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바다 등 자연에 화장한 골분(뼛가루)을 뿌리는 산분장(散粉葬)이 24일부터 합법화된다.보건복지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산분장의 장소와 방법 등을 구체화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개정된 법률의 시행령을 구체화한 것이다. 개정안은 산분장을 할 수 있는 곳을 골분을 뿌릴 수 있는 시설이나 장소가 마련된 묘지·화장시설·봉안시설·자연장지 및 해안선으로부터 5km 이상 떨어진 바다로 정했다. 5km 이상의 해양이더라도 환경관리해역, 해양보호구역에서의 산분은 제한된다. 또 산분을 할 때는 골분이 흩날리지 않도록 수면 가까이에서 해야 하고, 다른 선박의 운항이나 어업 행위, 양식 등을 방해해선 안 된다. 골분과 생화만 뿌릴 수 있고 그 밖의 유품 등을 함께 던져선 안 된다. 장사 시설에서도 골분을 뿌린 뒤 잔디를 덮거나 골분을 깨끗한 흙과 섞어 뿌린 후 지면에 흡수되도록 충분한 물을 뿌리도록 했다.산분장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지만 관련법이 없어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2022년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인식 조사에서 산분장에 찬성하는 비율은 72.8%에 달했다. 특히 국내 화장률이 2001년 38.5%에서 2022년 91.7%까지 높아지면서 부족한 봉안시설의 대안으로 산분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서 산분장(22.3%)을 선호한 답변은 봉안(34.6%), 자연장(3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정부는 산분장이 합법화되면 현재 전체 장례의 10% 미만인 산분장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유가족들의 장지 마련 등 유골 관리 비용 절감과 함께 후대에 국토를 보다 효율적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년 전 은퇴한 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된 김모 씨(60)는 소득이 없지만 매달 건강보험료를 5만840원씩 낸다. 본인 소유의 실거래가 4억 원대 아파트에 재산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아들이 직장가입자가 아니라서 피부양자 등록이 안 된다. 소득은 없고 국민연금은 4년 뒤에야 받을 수 있다 보니, 매달 내는 건보료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소득에만 건강보험료를 매기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득과 재산을 더해 보험료를 책정하는 지역가입자의 부과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 1만 원당 내는 보험료가 재산이 적은 가입자가 재산이 많은 가입자보다 많은 역진 현상이 발생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재산 적은데 더 내는 ‘재산 기준 건보료’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역가입자의 재산 기준 건강보험료는 1∼60등급으로 나뉜 등급제가 적용된다. 가구별 재산 과세표준 금액에서 1억 원을 공제한 뒤 등급별로 매겨진 점수에 점수당 단가(208.4원)를 곱해 보험료를 산출한다. 재산이 가장 적은 1등급(22점)은 월 4580원, 가장 많은 60등급(2341점)은 상한액인 월 48만7860원이 부과된다. 문제는 재산이 적은 가구가 내는 재산 1만 원당 보험료가 재산이 많은 가구보다 많아지는 ‘역진’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 1등급 가입자의 재산 1만 원당 보험료는 20.36원이지만 10등급은 11.89원, 30등급은 4.13원, 최고 등급인 60등급은 0.63원에 불과하다. 최저 등급의 재산 1만 원당 보험료가 최고 등급의 31배에 달하는 셈이다. 정부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재산보험료 부과 방식을 등급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2022년 9월부터 지역가입자의 소득 기준 보험료에 정률제가 도입됐다. 건보공단은 “재산보험료 총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전제하에 정률제가 도입되면 32등급 이하 187만 가구의 월 보험료가 평균 3만9000원가량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엔 재산이 많은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오를 수 있다.● OECD 회원국 중 韓-日만 재산에 보험료 부과 전문가들은 정률제 전환과 함께 지역가입자 건보료 부과 체계의 큰 틀을 바꾸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재산 기준 보험료는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982년 도입됐지만 이제는 소득 파악이 상당 부분 투명해진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초고령화 시대에 과도한 건보료 부담을 호소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며 “부과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산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다만 일본은 건보료 부과에서 재산 비중이 10% 미만에 불과하다. 한국은 그 비중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전인 2018년 58.9%에서 지난해 2월 31.2%로 줄었지만 여전히 30%를 웃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3년 보고서에서 지역가입자의 재산 기준 보험료 공제를 단계적으로 2억 원으로 올리고 재산 기준 보험료를 소수 고액 자산가에게만 부과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고령층의 경우 재산과 보험료 지불 능력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공제 규모를 2억∼3억 원으로 높여 재산보험료를 낮추는 등 소득 중심 부과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유가족에게 희생자 1인당 300만 원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한다고 10일 밝혔다. 사랑의열매는 중앙회 및 전국 17개 지회를 통해 이달 말까지 사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모금을 진행 중이다. 9일까지 24억5133만 원이 모였으며, 성금은 유가족 긴급생계비와 긴급돌봄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기부 관련 상담은 사랑의열매 나눔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정부가 무분별한 의료쇼핑을 막기 위해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해 가격을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비중증 비급여 진료의 실손의료보험 본인부담금도 대폭 올려 과잉진료와 건강보험 재정 누수도 막겠다는 취지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비급여 관리 개선방안과 5세대 실손보험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의료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급여’ 신설이다. 정부는 의료기관별 진료비 편차가 크고 증가율이 높은 비급여 항목을 추려 ‘관리급여’로 전환할 방침이다. 비급여 진료가 건강보험 ‘관리급여’로 바뀌면 병원마다 제각각이던 진료비에 고정된 가격이 생긴다. 정부는 여기에 90~95%의 높은 본인부담률을 적용해 의료쇼핑을 막겠다는 것이다. 가령 현재 4세대 보험 가입자가 평균 10만 원가량인 비급여 도수치료를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은 3만 원(30%)만 내면 된다. 그러나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등재되면 본인부담금(90%)이 9만 원으로 오르게 된다. 관리급여 항목은 실손보험에서도 같은 본인부담금을 적용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 경우 실손보험에서도 9만 원 중 90%를 본인이 부담해야 돼 총 도수치료 비용 10만 원 중 8만1000원(81%)이 본인 부담이 된다. 본인부담금 95%를 적용하면 약 9만 원을 본인이 내야 한다. 도수치료 외에도 대표적인 과잉진료 항목으로 꼽히는 체외 충격파, 영양주사 등도 관리급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을 동시에 진료받는 ‘병행진료’도 보장이 제한된다. 