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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이사회가 23일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둘러싼 행장 측과 사외이사 간의 갈등을 풀기 위해 의견 절충에 나섰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사회는 다음 주초 회의를 다시 열고 합의점을 도출할 계획이다. 이건호 행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사외이사들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이 행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를 다음 주 다시 열기로 했다”며 “이사들끼리 모여 좋은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이지 갈등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형태로든 적절한 방법을 찾아 원만히 해결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전산시스템 입찰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정은 유효하므로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4일 이사회에서 현재의 IBM 메인프레임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행장과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가 전산시스템 교체를 반대하면서 사외이사들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 문제를 둘러싼 내분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입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 측과 사외이사 등 ‘갈등의 당사자’들이 만나 대화에 나선 만큼 이번 사태가 조기에 봉합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 3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도 양측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사태가 진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갈등을 초래한 것으로 지목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 행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행장은 노조 간부들과 면담을 갖고 사태의 배경과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최근 KB금융그룹의 내분 사태와 관련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만나 ‘슬기로운 해결’을 주문했다. 22일 KB금융에 따르면 임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국민은행 등 11개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 문제를 모두 이 행장에게 위임할 테니 사외이사들과 잘 협의해 슬기롭게 해결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최근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이 행장 측과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충돌한 이후 처음이다. 이 행장은 앞서 21일 저녁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들을 만나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고 이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3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최근의 내분 사태 전반에 대해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양측의 간극이 좁혀질지가 관심이다. 양측의 대화 분위기가 마련됨에 따라 국민은행은 일단 이사회 의결을 무효화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로 한 계획을 보류했다. 사외이사들도 23일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결정에 반기를 든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에 대한 해임 논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이 사건을 특별검사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조사인력을 대폭 늘려 KB금융과 국민은행의 내부 통제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금융당국이 2001년 도입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금융지주회사 제도에 대한 손질에 나선다. 우선 자회사를 포함한 지주회사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금융지주 회장의 권한과 책임을 제도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또 사실상 금융지주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100% 자회사의 사외이사들을 없애고, 지나치게 은행 위주로 돼 있는 지주사의 기형적인 자산 편중을 해소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이 같은 내용의 ‘지주회사 제도 개선안’을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개선안은 그동안 ‘권한은 막강한데 경영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지주사 회장의 업무 관행을 고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동안 지주사 회장들은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두 지시 등 비공식적 수단으로 자회사들의 경영을 통제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지주사 회장이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그에 따른 투자 손실이 발생해도 당국이 이들의 책임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주사 내에 경영관리위원회나 위험관리협의회 등 새로운 의사결정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주사 회장이 이들 조직을 거쳐 자회사에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 비공식적인 경영 간섭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지주사 회장의 권한을 줄이겠다는 게 아니라 법에 명시된 권한을 투명하게 행사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또 지주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완전 자회사에는 앞으로 사외이사를 두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은행 등 자회사의 사외이사는 지주사에서 임명하기 때문에 사실상 지주사의 뜻대로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그룹의 6대 중점추진사항의 하나로 ‘은퇴 비즈니스의 차별화’를 선정했다.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등 각 계열사는 이를 위한 본격적인 실천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일 창립기념일에 ‘행복한 미래를 위한 은퇴파트너’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신한미래설계’라는 은퇴 브랜드 선포식을 열었다. 