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박성민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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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에서 환경 분야를 취재합니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이 뭘까’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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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사회일반60%
보건30%
대통령7%
선거3%
  • 교권보호 고시 첫날, 교사들 “학생 ‘몰폰’ 못 본척하는게 나아”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1일 수업 중에 ‘몰폰’(몰래 휴대전화 하기)하는 학생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이날부터 시행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초중고교에서 학생은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교사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고 ‘압수’(분리 보관)도 할 수 있다. 하지만 A 씨는 “학생이나 학부모는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할 수 없고 압수할 수 없다는 학생인권조례만 알지 고시는 잘 모른다”며 “괜히 학생이 대드는 걸 듣느니 그냥 수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권 보호를 위한 고시가 시행된 첫날, 학교 현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다수 교사는 “교권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인데 고시가 만들어졌다고 하루아침에 학생을 적극 지도할 수 없고 그럴 동력도 잃었다”고 말했다.● 교사들 “고시가 지켜줄 거란 믿음 없어” 특히 ‘휴대전화 압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교사가 많았다. 서울 B고 교사는 “지금도 등교 후 휴대전화를 걷는데 공기계(통신사에서 개통하지 않은 단말기)를 내는 학생이 많다. 압수한다고 다르겠느냐”고 말했다. 경기 C중 교사는 “학생이 쉬는 시간에 휴대전화를 돌려 달라고 하면 안 주기 어렵다”고 했다. 교권 침해 학생을 ‘분리’할 수 있다는 조항도 효과가 없을 거라는 의견이 나왔다. 충남 D고 교사는 “고등학생은 교사가 지적해도 웃고 넘어가려 한다”며 “문제행동을 못 본 척하는 데 익숙해져 ‘분리’하는 교사가 많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에 따르면 학생이 분리를 거부하거나 1일 2회 이상 분리했는데도 교육활동을 방해하면 교사가 보호자에게 인계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 E초 교사는 “맞벌이 부모에게 아이를 데려가라고 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1일부터 교사는 사전에 목적, 일시, 방법 등이 협의되지 않은 상담은 거부할 수 있다. 학부모가 교사 개인의 휴대전화나 카카오톡 등으로 민원을 제기할 때도 응대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교사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된 경우가 많고, 아무 때나 연락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아 교사가 갑자기 정색하며 상담을 거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원단체 “법 개정을”… 국회 일정 돌연 연기 교원단체들은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범죄에서 면책시키는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이날 오전 여당, 야당, 교육부, 시도교육감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는 “4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가 오후에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김철민 국회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합의 법안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해 잠정 연기됐다”고 했다. 황수진 교사노동조합연맹 부대변인은 “관련법이 교육위를 통과한다고 해도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까지 남아 있어 교사들은 아직 보호장치가 없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고시나 법과 별개로 학생, 교사, 학부모가 서로 불신하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9월 4일에 재량휴업을 하기로 한 학교가 전국에서 30곳으로 집계됐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이 9곳, 세종 8곳, 광주·충남 각 5곳 등이다. 모두 초등학교다. 일부 학교에서는 당일에 갑자기 연가나 병가를 내는 교사들이 많을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하라”고 우회적으로 말하거나 단축 수업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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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양천-전북 군산 초등교… 30대 교사 2명 또 극단 선택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49재인 4일을 앞두고 경기 고양시와 전북 군산시에서 초등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 24분경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28층에서 30대 초등교사 A 씨가 추락했다. 119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A 씨를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은 없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가 일하던 서울 양천구 소재 초등학교에 학부모 민원 등을 확인했지만 아직 파악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4년 차 교사인 A 씨는 육아휴직 후 지난해 2학기에 해당 학교에 복직해 올해 처음으로 6학년 학급 담임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해당 교사의 극단 선택과 학생이나 학부모의 연관성을 예단할 순 없다”며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 주변에서도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1일 군산 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5분경 동백대교 아래 해상에서 30대 초등교사 B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 인근에 세워져 있던 차량에서 B 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휴대전화 화면에 메모장이 열려 있었는데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과 교사들 간에 사이가 좋아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군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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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교사 잇단 극단선택…군산선 “힘들다” 메모 남겨

    4일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49재를 앞두고 경기 고양시와 전북 군산시에서 초등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 24분경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28층에서 30대 초등교사 A 씨가 추락했다. 119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A 씨를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은 없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가 일하던 서울 양천구 소재 초등학교에 학부모 민원 등을 확인했지만 아직 파악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육아휴직 후 지난해 2학기에 해당 학교에 복직해 올해 처음으로 6학년 학급 담임교사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 민원 여부도 계속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해당 교사의 극단 선택과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연관성을 예단할 순 없다”며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전북 군산시 동백대교 주변 현장에서도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1일 군산 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5분경 동백대교 아래 해상에서 30대 초등교사 B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오전 7시 53분경 “다리 위에 비상등을 켠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수중 수색을 벌여 A 씨를 발견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사건 현장 인근에 세워져 있던 차량에서 B 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휴대전화 화면에 메모장이 열려있었는데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교육청은 이날 해당 학교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학생과 교사들 간에 사이가 좋아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군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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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 ‘왕의 DNA’ 갑질 논란 사무관 중징계 요구

    초등생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왕의 DNA’를 언급하며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교육부 소속 사무관 A 씨에 대해 교육부가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A 씨의 교권 침해 의혹을 조사한 결과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중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이 해당된다. 교육부는 “교육활동을 보호해야 할 교육부 공무원이 과도한 요구로 정당한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징계 요청 배경을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0월 초등생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하고, 학교와 교육청에 교사 직위해제를 요청했다. 새로 온 담임에게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므로 왕자에게 말하듯 해 달라’ 등의 내용을 공직자 통합 e메일로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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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업방해 학생, 학부모가 데려가게 한다

    학생이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권을 침해하는 경우 1일부터 교사가 학부모에게 “자녀를 집으로 데려가라”고 요구할 수 있다. 31일 교육부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와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를 최종 확정해 공포했다. 서울 서초구 초등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교권 보호를 위해 17일 마련한 고시에서 일부 조항을 보완했다. 최종 고시에는 초안에는 없던 ‘보호자 인계’ 조항이 신설됐다. 기존 발표 고시에는 ‘교권 침해 학생을 교실 밖 지정된 장소 등으로 분리할 수 있다’는 내용만 들어 있었다. 하지만 최종 고시에는 ‘학교장은 분리를 거부하거나 1일 2회 이상 분리 조치했지만 지속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보호자에게 학생 인계를 요청해 가정학습을 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교사가 부모에게 ‘아이를 데려가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보호 장구를 착용시키는 것이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해당 조항도 삭제됐다. 특수교육 대상자나 보호자가 생활지도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기한은 ‘14일’로 구체화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되는 이의제기에는 학교장이나 유치원장이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유치원에서 학부모가 갑질 등 악성 민원을 제기하면 원생을 출석 정지나 퇴학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연좌제’ 논란 끝에 제외됐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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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 ‘왕의 DNA’ 사무관 중징계 의결 요구

