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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남극해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른바 ‘조사용 포경’이 국제조약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조사 포경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31일 일본의 조사용 포경은 연구목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인정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를 ICJ를 통한 ‘법적 해결’을 하자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번 판결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제포경위원회는 1986년 멸종위기동물 보호를 위해 상업 포경을 금지했다. 하지만 고래고기를 식용으로 애용하는 일본은 연구 목적이라는 구실로 매년 약 1000마리의 고래를 잡아왔다. 호주는 2010년 “일본이 조사 포경을 명목으로 실질적인 상업 포경에 나서고 있다”며 ICJ에 제소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30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신바시(新橋) 역 인근 전자제품 매장. 궂은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4월 1일 소비세(부가가치세)가 현행 5%에서 8%로 오르기 전에 물건을 사려는 인파였다. “현금으로 사면 3만 엔(약 31만 원)이 더 싸집니다. 거기에 소비세가 오르기 전이니 지금 사시면 가장 싸게 살 수 있습니다.” 55만 엔짜리 대형 TV를 보고 있는 고객에게 종업원이 “지금이 절호의 찬스”라고 서너 차례 강조했다. 할인점에도 휴지 샴푸 등 일용품을 수개월 치 한꺼번에 사두려는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도쿄 다이토(臺東) 구에 있는 디스카운터숍 ‘다케야(多慶屋)’는 이달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늘었다. 종업원은 “손님들이 요즘처럼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가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세금이 오르는 데 대해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2중 가격’이 문제가 되고 있다. 도쿄∼-요코하마(橫濱) 전철은 현행 450엔에서 소비세 인상 뒤 464엔으로 오른다. 카드로 표를 구매하면 464엔이지만 자판기를 통해 표를 끊으면 1엔짜리가 없기 때문에 470엔을 내야 한다. 영어회화 학원이나 자동차운전면허 학원 등 각종 교습소도 수강료를 미리 납부해 세금 인상분을 피하려 하고 있다. 은퇴 뒤 연금으로 살아가는 노인들은 세금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회보장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997년 이후 17년 만에 소비세를 올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4월 1일부터 소비세 인상에 따른 정치적 부담과 ‘소비 절벽’을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우선 5조5000억 엔 규모의 재정지출과 추가 금융 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이들에 대한 면세조치 확대안도 검토 중이다. 소비세 인상 뒤인 2분기(4∼6월)는 경기가 꺾인다 치더라도 3분기(7∼9월)에는 반등시키겠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소비침체가 장기화하면 아베노믹스로 인한 호경기에 빨간불이 켜지고 장기집권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국제무대에서 상대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영토 및 역사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에 최고지도자까지 가세하면서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유럽 순방 중 독일 베를린을 찾은 시 주석은 28일(현지 시간) 쾨르버기금회 초청으로 실시한 공개강연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 전쟁으로 중국 군인과 민간인 3500여만 명이 죽거나 다치는 ‘인간 참극(慘劇)’이 벌어졌다”며 “일본은 특히 난징(南京)을 침입해 30여만 명을 학살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저질렀다”고 맹비난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국제무대에서 일본 과거사를 정면으로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은 즉각 발끈했다. 일본 외무성은 29일 주일 중국대사관 공사를 불러 항의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0일 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30만 명 이상이 학살됐다고 말했지만 (난징 학살 사망자) 숫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며 “중국 지도자가 제3국에서 (난징과 관련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의 난징 관련 발언은 아베 총리가 24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석상에서 ‘중국위협론’을 제기한 데 따른 맞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당시 “아시아에서 중국의 존재가 매우 큰데 중국이 최근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힘을 배경으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등 도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을 비난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이에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아베 총리가 망령되게 국제무대에서 남의 이목을 현혹하고 중국을 헐뜯지만 국제사회를 속일 수는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베이징=고기정 koh@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 등을 의제로 한 북한과 일본의 국장급 회담이 3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다. 