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동아일보 스포츠부

구독 57

추천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uni@donga.com

취재분야

2025-11-28~2025-12-28
칼럼42%
생활/가정33%
스포츠일반7%
사회일반3%
국제일반3%
야구3%
日프로야구3%
문화 일반3%
메이저리그3%
  • 두산 좋아 한국 좋아, 日여성팬 왕복6시간 운전 마다않고…

    "남자 친구요? 두산 선수들이 떠나고 없을 때 만나면 되요." 두산의 마무리 캠프가 열린 24일 일본 미야자키 현 사이토시 사이토 구장. 조그만 동작이라도 놓칠세라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테시마 카나 씨(29)는 유창한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황금연휴인 22~24일(24일은 일본 근로자의 날)을 두산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보냈다. 경기도 아닌 훈련이 뭐가 재미있을까 싶지만 그는 "선수들의 표정, 장난치는 모습. 힘들어하는 얼굴 등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테시마 씨는 두산 선수들과 직원들이 다 아는 유명한 두산 팬이다. 두산의 마무리 캠프가 열린 11월 한 달 동안 주말마다 운동장에 나타났다. 두산 선수들을 본다는 즐거움에 왕복 6시간의 운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두산에 푹 빠지게 된 건 2007년 가을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다. 어릴 때부터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팬이었던 테시마 씨는 당시 소프트뱅크 선수들을 보러 미야자키에 왔다가 교육리그에 참가했던 두산 선수들을 만났다. 그는 "당시 한국말을 전혀 못할 때였는데 선수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줬다. 첫 만남부터 두산에 푹 빠지게 됐다"고 했다. 테시마 씨는 시즌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한국을 찾아 두산 경기를 관전한다. 서울 잠실 경기는 물론이고 부산 사직구장, 인천 문학구장도 찾는다. 2군 선수들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 이천구장도 간다. 그는 "시범경기부터 치면 1년에 20경기 정도는 직접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두산을 좋아하다보니 한국을 좋아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한국말도 배우게 됐다. 이제는 소프트뱅크보다 두산을 더 응원한다. 테시마 씨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한일전 때도 한국을 응원했다"고 했다. 이유는 한국 팀에 두산 선수 김현수, 이종욱, 고영민 등이 있었고, 두산 감독이었던 김경문 감독(현 NC)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두산의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는 26일 끝난다. "두산 선수들이 떠나게 돼서 아쉽겠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곰들의 모임 환담회가 열려요. 어차피 그날 한국에 갈 거니까 괜찮아요."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25
    • 좋아요
    • 코멘트
  • 김태형 감독 “도망가지도, 기다리지도 말라”

    두산이 올해처럼 무색무취한 야구를 한 적이 또 있었을까. 올해 두산 야구에는 화끈한 공격도, 치밀한 작전도 없었다. 특유의 발야구도, ‘화수분’ 야구도 아니었다. 6위라는 성적보다 팬들을 더 실망시켰던 것은 사라진 팀 컬러였다. 그러나 내년엔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 두산 야구 DNA가 각인돼 있는 김태형 감독(47)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SK 배터리 코치였던 그는 선수와 코치로 22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정통 ‘베어스 맨’이다. 24일 일본 미야자키 현 사이토 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자신의 야구관과 팀 운영 방향 등을 거침없이 밝혔다. 두 단어로 요약하면 ‘닥공(닥치고 공격)’과 ‘기본’이다. ○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공격적인 플레이다. 도망가지 말고 맞서 싸우라는 것이다. 스스로도 “초보 감독답게 부딪쳐 이겨 내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두산 야구 하면 ‘허슬두(Hustle Doo·허슬 플레이와 두산의 합성어)’ 아닌가. 예전부터 우리 팀은 공격적인 야구를 했을 때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는 공격적으로 붙어 승부를 내야 한다. 안타나 홈런을 맞으면 투수를 바꿔주면 된다. 도망가는 피칭이 제일 나쁘다. 결과를 떠나 그런 피칭은 상대방에게 흐름을 내주게 된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도 3할이다. 3번 져도 7번 이기면 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타자들에게 좋은 공이 들어오면 기다리기보다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릴 것을 주문했다. 그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당연히 자신 있게 쳐야 한다. 내년엔 경기 초반 한 점을 내려고 번트를 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 “기본을 안 지키면 함께 가지 않는다” 올 시즌 SK 코치로 지켜본 ‘친정팀’ 두산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는 “팀이 색깔을 잃고 주저앉은 건 4강 탈락이 확정된 이후다. 시즌 초만 해도 두산 특유의 모습이 살아 있었다. 다만 시즌 후반 기본을 지키지 않는 몇몇 선수들의 모습이 보기 안 좋았다”고 했다. 그가 매의 눈으로 잡아낸 안 좋았던 장면들은 뒤진 상황에서 상대 선수와 농담하며 웃기, 땅볼을 치고 1루까지 전력질주 안 하기, 주자로 나가서 건성으로 리드하기 등이다. 김 감독은 “선수 때도 후배들이 그런 플레이를 하면 눈 뜨고 못 봤다. 실력이 모자라는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야구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건 두고 보지 않겠다. 그런 선수는 우리 팀에서 함께 야구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했다. ○ “김인식-김경문 감독님에게서 배운다” 두산 야구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1년까지 두산은 감독이 한 번밖에 바뀌지 않았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이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김경문 현 NC 감독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두산을 이끌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와 코치로 두 선배 감독들과 인연을 맺었다. 김인식 감독 시절에는 3년간 주장을, 김경문 감독 시절에는 배터리 코치를 각각 맡았다. 김 감독은 “두 분 모두 선수들을 최대한 믿고 기다려주는 스타일이었다. 한번 믿으면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 주셨기에 무명 선수들이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다. 두 분에게서 배운 것을 업그레이드시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감독님은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누구보다 철저하지만 운동장을 벗어나면 무척 편하고 재미있는 분이다. 선수들이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른다”고 말했다. 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키면 구르는 ‘연습기계’ 필요없다”

    메이저리그에서 2008승을 거둔 리오 듀로셔 감독(1991년 사망)은 “사람 좋으면 꼴찌(Nice guys finish last)”라는 말을 남겼다. 인성보다는 성적이,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SK는 그런 면에서 올 시즌이 끝난 뒤 의외의 선택을 했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김용희 전 육성총괄(59)을 새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야구계의 신사’로 불리는 그의 사람 대하는 태도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다. SK가 그를 데려온 가장 큰 이유도 그의 그런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해서다. 14년 만에 1군 사령탑으로 돌아와 팀의 마무리 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그를 23일 일본 가고시마 현 센다이 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 “멘털(정신력)이 80%, 기술은 20%다” SK의 훈련장 분위기는 밝았다. 가장 큰 특징은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 이전까지 해오던 야간 훈련을 없앤 것이 대표적이다. 대신 저녁 식사 후 ‘특강’을 마련했다. 주제는 다양하다. 야구 기술, 웨이트트레이닝 기법 등 야구와 관련된 이야기는 물론이고 소통 능력, 인간으로서의 자세 등 야구 외적인 이야기도 많다. 감독, 코치, 구단 프런트와 외부 전문가들이 돌아가며 강사로 나선다. 김 감독은 “요즘 한국 야구는 기술과 훈련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야구는 소통을 포함한 멘털(정신력)이 80%, 기술이 20%다. 소통을 통해 서로 신뢰하게 되면 기술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냉정히 평가하면 우리 전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에이스 김광현의 공백이 크다. 하지만 선수들의 마음이 합쳐지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아무리 위대한 선수도 팀은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스타가 되지 말고 슈퍼스타가 돼라” 2011년 말 SK 2군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그는 선수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타자들이 1000번의 스윙 연습을 하는데 시키는 대로, 습관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전에서 잘해야 하는데 연습하는 데만 천재더라”고 말했다. 이번 캠프에서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세 가지 화두를 던졌다. ‘찾아서 하라, 생각하고 하라, 진심을 다해서 하라’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SK 선수들은 팀 훈련을 하다가도 개인적으로 깨달은 게 있거나, 시도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잠시 개인 훈련으로 전환한다. 팀의 규율을 지키는 선에서 나머지는 알아서 하면 된다. 그는 선수들을 ‘압력밥솥’에 비유했다. 지나치게 누르면 터져 버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실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키워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스타에 만족하지 말고 슈퍼스타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야구 기술은 물론이고 인성을 갖춰야 한다. 많은 선수들이 이미 기부 등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지는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우승” 다른 감독과는 확실히 다른 야구관을 갖고 있지만 그 역시 감독이란 자리는 성적과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롯데 사령탑 첫해였던 1995년은 그에게 두고두고 아쉬운 해다. 두산과 치른 한국시리즈에서 5차전까지 3승 2패로 앞서다 내리 두 번을 져 준우승을 했다. 그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더 좋은 팀, 더 강한 팀을 만들려고 한다. 거기까지 가는 길이 다를 뿐이다. 내게 야구는 평생의 근심거리지만 근심이 없다는 건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에겐 든든한 원군이 있다.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선수들이다. 가고시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기태 감독 “훈련하고 싶게 만드는 게 감독”

