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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경기 파주출판도시에서 북 페스티벌 ‘파주북소리 2013’이 열린다. 올해 주제는 ‘책으로 소통하는 아시아’. 그에 맞춰 아시아 11개국 작가 12명이 다음 달 3일 문학콘서트 ‘아시아의 작가들, 도시를 말하다’를 열고 자신들이 태어나 자란 도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이 방한에 앞서 파주북소리조직위원회에 보내온 글에는 21세기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난 급격한 서구화 현대화 물결 속에 전통과 본질을 잃어버린 도시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국내에 2009년 번역된 소설 ‘사만’을 쓴 인도네시아 작가 아유 우타미(45)는 “인도네시아에선 사진관에서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사진을 판다. 관광객에겐 아름답고 이국적인 모습만 담은 사진이 엽서용으로 딱 맞겠지만 슬프게도 인도네시아 현실은 동떨어져 있다”고 썼다. 예민한 작가의 눈에는 자카르타가 ‘모두 가짜’인 도시다. 그는 “도시화 현상을 겪고 있는 자카르타에는 쇼핑몰 시대가 열렸다. 천장에는 하늘이 그려져 있고 플라스틱 나무와 각종 장식으로 뉴욕이나 차이나타운처럼 꾸며 놓았다”고 했다. 베트남전쟁 참전군인 출신인 베트남 소설가 바오닌(61)은 전쟁 당시 하노이를 배경으로 전쟁의 실상을 고발한 소설 ‘전쟁의 슬픔’을 썼다. 이 작품은 지난해 베트남전쟁 참전국인 한국에도 소개돼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가난하고 암담했던 베트남전쟁 이전의 하노이를 그리워했다. “어린 시절 하노이는 작고 비좁고 가난한 도시였다. 작고 남루한 것이 지닌, 가난한 사람들만이 가진 아름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하노이에 대해 한 줄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날 하노이는 완전히 정반대다. 부자 도시는 아니지만 돈벌이로 꿈틀댄다. 태국 방콕의 화려함을 따라 하고, 미국 유럽 문화의 모든 것을 베끼려고 온 힘을 쏟는다.” 인도 델리에 사는 소설가 A J 토마스(61)의 글에선 안타까움을 넘어서 환멸과 분노가 느껴진다. “속으론 보수적이면서 겉으로 현대적인 델리 중산층의 생활방식에 혐오감이 느껴진다. 얼마 안 되는 돈을 벌려고 부유층이나 중산층 밑에서 일하는 슬럼가의 수백만 가난한 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생활편의시설조차 없다. 많은 이가 가망 없이 살아가는 허름한 주택가에 수시로 발생하는 화재로 사망한다.” 한국 작가로 참여한 소설가 김미월은 “소설가들은 어린 시절 기억이나 고향에 대한 추억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며 “마을이나 도시가 고유한 개별성을 잃고 지구촌 전체가 비슷비슷해져 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조정래의 장편소설 ‘정글만리’(해냄·전 3권·사진)가 출간 2개월 만에 50만 부를 판매했다. 7월 15일 출간된 ‘정글만리’는 출간 4주 만에 주요 온라인 서점 4곳에서 1, 2, 3권이 나란히 1∼3위에 오른 뒤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온·오프라인 서점 판매량을 집계하는 한국출판인회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25일 현재 5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전자책도 주요 전자책 판매서점에서 1위에 올랐다. 해냄출판사 이진숙 편집장은 “‘정글만리’가 2001년 출시된 조정래 소설 ‘한강’의 판매기록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판매됐다. 당시에 비해 침체된 출판시장을 고려하면 독자들의 구매 열기는 더 뜨겁다”고 말했다. ‘정글만리’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5개국의 비즈니스맨들이 중국 시장에서 벌이는 경쟁을 담았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소설가 최인호 씨(68)가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 최인호 씨는 2008년 침샘암 발병으로 5년간 투병하던 끝에 이날 오후 7시 10분 세상을 등졌다. 고 최인호 씨는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벽구멍으로'로 등단한 뒤 다수 작품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고인의 대표작으로는 '별들의 고향',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겨울나그네', '상도', '바보들의 행진' 등이 있다. 다수 작품들은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해 호평을 얻었다. ● 최인호 선생 연보▼1945년 서울 출생▼1963년 서울고 재학중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 '벽구멍으로' 입선·문단 데뷔▼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 '견습환자' 당선.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단편 '2와 1/2' 당선▼1972년 연세대 영문과 졸업▼1972년 현대문학상 신인상 '타인의 방'▼1982년 제6회 이상문학상 '깊고 푸른 밤'▼1998년 제1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사랑의 기쁨',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2003년 제9회 현대불교문학상 '몽유도원도'▼2006년 제5회 송산상 문화부문 제6회 연문인상[연세대 문과대 동창회]▼2011년 제4회 동리문학상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소설가 최인호 씨가 25일 오후 7시10분 별세했다. 