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흑 25로 하변 흑을 살리자 실리 차이가 확연하다. 백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이다. 마지막으로 한바탕 붙어보고 안 되면 던져야 한다. 백 26. 결코 만만치 않은 승부수다. 흑 두 점을 버리는 건 있을 수 없기에 흑 27을 뒀는데 백이 32까지 빠져나오자 가시가 목에 걸린 것처럼 신경 쓰인다. 유리하다고 쉽게 물러서면 금방 따라잡힌다. 예를 들어 참고도 흑 2로 그냥 넘어가면 백 3, 5를 선수하고 백 9로 살아 흑이 손해를 많이 본다. 고근태 7단은 남은 시간을 대부분 할애하며 수를 읽다가 흑 33을 둔다. 그러나 이건 위험하지 않을까. 흑 41까진 필연적인 수순인데 백 42로 이으니까 하변 흑 대마 ○의 목숨이 위태롭다. 관전자 모두 하변 흑을 살리기 쉽지 않다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흑 43이 놓이자 “아, 그렇지”하며 검토를 접었다. 흑 43이 백 ○에 대한 급소. 이 한 방으로 대마를 살릴 수 없다. 결국 하변 흑과 우상 백을 바꾼 셈인데 자체로만 보면 백이 손해를 본 것은 없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우변 흑을 삭감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백이 이득을 봤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흑이 우세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이득으론 형세를 뒤집을 수 없다. 여기까지 두어놓고 보면 쉬운데 막상 이런 대형 바꿔치기를 사전에 구상하긴 쉽지 않다. 고 7단의 세 번째 본선 진출이 성사됐다. 40…33. 258수 끝 흑 5집 반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고근태 7단은 쉽게 예선 결승에 올라왔고 백대현 8단은 유창혁 9단을 넘어 여기까지 왔다. 두 기사 모두 국수전과는 인연이 깊다. 백 8단은 39기 본선을 시작으로 44, 47, 52기 본선에 올랐다. 고 7단도 47, 52기 본선에 올랐다. 고 7단은 아마국수전에서도 우승했다. 이번엔 누구의 인연이 더 끈끈할지 알아볼 기회. 흑이 곳곳에서 실리를 짭짤하게 챙겨놓았다. 백의 희망은 좌하 세력. 이곳에서 두툼하게 집을 만들어야 계가바둑으로 이끌 수 있다. 참고1도처럼 백 1, 3으로 모양을 키우는 건 흑 4로 많이 잠식당한다. 그래서 백 92까지 화끈하게 흑을 잡자고 나섰다. 굉장한 강수.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두는 건 그만큼 형세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사실 이 장면에서 불안한 건 흑보다 백이다. 흑이 갇히긴 했지만 집 모양을 낼 공간이 넓기 때문. 흑이 살면 바둑은 흑 우세가 확고해진다. 흑 95, 97의 절대 선수를 거쳐 흑 99로 틀을 잡자 죽을 돌이 아니다. 백 102로는 참고2도 백 4처럼 흑의 눈 모양을 없애고 싶다. 그렇지만 흑 9까지 흑은 쉽게 타개할 수 있다. 흑은 툭툭 선수를 행사한 뒤 흑 111로 웅크려 살았다. 백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좌하에서 흑이 떵떵거리고 살자 백은 집을 더 낼 곳이 없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우변에서 흑 ○로 백을 공격한 장면. 주변 흑 모양이 두터워 백의 타개가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 백의 실리는 50여 집. 흑의 확정가는 40집이 채 안되지만 우변 백을 공격하며 20집을 만들면 된다. 지금 모양으론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난해한 바둑을 잘 두기로 이름난 한상훈 5단은 백 78로 붙여 타개의 실마리를 잡고자 한다. 흑은 주저하지 않고 79로 최강수를 던진다. 한 5단은 난감하다. 그냥 탈출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흑 집을 최대한 줄이는 과제를 수행할 수 없다. 한 5단은 80, 84로 붙이며 흑의 반응을 살핀다. 한 5단은 내심 참고1도를 기대하고 있다. 백 13까지 리듬을 타며 탈출할 수 있다. 상변 흑 진을 깨는 것은 덤. 그러나 흑 85가 한 5단의 기대를 무산시킨 호수. 백은 죽으나 사나 88로 끊어야 하는데 빈삼각인 모양이 사납다. 백의 행마가 꼬인 느낌이다. 흑 93이 놓이자 백돌이 갈래갈래 끊겨 동시 수습이 어려운 지경이다. 참고2도 백 1로 수상전을 노려보고 싶지만 흑 8까지 수습 불능이다. 백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알토란같은 우변 백돌을 모두 떼어주며 백 106까지 중앙에 세력을 마련했다. 