신한은행은 은퇴영업을 전담할 거점으로 70개 미래설계센터를 설치하고 은퇴전용통장, 미래설계브리프, 부부 은퇴교실 등 관련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대거 시장에 내놨다. 미래설계센터는 전문 컨설턴트가 배치돼 은퇴와 관련된 상담 및 설계를 해주는 곳이며, 미래설계통장은 은퇴 후 소득을 하나로 모아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도와주는 은퇴생활비 전용통장이다. 신한은행은 또 지난달 본점에서 100쌍의 고객을 초청해 부부 은퇴교실을 열고 재무설계뿐 아니라 건강 교양 취미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교육을 했다. 신한카드는 중장년 세대에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시니어 계층이 주로 쓸 수 있는 신상품을 적극 개발하는 한편 공공시장에서는 제휴사업자인 국민연금과 관련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50대 고객을 위한 은퇴자산관리 서비스 ‘신한 Neo50 플랜’을 제공하고 있다. 은퇴설계와 상품, 부가서비스가 전용계좌를 통해 통합 제공되는 서비스다. 크게 ‘어카운트’, ‘플래너’, ‘신탁’ 등 세 가지 서비스로 구성되며 금리우대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신한생명은 고객이 은퇴 상황별로 맞춤형 노후준비를 할 수 있도록 ‘참신한 브릿지 연금보험’을 판매 중이다.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의 소득공백기를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간의 갈등이 표출된 것과 관련해 이번 충돌이 국내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옥상옥(屋上屋)이란 평가를 받는 지주회사제도의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은 예전에도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행장이 서로 반목하고, 어윤대 전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ING생명 인수를 두고 심한 내홍(內訌)을 겪는 등 지주사와 사업자회사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과거 어 회장과 임영록 사장(현 KB금융 회장), 우리금융의 이팔성 전 회장과 이순우 전 행장(현재는 회장 겸임) 사이의 관계 역시 매끄럽지 않았다. 금융계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지주회사제도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직원들 ‘줄서기 경쟁’ 부작용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겉으로는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금융사들을 모두 포괄하는 모습을 띠고 있지만 사실은 은행이 지주사의 거의 전부라 할 정도로 자산 구성이 편중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11개 금융지주사의 총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4%였다. 결국 은행장 위에 지주회사 회장이라는 지붕이 하나 더 얹혀 있는 꼴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주사 회장이 자회사의 경영 전반을 챙기고 은행장이 은행 실무를 담당한다는 권력 배분의 원칙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주사 회장이 관심의 대부분을 은행에 쏟게 돼 은행의 경영 실권을 쥐고 있는 행장과 사사건건 대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주사 회장 및 행장의 선임 구도도 문제다. 원래는 지주사의 사외이사들이 회장을 추천하고, 회장이 이들과 협의해 행장을 뽑게 돼 있지만 현실은 두 자리 모두 ‘관피아(관료+마피아)’ 등 외부의 ‘낙하산’이 내려오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회장의 은행 장악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국민은행 부행장을 지낸 한 인사는 “지주회사와 회장의 역할 분담이 확실치 않다 보니 행장이 이사회 결정을 뒤집고 회장에 반기를 드는 일이 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과 행장이 상하관계가 아닌 대립관계가 될 경우 직원들도 본연의 업무보다 ‘줄서기 경쟁’에 몰두하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민은행과 KB금융에 대한 특별검사에 돌입한 금융당국도 이런 지배구조 문제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지주사 껍질 하나둘씩 탈피 지주사제도는 금융 선진화와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목표로 2001년부터 국내에 도입됐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연구원의 지난해 말 보고서에 따르면 4대 지주사의 총자산순이익률(ROA) 등 경영지표는 지주회사가 아닌 기업은행보다 낮아 시너지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회사들은 저마다 비용절감과 경영효율을 위해 지주사라는 ‘껍질’을 하나둘씩 탈피하는 추세다. 씨티금융지주가 씨티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지주사 체제를 포기했고 SC금융지주도 곧 씨티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리금융도 계열사의 분할매각이 진행됨에 따라 지주사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계열사 간에 부실이 전염되는 일을 막고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할 수 있는 것은 지주회사 체제의 긍정적인 면”이라며 “다만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은행 보험 등 사업 자회사 간 칸막이가 허물어지지 않아 시너지 창출이 아직 미흡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 빠지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금리와 저성장, 고령화 등 대내외 경제 환경이 악화된 측면도 있지만, 은행들이 그동안 저마다 엇비슷한 금융상품들만 쏟아내며 혁신에 소홀했던 탓도 크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금융권이 위기를 돌파구로 삼는 발상의 전환을 이뤄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동아일보는 각 은행에 최근 나온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금융상품(여·수신 포함)을 꼽아달라고 했다. 그 결과 현재 은행들의 영업 전략을 반영한 다수의 상품이 추천됐다. 드물긴 하지만 기존 금융계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상품도 일부 눈에 띈다. 무점포 대출부터 평생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KB국민은행이 추천한 ‘KB★story통장’과 ‘KB Hi!Story 적금/정기예금’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이건호 행장의 경영철학이 스며든 상품이다.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내자는 기존 금융회사들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고객과 은행이 오랫동안 함께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KB★story통장’은 ‘Story 포인트’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담고 있다. 매월 이 통장에 급여이체, 연금수령, 신용카드 결제 등 거래실적이 쌓이면 항목당 포인트를 제공하고 그 개수에 따라 수수료 면제, 금리우대 등의 혜택을 준다. 