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김재형 기자

동아일보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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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출입하며 산업 현장의 변화상을 기록합니다.

monami@donga.com

취재분야

2025-11-28~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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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 병사 124명 유서 분석해보니…대부분 軍문화 보다 ‘이 문제’

    군 조직 내에서의 직접적인 가해보단 입대 전부터 형성된 자기 비하감 등 내적 갈등이 병사들의 자살 결심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기를 거치며 자살 위험에 노출된 일부 병사들이 억압된 조직문화를 접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광운대 대학원 범죄학과의 임석현 씨(56)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박사학위 논문 ‘유서에 나타난 병사들의 자살심리 프로파일링에 관한 연구’를 16일 발표했다. 2008부터 2012년 사이 자살한 육·해·공군 병사 124명의 유서를 분석한 결과다. 임 씨는 자살한 병사들을 자살 요인에 따라 내적 요인 집단과 분노충동 요인 집단, 현실 도피적 요인 집단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절반에 가까운 56명(45.2%)이 내적 요인 집단으로 분류됐다. 이 집단 병사들은 유서에 심한 좌절감과 자기혐오 등의 내용을 남겼고 한 병사는 병영생활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음에도 “나는 실패작이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했다. 유서에 주변인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 분노 등을 표출한 경우인 분노충동 요인 집단은 19명(15.3%)으로 나타났다. 또한 죄의식이나 자살에 대한 두려움 등의 내용을 남긴 현실도피 요인 집단은 11명(8.9%), 내적요인과 현실도피 요인이 혼합된 집단은 19명(15.3%)으로 나타났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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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기초 자녀와 함께 등교하며 위험요소 살피고… 비 올땐 투명우산 주세요

    학부모는 자녀의 교통안전 습관을 책임지는 제1의 선생님이다. 학부모 교육에 따라 자녀들의 등하굣길 풍경은 천차만별이다. 개학 시즌을 맞아 교통전문가들에게 자녀의 교통안전과 관련해 학부모가 주의해야 할 점에 관해 물었다. 본보 취재팀은 3일 오전 8시 반 서울 강서구 가양2동 탑산초등학교에 ‘스쿨존 교통단속’을 나온 이창호 강서경찰서 교통안전계 3팀장을 만났다. 이 팀장은 우산 탓에 얼굴이 완전히 가려진 초등학생을 보며 “오늘 같은 날이면 꼭 투명우산을 쥐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날이면 운전자들이 시야를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만큼 자녀 스스로 주변을 잘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기 초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피로감이 심해져 아이들이 더 부주의해질 수 있다는 점도 신경 써야 한다. 이날만 해도 반쯤 감긴 눈으로 등교를 하는 학생 수십 명이 눈에 띄었다. 이 팀장은 “등굣길에 고개를 숙인 채 앞사람 다리나 보도를 보며 걷는 학생도 많다”며 “자녀가 아침 등교에 익숙해질 때까지 통학을 돕거나 친구들과 함께 다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어린이보호구역에 한쪽 방향에만 인도가 나있는 경우 건너편 인도로 넘어가기가 어려워 그냥 도로 한복판을 걸어가는 학생도 많다”며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펜스가 쳐져 있는 인도로 다니게 숙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학부모가 직접 아이들과 함께 등굣길을 걸으며 상황별로 숙지해야 할 교통안전수칙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좋다. 마치 시각장애인들이 길을 익힐 때처럼 자녀들의 보행과정 하나하나를 살피는 것이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국 프랑스 등 교통선진국에서는 학교나 시민단체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립보행인증 교육’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학부모가 교육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모와 자녀가 ‘통학로 교통지도’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부모가 개학 전후 2, 3일 정도 아이들과 함께 통학하면서 ‘안전한 동선’, ‘상황별 주의사항’을 직접 지도를 그려가며 설명해 주는 방식이다. 아이들은 이 교통지도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지리를 익히고 가장 안전한 통학로를 정할 수 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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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 켜요 착한운전]스쿨존 안전운전 3大 수칙 지키자

    새 학기 첫날인 2일 오후 2시 50분경 서울 성북구 숭례초등학교 후문 앞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피아노학원을 마치고 나오던 3학년 박민기 군(9)이 친구들과 녹색 고무공을 튕기며 놀다가 공을 놓치고 말았다. 공은 바로 옆 도로 위까지 굴러갔다. 박 군은 양 옆을 둘러보지 않은 채 공을 쫓아 도로로 뛰어들었다. 순간 “끽” 하는 급제동 소리와 함께 파란색 1t 화물차가 박 군 앞에 멈춰 섰다. 조금만 늦게 차가 멈췄다면 사고가 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화물차 운전자는 “제대로 보고 다니라”며 박 군을 크게 꾸짖었다. 놀란 박 군은 “차가 오는 줄 전혀 몰랐다”며 “평소에도 자동차 사이를 오고가며 노는 때가 많은데 다니는 차가 많지 않아 주위를 잘 살펴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심각 스쿨존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지정된 구역으로 차량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고 주정차도 금지하고 있다. 스쿨존은 현재 전국적으로 1만5799곳이 설치될 만큼 활성화됐지만 실제 스쿨존 내 운전자들의 ‘반칙운전’ 행태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스쿨존 내 교통안전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2, 3일 서울 동대문구 성북구 강서구 일대의 스쿨존 3곳을 점검한 결과 불법 주정차 문제가 특히 심각했다. 기자가 숭례초등학교를 방문한 2일 오후에도 어린 학생들은 후문 앞 문구점 등을 가려고 수시로 도로를 넘나들었다. 천천히 걷기보다는 양 옆을 살피지 않고 뛰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스쿨존 내 주정차가 금지돼 있지만 아이를 태우러 온 학부모의 차량이나 학원 차량들이 수시로 학교 앞에 정차해 아이를 태웠다. 후문 인근에만 불법 주차된 차량 3대가 좁은 도로를 차지하고 있었다. 상황은 다른 스쿨존도 마찬가지였다.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종암초등학교 정문 앞도 기자가 찾아갔을 때 불법 주차 차량이 10대 세워져 있었다.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최모 씨(45)는 “학교 담벼락을 따라 세워진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위험한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지역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적발 건수는 10만1455건에 달했다. 스쿨존 내 과속도 어린이 교통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스쿨존 내 속도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2만4158건이다. 이는 2013년 1만5691건보다 54.0%나 증가한 수치다. 스쿨존 내에서는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많은 운전자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다. ○ “천천히 운전,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해야”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돌발행동이 잦고 위험 대처 능력이 떨어져 교통사고의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2013년에만 전체 1만1728건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해 82명이 숨지고 1만4437명이 다쳤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7년간(2007∼2013년) 어린이 교통사고 사상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20.2%가 초등학교 1학년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배 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어린이들은 차도를 건널 때 뛰어다녀 차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운전자는 이러한 어린이의 행동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철저한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운전자들이 서행 및 주정차 금지 등 스쿨존 내 의무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스쿨존 내 주정차 문제다.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는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고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을 불러오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학부모가 자녀를 승용차로 통학시킬 때에도 스쿨존 밖에서 내려준 뒤에 걸어서 통학하도록 해야 한다.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어린이안전학교 대표)는 “일본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차도에서 뛰는 경우 천천히 걷는 경우보다 사고 위험이 7배 높고 주정차된 자동차 사이를 뛰어 횡단할 경우 사고 위험은 18배나 높다”며 “운전자는 스쿨존 진입 이후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발견하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쿨존에서 아이들이 도로로 갑자기 뛰어들어 발생하는 돌발사고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보행자가 없더라도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고 교통신호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또한 법정 속도인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하며 언제든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멈출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 속도가 빨라지면 보행자의 인지 반응이 느려지고 정지거리도 길어져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운전자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안전시설 강화도 필요하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박사는 “단순히 스쿨존 내 제한속도를 표시해 두기만 하면 이를 준수하는 운전자 비율이 상당히 낮다”며 “과속 방지턱 등의 실질적인 시설물이 갖춰져 있어야 운전자들이 과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재형 기자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gooddriver@donga.com 독자 여러분 의견을 받습니다}

