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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경찰관상] 폭우 현장서 한달 이상 복구작업… 주민 챙기다 과로로 숨져고 김우태 총경은 2023년 7월 경북 문경경찰서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폭우 피해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7월 13일부터 17일까지 예천과 봉화, 영주, 문경에 최대 480mm의 역대급 폭우가 쏟아져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고 마을 10여 곳을 삼켰다. 불어난 물살에 주민 2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김 총경은 피해가 컸던 지역으로 달려가 피해 상황을 살피고 복구 작업을 도왔다. 박강원 경북경찰청 경무계장은 “소방관과 지자체 공무원, 경찰까지 모두 달려가 피해 복구에 나섰으나 일손이 모자랐다. 특히 경찰서장이었던 선배님께서는 한 달 이상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복구 작업을 도왔다”고 말했다. 복구 작업이 마무리된 뒤에도 김 총경은 경찰서와 현장을 수시로 오가며 일손을 거들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음료수 등 간식을 나눠 주기도 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열정적으로 주민을 돕던 김 총경은 그해 9월 18일 과로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강헌수 경북경찰청 경무기획과장은 “그의 헌신은 경찰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위민소방관상] 시민 구조중 부상 입고 복귀… 산불 진화중 車전복돼 순직서울 광진소방서 윤영흠 소방위(52)는 1999년 소방관으로 임용된 이후 25년간 1만 곳이 넘는 재난 현장에 출동했다. 그는 2007년 도로에 쓰러진 시민을 구급차에 태우다 추돌사고로 5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윤 소방위는 “영구 장애가 남을 수 있다는 진단에 낙담했지만 동료들의 격려로 복귀할 수 있었다”며 “저처럼 작은 동네에서 오래 일해도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후배들에게 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 속초소방서 간성소방파출소 소속이던 고 김영수 소방위(순직 당시 38세)는 2004년 3월 31일 낮 12시 3분경 강원 고성군 간성읍 광산리에서 산불 현장에 출동하던 중 소방차 전복 사고로 순직했다. 김 소방위는 1991년 10월 소방공무원에 임용된 이후 200여 회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김 소방위의 아버지(83)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뒤 홀로 생활하고 있는 가운데 딸과 김 소방위의 동료들이 명절 등마다 찾아와 위로를 건네고 있다. 김 소방위는 순직 후 1계급 특진했고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위민해양경찰관상] 화재 어선서 선원 5명 전원 구출… 구조중 다리 부상도동해해양경찰서 강릉파출소 강동진 순경(33)이 지난해 9월 20일 오전 10시 55분경 강원 삼척시 후진항 동쪽 3.7km 해상의 9.77t급 어선 화재 현장에 출동했을 때 선체는 유독 가스로 가득했다. 연안구조정을 타고 현장에 접근한 강 순경은 연기 탓에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선에 뛰어들어 승선원 5명을 모두 구조했고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했다. 또 기관실이 침수되지 않도록 배수 작업을 한 뒤 항으로 예인했다. 강 순경은 구조 과정에서 배와 배 사이에 발이 끼여 다쳤지만 고통도 잊은 채 선원들을 구해냈다. 당시 골절이 의심될 정도의 큰 통증이었고, 의사 진단 결과 인대가 손상된 것으로 확인돼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강 순경은 수상구조사 자격증 보유자로 2021년 7월 해경 구조특채로 임용됐다. 강 순경은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해난 사고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해경에게 공을 돌린다”고 소감을 밝혔다.[제복상] 공군 첫 여성 개발시험비행 조종사… KF-21 개발 기여지난해 9월 충남 서산 공군기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시제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KF―21을 조종하며 비행 특성과 안정성 점검에 나선 이는 정다정 소령(39). 공군 최초의 여성 개발시험비행 조종사다. 정 소령이 새로 도입·개발되는 전투기의 성능을 평가하는 시험비행 조종사의 길로 들어선 건 2019년부터다. KF―16 조종사로 비행시간만 1400시간이 넘는 베테랑인 그는 “KF―16도 좋은 전투기지만 무장 등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외국산이어서 조종사 의견을 반영해 이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KF―21은 국산인 만큼 시험비행 조종사가 되면 최고의 전투기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2019년 시험비행 교육 과정에 선발된 이후 교육훈련을 거쳤고, 지난해 9월엔 KF―21을 타고 첫 평가 비행에 나섰다. KF―21 실전 배치가 1년여 남은 현재 하루 2소티(출격 횟수)가량 비행하며 최대 속도를 점검하고 무장 시험 등을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 소령은 공군에서 배출된 시험비행 조종사 58명 중 유일한 여군이어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는 “힘든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건 남녀 모두 마찬가지”라며 “여군이라 더 힘든 건 없다”고 했다. “국방력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주는 상이라 생각하고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제복상] 빌라 화재 현장 달려가 4세 아이-어머니 구조 도와서울 동작경찰서 신대방지구대 이강하 경위(51)는 지난해 1월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4동의 빌라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불길이 타오르는 3층에는 미처 탈출하지 못한 4세 아이와 어머니가 베란다에 매달려 “살려 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 경위는 빌라 내부로 진입했다. 해당 가구 현관문을 열자 문 밖으로 화염이 쏟아졌고, 이 경위는 다시 건물 밖으로 나와 소방대원들을 도왔다. 소방대원이 사다리를 타고 건물 안으로 진입했고, 이 경위는 사다리 아래에서 모녀를 넘겨받아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 경위의 점퍼와 근무복, 조끼, 신발 등이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이를 계기로 경찰청은 화재·흉기 난동 대응 등 공무집행 과정에서 옷이나 장비가 훼손됐을 경우 물품을 무상으로 재보급하는 ‘아너 박스(Honor Box) 제도’를 도입했다. 이 경위는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제복에 거는 기대감에 부흥할 수 있게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제복상] 외국인 전용 韓 클럽 마약 추적, 총책 등 71명 일망타진경기 오산경찰서 유병률 경감(55)은 2023년 5월 경기 시흥의 한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사람들이 클럽에 모여 마약을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대형 마약 카르텔이라는 걸 직감했다. 인근 5개 경찰서와 기동대, 특공대 등 130여 명을 투입했고 100여 명의 손님을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진행해 양성 반응이 나온 10명과 이들의 마약 투약을 방조한 베트남인 종업원 3명을 긴급체포했다. 이후 마약을 제공한 알선책과 판매책, 밀수 총책 등 71명을 순차적으로 일망타진해 30명을 구속했다. 유 경감은 “마약류 사범 척결에 힘을 보탰다는 마음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 경감은 2023년 11월 한신대 어학당에 다니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3명을 강제 출국시킨 한신대 교수 등 관계자 3명과 비자 발급 서류를 내준 법무부 관계자 등을 국외 이송 목적 약취 유인·특수감금·특수강요 혐의로 붙잡았다. 동료들은 “국제 외교문제로 번질 수 있는 사건을 신속히 처리한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제복상] 세월호 참사때 6개월 구조활동… 수중용접 기술 등 연마인천 중부소방서 엄민규 소방장(43)은 세월호 참사 때 진도 팽목항 바지선에서 민간잠수부와 함께 6개월간 구조활동을 펼쳤다. 이를 계기로 구조대원으로서 전문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각종 재난 현장에서 시민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이 생겼다. 2019년 엄 소방장은 휴가 동안 멕시코에서 사비 1000만 원을 들여 동굴 재난구조 노하우를 배웠다. 선박 전복사고 시 특수 구조를 위한 심해 100m 트라이믹스 잠수에도 성공했다. 그는 요즘 수중용접 기술을 배우고 있다. 