현재도 미용성형, 라섹 등 치료적 목적 외 비급여 진료는 병행진료시 급여 보장이 안 되는데, 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번 개혁안은 무분별한 비급여 시장 확대가 환자의 의료이용 행태를 왜곡하고, 필수의료 인력 유출의 원인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068개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는 총 1조8869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를 바탕으로 연간 비급여 진료비 규모는 22조6425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2023년 건보 급여 진료비 83조923억 원의 27.2% 수준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보고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까지 포함한다면 이 비중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비급여 관리 개선을 위해선 실손보험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중증 질환자에 대한 급여를 대폭 보장하고 비중증 환자에 대한 보장을 낮춰 보험료율을 내리는 내용의 5세대 실손보험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급여 항목의 경우 일반질환자의 외래 진료비는 현재 건강보험에서 30~60%를 본인이 부담하고, 실손보험을 통해 이 중 20%를 부담하면 실질적으로 6~12%를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건강보험과 동일한 본인부담률을 적용해 9~36%를 본인 부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비급여 항목은 중증 질병·상해 비급여(특약1)와 비중증 비급여(특약2)로 구분해 보장성을 차등화한다. 비중증 비급여를 보장하는 특약2의 경우 보장 한도를 현재의 5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추고, 자기부담률을 30%에서 50%로 올리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다만 비급여 관리 체계와 효과 등을 검토 해 2026년 6월 이후 출시를 고려 중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여성이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위기임신 보호출산제’ 시행 6개월 만에 임산부 52명이 보호출산을 신청했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9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위기 임산부 901명은 총 3176건의 상담을 받았다. 심층 상담을 받은 178명 중 92명은 아이를 스스로 키우기로 했다. 반면 임산부 52명은 보호출산을 선택했고 19명은 출생신고 후 입양을 보내기로 했다. 복지부는 “애초에 63명이 보호출산을 신청했으나 11명은 상담 후 직접 키우기로 마음을 바꿨다”며 “보호출산제 도입 후 163명의 아동을 지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보호출산제는 지난해 7월 아동 유기 및 출생 미등록 영아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이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다.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안내하고 불가피할 경우 가명으로 진료를 받고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인플루엔자(독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서 보건당국이 설 연휴 전 고위험군은 백신 접종을 꼭 받을 것을 권고했다.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28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73.9명을 기록했다. 지난 한 달간 주당 감염자는 7.3명→13.6명→31.3명→73.9명으로 2배 안팎으로 증가하고 있다.지난해 12월 22~28일 코로나19 신규 입원환자는 111명으로, 전주 66명 대비 약 1.7배로 늘었다. 질병청은 “설 연휴 기간 이동량이 많고 집단 활동이 활발해지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감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임신부, 어린이 등 고위험군은 설 연휴 전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백신 접종과 관련된 궁금증을 Q&A로 정리했다. ―독감과 코로나19 예방접종 지원 대상은 누구인가?“독감은 생후 6개월 이상부터 13세 어린이(2011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 임신부, 65세 이상 노인(1959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이 지원 대상이다. 코로나19는 65세 이상 노인과 생후 6개월 이상 면역저하 및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다.”―예방접종 지원 대상이 아닌 경우엔 어떻게 하나?“가까운 예방접종 시행 의료기관에서 자비로 접종받을 수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개별적으로 예방접종비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예방접종을 하면 감염을 100% 막을 수 있나?“아니다. 건강한 성인은 코로나19는 60~70%, 독감은 70~90%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효과는 백신과 유행 바이러스의 일치 정도, 개인 면역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또 백신이 감염을 막지 못하더라도 중증 진행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접종 후 약 2주가 지나면 방어 항체가 형성된다.”―코로나19와 독감 백신을 같이 맞을 수 있나?“동시 접종이 가능하다. 다른 부위에 접종하면 된다.”―코로나19 예방접종 지원 대상인 면역저하 범위는 어떻게 되나?“영유아(6개월~4세)의 경우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14일 이상 사용 중 △혈액암 등 항암치료 중 △면역억제제 치료 중 △장기이식 △중증 면역결핍질환 감염 △골수 또는 조혈모세포 이식 △키메라 항원 T 세포(CAR-T) 요법 △만성 폐질환, 만성 심장질환, 만성 간질환, 만성 신질환, 신경-근육질환 △중증뇌성마비 또는 다운 증후군처럼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장애를 앓는 환자가 해당된다. 소아(5세 이상) 및 성인의 경우는 △종양 또는 혈액암으로 항암 치료 중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 복용 중 △조혈모세포 이식 후 2년 이내인 환자 또는 이식 후 2년 이상 경과한 경우라도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는 경우 △일차 면역결핍증 △고용량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또는 면역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로 치료 중인 경우 등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본사에서 뇌사 장기 기증자 자녀 15명에게 장학금 6750만 원을 전달했다고 6일 밝혔다. 장학금은 제약·바이오 기업 HK이노엔 임직원 등이 걸음 기부 캠페인으로 모은 4500만 원에 기증원의 기부금을 더해 마련했다. 장학금을 받은 유가족은 “다른 생명을 살리고 떠난 기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에게 힘을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삼열 기증원장은 “기증자는 생명 나눔을 한 영웅이기에 가족분들이 자긍심과 보람을 갖고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HK이노엔은 지난해까지 걸음 기부를 통해 장기 기증자 자녀 및 당뇨병 어린이 등 179명을 지원해 왔다. 곽달원 HK이노엔 대표는 “기부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소득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9년 더 건강하게 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프지 않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건강수명(Healthy Life Expectancy·HALE)’의 소득별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어 ‘건강 양극화’ 해소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5일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대한의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08년 68.89세에서 2020년 71.82세로 12년 동안 2.93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팀이 해당 기간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질병 또는 장애를 가진 기간을 제외한 수명을 뜻한다. 2020년 기준 여성의 건강수명이 73.98세로 남성(69.43세)보다 4.55년 더 길었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소득계층을 1분위(최저)∼5분위(최고)로 구분했을 때, 2020년 5분위의 건강수명은 74.88세로 1분위의 66.22세보다 8.66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격차는 2008년 7.94년에서 2012년 6.72년으로 줄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윤 교수는 “소득이 적을수록 건강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고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소득 하위층을 대상으로 건강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수명’도 양극화 심화… 소득별 격차 8년새 2년 커져수도권-지방 격차도 갈수록 확대‘건강하지 못한 노년’ 12.7년 보내“건강 불평등 해소 복지정책 필요”중견 기업을 운영 중인 강모 씨(58)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일주일에 5회 이상 서울 강동구 집 근처 공원을 5km씩 달린다. 