양측은 첫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1년 4개월 만에 재개된 양국 정부간 공식 회담은 3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양측은 4시간 15분 동안 논의를 이어갔지만 공식 의제 도출에는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측 유성일 외무성 일본과장이 대사관 밖으로 나오며 “스트레스가 쌓여서 나왔다”고 말해 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 측 수석대표인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첫날 회담 종료 후 ‘납치 문제 등의 주제에 관해 논의가 가능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지하고 매우 솔직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에서 일본은 자국민 납북자 송환과 납치문제 재조사를 요구했고 북한은 일본이 실시 중인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항의했다면서 이에 관한 북한의 반응이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1년 4개월 만에 재개된 국장급 공식 협상에서 일본 측은 북한 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조건으로 납치 피해자 가족의 방북을 유골 수집에 한해 허용할 방침이라고 산케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일본은 그동안 북한 선전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납북 피해자 가족의 방북을 막아왔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은 일본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일본 정부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역에 들어선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테러리스트 기념관’으로 깎아내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9일 TV도쿄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만나 안 의사 기념관 건립을 평가한 데 대해 “(안중근 기념관은) 일본으로 이야기하자면 범죄자, 테러리스트 기념관”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어 “(한중 양국이)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정상회의 취지에서) 벗어난 회담을 했다”고 비난했다. 올해 1월 개관한 안 의사 기념관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중국 방문 당시 “표지석 설치에 협조해 달라”고 시 주석에게 요청하자 중국 정부가 하얼빈역 귀빈대기실을 개조해 만들었다. 시 주석은 이와 관련해 23일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때 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안 의사 기념관 건립을 직접 지시했다”면서 “시안 시의 광복군 주둔지 기념 표지석도 조만간 준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스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상식 이하의 언동으로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이어 “우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역사 인식이 과연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협의하는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독도 등 나머지 현안도 모두 다루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사진)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 문제를 포함해 여러 현안을 국장급 협의 의제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한일 간 여러 현안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모두 포함해 조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답변했다. 일본이 모든 의제를 테이블 위에 다 꺼내놓자고 하는 것은 논의의 초점이 위안부 문제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이 일정 부분 양보를 한다면 다른 사안에서 이익을 얻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장급 협의에 대해서는 이미 발표한 바와 같다. 더 추가할 내용은 없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협의하는 국장급 협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며 “터무니없다”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관계 해빙의 첫 실마리는 풀렸다. 미국의 강력한 압력이 지속되는 만큼 당분간 한일 양국은 협력 기조를 유지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4월 내내 한일관계를 또다시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악재들도 만만찮게 대기 중이다. 3국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한미일은 조만간 국방부 차관보급 한미일 안보토의(DTT)를 개최하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2008년 이후 5차례 열렸던 회의인 만큼 빠르면 4월 중에라도 개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도 곧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 차원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의를 위한 국장급 접촉이 곧 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협의는 2011년 위안부의 배상청구권을 챙기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온 뒤 한국 정부가 수차례 공식 요구해온 사안이다. 협의 자체를 거부해 왔던 일본이 이번에 국장급 접촉을 갖기로 한 것은 일단 진일보한 태도로 볼 수 있다. 다음 달 23일을 전후해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순차 방문한다. 이때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등 한일 양국을 아우르는 주제로 정상회담을 이끌면서 윤활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문제는 늘 그랬던 것처럼 일본발(發) 도발이다. 4월 초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4월 21일 야스쿠니신사 춘계대예제(일종의 제사), 4월 말 외교청서 발표 등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왜곡 일정들이 잇달아 있다. 일본 언론도 3국 정상회담 성사는 환영하면서도 한일관계의 미래는 밝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산케이신문은 26일 “한국 측 요구로 4월 중순 한일 국장급 협의는 열리게 됐지만 위안부 문제에 일본이 추가로 양보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신문은 네덜란드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인식과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에 대한 간격이 사라진 게 아니고 한일 정상이 얼굴을 대면한 것에 불과하다. 양국관계 회복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북한의 도발이라는 더 큰 악재가 한일관계의 냉랭한 분위기를 전환시킬 가능성이 있다. 