침몰 선박을 절단하거나 구멍을 내 인명을 구출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구조활동을 위해 취득한 자격증은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소형선박조종사 등 모두 20여 개에 달한다. 투철한 책임의식과 사명감으로 그는 김포 소방구조보트 전복사고,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등 대형 재난사고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쳐 왔다. 엄 소방장은 “시민 안전과 생명 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다짐했다.[제복상] 불길 속 고립된 동료 구출… 17년간 4700건 구조활동경기 평택소방서 고건웅 소방위(49)는 2008년 10월부터 17년 동안 약 4700건의 구조 활동과 화재 출동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켰다.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 마장면에서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진압하던 중 구조대장과 구조팀장이 내부에 고립됐다. 고 소방위는 “반드시 구출하겠다”는 마음으로 화재 현장에 들어가 계단에 쓰러져 있는 구조팀장을 구했다. 하지만 구조대장은 구하지 못해 순직했다. 이 사건에 대해 고 소방위는 “가슴이 아프고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더 노력했다”고 말했다. 2020년 8월에는 태풍으로 인해 경기 안성의 한 주택이 무너진 현장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통해 70대 여성을 구출하기도 했다. 고 소방위는 화학사고 대응능력 1급과 인명구조사 1급, 화재 대응능력 1급 등 인명구조와 관련한 각종 자격증을 땄고, 2014년엔 경기소방학교 현장교육팀에서 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신임소방사반과 인명구조사 2급 과정, 화재대응능력 1, 2급 과정을 가르쳤다.[제복상] 6m 파도와 사투… 조난 어선 선원 11명 전원 구조동해해양경찰서 3007함 함장 김홍윤 경정(60)은 지난해 1월 24일 오전 7시 29분경 독도 북동방 약 303km 해상에서 11명이 타고 있던 54t급 어선이 조난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초속 20m의 거센 바람과 6m 높이의 파도가 일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김 경정은 대원들과 함께 구조 작업을 펼쳤고 27시간 동안 울릉도 방향으로 예인해 승선원 전원을 구조했다. 6월 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 중인 김 경정은 “기상 상황이 너무 안 좋아 걱정이 컸지만 선원들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나아갔다”고 회상했다. 김 경정은 1991년 해경 입문 이후 많은 공을 세웠다. 지난해 2월 6일에는 동해상에서 발생한 어선 화재 현장에 출동해 불을 끄고 예인했다. 함장으로 근무한 9년 동안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 31척을 나포하고 2125척을 퇴거·차단했다. 또 2020년 4월에는 중국 어선이 제주 해상에 설치한 63빌딩 2배 크기의 초대형 그물을 적발했다.[제복상] 국내 잠입 캐나다 총책 검거… 122만명분 마약 압수중부해양경찰청 인천해양경찰서 김상범 경감(51)은 지난해 8월 초 마약정보원(수사협조자)으로부터 코카인을 다량으로 판매하려는 조직이 있다는 제보를 접했다. 김 경감은 지난해 8월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주변에서 잠복했다. 판매책은 현금 1억 원에 코카인 2kg을 건네주겠다고 제안했다. 수사협조자는 자신의 차량에서 판매책으로부터 넘겨받은 코카인을 확인한 뒤 브레이크를 꾹 밟아 후미등으로 수사팀에 신호를 보냈다. 김 경감은 현장을 덮쳐 판매책을 검거했다. 김 경감은 검거된 이들로부터 캐나다 범죄 조직의 고위급 인물인 ‘판매 총책’의 존재를 알아내고 그가 머무는 숙소에서 검거했다. 이후 컨테이너선을 통해 코카인을 액상으로 국내에 들여와 고체 형태로 가공해 유통한 마약 밀매 조직 일당 등 총 4명을 검거했다. 이들로부터 압수한 코카인은 122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김 경감은 “마약이 우리 사회에 1g도 유통되지 않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렇게 심사했습니다] 열악한 여건서 국민 보호 성과 평가‘제13회 영예로운 제복상’ 심사에는 위원장인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백경학 푸르메재단 공동대표,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정승은 대한영상의학회장, 정원수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임도현 채널A 부본부장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후보자들의 공적 사항을 분석한 뒤 각 추천기관의 설명을 청취했다. 공적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심사위원단은 열악한 여건에서도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는지를 집중적으로 평가했다. 최일선 현장에서 활약하는 제복 공무원뿐만 아니라 후방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후보자들의 기여도도 고려했다.안동=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속초·삼척·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경진 기자 lkj@donga.com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세종포천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25일 공사 중이던 다리가 무너져 근로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경찰은 교량(다리) 상판을 떠받치는 거더(Girder·보) 설치 장비가 일을 마치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완공 뒤 무너졌을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거란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무리한 작업으로 벌어진 ‘후진국형 인재(人災)’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9시 49분경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의 세종포천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건설 현장 9공구에서 기둥 위 약 50m 높이에 있던 교량 구조물이 갑자기 엿가락 휘듯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0명이 추락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부상자 6명 중 5명은 중상자로 알려졌다. 사상자는 40대 후반∼60대 중반으로 모두 남성이었고, 사망자 중 2명과 부상자 중 1명은 중국인 근로자였다. 소방 당국은 사고 직후 전국의 소방력을 동원하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동하고 119특수구조대 등을 투입했다.붕괴된 구간은 서운면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을 잇는 왕복 6차로 교량이었다. 전날까지는 상행선의 구조물 설치 작업을 마쳤고, 이날은 대형 크레인으로 하행선에 거더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당국에 따르면 거더 설치 장비가 철수하던 중 중심을 잃고 넘어가면서 그 충격으로 거더 4개가 무너져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공사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공사로,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실제 공사는 하도급 업체인 장헌산업이 담당했다.높이 52m 교량 상판 작업중 ‘와르르’… 4초만에 4개구간 폭삭[안성 고속도 교량 공사중 붕괴]긴박했던 고속道 붕괴사고 순간받침대 가설기 이동중 갑자기 흔들… 교량 위 작업자 10명도 함께 추락주민들 “지진처럼 진동 후 큰 굉음”… 경찰-고용부, 전담팀 구성 원인 조사25일 세종포천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고속도로 건설현장의 다리가 무너지는 순간 근처에 있었던 주민 임현민 씨(55)는 “살면서 그렇게 큰 굉음은 처음 들었다.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진이 난 것처럼 진동을 느꼈고 이후 엄청난 굉음이 뒤따랐다”며 “처음엔 폭발음과 함께 뿌연 연기가 가득해 불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사고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와 인근 차량 블랙박스에는 붕괴 순간이 담겨 있었다. 건설 중인 다리 위에서 ‘론칭 가설기’라 불리는 파란색 크레인이 이동하던 중 갑자기 한쪽 상판(다리 위 평평한 구조물)이 내려앉았다. 그 충격으로 다리와 다리를 잇고 있던 다른 상판과 DR거더(상판을 지지하는 보)들이 마치 물결치듯 일시에 아래로 내려앉으며 무너졌다. 붕괴 직전 다리 밑을 지난 차량 운전자는 “다리 아래를 지나간 후 5초 뒤 붕괴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런 조짐도 없이 갑자기 붕괴사고 현장은 세종포천고속도로 공사의 한 구간이었다. 총연장 공사 구간은 134km로, 수도권(안성∼구리)이 72km, 비수도권(세종∼안성)이 62km였다. 수도권 구간은 이미 공사가 끝나 개통됐다. 