주말에는 모임을 만들어 골프나 등산도 꾸준히 다닌다. 최근에는 젊은층에서 유행 중인 ‘저속 노화’에 관심이 생겨 식단도 노화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건강식 위주로 바꿨다. 강 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신체 나이가 실제보다 5년가량 젊게 나왔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강 씨처럼 건강한 노후를 위해 노력하는 국민이 많아지면서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소득계층별 건강수명 격차도 9년 가까이 벌어져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의료 및 복지정책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수명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보내는 시기를 말한다.● 소득 상위 20% 건강수명 75세5일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소득이 높을수록 건강수명이 길었다. 연구팀이 건강보험료 부과액에 따라 소득을 5개 분위로 나눠 비교·분석한 결과, 소득이 가장 많은 층(소득 5분위·상위 20%)의 건강수명은 74.88세였다. 반면 소득이 가장 낮은 층(소득 1분위·하위 20%)의 건강수명은 66.22세였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건강수명 차가 8.66년이나 난 것이다. 이는 고소득층이 노인 기준 연령(65세) 이후에도 10년 가까이 건강한 노년기를 보내는 반면, 저소득층은 이보다 약 9년 먼저 각종 질환이나 장애 등을 겪는다는 의미다. 해당 격차는 2008년 7.94년에서 2012년 6.72년으로 줄었다가 8년 만에 2년가량 커졌다.2008년과 비교해 보면 당시 소득 5분위 건강수명은 71.76세였고, 소득 1분위는 63.82세였다. 12년 동안 고소득층의 건강수명이 3.12년 늘어난 반면 저소득층은 2.4년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건강수명의 지역 간 격차도 커졌다. 전국 시군구 250곳의 건강수명 상위 5%와 하위 5% 건강수명 격차는 2008년 5.93년에서 2020년 6.89년으로 늘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의 소득이 높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수명은 상당수가 71.82∼77.54세로 고른 상위 분포를 보였다.소득에 따라 건강수명이 달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능력에 따라 건강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는 건강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여성 인구 10만 명당 암 발생률은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가 2018년 97.3명에서 2021년 117.4명으로 20.1명 더 늘었다. 남성은 같은 기간 78.3명에서 79명으로 0.7명 늘었다. 또한 2022년 소득 하위 20%의 비만 유병률은 40.3%로, 상위 20%(32.8%)보다 7.5%포인트 높았다.● 건강하지 않은 노년 12.7년연구팀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08년 평균 68.89세에서 2020년 71.82세로 늘었다. 건강수명이 12년 동안 3년가량 늘었지만 기대수명 역시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강하지 않은 노후’를 보내는 기간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08년 80.83세에서 2020년 84.55세로 3.72년 늘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는 2008년 11.94년에서 2020년 12.73년으로 오히려 더 벌어졌다. 윤 교수는 “의료 발전으로 2030년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건강수명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으면 불행한 노후가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선 사회 복지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한국은 의료 수준이 높고 접근성이 좋은 데다 국가 건강검진 체계가 잘 갖춰져 기대수명을 늘릴 수 있었다”며 “소득 격차가 사망률이나 건강 수준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저소득층을 위한 촘촘한 복지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건강수명 (Healthy Life Expectancy·HALE)기대수명에서 질병 또는 장애를 가진 기간을 제외한 수명을 말한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특별한 이상 없이 생활하는 기간을 의미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요양병원 입원 환자 6명 중 1명은 의학적으로 꼭 입원할 필요가 없지만 병원에서 장기요양 중인 ‘사회적 입원’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입원 환자가 전체의 50%가 넘는 요양병원도 117곳(7.8%)으로 조사됐다. 2010년대 우후죽순 설립된 요양병원들이 경쟁적으로 환자 유치에 나서면서 불필요한 입원과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1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따르면 2022년 7월∼2023년 6월 전국 1494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55만7678명 중 8만7145명(15.6%)이 ‘선택입원군’ 환자로 분석됐다. 선택입원군은 입원 치료 효과가 불확실하고 요양시설 입소나 재가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더 적합한 환자를 말한다.정부는 이런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기관 설립 목적과 거리가 멀고 불필요한 의료비를 지출하는 ‘사회적 입원’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기간 선택입원군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총 4070억 원으로 집계됐다.요양병원 117곳, 환자 절반 “통원치료 하느니 입원”실손보험으로 치료비 부담 덜어… 65세 미만이 62%, 암환자 69%소규모 병원 환자 유치경쟁도 한몫… 환급 유혹, 비급여 처방으로 수익“가정-지역사회 돌봄체계 갖춰야”지난해 위암 수술을 받은 50대 박모 씨는 최근 1년째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항암치료 중인 박 씨는 혼자 거동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불편이 없지만 요양병원에서 식단 관리와 면역 치료도 받을 수 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입원을 결심했다. 병원에서는 박 씨를 입원 치료보다 외래 진료가 더 적합한 ‘선택입원군’ 환자로 분류하고 있다. 요양병원 선택입원군 환자는 진료비 본인부담률이 40%로 일반 환자(20%)보다 높지만 박 씨는 “(실손)보험이 있으니 병원비가 큰 부담은 안 된다”고 말했다.● 선택입원군 62%는 65세 미만1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요양병원의 선택입원군 환자 현황과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2023년 6월 전국 1494개 요양병원 입원환자 약 55만 명 중 15.6%(8만7145명)가 박 씨와 같은 ‘사회적 입원’ 환자로 나타났다. 이는 입원 기간 내내 ‘의료 최고도∼경도’ 단계가 아닌 ‘선택입원군’으로 분류된 환자를 추려낸 것이다. 입원이 꼭 필요하지 않지만 집에서 간병을 받을 상황이 안 되거나 본인이 입원을 선호해 장기간 병원에 머무는 환자들이다. 사회적 입원의 전체 규모만 분석한 기존 연구와 달리 이번 보고서는 연령, 질환, 소득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선택입원군 환자 중 65세 미만은 62.2%를 차지해 비선택입원군(13.2%)보다 젊은 환자 비율이 크게 높았다. 비선택입원군에선 노인 비중이 86.8%에 달했다. 질병 종류별로도 선택입원군에선 암 환자 비율이 68.8%로 가장 높았다. 비선택입원군에선 정신 및 행동 장애가 27.2%로 가장 많았고 암(20.3%), 신경계통 질환(14.2%) 순이었다. 