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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 의대 정원을 2027년부터 늘리면 의사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2024년도 수준(3058명)으로 의대 정원을 유지해도 2037년까지는 의사가 안 부족하다는 것이다.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에는 정부가 의대 증원 근거로 제시한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도 참여했다.오 교수는 “의료 시스템이 현 수준을 유지해도 2037년까지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며 “의사 교육수련 기간 10년을 고려하더라도 입학 정원 조정은 2027년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 연구팀은 보상체계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의료개혁이 이뤄지면 의사 부족 시점을 더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오 교수는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전달체계만 개선해도 의사 부족은 2040년까지 나타나지 않고 높은 수준의 의료개혁까지 이뤄지면 의대 증원이 없더라도 2045년까지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도 했다. 연구팀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및 의료개혁 수준에 따라 의사 수를 250명, 500명, 1000명 씩 증원했을 때 결과를 시뮬레이션 했는데 가장 낮은 수준의 개선을 한 경우에도 1000명 씩 5년간 증원하면 2050년까지 의사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2035년까지 1만~1만 5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정부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다만 오 교수는 2025학년도의 경우 이미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난 만큼 “엎질러진 물”이라며 “교육부가 대폭 늘어난 인원의 10년간 교육과 수련의 질을 보장할 합리적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26학년도의 경우 “내년에 0명을 뽑자고 주장할 경우 수험생과 학부모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라며 “(2025학년도 늘어난 만큼 줄여) 2026학년도에는 1500명을 선발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토론에서도 내년도는 이미 상당 부분 합격자 발표가 이뤄진 만큼 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지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희경 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발표된 내년도 신입생은 인정하되 “2025년부터 갭 이어(gap year·학업을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기간) 도입이나 대형병원의 실습 파견 제도 도입 등으로 교육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세 아이의 엄마인 40대 여성이 장기기증을 통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달 1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박혜은 씨(43·사진)가 심장과 폐, 간, 좌측 신장을 기증했다고 23일 밝혔다. 박 씨는 혈관과 피부 등 인체조직도 기증해 환자 100여 명의 회복을 도왔다.박 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유족에 따르면 부산에서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씨는 활발하고 잘 웃는 성격이었다. 베트남전 참전 국가유공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주변을 잘 챙겼는데 장기기증 뉴스를 볼 때면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떠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가족들은 “박 씨가 생명나눔을 하고 떠난 자랑스런 엄마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씨의 남편 이시택 씨는 “아내는 아들이 프로축구 선수가 되길 원했다. 우리 모두 열심히 노력해 그 꿈을 꼭 이루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박 씨의 2남 1녀 중 막내로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지민 양은 “천사가 돼 우리를 돌봐주세요. 엄마 사랑해요”라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은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을 낮추기 위해 연금을 받는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이 받는 기초연금 급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응답자의 3분의 2에 달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사회정책 국민 인식조사 연구 포럼’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이 설문은 올 10, 11월 19~75세 3026명을 대상으로 복지제도 대한 전반적 인식을 조사한 것이다.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된다고 했을 때 응답자 44.7%는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늦춰야 한다’고 답했다. 만 60세였던 연금 수급 연령은 2013년부터 5년 단위로 1세씩 늦춰져 현재는 63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어 ‘현행대로 유지한다’가 33.1%로 뒤를 이었고,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11.5%, ‘연금액을 덜 받는다’가 10.6% 순이었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미래 세대 재정부담을 고려해 내는 돈이나 받는 돈, 수령 시기 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다만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답변은 지난해 14.8%에서 11.5%로 줄었고, 수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40.9%에서 44.7%로 늘었다. 연금을 늦게 받더라도 당장 내야 하는 보험료 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국민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기초연금 개혁 방향과 관련해선 ‘지급대상을 줄이고, 급여수준을 높인다’를 택한 답변이 지난해 23.7%에서 33.2%로 9.5%포인트 늘었다. 이어 ‘지급대상 현행 유지, 급여수준 상향’이 26.8%, ‘현행 유지’ 18.8%, ‘지급대상 확대, 급여수준 현행 유지’ 15.2%, ‘지급대상 확대, 급여수준 상향’ 6% 순이었다. 응답자의 66%가 급여를 높여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약 40%에 이르는 노인빈곤율을 고려해 노년 소득 확대가 필요하다는 느끼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사회서비스 수혜자 대상으로 소득에 따라 이용료 차등 부담’에 동의한 비율이 63.0%로 가장 높았고, ‘전국민적인 증세’(44.2%), ‘새로운 형태의 세금 도입’(40.3%), ‘사회보험 가입자 대상으로 사회보험료 증액’(39.6%) 순이었다.정부의 사회보장제도가 새롭게 중점을 둬야 할 대상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는 응답자의 43.5%가 ‘가족돌봄 청년’을 택했고, ‘사회적 고립자’(34.8%), 보호종료아동(32.0%) 등이 뒤를 이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겨울이 되면서 고령의 심뇌혈관, 호흡기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응급실에는 의료진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고, 충원될 것이란 기대마저 사라진 상황입니다.” 