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휘

강성휘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구독 89

추천

정알못'의 여의도 고군분투기

yolo@donga.com

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정치일반83%
정당10%
국회7%
  • 삼성물산, 4500억 규모 홍콩 매립공사 수주

    삼성물산이 홍콩에서 뉴타운 사업지 매립 공사를 수주했다고 25일 밝혔다. 홍콩 토목개발청이 발주한 프로젝트로 공사비는 8억5800만 달러다. 현지 업체인 ‘빌드 킹(Build King)’과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한 삼성물산은 이 중 4억2000만 달러(약 4550억 원)를 공사 대금으로 받을 예정이다. 홍콩 정부는 홍콩의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타운을 조성 중이다. 이 중 거주민 27만 명 규모를 목표로 개발 중인 퉁충 뉴타운이 들어서는 홍콩 란타우섬 북쪽의 경우, 일부 지역이 바다와 인접한 연약 지반이다. 따라서 주거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메워 집 지을 땅을 마련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이 지역에서 134만 m² 규모 매립지를 마련해 뉴타운 조성에 필요한 땅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매립지 면적은 여의도 면적(290만 m²)의 거의 절반이다. 삼성물산은 내년 1월 착공에 들어가 2024년 7월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월세 내고 학자금 갚고나면 남는 돈 없어… ‘캥거루족’ 유턴도

    서울 마포구에서 고시 공부를 하는 조모 씨(27)는 80만 원으로 한 달 생활비를 해결한다. 언뜻 보면 적지 않은 것 같지만 매달 50만 원씩 월세를 내고 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고시 공부와 병행하는 탓에 오래 일을 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험에 합격한다고 해도 조 씨는 앞으로 3000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 나가야 한다. 조 씨는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월세라도 줄이고 싶지만 가족은 먼 곳에 떨어져 사는 탓에 그나마도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30세 이하 가구주는 이처럼 열악한 여건 아래서 사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취업에 성공하거나 시험만 합격하면 금방 안정적인 생활을 꾸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오르는 주거비용에 졸업하고 취업하자마자 갚아야 하는 학자금 대출 등을 생각하면 ‘한 번 가난은 영원한 가난’으로 빠지기 쉽다. 정부가 각종 정책자금을 통해 저금리 대출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들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진 못한다. 당장은 어려워도 결국 민간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돼야만 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주거비 부담에 허리 휜다 30세 미만 가구주에게 가장 큰 부담은 주거비용이다. 매달 수십만 원의 월세를 내고 나면 저축은커녕 제대로 된 식사도 하기 어렵다. 서울 마포구의 원룸에서 생활하는 임모 씨(27·여)는 “매달 아르바이트로 100만 원 남짓한 생활비를 벌지만 월세만 40만 원을 내야 한다”면서 “월세를 줄이려고 행복주택 등을 알아봤지만 출퇴근이 가능한 집은 경쟁률이 너무 높아 입주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모두 증가한 것도 주거비용과 무관치 않다. 30세 미만 가구주의 금융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대출은 1384만 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1124만 원)보다 23.1% 증가했다. 이들이 담보대출을 받은 이유로는 거주할 주택 마련(52.9%)과 전·월세 보증금 마련(37.0%) 비중이 높았다. 대학 진학에 따른 학자금 대출은 20대의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다. 서울 종로구의 직장인 김모 씨(28·여)는 “월세 45만 원 외에도 학자금 대출금을 매달 35만 원씩 갚아야 한다”면서 “매달 80만 원씩 고정비용을 내고 나면 정작 쓸 수 있는 돈은 변변치 않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부모의 보호 아래 사는 ‘캥거루족’으로 회귀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 후 2년 동안의 독립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부모와 함께 사는 이모 씨(29)는 “월세와 생활비를 줄이기 어려워 부모님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저축 등을 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직장, 학교 등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하거나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도움을 받기 힘든 경우에는 이조차도 쉽지 않다.○ 경기회복세 커야 청년고용 늘어 올해 경제성장률은 3%를 넘을 것이 확실시되지만 청년실업률은 계속 상승세다. 올 8월 청년실업률은 9.4%를 기록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10.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9월에는 청년실업률이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체감실업률은 상승했다. 11월에도 청년실업률은 9.2%를 기록해 11월 기준으로는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체감실업률은 더 심각하다. 올 5, 6월 청년 체감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1.8%포인트 급상승해 20%를 훨씬 웃돌았다. 정부도 청년고용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올해 성장률이 3% 이상으로 높아지고 고용률도 좋아지는 등 경제 거시지표가 좋아지고 있으나 청년고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내년 1월 중으로 청년고용 상황과 대책을 점검하는 청년고용 점검회의를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안정적이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회복세가 두드러지지 않으면 기업은 청년보다는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력직 채용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업으로서는 임금 인상과 일자리 정규직화를 모두 부담해야 해서 청년고용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박희창 / 강성휘 기자}

    • 2017-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파트시세]수도권 전세시장 온도차… 서울 오르고 경기 하락

    연말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거래는 뜸하지만 일부 거래가 호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114는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0.2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일반 아파트값 상승률(0.20%)이 전주(0.26%)보다 떨어졌지만 재건축 아파트값이 0.51% 오르며 서울 전체적으로는 전주(0.26%)와 비슷한 상승폭을 유지했다. 강남(0.53%), 양천(0.43%), 강동구(0.40%) 등이 많이 올랐다. 반면 서울 이외 지역은 한산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경기·인천 아파트값은 0.01% 떨어지며 한 주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입주물량이 몰린 데다 연말 비수기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도시는 0.03% 오르며 전주와 같은 오름폭을 유지했다. 전세시장에서는 서울과 서울 이외 지역 간 온도차가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 전세금은 지난주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며 0.07% 올랐다. 하지만 경기·인천과 신도시는 전세금이 각각 0.07%, 0.02% 하락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2-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 청약 경쟁률, 22.6대 1→ 13.1대 1

