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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범 씨(84)는 평소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랐다.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라고 수개월을 버텼지만 갑자기 숨이 끊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신 씨는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5년 내 사망률이 50%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었다. 60, 70대라면 가슴을 여는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고령이라 개흉 수술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병원은 신 씨의 치료 방향을 정하기 위해 심장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교수들과 통합진료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인공스텐트를 이용한 ‘대동맥판막스텐트시술’을 실시하기로 했다. 5년 전만해도 이런 유형의 환자에게는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2010년 고령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이 시술을 처음 성공시켰다. 처음 시술을 받은 조모 씨(현재 91세)는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생존해있다. 지금까지 80대 환자 228명에게 시술을 진행해 97.5%를 성공시켰다. 이는 판막질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다. 심장판막 환자에게도 스텐트 시술 개척 대동맥판막스텐트시술은 가슴을 절개해 판막을 교환하는 기존의 수술과는 차원이 다른 수술이다. 먼저 작은 풍선 장치를 혈관을 따라 집어넣어 판막까지 도달하게 한다. 이후 좁아져 있는 판막 사이에서 풍선을 부풀려 공간을 확보한다. 이후 판막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물망을 대동맥판막에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노화된 대동맥판막으로 가슴통증이나 심부전이 발생했던 환자들은 대동맥판막스텐트시술 후 좁아졌던 판막 입구가 평균 2배 이상 넓어지고 증상이 크게 개선된다. 최근엔 기존 판막의 단점을 보완해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는 배가시킨 3세대 인공스텐트판막을 도입하기도 했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최근에는 많은 연구를 통해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고위험 환자뿐만 아니라 중등도 위험군의 환자에서도 대동맥판막스텐트시술의 적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동맥판막스텐트시술은 지난해 6월부터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과 같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기관에서만 진행할 수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이전보다 부담이 20%가량 줄어든다.몸에 흡수되는 스텐트 대중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지난해 10월 선도적으로 생체흡수형 심장스텐트를 도입해 지금까지 약 100건의 시술을 진행했다. 생체흡수형 심장스텐트는 혈관 내에 삽입된 후 6개월 동안 견고하게 장착됐다 2년이면 모두 녹게 된다. 스텐트가 모두 녹아 없어져도 혈관의 기능과 혈관의 공간 모두 유지된다. 이뿐만 아니라 스텐트를 주입한 부위에 다시 문제가 생길 경우 재시술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이전까지 스텐트 시술을 받으면 몸 속에 보형물이 그대로 남아있어 재수술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웠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12만5000명 이상이 생체흡수형 시술을 받았는데,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며 “효과와 안전성은 이미 입증된 셈이다” 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미국, 싱가포르 등 9개국 29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다국가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임상연구는 급성 심장혈관질환을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폐동맥 풍선성형술 시행해 성공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 환자에게 혈전(피떡)으로 꽉 막힌 폐혈관을 풍선을 이용해 넓혀주는 ‘폐동맥 풍선성형술’을 시행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맥에 생긴 혈전에 폐동맥이 막혀 내부 압력이 올라가는 희귀질환이다. 지난해 11월 최모 씨(55)는 폐동맥 말단 부위가 혈전으로 꽉 막혀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송종민, 박덕우 심장내과 교수와 이재승 호흡기내과 교수, 이상민 영상의학과 교수가 한 자리에 모여 폐동맥 풍선성형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2월 환자의 사타구니 부위에 부분마취만 한 상태에서 가느다란 와이어를 폐동맥까지 넣어 풍선으로 넓히는 시술을 1시간 정도 시행했다.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최 씨는 3일 후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시술은 1990년대 하버드 의대에서 개발된 후 일본에서 발전된 치료법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고려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정식 등재됐다. 또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폐고혈압정맥혈전센터장 송종민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의 충분한 심장 스텐트 시술 경험이 있었기에 폐동맥 풍선성형술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난해 2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유모 씨(67)는 아직 재활 중이다. 그는 왼쪽 다리에 힘이 없어서 부축 없이는 혼자 걷기가 어려운 상태다. 유 씨는 5월 퇴원 뒤 동네 재활의학과에서 주 2회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병원까지 가고 오는 게 어려워 도우미를 고용해 집 주변 산책로에서 운동을 했지만 비전문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2주 만에 그만뒀다. 유 씨는 지인의 소개로 서울대병원 로봇재활센터를 방문한 뒤 답답했던 가슴이 풀렸다. 보호자 없이도 보행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로봇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로봇은 환자의 몸통을 고정시키면서도 고관절, 무릎, 발목을 움직여 보행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의료인이나 활동보조인 없이도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에 장착된 센서는 환자의 생체신호를 인식해 보행 속도를 시속 0.3∼3km로 조절한다. 걸을 때 지면과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장치도 달렸다. 로봇 이용한 수술·재활 확산 영화에서나 볼 법한 최첨단 의료 기술이 국내 병원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형 대학병원들 사이의 경쟁이 날로 심해지면서 최첨단 의료장비, 기술, 수술법 도입이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의료기술 발전 속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분야는 바로 로봇이다. 