16일 지방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탄핵 정국으로 의료 공백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또 “동료 중 상당수가 올해 내내 이어진 의료공백으로 지칠 대로 지쳐 그만둘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며 “내년에 신규로 들어올 전문의도 많지 않아 지방 응급실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증·응급환자 증가에도 의료진 충원 ‘난망’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으로 전국 응급의료기관에 내원한 중증응급환자는 1609명에 달한다. 9월 하루 내원 중증응급환자가 1300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의료계에선 추위가 본격화되면서 고령층의 심뇌혈관 및 호흡기 질환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겨울철 응급실 내원 환자의 경우 사망률도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응급의료통계에 따르면 응급실 내원 환자 중 사망자는 1월이 가장 많았고 12월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의정 갈등을 해결하고 의료 공백을 끝내기 위한 논의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먼저 의대 증원의 경우 이달 초 여야의정 협의체가 중단되면서 협의 채널이 사라졌다. 증원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윤 대통령은 직무 수행이 중단됐고,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16일 물러났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도 다음 달에나 선출될 예정이다.의대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신입생 선발 중단을 요구 중인 필수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복귀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지원자는 314명으로 모집정원 대비 지원율은 8.7%에 불과했다. 특히 필수과는 전공의 공백이 더 심각하다. 산부인과는 188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1명뿐이었으며, 응급의학과는 224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는 7명뿐이었다.전문의 수급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내년 초 전문의 자격시험 지원자는 총 566명으로 예년의 5분의 1 수준이다. 소아청소년과 24명, 산부인과 13명, 심장혈관흉부외과 6명 등으로 필수과는 은퇴 교수를 고려하면 의료 공백 상황에서 전문의 수가 줄게 된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내년 전국의 심장혈관흉부외과 4년 차 레지던트는 1명만 남는다. 지방은 이미 전문의가 없어 큰 수술을 못 하는 병원이 생기는 중”이라고 말했다.● “필수·지방의료 대책도 표류 중” 정부가 기존에 발표했던 필수·지방의료 대책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정부가 전문의 비수도권 정착을 위해 추진하던 ‘계약형 필수의사제’와 필수과를 살리기 위해 추진하던 ‘의료사고의 민형사상 책임 완화’ 등도 현재로선 지속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의료계에선 전공의·전문의 충원이 미미한 상태에서 정부의 필수·지방의료 대책까지 동력을 잃을 경우 내년 3월경 현재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필수과 교수는 “비수도권 임상교수 중에는 내년 2월 계약을 마치고 수도권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을 텐데 공백을 메울 신규 전문의와 전임의는 없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의료 공백이 커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겨울이 되면서 고령의 심뇌혈관, 호흡기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응급실에는 의료진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고, 충원될 것이란 기대마저 사라진 상황입니다.”16일 지방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탄핵 정국으로 의료공백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또 “동료 중 상당수가 올해 내내 이어진 의료공백으로 지칠 대로 치쳐 그만둘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며 “내년에 신규로 들어올 전문의도 많지 않아 지방 응급실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증·응급환자 증가에도 의료진 충원 ‘난망’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으로 전국 응급의료기관에 내원한 중증응급환자는 1609명에 달한다. 9월 하루 내원 중증응급환자가 1300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의료계에선 추위가 본격화되면서 고령층의 심뇌혈관 및 호흡기질환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겨울철 응급실 내원 환자의 경우 사망률도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응급의료통계에 따르면 응급실 내원 환자 중 사망자는 1월이 가장 많았고 12월이 뒤를 이었다.하지만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의정 갈등을 해결하고 의료공백을 끝내기 위한 논의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먼저 의대 증원의 경우 이달 초 여야의정 협의체가 중단되면서 협의 채널이 사라졌다. 증원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 수행이 중단됐고,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16일 물러났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도 다음 달에나 선출될 예정이다.의대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신입생 선발 중단을 요구 중인 필수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복귀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지원자는 314명으로 모집정원 대비 지원율은 8.7%에 불과했다. 특히 필수과는 전공의 공백이 더 심각하다. 산부인과는 188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1명 뿐이었으며, 응급의학과는 224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는 7명 뿐이었다.전문의 수급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내년 초 전문의 자격시험 지원자는 총 566명으로 예년의 5분의 1 수준이다. 소아청소년과 24명, 산부인과 13명, 심장혈관흉부외과 6명 등으로 필수과는 은퇴 교수를 고려하면 의료공백 상황에서 전문의 수가 줄게 된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내년 전국의 심장혈관흉부외과 4년차 레지던트는 1명만 남는다. 지방은 이미 전문의가 없어 큰 수술을 못하는 병원이 생기는 중”이라고 말했다.