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성형외과에서 수술 받았는데 원장님께서 꼼꼼하게 상담해 주셨어요.” 지난해 8월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식iN’ 코너에 올라온 “눈 성형 유명 병원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 대한 한 누리꾼의 답변이다. 이 누리꾼은 “원장님께 이것저것 시시콜콜히 물었는데 친절히 설명해줘 믿고 수술했다”며 호평을 늘어놨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요청과 답변은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 성형외과 측이 불법으로 네이버 계정(ID)을 구입해 조작한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차명 휴대전화(일명 대포폰)를 이용해 네이버 계정 7만여 개를 만든 뒤 광고대행사 등에 판매해 2억6000여만 원을 챙긴 이모 씨(30)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네이버 계정을 사들인 뒤 특정 병원과 식당, 학원 등을 홍보하는 글을 네이버에 올려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을 한 혐의(정보통신망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로 광고 대행사 대표 이모 씨(36) 등 22개 업체 48명을 적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포폰 130여 대를 활용해 네이버 계정을 만들었다. 네이버 회원 가입을 할 때 다른 사람 명의로 휴대전화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이용한 것. 이 씨 등은 명의 제공자들에게 매월 2만 원씩 줬다. 이 씨 등은 네이버 계정 수를 늘리기 위해 대포폰 전화번호를 매일 두 차례씩 바꿨다. 네이버에 가입할 때 전화번호 1개로 3개의 계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 대포폰 1대로 네이버 계정을 6개씩 만든 것이다. 광고 대행사들은 네이버 계정을 개당 2000∼5000원에 사들여 조작된 글을 네이버에 올렸다. 한 계정으로 요청을 올린 뒤 다른 계정으로 준비된 답변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광고대행 비용을 아끼기 위해 불법 네이버 계정 270개를 산 뒤 병원 직원들을 시켜 130여 건의 가짜 성형 후기를 올리도록 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뭐야 이거. 트럼프 언제 갔어!” 8일 오전 11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기를 기다리던 ‘반(反)트럼프’ 시위대에서 짜증 섞인 고성이 흘러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국회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 일행은 이미 국회 경내에 들어섰다. 시위대가 몰려 있는 정문을 피해 서강대교 쪽으로 나 있는 동문(국회6문)을 이용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경호팀이 국회 주변 상황을 고려해 도착 직전 이동경로를 바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지나가길 기다리던 시위대는 “또 눈 뜨고 당했다”고 말했다. 전날 국빈 만찬에서 돌아가던 트럼프 대통령이 집회를 피해 광화문광장 옆 도로를 ‘역주행’한 상황과 비슷해서다. 한 참가자는 “어제 역주행한 것도 모자라 오늘은 쪽문으로 왔다”고 목청을 높였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 일행은 정문을 통해 국회로 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국회 앞 상황이 전날 광화문광장 때보다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플랜B’를 가동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도착 전부터 국회 정문 앞은 ‘트럼프 방한’ 찬반 시위대가 팽팽히 맞섰다. 국회 정문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각각 “노(No) 트럼프” “웰컴(Welcome) 트럼프”를 외쳤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결국 충돌이 발생했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찬성 측 시위대 100여 명과 함께 국회로 들어가겠다며 이동하다가 반대 측과 몸싸움을 벌였다. 양측이 서로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NO 트럼프 공동행동’ 소속 백모 씨(39)가 찬성 측 시위대에 둘러싸여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했다. 찬성 측의 한 60대 참가자는 공동행동 측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실신해 119 구급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약 5분간의 충돌 후 경찰은 버스 17대를 투입해 차벽을 만든 뒤 양측을 분리했다. 이날 국회 앞에는 ‘공동행동’ 등 반대 측 시위대 6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재향군인회 등 찬성 측 집회 참가자는 이보다 10배 이상 많은 8000여 명(경찰 추산)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돌발 상황을 고려해 대체로 플랜B, 플랜C까지 세 가지 계획을 짜놓고 상황에 따라 적용한다. 경우에 따라 경호팀이 완전히 새로운 안을 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진입로 7개 가운데 어느 곳을 택할지는 경찰 내부에서도 극히 일부만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마친 뒤에도 시위대를 피해 정문이 아닌 남문(국회3문)으로 빠져나갔다. 결과적으로 허탕을 친 공동행동 등 반대 측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동안 반대 집회를 이어갔다. 일부 참가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형상화한 2m 높이의 대형 조형물에 붉은색 스프레이를 뿌린 뒤 경찰을 향해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에 소금을 뿌린 뒤 찢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보수단체로부터 빼앗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태우며 ‘화형식’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선지였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앞에는 방한을 환영하는 보수단체 참가자 1200여 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반대 측 단체도 집회 신고를 했지만 실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일행은 환영 인파 속에 낮 12시 20분경 예정대로 현충원 정문으로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3분 뒤 참배를 마치고 현충원을 나오며 차량 안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에서 충돌이 있던 상황에서 (반대 단체들이) 참배 일정까지 따라가며 집회를 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동혁 hack@donga.com·김배중 기자}
10,000 대 5,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 참석자 숫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집회에 1만 명이 모였다. 반대 측은 5000명이 모였다. 양쪽 모두 주최 측 추산이나 환영 인파가 반대쪽을 압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반대 측 단체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강도 높은 행동을 예고했지만 이날 현장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경찰 대응도 평소와 달랐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차벽이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회 현장에 경찰 차벽이 설치된 건 처음이다. 경찰은 광화문 일대와 트럼프 대통령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주변 등에 195개 중대 1만5600명과 경호인력 6300여 명 등 모두 2만1900여 명을 배치했다. ○ 차벽과 철제 펜스로 둘러싸인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는 당초 경찰 계획에 없었다. 그 대신 광화문광장 도로 양편으로 철제 펜스가 이중으로 설치됐다. 다행히 오전에는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에 도착하기 전인 오전 11시경 ‘노(NO) 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의 기자회견이 열린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이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부위원장은 “트럼프가 온다고 황제 대관식이라도 하듯 붉은 카펫을 깔고, 반대 목소리는 얼씬 못 하게 만드는 게 촛불 명령이었나”라며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동시에 비판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 ‘사드 반대’ 단체들도 경찰에 가로막히자 “촛불 민심을 왜 막느냐”며 격렬히 항의했다. 