백은 이 세력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했지만 흑 107, 111의 발빠른 수로 세력도 빛이 바랬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중국 출신으로 한국기원 소속기사인 루이나이웨이 9단이 9월 열릴 예정인 충룽산빙성(穹륭,山兵聖)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 한국기원 대표로 참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바둑계에선 루이 9단이 11월 열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중국 여성대표로 출전하기로 한 데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랭킹 1위 자동출전 자격 박탈충룽산빙성배는 중국이 주최하는 여자 국제기전으로 한국 몫의 참가 기사는 3명이다. 한국기원 규정에 따르면 랭킹 1, 2위는 자동 출전권을 받고 나머지 한 명은 선발전을 거쳐 뽑는다. 하지만 랭킹 1위인 루이 9단은 자동 출전권을 받지 못한 반면에 랭킹 2위인 박지은 9단은 받았다. 나머지 두 명은 지난달 30일 국내 선발전에서 승리한 김혜민 6단과 이슬아 초단으로 확정됐다. 한국기원은 당초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기사를 배려하겠다”며 랭킹 대신 선발전 위주로 뽑겠다고 했으나 박 9단 역시 아시아경기 대표선수가 아님에도 자동 출전권을 받았다. 루이 9단은 선발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당시 열린 한국기원 임원회의에선 루이 9단의 세계대회 출전 배제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일부 임원은 루이 9단의 신분을 소속기사에서 객원기사로 돌리면 출전권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객원기사는 입단대회를 통하지 않고 한국기원에서 활동하는 전문기사를 일컫는 말. 루이 9단도 처음 한국에 올 때는 객원기사였으나 2000년 국수전 우승 등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자 소속기사로 변경했다. 하지만 객원기사 규정 개정은 9월 말 한국기원 상임이사회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당시 시점에서 루이 9단이 소속기사인 만큼 규정대로 출전권을 주는 것이 맞는다는 지적이 있다. 24일 충룽산빙성배 주최 측이 루이 9단을 와일드카드로 선발해 대회에 참가하도록 했지만 정상적 과정을 밟지 못했다는 뒷맛이 남았다. 한국기원, 세계대회 참가 불허… 보복성 조치 논란주최측 중국 와일드카드로 초청해 대회 참가시켜○ 중국대표 출전에 괘씸죄? 루이 9단이 충룽산빙성배 출전에서 배제된 것은 아시아경기에 중국대표로 출전하는 것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시각이 많다. 루이 9단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을 떠나 미국 일본을 전전하다 1990년대 말 한국기원이 받아주면서 기사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일부에선 루이 9단이 10년간 한국 바둑의 은혜를 입었는데 이제 와서 중국대표로 출전하는 것은 배은망덕이라는 시각이 있다. 특히 한국 선수에 대한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루이 9단이 중국대표팀에 있으면 한국의 금메달 전선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루이 9단의 존재가 한국 여성기사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킨 공로 또한 적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루이 9단의 중국대표 출전이 불편하긴 하지만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얘기다. 한 기사는 “만약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추신수 선수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한국대표로 출전하는 것에 대해 미국 측이 비난한다면 과연 우리 국민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일본 1인자인 장쉬 9단도 대만대표로 출전하는 것을 볼 때 루이 9단이 중국대표로 출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상열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루이 9단을 배제한 것은 아시아경기 전초전 격인 충룽산빙성배에서 더 많은 한국 선수에게 경험을 쌓게 하자는 취지”라며 “결정 과정에 아무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모든 프로 기사들은 승부를 숙명으로 안고 간다. 