    올해 서울의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는 금융결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 지역 평균 청약 경쟁률이 13.1 대 1로 지난해(22.6 대 1)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정부의 청약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청약 조정대상지역 등에서 청약 1순위 조건을 강화하고 청약 가점제 적용 비율을 늘리는 등 청약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가점이 낮아도 추첨제 물량을 기대하고 청약을 넣었던 사람들이 대거 청약을 포기하면서 경쟁률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은 지난해 100 대 1에 육박했던 단지별 평균 청약 경쟁률이 올해 44 대 1로 대폭 추락했고 경남(8 대 1)과 울산(7.1 대 1) 등도 경쟁률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전국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14.4 대 1에서 올해 12.6 대 1로 소폭 떨어졌다. 반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 정부의 3중 규제에 묶인 세종은 정부 부처 추가 이전 및 국회 분원 설치 추진 등과 같은 호재가 겹치며 올해 평균 청약 경쟁률(63.9 대 1)이 지난해(49.1 대 1)보다 오히려 높아졌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2-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드론산업 규모 2026년까지 60배로 키운다

    정부가 국내 드론(무인비행체) 시장 규모를 현재의 60배 수준으로 키우기 위한 10년 계획을 마련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3500억 원을 투입해 드론 기술 상용화를 위한 마중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는 22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한다고 21일 밝혔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우즈베키스탄에서 드론을 활용한 노천광산, 농지 등의 측량사업을 추진하는 등 드론 분야의 해외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공공기관 드론 4000대로 늘린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림청 통계청 등 공공기관 업무에 투입되는 드론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현재 300여 대인 드론 운용 규모가 2022년까지 4000대로 늘어난다. 이 기간 관련 장비를 구입하고 인력을 육성하는 데 35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갈 예정이다. 드론이 활용될 만한 대표적인 분야는 실종자 수색, 군사 정찰 등이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거나 주변이 어두워 물체를 구별하기 어려울 때 드론의 활용도가 크기 때문이다. 위은환 국토부 첨단항공과 사무관은 “미아, 실종 치매노인 등을 찾는 데 적외선 탐지기가 장착된 드론을 시범 운용한 결과 헬기와 인력만을 투입했을 때보다 작업 시간을 83% 단축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드론을 운용하기 위한 인프라도 대폭 개선된다. 국토부는 장거리·고속 비행 드론들을 위한 하늘길인 ‘드론 하이웨이’ 시스템을 2021년까지 구체화할 계획이다. 고도 150m 이하 공역(空域)을 고도별로 세부적으로 나누어 최상층부를 고속 드론 전용구역으로 할당하는 방식이다. 수요가 충분할 경우 2022년부터 상용화에 나선다는 게 국토부 구상이다. 드론 개발업체들의 연구 여건을 돕기 위해 내년 드론 전용 비행장 2곳을 조성하고 2020년까지 전남 고흥군에 대형 무인항공기용 국가종합비행시험장을 설치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현재 704억 원인 국내 드론 시장 규모가 2026년까지 4조4000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 택배 등에서의 활용 폭도 넓어져 2026년이면 전국에서 5만3000대 이상의 드론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드론 기술 앞세워 중앙아시아 측량시장 선점 정보기술(IT) 등과 결합된 한국의 드론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이미 LX 등 몇몇 공공기관 및 민간 기업들이 드론을 활용한 지리정보 구축, 군사 관측 사업 등에 나서고 있다. LX는 지난해 8월부터 우루과이 카넬로네스주에서 무인측량항공기(UAV)를 이용한 6억 원 규모의 측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심과 농경지의 지적 정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노천탄광과 밀·면화밭 등의 농경지를 드론을 활용해 측량하는 사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금, 우라늄 등 이 지역에 풍부한 천연자원의 분포 현황을 드론을 이용해 확인한 후 지적 정보를 전산화하는 것이다. 이 지역 면화밭 전체를 측정하는 사업이 나올 경우 총사업비 150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내년 1월경 우즈베키스탄 농림부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종현 LX 글로벌사업처 차장은 “비무장지대(DMZ) 등에서 드론을 활용한 측량을 해본 한국의 기술력을 현지에서 높이 사고 있다”며 “우즈베키스탄 사업을 성공시켜 중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천호성 thousand@donga.com·강성휘 기자}

    • 2017-1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보전달 위주서 화려하고 개성있게… 소비와 함께 진화

