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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4개 지방의료원의 경영실적, 인력 현황, 운영평가 결과 등이 1일부터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rhs.mohw.go.kr)’ 사이트에 공개됐다. 보건복지부는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를 막기 위한 지방의료원 관리 강화 차원에서 정보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방의료원의 정보 공개가 불성실하거나, 허위일 경우 시정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물러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이 지난해 12월 31일 임명됐다. 최광 전 이사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 방식을 두고 복지부와 갈등을 빚고 사퇴한 지 2개월 만이다. 평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분리·독립을 주장했던 문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기금공사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문 이사장은 이날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기금운용의 전문성, 중립성,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라며 “우리가 거인이 된 기금(약 500조 원)에 걸맞은 옷을 입고 있는지, 아직도 어린아이의 옷을 입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야당과 시민사회의 소득대체율(재직 시 소득 대비 퇴직 후 연금 비율) 상향 조정 주장을 인식한 듯 “22세기까지 내다보면서 국민연금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섣불리 연금액을 올릴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문 신임 이사장의 취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경질된 지 4개월 만에 산하 단체 이사장에 복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도처에서 제기됐기 때문. 특히 메르스 방역 현장을 책임졌던 공무원 10여 명은 감사원 감사에 따른 중징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장만 복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후임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진엽 장관은 금명간 문 전 장관을 국민연금 이사장 최종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 청와대가 복지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들이면 이르면 올해 안에 임명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장 공모에는 문 전 장관과 지방대 교수 2명 등 총 3명이 지원했으며 서류 심사에서 1명이 탈락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남은 2명에 대해 21일 면접을 실시하고 복지부 장관에게 최종 복수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직 장관이 바로 산하 기관장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 정치적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문 전 장관은 이 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많이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국민연금 이사장 공개 모집은 문 전 장관 임명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4개월 만에 산하 단체 이사장에 복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 특히 메르스 방역 현장을 책임졌던 공무원 10여 명은 감사원 감사에 따른 중징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장만 복귀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전 장관이 이사장에 오를 경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공사 설립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국민 노후 자산인 국민연금 기금이 지나치게 수익성 위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연금지부는 문 전 장관의 이사장 임명 반대 의사를 밝힌 조합원 3270명의 서명서를 28일 청와대에 제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새 이사장 선임 절차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최광 전 이사장과의 인사 갈등 끝에 연임 불가 통보를 받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최문순 씨(78)는 세상 그 누구보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고교 시절 단거리 육상 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타고난 신체 조건을 가졌고, 지금도 50kg짜리 역기로 매일 운동을 할 만큼 건강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몸매와 근육량으로만 보면 40, 50대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50년 동안 함께했던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 떡을 먹다 기도가 막히는 불의의 사고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최 씨는 “아내를 평생 고생만 시키다 떠나보냈다”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집 밖에 잘 나가지 않고 라면 등으로 끼니를 불규칙하게 때우는 일이 많아졌다. 즐기던 운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밤마다 소주 두세 병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최 씨는 “처음에는 슬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별 후 3개월 정도 불규칙하게 생활하니 ‘이러다 나도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후 동호회에 나가고, 경로당에 나가 봉사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라고 말했다.○ 사별 후 스트레스, 삶 송두리째 흔들어 부부가 같이 늙다보면 배우자가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늙는 것과 같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스트레스의 강도는 노년기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정도로 크다는 게 중론이다. 자녀 없이 노부부만 사는 가정이 늘고, 이웃과의 교류도 점점 줄어드는 것도 배우자 상실에 따른 아픔이 큰 이유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토머스 홈스 박사와 리처드 라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 사망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100점 만점에 100점으로 이혼(73점)을 하거나, 구속(63점) 및 해고(47점)를 당했을 때보다 컸다. 특히 배우자가 암처럼 오랜 투병 끝에 사망하는 경우 후유증이 더 클 수 있다. 병의 진단, 수술, 항암치료, 사망까지 전 과정을 마치 자신이 겪은 것 같은 지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저 병에 걸리면 어쩌지’라는 건강염려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망한 배우자가 아팠던 신체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데, 정작 별문제가 없는 사례도 많다”라며 “평소 투병 과정에서 배우자를 미워하거나 원망했던 사람도, 정작 떠난 뒤에는 상실감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사별 아픔, 면역체계 이상까지 불러 사별 후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본인의 건강도 악화될 수 있다. 영국 버밍엄대 재닛 로드 박사에 따르면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한 상심은 면역체계를 약화시켰다. 사별로 인해 우울증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 혈액 속에 존재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성 백혈구의 활동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호중성 백혈구는 폐렴 등 일정한 바이러스성 감염에 맞서 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1950년대 미국의 유명 가수 조니 캐시는 2003년 아내가 떠난 뒤 4개월 만에 생을 마감했다. 특히 명절, 생신잔치 등 온 가족이 모이는 기간이 지난 뒤를 주의해야 한다. 자식 친지와 지내면서 외로운 감정이 감춰지다가, 다시 혼자가 된 이후 감정이 폭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5년 동안 성인의 경우 명절 연휴 다음 날 자살자 수(41.5명)는 명절 연휴 기간 하루 평균 자살자 수(29.1명)를 크게 웃돌았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 동안 친구나 이웃 등 다른 사람의 처지와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라며 “명절 이후 사별자에 대한 관심과 위로가 더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 사별 후 아픈 건 당연하다? 사별 후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고립’에서 탈피해야 한다. 먼저 오랜 기간 집에 혼자 있는 것을 피해야 한다. 혼자 있게 되면 우울한 기분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최 씨처럼 친구나 동료, 좋아하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말을 참지 않고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울한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경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책보다는 가벼운 소설이나 잡지를 읽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배우자가 죽었으니 아픈 건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우울증을 장기간 방치하다 뒤늦게 병원에 갔다가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우울한 감정이 1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치료의 필요성을 부인할 경우 주변에서 더 적극적으로 상담 및 치료를 권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이성민(가명·32) 씨는 최근 9급 공무원 시험에 낙방했다. 대학 졸업 후 4년 동안 5급 행정고시 기술직에 계속 실패한 뒤 답답한 마음에 지원했으나 이마저도 잘 풀리지 않은 것이다. 이 씨는 30대에 접어든 뒤 뒤늦게 건설사 몇 곳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이 씨는 “기업은 나이 때문에 안 되고, 공무원 시험도 5급은커녕 9급까지 낙방해 사면초가다”라며 “차라리 20대 중반부터 눈높이를 낮춰 중견 건설사에라도 취업할 걸 후회가 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 씨처럼 정규 교육기관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것도 아니면서,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국내에 유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졸 이상 고학력자 중 니트족이 많다는 게 외국과 달랐다. 이는 국회입법조사처가 24일 발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청년 NEET의 특징과 시사점’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5∼29세 청년 대학 졸업자 4명 중 1명(24.4%)이 니트족이었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39.2%), 터키(24.5%)에 이어 조사대상인 OECD 주요 14개 국가 중 3번째로 높았다. OECD 평균(12.9%)의 약 2배다. 중졸→고졸→대졸 등 학력이 증가하면서 니트족 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특이한 지점이다. 