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賢者’ 경기부양보다 물가안정에 무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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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준호 위원 합류로 본 금통위… 함 내정자 ‘온건한 매파’ 성향
MB정부때보다 통화긴축에 방점… 당분간은 금리 동결 기조로 갈듯

함준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새 멤버로 합류하면서 ‘7인의 현자(賢者)’라고 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됐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김중수 전 총재가 이끌던 금통위에 비해 경기부양보다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성향이 더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는 당장 9일 열릴 금통위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시그널이 나올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 ‘매의 발톱’ 더 날카로워질까

금융계에서는 새로 합류하는 함 금통위원 내정자를 ‘온건한 매파 성향’으로 분류하는 관측이 많다. 우선 그가 그동안 거시경제보다 통화금융 연구에 집중해온 학자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체로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함 내정자가 은행연합회 추천 인사라는 점도 관심 포인트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은 금리가 올라갈수록 예대마진이 벌어져 수익성이 개선되기 때문에 함 내정자가 은행권의 요구를 반영한 통화정책을 주장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의 예상대로 함 내정자가 금리인상 쪽에 선다면 현 금통위의 균형추는 매파 쪽으로 다소 기울게 된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뼛속까지 한은맨’인 이주열 총재와 박원식 부총재 그리고 한은 총재의 추천을 받은 문우식 위원을 통화긴축을 주장하는 매파로, 경제부처들과 산업계의 추천을 받은 정해방 하성근 정순원 위원을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분류하고 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 대 3’ 구도였던 금통위에서 함 내정자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상황”이라며 “굳이 예상한다면 함 내정자는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한은에 가까운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당분간은 동결 기조 보일 듯

금통위 의장인 이 총재도 취임 초기에 비해 금리인상을 선호하는 ‘매파’라는 평가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한은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의 격차가 이전 방법으로 계산한 것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따라잡으면 경기가 좋아졌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에 통상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로 작용한다. 금융계는 “한은이 이런 보고서를 낸 것 자체가 올 하반기 금리 정상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착륙 우려와 세월호 참사 등으로 대내외 경제상황이 불안하다는 점이 금리인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국내 경기 회복세가 미국 등 선진국과 견줬을 때 미약한 편이라는 견해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함 내정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매파냐, 비둘기파냐란) 분류 자체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성장, 물가, 금융안정 등 고려할 게 워낙 많기 때문에 각 경제 상황에 맞는 금리정책을 펴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직 내정자 신분인 함 교수는 청와대의 임명 절차가 늦어짐에 따라 다음 달 금통위부터 통화정책 결정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함준호#금융통화위원회#물가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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