도발이 강화될수록 한일 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북-일 당국접촉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외교 소식통은 “3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기로 한 북-일 접촉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적 회담이어서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담의 일본 측 수석대표인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도 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일 접촉의 성과가 6자회담 재개의 진전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박근혜 대통령님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박 대통령의 얼굴을 쳐다보며 한국말로 인사했다. 준비해 온 원고를 읽은 그의 발음은 알아듣는 데 별 무리가 없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총리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한일 정상회담을 희망했다. 이날 박 대통령을 공식적인 정상회의 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난 아베 총리가 한국어 인사말로 성의를 보인 것이다. 딱딱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표정은 아베 총리가 인사말을 하는 동안 굳어 있었다. 모두발언을 할 때도 아베 총리와 눈길 한 번 맞추지 않았다. 회담을 끝낸 뒤에야 긴장이 다소 누그러진 듯 한일 정상은 웃는 얼굴로 악수를 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지극히 유의미한 자리였다”고 말해 3국 정상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서 한일 양국에 공통 과제가 있음을 재인식했다.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오늘 회담을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의 제1보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미래를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반응을 동시에 드러냈다. 아사히신문은 26일 “(세 정상이) 북한 문제를 놓고 긴밀하게 협력해 나기로 했다.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인식 문제는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 해소가 본격적인 한일관계 개선을 막는 높은 장애물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마치 일본 언론의 우려를 확인시켜주듯 아베 총리의 한일관계 발전 언급이 나오자마자 일본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이자 ‘망언 제조기’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일본의 조선 식민지화가 일본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망언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시하라 대표는 이날 도쿄(東京)에서 진행된 외국특파원협회 기자회견에서 “한국인으로선 일본에 병합 통치를 받은 것이 굴욕이겠지만 당시 아시아 상황에선 일본이 자위(自衛)를 위해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네덜란드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역사 인식에서 상호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한국은 너무 흥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국에 접근해서 어떤 득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일한관계는 일본보다 오히려 한국에 중요하다”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정부 기관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주변 지역의 방사선 피폭량을 숨겼을 뿐만 아니라 조사결과를 왜곡까지 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 산하 원자력재해피해자생활지원팀은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와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9월 피난 지시 해제 예정지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폭량 추계치를 은폐하고 조사 조건을 바꿨다. 피난 지시 해제 예정지역은 연간 방사선량 20mSv(밀리시버트) 이하로 방사성물질을 제거한 뒤 주민을 돌려보내는 곳으로, 다무라(田村) 시 미야코지(都路) 지구 등 3개 지역의 건물 안팎, 농지와 산림이 포함됐다. 이번 피폭량 조사는 생활공간에서 방사선량이 얼마나 검출되는지 파악할 목적으로 실시됐다. 결과는 지난해 10월 중순에 나왔다. 하지만 1mSv대를 예상했던 가와우치 촌의 연간 피폭량 추계치가 2.6∼6.6mSv로 조사됐다.이에 지원팀은 “충격이 너무 크다”며 추계치의 공개를 미루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 후 지원팀은 재조사를 의뢰해 당초 ‘옥외 8시간, 실내 16시간’으로 설정했던 조사 조건을 ‘옥외 6시간, 실내 18시간’으로 바꿨다. 실내에 있으면 건물이 방사선을 차단하기 때문에 피폭량도 줄어든다. 지원팀은 첫 조사 때보다 피폭량 추계치가 낮아진 최종 조사보고서를 제공 받았지만 아직 공표하진 않았다. 지원팀은 “수치가 높아 공개를 안 한 게 아니라 생활패턴 조건을 실제와 맞춰 정밀조사를 하기 위해서”라며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돗쿄(獨協)의대 기무라 신조(木村眞三) 교수(방사선위생학)는 “옥외 8시간, 실내 16시간의 조건은 일반적인 것으로 그것을 바꾸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오사카(大阪)의 시민단체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헌법 위반 혐의로 다음 달 11일 오사카지방법원에 고소한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12월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한 것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명시한 헌법을 어겼다는 게 고소의 이유다. 도쿄(東京)의 시민단체도 다음 달 21일경 같은 내용의 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폭주에 일본 시민단체들이 법률적 대응을 통해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히시키 마사하루(菱木政晴·64·사진) 도호(同朋)대 문학부 교수 겸 ‘야스쿠니 싫어요 아시아 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지난달 17일 교토(京都)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헌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유익한 점이 단 하나도 없다”며 “야스쿠니 참배 반대 활동을 통해 ‘이웃 국가와 사이좋게 지내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4일 통화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소송에 오사카에서만 500명 이상이 원고로 참여했다. 