단순히 사람의 수술을 대신하는 것을 뛰어넘어 다양한 분야의 의료 행위를 정밀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기존 로봇수술기보다 성능이 향상된 제4세대 다빈치 로봇수술기를 도입했다. 4세대 기기는 이전까지 어려웠던 림프절제술 등 고난도 암수술, 수술범위를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 수술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특히 로봇 팔이 5cm 길어지고, 굵기는 6cm 가늘어져 수술의 정교함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김미란 최소침습로봇수술센터장은 “제4세대 로봇 시스템은 기존 시스템에 비해 수술시간까지 줄여 환자의 회복 속도도 단축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암병원은 방사선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로보틱 IMART를 도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치료 중 실시간으로 종양의 위치를 추적해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쏘기 때문에 안전성과 수술 효과 모두 우수하다는 평가다.맞춤형 치료도 대중화 서울아산병원은 심장병 환자의 막힌 혈관을 보형물로 지지해주는 스텐트 시술의 첨단화에 앞장서고 있다. 생체흡수형 심장스텐트 시술은 기존 스텐트와 달리 시술 1, 2년 사이에 몸속에서 보형물이 모두 흡수돼 안전성을 높였다. 기존에는 보형물이 계속 체내에 남아있기 때문에 재수술 시 위험 부담이 높았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근경색센터 교수는 “생체흡수형 스텐트는 몸속에 흡수되더라도 넓어진 혈관은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된다. 이 시술을 받으면 재수술을 해도 더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개인 맞춤형 치료 시대를 열기 위한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아바타 시스템을 구축해 개인 맞춤형 치료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주도하는 ‘뇌종양 아바타 마우스 실험법’은 사람의 뇌종양 조직을 동물(쥐)에게 주입한 후 어떤 항암 치료가 가장 효과적일지 미리 실험해 보는 것이다. 아바타 마우스를 이용하면 개인의 질병에 가장 잘 듣는 약을 미리 파악해서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남 교수팀은 이 기술을 5년 안에 상용화 단계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첨단의학 지방 강소병원까지 확산 첨단 의학의 도입은 비단 수도권 대형병원만의 얘기는 아니다. 대전 유성선병원 부인암센터의 최석철 교수는 복강경을 이용한 자궁경부암 수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자궁경부암은 자궁을 적출하거나 방사선치료를 시행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30대 젊은 여성의 경우 자궁을 적출하면 차후 출산이 어려워지는 등 좌절감이 큰 편이었다. 하지만 최 박사는 전이가 있는 자궁경부암 2기 환자도 복강경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궁경부암이 골반측변까지 전이됐을 때는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리어(LEER)수술로 불리는 ‘확대 골반 절제술’을 시행해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자궁경부암이 골반까지 전이됐을 경우 수술이 어려운 것으로 인식돼왔다. 첨단의학을 선도하기 위한 각 병원들의 연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분당차병원 첨단연구암센터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여성암 환자를 위해 유방암센터와 부인암센터를 특화·통합 관리해 검사부터 치료 및 수술, 합병증의 예방과 추적관리 등 여성암의 평생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연구중심병원 2곳(안암·구로병원)을 보유한 유일한 의료원으로서 지난해 연구비를 50% 늘리고 지식재산권 371건을 출원하는 등 ‘기술사업화 기반 조성’과 ‘지속가능한 연구지원 시스템 구축’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내 50세 이상 중고령자의 평균 생활비가 월 153만 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송현주 박주완 임란 이은영 연구팀은 전국 4777가구의 50대 이상 남성 3264명과 여성 1513명을 조사, 분석해 18일 이같이 발표했다. 한 달 평균 생활비를 연령별로 보면 50대 211만1600원, 60대 129만1100원, 70대 98만4400원, 80세 이상 93만7400원 등으로 나타났다. 50대가 최고령인 80세 이상의 2배가 넘는 생활비를 쓰고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자녀를 출가시키지 못한 50대가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월 178만9400원으로 여성 140만6800원보다 많은 생활비를 지출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187만600원)이 배우자가 없는 사람(100만9800원)보다 더 많은 돈을 사용했다. 또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는 사람(월 126만7700원)이 연금을 받지 않는 사람(월 104만2400원)보다 더 넉넉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5.7%는 자신의 지출 규모에 대해 ‘중간 집단에 속한다’라고 답했다. ‘하위 집단’이라는 대답은 42.9%. 자신이 ‘상위’에 속한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1.4%에 그쳤다. 50대 이상 중노년층의 70.5%는 생활비를 본인이나 배우자가 부담했다. 23.7%는 자녀나 친척으로부터 지원받았다. 정부나 사회단체로부터 받는 보조금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경우는 5.9%에 불과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내 50세 이상의 중고령자의 평균 생활비가 월 153만 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송현주 박주완 임란 이은영 연구팀은 18일 전국 4777가구의 50대 이상 남성 3264명과 여성 1513명의 국민노후보장패널 5차 조사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이 발표했다. 한 달 평균 생활비를 연령별로 보면 50대 211만1600원, 60대 129만1100원, 70대 98만4400원, 80세 이상 93만7400원 등으로 나타났다. 50대가 최고령인 80세 이상보다 2배 이상 많은 생활비를 쓰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자녀를 출가시키지 못한 50대가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월 178만9400원으로 여성 140만6800원보다 많은 생활비를 지출했다. 대학 이상 학력 소지자의 월평균 생활비는 265만4900원으로, 무학자(월 85만4500원)의 3배에 달했다. 배우자가 있을 경우 187만600원을 써서 배우자가 없을 사람(100만9800원)보다 더 많은 돈을 사용했다. 50대 이상 중노년층의 70.5%는 생활비를 본인이나 배우자가 부담했다. 23.7%는 자녀나 친척으로부터 지원받았다. 정부나 사회단체로부터 받는 보조금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경우는 5.9%에 불과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방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보호자 없는 병동)가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덩달아 간호사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5일 ‘제4차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기관 평가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길병원, 충북대병원, 을지대병원, 동국대일산병원 등 대학병원 4곳을 포함한 14곳을 신규 대상으로 지정했다. 대학병원 이상 대형병원에 ‘보호자 없는 병동’ 서비스가 도입된 것은 2013년 정부가 본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이전부터 시범사업을 해왔던 인하대병원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도입된 병원은 148개로 늘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사가 환자 보호자 역할까지 하는 병동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간병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입됐다. 