향년 68세.최인호 씨는 1963년 등단 후 '별들의 고향' '겨울 나그네' '바보들의 행진' '상도' 등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지난 2008년 침샘암 발병 이후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집필 활동을 계속 해왔다.● 최인호 선생 연보▼1945년 서울 출생▼1963년 서울고 재학중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 '벽구멍으로' 입선·문단 데뷔▼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 '견습환자' 당선.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단편 '2와 1/2' 당선▼1972년 연세대 영문과 졸업▼1972년 현대문학상 신인상 '타인의 방'▼1982년 제6회 이상문학상 '깊고 푸른 밤'▼1998년 제1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사랑의 기쁨',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2003년 제9회 현대불교문학상 '몽유도원도'▼2006년 제5회 송산상 문화부문 제6회 연문인상[연세대 문과대 동창회]▼2011년 제4회 동리문학상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소설가 이동하 씨(71·사진)가 한국소설가협회(이사장 백시종)와 성균관유교학술원(원장 최남백)이 공동 주관하는 제2회 성균관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소설집 ‘매운 눈꽃’. 시상식은 2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성균관 대성전에서 열린다. 상금 1000만 원.}

대한불교조계종이 27일 부산에서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법회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한반도평화대회’를 개최한다. 조계종은 이날 오전 10시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위령수륙재’를 열고 오후 2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한반도평화대회 기념식 및 공연, 천도재를 진행한다. 유엔기념공원에서 경기장까지 28km 구간에는 평화의 등 10만 개가 걸린다. 이 대회 상임운영위원장인 부산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사진)은 “한반도평화대회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남북한 사이에 새로운 관계 조성과 한반도 평화 구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과 방송인 신영일 씨가 기념공연 진행을 맡았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가수 인순이, 이선희, 바비 킴,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영국 팝페라 가수 폴 포츠 등이 참가한다.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 예능보유자인 이애주 씨는 진혼살풀이로 6·25전쟁에서 목숨을 거둔 국군 병사와 유엔군 참전용사의 넋을 달랜다. 참가비는 무료. 문의 02-575-9123. www.budpeace.org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과학의 영역인 화학과 종교의 영역인 영성(靈性)은 따로 풀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다. 그런데 저자는 화학과 영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좇는다. 66세인 저자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대학 강단에서 45년간 화학을 가르쳤다. 화학 원리에서 찾은 인생의 지혜를 담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한발 더 나아가 화학에서 인생의 더 깊은 차원인 영성을 발견한다.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와 ‘울지마, 톤즈’의 고 이태석 신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PDP TV는 유리 기판으로 스크린을 만들고 기판 사이에 플라스마를 발생시켜 낸 빛으로 영상을 만든다. 원자에 수만 도 이상의 고열을 가하거나 마이크로파를 쬐어주면 중성원자, 양이온, 전자로 분리되는데 이를 ‘제4의 물질상태’인 플라스마로 부른다. 극한의 상태에서 자신을 부수는 플라스마는 다른 물질과 활발히 반응해 우리 삶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 저자는 플라스마에서 힘든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사르고 산산이 부서진 이태석 신부를 본다. 이태석 신부는 암에 걸린 제 몸은 돌보지 않고 한센병에 걸려 발가락이 잘려 나가고 굶주려 뼈만 남은 아프리카 사람을 위해 혼신의 에너지를 쏟아냈다. 영성을 얻는 과정도 화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실험에 필요한 고순도 단결정(單結晶)을 얻으려면 불순물 없이 순수한 용액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때론 외부 충격도 줘야 한단다. 