● “필수·지방의료 대책도 표류 중”정부가 기존에 발표했던 필수·지방의료 대책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정부가 전문의 비수도권 정착을 취해 추진하던 ‘계약형 필수의사제’와 필수과를 살리기 위해 추진하던 ‘의료사고의 민형사상 책임 완화’ 등도 현재로선 지속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의료계에선 전공의·전문의 충원이 미미한 상태에서 정부의 필수·지방의료 대책까지 동력을 잃을 경우 내년 3월경 현재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필수과 교수는 “비수도권 임상교수 중에는 내년 2월 계약을 마치고 수도권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을 텐데 공백을 메울 신규 전문의와 전임의는 없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의료공백이 커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0개월 동안 대정부 투쟁을 이어온 의사단체는 한목소리로 “탄핵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에선 ‘권한대행 체제에서 내년도 선발 인원 조정은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의사단체 “탄핵 환영, 의대 증원 멈춰야”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성명을 내고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전공의와 의사를 처단한다는 포고령을 작성한 자를 색출해 강력히 처벌하고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역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대 교수 단체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 대표도 현 정부에서 추진한 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사단체 내부에선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이슈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현상 유지 수준으로 국정을 운영할 경우 정책을 바꿀 동력이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탄핵 정국에선 기존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게 각 부처의 역할”이라며 정책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더구나 내년도 의대 수시모집 최초합격자 발표는 이미 13일 마무리됐다. 의사단체 강경파에선 여전히 ‘내년도 모집 정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18일까지 등록이 진행되면 합격 취소는 불가능하다. 의사단체에선 ‘정시모집 선발 인원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교육계에선 수험생 줄소송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 역시 비현실적이란 분위기다. 더구나 의정 갈등을 논의할 대화 채널도 마땅치 않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이달 초 의사단체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운영이 중단됐고,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병원단체 3곳이 이탈하며 동력이 사라진 상태다.● “2026학년도 정원 논의해야” 목소리도 의료계 내부에선 “이대로 내년도 증원이 이뤄지면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가 더 멀어질 것”이란 우려와 “이제 2026학년도 증원 규모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현실론이 동시에 나온다. 한 수도권 의대 교수는 “더 이상 올해 선발 인원에 매달리기보다 이제 2026학년도 증원을 막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논의할 시간도 많지는 않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들은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1년 10개월 전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올 4월 2000명 증원이 반영된 시행계획을 공고한 상태다. 이를 바꾸려면 올해 증원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년 4월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변경을 신청하고 5월 말까지 변경 계획을 공고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리고 이에 따라 차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내년 5월 말까지 2026학년도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을지 역시 불확실하다. 의료계에선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의료 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와 국민 피해를 줄이려면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정부와 의사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야 한다. 여야도 다음 대선 일정에 몰두할 게 아니라 당장 현안이 되는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0개월 동안 대정부 투쟁을 이어온 의사단체는 한목소리로 “탄핵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에선 ‘권한대행 체제에서 내년도 선발 인원 조정은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의사단체 “탄핵 환영, 의대 증원 멈춰야”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성명을 내고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전공의와 의사를 처단한다는 포고령을 작성한 자를 색출해 강력히 처벌하고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역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대 교수단체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 대표도 현 정부에서 추진한 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의사단체 내부에선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이슈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현상 유지 수준으로 국정을 운영할 경우 정책을 바꿀 동력이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탄핵 정국에선 기존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게 각 부처의 역할”이라며 정책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더구나 내년도 의대 수시모집 최초합격자 발표는 이미 13일 마무리됐다. 의사단체 강경파에선 여전히 ‘내년도 모집 정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18일까지 등록이 진행되면 합격 취소는 불가능하다. 의사단체에선 ‘정시모집 선발 인원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교육계에선 수험생 줄소송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 역시 비현실적이란 분위기다.더구나 의정 갈등을 논의할 대화 채널도 마땅치 않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이달 초 의사단체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운영이 중단됐고,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병원단체 3곳이 이탈하며 동력이 사라진 상태다.●“2026학년도 정원 논의해야” 목소리도의료계 내부에선 “이대로 내년도 증원이 이뤄지면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가 더 멀어질 것”이란 우려와 “이제 2026학년도 증원 규모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현실론이 동시에 나온다. 한 수도권 의대 교수는 “더 이상 올해 선발 인원에 매달리기보다 이제 2026학년도 증원을 막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논의할 시간도 많지는 않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들은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1년 10개월 전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올 4월 2000명 증원이 반영된 시행계획을 공고한 상태다. 