    •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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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딱 걸렸어’ 금반지 절도범, 금은방 주인 파출소서 마주쳐…

    26일 오후 4시 경 노모 씨(68)는 서울 종로구 종로3가 한 금은방에 들어가 직원이 한눈을 판 사이 70만 원 상당의 금반지 1개를 훔쳐 달아났다. 워낙 교묘히 빼돌린 터라 금은방 주인 김모 씨(32)는 범행 이후 3시간이 지나도록 이를 알지 못했다. 노 씨는 범행직후 금은방 근처 식당에서 태연히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노 씨가 “돈이 없으니 경찰에 신고하라”며 행패를 부렸던 것이 문제였다. 오후 6시 경 식당 주인의 신고로 파출소로 연행된 노 씨는 훔친 반지를 끼고 주사를 이어갔다. 때마침 뒤늦게 피해사실을 확인한 금은방 주인이 노 씨의 범행 과정이 찍힌 폐쇄회로(CC)TV를 들고 파출소로 찾아왔고 주사를 부리고 있는 노 씨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김 씨와 경찰은 CCTV 영상과 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증거로 노 씨는 추궁해 결국 범행사실을 자백 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노 씨는 지난해 절도 혐의로 10개월간 수감됐다가 약 두 달 전에 출소했다. 경찰은 노 씨를 절도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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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 못해 상습 절도범된 30대 남성 “20대 후반부터 탈모로…”

    탈모 콤플렉스 때문에 직장을 못 구하다 상습 절도범이 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영세한 카페나 식당 등에 침입해 현금을 훔친 이모 씨(34)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씨는 4일 오전 5시경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카페에 무단 침입해 현금 2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이밖에도 2013년 10월27일부터 이달 22일까지 노원구 공릉동과 중계동, 상계동 일대 영세한 상가 카페나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23회에 걸쳐 500만원 상당을 챙겼다. 이 씨는 주로 창문이 열린 곳을 통해 가게 안으로 들어가거나 유리창을 깨고 침입한 뒤 가게 입구 쪽에 있는 현금출금기에서 돈만 챙겨 달아나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사전에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를 물색하고 한 번 들어갔던 곳에 재차 범행을 저지르는 등 치밀하고 대담하게 범행을 이어왔다”며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절도 전과 6범인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20대 후반부터 탈모가 생겨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기 힘들었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는 공장에서도 일해 봤지만 적응하기 힘들어 상가털이에 나섰다”고 진술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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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방 선생님 ‘3시간 쪽잠’ 잔 사연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치인의 거창한 공약과 달리 약속을 실천하며 조용히 세상을 바꾸는 작은 영웅들이 있다. 이들의 실천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돼 사회를 한층 더 밝고 따뜻하게 만든다. 약속을 소중히 여기며 실천해가는 이 시대 작은 영웅들을 만났다. “가은(가명·16)이 이모 집에 갔다고? 벌점 7점 줘야겠네.” 공부방 선생님 김남원 씨(25)는 수업시작 전 근엄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출석을 체크하고 결석한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단으로 결석한 학생은 벌점 10점, 가은이처럼 사유가 있더라도 수업에 빠지면 벌점 7점을 받는다. 벌점 30점이 넘은 학생은 공부방에서 퇴출된다. 김 씨가 이처럼 엄하게 출석을 확인하는 것은 한 번 결석하면 버릇처럼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 김 씨는 “출석은 선생님과 학생이 정해놓은 약속이자 학생 스스로의 다짐”이라며 “약속과 규정을 쉽게 어기면 어떤 것도 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6시 반 서울 성북구 삼선동1가의 한 건물 3층 교육봉사단체 ‘티치포코리아’의 공부방. 이곳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대학생 선생님들이 무료 과외를 해주는 곳이다. 수업은 각각의 전담 과목이 정해진 선생님 18명이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세 시간씩 국어 영어 수학 등 과목을 달리하며 진행한다. 이곳 학생은 총 40명.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온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과외선생님 그 이상의 존재다. 김 씨는 “학생들의 멘토로서 주기적으로 만나 가정문제와 진로 문제를 상담한다”며 “우리는 봉사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선생님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책임감 때문에 학점관리, 취업난 등 눈앞에 산적한 많은 과제 속에서도 김 씨는 한 번도 공부방 수업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말 2주간의 대학교 기말고사 기간에 김 씨는 하루 세 시간 쪽잠을 자면서도 공부방 수업을 챙겼다. 김 씨의 제자 김민지(가명·17) 양은 “공부방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며 열심히 공부해 나중에 꼭 꿈을 이룰 것”이라며 “그때 기회가 된다면 지금 선생님들처럼 아이들의 꿈을 지키는 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40여 년 전 지금의 김민지 양처럼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황효진 씨(56·회계사)는 2008년부터 자신의 모교인 경기 광명시 광명중학교에 매년 1000만 원씩 기부하고 있다. 2004년에는 또 다른 모교인 인천 중구의 제물포고에 장학금 재단을 만들어 매년 학생들을 위한 기부금 1억여 원을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황 씨는 “학창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지고 아버지 건강마저 안 좋아져 학교에 도시락을 챙겨가기 힘들 정도였다”며 “중학교 입학금을 사비로 마련해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장학금을 보내준 중고교 동문회 등 나에겐 모두가 구세주였다”고 말했다. 황 씨는 “당시 도움을 준 한 분에게 ‘훗날 꼭 보답하겠다’는 약속의 편지를 썼는데 지금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언젠가 후배들도 저처럼 또 보답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재형 monami@donga.com·황성호 기자}