또 대학 입학, 취업, 결혼 등 인생의 주요 이벤트가 생기면 이를 축하하는 뜻으로 포인트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KB Hi!Story 정기예금’은 고객이 은퇴 후 연금수령 전까지 기간을 지원하는 상품으로 가입금 1000만 원 이상, 계약기간 1∼10년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적금은 기본이율 연 2.7%로 1년제 자유적립식 적금이다. 미래의 무(無)점포 은행 시대를 염두에 둔 대출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은행의 ‘iTouch’ 상품 시리즈는 고객이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대출 신청과 심사, 승인, 실행까지 전 과정을 마우스 클릭만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 전용 상품이다. 가입 절차가 비교적 단순한 예금과 달리, 대출은 본인 확인과 대출심사 과정이 까다로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전자금융거래에 제한이 많았다. 지금까지 나온 ‘iTouch’ 대출상품으로는 ‘iTouch전세론’, ‘iTouch직장인우대 신용대출’, ‘iTouch아파트론’ 등이 있다. 2011년 11월 선보인 ‘iTouch전세론’은 지금까지 약 3100건에 대출 잔액이 1836억 원으로 관련 상품군(群) 중 가장 인기가 높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전세론과 담보대출 등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대출상품도 꾸준히 개발할 계획이다. 중장년 직장인의 조기퇴직과 고령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금융상품도 눈에 띈다. 외환은행의 ‘해피니어 정기예금’은 은퇴한 뒤 연금소득이 생기기 전까지 ‘소득공백기’에 유용한 상품으로 퇴직금이나 부동산 매각대금 등 목돈을 예치한 뒤 이를 매달 원리금 형태로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거치 후 연금식’과 ‘즉시 연금식’ 중 하나를 택할 수 있으며 가입기간은 최소 1년, 최장 5년이다. 관련 서비스인 ‘해피니어 설계 시스템’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실제 은퇴 상황을 가정해 맞춤형 노후설계 컨설팅을 제공한다. 헬스케어, 재테크 세미나, 여행상품 우대, 상조 우대 서비스 등 다양한 비(非)금융서비스도 함께 받을 수 있다.지재권 담보 대출 등 다양한 공익·이색 상품들 기술은 뛰어나지만 이렇다할 자산이 없는 벤처기업들을 위한 대출상품도 나온다. 기업은행의 ‘IP사업화자금대출’은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실물 위주로 담보를 잡는 기존의 기업대출 관행을 생각하면 파격에 가까운 상품이라는 평가다. 대출 상품이 나온 지 불과 한 달 만에 7개 기업에 모두 50억 원이 공급됐다. 기업은행은 이밖에 문화·콘텐츠산업에 최근 3년(2011∼2013년) 동안 모두 5400여 억 원을 대출, 투자하는 등 금융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재권과 문화산업은 은행 입장에서 당장 이익을 가져다주는 수익원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금융 신뢰를 높이고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신한은행의 ‘신한 북 21 지식 적금’은 스마트폰뱅킹인 신한S뱅크 전용 상품으로 ‘지식서재’라고 불리는 모바일 지식 콘텐츠를 자주 이용할수록 더 많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 고객은 이곳의 인문, 경제, 생활, 어학 등 다양한 분야의 모바일 지식정보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신한 그린플러스 적금’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관리비 등을 절약하면 최고 연 0.1%포인트의 금리우대를 받게 설계돼 있다. 하나은행은 가입 계좌가 늘어나는 만큼 은행 측이 공익재단에 돈을 기부하는 ‘바보의 나눔’ 통장·적금·체크카드를 추천했다. ‘바보의 나눔’은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나눔의 삶을 살았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10년 설립된 재단법인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금융감독원이 내달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에 대한 전면 점검에 나선다. 국민은행은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IBM 메인프레임의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안건에 대해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감사위원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사외이사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내부 갈등이 점화됐다. 이 행장은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 과정에서 중대한 하자와 고의적인 왜곡이 있는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며 “이사회가 이 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기를 거부해서 금융당국에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작성한 내부 감사보고서에는 이사회 의결의 판단기준이 된 보고서가 유닉스 기반 시스템의 가격경쟁력을 고의로 높게 평가하고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을 축소 누락한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행장과 KB금융지주 간의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검사 요청을 받은 금융당국은 검사역을 투입해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절차상의 중대한 하자, 또는 비리 혐의가 당국에 포착되면 이사회의 결정을 지지하는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타격을 입게 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주부 고현진 씨(30)의 가계부에는 얼마 전부터 지출 항목이 크게 줄었다. 지난달 말 양가가 모두 모이는 가족 행사가 있었지만 예약해둔 식당을 취소하고 집에서 간단히 식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때가 이러니 그냥 집에서 간소히 하자”는 가족들 권유 때문이었다. 동창회 등 사교모임도 연이어 취소됐다. 의류 쇼핑이나 미용실 등에서 쓰던 돈도 줄었다. 세월호 침몰 사태 직후 약 2주간 전반적인 국내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는 사실이 신용카드 사용 통계로 확인됐다. 특히 여행 쇼핑 외식 등 필수 소비품목과 거리가 먼 업종에서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승인금액은 47조1600억 원으로 지난해 4월(44조8300억 원)에 비해 5.2%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5월 황금연휴에 앞서 4월 말 여행·숙박대금 결제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기치 못한 세월호 참사가 터지며 카드 사용금액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레저 명품 의류 등 이른바 즐기고 꾸미는 데 쓴 돈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콘도 등 레저타운 업종의 카드승인금액은 지난달 상반월(4월 1∼15일) 전년동기 대비 27.5% 급증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인 하반월(4월 16∼30일)에는 거꾸로 31.0% 급감했다. 