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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TV를 봤다. 기자는 최근 서울 여의도 반려견 전용 인터넷방송 채널해피독 사무실에서 쿠키, 마이 프레셔스와 TV 앞에 앉았다. 쿠키는 여섯 살짜리 래브라도 레트리버, 마이 프레셔스는 생후 7개월인 시베리안 허스키다. TV 화면에서 개가 개껌을 뜯자 쿠키가 화면 앞으로 돌진하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이어진 당구대 장면에선 알록달록한 당구공이 경쾌한 파열음을 내며 빠르게 굴러다녔다. 마이 프레셔스의 고개도 정신없이 따라 움직였다. 기자의 눈엔 지루한 폐쇄회로(CC)TV 같은데 개들에겐 배꼽 잡는 예능이었다. 반려견 127만 마리(농림축산식품부 추산) 시대를 맞아 개 전용 방송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CJ헬로비전은 올 2월 미국에서 제작한 ‘도그TV’ 판권을 구입해 이스라엘,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방송을 시작했다. 채널해피독도 지난달부터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인터넷으로 방송하고 있다. 주요 시청층은 혼자 집 지키는 개들이다. 주인은 외출할 때 반려견을 위해 TV를 켜놓고 나간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시청견’도 늘어나는 추세다. 채널해피독 자문을 맡은 박철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홀로 집에 남겨진 반려견은 울부짖거나 문을 긁으며 낑낑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분리불안증을 앓는 개들은 다른 강아지가 노는 모습을 TV로 보며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들은 코미디를 선호한다. 개 전용 프로그램에선 주기적으로 ‘헥헥헥’ 하며 헐떡이는 소리가 났는데, 이 소리만 나면 한눈팔던 개들도 화면을 보고 꼬리를 흔들었다. 곽상기 채널해피독 대표는 “개들이 노는 장면을 촬영한 뒤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개가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만 따로 편집해 담는다”고 밝혔다. 도시 생활을 하는 개들을 위해 자연 풍경과 함께 물 바람 새 소리도 들려준다. 여기엔 건국대 수의학과 박희명 교수팀이 연구한 반려견 안정을 위한 고주파 소리도 포함돼 있다. 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여서 기자는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들을 수 없었다. 한참 TV를 보고 있으니 개가 돼 거리를 활보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개의 눈높이에 맞춘 카메라 앵글 때문에 화면 속 길가는 사람들의 정강이만 보이고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개와 눈도 마주쳤다. 개를 캐스팅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출연료도 없다. 자기 개가 TV 화면에 나오길 바라는 주인이 많기 때문이다. 캐스팅 기준은 외모보다는 잘 노는 ‘예능감’이 중요하다. 정석현 채널해피독 PD는 "개들은 자기와 같은 종이 TV에 나오면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거의 모든 종의 개가 출연한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요즘 인터넷에서는 ‘TV 수신료 안 내는 법’이란 게시글이 퍼지고 있다. KBS가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자 시청자들이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한국전력공사 고객센터로 전화해 0번을 누른다’로 시작해 KBS 직원의 확인 방문을 피해가는 법까지 자세한 매뉴얼을 공유하고 있다. KBS 수신료 인상을 위한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인상 승인안’은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승인을 얻으면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가 4000원으로 오른다. KBS는 수신료를 올리는 대신 연간 6200억 원대인 광고 수입(2012년 기준)을 2018년까지 4100억 원대로 줄이기로 했다. 그러면 KBS 수입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에서 53%로 늘고, 광고 수입 비중은 40%에서 22%로 줄게 된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안 통과는 불투명하다. 우선 야당이 편파 보도 등을 이유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8일 국회 미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상정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수신료 인상의 전제 조건인 ‘광고 없는 공영방송’에 대한 KBS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KBS는 인상안에서 광고 축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광고 폐지 시간대도 시청자가 가장 많은 황금시간대를 피해 어린이 청소년 가족 시간대로 정했다. 수신료 인상안을 검토한 미방위 이인용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수신료 인상 사유가 과거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한 요인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했다”며 “KBS가 정당성의 위기, 정체성의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경영의 위기에만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일상 건국대 명예교수는 “광고 수입 비중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확약하고 방만한 경영부터 정리해야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부터 지속돼온 방송 파행으로 수신료 인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점도 새로운 변수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공영방송이길 포기했으니 우리도 돈을 낼 필요가 없다” “수신료 거부 운동이나 KBS 문닫기 운동을 해야겠다”며 KBS를 성토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가족마저 돈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어머니, 성실한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자 바로 옛 애인과 불륜에 빠지는 아내, 바람난 남편을 잡으려고 납치 자작극까지 벌이는 여자…. 조간신문 사회면에 나오는 엽기적인 사건 기사가 아니다. KBS가 온 가족이 시청하는 주말 저녁 시간대에 편성한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올 2월 막을 내릴 때까지 시종일관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길환영 KBS 사장은 드라마 종방연에 참석해 “할머니, 아버지, 자식 삼대를 아우르는 훈훈한 이야기로 수신료의 가치를 전하는 대표적 KBS 드라마”라고 칭찬했다. 한국 공영방송의 초라한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씁쓸한 에피소드다.○ KBS 올해 심의 제재 건수 1위 KBS는 보도 기능만 상실한 것이 아니다. 상업 채널과 구분이 안 되는 막장 오락물은 더 큰 문제다. 