    • 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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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 켜요 착한운전]낮에도 켜면 교통사고 19%↓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오는 차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전조등을 켠 차량이 더 안전한지 직접 실험에 나선 이상녕 씨(69)의 실험 소감이다. 16일 오전 11시 30분 경북 상주시 청리면의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 부슬비가 내리는 폭 14m(2차로)의 횡단보도 한복판에 선 이 씨가 전조등을 켠 채 시속 50km 속도로 달려오던 실험 차를 향해 서둘러 손을 흔들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에는 위험하다고 판단될 때 신호를 보내라고 말해둔 터였다. 브레이크가 걸린 실험 차는 이 씨로부터 정확히 70m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앞서 전조등을 켜지 않은 차로 실험을 진행했을 땐 45m까지 근접했다. 초당 14m(시속 50km)를 이동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행자는 전조등을 켠 차량이 다가올 때 1초 이상 더 빨리 위험을 감지하는 셈이다.○ 낮에도 켜면 안전도 높아져 올해 7월부터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자동차에 시동을 걸면 저절로 켜지는 주간주행등(DRL)이 의무적으로 설치된다. 보행자와 다른 운전자에게 주행 차량의 위치를 알려주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7월 이전에 제작된 차량은 전조등의 하향등이나 차폭등, 안개등을 이용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현재 주간에 등을 활용하는 국내 운전자의 비율은 매우 낮다. 이번 실험은 동아일보와 교통안전공단이 주간에 등을 켜는 것이 보행자와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동으로 진행했다. 국내 언론이 주간에 등을 켜는 것의 효과를 직접 실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 결과 이 씨는 전조등을 켠 실험 차일 때 켜지 않은 차보다 평균 15m 더 먼 거리에서 정지신호를 보냈다. 시속 40km일 땐 10m, 시속 50km에서는 25m, 시속 60km로 달려올 땐 10m 더 먼 거리에서 정지신호를 보낸 것이다. 차 안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본선으로 진입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본선 진입 부분 150m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보고 “지금은 진입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정지신호를 보내는 실험. 본선 진입을 기다리던 실험 운전자는 본선에서 달려오는 차량이 전조등을 켜지 않았을 때보다 전조등을 켰을 때 평균 10m 더 먼 지점에서 위험신호를 감지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전조등을 켜면 다른 차나 보행자에게 해당 차의 움직임을 쉽고 빠르게 알려주게 돼 주의력과 식별력이 2배 이상으로 증가한다는 걸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특히 위험에 대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의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효과가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양석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실험자는 반응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65세 이상의 노인인데도 전조등을 켠 자동차의 움직임에는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도로교통공단 조사 결과 201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1만7590건으로 2001년보다 4.7배가량 늘어났다. 낮에도 전조등을 켜면 노인 운전자나 보행자의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사고 줄이는 주간주행등 이미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캐나다 덴마크 폴란드 헝가리 등 주간주행등 켜기를 의무화한 나라가 많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등 각국 교통연구기관의 전조등 관련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주간주행등 점등에 따른 교통사고 감소율이 북유럽 8.3%, 독일 3.0%, 미국 5.0% 등으로 나타났다. 안개가 자주 끼거나 흐린 날씨가 잦은 고위도 지역에서 주간주행등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 최근에는 대기오염 등의 영향으로 각국의 도심지를 중심으로 주간주행등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7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충북 강원 제주 및 경기 지역의 버스와 택시 3747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간주행등의 사고감소율은 19.0%였다. 하지만 국내 운전자들은 “초보운전자처럼 보일지 모른다” “에너지 소모율이 높을 것” “대낮에 웬 등이냐”며 주간에 등 켜기를 꺼린다. 실제로 본보 취재팀이 22일 오후 4시 반부터 5시 반까지 서울 청량리역 교차로, 세종대로 교차로, 남산 1호 터널 앞 등 3곳을 관찰한 결과 주간에 등을 켠 차량은 전체 통행차량(4672대)의 22.9%밖에 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대부분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오후 5시 10분을 전후해 켜는 차량이었다. 특히 터널 안으로 진입할 때는 비교적 점등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남산 1호 터널 안으로 진입한 차량 2032대 중 등을 켠 차량은 562대(27.6%)에 불과했다. 2009년 교통안전공단의 조사 결과 주간에 등을 켰을 때 교통사고가 28% 감소해 연간 1조2500억 원의 교통사고 손실비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낮에도 켜는 전조등이 운전자 자신의 안전은 물론이고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까지 보장해 준다는 의미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주간에도 등을 켜고 ‘착한 운전’을 시작해야 할 때다.상주=김재형 monami@donga.com / 권오혁 기자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gooddriver@donga.com 독자 여러분 의견을 받습니다}

    • 20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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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 쓴 한반도… “우리 애 어린이집 보내도 될까”

