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길 안내하는 용수판의 스타일 변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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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 상단 앞뒤의 용머리 장식… 서울 목인박물관 579점 특별전

하얀 얼굴의 일본 순사가 그려진 용수판(위). 순사의 가슴에는 백발(白髮)이란 글자가 적혀 있다.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는 용(가운데)과 호랑이를 물고 있는 도깨비 등이 만화 캐릭터처럼 익살스럽게 묘사돼 있다. 목인박물관 제공
하얀 얼굴의 일본 순사가 그려진 용수판(위). 순사의 가슴에는 백발(白髮)이란 글자가 적혀 있다.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는 용(가운데)과 호랑이를 물고 있는 도깨비 등이 만화 캐릭터처럼 익살스럽게 묘사돼 있다. 목인박물관 제공
‘용수판(龍首板)’은 전통 목상여의 상단 앞뒤에 부착하는 반달 모양의 용머리 장식을 뜻한다. 상서로운 동물인 용이 망자(亡者)를 좋은 곳으로 안내하고 잡귀를 쫓는 벽사((벽,피)邪)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 가옥 지붕에 용마루를 달듯 저승으로 가는 마지막 집인 상여에 용수판을 부착한다는 설도 있다.

서울 목인박물관은 국내 첫 대규모 용수판 특별전인 ‘용수판 579’를 연다. 김의광 관장이 직접 모은 579점을 전시해 170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용수판의 변천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초기 용수판은 반달 모양의 용머리 그림 형식을 엄격히 지켰다. 하지만 후대로 갈수록 용수판을 제작한 장인들의 개성이 묻어났다. 용의 용맹함을 부각하려고 물고기를 입에 물게 한 경우도 있고 도깨비가 호랑이를 입에 물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용수판엔 일본 순사도 들어 있다.

유광숙 목인박물관 학예실장은 “용수판을 통해 조상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개성 강한 공예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5일까지. 3000∼5000원. 02-722-5066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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