이를 바꾸려면 올해 증원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년 4월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변경을 신청하고 5월 말까지 변경 계획을 공고해야 한다.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리고 이에 따라 차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내년 5월 말까지 2026학년도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을지 역시 불확실하다.의료계에선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의료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와 국민 피해를 줄이려면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정부와 의사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야 한다. 여야도 다음 대선 일정에 몰두할 게 아니라 당장 현안이 되는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동료 의사 명단을 공개한 이른바 ‘전공의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의사와 의대생 등 43명이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나타났다.12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복지부로부터 ‘전공의 블랙리스트’ 등 집단 조리돌림과 관련해 36건의 수사의뢰서를 접수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달 초까지 사건 관련자 55명을 조사했고, 이 중 4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올 10월 병원에 복귀한 ‘감사한 의사’ 명단을 게시한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정모 씨가 스토킹처벌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이달 3일에도 같은 혐의로 또 다른 사직 전공의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송치된 피의자 중 일부는 재판까지 갔지만 아직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 사례는 없다. 복지부는 “현재 재판 진행 중인 사안들은 사법처리 결과가 확정돼야 행정처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료법이 아닌 다른 법률 위반으로 금고(집행유예, 선고유예 포함)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벌금형 이하면 처분이 불가능하다.‘감사한 의사’ 명단은 9월 이후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온라인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게시물에는 실명과 생일, 출신 학교뿐만 아니라 의료계 내 평판과 앓고 있는 질환 등 인신공격성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의료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요구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의료지원단을 운영하기로 했다.서울시의사회는 13일부터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5~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한다고 12일 밝혔다.최근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는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모인 시민들의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서울시의사회에 의료 지원을 요청했다. 시의사회는 집회가 열릴 때마다 내과 의사 1명과 외과 의사 1명 등 의료진을 상주시켜 안전사고 등에 대비할 예정이다.황규석 시의사회장은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지원단을 꾸려 운영하기로 했다”며 “집회 현장의 질서 유지를 위해 많은 경찰들이 투입되다 보니 시위 열기가 높아질 경우 자칫 시민들과 경찰 간의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경찰도 대한민국의 국민인 만큼 경찰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도 우리 의료인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의료 지원에 동참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13일 현장점검을 나간 뒤 필요한 의료 장비와 지원 인원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 교수들을 대상으로 의료지원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대통령 자리가 궐위 상태나 마찬가지인데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무슨 활동을 하겠어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 참여했던 의료계 관계자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10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의개특위 논의마저 사실상 중단되면서 의료계에선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의료 공백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련 환경 개선 등 전공의 지원 예산 931억1200만 원이 정부안에서 감액된 채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은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이라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전공의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예산을 삭감했다. 필수의료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던 의개특위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병원단체 3곳이 이탈하면서 사실상 가동이 중단됐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개혁 방안을 (계속) 마련해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료계에선 연내 공개하려 했던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도 발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2차 실행 방안에는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 통제와 실손보험 규제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의료계가 주장하는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을 포함해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계기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보건복지부도 “현재로선 수련특례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전공의 복귀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일 마감한 신규 레지던트 모집 인원 대비 지원율도 8.7%에 불과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협상을 할 상대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내년에도 상당 기간 의료 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대통령 자리가 궐위 상태나 마찬가지인데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무슨 활동을 하겠어요.”