시청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교양 수준을 높이는 공영방송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올 4월 KBS(KBS1, KBS2)가 문제 있는 방송을 내보내 받은 제재 건수는 59건으로 MBC(56건)나 SBS(57건)보다 많다. 올해 통계만 봐도 KBS가 받은 제재 건수는 20건으로 지상파 중 1위다. 지상파 방송의 연예 오락 분야 제재건수만 따지면 전체 24건 가운데 11건이 KBS가 받은 제재다. KBS 드라마는 ‘무법지대’다. 지난해 10월 방영된 월화드라마 ‘미래의 선택’에서 해고된 여주인공이 방송작가가 될 기회를 얻자 남자 직원들은 “근데 어떻게 꼬신 거야. 혹시 뭐 김신(간판 아나운서)이랑 잤어?”라고 성희롱했다. 같은 해 6월 일일드라마 ‘지성이면 감천’에선 타인의 동의 없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하는 불법행위가 등장했다. 예능도 다른 상업 방송과 차이가 없다. 올 3월 방영된 ‘맘마미아’에선 20세 남자 아이돌 가수가 어머니를 ‘○○이’, ‘○○아’라고 이름으로 부르며 반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남자 출연자가 뚱뚱한 여성 진행자에게 “개 사료 드세요”라고 묻거나(토크쇼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2월 24일 방영분), 남자 배우가 개인기를 보여준다며 성행위할 때 여성이 내는 신음소리를 비트박스로 흉내 내는 모습(‘우리동네 예체능’ 지난해 4월 23일)이 여과 없이 방송되기도 했다. KBS는 최근 편성표를 무시하고 일요 예능 시작시간을 오후 4시 50분대에서 4시 20분대로 기습적으로 바꿔 일요예능 시간 앞당기기 경쟁도 주도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예능 프로를 내보내 시청자를 잡겠다는 꼼수다. SBS 관계자는 “MBC와 SBS에서 방송 시간 가이드라인을 정하자고 했지만 KBS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예능과 드라마 제작 철학이 없다 KBS의 막장 드라마, 끝장 예능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9년 4월 방영된 드라마 ‘장화홍련’에서는 며느리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감금하는 장면이 나와 사회적 논란이 됐다. 같은 해 ‘미녀들의 수다’는 “키가 작은 남성은 루저라고 생각한다”는 여성 출연자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KBS는 ‘루저 발언’ 사태 후 ‘방송의 소재 및 표현에 관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반사회적 가치를 조장하는 표현이나 특정 집단과 개인을 비하하는 내용을 방송할 수 없다. 특정 신체 부위를 세밀히 묘사해도, 미신 소문 비과학적인 사실과 욕설이나 과도한 사적 이야기를 내보내서도 안 된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KBS 관계자는 “시청률만 높게 나오면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는 따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회사원 박재석 씨(39)는 “선정성, 막장 논란이 터지면 매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공영방송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 달 방송되는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는 방영 전부터 “또 막장 드라마인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KBS는 ‘오빠를 죽음으로 내몬 여자의 대리모가 돼 복수를 꿈꾸는 여인과 아이를 지키려고 분투하는 여자의 갈등을 그린 처절한 복수극’으로 홍보하고 있다. 드라마 포스터에는 아기를 안은 배우 장서희와 그의 목을 섬뜩한 표정으로 만지는 이채영의 사진까지 실렸다. ▼ NHK-BBC에선 막장 드라마 꿈도 못꿔 ▼외국의 공영방송은드라마-오락프로도 품격 지향… 상업방송과 철저히 차별화KBS, 제작비용 절감 노력 없이… “수신료 비중 낮다” 타령만다른 나라의 공영방송은 어떨까. 선진국의 공영방송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KBS와 같은 막장 드라마나 선정적인 예능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외국의 경우 공영방송은 보도와 시사뿐만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방송사 조직원들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 NHK의 경우 드라마도 ‘착하게’ 만든다. 현재 방영 중인 일일드라마 ‘하나코와 앤’은 캐나다 작가 루시 몽고메리가 쓴 소설 ‘빨간 머리 앤’을 처음 일본어로 번역해 소개한 여류 번역가 무라오카 하나코(村岡花子)의 일대기를 다뤘다. 9월 방송되는 일일드라마도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케쓰루 마사타카(竹鶴政孝)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공영방송’ KBS의 일일드라마는 어떨까. 현재 방영 중인 ‘천상 여자’는 ‘수녀의 복수극’이라는 엽기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재벌가 사위가 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버린 남자, 살해당한 언니의 복수를 하려는 수녀 동생, 망나니 재벌 3세의 집안 갈등 등 막장 요소들이 버무려진다. 안창현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원은 “NHK는 예능도 정보와 오락이 결합된 인포테인먼트 형식이나 ‘가요무대’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며 “상업방송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영국 BBC도 마찬가지다. 현재 방영 중인 일일드라마 ‘이스트엔더스(EastEnders)’는 런던 시민의 평범한 일상을 다룬 작품으로 1985년 시작된 영국의 ‘국민 드라마’다. 시간여행을 다룬 ‘닥터 후’, 귀족사회를 그린 ‘다운턴 애비’, 셜록 홈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셜록’처럼 BBC 드라마는 세계 시장에서도 수작으로 꼽힌다. ‘셜록’ 시리즈는 180개 국가에 판매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오락도 사회적 의미를 중시한다. BBC가 지난해 만든 리얼리티 프로그램 ‘익스트림 OCD캠프(Extreme OCD Camp)’는 강박증 환자가 치유되는 모습을, ‘SAS’는 일반인이 특수부대 훈련을 견뎌내는 과정을 다뤘다. BBC는 올 2월 퀴즈쇼 ‘모크 더 위크(Mock the Week)’가 여성 출연자를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자 남자만 나오는 오락 프로의 방영을 금지하기도 했다. KBS는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때마다 재원 구조 탓을 한다. 재원의 70% 이상을 수신료로 충당하는 BBC NHK와, 수신료 비중이 38%에 그쳐 광고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KBS를 단순 비교할 순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KBS 재원 구조로도 공영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정준희 강의전담 교수는 “NHK는 자사 출연 연예인의 출연료를 민영 방송사의 5분의 1만 주는 방법으로 예산을 아낀다”며 “KBS도 스타 위주의 캐스팅을 줄이고 창의적인 오락 프로 포맷을 개발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윤종 기자}