    일본 오키나와는 ‘지옥’이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감독으로 부임한 뒤 한화의 마무리 캠프가 차려진 오키나와에선 선수들의 곡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펑고(수비 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주는 것)를 하는 김 감독과 흙 범벅이 된 채 그라운드를 구르는 선수들의 사진이 연일 인터넷에 오르고 있다. 이에 비해 KIA의 일본 미야자키 캠프는 조용하다. 고참 선수들은 한국에서 개인 훈련을 한다. 캠프에 참가한 신진 선수들의 공식 훈련도 오전 8시 반에 시작돼 오후 5시면 모두 끝난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조용함 속에 활력이 넘친다. 시간은 짧지만 강렬하다. 훈련을 강요하진 않지만 선수들이 알아서 한다. 김기태 KIA 감독이 부임하면서 생긴 변화다. 20일 미야자키 휴가 시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번 캠프는 ‘천국으로 가기 위한 훈련’이다. 내가 생각하는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 “누가 첫 번째로 걸릴지 나도 궁금하다” 2012년 LG 감독으로 취임한 김 감독은 이듬해 팀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이전까지 ‘모래알’ 소리를 듣던 LG 선수단은 모처럼 하나로 똘똘 뭉쳤다. 그의 ‘형님 리더십’ 덕분이었다. LG 지휘봉을 잡던 시절 김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크게 화를 낸 적이 없다. 고참들을 예우했고, 어린 선수들은 기를 북돋워줬다. 그런데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이 폭발하는 순간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란 것을. 최근 KIA 분위기는 암흑기의 LG와 비슷하다. 최근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면서 선수단은 사분오열됐고, 팀보다 개인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 선수들을 향해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잘못된 것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누가 첫 번째로 걸릴지, 그리고 그 선수가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 “핑계대지 않는다” 처음 LG 감독이 됐을 때와 비슷한 것은 또 있다. 당시 LG에서는 주전포수 조인성(한화)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승부 조작 사건으로 주축 투수 2명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현재 KIA도 곳곳이 구멍이다. 2루수 안치홍과 유격수 김선빈은 군에 입대하고, 토종 에이스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주변에선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룹 고위층에서도 당장의 성적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운영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말도 들린다. 김 감독은 단호했다. “핑계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코치들에게도 없는 선수를 만들어내는 게 능력이라고 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빨리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나무가 뽑힌 곳에서 새싹이 자라기 마련”이라고 했다. KIA의 새싹들은 미야자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타격 훈련은 배팅케이지 3곳, 토스배팅 6곳 등 모두 9곳에서 동시에 실시된다. 선수들의 입에서는 “악” 소리가 절로 난다. 그런데 얼굴은 모두 웃고 있다. 열심히 하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예정에 없던 휴식을 줘도 알아서 자율 훈련을 한다. 김 감독은 “이곳에서 살아남는 선수들을 내년 스프링캠프에도 데려갈 것이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생존하면 1군이다”라고 했다. 한국에 있는 고참 선수들이라고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큰 선물을 드리고 싶다” 김 감독은 평소 “부끄럽게 살지 않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올 초 평생 낙인으로 따라다닐지 모르는 큰 사고를 쳤다. 시즌 초 갑작스레 LG 감독 자리를 내놓고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그는 “한동안 야구계로 돌아가기 힘들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야구를 떠나서 지낸 몇 개월이 내게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KIA가 나처럼 부족한 사람을 받아줬으니 이번엔 구단에 내가 큰 선물을 드릴 차례다”라고 말했다.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누가 첫번째로 걸릴지” 김기태가 폭발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일본 오키나와는 '지옥'이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감독으로 부임한 뒤 한화의 마무리 캠프가 차려진 오키나와에선 선수들의 곡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펑고(수비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주는 것)를 하는 김 감독과 흙 범벅이 된 채 그라운드를 구르는 선수들의 사진이 연일 인터넷에 오르고 있다. 이에 비해 KIA의 일본 미야자키 캠프는 조용하다. 고참 선수들은 한국에서 개인 훈련을 한다. 캠프에 참가한 신진 선수들의 공식 훈련도 오전 8시 반에 시작돼 오후 5시면 모두 끝난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조용함 속에 활력이 넘친다. 시간은 짧지만 강렬하다. 훈련을 강요하진 않지만 선수들이 알아서 한다. 김기태 KIA 감독이 부임하면서 생긴 변화다. 20일 미야자키 휴가 시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번 캠프는 '천국으로 가기 위한 훈련'이다. 내가 생각하는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누가 첫 번째로 걸릴지 나도 궁금하다" 2012년 LG 감독으로 취임한 김 감독은 이듬해 팀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이전까지 '모래알' 소리를 듣던 LG 선수단은 모처럼 하나로 똘똘 뭉쳤다. 그의 '형님 리더십' 덕분이었다. LG 지휘봉을 잡던 시절 김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크게 화를 낸 적이 없다. 고참들을 예우했고, 어린 선수들은 기를 북돋워줬다. 그런데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이 폭발하는 순간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란 것을. 최근 KIA 분위기는 암흑기의 LG와 비슷하다. 최근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면서 선수단은 사분오열됐고, 팀보다 개인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 선수들을 향해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잘못된 것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누가 첫 번째로 걸릴지, 그리고 그 선수가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핑계대지 않는다" 처음 LG 감독이 됐을 때와 비슷한 것은 또 있다. 당시 LG에서는 주전포수 조인성(한화)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승부 조작 사건으로 주축 투수 2명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현재 KIA도 곳곳이 구멍이다. 2루수 안치홍과 유격수 김선빈은 군에 입대하고, 토종 에이스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주변에선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룹 고위층에서도 당장의 성적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운영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말도 들린다. 김 감독은 단호했다. "핑계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코치들에게도 없는 선수를 만들어내는 게 능력이라고 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빨리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나무가 뽑힌 곳에서 새싹이 자라기 마련"이라고 했다. KIA의 새싹들은 미야자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타격 훈련은 배팅케이지 3곳, 토스배팅 6곳 등 모두 9곳에서 동시에 실시된다. 선수들의 입에서는 "악" 소리가 절로난다. 그런데 얼굴은 모두 웃고 있다. 열심히 하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예정에 없던 휴식을 줘도 알아서 자율 훈련을 한다. 김 감독은 "이 곳에서 살아남는 선수들을 내년 스프링캠프에도 데려갈 것이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생존하면 1군이다"고 했다. 한국에 있는 고참 선수들이라고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큰 선물을 드리고 싶다" 김 감독은 평소 "부끄럽게 살지 않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올 초 평생 낙인으로 따라다닐지 모르는 큰 사고를 쳤다. 시즌 초 갑작스레 LG 감독 자리를 내놓고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그는 "한동안 야구계로 돌아가기 힘들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야구를 떠나서 지낸 몇 개월이 내게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KIA가 나처럼 부족한 사람을 받아줬으니 이번엔 구단에 내가 큰 선물을 드릴 차례다"라고 말했다.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20
    • 좋아요
    • 코멘트
  • [이헌재 기자의 히트&런]강정호, 듬직한 ‘ML급 배포’

