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신축 막히고 방세 폭등… ‘주거절벽’ 몰린 대학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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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마다 주민 반대로 몸살

대학 기숙사 vs 반지하 원룸 월 30만 원 수준의 비용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고려대 신관 
기숙사(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학교에서 약간 떨어진 한 주택가에 있는 보증금 500만 원, 월세 30만 원대의 원룸. 
반지하라서 낮에도 조명을 켜야 하고 기본 가구도 거의 없다. 고려대 제공·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대학 기숙사 vs 반지하 원룸 월 30만 원 수준의 비용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고려대 신관 기숙사(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학교에서 약간 떨어진 한 주택가에 있는 보증금 500만 원, 월세 30만 원대의 원룸. 반지하라서 낮에도 조명을 켜야 하고 기본 가구도 거의 없다. 고려대 제공·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월 30만 원이면 기숙사에서 사람답게 살 텐데…. 지금은 딱 난민 신세예요.”

고려대 4학년 신모 씨(26)는 지난해부터 학교 근처 원룸에서 산다. 지방 출신인 신 씨는 1, 2학년 때 기숙사에서 살았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자 기숙사를 나왔다. 학교 기숙사가 부족해 3, 4학년은 기숙사에 들어가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2013년부터 기숙사를 신축할 것이라는 말이 들렸지만 교내 어디에서도 기숙사 공사는 시작도 안 했다.

그 대신 신 씨가 선택한 주거공간은 20m²(약 6평) 넓이의 원룸이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관리비와 전기료 등으로 매월 10만 원가량을 추가로 쓴다. 하지만 기숙사와 비교하면 시설은 극과 극이다. 옆방 사람의 통화 내용과 화장실 변기물 내리는 소리가 마치 ‘내 집처럼’ 들린다.

○ 학생 기숙사도 못 짓는 대학들

해법은 간단한다. 기숙사를 더 지으면 된다. 하지만 학교마다 이렇게 쉬운 방안을 몇 년째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고려대와 한양대 등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는 곳마다 근처 주민들이 격렬히 반대하고 나선 탓이다.

고려대는 2013년부터 인근 개운산 근린공원 부지에 기숙사를 신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새 기숙사가 생기면 학생 1100명의 숙소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학교 측이 건축허가를 신청할 때마다 성북구는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성북구는 “공원 용도를 변경하겠다”는 대학 측의 계획을 문제 삼았다. 성북구 관계자는 “기숙사를 신축하면서 공원 전체를 다시 조성하는 방식이 심의를 통과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측은 “무책임한 시간 끌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2015년부터 기숙사 신축을 추진해온 한양대도 아직 건축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화여대는 주민 반대 탓에 2년이 걸려서야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8월 겨우 기숙사 문을 열었다. 경희대는 2014년부터 3년간 반대 주민과 줄다리기를 한 끝에 올 8월 900명 입주 규모의 새 기숙사를 개관했다.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근처 원룸 주인들이다. 기숙사가 들어서면 원룸 임대 시세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학 관계자는 “건물주 등 영향력 있는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집값 떨어진다’는 여론을 만들면 일반 주민까지 동요한다”며 “주민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거절벽’ 내몰리는 청년들

기숙사에서 쫓겨난 학생들은 근처 원룸이나 고시원을 전전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 근처 원룸의 임차료는 역세권 못지않다. 부동산 앱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 근처의 원룸 평균 임차료(8월 기준)는 보증금 1378만 원에 월세 49만 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보증금은 220만 원, 월세는 1만 원 올랐다. 월 20만∼30만 원대에 보증금이 없는 대학 기숙사의 최소 2배 이상이다.

고려대 주변의 경우 원룸 평균 시세는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0만 원. 여기에 조건이 하나둘 붙을 때마다 월세도 뛴다. 10년 미만 건물의 깔끔한 방은 60만 원, 신축 건물은 70만 원 식이다. 20년 이상의 낡은 건물이나 반지하 등은 평균에서 5만 원쯤 낮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월세 45만 원 밑으로는 절대 방을 못 구한다”고 말했다.

관행이었던 월세 기준마저 무너지고 있다. 보통 보증금이 500만 원에 맞춰 월세도 5만 원씩 오르내린다. 보증금을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올리면 월세가 50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월세 5만 원을 내리기 위해 보증금 1000만 원을 요구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은 더 싼 방을 찾아 학교에서 점점 더 먼 곳을 찾는다. 동대문구 제기동 재개발 지역의 방은 보증금 500만 원, 월세 20만∼30만 원 수준이다. 대부분 반지하 원룸이거나 최소한의 가구도 없다. 대학원생 김모 씨(27·여)는 “밤만 되면 어둡고 인적 드문 곳이라 혼자 다니기 늘 불안했다”며 “결국 부담을 감수하고 학교 옆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기숙사#방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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