    초등생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왕의 DNA’를 언급하며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교육부 소속 사무관 A 씨에 대해 교육부가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기로 했다. 중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이 해당된다. 교육부는 A 씨의 교권 침해 의혹을 조사한 결과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교육부는 “교육활동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교육부 공무원이 과도한 요구로 정당한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고, 자신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언론에 유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다고 징계 요청 배경을 밝혔다. 해당 사무관은 향후 30일 동안 교육부 결정에 대해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이 없으면 교육부는 징계위에 그대로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징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2, 3개월이 소요된다. A 씨는 지난해 10월 초등생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하고, 학교와 교육청에 교사 직위해제를 요청했다. 새로 교체된 담임에게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 말해도 알아듣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공직자 통합 e메일로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교육부는 소속 공무원의 교권 침해 재발 방지를 위해 ‘교육부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교육부 공무원이 자신의 자녀를 지도하는 교원에게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행위’와 ‘직무와 관련 없거나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 및 요구’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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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초중고생 12년후 반토막… 분교-폐교 속출한다

    2035년 서울의 초중고 학생 수가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첫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서울 합계출산율이 0.59명까지 떨어진 가운데,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인구까지 늘어나면서 기존 전망치보다 훨씬 가파르게 서울 학생 수가 감소할 전망이다. 학생이 급감하면 학교는 통폐합되고 주변 지역도 점차 황폐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25개 자치구마다 감소 폭도 편차가 커서 교육 당국의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3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시교육청의 ‘학교급별 학령인구 변화 추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78만6880명인 서울 초중고 학생 수는 2027년 66만9000명, 2030년 56만1000명에 이어 2035년 42만100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시교육청이 통계청과 서울시의 기존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예상 취학률 및 진학률, 학생 전출입 전망 등을 고려해 보정한 수치다. 서울시가 불과 8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추산한 2035년 초중고 학령인구는 44만8864명이었다. 이번 시교육청 전망치는 그보다 2만7864명(6.2%)이나 더 적다. 시교육청이 매년 전망하는 ‘학생 배치 계획’ 외에 별도의 학령인구 추계를 낸 건 처음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가파른 출산율 저하 추이까지 반영한 것”이라며 “다만 중학교부터는 입시에 대비한 전출입이 활발해 정확한 추계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망치에 따르면 서울 인구에서 초중고 학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8.3%에서 2035년 4.7%까지 떨어진다. 2035년 서울 전체 인구는 약 895만 명으로 올해보다 5.1% 감소하는 반면 학생 수는 46.5%나 줄어드는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8.0%에서 28.4%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분교, 폐교가 속출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산술적으로는 올해 서울 초중고 1318곳(일반학교 기준) 중 약 613곳(46.5%)이 텅 비는 셈이다. 폐교와 같은 기존 교육 시설을 고령인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에 맞게끔 평생교육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교육청은 초등과 중고등으로 나눈 학교 재배치 ‘투 트랙 전략’을 검토 중이다. 통학 거리를 크게 늘릴 수 없는 초교는 소규모 학교로도 운영되도록 ‘서울형 분교’를 만들고, 적정 학생 수가 있어야 하는 중학교 이상은 적극적인 통폐합과 이전 재배치로 교육 수요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서울은 같은 학군에서도 학급 간 학생 수의 학교 간 편차가 크다”며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내년에만 서울 고교 3곳 문닫아… ‘지역 황폐화’ 막을 대책 시급 서울 초중고생 12년후 반토막강남선 초등생-관악선 고교생 급감… 지역별 감소 양상 달라 대책 고심폐교지역 인구 추가 감소 가능성“학교 부지 주민시설로 재활용을” 3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까지 서울 성동구에서만 6개 중고교의 통폐합이 검토됐다. 도선고, 경일고를 통폐합해 현 행당중 부지로 이전하고, 행당중과 동마중을 통폐합해 현 도선고 자리로 옮기는 것이다. 성수중, 경일중 통폐합도 거론됐다. 왕십리 뉴타운 등 재개발 지역은 학교가 부족하고, 왕십리역 등 상업지구는 학생 수가 급감해 학교 재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폐교를 반대하는 인근 주민 반발에 논의가 중단됐다. 자녀 통학 거리가 멀어질 뿐 아니라 폐교된 지역은 학군 경쟁력이 떨어져 주민 이탈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 소규모 학교, 9년 새 35개→85개 시교육청이 2035년까지의 자체 인구 추계를 낸 건 이처럼 주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린 학교 재배치 문제를 공론화해 장기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그동안 학생 급감은 지방의 문제로만 여겨졌는데 이제는 서울까지 직면한 셈이다. 서울에서는 2015년 금천구 홍일초를 시작으로 올해 광진구 화양초까지 5개 학교가 사라졌다. 내년에는 도봉구 도봉고, 성동구 덕수고(특성화계열) 등 3개교가 통폐합된다. 폐교 위기는 초등학교부터 시작된다. 시교육청의 ‘2023∼2027학년도 학생배치 계획’에 따르면 2018년 35개였던 서울 소규모 초등학교(학생 수 240명 이하)는 올해 62개에 이어 2025년 80개, 2027년엔 85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학생 수 1500명이 넘는 과대 초교는 17곳에서 5곳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 간 학생 수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똑같이 12학급인 서울 A공립중과 B공립중은 학급당 학생 수가 각각 11.7명, 19.7명으로 차이가 크다. 분양아파트에서 임대아파트 학생과 같은 학교 배정을 거부해 같은 학군에서도 학생 수가 10배씩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수가 너무 적으면 소집단 활동이나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차이 커… 사립학교 통폐합도 과제 서울 내에서도 자치구마다 학생 감소 전망치가 크게 차이 난다는 점도 시교육청의 고민거리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추계에 따르면 초등생의 경우 올해 대비 2035년에 강남구(감소 폭 49.2%), 강동구(48.1%) 등에서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고교생은 관악구(46.7%), 강북구(46.4%) 등에서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초등생 자녀를 둔 부부가 판교, 동탄 등 직장 근처로 옮기거나, 강남 집값이 부담스러워 경기도로 이주하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이후 자녀의 대입이 가까울수록 선호 학군지로의 이주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사립학교 통폐합도 골칫거리다. 퇴로를 찾는 사립학교도 적지 않지만, 학교법인 재산 처분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폐교가 검토됐던 서대문구 동명여중은 학부모 반대 응답이 94%에 달해 폐교 논의가 멈춘 상태다.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서울 사립학교 중에는 신입생 충원이 힘들어 경영 위기에 처한 학교가 많다”며 “사립학교 퇴로 확보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교가 지역 황폐화로 이어지는 현상 막아야 학생 수 감소는 학교 재배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가 사라지는 곳은 경제 기반이 쇠락해 추가 인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가 떠난 지역은 중산층 공백으로 빈곤화 우려가 있다. 서울 안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학버스 도입 등 폐교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재웅 한국공공건축학회 이사(전 서울시교육청 행정지원국장)는 “폐교 부지를 지역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설로 전환해 지역 인구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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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한끼’ 선물하면 결식 아동 도시락이 덤… 요기요에서 일석이조 나눔