오후 1시 15분 민중당 등 일부 시위대가 광화문광장으로 진입하겠다며 몰려들었다. 시위대는 “경호구역을 피해 다른 곳으로 돌아서 들어가라”는 경찰의 요청에 “그럼 여기서 집회를 하겠다”고 반발하며 광장 남단 세월호 농성장 앞에 주저앉았다. 이들은 주황색으로 ‘NO TRUMP’라고 쓴 작은 깃발을 품에서 꺼내 흔들며 “전쟁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광장 옆을 통과하기까지는 불과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다급해진 경찰은 버스 23대를 동원해 광화문광장 중앙부터 남단까지 ‘ㄷ’자로 에워쌌다. 공동행동 측은 “차벽을 세운 문재인 정부는 이제 촛불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 방문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경호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설치한 것이다. 집회는 정해진 장소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게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3시 10분경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광화문광장을 지나자 공동행동 등 ‘반트럼프’ 단체들은 “게 섰거라 트럼프” “트럼프는 꺼져라” 등 고성을 질렀다. 오후 7시부터 열린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에서는 8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막자”는 발언이 쏟아졌다. 경찰은 만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 차량 행렬을 향해 시위대가 날계란 등을 투척할 것에 대비해 그물망을 든 채 이들을 제지했다. 오후 10시 30분경 만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에 시위대가 몰린 것을 의식한 듯 반대편 미대사관 쪽 도로를 통해 광화문광장을 빠져나갔다.○ ‘No 트럼프’ vs ‘Yes 트럼프’ 이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등 환영 측 시위대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흔들며 열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 내부에서 손을 흔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환호성도 터져 나왔다. “행렬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경찰이 막아서 볼 수가 없다”며 항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그랜드하얏트호텔에도 250여 명이 모여 “위 러브 트럼프”를 외쳤다. 자연스럽게 트럼프 대통령 차량 행렬을 사이로 찬반 시위대가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대치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반대 측 시위대가 “노 트럼프”라고 외치면 찬성 쪽에선 “예스 트럼프”라고 맞받아쳤다. “전쟁 위협 트럼프 물러가라”는 반대 측의 구호가 나왔을 땐 찬성 측에서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구호가 나왔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평택시민행동 회원들이 찬성 측과의 충돌을 우려해 거리 행진을 취소하기도 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김배중 / 평택=김동혁 기자}

“5일간 검증했던 바로 그 가짜 뉴스입니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카롤린 슈바르츠 편집자가 컴퓨터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각종 정보와 뉴스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비영리 미디어그룹 ‘코렉티브’에서 소셜미디어를 담당한다. 모니터에는 페이스북 캡처 화면이 있었다. 흰옷 차림의 10여 명이 있는 사진에 “무슬림 난민이 모여 이슬람국가(IS)를 세우려 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9월 초 페이스북에 게시된 내용이다. 검증을 거쳐 삭제까지 했지만 이미 1주일간 47만 명이 봤고 ‘좋아요’ 1500여 개가 달렸다. 검증 결과 이 사진은 실제 독일 라이프치히 지역의 한 마을에서 열린 가톨릭 신자들의 세례행사 장면이었다. 참가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흰옷을 입었다. 슈바르츠 씨는 “사진과 영상을 교묘히 편집해 사람들의 혐오감을 자극하는 가짜 뉴스가 최근 독일뿐 아니라 유럽 곳곳서 기승을 부린다”고 말했다.○ 방치하면 벌금 650억 원 전 세계가 가짜 뉴스로 홍역을 앓는 가운데 독일 정부가 처음으로 가짜 뉴스를 잡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가짜 뉴스가 게시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소셜네트워크 운용 개선법’(소셜개선법)을 지난달 1일 시행했다. 유포자뿐 아니라 플랫폼 기업까지 규제하는 법은 세계 최초다. 이 법은 가짜 뉴스로 홍역을 치르던 독일이 내놓은 자구책이다. 독일은 2015년부터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찬반 갈등이 벌어졌다. 난민을 겨냥한 가짜 뉴스가 온라인에서 기승을 부렸다. 2015년 말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 주도로 태스크포스(TF)가 설치됐고 플랫폼 기업에 자발적인 가짜 뉴스 삭제를 유도했다. 그러나 자발적 이행은 목표의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독일 정부는 결국 법적 규제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소셜개선법이다. 기업은 플랫폼에 올라온 가짜 뉴스, 혐오 발언 등을 모니터링하고 명백한 불법 정보를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한다. 가장 큰 특징은 법을 위반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기업에 최대 5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646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물론 과징금 부과의 기준을 마련했다. 회원이 200만 명 이상이고 불특정 다수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SNS가 대상이다. 개인 메신저(와츠앱 등)는 예외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이 해당된다. 그래서 일명 ‘페이스북법’으로 불린다. 과징금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소셜개선법에 따라 플랫폼 기업은 6개월마다 고발 접수된 가짜 뉴스의 내용과 관리자 측의 처리내용, 삭제비율 등을 보고해야 한다. 이 법을 기획한 크리스티안 마이어자이츠 독일 연방법무소비자보호부 전자통신·미디어법 담당 국장은 “처벌이 목적이라기보다 네트워크 플랫폼 운영 방식을 정돈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론도 있다.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다. 마이어자이츠 국장은 “특정 대상의 명예를 훼손하고 심각한 피해를 입힐 만한 비방글에 한해 법이 적용되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부분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소셜개선법은 공식 추진 6개월 만인 올 7월 의회를 통과했다. 그만큼 가짜 뉴스 규제는 독일 내에서 초당적 관심사였다. 마이어자이츠 국장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우리 법안의 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가짜 가려내는 능력 필요 미국에서는 교육을 통해 가짜 뉴스 문제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가짜 뉴스로 홍역을 치른 뒤 미국에서는 청소년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이해력)’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교육을 통해 미디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 비판적 수용을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 지난해 워싱턴을 시작으로 뉴욕 등 7개 주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미국 비영리단체 ‘코먼센스’가 올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들의 31%는 자신이 최근 6개월 동안 SNS에 공유한 기사가 나중에 거짓이거나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하지만 44%만이 가짜 뉴스를 구별할 수 있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입법 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인 ‘미디어리터러시나우’의 에린 맥닐 대표는 “가짜 뉴스의 폐해가 주목받으며 문의도 늘어났고 입법 활동도 수월해졌다. 학교 현장에서 미디어 이해에 대한 수업이 더 많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가짜 뉴스 백신’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가짜 뉴스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가짜 뉴스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해법을 마련 중이다. 연구 책임자인 샌더 반 데어 린든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교수는 “영국 내 고교에서 정보 판별력을 기르는 일명 ‘가짜 뉴스 게임’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베를린=김배중 wanted@donga.com / 워터타운=황성호 기자}