골프장도 상반월 카드승인금액 증가율이 17.2%였던 데 비해 하반월에는 ―2.4%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기성복 유아아동복 등 의류업종도 상반월(5.4%)과 하반월(―4.3%)의 증가율 격차가 컸다. 화장품과 미용실 등 미용업종의 증가율 역시 같은 기간 8.1%에서 0.6%로 크게 떨어졌다. 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상반월에 39.5% 감소했던 보험업종의 카드승인금액이 하반월에는 3.5% 증가세로 반전됐다. 교통부문의 카드사용은 항공사와 철도 고속버스 택시 등이 모두 하반월에도 증가세를 보였지만 세월호 사태와 관련이 있는 여객선 업종만 홀로 감소세(―29.9%)를 보였다. 유통부문에선 백화점의 매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지만 필수재 소비가 많은 슈퍼마켓은 세월호 사태 이후에도 카드사용액이 일정하게 유지됐다. 각종 사고에 대한 불안감과 사회의 애도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여행·레저업계의 타격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두투어 측은 “세월호 사고 이후부터 5월 초까지 고객이 전년보다 10% 이상 줄었고 특히 국내 여행은 취소 인원이 전체 예약의 40%에 이른다”며 “완만하게 회복되는 추세지만 다음 달까지 큰 반등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업계 한 관계자는 “대목인 가정의 달을 맞아 준비했던 마케팅 활동이 중지된 데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판매 부진이 심하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박선희 기자}
정부와 대기업, 금융기관이 400억 원의 자금을 모아 중소·벤처기업을 성장 단계별로 지원하기로 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 성장사다리펀드는 20일 ‘스타트업 윈윈펀드’를 공동으로 조성해 벤처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 펀드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비롯한 하나금융그룹이 100억 원, SK텔레콤이 100억 원, 성장사다리펀드가 200억 원 규모로 각각 참가한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중소·벤처기업들이 창업과 성장, 회수 등 생애주기별로 자금을 원활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 등이 출자해 만든 펀드로 지난해 8월 출범했다. 이번에 조성되는 ‘스타트업 윈윈펀드’는 정부, 기업, 은행 등 투자 참여자들이 각자 역할을 배분받아 지원 대상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특징이 있다. 우선 하나·외환은행은 기업의 경영·재무상태 평가, 금융컨설팅 제공을 담당하고, SK텔레콤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분야의 기술사업성 평가 및 경영 노하우 전수를 맡는다. 마지막으로 성장사다리펀드는 펀드의 설계와 운용사 선정, 사후 관리 등을 책임진다. 이 같은 방식의 벤처기업 지원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해 12월 청와대 주최 금융인 간담회에서 제안한 모델이다. 하나금융 측은 “이번 지원 모델은 기존의 벤처기업 투자처럼 초기 자금 공급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경영 컨설팅과 상장(上場), 인수합병(M&A) 자문도 해줌으로써 ‘패키지형’ 지원을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스미토모미쓰이 파이낸셜그룹과 일본전기(NEC), 행정법인인 중소기업기반정비기구가 공동으로 35억 엔(약 350억 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구성해 벤처기업 투자에 나선 사례가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번 주부터 일부 시중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점포에 낯선 공고문이 나붙었습니다. A4 용지 크기의 공고문 상단에는 ‘민원발생평가 결과 평가등급’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고 본문에는 크고 붉은 서체로 ‘5등급(불량)’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는 곳도 있습니다. 모두 고객 민원 건수와 해결 노력 등에 대한 금융감독원 평가에서 5단계 중 최하등급을 받은 금융사라는 뜻입니다. 민원발생 평가는 금감원이 10년 이상 해오던 일입니다. 하지만 평가등급을 영업점에 게시하도록 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이번에 ‘불량’ 판정을 받은 국민·농협·SC은행, 롯데·신한카드, 알리안츠·에이스·우리아비바·ING·PCA생명, 롯데·ACE화재·AIG손해보험, 동부·동양증권, 친애·현대저축은행 등 금융사 17곳은 전국 3000여 점포와 각 회사 홈페이지에 3개월간 ‘불량 등급’을 공지해야 합니다. 낙제점 성적표를 벽에 붙이고 일을 해야 하는 금융사 직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입니다. 불량 등급을 받은 한 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영업점에서 공고문을 보고 항의할 때마다 직원들이 해명하느라 진땀을 뺀다”며 “당국의 취지는 알겠지만 신뢰를 먹고사는 은행에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니냐”라고 했습니다. “꼴등을 한 학생에게 성적표를 가슴에 붙이고 다니라는 것과 다를 게 뭐냐. 금융당국이 ‘칼자루’만 쥐려고 한다”는 항변도 나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태도는 단호합니다. 이른바 ‘네임 앤드 셰임(Name & Shame)’, 즉 ‘망신주기’를 통해서라도 고객보호를 소홀히 한 회사에 경각심을 심어주겠다는 것입니다. 또 고객서비스 수준을 공개해 금융사끼리 경쟁을 유발하겠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금감원은 글자를 일부러 작게 만들거나 잘 안 보이는 곳에 게시하는 사례는 없는지 암행감찰도 할 계획입니다. 유재동·경제부 jarrett@donga.com}

《 #1.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설립된 독일의 피도르 은행은 점포가 한 곳도 없다. 계좌 개설, 상담, 거래와 같은 은행 업무는 모두 페이스북,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은행 페이스북 계정의 ‘좋아요’ 클릭 수가 1000회 늘어날 때마다 고객의 예금금리를 0.1%포인트 올려주는 독특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 은행의 진가는 다른 부분에 있다. 고객이 직접 영업에 참여하는 ‘커뮤니티은행’을 표방한다는 점이다. 은행 홈페이지에는 기존 상품에 대한 평가, 새 상품 아이디어, 재테크 상담과 조언 등에 대한 고객들의 글이 수천 건 게시돼 있다. 고객들의 의견은 금융상품과 서비스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2.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내놓은 금융상품 ‘위어바오(餘額寶)’에는 현재 8000만 명이 넘는 고객이 가입했다. 위어바오는 온라인 쇼핑몰의 거래 계정에 남아있는 고객의 여윳돈을 자산운용사에 맡겨 불려주는데, 개인이 접근할 수 없는 은행 간 자금시장에 투자하기 때문에 다른 예금상품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다. 계좌를 열 때나 중도에 해지할 때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고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다. 