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 참여했던 의료계 관계자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10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의개특위 논의마저 사실상 중단되면서 의료계에선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의료공백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련 환경 개선 등 전공의 지원 예산 931억1200만 원이 정부안에서 감액된 채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은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이라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전공의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예산을 삭감했다.필수의료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던 의개특위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병원단체 3곳이 이탈하면서 사실상 가동이 중단됐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개혁방안을 (계속) 마련해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료계에선 연내 공개하려 했던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도 발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2차 실행 방안에는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 통제와 실손보험 규제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의료계가 주장하는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을 포함해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계기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보건복지부도 “현재로선 수련특례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전공의 복귀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일 마감한 신규 레지던트 모집인원 대비 지원율도 8.3%에 불과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협상을 할 상대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보니 내년에도 상당 기간 의료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삭감한 내년 예산안이 10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야당이 여당과의 합의 없이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에 따라 내년 정부 예산은 정부안보다 4조1000억 원 삭감된 673조3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용이자 국가 마비용 일방통행식 예산안”이라고 반발했다.● 비상시 쓸 수 있는 예비비 절반 삭감내년 예산안에서 가장 크게 삭감된 예산은 예비비다. 당초 정부는 4조8000억 원의 예비비를 편성했는데 야당은 이를 2조4000억 원 깎았다. 민주당은 “2023년 예비비 집행액이 1조3000억 원에 그친 점 등을 감안해 예비비를 감액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과 검찰, 경찰,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도 전액 삭감됐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5100만 원을 비롯해 이들 기관 관련 특활비, 특경비 삭감 예산은 총 761억 원이다.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도 5000억 원 감액했다.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는 8억 원가량만 남기고 497억2000만 원이 삭감됐다. 민주당은 “사업의 중장기 계획 및 타당성 평가가 부재하고 구체적인 자료 제출이 미흡했다”고 삭감 이유를 설명했다. 출연연구기관과 기초연구·양자·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연구개발(R&D)도 815억 원 감액됐고, 용산공원조성 사업 예산도 229억 원 줄었다.내년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지원 예산도 감액을 피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예산 중 ‘전공의 수련 환경 혁신 지원’ 항목으로 편성된 3089억1600만 원 중 756억7200만 원, ‘전공의 수련 수당 지급’ 예산 589억 원 중 174억4000만 원이 감액돼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공의 지원 관련 삭감 예산은 총 931억1200만 원이다.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가 요구해 온 전공의 지원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라고 감액에 반대했지만, 야당은 “내년 상반기 전공의 복귀가 불투명하다”며 예산을 삭감했다. 야당이 ‘김건희 예산’으로 지목한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예산도 508억3000만 원에서 약 75억 원이 삭감됐다. 팬데믹 등을 대비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개발 지원 예산도 약 36억 원이 깎였다.● “내년 예산 집행 즉시 추경 편성 준비해야”민주당과 정부·여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민주당이 삭감한 예산 중 2조1000억 원의 복원을 요구하는 대신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을 포함한 9000억 원의 증액을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삭감한 예산의 복원 규모에 맞게 민생예산을 더 증액해야 한다”고 맞서며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등을 포함해 3조4000억 원을 증액하자고 추가로 제안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증액이 필요한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확충돼야 한다”며 “정부는 내년도 예산 집행이 시작되는 즉시 추경 편성 준비에 착수해 달라”고 밝혔다. 국회가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만들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야당은 정부 동의를 거치지 않기 위해 감액만 한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내수 진작 등을 위해선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장 추경 편성에 나서라고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예산안 감액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정부안 대비 3조8000억 원 줄어드는 등 재정건전성이 다소 개선됐지만 추경 편성이 실제 이뤄지면 다시 적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정책은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발이 묶였고 남은 건 재정정책뿐”이라며 “정치 상황 탓에 내수 침체가 예상되는데 연말 대목을 앞두고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자영업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상 처음으로 감액 예산안이 확정됐지만 일각에선 일단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하나가 해소된 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정이 어찌됐든 예산안이 통과됐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하나 줄었다”고 했다.