    국내 배달 플랫폼 중 하나인 ‘요기요’가 사회 공헌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와 공동으로 전국 결식 아동 지원 사업에 나선다. 30일 행복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요기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마음한끼 선물하기 카드’를 구매하면 결식 우려 아동에게 도시락 하나가 기부되는 ‘마음한끼 캠페인’을 다음 달 17일까지 진행한다. 마음한끼 선물하기 카드는 선물을 받는 사람이 직접 메뉴를 골라 주문할 수 있는 일종의 모바일 상품권이다. 타인이 아닌 본인에게 선물해도 캠페인에 참여한 것으로 인정된다. 요기요는 지난해 9월에도 이 캠페인을 통해 인천 미추홀구 결식 우려 아동을 대상으로 밑반찬을 지원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요기요 앱에서 음식 포토 리뷰를 작성하면 한 건당 도시락 하나를 결식 우려 아동에게 전달하는 ‘행복두끼 챌린지’에도 참여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결식 우려 아동으로 지정돼 지방자치단체에서 급식 지원을 받은 18세 미만 아동은 28만3858명에 이른다. 조민영 행복얼라이언스 사무국 본부장은 “시민 참여를 통해 결식 우려 아동 실태를 알리고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할 수 있어 뜻깊다. 앞으로도 사회 전체에 기부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행복얼라이언스는 도시락뿐 아니라 위생용품, 영양제 등 회원 기업들의 기부로 구성된 기초 생필품 패키지도 제공해 결식 우려 아동의 생활 환경 개선을 돕고 있다. 30일 기준 행복얼라이언스에는 116개 기업, 73개 지방정부, 시민 30만여 명이 참여 중이다. 민관의 협력을 통해 아동 결식 등 사회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네트워크다. 결식 우려 아동 도시락 지원 사업인 ‘행복두끼 프로젝트’ 외에도 주거환경 개선 사업, 교육 지원 등을 하고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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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수 학생 20% 증가… “교권침해 논란, 장애혐오 돼선 안 돼” [인사이드&인사이트]

    《“요즘 특수 교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연수가 뭔지 아세요? 특수 교육 대상 학생이 위협 행동을 했을 때 교사가 안 맞고 피하는 방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이에요.”‘특수 교육 대상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시각, 청각, 자폐 등의 장애를 앓고 있어 특수 교육이 필요한 사람을 말한다. 보통 유치원이나 초중고교에서는 ‘특수 학생’이라고 부른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바로 특수 교사다.강원도에서 근무하는 20년 차 초등 특수교사 박모 씨는 “학생들에게 맞아보지 않은 특수교사는 찾기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돌발행동이 잦은 장애 학생을 담당하는 특수교사들은 학교에서도 교권 사각지대에 가장 깊숙이 놓인 직군이다. 지난달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발달장애 자녀를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과 함께 특수교육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그런데 이 논란에서 특수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이런 관심이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통합교육에 대한 반대 등 ‘장애 혐오’로 번지는 것이다.일부 학부모들은 “행동 제어가 어려운 장애 학생 때문에 내 아이의 학습권을 침해받기 싫다”며 분리 교육을 주장한다.》박 씨는 “특수교사 교권 침해 실태가 알려졌을 때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라며 “진짜 문제는 특수교육 인력 부족과 특수교육 홀대다. 통합교육은 비장애 학생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4월 기준 영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전국 특수교육 대상자는 10만9703명이다. 2018년 9만780명에서 5년 만에 20.8%(1만8923명)나 늘었다. 학령인구 감소기에도 장애 학생 수와 비율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의료계에선 장애 조기 진단 증가 등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영향으로 해석한다. 과거에는 장애인지 몰랐던 사례를 의학 기술 발달로 더 정확히 발견하고 분류하게 된 영향도 있다.● 문제 생기면 “특수교사가 맡아야죠”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 중 장애가 심하거나 전문적인 특수교육 시설이 필요해 특수학교를 다니는 경우는 26.7%(2만9236명)다. 이보다 훨씬 많은 73.3%(8만467명)는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과 함께 교육받는다. 언뜻 장애 학생 4명 중 3명은 통합교육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에 속한 학생은 1만8474명으로,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의 16.8%에 그친다. 나머지는 일반 학교 내 특수학급에 배치된다. 그나마 배정된 일반 학급에서도 장애 학생들은 소외당하기 일쑤다. 장애가 있는 중학생 자녀를 둔 정모 씨(45)는 “조별 활동에 도움이 안 되니 우리 아이를 같은 조에 넣지 말아 달라는 민원을 넣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특수교사 김모 씨는 “학생들이 수업 분위기를 조금만 흐려도 특수학급으로 쫓겨나고, 통합학급 소속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면 해당 담임교사는 ‘특수교사가 처리하라’며 떠넘기곤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특수학급 정원을 초과해 학생을 담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현행 특수교육법상 특수학급 학생 정원은 유치원 4명, 초중등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이다. 충남 금산군 진산초 특수교사 이지윤 씨는 “일반 학급에서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이 생기면 그 학생을 돌보느라 특수학급 아이들을 챙길 수가 없다. 각 학급에 공익근무요원 등 보조 인력이 있어도 결국 특수교사가 모든 학급의 특수교육 학생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교육, 장애-비장애 학생 모두 ‘윈윈’ 특수교육계에선 일반 교사와 학부모의 통합교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된다고 강조한다. 통합교육은 단순히 장애와 비장애 학생을 한 공간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교육이라는 것이다. 장애 학생에게는 일반 학생들의 태도를 보고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이상 행동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영훈 가톨릭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학교 여건이 안 된다고 장애 학생끼리만 모아놓는 것은 수용(收容)일 뿐 진짜 교육이 아니다”라며 “해외에선 심각한 장애가 있어도 통합교육을 하는 곳이 많다. 언어적 발달, 사회성 함양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비장애 학생에게도 장애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기회가 된다. 특수학교인 전남 나주 이화학교 교사 이성은 씨는 “일반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또래 도우미’를 뽑아 장애 학생의 공부를 도운 적이 있다. 통합교육이 일반 학생에게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익히고, 더 성숙한 개인으로 성장시키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 특수교육 환경 개선, 학교장 책무 강화해야 17일 정부는 특수교사 교권 보호를 위한 ‘생활지도 고시안’을 내놨다. 고시안에는 학생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때 학생에게 헬멧과 장갑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도록 할 수 있고, 생활지도 불응 학생의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특수교사들은 이런 대책이 교사나 학생의 신체적 피해를 일부 줄일 수는 있어도, 근본 대책이 될 순 없다고 주장한다. 장애 학생의 ‘도전 행동’을 중재할 때 어느 정도까지 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장의 ‘책무’가 빠진 점도 문제다. 고시안에는 ‘학교장이 통학 학급과 특수학급 교원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등의 조항이 있지만, 의무로 규정한 조항의 거의 없다. 장은미 전국특수교사노조 위원장은 “문제 행동이 심각해 생활지도가 어려울 경우 학교장이 교육청에 행동 중재 전문가를 요청하고, 병원 등 치료기관 연계까지 하도록 학교장의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특수교사는 학교의 특수교육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학교장의 의지 부족을 꼽는다. 서울의 한 중학교 특수교사는 지난해 교장에게 특수교사를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가 ‘특수학급이 더 생기면 장애 학생을 더 받아야 하고, 학부모 민원도 늘어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특수교사 증원을 꺼리는 학교장들은 교육청에 요청해 특수교육 실무사 등 보조 인력을 배정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교육 활동 지원에만 역할이 한정돼 있어 행동 중재나 개인 특성에 맞는 특수교육에는 한계가 있다.● 특수교육 대상, 한국 1.8% vs 호주 18.8% 전문가들은 특수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여 맞춤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0년 발표된 교육부 산하 국립특수교육원의 ‘특수교육법 개정 방안 연구’에서도 △특수학급 학생 수를 유치원·초중고교 각 3명, 4명, 5명, 5명으로 감축 △중도·중복장애 학생 배치 학급의 학생 수 감축 △통합학급 담당 특수교사 배치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수교육 대상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특수교육 대상자는 전체 유치원 및 초중고교생의 약 1.8%에 불과하다. 반면 호주는 그 비율이 18.8%, 미국은 14.1%, 일본도 5.0%에 이른다. 특수교육원에 따르면 호주는 2018년 0∼14세 장애 아동 약 35만 명 중 ‘심리·사회학적 장애’로 분류된 경우가 35.6%였다. 미국과 독일은 기초적인 읽기와 쓰기, 계산 등이 어려운 ‘학습장애’ 학생 비율이 각각 33.2%, 34.6%에 달했다. 대부분 우리나라에서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류하지 않고 있는 경우다. 한경근 단국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미국 일부 주에선 경계선 지능(지능지수 71∼84)이나 정서 위기 학생 등을 위해 특수교사 외에 통합교육 코디네이터를 추가로 배치한다”며 “다양한 교육 소외 계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학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