중국에선 이처럼 정보기술(IT)기업이 은행업에 진출하는 ‘금융 빅뱅’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알리바바의 경쟁업체인 텐센트가 올해 초 온라인 펀드상품인 ‘리차이퉁’을 내놨고 검색업체 바이두(百度), 유통업체 쑤닝(蘇寧) 등도 유사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 세계 금융시장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침체와 저금리를 돌파하기 위해 IT 등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 모델이 등장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수익성 악화로 한계상황에 직면한 국내 금융회사들이 세계로 눈을 돌려 벤치마킹 대상을 찾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또 하나의 ‘금융 혁명’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익성 줄고, 고객 떠나가고…이중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최악의 보릿고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으로 은행과 보험사들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고 증권사들도 거래량이 줄어 혹한의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순이익률(ROE) 등 경영지표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래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자수익이 줄면서 은행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순이자마진(NIM) 역시 2009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1.80%까지 하락했다. 3∼4% 안팎인 선진국 은행들의 절반 수준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들이 엇비슷한 금융상품으로 치열한 금리 경쟁을 벌이다 보니 전반적인 이자수익 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외진출이나 신사업 개발 등으로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도 못했다. 1분기 국내은행의 총이익 중 이자이익의 비중은 93%로 1년 전(88%)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예금보다 대출금리를 높게 매겨 수익을 얻는 전통적인 이자수익 모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사들의 상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기침체와 경쟁 격화, 금융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위탁매매수수료율, 가맹점수수료수익률, 운용자산이익률 등 증권 카드 보험사의 핵심수익률은 2009년 이후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 대비 73% 급감했고, 생명보험사들도 ‘3강(强)’으로 꼽히는 삼성·한화·교보생명이 모두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저성장의 돌파구’ 금융 혁명은 IT에서 시작 국내 금융사들도 경영난을 돌파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자구책을 강구해왔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넘어 아시아 등 해외로 진출을 확대하고, 적자 점포를 서둘러 정비하면서 비(非)이자수익 등 대체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회사가 미래에도 살아남으려면 ‘금융 혁명’ 수준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금융회사들이 돈벌기가 쉬웠던 예전과 달리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의 ‘뉴 노멀’이 나타났다”며 “바뀐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금융산업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금융 혁명’의 첫 단계로 꼽히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표되는 IT와 금융의 결합이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IT라는 새로운 스토리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앞으로 금융산업의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독일 피도르 은행과 중국의 위어바오는 IT를 금융에 잘 접목한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금융거래 데이터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빅데이터’ 기반의 신종 금융업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카드리틱스’는 시중은행들과 제휴해 고객들의 카드 결제 기록을 넘겨받아 맞춤형 광고를 원하는 유통·제조기업에 마케팅을 위한 분석 자료를 제공한다. 은행, 유통업체뿐 아니라 광고를 통해 제품을 사는 소비자도 캐시백을 받을 수 있어 이득이 된다. 김용아 맥킨지&컴퍼니 시니어 파트너는 “한국 금융사들은 지나치게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해외 사업비중이 낮다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비즈니스 모델과 재무성과, 기업문화 등 세 가지 부문에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중산층 붕괴 - 고령화 - 막대한 가계빚 ‘트리플 악재’ ▼한국 금융회사가 직면한 환경한국의 금융회사들은 이익감소 외에도 막대한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증가에 따른 대출 부실, 중산층 붕괴와 고령화에 따른 시장 변화 등 갖가지 악재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사회적 변화가 금융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이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최근에는 조선 해운 건설 등 취약업종에서 기업 부실이 늘면서 은행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한계기업의 수가 2009년 말 2019곳에서 2012년 말 2965곳으로 불어났다. 이런 부실기업의 증가는 대출해준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1000조 원을 넘긴 가계부채는 지난 10여 년간 국내 금융권의 최대 리스크로 꼽혀 왔다. 금융사들은 이미 가계 빚 규모가 임계점을 넘어 개인금융 영업을 더 확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가계 빚 상환능력 악화→부실채권 증가→금융권 손실’로 이어지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부채 총량의 증가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부채의 질은 나빠지고 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고령화의 진전과 중산층의 붕괴 현상 역시 이자수익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금융사들에는 위협요인이다. 장년층의 조기 은퇴와 일자리 감소로 경제활동 비중이 줄면 저성장·저금리 현상이 빨라지고 금융사들의 금리 마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 역시 평균수명이 예상외로 늘어나면 연금보험금 지급액이 증가하기 때문에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미국의 ‘닷컴버블’ 붕괴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예견한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순위 최상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가 고안한 ‘케이스-실러’ 지수는 미국 주택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실러 교수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이 금융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고 보고 세계 각국의 경제 시스템을 예측해 왔다. 