기존에는 간병비가 월 150만 원 이상 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비용 부담이 5분의 1 수준(하루 약 1만 원)으로 줄어드는 것. 복지부는 2018년까지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에 이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복지부는 대학병원에 중증환자가 많은 만큼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기존 7명에서 5, 6명으로 낮췄다. 간호사 추가 고용으로 인한 병원 지출은 수가(의료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지원하는 돈) 인상을 통해 보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선 병원의 상당수가 간호사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도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도 간호사의 수도권 쏠림 등을 우려해 이 서비스를 공공병원이나 지방의 중소병원부터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간병문화 개선 요구가 높아지면서 올해 4월부터 대학병원 이상으로 조기 확대하기로 했다. 이창준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과장은 “이번 총선에서 여야 모두 보호자 없는 병동의 조기 도입을 주장하면서 제도 확대가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만 28개 대학병원이 이 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대학병원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도입되면서 간호사들이 ‘귀하신 몸’이 됐다. 특히 간호사 부족이 우려되는 지방 중소병원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며 간호인력 붙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천 계양구 한림병원은 올해 229병상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간호사 91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보증금 2억 원에 월 1200만 원가량을 투입해 간호사 기숙사용 원룸텔 50개를 신규로 확보했다. 무료 어린이집, 야간전담조 특별수당(월 25만 원)도 신설했다. 경북 문경의 문경제일병원은 간호 인력을 잡기 위해 자녀 대학 등록금을 1학기에 100만 원씩 지원하는 파격적인 시도까지 하고 있다. 경기 김포시의 뉴고려병원은 직원 교육비를 신설하기도 했다. 한림병원의 홍희숙 간호부장은 “보호자 없는 병동은 환자 만족도가 크고 병원의 장기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간호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서라도 확대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① 경제-노동 정책 “지난 3년간 정부가 추진한 경제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14일 경제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4·13총선의 새누리당 참패에 대해 이 같은 말을 꺼냈다. 정부 여당의 경제 실정에 대한 성난 민심이 투표로 고스란히 표출된 상황에서 기존 경제정책을 그대로 추진했다가는 지금보다 더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회권력의 교체를 맞이하게 된 정부가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제라도 한국 경제가 ‘저성장 장기화’에 직면하게 된 원인을 철저히 따져보고 이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원내 다수세력이 된 야당이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며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 실정(失政)에 등 돌린 민심 박근혜 정부는 과거와 달리 출범 초기부터 경제 성장률 목표를 숫자로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등의 슬로건을 단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경제정책의 밑바탕으로 삼았다. 성장률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각오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경제정책의 목표를 명확히 세우지 못한 채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세월호 침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의 악재까지 겹쳤지만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 급한 불을 끄는 미봉책만 내놨을 뿐, 근본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한국판 양적완화’를 내놨지만 이 역시 시중에 돈을 풀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존 해법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면서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섣부른 통화 팽창 정책은 가계부채를 늘리고 부실기업 수명만 연장시키는 부작용이 크다”며 “갈수록 고용 창출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주력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총선 이후 달라진 환경에 대응해야 할 정부가 벌써부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워싱턴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법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안을 만들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시행령을 고쳐 할 수 있었던 개혁을 이제 와서 검토하겠다는 건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존 경제정책 추진 어려워져 여당의 참패로 기존 경제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기는 어려워졌다. 대표적인 게 정부가 4대 구조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노동개혁이다. 당초 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이상을 얻어 4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한 뒤 직권상정을 통해 노동4법까지 일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동4법 가운데 특히 야당의 반대가 심한 파견법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여당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6개 뿌리산업(주조 금형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소성가공)에 파견을 허용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며 지난해 9월 파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야당과 노동계는 노사정(勞使政) 합의 위반이라며 반대해왔다. 