    •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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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권침해 학생-학부모 특별교육… 미이수땐 과태료 300만원

    앞으로 교권 침해를 저지른 학생이 출석 정지나 학급 교체 이상의 조치를 받으면 학부모도 특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불응하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학부모 민원 중 단순한 것들은 인공지능(AI) 챗봇을 개발해 처리를 맡기고, 그 외 민원은 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이 대응한다. 교사는 학부모 민원으로부터 분리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초1 담임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36일 만이다. 앞서 17일 교육부는 교권 보호를 위한 고시안도 발표했다. 현재는 교권 침해 학생이 전학 이상의 처분을 받아야 학생과 학부모가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는다. 앞으로는 그 대상을 출석 정지와 학급 교체 처분을 받았을 경우까지 넓히기로 했다. 또 교권을 침해한 학부모에 대해서는 교권보호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서면 사과, 재발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 개정을 추진한다. 특별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학부모는 앞으로 교사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민원을 제기할 수 없고 민원대응팀에 전화, 온라인으로 민원을 제기해야 한다. 민원대응팀은 학교마다 교감을 포함한 5인 내외로 꾸려진다. 학교 차원에서 대응하기 힘든 악성 민원은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통합민원팀으로 이관된다. AI 챗봇도 개발해 학사 일정, 급식 안내 등 단순 민원에 사용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전국 7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할 ‘교육공동체 권리와 의무에 관한 조례’ 예시안도 만들기로 했다.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의 보육교사에 대해서는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정당한 생활지도는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이상 아동학대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이 방안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법 개정이 필수다. 중대 교권 침해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아동학대 처벌 면책, 학부모 처분 강화 등은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 소위가 열렸지만 여야는 특히 ‘학생부 기재’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권 보호 방안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예산과 인력 지원, 정서·행동 위기학생 등 대책 마련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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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원 297명 영리행위… 학원 모의고사 출제하고 5억 받기도

    경기도의 한 사립고 수학교사 A 씨는 2018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7곳의 대형 사교육 업체 및 부설연구소의 모의고사 출제에 참여해 총 4억8526만 원을 받았다. 서울의 사립고 화학교사 B 씨도 2018년부터 올해까지 대형 사교육 업체 2곳에 모의고사 문항을 제공하고 3억8240만 원을 받았다. 서울의 공립고 지리교사 C 씨도 문항 제공 대가로 사교육 업체 5곳에서 5년간 3억55만 원을 받았다. 세 교사 모두 겸직허가를 받지 않았다. 현직 고교 교사 등 교원 297명이 최근 5년간 돈을 받고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항을 팔거나, 교재 제작 등에 관여했다고 교육부에 자진 신고했다. 이 중 188명(63.3%)은 겸직허가도 받지 않았다. 21일 교육부는 사교육 업체와 유착한 현직 교원의 영리 행위 자진 신고를 받은 결과 교원 297명이 총 768건의 거래 사실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달 1∼14일 ‘최근 5년 이내 사교육 업체와의 거래 사실’을 신고받은 결과다. 대다수가 고교 교사였지만, 중학교 교사도 있었다. 유형별로는 모의고사 문항 출제가 537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재 제작 참여 92건, 강의·컨설팅 92건 등이었다. 신고자 중 5000만 원 이상을 받은 교사가 45명이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교원은 허가받지 않은 영리 활동이나 겸직을 할 수 없다. 교육부는 겸직허가를 받은 신고자도 상당수가 허용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무원 겸직허가는 직무능률을 떨어뜨리거나 공무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에만 가능하다. 교육부는 해당 교사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는지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이 경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출제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출제위원 경력을 내세웠거나, 이를 이용해 거액을 수수한 교사들은 더 엄하게 징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감사원과 함께 추가 감사에 나선다. 교육부는 중대한 사안은 교사 파면과 해임을 포함한 중징계 처분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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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를” 野 “소송 남발 우려”

    정부가 17일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원을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할 고시를 발표했지만 법률 개정이 필요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학부모 처벌 등의 사안은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심사에 나섰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권 침해 행위를 한 학생의 처분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학급 교체, 전학, 퇴학 등 중대한 조치를 받은 경우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학생부 기재의 적절성을 두고 여야는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교권 보호를 위해선 개정안에 ‘학생부 기재’ 등의 강경책이 담겨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학생,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이 심화되고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교원단체들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찬성인 반면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반대하는 등 여론이 분열된 상태다. 소위에서는 교사가 억울하게 아동학대로 신고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도 논의됐다. 여야 모두 교원의 생활지도를 아동학대죄로 적용하지 않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면책권이 주어지는 ‘정당한’ 생활지도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를 두고 의견 차가 있다. 교육위는 이달 중 두 차례 이상 법안소위를 추가로 열고 관련 법안 처리를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교육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최대한 빨리 이견을 좁혀 9월 정기국회 시작 전 성과를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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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식 2개씩 배식하라”…학교 영양사-돌봄사들도 학부모 악성 민원 시달려