《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KBS 기자들이 이런 ‘양심 고백’을 하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들어간 지 28일로 10일째가 된다. 이사회는 방송법상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위반을 이유로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상정했다. 28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길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이 통과되면 길 사장은 방송의 자유를 지켜내지 못해 쫓겨나는 첫 번째 사장이 된다. 역대 사장 가운데 서영훈(1990년) 정연주 사장(2008년)이 해임된 적은 있지만 각각 ‘예산 변칙 지출’과 ‘방만 경영’이 이유였다. 길 사장이 해임되지 않으면 KBS 양대 노조는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교양과 예능 프로그램의 파행 방송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KBS 본부(새노조)가 23일 파업 결의를 한 데 이어 27일 KBS노조(1노조)도 재적조합원의 94.28%가 참여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83.14%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국가적 재난이 돼 버린 KBS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뭡니까. 국민들이 내는 수신료로 9시 뉴스를 20분만 방영하네요.” “공영방송이 개인방송입니까. 걸핏하면 제작 거부니 파업이니 하고.” 기자들의 제작 거부로 뉴스 프로그램이 축소 방송되거나 결방되는 일이 이어지자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청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수습 대책이 쏟아지고 6·4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와 언론의 검증 기능이 절실한 때에 공영방송이 보도 역할을 포기했다며 성토하는 내용들이다.○ 보도 참사 부른 ‘KBS 공식’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26일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를 직접 취재하지 않고 시민 제보자가 보내온 영상과 이현주 아나운서의 멘트로 때웠다. 27일 경기 시화공단 폐기물 업체 화재 사고는 25초짜리 단신 뉴스로 전했다. 세월호 사태로 불거진 KBS의 ‘보도 참사’는 사장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오랫동안 되풀이돼온 탓이 크다. KBS에는 정권마다 반복되는 ‘KBS 공식’이 있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사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내외부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는다. 사장은 임기 내내 편파 방송 의혹을 받으며 야당과 노조의 반대에 부닥친다. 정권 교체기에는 노조의 대대적인 파업이 일어난다. 노조 관계자는 “사장이 바뀔 때마다 투쟁이 반복되다 보니 몇 년 전 만든 ‘낙하산 사장 반대’ ‘KBS는 반성합니다’ 같은 시위용 피켓을 재활용한다”고 귀띔했다. 보도의 친여 편향성 시비도 정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KBS 기자는 “정권이 바뀌면 사장이 바뀌고, 간부가 싹 갈리고, 당연히 방송의 논조도 바뀐다. 자사 보도에 대한 비판은 KBS 공식 중 하나다. 정연주 사장 시절에는 강동순 당시 KBS 감사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방송을 반대 위주로 냈다”고 비판했다. 김인규 사장 때는 “군사정권의 화석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기자들의 성명서가 나왔다. 최근 세월호 보도에 대해 젊은 기자들은 “편파 보도를 지휘하는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에게 화가 났다”며 들고 일어났다. 지난해 KBS 기자협회 조사에서 KBS 기자의 75.8%는 “KBS 뉴스는 정치적 로비나 외압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낙하산 인사 관행에 보도국도 줄서기 민주화 이후 역대 KBS 사장 중 임기를 다 채운 이는 드물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임명된 박권상 사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노조의 퇴진 압력을 받으며 임기 70여 일을 앞두고 사퇴했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정연주 사장은 연임 당시 KBS 노조의 반대에 부닥쳤으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해임됐다.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김인규 사장은 이례적으로 임기를 채웠으나 2012년 초 KBS 새노조는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90일 넘게 파업을 벌였다. KBS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한 기자는 “낙하산 사장 인사 관행이 보도의 정치적 독립을 어렵게 했다. 더 큰 문제는 회사 내에 줄서기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임원들이 교체되면 보도국 내의 실세 라인도 바뀌고, 여기서 소외된 세력은 야당 역할을 하며 실세들의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린다. 전문가들은 KBS 조직의 정치화가 결국 저널리즘의 질을 하락시켰다고 지적한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 방송학자 232명은 25일 KBS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KBS 구성원들에게 “정치권에 줄을 대는 구성원들이 경원시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라”고 촉구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기자는 뉴스 가치나 저널리즘 윤리를 따라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현재 KBS 보도국은 정치판이 돼 보도의 질이 떨어지고 지금과 같은 사태에 이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기의 공영방송 저널리즘 공영방송의 막장드라마, 끝장 예능 경영도 낙제점, 방만 경영부터 수술하라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의리’ 또는 ‘으리’다. 요즘 대중문화계를 들썩이게 하는 유행어다. 유래는 이렇다. 배우 김보성(48)이 지난해 3월 주연한 영화 ‘영웅: 샐러멘더의 비밀’ 시사회에서 무릎을 꿇고 “흥행하든 안 하든 평생 의리로 모시겠다”고 말했고, 개그우먼 이국주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보성댁’으로 나와 ‘으리 으리’를 외쳤다. 이후 인터넷에서 ‘의리 시리즈’가 번져 나갔다. 이달 초 김보성이 비락식혜 CF에서 “우리 몸에 대한 으리”를 외치며 “항아으리(항아리)” “신토부으리(신토불이)”를 외치자 의리는 대세 유행어가 됐다. 6·4지방선거도 ‘의리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선거 포스터에 김보성 캐리커처와 함께 ‘약속을 지키으리’라고 썼다. 다른 지방선거 후보들도 ‘지역과의 의리’를 약속하고 나섰다. 23일 김보성을 만났을 때 길 가던 유치원생들이 그를 보자 “으리 으리”를 외쳤다. ―유치원생까지 의리를 말한다. “‘김보성 대세’보다는 의리의 대세가 됐으면 좋겠다. 인기를 누릴 때가 아니라 겸허하게 의리 진정성을 계몽할 때다.” ―비락식혜 광고는 대놓고 웃기려고 찍은 건가. “전혀 아니다. 고속촬영기법(슬로모션)으로 촬영하기에 ‘오, 멋있는 건가’ 하면서 진지하게 주먹을 날리고 남자답게 식혜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런데 광고를 보니 블랙코미디였다. 