    “올 추석 귀향길 르망으로 다녀오십시오.” 1989년 9월 8일 동아일보에 실린 대우자동차(한국GM의 전신) 르망 광고.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며 통행권을 받는 르망 운전자와 함께 탄 가족들의 표정에는 뿌듯한 웃음과 설렘이 담겼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명절이 되면 신문에는 ‘OO자동차를 타고 고향에 다녀오라’는 광고가 쏟아졌다. 1992년 추석을 앞두고 실린 현대자동차 엑셀 광고는 “엑셀 특보! 지금 계약하시면 추석 연휴 때 타실 수 있습니다”라며 구매를 독려했다. 이 같은 광고에는 명절 때 자동차 한 대 뽑아서 고향에 가 폼 내고 싶다는 로망이 담겨 있다. 당시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자동차를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크기와 가격으로 성공의 정도를 구분 짓는 사람이 많아졌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달러도 안 되던 시절에서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시간을 거치는 동안 한국인들의 소비력은 커졌다. 그만큼 소비하는 상품 종류는 늘고 크기는 커졌고 가격은 비싸졌다. 소유한 상품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건 씁쓸하지만 필연적 결과였다.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1986년 현대차 그랜저 출시였다. 1991년 동아일보에 실린 그랜저 광고에는 “정상의 자부심이 빛나는 우리의 명차, 그랜저의 세계로 귀하를 초대합니다”란 문구가 눈에 띈다. 정상, 명차, 그리고 귀하라는 존칭까지. 좋은 차를 타야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준중형차인 세피아 광고에 쓰인 “준중형급부터는 차의 격을 생각하십시오”라는 문구도 있다. 자동차 광고에 유독 화려한 문구가 많이 쓰이게 된 것은 이러한 인식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1992년 대우차 에스페로 광고에는 ‘지상비행’이란 문구가 쓰였다. 땅 위를 달리지만 하늘을 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지금도 자동차 광고에는 과장이 심한 표현이 많다. ‘동급 최강’이란 말이 동급의 여러 자동차에서 수시로 쓰인다. 2000년대 들어서 자동차산업은 대표 수출 산업이 됐다. 20, 30대가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게 됐다. 젊은층을 겨냥해 “움직이는 것 중 가장 섹시하다”(2009년 현대차 투싼 광고)처럼 개성 있는 이미지를 강조한 자동차 광고들이 대세가 되기 시작했다. 아파트도 자동차와 더불어 소유자의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잣대로 자리 잡은 대표적 재화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대형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 광고에 잘 드러난다. 롯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롯데캐슬은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란 노골적 문구를 사용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을 폈고 분양가를 높일 수 있게 된 건설사들은 삼성물산 래미안, GS건설 자이 등 브랜드 아파트를 앞다퉈 선보였다. 광고에는 톱스타 연예인이 필수 공식처럼 등장했다. 초창기 아파트 광고는 정보 전달 위주였다. 1962년 11월 동아일보에 실린 마포아파트 광고에는 아파트 평수와 분양 접수 방법 등이 나열돼 있다. ‘재래생활방식을 지양하고 시민 여러분의 주택난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아한 현대식 6층 건물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소개 글이 당시 아파트가 보편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 들어서 광고는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당시는 분당, 일산 등에 1기 신도시가 조성되던 때다. 아파트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집값 상승률이 떨어졌고 곳곳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다. 건설사들은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광고를 만들어야 했다. 그 결과 동아일보 1995년 9월 19일자 현대건설 광고같이 전면으로 광고가 커졌다. 내용도 기본 단지 정보 외에도 “생명존중 건강룸”이나 “첨단 7대 시스템”같이 점차 다양한 내용을 담게 됐다. 세탁기 TV 같은 전자제품도 소비력 변화를 잘 드러낸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기기인 만큼 제품이 바뀌면 사람들의 생활도 바뀌었다. 금성사(현 LG전자)는 1969년 국내 최초로 세탁기를 개발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세탁기를 사치품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1973년 다시 세탁기를 내놓은 이후 금성사는 세탁기 사용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해 3월 광고를 보면 ‘(세탁기를 사용하면) 뜨개질을 하면서도 빨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2kg을 대용량으로 표현한 것도 지금 기준으로는 신기한 일이다. 세탁기가 주로 주부들이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광고는 주부들에게 얼마나 유용한 기능을 갖췄는지를 표현했다. 1992년 삼성전자는 ‘삶아 빠는 세탁기’를 개발하고 삶는 효과가 아니라 정말 삶는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드럼세탁기 광고에는 주부이지만 세련된 생활을 표현한 모습이 많이 나온다. 함부현 부천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광고는 정보 전달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형태로 바뀌었고 이에 발맞춰 신문광고 디자인도 화려하고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강성휘 기자}

    • 2017-1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 3.3㎡ 4000만원 돌파

    서울 강남구 평균 아파트값(3.3m²당)이 처음으로 4000만 원을 돌파했다.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2월(15일 기준) 서울 강남구의 평균 아파트값이 4055만 원으로 집계됐다. 강남구의 아파트값이 4000만 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상승 원동력은 재건축 단지. 지난해 10월 4012만 원으로 4000만 원 고지를 밟은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올해 12월 5127만 원까지 치솟았다. 강남구와 함께 ‘강남 3구’로 불리는 서초구와 송파구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초구 아파트값은 3691만 원으로 강남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고, 송파구가 2943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강남 3구가 전국 아파트값 상위 1∼3위를 나란히 차지한 것이다. 서울 전체 평균 아파트값은 2140만 원으로, 지난해 말(1931만 원) 대비 200만 원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용산(2769만 원), 성동(2215만 원), 마포(2090만 원), 광진(2086만 원), 종로구(2050만 원) 등 강남권 외 도심권 아파트값이 2000만 원을 넘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디벨로퍼로 영역 넓혀… 자체프로젝트도 발굴

    ‘진심이 짓는다.’ 대림산업이 2009년 7월 내놓은 광고 캠페인 문구다. 입주민을 위해 화려함보다는 품질과 실용성에 집중하겠다는 건축철학이 녹아 있다. 이를 위해 건축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온 대림산업이 ‘2017 대한민국 건설상’ 건축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대림산업은 브랜드 아파트 ‘e편한세상’에 그들의 건축철학을 녹이려 노력해 왔다. 입주민의 관리비를 낮추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2010년 업계 최초로 냉난방 에너지를 50% 절감할 수 있는 아파트를 선보였다. 지난해 2월에 개발한 주거 플랫폼 ‘D.house’는 아파트에 사는 각 가구의 취향과 생활 스타일을 고려한 대림산업만의 평면 양식이다. 획일화된 기존의 아파트 내부와는 달리 구조벽을 최소화해 집 안 공간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게 했다. 올해 78주년을 맞은 대림산업은 디벨로퍼(시행사)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배선용 대림산업 전무는 “공사를 수주해 건물을 짓는 시공사 역할에서 나아가 자체 프로젝트를 발굴해 시공과 건물 운영까지 총괄함으로써 ‘주민 편의와 행복에 진심을 다한다’는 대림산업의 철학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판교 기업지원허브, 규모 6.0 지진에도 끄떡없어

