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무점포 대출·지재권 담보, 금융도 아이디어 불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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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은행들이 내세운 가장 혁신적인 금융 상품들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 빠지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금리와 저성장, 고령화 등 대내외 경제 환경이 악화된 측면도 있지만, 은행들이 그동안 저마다 엇비슷한 금융상품들만 쏟아내며 혁신에 소홀했던 탓도 크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금융권이 위기를 돌파구로 삼는 발상의 전환을 이뤄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동아일보는 각 은행에 최근 나온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금융상품(여·수신 포함)을 꼽아달라고 했다. 그 결과 현재 은행들의 영업 전략을 반영한 다수의 상품이 추천됐다. 드물긴 하지만 기존 금융계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상품도 일부 눈에 띈다.

무점포 대출부터 평생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KB국민은행이 추천한 ‘KB★story통장’과 ‘KB Hi!Story 적금/정기예금’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이건호 행장의 경영철학이 스며든 상품이다.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내자는 기존 금융회사들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고객과 은행이 오랫동안 함께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KB★story통장’은 ‘Story 포인트’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담고 있다. 매월 이 통장에 급여이체, 연금수령, 신용카드 결제 등 거래실적이 쌓이면 항목당 포인트를 제공하고 그 개수에 따라 수수료 면제, 금리우대 등의 혜택을 준다.

또 대학 입학, 취업, 결혼 등 인생의 주요 이벤트가 생기면 이를 축하하는 뜻으로 포인트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KB Hi!Story 정기예금’은 고객이 은퇴 후 연금수령 전까지 기간을 지원하는 상품으로 가입금 1000만 원 이상, 계약기간 1∼10년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적금은 기본이율 연 2.7%로 1년제 자유적립식 적금이다.

미래의 무(無)점포 은행 시대를 염두에 둔 대출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은행의 ‘iTouch’ 상품 시리즈는 고객이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대출 신청과 심사, 승인, 실행까지 전 과정을 마우스 클릭만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 전용 상품이다. 가입 절차가 비교적 단순한 예금과 달리, 대출은 본인 확인과 대출심사 과정이 까다로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전자금융거래에 제한이 많았다. 지금까지 나온 ‘iTouch’ 대출상품으로는 ‘iTouch전세론’, ‘iTouch직장인우대 신용대출’, ‘iTouch아파트론’ 등이 있다. 2011년 11월 선보인 ‘iTouch전세론’은 지금까지 약 3100건에 대출 잔액이 1836억 원으로 관련 상품군(群) 중 가장 인기가 높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전세론과 담보대출 등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대출상품도 꾸준히 개발할 계획이다.

중장년 직장인의 조기퇴직과 고령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금융상품도 눈에 띈다. 외환은행의 ‘해피니어 정기예금’은 은퇴한 뒤 연금소득이 생기기 전까지 ‘소득공백기’에 유용한 상품으로 퇴직금이나 부동산 매각대금 등 목돈을 예치한 뒤 이를 매달 원리금 형태로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거치 후 연금식’과 ‘즉시 연금식’ 중 하나를 택할 수 있으며 가입기간은 최소 1년, 최장 5년이다. 관련 서비스인 ‘해피니어 설계 시스템’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실제 은퇴 상황을 가정해 맞춤형 노후설계 컨설팅을 제공한다. 헬스케어, 재테크 세미나, 여행상품 우대, 상조 우대 서비스 등 다양한 비(非)금융서비스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지재권 담보 대출 등 다양한 공익·이색 상품들


기술은 뛰어나지만 이렇다할 자산이 없는 벤처기업들을 위한 대출상품도 나온다. 기업은행의 ‘IP사업화자금대출’은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실물 위주로 담보를 잡는 기존의 기업대출 관행을 생각하면 파격에 가까운 상품이라는 평가다.

대출 상품이 나온 지 불과 한 달 만에 7개 기업에 모두 50억 원이 공급됐다. 기업은행은 이밖에 문화·콘텐츠산업에 최근 3년(2011∼2013년) 동안 모두 5400여 억 원을 대출, 투자하는 등 금융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재권과 문화산업은 은행 입장에서 당장 이익을 가져다주는 수익원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금융 신뢰를 높이고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신한은행의 ‘신한 북 21 지식 적금’은 스마트폰뱅킹인 신한S뱅크 전용 상품으로 ‘지식서재’라고 불리는 모바일 지식 콘텐츠를 자주 이용할수록 더 많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 고객은 이곳의 인문, 경제, 생활, 어학 등 다양한 분야의 모바일 지식정보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신한 그린플러스 적금’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관리비 등을 절약하면 최고 연 0.1%포인트의 금리우대를 받게 설계돼 있다.

하나은행은 가입 계좌가 늘어나는 만큼 은행 측이 공익재단에 돈을 기부하는 ‘바보의 나눔’ 통장·적금·체크카드를 추천했다. ‘바보의 나눔’은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나눔의 삶을 살았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10년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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