연구를 수행한 박수경 건강보험연구원 보건의료인력지원연구센터장은 “선택입원군에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가 많다 보니 노년성 질환보단 암 환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재가 돌봄 체계 강화해야” 불필요한 요양병원 입원의 원인 중 하나는 병원들의 환자 유치 경쟁 때문이다. 요양병원 수는 2020년 1582개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9월 기준 1359개로 줄었다. 소규모 요양병원들은 중증도가 낮은 환자들을 유치해 실손의료보험 청구가 가능한 비급여 항목 처방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일부 병원은 진료비를 환자에게 돌려주는 ‘페이백’(환급) 서비스를 내세우며 환자 유치에 나서기도 한다. 실제로 조사 대상 요양병원 중 6곳은 입원 환자가 모두 선택입원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입원군 환자가 50% 이상인 병원도 117곳에 달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장은 “요양병원은 (건강보험 지급액이 정해진) 일당정액수가가 적용돼 100병상 미만인 곳은 건강보험 수가만으로는 경영이 어렵다. 이 때문에 돌봄 역할을 강조하며 입원이 꼭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까지 적극 유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요양병원 입원을 줄이도록 지역사회나 집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돌봄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요양병원은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고비용 돌봄’ 구조”라며 “중증 질환을 겪은 뒤 회복기인 퇴원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재가 장기요양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병원을 필요로 하는 환자 수를 추계하고, 설립 기준 등을 재정비해 무분별한 요양병원 설립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사회적 입원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급성기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들이 요양병원 대신 ‘회복기 의료기관’이나 살던 곳에서 재택 의료 서비스를 받는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논의 중이지만 특위 활동이 잠정 중단되면서 논의가 더딘 상태다.사회적 입원 환자의학적으로 꼭 입원할 필요가 없지만 병원에서 장기요양 중인 환자를 이르는 말.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정모 씨(41)의 어머니는 지난달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폐암 수술을 받았다. 암 진행 속도를 고려하면 수술이 시급했지만 지역 대학병원에선 “의료진이 부족해 당장 수술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 씨는 “최소 6개월은 걸린다고 해서 서울 대형병원을 수소문해 3개월 만에 간신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10개월 넘게 이어진 의료공백으로 국민 4명 중 1명은 수술 지연 등의 피해를 직접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지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피해 사례를 접했다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4명 중 3명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접했다고 답했다.● 국민 4명 중 3명 “의료공백 직간접 경험”동아일보와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21, 22일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23.5%가 ‘의료공백으로 피해나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다. 또 51.1%는 ‘가족, 친구 등 지인에게 피해나 불편 사례를 들었다’고 답했다. 주된 피해 사례 중에는 응급실 수용 지연이 27.5%로 가장 많았고, 진료 지연(24.6%), 수술 지연(20.3%), 신규환자 접수 불가(12.9%) 등이 뒤를 이었다. 탄핵 정국 속에서 의료공백이 내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응답자의 50.7%는 ‘적절한 진료를 못 받을까 봐 매우 우려된다’고 답했다. ‘조금 우려된다’는 답변은 22.9%로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의료공백 피해가 자신에게 닥칠까 봐 걱정하는 상황이었다. 무엇이 가장 우려되느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은 33.3%는 처치가 시급한 상황에서 응급실 수용이 지연될까 봐 걱정이라고 답했다. 수술 지연(26.3%), 진료 지연(19.9%)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장기간 이어진 의료공백의 책임이 누구에게 더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7.4%는 ‘정부’라고 답했고 31.6%는 ‘의료계’라고 했다. ‘양쪽 모두’라는 답변은 29.2%였다. 이에 대해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의 불안은 올해 내내 지속되고 있는데 정부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의료계는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주장만 한다”며 “정부와 의료계 둘 다 책임이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 눈높이에서 대안 합의점 찾아야” 이번 설문조사에선 2025학년도 입시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인 만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정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응답자의 의견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먼저 정부가 이미 발표한 ‘2000명 증원’이나 올해 시행한 ‘1509명 증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33%였다. 또 의사단체 강경파에서 주장하는 대로 2026학년도에 아예 신입생을 선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11.9%였다. 나머지 절반가량(49.3%)은 2025학년도보다는 줄이되 일부 선발해야 한다는 절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은 의대 증원은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그 방법과 규모에 대해선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의료계를 향해서도 무조건 반대가 아닌 국민 눈높이에서 대안과 합의점을 찾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공공의창은 2016년 문을 연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리얼미터, 리서치뷰, 우리리서치, 리서치DNA, 조원씨앤아이, 코리아스픽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피플네트웍스리서치, 서던포스트, 세종리서치,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관련 기업이 회원이다. 정부와 기업의 조사 의뢰를 받지 않고 공익적 목적의 설문조사와 분석을 진행한다. 비용은 회원사들이 자체 분담하는 방식으로 조달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내년도 의대 수시모집 추가합격자 등록이 27일 마무리되고 31일부터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됨에 따라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젠 2025학년도보단 2026학년도 정원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의료계 강경파들이 요구 중인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중단이나, 정시 모집인원 축소가 실현 가능성이 낮은 만큼 2026학년도 신입생을 최대한 줄여 내년 이후 의대 교육과 실습의 파행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10명 중 6명 “2026학년도 증원폭 줄여야”동아일보와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이 이달 21, 22일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 10명 중 6명(61.3%)은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2026학년도 의대 증원폭을 올해보다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이 가장 바라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500명 이내 증원(21.4%)’이었다. ‘500~1000명 