    토목 부문 대상은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를 지은 포스코건설이 수상했다. 올해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회사를 합친 뒤 해외건설시장 등에서 꾸준한 실적을 이어온 포스코건설은 이번 수상으로 합병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조성된 지하 2층, 지상 8층, 연면적 7만8802m² 규모의 복합 업무 시설이다. 정부는 이 기업지원허브를 통해 스타트업 등 혁신성을 갖춘 창업 기업에 저렴하게 사무공간을 임대해주고 기업 컨설팅,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지원허브의 시공을 맡은 포스코건설은 환경성과 안전성을 위해 최고 수준의 기술을 선보였다.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 설비를 구축하고 지열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에너지 효율 등급 1++를 받았다. 자연광을 조명 전력으로 재활용하는 집광채광 시스템도 도입했다. 규모 6.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특등급’ 설계도 돋보이는 점이다. 이재열 포스코건설 상무는 “합병 시너지를 기반으로 내년에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시공’을 본격 실행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수주 저변을 더욱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임대소득 年2000만원 안될땐 등록 적극 검토를”

    “생각보다 다주택자들의 문의가 별로 없네요.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에 따른 인센티브가 크지 않아 다들 ‘조금만 더 버텨 보자’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서울 송파구 잠실동 골드공인중개사사무소 문혜영 대표) 정부가 13일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예상보다 약한 데다 그마저 ‘8년 이상 임대할 때’라는 단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가 당초 예정보다 미뤄지면서 당장 ‘내년 4월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실시’까지 시간이 촉박해 다주택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대 이하 혜택에 ‘버티기’ 조짐 이번 방안에는 당초 포함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혜택이 빠졌다. 임대사업자가 임대소득세 감면을 받기 위해선 해당 임대주택이 전용면적 85m² 이하에 공시가격 6억 원 이하여야 한다. 양도세 중과세 적용 배제 대상도 수도권 6억 원, 비수도권 3억 원 이하 주택이다. 여기에 각종 혜택이 8년 장기임대에 몰린 점도 부담이다. 이에 고가 주택을 많이 보유한 서울 강남권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동구 명문공인중개사사무소의 조성귀 대표는 “13일 발표 이후에도 관련 문의가 거의 없었다”며 “임대등록은 기간이 길어 부담되고 집을 내놓자니 시장이 안 좋아서 잘 팔리지 않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사업자 등록 유인책이 강하지 않아서 다주택자들이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심종태 신한은행 분당PWM센터 팀장은 “굳이 세원을 노출하고 집을 8년이나 묵히면서까지 등록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라며 “이번 방안을 기다렸던 다주택자들이 크게 실망해 대부분 그냥 버텨 보자는 분위기로 기울고 있다”고 귀띔했다. ○ “강남은 유지하고 지방은 처분 고려하라”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을 임대하고,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면 이번에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말했다. 세무법인 다솔의 최용준 세무사에 따르면 서울에 주택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임대소득 연 2000만 원)가 주택 2채(공시가격 각 6억 원)를 8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임대소득세가 92만4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줄어든다. 396만 원을 내야 하는 종합부동산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2020년 이후 의무등록이 예상되기 때문에 요건만 맞으면 지금 최대한 혜택을 누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처럼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곳의 주택은 임대주택 등록을 해서라도 장기 보유하고,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 보유한 주택은 처분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도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수도권이나 지방의 추가 주택은 내년 대출 규제 강화와 입주 물량 증가 등을 고려해 양도세 중과 시행 이전에 처분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송미정 KEB하나은행 도곡PB센터 부장은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은 각종 증여세 절세 방법을 활용해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주애진 jaj@donga.com·강성휘 기자}

    • 2017-12-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올 서울 아파트 분양가 1.8% ↑ 2013년 이후 상승폭 가장 낮아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는 올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1.8%(12월 첫째 주 기준) 올랐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2013년 이래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2013년 16.1% 급락했던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이듬해인 2014년 15.8% 올랐다. 2015년에는 3.1%로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지난해 9.5% 오르며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올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서 분양가 인상에 제동을 건 데다 부동산 규제 강화로 소비자 눈치를 보는 건설사가 많아지면서 분양가 상승 폭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하반기에 상당수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에 나서지만 대출 규제와 HUG의 분양가 심사가 강화된 만큼 내년 분양가 인상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2-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천 효성해링턴 타워 인하’ 오피스텔-상가 분양

    한국자산신탁은 인천 남구 용현동에 들어서는 ‘인천 효성해링턴 타워 인하’ 오피스텔과 단지 내 상가를 분양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지하 7층, 지상 32층 건물에 전용면적 25∼84m² 오피스텔 628실과 상가점포 41개(지하 1층∼지상 2층)가 분양 대상. 단지가 들어서는 용현동 일대는 인천 내에서 개발 호재가 많은 곳이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2020년 착공에 들어가 2025년 개통될 예정이다. 인근의 고속철도(KTX) 송도역도 2021년에 들어선다. 배후 수요도 탄탄하다. 인하대가 도보 20분 거리에 있다. 남동국가산업단지 등 주요 산업단지도 차량으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어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 수요도 많은 편이다. 인천보훈병원이 내년 인하대 옆에 문을 열면 오피스텔 수요층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본보기집은 남구 용현동에 있다. 032-888-1100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청약 격전지’ 연말 물량 노려라