    정부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대응에 교사가 아닌 교육공무직도 참여시키는 내용의 교권 보호 방안을 발표한 뒤 교육공무직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교육공무직은 (악성 민원에 응대하는) 감정 쓰레기통이 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겠다”며 정부 대책에 반발했다. 교육공무직은 공립 교육기관 종사자 중 공무원이 아닌 교무실무사, 특수교육지도사, 돌봄전담사, 사서, 영양사 등을 일컫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7일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 민원 처리는 교사든 교육공무직이든 하위직 개인이 떠맡아 책임지는 방식이 아닌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항의성 민원 응대 시스템은 학교 이전에 상급 기관인 교육청, 교육지원청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교육부는 14일 국회 공청회에서 학부모 민원을 교내 ‘민원 대응팀’이 전담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을 공개했다. 2학기부터 각 학교에 신설되는 ‘민원 대응팀’은 교감과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으로 구성된다. 민원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직접 처리하거나 교사, 관리자, 교육(지원)청에 전달한다.이미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육공무직들이 더 큰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교육공무직본부는 17일 악성 민원 피해실태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이달 14~16일 교육공무직 46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1.4%가 “악성 민원을 받은 적 있다”고 답했다.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학부모가 81.8%로 가장 많았고, 학생은 2.4%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돌봄전담사, 행정실무사, 사서 등 다양한 직군이 겪고 있는 악성 민원 사례도 소개됐다. 경기 지역의 한 사서는 “자기 아이를 위해 수행평가용 도서를 미리 빼달라고 요구하고, 도서 연체를 풀어주지 않았다며 국민신문고에 신고한 학부모도 있다. 도서관에 있는 아이를 학원 버스 시간에 맞춰 태워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이 밖에도 급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급식소에 찾아와 반찬을 지적하거나 “맛있는 후식은 2개씩 배식하라” “깍두기 사이즈가 너무 크니 잘게 썰어달라”고 요구한 학부모 사례도 소개됐다. 교무실무사들은 “교사에게 못할 욕설과 항의를 공무직 직원들에게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숙제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고 교사 대신 실무사에게 따지거나, 수업시간에 학생과 통화가 안 된다며 전화를 바꾸라고 화를 내는 학부모도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교육부의 민원 대응팀 운영과 학교 출입관리 대책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교육공무직의 우려를 해소하는 대책 없이 2학기에 일방적으로 시행할 경우 조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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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유학생 30만명 유치”… 인구감소-지방대 위기 동시 대응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지방소멸과 대학의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을 2027년까지 30만 명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16일 발표했다. 또 정부초청장학생(GSK) 중 이공계 석·박사 비중을 지난해 30%에서 2027년 45%까지 높이는 등 첨단 분야의 ‘엘리트 유학생’ 유치를 늘릴 계획이다.● 인구 감소-지방대 위기 대안 이날 교육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유학생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외국인 유학생을 늘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유학생 고급 인재를 미리 확보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지난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16만6892명이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최근 10년 새 약 2배로 늘었지만 “질보다 양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 유학생의 약 63%가 중국, 베트남 출신으로 아시아 국가 의존도가 높다. 학문별로는 인문사회계열 비중이 66.7%로 첨단·신기술 등 이공계 분야에선 한국 유학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이번 방안이 지방대 살리기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등록금 동결과 학생 감소라는 악재 속에 지방대는 해외 유학생마저 수도권 대학에 빼앗기고 있다. 지난해 지방대 외국인 유학생은 6만9735명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에 그쳤다. 반면 수도권 대학 유학생은 9만7157명으로 14.3% 늘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가 손을 잡고 입학부터 취업, 정착으로 이어지는 유치 전략을 세워 지역의 인구 유출을 막자는 것이다.● 이공계 고급 유학생에겐 지원 강화 정부는 폴란드(방위산업), 아랍에미리트(UAE·원전), 인도(정보기술) 등 한국과 경제협력이 활발하고 이공계 인재가 많은 국가에서 최대한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GSK를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4543명이었던 GSK 인원은 2027년 6000명까지 확대된다. 이 중 이공계 석·박사는 1355명에서 2700명으로 약 2배로 늘리기로 했다. 보건의료, 디지털 등 국가 전략산업 분야에선 ‘1년 단위 석사’ 등 단기 학위과정을 신설하고, 공적기금과 연계해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대학에 입학할 때 제출해야 하는 한국어 성적 기준도 완화한다. 기존엔 한국어능력시험(TOPIK) 급수가 꼭 필요했지만, 이젠 법무부 사회통합 프로그램이나 세종학당 교육을 이수한 경우도 한국어 능력을 인정해 준다. TOPIK 등급 요건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에 기초지자체 단위로 지정되던 ‘교육 국제화 특구’는 광역 단위의 ‘해외 인재 특화형 교육 국제화 특구’로 확대한다. 광역지자체장이 지역 발전 전략과 연계한 해외 인재 유치 전략을 수립하면 맞춤형 규제 특례를 도입하는 것이다.● 비자도 완화…“유학생 유치 경쟁” 유학생의 국내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유학생 비자 제도도 완화한다. 법무부가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지역 특화형 비자’도 확대 도입한다. 이는 인구소멸 지역에 5년 이상 거주하거나 취업한 외국인에게 장기거주비자(F-2)를 주는 제도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의 본국 귀국 비율(29%)은 국내 취업(8%) 및 진학(11%) 비율을 크게 웃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3일부터 시행된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유학생의 시간제 일자리 취업 제도도 개선했다. 당초 방학 중인 유학생은 아르바이트 수준인 단순 노무 분야에만 취업할 수 있었지만, 전문 분야 인턴이 가능토록 허용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미 국가 간 유학생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유학생 유치 노력을 통해 첨단 분야 인재 부족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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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천히 배워도 괜찮아”… ‘느린 학습자’ 위한 대학생 멘토 찾아드려요