세종∼안성 구간은 2026년 말 완공 예정이었는데, 이날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사고 구간은 현대엔지니어링(50%), 호반산업(30%), 범양건영(20%) 컨소시엄이 공사 중이었다. 공사 규모는 약 2000억 원으로 주관사는 현대엔지니어링, 하도급사는 장헌산업이다.목격자들은 사고 순간의 충격을 전했다.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주민 최모 씨(70)는 “갑자기 큰 소리가 나서 무슨 일인지 봤더니 다리가 무너져 깜짝 놀랐다. 차들이 여럿 지나가는 곳이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지나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주민 성모 씨(77)는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며 “말도 못 하게 놀라서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더니 뿌연 연기가 마구 올라오고 있었다”고 밝혔다.붕괴 직전 교량 위에서는 작업자 10명이 일하고 있었다. 일부는 세종 방향에서 거더가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 확인 중이었고, 나머지는 론칭 가설기가 거더를 옮기는 과정을 지원했다.이들은 다리가 붕괴된 순간 최대 52m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순간을 촬영한 CCTV 영상에는 작업 도중 거더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4초 만에 총 4개 구간이 ‘U’자 형태로 아래로 휘며 무너졌다.사고 직후 소방청은 국가 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119특수구조대, 119화학구조센터 대원과 장비 등을 투입해 매몰자 구조 작업을 벌였다. 사망자 중 3명은 현장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뒤늦게 발견한 1명은 오후 2시 30분경 구조했지만 나중에 숨졌다.● ‘DR거더’ 공법 “바람-하중에 취약”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교량에서는 상판(슬래브)을 떠받칠 ‘대들보’인 DR거더를 교각(기둥)과 교각 사이에 올려놓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일을 마친 장비가 철수하는 과정에서 붕괴됐다. 이 공법은 일반 크레인 공법에 비해 작업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지형 조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반면 거더를 한쪽에서 천천히 밀어 넣으며 설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교량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처짐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바람이나 진동에도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민수 나산구조엔지니어링 대표는 “거더를 다리 위에 올려놓는 과정에서 한쪽이 휘거나 해서 전체가 무너진 것 같다”며 “이 공법은 수평하중에 취약하고 현장에선 바람까지 걱정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경찰-고용부 붕괴 원인 조사 착수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붕괴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인원 78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수사에 나섰다. 고용부는 해당 지역 고용노동지청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뒤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을 사고 현장에 급파했다.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따져볼 계획이다.전문가들은 다리가 건설 중 무너지는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작업 순서가 정확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사고 이후 다리 기둥이나 다른 쪽은 멀쩡해 보이는데, 이는 구조적인 영향보다 거더를 올려 놓는 순서, 시간 등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수사기관에서는 구조 설계와 작업 순서가 정확했는지, 감리나 종합적인 안전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등을 꼭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안성=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안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안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수백 명이던 학생이 줄어서 40명 남았어요.” 23일 인천 강화군 송해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이 마을 이장 조성환 씨(70)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학교 앞으로 보이는 건 끝없이 펼쳐진 논밭, 낡은 주택, 비닐하우스, 철물점뿐이었다. 올해 이 학교 신입생은 0명이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등학교 가운데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는 184곳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157곳에서 27곳이 늘었다.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200곳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폐교하는 초중고교도 49곳으로, 지난해 33곳보다 크게 늘었다. 문제는 학교 입학생 감소와 폐교가 단순히 학교와 학생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동네 소멸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17일 동아일보가 찾아간 경기 파주시 적암초등학교도 반경 1km 내에서 슈퍼마켓 하나 찾기 어려웠다. 학교에서 1.3km 떨어진 거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정순옥 씨(73)는 “최근 몇 년간 문방구, 사진관이 하나씩 사라졌고, 물품 납품하는 업체는 ‘기름값도 안 나온다’며 지난가을부터는 물건도 안 갖다 준다”고 했다. 이 학교의 올해 입학생은 4명, 지난해 입학생은 0명이었다.초등 신입생 0명→폐교→상권 붕괴→동네 소멸 ‘도미노’ 비상전국 184개 초교 ‘신입생 0명’… 비수도권 학령인구 감소 두드러져지역 중고교도 연쇄적 존폐 위기… 주변 학원-문구점 등 폐업 속출“젊은 사람들 일자리 찾아 떠나… 장학금 지급 등 자구책 역부족”“학교와, 학교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학원 갈 때 빼곤 제 나이 애들 볼 일이 없어요.”17일 경기 파주시 적암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재학생 박모 군(11)이 말했다. 공터로 둘러싸인 적암초 주변은 적막했다. 문구점은 물론이고 상점 하나 찾기 어려웠다. 박 군은 “학교 근처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엔 아무것도 없어서 이동할 땐 항상 부모님 차로 다닌다”고 했다.● 올해 전국 초교 184곳 ‘신입생 0명’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입학생 0명’ 학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21년 112곳이었던 것이 2022년 126곳, 2023년 149곳, 2024년 157곳, 올해 184곳으로 늘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내년에는 처음으로 200곳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교육당국은 보고 있다.이 같은 현상은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올해 기준 경북에서 42곳의 초등학교가 입학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전남 32곳, 경남 26곳, 전북 25곳, 강원 21곳 순이었다.인천 강화군 송해초 인근에서 평생을 살아온 주민 이모 씨(89)는 “젊은 사람들은 다 객지로 떠나고 이곳엔 노인들만 남았다”고 했다. 올해 입학생이 없는 강화군 해명초에서 통학 버스를 운행하다 5년 전 퇴직한 정해영 씨(67)는 “5, 6년 전부터 학생 수가 조금씩 줄더니 이제는 마을에서 초등학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주변에 공업단지도 없고 먹고살 만한 일자리가 없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에 도미노 여파초등학교 입학생 ‘0명’의 여파는 단순히 해당 학교의 폐교로 끝나지 않는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시 존폐 위기에 놓이고, 결국 지역사회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전국 폐교된 초중고교는 2021년 24곳, 2022년 25곳, 2023년 22곳, 2024년 33곳, 2025년에는 49곳으로 증가하는 추세다.이 과정에서 지역 상권도 급격히 쇠락한다. 정 씨는 “예전에는 학교 앞에 태권도 학원과 피아노 학원 버스가 줄지어 서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하지만 학생 수가 줄면서 학원들이 문을 닫았고, 동네 문구점과 구멍가게도 모두 사라졌다”고 밝혔다.