파견법을 제외한 근로기준법 등은 아직 통과 가능성이 있지만 이 역시 야당의 적극적 협조 없이는 처리가 불투명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면세점 규제 완화 등 경제 활성화 법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비스발전법의 경우 더민주당이 ‘의료 공공성 훼손’을 이유로 처리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면세점 면허 기간을 늘리는 방안 역시, 19대 국회에서 면허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한 더민주당이 재개정에 협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심판론을 앞세워 원내 다수당이 된 야당이 책임감을 갖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경제 민주화 실현을 위한 아이디어를 성장률 제고와 일자리 확대, 차세대 성장동력 확충 등에 접목시켜야 한다”며 “어느 당에도 원내 과반수를 허용하지 않은 민심을 받들어 초당적 협력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② 복지 정책직장인 반발 우려에 미뤘던 건보료 개편 탄력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들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보건산업 정책의 대표 격인 원격진료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9대 국회에서는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고전했지만, 20대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원격진료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었다. 하지만 원격진료에 반대하던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더 큰 암초를 만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본이 최근 원격진료를 허용하면서 중국 의료 시장을 선점하게 됐는데, 원격진료 관련 국내 의료법 개정이 늦어질까 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노동개혁 법안과 패키지로 묶여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완화 방안’도 표류할 위기에 처해 있다. 실업크레디트(실업자에게 1년 동안 국민연금 보험료 75% 지원)를 포함한 고용보험법은 야당이 반대하는 노동개혁 법안과 묶여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동개혁 법안에서 실업크레디트만 분리해서 19대 마지막 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법안을 수정하려면 상임위부터 다시 논의를 해야 해 쉽지가 않다”라고 말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소득 중심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는 부과체계 개편으로 인한 직장인 건보료 폭탄을 우려해 개편을 미뤄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건보 개편을 총선 공약으로 채택해 승리한 만큼 재추진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연금을 30만 원까지 인상하겠다는 더민주당의 공약은 찬반 논란이 거센 만큼 당장 실현되기보다는 2018년 대선 공약과 연계돼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③ 교육 정책“누리예산 정부가 내라” 巨野 본격 압박 나설듯 주요 교육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었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 문제는 정부의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감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었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감은 예산 편성 책임을 상대에게 미루며 공방을 벌여 왔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14곳을 차지한 진보교육감과 야당은 “대통령 공약이니 국고로 편성하라”고 요구해왔고, 교육부는 이 같은 반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는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된 야당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 책임을 반대로 정부에 돌리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교육부가 진행 중인 대학 구조개혁도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는 대학 정원을 강제로 조정하고, 부실대는 퇴출시키는 내용의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을 추진해 왔지만 일부 내용에 여야 간 이견이 있었다. ‘퇴출 대학의 자산 중 일부는 설립자에게 돌려준다’는 내용을 야당이 반대해왔다. 야당이 요구하는 내용의 수정 없이는 20대 국회에서 법 제정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지난해 말 이미 예산 편성과 지급이 다 끝난 만큼 상대적으로 선거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는 이미 집필 중이고 야당이 다수당이 됐다고 해도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다만 집필 관련 자료 제출을 강하게 요구하는 방식으로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김철중 tnf@donga.com·유성열 기자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증상을 보인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20대 여성이 13일 새벽 진료 도중 병원을 탈출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 여성은 약 4시간 만에 인근 호텔에서 발견돼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른 보건 당국과 국민은 하루 종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8일 입국한 UAE 여성 A 씨(22)는 13일 오전 1시 30분경 고열, 기침, 인후통 증상을 보여 자매 2명과 함께 숙소 근처인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메르스 이후 응급실 시스템을 정비한 병원 측은 치료 공간과 분리된 예비진료실에서 A 씨를 진찰했다. 의료진은 곧바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메르스가 의심된다’고 신고한 뒤 A 씨에게 격리 치료를 권고했다. 하지만 A 씨는 격리 조치를 극도로 꺼리면서 타고 온 차량에 올라탔다. 응급의학과 B 교수가 방역복을 입고 차로 접근해 격리 치료를 받도록 재차 설득했다. 설득하는 동안 병원 측은 매뉴얼대로 응급실 외부에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음압시설(병실 내 공기를 외부로 빼 별도로 보관하는 장치)이 장착된 텐트 병실을 설치했다. 의료진은 결국 A 씨를 구급차로 옮겨 격리하다 음압텐트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A 씨는 오전 3시 32분 경호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음압텐트를 나와 차로 돌아가더니 이내 차를 몰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중동 문화상 신체 접촉을 극도로 주의해야 했고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어 강압적으로 제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보건 당국은 경찰과 공조해 4시간가량 수색한 끝에 오전 7시 20분경 A 씨가 머물던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태연하게 잠자던 A 씨와 일행을 찾아냈다. 보건 당국은 UAE 대사관 관계자를 대동해 A 씨를 설득한 끝에 오전 9시 40분경 국립중앙의료원 격리 병상으로 옮길 수 있었다. A 씨는 곧바로 유전자 검사(PCR)를 받았고 오후 5시경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양성이었으면 해당 병원, 호텔을 비롯해 A 씨가 다녀간 장소를 역추적해 수백 명을 격리해야 했는데 천만다행이다”라고 말했다. 1차 검사 후 48시간이 지나서 2차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A 씨의 상황은 지난해 메르스 이후 달라진 국내 방역 시스템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강북삼성병원은 응급실 예비진료실을 설치해 A 씨와 기존 환자의 접촉을 막았다. 병원 측은 A 씨와 접촉했던 예비진료실 간호사 1명과 행정직원 2명만 격리했다. 병원을 탈출한 A 씨를 찾은 지 1시간 만에 의심환자 발생과 경유 병원을 발표하는 등 정보 공개도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르스 의심신고는 올해만 301건에 이르고, 이 중 의심환자로 분류된 77건은 모두 음성 판정이 내려졌다. 