증원(12.8%)’까지 더하면 34.2%가 ‘증원을 하되, 올해보다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2000명 증원(16.8%)’ 또는 내년도 증원분인 ‘모집인원 1509명 확대(16.2%)’를 2026학년도에도 이어가야 한다는 응답은 33%였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예년 정원(3058명) 미만 선발(15.1%)’과 ‘교육 정상화를 위한 모집 정지(11.9%)’를 선호한 응답자는 27%였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올해 1500명가량 증원될 경우 2026학년도엔 증원분 이상을 감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입생을 아예 뽑지 않거나 최대 1500명가량만 선발한 뒤 2024, 2025학번 최대 7500명을 수년에 걸쳐 분산 교육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상백 연세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4일 국회 토론회에서 “내년도 정원 조정이 불가능하다면 이론적으론 2026학년도는 0명을 뽑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의대 1학년생이 수련을 마치는) 향후 10년간 이들을 분산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도 “내년도 증원분만큼 2027학년도까지 감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학생과 학부모가 감수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38.5%는 ‘2025학년도 증원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올해 증원을 취소해야 한다는 답변도 14.4%였다. 반면 ‘올해 증원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31.3%였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국민 상당수는 의대 증원은 지지하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 방식과 규모는 잘못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여파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 4명 중 1명 “의료공백 피해 직접 겪어”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3.5%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나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다. 51.1%는 ‘가족, 친구 등 지인에게 사례를 들었다’고 답했다. 국민 4명 중 3명이 의료공백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접한 것이다. 피해 사례 중에는 응급실 수용 지연이 27.5%로 가장 많았고, 진료 지연(24.6%), 수술 지연(20.3%), 신규환자 접수 불가(12.9%) 등이 뒤를 이었다. 대구에 사는 정모 씨(41)는 지난달 폐암 진단을 받은 70대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암 진행 속도를 고려하면 수술이 시급했지만 지역 대학병원에선 “의료진이 부족해 당장 수술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 씨는 “최소 6개월은 걸린다고 해서 서울 대형병원을 수소문해 3개월 만에 간신히 수술받을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탄핵 정국 속에서 의료공백이 내년에도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응답자의 50.7%는 ‘적절한 진료를 못 받을까 봐 매우 우려된다’고 답했다. ‘조금 우려된다’는 답변은 22.9%로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의료공백 피해가 자신에게 닥칠까봐 걱정하는 상황이었다. 무엇이 가장 우려되느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은 33.3%는 처치가 시급한 상황에서 응급실 수용이 지연될까봐 걱정이라고 답했다.● 의료공백 책임, 정부 37.4%-의료계 31.6%‘장기간 이어진 의료공백의 책임이 누구에게 더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7.4%는 ‘정부’라고 답했고 31.6%는 ‘의료계’라고 했다. ‘양쪽 모두’라는 답변은 29.2%였다. 다만 의료공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응답자들은 44.6%가 ‘정부 책임이 더 크다’고 답한 반면, 비경험 응답자들은 58.1%가 ‘의료계 책임이 더 크다’고 답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의 불안은 올해 내내 지속되고 있는데 정부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의료계는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주장만 한다”며 “정부와 의료계 둘 다 책임이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절반 이상은 의대 증원 및 의료개혁 추진으로 의료 이용과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 이용 빈도가 증가할 것’이란 응답은 50.8%로 ‘감소할 것(6.7%)’이라는 응답보다 7배 이상 많았다. 또 응답자의 55.9%는 ‘의료비 부담이 늘 것’이라고 답했고,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8.8%에 그쳤다. 의료공백의 해법을 위해 국민, 의료계, 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의료개혁 공론화위를 추진하자는 데는 응답자의 84.8%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의료공백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구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게 반영돼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국민’이 50.6%로 가장 많았고, ‘정부’ 21.2%, ‘의사’ 14.8% 순이었다.〈공공의창은 2016년 문을 연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리얼미터, 리서치뷰, 우리리서치, 리서치DNA, 조원씨앤아이, 코리아스픽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피플네트웍스리서치, 서던포스트, 세종리서치,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관련 기업이 회원이다. 정부와 기업의 조사 의뢰를 받지 않고 공익적 목적의 설문조사와 분석을 진행한다. 비용은 회원사들이 자체 분담하는 방식으로 조달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더불어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 의대 정원을 2027년부터 늘리면 의사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2024년도 수준(3058명)으로 의대 정원을 유지해도 2037년까지는 의사가 안 부족하다는 것이다.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에는 정부가 의대 증원 근거로 제시한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도 참여했다.오 교수는 “의료 시스템이 현 수준을 유지해도 2037년까지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며 “의사 교육수련 기간 10년을 고려하더라도 입학 정원 조정은 2027년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 연구팀은 보상체계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의료개혁이 이뤄지면 의사 부족 시점을 더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오 교수는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전달체계만 개선해도 의사 부족은 2040년까지 나타나지 않고 높은 수준의 의료개혁까지 이뤄지면 의대 증원이 없더라도 2045년까지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도 했다. 