가짜 뉴스는 공인과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가짜인 줄 모른 채 믿었던 사람도 피해자인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뉴스 수용자가 어느 정도 검증 능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제팩트체크네트워크(IFCN)와 폴리티팩트(PolitiFact), 코렉티브(CORRECTIV) 등 각국의 팩트 체크 기관은 자국의 뉴스 수용자를 위해 가짜 뉴스 검증법을 제시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각 기관이 제시한 팩트 체크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한국의 온라인 이용 실태에 맞춘 가짜 뉴스 검증 요령을 마련했다. 가장 먼저 자극적인 제목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 같은 사안을 놓고 다른 매체에 비해 자극적인 내용이 더 많을 경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추가한 뉴스일 가능성이 크다. 가짜 뉴스를 검증하는 독일의 비영리단체 코렉티브 관계자는 “언론사 이름을 걸더라도 평소와 다르게 수위가 높은 내용이라면 가짜 뉴스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조언했다.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 웹사이트도 잘 살펴봐야 한다. 가짜 뉴스가 올라온 웹사이트는 대부분 구체적인 소개가 없다. 한국에서는 ‘포털사이트 게시판’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출처로 소개하는 뉴스가 유독 많다. 이런 뉴스는 대부분 검증을 거치지 않은 뉴스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대부분 한쪽의 의견만 반영한다. ‘240번 버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사진을 쓴 경우 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높다.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직접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드물다. IFCN 운영 기관인 포인터재단의 알렉시오스 맨잘리스 총괄은 “결론은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언론은 뉴스를 보도할 때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취재원이 누구인지 더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인트피터즈버그=황성호 hsh0330@donga.com / 베를린=김배중 기자}
청와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반대시위나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허사로 보인다. 경찰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는 7, 8일 서울 도심과 경기 평택 미군부대 일대에서 반대 집회만 100건 넘게 신고됐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220여 개 반미 단체로 구성된 ‘노(NO) 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은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예정대로 반대 집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경찰의 일부 집회 제한 조치에 대해 “트럼프 방한 반대 목소리를 막는다는 건 독재정권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7일을 ‘NO 트럼프 데이’라고 정하고 오전부터 청와대 앞 기자회견, 광화문광장 집회 등을 예고했다.6일 현재 서울에서만 집회신고 107건이 경찰에 들어왔다. 대부분 방한 반대 집회다. 다만 경찰은 몇몇 주요 집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십 명만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반대 집회 2000여 명, 환영 집회 1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추산했다.공동행동 등은 트럼프 대통령 일정을 따라가며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문지인 평택 미군부대 정문 앞에서는 7일 오전 ‘사드 반대 탄저균추방평택시민행동’의 반대집회가 예정돼 있다. 이들은 미군부대 주변 약 9㎞를 돌며 행진할 계획이다.또 트럼프 대통령의 청와대 만찬 일정에 맞춰 이날 오후 청와대 100m 앞에서 규탄집회를 예고했다. 이후 광화문광장에서 트럼프 대통령 숙소로 알려진 용산구 호텔까지 행진한다. 국회 연설이 있는 8일에는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트럼프 국회연설 저지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텔에서 잠을 못 자게 하겠다. 청와대는 물론 국회에 가서 연설할 수 없도록 투쟁하겠다”고 말했다.보수성향 단체들은 환영 집회를 벌인다. 보수 성향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은 7일 중구 덕수궁 대한문, 태평로 파이낸스빌딩 앞, 평택 미군부대 앞, 용산구 호텔 앞, 국회 등에서 역시 트럼프 대통령 일정에 맞춰 “한미동맹 강화” 등 환영 구호를 외칠 계획이다.찬반 집회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질 수 있어 충돌도 예상된다. 경찰은 서울에 ‘갑(甲)호 비상령’을 내리고 이틀 동안 사상 최대인 경력 4만 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반미, 친미 단체의 충돌이나 반대 집회 측 기습시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방침이다.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한국의 고려대와 연세대, 일본의 게이오대와 와세다대가 공동 강의를 추진한다. 각 대학 재학생들이 다른 3개 대학에서 강의를 수강하고 학점도 인정받는 방식이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제16회 한일 밀레니엄 포럼’ 4개 대학 총장토론에서 공동 강의 개설을 제안하며 “올해 안에 두 나라 학생 일부를 선발해 특강 교류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밀레니엄 포럼은 2002년 와세다대에서 처음 시작했다. 새 천년을 맞아 두 나라를 대표하는 4개 사립대가 각 분야의 공통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미래 비전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4개 대학이 번갈아가며 매년 개최한다. 이날 포럼에는 염 총장을 비롯해 김용학 연세대 총장, 가마타 가오루(鎌田薰) 와세다대 총장, 하세야마 아키라(長谷山彰) 게이오대 총장이 참석했다. 염 총장은 공동 강의 후 ‘공동캠퍼스’의 실현 가능성도 언급했다. 두 나라, 4개 학교라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 공통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4개 대학은 특강 교류 등의 계획에 대한 실무 검토를 시작할 계획이다. 올해 총장토론 주제는 ‘지식기반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의 양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학생들의 기업가 정신을 통해 새로운 경제동력을 찾겠다는 취지다. 김 총장은 ‘실패 경험’의 교육을 주장했다. 그는 “실패하면 낙인찍히는 현재 상황이 학생들을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실패도 산 교육이기에 학생들에게 대학에서 많은 실패를 경험해 보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가마타 총장은 “스스로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대학에) 만들어야 기업가 정신도 생긴다”고 말했다. 하세야마 총장은 지식사회를 맞아 ‘이(異)문화에 대한 이해’ ‘통찰력’ 등을 기르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명의 총장은 지식사회를 맞아 대학이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면서 실용과 기초학문의 조화도 강조했다. 