국내 중졸자는 5.1%만 니트족인 반면, 고졸자(22.9%) 대졸자(24.4%)는 비율이 더 높았다. 고학력자일수록 니트족 비율이 떨어지는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과 대조적이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은 “고학력자들이 취업 준비 기간을 늘리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으려는 경향이 높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니트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영국 등 저학력 니트족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단순 직업 훈련 강화를 통해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국내 상황은 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장기 취업준비를 통해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문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 팀장은 “임시직이라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동아일보는 연중기획 ‘2015 건강 리디자인’을 통해 가족력(‘당신의 건강가계도를 아십니까’)과 소아 비만(‘아이건강 평생건강’), 3040 직장인 생활습관 개선(‘당신의 노후건강, 3040 때 결정’), 노년 건강(‘70대는 100세 건강의 골든타임’) 등 4대 건강 프로젝트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독자 체험단 118명과 의료진 32명 등 총 150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함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개선책을 찾는 과정을 지면을 통해 공유하면서 생생한 건강정보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5대 질환 가족력 ‘맞춤형 컨설팅’ 가족의 병력 체크는 가족력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 사전 조치. ‘당신의 건강가계도를 아십니까’는 심근경색과 대장암, 뇌출혈, 당뇨병, 고혈압 등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5대 질환의 가족력을 상세히 다뤘다. 실제 3대 이상 같은 질환이 나타난 가정을 찾아 전문의와 영양사, 운동처방사가 함께 진단하는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했다. 박주진 씨(36)는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담배도 전혀 피우지 않으며 매일 운동을 했지만 30대에 대장암에 걸렸다. 아버지가 50대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가족력이 있다. 영양팀은 박 씨와 함께 장을 보고 좋은 식재료를 선별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박 씨는 “견과류를 자주 먹는데, 이를 실온에 오랫동안 보관하면 ‘아프라톡신’이라는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실제 사례를 토대로 활용도 높은 건강관리 비법을 소개해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 집밥과 운동으로 소아 비만 퇴치 ‘아이건강 평생건강’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 비만에 대해 다뤘다. 소아 비만은 성인이 된 이후 각종 성인병이 나타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관리를 해줘야 한다. 본보는 올 3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과 함께 서울 도봉구 가인초등학교의 3학년 학생 92명을 대상으로 신체 발달 검사를 진행했다. 비만에 해당되는 학생은 18명(19.5%)으로 5명 중 한 명꼴이었다. 이 중 고도비만에 해당되는 학생 3명과 보건교사의 추천을 받은 6학년 고도비만 학생 1명 등 4명을 선발해 7개월 동안 서울아산병원 전문의와 영양사 등으로 구성된 특별치료팀에서 관리를 받도록 했다. 대책으로는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주로 먹일 것과,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을 가족 모두가 함께하라는 등 가족이 함께해야 하는 것들이 주를 이뤘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4명 모두 키는 컸지만 몸무게는 거의 늘지 않았고,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도 좋아졌다. 조자향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전임의는 “소아 비만은 무조건 체중 감량을 하면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몸무게는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키를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데 아이들 모두 합격점을 줄 만하다”고 말했다. ○ 3040 생활습관 개선 ‘1대1 원칙’ ‘당신의 노후건강, 3040 때 결정’ 편은 직장 생활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는 30, 40대의 기본적인 건강 리디자인을 위한 시도였다. 30, 40대가 어떻게 하면 현재보다 바람직한 △수면 △식사 △음주·회식 관련 습관을 갖출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또 30, 40대를 위한 스트레스 줄이기와 살 빼기 전략을 함께 소개했다. 완전한 체질 개선보다는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했다. 음주와 야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30, 40대가 ‘한국형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시도할 수 있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알린 것. 당시 소개됐던 △퇴근 때 걷기를 통한 정신 피로 줄이기 △젓가락만으로 식사하기(국물 섭취 줄이기) △1대1 원칙(물 한 잔, 술 한 잔과 야채 한 입, 고기 한 입) △고기를 쌈장에 스치듯 찍기 △가상 식판 그리기를 통한 다이어트 전략 세우기 등은 직장인 사이에서 적잖은 화제가 됐다. ○ 다(多)질환 및 낙상 많은 70대 건강법 ‘70대는 100세 건강의 골든타임’ 시리즈는 정부의 건강정책과 담론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70대를 재조명했다. 전문가들은 60대와 70대의 신체 기능과 질병의 발현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70대는 3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이 함께 찾아오는 다질환자가 급증하고 골밀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낙상 사고가 급증한다. 우울증도 60대보다 2배나 많다. 전문가들은 70대 건강은 60대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고, 특히 관리하면 좋아지니 ‘살 만큼 살았다’고 체념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취지로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진행한 ‘70대 노인 건강 체험단’ 10명은 4월부터 11월까지 맞춤형 건강관리를 받았다. 매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로 건강을 자신했던 이동현 씨(72)는 건강 체험단 과정에서 심장동맥 협착증이 발견돼 운동 강도를 낮추면서 심근경색 위험을 낮췄다. 고기를 거의 먹지 않다가 단백질 부족 판정을 받은 박용규 씨(72)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려 체중은 유지하면서 근육량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 초등생부터 어르신까지… 독자 참여로 생생정보 ▼전문가 “건강100세 멘토역할 톡톡” 올해 동아일보는 독자들과 함께하는 건강 리디자인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의 ‘건강 가이드북’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독자와 같이 호흡하는 기획이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상급의 의료진과 체험단이 함께 만든 건강 리디자인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생생한 건강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역시 “건강 리디자인은 독자들이 참여해 실질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줘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절감에도 크게 기여했다”라고 평가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쏠쏠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은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많은 건강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정보 중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면서 ‘건강 리디자인 프로젝트’는 독자들에게 맞춤형 건강 멘토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70년을 사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어렵고 드문 일인데 올해 동아일보의 건강 리디자인을 보면 답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리즈 가운데서는 ‘아이건강 평생건강’ 시리즈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이기형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회장은 “아이건강 평생건강 시리즈는 학생들의 생생한 비만 프로젝트 참여 사례를 통해 날로 증가하는 소아청소년 비만과 합병증 위험을 알렸다”면서 “올바른 성장에 대한 부모의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기획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영서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장도 “캠페인에 참여한 아동들의 개선 결과를 통해 소아 비만의 치료는 아동 혼자의 노력이 아니라 가족의 관심과 도움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새해에도 생생한 사례 중심의 건강 기사가 계속됐으면 한다는 바람이 있었다. 김희중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건강 리디자인 시리즈를 통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성질환을 비롯해 다양한 건강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 점과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를 해준 점이 좋았다”면서 “앞으로 성별, 연령별로 좀 더 다양하고 세분화된 건강정보를 줄 수 있는 건강 기사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smiley@donga.com·이세형·유근형·김수연 기자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재정 갈등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23일 3∼5세 누리과정(무상보육)의 내년도 예산 편성을 끝내 거부했다. 반면 보건복지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청년수당 예산은 반영됐다. 영유아 67만 명의 보육료 지원이 당장 끊길 위기란다. 박 시장이 ‘엄마 표심 이탈’이라는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청년수당은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쯤 되니 예산 갈등은 단순한 ‘쩐의 전쟁’의 차원을 넘어서는 형국이다. 선거를 겨냥해 자신만의 업적을 각인시키기 위한 위정자들의 정치적 플랜이 국민 복지를 볼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과 의구심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권의 주요 대권 주자인 박 시장에겐 대표 브랜드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청년 실업 문제가 시대적 과제로 대두된 지금 청년수당은 박 시장에겐 청년 표심을 공략할 대단히 매력적인 카드임에 틀림없다. 박근혜 정부와 여권은 청년 실업 문제의 해결이라는 시대적 요청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야권 주자인 박 시장의 ‘나홀로’ 치적 쌓기에 힘을 실어주는 건 곤란하다. 정부가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해 지자체 복지를 차단하는 것도 그런 맥락 때문일 것이다. 무상보육 갈등도 비슷한 정치적 프레임이 투영돼 있다. 