연구팀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및 의료개혁 수준에 따라 의사 수를 250명, 500명, 1000명 씩 증원했을 때 결과를 시뮬레이션 했는데 가장 낮은 수준의 개선을 한 경우에도 1000명 씩 5년간 증원하면 2050년까지 의사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2035년까지 1만~1만 5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정부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다만 오 교수는 2025학년도의 경우 이미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난 만큼 “엎질러진 물”이라며 “교육부가 대폭 늘어난 인원의 10년간 교육과 수련의 질을 보장할 합리적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26학년도의 경우 “내년에 0명을 뽑자고 주장할 경우 수험생과 학부모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라며 “(2025학년도 늘어난 만큼 줄여) 2026학년도에는 1500명을 선발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토론에서도 내년도는 이미 상당 부분 합격자 발표가 이뤄진 만큼 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지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희경 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발표된 내년도 신입생은 인정하되 “2025년부터 갭 이어(gap year·학업을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기간) 도입이나 대형병원의 실습 파견 제도 도입 등으로 교육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세 아이의 엄마인 40대 여성이 장기기증을 통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달 1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박혜은 씨(43·사진)가 심장과 폐, 간, 좌측 신장을 기증했다고 23일 밝혔다. 박 씨는 혈관과 피부 등 인체조직도 기증해 환자 100여 명의 회복을 도왔다.박 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유족에 따르면 부산에서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씨는 활발하고 잘 웃는 성격이었다. 베트남전 참전 국가유공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주변을 잘 챙겼는데 장기기증 뉴스를 볼 때면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떠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가족들은 “박 씨가 생명나눔을 하고 떠난 자랑스런 엄마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씨의 남편 이시택 씨는 “아내는 아들이 프로축구 선수가 되길 원했다. 우리 모두 열심히 노력해 그 꿈을 꼭 이루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박 씨의 2남 1녀 중 막내로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지민 양은 “천사가 돼 우리를 돌봐주세요. 엄마 사랑해요”라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은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을 낮추기 위해 연금을 받는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이 받는 기초연금 급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응답자의 3분의 2에 달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사회정책 국민 인식조사 연구 포럼’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이 설문은 올 10, 11월 19~75세 3026명을 대상으로 복지제도 대한 전반적 인식을 조사한 것이다.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된다고 했을 때 응답자 44.7%는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늦춰야 한다’고 답했다. 만 60세였던 연금 수급 연령은 2013년부터 5년 단위로 1세씩 늦춰져 현재는 63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어 ‘현행대로 유지한다’가 33.1%로 뒤를 이었고,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11.5%, ‘연금액을 덜 받는다’가 10.6% 순이었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미래 세대 재정부담을 고려해 내는 돈이나 받는 돈, 수령 시기 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다만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답변은 지난해 14.8%에서 11.5%로 줄었고, 수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40.9%에서 44.7%로 늘었다. 연금을 늦게 받더라도 당장 내야 하는 보험료 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국민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기초연금 개혁 방향과 관련해선 ‘지급대상을 줄이고, 급여수준을 높인다’를 택한 답변이 지난해 23.7%에서 33.2%로 9.5%포인트 늘었다. 이어 ‘지급대상 현행 유지, 급여수준 상향’이 26.8%, ‘현행 유지’ 18.8%, ‘지급대상 확대, 급여수준 현행 유지’ 15.2%, ‘지급대상 확대, 급여수준 상향’ 6% 순이었다. 응답자의 66%가 급여를 높여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약 40%에 이르는 노인빈곤율을 고려해 노년 소득 확대가 필요하다는 느끼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사회서비스 수혜자 대상으로 소득에 따라 이용료 차등 부담’에 동의한 비율이 63.0%로 가장 높았고, ‘전국민적인 증세’(44.2%), ‘새로운 형태의 세금 도입’(40.3%), ‘사회보험 가입자 대상으로 사회보험료 증액’(39.6%) 순이었다.정부의 사회보장제도가 새롭게 중점을 둬야 할 대상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는 응답자의 43.5%가 ‘가족돌봄 청년’을 택했고, ‘사회적 고립자’(34.8%), 보호종료아동(32.0%) 등이 뒤를 이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겨울이 되면서 고령의 심뇌혈관, 호흡기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응급실에는 의료진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고, 충원될 것이란 기대마저 사라진 상황입니다.” 16일 지방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탄핵 정국으로 의료 공백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또 “동료 중 상당수가 올해 내내 이어진 의료공백으로 지칠 대로 지쳐 그만둘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며 “내년에 신규로 들어올 전문의도 많지 않아 지방 응급실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증·응급환자 증가에도 의료진 충원 ‘난망’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으로 전국 응급의료기관에 내원한 중증응급환자는 1609명에 달한다. 9월 하루 내원 중증응급환자가 1300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의료계에선 추위가 본격화되면서 고령층의 심뇌혈관 및 호흡기 질환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겨울철 응급실 내원 환자의 경우 사망률도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응급의료통계에 따르면 응급실 내원 환자 중 사망자는 1월이 가장 많았고 12월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의정 갈등을 해결하고 의료 공백을 끝내기 위한 논의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먼저 의대 증원의 경우 이달 초 여야의정 협의체가 중단되면서 협의 채널이 사라졌다. 증원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윤 대통령은 직무 수행이 중단됐고,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16일 물러났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도 다음 달에나 선출될 예정이다.의대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신입생 선발 중단을 요구 중인 필수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복귀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지원자는 314명으로 모집정원 대비 지원율은 8.7%에 불과했다. 특히 필수과는 전공의 공백이 더 심각하다. 산부인과는 188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1명뿐이었으며, 응급의학과는 224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는 7명뿐이었다.전문의 수급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내년 초 전문의 자격시험 지원자는 총 566명으로 예년의 5분의 1 수준이다. 소아청소년과 24명, 산부인과 13명, 심장혈관흉부외과 6명 등으로 필수과는 은퇴 교수를 고려하면 의료 공백 상황에서 전문의 수가 줄게 된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내년 전국의 심장혈관흉부외과 4년 차 레지던트는 1명만 남는다. 지방은 이미 전문의가 없어 큰 수술을 못 하는 병원이 생기는 중”이라고 말했다.