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0년 넘게 소외계층 대상 급식 봉사를 하며 이웃을 돕던 6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마지막까지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6일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장송구 씨(67·사진)가 간, 신장, 좌우 안구를 기증했다고 10일 밝혔다. 장 씨는 피부, 뼈, 혈관 등 인체 조직도 기증했다. 대구에서 2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장 씨는 어릴 때 일하는 부모님 대신 혼자 동생들을 돌보며 키웠다. 결혼 후에는 봉제업에 종사하면서 20년 넘게 무료 급식 봉사와 소외계층을 위한 후원을 이어왔다. 장 씨는 지난달 1일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장 씨가 생전에 다른 사람을 도우며 행복을 느꼈고, 장기기증에 긍정적인 언급을 하곤 했다는 점을 떠올리며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생명나눔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한 사람이라도 값진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남편 조제두 씨는 부인에게 “가는 곳, 머무는 곳에 늘 당신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당신이 없으니 너무 그립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불우한 이웃에게 무료 식사 봉사활동을 하던 60대 여성이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6일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장송구 씨(67)가 간, 신장, 좌우 안구를 기증하고 숨졌다고 10일 밝혔다. 장 씨는 피부, 뼈, 혈관 등 인체조직기증으로 신체 기능 장애가 있는 100여명에게도 새 희망을 전했다.대구에서 2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장 씨는 어릴 때 일하는 부모님 대신 혼자 동생들을 모두 보살피곤 했다. 결혼 후 봉제업에 종사하면서 20년 넘게 무료 식사 봉사와 불우한 이웃을 위한 후원을 해 왔다.가족들은 장 씨가 평소 장기기증에 긍정적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며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생명나눔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한 사람이라도 값진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남편 조제두 씨는 “내가 가는 곳, 머무는 곳에 늘 당신이 있었기에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당신이 없는 지금 너무 그립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한 가운데 계엄령 선포 직후 계엄사령부가 ‘미복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처단’ 내용이 담긴 포고령을 발표한 걸 두고 의료계는 격앙된 분위기다. 의사단체에선 ‘의대 증원 반대’를 넘어 ‘대통령 퇴진’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4일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공동 성명을 내고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처단하겠다는, 전시 상황에서도 언급할 수 없는 망발을 내뱉으며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으로 호도했다”며 “윤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탄압을 당장 멈추고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 생명을 최일선에서 지켜온 의사들을 처단 대상으로 명시했다”며 “즉각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계엄사령부는 1호 포고령을 통해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처단 대상으로 지목된 전공의들의 태도 역시 강경해지면서 4일부터 시작된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때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내년도 의대 모집 정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후보로 출마한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의료농단의 유일한 해법은 2025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될 경우 내년도 의대 증원 정책을 수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대 교수단체 관계자는 “책임자인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현 상태로 해를 넘기면서 사태가 더 꼬일 수 있다”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계엄사령부가 ‘미복귀 전공의 처단’ 내용이 담긴 포고령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선 의대 증원 중단을 넘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야당의 탄핵안 발의가 가시화되면서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운명도 불확실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4일 전국 의대교수협의회와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동 성명에서 “윤석열은 국민에 대한 탄압을 당장 멈추고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두 단체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처단하겠다는, 전시 상황에서도 언급할 수 없는 망발을 내뱉으며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으로 호도했다”며 “국민을 처단하겠다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 것은 윤석열 정권이 반국가 세력임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아닌, 반헌법적인 반역자 세력임을 자인하는 바”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과 대통령실 참모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관련자들은 당장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가톨릭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이후 더 이상 대한민국이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 윤 대통령은 즉각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양심이 남아있다면 속히 하야하는 것이 국민에게 지은 죄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란의 죄를 범한 것에 대한 합당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의료계는 특히 포고령에 포함된 ‘전공의 처단’ 조항에 격분했다.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대위는 “계엄 포고문에 국민의 생명을 최일선에 지켜온 의사들을 처단 대상으로 명시했다. 전공의들을 끝까지 악마화할 것인가. 우리는 분노와 허탈을 넘어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포고령에 ‘전공의 처단’이 포함된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전공의를 처단하겠다고 한 선포문 작성자 공개를 요구한다”고 썼다.윤 대통령의 거취마저 불확실해지면서 의료계의 의대 증원 조정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4일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복귀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 시작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발표 등 입시 일정 진행을 계기로 의료공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를 내비쳐 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리더십 붕괴를 계기로 ‘증원 철회’를 주장하며 더욱 똘똘 뭉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의협 회장 후보로 출마한 주수호 전 의협 회장도 “오늘부터 레임덕은 ‘데드덕’이 됐다. 