무상보육 0∼5세 전면 확대는 사실 박 대통령의 작품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직장인과 전업주부에 차등을 두고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반대를 물리치고 전면 확대를 강행했다.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여야의 명운을 건 대권 싸움 앞에선 이견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약속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긴다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자체에 예산 부담을 지우더라도 전면 무상보육 기조를 깨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박 시장은 이런 누리과정 예산의 문제점과 갈등을 박근혜표 복지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는 듯한 인상이다. 국민 복지가 정치공학에 의해 춤추고 있다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복지의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은 사실 복지 개혁을 가장 혹독하게 진행한 나라다. 1990년대 경제 침체 이후 실업급여 등 현금 복지를 하향 조정하고, 대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서비스 복지는 유지했다. 당시 사민당을 필두로 한 좌파 진영도 개혁에 동참해 현 스웨덴 복지의 근간을 세웠다. 반면 정권 교체 때마다 새 복지를 누더기처럼 확대했던 그리스는 결국 재정위기에 빠져 나라가 거덜 났다. 지금도 이익단체와 정파적 이익에 갇힌 정치인들 사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먼저 누리과정 예산의 정부 부담을 늘리겠다고 선언하면서 지자체와의 대화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박 시장은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대권의 꿈을 이루게 되면 전국의 청년을 상대로 수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해 보면 어떨까. 정치라는 선글라스를 벗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복지는 요원하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넘게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이 발전하고 조기 암 진단이 확대되면서 암이 더이상 불치의 병이 아닌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22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3년 암 발생 현황’을 발표했다. 전체 암 발생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3년 인구 10만 명당 암 환자 수는 311.6명으로 2011년(324.2명) 최고점을 찍은 이후 2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 과잉진료 논란을 빚고 있는 갑상샘(선)암의 경우 2013년 처음 환자가 감소했다. 또 암에 걸려도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2013년 암을 진단받은 사람이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은 69.4%로, 2001∼2005년(53.8%)보다 15.6%포인트 높아졌다. 국내 암 5년 생존율은 미국(66.5%), 캐나다(63%), 일본(58.6%) 등 의료 선진국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갑상샘암 환자들의 경우 5년 생존율이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보다 약간 높았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갑상샘암 환자들은 건강관리를 더 철저하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생존율이 높았다”면서 “국가 암 검진과 암 치료법을 더 발전시켜 갑상샘암처럼 생존율을 더 높여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은 국내 보건의료 체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2002년 김대중(DJ) 정부가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을 허가한 이후 13년 동안 논란만 거듭하다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지 못했다. 정부가 18일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인 뤼디그룹의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하면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의 보고가 될 것인가? 의료 영리화의 신호탄이 될 것인가? 1호 투자개방형 병원 탄생의 기대와 개선 방향을 전망해 봤다. 》 “제주도에 중국계 자본이 투자한 병원이 생기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 오래 머물게 될 것이다.” 중국인 후안 왕 씨(35)는 지난해 제주 서귀포시의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서귀포는 제주영어교육도시 등 영어교육 시설까지 풍부해 휴양과 교육을 겸할 수 있는 장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왕 씨는 “제주도는 그동안 중국 친화적이라는 느낌이 부족했다”며 “2017년 중국계 병원이 생기면 중국인들이 더 좋은 감정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국내 거주 중국인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 중국계 외국인 병원이 들어서면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국내에 장기 거주하는 중국인과 관광객들에게 ‘한국은 안심할 수 있는 나라’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이는 한국행을 망설였던 중국인 관광객과 환자들의 제주행을 결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에 편중된 제주도 내 의료관광객이 서귀포로 분산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제주도가 이 병원을 통해서만 연간 1만 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의료계에 남아 있던 ‘한국은 의료법 규제가 심해 진출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도 줄어 앞으로 다른 경제자유지역의 외국병원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개방형 병원 중장기 마스터플랜 필요 1호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이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녹지국제병원은 진료과목이 4개(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로 47병상의 소형병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국인이 이 병원에 가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방문객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녹지국제병원 하나만으로는 국내 의료비가 오르고 건강보험 체계가 위협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병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국내 대형병원들이 외국 자본과 합작 투자를 통해 대형 투자개방형 병원을 세울 경우가 문제다. 이럴 경우 국내 고급진료 수요가 커지면서, 병원들이 의료의 공공성보다는 수익 추구에 집중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의료 체계 내에서 몇 병상까지 투자개방형 병원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 안전 관리 사각지대 우려 또 투자개방형 병원이 과연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도 우려된다. 국내 병원들은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진료비 심사를 통해 적절한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하지만 투자개방형 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를 하기 때문에 불법 줄기세포 시술과 같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진료 적절성에 대한 관리는 중앙 정부가 아닌 제주도 소관이라 관리망이 허술한 편이다. 김건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투자개방형 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나갈 때 중앙의 심평원 인력이 동행하는 등의 보완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의사 진료 세부 허가기준 필요 의료진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특별자치법에 따르면 투자개방형 병원에 근무하는 외국인 의사는 국내 의사 면허가 없어도 된다. 자격 및 경력의 제한을 받지도 않고, 관련 서류를 제주도에 제출하고 허가받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전문의가 아니고, 경험이 적어도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 특히 중국에서 중의학을 전공한 한국인들도 이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다. 홍민철 한국의료수출협회 사무총장은 “중국은 의사가 귀하기 때문에, 우수한 중국 의사가 국내까지 들어와 진료를 할 가능성은 낮다”며 “질 낮은 의사를 걸러내기 위해 외국인 의사의 국내 진료 허가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최대한 한국 의사를 중용해 의료의 질을 담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복지부 관계자는 “주 인력은 한국인 의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 의사들이 국내에 들어와도 한국 의사의 보조 역할밖에 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저는 꼭 살아야 해요. 딸이 아파서 제가 지켜야 돼요. 헌데 다른 데서는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해요.” 올해 8월 최석철 유성선병원 부인암센터 소장을 찾아온 난소암 환자 박언정 씨(40)의 말투엔 절박함이 배어 나왔다. 서울 경기의 이름난 대형 대학병원 5곳을 거치며 치료를 받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 이름난 대형병원 5곳 돌아 박 씨는 이미 병원 생활에 이골이 나 있다. 지난해 5월 A병원에서 난소암 3기 판정을 받고 응급으로 바로 수술을 받았지만, 종양을 모두 제거하지 못했다. 암이 다른 장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A병원은 절제 부위가 넓을수록 출혈의 위험과 합병증 우려가 크기 때문에 남은 종양은 수술 후 항암치료로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병원의 소극적인 치료에 위기감을 느낀 남 씨는 6월 B병원에서 복막에 남아 있던 암도 제거했다. 하지만 우리 몸에 가장 큰 동맥인 대동맥, 하대정맥 주변까지 전이된 암까지 제거하진 못했다. 이곳을 섣불리 만지다가 터지면 과다출혈로 즉사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 이후 C, D, E병원에서 항암치료를 이어갔지만 암 덩어리는 줄지 않았다. 박 씨는 “수술은 안 되고, 항암치료는 말을 듣지 않았다. 절망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남동생의 손에 이끌려 최 소장을 찾아가는 차 안에서도 박 씨는 반신반의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 한편에서는 ‘서울 유명 병원에서도 못 고친 병을 대전에서 고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도 컸다. 최 소장의 눈에도 상황은 심각해 보였다. 항암제를 써도 암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이미 암 세포가 내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1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최 소장은 “돌고 돌아 나한테까지 오는 경우는 많지만, 병원을 5곳이나 거친 환자는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수술 중 위험할 수도 있고, 수술 후 암이 재발할 가능성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존의 희망이 사라진다”며 수술을 결심했다.○ 10시간에 걸친 대수술 최 소장은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진행했다. 