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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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31%
사회일반14%
국제정세14%
인사일반7%
유럽/EU7%
국제일반7%
미국/북미7%
사고7%
국제정치3%
러시아3%
  • 트럼프 ‘힘 통한 평화’에… 푸틴 “용기로 선거 압승” 치켜세워

    “도널드 트럼프는 용기를 보여줘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날카롭게 대립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일 그를 한껏 치켜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회의에서 “선거 전 심지어 그의 가족들도 심한 압박을 받았고 이는 그의 삶을 위협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가족들의 고충에도 공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해 새 미국 행정부와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회의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기 약 3시간 전에 공개했다. 또 통상 금요일에 진행되던 회의를 이례적으로 월요일에 열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를 강조했다. 주요국 정상들은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축하 메시지를 속속 내놓으며 연대를 꾀했다. 특히 전쟁 중인 국가 수장들이 연이어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놔 향후 국제 정세에 변화가 나타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네타냐후 “美와 동맹 전성기, 아직 안 와” 다음 달 24일 러시아와의 전쟁 3주년을 맞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띄우기’에 나섰다. 그는 20일 소셜미디어 ‘X’에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결단력이 있으며 그가 발표한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은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공정한 평화를 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적었다. 또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해지고, 세계와 양국에 더 큰 안보, 안정, 경제 성장을 제공할 것”이라며 연대 의지를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소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조를 호소한 셈이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15개월간의 전쟁 끝에 19일 ‘6주간의 휴전’을 시작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동맹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동맹의 강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는 하마스와 연대하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친이란 단체들을 거론하며 “이란의 테러 축을 무너뜨리고 역내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7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하며 이듬해 5월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분쟁의 중심에 있는 예루살렘을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규정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어준 셈이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성명에서 “두 국가 해법을 바탕으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 국가로 인정해줄 것을 호소했다.● 마크롱, 군대 찾아가 “유럽, 정신 차리자” 유럽의 극우 정상들도 비슷한 정치 성향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자축하는 분위기다. 친러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대공세가 시작될 수 있다. 이제 브뤼셀(유럽연합·EU) 점령을 목표로 공세의 두 번째 단계를 시작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지 못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육군 디지털 및 사이버 지원 사령부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대해 “유럽의 전략적 각성을 위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와 유럽이 진화하는 위협과 변화하는 이해관계에 적응해야 한다”며 미국 의존을 벗어난 자강론을 강조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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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네타냐후 ‘트럼프 띄우기’…마크롱은 “유럽 각성할 때”

    “도널드 트럼프는 용기를 보여줘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날카롭게 대립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일 그를 한껏 치켜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 회의에서 “선거 전 심지어 그의 가족들도 심한 압박을 받았고 이는 그의 삶을 위협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가족들의 고충에도 공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해 새 미국 행정부와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회의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기 약 3시간 전에 공개했다. 또 통상 금요일에 진행되던 회의를 이례적으로 월요일에 열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를 강조했다.주요국 정상들은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축하 메시지를 속속 내놓으며 연대를 꾀했다. 특히 전쟁 중인 국가 수장들이 연이어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놔 향후 국제 정세에 변화가 나타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네타냐후 “美와 동맹 전성기, 아직 안 와”다음 달 24일 러시아와의 전쟁 3주년을 맞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띄우기’에 나섰다. 그는 20일 소셜미디어 ‘X’에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결단력이 있으며 그가 발표한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은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공정한 평화를 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적었다. 또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해지고, 세계와 양국에 더 큰 안보, 안정, 경제 성장을 제공할 것”이라며 연대 의지를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소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조를 호소한 셈이다.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15개월간의 전쟁 끝에 19일 ‘6주간의 휴전’을 시작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동맹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동맹의 강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는 하마스와 연대하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친이란 단체들을 거론하며 “이란의 테러 축을 무너뜨리고 역내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7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하며 이듬해 5월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분쟁의 중심에 있는 예루살렘을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규정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어준 셈이다. 2020년엔 이스라엘과 주변 중동 국가들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맺기도 했다.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성명에서 “두 국가 해법을 바탕으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 국가로 인정해줄 것을 호소했다.● 마크롱, 군대 찾아가 “유럽, 정신 차리자”유럽의 극우 정상들도 비슷한 정치 성향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자축하는 분위기다. 친러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대공세가 시작될 수 있다. 이제 브뤼셀(유럽연합·EU) 점령을 목표로 공세의 두 번째 단계를 시작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트럼프 취임식에 초대받지 못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육군 디지털 및 사이버 지원 사령부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대해 “유럽의 전략적 각성을 위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와 유럽이 진화하는 위협과 변화하는 이해관계에 적응해야 한다”며 미국 의존을 벗어난 자강론을 강조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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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보스 포럼 개막, 관심사는 AI-트럼프 2기

