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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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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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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5~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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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유목민의 땅’

    중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클로이 자오 감독(38·사진)의 영화 ‘유목민의 땅(Nomadland)’이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폐막한 베니스 영화제는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유목민의 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작품은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 불황기에 밴 차량을 타고 미국 서부를 유목민같이 떠도는 60대 여성의 실제 삶을 그렸다. 1997년과 2018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각각 ‘파고’와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2차례 받은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았다. 자오 감독은 마동석이 주인공 10명 가운데 하나인 길가메시 역으로 나오는 마블 영화 ‘이터널스’의 연출을 맡고 있기도 하다. 여우주연상은 ‘여성의 조각들(Pieces of a Woman)’의 영국 배우 버네사 커비가, 남우주연상은 ‘우리 아버지(Padrenostro)’의 이탈리아 배우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가 받았다. 최우수 감독상은 ‘스파이의 부인(Wife of a Spy)’의 일본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가 수상했다. 심사위원대상은 멕시코 감독 미첼 프랑코의 ‘새로운 질서(Nuevo Orden)’에 돌아갔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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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성매매 굴레에 빠진 여성들

    부산과 대구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돕기 위해 뛰어온 여성 저자들의 책이 동시에 출간됐다. 타의에 의해 성매매 굴레에 빠져들게 되고, 왜 벗어날 수 없으며, 이들이 세상의 어떤 편견과 싸우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완월동 여자들’에서 저자 정경숙 씨는 전국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부산 완월동에서 성매매 여성을 돕는 여성단체 ‘살림’을 이끌며 18년간 활동한 경험을 담았다. 성매매 여성들을 ‘언니’라고 부르는 저자는 이들이 살림에서 운영하는 쉼터에 와서 성매매 업소와의 질긴 악연을 끊어내도록 돕는다. 누군가 알아볼까 봐 버스를 타고 카페에 가는 것조차 겁내는 언니들이 스스로 조직한 단체 ‘나린아띠’를 통해 서서히 일상을 회복해 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 성매매 업소에 위장 취업해 경찰과 함께 업주 소탕 작전에 나서는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은 성매매가 얼마나 강압적이고 구조적으로 이뤄지는지를 20년간 여성단체에서 일해 온 저자가 여실히 보여준다. 업주의 횡포로 손에 돈 한번 제대로 쥐어보지 못한 여성들이 수천만∼수억 원의 빚을 지게 만드는 개미지옥 같은 구조에 집중한다. ‘성매매는 자발적인 노동’이며 ‘성매매 여성들은 돈을 쉽게 번 만큼 사치스럽게 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입혀진 것은 성매매에 동조하는 일각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시각이라고 고발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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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로 못다 풀어 글로… 나는 ‘작가수’다

    가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연이어 출간하고 있다. 가수는 음악으로 표현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글을 통해 표현할 수 있고, 출판사는 가수의 기존 팬을 독자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 가수 장기하는 11일 첫 에세이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문학동네)를 냈다. 지난해 1월 밴드 해체 이후 1년간 ‘나를 괴롭히지만 사소한 것들’을 소재로 생각을 넓혀가며 글을 썼다. 장기하는 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글 쓰는 게 처음엔 굉장히 막막했지만 글을 쓸수록 음악과 글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큰 서점을 운영하셨는데도 손자인 나는 ‘책을 잘 못 읽는다’고 썼으니 괜히 죄송하다. 살아 계셨다면 굉장히 좋아하셨을 것 같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2017년 작고한 장하구 전 종로서적 회장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초판 8000부가 사전 예약 매진됐다.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같이 일상에서 벼린 삶의 통찰력을 드러내는 가사로 대중을 사로잡은 그는 이 책을 쓰는 동안 노래 한 곡 만들지 못했다. “지난 1년 반은 나 홀로 노래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책을 쓰면서 이제 정리가 됐다. 결국 나의 정체성은 ‘나의 말’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가사) 이외에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다.” 가수 박진영이 지난달 출간한 에세이 ‘무엇을 위해 살죠?’(은행나무)는 초판 1만 부가 출간 3일 만에 나갔다. 이 책은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그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신앙관에 대해서 쓴 책이다. 종교 관련 내용이 많아 거부감을 느낄 독자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때맞춰 발표한 그의 신곡 ‘When We Disco’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 은행나무 관계자는 “연예인이 작가인 경우 TV프로그램 출연으로 마케팅이 저절로 된다”며 “대중적 호감도를 어느 정도 확보한 ‘셀럽’은 일반 작가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작사, 작곡과 글을 쓰는 메커니즘이 비슷하다는 것도 가수 출신 에세이스트가 늘어가는 이유다.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핫펠트(예은)는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하던 때를 17∼19세 사춘기와 비교하며 당시의 불안한 감정을 풀어낸 책 ‘1719’를 올 4월 펴냈다. 핫펠트는 온라인 에세이 구독 서비스인 ‘책장 위 고양이’ 필진으로도 활동한다. 책장 위 고양이를 운영하는 김민섭 작가는 “핫펠트 합류 이후 구독자가 하루에 100%가량 증가한 적도 있다”며 “음악을 하면서 효과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을 감각적으로 익혔고 이를 다른 직군에 비해 글로 잘 표현한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같은 원더걸스 출신으로 현재 방송인 겸 통·번역가로 활동 중인 혜림의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한겨레출판사), 걸그룹 시크릿 출신 전효성의 ‘나도 내가 처음이라’(스튜디오오드리)도 꾸준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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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탄 복근에 건강미 뿜뿜… “뚱뚱해도 괜찮아, 근육이니까”