나를 희화화하고 망가뜨려도 의리가 부각된다면 고무적이다.” ―당신의 얼굴과 의리를 도용하는 곳이 많다. “(박원순) 포스터에 나온 줄 몰랐고 허락한 적도 없다. 광고는 뜨기 전에 찍어서 큰돈을 번 것도 아니다. 물밀듯이 광고 제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의리의 상업화를 경계하기에 사나이의 기상을 담은 광고만 찍을 거다. 의리에게 누를 끼칠 수 없다.” ―왜 의리 열풍일까. “시대가 의리를 불러낸 것 같다. 약육강식,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상처받고 지쳐가다가 의리를 외치면서 조금 위로 받는 것 아닐까.” ―의리가 결국 ‘내 편 챙기기’란 비판도 있다. “의리의 1단계는 친구와의 의리, 2단계는 공익과의 의리, 3단계는 나눔의 의리다. 내가 외치는 의리는 공익과 나눔이다. 아! 의리의 시대가 온다고 생각하면 벅차서 눈물이 난다.” 김보성은 지난달 22일 세월호 희생자 유족에게 써달라며 은행에서 대출받은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의리의 사나이인데 빚이 많아 능력이 이것밖에 안 돼 원망스럽다”고 했다. ―정말 빚을 냈나. “나도 아들 둘을 키우는 아버지인데 그분들 생각하면 몸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잠수부 자격증이 없는 것이 원망스럽고 영화처럼 배를 뚫고 들어가고 싶은데 그것도 안 되고. 그래서 적은 금액을 마련했다.” ―가족들은 동의했나. “결혼 전에 아내에게 의리가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래서인지 아내도 남을 돕는 데는 뜻이 통한다. 인생 성공의 기준은 물질과 명예가 아니다. 주변에서 외제차로 바꾸라고 해도 국산 자동차를 6년째 타고 있다. 휴대전화도 오래된 피처폰을 쓰고 번호도 여전히 011로 시작한다.” ―배우도 의리 때문에 한 건가. “김홍신 작가의 ‘인간시장’을 감명 깊게 읽었다. 정의와 의리를 위해 죽고 사는 주인공 장총찬에게 매료됐다. 내가 선글라스를 끼는 이유는 고교 때 친구들 괴롭히던 ‘야생마’란 조직과 맞서 싸우다 부상을 입어서 왼쪽 눈이 뿌옇게 보이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 후에도 남자 3명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남녀를 구해준 적이 있는데 경찰서에 가니 쌍방폭력이 되더라. 영화 속에서 정의와 의리를 실현해보려고 연기자가 됐다.” ―데뷔작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년) 때는 ‘제임스 딘’으로 불릴 만큼 잘생겼고 ‘투캅스2’(1996년)에선 탄탄한 근육질을 자랑했는데, 지금은 몸이 많이 무거워 보인다. “왜 한국에선 술과 의리를 결부시키는지 모르겠다. 이제 몸을 만들어서 본업인 액션배우로 활약해야지.” 인터뷰 도중 김보성은 걸려온 전화를 급히 받더니 “의리로 힘내시고, 빨리 확인해보시라”며 끊었다. 아는 형님이 정말 급하다고 해서 200만 원을 보냈다고 한다. ‘관우의 의리론’을 재밌게 읽었다는 그지만 의리의 길은 험난해 보였다. ▼ 불신-혼돈에 빠진 세상, ‘의리’ 일성에 열광 ▼음료광고도 대박… 매출 50% 쑥“‘의리’로 꼭 사먹을게요.” 김보성은 요즘 이런 인사를 많이 받는다. 그가 광고 모델로 출연한 후 비락식혜 매출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제조사인 팔도 관계자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판매액이 많게는 50% 가까이 올랐다”며 “식혜가 전통 음료임을 감안해 젊은 소비자를 잡으려고 인터넷 유행어를 활용했는데 그 전략이 통했다”고 전했다. 왜 의리일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로 믿었던 가치들이 무너지면서 불신과 혼돈에 빠진 사람들이 광고에서라도 배신하지 않는 의리를 찾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보성이 오랜 시간 쌓아온 캐릭터의 힘도 컸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배를 버리고 떠난 선장,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보다는 10년 이상 의리만 외친 김 씨에게 더 믿음이 간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경기 안산 단원고 이다운 학생의 자작곡을 그룹 포맨의 신용재(25·사진)가 부른다. 포맨 소속사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는 23일 “가수를 꿈꿨던 이다운 군(17)의 미완성 음원을 유족으로부터 받아 편곡 후 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컬 녹음은 이 군이 생전 좋아했던 신용재가 부른다. 소속사 관계자는 “이 군의 마지막 꿈을 이뤄 달라고 유족이 부탁해왔다”며 “신용재도 이 군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 유족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 곡은 이달 말 공개될 예정으로 현재 편곡 작업을 하고 있다. 음원 수익금은 단원고에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이 남긴 미완성 자작곡은 2분 정도 길이로 휴대전화에 녹음됐다. 이 군이 직접 기타를 치며 불렀다. 이 군은 “사랑하는 그대 오늘 하루도 참 고생했어요. 많이 힘든 그대 힘이 든 그댈 안아주고 싶어요”라고 노래한다. 제목 없는 이 자작곡은 위로를 건네는 내용이다. “내가 만든 이 노래/그댈 위해 불러 봐요/힘이 든 그대를 생각하면서/내가 만든 내 노래 들어봐요” 이 군은 독학으로 기타를 익히고 밴드 동아리를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방송사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기도 했던 이 군은 이번에 수학여행 가기 전에도 장기자랑에서 부를 노래를 연습했다고 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2명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엑소가 멤버 크리스 없이 데뷔 후 첫 단독 공연을 열기로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1일 엑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3일부터 사흘간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나머지 멤버 11명만 무대에 오른다고 밝혔다. 앞서 크리스는 “소속사가 자신을 부속품이나 통제의 대상으로 취급했다”며 SM을 상대로 전속 계약 무효 소송을 냈다. 멤버 11명은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서 “우리는 하나다”라며 “팬들 사랑에 보답하려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인사했다. SM 관계자는 “크리스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12명으로 준비한 무대를 11명으로 바꾸다 보니 안무와 동선부터 새롭게 짜야 해 멤버와 스태프의 고생이 많다”고 전했다. 사랑했던 만큼 상처와 미움도 큰 것일까. 엑소 팬 게시판에는 큰 키와 잘생긴 외모로 인기를 모은 크리스를 비난하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팬들은 ‘팀에서 날랐다’(탈퇴)는 뜻에서 그를 ‘크리스’와 ‘비둘기’의 합성어 ‘크둘기’라 부른다. 초능력자 콘셉트를 내세운 엑소에서 크리스의 초능력은 ‘비행’(飛行)이다. “월드컵 시즌이니 11명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엑소 오빠들과 함께하려고 가입했어요. 오빠 공연도 보고 오빠 사진이 나온 책자도 받을 수 있어요.” 경기도에 사는 고교 1학년 정모 양(16)은 최근 청소년적십자(RCY) 가입 신청서를 냈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그룹인 엑소-K가 홍보대사를 맡고 있어서다. 