    ‘세계 경제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20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55회째를 맞는 이번 포럼에선 인공지능(AI) 활용 방안과 함께 포럼 개막일에 출범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향후 국제 경제 및 정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24일까지 진행되는 WEF의 올해 주제는 ‘지능형 시대의 협력’이다. AI 기술의 보편화 속에 AI를 잘 활용하면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취지다. 디지털 시대의 경제성장 모델 재정립, 지능형 시대의 산업, 인적 투자, 지구 보호, 신뢰 재건 등이 논의된다. 올해 특징으로는 트럼프 2기 시대에 달라질 국제 정세 관련 논의가 유독 많다는 점이 꼽힌다. 우선 트럼프가 직접 23일 온라인으로 연설할 예정이라 이목이 집중된다. 그는 동맹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하고 있고 캐나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등에 대한 주권 침해 발언도 해 긴장감을 고조시켰기 때문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는 미국 크기만 한 코끼리 같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평했다. 다음 달 3주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달 19일 휴전 발효로 분기점을 맞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에 대한 해법도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WEF에는 세계 각국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 약 350명, 기업 최고경영자(CEO) 900여 명 등 2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상급 인사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딩쉐샹 중국 부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 50여 명이 포함된다. 한국 정부 고위 관료로는 지난해 한덕수 총리가 참석했지만 올해는 참석하지 않는다. 국내 재계에선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 정치인 및 단체장으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1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정치 상황과 경제 전망을 주제로 ‘미디어 리더 브리핑’을 진행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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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월 590만원 연금 수급자 75만명… 韓, 부동산 대출이자에 허덕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연금 백만장자인 영올드가 소비의 버팀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고령층은 집 한 채에 자산 대부분이 묶여 있어 소비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타고 지난해 2분기(4∼6월) 기준 피델리티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프랑스도 연금 부자가 적지 않다. 프랑스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는 약 7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 이들 연금 부자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영올드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는다. 상당수 한국의 고령자들이 은퇴 후 소득절벽에 시달리며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령층의 자금난을 반영하듯 대출도 확대되고 있다. 주택 구매를 위해 빌린 돈에 생활비 부족에 따른 대출 수요까지 더해지며 대출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추정한 60대 이상 차주의 대출 잔액 비중은 2021년 말 18.5%에서 지난해 9월 말 20%까지 뛰었다. 이제 올해 1965년생 은퇴를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가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시장에서는 2차 베이비부머의 씀씀이가 살아나는 것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부동산의 연금화 등으로 고령층의 소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 성향이 단기간 내에 정책으로 쉽게 바꾸기 힘든 만큼 주택연금 제도의 개선 및 활성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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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소비 22% 노인 지갑서 나와… 돈있는 ‘영올드’, 경제활력 무기로

    《자산과 소득, 건강을 갖춘 6070 ‘젊은’ 고령층 ‘영올드(Young Old)’가 소비의 주체로서 선진국 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K팝에 열중하고, 순수 학문에 심취하며 더 나아가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축이 된 것이다. 한국도 ‘영올드’가 부상하고 있지만 ‘집 한 채’에 자산이 묶여 소비 주체로 부상하기엔 한계가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일본의 구마이 아쓰코(熊井敦子·60) 씨는 2023년 십수 년간 근무했던 콜센터 직장을 떠났다. 이제는 평생 모은 금융 자산과 연금 등 월 33만 엔가량의 실소득을 기반으로 하루를 한국어 공부로 시작한다. 일주일에 한국어학당을 두 번 이상 다니며 틈이 나면 한국 여행에도 나선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남 함안을 찾아 전통 문화를, 같은 해 12월에는 서울에서 식도락을 즐겼다. 그는 “드라마, 케이팝 콘서트를 한국어로 직접 듣고 싶은 마음에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삶의 큰 부분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70)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이웃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연금(월 4000달러) 덕에 틈틈이 돈을 모아 여행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올해 9월에는 70세 생일을 맞아 두 아들과 네 명의 손주와 유람선 여행을 계획 중이다.과거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며,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는 강력한 소비 및 사회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충분한 자산을 기반으로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이들은 기업에 매력적인 공략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계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선 돈 있는 영올드가 경제의 ‘비밀 무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령 세대는)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배움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강연자로도 변신 지적 호기심을 자랑하며 배움을 위해서도 투자하고 사회적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도 영올드의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 지하 2층의 한 강의실. 흰머리에, 돋보기를 코 아래로 내려 쓴 수강생 40여 명이 모여 앉아 판서를 노트에 옮겨 적고 있었다. 이날 수업 주제는 천문학. 시간제로 일하며 짬짬이 수업에 나오는 60대부터 100세가 임박한 수강생까지 ‘별의 법칙’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이 강의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네덜란드 대학 5곳이 운영하는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 프로그램 중 하나다. 현재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는 약 7000명의 시니어가 수업을 듣고 있다. 네덜란드 전체로 넓히면 2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오프라인 수강생을 모집한 ‘미술사 코스’가 매주 2시간씩 10회 진행되는데 강좌 가격이 355유로(약 54만 원)로, 전반적으로 수강료가 저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올드들의 등록 열기는 뜨겁다.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피터 그리피스 씨(76)는 은퇴 이후 영국 남동부에 소규모 강의를 다니며 자신의 인생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홍콩 국적기 조종사부터 러시아 석유 재벌, 카자흐스탄 광업 재벌, 벨기에의 한 금융인 등의 개인 파일럿으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영어 교육” 사회적 가치 창출도 2010년 교사로 은퇴한 영국의 제니퍼 윌슨 씨(70)는 2016년부터 은퇴자 학습공동체 ‘U3A’(The University of The Third Age) 활동에 여념이 없다. 영국 U3A는 회원 수 40만 명 이상, 산하 소규모 그룹만 1000곳이 넘는 대형 노인 커뮤니티다. 윌슨 씨는 “U3A 구성원들이 새로운 노년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데 대해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U3A는 단순 친목단체 이상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1000여 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 영국 옥스퍼드대의 지원을 받아 제2차 세계대전의 일상 이야기와 물건을 담은 온라인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영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영올드가 출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의 연소득은 2023년 기준 3469만 원으로 2020년보다 442만 원 늘었다. 교육 수준도 높아졌다. 고졸 비율은 2020년 28.4%에서 31.2%로 2.8%포인트 증가했고, 전문대 이상 졸업자도 같은 기간 1.1%포인트 늘어 7.0%로 집계됐다. 하지만 영올드의 등장과 동시에 한국 노인들의 외로움과 빈곤 문제 역시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565만5000가구로, 이 중 213만8000가구(37.8%)가 홀몸노인이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55.8%)은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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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한 가자 휴전… 3시간 지연-공습 재개 끝에 발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합의한 ‘6주간의 가자 전쟁 휴전안’이 19일 당초 예정 발효 시간보다 약 3시간 지연되고, 공습이 재개되는 진통을 겪은 끝에 가까스로 발효됐다. 향후 인질 교환과 철군 조건을 놓고도 양측의 갈등이 재현될 수 있어 당분간 ‘불안한 휴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각 내 극우 인사들의 ‘휴전 반대 및 전쟁 재개’ 압박을 받고 있는 것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1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양측의 휴전이 이날 오전 11시 15분 발효됐다고 발표했다. 휴전은 당초 오전 8시 반부터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하마스가 이날 오후 석방하는 여성 인질 3명의 명단을 늦게 전달하면서 발효 시점이 2시간 45분 지연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약속된 시간까지 인질 명단을 보내지 않자 “인질 명단을 받기 전까지는 휴전을 개시할 수 없다”고 버텼다. 하마스는 기술적 문제로 명단을 제때 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사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진행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고 알자지라방송이 전했다.이스라엘은 인질 명단을 받은 후에야 휴전 발효를 공식 발표했다. 