한다. 이날 공판에서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와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도 증언을 할 예정이다. 14일 최 씨의 재판엔 K스포츠재단 김필승 이사와 이철용 재무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날 헌재에선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이 열린다. 증인으로 채택된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1)의 출석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엔 최 씨의 측근이었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9·구속 기소)의 공판이 열린다. 16일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의 공판이 열리고, 헌재에선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56)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또 17일 최 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구속 기소) 등의 재판이 열린다.배석준 eulius@donga.com·김민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 가운데 10명 중 1명꼴인 1616명이 2015년 변호사법에 규정된 공익활동(프로 보노) 의무 시간을 채우지 못해 과징금을 물거나 징계를 받아야 할 상황에 놓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는 직전 연도인 2014년의 69명에 비해 20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먹고살기도 힘든데 공익활동까지 강제하는 건 가혹하다”며 아예 법을 바꿔 공익활동 의무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변호사 시장 악화에 공익활동 관심 시들 한국 변호사의 공익활동은 2000년 7월 변호사법 개정으로 의무화됐다. 미국 변호사들이 사회적 약자에게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던 프로 보노를 도입한 것이다. 프로 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프로 보노 푸블리코(Pro Bono Publico)’에서 나온 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변호사는 연간 20시간 이상의 공익 활동을 한 뒤 활동 내용을 다음 해 1월 31일까지 해당 지방변호사회 회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대한변협의 징계나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등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공익활동 의무화 당시 “정부가 변호사단체를 법정단체가 아닌 임의단체로 만드는 것을 막자”며 이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규제개혁을 내세워 변호사단체를 임의단체로 만들려고 하자 변호사 업계의 자율성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변호사단체가 법정단체여야 변호사들의 가입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변호사 업계가 자신들이 도입한 공익활동에 무관심해진 것은 변호사 시장 환경이 크게 바뀐 탓이다. A 변호사는 “공익활동 의무 도입 당시만 해도, 변호사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특수한 지위였지만 이제는 ‘자격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공익활동이 의무화됐던 2000년 전국의 개업 변호사 숫자는 4000명 선이었지만 현재는 2만 명이 훌쩍 넘는다. 연간 20시간의 공익활동조차 버거울 정도로 변호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 “변호사법 개정해 공익활동 의무 없애야” 변호사단체들도 이런 사정 때문에 공익활동 의무를 못 채운 회원들을 징계하는 데 소극적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공익활동 의무시간을 채우지 못한 회원들에게 시간당 3만 원씩의 과징금을 물린 뒤 이를 안 낼 경우에만 징계에 넘기고 있다. 또 자체 설문조사나 법관 평가 참여, 각종 연수 프로그램 참여 등도 프로 보노로 인정하는 ‘꼼수’를 쓰며 징계대상자 수를 줄이려 애쓰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 B 씨는 “변호사 실무 사이버 강의로 시간을 채웠다”며 “사이버 강의는 5분마다 화면을 클릭해야 하는데 사무실 직원이 대신 해줬다”고 털어놨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공익활동을 하지 않아 징계에 회부된 변호사 숫자가 급증한 데에는, 변호사단체가 회원들 눈치를 보는 분위기 탓도 크다”고 보고 있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공익활동 의무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할 공익활동을 법으로 강제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과징금까지 물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한 임원은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회에 변호사법 개정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김민 kimmin@donga.com·배석준 기자}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2년 전 결정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송을 건 원고 측은 이 판결을 근거로 수명 연장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방침이다. 이를 법원이 인용하면 월성원전 1호기 가동을 중지해야 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호제훈)는 7일 월성 1호기 인근 주민 강모 씨 등 2167명이 원안위를 상대로 낸 처분 무효 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안위가 절차에서 완벽한 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변경 허가 사항 전반에 대한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은 점, 원안위 과장이 허가 사항을 전결로 처리한 점 등이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결격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또 △원안위 위원(총 9명) 가운데 2명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관련 사업에 관여해 법적 결격 사유가 있는데도 심의·의결에 참여한 점 △안전성 평가에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점 등도 원안위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근거로 판단했다. 