지난해에는 향후 금융산업이 새롭게 맡아야 할 역할을 강조한 ‘새로운 금융시대(Finance and the good society)’라는 책을 펴내 주목 받았다. 1967년에 미시간대를 졸업했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세계 경제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탐욕과 비(非)이성이 휩쓸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금융이 지금껏 사회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듯이 앞으로는 ‘좋은 사회(Good Society)’를 만드는 밑거름이 돼야 합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68)는 지난달 말 미국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 예일대 연구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가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최하는 ‘2014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새로운 리스크, 새로운 금융 시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실러 교수는 향후 금융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많은 산업을 대체해가고 있는 정보기술(IT)의 물결에 대응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금융회사들이 IT혁명을 맞이할 만한 인적 구성이나 조직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달라진 세상에서 어떻게 수익모델을 만들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금융시스템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경유착의 이미지가 강하다. 결국 금융규제 시스템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새로운 좌표를 찾고 있는데…. “난 경제를 ‘스토리(이야기)’로 설명하길 좋아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광기(狂氣)에 휩쓸려 비이성적으로 부동산과 주식에 탐닉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IT가 경제 스토리의 키워드다. 한때 러시아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했던 나의 노력들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구글 번역기가 이를 대신해버렸기 때문이다. 금융시장도 새로운 스토리에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 가장 큰 과제라고 본다.”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금융시장과 정책 당국이 찾아야 할 일이지만 요즘 물꼬를 트기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소액모금 펀드) 같은 사례가 IT와 금융이 결합한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사회 공익까지 더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물론 정책과 규제가 제대로 뒷받침돼야 한다.” ―저금리 시대에 점점 투자할 곳이 줄어들고 있는데…. “요즘 유망 투자처를 찾기 위해 바클레이스은행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가치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곳을 봐야 한다. 예를 들면 헬스케어 같은 분야다.” ―미국 부동산시장은 어떤가. “최근 12개월 동안 미국 주택 가격은 13.2%가 올랐다. 역사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증시 상승을 이끈 엔진 역할을 했지만 이는 결국 버블 붕괴로 이어졌다. 최근 제자들과 함께 미국 주택 구입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들도 서서히 버블을 의식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올 들어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미국 등 세계 부동산 시장이 오르는데 한국만 유독 약세라면 원인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한국이나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은…. “이미 알려진 뉴스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미국이 경제 회복기를 맞고 있다는 전망이 많은데…. “모든 지표가 긍정적이다. 다만 경제 회복기를 맞는다고 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2007년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해서는 안 되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지금도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금융개혁도 월가의 반발로 지지부진하다.”▼ “금융의 미래는 인간화-민주화에 달려” ▼ ―한국 금융계에서 ‘삼성’ 같은 글로벌 금융사를 키우려면…. “나에게 각인된 한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교육이다. 이건희라는 기업가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결국 인재를 뽑아 동기부여를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 성공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이뤄진다. 한국 금융의 경쟁력이 높아지려면 이런 유형의 인물을 길러내야 한다. 다만 금융 테크닉뿐 아니라 윤리적인 측면이 고루 겸비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서울이 동북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나. “최근 중국이 해외자금 유출입 통제를 강화하면서 상하이와 선전 같은 동북아의 신흥 금융허브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좋은 기회다. 세계 최고 금융도시인 뉴욕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다른 언어를 쓰는 한국으로서는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영어 실력이 있고 국제 금융계의 구조와 정서를 이해하는 인재를 길러낸다면 싱가포르 홍콩 중국을 제치고 동북아 금융허브의 중심이 될 수 있다.” ―평소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금융의 기능을 강조해왔다. “최근 출간한 ‘새로운 금융시대’에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금융사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한 예가 펀드를 만들고 투자가들을 모집해 비영리 병원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해당 사업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또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처럼 과도한 수익을 올리는 부유층들이 이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길을 터주도록 세율 체계를 고칠 것을 제안했다. 금융의 미래는 ‘인간화’와 ‘민주화’에 달려 있기도 하다.” ―많은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경제학자가 아닌 사회과학자로 규정했다. “경제학자들은 강점을 지닌 한 분야에 집중하지만 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다방면에 지식을 가진 사람)가 되고 싶다. 