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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킹스파크 스타디움. 1990년대 세계 축구계를 호령한 녹색 유니폼을 입은 전사들이 그라운드 안에 들어섰다. 이 경기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돼 팀 관계자 40여 명을 제외하곤 관중석이 썰렁했다. 하지만 녹색 전사들의 존재만으로도 경기장은 꽉 찬 느낌이었다. 존 오비 미켈(23·첼시), 야쿠부 아이예그베니(28·에버턴), 은완코 카누(34·포츠머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등장에 경기장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신체조건 완벽한 베스트 11경기 풀어가는 능력 수준급수비진 순발력-조직력 미흡침투패스에 뒷공간 자주 뚫려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가 드디어 발톱을 드러냈다. 한국과 6월 23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펼칠 나이지리아가 이날 잠비아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더반은 몇 달 뒤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대결을 펼칠 결전의 도시. 동아일보는 국내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본선 조 추첨 발표 이후 우리가 상대할 국가의 대표팀 경기를 직접 확인했다.○ 베스트11 절반 이상 유럽파 나이지리아는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 이후 처음으로 이날 베스트 멤버를 꾸려 경기에 나섰다. 월드컵이 몇 달 앞으로 다가온 데다 10일 앙골라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베스트 11 가운데 절반 이상은 유럽파로 채워졌다. 공격 최전방엔 아이예그베니, 오바페미 마틴스(26·볼프스부르크)가 투 톱을 이뤘고 미드필드 라인엔 미켈, 딕슨 에투후(28·풀럼), 칼루 우체(28·알메리아) 등이 자리 잡았다. 수비는 타예 타이우(25·마르세유), 오비나 은와네리(28·시온), 조지프 요보(30·에버턴) 등이 맡았다. 나이지리아 대표팀의 ‘살아있는 전설’ 카누도 후반 10분경 교체 출전해 경기 감각을 조율했다. 함께 경기를 지켜본 대표팀 박태하 코치가 처음 내뱉은 말은 이렇다. “피지컬(신체조건)이 장난 아니네요.” 경기에 나선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평균 신장은 185cm가 넘었다. 균형 잡힌 몸매에 탄력 넘치는 근육은 축구에 최적화된 신체조건처럼 보였다. 유연성도 뛰어났다. 역시 함께 경기를 관전한 대표팀 김세윤 기술분석관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볼 터치는 소리부터 다르다”며 “워낙 몸이 유연해 볼 컨트롤하는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도 수준급이었다. 주요 포지션마다 포진한 경험 많은 선수들의 경기 조율 능력이 돋보였다.○ 아직 해결사는 눈에 안 띄어 하지만 약점도 파악됐다. 0-0이란 결과가 말해 주듯 나이지리아는 9일 한국과 평가전을 치르는 잠비아에 경기 내내 고전했다. 선수들의 이름값과 신체조건은 월등했지만 볼 점유율 등 경기 내용에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먼저 해결사 부재가 문제로 지적됐다. 아이예그베니는 공격이 안 풀리자 2선에 내려와 공을 잡는 등 전성기의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빠른 스피드가 주무기인 마틴스는 부상 후유증 때문인지 볼을 쫓아가는 데도 애를 먹었다. 박 코치는 “카누 등 대표 스트라이커들은 전성기가 지났고 신예 공격수 가운데는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는 게 나이지리아 샤이부 아모두 감독의 딜레마”라고 전했다. 중앙 수비수들도 허점을 보였다. 몸싸움은 뛰어났지만 순발력이 떨어졌다. 잠비아 공격수들의 침투 패스에 번번이 뒤쪽 공간을 허용했다. 볼 컨트롤도 거칠어 경기 중에 서너 차례 위험한 순간을 맞았다. 측면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 능력도 떨어졌다. 공격수들이 적극적으로 도움 수비를 해주지 못하자 수비수들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김 분석관은 “박주영 이근호 등 공간 침투 능력이 좋은 공격수들과 스피드가 뛰어난 우리 측면수비수들에게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전술 부재도 약점으로 꼽혔다. 끊임없이 경질설이 흘러나오는 아모두 감독은 생각한 플레이가 나오지 않자 경기 내내 모자를 썼다 벗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전술이 없다 보니 상대의 거친 압박과 협력 수비의 대응책도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박 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개인 능력이 출중한 선수들입니다. 체력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테고 조직력을 어떻게 가다듬느냐에 따라 우리와 명암이 갈리겠죠.”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나이지리아팀 심장’ 미켈뛰어난 패싱력… “모든 공격 그의 발끝서 시작” “지∼성∼박? 물론 잘 알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활약 중인 나이지리아 대표팀의 ‘심장’ 존 오비 미켈(사진)은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얘기를 꺼내자 활짝 웃으며 반겼다. 잠비아와의 연습경기 후 만난 그는 “리그에서도 라이벌인데 월드컵에서도 적으로 만나게 돼 안타깝다”며 “둘 다 좋은 활약을 펼쳐 팀을 16강으로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대표팀의 현재이자 미래로 손꼽히는 미켈은 일찌감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05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를 준우승으로 이끌며 그해 아프리카축구연맹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됐다. 2006년에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최우수신인상을 차지했다. 그의 잠재성을 알아 본 첼시와 맨유는 2005년부터 1년 넘게 그를 잡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이날 연습경기에서도 미켈은 자신의 가치를 여실히 입증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플레이메이커로 나선 그는 잠비아 수비수들의 거친 압박에도 여유가 넘쳤다. 그가 공을 잡으면 동료들은 여기저기서 ‘오비’를 외쳤다. 그는 여지없이 가장 적절한 공간으로 패스를 뿌렸다. 경기를 지켜본 대표팀 김세윤 기술분석관은 “미켈은 자신에게 연결되는 볼을 받으면서 뒤를 3차례나 쳐다봤다”면서 “눈이 좋다 보니 판단력도 뛰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켈은 큰 체격(186cm, 87kg)에도 볼 컨트롤이 뛰어났다. 볼 터치가 좋아 공을 안정적으로 잡았다. 발의 모든 부분을 고루 사용하다 보니 수비수가 여러 명 붙은 상황에서도 공간을 만들어냈다. 미켈은 “어릴 적부터 밥을 먹을 때도 항상 축구공을 곁에 뒀다. 지금까지 쭉 그래왔기에 공이 발에 붙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비결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미켈은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없었고 후반 10분이 되자 지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최근까지 리그에서 뛰어 아직 체력을 끌어 올리지 못했다. 지금까지 큰 경기에서 체력이 문제로 지적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네이션스컵과 월드컵에선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첩보영화 뺨친 경기장 진입-취재▼보안원, 경기장 접근도 불허읍소…애교… 2시간 설득작전촬영 안하는 조건 겨우 통과감시눈 피해 휴대전화 ‘찰칵’007 작전이 따로 없었다. 철통같은 보안을 뚫고 마침내 ‘잠입’에 성공한 순간 우리는 마치 첩보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비밀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았다. 나이지리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잠비아와 연습경기를 치른다는 첩보가 처음 들어온 것은 5일 오후(현지 시간). 