    어느덧 올해 분양시장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청약 규제 강화로 1순위 당첨이 제한된 데다 내년부터는 대출 규제가 강화된다. 자금 계획이 확실한 내 집 마련 실수요자라면 연내 분양 물량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분양시장 양극화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역별로 청약자가 몰리는 ‘청약 격전지’ 물량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청약통장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부산 10일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리얼투데이가 금융결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12월 7일 기준) 분양된 아파트에 청약을 신청한 사람은 210만6973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12.6 대 1(일반 분양 기준)로 나타났다. ‘8·2부동산대책’ 이후 분양된 일반분양 물량 7만502채에 청약을 신청한 사람은 94만539명으로, 이 기간 경쟁률은 평균 13.1 대 1이었다. 8·2대책 이전 경쟁률(평균 12 대 1)보다 높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정부가 추가 규제까지 예고해 더 늦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지역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청약자가 많이 몰린 지역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정부 규제에서 자유로운 곳인 경우가 많았다. 청약통장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4984채 일반 분양에 25만7717명이 청약을 신청한 부산 강서구였다. 8·2대책으로 인해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 해운대구, 연제구 등과 달리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워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까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에서는 청약조정대상지역이 아닌 평택에 가장 많은 청약자(3211채 모집에 11만8186명 청약)가 몰렸다.○ “연내 물량 노려라”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라면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 내 청약 격전지에 연내 남은 물량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 본부장은 “연내 청약을 받을 경우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인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강화된 중도금 대출 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에서는 영등포구(1576채 모집에 4만3528명 지원)의 인기가 두드러졌고 강동, 서초, 은평, 서대문, 송파구 등에도 각각 1만 명 이상이 몰렸다. 이 중 연내 분양 물량이 남은 곳은 송파구. 대림산업이 거여동에 짓는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트럴’이 13일부터 청약을 받는다. 2005년 거여마천뉴타운 지정 이후 12년 만의 첫 분양 단지라 더욱 관심이 높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기도의 경우 평택에 이어 김포(3만3107명), 고양(2만1757명), 안산(2만1344명), 남양주시(1만6936명) 등이 1만 명 이상 청약자를 불러 모았다. 우미건설은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에 ‘남양주 별내지구 우미 린 2차’를 이달에 분양한다. 별내지구는 서울 지하철 4호선과 8호선 연장선이 각각 2019년과 2022년에 개통될 예정인 곳이어서 남양주 내에서도 관심이 높은 곳이다. 지방에서는 전북 전주시(4만8199명), 경남 진주시(4만496명), 강원 속초시(2만5662명), 세종시(2만1324명)를 눈여겨볼 만하다. 이 중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롯데건설이 분양 예정인 ‘창원 롯데캐슬 프리미어’가 이달 중순 분양을 앞두고 있는 만큼 주변 지역 수요자라면 미리 청약 일정을 확인해두는 게 좋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2-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DMZ 안보관광-다도해 투어… 한국만의 ‘온리 원’ 키워라

    “짜릿함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도 한편으론 숙연해지는 경험이었어요.” 1, 2년에 1회꼴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인도네시아인 관광객 리아 씨(29·여)는 최근 서울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으로 ‘비무장지대(DMZ) 투어’를 꼽았다. 민통선 내 캠프 그리브스를 포함해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제3땅굴 등을 돌아보는 DMZ 투어는 세계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체험 관광 상품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역사와 분단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말했다. 다도해 풍경과 더불어 케이블카 등 체험형 관광을 내세운 경남 통영도 남해안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관광객 몰이를 하고 있다. 송호천 통영시 해양관광과 계장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트레킹을 즐기려는 배낭여행객 등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통영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만을 겨냥한 싸구려 쇼핑 관광 때문에 황폐해진 한국 관광산업의 생태계를 되살리려면 DMZ 투어, 통영 섬 트레킹 같은 한국만의 관광 콘텐츠를 적극 발굴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야 ‘유커장성’에 갇힌 한국 관광이 고부가가치 체험형 선진 관광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선진 관광’ 되려면 한국만의 콘텐츠 상품 육성해야” 전문가들은 “한국 관광의 품격을 높이려면 비슷한 상품들 중 가장 뛰어난 ‘베스트 원(best one)’ 콘텐츠가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관광 자원 중 세계에서 유일한 ‘온리 원(only one)’ 콘텐츠를 키워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으로 손꼽히는 한국 의료 관광의 경우 관광객 1명이 한국에서 지출하는 금액이 8821달러(약 970만 원)로 일반 관광객(991달러)의 약 9배에 이른다. 크루즈 관광이나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관광도 부가가치가 높다. 현재 싸구려 관광으로 굳어진 쇼핑도 우리만의 특색을 살리면 고부가가치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김철원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匠人) 문화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한국만의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함께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같은 외부 리스크에도 흔들리지 않는 시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주요 타깃 시장의 다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1군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2군 시장’을 늘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 다변화를 하면 ‘싸구려 쇼핑 관광’ 이미지가 더 굳어질 수 있다”며 “시장 다변화는 악습을 바꾸려는 구조적 노력이 병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관광 업그레이드할 범정부 차원의 종합 컨트롤타워 필요 정부는 중국 ‘한한령(限韓令)’ 한파가 몰아치는 동안 시장 다변화, 고부가가치 콘텐츠 육성 같은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시행해 왔다. 동남아 고성장 7개국을 각각 겨냥한 테마 상품 30선을 개발하고 무슬림 친화적인 시장 분위기 조성에도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을 체험할 수 있는 고품격 프리미엄 웰니스 상품으로 개발된 한방 체험, 한국 숲 걷기 등 상품 리스트 25선을 만들어 7월부터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한국 관광의 근본적 혁신을 위해선 각 분야의 현황을 공유하고, 급변하는 관광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범정부적 컨트롤타워와 운영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관광 관련 범정부 회의가 간혹 개최되곤 하지만 비정기적인 데다 형식적일 때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시장 다변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은 총리 산하의 ‘관광입국추진 각료회의’를 갖추고 있고, 말레이시아도 비슷한 급의 ‘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신용석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국가들은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관광 의존도는 낮아지고, 관광 수입은 계속 늘고 있다. 관계 부처가 함께 토론하고 협력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영향이 크다.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손가인 gain@donga.com·강성휘 기자}