대동맥과 하대정맥은 출혈이 있을 경우 위급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에 더욱 긴장이 됐고 세심한 기술도 필요했다. 더구나 수차례 항암치료를 받아 암 덩어리들은 시멘트처럼 굳어 떼어 내기가 더 어려웠다. 최 소장은 정교한 기술로 척추에 고정된 대동맥과 하대정맥을 분리해 들어 올렸다. 그런 뒤 대동맥과 하대정맥 주변의 암 덩어리를 일일이 제거했다. 수술 후 4개월, 암 수치는 정상화됐고, 아직 재발하지 않았다. 난소암이 광범위하게 전이됐을 경우 이처럼 수술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선 출혈로 인한 위험성이 크고, 암 제거 부위가 넓을수록 합병증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사람마다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가 다를 수 있는데, 내게 최선은 현존하는 최선의 수술법으로 암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대한 종양을 남겨두지 않는 게 생존율이 높은 편이다. 브리스토프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에 따르면 전이된 암을 50%만 제거했을 때보다 최적수술(눈에 보이는 암을 100% 제거)했을 때 생존 기간이 약 33% 늘어난다.○ 오피스텔 마다하고 병원에서 숙식 서울에 집이 있는 최 소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병원 검진센터의 입원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병원 측에서는 오피스텔 제공을 제안했지만, 최 소장은 더 많은 환자를 보고,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부인암은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하고, 응급 시 출혈이 많아 1분 1초가 위급하기 때문이다. 최신 수술법을 익히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최 소장은 2004년 독일 라이프치히대학의 호켈 교수에게 ‘확대 골반 절제술(리어 수술)’을 배우기 위해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리어 수술은 골반벽까지 전이된 암 환자의 수술법으로, 최근까지 국내에서는 골반까지 전이될 경우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최 박사는 헤켈 교수의 수술 장면을 보고 싶어 보조를 자청했지만, 독일 의사 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최 소장은 당시 수술장에서 막대기에 카메라를 매달아 사다리를 올라탄 채 14시간 동안 수술 장면을 녹화해 공부했다. 최 소장의 수술을 향한 열정과 소신 진료가 알려지면서, 전체 진료인원의 15%는 서울 경기에서 온 환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최 소장은 “앞으로 길어봐야 수술할 수 있는 시간이 15년 정도다”라며 “박 씨의 사례처럼 꺼져가는 희망을 되찾아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용한 살인범’ 난소암… 조기 발견하면 80∼90% 완치 기대 ▼난소암은 다른 부인과 암과 달리 초기 자각 증상이 없는 편이다. 암 선고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골반이 불편했다”, “하복부가 가끔 아팠다” 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자궁경부암은 일반인이 많이 알고 있는 자궁경부세포진 검사로 선별 검사를 할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난소암의 경우는 확립된 선별 검사조차 없다.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난소암을 ‘조용한 살인범(Silent killer)’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 때문에 난소암은 다른 이유로 산부인과 진찰을 받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되면 80∼90%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정기적인 부인과 진료 및 초음파 검사가 난소암의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매년 자신의 생일이나 특정일을 정해 놓고 난소암을 비롯한 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력이 있을 경우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난소암은 폐경 전후 또는 폐경기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하나 최근 젊은 여성에게서도 발견된다. 어머니 또는 자매가 난소암 병력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3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대전=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나이가 들면 고기를 멀리해야 할 줄 알았는데….” 박용규 씨(72)는 2004년 교직에서 정년퇴임하면서 굳은 다짐을 했다. 건강한 은퇴 후 삶을 위해 평소 즐기던 고기 섭취를 줄이기로 했다. 외식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는 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다. 박 씨는 이 다짐을 수년째 고수해 왔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삼성서울병원이 함께 진행한 ‘70대 노인 건강 체험단’에 선발된 뒤 이런 식습관이 잘못된 상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4월 첫 영양 및 식생활 평가에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기 무조건 줄이면 위험 키 162cm, 몸무게 55kg인 박 씨는 하루에 55∼68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지만 평균 섭취량이 50g에 불과했다. 육식을 줄이면서 등 푸른 생선 등 다른 동물성 단백질 섭취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습관이 장기화되면 근육량이 줄어 관절 계통에 문제가 생기거나, 대사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 단백질 섭취량의 70%를 식물성 단백질로 섭취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에 비해 필수 아미노산을 적게 함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전체 단백질 섭취량의 70%를 동물성으로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치의인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건강을 위해 고기를 안 먹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 잘못된 상식이다”라며 “장기화될 경우 삶의 활력이 떨어지고,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까지 높아진다”라고 경고했다. 영양 평가 후 박 씨는 단백질 섭취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아내에게 기름기가 없는 쇠고기 부위를 수육 형태로 조리해 달라고 부탁해 주 1, 2회 먹었다. 손질이 편한 노르웨이산 가공 고등어를 박스로 주문해 주 4회 이상 먹었다.○ 숟가락 없이 식사하기로 국물 섭취 줄여 박 씨는 단백질뿐 아니라 칼슘 섭취도 부족했다. 퇴직 전에는 학교에서 우유를 매일 1팩씩 마시며 칼슘을 보충했지만, 은퇴 뒤 우유마저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영양 평가 후 외출 시 뼈째 먹는 건멸치를 들고 다니며 칼슘을 보충했다. 안 좋은 식습관도 대폭 개선했다. 김치찌개 고추장찌개 등 짠 국물을 즐기던 습관을 고치기 위해 숟가락 없이 밥 먹기를 실천했다. 밥을 국에 말아 먹거나 남은 국물을 후루룩 마시는 습관도 버렸다. 그 결과 4월 식생활 평가 결과 ‘70대 노인 건강 체험단’ 중 최하점인 11점을 받은 박 씨는 11월 최종 평가에서는 3점을 받아 상위권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체중은 유지되면서도 근육량(수분 포함)은 40.9kg에서 42kg로, 골격근량은 23.8kg에서 24.3kg으로 늘었다. 박 씨처럼 70대 노인은 60대 때보다 육류, 칼슘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70대는 근육량과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신체 변화로 인해 70대부터는 낙상(落傷) 사고가 많아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낙상을 경험한 비율은 60대에는 16.7%지만 70∼74세는 20.2%, 75∼79세는 25.1%까지 늘어난다. ○ 70대, 현미가 싫다면 흑미라도 주식인 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신체 기능에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흰 쌀밥만 고집해서 먹을 경우 식이섬유, 무기질, 비타민 섭취가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변비 등 배변 장애가 심해질 수 있다. 현미, 흑미, 콩, 팥 등이 고루 섞인 잡곡밥을 권장하는 이유다. 현미와 흑미는 100g당 식이섬유가 3.8g으로 백미(1.3g)의 3배 이상이다. 무기질과 비타민도 풍부하다. 반면 탄수화물도 100g당 75g으로 백미(79g)보다 적게 함유하고 있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을 예방하고,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데 유리하다. ▼ [영양사 한마디]“섭취 열량중 탄수화물 비율 70% 이하로 줄여야” ▼대부분 70대 노인들은 영양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살 만큼 살았다’라는 생각에 자기 몸을 돌볼 생각을 안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70년 동안 가져온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70대야말로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식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70대는 특히 몸의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사람에 비해 더욱 풍부한 영양이 공급돼야 한다. 10만 km 이상 달린 자동차에 더 많은 기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특히 70대는 대사 및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근육량과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단백질, 칼슘, 식이섬유, 비타민이 골고루 공급돼야 한다. 국내 70대 노인들은 전체 열량의 약 73%를 탄수화물로 섭취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70% 이하로 줄여야 한다. 대신 단백질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채소를 김치로만 섭취하려는 경향도 개선하는 것이 좋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유소영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사}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달째 공석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지원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국민연금 기금공사화라는 미션을 부여받은 문 전 장관이 사실상 내정된 가운데, 형식적인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민연금 수장으로서의 적격 여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문 장관의 행보에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 현장 공무원들의 잘잘못을 따지는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감사원의 메르스 감사 결과가 24일경 발표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장,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국장급 인사 3명을 포함해 10여 명이 중징계(해임, 정직, 감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메르스가 본격 확산된 6월 이후에 수습 차원에서 뒤늦게 차출된 인력, 권한이 비교적 적은 비정규직 조사관도 징계가 예고된 상황이다. 선원들은 무더기 징계를 받는 상황에서 선장만 금의환향(錦衣還鄕)하는 이상한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 핵심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에 뛰어든 사람들은 징계를 앞두고 있는데, 가장 책임이 무거운 소방청장은 현직에 복귀하는 건 난센스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상한 인사가 현실화될 경우 위기 상황에서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될지도 걱정거리다. 현재 메르스 발생국에서 하루 평균 1500명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고, 의심환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신종 감염병은 화재처럼 언제든 다시 발생할 것이고 사망자가 나오는 일도 재연될 수 있다. 누군가는 현장에 투입돼 방역 전선을 지켜야 할 상황이 반드시 온다는 의미다. 하지만 방역 책임자는 살아남고, 현장을 지킨 공무원들은 해를 입는다면 누가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 뛰어들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 방역 인사들의 실책이 드러나 징계를 받는 과정이라면, 그 수장이던 문 전 장관도 자중하는 것이 도리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악수(惡手)를 정부도 그만 거두는 게 순리다.유근형·정책사회부 noel@donga.com}