    ‘팔뚝은 마동석, 얼굴은 문근영.’ 케이블TV E채널 ‘노는 언니’에 출연 중인 국가대표 수영선수 정유인이 처음 등장할 때 나타난 자막이다. 정 선수는 훈련으로 만들어진 어깨와 팔 근육이 조금 과장해서 배우 마동석만큼 우람하지만, 앳된 얼굴은 배우 문근영과 닮아 반전(反轉) 캐릭터로 인기다. 한때 정 선수는 근육에 쏠리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근육을 줄여 보정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많은 여성 팬의 응원 속에서 정 선수는 방송에서 민소매를 입고 근육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채 즐거워한다. 여성과 근육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보인다. 가녀린 몸, 하얀 피부를 여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존감을 찾아 건강하고 나답게 살기 위해 근육을 키우는 여성이 늘고 있다. 어떤 몸이 여성스러운 몸인가에 대해 여성 스스로조차 남성 중심적 시각으로 바라보던 편견을 깨는 데 도전하는 것이다. 웹 예능 ‘오늘부터 운동뚱’의 개그우먼 김민경도 ‘먹방’을 이어가기 위해 시작한 운동 덕분에 여성미를 재정의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민경은 건강하게 먹기 위해 헬스와 필라테스를 한다.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라 ‘타고난 근(筋)수저’ ‘태릉(선수촌)이 빼앗긴 인재’ ‘민경장군’ 등 별명도 얻었다. 이렇게 얻은 호감 이미지로 최근 화장품 광고도 찍었다. 출판계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돼 왔다.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휴머니스트)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웅진지식하우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다산책방) ‘여자는 체력’(메멘토) 같은 책은 모두 젊은 여성이 운동 습관을 들이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우면서 동시에 운동하는 여성이 겪는 성차별적 시선과 싸워온 경험을 녹인 에세이다. 이들의 운동 목표는 다이어트보다는 건강과 근육에 방점이 있다. 날씬해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튼튼한 몸으로 더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운동화 끈을 동여맨다. 이들은 운동센터를 찾은 여성에게 다짜고짜 “다이어트하러 오셨죠”라고 물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자는 체력’을 쓴 운동처방사 박은지 씨는 “여성은 운동하기 전에 자기 몸에 대한 재평가부터 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사회나 타인이 원하는 몸으로 맞추려는 경향이 생기기 쉽다”며 “내 적정 몸무게는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 때 결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운동이라는 이슈에서 소외되던 50대 이상의 여성도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 나이로 올해 50세가 된 배우 황석정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체중을 10kg 감량하고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큰 화제를 모았다. 갱년기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동화작가 이민숙 씨(50)가 쓴 ‘50, 우아한 근육’(꿈의지도)은 출간 한 달 만에 초판 2000권이 다 나갔다. 꿈의지도 관계자는 “그동안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도 모르게 ‘하얗고 마른 몸’이라는 19세기의 수동적인 여성상이 주입됐다면 이제는 헬스, 복싱을 하는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여성 스스로 건강하고 행복하다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페미니즘적 자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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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요즘 ‘근육 언니들’이 뜬다

    ‘팔뚝은 마동석, 얼굴은 문근영.’ 케이블TV E채널 ‘노는 언니’에 출연 중인 국가대표 수영선수 정유인이 첫 등장할 때 나타난 자막이다. 정 선수는 훈련으로 만들어진 어깨와 팔 근육이 조금 과장해서 배우 마동석만큼 우람하지만, 앳된 얼굴은 배우 문근영과 닮아 반전(反轉) 캐릭터로 인기다. 한때 정 선수는 근육에 쏠리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근육을 줄여 보정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많은 여성 팬의 응원 속에서 정 선수는 방송에서 민소매를 입고 근육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채 즐거워한다. 여성과 근육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보인다. 가녀린 몸, 하얀 피부를 여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존감을 찾아 건강하고 나답게 살기 위해 근육을 키우는 여성이 늘고 있다. 어떤 몸이 여성스러운 몸인가에 대해 여성 스스로조차 남성 중심적 시각으로 바라보던 편견을 깨는 데 도전하는 것이다. 웹 예능 ‘오늘부터 운동뚱’의 개그우먼 김민경도 ‘먹방’을 이어가기 위해 시작한 운동 덕분에 여성미를 재정의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민경은 건강하게 먹기 위해 헬스와 필라테스를 한다.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라 ‘타고난 근(筋)수저’ ‘태릉(선수촌)이 빼앗긴 인재’ ‘민경장군’ 등 별명도 얻었다. 이렇게 얻은 호감 이미지로 최근 화장품 광고도 찍었다. 출판계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돼왔다.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휴머니스트)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웅진지식하우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다산책방) ‘여자는 체력’(메멘토) 같은 책은 모두 젊은 여성이 운동 습관을 들이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우면서 동시에 운동하는 여성이 겪는 성차별적 시선과 싸워온 경험을 녹인 에세이다. 이들의 운동 목표는 다이어트보다는 건강과 근육에 방점이 있다. 날씬해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튼튼한 몸으로 더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운동화 끈을 동여 멘다. 이들은 운동센터를 찾은 여성에게 다짜고짜 “다이어트하러 오셨죠”라고 물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자는 체력’을 쓴 운동처방사 박은지 씨는 “여성은 운동하기 전에 자기 몸에 대한 재평가부터 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사회나 타인이 원하는 몸으로 맞추려는 경향이 생기기 쉽다”며 “내 적정 몸무게는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 때 결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운동이라는 이슈에서 소외되던 50대 이상의 여성도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이로 올해 50세가 된 배우 황석정은 KBS2TV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체중을 10kg 감량하고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큰 화제를 모았다. 갱년기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동화작가 이민숙 씨(50)가 쓴 ‘50, 우아한 근육’(꿈의지도)은 출간 한 달 만에 초판 2000권이 다 나갔다. 꿈의지도 관계자는 “그동안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도 모르게 ‘하얗고 마른 몸’이라는 19세기의 수동적인 여성상이 주입됐다면 이제는 헬스, 복싱을 하는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여성 스스로 건강하고 행복하다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페미니즘적 자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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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부, 무과 급제해 덕수 장씨 시조가 된다는데…