    부산에 사는 회사원 김병수 씨(40)는 23일 오전 주차된 승용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차량 지붕과 유리에 누런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던 것. 설 연휴가 끝난 이날 김 씨의 큰딸(9)은 공부방에, 작은딸(4)은 어린이집에 가야 했다. 김 씨는 두 딸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작은딸이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김 씨는 스마트폰 액정화면에 묻은 먼지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갓 돌이 지난 아들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출근한 이미선 씨(29·여)도 하루 종일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1시간마다 집에 전화해 아이의 건강 상태를 묻고 “오늘은 절대 외출하지 말라”고 어머니에게 신신당부했다. 23일 한반도 전체가 황사가 불러온 ‘미세먼지 포비아(공포증)’에 휩싸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서울의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1044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까지 치솟았다. 서울의 경우 관측 역사상 다섯 번째로 높았다. 서울 송파구 삼전 제2경로당은 한산했다. 박정분 씨(78·여)는 “평소 경로당에 30명 가까이 오는데 오늘은 절반도 안 왔다”며 “‘외출하지 말라’는 자녀들의 성화에 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강남 등지에는 마스크를 쓴 채 종종걸음을 치는 직장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기 용인시와 화성시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이날 생산라인에 들어갈 때 거치는 ‘에어샤워’ 시간을 평소 15초에서 2배인 30초로 늘렸다. 또 라인 내 발먼지 제거 패드의 교체 주기를 평소 3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했다. 기상청은 23일 봄철(3∼5월) 날씨를 전망하면서 황사 발생일수는 평년(5.2일)과 비슷하겠지만 초봄인 3월 초까지는 황사가 자주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이 3월 초까지 잦은 황사를 예상한 이유는 내몽골과 중국 북동지역 등 황사 발원지가 고온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덮여 있는 눈도 평년보다 적기 때문이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24일에도 경상도 일부 지역을 뺀 전국 곳곳에서 옅은 황사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몽골과 중국에서 추가로 황사가 발생되지 않아 이번 황사는 25일경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4일 미세먼지(PM10·지름 10μg 이하의 먼지) 농도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10개 권역이 23일의 ‘매우 나쁨’보다 다소 나아진 ‘나쁨’(24시간 평균 m³당 81∼150μg) 수준으로 예보됐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종석·김재형 기자}

    •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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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 부산 고속도로 19일 낮 12시 전후 피하세요”

    동아일보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올은 지난해 설날과 추석 때 내비게이션 사용자 15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번 설 연휴 동안 운행시간을 예측했다. 분석 결과 서울∼부산 하행구간에서는 19일 오전 11시∼오후 2시에 통행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때 서울을 출발하면 목적지(부산)까지 무려 8시간 12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성묘객이 쏟아져 나오고 역귀성 차량이 더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긴 연휴 탓에 차례를 지내고 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많아 이 시간대 차량 통행량이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귀성길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갈 때 18일 오전 6∼9시, 광주로 갈 경우 18일 오전 5∼8시가 가장 오래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각각 6시간 43분, 5시간 42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귀경길은 구간별로 19일 오전 11시∼오후 2시(부산∼서울), 낮 12∼오후 3시(광주∼서울)에 통행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 꽉 막힌 구간을 피해 우회도로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정체가 가장 심했던 서해안고속도로 매송∼서평택 구간을 통과할 때 국도 82호선 등으로 우회하면 최대 46분이 단축됐다. 경부고속도로는 양재∼안성 구간 대신 용인∼서울고속도로와 지방도 311호선 등을 이용할 때 23분 빨랐다. 영동고속도로는 신갈∼여주 구간 대신 국도 42호선을 이용하면 28분이 단축됐다. 그러나 정체가 풀리더라도 과속은 금물이다. 지난해 추석 때 전국 43개 고속도로 통행실태를 분석한 결과 규정속도를 어긴 차량이 전체의 44%에 달했다. 통행 차량의 절반 이상이 과속을 한 고속도로도 18곳이나 됐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뻥 뚫린 도로를 보면 보상심리가 작용해 운전자들이 과속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경우 사고가 나면 피해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형 monami@donga.com·홍수영 기자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gooddriver@donga.com 독자 여러분 의견을 받습니다}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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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 켜요 착한운전]다가온 설, 안전한 귀향 따라잡기