잠비아와 9일 요하네스버그에서 평가전을 치르는 한국이 잠비아의 일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보고를 받은 허정무 감독은 지체 없이 박태하 코치와 김세윤 기술분석관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나이지리아가 전력 노출을 꺼려 훈련장 접근조차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보내는 게 낫다”는 게 허 감독의 판단이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 있는 나이지리아에 대한 정보는 중요했다. 잠비아와 경기를 치르는 한국으로선 이 경기가 요긴한 자료로 쓰일 수도 있었다. 기자는 국내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이들과 동행해 6일 오전 9시 러스텐버그를 출발해 2시간 만에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 이어 항공편으로 더반에 가 오후 2시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기장 주변 경계는 예상보다 더 삼엄했다. 경기장에서 반경 100m가량 떨어진 곳에 담장이 쭉 둘러져 있었다. 출입구는 오직 한 곳밖에 없었다. 보안 담당자는 앵무새처럼 “No(노)!”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느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다는 게 그가 한 말의 전부였다. 2시간 동안 경기장 주변을 다섯 바퀴나 돌면서 방법을 찾았지만 수가 없어 보였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가려는 순간 극적인 반전이 찾아왔다. 보안 담당자가 카메라 등 촬영 장비를 반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경기장 출입을 허용한 것. “한국에서 비싼 돈을 주고 경기를 보러 왔다”는 읍소와 축구 얘기를 끊임없이 하며 친근함을 보인 덕분인지 얼음 같던 보안 책임자의 마음이 녹은 듯했다. 경기장에 들어와서도 감시의 눈초리는 계속됐다. 수첩에 메모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관계자가 수시로 다가와 “뭘 하느냐”고 물어봤다. 그때마다 “팬인데 사인을 받기 위해 수첩을 가지고 왔다”고 둘러댔다. 사진은 김 분석관이 가져온 휴대전화 카메라로 해결했다. 우여곡절 끝에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박 코치는 “이제 감독님을 뵐 낯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김 분석관도 “태극전사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청신호가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007 작전이 따로 없었다. 철통같은 보안을 뚫고 마침내 '잠입'에 성공한 순간 우리는 마치 첩보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비밀스런 눈빛을 주고받았다. 나이지리아가 잠비아와 더반에서 연습경기를 치른다는 첩보가 처음 들어온 것은 5일 오후(이상 현지 시간). 잠비아와 9일 요하네스버그에서 평가전을 치르는 한국이 잠비아의 일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보고를 받은 허정무 감독은 지체 없이 박태하 코치와 김세윤 기술분석관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나이지리아가 전력 노출을 꺼려 훈련장 접근조차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보내는 게 낫다"는 게 허 감독의 판단이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 있는 나이지리아에 대한 정보는 중요했다. 잠비아와 경기를 치르는 한국으로선 이 경기가 요긴한 자료로 쓰일 수도 있었다. 기자는 국내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이들과 동행해 6일 오전 9시 러스텐버그를 출발해 2시간 만에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 이어 항공편으로 더반에 이동해 오후 2시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기장 주변의 경계는 예상보다 더 삼엄했다. 경기장에서 반경 100m가량 떨어진 곳에 담장이 쭉 둘러져 있었다. 출입구는 오직 한 곳밖에 없었다. 보안 담당자는 앵무새처럼 "No(노)!"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느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다는 게 그가 한 말의 전부였다. 2시간 동안 경기장 주변을 다섯 바퀴나 돌면서 방법을 찾았지만 방법은 없어보였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가려는 순간 극적인 반전이 찾아왔다. 보안 담당자가 카메라 등 촬영 장비를 반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경기장 출입을 허용한 것. "한국에서 비싼 돈을 주고 경기를 보러 왔다"는 읍소와 축구 얘기를 끊임없이 하며 친근함을 보인 덕분인지 얼음 같던 보안 책임자의 마음이 녹은 듯했다. 경기장에 들어와서도 감시의 눈초리는 계속됐다. 수첩에 메모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관계자가 수시로 다가와 "뭘 하느냐"고 물어 봤다. 그 때마다 "팬인데 사인을 받기 위해 수첩을 가지고 왔다"고 둘러댔다. 사진은 김 분석관이 가져 온 휴대전화 카메라로 해결했다. 우여곡절 끝에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박 코치는 "이제 감독님을 뵐 낯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김 분석관도 "태극전사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청신호가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공이 빠르잖아. 집중해.” 5일(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 인근의 올림피아파크 스타디움. 훈련을 시작한 지 40분가량 지나자 선수들의 호흡이 가빠졌다. 일부 선수는 예상보다 빠른 공의 속도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 빨리 뛰어.” 허정무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허 감독은 훈련 내내 선수들에게 한 박자 빨리 뛰라고 주문했다. 태극전사들이 2010년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에 첫발을 디뎠다. ‘약속의 땅’에 입성한 이들이 감격을 누릴 겨를도 없이 직행한 곳은 훈련장. 도착 첫날부터 강도 높은 현지 적응 훈련이 시작됐다.○ 고지 적응이 관건 이번 전지훈련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고지 적응이다. 한국은 해발 1753m에 이르는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에서 아르헨티나와 B조 2차전을 치른다. 해발 1250m의 루스텐버그에 훈련 캠프를 차린 건 이에 대한 대비책. 허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의 핵심은 선수들이 고지를 느끼게 하고, 고지에 강한 선수를 가리는 데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지에서는 체력 저하가 가장 큰 문제다. 몸속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기에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진다. 훈련이 끝난 뒤 박태하 코치는 “확실히 선수들의 힘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누구보다 경기장에 있는 선수들이 가장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비수 강민수(수원)는 “처음에는 몰랐는데 30분쯤 지나니 땀이 많이 흐르고 평소보다 숨이 많이 찼다”고 전했다. 고지에선 기압이 낮기 때문에 공의 속도도 빨라진다. 골키퍼 이운재(수원)는 “공이 생각보다 빨라 슈팅을 막는 데 타이밍이 조금씩 늦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 고지 적응 최소 3주 필요 하지만 이번 훈련은 엄밀히 말하면 고지 적응이라기보다는 경험에 가깝다. 성봉주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인체가 고지에 완전히 적응하기 위해선 최소 3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세 번 이상 훈련과 휴식을 반복해야 몸이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스텐버그의 고도(1250m)가 고지훈련의 효과를 얻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동성 스포츠연구소 소장은 “1600m 이상은 돼야 몸이 고지를 극복할 내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 전지훈련에서 고지 훈련의 효과를 전혀 찾을 수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일단 고지를 경험하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이 본선에 맞춰 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허 감독은 “고지에 최적화된 체력은 코칭스태프가 만들어줄 수 없다. 