각자 3000엔(약 3만2000원)씩 소송비용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오사카고등법원은 2005년 9월 판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헌법이 규정한 정치와 종교의 분리 원칙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히시키 교수는 “아베 총리가 이웃 국가의 반발을 알면서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전쟁 때 일본 젊은이들을 동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이들을 신으로 모시는 야스쿠니신사에 총리가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본 일본인들이 전쟁을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이 또다시 전쟁을 벌일 가능성에 대해 그는 “이미 일본은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예로 무기수출 3원칙이 사실상 폐지됐고 집단적 자위권도 곧 허용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현실이 정말 슬프다”며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사라질 때까지 반대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슬프다”는 표현을 10차례 이상 사용했다.교토=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유럽 외교무대에서 올바른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한국과 중국 정상이 겨눈 공세의 창끝을 피해가려 했다.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를 방문한 아베 총리는 23일 첫 일정으로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 프랑크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현장에서 “과거사를 겸허한 자세로 대하고 다음 세대에 역사의 교훈과 사실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세기를 되돌아보면 기본권을 침해한 세기였다. 21세기를 내다보면서 우리가 결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며 나도 이 목표를 실현하는 책임을 나눠 질 것이라고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네덜란드로 출발하기에 앞서 도쿄(東京) 내 공립도서관 등에서 ‘안네의 일기’ 300권이 훼손된 사건에 유감을 밝히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같은 날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과거를 진지하게 마주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외교를 진행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네덜란드인 포로를 학대한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2차대전 막바지인 1944년 일본군은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 여성 35명을 연행해 자바 섬 스마랑 근교에 억류하고 위안부로 삼았다. 네덜란드와도 껄끄러운 과거사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행보는 역사 인식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을 가라앉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해 말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한 이후 연이은 역사 도발로 국제사회로부터 “역사를 부정하고 동아시아에 긴장을 높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3일(현지 시간)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일본의 역사 왜곡을 직접 비난하진 않았다. 하지만 일본의 ‘역사 도발’을 좌시한 채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중은 충분히 드러냈다. 중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 건립과 광복군 주둔지 기념 표지석 설치를 계기로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한중 간 유대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도 분명히 전했다.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한미일 정상회담이 곧바로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순탄치 않을 한미일 정상회담 당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한국 외교부는 한미일 정상회담의 의제가 북핵 및 핵 비확산 문제라고 못 박았다. 한일 간 쟁점을 피한 채 북핵을 중심으로 안보 분야에서 한미일 공조 체제 복원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박 대통령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어렵사리 마련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을 꺼내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미일 정상회담이 성사된 직후 일본은 또다시 망언을 되풀이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별보좌관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중의원 의원은 23일 후지TV에 출연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 검증 결과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새 담화를 발표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1년 넘게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거부하며 일본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역사인식 변화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한일 정상 간 만남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그럼에도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중진 정치인이 망언을 이어가자 한중 정상회담에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이다. 특히 일본이 가장 예민해하는 안 의사의 기념관 건립 문제로 직격탄을 날렸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4일 “안중근에 관한 입장은 일본과 한국이 전혀 다르다”며 “일방적 평가에 기반을 둔 주장을 한국과 중국이 연대해 국제적으로 펼치려는 움직임은 지역의 평화와 협력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한중 ‘찰떡궁합’ 과시 과거사 문제에 관한 한 일본의 대척점에 선 한중 정상은 완벽한 공조를 과시했다. 