이날 찾은 해명초 인근에서도 학생은 물론이고 주민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펜션 6곳도 모두 문을 굳게 닫은 상태였다. 적암초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62)는 “4, 5년 전만 해도 초등학생들이 가게에 들러 간식을 사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며 “손님이 줄어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기부금 유치하고 입학생에 장학금일부 학교들은 폐교 위기를 막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동문들을 통해 기부금을 유치하거나, 입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2020년부터 신입생이 없었던 충북의 한 중학교는 동문들의 기부금을 활용해 학생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한 끝에 겨우 입학생을 유치했다.개별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안으로 ‘공동(일방) 학구제’ 도입이 거론된다. 시·읍 지역의 학교와 면 단위 소규모 학교를 공동 학구로 지정해 주소 이전 없이 학생들이 소규모 학교로 전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이를 위해선 지역 인프라 개선, 학교 자체 프로그램 마련, 통학 차량 노선 확대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김희규 신라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역 초중고교의 폐교는 그 지역의 경제는 물론이고 소멸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소멸 위기 지역이 공동 학구제를 도입해 학생을 유치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지자체가 주위 인프라를 개선하고 학교 프로그램과 통학 차량을 마련하는 등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강화=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파주=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마블 슈퍼히어로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채로 경찰서 난입을 시도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22일 구속됐다. 앞서 이 남성은 주한 중국대사관 무단 침입도 시도한 바 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김용중 부장판사는 이날 안모 씨(41)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안 씨는 20일 오후 11시경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진입하기 위해 1층 출입구 유리창을 발로 차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안 씨는 14일 오후 7시 36분경 캡틴 아메리카 복장으로 ‘중국대사관을 테러하겠다’며 주한 중국대사관에 무단 난입을 시도해 건조물 침입 미수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는 상태였다. 안 씨는 자신을 빨리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경찰서 난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2018년 대한애국당 소속으로 서울시 강남구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미군 장교 출신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지만, 당시 선관위에 제출한 약력에 따르면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했고 신학과를 나왔다. 최근 그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등에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채 참여해 왔다. 10일에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이 상정된 국가인권위원회에 태극기를 들고 온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함께 난입한 바 있다. 당시 안 씨는 방패를 한손에 들고 인권위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사람들을 막아 논란이 됐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16일 숨진 배우 김새론 씨(25)가 생전 악플(악성 댓글)과 비방 유튜브 영상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플러(상습적으로 악플을 다는 사람)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만 최소 11건 이상 폐기됐고, 이번 국회에서 최소 5건이 계류 중이다. 악플로 인해 유명인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반복되는 만큼 정치권이 관련 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제21대 국회에서는 사이버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최소 11건 논의됐으나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여기에는 형법에 사이버폭력 처벌 규정을 명시하거나 사이버폭력에 대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법안도 있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5건 이상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지난해 7월 ‘먹방 유튜버 쯔양’이 일명 ‘사이버 레커’로 불리는 악성 유튜버들에게 협박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는 자극적인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이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이버 폭력을 가중 처벌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숨진 김 씨의 경우 2022년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악플에 시달렸다. 김 씨가 방송 출연을 중단한 기간에 온라인에는 ‘자숙 기간 중 생일파티를 했다’, ‘보여주기식으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다’ 등의 악플과 관련 유튜브 영상이 지속적으로 퍼졌다. 악플과 허위 유튜브 영상의 피해자가 늘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쉽지 않다.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 등 유명인을 비방하는 영상을 올려 온 유튜버 ‘탈덕수용소’는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관련 서버가 해외에 있어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악플러와 사이버 레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있는 명예훼손죄 등 조항을 악플러들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댓글 실명제를 시행하거나, 불법 영상 등이 올라오는 플랫폼을 제재할 수 있는 법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17일 열렸다. 지난 주말 서울대에서 양측이 맞불 집회를 열고 대립한 지 이틀 만이다.17일 오전 서울대 캠퍼스엔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서울대 학생회관 옆 아크로폴리스 광장엔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서울대 공동행동’ 측 집회 참가자 3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윤석열 퇴진! 쿠데타 옹호세력 규탄!”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집회 시작 직전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자 측 10여 명이 모여들며 바로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자 말다툼을 하다 넘어지는 등의 실랑이가 빚어졌다.이날 탄핵 찬성 집회에 나선 참가자들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윤 대통령과 탄핵을 반대하는 학생들, 시민단체 등을 규탄했다. 발언자로 나선 진영준 서울대 수리과학부 대학원생은 “지난 2월 15일에 이어 오늘도 일부 극우 서울대 학생들과 내란 세력들은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독재 시대로 돌아가려고 한 윤석열의 계엄을 옹호하고 있다”며 “우리는 연대해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양측의 갈등은 탄핵 찬성 집회가 열리던 장소 바로 옆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진행되며 본격화됐다. 서울대 공동행동 측은 발언이 끝난 뒤 탄핵 반대 집회가 예정된 학생회관 방면으로 행진했다. 학생회관 앞에서 “윤석열을 파면하라” “극우세력 물러가라” 등을 외치자 바로 맞은편에 있던 탄핵 반대 집회 측에서 “이재명 구속” 등을 외치며 고성이 오갔다.