현실과 괴리되면 세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금융 활동에서도 인간의 심리적 측면을 도외시한 분석은 오류를 저지르기 쉽다.”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이달부터 사회복지 확대 등 정부의 정책에 맞춰 설계된 공익성 ‘관제(官製)보험’들이 줄줄이 시장에 등장한다. 이 상품들은 범죄 피해자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민간 보험사들이 금융당국과 합작해 ‘기획’한 금융상품으로, 사회복지나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 가입 대상자들에게는 큰 혜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7월 1일 ‘행복지킴이 상해보험’이라는 ‘4대악(惡) 보상 보험’을 내놓는다.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4대악 척결 공약’에 따라 금융당국이 현대해상을 통해 기획한 상품이다. 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계층 자녀 등 청소년이 주된 가입대상인 이 보험은 4대악과 관련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망은 최대 8000만 원, 상해나 정신치료 진단 시에는 100만 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또 입원하면 하루 3만 원의 보험금이 나온다. 보험료가 1인당 연간 1만∼2만 원으로 저렴한 편이며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의 단체 가입이 원칙이다. 앞으로 이 보험에 단체로 가입한 뒤 소속 취약계층 구성원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지자체, 학교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일단 단체 가입을 원칙으로 하고 개인별 가입은 추후 검토할 것”이라며 “4대악 보상 보험은 회사 이익을 위해 판매하는 것은 아니며 당국의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동참해 만드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250만 명의 장애인이 모두 가입할 수 있는 ‘장애인 연금보험’도 이달 중 KDB생명을 필두로 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내놓을 예정이다. 장애인 연금보험은 부모나 보호자의 사망 이후 장애아동의 생계 문제를 돕기 위해 개발된 특화상품으로 일반 연금보험보다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연금 수령액은 일반 연금보다 10∼25% 많다. 수급 개시 연령이 최소 20세로 낮은 편이고 중도해지 때 환급률도 높아 일반상품보다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장애인의 날(4월 20일)이 있는 4월에 장애인 연금보험 상품을 내놓으려고 했지만 보험사들이 상품의 수익성을 우려해 난색을 보이자 공개시기를 미뤘다. 보험업계는 공익성 보험의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최근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탓에 상품개발에 소극적인 편이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사회악 척결이나 장애인 복지 등은 국가가 책임질 사안인데도 정부가 민간회사들의 등을 떠밀어 해결하려고 한다”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최근 시중은행의 공인인증서 약 7000건이 해킹으로 유출돼 일괄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최근 보안업체의 제보를 받아 악성코드의 경유지로 사용되는 홈페이지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파밍 등으로 유출된 공인인증서 목록 6900여 개를 발견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진흥원은 금융결제원 등 5개 인증기관에 이를 통보해 인증서를 모두 폐기하고 가입자에게 유출 사실을 알렸다. 파밍은 해커가 피해자 컴퓨터를 악성코드에 감염시킨 뒤 피해자가 진짜 은행 사이트 주소를 넣어도 가짜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이다. 이번에 폐기된 공인인증서는 사용자들이 시중은행 거래용으로 쓰던 인증서였다. 인터넷진흥원은 지난해 5월에도 은행 고객의 컴퓨터에서 유출된 공인인증서 파일 200여 개가 모여 있는 서버를 발견해 인증기관에 알려 폐기한 바 있다. 인터넷진흥원은 “공인인증서 유출이 의심되면 인터넷진흥원(국번 없이 118)에 신고해 안내를 받고 실제 불법이체 피해가 발생하면 경찰청(112), 금융감독원(1332)에 즉시 알려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함준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새 멤버로 합류하면서 ‘7인의 현자(賢者)’라고 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됐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김중수 전 총재가 이끌던 금통위에 비해 경기부양보다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성향이 더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는 당장 9일 열릴 금통위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시그널이 나올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매의 발톱’ 더 날카로워질까 금융계에서는 새로 합류하는 함 금통위원 내정자를 ‘온건한 매파 성향’으로 분류하는 관측이 많다. 우선 그가 그동안 거시경제보다 통화금융 연구에 집중해온 학자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체로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함 내정자가 은행연합회 추천 인사라는 점도 관심 포인트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은 금리가 올라갈수록 예대마진이 벌어져 수익성이 개선되기 때문에 함 내정자가 은행권의 요구를 반영한 통화정책을 주장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의 예상대로 함 내정자가 금리인상 쪽에 선다면 현 금통위의 균형추는 매파 쪽으로 다소 기울게 된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뼛속까지 한은맨’인 이주열 총재와 박원식 부총재 그리고 한은 총재의 추천을 받은 문우식 위원을 통화긴축을 주장하는 매파로, 경제부처들과 산업계의 추천을 받은 정해방 하성근 정순원 위원을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분류하고 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 대 3’ 구도였던 금통위에서 함 내정자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상황”이라며 “굳이 예상한다면 함 내정자는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한은에 가까운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당분간은 동결 기조 보일 듯 금통위 의장인 이 총재도 취임 초기에 비해 금리인상을 선호하는 ‘매파’라는 평가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한은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의 격차가 이전 방법으로 계산한 것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따라잡으면 경기가 좋아졌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에 통상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로 작용한다. 