엑소-K는 12인조 엑소 가운데 한국인 멤버 6명으로 이뤄진 유닛(소그룹)이다. 엑소-K는 RCY 홍보 포스터 제작에 참가하고 RCY가 주최하는 캠프나 자선대회에 나와 공연을 한다. RCY는 홍보대사의 인기 덕분에 올 초부터 이달 1일까지 청소년 회원 22만8000명을 모집했다. 5개월 만에 지난해 1년간 가입자 수(25만2000명)에 버금가는 회원을 모은 것이다. RCY가 2012년 12월 엑소-K에게 홍보대사를 맡길 때만 해도 내부에서 “너무 무명 가수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엑소는 2012년 4월 데뷔했다. RCY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엑소가 ‘으르렁’으로 대박을 낸 후 다른 단체들이 우리를 부러워한다”며 “청소년 인구 감소와 세월호 사고 여파를 감안하면 엑소 효과는 대단하다”고 좋아했다. 대중문화의 대세인 아이돌 그룹은 각종 단체나 기관의 홍보대사로도 각광받는다. 두터운 팬덤을 자랑하는 아이돌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고 연예 전문 언론이 이 현장을 생중계하듯 보도하기 때문에 ‘홍보는 닥치고 아이돌’이란 말까지 나온다. 아이돌 그룹으로선 ‘봉사돌’ ‘개념돌’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무보수 홍보대사 요청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 단체들은 경쟁적으로 아이돌을 영입하고 있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노래 ‘빠빠빠’로 뜬 걸그룹 크레용팝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한국걸스카우트연맹은 ‘소녀들의 잠재력 개발과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도울 홍보대사에 5인조 남성그룹 B1A4를 선정했다. 한 청소년 단체 관계자는 “단체의 설립 정신이 중요하지만 홍보대사를 선정할 땐 그룹의 이미지보다는 인기도를 가장 먼저 본다”며 “다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아이돌은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위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기도 위주로 홍보대사를 뽑다 보니 아이돌과 단체와의 연결고리를 찾긴 쉽지 않다. 6인조 남성그룹 씨클라운은 최근 서울시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홍보대사에 위촉됐다. 신곡 ‘암행어사’의 노랫말 중에 “암행어사 출두요” “전화해 내가 필요할 때 전부 다 내가 받아줄게”라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기아대책은 동방신기 유노윤호, 한국피해자지원협회는 유키스, 한국재난구호는 엠파이어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김홍탁 제일기획 마스터는 “당장 ‘핫’ 한 스타를 잡고 보자는 분위기지만 단체와의 관련성, 홍보대사의 신뢰도를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홍보대사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단체 이미지도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했다. 아이돌 그룹이 서로 하겠다고 손드는 홍보대사 자리도 있다. 서울 강남구 홍보대사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뜬 뒤 ‘강남’을 모르는 외국인이 거의 없을 정도로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강남구 홍보대사는 엑소와 샤이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해경이 해체되는 엄중한 시기에 뉴스 대신 돌고래 다큐라니 코미디네요.” “여성이 혼자 진행하니 북한의 조선중앙TV 같네요.” 19일 KBS가 기자들의 제작 거부로 뉴스 프로그램을 파행 방송하자 온라인에서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줄을 이었다. 기자직인 앵커 13명이 제작 거부에 동참함에 따라 이날 메인 뉴스인 ‘뉴스9’는 최영철 앵커 없이 이현주 아나운서가 혼자 19분간 진행했다. 제작 거부 이전에 제작된 리포트만 방영됐고 KBS 기자협회의 제작 거부 및 길환영 사장 기자회견 등 KBS 사태 관련 뉴스만 유일하게 기자가 보도했다. 예정된 뉴스 시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자 다큐멘터리 ‘스파이 돌고래’를 앞당겨 방영했다. 오후 11시 30분에 방송되는 마감뉴스인 ‘뉴스라인’은 결방됐다. 길환영 사장이 사퇴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세월호 참사 부실 보도 논란으로 촉발된 KBS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 의혹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 파업하면 교양 예능도 파행 불가피 KBS 기자협회가 이날 오후 1시 20분부터 20일까지 한시적인 제작 거부에 들어간 데 더해 보도본부의 수장인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까지 동시 교체됐다. KBS는 이날 오후 이세강 해설위원을 보도본부장으로, 박상현 해설위원실장을 보도국장으로 인사 발령했다. 지난해 5월부터 보도본부장을 맡아온 임창건 전 본부장은 16일 사표를 냈다. 백운기 전 보도국장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후임으로 12일 임명됐으나 인사 발령 일주일 만인 이날 사퇴해 해설위원으로 발령 났다. 현재 보도국 일선 기자는 물론이고 보직 부장(20명)과 팀장(49명)들이 모두 사퇴하고 일손을 놓은 상태여서 보도 프로의 방송 파행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자뿐만 아니라 PD직군 팀장급 57명, 경영직군 팀장 35명, 편성본부 팀장 15명도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노조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21∼23일 총파업 투표를 할 예정이다. 교섭단체노조인 KBS노조(1노조)도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양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뉴스와 시사 외에 교양, 예능 같은 다른 프로의 파행 방송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대 노조 모두 길 사장에게 등 돌린 이유 KBS에서 이념 성향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김인규 전 사장 때도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은 있었으나 진보 성향의 새노조만 참여했다. 그러나 길 사장 퇴진 요구에는 1노조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1노조의 한 임원은 “이번에는 청와대 측의 개입을 알 수 있는 확실한 팩트(사실)가 나왔다”면서 “길 사장은 말단 팀장 인사까지 관여했다. 사안이 더 크다”고 말했다. 길 사장이 최초의 KBS PD 출신 사장이어서 보도국의 신임을 못 받는 데다 전 정권 때 임명된 사장이라는 ‘핸디캡’을 의식해 더욱 코드 맞추기를 하다 사원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길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자협회가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 직종 이기주의도 있는 것 같다” “격려를 보내주는 분 중에 ‘혹시 PD 사장에 대한 기자 사회의 집단 반발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KBS 이사 11명 중 야당 추천 이사 4명은 길 사장 해임 제청안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KBS 임시이사회는 21일 열린다.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