승리는 그들의 존재 이유다. 패배는 죽기보다 싫어한다. 승리를 향한 엄청난 압박감을 프로 기사들은 버텨내야 한다. 이세돌 9단을 양성한 권갑용 8단은 어릴 적 이 9단에 대해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는 체질이었다”고 회상했다. 역으로 해석하면 프로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전부를 쏟아 붓는 존재들인 것이다. 몰입이야말로 프로의 조건이자 생존 비법이다. 마지막 초읽기의 순간 고통과 함께 희열을 느끼는 이들이 프로 기사다. 몰입의 과정에서 얻는 행복은 결과에 따른 행복보다 더 깊은 원천을 지닌다. 팬들이 감동을 느끼는 지점도 한 치 물러섬 없는 치열한 승부 자세에서다. 적당한 수로 타협하려고 하면 곧바로 밀리고 만다. 그래서 독하지 않고서는 결코 고수가 될 수 없다. 착한 고수는 있을 수 있어도 순한 고수란 없다. 프로 기사들의 승부 기질을 보면 드러내는 방식은 다르지만 ‘독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성격상 독할 것 같은 기사는 말할 것도 없고 평소 순둥이 소리를 듣는 기사도 승부에 임하면 독하기 그지없다. 이세돌 9단 못지않은 강펀치와 매서운 눈매의 박정환 8단(17). 조만간 최연소 9단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로 반상을 누비고 있다. 하지만 공들인 대국에서 지면 얼굴도 들지 않고 대기실에 뒀던 가방을 들고 조용히 사라진다. 그는 올봄 비씨카드배 세계대회 준결승에서 창하오 9단에게 분패했다. 1주일 뒤 후지쓰배 2회전에서 창 9단을 다시 만나 대마 사냥으로 후련한 설욕전을 펼쳤다. 하지만 그는 아직 분이 덜 풀린 표정으로 “이전에 너무 큰 판을 졌기 때문에 아직 갚을 빚이 남았다”고 했다. 한번 당한 패배의 아픔을 여러 번에 나눠서 갚겠다는 무서운 투지였다. 유연한 바둑으로 정평이 난 조한승 9단. 결정적인 대국에서 늘 아쉽게 패해 ‘(승부 기질이) 2% 부족한 게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어느 날 조 9단은 팻감이 많은데도 패를 때려내지 않고 다른 곳을 메워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이를 지켜본 송태곤 9단이 답답한 마음에 “왜 패를 때려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이겨 있는데 때려서 뭐해”였다. 송 9단은 순간 서늘함을 느꼈다고 했다. 패싸움을 하다가 자칫 팻감을 안 쓰고 패를 때려내는 실수를 할 수 있으니 그마저 방지하겠다는 뜻. 그만큼 형세 판단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였다. 이창호 9단 뺨치게 냉철한 신중파인 그 역시 무서운 프로다. ‘독사’라는 별명을 달고 다니는 최철한 9단은 최근 아시아경기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감동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전부를 쏟아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프로의 자리다. 이세신 바둑TV 편성기획팀장}

더욱 매서워진 흑의 추궁○ 장면도=박영훈 9단은 이 대국 전까지 바둑리그에서 6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전승가도 앞에 나선 기사는 이영구 8단. 두 기사는 초반 상변에서 치열한 일합을 벌였다. 아직 좌상 백의 생사가 불투명해 보이지만 두 대국자는 우상 귀를 두며 딴전을 피우고 있다. 흑이 좌상 백을 어떻게 공략할까 궁금했는데 흑 69가 떨어졌다.○ 참고 1도=흑 1이 보면 볼수록 좋은 수였다. 이 수에 대해 백 2처럼 단수치는 것은 백 대마가 잡힌다. 흑 3에 이어 흑 7을 두면 백이 자충에 걸려 단수칠 수 없다. ○ 실전도=백 70으로 응급조치를 하고 72로 막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대응이다. 그러나 흑의 추궁은 더욱 매서워졌다. 흑 75로 내려선 것이 두 번째 좋은 수. 결국 귀의 생사는 패로 결정이 나게 됐다.(78…○) ○ 참고 2도=흑이 평범하게 흑 1로 뛰어드는 것도 역시 백 12까지 패가 난다. 하지만 이 패는 실전에 비해 흑이 손해. 흑이 패에 진다면 흑 9로 치중한 수가 손해고 패에 졌을 때의 모양도 실전보다 나쁘다. 도움말=김승준 9단}