우리는 단지 선수들에게 준비를 위한 정보와 경험을 제공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자신감도 줄 수 있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은 2004년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해발 1200m의 이란 방문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당시 대표팀은 경기에 앞서 중국 쿤밍(해발 1885m)에서 1주일간 고지 적응 훈련을 했다. 김 감독은 “사실 선수들이 고지대에 적응하기엔 훈련 기간이 너무 짧았다. 하지만 자신감은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쿤밍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보고 승리를 확신했다”고 말했다.루스텐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공이 빠르잖아. 집중해." 5일(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 인근의 올림피아파크 스타디움. 훈련을 시작한 지 40분가량 지나자 선수들의 호흡이 가빠졌다. 일부 선수들은 예상보다 빠른 공의 속도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 빨리 뛰어." 허정무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허 감독은 훈련 내내 선수들에게 한 박자 빨리 뛰라고 주문했다. 태극전사들이 2010년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에 첫 발을 디뎠다. '약속의 땅'에 입성한 이들이 감격을 누릴 겨를도 없이 직행한 곳은 훈련장. 도착 첫 날부터 강도 높은 현지 적응 훈련이 시작됐다. ●고지 적응이 관건 이번 전지훈련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고지 적응이다. 한국은 해발 1753m에 이르는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에서 아르헨티나와 B조 2차전을 치른다. 해발 1250m의 루스텐버그에 훈련 캠프를 차린 건 이에 대한 대비책. 허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의 핵심은 선수들이 고지를 느끼게 하고, 고지에 강한 선수를 가리는 데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지에서는 체력 저하가 가장 문제다. 몸속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기에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진다. 훈련이 끝난 뒤 박태하 코치는 "확실히 선수들의 힘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누구보다 경기장에 있는 선수들이 가장 크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비수 강민수(수원)는 "처음에는 몰랐는데 30분 쯤 지난 뒤부터 땀이 많이 흐르고 평소보다 숨이 많이 찼다"고 전했다. 고지에선 기압이 낮기 때문에 공의 속도도 빨라진다. 골키퍼 이운재(수원)는 "공의 생각보다 빨라 슈팅을 막는데 타이밍이 조금씩 늦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자신감 획득이 주 목적 하지만 이번 훈련은 엄밀히 말하면 고지 적응이기보다는 경험에 가깝다. 성봉주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인체가 고지에 완전히 적응하기 위해선 최소 3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세 번 이상 훈련과 휴식을 반복해야 몸이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스텐버그의 고도(1250m)가 고지 훈련의 효과를 얻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동성 스포츠 연구소 소장은 "1600m 이상은 돼야 몸이 고지를 극복할 수 있는 내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 전지훈련에서 고지 훈련의 효과를 전혀 찾을 수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일단 고지를 경험하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이 본선에 맞춰 대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허 감독은 "고지에 최적화된 체력은 코칭스태프가 만들어줄 수 없다. 우리는 단지 선수들에게 준비를 위한 정보와 경험을 제공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자신감도 줄 수 있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은 2004년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해발 1200m의 이란 방문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당시 대표팀은 경기에 앞서 중국 쿤밍(해발 1885m)에서 1주일간 고지 적응 훈련을 했다. 김 감독은 "사실 선수들이 고지대에 적응하기엔 훈련 기간이 너무 짧았다. 하지만 자신감은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쿤밍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보고 승리를 확신했다"고 말했다.루스텐버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010년은 스포츠의 해다. 2월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 등 굵직한 대회가 이어진다. 스포츠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도 눈길을 끈다. 올해 달라지는 건 어떤 게 있을까.》■수영국제수영연맹(FINA)은 2008년 전신 수영복을 허용했다. 폴리우레탄 재질의 최첨단 수영복을 착용한 선수들은 세계신기록을 무더기로 쏟아내며 과학의 힘을 증명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전신 수영복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FINA는 1월부터 첨단 수영복 착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남자 선수는 무릎 위에서 허리까지, 여자 선수는 무릎 위에서 어깨까지만 가릴 수 있는, 직물 재료를 사용한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 강한 압력으로 몸을 조여 주는 첨단 수영복은 체격이 큰 서양 선수들에게 유리했다. 반신 수영복을 입던 ‘마린보이’ 박태환에겐 희소식이다.■양궁 세트제가 도입된다. 4월 1일부터 국제양궁연맹(FITA)이 주관하는 모든 국제 대회는 누적 점수가 아닌 세트 득실로 승부를 가린다. 세트제에선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을 얻고 지면 득점을 얻지 못한다. 점수제에 비해 초반 실수를 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더 많다. 안정적인 경기력이 최대 강점인 한국이 변화된 규정 안에서도 세계 최고의 명성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농구 10월 1일부터 국제대회에서는 3점슛 거리가 늘어난다. 반면 3초 제한 구역인 페인트존은 사다리꼴에서 직사각형이 되면서 줄어든다. 페인트존 안에 있는 반원은 노차징 구역으로 설정된다. 공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육상 지난해까지 유럽 6개 도시에서만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골든 리그가 올해부터 아시아와 미국을 포함한 14개 도시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 리그가 된다.■골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올해 모든 프로 대회에서 클럽의 스핀 양을 좌우하는 그루브 형태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그루브는 골프 클럽 헤드페이스에 가로로 나 있는 홈. 스핀의 양을 줄여 장비 기술로 희석됐던 기량의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연속 경기가 폐지된다. 자유계약선수(FA)의 다년 계약도 가능해진다.