그처럼 고난과 시련 속에서 세속적인 집착이나 불순한 생각이 정화된 영성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정제염과 천일염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율법을 넘어선 예수의 사랑과 이해, 용서를 찾고, 금속에 생기는 녹을 보며 나이가 들어도 이웃에 축복 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성찰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프랑스 여성 만화가이자 동성애자인 작가의 2010년 데뷔작. ‘파란 머리 소녀’ 엠마가 세상을 떠난 연인 클레망틴이 남긴 일기를 읽으며 그녀를 추억하는 레즈비언의 사랑을 담은 문제작이다. 동성 연인이 연애하고 오해하고 갈등하는 심리 묘사가 보통 남녀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특히 격정적이지만 슬프게 그려진 두 사람의 정사 장면이 압권. 2011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독자상’을 수상했고,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아델의 삶’은 201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 내년 1월 세계 최대 만화 축제인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 ‘앙굴렘, 일본군위안부 특별전’(가칭)이 열리고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우리 만화가 출품된다. 전 세계 기자 800여 명, 작가 1600여 명, 관람객 25만 명 앞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한을 알리고 사과를 거부하는 일본을 고발하는 ‘역사적 증인’ 역할을 할 만화다. 필리프 라보 앙굴렘 시장도 지난달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역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일이다. 만화로 위안부 문제를 알린다면 많은 서양인이 알게 될 것이다”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11일 인천 서구 가좌동의 한 아파트 작업실에서 한국 만화가들을 대표해 위안부 만화를 그리고 있는 김광성 씨(59)를 만났다. 그는 “내가 그린 만화가 여러 언어로 번역돼 세계인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린다고 하니 어깨가 무겁다. 그들이 만화를 읽고 할머니들의 고통에 공감하도록 열심히 그리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5월 위안부 문제를 여성에 대한 성폭력 범죄, 인류 인권 침해 행위로 보고 위안부를 다룬 만화로 국제사회에 알리기로 결정했다. 여성부의 제의를 받은 한국만화연합은 여러 명의 작가 후보를 두고 고심 끝에 김 씨를 뽑았다. 김 씨가 한국인 가미카제 특공대를 그린 ‘순간에 지다’(2003년)로 제13회 대한민국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당시 시대 상황을 담은 만화를 많이 그려 왔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부회장이자 ‘오늘은 마요일’(1996)과 ‘총수’(2009)의 스토리를 쓴 정기영 작가가 맡았다. 만화 주인공은 열여섯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가 평생 상처를 가슴 속에만 품어 온 하금순 할머니(가상 인물)다. 할머니가 우연히 주한 일본대사관을 지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가한 동료를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 씨는 화선지 위에 붓펜으로 선을 그린 다음 수채물감으로 칠하는 방식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다. 만화라지만 한 장 한 장이 한국화 맛을 살린 ‘작품’이다. 김 씨는 “켄트지 위에 같은 방식으로 그려 봤는데, 붓으로 매란국죽 치는 맛을 살리는 화선지가 더 낫더라. 외국인들에게 위안부 문제와 함께 붓으로 그리는 동양 만화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10월 완성을 앞두고 그는 하루 14시간씩 작업하고 있다. 그의 작업실은 그림 도구만 없다면 역사가의 서재를 떠올리게 했다. 작업실 책상과 책장에는 할머니의 구술을 담은 책부터 일제강점기를 다룬 학술연구서적까지 그의 손때를 탄 책이 가득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관련 책은 모조리 다 사서 읽다시피 했다. 팩트(사실)에 바탕을 둔 만화를 그리는 일이 몸에 배어 있다”고 했다. 구술자료를 읽으며 분노와 아픔에 떨기도 했다. “작가는 주인공 마음과 동화되는데 할머니들이 입에 담지 못할 상처를 당한 이야기를 읽으며 끔찍했고 아팠습니다. 그래도 말초적으로 자극하지 않고 담담하게 표현할 겁니다.” 김 씨는 수요시위에 참가하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 위안부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씨도 만났지만 아직 할머니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가나 감독들이 작품을 끝내고선 매정하게 연락을 끊어 할머니들의 섭섭함이 크다는 얘기를 들었다. 게다가 자신이 남자라는 점도 작용했다. 김 씨는 “할머니들도 제 만화를 읽을 텐데, 그분들을 위로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 만화가 할머니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안산=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은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영화 ‘관상’에 나오는 조선 최고 관상쟁이 내경(송강호)의 대사다. 