이윽고 오전 11시 30분경부터 시작된 탄핵 반대 집회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불법탄핵 타파하라!” “탄핵 무효” “부정선거 감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학생회관 앞으로는 학생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과 노년층 등도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학생 이서진 씨는 “한국은 부정선거 수치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서울대 지성인이 일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15일에 이어 이틀 만에 캠퍼스 내에서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또다시 열리며 학생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대 인류학과 졸업생 조주영 씨(24)는 “가끔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지난 주말엔 소음이 상당해 다들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며 “잠깐 산책하러 나가보니 찬반 시위대가 물리적으로 충돌하기 직전이었는데 일반 학생들도 혹시 다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서울대 대학원생 신모 씨(27)는 “오늘 도서관에서 신입생 대상으로 도서관 인용 안내 프로그램 예정되어 있어 일찍 왔다가 시끄러워 나가는 중”이라며 “과격한 집회 모습을 처음봐서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배우 김새론 씨(25·사진)가 1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김 씨가 이날 오후 5시경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자택에서 사망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와 약속한 친구가 김 씨 집에 방문했다가 김 씨를 발견했다. 외부 침입 흔적이나 타살 정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2022년 5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가로수, 변압기 등을 들이받고 도주하는 사고를 내 벌금 2000만 원을 확정받았다. 이후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망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24년 만나고 떠났네. 엄마한테 24년 행복을 주고 대못을 박고 떠났네.” 15일 이효은 씨(52)는 딸의 생전 모습이 담긴 가족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씨의 둘째 딸인 박예원 씨(당시 24세)는 지난해 12월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 예원 씨는 생일이었던 지난해 12월 25일 고등학교 동창과 태국 여행을 떠났다가 귀국길에 변을 당했다. 그는 생전 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한 뒤 오전엔 장애 아동을 돕는 봉사를 하고, 오후엔 학원에서 첼로 등 악기를 가르치는 음악 강사로 일했다. 이날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49재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이 씨 가족이 광주 서구 자택을 떠나 오전 8시경 무안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차 안은 울음 소리로 가득했다. 이 씨는 “예원이가 여행 갈 때 차를 가지고 갔어요. 이 길을 얼마나 신나서 갔을까”라고 말했다. 합동위령제에는 유가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씨는 분향소 앞에서 “24년 만나고 떠났네. 엄마한테 24년간 행복을 주고 대못을 박고 떠났네, 나쁜 가시나”라며 눈물을 흘렸다. 예원 씨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숨진 이민주 씨(당시 24세)의 부모는 전날부터 공항에 머물렀다. 민주 씨 어머니 정현경 씨(55)는 “바라는 건 진실 규명뿐”이라며 “비행기의 복행, 콘크리트 둔덕 등에 대한 책임 규명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떠난 딸에게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았으니 가서는 너무 애쓰지 말아라”며 “그곳에선 예원이와 건강하게 지내라”고 했다. 예원 씨의 어머니 이 씨도 “콘크리트 둔덕 설계, 정기적이지 못했던 점검, 과사용된 기체 등 원인 규명을 통해 억울하지 않은 죽음이 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크리스마스로 돌아가고 싶다”며 “거기선 생일이니 엄마랑 아빠랑 같이 지내자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무안=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배우 김새론 씨(25)가 1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서울 성동경찰서는 김 씨가 이날 오후 5시경 서울 성동구 성수동 2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는 지인 신고를 받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와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가 김 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외부 침입 흔적이나 타살 정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김 씨는 2022년 5월 음주운전을 하다 가로수, 변압기 등을 들이받고 도주하는 사고를 내 벌금 2000만원을 확정 받았다. 이후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망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24년 만나고 떠났네. 엄마한테 24년 행복을 주고 대못을 박고 떠났네.” 15일 이효은 씨(52)는 딸의 생전 모습이 담긴 가족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씨의 둘째 딸인 박예원 씨(24)는 지난해 12월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 예원 씨는 생일이었던 지난해 12월 25일 고등학교 동창과 태국 여행을 떠났다가 귀국길에 변을 당했다. 그는 생전 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한 뒤 오전엔 장애 아동을 돕는 봉사를 하고, 오후엔 학원에서 첼로 등 악기를 가르치는 음악 강사로 일했다.이날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49재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이 씨 가족이 광주 서구 자택을 떠나 오전 8시경 무안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차 안은 울음 소리로 가득했다. 이 씨는 “예원이가 여행 갈 때 차를 가지고 갔어요. 이 길을 얼마나 신나서 갔을까”라고 말했다. 언니 채원 씨(26)는 “언니도 왔는데 너는 어디 있어”라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합동위령제에는 유가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씨는 분향소 앞에서 “24년 만나고 떠났네. 엄마한테 24년간 행복을 주고 대못을 박고 떠났네, 나쁜 가시나”라며 눈물을 흘렸다. 예원 씨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숨진 이민주 씨(25)의 부모는 전날부터 공항에 머물렀다. 민주 씨 어머니 정현경 씨(55)는 “바라는 건 진실 규명뿐”이라며 “비행기의 복행, 콘크리트 둔덕 등에 대한 책임 규명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떠난 딸에게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았으니 가서는 너무 애쓰지 말아라”며 “그곳에선 예원이와 건강하게 지내라”고 했다. 예원 씨의 어머니 이 씨도 “콘크리트 둔덕 설계, 정기적이지 못했던 점검, 과사용된 기체 등 원인 규명을 통해 억울하지 않은 죽음이 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크리스마스로 돌아가고 싶다”며 “거기선 생일이니 엄마랑 아빠랑 같이 지내자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무안=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시청각실은 친구들과 자주 지나가던 곳인데 앞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13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이 학교 재학생 신모 양(9)은 “학교로 돌아가기가 무섭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흘 전 이 학교에서는 1학년 김하늘 양(8)이 교사 명모 씨(48)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명 씨의 범행이 알려지자 재학생들 사이에선 2차 정신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교 내 익숙한 공간에서 참극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교육당국은 트라우마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재학생 홍모 양(10)은 “학교에 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며 “선생님도 보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교가 임시 휴업 중이지만 학생들은 17일 개학 이후를 우려하고 있었다. 