외국인 의심환자도 12명이나 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을 감염병 컨트롤타워 격인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감염병예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14일 입법예고하고 6월 30일부터 시행한다.유근형 noel@donga.com·임현석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증상을 보인 아랍에미리트(UAE) 국적 20대 여성이 13일 새벽 진료 도중 병원을 탈출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 여성은 약 4시간 만에 인근 호텔에서 발견돼 유전자검사 결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른 보건 당국과 국민은 하루 종일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UAE 여성 A씨(22)는 이날 오전 1시 30분경 고열, 기침, 인후통 증상을 보여 자매 2명과 함께 숙소 근처인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메르스 이후 응급실 시스템을 정비했던 병원 측은 치료 공간과 분리된 예비진료실(예진실)에서 A 씨를 진찰했다. 의료진은 A 씨 체온이 38.7도에 이르렀고 메르스 발생국에서 온 점을 고려해 격리 치료를 권고했고, 곧바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의심환자가 발생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A 씨는 격리 조치를 극도로 꺼리면서 타고 온 차량에 올라탔다. 이후 병원을 빠져나가 보건당국은 경찰과 함께 4시간 동안 이 여성을 찾았다. 결국 인근 호텔에서 숙면을 취하던 이 여성을 찾아냈고, UAE대사관 관계자의 설득으로 국립중앙의료원 격리병상으로 옮길 수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의 혈액과 객담 등 검체를 확보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보내 메르스 진단 유전자 검사(PCR)를 실시했다. 다행이 오후 5시경 음성 판정이 나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의심되는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20대 여성이 13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오전 8시 40분 현재 환자는 격리 이송을 준비 중이고, 병원 응급실은 신규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질병관리본부, 경찰 등에 따르면 UAE 국적의 A씨(여·22)는 이날 오전 2시경 고열을 호소하며 강북삼성병원을 찾았고, 진찰 결과 메르스 의심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A씨와 일행 2명은 최종 진단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병원을 떠났고, 병원측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즉각 신고했다. 질병관리본부와 경찰은 오전 6시경 이들이 묵었던 인근 숙소에서 A씨의 신병을 확보해 국립중앙의료원 격리병상으로의 이송을 준비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A씨가 탔던 차량과 신변 모두 확보해 이송을 준비 중이다. 외교적 관례도 있기 때문에 외교부와 협조 하에 신속하게 격리 이송을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보건 당국은 A씨의 검체를 확보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신속하게 메르스 진단검사(PCR)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검사 결과는 빠르면 오후 2~3시경 나올 전망이다. A 씨는 8일 오전 11시경 국내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질병관리분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310건의 메르스 의심신고가 있었고, 이 중 의심환자로 분류된 76건에 대해 유전자검사를 실시해 모두 음성이었다”라며 “아직 A씨가 메르스 확진이 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현재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은 신규 환자를 받지 않고, 기존 환자만 치료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A 씨가 응급실 입구의 예비진료공간(예진실)에서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기존 환자들과의 접촉은 없었다”라며 “A씨를 처음 예진한 간호사와 행정직원들은 현재 격리돼 메르스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고 초산 연령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년들이 주택난 때문에 출산을 미룬다는 통설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민영 황진영 연구팀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4월호)에 실린 ‘주택가격과 출산의 시기와 수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주택 매매가, 전세가와 출산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택 매매 가격과 출산율의 상관계수는 -0.70(-1에 가까울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줌), 전세 가격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도 -0.68로 나타났다.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높을수록 출산율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높은 주택 비용은 첫 아이를 낳는 시기를 늦추는데도 영향을 끼쳤다. 주택 매매가와 초산연령의 상관관계는 0.77(1에 가까울수록 더 강한 영향을 끼침)로 나타났다. 매매가가 높을수록 아이를 늦게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3년 서울은 주택 매매가와 전셋값이 16개 시도 중 가장 높았는데, 합계출산율은 0.968로 가장 낮았으며 초산연령은 31.5세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경향은 경기, 부산, 인천 등 주택 가격이 높은 대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북, 전남, 충남, 충북 등 주택가격이 낮고 안정적인 지역은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았고 초혼연령도 낮았다. 연구팀은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나 불안정성을 줄여주는 것이 청년들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가장 좋은 정책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서울시가 오랜 기간 취업하지 못한 저소득층 청년 3000명에게 사회참여활동비로 매달 5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청년수당’ 지급안을 11일 발표했다. 그러나 4·13총선을 이틀 앞두고 아직 보건복지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내용을 서둘러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청년수당 등 ‘청년활동 지원사업’의 대상과 선정 기준 등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업 대상은 서울에서 1년 이상 거주 중인 만 19∼29세 미취업 청년이다.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해 직업훈련 프로그램 참여조차 어려운 청년이 우선 선발 대상이다. 서울시는 가구 소득과 부양가족 수, 미취업 기간 등을 조건으로 1차 평가를 진행한 뒤 진로 계획의 구체성과 적절성 등을 심사하는 2차 평가로 대상자를 뽑는다. 활동비는 현금으로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청년수당 추진을 발표한 뒤 ‘클린카드’(유흥업종 사용을 제한한 카드) 지급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됐지만 결국 현금으로 결정됐다. 