길환영 KBS 사장이 19일 청와대의 보도와 인사 개입설을 부인하며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한 KBS 기자협회는 이날 오후 1시 20분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메인 뉴스 ‘뉴스9’가 예정된 시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등 뉴스 프로그램이 축소 방송되거나 결방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길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발언은 악의적으로 과장, 왜곡됐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 사퇴를 이야기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길 사장은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했다는 김 전 국장의 폭로에 대해 “(내가) PD 출신이어서 보도 메커니즘을 잘 몰라 김 전 국장에게 9시 뉴스 아이템에 대해 물어보고 의견을 나눴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해경 비판 보도 자제 요청’ 등 청와대가 지속해서 KBS 보도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청와대로부터 보도와 관련해)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KBS 기자협회의 제작 거부로 이날 오후 30분짜리 ‘뉴스7’은 20분, 59분 분량의 메인 뉴스 ‘뉴스9’는 19분으로 축소 방송됐다. 보도본부 부장단이 제작 거부에 동참한 데 이어 팀장급까지 뉴스 제작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20일에는 보도 프로그램의 파행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

“‘대장’(가수 서태지 별명) 컴백을 환영합니다.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올가을 서태지(사진)가 5년 만에 컴백한다는 소식에 팬들 반응이 뜨겁다. 연예기획사 웰메이드예당은 자회사인 쇼 21과 서태지가 컴백 및 전국투어 공연 계약을 맺었다고 19일 밝혔다. 웰메이드예당에 따르면 서태지는 올가을 9집 앨범을 발매하고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투어 공연을 할 계획이다. 서태지의 앨범 발매와 단독 공연은 2009년 이후 5년 만이다. 현재로선 10월 인천 아시아경기 직후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웰메이드예당 고재형 대표는 MBC PD 출신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 ‘난 알아요’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웰메이드예당 관계자는 “공연 제작은 서태지컴퍼니가 맡을 예정이다. 서태지컴퍼니가 제작해온 공연의 무대 규모, 연출, 음향 수준이 늘 한국 최고였기에 매출 100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태지컴퍼니 관계자는 “서태지가 한창 앨범 녹음 작업 중이다. 앨범 콘셉트나 스타일에 대해서는 아직 서태지에게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서태지는 지난해 16세 연하 배우 이은성과 결혼해 화제에 올랐다. 이은성은 현재 임신 5개월째로 8월 말 출산 예정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SM이 드라마 출연 같은 개인 활동을 막고 부속품이나 통제의 대상으로만 취급했다.” 12인조 아이돌 그룹 ‘엑소’의 크리스(24·사진)가 15일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전속 계약 무효 소송을 냈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크리스 측은 “지난해 앨범 판매량이 100만 장을 돌파하고 각종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지만 항상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며 “계약 당시 17세 미성년자이자 외국인이라 한국의 실정을 모르고 SM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내용대로 계약했다”고 주장했다. 또 “SM이 다른 멤버들과 (달리 나를) 부당하게 차별했다”고 말했다. SM은 “갑작스러운 소송에 당황스럽다. 크리스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콘서트 활동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니앨범 ‘중독’을 발표한 엑소는 23일부터 첫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크리스는 엑소 내에서 중화권 시장을 겨냥한 엑소-M의 리더다. 크리스가 소송을 제기한 이날 SM의 주가는 전날보다 2900원 떨어진 4만6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이 전날에 비해 약 600억 원 줄었다. 누리꾼들은 “12―1은 11이냐, 0이냐”라며 크리스의 엑소 탈퇴 여부에 큰 관심을 보였다. 2009년 SM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한 ‘슈퍼주니어’의 전 중국인 멤버 한경도 다시 화제에 올랐다. 크리스는 당시 한경의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에게 이번 소송을 맡겼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갑자기 PD는 왜 바꾸나요? 드라마 제목을 ‘모텔킹’으로 바꾸세요. 딱 그 수준이네요.” MBC 주말드라마 ‘호텔킹’의 PD가 교체돼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14일 김대진 PD가 일신상의 이유로 하차해 최병길 PD가 연출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이 드라마의 책임 PD인 김진민 CP도 제작에 투입됐다. 그러나 중도에 교체된 김 PD는 12일 한 연예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를 쓴 조은정 작가와의 불화 때문에 강제로 하차당했다고 주장했다. MBC 평PD협의회는 13일 긴급회의를 열고 14일엔 최창욱 드라마국장을 만났지만 뚜렷한 대응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KBS ‘감격시대’를 비롯해 드라마 방영 중 작가가 바뀌는 일은 있지만 연출자가 교체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2010년 SBS ‘대물’이 방송 초반 작가와 PD가 모두 교체된 적이 있다. 32부작인 ‘호텔킹’은 7성급 호텔 경영권을 둘러싼 이야기로 이동욱과 이다해가 주연을 맡았다. 10회까지 방송됐으며 시청률은 10% 내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TV 드라마에서 형사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월화엔 MBC ‘트라이앵글’에서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광역수사대 형사 장동수(이범수)가, 수목엔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강력계 신입 형사 은대구(이승기)와 어수선(고아라), 그리고 둘을 조련하는 베테랑 강력팀장 서판석(차승원)이 범인을 쫓는다. 금토엔 tvN ‘갑동이’에서 형사 하무염(윤상현)과 양철곤(성동일)이 연쇄살인범 갑동이를 잡으려고 고군분투한다. 금요일 ‘갑동이’가 끝난 뒤엔 20대 꽃미남 형사들이 범죄조직의 음모로 70대 노인으로 변신하는 ‘꽃할배 수사대’가 이어진다. 일요일 빼고 매일같이 방송되는 형사 드라마를 유심히 보는 직업군이 있다. 형사들이다. 경찰청 내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좀 더 멋지게 그려줄 수 없나” 등 시청 후기들이 줄을 잇는다. 