얼굴뿐 아니라 시대까지 꿰뚫어 보는 ‘관(觀)’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기계발서 시장에 ‘관’ 바람이 불고 있다. 6월에 출간된 ‘관찰의 힘’(위너스북)은 5만 부, 7월에 나온 ‘관점을 디자인하라’(프롬북스)는 7만5000부가 팔려 종합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올랐다. 지난달 출간된 ‘관찰의 기술’(다산북스)도 초판이 모두 팔렸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여준호 MD는 “이들 책이 모두 주변의 사소한 일상이나 사회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을 키워야 함을 강조한다”고 했다. ‘관찰의 힘’은 디자인컨설팅회사 프로그의 최고 책임연구원 얀 칩체이스가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혁신을 발견하는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원제는 ‘Hidden in Plain Sight(드러나 있으나 보지 못한 것)’다. 위너스북 김시경 편집장은 “원제를 보는 순간 관찰이 떠올랐다. 관찰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인데도 자기계발서 분야에선 관찰 제목을 단 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관점을 디자인하라’의 부제도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뽀로로 제작사 ‘오콘’ 등 12개 기업의 홍보를 담당하는 박용후 PYH대표가 썼다. 그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면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설파한다. 박 씨는 “부모보다 돈을 못 버는 첫 세대인 ‘88만 원 세대’에겐 위로보다는 결국 ‘하우 투(how to·∼하는 방법)’가 중요했다. ‘관’을 다룬 책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지난해까지 셀프힐링식 자기계발서가 대세였지만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어서려면 자기만의 무기를 찾아야 하는데 그런 흐름이 관찰, 관점에 눈 돌리게 만든 것이다”라고 해석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미래세움과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구름빵’ 테마파크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하나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주제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테마파크는 구름빵 캐릭터와 줄거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조형물과 놀이시설, 체험공간, 상업시설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진다. 내년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가맹점 형태로 시설을 늘려 나갈 계획이며 1650m²(약 500평)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흥원의 박흥수 원장은 “테마파크는 ‘구름빵’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완벽한 공간이 될 것”이라며 “구름빵을 세계 대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름빵은 2011년 대한민국콘텐츠어워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2012년 대한민국브랜드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올해 7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팽이(최진영 지음·창비)=2010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최진영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욕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 비정규직 여성 실업청년 등 우리 시대 약자들의 삶을 다양한 형식으로 형상화했다. 1만2000원.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스티븐 호킹 지음·까치)=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71세 과학자의 자서전은 ‘간결’하다. 손 마비와 기관절개 수술로 컴퓨터와 음성 합성기로 1분에 최대 3단어를 말하고 쓸 수 있는 저자가 외부 도움 없이 썼다. 원서와 동시 출간됐다. 1만6000원.스페인문화순례(김창민 편·서울대출판문화원)=스페인의 정치 역사 미술 영화 문학 음악 등을 전공한 12명의 학자가 함께 쓴 스페인 문화 안내서. 쉽고 대중적인 문장으로 스페인 문화의 뿌리를 조망하고 현대 스페인의 일상을 소개했다. 3만5000원.욕망의 곤충학(길버트 월드바우어 지음·한울림)=미국 일리노이대 곤충학과 석좌교수인 저자가 인간의 문화 산업 역사 예술 문학 등에 이바지해 온 곤충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곤충을 주인공으로 인류 문명사를 풀어낸 재미가 있다. 1만5000원.이 치열한 무력을(사사키 아타루 지음·자음과모음)=‘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란 책으로 일약 스타 인문학자로 떠오른 저자의 대담, 강연, 기고 글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부제는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1만7000원.