    먼저 류현진(27·LA 다저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기자는 류현진이라는 선수를 잘못 봤다. 그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고, 같은 실수를 두 번 되풀이했다. 2년 전 이맘때 류현진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기자는 성공보다 실패를 예상했다.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들과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나서 내린 결론이었다. 그의 실패를 예견하는 근거는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그의 구위가 과연 세계 최고의 타자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통할까라는 게 첫 번째였다. 한국에서 그는 최고 시속 150km를 조금 웃도는 직구를 던졌다. 그런데 메이저리그는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세계다. 수준급의 체인지업을 갖고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이 공에 속아줄지는 미지수였다. 한국에서 류현진은 위기 때만 전력 피칭을 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공을 전력으로 던져야 할 텐데 한 번도 그렇게 해보지 않은 그의 어깨가 버텨줄지 의문이었다. 비행기 이동, 시차, 5일 로테이션, 달라진 공인구 등 그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결과는 모든 사람이 아는 그대로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그는 14승 8패에 평균자책점 3.00을 거두며 미국 무대에 안착했다. 올해는 그가 좀 고전할 줄 알았다. 잘 모르는 투수와 타자가 만나면 투수가 유리하기 마련이다. 서로에 대한 파악이 끝난 2년째는 상황이 달라질 것 같았다. 그런데 올 시즌 성적은 14승 7패에 평균자책점 3.38이었다. 류현진의 성공은 우리가 몰랐던(어쩌면 그 자신도 몰랐을 수 있다) 잠재력이 새로운 환경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현됐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류현진이 자신을 ‘제구력 투수’로 인정했다는 점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대개 강속구의 쾌감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죽자 살자 공을 빠르게 던지려고만 한다. 류현진은 달랐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제구력으로 살아남아야 함을 자각했다. 원래 좋았던 제구지만 마음을 비우고 나니 더 좋아졌다. 구속은 더 빨라지기 힘든 게 상식이지만 그는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빠른 공을 던졌다. 올 시즌 중에는 고속 슬라이더라는 새로운 무기까지 만들어냈다. 괴물도 이런 괴물이 없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넥센 강정호(27)는 2년 전 류현진과 닮았다. 유격수 최초로 40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그이지만 성공보다는 실패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수비 범위가 좁고,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빠른 타구를 잡기 힘들 거라는 의견이 많다. 한 발을 들고 치는 현재 그의 타격 폼으로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을 공략하기 힘들 거라는 의견도 있다. 포지션은 달라도 류현진과 강정호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강한 멘털(정신력)이 그것이다. 18일 2014 프로야구 최우수선수 시상식장에서 강정호는 “날 데려가는 팀은 행운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는 현진이가 잘했으니 야수로는 내가 잘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무뚝뚝하게 툭 던지는 말 속에는 강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어딘지 류현진의 어투와도 비슷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강정호에 대해 “잘 버리는 선수”라고 했다. 실수는 금방 잊어버리고, 나쁜 일도 훌훌 털어버리는 능력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적응력과 친화력에 대해서도 엄지를 세웠다. 염 감독은 “다리를 들고 치는 타법을 많이 지적하는데 강정호라는 선수는 짧은 시간에 다리를 내리는 폼으로 바꿀 수 있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만약 도전하지 않았다면 ‘메이저리거’ 류현진은 없었다. 강정호 역시 마찬가지다. 기회는 왔고 이제는 부딪치는 일만 남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MVP… 신인왕… 2루수, 1류가 되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투수는 중고교 야구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이다. 재능 있는 야구 선수 10명 중 9명은 투수를 택한다. 투수 다음은 유격수다. 핫코너를 지키는 3루수, 거포들이 주로 맡는 1루수나 외야수도 나름 인기 포지션이다. 2루수는 애매하다. 타격은 조금 떨어지는 대신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대개 2루를 맡는다. 인기 포지션은 아니지만 할 일은 많다. 좌우 수비는 물론이고 병살 플레이, 견제 플레이, 번트 수비 시프트에 중계 플레이도 책임져야 한다. 2루수는 유격수와 함께 가장 많이 움직여야 하는 포지션이다. 요즘 야구에서는 2루수의 위상이 조금 달라졌다. 한국 프로야구가 공격 못지않게 수비를 중요시하면서 생겨난 변화다. 현역 최고의 2루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정근우(한화)는 2012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서 역대 2위에 해당하는 4년간 70억 원에 계약했다. 올해는 한발 더 나갔다. 18일 열린 2014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최우수신인선수 및 부문별 시상식은 2루수들의 잔치였다. 넥센 2루수 서건창(25)은 거포 박병호와 20승 투수 밴헤켄(이상 넥센)을 제치고 MVP에 선정됐다. 프로야구 취재기자단 투표 결과 총 유효표 99표 중 77표를 얻은 서건창은 한국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첫 2루수 출신 MVP가 됐다. 신인왕 역시 NC 2루수 박민우(21)의 차지였다. 현역 시절 명 2루수로 활약했던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전 두산)은 “예전에는 투수가 아닌 야수가 MVP가 되려면 30홈런-100타점은 기본이었다. 홈런을 많이 칠 수 없는 2루수가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건창의 MVP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200안타 돌파다. 서건창은 올 시즌 최다안타(201개)와 최고타율(0.370), 최다득점(135점) 등 3관왕에 올랐다. 135득점 역시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다 기록이다. 128경기에서 이뤄낸 기록이라 가치는 더욱 높다. 안 위원은 “예전과 달리 요즘 2루수들은 공격과 수비, 주루를 고루 갖춘 만능 선수이다. 서건창과 박민우 모두 타격에 좀 더 유리한 우투좌타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톱타자 겸 2루수인 둘은 시즌 내내 잘 치고, 잘 막고, 잘 달렸다. 서건창은 48도루, 박민우는 50도루를 각각 기록하며 공격의 첨병 노릇을 했다. 이날 MVP를 받으면서 서건창은 2006년 류현진(LA 다저스·전 한화)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로 MVP와 신인왕을 모두 석권한 선수가 됐다. 서건창은 2년 전에 신인왕을 차지했었다. 서건창은 MVP 부상으로 트로피와 3600만 원 상당의 기아자동차 K7을 받았다. 두 번이나 신고 선수로 입단했고 군대마저 현역으로 다녀온 서건창은 “2년 전 (신인왕을 받기 위해) 이 자리에 섰을 때처럼 오늘도 그간 힘들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간다. 어려운 시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온 덕분에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자신이 처한 위치를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너무 가슴속에 와 닿는 말이라 준비해 왔다. 오늘 큰 상을 받았지만 난 여전히 부족한 선수다. 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낭떠러지에 서 있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년 시즌에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최고 2루수를 넘어 한국 최고 야구 선수가 된 순간에도 그는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신다운답군!… 쇼트트랙 월드컵 1000m-계주 석권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올해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겨울올림픽에서 잊을 수 없는 수모를 당했다. 기대했던 금메달은커녕 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한 것. 비난의 화살은 에이스였던 신다운(21·서울시청)에게 집중됐다. 남자 대표팀의 기둥이었던 신다운은 1500m에서는 같은 한국 선수인 이한빈과 충돌하며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고, 결선 진출에 성공한 1000m에서는 반칙으로 실격됐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이호석이 도중에 넘어지는 바람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로부터 9개월 후.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섰다. 그 중심에는 신다운이 있었다. 신다운은 17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1000m 결선에서 1분24초610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다운과 곽윤기, 박세영, 서이라가 함께 출전한 대표팀이 남자 5000m 계주에서 6분36초139의 기록으로 헝가리(6분36초444)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내면서 신다운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그는 전날 남자 1500m에서는 은메달 한 개를 추가했다. 신다운과 함께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던 박세영(21·단국대)이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 한국 남자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합작했다. 빙상 관계자는 “소치 때의 쓰린 경험이 신다운에게 약이 된 것 같다. 최근 좋은 기록을 내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신다운은 지난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는 남자 1500m에서 우승했다. 한편 쇼트트랙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사진 앞)는 17일 열린 여자 1000m 결선에서 1분30초641 만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2012∼2013시즌부터 시작한 월드컵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을 ‘12’로 늘렸다. ‘특급 신인’ 최민정(16·서현고)이 1분30초70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심석희 최민정 전지수 이은별이 출전한 한국 여자대표팀은 3000m 계주에서도 4분9초985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광현과 같은 액수면 안보낸다”

