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형준]日 젊은층 우경화 왠지 섬뜩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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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구단시타(九段下)의 야스쿠니(靖國)신사. 평일인데도 추도객 2000여 명이 몰렸다. 그들은 하얀 국화꽃 위에 활짝 웃는 영정을 향해 합장했다. 주인공은 ‘마지막 황군(皇軍)’이란 호칭을 얻은 오노다 히로(小野田寬郞) 씨. 올 1월 91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를 위해 고별회가 열린 것이다.

오노다 씨는 1942년 20세 때 일본 육군에 입대해 2년 뒤 필리핀 루방 섬으로 파병됐다. 전쟁이 끝났지만 그는 패전을 인정하지 않고 필리핀 정글에서 1인 전쟁을 고집했다. 1974년 직속상관이 직접 찾아가 투항명령을 내리자 그제야 정글에서 나왔다.

당시 그는 51세였지만 생각은 전쟁 당시인 20대에 맞춰져 있었다. “전우들과 ‘살아서 만날 수 없다면 야스쿠니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일본에 돌아온 뒤부터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일본의 책임을 부정하는 등 우익 활동가로 지냈다.

우익들은 그를 영웅으로 대접했다. 하지만 진보 인사들은 종전 사실을 알고도 필리핀 경찰과 미군 등 30명 이상을 죽인 살인자로 봤다.

12일 모인 추도객들은 대부분 우익 인사들로 보였다. 극우 성향의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한국의 공군참모총장)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 중 특히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은 장면은 20, 30대 젊은층의 추모 행렬이었다. 군국주의에 대한 향수가 늙은 우익 인사들뿐 아니라 적지 않은 젊은이들에게까지 파고들었다는 증거였다.

많은 일본 전문가는 “젊은이들의 우익 성향은 비뚤어진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인을 죽여라”고 외치는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에도 젊은층 회원이 가장 많다. 8일 사이타마(埼玉) 스타디움의 관람석 출입구에 내걸린 ‘JAPANESE ONLY(일본인 외 사절)’라는 민족 차별적 현수막도 우연한 현상이 아닐 것이다.

J리그는 경기 종료 때까지 이 현수막을 그대로 둔 ‘우라와 레즈’에 13일 ‘무관객 경기’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일본 젊은층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우경화 현상까지 막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우익의 행사는 더 섬뜩하다.

박형준·도쿄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우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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