    집안이 가난했던 흥부와 놀부는 부유한 처가에 데릴사위로 장가든다. 흥부는 하루에 밥을 스물아홉 공기씩 먹는 엄청난 먹성을 가진 부모를 봉양하려다 처가 재산까지 탕진하고 만다. 반면 놀부는 부모의 가난을 모른 척하며 부를 누리고 산다. 그러던 어느 날 흥부는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고쳐주게 되고,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를 심자 박에서 금은보화가 나온다. 흥부는 무과에도 급제해 황해도의 양반 가문인 덕수 장씨의 시조가 된다. 놀부는 흥부처럼 부자가 되고 싶어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박씨를 얻지만, 금은보화 대신 박에서 놀이패가 튀어나와 재산을 빼앗아 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흥부전과는 조금 다른 내용의 ‘흥보만보록’이 책으로 나왔다. 1833년 책력(책 형태로 된 달력) 뒷장에 필사된 흥보만보록은 지금까지 발견된 40여 종의 흥부전 이본(異本) 가운데 최고본(最古本)이다. 우암 송시열의 후손인 송준호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대대로 소장해오던 것을 2017년 공개했다. 이를 현대어로 해석해 처음 책으로 낸 김동욱 계명대 국어국문학과 교수(41)는 6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흥보만보록은 권선징악, 조선 후기 사회 부조리 고발에 집중한 기존 흥부전과는 다르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던 흥부가 신분 상승하는 성공 스토리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흥보만보록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흥부를 통해 당시 하층민들의 욕구를 표현하고 있다. 흥부는 먹을 것이 없어 기진맥진해 흙바닥에 드러누울 정도로 가난했지만, 신분 상승에 성공한다. 김 교수는 “부자가 된 흥부는 ‘빠진 것 없는 밥상’을 차려 놓고 먹는다. 훗날 무과에 급제하는 것은 굶주림으로부터 탈피한 뒤 신분 상승을 하고 싶은 하층민의 꿈이 담긴 것”이라고 했다. 흥보만보록은 판소리로 각색되기 전 초기 흥부전의 특징을 보여준다. 놀부는 가난한 부모를 외면하기는 하지만, 익숙한 흥부전 내용처럼 흥부 몫의 부모 유산을 가로챌 정도로 나쁜 인물은 아니다. 김 교수는 “흥보만보록에는 놀부 마누라가 주걱으로 흥부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놀부가 흥부에게 심술을 부리는 장면도 없다”고 했다. 다만 놀부는 음식을 구하러 온 흥부에게 “처부모님 덕분에 재산과 논밭을 풍족하게 두고 먹는데, 부모님은 무슨 낯으로 내 것을 달라 하며 너는 무슨 염치로 나를 보채느냐”라고 묻는다. 김 교수는 “가난한 집에서 부잣집 데릴사위가 된 놀부가 처부모 재산을 함부로 나눠줄 수 없다고 거절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논리”라며 “후대에 흥부전이 각색될수록 권선징악 교훈이 강조되면서 놀부가 악한 캐릭터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소 배경이 보통 알려진 전북 남원이 아닌 평양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김 교수는 “흥보만보록은 평양 서촌, 지금의 평안도 평원군 순안면 일대를 배경으로 한다. 원래 흥부전은 평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을 수 있다”며 “흥부전이 판소리로 향유되기 시작하면서 판소리의 본고장인 호남의 남원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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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부는 애초엔 못된 놈이 아니었다? ‘흥보만보록’ 내용 보니…