당초 예정된 회담 시간은 30분이었지만 1시간 2분간 이어질 정도로 회담도 밀도 있게 진행됐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한국 측 배석자 전원과 악수를 나누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은 양국 정상 취임 이후 4번째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리나라에 그동안 묻혀 있던 중국군 유해 400여 구가 28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양국 우호 협력이 두터워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이 직접 추진하는 등 한국 측의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또 “조만간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라며 “통일된 한반도는 평화의 상징이 되고 동북아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함으로써 지역의 모든 사람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확고히 지지한다”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체결하면 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 지역 경제협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발 뺀 日, “고노 담화 대체 있을 수 없는 일” 스가 장관은 24일 ‘고노 담화를 대체하는 새 담화를 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하기우다 중의원 의원의 전날 주장에 대해 “(그건) 개인적인 견해”라고 일축했다. 다만, 스가 장관은 “(위안부 증언 등) 고노 담화에 대한 검증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불씨를 남겼다.암스테르담=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 교토(京都) 시 후시미(伏見) 구에 있는 류코쿠(龍谷)대 도서관. 일본 연구자 5명이 전시대에 걸린 3점의 붓글씨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길이 1.5m, 폭 0.4m의 한지에 한자가 적혀 있었다. 눈길이 머문 곳은 이름 아래 도장을 찍는 낙관 자리. 도장 대신 손바닥이 찍혀 있었다. 네 번째 손가락 끝마디는 보이지 않는다. 도서관 관계자는 “류코쿠대가 중요문서실에 보관하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생전에 남긴 붓글씨)을 특별히 꺼냈다”고 소개했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4주년을 앞두고 모인 이들은 류코쿠대 사회과학연구소 산하 ‘안중근동양평화연구센터’ 소속 학자들이다. 이 센터는 안 의사를 연구하는 일본 유일의 연구기관으로 지난해 4월에 설립됐다. 3, 4개월에 한 번씩 심포지엄을 열며 안 의사의 동양평화 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센터에 소속된 연구자는 16명으로 모두 일본인이다. 올해 1월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테러리스트’라고까지 표현한 인물을 왜 일본 학자들이 연구하는 걸까. 재일교포인 이수임(李洙任·경영학부) 류코쿠대 교수는 “스가 장관이 역사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다. 안 의사는 일본의 강압적인 식민 지배에 저항하고 동양 평화를 외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센터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시게모토 나오토시(重本直利·경영학부) 류코쿠대 교수도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반성하는 지식인이라면 대부분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높게 평가한다”고 동의했다. 센터 설립 계기는 대학 내에 있는 유묵 덕분이었다. 1997년 6월 이 유묵을 대학에 기증한 사람은 오카야마(岡山) 현에 있는 절 조신지(淨心寺)의 한 스님이었다. 1910년 3월 26일 안 의사의 사형이 집행되기 전 중국 뤼순(旅順) 감옥의 포교사였던 조신지의 쓰다 가이준(津田海純) 스님이 안 의사의 유묵 3점과 사진 85점을 받았다. 대학 연구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매료돼 연구센터까지 세웠다. 이 교수는 “안 의사가 동양평화를 주장한 게 100년이 넘는다. 현 시점에도 영향을 주는 사상이라고 생각하면 그의 통찰력에 놀란다. 그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교토=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24,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이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지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일본에서 또다시 도발적인 발언이 나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별보좌관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중의원 의원은 23일 후지TV에 출연해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검증 결과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새 담화를 발표하면 된다. (아베 총리도 새 담화에 대해) 어디서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새 담화는 고노 담화 발표의 절차상 문제점을 트집 잡아 담화 전체를 부정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결정되자마자 또다시 ‘고노 담화 흔들기’가 시작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22일 가나가와(神奈川) 현의 자위대 간부 양성기관인 방위대 졸업식에 참석해 “일본을 둘러싼 현실은 한층 엄중해지고 있다.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행동론과 그것을 위한 법적 기반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 의지를 또다시 밝히기도 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어렵게 성사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보다 그 결과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중진 정치인의 무책임한 발언 때문이다. 이에 한국 정부 내에서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한일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되기보다 ‘긁어 부스럼’의 역효과만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외교부는 23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중의원이 고노 담화에 대해 “검증 결과, 사실과 다른 내용이 나오면 새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당국 차원의 해명을 요구했다. 외교부가 일본 정치인의 발언에 당국이 ‘행동’을 보이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은 하기우다 의원의 발언이 이번 3국 정상회담 개최의 토대를 흔드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새 담화를 발표하면 고노 담화는 사실상 사문(死文)이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아베 신조 총리의 (14일) 고노 담화 계승 입장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환영하는 모양새를 보였던 의미도 퇴색시켜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및 독일 순방을 위해 23일 출국한 박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일본 과거사 문제에 어떤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일본은 당국자까지 나서 위안부 책임을 발뺌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22일 보도된 요미우리신문에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법적 책임을 인정한다거나 위안부 개인에게 정부 자금을 직접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강제동원 인정과 정부 차원의 사죄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이에 대한 일본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가 열리더라도 진전을 이룰 수 없다. 