원안위는 일단 법원의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원안위 관계자는 "판결문을 보고 최종결정을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다"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에도 월성 1호기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이 가처분신청을 통해 가동 중단을 요구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계에서는 법원이 가처분신청까지 받아줄 경우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0년 연장의 기준은 연장 결정 시점이 아닌 설계 수명이 끝난 시점(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이다. 이 때문에 연장 결정을 언제 하느냐와 무관하게 2022년 11월에는 폐로와 재연장의 갈림길에 다시 서게 된다. 앞서 이뤄진 10년 수명 연장 결정은 한수원이 연장을 신청한 지 5년 3개월 만인 2015년 2월에 확정됐다.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 김민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최 씨의 측근 고영태 씨(41)가 6일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진 뒤 처음으로 법정에서 마주쳤다. 고 씨는 한때 최 씨의 도움으로 ‘빌로밀로’라는 가방업체를 운영했고, 최 씨가 세운 더블루케이에서도 일했다. 두 사람은 최 씨의 또 다른 측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이 “내연관계로 추측된다”고 증언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고 씨는 최 씨 쪽으로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은 채, 최 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최 씨는 고 씨가 증인석에 들어설 때부터 줄곧 노려봤고, 재판 막바지에는 직접 고 씨에 대한 신문에 나섰다. 하지만 고 씨는 답변을 하면서도 끝내 최 씨의 눈길을 피했다.○ 2m 거리에서 눈도 안 마주친 고영태·최순실 고 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씨가 앉은 피고인석과 고 씨가 앉은 증인석은 불과 2m 거리. 최 씨는 한때 최측근이었던 고 씨가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을 앞장서 폭로하는 것을 지켜보며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고 씨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한숨을 쉬거나 머리카락을 만지며 답답해하기도 했다. 증인석에 앉은 고 씨도 불편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질문에 차분한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갔지만, 최 씨가 옆에 앉아있음을 의식한 듯 종종 마른침을 삼키거나 옷깃을 매만지며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더블루케이의 실제 운영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고 씨와 최 씨 양측은 치열하게 다퉜다. 최 씨 측은 고 씨에게 “일일이 (더블루케이의 업무) 보고를 받은 것을 보면 증인이 더블루케이의 실질적인 운영자 아닌가”라고 몰아세웠다. 고 씨는 “더블루케이가 내 회사라면 내가 잘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최 씨의 집안일은 물론 심부름, 고장 난 차 수리 등 사적인 일까지 도와줬다”고 밝혔다. 최 씨는 재판이 끝나기 직전 10여 분간 고 씨를 상대로 직접 질문에 나섰다. 최 씨는 “(더블루케이의) 가이드러너 사업, 펜싱팀 등은 고 씨가 적극 개입한 일”이라며 “(고 씨 등) 모든 사람이 공범이지, 내가 사익을 취하려고 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이에 고 씨는 “어떤 프로젝트도 내가 먼저 제안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최 씨는 또 “‘고민우’로 개명을 하려다 마약 전과 때문에 못하지 않았느냐”며 고 씨를 몰아세웠다. 고 씨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 씨의 질문이 쉴 틈 없이 이어지자, 재판부가 “(고 씨의) 답변을 하나씩 듣고 질문을 하라”고 제지할 정도였다. 헌법재판소가 증인 출석요구서를 보내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잠적설에 휘말렸던 고 씨는 이날 남색 코트 차림으로 법원에 나타났다. 헌재는 사무처 직원 2명을 법정에 보내 고 씨에게 탄핵심판 증인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고 씨는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했다. 고 씨는 “8일 이전에 직접 헌재로 연락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순실 측, 고영태 사생활 거론하며 신경전 고 씨는 최 씨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선 ‘가까운 관계’라고 설명했다. 고 씨는 “류상영 전 더블루케이 부장과 내가 옆에서 직접 본 결과 (최 씨는) 청와대에 옷 때문에 왔다 갔다 하고 마치 청와대 비서들을 개인비서처럼 대했다”며 “‘박 대통령을 위해 일한다’ ‘박 대통령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일한다’는 말을 자주해서 둘의 관계가 가까운 걸로 안다”고 말했다. 고 씨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의 ‘내연관계’ 발언에 대해서는 “역겹다. 신성한 헌재에서 인격을 모독하는 게 국가원수 변호인단이 할 얘기인지 한심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재판에선 한 방청객이 재판 도중 최 씨를 향해 고함을 치다가 퇴정당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재판을 지켜보던 한 여성 방청객은 최 씨 변호인이 고 씨를 증인신문하던 중 “증인을 왜 다그치나? 돈이 그렇게 좋냐”고 소리쳤다. 이에 재판장은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면 감치될 수 있다”고 주의를 줬지만 여성 방청객이 계속 목소리를 높이자 결국 퇴정을 명령했다.○ 박 대통령 측, 탄핵심판에 검사 2명 증인 신청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은 이날 헌재에 국정 농단 사건 수사를 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 검사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 대통령 측은 수사 검사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데 대해 “최 씨와 안 전 수석 사이에서 기업인 김모 씨가 ‘메신저’ 역할을 한 사실을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박 대통령 측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경위에 대해 A4용지 22쪽 분량의 의견서도 제출했다. 