    집안이 가난했던 흥부와 놀부는 부유한 처가에 데릴사위로 장가든다. 흥부는 하루에 밥을 스물아홉 공기씩 먹는 엄청난 먹성을 가진 부모를 봉양하려다 처가 재산까지 탕진하고 만다. 반면 놀부는 부모의 가난을 모른척하며 부를 누리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흥부는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고쳐주게 되고,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를 심자 박에서 금은보화가 나온다. 흥부는 무과에도 급제해 황해도의 양반 가문인 덕수 장 씨의 시조가 된다. 놀부는 흥부처럼 부자가 되고 싶어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박씨를 얻지만, 금은보화 대신 박에서 놀이패가 튀어나와 재산을 빼앗아 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흥부전과는 조금 다른 내용의 ‘흥보만보록’이 책으로 나왔다. 1833년 책력(책 형태로 된 달력) 뒷장에 필사된 흥보만보록은 지금까지 발견된 40여종의 흥부전 이본(異本) 가운데 최고본(最古本)이다. 우암 송시열의 후손인 송준호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대대로 소장해오던 것을 2017년 공개했다. 이를 현대어로 해석해 처음 책으로 낸 김동욱 계명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사진·41)는 6일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흥보만보록은 권선징악, 조선 후기 사회 부조리 고발에 집중한 기존 흥부전과는 다르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던 흥부가 신분상승하는 성공 스토리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흥보만보록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흥부를 통해 당시 하층민들의 욕구를 표현하고 있다. 흥부는 먹을 것이 없어 기진맥진해 흙바닥에 드러누울 정도로 가난했지만, 신분상승에 성공한다. 김 교수는 “부자가 된 흥부는 ‘빠진 것 없는 밥상’을 차려 놓고 먹는다. 훗날 무과에 급제하는 것은 굶주림으로부터 탈피한 뒤 신분상승 하고 싶은 하층민의 꿈이 담긴 것”이라고 했다. 흥보만보록은 판소리로 각색되기 전 초기 흥부전의 특징을 보여준다. 놀부는 가난한 부모를 외면하기는 하지만, 익숙한 흥부전 내용처럼 흥부 몫의 부모 유산을 가로챌 정도로 나쁜 인물은 아니다. 김 교수는 “흥보만보록에는 놀부 마누라가 주걱으로 흥부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놀부가 흥부에게 심술을 부리는 장면도 없다”고 했다. 다만 놀부는 음식을 구하러 온 흥부에게 “처부모님 덕분에 재산과 논밭을 풍족하게 두고 먹는데, 부모님은 무슨 낯으로 내 것을 달라 하며 너는 무슨 염치로 나를 보채느냐?”라고 묻는다. 김 교수는 “가난한 집에서 부잣집 데릴사위가 된 놀부가 처부모 재산을 함부로 나눠줄 수 없다고 거절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논리”라며 “후대에 흥부전이 각색 될수록 권선징악 교훈이 강조되면서 놀부가 악한 캐릭터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소 배경이 보통 알려진 전북 남원이 아닌 평양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김 교수는 “흥보만보록은 평양 서촌, 지금의 평안도 평원군 순안면 일대를 배경으로 한다. 원래 흥부전은 평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을 수 있다”며 “흥부전이 판소리로 향유되기 시작하면서 판소리의 본고장인 호남의 남원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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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울증-두통 치료 과거엔 어떻게 했을까

    얼음 깨는 송곳, 버터 바르는 칼, 끝이 날카로운 숟가락. 이 도구들은 20세기 초까지 두개골 절제술에 쓰였다. 메스나 의학용 드릴이 없었던 만큼 실생활에서 쓰던 도구들을 수술에도 썼나 보다 싶지만 당시 의사들이 두개골 수술을 한 이유를 살펴보면 경악할 만하다. 두통은 물론 간질이나 우울증, 신경쇠약 같은 정신적 문제가 있을 때는 머리에 구멍을 뚫어야 그 원인인 악마를 쫓아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것. 저자는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 의학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기 전인 20세기 중반까지 어떻게 무지몽매하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의술을 인류가 펼쳤고 또 믿어왔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17세기 유럽에서 만병통치약으로 여긴 인간의 혈액으로 잼을 만들어 먹었다든지, 이집트에선 인육을 꿀에 절여 치료제로 썼다는 등 지금 보면 황당무계한 방법을 모았다. 책을 읽고 나면 의학의 발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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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소설가 ‘박사농부’를 만나다