    • 2017-12-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평택드림테크 일반산단 134만m² 분양

    드림테크개발㈜은 경기 평택시 청북읍 율북리에 들어서는 ‘평택드림테크 일반산업단지’를 분양 중이다. 용지 면적은 여의도 광장 절반 규모(134만5000m²). 제조시설 70만1126m²를 비롯해 물류시설, 연구시설, 지원시설, 공공시설 등이 함께 조성된다. 단지 설립 예정지인 평택은 개발 호재가 많다. 조성 중인 고덕국제신도시는 평택에서 가장 큰 택지지구로 2020년 개발이 끝나면 인구 약 14만 명의 신도시가 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평택의 땅값 상승률(5.81%)은 부산 해운대구(6.86%)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평택드림테크 일반산업단지는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지분을 나눠 갖는 일반 산업단지와는 달리 100% 민간 자본으로 조성돼 시행사가 분양가를 조정할 수 있다.2020년 3월 완공 예정.1522-2577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통축제 등 볼거리 많은데… “화장품-홍삼 쓸어 담으면 끝”

    4일 오후 서울 중구 시내면세점 지하 3층 주차장. 엘리베이터 바로 앞자리에 승합차 2대가 문을 연 채 대기 중이었다. 두 손에 각각 쇼핑백 5개씩 들고 나타난 중국인 2명이 승합차 가득 물건을 실었다. 이른바 ‘다이궁(代工)’으로 불리는 중국인 보따리상들. 한국 면세점에서 화장품 홍삼 명품을 사고 중국에 내다 파는 일종의 구매 대행 업자들이다. 아침부터 주요 점포 앞에서 줄을 서 물건을 퍼 담는다. 면세점 관계자들은 “다이궁은 항공권을 보여주고 면세점 물건을 산 뒤 항공권을 취소하는 방식으로도 영업한다. 면세점이야 어쨌든 물건을 사가는 손님이니 이들에게도 인센티브를 주면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관광산업이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에게 크게 의존하면서 그들이 좋아하는 ‘면세점 투어’가 한국 관광의 중심 콘텐츠가 돼버렸다. 그 때문에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한국의 면세점 투어조차 ‘유커 싸구려 관광의 한 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커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돈 주고 유커를 모셔오는 ‘모객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이고 밀수 보따리상의 판로 역할까지 하는 기형적인 구조까지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관광을 풍요롭게 할 다양한 관광콘텐츠 개발은 늘 뒷전이다. ○ 유커조차도 비판하는 ‘한국 관광의 콘텐츠 부족’ 관광 수익으로 이어지는 쇼핑은 좋은 관광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단체여행객 1인 평균 지출 경비 1695.5달러(약 184만 원) 중 가장 소비를 많이 한 분야는 쇼핑(1125.6달러·약 122만 원)이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관광 업계가 수익을 내기 쉬운 면세점 쇼핑 위주의 시장 구조를 만들다 보니, 한국 특유의 관광 콘텐츠나 잠재적 가치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출장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인 스테퍼니 씨(29)는 5일 기자에게 “한국을 5회 이상 방문했지만 아직 한국 관광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 전통 축제를 체험하고 싶은데, 관련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체부의 ‘2016년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한 활동은 쇼핑이 47.0%로 압도적이었다. 2위는 업무수행(9.8%). 3위와 4위를 차지한 식도락 관광(8.9%), 자연경관 감상(7.7%) 등 쇼핑 이외의 관광 비중은 크게 낮았다. 유커조차도 한국의 관광 콘텐츠 부족을 지적할 정도다. 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유커의 한국 관광이 최고조였던 2014년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가별 관광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조사 대상 16개국 중 14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다시 한국을 찾는 재방문율도 25.7%에 그쳤다. 다른 조사에서도 유커의 한국 관광에 대한 불만사항 중 1위가 ‘관광자원 부족’(41.6%), 2위가 ‘단조로운 일정과 자율성 부족’(22.1%)이었다. ‘한국 관광 인프라가 충분하다’는 평가는 9.4%에 불과했다. 한국 관광의 전반적인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올해 3월 36개국 전문가를 포함한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전통문화자산 및 여행 가치는 조사 대상 80개국 중 각각 44위, 67위에 불과했다.○ 유커 모객에 연 1조 원 쓰는 한국 면세점의 그늘 면세점이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관행은 중국 여행사로부터 시작됐다. 중국 현지에서 관광객을 모은 여행사는 한국 여행사에 ‘우리가 이만큼 사람을 모았으니 상품을 저렴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국내 여행사들은 여기서 입은 손해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 면세점 등에 고객 1인당 송객 수수료를 얼마나 줄 것인지 경쟁을 붙인다. 그 결과가 2박 3일 동안 면세점과 쇼핑몰을 전전한 후 변두리 숙박업소에서 자는 저질 쇼핑 관광의 탄생과 확대재생산이다. 쇼핑 관광의 질을 떨어뜨리는 송객 수수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불하는 송객 수수료는 2013년 2967억 원으로, 총 시내면세점 매출 대비 7.3% 수준이었다. 지난해에는 9672억 원으로 전년(5630억 원) 대비 71.8% 늘었다. 이는 시내면세점 매출 대비 10.9%, 단체관광객 매출 대비 20.5%에 이르는 수치. 올해 상반기(1∼6월) 송객 수수료는 5204억 원으로 결국 연간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 업계에서조차 “시장 규모 12조 원의 세계 1위 한국 면세점이 유커의 값싼 쇼핑 기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악순환 구조에 요즘은 면세점뿐만 아니라 대형호텔과 신규 비즈니스호텔들도 가세한 형국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통해 값비싼 교훈을 얻었으니 앞으론 쇼핑 상품 기획 주도권을 유커나 중국 여행사가 아닌, 우리(한국 업계)가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정 동국대 법대 교수는 “일본인 관광객이 올 땐 모두 일본 마케팅, 그 다음엔 중국이더니, 이젠 동남아에 기웃거린다”며 “흐름에 좌우되지 말고 면세점이 그 나름의 특징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푸는 등 실효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정민지·강성휘 기자}