휴전안에는 휴전 첫날 이스라엘 인질 3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95명을 석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1단계 휴전 기간 중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중 여성, 어린이, 고령자 위주로 33명을 풀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법무부는 18일 팔레스타인 수감자 737명의 석방을 승인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이 휴전 발효 시점에 이처럼 강경하게 나온 것을 두고 일각에선 네타냐후 정부가 연정을 이룬 극우 정당들의 반발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가 소속된 리쿠드당과 연정을 구성한 극우 정당 ‘유대의 힘’을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휴전에 반대하며 이미 사퇴했다. 또 다른 극우 정치인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도 휴전 1단계 이후 전쟁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은 “유대의 힘 탈퇴만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이 무너지진 않겠지만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뒤따라 연정에서 탈퇴하는 건 문제”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을 이행하도록 압박에 나섰다. 그는 18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다시 존중받아야 한다”며 “그들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중동에서) 모든 지옥이 벌어질 것(all hell will break out)”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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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대인 등 200명 살린 佛레지스탕스 女대원 별세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맞서 프랑스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여성이 109세로 별세했다.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농민이자 작가인 준비에브 칼로 전 레지스탕스 대원(사진)이 16일 프랑스 남서부 도르도뉴 지역의 한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 엘리제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성명에서 “고인을 사랑했던 사람들, 특히 고인이 목숨을 구한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1916년 파리에서 태어난 칼로는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점령됐을 때 24세였다. 당시 아버지, 여동생 등과 함께 레지스탕스에 가입해 나치 독일 점령지 내 시민들을 비시 프랑스로 탈출시켰다. 그가 탈출시킨 사람은 유대인, 어린이, 미군 및 영국군 부상병 등 200여 명에 달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1942년 10월 독일 경찰에 체포돼 3주간 수감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남편과 농촌에 정착해 농사를 지으며 세 자녀를 키웠다. 67세 때인 1983년 ‘그랑 바레일의 다섯 딸들’이란 제목의 소설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2014년까지 ‘13개의 옥수수 알갱이’ ‘종의 네 가지 소리’ ‘성의 아가씨’ 등 6편의 농민 소설을 집필했다. 마지막 작품인 ‘부츠 아래 두 소녀’는 전쟁 중 주고받은 편지 600통을 기반으로 했다. 고인은 2018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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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하마스 ‘불안한 휴전’…3시간 지연되며 공습 재개, 수십명 사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합의한 ‘6주 간의 가자 전쟁 휴전안’이 19일 당초 예정 발효 시간보다 약 3시간 지연되고, 공습이 재개되는 진통을 겪은 끝에 가까스로 발효됐다. 향후 인질 교환과 철군 조건을 놓고도 양측의 갈등이 재현될 수 있어 당분간 ‘불안한 휴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각 내 극우 인사들의 ‘휴전 반대 및 전쟁 재개’ 압박을 받고 있는 것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1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양측의 휴전이 이날 오전 11시 15분 발효됐다고 발표했다. 휴전은 당초 오전 8시 반부터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하마스가 이날 오후 석방하는 여성 인질 3명의 명단을 늦게 전달하면서 발효 시점이 2시간 45분 지연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약속된 시간까지 인질 명단을 보내지 않자 “인질 명단을 받기 전까지는 휴전을 개시할 수 없다”고 버텼다. 하마스는 기술적 문제로 명단을 제때 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진행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고 알자지라방송이 전했다.이스라엘은 인질 명단을 받은 후에야 휴전 발효를 공식 발표했다. 휴전안에는 휴전 첫날 이스라엘 인질 3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95명을 석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1단계 휴전 기간중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중 여성, 어린이, 고령자 위주로 33명을 풀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법무부는 18일 팔레스타인 수감자 737명의 석방을 승인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이스라엘이 휴전 발효 시점에 이처럼 강경하게 나온 것을 두고 일각에선 네타냐후 정부가 연정을 이룬 극우 정당들의 반발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가 소속된 리쿠드당과 연정을 구성한 극우 정당 ‘유대의 힘’을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휴전에 반대하며 이미 사퇴했다. 또 다른 극우 정치인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도 휴전 1단계 이후 전쟁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은 “유대의 힘 탈퇴만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이 무너지진 않겠지만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뒤따라 연정에서 탈퇴하는 건 문제”라고 진단했다.한편 이스라엘의 내홍을 의식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을 이행하도록 강한 압박에 나섰다. 그는 18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다시 존중받아야 한다”며 “그들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중동에서) 모든 지옥이 벌어질 것(all hell will break out)”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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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취임 앞두고,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합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15일(현지 시간) ‘6주간의 가자전쟁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전쟁’이 발발한 지 466일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20일)을 닷새 앞두고 휴전이 성사되며 레바논, 예멘, 이란 등으로 번졌던 중동전쟁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비롯해 중재 국가인 카타르와 이집트, 미국 당국자들이 42일간 교전을 멈추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한 뒤 영구 휴전을 논의하는 ‘3단계 휴전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휴전안이 발효되는 19일 첫 번째 인질이 풀려날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휴전 합의는 지난해 11월 우리의 역사적 승리(대통령 당선) 덕분에 가능했다”며 “내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일어날 모든 멋진 일들을 상상해 봐라”라고 적었다.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합의의 모든 요소를 수용했다고 통보할 때까지 (휴전안 최종 승인 투표를 위해) 내각을 소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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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 열릴것” 트럼프 압박뒤 이-하마스 휴전… 종전까진 험로

    “‘트럼프 친구’ 윗코프가 한 번의 만남으로 네타냐후의 마음을 흔들었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15일(현지 시간) ‘6주 휴전’에 전격 합의하자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후 줄곧 양측에 휴전 합의를 강하게 압박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당선인 신분으로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첨예한 갈등을 중재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일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이달 20일 전 하마스에 억류 중인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지옥 같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휴전을 종용했다. 또 그는 자신의 오랜 골프 친구이며 유대계 사업가인 스티브 윗코프를 2기 행정부의 중동 특사로 발탁했다. 11일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윗코프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 반드시 휴전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는 취지로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아랍 국가 관계자들도 “퇴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윗코프가 네타냐후 총리를 흔들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전했다. 윗코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과도 협력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도 CNN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협력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정권 교체기의 신구 권력이 협력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휴전안, 3단계로 진행…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최대 수혜자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은 19일부터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일부 이스라엘 인질과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교환한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한다. 