    “1년만 쉬기로 했다.” 23년간 작업실에서 쉬지 않고 소설을 써내려가던 저자는 어느 날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답답함을 느꼈다. 하늘을 보고, 길 위를 걸으며 ‘문장 밖을 쏘다니고 싶었다’고 한다. 강릉 목포 곡성 부산 등의 낯선 마을들을 종으로, 횡으로 정처 없이 다녔다. 그중 그의 발길이 자주 머문 곳은 전남 곡성이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소설가로 살아온 저자는 ‘농부과학자’ ‘박사농부’ 이동현 대표를 만난다. 이 대표는 발아현미를 연구하고 가공하는 농업회사 미실란을 15년째 운영하고 있다. 공통점이 거의 없을 것 같은 저자와 이 대표는 농업과 소설이라는 각자의 영역에서 지키고 싶은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며 깨달음을 얻어간다. 이 대표는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쳐온 우리에게 흙과 동식물로부터 깨달은 지혜를 전한다. 왕우렁이로 잡초를 제거하는 것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벼가 더 깊이 뿌리내리게 한다. 또 기후변화, 식량위기 앞에 인간이 좌초되지 않도록 붙들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설파한다. 저자는 소멸해가는 농촌과 농업의 위기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쉼 없이 일하는 이 대표를 보며 소설을 쓰는 일과 곡식을 재배하는 일은 ‘반복의 미학’이라는 측면에서 닮았다는 것을 느낀다. 또한 아름다움은 화려한 겉모습에서 오는 게 아니라, 그것을 지키는 태도에서 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 제목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는 거기서 나왔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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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어진 집콕에 ‘자녀교육책’이 인기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원격수업이 일상이 되면서 공부법 관련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홀로 하는 수업에 힘겨워하는 아이들에게 공부할 동기를 부여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책은 지난달 18일 출간된 유튜버 임작가의 ‘완전학습 바이블’(다산북스)이다. 1일 온라인서점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8월 24∼30일 집계) 2위에 올랐고 같은 기간 교보문고 3위, 온라인서점 알라딘 2위를 기록했다. 출간 열흘 남짓한 동안 1만 부 넘게 팔리며 9쇄를 찍고 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한 임작가가 어떻게 하면 자녀의 ‘공부 정서’를 부모가 일깨워줄 수 있는지를 교육학 이론을 적용해 설명하고 ‘국영수사과’ 과목별로 구체적인 공부법 코칭을 곁들였다. 2015년 출간돼 꾸준한 판매를 보이며 최근 10만 부 판매 특별 에디션이 나온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르는 역주행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철학적 질문을 던진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는 알라딘 종합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공부법 서적의 인기는 유튜브 학습법 채널을 운영하는 저자가 많다는 데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올 1월 구독자 43만 명의 유튜브 채널 ‘연고티비’는 ‘연고티비 공부법’을 냈다. 연세대생과 고려대생 31명이 고3 때도 ‘덕질’(마니아 활동)을 하며 공부할 수 있는지, 학원 안 다니고 재수할 수 있는지, 예체능 과목은 포기하는 게 맞는지 등 고교생의 실질적 문제에 조언을 해준다.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한 지 9개월 만인 26세 때 합격한 성공담을 ‘나는 무조건 합격하는 공부만 한다’라는 책으로 펴낸 이윤규 변호사도 구독자 23만 명인 ‘DR. LAW 이윤규 변호사’ 채널을 운영 중이다. 다산북스 관계자는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해야 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부법 콘텐츠 수요가 높아졌다”며 “학부모들은 관련 유튜브 채널을 먼저 찾아본 다음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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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비출신으로 시베리아서 독립운동한 ‘최재형 선생’을 아십니까

    노비의 아들, 페치카(난로를 뜻하는 러시아어),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1900년대 초 연해주에서 의병을 조직해 독립운동을 한 최재형(1860∼1920)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최재형은 함경북도에서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9세 때 가난을 피해 러시아로 이주했다. 러시아어를 배워 임대업과 건축자재 납품 등으로 자수성가한 그는 러일전쟁 이후 전 재산을 쏟아부어 연해주에서 항일 의병 조직에 가담했다. 따뜻한 성품으로 이 지역 한인들에게 ‘최 페치카’라 불린 그가 일본군의 총탄에 순국한 지 올해 100주기가 됐다. 26일 서울 용산구 최재형기념사업회에서 만난 문영숙 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63)은 “최재형은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업적에 비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인물”이라며 “노비 출신인 데다 옛 소련의 고려인 강제 이주 정책으로 선생의 후손이 조상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며 억압받고 살아온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역사소설 작가이기도 한 문 이사장은 최근 최재형의 일대기를 다룬 ‘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을 펴냈다. 최재형은 1908년 당시 1만3000루블을 군자금으로 쾌척해 항일의병조직인 동의회(同義會) 조직에 크게 기여했다. 동의회에서는 안중근 이위종 이범윤 등도 활동했다. 1909년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전 최재형의 집에 머물며 사격 연습을 했고, 거사에 사용한 권총도 최재형이 제공했다. 최재형은 190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운영난으로 발행이 중단된 한국국민회의 기관지 ‘대동공보(大東共報)’를 사들여 일제를 비판했다. 1920년 4월 최재형이 연해주 의병조직을 습격한 일제의 총탄에 작고한 뒤 그의 자손들은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다. 문 이사장은 “아들과 사위는 총살되거나 수감됐고 부인과 딸도 강제 이주돼 중앙아시아에 뿔뿔이 흩어졌다”며 “옛 소련의 고려인 탄압으로 모두 과거를 숨기고 살다 손자 최발렌틴 씨는 1991년 옛 소련이 해체된 뒤에야 할머니로부터 할아버지의 공적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고 했다. 올 2월 83세로 별세한 최발렌틴 씨는 생전 병원비가 없어 국내에서 모금을 해 돕기도 했다. 최재형은 1962년,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문 이사장은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한 문창범 선생(1870∼1934)이 더 높은 등급인 대통령장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공로 인정에 균형이 필요하다”며 “국내외에서 최재형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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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K팝 황제’ 재확인, 美 MTV 어워즈 4관왕