한상훈 5단은 2008년 초단시절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 올랐다. 이세돌 9단에게 1승 3패로 패했지만 정상권에 근접한 신예가 새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불렀다. 최근 성적은 그때에 미치지 못하지만 언제든지 치고나갈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선 이의가 없다. 한 5단은 이달에 열린 삼성화재배 세계대회 예선에서도 중국 숲을 헤치고 본선에 올랐다. 흑 1로 가볍게 뛰어나갈 때 백 2로 붙인 것이 끈끈한 응수. 축이 백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성립하는 수다. 백 10까지는 예정된 코스. 강지성 8단은 흑 11, 15로 축머리 활용에 나섰다. 여기서 백이 참고1도 백 2, 4처럼 강경하게 나서는 것은 흑에게 걸려든다. 흑 5를 선수하고 7로 몰면 백 두 점이 축으로 잡힌다. 이건 좌변이 송두리째 흑에게 넘어가는 셈이어서 백이 망한 모습. 따라서 백 16으로 축을 해소했는데 이것이 성급했다는 평을 들었다. 참고2도처럼 백 2, 4로 버티는 것이 좋았다. 흑 11 이후 백 12로 축을 해결해도 늦지 않다는 것. 하변 백 석 점이 흑의 수중에 들어가긴 하지만 백 16을 선착하면 백 모양이 활발하다. 실전에선 흑 17이 두텁다. 흑 19로 우하 귀 폭을 키우자 흑이 유망한 바둑. 백은 20으로 귀를 파고들었는데 전체적으로 백이 급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절체절명의 순간. 두 대국자가 우상에서 대마 수상전을 시작했다. 마주보고 달리는 두 대의 차 가운데 어느 한쪽이 마음이 약해져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두 대국자는 전혀 핸들을 꺾지 않았다. 마침내 대충돌이 벌어지기 직전이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다친다. 우상에서 상변에 걸친 백 대마는 두 눈이 없다. 이 대마의 상대는 우상 흑 귀. 이 귀가 살아있다면 백 대마는 죽는다. 얼핏 보면 궁도가 매우 넓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호범 2단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백 1에 붙인다. 비슷한 유형의 사활 문제에서 자주 나오는 맥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이비 맥이었다. 이 2단이 믿은 것은 백 5로 밀고 들어가는 수. 그러나 흑이 8로 살짝 비키는 수를 보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여기서 정답부터 살펴보자. 참고 1도 백 1로 단수치고 3으로 젖히는 것이 진짜 묘수. 여기서 흑이 바로 막으면 백은 잇는 수가 선수여서 살아간다. 따라서 흑 4로 물러서야 하는데 이때 백 7로 밀고 들어가는 수가 성립한다. 이 결과는 단패. 그러나 실전에선 흑 12까지 흑이 한 수 여유 있는 패가 됐다. 만약 참고 1도 흑 8 대신 참고 2도 1을 두면 흑 9까지 패가 나는데 이땐 백이 10으로 팻감을 만들 수가 있어 흑이 감당할 수 없다. 이후 백이 이 패를 이기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피를 흘려 패하고 말았다. 195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실전 흑 1, 3이 심오한 응수타진이다. 흑의 목표는 우상에서 상변으로 탈출한 백 대마. 현재 이 대마는 좌상 백진과 연결한 것 같지만 아직 약점이 남아있다. 만약 흑의 응수타진에 백이 섣불리 받다간 대마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백이 4로 참은 것인데 그럼에도 흑은 5로 붙여 연결을 차단하고 나섰다. 흑 5는 강한 백돌에 달라붙어 매우 약한 돌처럼 보이는데 막상 응수하기가 까다롭다. 백 10으론 11의 자리에 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 이게 묘하게 안 된다. 참고 1도를 보자. 백 1 때 흑 2를 선수하는 것이 수순. 이어 흑 16까지 이어지는데 흑 2 때문에 상변 흑이 탈출할 수 있다. 상변 흑이 살면 우상 백은 자연사한다. 두 대국자가 서로 대마를 걸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버티고 있다. 마치 러시안 룰렛처럼 목숨을 담보로 극단의 모험을 벌이고 있다. 실전 흑 21 때가 기로. 이호범 2단이 타협을 원했다면 백 22로 막지 말고 참고 2도 백 2로 상변 백 대마를 살려야 했다. 그러나 흑 3의 한 방이 아프고 7의 맥이 눈에 거슬린다. 물론 이 진행은 백도 충분히 둘 수 있다. 패기 넘치는 이 2단은 이 같은 타협을 굴욕이라고 생각했다. 백 22로 두자 이춘규 3단도 흑 23으로 대마를 잡으러 갔다. 자, 이 대마는 어떻게 활로를 뚫을 수 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앞으로 남은 예선 결승 대국은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보여 드린다. 