    “느린 학습자들에게 공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성공 경험’을 심어주고 싶어요.”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만난 이유진 씨(23·미디어학부 4학년)는 느린 학습자로 불리는 ‘경계선 지능’(지능지수 71∼84) 학생을 지원하는 플랫폼 ‘느루잉’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느루잉은 초등생 느린 학습자들에게 일대일 대학생 멘토를 연결해 공부를 가르치고 사회적 자립을 돕는 서비스다. 약 1년간의 준비 끝에 이르면 이달 말 서비스가 출시된다.● ‘사각지대’ 놓인 경계선 지능 학생들느루잉은 일반인과 장애인 사이 사각지대에 놓인 느린 학습자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고려대 ‘인액터스(Enactus)’ 회원들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인액터스는 대학생들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사회적 책임을 가진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1975년 출범한 글로벌 비영리 단체다. 전 세계 36개국 1700여 곳의 대학이 속해 있고, 국내에서도 29개 대학 학생들이 활동 중이다. 경계선 지능은 전체 인구의 약 13%로 추정된다. 국내엔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다. 이런 학생들은 학습 속도가 느려 일반 학급에서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이에 따라 교우 관계가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장애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아 특수교육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팀원인 소현 씨(23·기계공학 3학년)는 “장애와 비장애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법·제도 속에서 가장 소외된 집단”이라고 했다. 팀원 7명은 1년 가까이 특수교육 전문가, 느린 학습자 부모 등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나며 서비스를 준비했다. 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듣고, 선생님 겸 멘토가 되기 위해 유의할 점을 파악하는 과정이었다. 팀장 김지산 씨(25·중어중문 4학년)는 “‘느린 학습자 교육은 교사가 위에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내려가서 학생과 함께 올라오는 것’이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학습 속도 맞추고, 자존감 키우고올 5월엔 학생들을 지도할 서울 지역 ‘느루쌤(느루잉+선생님)’ 30여 명을 선발해 현재 양성 과정을 진행 중이다. 서울 구로구 느린 학습자 커뮤니티 ‘하랑’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달부터 놀이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팀원들도 느루쌤으로 참여해 매주 2, 3번씩 아이들과 만난다. 이 과정에서 느린 학습자를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 씨는 “글을 꽤 쓰고 말을 잘하면서도 자신감이 부족해 마음을 닫는 경우가 많다. 자존감을 세워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만의 학습 속도가 있는데, 일반 학교에선 많은 학생 사이에서 이들만을 위한 맞춤형 지도가 어려우니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느루쌤들이 그 속도를 맞춰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약 두 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이 씨는 “처음엔 30초마다 나가고 싶다고 하던 아이가 요즘엔 20분 이상 잘 집중한다. 장기적인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더 큰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느루쌤 활동 기간은 최소 6개월이다. 원하면 졸업 전까지 활동을 연장할 수 있다. 소 씨는 “느루쌤이 학생들을 대하는 전문성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아이들과 최대한 오랜 기간 정서적 교감을 갖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낙인 거두고, 조기 진단 및 장기 지원 필요고려대팀이 초등학생을 서비스 대상으로 정한 건 느린 학습자에겐 진단과 맞춤형 교육이 일찍 이뤄질수록 발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해당 가정에선 자녀가 경계선 지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학습 부진으로 치부해 억지로 공부를 강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씨는 “다양한 발달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부족하다. 느린 학습자가 사회적 낙인이 되면 조기 발견이나 개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교육계와 지방자치단체에선 경계선 지능에 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 전국 최초로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런 학생들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지원 노력이 확산하고 있다. 고려대팀은 이런 움직임을 계기로 정부 차원의 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느루잉은 초등생을 지원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실 분위기 때문에 개별 지도가 어려운 중고교생, 사회 진출을 앞둔 학생들의 취업과 진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느루잉을 통해 지난달 인액터스 국내 대회에서 우승한 고려대팀은 올 10월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인액터스 월드컵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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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원들 ‘국제학교’ ‘캠퍼스’ 등 학교명칭 꼼수 써… 손 놓은 교육당국 “담당 아니다” 책임 떠넘기기

    ‘비인가 국제학교’가 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실태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시설이 학원이나 대안교육기관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는 이유로 교육부나 교육청은 자기 담당이 아니라며 떠넘기고 있다. 공교육 밖의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정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지만, 일부 담당자들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외 대학에 가려고 학원을 선택했다면 별문제 없는 것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정부 차원의 비인가 국제학교 실태조사는 9년 전이 마지막이다. 2014년 교육부는 ‘고가(高價) 국제형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교육부의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 명칭을 쓴 시설 등 20곳의 ‘고가 국제형 시설’을 적발했다. 해당 시설에 대해선 학교 명칭을 못 쓰게 하거나 학원 등록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해당 시설들의 운영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학교’를 시설명에 사용하는 곳도 있고, ‘International School(국제학교)’, ‘○○○ 캠퍼스’ 등으로 표기해 학교인 척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학원 시설을 관할하는 교육청은 관리 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정확한 명단을 추리기도 어렵고, 신고가 들어와도 접근이 어려워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학교 설립이나 분교 설치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학생을 모집해 시설을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기자가 확인한 비인가 국제학교 상당수는 △교복 착용 △급식 제공 △동아리 운영 △담임제 실시 등 사실상 학교처럼 운영 중이었다. 이렇게 운영하다 적발돼도 300만∼500만 원의 벌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런 시설이 공교육을 무력화시키는 게 맞다”면서도 “현재로선 처벌 규정도 약하고, 민원 접수나 고발이 없으면 적극적인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규 학교가 아니라 비인가 국제학교로 입학한 ‘미취학 학생’은 해당 학생이 당초 배정된 학교장이나 읍면동장이 분기별로 취학을 독려하는 연락을 돌리지만 큰 효과는 없다. 전문가들은 학교 밖 청소년 관리가 더 엄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안학교인 ‘신나는학교’ 하태욱 교장은 “이런 기관들이 특정 계층의 사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 외에 교육의 책무성을 다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불법 요소가 있다면 규제하고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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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 선행학습” 초교도 안 보내고… 영유 → ‘비인가 국제학교’로