    방탄소년단(BTS·사진)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열린 미국 ‘제37회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베스트 K팝’ ‘베스트 그룹’ ‘베스트 안무’ 등 4관왕을 차지했다. BTS는 후보에 오른 4개 부문 모두 수상했다. 베스트 팝 부문을 차지한 노래는 올 2월 발표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7’의 타이틀곡 ‘온(ON)’으로 이 부문 수상은 한국 가수로는 처음이다. 이 부문 다른 후보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 할시, 조너스 브러더스,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 등이었다. BTS는 화상을 통해 “진심으로 영광이다. 우리의 팬 아미와 우리를 지지해 주고 공감해 주신 분들께 공(功)을 돌리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 BTS는 영어 노랫말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 첫 공식 무대를 사전 녹화로 선보였다. 한편 블랙핑크도 ‘하우 유 라이크 댓’으로 ‘올여름 최고의 곡’ 부문상을 받아 케이팝 걸그룹 최초로 MTV 어워즈 수상자로 기록됐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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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때문에 괜히 불안하고 ‘집콕’에 우울하신가요?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다음 날 힘들어할 때가 많다’, ‘사람들과 눈을 잘 맞추지 못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설사나 변비에 시달린다’…. 전홍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8)가 펴낸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 실린 ‘예민함 자가진단’ 문항 중 일부다. 전 교수가 만든 것으로, 28문항 중 7개 이상 해당되면 예민한 편에 속한다고 본다. ‘층간소음에 민감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등 일반적 내용도 많아 7개를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연구실에서 31일 만난 전 교수는 “사람들에게 ‘우울한가?’ 물으면 잘 대답하지 못하지만, ‘예민한가?’로 바꿔 물으면 쉽게 수긍한다”며 “예민함은 일반인과 정신의학 사이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가 직접 환자로 마주한 40명의 사례를 소개하며 예민한 성격의 종류와 그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한 이 책은 7월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3만권 넘게 팔렸다. 시험을 앞두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는 “시험 시작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일찍 고사장에 도착해 책상에 적응하라” 같은 실질적 조언을 해준다. 전 교수는 “하루에 수십 통씩 e메일이 온다. 밑줄 긋고 메모를 하면서 책을 본다는 독자들 반응이 많다”고 했다. 또 “예민하고 섬세한 독자들의 오탈자 지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7쇄까지 찍으면서 책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웃었다. 전 교수는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 유행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사회에 곧 퍼질 ‘코로나 블루’를 우려하며 곧바로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일상을 빼앗긴 불만 등으로 사람들이 다 같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로서 이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특히 대인 접촉은 줄고,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환경을 잘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대인관계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대면 접촉이 줄면 더 고립감을 느끼고 우울해지기 쉽다. 반면 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동안 표면화되지 않았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어렵더라도 가족 간 감정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숙제”라고 했다. 한국인 특유의 예민함에 대해 전 교수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교수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우울증임상연구센터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의 우울증 비교연구를 했다. 미국인에 비해 감정 표현이 서툰 한국인은 우울감을 자각하는 대신 이유 없이 여기저기 아픈 ‘신체화’ 반응이 잘 나타났다. 한국인은 “나 우울하고 힘들다”고 표현하기보다 원인 모를 몸의 증상들의 이유를 규명하려 여기저기 병원 검진을 받으러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한국인 특유의 예민한 기질을 생산적으로 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예인이나 성공한 기업 대표들을 상담할 기회가 많았는데, 상당수가 굉장히 예민한 성격이었다. 예민함을 창조적으로 승화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예민함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우울증으로 빠지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걱정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기보단 어떻게 생산적으로 사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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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美 천재소설가 미공개 인터뷰집

    기자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미국의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와 5일 동안 ‘무한한 재미’ 북투어에 동행하며 인터뷰한 내용을 엮었다. ‘무한한 재미’는 월리스가 1996년 펴낸 책으로, 저자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당시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월리스는 작가로서 이른 성공으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다가 2008년 46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저자는 월리스를 ‘인간 카페인’이라고 칭한다. “정신이 또렷이 깨어 있는 사람이라 그 매력과 생기가 거부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인터뷰에 주어진 5일 동안 최소한의 수면을 취하며 남은 시간을 대부분 대화하는 데 썼으니 충분히 그렇게 묘사할 만하다. 두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고속도로를 무한히 달리고, 호텔에서 함께 TV를 보는 자세한 묘사 속에 빠져들다 보면 미국 여러 주를 함께 여행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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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글을 쓴다는 건 나를 치유하는 일

    마음속 무엇인가를 털어놓고 싶은 생각에 빈 종이를 꺼내놓고 글을 쓰려다가도 막상 뭘 써야 할지 몰라 망설였던 경험이 있는지 떠올려 보자. 추상적인 마음을 언어로 구체화하는 훈련이 되지 않았다면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뭔가를 써내려가고 싶지만 어려워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너의 마음을 써보라”고 가르쳤던 경험을 풀어놓는다.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란 곧 ‘치유’다. 외롭고 두렵더라도 화와 슬픔을 동반하는 나쁜 기억들에 대해 글로 고백하다 보면 저절로 마음의 치유가 일어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언어화되지 못하고 마음속에 응어리로만 남아 있다면 그 감정들은 끝내 풀리지 못하고 자신을 좀먹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힐링됐다”라는 말로 뭉뚱그리지 말고 여러 가지 말로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하고, ‘그냥’이라는 말 대신 ‘왜’라는 말로 바꿔 글을 써보라고 조언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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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확산 예측에도 ‘수학 방정식’ 활용할 수 있죠”