그런데도 다른 외무성 관계자는 “(한일 국장급 회담 추진은) 정상회담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한국이 정상회담과 연결해 21일 발표한) 의도를 모르겠다”며 오히려 불쾌감을 표시했다. 또 일본에서는 이번 3국 정상회담에 한국이 응한 것을 평가하기보다 자신들의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는 기류도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이 이뤄지는 4월 중순까지만 숨 죽였다가 다시 역사 도발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캄보디아 등 평화유지활동(PKO) 중 일본 경찰이 죽었고 민간인, 비정부기구(NGO) 요원, 외교관도 죽었다. 그런데 자위대원은 한 명도 죽지 않았다. 너무 이상하지 않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직속 자문기구인 ‘안전보장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 좌장대행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고쿠사이(國際)대학 총장. 아베 총리의 안보 브레인으로 꼽히는 그는 11일 도쿄(東京) 미나토(港) 구 세계평화연구소 사무실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큰 평화를 위해 약간의 희생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면 일본인이 해외에서 희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는 주장을 겨냥한 반론이었다. 그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6가지 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북한의 공격으로 미군이 자위대 출동을 요구해도 한국의 분명한 요청이 없으면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지는 총리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한국) 요청이 있어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한국이 오해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기타오카 총장이 한국 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때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나.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한반도 유사시다. 한미동맹 관계에 따라 미국이 출동할 것이다. 미 함대와 부대가 북한으로부터 공격당하면 미국이 일본에 협력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때 집단적 자위권에 기초해 자위대를 보내야 하지만 현재로선 일본은 도울 수 없다.” ―한국 정부가 자위대의 한국 진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자위대가 미군을 돕기 위해 한국 영해만 지나가더라도 일본은 반드시 한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한국이 거절하면 자위대는 한국의 영해, 영토에 가지 않는다. 일본은 한국 정부와 충돌하면서까지 자위대를 보내지 않는다. 대신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한국이 책임져야 한다. 미국 측이 매우 화를 낼지도 모른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대상은 동맹국에 한정되나. “아니다. 세계적으로 집단적 자위권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부당한 공격을 받았을 때 행사한다. 동맹관계인지 아닌지는 조건이 아니다. 1차 아베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때는 4개 유형을 연구해달라고 요청받았지만 이번에는 보다 일반적인 측면을 논의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번에는 숙제 분량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아베 1차 내각 때 검토했던 4개 유형은 △공해상의 공동훈련 등으로 자위대 함선에 가까이 있는 미군 함선이 공격받을 때 △미국으로 향하는 미사일 요격 △유엔 평화유지활동에서 타국 부대에 대한 긴급 경호 △타국 부대에 대한 후방 지원 확대 등이었다. ―특정 정권 아래에서 헌법 해석을 바꾸면 헌법의 안전성이 무너지지 않나. “그 질문은 내정간섭에 해당한다. 어떤 국가가 헌법을 어떻게 할지는 그 국가의 문제다. 집단적 자위권은 오랜 기간 논의해 왔다. 요미우리신문은 1990년부터 논의했다. 나는 그때 심의회에 들어가 있었다. 20년이나 논의해 온 주제다. 어느 날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기타오카 총장은 이 질문을 내정간섭이라고 했지만 일본 정계에서는 논란이 크다. 집권 자민당 내 온건파의 대부인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간사장은 17일 요코하마(橫濱) 강연에서 ‘헌법 해석의 책임자는 나’라는 아베 총리의 국회 답변을 독하게 꼬집으며 “보짱(坊ちゃん·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 같은 생각”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헌법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 자위권 행사 방안에 대해 “그런 임시변통적인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개헌을 통한 정공법을 택하라고 강조했다. 또 무라카미 세이이치로(村上誠一郞) 전 행정개혁담당상은 이날 9년 만에 열린 자민당 총무간담회에서 “(집단적 자위권 관련 법안이 나오면) 회의장에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 해석 개헌이 아니라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면 일본인이 해외에서 피를 흘려야 한다. 국민적 반대도 높다. 굳이 추진할 필요가 있나. “일본의 안전을 지키고 적극적 평화주의를 실행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적극적 평화주의를 오해하고 있다. 무기를 가지지 않고 전쟁하지 않는 소극적 평화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남수단이나 시리아를 그대로 두면 되겠나. 풍요를 즐기는 국가는 곤란한 국가의 평화 구축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그건 위험이 따른다. 많은 일본 국민이 반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집단적 자위권이 일본군의 부활, 나아가 영토 확장으로 이어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가율은 연간 2.8%다. 중국은 12%다. 더구나 과거 30년간 한두 해를 빼고는 계속 두 자릿수로 증강해 왔다. 긴장의 요인은 중국과 북한의 군비 강화다. 게다가 일본이 영토를 확장해 얻는 이점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부정적인 것밖에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가난했던 일본은 영토를 넓히지 않으면 부유해질 수 없었다. 