■대학스포츠 대학축구 U리그가 올해부터 전국 리그로 확대된다. 대학농구에선 대학농구연맹이 주최하는 전국 대회가 없어지고 리그제가 이를 대신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항상 마음속으로 다짐했죠. 계속 앞으로 나가면 빛이 보일 거라고….” ‘코트의 신사’로 불리며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에 필적하는 실력을 갖춘 남자가 있었다. 팬들은 그의 잘생긴 외모와 세련된 매너, 훌륭한 성품에 열광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조든의 후계자가 그의 몫이란 걸. 그랜트 힐(38·피닉스 선스) 얘기다. 동아일보는 e메일로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스타 가운데 하나인 힐을 만났다.○신이 질투한 사나이 몇 년 전 미국의 한 언론은 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은 그에게 모든 걸 허락했다. 단 하나, 허약한 몸을 제외하곤….” 힐은 대학 시절부터 최고 스타였다. 듀크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며 주요 상을 휩쓸었다. NBA에 입성해서도 마찬가지. 폭발적인 운동 능력과 창의적인 플레이, 리더십까지 겸비한 그는 데뷔 시즌(1994∼1995시즌) 디트로이트 피스턴스에서 경기당 평균 19.9득점, 5어시스트, 6.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피스턴스에서 보낸 6시즌 동안 그는 실력과 인기 면에서 모두 최고였다. 올스타 투표에선 조든을 제치고 2년 연속 최다 투표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랜도 매직으로 이적한 2000년 비극이 시작됐다. 발목, 무릎, 정강이, 손목 등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매직에서 보낸 6시즌 동안 그가 코트에 나선 건 200경기. “몸이 아픈 것보다 농구화를 신을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죠. 하지만 한 번도 농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힐은 이후 네 번의 큰 수술을 받았다. 수술대에 오를 때마다 언론에선 ‘힐이 은퇴할 것’이란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묵묵히 재활에 전념했다.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자선활동은 이전보다 더 많이 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서 봉사의 소중함을 배웠어요. 저도 아팠지만 더 아픈 사람이 많다는 걸 알기에 그 끈을 놓지 않았고, 놓을 생각도 없습니다.”○농구화 신을 수 있어 행복 그리고 마침내 그가 돌아왔다. 2007년 선스로 이적한 그는 다시 시즌 대부분을 소화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그에게 최근 몸 상태를 묻자 “아주 좋다”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할 만큼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나이와 크고 작은 수술의 흔적은 그에게서 예전 같은 폭발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 역시 “복귀 후 한동안은 ‘이제 코트를 지배하는 선수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그는 행복하다. “코트 밖에 있으면서 농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았어요. 경험과 승리에 대한 배고픔은 젊은 선수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선물입니다.” ‘돌아온 귀공자’를 언제까지 코트에서 볼 수 있을까. 그는 웃으며 말했다. “신인 시절 당시 34세의 조 듀마스(46·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피스턴스 출신 선수)에게 물었어요, ‘왜 지금까지 농구를 하느냐’고. ‘난 그 나이까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야죠. 농구에 도움이 된다면 다른 삶을 포기할 자신도 있어요. 전 여전히 농구화 끈을 묶는 게 행복하고 싸울 준비가 돼 있습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그랜트 힐은?:△팀=피닉스 선스 △생년월일=1972년 10월 5일 △체격=203cm, 102kg △포지션=스몰포워드 △별명=코트의 신사, 귀공자, 유리발목 △올 시즌 연봉=300만 달러(약 35억 원) △NBA 데뷔=199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 디트로이트 피스턴스 지명 △올 시즌 성적=평균 11.3득점 5.5리바운드 2.2어시스트 △통산 성적=평균 18.2득점 6.5리바운드 4.6어시스트}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42)이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리의 사령탑이 됐다. 알 아흘리는 26일 구단 홈페이지에서 “파리아스 감독과 1년 6개월 계약을 했다. 내년 1월부터 팀을 이끌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파리아스 감독의 이적 핵심은 역시 돈인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에 따르면 알 아흘리가 그에게 제시한 연봉은 250만 달러(약 29억 원). 6월 포항과 2년 재계약을 할 때 합의한 연봉 40만 달러의 6배가 넘는다. 알 아흘리는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 40만 달러도 지불할 걸로 알려졌다. 동기 부족도 이적 이유로 꼽힌다. 파리아스 감독은 K리그에서 이룰 건 다 이뤘다. ‘파리아스 매직’은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제 잘해봐야 본전이다. 딸 하이샤(15)와 아들 이고르(7)의 교육 문제가 마음에 걸렸을 수도 있다. 포항엔 국제학교가 없다. 포항 감독이기에 앞서 프로인 그가 돈이나 명분을 이유로 더 나은 조건을 쫓을 권리를 탓할 순 없다. 그러나 여전히 뒷맛은 개운치 않다. 파리아스 감독은 포항과 재계약할 당시 “2년 동안 포항만 생각하겠다”고 약속했다.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는 신의와 도덕성을 망각했다는 지적이다. 이별 과정도 찝찝했다. 이달 중순 사우디 이적설이 나왔을 때 그는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그러더니 며칠 뒤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1년 동안 쉬고 싶다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 최종 행선지가 사우디로 확인됐다. 포항 구단과 팬은 뒤통수를 맞았다. 구단 관계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잔칫집이 초상집이 됐죠. 준비할 시간이라도 줬으면 서로 축복해줄 수 있었을 텐데….”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의 이청용(21·사진)이 여전히 맹위를 떨쳤지만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쌓는 데는 실패했다. 이청용은 27일 번리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출전해 72분 동안 경기장을 누볐다. 최근 맨체스터 시티 및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각각 도움과 시즌 3호 골을 뽑으며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이청용은 이날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해 공격을 이끌었다. 상대 측면을 돌파하는 공격 첨병 역할을 담당한 그는 프리킥을 전담하는 등 팀 내에서의 확고한 입지를 자랑했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이청용에게 “마법을 꿈꿨지만 힘이 모자랐다”라는 평가와 함께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평점 7점을 줬다. 하위권 탈출을 노리는 볼턴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번리를 맞아 전반 28분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10분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MVP 김∼영∼옥∼.”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35세의 ‘총알 낭자’ 김영옥(국민은행)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어 선후배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감격을 나눴다.