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다카하시 데쓰야 지음·돌베개)=도쿄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오키나와 미군기지 사례로 일본을 누군가의 이익이 다른 것의 생활을 희생시켜서 유지되는 ‘희생의 시스템’의 국가라고 비판한다. 1만1000원.시한부 3개월은 거짓말(곤도 마코토 지음·영림카디널)=30여 년간 암 전문의로 일한 저자는 ‘시한부 3개월 선고’가 환자를 겁에 질리게 해 의사가 의도한 치료를 받게 하려는 수단이라고 폭로한다. 수술을 자제하고 항암제 치료를 최소화할 것을 촉구한다. 1만2000원.창업 후 3년(김유림 지음·행간)=신동아 기자인 저자가 벤처 시장에서 활약하는 젊은 대표 7인의 노하우를 전한다. 창업의 길목에서 고민 중인 사람을 위한 안내서. 1만3500원.산사로 가는 즐거움(현종 지음·공감)=책을 펼치니 그곳이 산사의 템플 스테이가 된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저자가 나직하게 고요한 산사 이야기를 풀어냈다. 1만4000원.}

“중국은 우리 고유의 무경(武經)인 조선세법(朝鮮勢法)이 탐나 중국 무예를 조선이 기록한 책이라며 억지 주장을 펼칩니다. 이번 책 출간으로 고조선 시대부터 시작됐으나 잇따른 외세 침탈로 끊어진 무맥을 연결했으니 한민족이 무예 종주국임을 입증했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대한검법협회 총재 임성묵 씨(52)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그는 우리 검을 다룬 조선세법과 본국검법(本國劍法)의 이론과 철학을 복원한 ‘본국검예’(행복에너지·전 2권)를 펴냈다. 20여 년간 조선세법이 들어가 있는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익힌 무예 실력, 그리고 공주 유림(儒林) 회장을 지낸 아버지에게서 받은 한문 실력을 바탕으로 10년 동안 준비한 책이다. 책 제목은 중국 베이징대 철학박사 출신인 손병철 씨가 붙여줬다. 본국은 ‘모든 나라, 세계의 뿌리’란 뜻. 하지만 검법도 검도도 아닌 검예(劍藝)는 낯선 용어다. “기법에 치우친 중국 검법과 신도(神道)적 색채가 강한 일본 검도와 차별화하려고 ‘검의 예술’ 검예라고 지었습니다. 중국은 한 손으로 가볍고 짧은 칼을 잡고 온갖 기교를 부리지만 실전에선 맥을 못 추죠. 일본은 적의 목만 자르는 기술에 능해 도가 없는데도 검도라고 써 왔습니다. 우리에겐 칼을 하늘의 의지를 받아 정의롭게 사용하는 철학이 있습니다.” 임 씨는 신라 화랑들이 삼국통일을 위해 수련한 조선세법과 본국검법이 고조선부터 내려온 것이라고 했다. 무예 고수의 수련용인 조선세법을 신라 화랑이 군졸 양성을 위해 본국검법으로 재구성한 것. 책에는 일반인도 연속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도록 삽화와 사진을 수록해 두었다. 임 씨는 “전통 무예를 전수했다는 사람들이 그림만 보고 흉내 내다 보니 동작이 제각각이었다. 사방의 적이 꼼짝 못하도록 연속적인 회전 동작으로 이뤄진 조선세법을 재현한다면서 칼을 꺼내 한 번 베고선 다시 칼집에 도로 넣는 촌극을 벌였다”고 말했다. 임 씨는 조선세법에 담긴 검법의 비결, 즉 검결(劍訣)을 풀어냈다. 그는 “한자를 ‘파자(破字·한자의 자획을 풀어 나눔)’하고 단어의 의미와 상징을 공부해 보니 검을 다루는 동작과 한자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글자와 동작에 시적인 의미를 부여하면 검결이 되고 검결을 순서대로 엮으니 대서사시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임 씨가 이렇게 서사시로 풀어낸 조선세법에는 중국의 진(秦)나라 왕은 이무기, 고조선왕은 용으로 표현돼 있다고 한다. 동작을 따라 하며 경구를 외우면 진왕을 멸하고 나라의 안녕을 기원한 상무호국정신을 느낄 수 있단다. 그는 “무예 책이지만 조선세법에 숨겨진 당시 역사와 신화를 풀어냈다”고 자부했다. 국내 최대 단체인 대한검도회를 향한 비판도 책 속에 담았다. 임 씨는 “검도인들이 조선세법을 깨칠 생각은 하지 않고 ‘알기 어렵다’ ‘대충 쓰였다’며 우리 검을 폄하하고 일본 검형을 따와 검도를 완성했다”면서 “화랑정신을 계승했다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일본 사무라이 정신이 깃든 검도를 배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000원 노가리.’ ‘치맥(치킨과 맥주)’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노가리를 내세운 호프집이 늘었다. 가벼운 주머니 걱정 없이 삼삼오오 맥주를 마시며 노가리(수다)를 까는 맛이 있어서일까. 책을 읽고나니 명태에게 미안해진다. 노가리는 1년 정도 자란 작은 명태로 아기태, 애태라고 불린다. 농담의 ‘농’자에 우리말 접미사 가리가 붙어 ‘노가리’가 됐다고 한다. 저자는 “명태 자원이 감소해 인공 종묘 생산을 위한 알을 받아낼 어미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요즘에는 잡아서는 아니 될 일”이라고 걱정한다. 저자는 30년간 우리 바다에 사는 어류를 연구한 물고기 박사다. 1999년 ‘한국 연근해 고등어의 자원생태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국립수산과학원을 거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나도는 잘못된 물고기 정보를 바로잡고 독자가 정확한 물고기 정보를 얻어가길 바라며 책을 썼다. 계몽성 목적과 달리 책은 무척 재밌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가장 맛있는 제철 물고기 16종의 생태, 역사, 유래, 요리법 등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쉽고 재밌게 풀어냈다. 9월에 만날 수 있는 제철 물고기로 갈치와 전어가 소개됐다. 특히 ‘가을 전어’로 불리는 전어는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맛좋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말에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전어의 성분은 계절마다 별 차이가 없지만 가을이면 지방 성분만 최고 3배 정도 높아진다. 