이스라엘이 협상 타결과 무관하게 군대 주둔을 강하게 고집했던 가자지구 남부 ‘필라델피 통로(회랑)’에는 이스라엘군이 휴전 발효 이후에도 최대 50일까지 주둔하기로 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휴전 1단계가 끝난 후에도 군사 작전을 재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2단계에서는 하마스가 나머지 인질을 모두 석방하고, 이스라엘군 또한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3단계에서는 하마스의 억류 도중 숨진 인질들의 시신 송환, 가자지구 재건 등이 이뤄진다. 다만 2, 3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발효 16일째부터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의 최대 수혜자는 트럼프 당선인과 네타냐후 총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군 과정에서의 대혼란 등으로 중동의 정세 불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분쟁을 중재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게 됐다. 또 취임 뒤에도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의 외교 정상화 및 이란 견제 등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권 연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부패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전쟁 과정에서 하마스와 하마스를 지원해온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지도부를 사실상 무력화시켜 국내 보수층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네타냐후, 연정 내 극우 눈치 봐 협상 미뤄” 이번 휴전이 완전한 전쟁 종식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는 16일 오전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합의의 모든 요소를 수용했다고 통보할 때까지 (휴전안 최종 승인 투표를 위한) 내각 소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안팎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에 반대하는 연립정부 내 극우세력을 의식해 승인을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하마스 완전 소탕’을 주장하며 가자지구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알자지라방송은 가자지구 민방위군을 인용해 휴전 합의 발표 뒤에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최소 7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전했다. 향후 가자지구를 관리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이전에 가자지구도 통치했다. 하지만 부패와 무능으로 PA가 민심을 잃자 강경파 하마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에 따라 향후 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이 아랍권 등에서 제기되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정부는 이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타냐후 총리와 그가 속한 극우 연정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모두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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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취임 앞두고… 러·우크라, 대규모 드론 공격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14일(현지 시간) 대규모로 무인기(드론) 공격을 주고받았다. ‘취임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한 주 앞으로 다가오자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1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참모본부는 이날 밤 러시아 국경에서 1100km 내부에 있는 브랸스크, 사라토프, 툴라, 타타르스탄 지역의 석유 저장고, 정유소, 화학공장, 탄약공장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툴라 지역 의 주지사인 드미트리 밀랴예프는 텔레그램에서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받았음을 알리며 “최소 17대의 드론이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툴라 지역 알렉신에서는 추락한 드론의 파편이 차량과 건물을 손상시켰지만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약 720km 떨어진 사라토프의 로만 부사르긴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라토프와 엔겔스의 석유 저장고 등 시설 2곳에 피해가 발생했고 공습의 여파로 이들 지역 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참모본부는 브랸스크의 화학 공장을 공격했다고 밝혔는데 이곳은 포병용 탄약, 다연장 로켓시스템, 항공기 탄약, 순항 미사일용 부품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번 드론 공격은 이 지역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의 공격이었다고 미국 CNN방송은 평가했다.러시아는 이에 보복하겠다고 밝힌 뒤 15일 오전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Kh-101, Kh-22,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 벨고로드주에서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흐멜니츠키주, 이바노프란키우스크주 등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도 주요 인프라 시설이 타격을 입었지만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작전 사령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위협이 계속되자 폴란드도 전투기를 출격시켰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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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60세이상 근로자 30만명 늘었는데 노하우 못 살리고 단순 노무

    한국의 일하는 노인 수 자체는 다른 나라들보다 많은 편이며 지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고용시장 성장세를 견인했고 그 결과 한국은 모든 연령대 중 60세 이상 취업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하지만 문제는 ‘영 올드’가 산업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살려 활동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고령층 대부분은 평생 경력과 무관한 단순 노무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일하는 60세 이상 고령층은 1년 전보다 29만8000명 불어난 67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취업자 수는 12만3000명 늘었는데, 2.4배에 달한다. 그 결과 지난해 60세 이상은 1982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로 올라섰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일하는 노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3년 9월까지 60세 이상은 10대를 제외하면 취업자 수가 가장 적은 연령대였다. 하지만 그해 10월 20대 취업자를 뛰어넘기 시작하더니, 2020년 9월 30대, 2023년 5월 40대를 차례로 제쳤고 지난해 9월에는 50대보다도 많아졌다. 지금은 전체 취업자의 4명 중 1명(23.5%·지난해 11월 기준)이 60세 이상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로 꼽힌다. 2003년엔 65세 이상 10명 중 3명(28.6%)만 일을 하거나 일을 구하는 등 경제활동을 했는데, 2023년엔 38.3%로 껑충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03년에도 1등, 2023년에도 1등이다. 2위인 일본과의 격차는 2003년(일본 20.2%) 8.4%포인트였다가 2023년(일본 25.7%) 1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비율은 46.7%로 절반에 달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65세 이상 근로자 중 절반 가까이는 일해서 받는 돈이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의미다. 고령 근로자 절반이 일하는 이유로 ‘생계 유지’를 꼽고 있는 점 역시 일해도 가난한 노인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중년기 이후 취업자들은 육체적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며 “노동 공급이 점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장년층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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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선 숙련 인력 ‘귀하신 몸’… 독일 68세 금융인 “정년 2년 지나도 금융회사 일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회사를) 관두라고 하는 건 차별 아닌가요.” 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프랑크 괴틀 씨(67)는 유럽 전역 30여 곳에 지점을 둔 화물 운송 업체의 중역이다. 10년 전에 일찌감치 노후 준비를 끝냈는데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괴틀 씨는 “작년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했지만 현역으로 계속 뛸 것”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에서 만난 ‘영 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은 왕성한 경제 활동을 자부하고 있었다. 영국 런던 현지 은행의 위험관리 업무 총괄자인 맵 카트리 씨(64)는 “직장에서 책임을 다하며 느끼는 성취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75세가 넘어도 은행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있다. 나 역시 건강만 허락한다면 70대에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의 현실은 암울하다. 