    매년 설 귀향길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번 설 연휴에도 총 3354만 명, 하루 평균 559만여 명이 대이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휴 기간에는 운전거리나 탑승 인원이 평소보다 늘어난다. 교통정체와 장거리 운전 때문에 사고와 고장 우려가 큰 만큼 미리 자동차를 점검하고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귀성 및 귀경길 안전운전을 위해 운전자들이 미리 알아야 할 내용을 가상인물 ‘김동아’ 씨의 귀향길 모습에 담아 봤다. ○ 안전 귀향은 사전 점검에서 시작 15년 경력의 운전자 김동아 씨(45). 그는 연휴 전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항상 자동차 점검을 받는다. 온 가족이 떠나는 길인 만큼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3년 전부터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에서 무상점검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번에도 연휴를 앞두고 집에서 가까운 서울 노원자동차검사소를 찾아갔다. 검사소 직원들은 장거리 운행에 대비해 타이어 공기압, 부동액, 각종 오일, 등화장치 등을 점검한 뒤 워셔액 보충까지 해줬다. 점검 결과 왼쪽 제동등이 고장 나 있었다. 검사소 직원은 “후미등이나 제동등이 고장 난 채로 야간주행을 하면 추돌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특히 설 연휴에는 장거리 운전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전방상황 인식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운전자들이 많아 후미등과 제동등의 정상 작동 여부를 미리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점검을 마친 김 씨는 편안한 귀성길을 위한 정보 수집에 나섰다. 첫 번째는 일기예보. 날씨만 제대로 알아도 갑작스러운 비나 눈 때문에 고생하는 일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으로 가는 김 씨는 서울 날씨뿐 아니라 중간에 거쳐 갈 지역의 날씨도 골고루 살펴봤다. 설 연휴 시작 전과 막바지에 서울 등 일부 지역에 비나 눈이 온다는 예보도 꼼꼼히 메모했다. 다음은 도로 상황. 김 씨는 혼잡 예상일과 시간대, 도로 등 교통정보를 미리 확인한 후 출발 시점과 경로를 결정한다. 올해는 귀성차량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이는 17일 오전을 선택했다. ○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은 필수 드디어 고향 가는 날. 김 씨 가족은 차에 타자마자 안전띠를 착용했다. 뒷좌석에 앉은 두 아이도 빠짐없이 안전띠를 맸다. 신문에서 뒷좌석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사고 시 중상 가능성이 16배나 높아진다는 실험 결과를 읽은 뒤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반드시 안전띠를 매도록 가르쳤다. 김 씨는 출발에 앞서 미리 내비게이션에 부모님 집 주소를 입력했다. 1년 전 주행 중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다 사고를 낼 뻔한 뒤로 반드시 출발 전에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는 습관이 생겼다. 운전 중에는 아무리 정체가 심해도 디지털미디어방송(DMB)을 시청하지 않는다. 대신 막히는 도로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시시각각 변하는 교통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교통상황 안내전화(종합교통정보 1333), 도로변 전광판(VMS) 등을 통해 제공되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수시로 확인했다. 이 결과 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에서 대전 나들목 구간 정체가 심해 국도 17호선으로 우회해서 통과했다. 장시간 운전 중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2시간에 한 번씩 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했다. 몇 분 일찍 도착하는 것보다 가족들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 2차 사고 예방에도 철저 경부고속도로 동대구 나들목을 지날 무렵 뒤차가 김 씨의 자동차를 ‘쾅’ 하고 들이받았다. 다행히 가족들은 다치지 않았다. 뒤차 운전자는 “졸음운전 탓에 제때 브레이크를 못 밟았다”며 사과했다. 그러잖아도 밀리던 고속도로에 사고가 나면서 정체가 심해지자 다른 차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 씨는 당황하지 않고 신속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고 차량과 현장을 촬영했다. 그리고 갓길로 차량을 이동시켰다. 미흡한 현장조치로 발생할 수 있는 2차 사고의 위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준비해 놓은 비상삼각대를 꺼내 자동차 후방 100m 지점에 설치했다. 가족들은 일찌감치 가드레일 밖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보험회사에 연락해 긴급출동 서비스를 요청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들이 놀라긴 했지만 김 씨의 신속한 대처로 2차 사고 등 다른 피해 없이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재형 기자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gooddriver@donga.com 독자 여러분 의견을 받습니다}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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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갯속 운전, 눈 내릴때보다 위험… 치사율 4.2배

    안개가 끼면 운전자는 시야 확보가 어렵다. 때로는 2∼3m 앞도 보이지 않는다. 도로에서의 사고 위험은 크게 높아진다. 11일 인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대 추돌사고 역시 1차 원인은 짙은 안개였다. 2011년부터 3년간 통계를 분석해 보면 안개 낀 날 발생한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는 10.6명으로 비(2.9명)나 눈(2.5명)이 내린 날보다 훨씬 많았다. 안개 낀 날에는 대형 교통사고가 많이 난다는 의미다. 안개 낀 도로를 운전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서행’이다. 이날 사고가 난 영종대교의 평상시 제한속도는 시속 100km. 짙은 안개 때문에 전광판에 감속을 알리는 문구가 떴지만 상당수 운전자가 보지 못하거나 무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시거리가 20m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시속 40km 이하로 주행해야 사고를 피할 수 있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돌발 상황 때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완전히 멈출 때까지 약 3초가 걸린다”며 “가시거리가 20m라면 시속 39km 이하로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거리 확보도 중요하다. 가시거리가 짧기 때문에 평소의 2배 정도 여유를 둬야 한다. 차로 변경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추월차로 대신 주행차로로 달리는 것이 안전하다. 전조등이나 안개등을 사용하면 다른 운전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비상등을 함께 켜는 것도 좋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주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 청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도 있다. 이날 사고가 난 영종대교에는 안개 대응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로 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은 사고 지점 1km, 2km 후방 두 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사고 피해자 이모 씨(52)는 “전광판은 안개에 묻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앞에서 사고가 났다는 정보를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도로 갓길에 10m 간격으로 악천후나 어두울 때 빛을 내는 동그란 반사체도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안개 낀 도로에서 차가 지나가면 길가에 등이 자동으로 켜져 뒤차의 시야 확보에 도움을 주는 장치도 개발됐지만 영종대교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안개 등 악천후와 관련하여 강력한 교통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개가 매우 짙을 때는 전광판으로 알리는 것을 넘어 도로 운행을 중단하거나 경찰차가 직접 차량을 인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순찰차가 서행하며 앞서가고 일반 차량이 뒤따라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재형 기자}

    • 201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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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묘공원 서성이는 中동포 여성들

    《 6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극장 뒷골목의 한 모텔. 짙게 화장한 50대 후반의 한 여성이 불룩한 가방을 한 손에 든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중절모를 쓰고 오른손에 지팡이를 쥔 70대 남성이 모텔에서 나오자 여성이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 그녀는 “연애(성매매를 이르는 말)는 괜찮았지? 저녁 먹으러 어디로 갈까?”라며 애교를 부렸다. 누가 들어도 중국동포 말씨가 강하게 배어 있는 목소리였다. 》○ 박카스 아줌마, 절반 이상이 중국동포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탑골공원 일대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해온 일명 ‘박카스 아줌마’가 중국동포로 대거 대체되고 있다. 성매매를 하면서 음료수도 함께 판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8년 넘게 종묘광장에서 근무해온 김진수 종묘광장관리사무소 반장은 “전체 박카스 아줌마가 265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 절반이 넘는 150여 명이 중국동포로 바뀐 상황”이라며 “화대가 1만∼3만 원대로 저렴해 노인들이 많이 찾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는 중국동포 박카스 아줌마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로 알려진 한 모텔에서 취재진은 방문을 열고 나온 60대 남성에게 한 50대 여성이 중국동포 말씨로 쪽문의 위치를 알려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근 다른 모텔, 여관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익숙하게 남성 노인들을 이끌었고 모텔 주인과는 중국동포 말투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드러냈다. 2011년 박카스 아줌마 실태조사 논문을 쓴 이호선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는 “거주지가 마땅치 않은 중국동포 박카스 아줌마들이 종묘공원, 동대문 일대의 여관 등에서 합숙하고 있다”며 “함께 사는 동료 한 명이 노인을 데려오면 나머지 사람들이 자리를 비켜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줄면서 엇나간 ‘코리안 드림’ 중국동포 박카스 아줌마가 급증한 것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국내로 들어온 중국동포 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노동력 공급이 늘다보니 임금 등 근무환경이 열악해져 결국 중국동포들이 박카스 아줌마로 나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 국적 동포는 2008년 29만4344명에서 지난해 60만6694명으로 갑절가량으로 늘었다. 내수시장 불황으로 중국동포들이 주로 진출한 식당, 병원, 숙박시설 서비스 업종이 쇠퇴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종묘공원에서 만난 한 중국동포 박카스 아줌마 A 씨는 “1년만 열심히 일하면 (중국에서) 아파트 살 돈을 번다는 말만 믿고 한국으로 넘어왔는데, 턱도 없는 상황이라 이 일에 나섰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식당에서 일했던 그는 “그래도 (박카스 아줌마) 일을 하며 매달 100만 원을 꼬박꼬박 고국에 송금하고 있다”며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만 이 일을 하는 30대 후반 동료도 적지 않다”고 했다.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와 중국동포들의 일자리난이 겹친 기현상”이라며 “노인 성매매에 무관심했던 한국 사회의 빈 곳을 중국동포 여성들이 파고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형 monami@donga.com·강홍구 기자}