서울시는 “인위적으로 사용처를 제한하기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며 “중앙부처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훈련장려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등 자격을 상실하면 지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그러나 총선 직전에 청년수당 지급안을 발표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부 협의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시행 여부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단도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앞서 복지부는 1월 ‘새로운 복지정책 도입을 미리 협의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에 서울시를 제소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자체가 협의 없이 복지제도를 신설하면 교부세를 감액하도록 규정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서울시는 법적 대응과 별도로 규정에 따라 복지부에 협의를 요청해 1, 3월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언제까지 결론을 내릴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다. 복지부 협의가 늦어질 경우 서울시가 계획한 일정대로 정책을 시행하기가 어려워진다. 만약 복지부가 ‘불수용’ 결정을 내리면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에 판단을 맡겨야 한다. 서울시 발표가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공약을 상기시켜 결국 청년 표심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안은 3월 초에 윤곽이 나와서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갑자기 발표한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주 청년활동 지원 사업 계획안이 시의회로 넘어갔기 때문에 공개한 것”이라며 “중앙정부도 청년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김민 kimmin@donga.com·유근형 기자}
정부가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위한 9가지 지침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일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한 보편적인 통합 식생활 지침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침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대목은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곡류와 칼슘 섭취는 줄고 있는 반면, 육류 등은 섭취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침은 평소 쌀, 잡곡, 채소, 과일, 우유, 유제품, 육류, 생선, 달걀, 콩류 등을 적절히 먹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등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지침에 반영했다. 지침에는 ‘아침밥 꼭 먹기’,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횟수 늘리기’ 등을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지침이 현장에서 잘 활용될 수 있게 만드는 후속대책을 올해 안에 마련한다는 방침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위한 지침 ▼ ①쌀·잡곡, 채소, 과일, 우유·유제품, 육류, 생선, 달걀, 콩류 등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자②아침밥을 꼭 먹자 ③과식을 피하고 활동량을 늘리자④덜 짜게, 덜 달게, 덜 기름지게 먹자⑤단 음료 대신 물을 충분히 마시자⑥술자리를 피하자 ⑦음식은 위생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마련하자⑧우리 식재료를 활용한 식생활을 즐기자⑨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횟수를 늘리자}
미국 식품 당국이 1급 발암물질인 ‘무기 비소’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던 국내 식품 당국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영·유아 이유식에 사용되는 쌀의 무기 비소 잔류 허용치를 0.1ppm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번 조치가 통과되면 쌀 1㎏에는 무기비소 성분이 0.1mg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 영유아 식품 잔류 허용치와 같은 수준이다. 무기 비소는 각종 암을 유발하고 기형아 출산 위험을 증가시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FDA는 시리얼을 많이 섭취하는 미국 영유아들이 성인보다 쌀을 3배가량 많이 먹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보다 쌀을 더 많이 소비하는 한국은 몇 년째 무기 비소 허용 기준치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2년 미국에서 무기 비소 논란이 확산된 뒤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2014년 쌀의 무기비소 잔류 허용치를 국제식품규격위원회 기준인 0.2ppm으로 설정하려 했지만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면서 확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농업계는 기준치가 높다고 주장하고, 소비자 단체는 낮다고 주장하고 있어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빠르면 3개월 안에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흔히 스웨덴을 ‘복지의 천국’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방한한 니클라스 뢰프그렌 스웨덴 사회보험청 대변인(47·사진)은 7일 서울 중구 스웨덴대사관에서 이뤄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 복지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회보험청에서 15년간 일한 뢰프그렌 대변인은 스웨덴의 가족아동복지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는 “스웨덴도 선택적 복지부터 시작해 100년에 걸쳐 현 시스템을 완성시켰다”며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스웨덴식 모델을 목표로 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급격한 확대에 방점을 찍는다면 스웨덴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뢰프그렌 대변인은 스웨덴 복지의 핵심은 ‘무조건 주는 방식’이 아니라 ‘다시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노동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 스웨덴은 1971년 가족과세에서 개별과세로 전환해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복지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그는 “스웨덴에선 개개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해 사회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노후에 복지 혜택이 거의 없다”며 “복지도 결국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복지 논쟁에는 점진적 해법을 제시했다. 예컨대 스웨덴은 육아휴직 480일 중 남성이 90일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 단숨에 정착된 것은 아니다. 뢰프그렌 대변인은 “1960년대부터 남성의 육아 참여 논쟁이 시작됐고, 1974년 남성 육아휴직 도입 이후 약 40년에 걸쳐 지금의 제도가 정착됐다”며 “한국도 복지를 단숨에 확대하려고 서두르지 말고,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의료비 부담이 컸던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 정부가 직접 조사해 그 실태를 공개하기로 했다. 