    “김광현(SK)과 같은 금액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선수의 자존심은 물론이고 한국 프로야구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KIA 고위 관계자) KIA는 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왼손 투수 양현종(사진)의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요청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양현종이 미국으로 가는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가 남아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제시할 금액이다. MLB 사무국이 30개 구단에 양현종의 포스팅 신청 사실을 알리는 순간부터 나흘 동안 비공개 경쟁 입찰이 시작된다. 입찰이 끝나면 MLB 사무국은 KBO를 통해 KIA에 최고액을 통보하고, KIA는 수용 여부를 4일 이내에 KBO를 통해 MLB 사무국에 알려주게 된다. KIA 구단과 양현종이 포스팅 금액에 관해 구체적인 금액을 정해 놓은 건 아니다. 양 측은 “팀과 선수가 납득할 정도의 포스팅 금액이 나오면 수용하기로 한다”고만 합의했다. 여기서 참고가 될 만한 건 최근 포스팅에 나섰던 김광현이다. 양현종과 같은 왼손 투수인 김광현에 대해 샌디에이고는 200만 달러(약 22억 원)를 제시해 우선 협상권을 따냈다.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였지만 SK와 김광현은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KIA는 김광현과 같은 액수라면 거절하겠다는 방침이다. KIA 관계자는 “포스팅 금액이 적으면 선수가 구단과 계약할 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싼값에 계약하면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다. 차라리 2년 뒤 완전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후 해외에 진출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시카고 컵스 등이 양현종에게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현지의 좋은 분위기가 모두를 만족시킬 금액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FA 대어 즐비… 이제 50억원은 기본

    “너도나도 100억 원을 달라고 하게 생겼습니다.” 최근 만난 한 프로야구 단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자유계약선수(FA)들의 몸값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근 들어 야구 인기는 높아졌고, 순위 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그런데 선수 자원은 한정돼 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으니 가격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지난해 FA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500억 원을 돌파(523억5000만 원)했다. 올해는 FA 선수들의 몸값이 더 뛰게 생겼다. 김광현(SK)과 양현종(KIA), 강정호(넥센)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면서 남은 선수들의 희소가치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제10구단 KT가 FA 시장에 가세하고, 5개 팀의 사령탑이 바뀐 것도 변수다. 우선 역대 최고 몸값 FA 탄생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종전에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선수는 롯데 강민호(포수)로 지난해 이맘때 4년간 75억 원에 계약했다. 강민호를 넘어설 유력한 후보는 SK 최정(27)이다. 최정은 현대 야구에서 희소성이 커진 오른손 거포다. 3루 수비 능력이 뛰어난 데다 나이까지 어리다. 최정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100억 원(4년 기준)이 넘는 액수에 SK에 남기로 했다는 설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 SK 관계자도 “다른 선수는 몰라도 최정만큼은 무조건 잡는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최정이 국내에 잔류한다면 사상 최초로 100억 원 시대를 열어젖힐 가능성이 높다. 롯데 왼손 투수 장원준(29)과 삼성 오른손 투수 윤성환(33) 역시 장원삼(삼성)이 갖고 있는 역대 FA 투수 최고 기록(4년간 6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같은 왼손 투수인 김광현과 양현종이 해외에 진출하면 장원준의 희소성은 더욱 커진다. 올해 토종 오른손 정통파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0승 이상을 거둔 윤성환은 한국시리즈에서도 2승을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역대 최고 셋업맨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삼성 안지만(31) 역시 대박 가능성이 높다. 야수 가운데서는 국가대표 출신 중견수 김강민(32·SK)이 여러 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수주를 겸비한 그는 50억 원의 몸값을 기록한 이종욱(NC)이나 김주찬(KIA), 이택근(넥센) 등과 견줘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 밖에 LG 박용택, SK 조동화, 한화 김경언(이상 외야수), 삼성 조동찬, 두산 이원석, SK 나주환(이상 내야수), KIA 송은범, 삼성 배영수(이상 투수) 등 준척급 선수들도 대거 FA 시장에 쏟아진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택근, 김주찬 이후로 이제 주전급 야수는 50억 원은 쉽게 받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980년대 타이거즈, 2010년대 라이온즈

    ▽삼성 야구는 2002년 전후로 나뉜다. 이전까지 삼성은 준우승 전문이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한국시리즈에서 OB(현 두산)에 진 것을 시작으로 2001년까지 7번이나 한국시리즈에서 눈물을 흘렸다. 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이 유일한 우승이었다. 올해 사상 첫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삼성으로선 생각조차 하기 싫은 어두운 역사다. 4연패를 이끈 류중일 감독도 선수 시절에는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보지 못했다. ▽당시 삼성을 만만하게 봤던 팀이 해태(현 KIA)였다. 삼성은 1986년과 1987년 2년 연속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빨간색 상의-검은색 바지의 해태 선수들에게 번번이 막혔다. 1986년에는 1승 4패, 1987년에는 4전 전패를 당했다. 해태는 1988년과 1989년에도 우승하며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했다. 1980년대는 해태 왕조의 최전성기였다. ▽같은 4연패지만 해태의 정규시즌 1위는 1988년 한 번밖에 없었다. 나머지 3번은 플레이오프 등을 거쳐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삼성뿐 아니라 단기전에서는 해태를 당할 팀이 없었다. 빨간 유니폼의 사나이들은 왜 가을만 되면 더욱 힘을 냈을까. 당시 해태의 중심 타자였던 김성한 전 KIA 감독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일단 기싸움에서 이기고 들어갔다”고 했다. LG 감독을 지냈던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헝그리 정신’을 꼽았다. 이 위원은 “선수들끼리 ‘이번 겨울 좀 따뜻하게 보내자’라고 농담을 주고받곤 했다. 모기업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연봉 상한선도 25%로 정해져 있던 시절이라 우승이라도 해야 돈을 만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1980년대의 해태와 2010년대의 삼성은 많이 다르다. 당시 해태는 두말이 필요 없는 스타 군단이었다. 투수진에는 ‘국보 투수’ 선동열과 ‘가을까치’ 김정수가 있었고 이순철-김성한-김종모-한대화-김봉연으로 이어지는 타선 역시 피해 갈 곳이 없었다. 삼성에도 이승엽과 임창용 등 스타 선수가 많지만 이름값에서는 당시의 해태에 미치지 못한다. 한때 삼성을 ‘밥’으로 봤던 해태의 레전드(전설)들은 동기 부여와 함께 삼성이 강해진 이유로 시스템을 꼽았다. 이 위원은 “삼성 선수들을 보면 의욕에 넘쳐 경기를 하는 게 눈에 보인다. 야구만 잘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는 게 큰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감독은 “선수 면면만 보면 준우승을 한 넥센이 앞섰다. 하지만 삼성은 누군가 빠져도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선수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해태가 선수들의 힘으로 우승했다면 삼성은 시스템으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둘은 입을 모아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고 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의 승패를 가른 것도 경험과 마인드의 차이였다는 것. 실제로 삼성은 뒤지던 경기를 막판에 뒤집곤 했지만 넥센은 결정적인 순간 실책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올해 처음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던 삼성의 신예 박해민은 경기 전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주위의 형들을 보니 누구 하나 긴장하는 사람이 없더라. 각자 자기 할 것만 알아서 하자는 분위기였다. 이 덕분에 나도 평소처럼 경기장을 누빌 수 있었다.” 해태 왕조는 KIA 시절까지 합쳐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10번 우승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2002년 이후 7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삼성 왕조는 머지않은 미래에 해태를 넘어설 것 같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승환 “ML은 도전 아닌 가서 싸울 무대”