김 총장은 “기업가 정신 확산을 위해 교내 도서관 중앙에 ‘창업놀이터’를 조성하는 등 문화운동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 총장도 “기업 연계 학위 교육과정, 창업 아이디어 창출 공간 등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마타 총장은 “충분한 지식을 익히고 준비한 사람만이 토론 같은 주도적 학습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세야마 총장은 “인문학 없는 공학은 유해하다”는 옛 게이오대 학자들의 말을 언급하며 기초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28일 서울에서 열렸다. 1년 전 첫 집회 때와 달리 다양한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졌지만 그때처럼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집회는 광화문광장과 여의도 국회 일대 두 곳에 나뉘어 열렸다. 광화문에서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퇴진행동)가 주최한 ‘촛불은 계속된다’ 집회가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개헌’ 등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의견 사이로 ‘성폭행범 공소시효를 늘려 달라’ 같은 요구도 나왔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광화문광장에는 약 6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단일 집회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 정치인도 참석했다. 같은 시간, 여의도 국회 주변에서는 ‘촛불파티 2017’이 열렸다. 주최 측 추산 7000여 명이 모였다. 광화문광장과 마찬가지로 ‘적폐청산’을 촉구하는 구호가 이어졌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당사 방향으로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국민체조 리듬에 맞춘 ‘다스 체조’ 등 각종 패러디를 선보이며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요구했다. 촛불집회가 둘로 쪼개져 열린 이유는 퇴진행동의 ‘청와대 행진’ 계획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진보단체 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퇴진행동 측은 1년 전 모습을 재현하는 데 무게를 뒀다. 반대 측은 전 정부 인사들이 청와대에 없으니 행진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퇴진행동 측은 “공식 행진은 없다”며 논란을 진화했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 2500명은 광화문 집회가 끝난 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방향으로 행진했다. 여의도에서 만난 한 참가자는 “청와대 행진과 반미 구호 등은 촛불 1주년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광화문광장 대신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7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지만 광화문과 여의도 모두 이렇다 할 불법 행위는 없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과 서울역 등지에서 친박(친박근혜) 단체가 주최한 태극기 집회가 열렸지만 별다른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김예윤 yeah@donga.com·최지선·김배중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일부 진보 단체들이 다음 달 7, 8일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반미(反美) 집회를 열 계획이다. 민노총과 민중총궐기 투쟁본부(투쟁본부),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자유무역협정(FTA)대응대책위 등 220여 개 진보 단체는 26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노(NO) 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공동행동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맞춰 반대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대북 군사 압박 및 제재 반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 △한미 FTA 폐기 △인종차별·반이민정책 반대 등을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30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트럼프 오지 마라’ 행동주간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다음 달 1일 광화문광장에서 ‘NO 트럼프, NO WAR 평화시국회의’를 개최하고 4일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NO 트럼프, NO WAR 범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다. 또 다음 달 7, 8일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에 맞춰 반미 집회를 열기로 했다. 다음 달 7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는 ‘NO 트럼프 집중 행동’ 집회가 예정돼 있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만찬 등이 예정돼 있다. 또 같은 날 저녁 광화문광장에선 ‘NO 트럼프, NO WAR 촛불 행동’ 집회가 열린다. 주최 측 추산 약 200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8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반대 집회를 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판문점 인근과 평택 주한미군 기지 등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평택 주한미군 기지 확장 반대 집회를 주도해온 문정현 신부는 26일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도 집회를 시작했다. 문 신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다음 날인 다음 달 8일까지 기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 평화집회를 유도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문제가 생기면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과격 시위에 대한 대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남자답게 대시해 줄래?’ 컴퓨터 모니터에 뜬 여성의 쪽지를 본 A 씨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A 씨가 여성과의 만남을 중개해주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한 직후였다.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가 짧게는 1분, 길게는 10분 간격으로 도착했다. 하지만 무료회원인 A 씨는 답장을 할 수 없었다. 6만5000원을 내고 ‘정회원’으로 바꿔야 대화가 가능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정회원이 보낼 수 있는 문장은 고작 7개. 추가로 대화하려면 별도의 ‘섹파(섹스 파트너)카페이용권’을 구입해야 한다. 가격은 3만9000원~9만9000원. 더 나아가 직접 만나려면 22만 원짜리 ‘즉석만남 이용권’을 사야 한다. A 씨는 매번 적지 않은 돈을 들였다. 하지만 한 번도 작업에 성공하지 못해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여성회원 프로필은 모두 가짜였다. 운영자 김모 씨(42)가 만든 가상의 여성 이름으로 쪽지가 자동발송된 것이다. 김 씨 등 3명은 쪽지에 속은 남성들과 은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각종 이용권을 사도록 유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 등을 보고 해당 사이트에 가입한 남성은 1년간 약 6만8000명. 이 중 3928명이 9억6700만 원을 결제했다. 1인당 약 25만 원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책임자 신모 씨(42) 등 4명을 상습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월 30만 원이면 기숙사에서 사람답게 살 텐데…. 지금은 딱 난민 신세예요.” 고려대 4학년 신모 씨(26)는 지난해부터 학교 근처 원룸에서 산다. 지방 출신인 신 씨는 1, 2학년 때 기숙사에서 살았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자 기숙사를 나왔다. 학교 기숙사가 부족해 3, 4학년은 기숙사에 들어가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2013년부터 기숙사를 신축할 것이라는 말이 들렸지만 교내 어디에서도 기숙사 공사는 시작도 안 했다. 그 대신 신 씨가 선택한 주거공간은 20m²(약 6평) 넓이의 원룸이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관리비와 전기료 등으로 매월 10만 원가량을 추가로 쓴다. 하지만 기숙사와 비교하면 시설은 극과 극이다. 옆방 사람의 통화 내용과 화장실 변기물 내리는 소리가 마치 ‘내 집처럼’ 들린다.○ 학생 기숙사도 못 짓는 대학들 해법은 간단한다. 기숙사를 더 지으면 된다. 