    • 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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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닷없는 경적에 깜짝… 스트레스-피로지수 팍팍… 위급한 상황때만 빵빵

    지난해 12월 23일 충남 천안의 한 교차로에서 20대 운전자가 뒤차 운전자를 위협하고 타이어 교체용 공구로 차 뒤쪽 유리 등을 부숴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 이유는 뒤차 운전자의 경적. 교통신호가 녹색으로 바뀐 뒤에도 맨 앞에 서 있는 버스가 출발하지 않는 바람에 서 있었을 뿐인데 뒤차 운전자가 경적을 울려 화가 났다고 한다. 자동차 경적이 도로 위 분쟁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험을 알려 배려의 사인이 되어야 할 경적이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면서 심지어 폭력과 범죄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경적을 때와 장소에 따라 알맞게 사용하는 것이다. ○ 1분에 10번 울리는 자동차 경적 지난달 23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터리. 7개 도로가 만나는 복잡한 구조로 서울의 상습 정체구간. 이곳은 금요일 오후를 맞아 오가는 자동차로 가득 찼다. ‘빵빵’대는 경적 소리가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며 일대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가장 흔한 사례는 빨간 신호에서 녹색 신호로 바뀌기 무섭게 앞차에 경적을 울리거나 끼어들기 한 차량에 위협하듯 연이어 경적을 울리는 모습. 한 택시기사는 앞으로 끼어든 승용차를 향해 아홉 번이나 연속으로 경적을 울렸다. 모 운수의 버스는 ‘저리 비켜’라고 외치듯 경적을 울리며 좁은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도 했다. 110dB(데시벨)에 가까운 버스의 경적 소리에 바로 옆 인도에 서 있던 기자의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이날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1시간 동안 영등포로터리를 지난 운전자들이 울린 경적 횟수는 총 583회. 분당 10번 가까이 울린 셈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경적 사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이날 서울시내 주요 교차로 네 곳(영등포구 영등포로터리, 강남구 교보타워사거리, 동대문구 신설동로터리, 마포구 공덕오거리)을 살펴봤다. 경적 횟수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운전자들이 보여준 경적 이용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같은 시간대에 교보타워사거리, 신설동로터리, 공덕오거리에서는 각각 253회, 91회, 148회의 경적이 울렸다. ○ 경적 소리에 스트레스지수가 ‘1→9’ 이같이 무차별로 울리는 경적은 소리를 듣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경적이 인체에 미치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6일 방송인 박은지 씨와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를 찾았다. 취재팀은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평소 경적 소리에 따른 박 씨의 스트레스지수 변화 추이를 살펴봤다. 박 씨에게 차 안에서 듣는 경적(23∼35dB)과 차 밖에서 듣는 경적(70∼74dB) 소리를 각각 세 번 반복해 3분간 들려줬다. 자율신경균형도측정기를 통해 박 씨의 혈류 속도와 심장 박동수를 측정했다. 경적 소리를 3분간 듣자 박 씨의 분당 심장 박동수가 순간적으로 20회 가까이 높게 치솟았다. 아무 소리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 스트레스지수(0∼10등급)가 ‘1등급(안정)’에서 위험 단계인 ‘9등급’으로 치솟았다. A∼G까지 7등급으로 나뉜 피로지수도 ‘A등급(안정)’에서 ‘E등급(피로)’으로 악화됐다. 배 교수는 “박 씨처럼 경적 소리에 스트레스지수가 급격히 올라가면 면역력 저하, 부정맥 등의 각종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기상캐스터로 일했던 박 씨는 “바쁜 일정에 쫓기다 보니 운전할 때 습관적으로 경적을 울리곤 했는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실험을 마친 뒤 박 씨는 “다른 운전자들을 더 배려하고 행복한 교통문화를 만들기 위해 ‘경적 매너’가 중요하다는 걸 몸소 느꼈다. 꼭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 분노는 버리고 배려의 경적을 울리자 경적은 꼭 필요할 때 사용한다면 서로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지만 남발하면 소음과 고통을 만드는 독이 될 뿐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경적을 사용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기면 승용차 운전자에겐 범칙금 4만 원이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운전자들이 위급한 상황에서만 경적을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갈등을 줄이고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운전자 및 보행자와의 충돌이 우려되거나 자신의 위치를 알리려고 할 때처럼 경적이 위험을 알리는 배려의 신호로 쓰일 때 경적의 순기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 장석용 박사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빨리빨리’문화 때문에 경적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불필요하게 경적을 울려봐야 서로 스트레스만 받고 빨리 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초보 운전자나 고령 운전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느리게 운행하는 초보 운전자에게 경적을 울리며 위협하는 사례가 많아 초보 운전 스티커를 일부러 안 붙이는 운전자도 있다. 안주석 국회교통안전포럼 사무처장은 “도로가 자신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면 마음대로 경적을 울리게 되지만 남과 나눠 쓰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소음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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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 켜요 착한운전]경적 많이 울리는 운전자, 사고도 많아