    A 양(11)은 지난해 학교를 그만두고 2년째 학원에 다닌다. 일명 ‘비인가 국제학교’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모여 국어 영어 수학 등 수업을 듣는다. 단, 학교와 차이점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학제도 미국식(G1∼G12)이다. 마치 ‘학교’ 같은 이 학원의 교습비는 월 150만 원 정도. A 양의 어머니는 “입학금과 교복·교재비 등을 포함하면 연간 교습비가 2000만 원 정도”라며 “일반 학교를 보내도 학원비를 감안하면 그만큼 든다”고 말했다.● ‘더 빠른’ 영어 학습 위해 공교육 포기 최근 영유아 사교육 문제의 핵심이 ‘영유’(영어유치원)라면 초중고교로 이어진 것은 비인가 국제학교다. A 양처럼 초교를 중퇴하거나 혹은 아예 입학도 하기 전에 비인가 국제학교에 등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 경기 성남 분당, 판교 등을 중심으로 최소 5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15일 동아일보가 나이스(NEIS) 학원민원서비스와 취재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서울 강남구의 주요 비인가 국제학교들은 과목별 교습비만 등록해 놓고 학부모에게 입학금·발전기금 명목으로 500만∼7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들 비인가 국제학교는 당국에 신고한 과목 외에 가르쳐서는 안 되는 과목도 가르치고 교재·급식·재료비 등을 별도로 청구한다. 학원법 위반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인가받지 않고 학생을 모집해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교습 정지,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과거엔 해외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국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이 같은 학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어 학습을 위한 사교육으로 변질됐다. 서울 강남의 한 학부모는 “영어유치원만으로는 영어 노출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영유아 때 다져놓은 영어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낸다”고 했다. 일반 초교에서는 초3부터 알파벳을 배운다. 이미 ‘영유’에서 영어를 선행학습한 아이들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의 초1, 2 과정이 ‘시간 낭비’로 비치는 것이다. ‘공교육만 포기하면 학습적으로 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도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 퍼져 있다.● ‘선행학습’ 광고로 학부모 끌어모아최근에는 아예 서울 강남 유명 학원장과 손을 잡고 입학설명회를 연 비인가 국제학교들도 있다. 선행학습과 입시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광고하는 것이다. 이 비인가 국제학교들은 “초1∼초3 시기에 영어, 수학을 중3 과정까지 선행학습할 수 있다”고 내세운다. 기자가 실제 한 학원에서 입학 상담을 받아봤을 때 해당 학원 관계자는 “공립학교는 초3까지 학습이 느슨하다. 우리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을 다져놓고 고학년이 되면 공립초로 옮기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우리는 싱가포르식 수학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 학원은 처음에 ‘영유’로 시작했다가 학부모의 수요를 반영해 최근 초3 과정까지 확장했다. 사교육 현장에서는 영어유치원을 졸업하고 비인가 국제학교에서 초등 혹은 중등, 고등과정까지 마치는 것이 일종의 ‘입시 루트’로 여겨지고 있다. 주요 대학 ‘국제학부’ 등 외국어 혹은 외국 관련 학과로 진학할 때도 이런 방식이 유리하다고 학원들은 강조한다. 입시에 필요한 과목들을 대부분 모두 가르치기 때문에 다른 추가 사교육이 필요 없다는 점도 내세운다. 강남의 한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에 다닐 땐 학원을 몇 개씩 보내야 했다. 비인가 국제학교로 옮긴 뒤에는 학원 숫자를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 ‘아이비리그 진학’ 등 과장 광고 조심 ‘해외 명문대 진학’을 광고로 내세운 비인가 국제학교도 많다. 미국, 캐나다 등의 학력인증을 받아 운영되는 비인가 국제학교를 졸업하면 해당 국가의 대학에 입학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인가는 받지 않았지만 미국 학력 인증 교육기관 중 하나인 서부교육위원회(WASC)의 인증을 받은 비인가 국제학교도 전국에 31곳이다. “아이비리그 학교 입학에 유리하다” 등의 광고 문구도 흔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해외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다는 것뿐이지, 입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학에 실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송재원 유웨이 교육연구소 유학사업팀장은 “국내 입시를 치르지 않기 위해 일부러 비인가 국제학교를 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했다. 비인가 국제학교들은 원어민 강사진에 대해서는 ‘대부분 교육 전공자’, ‘70% 이상이 교원 자격이 있다’라는 식의 추상적인 정보만 공개한다. 나이스 학원민원시스템에도 학원별 원어민 강사의 학력이나 경력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는다. 인가받은 학교는 학교 입지가 유해시설과 차단됐는지, 재난으로부터 안전한지 등 검사를 받지만 비인가 국제학교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교육과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불신이 이런 기형적 형태의 교육기관을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를 지낸 김경범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학부모의 다양한 자녀 교육 욕망을 공교육이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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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만8000명 고교 떠났다… “학원서 대입 올인”

