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인상’은 목청… 광고폐지 요구엔 딴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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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축소 구체계획 제출 않고 황금시간대 피해 폐지 ‘꼼수’
野-여론 반발… 인상안 통과 불투명

요즘 인터넷에서는 ‘TV 수신료 안 내는 법’이란 게시글이 퍼지고 있다. KBS가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자 시청자들이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한국전력공사 고객센터로 전화해 0번을 누른다’로 시작해 KBS 직원의 확인 방문을 피해가는 법까지 자세한 매뉴얼을 공유하고 있다.

KBS 수신료 인상을 위한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인상 승인안’은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승인을 얻으면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가 4000원으로 오른다. KBS는 수신료를 올리는 대신 연간 6200억 원대인 광고 수입(2012년 기준)을 2018년까지 4100억 원대로 줄이기로 했다. 그러면 KBS 수입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에서 53%로 늘고, 광고 수입 비중은 40%에서 22%로 줄게 된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안 통과는 불투명하다. 우선 야당이 편파 보도 등을 이유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8일 국회 미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상정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수신료 인상의 전제 조건인 ‘광고 없는 공영방송’에 대한 KBS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KBS는 인상안에서 광고 축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광고 폐지 시간대도 시청자가 가장 많은 황금시간대를 피해 어린이 청소년 가족 시간대로 정했다.

수신료 인상안을 검토한 미방위 이인용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수신료 인상 사유가 과거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한 요인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했다”며 “KBS가 정당성의 위기, 정체성의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경영의 위기에만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일상 건국대 명예교수는 “광고 수입 비중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확약하고 방만한 경영부터 정리해야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부터 지속돼온 방송 파행으로 수신료 인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점도 새로운 변수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공영방송이길 포기했으니 우리도 돈을 낼 필요가 없다” “수신료 거부 운동이나 KBS 문닫기 운동을 해야겠다”며 KBS를 성토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KBS 수신료 인상#광고 폐지#KBS 수입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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