의료농단의 유일한 해법은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강희경 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도 “근거도, 국민적 합의도 없는 의료개혁을 당장 멈추고 정상적 판단이 가능한 상황에서 새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계엄 해제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 제가 돌아갈 곳은 없다”며 “비상 계엄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이 다칠 경우, 의사로서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국민들을 치료할 것이다.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적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제구호개발 비영리단체 굿피플은 3일 서울시, CJ제일제당, 여의도순복음교회,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등과 함께 소외된 이웃에게 총 29억8000만 원 상당의 생필품을 전달하는 ‘2024 굿피플 사랑의 희망박스 박싱데이’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박싱데이는 중세 유럽에서 교회가 성탄절 다음 날 생필품을 상자에 담아 소외된 이들에게 전하던 것에서 유래했다. 올해는 전년보다 2000개 늘어난 2만5000개의 희망박스를 전달한다. 박스에는 CJ제일제당에서 제공한 식료품과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 등 22종이 담겼다. 굿피플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희망박스를 통해 홀몸노인,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약 31만 명에게 296억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 김천수 굿피플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행사에서 “희망박스가 소외된 이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다음 달부터 제왕절개로 분만할 때 본인부담금을 안 내도 된다. 전체 분만 중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제왕절개 산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보건복지부는 3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현재 제왕절개로 출산할 경우 급여 비용의 5%를 본인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반면 자연분만은 본인부담금이 없다.지난해 전체 분만 약 22만7000건 중 제왕절개는 64.3%를 차지했다. 산모 고령화 등의 이유로 2019년부터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가 더 많아졌는데, 이 때문에 제왕절개 산모의 경제적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국립대병원 10곳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제왕절개 산모의 평균 본인부담금은 최대 76만 원(경상국립대병원)에서 최소 34만7000원(강원대병원)이었다.제왕절개는 포괄수가 항목이어서 급여 비용에 입원할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진행된 진찰, 검사, 수술, 투약 등 모든 항목이 포함돼 있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국장은 “아이를 원하는 부모에게 더 큰 지원이 필요하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라며 “출산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저는 ‘비혼 싱글맘’이지만 ‘기혼 커플’처럼 정부가 제공하는 육아 혜택을 누렸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비혼 워킹맘’ 소피 올리비에 씨(44)는 일곱 살 딸 한 명을 홀로 키우고 있다. 결혼이나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해 주는 시민연대협약(PACS·Pacte civil de solidarit´e) 없이 순수하게 비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 연인과 함께 동거 중에 아이를 낳았다가 아이가 두 살일 때 헤어졌다. 올리비에 씨는 “출산 전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진료비와 검사비,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지급되는 가족수당 등은 기혼 여성과 똑같이 다 받았다”며 “연인과 별거를 시작했을 때 부모님은 내 결정을 존중해 줬다. 나중에 내 딸이 비혼으로 홀로 아이를 키운다 해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배우 정우성 씨로 인해 비혼 출산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비혼 출산 비율이 절반을 넘으며 일반화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생아의 약 63.9%가 비혼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프랑스에선 정부의 육아 혜택이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체코와 헝가리 같은 비혼 출산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국가들도 최근 비혼을 아우른 ‘한부모 가정’ 지원 정책을 다양하게 내놓기 시작했다.● 비혼 적은 헝가리도 ‘한부모 센터’프랑스는 신생아 중 비혼 부모에게서 출산된 비율이 2022년 기준 64%에 육박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위다. 비혼 가정은 부모의 법적 상태가 미혼이든 기혼이든 동일한 육아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비혼이라고 해서 특별히 지원을 받을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도 않는다. 대표적으로 아이가 3세일 때까지 지급되는 가족수당(CAF)과 첫아이 기준 최대 6개월인 유급 육아휴직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비혼 가족도 보편적 혜택을 받다 보니 비혼 출산이 어색한 일이 아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당시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과 22년간 동거만 하며 4명의 자녀를 낳았다. 비혼 출산 비중이 57.8%로 절반이 넘는 스웨덴도 비혼 부모가 아이 한 명당 최대 480일간 지급되는 부모 수당을 제약 없이 받을 수 있다. 독일에선 비혼 출산 비중이 33.5%지만, 역시 비혼 가정도 상당한 보호를 받는다. 비혼 부모도 자녀 출생 뒤 최대 14개월간 소득에 따라 결정되는 부모 수당을 받는다. 수당은 대개 급여의 65∼67%가량이다. 비혼이 서유럽만큼 보편화되지 않은 동유럽 국가들도 최근 비혼 출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2022년 1.62명으로 한국(0.78명)의 2배가 넘는 체코는 최근 ‘2022∼2030년 아동 보장을 위한 국가 행동계획’을 마련했다. 비혼을 포함한 한부모 가정의 유치원 및 방과 후 서비스를 위한 지원금과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민 정책 대신 출산 지원을 강화해 합계출산율을 2011년 1.23명에서 2021년 1.59명으로 끌어올린 헝가리에선 ‘한부모 센터’가 비혼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비혼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여름 방학 캠프,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시행을 앞둔 ‘양육비 선지급제’는 유럽에선 이미 정착된 지 오래됐다. 