한 학생은 “임시 방학이 더 길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가해 교사의 상세한 범행 수법 등도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퍼졌다. 재학생 김모 양(12)은 “(또래) 단톡방을 통해서 하늘이 사건이 일어난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다”며 “범인 선생님 이름도 단톡방에 계속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재학생 학부모 윤모 씨(37)는 “학교에서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 전학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박모 씨(39)는 “딸이 하늘이와 아는 사이라 심리적 충격이 훨씬 큰 상황”이라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학생이 많은 만큼 학교 당국에서도 심리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재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평생 남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는 “부모님이 아이들이 이 사건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건에 대해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도 아이의 트라우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선 하늘 양의 입관식이 진행됐다. 영정사진 앞에서 유족 10여 명이 묵념을 마치자, 하늘 양의 아버지는 충혈된 눈으로 유족과 조문객들에게 “저희 하늘이 보러 가요. 여러분”이라고 말하며 입관실로 향했다. 2분 뒤 입관실에서는 통곡 소리가 흘러 나왔다. 하늘 양의 어머니는 생전 딸이 가지고 놀던 인형을 손에 든 채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었다. 교사들도 빈소 곳곳에서 눈물을 흘렸다. 14일 오전 9시 반 발인 뒤 대전 정수원에서 화장 후 대전추모공원에 유해가 안치된다.대전=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저희 하늘이 보러 가요 여러분들” 13일 오전 10시경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김하늘 양(8)의 빈소 앞. 하늘 양이 여교사 명모 씨(48)의 흉기에 숨진 지 4일 된 이날 입관식을 앞두고 빈소에는 깊은 한숨 소리와 훌쩍이는 소리만 들렸다. 하늘 양의 영정사진 앞에서 유족 10여 명이 묵념을 마치자, 하늘 양의 아버지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유족과 조문객들에게 “저희 하늘이 보러 가요 여러분들”이라고 말하며 입관실로 향했다. 유족과 지인들 40여 명은 입관실로 가는 계단에서부터 손을 떨며 내려갔다.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거나 흐느끼는 이도 있었다. 오전 내내 애써 밝은 표정으로 조문객들을 맞았던 하늘 양의 친할머니는 입관실로 향하는 길에 가슴을 두드리며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이들이 장례식장 입관실에 들어간 후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입관실에서는 통곡 소리가 흘러 나왔다. 절규에 가까운 외마디 비명과 바닥을 치는 소리 등이 한참 동안 벽을 뚫고 들렸다. 한 유족은 한 손에는 곰인형을 든 채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입관실을 빠져나오기도 했다. 약 20분이 지나 입관식이 끝난 뒤 하늘 양의 아버지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절뚝이며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걸어 나왔다. 하늘 양의 할머니는 “우리 하늘아”를 연신 외치며 바닥에 쓰러져 통곡했다. 선유초 관계자들도 장례식장 2층 빈소 곳곳에서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하늘 양의 발인은 14일 오전 9시 반에 빈소가 마련된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하늘 양의 유해는 대전추모공원에 안치된다. 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 양(8)을 살해한 여교사 명모 씨(48)가 우울증 관련 진단서를 내고 휴직했다가 3주 만에 복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복직 당시 명 씨가 제출한 의사 진단 소견이 3주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 확인됐다. 두 진단서는 같은 의사가 발행했다. 12일 동아일보가 국회 교육위원회 김주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명 씨의 병원 진단서 기록에 따르면 의사는 12월 초 명 씨의 상태에 대해 “심한 우울감,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어 최소 6개월 정도의 안정을 요한다”고 적었다. “2023년 여름경 (병이) 재발”, “(2024년) 9월 중순부터 급격히 악화” 등의 내용도 있었다. 명 씨는 이 진단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지난해 12월 9일부터 6개월간 우울증 관련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 경찰도 명 씨가 2018년부터 우울증을 앓아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3주 뒤인 지난해 12월 30일 명 씨는 ‘복직하겠다’며 새 진단서를 제출했다. 거기에는 “12월 초까지만 해도 잔여 증상이 심했으나, 이후 증상이 거의 없어져 정상 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적혀 있었다. ‘최소 6개월’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진단으로 바뀐 것. 새 진단서 때문에 명 씨는 복직할 수 있었고 이후 학교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두 진단서는 모두 대전 모 대학병원의 한 의사가 작성했다. 이에 대해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 정도 환자가 3주 만에 호전되는 상황이 일반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동아일보 문의에 “진단서는 의학적인 판단 아래 이뤄진 것으로 잘못된 점이 없다”고 했다. 10일 범행 당일 명 씨의 행적도 속속 드러났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명 씨는 이날 오전 8시 30분 학교에 출근했다가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인 낮 12시 50분경 무단 외출했다. 명 씨는 동료에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차를 몰고 학교를 빠져나가 약 2km 거리의 마트에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가 외출하기 위해선 학교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경찰은 12일 명 씨에 대한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전날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명 씨의 주거지, 차량 등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하늘 양의 시신을 부검한 뒤 ‘다발성 예기(날카로운 물건) 손상에 의한 사망’이라고 결론 냈다.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하늘이 가는 길 간식이라도 챙겨주고 싶어요.” 12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의 흉기에 숨진 김하늘 양(8)의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는 초등학생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티니핑’ 음료와 간식 등이 배달됐다. 이를 배달한 배달 기사 이대용 씨(43)는 “춘천에서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라고 소개한 분이 ‘하늘이 가는 길에 간식이라도 챙기고 싶다’며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주문해 배달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보여준 배달 요청 문자에는 “아들만 둘이라 딸은 뭘 좋아하는지 몰라 티니핑으로 보낸다”며 “하늘이가 좋아하길 바란다. 하늘아 예쁜 별로 잘가”라고 적혀 있었다. 이 씨가 장례식장에 배달을 완료했다는 문자를 보내자 “메세지보고 눈물이 많이 나서 답장이 늦었다”며 “기사님과 제 마음이 아이의 부모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하늘 양의 소식이 알려진 뒤 전국에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빈소가 차려진 전날부터 이날까지 시민들은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대전 서구에서 온 탁모 씨(39)는 “조카 또래인 하늘이 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찾아왔다”며 “초소한 학교에 보낸 시간 만큼은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세종에서 온 장모 씨(30)는 “하늘이도 대전하나시티즌 팬이었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며 “같은 축구팀 팬으로서 남 일 같지 않아 오게됐다. 