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아직 후배들에게 질 수 없죠.” 김영옥은 25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30점을 쏟아 부으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004년에도 MVP에 뽑혔던 그는 여자프로농구에서 처음으로 두 번 올스타전 MVP가 됐다. 그는 “처음 MVP가 됐을 땐 잘나가던 때였는데 고참이 돼 상을 받으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미소 지었다. 1998년 실업 무대에 데뷔한 김영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를 했을 정도로 빠른 스피드가 무기. 그 덕분에 ‘총알’이란 별명을 얻었다. 승부욕도 강했다. 졌을 땐 밤늦게까지 남아 수백 개씩 슈팅 연습을 했다. 고참인 지금도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스피드와 정확한 외곽포로 단신(168cm)의 약점을 극복했지만 위기도 있었다. 2004년 소속팀 현대건설이 신한은행으로 인수되면서 우리은행으로 트레이드됐을 땐 농구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를 악물고 훈련에 매진했다. 결국 2005년 우리은행을 정규리그 1위에 올리고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이끌었다. 그해 그는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휩쓸었다. 이날 경기에선 1970년대에 태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여유만만 팀 언니들이 질풍가도 팀(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선수들)을 100-90으로 이겼다. 여유만만에선 김영옥 외에도 김계령(우리은행·23득점 8리바운드), 변연하(국민은행·17득점 6리바운드) 등이 공격에 앞장섰다. 질풍가도에선 김정은(신세계·20득점)이 활약했다. 3점슛 대결에선 박정은(삼성생명)이, 드리블과 자유투 등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스킬스 챌린지에선 이은혜(우리은행)가 우승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006년 6월 24일 독일 하노버의 니더작센 슈타디온. 전반 23분 스위스의 장신 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가 헤딩으로 날린 볼은 한국 골문 모서리에 꽂혔다. 이걸로 끝이었다. 앞서 토고전에서의 통쾌한 역전승과 프랑스전에서의 극적인 동점골은 이 한 방으로 빛이 바랬다. 의외의 타이밍에 골을 허용했기에 이후 공격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결국 후반에 추가 골까지 허용해 0-2로 패한 한국은 16강 문턱에서 주저앉았다.》아르헨메시 3면방어… 압박수비가 열쇠나이지리아쉽게 흥분… 거칠게 다뤄야 승산그리스장신 많지만 헤딩서 밀리면 안돼○ 큰 대회일수록 수비가 열쇠 1954년 처음으로 밟은 월드컵 본선 무대. 한국은 2경기에서 16골을 헌납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과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선 3경기에서 4골을 뽑으며 선전했지만 각각 7골, 5골을 내주며 16강 꿈이 좌절됐다. 반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눈부신 수비가 빛을 발했다. 8강까지 5경기에서 2골만 내주며 ‘4강 신화’를 썼다.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의 열쇠도 결국 수비란 얘기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 역시 “큰 대회일수록 수비가 탄탄한 팀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대표팀 수비수들은 월드컵 본선 수비 대책을 어떻게 세워 놓았을까. 최근 발표된 35명의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수비수 7명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 메시엔 협력수비, 아르헨 압박수비 대표팀 수비수들은 ‘마라도나의 재림’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꼽았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그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본 최효진(포항)은 “메시는 활동량이 많고 순간 움직임이 좋다. 공을 안정적으로 잡은 상태에서 스피드가 붙으면 따라잡기 힘들다”며 경계했다. ‘메시 봉쇄법’은 없을까. 조용형(제주)은 메시가 볼을 잡으면 3명이 달라붙어야 한다고 했다. 메시는 측면에서 안쪽으로 자주 파고들기에 중앙 미드필더들의 협력 수비도 필수다. 강민수(수원)는 “메시의 첫 볼 터치만 보고도 어느 쪽으로 드리블할지 예측할 수 있을 만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철순(전북)은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우리 수비수들이 공격 가담을 늘려 메시가 공격에 전념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이 즐비한 아르헨티나에 대비해선 강한 압박이 열쇠였다. 체력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해 아르헨티나 특유의 빠른 공격 리듬을 끊어야 한다는 것. 이규로(전남)는 “아르헨티나엔 후방 침투가 좋은 선수들이 넘친다. 공을 잡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엔 터프하게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상대할 땐 거친 플레이가 특효약이다. 김형일(포항)은 “아프리카 선수들은 힘이 좋은 데다 스피드와 유연성까지 갖췄다”며 “얌전하게 두면 브라질 못지않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가 안 풀릴 땐 쉽게 흥분하고 조직력이 떨어지는 약점도 지적됐다. 초반부터 과감하게 몸싸움을 하면서 상대를 거칠게 다루면 승산이 있다는 것. 최철순은 “순간순간 맥을 끊어주며 성가시게 하면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제 풀에 꺾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의 본선 첫 상대인 그리스의 강점으로는 ‘조직력과 빠른 역습’이 꼽혔다. 이재성(수원)은 “지난 월드컵에서 그리스와 비슷한 스타일의 스위스에 당했다”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키가 큰 그리스 선수들과 악착같이 헤딩 경합을 펼치고 헤딩 후 흐른 볼의 움직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006년 6월 24일 독일 하노버의 니더작센 슈타디온. 전반 23분 스위스의 장신 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가 헤딩으로 날린 볼은 한국 골문 모서리에 꽂혔다. 이걸로 끝이었다. 앞서 토고 전에서의 통쾌한 역전승과 프랑스 전에서의 극적인 동점골은 이 한 방으로 빛이 바랬다. 의외의 타이밍에 골을 허용했기에 이후 공격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결국 후반에 추가 골까지 허용해 0-2로 패한 한국은 16강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16강? 수비에게 물어봐 1954년 처음으로 밟은 월드컵 본선 무대. 한국은 2경기에서 16골을 헌납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과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선 3경기에서 4골을 뽑으며 선전했지만 각각 7골, 5골을 내주며 16강 꿈이 좌절됐다. 반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눈부신 수비가 빛을 발했다. 8강까지 5경기에서 2골만 내주며 '4강 신화'를 썼다.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의 열쇠도 결국 수비란 얘기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 역시 "큰 대회일수록 수비가 탄탄한 팀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대표팀 수비수들은 월드컵 본선 수비 대책을 어떻게 세워 놓았을까. 최근 발표된 35명의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수비수 7명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메시엔 협력수비, 아르헨티나엔 압박수비 대표팀 수비수들은 '마라도나의 재림'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꼽았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그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본 최효진(포항)은 "메시는 활동량이 많고 순간 움직임이 좋다. 