벨기에는 비혼 등 한부모 가정에서 상대방 부모가 1년간 최소 2개월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정부가 양육비를 선지급한다. 다만 월 소득 2200유로(약 325만 원) 이하인 가정에만 적용해 저소득층 한부모를 보호한다. 아일랜드에는 ‘한부모 가족 지급금(OFP)’이란 제도도 있다. 싱글맘이나 싱글대디가 근로자면 이 제도에 따라 세액공제와 함께 의료비나 임차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내도 비혼 출산 증가세” 한국의 경우 통계청의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는 전체 출생아의 4.7%인 1만900명 수준이다. 2019년 2.3%와 비교해 2배로 늘었다. 최근 정부가 부모 대신 아동에게 정책 초점을 맞추면서 비혼 출산 가정이 받는 불이익은 빠르게 사라지는 추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원하는 아동수당, 부모급여, 육아휴직 등의 육아나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는 부모의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된다. 하지만 한부모 가족이 아동 양육비를 지원받으려면 올해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에 해당돼야 한다. 2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232만 원 이하여야 하는 것. 지원 금액도 월 21만 원(2025년 23만 원) 정도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양육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양육비를 먼저 지원하고 비양육자로부터 돌려받는 ‘양육비 선지급제’는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여론과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둘 다 있는 만큼 관련 논의가 지금이라도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저출산 시대에 이른바 ‘정상 가족’이란 고정된 틀을 깨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저는 ‘비혼 싱글맘’이지만 ‘기혼 커플’처럼 정부가 제공하는 육아 혜택을 누렸어요.”프랑스 파리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비혼 워킹맘’ 소피 올리비에 씨(44)는 일곱 살 딸 한 명을 홀로 키우고 있다. 결혼이나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시민연대협약(PACS) 없이 순수하게 비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 연인과 함께 동거 중에 아이를 낳았다가 아이가 두 살일 때 헤어졌다. 올리비에 씨는 “출산 전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진료비와 검사비,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지급되는 육아수당 등은 기혼 여성과 똑같이 다 받았다”며 “연인과 별거를 시작했을 때 부모님은 내 결정을 존중해줬다. 나중에 내 딸이 비혼으로 홀로 아이를 키운다 해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배우 정우성 씨로 인해비혼 출산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비혼 출산 비율이 절반을 넘으며 일반화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생아의 약 63.9%가 비혼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프랑스에선 정부의 육아 혜택이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체코와 헝가리 같은 비혼 출산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국가들도 최근 비혼을 아우른 ‘한부모 가정’ 지원 정책을 다양하게 내놓기 시작했다.● 비혼 적은 헝가리도 ‘한부모 센터’프랑스는 신생아 중 비혼 부모에게서 출산된 비율이 2022년 기준 64%에 육박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위다. 하지만 부모의 법적 상태가 미혼이든 기혼이든 동일한 육아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비혼이라고 해서 특별히 지원을 받을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도 않는다. 대표적으로 아이가 3세일 때까지 지급되는 가족수당(CAF)과 첫 아이 기준 최대 6개월인 유급 육아휴직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비혼 출산 비중이 57.8%로 절반이 넘는 스웨덴도 비혼 부모가 아이 한 명당 최대 480일간 지급되는 부모 수당을 제약 없이 받을 수 있다. 다만 수당은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화된다. 독일에선 비혼 출산 비중이 33.5%지만, 역시 비혼 가정도 상당한 보호를 받는다. 비혼 부모도 자녀 출생 뒤 최대 14개월간 소득에 따라 결정되는 부모 수당을 받는다. 수당은 대개 급여의 65~67%가량이다.비혼이 서유럽만큼 보편화되지 않은 동유럽 국가들도 최근 비혼 출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출산율이 2022년 1.62명으로 한국(0.78명)의 2배가 넘는 체코는 최근 ‘2022~2030년 아동보장을 위한 국가 행동계획’을 마련했다. 비혼을 포함한 한부모 가정의 유치원 및 방과후 서비스를 위한 지원금과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이민 정책 대신 출산 지원을 강화해 출산율을 2011년 1.23명에서 2021년 1.59명으로 끌어올린 헝가리에선 ‘한부모 센터’가 비혼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비혼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여름 방학 캠프,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시행을 앞둔 ‘양육비 선지급제’는 유럽에선 이미 정착된지 오래됐다. 벨기에는 비혼 등 한부모 가정에서 상대방 부모가 1년간 최소 2개월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정부가 양육비를 선지급한다. 다만 월 소득 2200유로(약 325만 원) 이하인 가정에만 적용해 저소득층 한부모를 보호한다. 아일랜드에는 ‘한부모 가족 지급금(OFP)’이란 제도도 있다. 싱글맘이나 싱글대디가 근로자면 이 제도에 따라 세액 공제와 함께 의료비나 임대료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국내 비혼 지원 가능하나 충분치 않아”최근 국내에서도 부모가 아니라 아동에 정책 초점을 맞추면서 비혼 출산 가정이 받는 차별은 빠르게 사라지는 추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원하는 아동수당, 부모급여, 육아휴직 등의 육아나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는 부모의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된다.하지만 정부 지원 자체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부모 가족이 아동 양육비를 지원받으려면 올해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에 해당돼야 한다. 2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232만 원 이하여야 하는 것. 지원 금액도 월 21만 원(2025년 23만 원)에 그치고 있다.다만 정부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양육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양육비를 먼저 지원하고 비양육자로부터 돌려받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내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비혼 출산 가정에 대한 편견을 바꾸려면 이른바 ‘정상 가족’이란 인식의 틀을 깨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1대 국회에서 비혼 등 새로운 유형의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지만 종교계 등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