● “필수·지방의료 대책도 표류 중” 정부가 기존에 발표했던 필수·지방의료 대책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정부가 전문의 비수도권 정착을 위해 추진하던 ‘계약형 필수의사제’와 필수과를 살리기 위해 추진하던 ‘의료사고의 민형사상 책임 완화’ 등도 현재로선 지속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의료계에선 전공의·전문의 충원이 미미한 상태에서 정부의 필수·지방의료 대책까지 동력을 잃을 경우 내년 3월경 현재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필수과 교수는 “비수도권 임상교수 중에는 내년 2월 계약을 마치고 수도권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을 텐데 공백을 메울 신규 전문의와 전임의는 없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의료 공백이 커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겨울이 되면서 고령의 심뇌혈관, 호흡기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응급실에는 의료진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고, 충원될 것이란 기대마저 사라진 상황입니다.”16일 지방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탄핵 정국으로 의료공백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또 “동료 중 상당수가 올해 내내 이어진 의료공백으로 지칠 대로 치쳐 그만둘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며 “내년에 신규로 들어올 전문의도 많지 않아 지방 응급실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증·응급환자 증가에도 의료진 충원 ‘난망’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으로 전국 응급의료기관에 내원한 중증응급환자는 1609명에 달한다. 9월 하루 내원 중증응급환자가 1300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의료계에선 추위가 본격화되면서 고령층의 심뇌혈관 및 호흡기질환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겨울철 응급실 내원 환자의 경우 사망률도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응급의료통계에 따르면 응급실 내원 환자 중 사망자는 1월이 가장 많았고 12월이 뒤를 이었다.하지만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의정 갈등을 해결하고 의료공백을 끝내기 위한 논의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먼저 의대 증원의 경우 이달 초 여야의정 협의체가 중단되면서 협의 채널이 사라졌다. 증원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 수행이 중단됐고,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16일 물러났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도 다음 달에나 선출될 예정이다.의대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신입생 선발 중단을 요구 중인 필수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복귀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지원자는 314명으로 모집정원 대비 지원율은 8.7%에 불과했다. 특히 필수과는 전공의 공백이 더 심각하다. 산부인과는 188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1명 뿐이었으며, 응급의학과는 224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는 7명 뿐이었다.전문의 수급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내년 초 전문의 자격시험 지원자는 총 566명으로 예년의 5분의 1 수준이다. 소아청소년과 24명, 산부인과 13명, 심장혈관흉부외과 6명 등으로 필수과는 은퇴 교수를 고려하면 의료공백 상황에서 전문의 수가 줄게 된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내년 전국의 심장혈관흉부외과 4년차 레지던트는 1명만 남는다. 지방은 이미 전문의가 없어 큰 수술을 못하는 병원이 생기는 중”이라고 말했다.● “필수·지방의료 대책도 표류 중”정부가 기존에 발표했던 필수·지방의료 대책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정부가 전문의 비수도권 정착을 취해 추진하던 ‘계약형 필수의사제’와 필수과를 살리기 위해 추진하던 ‘의료사고의 민형사상 책임 완화’ 등도 현재로선 지속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의료계에선 전공의·전문의 충원이 미미한 상태에서 정부의 필수·지방의료 대책까지 동력을 잃을 경우 내년 3월경 현재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필수과 교수는 “비수도권 임상교수 중에는 내년 2월 계약을 마치고 수도권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을 텐데 공백을 메울 신규 전문의와 전임의는 없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의료공백이 커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0개월 동안 대정부 투쟁을 이어온 의사단체는 한목소리로 “탄핵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에선 ‘권한대행 체제에서 내년도 선발 인원 조정은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의사단체 “탄핵 환영, 의대 증원 멈춰야”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성명을 내고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전공의와 의사를 처단한다는 포고령을 작성한 자를 색출해 강력히 처벌하고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역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대 교수 단체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 대표도 현 정부에서 추진한 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사단체 내부에선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이슈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현상 유지 수준으로 국정을 운영할 경우 정책을 바꿀 동력이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탄핵 정국에선 기존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게 각 부처의 역할”이라며 정책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더구나 내년도 의대 수시모집 최초합격자 발표는 이미 13일 마무리됐다. 의사단체 강경파에선 여전히 ‘내년도 모집 정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18일까지 등록이 진행되면 합격 취소는 불가능하다. 의사단체에선 ‘정시모집 선발 인원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교육계에선 수험생 줄소송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 역시 비현실적이란 분위기다. 더구나 의정 갈등을 논의할 대화 채널도 마땅치 않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이달 초 의사단체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운영이 중단됐고,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병원단체 3곳이 이탈하며 동력이 사라진 상태다.● “2026학년도 정원 논의해야” 목소리도 의료계 내부에선 “이대로 내년도 증원이 이뤄지면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가 더 멀어질 것”이란 우려와 “이제 2026학년도 증원 규모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현실론이 동시에 나온다. 한 수도권 의대 교수는 “더 이상 올해 선발 인원에 매달리기보다 이제 2026학년도 증원을 막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논의할 시간도 많지는 않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들은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1년 10개월 전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올 4월 2000명 증원이 반영된 시행계획을 공고한 상태다. 이를 바꾸려면 올해 증원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년 4월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변경을 신청하고 5월 말까지 변경 계획을 공고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리고 이에 따라 차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내년 5월 말까지 2026학년도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을지 역시 불확실하다. 