전어에 돈 전(錢)자를 쓰는 이유도 그 맛 때문이다. 풍석 서유구(1764∼1845)는 ‘난호어목지’에 “그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아” 붙은 이름이라고 유래를 써놓았다 한다. 덩치는 작지만 책 제목으로 뽑힌 멸치를 만나 보자. 그 작은 대가리 속에 블랙박스가 들었다니 무슨 소리일까 궁금해진다. 블랙박스는 멸치 귀 속에 들어 있는 이석(耳石)을 말한다. 이석은 칼슘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뼈 같은 물체로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이다. 그 작은 이석에 일일 성장선이 기록돼 있어 몇 년 며칠에 태어나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몸소 실현하며 살아온 멸치가 요즘 힘들단다. 멸치는 떼를 지어 다니며 포식자에게 무리의 일부만 먹히는 방식으로 전체 무리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인간은 그물로 한꺼번에 멸치 떼를 잡아버리니 진퇴양난에 빠진 셈. 저자는 물고기의 억울한 사정도 풀어준다.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1758∼1816)은 “참홍어 암컷이 낚싯바늘을 물면 수컷이 달려들어 교미를 하다가 다 같이 끌려온다. 암컷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컷은 색을 밝히다 죽는 셈이니 이는 음을 탐하는 자에게 본보기가 될 만하다”며 홍어를 준엄하게 꾸짖었다. 요즘 사람도 ‘홍어 거시기’를 운운하니 그 음란의 불명예를 벗기 어려웠다. 저자는 홍어가 철저한 일부일처주의자라고 반박한다. 죽어가는 암놈과 수놈의 마지막 정사도 아름답고 철저한 섹스의 미학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홍어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책을 읽으면 생선 비린내가 난다. 막상 책에 코를 대면 종이 냄새만 나는데 글을 읽고 사진만 보면 다시 비린내가 진동한다. 책 읽은 보람을 느끼려면 식탁 위에 오른 생선을 고맙게 먹어야겠다. 생선뼈를 바를 때면 귀찮아서 대충 발라 먹곤 했는데, 기꺼이 한 몸을 내어준 물고기에게 감사하며 꼼꼼히 먹어야겠다. 책을 각 가정의 식탁 위에 두길 권한다. 요즘 몸에 좋은 생선을 먹지 않는 어린이가 많다는데, 억지로 생선을 아이 입에 들이밀지 말고 재밌는 생선 이야기로 유혹하면 어떨까.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평생 청빈한 삶으로 ‘일곱 가지(사찰 돈 솜옷 모자 목도리 내복 장갑)가 없는 스님’으로 알려진 무진장 스님(사진)이 9일 오전 4시 반경 경기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입적했다. 법랍 57세, 세수 81세. 스님은 1932년 제주에서 태어나 1956년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4년 동국대 불교대학을 졸업한 뒤 태국으로 건너가 방콕 왓 벤차마보핏 사원에서 남방불교를 수행했다. 조계종 2, 4대 포교원장을 지냈고, 2007년 조계종 원로의원과 2010년 서울 조계사 회주로 추대됐다. 스님은 40여 년 조계사에서 거처하면서 대중 포교에 전념했다. 서울 탑골공원에서 노숙인을 상대로 매일 법문하기도 했다. 주지 소임을 맡지 않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어떤 재산도 갖지 않았다. 이유 없는 보시를 사양했고, 평생을 조계사 근처에 머물렀지만 찻집 한 번 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결식과 다비식은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13일 오후 4시 범어사에서 봉행된다. 조계사 02-768-8563, 범어사 051-508-3122∼5}

“약주나 한잔하며 인터뷰합시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8월 30일 낮,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곤 하지만 서울 광화문은 한낮의 태양이 작열했고 기온이 30도에 육박했다. 몸무게가 50kg도 안 되는 깡마른 여든셋 어르신이 새파랗게 젊은 기자에게 낮술을 권한 것이다. 그는 “기력은 아무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했다. 목소리에는 ‘묘막살이’까지 하며 번역 200권, 저술 7권을 해낸 청춘이 묻어났다. 저술가 겸 번역가인 김욱 씨는 스물여덟 살 때 동화통신을 시작으로 30년간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1980년대 중반 정년퇴직 후엔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편집위원으로 10년을 더 일했다. 그는 일흔을 앞두고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해 경기 화성의 시골마을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평생 소원하던 글이나 쓰며 살 요량이었다. 그러다 매부의 권유로 전원주택을 담보로 제주도 백화점에 투자했다가 망해 버렸다. 경매로 집을 팔고 나니 수중에 남은 돈은 300만 원. 쉰 살에 본 늦둥이 아들에게 기댈 수도 없었다. “수소문 끝에 경기 안산시 대부도 근처의 남양 홍씨 묘막에서 1년에 한 번 시제를 올리고 무덤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농가주택을 공짜로 얻었어요. 교회 권사인 아내가 젯밥을 차릴 수 없다고 반대했지만 강행했습니다.” 그때부터 “죽은 자와 더불어 죽기 살기”로 번역에 매달렸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본어에 능했고, 한때 신문사 신춘문예에 써 낸 단편소설이 최종심에 오를 정도로 글 솜씨도 있었다. 