    열여덟 살 A 군의 하루는 오전 7시 50분 휴대전화를 반납하며 시작된다. 먼저 영어 단어 시험을 보고 오후 10시까지 수업과 자습을 이어간다. 이 생활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반복된다. 고등학교 3학년 나이인 A 군은 올해 재수종합학원에 입학했다. 학교는 1학년 때 자퇴했다. 재수종합학원은 보통 전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실패한 ‘졸업생’들이 오는 곳이지만 요즘은 ‘현역 고교생’이 학교를 버리고 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고3 1학기 성적이 나온 최근에도 학원에 자퇴생들이 여럿 들어왔다. A 군이 자퇴를 결심한 건 ‘학교에서는 더는 배울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수업 내용은 대입 준비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고, 수업 시간에도 떠들고 노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달 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를 본 A 군은 11월 수능을 치른다. 대입 준비에 ‘올인’ 하기 위해 학교를 중도에 떠나 학원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가 13일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일반고 약 1690곳의 1학년 학업중단율을 종로학원과 함께 분석한 결과 2021년 1.46%, 2022년 1.98%, 2023년 2.40%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2학년은 1.12%→1.68%→2.05%로 늘었다. 3학년(0.17%→0.21%→0.31%)까지 반영하면 3년간 학업을 중단한 일반고 학생은 총 3만7822명이나 된다. 3년간 일반고 전체 재학생 302만1045명의 1.25%다. 서울에서 최근 3년 평균 학업중단율(고1 기준)이 높은 자치구는 강남(3.39%), 서초(3.07%), 송파구(2.71%)였다. 특히 강남구는 2.29%(95명)→3.83%(144명)→4.13%(163명)로 급격히 증가했다. 학업중단은 학교 부적응, 해외 출국, 질병, 학교폭력 등 여러 사유가 있다. 하지만 사교육 과열 지역의 경우 대입 준비를 위한 자퇴가 대부분이라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이 지역들은 내신 경쟁이 치열해 수시 전형으로는 좋은 대학에 가기 힘들고, 부모가 한 달 200만∼300만 원에 달하는 재수종합학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실제로 검정고시를 통한 주요 대학 입학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학알리미 분석 결과 검정고시 출신 전국 4년제대 입학자는 2023년 7690명으로 최근 6년간 최고치였다.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비율 역시 2018년 0.71%(276명)에서 2023년 1.33%(524명)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인성, 사회성, 교우관계, 체력, 문화적 소양까지 학습하는 전인 교육기관이기에 대부분의 학생이 반드시 졸업해야 하는 곳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입 준비를 위해서는 ‘포기해도 되는 곳’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교사가 학생들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교권침해 사건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학급의 학습 분위기를 해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능 준비’에 올인하는 학생들은 여건만 되면 학교를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학교, 대입 도움 안돼”… ‘高1 자퇴→학원→수능 2번’ 코스 밟아〈상〉 학교 대신 재수학원 선택 증가高1 학업중단률, 高2보다 높아… 강남구 高1 100명중 4명 자퇴“교사가 통제 못해 면학 분위기 엉망”학교는 “건강 문제일것” 속사정 몰라 B 군(17)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해 11월 학교를 자퇴하고 현재 재수종합학원에서 공부 중이다. 학교에서는 ‘학업중단 숙려제’를 안내하며 “1∼7주간 상담을 받으며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숙려제는 학생에게 학업중단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시간과 상담을 제공하는 제도다. 하지만 B 군은 거절했다. 다음 해 검정고시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는 1년에 2번(보통 4, 8월) 실시된다. 퇴학일부터 시험 공고일까지의 기간이 6개월을 넘지 않으면 응시할 수 없다. 6월 초 전후로 공고되는 2회 차 검정고시에 응시하려면 전년도 11월 말까지 자퇴해야 안전하다는 게 불문율이다. B 군은 “학교에서 몇몇 과목은 선생님이 교과서를 읽어 주는 수준이었는데 학원에 오고 한 달 만에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수능 두 번 보려 자퇴… “학교는 낭비”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에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B 군 같은 코스를 밟는다. 우선 1학년 때 자퇴를 한다. 이듬해(2학년 나이) 검정고시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본다. 시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1년 더 학원에 다닌다. 1년 뒤(3학년 나이) 다시 수능을 본다. 수능을 두 번 봤으니 ‘재수’지만 나이로 치면 현역 고3 친구들과 똑같이 수능을 보는 셈이다. 아예 처음부터 이런 ‘2년 계획’을 잡고 자퇴하는 학생들도 있다. 실제 고1 학업중단율은 고2보다 높다. 올해 전국 평균 중단율을 보면 고1은 2.40%(8050명), 고2는 2.05%(6434명)다. 사교육 과열 지역인 서울 강남구는 2023년 고1 학업중단율이 4.13%(163명)였다. 이 지역 고1 학생 100명 중 4명은 자퇴했다는 뜻이다. 송파구는 3.70%(143명)였다. 한 학생은 “방학이 끝나면 자퇴해서 보이지 않는 친구가 많다”며 “내신이 1점대(등급)여도 의대에 가야 한다며 자퇴하고 학원에 가는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자퇴를 결심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낭비”라고 말했다. 고2였던 올해 자퇴한 C 군은 “학생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질문해도 답변을 못하고 수업 때는 교사용 자습서만 보고 줄줄 읽더라. 그래서 학교 수업을 잘 안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원에 다니니 학교에서 쓸데없이 잠자던 시간을 다 공부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D 군도 “학교를 안 다니면 사회성이 떨어진다는데 학교에 사회성이 떨어지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며 “학생이 선생님께 막 대하고 절도 사건도 자주 발생하는 교실에서 공부를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내신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가기 어렵기에 정시를 노리고 학원에서 수능 준비에 올인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상당수 학원에서는 학생이 내신 성적을 입력하면 남은 학년에 어느 정도 성적을 받아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지 분석해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대평가 과목이 1학년에 46% 몰려 있다. 1학년이 끝나면 내신 성적의 거의 절반은 굳어진 것”이라며 “2, 3학년 때 아무리 잘해도 극복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자퇴, 학원 등록, 정시 올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227곳의 정시 비중은 21.2%로 수시(78.8%)보다 적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서울 지역 주요 16개 대학은 43.0%다.● “건강-심리적 문제일 것” 속사정 모르는 학교 학원가에 따르면 1학기 성적이 나온 뒤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 재수종합학원 등록생들이 더 늘었다. 이런 ‘자퇴 러시’는 내년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이달에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 중2부터 적용되는데 현재 수능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입 제도가 크게 바뀌는 만큼 현 중3은 재수로 원하는 학교에 가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임 대표는 “현 중3이 고교에 진학해 내신 점수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으면 자퇴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퇴하는 진짜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가 대입에 도움이 안 된다” “학원에 간다”는 속사정을 자세히 털어놓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도 상세히 상담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학업중단율이 상위권인 E고 관계자는 “몸이 안 좋아서 검정고시를 봐야겠다거나 규율을 지키는 게 어렵다는 학생이 많았다”고 했다. 서울 F고 관계자는 “내신의 불합리함보다는 심리적, 정신적 문제로 학교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학생이 많았다”고 전했다. 학생은 학교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안 하고, 학교는 영문도 모른 채 학생을 떠나보내는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대입 준비를 위해 자퇴를 결심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는 ‘학교 부적응자’ 낙인 같은 것은 우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입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한 학부모는 “교사가 통제 못 할 만큼 면학 분위기가 엉망인 학교가 많다. 아이들도 진짜 친구는 대학 가서 사귀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학교를 다니면 내신 준비, 수능에 반영 안 되는 과목 공부로 시간이 낭비되지만 학원에서는 수능만 공부하니 효율적”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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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이는 왕의 DNA” 교육부 사무관 사과… “선생님께 상처가 될 것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아이가 ‘왕의 DNA를 가졌다’며 무리한 생활지도 요구를 하고,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 해제에까지 이르게 한 교육부 사무관 A 씨가 13일 피해를 당한 교사들과 학교 측에 사과했다. A 씨는 이날 교육부 기자단으로 보낸 사과문에서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등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래와 갈등이 있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는 등의 다소 황당한 요구를 담임교사에게 전달한 경위에 대해 A 씨는 “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라고 해명했다. 그는 “교장선생님과 상담 중 관련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고 해 새 담임교사에게 전달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전후 사정 설명 없이 이메일로 이를 전달해 담임교사가 불쾌했을 것”이라며 “선생님께 상처가 될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교육부 직원이라는 지위를 앞세워 교사와 학교를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그는 “학교 측에 (아동학대 관련) 이의 제기 과정에서 직장과 6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린 적이 없어 제 직업이 선생님에게 협박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A 씨는 올해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서 내린 서면 사과 등의 처분에 대해선 “조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교원단체는 ‘반쪽 사과’라고 비판했다. 악성 민원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A 씨의 신분은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 상당 부분 알려졌다. 이메일을 학교와 교육청의 공문 전달 등에 쓰이는 ‘공직자 통합메일’로 보낸 것도 자신의 지위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A 씨가 교육부 기자단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배포한 것도 논란거리다. 교육계에선 “사무관이 부처 기자단을 통해 사과문을 배포한 것 자체가 교육부까지 나서 해명을 도와 비판 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이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A 씨를 직권남용, 강요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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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 35명 직위해제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로 직위 해제된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원이 총 35명으로 집계됐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13일 울산을 제외한 16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로 사법기관에서 교원의 수사 개시를 통보한 사례는 총 448건이었다. 이 중 35명(7.8%)이 실제 직위 해제로 이어졌다. 직위 해제는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규정은 아니어서 사안의 경중에 따라 교육감과 교육장이 판단한다. 경북은 수사 개시가 통보된 15명 중 4명(27.7%)이 직위 해제돼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남(18.2%), 대구(16.2%), 인천(15.4%)도 평균보다 직위 해제 비율이 높았다. 반면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제주는 직위 해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세종에선 수사 개시 4건 중 1건이 직위 해제로 이어졌는데 최근 논란이 된 교육부 사무관 사례로 알려졌다. 교육 현장에선 아동학대 신고 처리 절차를 개선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지방자치단체 소속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이 사안의 교육적 맥락이나 특수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아동학대 판단 시 교육 당국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12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선 교사들의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는 네 번째 주말 집회가 열렸다. 빗속에서도 교사 3만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집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사교육모임, 좋은교사운동 등 6개 교원단체는 집회에서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법 등 관련 법안을 즉각 개정하고, 악성 민원인 방지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공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6개 교원단체가 공동 결의문을 낸 건 6개 단체 설립 후 이번이 처음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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