    “지금보다 더 큰 꿈을 갖고 있다.” ‘끝판대장’ 오승환(32·사진)은 허투루 말을 하는 선수가 아니다. 신중한 성격의 그가 이렇게 말했다면 그의 눈은 이미 메이저리그를 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오승환은 13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프로야구가 도전의 끝이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도전해야 하는 무대가 아니라 가서 싸워야 하는 곳이다.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더 좋은 소식을 들려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에서 한국 최고의 마무리로 군림했던 오승환은 올해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해 ‘호랑이 군단’의 수호신으로 활약했다. 정규시즌에서 2승 4패, 39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세이브 왕에 올랐고, 포스트시즌인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에서는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팀의 일본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오승환은 한신과 2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일본에서 뛰어야 한다. 이후 자유의 몸이 되면 모든 야구선수들의 꿈인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김광현(SK)과 양현종(KIA), 강정호(넥센) 등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후배들이 그에게 적지 않은 자극이 된 듯했다. 오승환은 “일본에서 뛰어보니 한국프로야구가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자신의 실력이 통한다는 자신감을 가진다면 해외에 진출해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의 전초전이 될 내년 시즌을 대비해 그는 떨어지는 변화구를 집중 연마할 계획이다. 트레이드마크인 돌 직구에 떨어지는 변화구까지 가미하면 그는 상대 타자들에게 더욱 까다로운 투수가 될 수 있다. 오승환은 “이미 올 시즌 중간부터 연습 때나 경기 때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져 왔다. 일종의 포크볼 계열로 보면 된다. 이 공에 타자들이 속는 걸 보고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캠프를 통해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 시즌에는 더욱 완벽한 투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올해 39세이브의 뒷면에는 4번의 패배와 6번의 블론세이브가 있었다. 내년에는 블론세이브를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또 0점대 평균자책점도 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2년 연속 세이브 타이틀도 차지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이 모든 목표를 이룬다면 메이저리그의 꿈도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눈물의 넥센 “더 단단해지겠다”

    11일 오후 10시 4분. 잠실구장 1루 측 넥센 더그아웃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장소였다. 높이 날아올랐던 만큼 떨어졌을 때의 아픔도 컸다. 이장석 넥센 대표는 패배가 확정된 순간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더그아웃으로 내려갔다. 얄궂게도 그들의 뒤로 우승 트로피가 지나갔다. 밤하늘에는 삼성의 우승을 축하하는 불꽃이 연달아 터졌다. 최선을 다한 선수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이 대표는 “정말 고생하셨다. 너무 잘하셨다”고 격려했다. 선수들은 하나둘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더그아웃에 남아 삼성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선수가 있었다. 전날 5차전에서 9회말 2사 후 최형우에게 끝내기 역전타를 맞은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었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그는 “내년에 다시 억울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두 눈 부릅뜨고 이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넥센 직원들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염경엽 감독(사진) 역시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참지 못했다. 창단 후 처음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끈 염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잘 견뎌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더 단단해지는 넥센이 될 수 있게 준비 잘해서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말대로 불과 몇 해 전까지 한국 프로야구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넥센은 올해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많은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줬다. 그들이 보여준 투혼 자체만으로도 넥센의 영웅들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최형우, 끝내준 9회말

    3회까지 삼성은 적어도 3점 이상 앞서갈 수 있었다. 그랬다면 넥센 선발 소사는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갔을 것이다. 소사가 일찍 강판됐다면 삼성은 7-1로 낙승을 거뒀던 2차전 때처럼 쉽게 승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이 바랐던 이 모든 시나리오는 넥센 우익수 유한준의 호수비에 번번이 막혔다.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넥센의 한국시리즈 5차전. 0-0 동점이던 2회말 2사 1, 2루에서 삼성 나바로는 우중간 방향으로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딱’ 하는 타구 음이나 타구 궤적으로 볼 때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뚫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샌가 달려온 유한준이 역동작으로 이 공을 잡아냈다. 만약 뒤로 빠졌다면 2명의 주자가 다 홈을 밟을 수 있는 타구였다. 3회말 1사 1루에서도 4번 타자 최형우의 잘 맞은 타구는 우익선상에 떨어질 것 같았다. 뒤로 빠졌다면 1루 주자는 무리 없이 득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유한준이 몸을 날려 이 공을 잡아냈다. 아쉬움 가득한 최형우의 표정에서 드러났듯 삼성 선수들은 경기가 꼬인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6회초 수비 때 소중한 선취점을 내줬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밴덴헐크가 1사 2루에서 서건창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것. 삼성은 0-1로 뒤지던 8회말 넥센의 두 번째 투수 조상우를 상대로 무사 만루의 황금 찬스를 잡았지만 이번에는 정규시즌 때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손승락의 벽에 막혔다. 박석민이 유격수 뜬공, 박해민이 1루수 앞 땅볼, 이흥련이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득점에 실패했다. 삼성으로서는 경기 초반 꼬인 실타래가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2001년 이후 올해까지 10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삼성 선수들은 나빴던 흐름까지 뒤집는 힘이 있었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넥센 수비가 보여준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1사 후 나바로가 유격수 강정호의 실책으로 1루를 밟은 게 시작이었다. 후속 박한이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채태인의 우익수 앞 안타로 2사 1, 3루 찬스를 만들었다.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 최형우는 손승락을 상대로 1루수 옆으로 빠지는 끝내기 2루타를 쳐내며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9회초까지 패색이 짙었던 삼성은 마지막 5분에 최후의 승자가 됐다. 2-1로 승리하며 먼저 3승(2패)째를 따낸 삼성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에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반면 넥센은 남은 6, 7차전을 모두 이겨야 우승을 기대할 수 있는 처지가 됐다. 양 팀의 6차전은 11일 오후 6시 반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삼성은 윤성환, 넥센은 오재영을 선발로 예고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오늘 야구다운 야구를 보여줬다. 양 팀 선발 모두 호투했다. 8회 무사 만루에서 점수를 못 낸 것이 아쉬웠다. 대타 카드를 썼어야 했는데 졌으면 감독 책임이었다. 9회 최형우가 결승 2타점을 잘 쳐줬다. 9회에 역전한 건 큰 경기를 많이 해본 우리 선수들 경험 덕분이다. 내일은 총력전이다. 최선을 다하겠다. ▽염경엽 넥센 감독=아쉽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준 경기였다. (마지막 최형우 타석에서) 타구가 워낙 강해서 빠져나갔다. 추가 득점을 못한 것이 아쉽다. 소사는 충분히 잘해줬다.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3차전(패배)도 오늘도 경험의 차이인 것 같다. 두 경기 남아있으니까 최선을 다해 승리하겠다. 이헌재 uni@donga.com·황규인 기자}

    • 2014-11-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쇼트트랙 여왕 심석희, 金 3개는 기본

    올해 초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 때만 해도 심석희(17·세화여고·사진)는 쇼트트랙 대표팀 중 막내였다. 소치 올림픽 2관왕 박승희(22·화성시청)가 최근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뒤 이제 그는 명실상부한 여자 쇼트트랙의 대표 얼굴이 됐다. 막내 시절부터 실력만큼은 에이스였던 심석희가 ‘여왕’이 돼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도 연일 ‘금빛 질주’를 이어갔다. 심석희는 10일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 둘째 날 여자 1000m 2차 레이스와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획득했다. 전날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심석희는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그는 2012∼2013시즌 1차 대회와 2013∼2014시즌 1, 3차 대회에서 각각 3관왕에 올랐었다. 이번이 개인 통산 4번째 3관왕이다. 심석희는 여자 1000m 2차 레이스 결선에서 초반부터 레이스를 주도한 끝에 1분35초740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김아랑(한국체대), 전지수(강릉시청), 최민정(서현고)과 짝을 이뤄 출전한 3000m 계주에서도 4분6초916의 기록으로 라이벌 중국(4분6초952)을 꺾었다. 남자 1000m 2차 레이스 결선에서는 서이라(23·한국체대)가 1분23초390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자신의 첫 월드컵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모두 5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새 시즌 열려도 여전히 심석희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지만 최고 선수는 여전히 심석희(17·세화여고·사진)다. 한국 쇼트트랙의 ‘여왕’ 심석희가 2014∼2015시즌을 금메달로 활짝 열어젖혔다. 심석희는 9일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1500m 결선에서 2분23초01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시니어 데뷔 무대였던 2012∼2013시즌 6차례의 월드컵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낸 심석희는 올림픽 직전 열린 2013∼2014시즌 4차례의 월드컵에서도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어진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1개씩 수확하며 한국 쇼트트랙의 대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금메달로 심석희는 월드컵 연속 금메달 행진을 11대회로 늘렸다. 이어 열린 남자 1500m 결선에서는 신다운(21·서울시청)이 2분17초635의 기록으로 샤를 아믈랭(캐나다·2분17초727)을 제치고 우승했다. 두 시즌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밴쿠버 올림픽 2관왕 이정수(고양시청)는 2분17초850의 기록으로 복귀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남자 1000m에서는 러시아에 귀화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1분29초65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우승상금 2억 기부한 배상문