    김민형 영국 워릭대 수학과 교수(57)는 “공식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수학을 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갑자기 연구실 한쪽 칠판 앞으로 나가 이 공식을 썼다. 최근 고등학생 대상 특강을 할 때 소개한 바이올린 현의 길이, 장력, 밀도를 이용해 음의 높낮이를 계산하는 공식이다. “L은 현의 길이, T는 장력, d는 밀도입니다. L이 커지면 음의 높이는 어떻게 될까요? L이 분모에 있으니 당연히 현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음은 낮아집니다. 장력과 밀도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장력은 커질수록, 밀도는 낮아질수록 음이 높아집니다. 모든 걸 종합해보면 바이올린 연주자는 음이 늘어진다고 생각될 때 줄을 조여서 음을 조절합니다. 길이를 줄이고 장력을 높여 늘어진 음을 다시 끌어올리는 겁니다. 이 공식은 뉴턴의 운동법칙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모두 다 알아야 수학을 이해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19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만난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짧은 수학 강의를 듣는 듯했다. 2018년 낸 책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 8만 부 넘게 팔리며 수학 교양서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그가 최근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출간했다. 마냥 난해한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수학의 면모를 보여주는 내용을 담았다. 첫 책보다 수학을 좀 더 깊게 논한다. 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측하고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도 수학의 역할이 있다”고 했다. “숫자를 전부 세는 것이 불가능한 영역에서 일부 표본을 추출해 모수를 추론할 때 포획·재포획법(capture recapture method)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포획·재포획 방법은 생태학 연구에서 주로 쓴다. 예를 들어 연못에 사는 물고기 수를 추정할 때 1차로 100마리를 잡아 표시를 해서 풀어주고, 일정 기간 뒤 다시 100마리를 잡아 표시가 있는 물고기가 몇 마리인지 세어 전체 물고기 수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100마리 중 10마리에 표시가 있었다면 1차에 잡았던 100마리는 전체 물고기의 10%라고 추론한다. 즉 1000마리의 물고기가 산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수를 예측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확산 속도에 따른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추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표본 연구를 통해 전체 수를 추정할 수 있지요.” ‘한국인 최초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녔던 김 교수는 올 3월 워릭대로 옮기면서 ‘수학 대중교육 석좌교수’라는 직함을 얻었다. 김 교수는 “학교를 옮기는 조건으로 대중교육 관련 타이틀을 달라고 했다”며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도 대중교육에 관심이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식 격차 해소를 위해 영재교육보다 대중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상황에서 AI의 원리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능력 차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수학 원리를 알아야 기술은 물론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의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는 “몇몇 엘리트에게만 지식이 독점된다면 사회가 그들의 의견만을 따라가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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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에 끌려간 조선의 도공들이 메이지유신의 바탕이 됐다”

    “매일이 오늘이소서. … 오늘이 오늘과 같으면 무슨 세상과 같을 것인가.” 임진왜란 때 강제로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도공들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부른 망향가인 ‘조선가’의 일부다. ‘오늘이 오늘과 같으면’이라는 가사에는 전쟁이 끝나고 매일매일이 평탄하고 평화롭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조선가는 임진왜란 당시 유행했던 가요로 이후 한반도에선 자취를 감췄지만 일본에 끌려간 도공들과 그 후손들이 상당 기간 불렀다. 일본에서 조선가에 대한 연구는 20세기 초중반 간간이 이뤄진 정도였다. 정광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80)는 1982년 당시 선임연구원으로 가 있던 교토대 문학부의 서고에서 조선가 관련 자료를 발견했고, 이후 일본 학계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일본에서 조선가에 관한 학술서 단행본을 펴낸 지 30년 만에 한국어 번역본 ‘조선가’를 최근 펴낸 정 교수를 20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만났다. 정 교수는 임진왜란이 일본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라고 줄곧 주장해온 학자다. 인쇄술, 철기 가공, 목공 분야 등 조선의 선진 기술자들을 일본에 강제로 데려가 비약적 발전이 이뤄졌고, 훗날 메이지유신의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임진왜란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봉건 영주들이 난립하는 힘없는 나라였다”며 “전쟁 때 조선 기술자들을 4만∼5만 명 데려간 걸로 추정된다. 인구 비례로 따지면 지금 40만∼50만 명을 데려가 낙후된 일본을 발전시키는 데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일본 가고시마 나에시로가와에 끌려가 백자를 만들었던 전북 남원 출신 도공 82명도 전문 기술자 중 일부였다. 정 교수는 “일본은 도공들이 만든 도자기 700만 개 이상을 서양에 팔아 이윤을 남겼다는 기록이 있다”며 “이 자금으로 서양 무기를 사서 무장한 다이묘(大名)들이 에도 막부에 반란을 일으켜 메이지유신이 이뤄졌고, 결국 일본이 근대화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선 도공들의 이야기는 조선의 기술력이 메이지유신의 기틀이 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라고 했다. 정 교수가 1990년 일본에서 조선가 관련 단행본을 낸 지 30년 만에 국내에서 번역본을 출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에선 ‘일제의 식민지배로 한국이 근대화됐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정반대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정 교수는 “조선은 고려 말 원나라 등으로부터 들어온 엄청난 기술 축적이 있었다”며 “당시 기술자와 문화재 반출 등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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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밥 안 먹는 야옹이 대체 왜 그러니