공을 안정적으로 잡은 상태에서 스피드가 붙으면 따라잡기 힘들다"고 경계했다. '메시 봉쇄법'은 없을까. 조용형(제주)은 메시가 볼을 잡으면 3명이 달라붙어야 한다고 했다. 메시는 측면에서 안쪽으로 자주 파고들기에 중앙 미드필더들의 협력 수비도 필수다. 강민수(수원)는 "메시의 첫 볼 터치만 보고도 어느 쪽으로 드리블할지 예측할 수 있을 만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철순(전북)은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우리 수비수들이 공격 가담을 늘려 메시가 공격에 전념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이 즐비한 아르헨티나에 대비해선 강한 압박이 열쇠였다. 체력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해 아르헨티나 특유의 빠른 공격 리듬을 끊어야 한다는 것. 이규로(전남)는 "아르헨티나엔 후방 침투가 좋은 선수들이 넘친다. 공을 잡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나이지리아엔 터프하게, 그리스엔 집중력 있게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상대로는 거친 플레이가 특효약이다. 김형일(포항)은 "아프리카 선수들은 힘이 좋은 데다 스피드와 유연성까지 갖췄다"며 "얌전하게 두면 브라질 못지않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가 안 풀릴 땐 쉽게 흥분하고 조직력이 떨어지는 약점도 지적됐다. 초반부터 과감하게 몸싸움을 하면서 상대를 거칠게 다루면 승산이 있다는 것. 최철순은 "순간순간 맥을 끊어주며 성가시게 하면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제 풀에 꺾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의 본선 첫 상대인 그리스의 강점으로는 '조직력과 빠른 역습'이 꼽혔다. 이재성(수원)은 "지난 월드컵에서 그리스와 비슷한 스타일의 스위스에 당했다"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키가 큰 그리스 선수들과 악착같이 헤딩 경합을 펼치고 헤딩 후 흐른 볼의 움직임을 놓쳐선 안된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해 12월 초 서울월드컵경기장. 한 남자가 긴장한 표정으로 K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지켜봤다. 관중석에 있는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 무대에서 내가 해낼 수 있을까.’ 22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불과 1년 만에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깔끔하게 머리를 손질하고 정장을 차려 입은 그는 주인공이 됐다. 시상식장을 찾은 모든 사람이 아낌없는 박수로 그에게 축하를 보냈다. 트로피를 든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속에 꿈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꿈꾸는 남자’ 김영후(26·강원 FC)가 꿈을 이뤘다. 김영후는 기자단 투표 결과 전체 110표 가운데 71표를 얻어 일생에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다. 올 시즌 13골 8도움을 수확한 김영후는 라이벌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병수(14골 4도움)를 제쳤다. 내셔널리그에서 ‘괴물’로 불린 그를 프로에 데뷔시킨 강원 최순호 감독은 시상식장에서 눈시울을 붉혀 제자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베스트 11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포항 스틸러스에서 5명(신화용 데닐손 최효진 김형일 황재원), 정규리그 우승팀 전북 현대에서 4명(이동국 김상식 최태욱 에닝요)이 나왔다. 성남 일화의 준우승을 이끈 김정우(광주 상무)와 FC 서울에서 뛴 기성용(셀틱)이 11명에 포함됐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감독상을 차지했고, 특별상은 김영광(울산 현대)과 김병지(경남 FC)에게 돌아갔다. 전북은 올해의 베스트팀이 됐고 포항은 공로상, 신생팀 강원은 페어플레이상을 안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농구인생’ 3번 울었다는데… 부모님이 농구 반대 좌절中2 때 키 안 커서 방황대학 땐 부상으로 ‘펑펑’221cm의 하승진(KCC)이 코앞에 있어도 그의 플레이엔 거침이 없다. 큰 눈을 껌뻑거리며 골밑을 파고든 뒤 침착하게 훅 슛을 날린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표정 변화조차 없는 이 남자. 경기가 끝난 뒤엔 무표정하게 한마디한다.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군 입대를 앞둔 그는 두렵단다. 좋아하는 콜라를 마음껏 마실 수 없어서.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비행기를 많이 탈 것 같아서요.” 팀 선배 양동근은 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지훈이의 매력을 몰라요. 좀 지나면 알게 되죠. 벗기면 벗길수록 매력 넘치는 ‘양파’ 같은 남자란 걸….” 코트 안에선 투쟁심이 넘치지만 밖에선 아이 같은 천진함을 지닌 남자. 프로농구 모비스의 ‘매력남’ 함지훈(사진)을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3번 울다 프로 3년차인 함지훈의 올 시즌은 말 그대로 ‘베스트’다. 22일 현재 귀화선수를 제외한 순수 국내 선수 가운데 평균 득점(15.8점) 3위, 리바운드(7.2개) 2위다. 전체 선수 중 평균 출장시간은 1위(36분 42초).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프로농구 올스타 중간투표 결과 용병들을 제치고 ‘드림팀’ 센터 부문 1위에 올랐다. 함지훈은 “올스타로 뽑히면 가문의 영광”이라면서도 “화려한 기술이 없다 보니 보여줄 게 없어 걱정”이라며 웃었다. 프로 무대에 ‘연착륙’했지만 그에게도 농구가 항상 쉬웠던 건 아니다. 그는 “‘농구 선수 함지훈’은 3번 울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농구를 시작한 시점. 초등학교 3학년 때 ‘비행기가 타고 싶어’ 농구를 시작한 그는 곧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농구 선수 출신 부모님이 “자식이 힘든 길로 가는 걸 볼 수 없다”며 반대했다. 이때부터 울면서 부모님을 설득했다. 공부도 안 하고 운동만 한 끝에 2년 뒤 허락을 받았다. 두 번째는 중학교 2학년 때다. 감독은 당시 키가 작고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그에게 “농구를 그만두라”고 충고했다. 그는 “농구 선수만 되면 화려한 인생이 펼쳐질 걸로 기대했기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말했다. 연습에도 불참하는 등 잠시 방황했지만 이내 농구화 끈을 고쳐 맸다. 훈련에 매진한 그를 보고 하늘이 감동했을까. 고등학생이 되자 1년 만에 20cm 넘게 키가 컸다. 마지막은 대학생 시절이다.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한 그에게 부상이란 암초가 찾아왔다. 발등, 허리, 손목 등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아픈 것도 힘들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남몰래 많이 울었죠.” ○ 유재학과 함지훈 20일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모처럼 외박을 받은 선수들을 보내면서 한마디했다. “잘 다녀와라.” 이 말에 선수단은 난리가 났다. 좀처럼 속내를 보이지 않는 감독님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어 감격스럽다는 게 그 이유. 함지훈에게도 ‘포커페이스’ 유 감독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그는 “감독님을 만난 게 내 인생 가장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끼리 감독님은 ‘천재’란 말을 자주 해요. 작전타임 때 지시대로 따르기만 하면 성공하니까요. 벤치에 계신 것만으로 든든한 감독을 둔 선수는 ‘행운아’ 아닐까요.” 지금 그에게 농구는 어떤 의미일까. 특유의 무표정으로 잠시 생각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비상구’ 아닐까요. 한땐 도망치고 싶었지만 지금은 내 모든 걸 걸 수 있는 통로가 되는….”