하지만 학교마다 이렇게 쉬운 방안을 몇 년째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고려대와 한양대 등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는 곳마다 근처 주민들이 격렬히 반대하고 나선 탓이다. 고려대는 2013년부터 인근 개운산 근린공원 부지에 기숙사를 신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새 기숙사가 생기면 학생 1100명의 숙소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학교 측이 건축허가를 신청할 때마다 성북구는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성북구는 “공원 용도를 변경하겠다”는 대학 측의 계획을 문제 삼았다. 성북구 관계자는 “기숙사를 신축하면서 공원 전체를 다시 조성하는 방식이 심의를 통과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측은 “무책임한 시간 끌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2015년부터 기숙사 신축을 추진해온 한양대도 아직 건축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화여대는 주민 반대 탓에 2년이 걸려서야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8월 겨우 기숙사 문을 열었다. 경희대는 2014년부터 3년간 반대 주민과 줄다리기를 한 끝에 올 8월 900명 입주 규모의 새 기숙사를 개관했다.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근처 원룸 주인들이다. 기숙사가 들어서면 원룸 임대 시세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학 관계자는 “건물주 등 영향력 있는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집값 떨어진다’는 여론을 만들면 일반 주민까지 동요한다”며 “주민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절벽’ 내몰리는 청년들 기숙사에서 쫓겨난 학생들은 근처 원룸이나 고시원을 전전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 근처 원룸의 임차료는 역세권 못지않다. 부동산 앱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 근처의 원룸 평균 임차료(8월 기준)는 보증금 1378만 원에 월세 49만 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보증금은 220만 원, 월세는 1만 원 올랐다. 월 20만∼30만 원대에 보증금이 없는 대학 기숙사의 최소 2배 이상이다. 고려대 주변의 경우 원룸 평균 시세는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0만 원. 여기에 조건이 하나둘 붙을 때마다 월세도 뛴다. 10년 미만 건물의 깔끔한 방은 60만 원, 신축 건물은 70만 원 식이다. 20년 이상의 낡은 건물이나 반지하 등은 평균에서 5만 원쯤 낮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월세 45만 원 밑으로는 절대 방을 못 구한다”고 말했다. 관행이었던 월세 기준마저 무너지고 있다. 보통 보증금이 500만 원에 맞춰 월세도 5만 원씩 오르내린다. 보증금을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올리면 월세가 50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월세 5만 원을 내리기 위해 보증금 1000만 원을 요구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은 더 싼 방을 찾아 학교에서 점점 더 먼 곳을 찾는다. 동대문구 제기동 재개발 지역의 방은 보증금 500만 원, 월세 20만∼30만 원 수준이다. 대부분 반지하 원룸이거나 최소한의 가구도 없다. 대학원생 김모 씨(27·여)는 “밤만 되면 어둡고 인적 드문 곳이라 혼자 다니기 늘 불안했다”며 “결국 부담을 감수하고 학교 옆으로 옮겼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공무 수행 중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속앓이를 하는 건 경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경찰 조직에서는 이른바 ‘닥만’이라는 관행이 있다. 닥만은 ‘닥치고 만 원’의 줄임말이다. 합의금 등 목돈이 필요한 경찰이 있으면 동료들이 최소 1만 원씩 모금한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경찰서 강력계 형사 A 씨는 올 5월 한 지하철역에서 몸싸움 끝에 보이스피싱 용의자를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용의자는 얼굴과 팔에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용의자는 범인이 아니었다. A 씨는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현재 동료 사이에서 ‘닥만’ 모금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의 한 지구대 경찰관이 취객을 제압하다 부상을 입혀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내게 되자 동료들이 사흘간 1억4000만 원을 모았다. ‘닥만’ 관행은 조직 차원의 지원을 받기가 까다로운 탓이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의 공무 수행으로 피해를 본 민간인이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 다툼 과정에서 필요한 변호사 선임이나 소송 전후 합의금 지급 등은 경찰 개인의 몫이다. 외국의 경우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가 지원한다. 미국은 법률고문팀을 별도로 설치해 변호 업무부터 피해자 보상까지 전 과정을 돕는다. 독일은 사건 발생 시 국가가 우선 지원하고 추후 법원에서 공무원의 유죄가 최종 인정되면 구상권을 청구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소한 일로 문제가 돼 민원인이 고소를 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선진국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공무 중 발생하는 사고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조금 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고려대(총장 염재호)는 18~20일 고려대 LG-POSCO 경영관에서 ‘2017 유니버시타스21(Universitas 21) Senior Leaders’ Meeting’을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U21 회원교 국제처장 및 디렉터 등 약 30명이 참가해 △교육혁신 △연구자협력 △학생참여 프로젝트 확대 세 가지 주요 쟁점에 대한 토론과 발표회를 갖는다. U21 회원교 국제처장들에게 한국 고등교육 환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 고등교육의 맥락과 국제 파트너십 모델‘이라는 별도 심포지엄도 진행된다. U21은 세계 명문 대학 간 네트워크로, 1997년 설립돼 전 세계 17개국 25개교가 가입돼 있다. 고려대는 2004년 11월 한국대학 최초로 17번째 회원교로 가입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황실마사지, 전통마사지, 건강마사지, 약손마사지, 힐링마사지…. 요즘 유흥가나 지하철역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이다. 업소마다 공통점이 있다. 앞에 태국(타이)이나 중국 이름을 앞세운다. 국내 마사지 프랜차이즈도 여럿 성업 중이다. 지하철역 한 곳 주변에 많게는 10곳이 넘는 마사지업소가 경쟁할 정도다. 수요도 꾸준하다. 직장인은 물론 가족 연인 단위 손님도 많다. 문제는 이런 마사지업소 대부분이 여전히 불법이라는 것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안마사는 시각장애인에게만 독점적으로 허용돼있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지 오래다. 최근 성업 중인 각종 마사지업소는 대부분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 안마사를 고용한다. 칸막이를 설치해 1인실과 커플방을 만드는 등 맞춤형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칸막이와 샤워장 설치도 불법이다. 대한안마사협회는 전국의 불법 마사지업소가 약 3만 개에 이르고 한국인 안마사가 약 30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악되지 않는 중국 태국 등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다. 합법적 면허를 취득한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2만 명에 불과하다. 안마사 자격의 법적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올 5월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가 헌법재판소에 시각장애인에만 허용된 안마업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안에 대한 다섯 번째 헌재의 판단이 내려지게 된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4000여 명은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생존권보장 집회를 열고 “태국황실마사지, 중국전통마사지 간판을 내건 업주 등을 단속하라”고 외쳤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불법 업소 단속을 방기한 사이 위헌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며 “논쟁이 종식되고 약자의 생존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거대 백악종(白堊腫)이라는 질환이 있다. 