하늘이가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가해 교사 명모 씨(48)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전날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은 경찰은 이날 명 씨의 주거지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경찰은 명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입원 치료 중인 명 씨의 거동이 가능한 시점을 의료진과 조율해 체포영장을 집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 양(8)을 살해한 여교사 명모 씨(48)가 우울증 관련 진단서를 내고 휴직했다가 3주 만에 복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복직 당시 명 씨가 제출한 의사 진단 소견이 3주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 확인됐다. 두 진단서는 같은 의사가 발행했다.12일 동아일보가 국회 교육위원회 김주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명 씨의 병원 진단서 기록에 따르면 의사는 12월 초 명 씨의 상태에 대해 “심한 우울감,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어 최소 6개월 정도의 안정을 요한다”고 적었다. “2023년 여름경 (병이) 재발”, “(2024년) 9월 중순부터 급격히 악화” 등 내용도 있었다. 명 씨는 이 진단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지난해 12월 9일부터 6개월간 우울증 관련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 경찰도 명 씨가 2018년부터 우울증을 앓아 왔다고 밝혔다.하지만 3주 뒤인 지난해 12월 30일 명 씨는 ‘복직하겠다’며 새 진단서를 제출했다. 거기에는 “12월 초까지만 해도 잔여 증상이 심했으나, 이후 증상이 거의 없어져 정상 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적혀 있었다. ‘최소 6개월’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진단으로 바뀐 것. 새 진단서 때문에 명 씨는 복직할 수 있었고 이후 학교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두 진단서는 모두 대전 모 대학병원의 한 의사가 작성했다. 이에 대해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 정도 환자가 3주 만에 호전되는 상황이 일반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동아일보 문의에 “진단서는 의학적인 판단 아래 이뤄진 것으로 잘못된 점이 없다”고 했다.10일 범행 당일 명 씨의 행적도 속속 드러났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명 씨는 이날 오전 8시 30분 학교에 출근했다가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인 낮 12시 50분경 무단 외출했다. 명 씨는 동료에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차를 몰고 학교를 빠져나가 약 2km 거리의 마트에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가 외출하기 위해선 학교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경찰은 12일 명 씨에 대한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전날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명 씨의 주거지, 차량 등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하늘 양의 시신을 부검한 뒤 ‘다발성 예기(날카로운 물건) 손상에 의한 사망’이라고 결론냈다.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항상 아이한테 얘기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부르면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이….” 11일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 양(8)의 빈소에서 만난 하늘 양의 아버지 김민규 씨(38)는 끝내 울분을 토했다. 전날 하늘 양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같은 학교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김 씨는 “외부인도 아니고 교사가 제 딸을 죽였다”며 “하늘이는 여러 군데에 칼을 찔렸고, 저항을 한 것 같은 칼자국들도 손에 많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가해 교사 명모 씨(48·여)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김 양의 할머니가 먼저 학교에 도착해 시청각실에서 명 씨를 만났을 때 명 씨는 “애기(하늘 양)는 여기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당시엔 (명 씨에게) 자해 흔적이 없었다고 한다”며 “이후 시청각실 문을 잠가서 강제 개방했을 때 피투성이였던 걸로 보아 (명 씨가) 들켜서 자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해맑게 웃고 있는 딸의 영정 사진을 보며 “딸이 이제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가고 계속 방학”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김 씨는 “평소 제가 아침 7시에 출근하니까 하늘이는 아침 6시 40분에 일어나서 저를 배웅했었다”면서 “평소처럼 손을 흔들며 배웅하던 게 마지막 모습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하늘이는 2월 10일 죽었고, 하늘이 동생은 2월 9일이 생일이다”라며 “앞으로 동생 생일 파티는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하늘 양은 커서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김 씨는 “하늘이의 꿈은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었다”며 “생일 선물로 포토카드를 사달라고 하고 모든 물품도 다 장원영이었다”고 했다. 하늘 양의 친할아버지 김형용 씨(64)는 “하늘이는 순해서 늘 동생한테도 져주는 아이였다”며 “춤도 참 잘 춰서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도 많이 피우고 커서는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아직 하늘 양의 소식을 모르는 동생(6)이 빈소에 도착하자 적막이 흘렀다. 김 씨는 “언니 이제 못 봐. 언니 없어 이제”라고 말하며 고개 숙였다. 김 씨는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하늘이 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조영우 기자 jero@donga.com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8세 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 교사 명모 씨(48·여)가 경찰 진술에서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 같이 죽을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명 씨는 사건 당일 “시청각실 바로 앞에 있는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갈 때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 같이 죽을 생각으로 맨 마지막에 가는 아이에게 책을 준다고 시청각실로 들어오게 해 목을 조르고 칼로 찔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기존에 담임교사를 맡고 있었지만 복직 후 교과전담교사가 됐고, 이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명 씨가 “복직 3일 후 짜증이 났다. 교감이 수업을 못 들어가게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교육청 등에 따르면 사건 닷새 전인 5일에는 “업무 포털이 빠르게 접속되지 않는다”며 컴퓨터를 파손했고, 6일에는 불 꺼진 교실에 혼자 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동료 교사가 ‘함께 퇴근하겠느냐’ ‘이야기를 나누겠느냐’고 묻자 동료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해야 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는 살해 도구인 칼에 대해 “근처 마트에서 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명 씨는 사건 당일 “3층 교무실에 있기 싫어 잠겨 있던 2층 시청각실(범행 장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현재 명 씨는 목 부위에 부상을 입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범행에 대해 시인한 상황이다. 경찰은 명 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곧 피의자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 A 씨가 8세 학생을 흉기로 살해하고 자해를 시도한 가운데 이 교사가 범행 약 3시간 전 학교 인근 주방용품 전문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9분경 A 씨는 학교에서 약 2.2km 떨어진 주방용품 전문 마트에 승용차를 몰고 도착했다. 