현재 비급여 진료비 명세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지만 병원들이 자율적으로 제출한 자료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 항목과 진료비를 직접 조사·분석해 그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빠르면 9월 30일부터 시행하겠다고 6일 밝혔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지원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진료비다. 대표적으로는 상급병실료 차액, 초음파 검사료, 자기공명영상(MRI), 선택진료비 등이 있다. 다수의 병원이 수익 창출을 위해 무리하게 비급여 진료 항목을 늘려 나가면서 국민 의료비 부담의 최대 위협으로 꼽혀왔다.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하면서 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보장해주는 비율(보장률)은 2009년 65.0%에서 2013년 62.0% 등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복지부 장관은 공공기관이나 전문성을 갖춘 단체 등을 통해 병원의 비급여 진료 항목, 기준, 금액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현재 심평원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가 공개되고 있지만 일부 병원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발해왔다. 조사 대상은 의원급은 제외하고 병원급(30병상 이상) 이상 의료기관으로 한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시행돼 각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져 비급여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의료비 부담이 컸던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 정부가 직접 조사해 그 실태를 공개하기로 했다. 현재 비급여 진료비 내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지만, 병원들이 자율적으로 제출한 자료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 항목과 진료비를 직접 조사·분석해 그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빠르면 9월 30일부터 시행하겠다고 6일 밝혔다. 비급여는 건강보험 지원이 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진료비다. 대표적으로는 상급병실료 차액, 초음파 검사료, 자기공명영상(MRI), 선택진료비 등이 있다. 다수의 병원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무리하게 비급여 진료 항목을 늘려나가면서 국민 의료비 부담의 최대 위협으로 꼽혀왔다.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하면서 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보장해주는 비율(보장률)은 2009년 65.0%에서 2013년 62.0% 등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복지부 장관은 공공기관이나 전문성을 갖춘 단체 등을 통해 병원의 비급여 진료 항목, 기준, 금액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현재 심평원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가 공개되고 있지만, 일부 병원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라며 반발해왔다. 조사 대상은 의원급은 제외하고 병원급(30병상 이상) 이상 의료기관으로 한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의료기관들의 비급여 공개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라며 “이번 조치가 시행돼 각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져 비급여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을 계기로 의료한류의 남미 진출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보건복지부 순방 과정에서 보건의료 제약 분야에서 8건의 양해각서(MOU)와 협력약정(CA)이 체결됐다고 5일 밝혔다. 먼저 한국 보건복지부과 멕시코 보건부는 E-헬스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원격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건강정보 교류 등 E-헬스 분야의 관리 운영 경험을 멕시코에 전수해줄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국내 의료기관, 기업,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의 멕시코 진출이 촉진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병원들도 멕시코 진출을 위한 협력 약정을 멕시코 병원, 보건청 등과 체결했다. 이로써 국내 병원들은 멕시코 종합병원, 멕시코 국립의료원, 케레타로 주립종합병원 등 13개 병원 및 보건소에서 진행 중인 원격의료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양국은 제약 분야의 협력 강화에도 합의했다. 대표단은 멕시코 연방보건안전위원회와 의약품 제조품질관리(GMP) 관련 MOU를 맺고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멕시코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국내 제약사는 GMP 관련 현지 실사를 5년 동안 면제받게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멕시코의 보건산업 시장은 2014년 기준 235억 달러 규모로 세계 13~14위권이다. 의료한류의 남미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20대 총선의 최대 화두는 ‘청년’이다.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12.5%)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래 가장 높았다. 2%대의 저(低)성장이 고착화되고 60세 정년 연장까지 시행되면서 우려했던 청년 고용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여야는 앞다퉈 ‘청년 해결사’를 자처한다. 공약만 살펴보면 누가 집권하든 청년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 같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여야 3당의 청년 관련 일자리, 복지 공약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들의 공약은 ‘속 빈 강정’일 위험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주도 vs 민간 주도 새누리당은 노동 4법 통과,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의 안착을 약속했고 일자리 공약으로 △청년 아카데미 전국 확대 △취약 계층 자격증 응시료 지원 △청년 예술가 일자리 지원 등의 일자리 공약을 내놨다. 직업훈련 기회를 늘려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간당 603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9000원으로 인상하려면 매년 9∼10%씩 올려야 해 새누리당 공약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야당 공약대로 1만 원이 되려면 매년 두 자릿수 퍼센트 인상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해 키울 것은 키우고 줄일 것은 줄이는 선택적 맞춤형 복지 공약도 내걸었다. 강봉균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을 일률적으로 올리기보다 노후 대책이 없는 계층에 혜택을 집중시키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일자리 7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공공부문에서 34만8000개, 공공기관 청년 고용 의무할당 확대(3→5%)와 민간기업 의무할당(3%)으로 25만2000개, 근로시간 단축으로 11만8000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국민의당도 청년 고용 의무할당제를 민간기업에 5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한편으로 청년 스타트업 기업 제품의 공공구매를 확대하고 법정 청년 연령(15∼29세)도 34세로 늘려 정부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야당은 모두 정부 주도의 일자리 공약을 내놨다. 