박 대통령은 의견서에서 “재단 정관을 보면 설립자는 출연 기업들이고, 박 대통령이나 최 씨는 재단과 무관하다”며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재단을 장악하거나 자금을 움직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을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6일 최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씨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리는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속행 공판에서 증언을 하게 된다. 앞서 지난달 17일과 25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고 씨는 최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증인 출두 의사를 밝혔다. 최 씨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고 씨는 롯데 관계자들을 만나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을 요구한 사실이 있다. 또 최 씨의 도움을 받아 ‘빌로밀로’라는 가방 사업을 운영했고, 박 대통령이 이 가방을 공식 행사에 자주 들고 다녔다. 하지만 최 씨와 사이가 틀어진 뒤 서울 강남구 최 씨의 의상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찍은 영상을 언론에 제보했다. 최 씨의 또 다른 측근이었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은 헌재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 씨와 고 씨의 관계에 대해 “내연관계로 추측된다”고 증언했다. 또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는 “이 사건의 발단은 최순실과 고영태의 불륜”이라며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를 알게 된 일당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실패하자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 사건을 악의적으로 왜곡 제보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 씨의 대학 동문인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41)은 법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 씨와 고 씨에 대해 “사장과 직원의 수직적 관계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때 ‘한 몸’처럼 움직이다 등을 돌리게 된 두 사람은 6일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툴 가능성이 높다. 고 씨는 최 씨가 박 대통령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였는지를 입증하는 증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선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옷값을 대납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최 씨는 지난달 31일 재판에서 측근이었던 박헌영 K스포츠재단 부장(39)이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자 격앙된 목소리로 재판부에 “저에게도 변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었다. 이날 재판에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45)도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 씨가 비선 모임을 운영했고,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고 폭로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회사도 회사지만 형님 자체가 위험해져요. 김우중(대우그룹 회장)이 망하고 싶어 망했겠어요?”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9·구속 기소)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 등의 사주를 받아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의 지분을 빼앗기 위해 컴투게더 한모 대표(61)를 협박한 정황이 1일 법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차 전 단장과 송 전 원장 등의 공판에서 한 대표와 차 전 단장 측근들 사이에 이뤄진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검찰이 편집해 법정에서 튼 녹음 내용만 1시간이 넘는 분량이었다. 송 전 원장은 2015년 6월 15일 한 대표에게 “윗선에서 볼 때 형님(한 대표)이 ‘양아치 짓’을 했고 전문적인 기업사냥꾼이라고 돼 있다”며 “막말로 ‘묻어 버려라’ ‘컴투게더에 세무조사를 들여보내 없애라’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한 대표가 “그런 말을 전달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묻자 송 전 원장은 “그런 건 궁금해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한 대표가 계속 포레카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자 같은 해 7월 3일 송 전 원장은 급기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건을 언급하며 협박의 수위를 높였다. 송 전 원장은 “성완종은 수백 명한테 돈을 뿌리고 ‘자기 편’이라고 확답을 받았을 텐데도 한번 그렇게 휘몰아치기 시작하니까 그게 안 지켜졌다”고 말했다. 포레카 지분을 내놓지 않고 버티면 자살한 성 전 회장처럼 고립무원이 돼 망가질 수 있다고 겁을 준 것이다. 한 대표는 이처럼 지분을 강탈하려는 시도가 거세지자 차 전 단장 주변 인물과의 통화 및 대화를 녹음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파일은 한 대표가 2015년 말 부하 직원에게 “내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쓸 일이 있을 것”이라며 맡겨 놓았던 것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한 대표는 송 전 원장이 콘텐츠진흥원장에 발탁된 과정도 털어놨다. 송 전 원장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를 받고 청와대에 들어갔는데, 이 자리에서 김 전 실장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송 전 원장이 원장 공모 절차도 진행하기 전에 자리를 낙점 받은 것을 보며 이 사람들 뒤에 대단히 힘 있는 집단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포레카 지분을 빼앗으려는) 그들의 협박이 거짓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밝혔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재판에서 최 씨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55)이 세 차례 만났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사특혜를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는 최 전 총장은 그동안 최 씨와는 “교수와 학부모 관계 이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왔는데, 이 같은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최 씨와 최 전 총장의 만남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선 미르재단 사무부총장 김성현 씨(44·사진)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김 씨는 “2015년 12월과 지난해 1, 2월 최 씨와 함께 총 세 차례 최 전 총장을 만났다”고 증언했다. 