젊은 신예기사의 대결. 경험과 성적으로 보면 이춘규 3단이 약간 낫다. 2007년 입단한 이 3단은 올해 비씨카드배 세계대회 본선에 진출했고 한국바둑리그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이호범 2단은 아직 뚜렷하게 내세울 성적이 없다. 우상 귀에서 흑이 백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 백이 탈출해야 하는 장면. 백은 밖으로 뛰어나가는 대신 백 1로 안으로 파고들었다. 참고 1도처럼 백 1, 3으로 뛰어나가면 흑 2, 4로 상변을 흑에게 내주는 것이 싫었던 것. 하지만 억울하긴 해도 참고 1도가 지금은 최선이었다. 실전 흑 2의 씌움이 강렬하다. 좀 허술하긴 해도 백 전체를 포위하고 있어 기선을 잡은 느낌이다. 백 3이 모양의 급소. 이 수로 타개가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이다. 흑 4로 버틸 때 백 5로 가만히 밀고 들어간 수가 비수를 품고 있다. 흑이 덜컥 참고 2도 흑 1로 받았다간 그야말로 호되게 당한다. 백 2로 끊고 4∼8의 회돌이가 성립한다. 백 12까지 귀의 흑이 통째로 잡힌다. 흑은 실전처럼 6으로 물러서는 것이 정수. 이후 백은 13까지 일단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맛이 나쁘다. 좌상 백과의 연결이 아직 불확실해 흑이 먼저 포인트를 올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물이 조금씩 새어 들어오는 배를 몰고 넓은 바다를 건너는 것과 같다.” 미국의 조슬린 당뇨병연구소를 설립한 조슬린 박사가 당뇨병 환자의 인생을 비유한 말이다. 물이 새는 배로 넓은 바다를 건너려면 배로 들어오는 물을 끊임없이 퍼내야 한다. 당뇨병 환자도 평생토록 몸의 혈당을 낮게 유지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의료계에선 2030년이면 7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당뇨병은 나와 무관하지 않은 질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당뇨병은 관리를 소홀히 하면 무서운 합병증을 동반한다. 의사들에게 “너 암에 걸릴래, 당뇨에 걸릴래”라고 물으면 “암에 걸리겠다”고 답한다는 우스개가 있는 것도 당뇨병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강북삼성병원 당뇨병센터의 의료진이 당뇨병에 대한 모든 것을 망라한 지침서다. 특히 당뇨병은 일단 발병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당뇨병을 예방하는 방법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또 당뇨병 환자의 식단 운동 요리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당뇨병을 잘 관리하면 정상인보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도 제시하고 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묘수 세 번 두면 진다는 격언이 있다. 묘수가 세 번이나 필요하다는 건 정상적으로 바둑을 둘 수 없을 정도로 형세가 나쁘다는 의미다. 이 바둑이 그랬다. 백은 중앙 대마가 흑에게 완벽하게 포위된 상황에서 백 96, 98의 절묘한 수로 탈출에 성공했다. 하변 대마가 궁지에 몰렸을 때는 백160의 묘수로 사는 길을 열었다. 이렇게 좋은 수를 선보였지만 백은 한 번도 유리한 적이 없었다. 흑의 공세 앞에 시종 허덕였다. 중반 이후에는 곤마가 세 개나 나와 이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중앙과 우변 대마 중 하나가 잡히는 상황에서 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장면을 보자. 참고도 백 1을 두면 중앙은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흑 2 마늘모에 백은 속수무책이다. 백 3, 흑 4 이후 5와 6의 자리가 맞보기여서 흑은 백을 잡는다. 백의 패착으론 우상 귀를 지킨 56이 지목됐다. 흑이 초반부터 실리를 많이 챙겨놓은 만큼 백 56으론 적극적으로 우변 흑을 공략했어야 했다. 백이 이처럼 후퇴한 틈을 타 흑 57로 붙이는 수가 성립해선 흑이 실리도 많고 두터움도 많은 바둑이 됐다. 박진솔 4단은 입단 이후 첫 본선 진출. 최근에는 삼성화재배 본선에 진출하며 첫 세계대회 진출의 꿈도 이뤘다. 65·71…57, 68·79…6, 164·176…152, 173…161, 181…82. 187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