이들이 보기에 가장 현실감 있는 형사 캐릭터는 누구일까. 서울 강남경찰서 박미옥 강력계장과 익명을 요구한 3명의 서울시내 경찰관에게 물어봤다. 이들은 가장 진짜 같은 형사 캐릭터로 차승원이 연기하는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서판석을 꼽았다. “형사는 현장이다”라는 그의 대사는 이미 명대사 목록에 올랐다. A 경사는 “활동적인 무채색 복장부터 현장에서 승부를 본다는 자세까지 형사들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B 경장은 “차승원이 사건 제보자 보호에 실패하는 장면도 형사들의 고충을 잘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차승원이 신입 형사들에게 “야, 경찰학교에서 뭐 배웠냐. 배웠으면 말을 들어 처먹어야 할 거 아니냐”라고 욕하는 장면에 대해선 “요즘 후배들에게 그랬다가는 징계를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며 “오래전에 있었던 관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가장 현실감이 떨어지는 캐릭터로는 이범수가 연기하는 ‘트라이앵글’의 장동수를 꼽았다. C 경장은 “개인적인 원한으로 절차를 무시한 채 권력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총을 쏘는 모습이 어처구니없다”며 “형사 명함만 내밀면 사람들이 겁먹던 시절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A 경사는 “지휘계통 무시하고 혼자 날뛰고 범인에게 주먹질과 총질을 해대는 상투적인 형사 캐릭터를 형사들은 가장 싫어한다”고 말했다. ‘갑동이’의 형사들도 호평을 받았다. 박미옥 계장은 “형사들은 ‘내가 범인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라며 범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한다”며 “형사들이 범인인 양 감정 이입을 하는 대목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청자들은 “고아라처럼 예쁜 형사가 어디 있느냐”며 드라마의 비현실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간부는 “서울 시내 여자 경찰들 중 고아라급 미모를 가진 직원이 10명은 있다고 자부한다”고 귀띔했다. 특정 직업군을 다룬 드라마는 리얼리티가 특히 중요하다. 서울 강남서가 배경인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작가들은 강남서에서 두 달 넘게 머물며 수사와 범인 검거 과정을 취재하고 형사들을 인터뷰했다. 그 덕분에 피의자를 조사하는 책상 위에 흉기가 될 만한 것을 놓지 않는다거나, 도로에서 양보를 받기 위해 경찰차 밖으로 수갑을 흔드는 모습 같은 디테일을 건질 수 있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성형들 하십니까.” 11일 방영된 SBS 파일럿 프로그램 ‘백 투 마이 페이스’가 화제다. 개그맨 박명수와 가수 호란이 진행하는 이 프로는 성형 이전의 얼굴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 이날 첫 방송에는 쌍꺼풀 애교필러 보톡스 같은 성형을 평균 11차례 받은 성형남녀 5명이 출연했다. 이들은 멋져 보이고 싶어 성형을 했다 ‘성형괴물’, ‘강남미인’ 소리를 들으며 살게 된 고충을 토로했다. 한 여성 출연자는 “성형이 삶까지 바꾸진 못했다. 안은 텅텅 빈 채로 예쁜 포장지만 두르려고 하니 욕을 먹었다”고 했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수술 전 얼굴이 공개되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명수도 “과거 사진이 수술 후가 아니냐. 예전이 백 배 낫다”고 했다. 이날 출연한 트로트 가수 신성훈은 피부층 아래의 필러 제거 수술을, 배우 지망생 김이정은 그림자가 생길 정도로 컸던 애교살을 다시 없애는 수술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성형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성형공화국인 우리 사회에 좋은 문제 제기를 했다”며 호평했다. 하지만 “결국 복원 수술도 성형이다. TV가 나서서 성형 재수술을 광고한 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백 투 마이 페이스’의 정규 편성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세월호 참사 보도를 둘러싸고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자사 보도가 정부에 우호적이라고 공개 비판하며 보도국장의 인사 철회를 요구하는가 하면, 사석에서 한 간부의 발언까지 공론화하고 있다. 1997년 이후 MBC에 입사한 기자 121명은 12일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자사의 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7일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박상후 전국부장의 보도가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세월호 피해자)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다”고 비판했다. 박 부장은 당시 보도에서 민간잠수부 이광욱 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또 “사고 초기 일부 실종자 가족은 현장에 간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구조 작업이 느리다며 청와대로 행진하자고 외쳤다”며 “쓰촨 대지진 당시 중국에서는 원자바오 총리의 시찰에 크게 고무돼 대륙 전역이 애국적 구호로 넘쳐났고, 동일본 대지진 때 일본인들은 놀라울 정도의 평상심을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MBC 기자들은 성명에서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였다. 한마디로 ‘보도 참사’였다”며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저희 MBC 기자들에게 있다. 가슴을 치며 머리 숙인다”고 세월호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MBC 3개 노조 중 진보성향인 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박 부장이 세월호 피해자에 대해 ‘그런 ×들은 (조문)해 줄 필요 없다’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한다’며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는 “해당 부장에게 확인한 결과 그런 내용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허위 주장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BS는 이날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했다는 논란을 빚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후임으로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을 임명했다. 이에 KBS 2개 노조 중 진보성향인 언론노조 KBS 본부(새노조)는 백 국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새노조는 성명에서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고교(광주 살레시오고교) 동문인 인물을 보도국장에 임명한 것은 뉴스의 정상화를 염원하는 사내 구성원들의 요구에 맞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또 “길환영 사장은 물러나기 전에 뉴스를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하기 위한 보도본부 간부들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하라”고 요구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날 저녁 길 사장의 보도 통제와 퇴진 문제 등을 다루는 긴급 기자총회를 열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KBS와 MBC의 내분 사태에 대해 “방송사의 지배구조가 정치권력에 종속되다 보니 보도국이 주류와 비주류로 분열되고 뉴스 가치를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하면서 이런 소모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