또 김 씨는 “최 씨와 최 전 총장이 이화여대가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의 분교를 유치하는 사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최 전 총장을 만나 에콜 페랑디 사업에 대해 협의했으며 이 자리에는 차은택 씨(48)도 함께했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최 씨와 최 전 총장의 관계에 대한 상세한 증언이 나오자,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최 전 총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 씨의 재판 증언과 관련해 “지난번 조사 당시에도 두 사람 사이에 여러 차례 전화 통화가 있었던 점이 확인됐고 오늘 (법정에서) 추가적인 내용이 나왔다”며 “최 전 총장 영장 재청구에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16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신문에서 최 씨가 한 발언들이 사실인지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김 씨에게 “최 씨는 헌재에서 ‘에콜 페랑디 사업을 차 씨를 통해 들어보기만 했다’고 증언했다”며 “최 씨가 사업 진행을 꼼꼼히 챙긴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씨는 “최 씨가 에콜 페랑디 사업의 많은 부분에 관심을 가졌다”며 “프랑스 출장을 갈 때도 최 씨와 이 사업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갔다”고 답했다. 검찰이 김 씨에게 “최 씨는 헌재에서 당신이 (최 씨가 실소유한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의 주주라는 사실과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으로 일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고 하자, 김 씨는 “(최 씨의 증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 씨는 법정에서 특별한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가끔씩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들을 쏘아보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지난해 11월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던 중 복도에서 최 씨를 마주친 뒤 검사실로 도망친 적이 있다”며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최 씨가) 알게 될까 봐 무서운 생각에 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아주 악을 써서 저게 최순실이 맞나 싶었어요. 민주주의니 뭐니 하더니 자식이 어쩌고 손자가 어쩌고 하는 얘기가 들리기에 성질이 확 튀어나와 버렸어.” 2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의 환경미화원 임모 씨(65·여)는 전날 오전 강제 구인되던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지켜보며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세 차례 “염병하네”라고 맞받아쳤다는 것이다. 임 씨는 “그저 화가 나서 내뱉었다. 최순실의 뻔뻔한 모습을 보고 너무 열불이 나서 한마디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당시 자신만 화를 낸 게 아니라고도 했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동료 역시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최 씨를 향해 “지랄하네. 미쳐서 지랄하네”라고 큰 소리로 비난했다는 것이다. 임 씨는 “그 언니가 먼저 소리 지르고 나는 나중에 한마디만 한 건데 내 말만 (취재진에) 녹음이 됐다”고 말했다. 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카메라가 옆에 있는 줄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자신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가 된 사실을 오후 뒤늦게 알았다. 관련 기사를 본 아들이 전화를 걸어 “혹시 엄마 아니냐”고 물어서 알게 됐다는 것. 이후 지인들로부터 “시원하다” “잘했다” 등 칭찬 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다고 한다. 임 씨는 “우리 아들이 ‘어머니 잘하셨어요. 요즘 답답한데 사이다 발언 한 방 잘 날리셨어요’라고 했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도 그런 거 보면 속 안 상하는 사람 있겠어요? 직장인이라면 다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또 “‘염병하네’는 전라도에서 많이 쓰는 말인데, 어떻게 감히 그러느냐는 뜻이에요. 있는 사람이 더한다더니 어이가 없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임 씨는 “그런데 우리 신랑은 ‘너 혼자만 국민이냐’며 ‘뭘 나서서 난리냐’고 뭐라고 하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임 씨는 최 씨에 대해 “키도 짧고 체구도 작은데 통도 크지. 사람이 죄를 지으면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고 하든가,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떠들더라고요. 자기가 무슨 민주주의를 찾고 난리야. 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해놓고. 안 그래요? 지금까지 여기(특검에) 온 사람 중에 저렇게 소리 지르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특검 사무실이 있는 빌딩의 관리회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인 임 씨는 이달 초부터 특검 사무실 3개 층과 언론사 취재진이 있는 2개 층을 청소하고 있다.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3시까지 근무한다. 두 아들과 손자를 둔 임 씨는 최 씨보다 네 살 많다. 그는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한마디 했을 거예요. 온 국민이 분노하는데 저 혼자 자기 자식 손자를 찾아요?”