선진국 ‘영 올드’들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현역 시절 숙련된 기술을 살리지 못한 채 단순 임시직에 그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5∼64세 국내 임금근로자 중 34.4%는 기간제 근로자 등 임시고용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로 2위 일본(22.5%)과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났다. 올해부터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순차적으로 은퇴하면 소득 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최근 “구조개혁이 없을 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40년에는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며 “고령층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럽선 숙련 인력 ‘귀하신 몸’… 독일 68세 금융인 “정년 2년 지나도 금융회사 일해”〈2〉 ‘영 올드 현역’이 뛴다네덜란드-영국, 정년제도 없애고… 독일은 정년 67세로 단계적 상향민관 플랫폼으로 경제활동 지원한국 고령층 일자리, 복지성 대부분… “직무설계 등으로 질적 성장 유도를”“돈 때문에만 일하는 건 아닙니다. 일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게 여전히 재밌어요.”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벨리 아부다크 씨(68)는 2년 전 정년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현지 금융회사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부다크 씨는 “난방비, 관리비 등 웬만한 물가가 다 올랐는데 월급과 연금을 동시에 받기 시작하니 생활비에도 물론 제법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인터뷰한 건축 설계 엔지니어 얀 브륀덜 씨(73)는 네이메헌 지역의 철도 시스템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브륀델 씨는 “네덜란드 스히폴 국제공항과 네이메헌을 오가는 열차가 1시간에 세 번 정도 오는데, 이 배차 간격을 줄이기 위해 작업 중”이라며 “2029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인데 그때까지는 당연히 일을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도 업무 의뢰가 계속 들어오는 중”이라며 전기 분야 엔지니어로서 본인의 전문성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내비쳤다.● 유럽에서는 70대도 엔지니어로 활약본보가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 만난 ‘영 올드’들은 정년 이후에도 숙련자로서 활발히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정부, 지역사회 등이 이들을 적극 지원하는 가운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영 올드’ 채용에 나서고 있다. 숙련 노동자가 갈수록 귀해지는 데다 ‘영 올드’ 소비자의 부상에 발맞춰 고령 근로자를 중시하는 움직임이다.아부다크 씨는 “숙련된 인력이 퇴직하지 않고 회사에 오랜 기간 기여하는 게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시점”이라며 “주요 분야에서 전문 인력들이 부족해 기업들의 걱정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륀덜 씨도 “제법 많은 기업들이 나 같은 숙련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분위기”라며 “대기업들 역시 고령층의 근속 기간을 늘리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실제로 독일 기업 보쉬(Bosch)는 기술력 유지를 위해 ‘시니어 전문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고령 근로자에게 교육, 멘토 역할을 맡기고 있으며 영국의 보험사 아비바 역시 고용 인력의 3분의 1 이상을 50대로 구성하고 있다.각 정부도 ‘영 올드’들이 일터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정년 제도를 사실상 없앴으며, 독일은 현재의 정년 연령인 만 65세를 2029년까지 만 67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 독일 노동사회부 관계자는 “퇴직 이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경력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며 “2023년 1월부터는 조기 퇴직한 고령자도 연금 삭감 없이 추가 소득을 무제한으로 받게 되는 등 퇴직자의 재취업을 다방면으로 장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정부 차원에서 ‘생애 설계 서비스’를 출시한 사례도 있다. 2020년 영국 노동연금부는 중장년층들이 노후 준비를 스스로 점검하고 재취업 관련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Mid-life MOT’를 출시했다. MOT는 차량의 정기 점검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장년층이 스스로 삶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자는 취지를 담았다.영국 런던에서 파트타임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김기정(가명·58) 씨는 “정년을 일괄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존재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교·기업 등도 시니어 일자리 지원교육기관, 지역사회 등도 ‘영 올드’들이 고유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5개 대학이 합심해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학습 프로그램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만들었다.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HOVO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카롤린 판베르헌 디렉터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층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번역일을 하는 60대 학생이 건축 수업을 들은 다음 관련된 책을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네덜란드에는 은퇴자들을 매년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중소기업으로 파견시키는 ‘PUM’이란 비영리단체도 있다. 베테랑 근로자들의 수십 년간 숙련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전수해주는 역할이다. PUM은 1978년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4만 개 이상의 기업과 협력해 왔으며, 네덜란드 정부의 재정 지원도 받고 있다.독일에서는 전국 각지에 있는 900여 개의 ‘시민대학’이 영 올드 교육 현장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 지원하에 양질의 강사진들이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시니어사무소’도 독일 고령자의 사회 참여를 돕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50세 이상 구직자들에게 현지 지역 기업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고 연결해준다.전문가들은 한국도 고령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고 장기간 근무할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기존의 고령자 일자리는 질적인 수준과 지속 가능함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성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직무 설계, 취업 개선 능력 등을 지원해 시니어 일자리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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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파병 북한군, ‘김정은 명령, 목숨 바쳐 관철’ 사상교육 받아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들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투 명령을 목숨 바쳐 관철시켜야 한다’는 사상교육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부 문서가 발견됐다. 북한군들이 생포되지 않도록 자폭이나 자결을 강요받고 있는 정황들도 나오고 있어 이들이 강력한 사상교육으로 전투에서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 소속 북한 전문 매체 ‘NK인사이더’를 인용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이성민 휴먼라이츠재단 한국 담당 국장은 이날 RFA와의 통화에서 이 문서가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전투 중 사망한 북한군의 소지품에서 확보된 것이라고 밝혔다. RFA에 따르면 북한군 ‘94여단 전투 경험과 교훈’이란 제목의 문서에는 “모든 전투원들은 사상과 신념의 강자, 높은 전투정신으로 준비시킨다면 현대적인 무장장비를 갖춘 적들도 정치사상적 우세, 전법적 우세로 능히 타승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적혔다. 북한 병사들이 전선에서도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등 낯선 군사장비에 맞서 저돌적으로 진군하도록 사상 교육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문서에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전투명령을 목숨 바쳐 관철해야 한다는 높은 정신력과 전투정신, 자기 휘생(희생) 정신을 발휘하면서 병호(호랑이)와 같이 전장을 달려 최신무기로 장비한 적들을 전을 케(후퇴시키)하고, 쁠레호보(쿠르스크 내 플레호보)지역을 해방하였다”고도 돼 있었다.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는 “북한군 17명을 사살했고 1명은 수류탄으로 자폭했다”며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한 군인이 수류탄으로 자폭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북한군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세뇌를 받으며 생포 대신 자폭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FA는 또 ‘진행할 사업순차’란 또 다른 문서에는 “전투 중 부상자는 자체적으로 처리하며, 가능한 한 방조하지 않고 은폐시키라”는 지침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가 북한군의 사상자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소각하고 있다며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한편 북한군의 파병에 힘입은 러시아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군사 지원을 계속 타진 중이다. 그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해 서방 군대의 우크라이나 배치를 논의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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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비 얼마 썼냐 묻던 남편, 은퇴후 연금 받자 돈 걱정 안해”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서덜랜드 ‘부파(BUPA) 은퇴자 마을’ 아파트 안. 