    나이가 어린 운전자일수록 경적을 더 자주 사용하고 공격적인 운전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적을 많이 사용하는 운전자가 경적 사용을 자제하는 운전자보다 사고 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동아일보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손해보험협회와 공동으로 일반 운전자 150명을 대상으로 경적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국내 언론이 운전자 경적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경적을 남발하는 운전자일수록 연령대가 낮고 운전 경력도 짧았다. 하루 평균 경적 사용 횟수는 20대가 1.07회로 가장 많고 30대 0.98회, 40대 이상 0.66회였다. 또 운전 경력이 15년 이상인 응답자는 하루 평균 0.73회, 15년 미만은 0.97회 경적을 울린다고 응답했다. 경적을 자주 울리는 운전자일수록 사고 경험도 많았다. 실제로 하루 평균 경적을 두 번 이상 울린다고 답한 운전자 가운데 사고 경험이 있는 사람은 73%였다. 반면 아예 경적을 사용하지 않거나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최대한 자제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사고율은 54%였다. 경적 사용이 잦은 운전자일수록 잠재적인 사고유발자가 될 개연성이 높은 셈이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국에서도 경적 사용이 잦은 운전자일수록 공격적인 운전을 해 사고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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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면허 7336차례 빌려 4조원 매출

    무면허 건설업자에게 돈을 받고 불법으로 건설업 등록증(면허)을 빌려준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설업 등록증 대여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이모 씨(60) 등 4명을 구속하고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또 이 씨 등에게 면허를 양도해 준 허모 씨(37) 등 4명은 건설업 등록증 부정 발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 면허 대여업자 30명은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무면허 건설업자들에게 7336회에 걸쳐 건설업 면허를 빌려줬다. 이들은 건당 수수료 200만∼300만 원을 받는 등 총 186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또 이 씨 등은 건설업자들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착공신고를 하면 곧바로 법인 폐업신고를 냈다. 폐업하면 세무서에 매출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잘 적발되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신고하지 않은 매출액이 총 4조200억 원, 누락된 세금이 8100억 원에 이른다. 이 씨 등은 “세금을 탈루할 수 있고 하자보수 등의 책임을 피할 수 있다”며 무면허 건설업자들을 끌어들였다. 김관수 대한건설협회 감사실장은 “일부 건설업자는 하자보수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값싼 자재를 쓰는 등 공사비를 줄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붕괴돼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도 불법으로 등록증을 빌린 무면허 건설업자가 시공한 건물이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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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추행 혐의’ 서울대 교수 측, 2차공판서 혐의 대부분 인정

    6일 서울 북부지법 401호 법정에서 열린 강석진 교수의 2차 공판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성추행 피해 학생들의 구체적인 증언이 속속 공개됐다. 강 교수는 상담을 핑계로 여학생들을 불러내 술을 마신 뒤 추행하는 방식을 써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A 씨는 진학상담을 받기 위해 강남의 한 식당으로 강 교수를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술을 마신 강 교수가 A 씨의 얼굴을 잡아당겨 키스를 하고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를 만진 것이다. 범행 이후에도 강 교수가 계속 연락하며 추태를 이어가자 참다못한 A 씨가 “사모님한테 얘기 한다”라고 말한 뒤에야 연락이 끊겼다. 3년 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A 씨는 관계를 풀어보려 강 교수와 다시 만났지만 이 자리에서조차 강제로 키스를 당했다. A 씨는 “2차 피해를 입고 사실상 진로를 포기했다”라며 “구제불능이라 생각해 더 이상 화를 낼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소속 학과에서 촉망받는 수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 교수는 성추행 당시 학생들에게 저속한 농담도 수차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피해자 B 씨와 술을 마시고 데려다 준다며 같이 걷던 중 공원 벤치에서 B 씨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 했다. B 씨는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와 가슴 등을 만지자 이를 뿌리치려고 했는데 안 놓아줬다”며 “강 교수가 ‘네 가슴이 큰 지 내 손이 큰지 보자’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밖에도 진학상담 중 “나는 와이프가 1순위인데 너는 0순위다”라며 여학생을 끌어안는 등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언행을 자주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2시간여 동안 이어진 이번 공판에서 강 교수는 말 한마디 없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강 교수는 수차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검사가 피해자 A 씨에 대한 성추행 내용을 설명할 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기도 했다. 강 교수의 변호인측은 “공소사실을 반박하기 보단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 중이다”라며 혐의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변호인측은 “강 교수가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해 온 부분은 충분히 감안해달라”며 증인 두 명을 신청했다. 이들은 다음달 18일 오후 3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3차 공판에서 평소 강 교수의 생활방식, 성격 등에 관해 증언할 예정이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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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실을 회장실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공중화장실에 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구다.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니 더 깨끗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을 지켜달라는 의미다. 그러나 막상 공중화장실에서 ‘아름다운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공중화장실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시민들은 ‘악취, 더러움, 충격’ 등 연거푸 부정적인 단어를 나열했다. 변기 밖으로 잘못 조준된 용변과 바닥에 방치된 토사물. 공중화장실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다. 남들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내 것처럼 사용하자’는 사회적 약속이 더욱 잘 지켜져야 하는 공간이 바로 공중화장실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본보 취재팀이 둘러본 서울 곳곳의 공중화장실에선 ‘사회적 약속’이 지켜졌다는 물증을 찾기 어려웠다. 1일 오후 11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의 한 상가 화장실은 입구에서부터 코를 찌르는 소변 냄새가 진동했다. 차례를 기다리던 일부 시민이 잠깐을 참지 못하고 건물 계단에 노상방뇨를 한 탓이었다. 화장실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물을 내리지 않아 변기에는 소변이 차 있었고 휴지통에도 소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자정 무렵 서울 마포구 신촌역에서는 역무원이 코를 움켜쥔 채 화장실 맨 오른쪽 칸에서 빠져나왔다. 해당 칸에는 누군가 구토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서던 대학생 이모 씨(22)는 “한두 번 보는 게 아니다. 뒤처리라도 제대로 하면 불쾌감이 덜할 텐데”라고 말했다. 술집이 밀집된 지역에서만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2일 새벽 서울 성북구 한 대학 열람실 화장실에는 휴지더미가 흡사 돌무덤처럼 아슬아슬하게 쌓여 있었다. 제때 치우지 않은 탓이겠지만 휴지통이 넘칠 정도가 되면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상식이 이곳에선 통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런 현상이 익숙하다는 듯 쓰레기더미 옆에서 양치를 한 뒤 밤샘공부를 하러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한 상가 공중화장실에는 ‘화장실 쓰레기통에 음식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황당한 문구가 붙어 있었다. 주변 상가 이용객 일부가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번거롭다며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가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건물 경비원 이병록 씨(68)는 “당구장 손님이 자장면을 시켜먹고 남은 음식을 변기에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며 혀를 찼다. 공중화장실의 문을 걸어 잠그면 해결될까. 이태원역 부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용옥 씨(72·여)는 “한때 화장실 문에 자물쇠를 걸어놨는데 결국 문이며 자물쇠까지 박살나는 것을 보고 포기했다”며 “공중화장실을 자기 집 화장실이라 여기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텐데”라고 말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선 공공재를 소중히 다루자는 사회적 약속을 잘 지키도록 해야 한다”며 “공중화장실의 가치를 일깨우기 위해 유료화하는 등의 대책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김재형 기자◇우리 사회에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change2015@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나 사진, 동영상을 보내주시면 본보 지면과 동아닷컴에 소개하겠습니다.}