치아와 뼈 사이(백악질)에 악성 종양이 계속 자라는 병이다. 전 세계에서 수십 명만 앓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 난치병이다. 이모 씨(35)가 일반의 관심을 모은 계기가 바로 거대 백악종이다. 2006년 이 씨가 자신과 똑같은 병을 갖고 태어난 딸을 살리려 애쓰는 안타까운 모습이 일부 언론에 공개됐다. 당시 이 씨는 계속된 치료로 치아가 어금니 1개밖에 남지 않아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 그로부터 11년 후 이 씨는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딸까지 범행에 동원한 ‘딸바보’ 아빠 7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달 30일 중랑구 망우동 자택에서 딸 이모 양(14)의 친구 A 양(14)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폐쇄회로(CC)TV에는 A 양이 같은 날 낮 12시 17분경 이 양과 함께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다. A 양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 무렵 A 양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친구가 놀러가자는데 가도 되느냐”고 말했다. A 양이 집에 오지 않자 같은 날 오후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 양이 사라진 전후 이 씨가 딸과 함께 강원 영월군을 오간 정황을 포착했다. 영월은 이 씨의 어머니가 사는 곳이다. 경찰은 이 씨가 1일 A 양 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대형 가방을 차량에 싣는 CCTV 화면과 이 씨 부녀가 탄 차량이 1일 영월 요금소를 지난 기록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씨 부녀가 1일 밤 강원 정선군의 한 모텔에서 숙박한 뒤 서울로 돌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A 양을 자택으로 오게 하기 위해 딸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양은 중학교 진학 이후 교류가 거의 없던 A 양에게 최근 돌연 “만나자”고 연락했다. A 양의 한 친구는 “이 양이 2년 만에 갑자기 연락해 만나자고 해 (A 양이) 당혹스러워 했는데 워낙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따라 나섰다가 화를 당한 것 같다”며 “이 양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만나자고 했는데 다 거절당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양은 1일 ‘30일 오후 2시쯤 A랑 놀다가 헤어졌는데 그 이후 전화가 끊겼다. 가출한 것 같다’는 문자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냈다. 경찰은 이 씨가 알리바이를 위해 딸에게 거짓말을 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영월에 가기 전 차량 블랙박스를 제거했다가 서울로 돌아와 다시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에 ‘아내가 그리워 동해로 간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씨 부녀는 5일 오전 10시 20분경 서울 도봉구의 한 빌라에 숨어 있다가 체포됐다. 두 사람 모두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간신히 의식을 되찾은 이 씨를 추궁한 경찰은 6일 오전 9시 A 양 시신을 찾았다. 이 씨 부녀는 생명엔 지장이 없으나 의식이 또렷하지 않아 경찰은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이 씨 태블릿PC에는 2일 이 씨가 딸과 함께 찍은 영상이 담겨 있다. 영상에서 이 씨는 “자살을 마음먹고 영양제 안에 약을 넣어뒀는데 집에 놀러온 A 양이 모르고 먹었다”고 주장했다. 살인이 아닌 사고라는 의미다.○ 이 씨 소유의 집 2채와 고급 차량 3대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현재 서울에 집 2채, 독일산 외제차 2대와 국산 고급차 1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 씨는 딸을 살리겠다며 미국까지 건너가 모금활동을 펼쳤다. 이 씨 자택에서는 음란기구도 여럿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가 부인 최모 씨(32)의 사망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살인을 저지른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최 씨는 지난달 초 서울 중랑구 5층 자택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수년에 걸쳐 시어머니의 지인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최근 이 씨에게 털어놨다. 이후 최 씨는 영월경찰서에 가해자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이 씨는 최 씨에게 “증거를 확보해야 하니 (가해자와) 성관계를 가져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이 문제로 부부가 심하게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 씨가 투신하기 전 이 씨에게 폭행까지 당한 걸로 볼 때 이 씨가 최 씨의 자살을 방조했을 가능성을 두고 내사를 벌였다. 최 씨가 남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는 최 씨가 어린 시절부터 가족 등 여러 사람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고백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배중·신규진 기자 ● 여중생 살인사건 일지△9월 5일 피의자 이모 씨의 부인 최모 씨 자살17·27일 이 씨, 최 씨 유골함·영정 영상 공개30일 여중생 A 양 피살(추정)△10월 1일 강원 영월군 야산에 시신 유기5일 경찰, 서울 도봉구 빌라에서 이 씨 체포6일 A 양 시신 발견7일 이 씨(사체유기 혐의) 구속영장 신청}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2구역 22만7000m²의 대지에는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2200채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어야 했다. 신안건설산업과 DSD삼호, 원주민 170여 가구 등이 도시개발사업조합을 만든 것은 2009년 5월이었다. 그러나 8년 넘게 건축허가도 받지 못하고 있다. 도시개발계획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삼호 측이 개발 예정 터 2필지를 명의신탁 방식으로 지분을 잘게 쪼갰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통해 조합원을 늘려 사업조합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주장이었다.○ “법 개정 전 서둘러 ‘위장’ 조합원 늘려” 당초 신안은 식사2구역 5만7000m²의 터에 아파트를 지으려고 2004년 건축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2006년 삼호가 신안 터와 원주민 부지 그리고 이 구역에 있는 삼호 땅을 모두 합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자고 제안하고 신안이 이를 수락하면서 새로운 도시개발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28일 찾은 현장은 공터 그대로였다. 주변에 몇 가지 건축자재만 쌓여 있었다. 신안 측은 삼호가 우호 조합원을 많이 확보하려고 회사 직원과 그 가족 등의 이름을 동원해 특정 토지 지분을 나눠 가졌다는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아일보가 이날 확인한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식사동 587-14 땅은 넓이가 242m²(약 73평)인데 주인은 129명이었다. 한 명당 1.88m²씩 소유한 셈이다. 이들 129명은 모두 2008년 9월 17일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168m²(약 51평) 넓이의 식사동 634-6 땅은 112명이 1.5m²씩 나눠 가졌다. 이들도 2006년 10월 30일 한날에 해당 토지를 일괄 구매했다. 식사2구역 개발부지 조합원은 504명이다. 이 중 이 두 필지 410m²에 명의가 있는 조합원은 241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48%를 차지한다. 신안 측은 식사동 587-14 땅을 129명이 일괄 구매했고 등기 순위가 이름 가나다순으로 돼 있는 등 삼호 측이 조직적으로 명의신탁 거래를 한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이 129명 중 51명은 삼호가 개발하는 경기 김포시 풍무지구, 용인시 신봉지구, 고양시 식사1지구 등에서도 땅을 1.5m²씩 보유해 거기서도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사동 634-6 땅을 사들인 112명 중 11명은 2010년경 삼호의 용인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지분 쪼개기에 명의를 빌려준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게 신안 측 주장이다. 