    • 2017-1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中 한한령 이후 제주 산업 전체에 한파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천국’ 제주도의 경우 유커 위주 관광 생태계의 폐해가 관광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부문으로 퍼지고 있다. 개발사업과 건설 및 부동산 시장도 ‘한한령(限韓令)’ 여파에 맥을 못 추고 있다.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일대의 한 복합관광단지 공사 현장에는 건물을 올리기 위해 엮어 만든 철골 구조물이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채 방치돼 있었다. 곳곳에 쌓아둔 철골과 목재는 녹이 슬거나 갈라져 있었고, 이를 잡초와 덤불이 에워싸고 있었다. 이 복합관광단지 사업은 중국 지유안그룹이 52만 m² 땅에 콘도와 호텔 등을 조성하려던 프로젝트다. 4월 착공했지만 6월 돌연 공사가 중단됐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송금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유안그룹이 공사비를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 현지의 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인건비, 자재비용 등 10억 원 넘게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이 투자한 개발사업 가운데 ‘제주헬스케어타운’ 등 4개가 멈춰 섰다. 외국계 자본이 추진하는 제주 내 관광개발 사업지 24곳 가운데 중국 자본에 의한 프로젝트는 19개(79.2%)에 달한다.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다른 사업들도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장재원 제주특별자치도청 투자유치과장은 “외국 투자자본을 다변화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관광객 중 유커가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인 상황인 만큼 중국 아닌 다른 나라의 투자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건설경기도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 내 건설사 287곳이 올해 10월까지 수주한 공사는 전년 동기 대비 43%나 줄어든 6221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유커가 빠져나가면서 제주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제주 내 주택매매거래량은 568건이다. 2013년 9월 이후 최저치다. 반면 10월 미분양 아파트는 1056채로 56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제주 분양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인이 몰리는 곳이 돈이 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중국인이 집을 사지 않으면 한국 사람들도 돈을 쓰지 않는 묘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 노형동 P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중국인의 돈이 풀리지 않으면 제주 주택시장의 침체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중국인 소유의 제주 건축물과 토지는 1% 안팎에 불과해 이들이 제주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투자자들 사이에 ‘제주 부동산의 매력은 유커 특수’라는 인식이 너무 커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제주=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전엔 동대문 오후엔 명동 ‘쇼핑 뺑뺑이’… 싸구려 관광 판쳐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잘 모르겠네요.” 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시내면세점에서 만난 일본인 이치로 씨(49)는 이런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이 면세점에선 화장실이나 에스컬레이터 안내조차 한국어나 영어 병기 없이 중국어로만 적혀 있었다. 안내방송도 중국어로 흘러나왔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돌아온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중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은련카드’로 결제하면 사은품을 준다는 행사문도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치로 씨는 “아무리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라지만 유커가 아니면 서울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불쾌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 관광에서 ‘한국’이 사라지고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들의 면세점 쇼핑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관광산업의 수익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관광업계에선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없었다면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다가 황폐화된 한국 관광 생태계의 민낯이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란 얘기마저 나온다. ○ 관광시장 다변화조차도 ‘유커 모델의 복제판’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는 한국 관광의 대안으로 제시된 ‘시장 다변화’에 대해서조차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최대의 이익을 최단시간에 내려면 중국 시장에 올인(다걸기)할 수밖에 없다”며 “다시 유커가 돌아오고 있어 기존 영업 관행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던 쇼핑 중심의 저가 관광 구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유커의 발길이 끊겼던 1년 사이, 일감을 잃은 여행사들이 동남아 시장에서도 저가 관광 경쟁을 벌이면서 관광의 질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 동남아 전담 여행사의 대표는 “최근 급부상한 베트남 시장의 경우 현지에서 ‘한국 3박 4일 관광상품’이 35달러(약 3만800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한국 관광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대표는 “여행사들은 모객 수수료로 난 손해를 면세점과 쇼핑센터의 인센티브로 채우려 한다”며 “지난 1년 사이, 관광객의 국적만 바뀌었지 머릿수만 채우고 쇼핑센터로 관광객을 돌리는 저질 관광은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명동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관광객 디야나 씨(34)는 “단체관광으로 한국에 왔는데, 어제 면세점을 들르고 오늘 아침에 동대문 쇼핑센터를 돈 후 오후엔 명동으로 왔다”며 “한국의 특색 있는 상품이 아니라 화장품과 옷가지밖에 없어 재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동남아를 담당하는 한 여행사 가이드는 “쇼핑 외에 체험 인프라가 너무 없다. 손님들이 ‘비슷한 상품만 계속 본다’며 불만을 표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커만을 위한 한국 관광 생태계의 자멸(自滅) 2일 오후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의 크루즈선 입·출국장은 불이 꺼지고 문이 잠겨 있었다. 중국어 간판을 내건 상가들도 대부분 셔터를 내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올해 3월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조치로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을 내리면서 이 터미널을 이용하는 사람이 사라졌다. 제주항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국제’여객터미널이 아니라 ‘중국’여객터미널이었다. 터미널의 이런(폐허처럼 변한) 모습은 중국만 바라보던 우리 탓이 크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360만여 명 중 85%가 중국인이었을 만큼 제주는 ‘유커의 천국’으로 불렸다. 관광업계는 ‘인해전술하듯’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의 입맛에만 맞춰 시장을 바꿔 나갔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사드 보복으로 유커의 발길이 끊기자 이들에게 종속된 한국 관광의 구조적 문제점이 폭발하듯 나타난 것이다. 중국 기업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던 제주 바오젠거리의 상가 여기저기에는 ‘점포 정리’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곳의 김대우 88한국백화 세일마트 대표는 “사드 보복 이후 월 매출이 호황기의 10%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한숨을 쉬었다. 상가 대부분이 중국인이 선호하는 저가 의류 브랜드나 공산품 가게여서 유커 외에 다른 나라 관광객들은 거의 찾지 않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협받는 바오젠거리 상인연합회는 중국색을 벗기 위해 9월 거리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영세 여행업자들조차 유커를 데려오려고 중국 현지 여행사에 1인당 8만∼20만 원의 모객 수수료를 지불하는 관행이 거의 정착된 상황이다. 여기에 면세점과 호텔도 여행사에 유커 모객 인센티브를 지불한다. 강봉효 제주K여행사 대표는 “최근 중국인 단체관광이 재개됐다고 하지만 반갑지 않다”며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다 보면 언제든 비슷한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관광업계를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한국 관광의 위기는 결국 한국 브랜드의 추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손가인 gain@donga.com / 제주=강성휘 기자}