“설마 여자가 비뇨기과에 갈 줄이야.” 조기에 진단이 쉽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여성들은 처음부터 비뇨기과 질환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뇨기과는 남자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비뇨기계에 통증이 있어도 산부인과, 내과부터 갔다가 뒤늦게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일도 있다. 남성들도 내과 이비인후과 등에 비해 유독 비뇨기과에 가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김장환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에게 가장 흔한 비뇨기 질환인 방광염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봤다. Q. 방광 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A. 방광에 일시적으로 균이 침투해 번식을 하게 되면, 소변을 자주 보고 통증이 커질 뿐 아니라 잔뇨감도 느끼게 된다. 이를 단순 방광염이라고 한다. 하지만 균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하루에 8회 이상 자주 소변을 보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해 볼 수 있다.단순 방광염과 과민성 방광에 대한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되거나, 소변에서 피가 발견되면 남녀 불문하고 비뇨기과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단순 감염이 아닌 방광결석(방광 내 돌이 있는 경우) 또는 방광암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Q. 간질성 방광염이 늘고 있다는데….A. 특히 발병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는 간질성 방광염이 최근 늘고 있다. 간질성 방광염이란 방광통증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배뇨장애로 빈뇨, 절박뇨, 방광통, 골반통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방광 내에 여타의 감염 질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방광의 점막이 파괴거나 기능이 약해져 방광의 감각을 변형시키고 크기마저 줄어드는 질환이다. 성행위로 인해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하며, 여성의 경우 생리를 할 때 악화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여성에게만 주로 발병했지만, 최근에는 남성 환자도 늘고 있다.Q. 간질성 방광염은 어떻게 관리하나? A.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알코올, 인공감미료, 카페인, 탄산음료, 감귤류의 음료, 매운 음식 등은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소변의 농축을 막아야 한다. 가급적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약물 치료, 수압을 이용한 방광용적 확대술, 방광절제술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장을 이용한 방광 확대술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법은 개개인의 상태를 고려해 전문의와 상의 후 진행해야 한다.Q. 과거에는 방광염 검진이 무척 고통스러웠다는데….A. 방광은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는 검진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요도에 방광경을 주입해 직접 육안으로 검진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직경이 약 0.5cm에 금속 재질인 방광경을 요도에 주입하는 건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다. 국소마취 후 방광경을 주입하지만, 출산의 고통보다 더 아프다는 환자들도 있을 정도다. 해외에서는 전신마취 후 방광경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전립샘(선)이 비대해 요도가 좁은 환자들은 더 고통이 심했다. Q. 연성 방광경이란…? A. 최근에는 위 내시경에 투입되는 것과 비슷한 연성 방광경이 개발돼 보급되고 있다. 고통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게 환자들의 주된 반응이다. 기존 방광경은 금속 재질이기 때문에 요도 속에서 휘지 않았지만, 연성 방광경은 고무 재질로 요도 내에서 자유 자재로 휜다. 특히 연성 방광경은 유연하게 움직이는 플렉서블 스코프(flexible scope)와 각진 모서리를 제거한 새로운 선단부를 통해 부드럽게 비좁은 요도를 통과할 수 있다.Q. 연성 방광경의 장점은…? A. 방광 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진단율도 높일 수 있다. 기존 방광경은 방광 안 곳곳을 관찰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연성 방광경은 휘기 때문에 방광 내 곳곳을 볼 수 있다. 특히 올림푸스 제품은 시야각이 120도에 이르고, 자유자재로 휘기 때문에 방광 내 사각지대의 환부까지 찾아낸다. 또 내시경에 화질과 밝기를 높여 더 자세하게 방광 내 증상을 확인할 수 있다. Q. 이런 장점이 많은데도 아직 연성 방광경이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는…?A. 현재 연성 방광경 검사와 기존 방광경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다. 환자도 두 검사법 모두 같은 비용을 내고 있다.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고가의 연성 방광경을 도입할 동기가 부족한 편이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만 연성 방광경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성 방광경이 환자의 고통을 획기적으로 경감시키는 만큼 조금의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서 행복합니다.” 프로야구 한화의 안방인 대전야구장에서 주요 승부처마다 이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기고 있을 때나 지고 있을 때나 마찬가지다. 응원가가 처음 만들어진 2011년 무렵엔 패색이 짙을 때 이 노래가 나오면 화를 내는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이 노래는 패배에 지친 한화 팬들을 치유하는 위로가 됐다. 한화의 응원단장 홍창화 씨(35)는 “처음 ‘행복하다’라는 응원가가 나왔을 때 팬들이 쑥스러워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팬들이 이 노래를 힘차게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나는 행복하다”고 대놓고 말하는 데 익숙한 이는 많지 않다. 좋은 감정을 느껴도 이를 억제하고 숨기는 게 몸에 밴 탓이다. 겸양지덕(謙讓之德)을 미덕으로 삼는 전통문화의 영향이다. 군사정권 시절 일부에서는 ‘행복하다’라는 말 자체를 금기시하기도 했다. ‘배부른 사람, 부르주아, 나만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이나 쓰는 말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행복을 말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가 됐다. ○ 표현할수록 커지는 행복 성장의 시대를 넘어 행복의 시대로 가기 위해선 ‘행복하다’라는 표현에 친숙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개인의 행복감 표현을 억누르는 사회 분위기에선 진정한 행복을 찾기 어렵다. 한화 팬들이 ‘행복하다’라고 함께 노래를 부르면 행복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처럼 긍정적 감정이 생기면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행복감이 배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동아일보는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에서 나타난 한국인의 행복지도를 바탕으로 딜로이트컨설팅,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팀, 대한신경정신건강의학회와 함께 ‘행복 표출하기’처럼 작지만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행복 10대 제언’을 마련했다. ‘행복감 표현하기’의 효과는 의학적으로도 입증됐다. 행복, 즐거움 등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과거의 즐거운 기억을 저장하는 뇌의 해마, 감정을 조절하는 뇌 전두엽을 자극한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인 세라토닌이 더 많이 분비돼 행복한 감정이 증폭된다. ‘행복하다’라고 말할수록 ‘행복 호르몬’이 더 생성되는 것이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분이 나쁠 때 행복을 강요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지만 행복한 감정을 느낄 때 이를 깊이 음미하고 표출하면 일종의 자기최면 또는 자기암시 효과가 나타나 행복의 총량이 커진다”고 말했다.○ 비교 분노를 넘어 나에게 집중하기 ‘행복 10대 제언 선정단’은 한국인의 행복을 가장 크게 저해하는 ‘비교하는 습성’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나의 행복을 내 안에서 찾는 작업이 1차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선정 작업에 참여한 곽금주 교수는 “한국인은 일제강점기에는 생존에 대한 분노, 경제성장기에는 성장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는데, 21세기에는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비교분노에 휩싸였다”며 “진정한 행복을 위해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나의 행복을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전화기를 끄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한 달에 한 번 자신을 위한 선물하기 △한 달에 한 번 자원봉사 또는 기부하기 △10년, 20년 뒤의 내 모습을 그려보고 때때로 수정하기 등이다. 동행지수에 따르면 나를 위한 투자를 많이 할수록 행복했다. 특히 나를 위한 일 가운데 돈을 쓰는 것보다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행복 요인이었다. 나를 위한 소비를 적게 하더라도 시간을 많이 갖는 사람의 행복지수는 56.56점으로 소비는 많이 하지만 시간이 없는 사람(51.74점)보다 높았다. 장기적인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것도 행복의 중요한 밑거름이다. 먼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의 동행지수(59.06점)는 가까운 미래만 보는 사람(55.36점)보다 높았다. 30, 40대 또는 가정을 이룬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69.09점)은 관심이 없는 사람(46.97점)보다 행복했다. 또 새로운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행복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전화 한 통으로 도전해 행복 찾기” 봉사, 기부 등 타인을 위한 삶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행위’라는 편견도 걷어내야 한다. 동행지수에 따르면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63.35점)은 그러지 않는 사람(49.51점)보다 행복감이 높았다. 특히 월소득이 300만 원 이상이지만 봉사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54.44점)이 300만 원 미만이지만 봉사하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62.44점)보다 덜 행복했다는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남을 위해 마음을 열면 행복해지는 것이다. 