김 씨는 “가만히 있어선 누가 일감을 주지 않는다. 서울 대형 서점을 오가며 일본어 원서를 살펴보고, 출판사에서 관심을 갖겠다 싶으면 앞부분을 번역해 보냈다”고 했다. 출판계에서 빠른 속도로 매끄러운 번역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일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김 씨는 번역 일로 모은 돈으로 3년 만에 묘막살이를 끝냈다. 이후에도 일을 계속해 10여 년간 책 200여 권을 번역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미스터리의 계보’와 ‘푸른 묘점’부터 ‘메이난제작소 이야기’ 같은 경영서까지 다양하다. 정확한 수입을 밝히지 않았지만 신문사 다닐 때만큼 번다고 했다. 올봄엔 그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폭주노년’을 펴냈고, 여름엔 ‘난세에는 영웅전을 읽어라’를 출간하는 등 지금까지 7권의 책을 썼다. 쉴 만도 한데, 이젠 본격적으로 책을 쓸 때라고 한다. “살림이 나아졌으니 이제 책 쓰는 일에 집중할 거예요. 노인들이 사회의 골칫거리, 사회악 취급을 받는데, ‘노재(老才·노인의 재능)’ 시대가 오니 우리도 재능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가장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 평전도 쓸 겁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오래 앉아 있으면 피가 다리에 몰리니 그걸 풀어주려고 걷는 게 전부”라고 한다. “육체 건강만 챙기는데, 정신이 늙으면 몸이 늙는다. 나이 먹을수록 신문도 보고 세상에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나보다 우쭐거리는 친구를 보면 샘이 나서 꼭 따라잡고 싶어 계속 공부하는데, 그래서 늙을 새가 없다.” 그는 아흔다섯까지만 일할 계획이다. 그는 “그땐 ‘조금’ 늙었을 테니, ‘애썼다, 이제 좀 봐준다’며 몸을 쉬게 할 거다”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아쉽다는 듯 술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그의 걸음걸이는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휴우… 오늘도 피곤했어.” 서른네 살 싱글 여성 ‘수짱’은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내뱉는 평범한 여성. 결혼과 동시에 일을 관두고 임신한 친구를 보며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고민하고, 미모도 돈도 없는 자신을 보며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고 자문한다. 카페 종업원에서 매니저로 승진했지만 ‘아무래도 싫은 사람’인 직장 동료 때문에 머리를 싸맨다. 그래도 씩씩하다. 서른일곱 살에 카페를 관두고 어린이집 조리사 일을 시작하고, 서점 직원인 남자와 ‘수짱의 연애’를 시작한다. 수짱은 일본 만화가 겸 수필가인 마스다 미리의 만화 주인공이다. 1969년생인 마스다도 오사카에서 도쿄로 올라와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하는 싱글 여성. 일본에서 수짱은 ‘우리와 함께 나란히 서서 달리며 때때로 응원을 해주는 친구’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요즘 한국 여성들도 “백허그를 받는 기분”이라며 수짱과 친구가 됐다. 이봄출판사가 출간한 수짱 시리즈 4권과 마스다의 다른 작품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주말엔 숲으로’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출간된 뒤 모두 10만 부가 팔렸다. 출판사의 인터넷서점 구매자 분석에 따르면 여성이 86%였다. 간결한 그림체, 심심한 일상 이야기로 가득한 만화의 인기 비결은 ‘공감’이다. 제목도 잘 뽑았다. 요즘 30대 여성들의 고민을 의문형 제목으로 달아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다. 고미영 이봄 대표는 “30대 싱글 여성이 혼자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갈 때 직장, 결혼, 노후에 대한 정돈되지 않은 고민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며 “골드미스가 아니라도 스스로 삶의 가치를 긍정하고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는 수짱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얻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만화 속에서 수짱은 말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있지만, 먼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단지 미래만을 위해 지금을 너무 묶어둘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아직 지금, 이니까.” 수짱의 생각에 공감하는 한국 독자들은 다음과 같은 글을 매일 10개 넘게 올린다. “읽다 보니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고민하던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렇지만 역시 아직 다가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며 나이 먹는 것보다는 지금을 제대로 살아내는 것이 더 멋지다는 결론. 울지 않겠다!”(@iamc****) “이 시간 구석진 자리에 앉은 분홍 비니의 여인. 소리 없이 운다. 울면서 또 읽는다. 그 여자 손에 들린 책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catc****)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난달 27일 찾은 탄자니아 북부 아루샤의 마사이족 전통마을. 