라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K스포츠재단 운영 개입을 폭로했던 노승일 재단 부장이 24일 최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가 위증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최 씨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노 부장을 노려봤고, 휴정 때도 째려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공판에서 노 부장은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안 전 수석의 보좌관으로부터 ‘(수사) 대응 문건’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노 부장은 “대응 문건에는 미르재단 직원들과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이런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해라’ ‘잘 모르면 기억이 안 난다고 해라’는 내용의 ‘모범 답안지’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하면, 그 내용이 청와대에 올라갈 것 같아서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정동춘 “최순실 반대로 이사장 사퇴 못해” 이날 재판에 노 부장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56)은 “재단을 만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통해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협찬을 받으려면 대통령 정도의 권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최 씨가 단독으로 기업 돈을 걷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에선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전경련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정 전 이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했지만, 당시 독일에 머물던 최 씨의 반대로 무산된 사실도 확인됐다. 정 전 이사장은 “독일에서 최 씨가 전화를 걸어와 ‘왜 전경련이 시키는 대로 (사의를 표명)했느냐’며 화를 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정 전 이사장과 안 전 수석의 지난해 10월 13일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통화 중 정 전 이사장이 “VIP(박 대통령)께서 ‘최 여사(최순실)’에게도 (재단 통폐합 관련) 이야기를 전달해 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자 안 전 수석은 “최 여사 부분은 (박 대통령이) 저한테 얘기한 적도 없고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다. 아마 대통령께서 (최 씨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은 정 전 이사장에게 ‘(안 전 수석 발언이) 최순실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는 뜻이었냐’고 물었고, 정 전 이사장은 “안 전 수석이 ‘최 여사 이야기하지 마라. 대통령에게 (최순실) 이야기하는 것도 금기다’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 노승일 “최순실과 고영태는 수직적 관계” 노 부장은 “K스포츠재단에 이사회가 있지만, 모든 이사가 최 씨를 거치지 않으면 선임이 안 됐다”며 “이사회는 유명무실한 기구였고 업무와 자금 집행 등도 모두 최 씨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노 부장은 “최 씨가 지난해 2월 측근들과 회의를 하며 ‘K스포츠재단을 1000억 원 규모로 늘릴 수 있게 기업 출연금을 받아낼 기획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또 한때 최 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최 씨의 관계에 대해 노 부장은 “사장과 직원 관계, 수직적 관계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에 대해 “내연관계로 추측된다”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의 헌법재판소 증언을 반박한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최 씨 측은 검찰의 ‘함정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최 씨 측 변호인은 노 부장에게 “검사가 당신을 조사하면서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최 씨와의 통화를 녹음하게 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노 부장은 “통화는 (검찰청이 아니라) 경기 오산에서 녹음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최 씨의 변호인이 ‘검찰청에서 녹음한 것 아니냐’고 재차 추궁하자 노 부장은 “이 자리에서 그냥 나가야 하나. 내가 진실되지 않게 보이냐”며 반발했다. 재판부는 노 부장이 제출한 최 씨의 ‘포스트잇 메모’를 증거로 받아들였다. 메모에는 ‘5대 거점 종합 스포츠클럽’ ‘포스코 스포츠단 창설 계획’ 등 최 씨가 노 부장에게 내린 구체적인 업무 지시가 적혀 있다. 이에 최 씨 측은 “포스트잇이 어떻게 작성돼 노 부장한테 전달됐는지 모르겠는데 황당하다”며 “재단 운영에서 사익을 추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법조 브로커 이동찬 씨(45·구속 기소)로부터 수사 무마 대가로 뒷돈을 받은 경찰 간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울방배경찰서 구모 경정(50)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 원, 추징금 89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고위 경찰공무원으로서 공정하고 청렴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뇌물을 받는 등 범행의 경위, 수뢰액, 직위 및 업무 관련성 등에 비춰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또 "부하 경찰관을 법조 브로커에게 소개해 뇌물을 받게 하는 등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 경정은 서울강남경찰서에 근무할 당시 이 씨로부터 유사수신업체 이숨투자자문 송창수 대표에 대한 수사를 잘 해달라는 청탁과 함게 2015년 6월부터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구 경정에게 송 씨의 유사수신 행위를 수사하라고 지휘했지만 구 경정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구 경정은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부하 경찰에게 송 씨 등을 위한 수사 관련 청탁을 하는 대가로 이 씨에게 7차례에 걸쳐 29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 검찰의 미르·K스포츠재단 수사를 앞두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58·사진)에게 ‘청와대는 관련 없다’는 취지의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와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안 전 수석으로부터 허위 진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재단과 관련해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허위 진술을 해달라고 안 전 수석으로부터 부탁받았다”며 “국감 전에도 전화해 ‘대기업 주도로 모금한 것이라고 말하라’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국감에서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답하겠다고 하니 안 전 수석이 ‘좋은 아이디어’라며 칭찬했고, 국감이 끝난 뒤에는 ‘잘했다’는 전화도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허위 진술을 지시하는 내용이 적힌 메모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 부회장은 ‘수사팀 확대, 야당 특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되고. 