강호권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은퇴 후에나 봉사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많지만 젊을 때부터 실천하지 않으면 은퇴 뒤엔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에 ‘자원봉사’로 검색하면 수많은 단체가 나오는데 전화 한 통으로 새로운 삶에 도전해 행복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 “믿을 수 있는 이웃 -정부 -의회… 스트레스 요인 적어” ▼행복도 1위 덴마크의 비결은… 신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①미국 ②중국 ③덴마크 ④대한민국 정답은 ③번이다. 1973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행복도를 조사한 덴마크는 유엔의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2012, 201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1년 중 9개월이 춥고 겨울에는 오후 3시만 되면 해가 지는 나라. 인구가 500만 명밖에 안 되는 덴마크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이유는 뭘까. 행복학자들은 덴마크의 행복 비결로 ‘신뢰’를 꼽는다. 가족, 이웃, 지역사회, 국가에 대한 강한 신뢰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라는 거다. 덴마크 학자 게르트 팅고르 스벤센의 연구에 따르면 세계 86개국 중 덴마크 사람의 78%가 이웃을 신뢰한다고 답해 다른 나라의 평균(25%)보다 크게 높았다. 정부, 경찰, 사법부, 행정부 등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도 역시 84%에 달했다. 토마스 레만 주한 덴마크대사는 “덴마크 사람들은 아이가 자고 있는 유모차를 건물 밖에다 두고 안에 들어가 일을 본다”며 “아무도 이 아이를 데려가거나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웃, 기업, 정부를 믿으면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고 투명성이 높아져 부정부패로 인한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가 국민의 행복을 높이려면 덴마크처럼 국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선 국민 행복을 높이기 위해 불안(不安)과 불만(不滿)에만 집중하면서 불신(不信)에 대한 고민이 적다”며 “정부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게 정책의 일관성, 목표의 현실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 △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사회부=박성진 기자}

‘경제성장→국민행복?’ 그렇지 않다. 저성장, 빈부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이런 기대감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은 경제와의 직접 연계에서 벗어나 정부 차원의 ‘국민행복’ 목표를 제시하거나 ‘어떻게 하면 주관적 행복도를 향상시키나’에 대한 연구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흐름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 최초로 ‘국민행복’을 국정 목표로 내걸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핵심 공약에 ‘국민행복 10대 공약’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국민행복’을 내걸고 △고용복지 △국민안전 △사회통합 △창의교육이라는 4대 세부전략과 65개 과제를 제시했다. 임기 중반을 지난 현재, 그 성적표는 어떨까.○ 행복도 높이는 효과 미미한 국민행복 정책 정부가 국민행복을 꿈꿨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동아일보가 ‘국민행복’ 국정과제에 속한 10개 정책을 전문가 그룹과 함께 점검한 결과다. 10대 정책과 관련해 ‘정책 그 자체로 얼마나 좋은 정책이었나’라는 질문에 6.7점(10점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정책이 실제 국민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나’라는 평가항목에서는 4점에 그쳤다. 정책의 의미에 비해 실제로 국민의 주관적 행복을 높이는 효과는 미미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민행복을 표를 얻기 위한 공약으로 제시하고 국정기조로 삼았지만 실제 내용에선 기존 정책과 차별성이 없었다”며 “처음부터 행복과 정책의 인과관계를 더 생각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는 더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15년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158개국 중 47위(10점 만점에 5.984점)로 2013년(41위) 조사 때보다 더 떨어졌다. 2014년 캘럽헬스웨이의 웰빙지수에서도 한국은 117위로 전년(75위)에 비해 42계단이나 추락했다.○ 이름만 행복정책, 정책 신뢰에 부정적 영향 전문가들은 ‘국민행복’이라는 거시적 국정 목표와 세부 정책과의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행복과 동떨어진 정책들까지 행복정책으로 포장하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만 깎아먹었다는 것. 특히 △국민안전 △사회통합 △창의교육 등 과제는 ‘국민행복’이라는 목표와의 연관성이 가장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회통합 과제는 국민행복에 미친 영향 측면에서 2.2점으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창의교육 과제도 이 부분에서 3.3점으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한숭희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행복이라는 정서적 단어는 사회통합, 교육정책 목표로 삼기에 무리한 용어”라며 “이런 이상적인 목표가 해당 정책의 실천을 더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책 체감도가 비교적 높다고 알려진 고용복지 과제들도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박근혜표 복지의 대표 격인 기초연금(편안하고 활력 있는 노후생활 보장)은 정책 그 자체로는 7.4점을 받았지만, 국민행복과의 연결성 평가에서는 5.7점에 그쳤다. 고용률 70%, 임금피크제 등은 복지정책 중에서도 행복 체감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고용복지 분야의 경우 정책 구호는 거창했지만, 실행 과정에서 공약보다 내용이 축소된 경우가 많아 체감도가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절실한 행복정책 사후관리 전문가들은 ‘행복’이라는 포장지를 정책에 입힐 때엔 더욱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행복정책이라고 이름을 붙이려면 주관적인 국민 행복과의 연관성을 점검해 차별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초구의 간판정비사업과 같은 도시 외관 광고 총량제, 경기 파주의 ‘파주사랑’ 같은 녹지 사업, 저소득층 문화 스포츠 바우처 사업 등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실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책들에만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형주 가천대 교수(건축공학)는 “국민안전 과제는 슬로건은 거창했지만 국민을 진짜 안심시킬 통계수치 제시, 세부 지침 공표, 홍보 작업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각종 정책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지 않으면 ‘행복’이라는 슬로건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거라는 얘기다. ▼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 다시 생각하게 해줘” ▼본보 ‘동행지수’에 쏟아진 관심 “기사를 보면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누군가에게 ‘행복하냐?’라는 질문도 잘 안 하는 시대라고 생각했는데…. 대한민국이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였다.”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은 5회에 걸쳐 보도된 ‘2020 행복원정대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 시리즈를 읽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대한민국이 치열한 경쟁을 하며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국민 행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번 기획을 보며 국회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정책과 법안으로 동행지수를 올리는 데 기여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행복한 개인이 없으면 경제성장, 민주화와 같은 기적도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동아일보의 기획에 감사한다. 나도 ‘행복파’ 정치인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지역, 성별, 경제력 등과 행복의 관계를 상세하게 풀어낸 기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신혼부부가 서울의 전세금이 비싸 불가피하게 충남에 머문다는 내용을 보며 주무 장관으로 안타까웠다”며 “청년 주거 문제 해소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국민 행복을 위해 뛰자는 이들도 있었다. 김인식 프리미어12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가가 발전하려면 국민이 행복해야 한다. 이번 프리미어12 우승과 같은 좋은 성적으로 야구팬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시리즈에 대한 아쉬움과 조언을 해 준 이들도 있었다. 송길원 목사(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는 “행복해지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인 실행법이 소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현대산업개발 회장)은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게 동행지수를 높이는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해 행복지수를 개발한 건 대한민국의 이정표를 제시한 셈”이라며 “앞으로 5년 동안 시리즈가 계속된다니 다양한 행복 추구법이 소개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 △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사회부=박성진 기자}