수영장을 지나 공용 거실에 들어서자 70, 80대 입주자 11명이 골대가 그려진 매트 위에서 공 굴리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돌아가며 공을 굴리던 이들은 공이 골대 가까이 갈 때마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공무원으로 일하다 20년 전 은퇴한 제프 듀발 씨(77)도 부인과 함께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집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건 물론이고 사교 행사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날도 수중 에어로빅, 공예 수업, 카드 게임 등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열렸다. 매달 7000호주달러(약 640만 원)씩 나오는 퇴직연금이 있어 750호주달러(약 68만 원)의 관리비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느낀다. 그는 “생활비를 내고 남는 돈은 여행이나 파티, 가족을 위한 선물에 쓴다. 혜택이 좋은 연금 덕분”이라며 웃었다.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10년), 독일(36년), 프랑스(39년)와는 달리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것.하지만 ‘실버 시프트’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시니어를 중심에 놓고 연금, 정년, 의료, 교육 등 모든 정책과 산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개혁의 움직임은 더딘 것이다. 건강과 소득을 갖춘 노년층을 일컫는 ‘영 올드(Young Old)’가 소비와 생산의 주체가 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노년층은 노후 버팀목의 부재 속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최근 10년 기준 2%대에 불과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노인 절반은 100만 원 아래의 월급을 받는 현실 때문이다.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며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 상황에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가 전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024∼2034년 연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연금부터 의료, 산업 현장까지 모든 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영올드(Young Old)젊고 건강한 60, 70대 고령자. 이전 세대보다 평균 학력이 높고 구매력을 갖춰 은퇴 이후에도 여행과 취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실버 시프트, 영올드가 온다] 〈1〉 초고령사회, 갈길 먼 韓 실버시프트호주, 월급 12% 붓는 퇴직연금 기본… 없을땐 月최대 209만원 노령연금英은 기초-퇴직-개인 3중 연금… 노년층 ‘영올드’ 소비-생산 주체 부상韓, 준비없이 초고령사회 진입… 취업제도 개선-연금개혁 서둘러야‘부파(BUPA) 은퇴자 마을’의 여유로운 노인들 뒤에는 호주의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슈퍼)’이 자리한다. 1992년 도입된 슈퍼는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월 450호주달러(약 41만 원) 이상을 버는 근로자라면 의무 가입해야 하는 ‘국민 퇴직연금’이다. 의무납입액(월 급여의 11.5%)은 전액 고용주가 내지만 높은 수익률 덕에 근로자들이 여윳돈을 추가로 붓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편의 슈퍼로 생활하는 닷 비숍 씨(81)는 “남편이 일할 때는 항상 내게 ‘생활비를 얼마나 썼냐’고 묻곤 했지만 은퇴 후에는 돈 걱정이 사라졌다. 2년에 한 번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새로운 걸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을 오래 쉬어 슈퍼에 미처 많은 돈을 붓지 못한 호주인들에게는 세금으로 지급되는 노령연금이 노후 버팀목이 되어 준다. 67세부터 받을 수 있는 노령연금은 소득과 자산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는데 1인 기준으로 한 달에 2300호주달러(약 209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연금-일자리에 선진국은 여유로운데… ‘노후 버팀목’ 없는 한국지난해 말 영국 헨리온템스의 개인 회원제 클럽 필리스 코트에서 만난 캐런 그리브 씨(70)도 “우리 지역 노인들은 운동이나 취미,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다. 삶을 즐길 수 있는 돈이 있기 때문”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영국 국민 누구나 가입하는 기초연금 외에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은퇴 생활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66세 이상이 받는 기초연금은 한 달에 평균 815파운드(약 145만 원)까지 지급되고 있으며, 퇴직연금 수익률도 10년 평균 연 7% 정도다. 이렇듯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선 탄탄한 다층 연금, 재취업 시장 등을 바탕으로 노년층이 ‘영 올드(Young Old·젊은 노인)’로서 소비와 생산의 주체로 부상 중이다. 반면 준비 없이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한국의 상황은 딴판이다.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국민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연금, 산업 구조를 변화된 사회 구조에 맞게 전환하는 ‘실버 시프트’엔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준비 없는 초고령화 탓에 한국의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다.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금과 부족한 일자리에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10년(2013∼2022년 기준) 연평균 수익률이 미국은 7.79%, 호주가 6.72%, 일본은 4.10%인 반면 한국(2014∼2023년 기준)은 2.07%에 불과하다. 전체 적립금의 87.2%가 여전히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린 결과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점도 한국의 약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층 자산의 83.66%는 부동산이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모 씨(65)도 대출을 끌어다 ‘집 한 채’에 자산을 몰아뒀다가 은퇴 후 자금난에 처했다. 전 씨는 “집을 팔고 싶지만 가격을 1억 원 내려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은퇴 후 고정 수입이 100만 원대로 줄어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고령층 일자리 시장도 열악하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37.3%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월 100만 원도 못 벌고 있다.● 활력 떨어지는 한국 경제도 조로화 기로초고령화는 한국 경제에도 최대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2025년부터 70%를 밑돌기 시작해 2050년에는 5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는 2050년 40.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노동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할 경우 2024∼2034년 11년에 걸쳐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 및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만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취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에서는 강력한 제도 변화로 이들의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최대 0.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연금 개혁을 빠르게 추진하는 한편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노년 일자리 확보와 같은 정책 지원이 급선무라는 진단도 나온다. 로허르 플라녜 네덜란드 사회고용부 연금 프로그램 디렉터는 “연금 개혁을 준비하기 시작한 이후 실제로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기까진 최소 1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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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우크라군 포로 맞교환하자”… 젤렌스키, 김정은에 한글로 제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 쿠르스크에서 생포했다고 밝힌 북한군 2명의 신문 영상을 공개하며 한글로 ‘북한과 우크라이나 포로 교환(사진)’을 제안했다. 그는 또 북송을 원치 않는 북한군은 송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에 한글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추진할 경우에만 북한 군인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생포한 (북한) 병사들 외에도 의심할 여지없이 다른 병사들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북한군 포로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으로) 귀환을 원하지 않는 북한 병사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포로가 된 북한군이 북송을 거부하고 대규모 사상자 발생 등 처참한 파병 현실을 제대로 알리면 우크라이나 체류나 한국행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X와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우크라이나가 20세 북한군이라고 밝힌 군인은 손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운 채 조사를 받았다. 한국어를 하는 남성의 도움으로 소통했는데, 우크라이나 정보당국(SBU)은 앞서 국가정보원의 한국인 통역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머뭇거리다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물었다. “좋다”는 대답에 그는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최대한 여기서 살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설명에 그는 “집에는 안 보내주겠죠”라고도 물었다. 또 ‘집에 가고 싶은가’란 질문엔 “가라면 가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우크라이나에 남으라고 하면 남겠느냐는 질문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남성은 ‘지휘관들은 (당신이) 누구와 싸운다고 했느냐’는 질문엔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지휘관들이) 했다”고 답했다. 