금융계는 “한은이 이런 보고서를 낸 것 자체가 올 하반기 금리 정상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착륙 우려와 세월호 참사 등으로 대내외 경제상황이 불안하다는 점이 금리인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국내 경기 회복세가 미국 등 선진국과 견줬을 때 미약한 편이라는 견해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함 내정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매파냐, 비둘기파냐란) 분류 자체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성장, 물가, 금융안정 등 고려할 게 워낙 많기 때문에 각 경제 상황에 맞는 금리정책을 펴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직 내정자 신분인 함 교수는 청와대의 임명 절차가 늦어짐에 따라 다음 달 금통위부터 통화정책 결정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원-달러 환율이 5년 9개월 만에 달러당 1020원대로 미끄러졌다.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코스피도 한 달여 만에 1,940 선이 붕괴됐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2일)보다 7.8원 내린 1022.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020원대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8일(1027.9원) 이후 처음이다. 최근 환율은 한국의 경상수지, 무역수지가 2년 이상 흑자 행진을 벌이는 등 국내에 달러화 유입이 늘면서 지속적으로 하락 압박을 받았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앞으로 상당 기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 약세 현상이 나타난 것이 이날 원화 강세를 부채질했다. 정부가 환율 하락의 큰 흐름을 인정해 섣불리 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 안팎에 확산되며 오후 들어 낙폭이 더욱 커졌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시장 마감 후 기자들과 만나 “환율의 쏠림 현상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는 증시에도 큰 충격을 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56포인트(―1.00%) 내린 1,939.88로 마감했다. 지수가 1,940 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3월 21일(1,934.94) 이후 처음이다. 이날 증시는 전날 미국 증시가 기업 실적 부진 등으로 하락한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개장 직후 내림세로 돌아섰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연일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7일 1030원 선마저 무너지자 외환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의 수출 채산성을 고려한다면 환율의 하락 속도를 최대한 줄여야 하지만 대내외 여건상 원화 강세의 큰 흐름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된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너무 컸다”며 “달러화가 시중에 넘쳐나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도 섣불리 하락세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초저금리 기조를 고수함에 따라 앞으로 상당 기간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정부가 무리한 개입을 자제하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예전 같으면 어떻게든 원화가치 상승을 막으려고 했을 정부가 요즘은 환율 하락을 어느 정도 용인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수출 대기업을 위한 기존의 고(高)환율 정책이 고용이나 투자 확대로 연결되지 않자 정부가 경제정책의 큰 틀을 내수경기 부양 쪽으로 돌리면서 외환시장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외환당국은 시장에 도는 ‘환율 하락 용인설(說)’을 부인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환율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한 적이 없다”며 “당국이 환율에 관해 특정 레벨을 정해 놓고 그걸 방어하거나 포기한다고 믿는 것은 시장의 오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최소 몇 달간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에 달러 당 1000원 선이 붕괴돼 2008년 4월 이후 처음 ‘세 자릿수 환율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 환율 최저점이 1000원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며 “지금 정부가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면 나중에 한꺼번에 환율이 급락할 개연성이 있는 만큼 연착륙을 시켜 기업들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가 예정대로 올가을 종료되면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생기면서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앞으로 신용카드로 5만 원 이상의 금액이 결제되면 카드 소지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해당 결제 사실이 자동 통보된다. 신용카드 복제 등의 부정 사용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건당 5만 원 이상의 카드 결제를 하면 고객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보내주도록 각 카드사에 지도하기로 했다. 우선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를 일으킨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3사가 이르면 이달 중 이 같은 알림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머지 카드사들도 연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문자메시지로 자신이 쓰지 않은 카드 결제 내용이 전송되면 고객은 카드사에 신고해 결제 취소나 피해 보상을 요청할 수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올해 하반기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우대 혜택이 확대돼 28만 개 가맹점이 더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부대의견을 통과시켰다. 현재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우대 혜택은 연 매출 2억 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에 대해서만 전체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의 80% 수준, 또는 1.5% 중에서 낮은 요율이 적용됐다. 하반기부터는 평균 2.3% 안팎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 연매출 2억∼3억 원의 약 28만 개 가맹점도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의 100%나 2.0% 중에서 작은 요율을 적용받게 된다.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