의료계에선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의료 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와 국민 피해를 줄이려면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정부와 의사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야 한다. 여야도 다음 대선 일정에 몰두할 게 아니라 당장 현안이 되는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0개월 동안 대정부 투쟁을 이어온 의사단체는 한목소리로 “탄핵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에선 ‘권한대행 체제에서 내년도 선발 인원 조정은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의사단체 “탄핵 환영, 의대 증원 멈춰야”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성명을 내고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전공의와 의사를 처단한다는 포고령을 작성한 자를 색출해 강력히 처벌하고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역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대 교수단체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 대표도 현 정부에서 추진한 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의사단체 내부에선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이슈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현상 유지 수준으로 국정을 운영할 경우 정책을 바꿀 동력이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탄핵 정국에선 기존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게 각 부처의 역할”이라며 정책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더구나 내년도 의대 수시모집 최초합격자 발표는 이미 13일 마무리됐다. 의사단체 강경파에선 여전히 ‘내년도 모집 정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18일까지 등록이 진행되면 합격 취소는 불가능하다. 의사단체에선 ‘정시모집 선발 인원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교육계에선 수험생 줄소송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 역시 비현실적이란 분위기다.더구나 의정 갈등을 논의할 대화 채널도 마땅치 않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이달 초 의사단체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운영이 중단됐고,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병원단체 3곳이 이탈하며 동력이 사라진 상태다.●“2026학년도 정원 논의해야” 목소리도의료계 내부에선 “이대로 내년도 증원이 이뤄지면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가 더 멀어질 것”이란 우려와 “이제 2026학년도 증원 규모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현실론이 동시에 나온다. 한 수도권 의대 교수는 “더 이상 올해 선발 인원에 매달리기보다 이제 2026학년도 증원을 막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논의할 시간도 많지는 않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들은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1년 10개월 전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올 4월 2000명 증원이 반영된 시행계획을 공고한 상태다. 이를 바꾸려면 올해 증원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년 4월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변경을 신청하고 5월 말까지 변경 계획을 공고해야 한다.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리고 이에 따라 차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내년 5월 말까지 2026학년도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을지 역시 불확실하다.의료계에선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의료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와 국민 피해를 줄이려면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정부와 의사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야 한다. 여야도 다음 대선 일정에 몰두할 게 아니라 당장 현안이 되는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동료 의사 명단을 공개한 이른바 ‘전공의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의사와 의대생 등 43명이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나타났다.12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복지부로부터 ‘전공의 블랙리스트’ 등 집단 조리돌림과 관련해 36건의 수사의뢰서를 접수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달 초까지 사건 관련자 55명을 조사했고, 이 중 4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올 10월 병원에 복귀한 ‘감사한 의사’ 명단을 게시한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정모 씨가 스토킹처벌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이달 3일에도 같은 혐의로 또 다른 사직 전공의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송치된 피의자 중 일부는 재판까지 갔지만 아직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 사례는 없다. 복지부는 “현재 재판 진행 중인 사안들은 사법처리 결과가 확정돼야 행정처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료법이 아닌 다른 법률 위반으로 금고(집행유예, 선고유예 포함)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벌금형 이하면 처분이 불가능하다.‘감사한 의사’ 명단은 9월 이후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온라인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게시물에는 실명과 생일, 출신 학교뿐만 아니라 의료계 내 평판과 앓고 있는 질환 등 인신공격성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의료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요구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의료지원단을 운영하기로 했다.서울시의사회는 13일부터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5~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한다고 12일 밝혔다.최근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는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모인 시민들의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서울시의사회에 의료 지원을 요청했다. 시의사회는 집회가 열릴 때마다 내과 의사 1명과 외과 의사 1명 등 의료진을 상주시켜 안전사고 등에 대비할 예정이다.황규석 시의사회장은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지원단을 꾸려 운영하기로 했다”며 “집회 현장의 질서 유지를 위해 많은 경찰들이 투입되다 보니 시위 열기가 높아질 경우 자칫 시민들과 경찰 간의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경찰도 대한민국의 국민인 만큼 경찰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도 우리 의료인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의료 지원에 동참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13일 현장점검을 나간 뒤 필요한 의료 장비와 지원 인원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 교수들을 대상으로 의료지원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