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010년 6월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한국의 거친 압박에 그리스 수비진에 균열이 생겼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다 낮고 예리한 크로스를 올렸다. 순간 ‘축구 천재’ 박주영(AS 모나코)의 발끝이 번쩍였다.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때린 오른발 발리슛이 그대로 그리스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그는 특유의 기도 세리머니로 결승골을 자축했다. 한국은 이 골에 힘입어 월드컵 16강에 성큼 다가섰다.》 ○ 환상적인 골…최고 평점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상상이다. 그런데 이 상상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프랑스 프로축구 AS 모나코의 박주영이 21일 올랭피크 리옹과의 홈경기에서 시즌 5호골(2도움)을 터뜨렸다. 17일 스타드 렌과의 경기에 이은 연속 골. 대표팀 후배 이청용이 최근 2경기 연속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는 등 활약 중에 나온 소식이라 더 반갑다. 프랑스 현지 언론은 박주영의 플레이를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반 35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넘어온 공을 지미 트라오네가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했다. 이 공을 세바스티앙 푸이그레니가 헤딩으로 떨어뜨렸고 박주영은 지체 없이 오른발 논스톱 발리슛을 날렸다. 발등에 정확히 맞은 공은 골망 왼쪽 구석에 꽂혔다. 전반 22분 프리킥 선제골을 허용한 모나코는 박주영의 동점골에 힘입어 강호 리옹과 1-1로 비겼다.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해 풀타임을 뛴 박주영은 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로부터 양팀 최고인 평점 7점을 받았다. 일간지 레퀴프 역시 최고 평점(6점)을 주며 그를 MVP로 선정했다. ○ 스트라이커 활약에 허정무도 방긋 프랑스에서 날아온 희소식에 허정무호의 발걸음도 한결 가볍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수비를 아무리 잘해도 골이 터지지 않으면 16강에 갈 수 없다”며 “박주영이 좋은 컨디션으로 골감각을 끌어올려 반갑다”고 말했다. KBS 한준희 해설위원은 “박주영이 자신감을 찾았다”고 했다. 최근 몇 경기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며 새로운 리그에 대한 부담감을 쉽게 떨쳤다는 것.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와 동료 선수들과의 돈독한 관계도 자신감을 끌어올린 비결로 꼽았다. SBS 신연호 해설위원은 “스피드와 기술이 뛰어난 박주영이 체력훈련에 중점을 두며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며 “이제 유럽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오리온스전 104득점 완승프로농구 모비스의 홈구장인 울산 동천체육관 홈팀 라커룸의 벽엔 두 단어가 크게 적혀 있다. ‘Rebound(리바운드)’와 ‘Defence(수비).’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지시로 붙여 놨다는 이 단어는 정규리그 1위의 힘이 압축돼 있다. 모비스는 평균 신장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리바운드에서 다른 팀에 밀리지 않는다. 기계 같은 조직력과 경기 내내 이어지는 끈끈한 수비에 상대팀은 기가 꺾인다. 가드 김효범은 “감독님은 훈련 때 슈팅에 실패하면 박스를 쳐주며 격려하지만 수비를 게을리 하면 바로 불호령을 내린다”며 웃었다. 모비스는 18일 울산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수비의 힘’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유 감독은 2쿼터 중반 선수들에게 “수비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다그쳤다. 이때부터 모비스 선수들은 몸을 날리며 수비를 강화했다. 이에 당황한 오리온스는 실책을 남발했다. 결국 모비스는 104-85로 이겼다. 함지훈(27득점), 브라이언 던스톤(22득점), 양동근(16득점 4가로채기)의 맹활약이 돋보였다. 이날 승리로 모비스(19승 7패)는 2위 KT와의 승차를 1경기로 벌렸다. 오리온스는 5연패에 빠지며 18패(7승)째를 당했다. 원주에선 동부가 삼성에 82-76으로 이겼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튼튼한 하체-스피드가 곧 경쟁력”■ 살아 있는 전설 앨런14시즌 평균 20.7득점 “비시즌에도 자기훈련 철저”■ 전설 꿈꾸는 엘리스점프 슛-볼 핸들링 탁월 “공격만큼 악착 수비 중요”한 명은 대학 시절 ‘승리를 부르는 남자’였다.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득점 머신’으로 불렸다. 코네티컷대는 그의 등 번호(34번)를 영구 결번시키며 경의를 표했다. 1996년 미국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그는 여러 구단의 뜨거운 관심 속에 1라운드 5순위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 지명됐다. 다른 한 명은 고교 시절 ‘쓸 만한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무릎 부상 경력이 발목을 잡았다. 기복 있는 플레이도 약점으로 꼽혔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 고졸 출신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한 그는 구단들의 외면 속에 2라운드 40순위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레이 앨런(34·보스턴 셀틱스)과 몬타 엘리스(24·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비록 프로 데뷔 때 평가는 달랐지만 둘은 현재 최고의 슈팅가드로 활약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10년의 나이 차가 나는 이들 신구 슈팅가드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슈팅가드 vs 슈팅가드 앨런은 1996년 프로 무대를 밟은 뒤 14시즌째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통산 평균 득점은 20.7점. 최근엔 역대 32번째로 통산 2만 득점 고지를 밟아 ‘살아 있는 전설’ 반열에 올랐다. 3점슛 2338개를 성공시킨 앨런은 162개만 추가하면 은퇴한 레지 밀러에 이어 3점슛 2500개를 돌파한 두 번째 선수가 된다. 그는 이런 꾸준함의 비결로 철저한 몸 관리를 들었다. “시즌이 아닐 때도 치밀한 계획표에 맞춰 트레이닝을 하루도 쉬지 않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해 나이를 먹었고 유니폼도 바뀌었지만 생활 방식만큼은 그대로죠.” 엘리스는 데뷔 시즌에 경기당 평균 6.8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이듬해 평균 16.5점을 기록해 기량발전상(MIP)을 거머쥐었다. 그의 재능과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구단은 지난해 6년 장기계약을 하며 6600만 달러의 거액을 그에게 안겼다. 지난 시즌엔 발목 부상 등으로 25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지만 올 시즌은 평균 24득점, 5어시스트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그에게 개인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팀의 리더나 키 플레이어가 되는 건 팀 성적이 좋을 때나 생각해볼 얘기죠.”○ 균형 있는 자세와 스피드는 필수 앨런과 엘리스는 여러모로 닮았다. 엘리스의 정확한 점프 슛과 발군의 볼 핸들링, 타고난 농구 센스는 앨런을 빼다 박았다. 조용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팀을 리드하는 부분도 공통분모. 둘 다 뛰어난 공격수지만 수비에도 일가견이 있다. 앨런은 “수비에 약점을 보이면 코트에 설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엘리스도 “내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부분은 수비 상황에서의 악착같은 근성”이라고 강조했다. 우승 후보 0순위인 보스턴의 앨런이 꼽은 라이벌 팀은 어디일까. 그는 ‘킹’ 르브론 제임스에 샤킬 오닐이 가세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슈퍼맨’ 드와이트 하워드에 빈스 카터란 날개를 단 올랜도 매직을 꼽았다. A급 가드 반열에 오른 엘리스는 크리스 폴(뉴올리언스 호니츠)과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를 리그 최고 가드로 꼽았다. 