신안 관계자는 “식사동 587-14의 일괄 매매가 이뤄진 날은 공유지분자에 대한 조합원 자격이 대표자 1인에게만 주어지도록 법이 개정되기 사흘 전이었다”며 “법 개정 전 서둘러 ‘위장’ 조합원을 늘려 조합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한 것으로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법정으로 번진 불법 명의신탁 의혹 신안 측은 토지 감정평가에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주장한다. 개발구역의 신안 측 토지 가격을 A감정평가원은 820억 원이라고 감정했다. 그러나 두 달 뒤 B감정평가원은 692억 원으로 매겼다. 동일한 시점을 기준으로 같은 땅에 대한 감정가가 128억 원 차가 난 것이다. 신안 관계자는 “B감정평가원에는 조합이 이례적으로 선수금 5000만 원을 지급했다”며 “통상 의뢰한 지 한두 달이면 나오는 감정 결과가 1년이 다 돼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신안은 올 4월 불법 명의신탁으로 지분 쪼개기를 한 의혹과 감정평가 보고서의 위법성을 수사해 달라며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삼호를 고소했다. 검찰은 식사동 2필지 지분이 241명에게 나눠지는 과정에 불법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신안은 2009년 조합 설립 인가처분의 효력을 취소해 달라며 고양시를 상대로 지난달 의정부지법에 행정소송도 냈다. 삼호 측은 28일 이 같은 신안 측의 의혹 제기와 소송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다.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고양시 관계자는 “2009년 조합 설립 인가 당시 조합원 70% 이상이 동의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불법 쪼개기’ 의혹은 신안과 삼호 사이의 문제라서 시가 답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김배중 기자}

재개발 사업은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조합장은 수시로 담당 공무원을 만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재개발지구 조합장 A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지자체 공무원 B 씨를 알게 됐다. 올 1월 A 씨는 B 씨에게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건넸다. “아이 운동화 한 켤레나 사줘.” B 씨가 한사코 거절하자 이렇게 말하며 점퍼 호주머니에 억지로 찔러 넣고 돌아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자체 암행감찰에 이 사실이 적발됐다. 두 사람 모두 법원에서 2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이었다. 자진신고하지 않은 B 씨는 감봉 2개월 징계까지 받았다. A 씨는 “호의가 독이 됐다. 내 잘못된 행동으로 공무원 앞길까지 막은 것 같아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수 되풀이 않겠지만…청탁은 아냐” 청탁금지법 시행이 28일로 1년을 맞는다. 2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올 7월까지 각종 신고 4052건이 접수됐다. 이 중 121건(307명)이 과태료 부과 요청 또는 수사 의뢰로 처리됐다. 실제로 과태료 부과와 기소가 결정된 건 40건(94명)이다. 본보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사람을 수소문해 7명을 직접 또는 전화 인터뷰했다. 적게는 1만5000원, 많게는 3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가 적발됐다. 대부분 직무연관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였다. 인허가, 지도 및 단속, 인사·평가 같은 직무와 관련이 있으면 한 푼도 주고받아선 안 된다. 단,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직무연관성이 있어도 원활한 직무수행 차원에서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축의금 10만 원까지 허용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3·5·10’을 지켜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회사원 C 씨는 세무서 공무원에게 5만 원짜리 우편환을 보냈다. 과세자료 공개를 요청하는 민원 때문에 알게 된 공무원이다. 결혼 휴가를 떠나 자리에 없다는 소식을 듣고 축의금을 보낸 것이다. 해당 공무원은 자진 신고했다. 법원은 C 씨가 이전에도 민원을 신청한 걸 이유로 직무 관계자의 청탁으로 판단하고 과태료 10만 원을 결정했다. C 씨는 “수차례 민원을 넣으며 얼굴을 익혔는데 (결혼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방의 한 마을 이장인 D 씨는 관내 공무원이 영전해 열린 송별회 자리에서 전별금 명목으로 30만 원을 건넸다 지자체 감사에 적발됐다. 그는 “수십 명이 모인 자리의 회식비에 보태라고 준 거지 개인에게 준 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평소 술도 잘 안 마시고 경각심도 있었는데 오해 탓에 과태료까지 물어 정말 억울하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E 씨는 한 식당에서 낯익은 지방법원 판사를 만났다. 판사는 가족과 식사 중이었다. E 씨는 식당을 나가며 판사 가족의 식사비 2만8000원을 몰래 계산했다. 판사는 자진 신고했다. E 씨는 “위반일 줄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다시는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위반자는 “사소한 거라도 주고받지 말라는 뜻 아니냐. 앞으로 선물할 생각을 안 해도 돼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이 취지에 맞게 시행 중인지 의문도 제기했다. C 씨는 “부정한 청탁을 막는 게 원래 목적인데 미풍양속까지 오해를 사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상급자 여러 명에게 한과세트를 선물했다가 적발된 한 공공기관 직원은 “1만5000원짜리 명절 선물로 무슨 부정 청탁을 하냐”며 “청탁 없었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권익위 조사관은 들어주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예방주사’ 효과, ‘꼼수’도 여전 위반자들은 대체로 2, 3배 상당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전과자로 남지 않는 가벼운 처벌이지만 주변에 미치는 효과는 작지 않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한 F 경위는 출동현장에서 신고자 등으로부터 음료수를 받았다가 적발됐다. 20만 원의 과태료를 내고 타 지구대로 전보됐다. F 경위의 한 동료는 “과거에 음료수 한잔 정도 받아 마시던 관행은 있었다”며 “요즘에는 민원인이 호의로 건네는 박카스만 봐도 손사래를 친다”고 말했다. 상품권을 받았던 공무원 B 씨의 동료도 마찬가지다. 자체 징계는 기록에 남아 포상, 승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동료 공무원은 “내 주변에는 없겠지 하며 막연히 생각했는데 확실히 각인됐다”며 “사소한 지시도 없어지고 밖에서 사람 만나던 일도 확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는 단골손님에게 “주류는 외부에서 반입해 달라”고 제안하고 있다. 식당 주인은 “메뉴가 대부분 3만 원 전후라 술값이 포함되면 금액을 쉽게 넘는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를 없애려 일부 손님을 대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부 음식점은 메뉴를 무시한 채 ‘1인당 3만 원’으로 맞춰 달라는 손님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식당 관계자는 “단체 손님인 경우 매출 등을 고려해 거절하지 않는다”며 “가급적 저렴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가격을 맞추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 업주들의 46.3%가 고객들이 3만 원을 맞추려 ‘편법을 쓴다’고 응답했다. 결혼식장에서는 일명 ‘축의금 쪼개기’가 성행이다. 동호회나 회사, 단체 단위로 축의금을 내는 경우 1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구성원 개인 단위로 금액을 나누는 것이다. 올 4월 결혼한 G 씨는 평소 알고 지낸 특정 업체 대표를 포함해 일면식 없는 해당 업체 소속 직원 명의로 각각 10만 원씩 총 50만 원의 축의금이 들어온 사실을 확인하고 모두 돌려줬다. 그는 “법 위반 소지가 있고 상대도 잘못을 깨닫고 사과했다. 마음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김예윤 / 대전=지명훈 기자}