새누리 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먼저 컨트롤하기 위한 거라 문제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전혀 문제없으니 고생하겠지만 너무 걱정 말라’고 적힌 쪽지도 공개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검찰 조사 전날인 지난해 10월 27일 전화를 받지 않자 안 전 수석이 자신의 보좌관을 통해 전달한 메모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일로 전경련이 해체를 앞두게 된 것을 반성하기 위해 지갑에 쪽지를 넣어 다녔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이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2차례 전화해서 직원에게 지시해 (내) 휴대전화를 전문 파기업체에 맡겼다”고 진술했다. 이에 안 전 수석 측은 “휴대전화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이 부회장이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단 운영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지시한 내용도 공개됐다.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관해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자 안 전 수석이 두 재단을 해산하고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동일한 지시 방안을 ‘VIP(박 대통령)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안 전 수석이 전화로 ‘VIP가 (재단 출연금) 300억 원이 적다, 500억 원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청와대가 먼저 증액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대통령께서 국정운영을 잘해 보려는 마음에서 하신 일이고 저도 보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청와대 문건 등을 유출했다고 인정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면서 “마치 나쁜 일을 한 것처럼 ‘공모’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 씨에게 문건을 건넨 것은 맞지만 나쁜 뜻으로 한 일은 아니라는 것. 또 최순실 씨의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청와대 문건에 대해서도 “내가 최 씨에게 보낸 문건들이 맞다”고 시인했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인정하며 큰 틀에서 대통령 지시가 있었던 점도 인정한다”며 “다만 ‘공모관계’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업무수첩을 근거로 작성된 검찰 조서 등에 대한 증거 채택을 취소하라”며 헌법재판소에 이의신청을 냈다. 헌재는 재판관 회의에서 이 문제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17일 내린 증거채택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김민 kimmin@donga.com·배석준 기자}

17일 처음으로 같은 법정에 선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조카 장시호 씨(38·구속 기소)는 서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한국동계영재센터 사업 구상을 긴밀하게 협의하며 기업 압박을 공모해 거액을 지원받은 혐의를 받고 있지만 법정에 선 두 사람 사이엔 냉기가 흘렀다. 장 씨는 최 씨를 외면한 채 등을 돌려 앉기도 했다. 재판 내내 최 씨는 굳은 표정이었지만 장 씨는 웃는 얼굴로 검찰 관계자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최 씨는 사업 수완이 뛰어난 장 씨를 신뢰했고, 장 씨는 사실상 최 씨의 지시에 따라 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갈라서게 된 배경은 최근 장 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최 씨의 태블릿PC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당시 변호인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게 또 어디서 이런 걸 만들어 와서 나한테 덤터기를 씌우려 하냐. 뒤에서 온갖 짓을 다한다”며 장 씨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태블릿PC엔 최 씨 모녀가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은 상세한 과정 등 새로운 범죄 사실을 드러내는 이메일이 담겨 있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의 핵심은 최 씨와 장 씨 중 누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바로 그 사람이 삼성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압박해 18억2000만 원을 지원받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장 씨는 최 씨와 공모했다고 밝혔지만 최 씨는 “영재센터 설립 취지에 공감해 조언하고 도와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 씨는 또 서류를 증거라고 제시하며 “장 씨가 영재센터의 실질적 오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검찰 측은 “영재센터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은 장 씨가 아니라 최 씨가 했다는 것을 앞으로 증인 신문에서 입증하겠다”고 반박했다. 장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고 최 씨는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이날 최 씨는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지만 장 씨는 어두운 남색 코트의 사복 차림이었다. 장 씨 측 변호인은 “장 씨가 자신이 수의를 입은 모습을 어린 아들이 언론을 통해 볼까 봐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7세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3년간 냉장고에 보관한 부모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6일 살인과 사체훼손 유기 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35)에게 징역 30년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범인 어머니 한모 씨(35)는 2심에서 징역 20년을 받은 뒤 상고하지 않았다. 