    • 20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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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 켜요 착한운전]술술… 고개드는 음주운전, 슬슬… 늘어나는 사망사고

    지난달 19일 오후 7시 29분경 강원 인제군 국도 44호선에서 유모 씨(40)가 몰던 그랜저TG 승용차가 도로 연석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6명 중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즐거운 가족여행 귀갓길이 악몽으로 바뀌었다. 같은 달 25일 오전 2시 50분경 전북 전주시 덕진구 운전면허시험장 앞. 이모 씨(46)가 몰던 마티즈 승용차가 1차로에 정차한 20t짜리 지게차를 들이받았다.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이 씨가 사고 당시 내린 비 때문에 서 있던 지게차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올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교통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지난해 36년 만에 5000명 아래로 떨어진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년 만에 다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끊이지 않는 음주운전 사고는 우려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구미시 만취 외제차 추돌 사고가 대표적이다. 3일 오전 구미시 지산동의 한 교회 앞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여고생 3명과 이들을 집에 데려다주던 음악교습소 직원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는 임모 씨(38)가 몰던 승용차가 앞서 가던 이들의 차량을 강하게 들이받으며 일어났다. 피해자들은 모두 정신을 잃었고 불이 난 승용차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졌다. 임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54%.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얼마 전 이슈가 됐던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의 피의자 허모 씨(37)도 소주 4병을 마시고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 모두 “어떻게 운전했는지 모르겠다”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최근 대형 음주운전 사고가 이어지는 이유를 느슨해진 안전 의식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교통안전 의식도 덩달아 높아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잊히고 있다는 것.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세월호 이후 방어운전을 하고 음주운전을 자제하려는 긍정적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습관화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한번 고삐가 풀리기 시작하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7∼12월) 총 음주단속 적발 건수(12만6858건)는 2013년 같은 기간 적발 건수(13만2591건)보다 5000건 이상 줄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1만9422건으로 2013년(1만4666건) 같은 기간보다 32% 이상 증가했다. 설 연휴가 있어 단속 건수가 급증했던 지난해 1월(1만8895건)과 비교해 봐도 약 3% 증가한 수치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대로라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올해 5200명으로 반등할 것”이라며 “사망률을 낮추는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률만 해도 선진국에 크게 못 미쳐 강력한 단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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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취 외제車 추돌에… 경차에 탄 4명 모두 숨져

    만취한 채 외제차를 몰던 30대 운전자가 앞서가던 경차를 들이받아 경차에 타고 있던 남녀 4명이 숨졌다. 3일 오전 3시 36분경 경북 구미시 선산대로의 한 교회 앞에서 임모 씨(38)가 몰던 아우디의 중형차 ‘A7’이 앞서가던 아토스를 추돌했다. 아토스는 부딪히자마자 ‘펑’ 소리를 내며 차체 뒷부분에서 불이 났고 도로 옆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이후 사고 차량 연료통으로 불길이 옮겨붙어 차량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아토스가 완전히 불에 탔고 경북 상주의 한 악기점 직원으로 알려진 주모 씨(35)와 10대 여고생 3명이 불에 타 숨졌다. 구미경찰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불에 탔다”고 말했다. 임 씨의 차는 아토스를 추돌한 이후에도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두 대와 화물차 한 대를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다행히 주차된 차에는 탑승자가 없어 추가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당시 운전자 임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54%였다. 임 씨는 목과 허리 등에 가벼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임 씨를 체포해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했고 추가 조사를 통해 과실 여부를 확인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휴대전화 부품 납품 업체 대표인 임 씨는 경찰조사에서 “주점에서 한두 잔 마신 것까지는 기억나지만 이후에는 어떻게 운전하게 됐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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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구미서 ‘만취운전’ 외제차, 경차 추돌…경차탑승 4명 사망

    만취한 채 외제차를 몰던 30대 운전자가 앞서가던 경차를 들이받아 경차에 타고 있던 남녀 4명이 숨졌다. 3일 오전 3시 36분경 구미시 선산대로의 한 교회 앞에서 임모 씨(38)가 몰던 아우디 승용차가 앞서가던 아토스를 추돌했다. 아토스는 부딪히자마자 ‘펑’소리를 내며 차체 뒷부분에서 불이 났고 도로 옆 전봇대를 들이 받았다. 이 사고로 아토스가 완전히 불에 탔고 운전자 주모 씨(35)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 3명이 불에 타 숨졌다. 구미경찰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불에 타 나머지 여성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차 자체가 심하게 찌그러진 점으로 미뤄 추돌 당시 바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임 씨의 아우디는 아토스와 추돌한 이후에도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두 대와 화물차 한 대를 들이받고서야 멈춰다. 다행히 주차된 차에는 탑승자가 없어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당시 운전자 임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수준인 0.154%였다. 임 씨는 목과 허리 등에 가벼운 상처를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임 씨를 불러 정확한 술을 마시고 운전하게 된 경위와 과실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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