    시원한 샷만큼이나 마음 씀씀이도 시원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배상문(28·캘러웨이)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디펜딩 챔피언 배상문은 9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파72·7320야드)에서 열린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2014∼2015 PGA투어 개막전인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우승한 배상문은 KPGA투어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KPGA투어 9번째 우승이자 한미일 투어 개인 통산 14번째 우승. 배상문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연말을 따뜻하고 기분 좋게 보낼 수 있게 됐다. 연말인 데다 주위에 어려운 분이 많아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은 2억 원이다. 2위 그룹을 5타 차로 앞선 압도적인 우승이었지만 ‘옥에 티’가 있었다. 보기 없는 우승을 달성하지 못한 것. 3라운드까지 보기를 하나도 기록하지 않았던 배상문은 이날도 14번홀까지 단 한 개의 보기도 스코어카드에 적지 않았다. 1990년 팬텀 오픈의 조철상 이후 24년 만에 ‘노 보기’ 우승이 나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5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리는 바람에 첫 번째 보기를 했다. 맥이 풀린 탓인지 16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기록했다. 하지만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2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팬들에게 멋진 우승 인사를 했다. 배상문은 “보기 없는 우승을 노렸지만 실수가 나와 아쉽다. 하지만 2년 연속 우승한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미국 개막전 우승으로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12월 중순 미국으로 건너가 남은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동 4위(7언더파 281타)에 오른 김승혁(28)은 상금왕(5억8914만 원)과 최우수선수에게 주는 발렌타인 대상 타이틀을 차지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장 접전… 처음 우승… 드라마 쓴 두 여자골퍼

    ▽ 5차 혈투, 살아남은 이미향 ▽      LPGA ‘미즈노’ 데뷔 첫 감격2위 이일희-4위 최운정 포함볼빅 후원선수 상위권 휩쓸어     귀여운 외모의 이미향(21·볼빅)은 밝은 성격을 갖고 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벌어들인 상금이 6만9000달러(약 7545만 원)밖에 되지 않았던 그는 이 중 1000달러(약 109만 원)를 미국 현지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했다. 또 모교 함평골프고에도 장학금을 전달했다. 국산 골프공 업체 볼빅의 문경안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미향이를 봐 왔기 때문에 기꺼이 후원을 결정했다. 항상 밝은 미향이가 웃으면서 골프를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9월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기록한 공동 6위가 개인 최고 성적이었던 이미향이 LPGA투어 데뷔 3년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이미향은 9일 일본 미에 현 시마 시의 긴테스 가시코지마 골프장(파72·6506야드)에서 열린 미즈노 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 5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일희(26·볼빅)와 고즈마 고토노(일본)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18만 달러(약 2억 원). 선두에게 1타 뒤진 공동 4위로 3라운드를 시작한 이미향은 이날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라운드를 마친 뒤 동타를 기록한 이일희, 고즈마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세 선수는 18번홀(405야드)에서 치러진 1, 2차 연장에서 나란히 파를 기록했고, 3차 연장에서는 나란히 버디를 잡았다. 4차 연장에서도 모두 파를 기록했다. 운명의 5차 연장에서 이미향은 두 번째 샷을 홀 60cm 옆에 떨어뜨렸고, 손쉽게 버디를 낚아 우승했다. 이미향의 우승으로 한국 낭자들은 올해 LPGA투어에서 10승째를 기록했다. 이미향 외에도 이일희가 준우승, 최운정(24·볼빅)이 공동 4위를 차지하는 등 볼빅 후원 선수들이 이 대회에서 대거 상위권에 올랐다. ▽ 친구들 부럽지 않게 된 김민선 ▽     KLPGA ADT캡스 깜짝 트로피백규정-고진영과 새내기 삼총사우승대열 합류로 신인왕 안갯속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가장 큰 특징은 ‘19세 열풍’이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김효주(19·롯데)는 메이저 3승을 포함해 5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효주의 친구로 올해 KLPGA투어에 데뷔한 백규정(CJ오쇼핑)과 고진영(넵스)도 각각 4승과 1승을 거뒀다. 백규정, 고진영과 함께 신인 3인방 중 한 명으로 그동안 우승을 못했던 김민선(19·CJ오쇼핑)이 마지막으로 우승 대열에 합류했다. 김민선은 9일 경남 김해 롯데스카이힐 김해 골프장(파72·6551야드)에서 끝난 ADT캡스 챔피언십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를 기록했다. 허윤경(24·SBI저축은행), 김세영(21·미래에셋자산운용)과 동타를 이룬 김민선은 연장 2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 상금 1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김민선은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2차 연장전에서 1.5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길었던 승부를 마감했다. 이전까지 준우승만 두 차례 차지했던 김민선은 이날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날 김민선이 우승하면서 친구들과의 신인왕 경쟁도 더욱 볼만해졌다. 김민선의 신인왕 포인트는 2167점으로 백규정(2244점), 고진영(2170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들이 벌이는 신인왕 경쟁의 결과는 시즌 최종전으로 14일 개막하는 포스코 챔피언십의 성적에 따라 결정되게 됐다. 김민선은 “친구들이 우승할 때마다 ‘잘한다’ ‘부럽다’고 생각했다. 규정이, 진영이와 몇 점 차인지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서로에게 자극이 돼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1-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토요판 커버스토리]정주영 일가 代이은 양궁사랑

    한국 양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명의 인물이 있다. 고 석봉근 선생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다. 수도여중 체육교사이던 석봉근 선생은 1959년 서울 청계천 부근의 한 고물상에서 서양 활, 즉 양궁을 발견했다. 이것이 한국 양궁의 출발점이다. 전통 활(국궁)과 다른 모양의 양궁에 흥미를 느낀 석 선생은 독학으로 양궁 경기 방법과 훈련법을 익혔고 수도여중에 양궁부를 창설했다. 그는 부임하는 학교마다 양궁부를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국은 1963년 7월 27일 국제양궁연맹에 정식 가맹했다. 한국 선수들이 처음 국제대회에 나간 건 1978년 태국 방콕 아시아경기대회다. 당시 국내 무대를 휩쓸던 여고생 궁사 김진호(현 한국체대 교수)는 처음 출전한 그 대회 여자 개인전에서 덜컥 금메달을 땄다. 이듬해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는 5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어린 선수들을 보며 양궁의 가능성을 꿰뚫어 본 사람이 정주영 창업주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유력 기업들에 체육 종목 단체장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대한체육회장이던 정 창업주는 주저 없이 양궁을 선택했다. 1983년 대한체육회는 국궁과 양궁의 분리를 결정했고 그해 초대 대한양궁협회장으로 정 창업주의 6남인 정몽준 전 의원이 취임했다. 1985년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2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부터는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이 가문의 대를 이었다. 3대째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정 부회장은 선수들과 수시로 연락을 하며 지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친분만큼이나 지원도 화끈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선수들의 피로를 감안해 양궁장에서 1시간 걸리는 선수촌 대신 근처 특급호텔을 잡아 선수들이 숙박하도록 했다. 또 매끼 한국 식당에서 개당 40파운드(약 7만 원)짜리 도시락을 주문해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는 서울 태릉선수촌 양궁장 주변을 올림픽 경기장 사진이 인쇄된 대형 천으로 둘러쳤다. 현지 환경에 빨리 적응하라는 배려였다. 현대차그룹(전 현대그룹 포함)이 비인기종목이었던 양궁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30년간 400억 원 정도다. 황도하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선전한 한국 선수단에 8억8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며 “동기 부여가 확실한 만큼 선수들이 더욱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이헌재 uni@donga.com·주성원 기자}