“한국은 세계 최고의 난임 치료 기술과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말로만 듣다가 직접 보니 정말 대단합니다. 이 기술을 잘 활용하면 저출산 극복에 큰 힘이 될 겁니다.” 난임 치료로 유명한 조 레이 심슨 국제불임학회연맹(IFFS) 회장은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차바이오콤플렉스를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전 세계 난임 치료 강국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연구 기반 시설에 만족감을 표명했다. 조 회장은 “내 가족과 친구들이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한국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라며 “한국이 줄기세포 기술을 더 발전시켜 난임과 연결시킨다면, 현재는 무정자증같이 치료가 어렵다고 믿는 문제들도 해결할 날이 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제10회 환태평양 생식의학회 참석차 방한한 심슨 회장을 만나 난임치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 봤다. Q. 난임으로 진료를 받는 한국인이 연 20만 명이 넘었는데…. A. 아마도 더 늘어날 것이다. 심각한 것은 자신들이 난임이라는 사실을 아는 부부가 실제 난임 부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난임에 대한 낮은 인식과 오해, 사회적인 분위기나 개인적인 치료 장벽 때문이다. 실제로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난임 부부의 20%만이 상담을 받고 그중에서도 일부만이 산부인과나 난임 클리닉을 찾아 치료를 받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으면 임신 가능성이 더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1년 정도 시도해도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정부도 난임부부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Q. 현대 사회에서 난임이 늘어나는 이유는…. A. 남성의 경우 정자 생성 기능이 떨어지거나 정자 배출이 어려울 때, 전립샘에 염증이 있거나 호르몬 이상 등의 질환이 있을 때 난임이 생길 수 있다. 여성은 배란 장애를 겪거나 난관이 막혀 유착이 있거나 자궁내막에 염증이 있으면 난임에 빠질 수 있다.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초산이 늦어지는 것도 난임이 늘어나는 요인이다. 월경을 하면 혈액이 난소, 나팔관으로 역류해 자궁내막증이 쉽게 발병한다.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결혼은 늦게 하면서 자궁내막증이 발병하는 기간이 30, 40년 전에 비해 길어지고 있다. 예컨대 1970년대만 해도 17세에 초경을 해서 20세 전후에 첫 출산을 했다. 월경을 하는 시간이 적으니 그만큼 자궁내막증을 일으킬 시간이 적었던 것이다. 과체중이나 비만 흡연 스트레스 등도 난임을 불러오는 요인으로 꼽힌다. Q. 난임 치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A. 남성의 정자를 미리 배출시켜, 불순물을 깨끗하게 걸러 낸 뒤, 여성의 자궁에 주입하는 인공수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를 각각 채취해서 시험관에서 체외수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시험관에서 최상의 배아를 찾는 첨단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시간으로 배아를 관찰하는 엠브리오스코프 검사다.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킨 후 5, 6일 동안 배아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최상의 배아를 찾는 것이다. 이 외에도 착상전 유전자 검사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습관성 유산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착상을 시킨 뒤 유산되는 비율이 예전보다 낮아지고 있는 이유도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Q.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의 효과는? A.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은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기 전에 문제가 있는지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염색체 이상이나 심각한 단일 유전자 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할 위험성이 있을 경우 비정상 태아의 출산을 방지할 수 있다. 기존 산전 진단법은 임신 9∼12주에 하는 융모막검사, 18∼20주에 하는 양수검사가 있다. 하지만 이상을 발견해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또 유전질환이 발견될 경우 자연유산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 확률이 더 높은 것이다. 단 착상 전 유전자 진단 검사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상이 있는 부부만 받을 수 있다. 염색체 이상으로 반복 유산을 한 경우,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거나, 그와 비슷한 가족력이 확인된 경우 등이다. 성남=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결혼 15년 차인 중소기업 회사원 이형진(가명·43) 씨는 4세 연하인 아내와 결혼하기 전에 “아이를 낳지 말고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자”고 약속했다. 부모에게 물려받을 재산도 없는 형편에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가 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혼 후 몇 년간 양가 부모님의 반대를 이겨낸 끝에 둘만의 자유를 얻었다. 처음엔 기쁨도 컸다. 연애 시절처럼 주말에는 마음대로 지역을 정해 여행을 다녔다. 주말이면 카드 할인 혜택으로 1000원에 조조영화를 봤다. 그사이 또래 친구들은 축 처진 어깨에 “애 보느라 잠 못 자서 피곤하다” “분유 값이 많이 나간다” “아내 신경이 아이에게 집중돼 있어 나는 찬밥 신세다”라며 불평했다. 그때마다 이 씨는 내심 ‘내 결정이 옳았다’고 믿었다. 그러나 30대 후반이 된 뒤 상황이 바뀌었다. 부부 싸움이 늘었다. 같은 회사원이던 아내는 “직장생활이 무료하다”며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 씨는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던 친구들이 3, 4년이 지나자 블로그에 ‘행복하다’며 자녀와 찍은 가족사진을 올리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이 씨는 4년 전 시험관 아기로 어렵게 딸을 얻었다. 그는 요즘 퇴근 후 대문을 열자마자 아내에게 “우리 딸이 오늘 어떤 귀여운 짓을 했느냐”는 말부터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TV에 나오는 셰프(요리사)처럼 아내와 딸에게 직접 요리도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고 한다. 이 씨는 “젊을 때 경제적인 이유로 지레 겁을 먹고 아이를 빨리 낳지 않았던 게 후회된다”며 “가장으로서 어깨는 무거워졌지만 아이가 생기니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이해심도 넓어져 이제야 참된 인간으로 성숙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 행복에 필요한 동반자 남자는 결혼을 해야 더 행복해졌다. 동아일보-딜로이트컨설팅 조사 결과 자녀가 있는 기혼 남성의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는 30대 54.70점에서 50대 62.52점으로 나이가 들수록 꾸준히 증가했다. 전 연령대 미혼 남성의 동행지수는 52.93점으로 한국인 평균(57.43)보다 낮지만 기혼 남성의 동행지수는 59.98점으로 높았다. 미혼 남성의 연령대별 동행지수는 20대엔 56.3점이지만 50대에는 43.11점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50대 기혼 남성의 동행지수는 62.66점에 이른다. 자녀 양육이 힘들다지만 유자녀 기혼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행복감이 증가했다.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장은 “사람은 누군가를 돌보고 책임감을 가질 때 오히려 행복감이 높아진다”며 “주변에 돌볼 가족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행복감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남자를 웃게 만드는 것, 존중을 뜻하는 권위 자녀 양육비용이 평균 3억 원에 달하는 등 양육으로 인한 고통이 큰 한국의 특수 상황이 반영된 특이한 결과도 나타났다. 무자녀 기혼 남성이 유자녀 기혼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행복하다는 예상외의 조사결과가 나온 것. 특히 아내의 관심이 어린 자녀들에게 분산돼 본인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느끼는 30대 남성의 행복도가 낮았다. 전업맘, 워킹맘에 관계없이 아내가 육아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푸는 경향 때문에 30대 남편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젊은 아버지들이 아내의 육아 스트레스를 해결해 주지도 못하고 회사 일을 포기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뜻”이라며 “주거비용, 교육비용 부담감에 아내와 어머니 사이 고부 갈등에 따른 스트레스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남자는 가정에서 권위가 서야 행복감을 느꼈다. 공기업에 근무하며 아내와 아들 둘을 부양하는 문의주 씨(48)는 “직장에서 자존심을 버려 가며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데 아버지가 권위가 있어야 한다는 건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이는 권위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아버지나 남편이 원하는 건 ‘권력’이 아닌 ‘존중’을 뜻하는 권위라는 것이다. ○ 최신 기술을 활용할수록 행복도 상승 결혼의 필요성과 준비 정도에 대한 미혼 남녀의 답변은 엇갈렸다. 결혼 적령기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결혼 준비는 덜 되어 있고 결혼할 필요도 없다고 답변했다. 반면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질문은 동행지수에 반영되진 않았지만 심층 설문 중 하나로 진행됐다. 남성은 여성보다 기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최신 기술을 활용할수록 행복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특히 50대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 원장은 “얼리 어답터는 비교적 개척정신이 강하고 진취적이며 자신을 위해 돈을 쓸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결혼해도 ‘썸’타는 남자들 ▼기혼녀 ‘썸 관심도’ 25% 줄어들지만 남성은 결혼 전후 별 차이 없어“본능적 관심” “바람기” 다양한 해석 “직장 여성은 잘 안다. 기혼남도 ‘썸’(남녀가 사귀기 전의 미묘한 감정을 뜻하는 말)을 찾는다. ‘오피스 와이프’를 두기엔 위험하니 ‘오피스 썸’을 타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직장 여성 이모 씨(29)의 얘기다. 기혼남의 썸에 대한 관심은 남녀 간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성의 썸에 대한 관심도는 기혼 여성이 39.55점으로 미혼 여성(52.50점)보다 25% 줄었지만 남성의 경우 결혼 전(48.79점)과 후(46.81점)에 별 차이가 없었다. 이처럼 동아일보-딜로이트컨설팅이 분석한 올해 한국인의 행복 키워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썸이었다. ‘한국인의 행복 키워드’는 1년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용된 단어 2만여 개를 추출한 뒤 ‘행복’ ‘좋아요’ ‘만족스럽다’ 등과 함께 언급된 단어를 분석한 결과다. 20대∼30대 초반 미혼자에게만 행복을 줬을 것 같은 썸이 올해 전체 한국인의 행복 키워드에서 상위권인 7위를 차지했다. 썸과 행복에는 어떤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우선 남성들의 절대적 관심도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썸에 대한 관심은 남녀를 불문하고 20대가 가장 높았다. 미혼, 기혼으로 나눌 경우 미혼 여성의 관심도가 미혼 남성보다 높았다. 하지만 기혼자들의 썸에 대한 관심은 남녀 간 성향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준다. 남성의 썸에 대한 관심은 30대에 잠시 주춤하지만 이후에 다시 증가했다. 기업에 근무하는 남성 직장인 신모 씨(37)는 “남자들이 육아가 끝나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첫사랑을 떠올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기혼남에게 썸은 ‘한눈판다’의 유화된 의미”라고 말했다. 5년째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결혼을 앞둔 장모 씨(32)는 “SNS에 많이 올라오는 ‘썸녀 만나러 갈 때 입을 옷’ ‘썸녀의 반응별 대처법’ 관련 글에 댓글을 다는 사람이 모두 미혼은 아닐 것”이라며 “결혼을 하더라도 그런 글들을 보면 관심이 가고 괜히 설레기도 한다. 모르는 여자와 썸을 타는 모습을 상상하는 남자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도 40대부터 관심도가 살짝 증가하지만 남성의 관심도 변화 폭에는 못 미쳤다. 동행지수 분석에 함께 참여한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20대 남성들이 결혼 부담으로 진지한 연애를 기피하고 있는 현상이 썸에 대한 높은 관심도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40, 50대의 경우 생활이 안정기로 접어들며 썸이 설렘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데 역할을 한 것 같다”며 “남성은 본능적으로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성향이 여성보다 강해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들 하나를 둔 40대 여성 김모 씨는 “애도 다 키워본 40, 50대 남자가 썸에 관심을 갖는 건 아마 SNS상에서 관음증이 발현한 것이 아닐까”라며 “그게 정말 ‘바람’의 의미라면 큰일이다”라고 혀를 찼다.특별취재팀 △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30년 동안 잊었던 꿈을 요즘 다시 꿉니다.”