인권 전문가들은 북한군 포로의 북송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재영 탈북민인 박지현 씨는 지난해 11월 주프랑스 한국대사관과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가 파리에서 공동 개최한 북한 인권 세미나에서 “향후 북한군 포로가 제네바 협약에 따라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처벌받을 것이며, 그 가족들도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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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의료-소득 노후버팀목이 없다”… 초고령사회, 경제도 늙어가는 한국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서덜랜드 ‘부파(BUPA) 은퇴자 마을’ 아파트 안. 수영장을 지나 공용 거실에 들어서자 70, 80대 입주자 11명이 골대가 그려진 매트 위에서 공 굴리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돌아가며 공을 굴리던 이들은 공이 골대 가까이 갈 때마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20년 전 은퇴한 제프 듀발 씨(77)도 부인과 함께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집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건 물론이고 사교 행사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날도 수중 에어로빅, 공예 수업, 카드 게임 등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열렸다. 매달 7000호주달러(약 640만 원)씩 나오는 퇴직연금이 있어 750호주달러(약 68만 원)의 관리비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느낀다. 그는 “생활비를 내고 남는 돈은 여행이나 파티, 가족을 위한 선물에 쓴다. 혜택이 좋은 연금 덕분”이라며 웃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10년), 독일(36년), 프랑스(39년)와는 달리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것. 하지만 ‘실버 시프트’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시니어를 중심에 놓고 연금, 정년, 의료, 교육 등 모든 정책과 산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개혁의 움직임은 더딘 것이다. 건강과 소득을 갖춘 노년층을 일컫는 ‘영 올드(Young Old)’가 소비와 생산의 주체가 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노년층은 노후 버팀목의 부재 속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최근 10년 기준 2%대에 불과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노인 절반은 100만 원 아래의 월급을 받는 현실 때문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며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 상황에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가 전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024∼2034년 연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연금부터 의료, 산업 현장까지 모든 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영올드(Young Old)젊고 건강한 60, 70대 고령자. 이전 세대보다 평균 학력이 높고 구매력을 갖춰 은퇴 이후에도 여행과 취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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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개혁, 돈 덜 내면 서비스도 나빠진다는 것부터 이해시켜야”

    “연금 개혁은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면 서비스(수급액 등)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한국 정부도 국민연금을 개혁하려면 국민에게 이 시스템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부터 더 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적 노동경제학자 세이케 아쓰시(清家篤) 일본적십사자 총재 겸 일본 고령화대책위원장(전 게이오대 총장·사진)은 지난해 말 일본적십자사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일본의 공적연금인 후생연금도 우리 국민연금과 유사한 진통을 겪었다. 1990년대 장기침체 여파로 2002년 후생연금은 적자로 돌아섰다. 당시 2100년까지 연금 지급액 740조 엔이 필요한데, 480조 엔이 부족하다는 추정치가 나와 연금 고갈 우려가 커졌다.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이를 계기로 2004년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보험료율을 13년에 걸쳐 조금씩 올리고, 공적연금 수급 개시 나이 역시 단계적으로 60세에서 65세로 인상했다. 또 이에 발맞춰 노사 합의로 65세까지 계속 고용을 실시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획일적 정년 연장 추진이 아니라 기업에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정년 폐지,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세이케 총재는 “정부의 연금 개혁에 대한 명확한 모델 제시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 연금 지급 개시 나이 인상에 대응한 고용 연장 합의 등이 연금 개혁 성공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노인 고용 확대 정책을 둘러싼 청년층의 반발이 없었냐고 묻자 “일본은 전반적으로 일손이 부족해 젊은이들 취직이 어렵지 않아 저항이 크지 않았다”라면서도 “노인 일자리 확대로 국민연금 납부자가 늘면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인기 정책인 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뚝심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 전가는 어떻게라도 막아야 한다는 대명제에 합의가 이뤄져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연금 개혁은 정치인 입장에서는 비인기 주제”라면서 “한국에서도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처럼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여론의 반발이 거셌으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 연금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해당 정책 추진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라고 귀띔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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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에 생포된 북한군 “참전 아닌 훈련으로 믿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며 이들의 얼굴을 공개했다.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을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해 신원과 진술을 자세히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12일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과의 실시간 공조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9일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북한군들은 부상을 당한 채 생포됐으며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생포된 북한군 2명이 다친 상태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이송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신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군 생포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러시아군과 북한군은 보통 부상한 동료를 처형해 증거를 없애는 방식으로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은폐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텔레그램에 올린 사진에 따르면 북한군 포로 2명은 현재 수용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 병사는 양손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고, 다른 병사는 턱을 다쳐 붕대를 턱 부분에 두른 채 군복을 입고 앉아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북한군 2명은 9일 우크라이나 특수작전부대 제84전술그룹 소속 군인들과 낙하산병들에게 잡혔다. 손을 다친 군인은 2005년생으로 2021년부터 북한군에서 소총수로 복무했다. 이 군인은 러시아식 군인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러시아 시베리아 남부 투바공화국 출신으로 적혀 있었다. RBC우크라이나는 “이 군인이 조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아니라 훈련을 위해 이동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도 이 군인이 “러시아에 도착한 뒤에야 파병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턱을 다친 군인은 말하는 게 어려워 서면으로 답했는데 1999년생으로 2016년부터 북한군에서 저격수 겸 정찰병으로 복무했다고 밝혔다.“북한군, 4∼5일 물도 못먹다 붙잡혀… ‘병력 상당수 손실’ 진술”[우크라 북한군 생포]젤렌스키, 생포 북한군 2명 공개“인간 지뢰탐지기-총알받이 역할… 동료 죽어도 진군, 생포 직전 자폭도”1만1000명 중 3800명 사상 추정… 일각 “북한군 전투경험 쌓는건 위협”“(본대에서) 낙오돼 4∼5일간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 하다 붙잡혔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생포했다고 밝힌 북한군 2명 중 1명은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중에 북한군 병력이 상당수 손실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세로 2021년부터 소총수로 군복무를 시작했다는 이 북한군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고작 1주일간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에 투입됐다고 진술했다.북한군은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1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사상자는 3800명에 이른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주장했다. 