    고양이와 주인은 종종 서로를 오해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당연하다. 야옹거리며 운다고 밥을 주거나 놀아주면 문제가 해결될까? 고양이가 갑자기 집을 더럽힌다거나, 옆집 고양이와 보기만 해도 이빨을 보이며 싸우거나, 낯선 사람을 유독 불안해하는 등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영국에서 20년 이상 고양이 행동연구를 한 ‘고양이 전문가’다. 수의과 간호사와 임상 동물행동 전문가 자격증을 보유한 저자는 이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양이의 행동을 교정하는 방법을 책에 담았다. 새끼고양이를 입양해 키울 때는 어떻게 사회화해야 하는지, 말썽을 부리는 고양이의 배변 훈련은 어떻게 하는지, 실내를 답답해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고양이에겐 어떤 해결책을 마련해줘야 하는지 등등 조목조목 설명한다. 고양이를 돌보는 데 초보는 물론 베테랑 ‘집사’에게도 유용한 팁이 가득하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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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모성은 희생이 아니다

    “우리는 어머니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과 관련해 생각하기조차 힘든 일을 모두 어머니에게 떠넘기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영국 버크벡 런던대 인문학 교수이자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책 서두에서부터 우리가 어머니에게 ‘도대체 어떤 짓을 저지르고 있느냐’는 공격적인 질문을 한다. ‘어머니의 모성은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통념 자체를 비판한 것이다. 이는 가부장제에서 규정한 ‘희생적 모성’이며, 페미니즘에서 어머니라는 존재가 배제된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60여 년에 걸친 두 여인의 일생을 다룬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나폴리 4부작’에 등장하는 어머니상을 예로 들어 모성은 완벽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소설에서 어머니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거나, 심지어 자녀를 버리기까지 한다. 또 저자는 방대한 대중문화 콘텐츠 등을 비교 분석해 “어머니는 한 번도 세상의 기대치와 일치했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모성이 사회적, 정치적 기제에 의해 정의되고 이용돼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성신화의 해체를 통해 ‘모성=자기 자식만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을 품는 마음’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인을 위해 행동에 나서는 넓은 의미의 모성을 통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통합하는 모성으로 확립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강제 추방 같은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 현 미국 행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 ‘맘스라이징’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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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스트셀러 목록 접수한 ‘재테크’… 코로나 속 ‘경제실용서’ 강세

    부동산 시장 과열과 ‘동학개미운동’ 등 주식 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관련 내용을 다룬 경제실용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경제서들이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을 그야말로 ‘점령’했다. 17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달 5∼11일 집계된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 10권 중 경제실용서가 8권을 차지했다. 달러와 금의 흐름에 따른 투자 전략을 다룬 ‘부의 대이동’, 돈에 대한 통찰과 종잣돈 불리는 법에 대해 쓴 ‘돈의 속성’, 재테크와 창업 등 돈 버는 총체적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킵고잉’ 등이다. ‘존 리의 부자되기 습관’은 10만 권이 팔린 기념으로 리커버 버전 책이 새로 나왔다. 주식 투자 입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예스24에서도 베스트셀러 상위 10권 중 4권이 경제서적이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코로나19가 경제에 본격적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2월부터 재테크 책의 매출이 늘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재테크 기본서로 공부하며 투자에 대거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련 서적 매출을 비교해 보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경제실용서 판매가 2.1% 감소해 소폭 줄었다. 하지만 2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돼 경제실용서는 36.7% 판매가 증가했고, 6월에는 59.2%, 7월에는 76%까지 치솟았다. 박정윤 예스24 경제경영담당 MD는 “직접적인 투자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는 물론이고 재테크하기 전 알아두면 좋은 경제의 흐름과 역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실용서 판매가 늘어난 데는 기본적으로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것과 관련이 많다. ‘부의 대이동’을 펴낸 페이지2북스의 김선준 대표는 “부동산 초보자를 이르는 ‘부린이’(부동산 어린이), 주식 초보자를 뜻하는 ‘주린이’(주식 어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그동안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손을 뻗기 시작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재테크 정보를 차근차근 알려주는 유튜버에 대한 팬덤이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긴 호흡으로 지속적으로 영상을 올리기 때문에 관심이 없는 경제 초보자에게도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킵고잉’도 8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신사임당’(본명 주언규)이 쓴 책이다. 김 대표는 “부동산, 주식뿐 아니라 비트코인, 석유 관련 투자 등을 세분화해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버들이 늘고 있다”며 “유튜버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이 책을 내면 구독자들이 책을 사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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