    • 2014-11-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토요판 커버스토리]세계최강 양궁처럼… 제조업도 ‘텐 텐 텐’

    “일본 경제는 19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감히 일본과 대적할 나라가 없었다.” “중국의 산업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 조만간 조립완성품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고, 궁극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감한 투자의사 결정과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기술 능력이 우리 대기업의 강점이며 경쟁력의 원천이다.…(그러나) 새로운 동력이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럴 가능성도 낮다. 그래서 앞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기반을 넓히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낸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저서 ‘한·중·일 경제 삼국지’(나남)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산업(제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목조목 짚었다. 한때 산업계의 ‘글로벌 리더’를 자처하다 1990년대 이후 침체에 빠진 일본. 하청 생산기지 수준에서 한국과 일본 제조업을 위협하는 추격자가 된 중국.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한국. 이런 상황을 살펴보면 어딘지 한국 스포츠의 효자 종목 양궁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이지만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한국이 금메달을 따낸 올해 인천 아시아경기와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도 은메달은 모두 중국이었다. 1970년대까지 양궁 강국이자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최고 수준의 활 생산국이던 일본을 넘어선 상황도 비슷하다. 조선업은 일본을 추월했고, 중국에 추격받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하지만 한국 산업계와 양궁의 공통점은 여기까지다. 한국 양궁은 여전히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지만 한국 산업계는 급변하는 대·내외적 경제 환경에서 위기에 봉착했다. 과연 어떤 차이 때문일까. 단순히 스포츠 종목 하나를 한국의 산업 생태계와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 산업계가 30년 이상 세계 1위를 지키는 한국 양궁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조언한다. 다소 이질(異質)적인 교직(交織)이 될 수 있겠지만 한국 양궁과 기업이 가진 공통점과 차이를 검토하고,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도 시사점을 줄 만하다.  ▼ 7, 8회 경쟁 거쳐야 대표선발 vs 10년씩 장기납품 無경쟁 ▼경쟁은 치열하게“양궁 선발전 특정선수 편향 막자”… 대회때마다 날씨 등 환경 다르게대기업 - 부품업체 수직계열화… 수주경쟁 없어 R&D투자 소홀한국 양궁은 자타 공인 세계 최강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그랬다. 한국 궁사들은 이 대회 양궁에 걸린 4개의 금메달 가운데 3개를 휩쓸었다. 기보배, 이성진, 최현주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중국을 1점 차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양궁 종목에서 단체전이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7연속 금메달이었다. 기보배는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오진혁은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흐른 2014년 가을. 인천에서 제17회 아시아경기가 열렸다. 그런데 한국 대표 선수들의 얼굴이 싹 바뀌었다.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던 멤버 6명 가운데 남아 있는 선수는 남자 대표팀의 오진혁이 유일했다. 그래도 한국 양궁은 강했다. 정다소미, 장혜진, 이특영이 조를 이룬 여자 대표팀은 ‘당연한 듯’ 금메달을 땄다. 오진혁은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가져왔다. 이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컴파운드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더해 한국은 금메달 5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누가 봐도 좋은 성적이다. 그렇지만 대한양궁협회는 벌써 2년 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향해 있었다. 장영술 양궁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아직 올림픽에서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전 종목 석권(금메달 4개)을 목표로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무한경쟁과 공정경쟁 vs 경쟁 없는 ‘장기전속거래’ 여기서 의문. 2년 전 런던 올림픽 시상대에 섰던 선수들은 대체 어디에 있었을까. 여자 대표팀의 기보배는 한 방송사의 해설위원석에서, 남자 대표팀의 임동현은 관중석에서 동료 선수를 응원했다. 이들이 사대(射臺)에 서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여자 양궁 세계 랭킹 1위는 윤옥희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2관왕인 윤옥희였지만 대표 선발전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세계 랭킹 2위 기보배 역시 8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남자 대표팀의 터줏대감인 임동현의 탈락도 충격이었다. 임동현은 최종 선발전에서 6위에 그치며 10년 넘게 몸담았던 태릉선수촌을 떠났다. 황도하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남녀 모두 1위에서 12위 정도까지는 실력이 종이 한 장 차이다. 이전에도 세계 랭킹 1위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컨디션 때문이라 할 수도 있지만 대표 선수라면 컨디션 유지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궁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깨끗하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란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투명하다. ‘원칙에 따른 끝없는 경쟁’이 양궁 국가대표 선발의 모토다. 세계 랭킹이나 과거 성적은 상관없다. 잘 쏘면 뽑히고, 못 쏘면 떨어진다. 여러 차례의 선발전을 거치기 때문에 일시적 행운이 작용할 수 있는 여지도 없다. 양궁협회는 국제대회를 앞두고 매년 대표 선발전을 연다. 4, 5차례의 선발전을 통해 남녀 4명씩의 국가대표를 뽑는다. 1차 선발전을 맑은 날 치렀다면 2차 선발전은 바람이 심한 날, 3차 선발전은 차가운 날씨에 치르는 식으로 매번 대회 환경도 바꾼다. 대표에 선발됐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 단체전은 남녀 3명씩만 출전할 수 있다. 최종 3명을 뽑기 위해 다시 2, 3차례의 평가전을 치른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가려면 거의 10개월에 걸쳐 7, 8차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이 점이 한국 양궁 경쟁력의 원천이다. 여기에서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해답’ 하나가 보인다. 한국 제조업은 대부분 수직계열화를 지향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 중공업 분야의 중소·중견 부품업체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필요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보통 한 대기업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는 다른 회사에 납품하기 어렵다. 기술 유출 등의 이유로 대기업이 거래를 막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청업체로서도 대기업 한 곳에 장기 계약을 맺고 거래하는 것이 낫다. 매번 다른 부품업체와 수주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니 경영 안정 측면에서 유리하다. 생산 효율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런 관행이 부품업체의 기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기업의 요구에 맞는 제품만을 납품하다 보면 중소·중견 기업이 자체 연구개발(R&D)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수주 과정에서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품업체들이 10년 정도 대기업과 장기 계약을 하다보면 완전히 대기업에 종속된 갑을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원청업체에 끌려 다니게 되니 자연히 자체적인 R&D 투자에 소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직계열화와 장기전속거래가 경쟁과 기술개발의 장애요인이 된다는 뜻이다. 기업 내부에서도 경쟁 요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이 최근 인사평가를 강화해 ‘연공주의’ 관례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움직임이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기업에서) 사람이 계속 경쟁하며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기업 리더가 될 만한 인재는 연차에 상관없이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기업 내·외부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역할은 법과 제도를 운용하는 정부, 그리고 기업 스스로의 몫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혁신은 개방과 경쟁에서 나온다”며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풍토가 우선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혁신 또 혁신, 양궁과 기업의 ‘공통 생존법’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는 한국 양궁 지도자들의 ‘작은 동창회’다. 많을 때는 30여 명의 한국 지도자가 해외 선수를 지도했다. 이 때문에 한국 양궁의 기술은 해외에 노출된 지 오래다. 한때 한국 선수들이 가장 많은 훈련 시간을 소화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 못지않게 많은 시간을 훈련에 들이는 외국 선수도 많다. 그래서 한국의 훈련은 양보다 질에 중점을 둔다. 다른 나라에서 흉내 내기 힘든 다양한 훈련을 개발하고 또 개발한다. 끊임없는 혁신이다. 양궁은 기술 못지않게 정신력이 중요한 스포츠다. 