외신들은 북한군이 이 지역에서 지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인간 지뢰탐지기’로 활용되거나,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현대전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채 투입돼 ‘총알받이’ 신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 피해를 본 북한군이 전투 경험을 쌓으면서 지역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실전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 동료 죽어도 진격”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북한군 2명을 생포할 당시 이들은 각각 턱과 하반신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전쟁 포로에 대한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옮겨져 구금됐고,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군 포로들은 러시아어 등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해 국정원 협조를 받아 한국어 통역가를 통해 SBU 측과 대화하고 있다.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개입 정황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RBC우크라이나는 “수사는 공격적인 전쟁의 계획, 준비, 개시 및 수행과 관련된 우크라이나 형법 제437조와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의 절차 관련 지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신병 처리 방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러시아 전장에 파견된 북한군의 실태를 가늠할 수 있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북한군은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소속 군인 올레흐 씨(30)는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해 12월 북한군 400∼500명이 우크라이나군 주둔지를 공격한 사실을 전하며, 당시 다친 북한군 1명을 생포했지만 심한 부상으로 곧 사망했다고 했다. 또 다른 군인들은 포로로 붙잡히지 않기 위해 수류탄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실제 전투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보다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병력 손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올레흐 씨는 “러시아군은 피해를 입으면 후퇴하는 반면, 북한군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군대는 가장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지 않고 최전선의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사실상 소모전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북한군과 교전한 또 다른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쿠르스크 지역 마크흐노우카 마을에서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 제33분리공격대대 ‘빅 캐츠’의 레오파드 중령은 9일 영국 더타임스에 “북한군이 인간 지뢰 탐지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병사들이 3∼4m 간격으로 떨어져 한 줄로 지뢰 매설 지역을 걸어가고, 지뢰가 폭발해 사상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이 시신을 수습한 뒤 뒷줄에 있던 병사가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으로 지뢰밭을 통과한다는 것. 레오파드 중령은 “우리 대대가 가이드 중 한 명을 붙잡았지만 북한군은 생포를 거부하며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도망치려 했다”고 전했다.● “북한군 전투력 상승, 시간문제”쿠르스크 전투 초반에 북한군의 피해가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군의 전투력이 상승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국전쟁 종전 이후 실전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북한군에 전투 경험이 축적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CBA 이니셔티브 센터의 글리브 볼로스키이 군사분석가는 “북한군이 전투 효율성을 개선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북한군이 이미 갖춘) 규율과 훈련을 결합하면 상당한 군사 역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시 카밀 셰이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도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군사 장비, 기술, 경험을 받아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이웃 나라들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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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군, 4~5일 물도 못먹다 붙잡혀…병력 상당수 손실됐다 말해”

    “(본대에서) 낙오돼 4~5일간 아무 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 하다 붙잡혔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생포했다고 밝힌 북한군 2명 중 1명은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중에 북한군 병력이 상당수 손실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세로 2021년부터 소총수로 군복무를 시작했다는 이 북한군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고작 1주일간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에 투입됐다고 진술했다. 북한군은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1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사상자는 3800명에 이른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주장했다. 외신들은 북한군이 이 지역에서 지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인간 지뢰탐지기’로 활용되거나,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현대전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채 투입돼 ‘총알받이’ 신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 피해를 본 북한군이 전투 경험을 쌓으면서 지역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실전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 동료 죽어도 진격”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북한군 2명을 생포할 당시 이들은 각각 턱과 하반신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전쟁 포로에 대한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옮겨져 구금됐고,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군 포로들은 러시아어 등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해 국정원 협조를 받아 한국어 통역가를 통해 SBU 측과 대화하고 있다.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개입 정황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RBC우크라이나는 “수사는 공격적인 전쟁의 계획, 준비, 개시 및 수행과 관련된 우크라이나 형법 제437조와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의 절차 관련 지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신병 처리 방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러시아 전장에 파견된 북한군의 실태를 가늠할 수 있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북한군은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소속 군인 올레 씨(30)는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 달 북한군 400~500명이 우크라이나군 주둔지를 공격한 사실을 전하며, 당시 다친 북한군 1명을 포로로 생포했지만 심한 부상으로 곧 사망했다고 했다. 또 다른 군인들은 포로로 붙잡히지 않기 위해 수류탄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실제 전투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보다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병력 손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올레 씨는 “러시아군은 피해를 입으면 후퇴하는 반면, 북한군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군대는 가장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지 않고 최전선의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사실상 소모전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북한군과 교전한 또 다른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쿠르스크 지역 마흐노프카 마을에서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 제33분리공격대대 ‘빅 캣츠’의 레오파드 중령은 9일 영국 더타임스에 “북한군이 인간 지뢰 탐지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병사들이 3~4m 간격으로 떨어져 한 줄로 지뢰 매설지역을 걸어가고, 지뢰가 폭발해 사상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이 시신을 수습한 뒤 뒷줄에 있던 병사가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으로 지뢰밭을 통과한다는 것. 레오파드 중령은 “우리 대대가 가이드 중 한 명을 붙잡았지만 북한군은 생포를 거부하며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도망치려 했다”고 전했다.● “북한군 전투력 상승, 시간 문제”쿠르스크 전투 초반에 북한군의 피해가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군의 전투력이 상승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국전쟁 종전 이후 실전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북한군에 전투 경험이 축적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CBA 이니셔티브 센터의 글립 볼로스키 군사분석가는 “북한군이 전투 효율성을 개선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북한군이 이미 갖춘) 규율과 훈련을 결합하면 상당한 군사 역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시 카밀 셰이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도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군사 장비, 기술, 경험을 받아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이웃 나라들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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