“저 돌아왔습니다. 경험이 녹아 있는 품격 있는 뉴스로 여러분의 마음을 두드리겠습니다.” 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뉴스스튜디오. 채널A 새 시사프로그램 ‘이동관의 노크’ 리허설에서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57)이 카메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논설위원 출신으로 청와대 대변인, 외교통상부 특임대사를 지낸 그가 언론계를 떠난 지 7년 만에 TV 진행자로 돌아왔다. 그는 11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10분∼6시 20분 ‘이동관의 노크’로 시청자와 만난다. 프로그램 제목은 전업주부인 그의 아내가 지어줬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슈나 사람에 대해 문을 열고 다가간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노크에는 겸손, 소통, 공감의 의미도 있죠. 풍부한 현장 경험을 녹여 한 주간 시사뉴스를 깊이 있게 전달할 겁니다.” 이 총장은 “근원적 문제에 접근하는 고품격 뉴스”를 강조했다. 다가오는 6·4지방선거 보도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지금까지 선거보도는 (지지율) 추세를 쫓아가는 경마식 보도나 ‘이 사람은 안 된다’는 규범적 보도가 득세했습니다. 국정 운영에 참가해 보니 줄줄 새고 있는 자치단체 예산만 아껴도 완전 복지가 가능했습니다. 구호와 이념만 내세워 다투는 선거판에서 누가 우리의 삶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지 정밀하게 점검하는 보도를 하겠습니다.” 이 총장은 도쿄특파원 시절 에토 다카미(江藤隆美) 총무청 장관의 식민지 미화 발언을 특종 보도해 그의 사임을 이끌어 냈다. 그는 이 보도로 1995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같은 해 이봉창 의사 옥중 수기를 발굴해 서울언론상을 수상했다. 앞서 1989년에는 한국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종합편성채널의 등장과 관련해 “지상파에서 뼈대만 간추린 뉴스를 보던 시청자들이 이제 종편 뉴스를 골라보며 정치 전문가 수준으로 사안을 깊게 이해하고 각자 견해를 갖게 됐다”며 “언론은 과잉 경쟁과 보도를 자제하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요일 저녁 시사 프로가 예능을 제치고 시청자를 붙잡을 수 있을까. “고품격 토크라고 하니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짜 재미는 결국 팩트(사실)와 시각에 있습니다.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고 ‘노크’의 색깔을 만들 겁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는 원로 탤런트 전양자(본명 김경숙·72·사진) 씨가 출연 중인 MBC 드라마에서 하차한다. MBC 일일드라마 ‘빛나는 로맨스’ 제작진은 7일 이 드라마에 출연 중인 전 씨가 사전 촬영한 녹화분이 방송될 예정인 16일 99회 차를 마지막으로 드라마에서 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녹화한 내용을 편집해 드라마 전개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전 씨 배역을 빼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로 알려진 국제영상과 노른자쇼핑, 금수원(경기 안성의 구원파 수련원)의 대표를 맡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출국 금지된 전 씨를 조만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여파로 당분간 TV에서 재난 영화는 자취를 감춘다. 케이블 영화 채널인 채널CGV는 영화 ‘타이타닉’(1997년)을 무기한 방송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타이타닉’은 1912년 발생한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를 다룬 영화. 1998년 국내 개봉 당시 서울 관객 197만 명을 동원하며 그해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했고 이후 TV에서도 여러 차례 방영됐다. 이밖에 쓰나미 참사를 다룬 ‘해운대’(2009년)와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화재를 그린 ‘타워’(2012년), 할리우드 영화로 토네이도 재난을 다룬 ‘트위스터’(1996년)와 행성의 지구 충돌을 그린 ‘아마겟돈’(1998년) 등 재난 영화들이 방송 금지 목록에 올랐다. 채널CGV 관계자는 “재난 영화는 유족과 시청자들에게 사고를 연상시켜 충격을 줄 수 있기에 사람들이 세월호를 입에 올리지 않을 때까지 재난 영화를 방송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재난 사고로 인명 피해를 입는 내용의 영화를 내보내지 않는다. 지상파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영화는 당분간 방송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본 위성채널 와우와우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달 25일 방송할 예정이던 ‘타이타닉’을 영화 ‘킹콩’으로 대체했다. 반면 CBS 음악FM은 세월호 사고 다음 날 ‘타이타닉’ 주제가인 셀린 디옹의 ‘마이 하트 윌 고 온’을 방송했다가 청취자들의 비난을 받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남자 배우들 내심 1위 기대했을 텐데 다들 실망했을 듯.” “다 고만고만해 앞으로 경쟁 치열하겠네요.” 황금연휴 기간 시작한 새 월화드라마가 ‘도토리 키재기’ 경쟁을 벌였다. 5일 MBC는 ‘트라이앵글’을, SBS는 ‘닥터 이방인’을 처음 방영했다. 3회가 방영된 KBS ‘빅맨’까지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가 처음 맞붙은 것. 시청률 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트라이앵글’이 8.9%, ‘닥터 이방인’이 8.6%, ‘빅맨’이 8.0%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트라이앵글’은 평균 20%가 넘는 시청률을 자랑한 ‘기황후’의 후속작. 하지만 첫 방송 시청률은 ‘기황후’ 마지막회(28.7%)보다 19.8%포인트나 떨어졌다. 부모를 잃은 삼형제가 서로 모른 채 살아가다가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는 이야기로 이범수, 김재중, 임시완이 개성 강한 삼형제로 출연한다. KBS의 오랜 월화드라마 부진을 강지환 주연의 인생역전 이야기 ‘빅맨’이 떨쳐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빅맨’에 앞서 방영된 ‘태양은 가득히’는 2%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애국가 시청률’ 굴욕을 겪었다. ‘신의 선물-14일’ 후속인 ‘닥터 이방인’은 이종석을 천재 의사로 내세웠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이어 아역배우 구승현이 또다시 이종석의 아역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