    • 2017-1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파트 전세금 8년 9개월만에 하락

    전국 아파트 전세금이 8년 9개월 만에 떨어졌다.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 등에 입주물량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전주보다 0.01%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금이 떨어진 것은 2009년 2월 9일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전세시장은 꾸준히 안정세를 보여 왔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전국 전세금 상승률이 0.02%를 넘어간 적이 없었다. 10월 23일부터는 5주 연속 제자리걸음을 한 데 이어 결국 11월 마지막 주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지역별로는 입주 물량이 몰린 경기 및 지방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경기 지역 전세금은 0.02% 떨어지며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기 광주(―0.14%), 화성(―0.10%), 광명시(―0.08%) 등이 많이 떨어졌다. 지방 6대 광역시 중에서는 부산(―0.01%), 인천(―0.02%), 울산(―0.10%)의 하락폭이 컸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역시 0.02% 떨어졌다. 서울은 전체적으론 여전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세금이 하락세를 보이는 자치구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에는 서울 강동(―0.18%), 노원(―0.17%), 구로, 도봉, 은평구(각 ―0.01%) 등 5개 구가 전세금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12월 첫째 주 전체 서울 전세금은 전주 상승폭(0.10%)의 절반에 불과한 0.05% 오르는 데 그쳤다. 이처럼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이유는 우선 늘어난 입주물량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집들이를 마쳤거나 할 예정인 집은 모두 37만9619채. 최근 10년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달 27일 기준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18.1로 2009년 2월 9일(122.4) 이후 최저치다. 전세수급지수는 100보다 클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처럼 전세시장에서 공급이 꾸준히 늘면서 최근에는 홀수 해마다 전세금이 뛰던 이른바 ‘홀수 해의 법칙’마저 깨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11% 많은 44만2194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세금이 올해보다 0.5%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금과 아파트값 차이를 이용한 갭투자의 경우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더욱 늘어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2월 수도권 3만9180채 분양

    연말을 앞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분양이 이뤄진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시장 규제로 시장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를 위한 눈치작전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시장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대형 건설사가 분양하는 아파트들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는 다음 달 전국에서 4만1041채(일반분양 기준)가 분양된다고 26일 밝혔다. 월별 분양 물량으로는 올해 최대 규모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분양되는 아파트는 3만9180채로 전체의 95%가 넘는다. 짧은 기간에 분양 물량이 집중되면서 같은 지역이더라도 상대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높은 대형 건설사 단지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특화설계를 적용하고 주거환경도 상대적으로 쾌적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신규 분양시장에서는 브랜드 아파트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의 ‘8·2 부동산대책’ 이후 GS건설이 수도권에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는 평균 168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삼성물산이 선보인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래미안 DMC루센티아’도 두 자릿수 경쟁률로 1순위에 청약이 마감됐다. 권 팀장은 “조정대상지역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청약 재당첨 제한이 강화됐기 때문에 유망 단지로 청약통장이 몰리는 현상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 건설사가 분양하는 아파트는 비교적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많다. 포스코건설이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분양한 ‘동탄역 더샵센트럴시티’는 10월 5억8000만 원(전용면적 84m² 기준)에 거래됐다.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들은 같은 시기에 이 아파트보다 최고 6000만 원 싼 가격(5억2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12월에 대형 건설사들은 대거 수도권 시장 공략에 나선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12월에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들이 분양하는 아파트는 2만3849채(뉴스테이 포함)로 지난해 같은 달(8662채)의 3배에 육박한다. 롯데건설은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들어서는 ‘독산역 롯데캐슬뉴스테이플러스’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35층, 전용 59∼84m² 8개 동 919채 규모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대형마트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단지 반경 1km 내에 있다. 남부순환로, 안양∼성남 고속도로 접근이 수월해 서울 강남권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경기 하남시 현안1지구 1구역에 들어서는 ‘하남 힐즈파크푸르지오’를 같은 달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2층, 전용 52∼59m² 404채 규모다. 대림산업은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여2-2구역 재개발 사업의 일환인 ‘e편한세상 송파파크센트럴’을 12월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 59∼113m², 1199채 규모다. 이 중 380채가 일반분양된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천역, 거여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에 들어선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17-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