해외로 나간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도록 ‘U턴 경제특구’를 설치해 민간에서 매년 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새누리당과는 정반대의 해법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청년 고용 할당제는 이미 벨기에(로제타법) 사례에서 실패한 것으로 검증이 끝났다”며 “새누리당 역시 공약이 선명하지 않고 지엽적이며 국민의당은 전문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뜨거운 감자, 청년 구직수당 청년 구직수당도 핵심 쟁점이다. 더민주당은 청년 구직자들에게 특별한 조건 없이 6개월간 월 60만 원씩 지급하는 안을 내놨다. 국민의당의 공약은 ‘후납형 수당’이다. 구직 청년에게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지급하되 △6개월 이상 구직활동 △가구소득 하위 70% 미만으로 지급 대상을 좁히고, 수급자가 취업하면 4년간 할증고용보험료를 납부하면서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새누리당은 청년수당 공약을 내놓진 않았지만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청년 대책 중 하나로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에선 포퓰리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반대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권혁 부산대 교수(법학)는 “구직 비용이 없어서 청년들이 취업을 못 하는 건 아니다”며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더민주당의 공약은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도 없다. 현재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은 법정적립금(연간 지출액의 1.5배 이상 2배 미만)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고갈 속도가 빠르다. 다만 수급자가 취업 후 고용보험료를 할증 납부하는 국민의당 공약은 재원 마련 계획이 그나마 구체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 기금 활용 논란도 청년 복지에 국민연금 기금을 사용하는 공약을 놓고도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만 35세 이하에게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해 임대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공약을 내놨고, 더민주당도 매년 10조 원의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한 청년 주택단지 건설을 약속했다. 청년 지원이 고용 안정과 출산율 향상으로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기금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간 50조 원 정도 기금이 증가하고 있는데 5조∼10조 원을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60년 고갈이 예정돼 있는 국민연금 기금을 섣불리 사용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료를 올려도 모자란데, 여기저기서 쓰기 시작하면 불신이 커지고 임의가입자가 탈퇴하는 등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유성열 ryu@donga.com·유근형 기자}
3당은 복지 공약의 초점을 국민 노후의 핵심인 연금에 맞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10만∼20만 원이 지급되고 있는 기초연금을 30만 원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의 재원 마련 계획이 사실상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2040년 연간 100조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무리한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의 생활비 지원을 연계하는 현행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비 지원액을 그만큼 감액해 ‘줬다 뺏는 연금’이라는 불만이 많은데, 이를 개선하겠다는 거다. 하지만 복지 학계에서는 연금 지원으로 인한 소득역전 현상 방지를 위해 현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연금 공약이 현실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현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제시한 경력단절 여성 보험료 추후 납부 허용, 청년 연금 보험료 지원 확대 등 사각지대 완화 방안은 이미 국회 논의가 수차례 진행된 적이 있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당은 국민 의료비를 줄이기 위한 건강보험제도 부과체계 개선을 한목소리로 약속했다.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 산정 방식을 바꿔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낮추고, 직장인 가입자의 부모 등을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것도 어렵게 해 제도 형평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공약은 역대 정권이 수차례 추진하다 좌절됐던 과제라 뒷북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당의 실손보험료 인하 공약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정책적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기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 안 된다.”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및 전문성 강화 등 조직개편을 추진할 뜻을 1일 밝혔다. 문 이사장은 “배는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게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는 괴테의 명언을 언급하면서 “기금운용 전문성 강화는 수익성만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고,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는 방향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안전 자산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투자를 공격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또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을 청년복지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야권의 총선 공약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기금은 노후준비자금이고, 차후 돌려드려야 할 지불준비금이다.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 책임론’ 등 논란 속에 1월 취임한 문 이사장은 약 3개월 동안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국민연금 노조가 문 이사장을 반대하는 천막투쟁을 철회했고, 기금이사 등 주요 인선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어서 이제부터 그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 이사장은 ‘임직원께 드리는 글’에서 평소 연금 전문가로서의 소신을 거침없이 밝혔다. 그는 “일각의 주장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재직 시 임금 대비 연금액 비율)을 10%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4% 올려야 한다”라며 재원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