대한양궁협회는 오래전부터 스포츠 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을 고용해 선수들의 정신 안정을 돕고 있다. 양궁 선수들이 전방 철책선 근무 서기, 공원묘지 돌기, 잠 안 자고 1박 2일 걷기, 번지점프 하기 등의 훈련을 하는 것도 정신력 강화가 이유다. 예전에는 뱀을 입에 무는 일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하지 않는다. 관중이 꽉 찬 야구장에서 활을 쏘는 ‘야구장 훈련’은 이미 고전이 됐다. 관중들의 함성 속에 부담을 딛고 활을 쏘는 경험은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으는 방법이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는 군부대에서 상대편 관중 역할을 맡은 군인들의 야유를 들으며 활을 쏘기도 했다.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는 본인이 대표팀 감독으로 나섰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를 회상했다. “번지점프를 시켰을 때 남자 선수들은 우물쭈물했는데 여자 선수들이 먼저 용감하게 뛰어내리더라.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자 선수들은 그 대회에서 2개의 금메달을 땄지만 남자 선수들은 1개밖에 따지 못했다.” 강준호 서울대 교수(체육교육과·스포츠 경영학)는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장기적인 지원과 엄격한 경쟁 시스템, 경험의 지식화,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라고 말했다. 한국 양궁은 변화를 통해 변화에 대처했다. 세계양궁연맹(WA)은 특정 국가의 독주를 막기 위해 1987년 개인전 288발 기록합산제의 전통을 폐기했다. 쏘는 화살 수를 줄여 ‘약자의 이변’이 일어날 여지를 만든 것이다. 2010년부터는 세트제를 도입해 3발씩 쏘는 승부를 3∼5세트 치르고 있다. 세트 승부라는 변수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종종 나온다. 하지만 한국 양궁은 이런 변화에서도 꿋꿋이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엔화 약세라는 경영 환경에 놓인 한국 기업은 어떨까. 조선업은 한때 수주물량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질주하다 최근 중국에 수위 자리를 내주고 있는 업종이다. 이에 대해 한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조선소가 크다고 1등인가, 명실상부한 산업계 1등이라면 제일 비싸고 크고 어려운 걸 만들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바다의 정유공장’으로 불리는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은 중국 조선사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이라는 자부심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이 한국 기업이 갖는 ‘위기 진단’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 담력훈련 - 소음훈련… 승자의 함정 이겨낸 힘은 혁신 ▼변화는 과감하게한국양궁 견제하려 경기룰 변경… 상상 못했던 훈련 개발해 대응무시하던 조선업 1위 내주고… 트렌드 못 읽고 아이폰 쇼크 맞기도특히 이들 ‘고급 선박’의 주요 부품 가운데 국산이 채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 조선업이 중국에 대해 무조건적인 우위를 주장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선박의 고급 부품과 소재는 주로 일본과 유럽에서 조달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중국의 추격과 한국 제조업의 과제’ 세미나에서 이근 서울대 교수(경제학부·경제학)는 “한국 산업이 승자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과거 한국 기업은 새로운 시장이나 산업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마다 그 흐름에 빠르게 올라타는 성공 공식으로 성장해 왔다”며 “지금 잘나가거나 기술적 우위에 있다고 해서 새로운 트렌드를 무시하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때 스마트폰의 가능성을 간과하다 ‘아이폰 쇼크’를 맞았던 삼성전자, 초기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에 미미하게 대응했던 현대자동차 등을 ‘함정에 빠진 승자’의 예로 들었다.탄탄한 기본기가 ‘스타 탄생’의 원동력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국 양궁의 힘은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온다. 무조건 활을 잡고 쏘기 시작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 양궁 지도자들은 활을 잡기 전에 자세부터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궁은 레저가 아닌 운동이라는 사고방식이다. 또 초등학교 때부터 강도 높은 기본기 훈련을 받는다. 활과 화살 등 장비를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이때부터다. 어릴 때 참가한 대회의 성적이 좋으면 상급학교에 진학해 양궁부의 주축 선수로 활동하는 전형적인 엘리트 스포츠다.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 가운데 어느 쪽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뒤로하더라도, 어릴 때부터 쌓은 선수들의 기본기가 한국 양궁을 이끌어가는 힘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기본기 훈련을 산업 생태계에 적용하면 ‘기술력을 가진 부품, 소재 기업 양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산업의 기본기는 결코 강한 편이 아니다. 한국은 독일, 일본 등에 비해 핵심 기술을 가진 부품 및 소재 기업이 현저하게 적다. 규모와 기술력 모두에서 뒤처진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한국에 큰 규모의 자동차부품업체가 적은 이유는 부품업체들이 계열사를 만들어 매출을 쪼개 스스로 덩치를 줄였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이 되면 받는 불이익이 두려워 규모를 줄이는 ‘피터팬 증후군’이 회사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력 투자도 과제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독일 부품기업 보쉬의 R&D 투자 규모는 2012년 기준 매출 대비 9%인 데 비해 한국 대표 자동차부품기업인 현대모비스의 R&D 투자 규모는 매출의 1.1%에 불과하다.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선수가 많을 때 비로소 ‘스타’가 탄생한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은 선수들은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 등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김진호, 서향순, 김수녕, 박성현 등 대회 때마다 신궁(神弓)으로 불리던 선수들이 등장했다. 스타 선수들을 보고 자란 어린 선수들은 저마다 차세대 스타를 꿈꾸며 훈련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양궁의 스타 계보처럼 산업계에서도 특정 기업의 혁신 성공 사례를 보고 다른 기업이 따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있어야 한다”며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라고 말했다.작은 제도가 키운 한국 ‘활 제조업’의 경쟁력 시대마다 한두 개의 ‘스타 업종’이 국가 경제를 이끌었다는 점에서는 산업계도 비슷하다. 그러나 스타 탄생의 배경은 조금 다르다. 한국 산업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기술적 저변에서 스타 업종이 자생했다기보다는 기업인, 특히 오너 기업인들의 한발 앞선 판단과 투자가 스타 업종을 키운 경우가 많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스마트폰 등이 그 예다. 위기에 놓인 한국 산업계에 다시 기업가정신이 절실한 이유다. 한편 한국 양궁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난관에 부닥쳤다. 미국의 양궁 제조업체 호이트가 최고 품질의 활을 자국 선수들에게만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 남자양궁대표팀 선수들도 이 활을 구입하려 했으나 “팔지 않겠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다. 뒤늦게 어렵사리 활을 구했지만 연습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대회에서는 일본 야마하(현재는 양궁 사업 철수) 제품을 사용한 여자 선수들만 금메달을 땄다. 그해 겨울, 대한양궁협회는 ‘활의 자주화’를 선언했다. 양궁협회는 “1997년부터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국내 대회에서 외국제 활을 사용할 수 없다”는 지침을 내렸다. 처음엔 반대가 있었지만 협회는 밀어붙였다. 시간이 갈수록 국내 활 제조업체들의 제작 기술과 수준이 올라갔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 대표 선수들이 국산 활을 들고 참가한 첫 국제대회였다. ‘메이드 인 코리아’ 활을 든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현재 한국 활 제조업체인 ‘윈엔윈㈜’은 세계 양궁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메이저 업체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활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따로 광고를 할 필요도 없다. 한국 선수들이 이 활을 쓰는 것 자체가 광고다. 서거원 전무는 “세계 톱 랭커의 70∼80%는 한국 활을 쓴다고 보면 된다. 10여 년 전 일을 생각하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제도와 주무 기관의 추진력이 어떻게 관련 산업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 ‘작은 예’다. 시야를 넓혀 이를 산업계에 적용하면 정부 및 감독기구의 역할과 맥이 닿는다. 이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도 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쯤이면 정부는 지금까지 나온 (기업 정책의) 계획과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며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실행 능력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실행력을 통해 기업과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고, 기업은 그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 방향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항구 연구위원은 정부 역할에 대해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산업 구조로는 경제 발전이 어렵다”며 “창업을 통해 새로운 플레이어가 클 수 있는 산업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주성원 swon@donga.com·이헌재 기자}

    • 2014-11-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