입구에서 입장료를 둘러싼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1인당 10달러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방문객 일행과 마사이족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결국 마사이족이 흥정에서 이겼다. 마을 대표의 사인이 떨어지자 전통 의상을 입은 20여 명이 하늘로 껑충껑충 뛰는 마사이 춤으로 일행을 환영한다. 사자를 사냥하는 용맹성과 마사이 워킹으로 널리 알려진 마사이족. 하지만 이 마을은 마사이족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민은 80여 명. 입구를 지나자 마을 한복판에 소 우리이자 공동묘지로 쓴다는 원형 공간이 나온다. 이곳을 중심으로 소똥을 이겨 벽에 바른 둥그런 마사이 가옥 ‘보마’ 여러 채가 들어서 있다. 보마는 일부다처체인 마사이 가족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해 아루샤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샤론 씨(25)는 비교적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마사이족 청년으로는 드물게 교육을 받았고, 영어도 학교에서 배웠다. ―1년 수입이 얼마나 되나.” “그때그때 다르다. 잘 모르겠다.” ―계속 마을에 있을 건가. “일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선교사들에 따르면 마사이족은 케냐에 25만 명, 탄자니아에 10만 명 등 모두 40만 명가량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마사이족은 익숙한 유목 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진학률도 낮고, 위생상태가 나빠 다양한 질병에 시달린다. 샤론 씨처럼 학교를 졸업해도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도시로 나가면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마사이 거주 지역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문흥환 선교사는 이런 마사이족에 대해 안타까움과 희망을 동시에 언급했다. “보마에서 아이 셋이 보이면 엄마가 모두 다르다는 농담이 있지만, 비좁은 공간에 20명이 살아도 다툼이 없는 게 마사이 문화다. 최근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다는 부모가 늘고 있어 변화의 가능성을 느낀다.” 보마 근처에 있던 어린 여자 아이가 수줍은 듯 숨는다. 그래도 외부인이 신기한 듯 고개를 살며시 내민다. 마사이족의 미래다.아루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책은 ‘우리는 정보에 파묻혀 질식하지만, 여전히 지혜에 굶주려 있다’는 생물학자 E O 윌슨의 말로 시작한다. 누구나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갈지, 약을 먹을지, 심각하다면 수술을 할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본 적이 있다. 인터넷과 대중매체, 의학서적, 주변 지인의 이야기 등 의학정보는 넘쳐나는데 상반되거나 근거가 불확실해 더 헷갈리게 만든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저자들은 질병과 싸우는 환자들을 인터뷰하고 ‘최소·최대주의자’ ‘믿는 자와 의심하는 자’ ‘자연주의자와 기술주의자’ 유형으로 정리했다.}
니그로(W.E.B 듀보이스 지음·삼천리)=“20세기의 문제는 인종장벽의 문제”라고 선언하며 흑인민권운동의 횃불을 들어 올린 고전이 한국에서 처음 출간됐다. 최초의 흑인 하버드대 박사였던 저자(1868∼1963)의 대표작. 1만5000원.민주주의의 이념과 역사(차기벽 지음·아로파)=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출간돼 민족주의와 산업주의의 그늘에 가려 있던 민주주의 발전을 역설한 차기벽 성균관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의 대표작. 아흔을 앞둔 저자는 민주주의가 완벽하게 정착하지 못한 걱정에 복간을 결심했다고 밝힌다. 1만8000원.역설(백승종 지음·산처럼)=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풍속화 속 인물들은 표정이 유쾌하고 몸에 살집도 좋다. 저자는 그의 그림이 백성들의 결핍과 가난을 외면한 정조 체제의 선전용 화보집이라고 주장한다. 익숙한 역사관을 뒤집는 도발적 관점이 흥미롭다. 1만6000원.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1(이희진 지음·동아시아)=역사 분쟁이 끊이지 않는 동아시아 한중일의 ‘역사 쟁점’을 동아시아 전체적인 틀에서 정리한 역사서. 고대사를 다룬 1권에선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조공과 책봉의 역학관계로 분석했다. 1만4000원.먼산이 운다(김현숙 지음·문학나무)=과도한 결벽증과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여주인공은 의사의 권유로 고향인 경북의 시골마을로 내려간다. 여주인공과 숙모의 위로와 온기를 담은 서정소설. 1만1000원.시크릿 파일 서해전쟁(김종대 지음·메디치)=제1 연평해전부터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12년 동안 서해 북방한계선 해역에서 일어난 다섯 차례 전투를 수십 명의 예비역 장성과 현역 장교의 증언으로 재구성한 안보 논픽션. 1만5000원.패션: 의상과 스타일의 모든 것(베아트리스 베른 외 지음·시그마북스)=화려한 패션 사진들을 보면 눈이 즐겁다. 패션의 모든 것을 담은 ‘패션 설명서’. 6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