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며 자녀 넷을 둔 주부 석난희 씨(54)는 최근 서양 유화 수업에 등록했다. 인기 강좌라 대기자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지만, 기쁨의 크기가 결코 작지 않았다. 10대 시절 화가를 꿈꿨지만 20대에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꿈을 접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 결혼 이후에는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하느라 그림 그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자녀 4명을 다 키운 요즘은 석 씨의 ‘제2의 전성기’다. 남편과 자녀들이 각각 회사와 학교로 나선 뒤엔 석 씨는 동네 요가 수련원으로 ‘출근’한 뒤 친구들을 만나 점심시간을 즐긴다. 석 씨는 “네 명을 언제 다 키울까 했는데 올해 막내아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고 한시름 놓고 나니 육체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이제 나를 위해 즐길 때가 됐다”고 말했다.○ 50대는 여성 인생 제2의 전성기 지난해 막내아들을 군에 입대시킨 한경아 씨(50·여)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가수 신승훈의 ‘광팬’인 한 씨는 올해부턴 더욱 활발하게 팬클럽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달, 9년 만에 신승훈의 정규 앨범이 나온 뒤 서울 공연(3회)을 3일 연속으로 다녀왔고 광주, 대구, 부산 지방공연도 모두 참석할 계획이다. 한 씨는 “팬클럽 활동은 내 30, 40대 아픔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라며 “아들이 나의 활동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엄마의 인생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줄 때가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딜로이트컨설팅이 함께 조사한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에서 가장 행복한 집단은 50대 여성이었다. 50대 여성의 동행지수는 61.85점으로 한국인 평균(57.43점)보다 5점가량 높았다. 특히 자녀가 있는 50대 여성은 62.05점으로 더 많은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 30, 40대 엄마는 자녀와 직장생활로 바쁜 남편을 돌보느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데 50대가 되면 여기서 해방되며 행복감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20, 30대 행복의 열쇠는 친정 출산과 자녀 양육 부담이 높은 20, 30대 여성은 50대 중년 여성보다는 행복도가 낮았다. 하지만 친정과의 친밀도는 행복의 수준을 가르는 든든한 배경이었다. 친정과 친하지 않은 20대 기혼 여성의 동행지수(29.72점)는 친정과 친한 20대 기혼 여성(54.2점)의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시댁과의 친밀도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보다 큰 수치다. 여섯 살, 세 살 된 아들을 두고 있는 경기지역 고교 교사 최지영 씨(38·여)는 “친정은 서울에 있고 시댁은 대구라서 물리적인 거리 차이도 있지만 친정 엄마와 가까운 게 여성이자 엄마로서 중요한 게 사실”이라며 “친정 엄마가 주중에 아이들을 돌봐주셔서 복직할 수 있었고 특히 애가 아플 때 정말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무자녀는 불행, 결혼은… 무자녀 기혼 여성은 한국인 평균보다 행복도가 낮았다. 30대까지는 동행지수가 오르다가 이후로는 점점 줄어들었다. 특히 50대 무자녀 기혼 여성의 동행지수는 한국인 평균보다 4점가량 낮았고 같은 세대 유자녀 기혼 여성보다 9점이나 뒤처졌다. 석 교수는 “30대까지는 부부 관계 중심으로 행복감이 유지되는데 40대에 접어들면 남편과의 관계가 아니라 자녀나 직업을 통해서 자기 성취감을 느낀다. 성취감의 대상이 없는 여성들은 마음 붙일 데가 없어 상당히 외로워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미혼 여성의 행복감은 40대에 잠시 낮아지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50대 미혼 여성의 동행지수는 75.42점으로 전 연령대의 미혼·기혼 여성을 통틀어 가장 높다는 특이점을 보이기도 했다. 석 교수는 “40대 미혼 여성은 성취감을 느끼면서도 기혼인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외로움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 행복을 찾는 과정에서 남편보다는 ‘시스터후드(자매애)’를 지향하는 중년 여성의 특성 덕분에 20대처럼 여자 친구들이 늘어난다. 50대에 외로움이 해소되면서 최고조의 행복감에 이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30대땐 워킹맘, 40대땐 전업맘이 심리적 안정감 ▼워킹맘 업무보람-적응력 높지만 자녀 커가며 ‘좋은 엄마 콤플렉스’ 워킹맘은 30대엔 전업맘보다 행복하지만 40, 50대가 되면서 역전된다. 30∼50대 워킹맘과 전업맘의 동행지수를 분석한 결과 30대 워킹맘은 전업맘보다 자존감이 높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충만했다. 육아로 직장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희망하던 일을 하고 있었다. 업무 만족도,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더 높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30대 직장인 기혼 여성의 경우 아이를 낳지 않았을 때의 자존감이 더 높았다. 자존감은 아이가 없는 30대 직장인 기혼 여성, 30대 워킹맘, 30대 전업맘 순이었다. 딜로이트컨설팅 권요셉 박사는 “30대 워킹맘은 갓 태어난 아이로 인해 불안감이 높아지고 가족생활에 대한 행복감, 가족친밀감은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40대에 워킹맘의 우위는 사라진다. 전업맘은 40대가 되면 심리적 안정감, 가족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워킹맘의 우위 요소였던 자존감이나 긍정적 마인드는 전업맘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자녀가 10대에 들어서는 시기인 40대 워킹맘 대부분이 엄마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감정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30대에는 가족생활에 대한 만족감이 전업맘보다 0.43점 낮은 데 그쳤지만 40대에선 격차가 5.71점으로 벌어진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며 중학생 딸, 초등학생 아들을 둔 이인영 씨(45·여)는 “학교에 들어간 자녀들이 엄마가 집에 없는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엄마로서의 죄책감은 갓난아기일 때보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 커졌다”고 말했다. 40대 워킹맘은 자녀의 학업 성적에도 민감했다. 워킹맘이 좋은 엄마가 돼야 한다는 ‘엄마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30∼50대 워킹맘 중 월소득 200만 원 이하의 경우 심리적 만족도가 전업맘보다 낮은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워킹맘의 특징인 ‘희망하던 업무’라는 자부심이 눈에 띄게 낮아진 것. 동행지수 분석에 함께 참여한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가정과 경력 사이의 고민이 아니라 생계유지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워킹맘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소득계층별 차별화 정책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 △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4대 중증질환(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치료용으로 초음파를 이용하거나, 수면내시경 검사를 할 경우에도 건강보험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4대 중증질환을 진단할 목적으로 하는 초음파 검사에만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 있고, 일반내시경이 아닌 수면내시경은 건보 적용 항목이 아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자리에서 “4대 중증질환 370개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 6000억 원가량의 환자 부담을 줄였지만 아직 부족하다”라고 자평한 뒤 “초음파, 내시경, 고가의 항암제 등 중증질환자의 의료비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건강보험 지원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 치료용 초음파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수면내시경은 올해 안에 지원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장관은 내년에도 저소득층 의료비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 275억 원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75억 원 등 총 550억 원 규모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저소득층 중증질환자 가구에 최대 2000만 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한편 복지부는 30여 개의 한의과 진료에 대한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지침이 개발되면 내년부터 암, 난임, 안면신경마비 등 주요 질환자들은 정부가 정한 진료 지침에 따라 한의사의 진료를 받게 된다. 또한 현재 3곳(국립중앙의료원, 국립재활원, 부산대 한방병원)뿐인 국공립병원의 한의학과를 추가로 개설하고, 건강보험 적용 항목도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는 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2016∼2020)’ 공청회를 열어 이런 방안을 발표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2015년 을미(乙未)년 마지막 달인 12월. 한국인 상당수는 “그리 행복하지 않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한강의 기적’이 상징하는 고도성장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았다. 지속적 경제성장을 포기할 순 없지만 물질적 행복만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시대인 것이다. 성장의 새로운 단계를 앞둔 현재, 한국인의 주관적인 행복을 면밀히 측정하고 이를 개선할 행복정책 개발과 사회문화 변화가 절실하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이런 취지에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길을 찾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컨설팅과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를 개발해 한국인의 행복을 조사했다. 본보는 올해 4월 1일 창간 95주년을 맞아 ‘엄마의 행복’을 주제로 ‘2020 행복원정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번에 조사된 평균 동행지수는 57.43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낙제점에 해당하지만 동아일보 창간 100년을 맞는 2020년까지 매년 동행지수를 점검하고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봉사활동을 하는 저소득 집단(월 300만 원 미만·62.58점)이 봉사를 하지 않는 고소득 집단(월 300만 원 이상·55.51점)보다 동행지수가 7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결과를 주목한다. 동아일보는 이처럼 한국인의 삶에서 돈 외에도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행복의 비밀을 찾아내 한국인을 위한 맞춤형 ‘행복 10대 제언’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국 사회의 주축이 될 30대의 동행지수는 53.73점으로 20대(55.06점)는 물론이고 모든 조사 연령대(20∼50대)에서 가장 낮았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6일 “한국의 30대는 초라한 현실의 모습과 이상적인 자아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점점 불행해지는 이른바 ‘쇼윈도 세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