인구도 계속 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가 줄고 있고 무역으로 부(富)를 쌓고 있다. 일본은 두 번 다시 군국화하지 않는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중국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이 2차 대전 전 (영토를) 팽창했을 때 총리 힘이 매우 약했고 언론자유가 탄압당했다. 지금 중국이 그렇다. 그렇게 큰 대륙을 가졌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로 팽창하고 싶어 한다. 일본은 중국을 종주국으로 모시고 싶지 않다. 한국은 훌륭한 세계 대국으로 성장했다. 경제력은 세계 ‘톱10’ 정도다. 중국의 난폭한 팽창에 침묵하는 것을 나는 이해하기 힘들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한국의 역사 비판이 지나치다. 옛날에는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를 해도 아무 말이 없었다. 야스쿠니는 기본적으로 일중 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우경화다. 혐한, 혐중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중국, 한국의 지나친 비판이 가져온 결과다.”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1948년 나라 현 출생△1971년 도쿄대 법학부 졸업△1976년 도쿄대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1978년 릿쿄대 법학부 조교수△1981년 미국 프린스턴대 국제문제연구소객원연구원△1997년 도쿄대 법학부 교수△2004년 유엔 일본정부 차석대표△2006년 도쿄대 법학부 교수 복직△2009년 세계평화연구소 연구본부장△2012년 고쿠사이대학 총장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배극인 특파원}
“저의 상반신 나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어요. 헤어진 남자친구가 촬영한 거예요. 지금 사귀는 남자친구에게 들킬까봐 불안해요.” 일본의 고교 3학년인 A 양(17)이 도쿄(東京)에 있는 ‘전국 웹 카운슬링 협의회’에 상담한 내용이다. 교제하다 헤어진 상대의 알몸이나 속옷 차림의 사진, 동영상 등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이른바 ‘복수 포르노’가 일본에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협의회에 접수된 복수 포르노 건수는 2012년 10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12월에만 80건에 이르렀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주로 여중생, 여고생이다. 협의회 측은 “문제의 특성상 접수된 상담 건수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실정법상 인터넷에 외설적인 이미지나 동영상을 유포하면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유포의 피해자가 18세 미만이라면 ‘아동 포르노 금지법’에 따라 처벌된다. 이런 처벌 규정에도 불구하고 동영상 유포가 성행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게다가 한 번 유포돼 퍼진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복수 포르노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자 집권 자민당은 지난달 대응책을 검토하는 특명위원회를 설치했다. 인터넷 교육 및 법 규제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고우난(甲南)대 법과대학원의 소노다 히사시(園田壽)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복수 포르노의 본질은 성폭력이다. 새로운 처벌 규정을 마련하면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 방지 효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제3의 만능세포’ 연구를 주도해 일본 과학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30세 여성 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씨. 젊은 나이에 일본 기초과학의 최고 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연구주임을 맡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의 성공 신화는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적인 만능세포로 평가받는 ‘STAP(자극야기 다능성 획득) 세포’ 논란에 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소속 연구진이 주도해 1월 30일자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한 STAP 세포 논문은 “작성 과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 매우 유감이다. 조사를 더 진행해 부정(不正)이 인정되면 엄정히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 논문에 사용된 복수의 이미지가 연구를 주도한 오보카타 연구주임의 3년 전 박사학위 논문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털어놓았다. 데이터 중복 사용이 고의적인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논문은 약산성 용액에 담그기만 하면 신체의 여러 조직이 되는 만능세포인 STAP 세포를 만드는 쥐 실험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보카타 주임과 공동 연구자들도 이날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맞춰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을 철회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사죄 성명도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핵심 연구자들이 철회를 결정하면서 한때 생명과학의 상식을 뒤집는 혁신적인 업적으로 평가받은 연구 성과는 인정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일부 공동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만능세포를 만든 것이 사실이라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오보카타 주임은 이와는 별도로 자신의 박사 논문 일부가 미국 국립보건원(NIH) 웹사이트 내용과 거의 같고 참고문헌 리스트도 대만의 한 연구자 논문 리스트와 일치한다는 지적이 최근 제기되면서 표절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오보카타 주임은 일본 와세다대 이공학부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뒤 2011년 박사 학위를 딴 ‘무명’의 젊은 여성 과학자다. 하지만 1월 말 STAP 세포 논문이 네이처에 게재되면서 단번에 노벨상 후보로 거론됐다. 일본 정부는 STAP 세포를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연구 지원을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신데렐라’ 탄생 기대감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곧 ‘오보카타 주임의 논문 데이터가 이상하다’는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공동 연구자 중에서도 “논문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결국 이화학연구소는 네이처 게재 후 약 열흘이 지난 2월 13, 14일 오보카타 주임을 상대로 직접 조사했다. 