최 씨는 2012년 10월 경기 부천시의 자택 욕실에서 18kg가량인 당시 7세 아들을 실신할 때까지 때리고 며칠 뒤 사망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 씨는 아들을 폭행하진 않았지만 학대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실신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숨질 때까지 방치했다. 같은 해 11월 부부는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일부를 집 근처 공중 화장실이나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또 일부는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다. 부부의 끔찍한 범행은 지난해 1월 교육당국이 장기결석 학생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3년 만에 드러났다. 앞서 2심에서 재판부는 “최 씨는 아들이 불과 만 2세일 때부터 식탐을 부린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학대했다”며 “어린아이의 잘못을 어른의 잣대로 평가해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은 정상적인 훈육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처벌이 두려워 이를 숨기기 위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엽기적 방법으로 사체를 손괴했다”며 “잔인하고 무자비한 범행을 일반인의 감정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면서 중형을 선고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과 영향력을 배경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사익을 챙긴 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최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에게 박 대통령 침실의 인테리어를 손보도록 하는가 하면 고위 공무원 인사 관련 보고서도 작성하게 하는 등 청와대의 모든 일을 직접 챙겼다. 또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의 자금을 그의 아버지를 기리는 ‘박정희기념관’ 사업에 쓰려 했다는 사실도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 최순실 “어디라도 납품 도와주겠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최 씨가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현대자동차에 납품을 하는 데 도움을 준 과정을 상세하게 밝혔다. KD코퍼레이션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의 초등학교 친구 아버지 이종욱 씨가 운영하는 회사다. 최 씨는 이 씨의 부인 문모 씨와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 오랜 친분을 맺어 왔다. 검찰 조서에 따르면 문 씨는 “최 씨가 2012년 대선 직후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여 주변에서 ‘로또 당첨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문 씨는 “그 무렵 모임에서 시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은 얘기를 하며 짜증을 냈더니 최 씨가 ‘(남편) 회사 어디에 납품하고 싶으냐.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했다”며 “그 이야기를 듣고 최 씨가 대통령과 친하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 씨는 또 “최 씨가 ‘시댁에 기 한번 살려 준다’며 청와대 로고가 찍힌 선물과 청와대 시계를 갖다 준 적도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최 씨의 청탁을 현대차 측에 전달했고, 그 결과 KD코퍼레이션은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현대차에 10억5000만 원 상당을 납품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 주변의 작은 일들을 최 씨가 챙기며 사실상 청와대의 ‘안주인’ 역할을 한 사실도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조서를 통해 확인됐다. 최 씨가 소유한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 직원 문모 씨는 검찰에서 “최 씨의 지시로 두 차례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의 침실을 수리했다”고 진술했다. 문 씨는 “처음에는 대통령 침실의 선반 위치를 조정하고 커튼을 달고, 샤워꼭지를 교체했다”며 “두 번째 방문 때는 전등을 갈고 서랍 고치는 일을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가장 사적인 장소인 침실조차 청와대 직원 대신 최 씨 손에 맡긴 셈이다. ○ “최순실 차명 회사에서 고위 공무원 인사안 작성” 최 씨의 측근이 관세청 고위 공무원 인사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보관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최 씨의 차명 회사 ‘더운트’ 직원 류모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국가비상사태(북핵 실험) 중 고위 공무원 기강문제 건’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류 씨가 2016년 초 작성해 최 씨에게 보고한 이 문건에는 “관세청 차장은 외부에서 인선하는 게 타당하다”며 “기획재정부도 (외부 인선을) 좋아할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적혀 있다. 또 “○○국장 자리에는 관세청 내부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성실하며 우호적인 L 국장이 적임자”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인사에서 L 국장의 인사는 문건 내용대로 이뤄졌다. 최 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자신이 설립한 회사 더블루케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를 만들려 한 정황도 공개됐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신규 법인 인투리스 조직 구조안’에 따르면 인투리스라는 지주회사 밑에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더블루케이가 계열사로 돼 있다. 