10년 넘게 함께 산 베트남 며느리를 잔인하게 살해한 82세 시아버지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피고인의 유죄가 확정되고 형기를 채운다면 107세 때 감옥에서 나온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13부(부장판사 박남천)는 22일 베트남 출신 며느리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김모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6월 2일 오전 4시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흉기로 잠자던 며느리 A 씨(31)의 목과 등을 찔러 살해했다. 현장에는 각각 세 살, 한 살인 손주가 있었다. 김 씨는 며느리와 아들이 평소 용돈을 주지 않고 구박했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숨진 며느리는 2006년 열일곱 살 차이의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10년 넘게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분가와 부양 문제 등을 놓고 김 씨와 아들 부부의 사이가 나빠졌다. 재판부는 “김 씨는 피해자의 어린 자녀들이 지켜보는데 범행을 하는 반인륜적 행태를 보였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저도 모르게 ‘김영란법’ ‘김영란법’ 그래요.”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주역 김영란 전 대법관(61)은 “이제는 체념했다”며 웃었다.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앞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개인연구실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김 전 대법관은 “누군가를 무분별하게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공통 윤리강령을 우리 모두에게 내면화하자는 것”이라고 법 취지를 거듭 설명했다. 정치권에서 3만, 5만, 10만 원으로 정한 식사, 선물, 경조사금 상한액을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김 전 대법관은 “본래 공무원 행동강령에 3만, 3만, 5만 원 가액 규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고 잘 지켜지지도 않았던 규정을 지키도록 만들었을 뿐이라는 뜻이었다. 이어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별한 이유도 없이 공직자에게 선물을 주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때문에 축산·화훼 농가나 서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아이를 위해 선생님에게 뭘 해드려야 할지 전전긍긍하던 학부모나 괜한 선물을 받아 오해받지 않을까 걱정하던 선생님 등의 일상 고민을 덜어줬다”고 말했다. 윗사람에게 ‘성의’를 보여야 했던 관행이나 불필요한 회식자리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길을 오가다 학부모나 직장인 같은 보통사람들에게서 ‘마음 편하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곤 한다”고도 했다. 다만 수입에 직격탄을 맞은 화훼, 축산, 요식업계에 대해선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그는 “그동안 보여주기 식으로 소비하던 난(蘭), 한우 같은 고급 선물을 친지나 은퇴한 은사 등 청탁금지법 대상이 아닌 분들께 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분들의 ‘희생’을 생각해서라도 청탁금지법은 꼭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데 대해 김 전 대법관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이 꾸준히 회자되다 보니 ‘내가 무심코 하는 일이 괜찮은 건가’라고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된다”며 “이 같은 논쟁을 통해 우리 사회를 좀 더 깨끗하게 이끄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란 전 대법관에게 김영란법이란 무엇이냐’고 묻자 잠시 웃던 그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참석한 국제회의에서 벌어진 일화를 소개했다. 세계 각국의 반부패위원장들이 그에게 오더니 “김영란법이 통과돼 정말 부담스럽겠다”고 위로 겸 응원을 하더라는 것이다. “김영란법으로 불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법은 제 손을 떠났지만 결국 제가 계속 평가받을 테니 좋은 법으로 자리 잡길 바랍니다. 더불어 저 스스로를 늘 되돌아보게 하는, 감사한 법이기도 하네요.”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남경필 경기도지사(사진)의 아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투자 유치 등을 위해 독일에 있던 남 지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들의 범죄 소식을 직접 밝히고 귀국길에 올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국에서 필로폰을 들여와 흡입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18일 남모 씨(26)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 씨는 남 지사의 두 아들 중 첫째다. 경찰에 따르면 남 씨는 즉석만남 목적의 채팅앱을 통해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찾다가 덜미가 잡혔다. 경찰관이 여성을 가장해 만든 대화방에 남 씨가 “얼음(필로폰의 은어)을 같이 즐기자”며 접근해 왔다고 한다. 남 씨는 17일 오후 11시경 약속 장소에서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남 씨는 “(마약 투약 제안이) 장난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남 씨가 혼자 살던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에서 사용하고 남은 필로폰 2g을 발견했다. 마약 투약 여부를 가리는 간이 소변검사 결과도 양성으로 나왔다. 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혼자 필로폰을 흡입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의 한 의류회사 직원인 남 씨는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갔다. 그곳에서 유학 시절 알게 된 중국인에게 약 40만 원을 주고 필로폰 4g을 구입했다. 한국 내 거래 가격의 약 10% 수준이다. 남 씨는 속옷에 필로폰을 숨기는 방법으로 1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경찰은 남 씨가 필로폰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했는지 수사 중이다. 특히 남 씨가 중국 출국 전 채팅앱에서 비슷한 대화를 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남 씨는 혼자 수차례 투약했다고 진술했으나 입국 후 하루 사이에 구입한 필로폰의 절반인 2g이 사라졌다. 통상 주사를 사용할 경우 약 60명이 동시에 투약(1인당 0.03g)할 수 있는 분량이다. 남 씨가 진술한 흡입 방식으로는 6, 7회(1회 0.3g) 정도 가능하다. 경찰은 “자택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차 조사를 마친 뒤 남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성북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남 씨가 체포될 당시 남 지사는 독일 베를린에 체류 중이었다. 그는 14일 출국해 핀란드와 독일을 방문 중이었고 19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었다. 큰아들의 체포 소식을 전해 들은 남 지사는 18일 오전 7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소식을 알렸다. 그는 “군 복무 중 후임병을 폭행하는 죄를 지었던 제 큰아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과 경기도민께 죄송하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일정을 앞당겨 19일 오전 7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어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연다. 남 지사의 큰아들이 물의를 일으킨 건 처음이 아니다. 남 씨는 2014년 강원 철원군에서 군 복무 당시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같은 해 9월 군사재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남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그는 같은 해 8월 “아들이 조사 결과에 따라 법으로 정해진 처벌을 달게 받을 것”이라며 “아버지로서 벌을 같이 받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다”고 밝혔다. 남 씨는 전역 후 대학을 자퇴하고 모로코와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봉사활동을 한 뒤 직장을 다니고 있다. 바른정당은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인 남 지사의 악재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재선을 노리는 남 지사에게 아들 문제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김예윤 yeah@donga.com·김배중 / 수원=남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