결국 이날 사실상 ‘조작’ 판정을 내렸다. 오보카타 주임은 이화학연구소 조사 과정에서 “논문에 틀린 점이 있었다. 반성하고 있다”며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 과학계의 신데렐라가 자정이 지나 마법에서 깨어나는 것을 본 일본인들은 충격에 빠졌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12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구단시타(九段下)의 야스쿠니(靖國)신사. 평일인데도 추도객 2000여 명이 몰렸다. 그들은 하얀 국화꽃 위에 활짝 웃는 영정을 향해 합장했다. 주인공은 ‘마지막 황군(皇軍)’이란 호칭을 얻은 오노다 히로(小野田寬郞) 씨. 올 1월 91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를 위해 고별회가 열린 것이다. 오노다 씨는 1942년 20세 때 일본 육군에 입대해 2년 뒤 필리핀 루방 섬으로 파병됐다. 전쟁이 끝났지만 그는 패전을 인정하지 않고 필리핀 정글에서 1인 전쟁을 고집했다. 1974년 직속상관이 직접 찾아가 투항명령을 내리자 그제야 정글에서 나왔다. 당시 그는 51세였지만 생각은 전쟁 당시인 20대에 맞춰져 있었다. “전우들과 ‘살아서 만날 수 없다면 야스쿠니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일본에 돌아온 뒤부터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일본의 책임을 부정하는 등 우익 활동가로 지냈다. 우익들은 그를 영웅으로 대접했다. 하지만 진보 인사들은 종전 사실을 알고도 필리핀 경찰과 미군 등 30명 이상을 죽인 살인자로 봤다. 12일 모인 추도객들은 대부분 우익 인사들로 보였다. 극우 성향의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한국의 공군참모총장)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 중 특히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은 장면은 20, 30대 젊은층의 추모 행렬이었다. 군국주의에 대한 향수가 늙은 우익 인사들뿐 아니라 적지 않은 젊은이들에게까지 파고들었다는 증거였다. 많은 일본 전문가는 “젊은이들의 우익 성향은 비뚤어진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인을 죽여라”고 외치는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에도 젊은층 회원이 가장 많다. 8일 사이타마(埼玉) 스타디움의 관람석 출입구에 내걸린 ‘JAPANESE ONLY(일본인 외 사절)’라는 민족 차별적 현수막도 우연한 현상이 아닐 것이다. J리그는 경기 종료 때까지 이 현수막을 그대로 둔 ‘우라와 레즈’에 13일 ‘무관객 경기’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일본 젊은층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우경화 현상까지 막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우익의 행사는 더 섬뜩하다. 박형준·도쿄특파원 lovesong@donga.com}

“약 4년에 걸쳐 방송했던 ‘한류 셀렉트’를 현재 방송하고 있는 ‘시크릿 가든’을 끝으로 중단합니다.” 최근 일본 지상파 방송인 도쿄방송(TBS)의 ‘한류 셀렉트’ 홈페이지에는 ‘방송 종료’ 공지가 떴다. 2010년 시작된 TBS ‘한류 셀렉트’는 평일 오전 10∼11시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 전문 프로그램. 이 프로를 통해 ‘시크릿 가든’ ‘드림하이’ ‘꽃보다 남자’를 비롯해 숱한 한국 드라마가 소개됐다. 그러나 14일 종영 이후에는 이 시간대에 일본 드라마가 방영될 예정이다. 2010년부터 한국 드라마를 꾸준히 내보내온 NHK도 일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동이’가 끝나는 5월 이후엔 영국 드라마를 편성할 예정이다. 두 방송사가 한국 드라마 방영을 중단하면 일본 내 지상파 방송사 중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채널은 규모가 작은 도쿄TV만 남게 된다. 전국에 방송되는 메이저 5대 방송사(NHK, TBS, TV아사히, 니혼테레비, 후지TV)가 모두 한국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는 것은 201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본 지상파 채널은 한류 팬의 저변을 확대하는 중추 역할을 해왔다. 2005년 ‘대장금’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것도 NHK 방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김후련 한국외국어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상파의 한국 드라마 방영 중단은 일본 내 한류의 입지를 급격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내 반한(反韓) 분위기가 한국 드라마 방송 중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 日 DVD시장 한드 비중 6.3→4.5% ▼케이팝 앨범 판매도 작년 29% 줄어… 한류팬 “주변서 한심한 사람 취급”후지TV는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국 드라마 방영을 전면 중단했다. NHK는 최근 경영진의 잇단 우경화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최근에는 NHK 등 주요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에서 한국 가수들을 찾아보기도 어려워졌다. 김영덕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사무소장은 “최근 2∼3년 한류에 대한 저항감이 눈에 띄게 커지면서 한류 팬이라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배우 배용준의 팬인 마쓰모토 가오리(松本香·53·여) 씨는 “얼마 전 고교 동창 모임에서 친구가 정색하며 ‘한국 드라마를 아직도 보느냐’고 말해 분위기가 어색해졌다”면서 “예전엔 별 말 않던 남편도 요즘은 ‘한심하다’는 투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류 시장의 큰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일본은 한국 방송콘텐츠 수출액의 62%, 음악 콘텐츠 수출액의 80%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 내 케이팝 싱글 앨범 판매량은 전년도보다 18.5%, 정규앨범 판매량은 28.6% 줄었다. 전체 DVD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6.3%에서 지난해 상반기엔 4.5%로 감소했다. 최근 지속되는 ‘엔저 원고’ 현상도 한국 드라마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일본 위성방송에서 내보내는 한국 드라마 중 40%는 재방송이다. 전문가들은 급등한 한류 콘텐츠의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배우와 작가의 몸값이 지나치게 오르며 제작비 거품을 만들었다. 어려운 시기에는 조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후련 교수는 “한류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특정 장르, 특정 국가에 집중된 한류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