이 문건 역시 관세청 인사 문건을 작성한 ‘더운트’ 직원 류 씨가 만들었다. ○ 박 대통령 “미르재단, ‘박정희기념관’ 사업 참여” 박 대통령이 ‘박정희기념관’ 사업에 미르재단을 참여시키라고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보좌관 김모 씨가 작성한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 상황’ 문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4일 안 전 수석에게 “좌승희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 미르재단 등과 논의해 (박정희기념관) 홀로그램 미디어 등의 재정비 방안을 강구하라”는 등 미르재단의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이 문서에는 “기념관 리모델링 계획 수립 완료 후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대통령민정수석실이 주관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은 대통령의 공익적 정책에 따라 전경련과 협의해 설립됐다”며 “검찰이 같은 증거에,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은 우리 정부 권력을 권위주의 정권으로 보는 ‘인식의 동굴’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차은택 씨나 고영태 씨가 두 재단에 직책은 없었지만, 측근들을 자리에 앉혀 일을 도모하려 했다”며 둘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최 씨는 공판 마지막에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 씨(35)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2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씨의 항소심 선고에서 검찰과 김 씨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의 징역 30년 형을 유지했다. 치료감호와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그대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1심과 양형조건의 변경이 없고 범행의 중대성, 범행 대상의 불특정성, 그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의 발생 정도 등을 볼 때 징역 30년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씨 측은 항소심에서 "범행 당시 정신질환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해망상 등 정신 질환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은 인정하지만 범행 경위나 내용,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과 정신감정 결과를 모두 종합해 봐도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지난해 5월 17일 오전 1시경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의 공용화장실에서 처음 본 여성 A 씨(당시 23세)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당시 김 씨가 여성을 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성 혐오' 범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의 정신상태를 감정한 끝에 '조현병(정신분열증)'이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부터 기업체 모금까지 깊숙이 관여했고, 이후 개입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 증거가 11일 법정에서 대거 공개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 등의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씨 등의 혐의를 뒷받침할 관계자들의 진술과 통신 자료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 “재단 설립부터 증거 인멸까지 조직적 개입” 검찰이 이날 공판에서 공개한 안 전 수석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의 지난해 10월 13일 통화 내용에서는 안 전 수석이 최 씨 등과 양 재단의 설립, 운영과 해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며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정 이사장에게 “양 재단의 효율적 운영과 야당의 문제 제기 때문에 재단을 해산하고 통폐합할 예정이니 협조해 달라. 통합하면 직원들을 고용 승계할 것이고 이런 내용은 대통령에게도 보고하고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도 최 여사(최순실 씨)에게 이미 말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미르재단 운영에 개입한 정황도 공개됐다. 검찰이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은 “차은택 씨가 지난해 3월 말 전화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 대해 조사를 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 등이 관계자들의 ‘증거 인멸’을 지휘한 정황도 드러났다.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차은택이 전화를 해서 ‘전경련이 추천했다고 언론에 말해야 한다’고 했다. 안 전 수석 역시 재단 이사진 선임을 내가 했다고 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전화했다”며 “(안 전 수석 측이) 통화 기록을 조심하라는 말에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해 휴대전화를 공장 초기화했다”고 진술했다. ○ ‘안종범 업무수첩’ 증거능력 논란 안 전 수석은 이날 공판에서 자신이 직접 작성한 17권의 업무수첩 사본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업무수첩은 검찰이 안 전 수석 본인이 아니라 김모 보좌관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한 영장으로 압수했기 때문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자필로 기재한 증거도 거부하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가 법정에 제출되는 것을 막고, 그것이 헌법재판소로 가는 것도 막으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업무수첩은) 대통령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라고 진술해 온 안 전 수석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특검이 박 대통령과 최 씨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는 움직임과 연관돼 있다. 특검이 삼성전자의 최 씨 모녀에 대한 70억 원 지원을 뇌물로 보고 그 과정에 개입한 박 대통령에게도 뇌물 혐의를 적용하면, 안 전 수석은 뇌물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안 전 수석은 뇌물의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따라서 안 전 수석은 형량이 높은 뇌물죄를 피하기 위해 업무수첩 사본의 증거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탄핵심판에서도 박 대통령의 뇌물 의혹이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이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