폴의 넓은 시야와 브라이언트의 득점력 및 패스를 보면 감탄사가 나온다고 했다. 앨런은 미국프로농구 무대를 꿈꾸는 한국 선수들에게 슛 자세와 관련한 몇 가지 조언을 건넸다. ‘슛을 한 뒤 살짝 앞쪽에 착지하라. 발가락은 항상 골대를 향하라. 팔꿈치는 언제나 안으로 향하라. 슈팅한 뒤 정확한 폴로스루(마무리 동작)를 하라.’ 그는 “균형 잡힌 자세는 단단한 하체에서 나온다”며 하체 단련을 특히 강조했다. 엘리스는 ‘스피드’를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큰 무대에서 주전으로 뛰려면 모든 항목에서 A를 받는 것보다 자기만의 A+가 한 가지 있는 게 낫죠. 젊은 선수들에겐 스피드야말로 최고의 경쟁력입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후반 11분 그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후반 27분엔 머리를 감싸 쥐며 분노했다. 후반 32분엔 허탈한 표정으로 심판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세계무대를 노크했던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의 포항 스틸러스가 3명이 퇴장당하는 불운 속에 남미의 벽을 넘지 못했다. 포항은 16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에스투디안테스(아르헨티나)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준결승에서 1-2로 졌다. 심판 판정이 포항의 발목을 잡았다. 전반 추가 시간에 레안드로 베니테스에게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내준 포항은 후반 7분 베니테스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포항은 후반 11분 황재원이 퇴장당했지만 26분 데닐손이 만회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상승세는 1분 만에 꺾였다. 심판이 김재성을 경고 누적으로 퇴장시킨 것. 이어 후반 32분 페널티 지역을 벗어나 상대와 볼을 다투던 골키퍼 신화용마저 레드카드를 받았다. 포항은 데닐손에게 골키퍼를 맡기는 고육지책을 써가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8명으로 전세를 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파리아스 감독은 “대회를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러운 경기”라며 “심판의 편파 판정이 난무했다”고 비판했다. 포항은 바르셀로나(스페인)-아틀란테(멕시코)의 경기에서 진 팀과 19일 3, 4위전을 치른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프로농구 전자랜드 선수들의 프로필을 보면 ‘골리앗’ 서장훈(35)을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꼽은 선수가 많다. 훈련 때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코트에선 언제나 꾸준히 자기 몫을 해준다는 게 그 이유. 전자랜드 가드 정영삼은 “장훈이 형이 간혹 심판 판정 등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도 있지만 강한 승부욕 때문”이라며 “프로 선수라면 그 정도 승부욕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1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서장훈은 SK와의 방문경기에서 왜 그가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지 잘 보여 줬다. 전자랜드는 1쿼터 5개의 2점슛을 모두 림에 꽂은 서장훈을 앞세워 18-11로 앞섰다. 2쿼터엔 서장훈이 벤치에 앉아 있는 사이 추격을 허용했다. SK는 방성윤(23득점)이 2쿼터에만 12점을 넣으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승부처는 4쿼터 중반. 역시 서장훈이었다. 65-62로 전자랜드가 앞선 상황에서 서장훈은 2점슛과 3점슛을 연달아 꽂아 넣으며 70-62로 점수 차를 벌렸다. 그러나 벼랑 끝에 몰린 SK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SK는 경기 막판 주희정의 3점포와 김민수의 자유투를 발판으로 종료 14초를 남기고 1점 차까지 추격했다. 이후 SK는 방성윤이 종료 종료 2.3초를 남기고 골밑 돌파로 71-71, 동점까지 만들었다. 경기가 이대로 연장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 순간 정영삼이 하프라인을 통과하며 슛을 날렸다. 이 슛은 그대로 림을 통과했다. 정영삼의 버저비터로 승리를 챙긴 전자랜드 선수들은 코트로 나와 환호했고, SK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망연자실했다. 서장훈은 이날도 13개의 슛 가운데 12개를 성공시키며 25점을 올렸다. 전자랜드는 2연승을 기록한 반면 SK는 최근 13경기에서 1승만을 올리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대구에선 KCC가 하승진(24득점 10리바운드)을 앞세워 오리온스를 80-65로 꺾고 방문경기 5연승을 달렸다. 오리온스는 4연패를 당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이 노르웨이를 꺾고 웃었지만 헝가리와 비겨 울상을 지었다. 여자핸드볼대표팀은 12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세계핸드볼선수권 2차 리그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28-27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국은 13일 동유럽의 강호 헝가리와 28-28로 비겼다. 헝가리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두 번 만나 모두 이겼던 팀. 전반을 11-17로 뒤진 한국은 후반에 전력을 재정비해 종료 20초 전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종료 직전 날린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와 승부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한국은 승점 5점(2승 1무 1패)으로 15일 루마니아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준결승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리(Lee)∼!”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리복 스타디움이 들썩거렸다. 그가 상대 선수와 부딪쳐 쓰러지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날의 압권은 후반 16분. 상대 공격 때 흘러나온 볼을 잡자 그는 거침없이 치고 달렸다. 30m 넘게 혼자 드리블하는 그를 아무도 쫓지 못했다. 상대 수비수의 반칙에 넘어져 득점 찬스가 무산됐지만 팬들의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경기가 끝난 뒤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것도 그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의 이청용(21)이 13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경기에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만점 활약을 했다. 2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한 그는 전반 11분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강하게 때린 슛이 상대 수비수 다리를 스치며 굴절되자 동료 이반 클라스니치가 골로 연결한 것. 이청용은 정규리그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과 맞붙을 아르헨티나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와 이청용의 맞대결로도 눈길을 끌었다. 이청용이 날카로운 패스와 위력적인 돌파가 돋보였다면 테베스는 경기 내내 강철 체력을 과시하며 상대 진영을 휘저었다. 테베스는 팀의 3골 가운데 2골을 책임졌다. 경기는 3-3으로 비겼지만 이청용은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경기 내내 위협적이었다”며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8점을 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28)은 애스턴 빌라와의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 18분까지 뛰었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맨유는 0-1로 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