영상에 따르면 마트로 들어간 가해 교사 A 씨는 흉기를 구입하고 약 6분 뒤인 1시 36분경 마트에서 나왔다. 그의 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마트에서 날 길이만 16cm에 달하는 흉기를 구매했다. 이윽고 그는 차를 몰고 다시 떠났다. 이날 A 씨는 오후 5시 50분경 근무하던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에서 초등학생 김하늘 양(8)을 흉기로 살해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김 양은 끝내 숨졌으며 A 씨는 현재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항상 아이한테 얘기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부르면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이….”11일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 양(8)의 빈소에서 만난 하늘 양의 아버지 김민규 씨(38)는 끝내 울분을 토했다. 전날 하늘 양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같은 학교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김 씨는 “외부인도 아니고 교사가 제 딸을 죽였다”며 “하늘이는 여러군 데에 칼을 찔렸고, 저항을 한 것 같은 칼자국들도 손에 많았다”고 말했다.김 씨는 가해 교사 명모 씨(48·여)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김 양의 할머니가 먼저 학교에 도착해 시청각실에서 명 씨를 만났을 때 명 씨는 “애기(하늘 양)는 여기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당시엔 (명 씨에게)》 자해 흔적이 없었다고 한다”며 “이후 시청각실 문을 잠가서 강제 개방했을 때 피투성이였던 걸로 보아 (명 씨가) 들켜서 자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 씨는 해맑게 웃고 있는 딸의 영정 사진을 보며 “딸이 이제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가고 계속 방학”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김 씨는 “평소 제가 아침 7시에 출근하니까 하늘이는 아침 6시 40분에 일어나서 저를 배웅했었다”면서 “평소처럼 손을 흔들며 배웅하던 게 마지막 모습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하늘이는 2월 10일 죽었고, 하늘이 동생은 2월 9일이 생일이다”라며 “앞으로 동생 생일 파티는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하늘 양은 커서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김 씨는 “하늘이의 꿈은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었다”며 “생일 선물로 포토카드를 사달라고 하고 모든 물품도 다 장원영이었다”고 했다. 하늘 양의 친할아버지 김형용 씨(64)는 “하늘이는 순해서 늘 동생한테도 져주는 아이였다”며 “춤도 참 잘 춰서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도 많이 피우고 커서는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아직 하늘 양의 소식을 모르는 동생(6)이 빈소에 도착하자 적막이 흘렀다. 김 씨는 “언니 이제 못 봐. 언니 없어 이제”라고 말하며 고개 숙였다. 김 씨는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하늘이 법’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조영우 기자 jero@donga.com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살다 재심에서 무죄를 받고 지난달 6일 25년 만에 출소한 김신혜 씨(48). 억울한 옥살이를 마친 그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라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그런 김 씨가 보름 뒤인 21일 고향인 전남 완도에서 약 350km 떨어진 서울 강남구 삼성역 근처에서 발견됐다. 출소 후 심한 불안과 망상을 앓았기 때문이다. 가족의 실종신고로 약 하루 만에 발견된 김 씨는 관할 파출소에서 ‘나는 북한에 가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망상 증세가 심각해지자 김 씨의 남동생과 담당 변호사는 김 씨를 국립 정신의료기관에 보호입원시키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보호자-환자 3개월 이상 동일 주소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자 못 받는다”, 거절 사례 빈번 김 씨처럼 정신질환자에게 주민등록상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와 오래 떨어져 살았던 경우 보호입원이 어려워 당사자와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건강증진법상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는 환자의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그 외 형제자매나 친인척 등이 될 수 있다. 다만, 직계혈족과 배우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최근 3개월 이상 환자와 같은 주소에 거주해야만 보호의무자가 될 수 있다. 10일 동아일보가 전국 정신의료기관 20곳을 취재한 결과 ‘3개월 이상 동일 거주지 요건’을 못 채워 보호입원을 거절당한 사례가 16곳에서 나왔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은 최근 경기 부천의 한 정신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려 했다. 그의 형과 누나가 이 병원을 방문했지만 두 사람 모두 3개월 동일 주소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입원하지 못했다. 조현병 환자 가족 모임 ‘가족은 바꿀 수 없다’ 운영자는 “환자의 형제자매가 부양 요건을 갖춰서 보호입원을 신청했는데 ‘이미 이혼해서 소식도 모르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직접 와서 신청해야 한다’며 입원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입원을 거절당한 보호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신질환자가 본인이나 남을 해치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한 정신의료기관 관계자는 “심한 망상으로 타인에게 폭력을 가할 우려가 큰 환자가 있어도, 아직 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라서 응급입원도 못 시키는 경우가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2019년 경남 진주시 아파트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불을 질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안인득은 사건 발생 2주 전부터 형제들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려 했으나 요건을 채우지 못해 입원이 무산됐다.● “기준 개선 필요, 사법입원제도 검토할 만”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보호입원 거절 통계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신고 이전에 입원 요건 미충족 등을 사유로 입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다. 의사나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최장 3일까지 정신의료기관에 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응급입원’도 해마다 입원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청이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응급입원 반려 건수는 2020년 385건에서 2023년엔 1050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837건이 반려됐다.전문가들은 재산을 노리고 가족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사례가 많았던 탓에 ‘3개월 이상 동일 거주지 요건’이 생겼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환자나 보호자마다 처지가 다른데 하나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 등에서 법원이 정신질환자의 상태를 검토해 입원 여부를 판단하는 ‘사법입원제’를 시행 중인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와 가족마다 상황이 제각각인데 3개월 같은 주소지라는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사법입원제 같은 시스템으로 환자를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정당하지 않은 사유로 보호입원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없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