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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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훈상입니다.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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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나온 책, 대박과 도박 사이

    지난달 31일 방영된 SBS 드라마 ‘상속자들’ 8회. 주인공 김탄(이민호 분)의 침대에는 임현정 시집 ‘꼭 같이 사는 것처럼’과 김언희 시집 ‘요즘 우울하십니까?’가 놓여있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펴낸 시인선 시집이다. 침대에 누운 김탄은 임현정 시집을 집어 든다. 제목의 ‘사’ 자에 작대기를 그어 ‘꼭 같이 자는 것처럼’으로 고친 다음 표지 사진을 찍어 여주인공 차은상(박신혜)에게 보낸다. 이처럼 ‘상속자들’에는 간접광고(PPL) 계약을 맺은 문학동네 책들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 드라마 배경인 제국고에서는 문학동네 시집의 시를 읽어주는 방송이 나온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도 극중 드라마 전개 복선을 암시하며 등장했다. PPL 효과는 얼마나 될까.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임현정 시집은 드라마 방영 전 2주간 단 1권이 팔렸지만 방영 후 같은 기간 60권이 팔렸다. 방영 전 130권이 팔린 ‘위대한 개츠비’는 방영 후 200권이 나갔다. 예스24 문학담당 김희조 MD는 “최근 PPL 책은 드라마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거나 결말을 추측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세계 고전 분야의 책이 주목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전속 PPL은 수억 원? 출판계에서 ‘상속자들’은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 대본을 쓴 김은숙 작가의 이전 드라마에 나온 책들이 연이어 베스트셀러가 됐기 때문.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년)에서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비룡소)가 나와 한 달 만에 12만 부가 팔렸다. 문학동네와 PPL 계약을 한 ‘신사의 품격’(2012년)에서는 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2010년)가 등장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재진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신사의 품격’의 PPL 계약금은 1억 원 선으로 알려졌다. ‘상속자들’ 제작사 관계자는 “구체적 계약금은 밝힐 수 없다. PPL 계약을 할 때는 책 노출 조건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에 따라 결정된다. 책은 출판사에서 홍보하고 싶은 책과 작가가 드라마 전개상 녹이고 싶은 책을 절충해 정한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국장은 “드라마 PPL로 매출액을 올린다기보다 영상 매체에 익숙한 시청자를 신규 독자로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A출판사는 조만간 방영 예정인 케이블TV 드라마에 주인공이 책을 들고 잠깐 읽는 모습을 노출하는 조건으로 제작사로부터 3000만 원을 제의받았다가 거절한 바 있다. 대형출판사에는 드라마 제작사의 PPL 제안서가 꾸준히 돌고 있다. A출판사 관계자는 “당장 TV에 나오면 책이 잘 팔리겠지만 1, 2만 부만 나가선 오히려 손해를 본다. 비싼 PPL 비용을 생각하면 도박에 가깝다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진짜 대박은 ‘우연의 대박’을 따른다 하지만 TV 드라마에 등장해 대박 난 책은 정식 PPL 계약을 한 책이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에 나왔다가 100만 부가 팔린 미하엘 엔데의 ‘모모’(비룡소)의 성공 이후 출판사도 몰랐던 ‘우연의 대박’이 이어지고 있다. 문학동네만 해도 PPL 계약을 맺은 ‘상속자들’이 아닌, 다른 드라마에 깜짝 등장한 책이 특수를 누리는 바람에 환호했다. 13일 방영된 ‘상속자들’과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 KBS ‘비밀’에 나온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은 마지막 회를 앞두고 드라마 결말을 암시해 인터넷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폭발적 관심을 모았다.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국장은 “드라마에 나온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14일 아침부터 주문이 밀려와 2500여 권을 출고했다”고 밝혔다. 6월 29일 방영된 SBS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에 나온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1916∼1956’(다빈치)은 최근까지 6만 부가 팔렸다. 2000년 출간 이후 방영 전까지 1만 부도 팔리지 않은 책이었다. 드라마에 책이 나온 것도 몰랐던 출판사는 다음 날 밀려오는 주문 전화에 어리둥절해했다. 일본 동화 ‘가부와 메이 이야기’ 시리즈(전 6권·아이세움)도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 나온 다음 매년 1000세트 팔리던 책이 2만 세트가 팔렸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PPL은 영상매체의 영향력에 기대 쉽고 편하게 가려는 방식이라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일회성 방송 노출로 승부하려 하지 말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마케팅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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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예 만화가, 서바이벌 방식으로 뽑는다

    가수와 연기자 신인 선발에만 서바이벌 방식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신예 만화가 선발에도 서바이벌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네이버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하는 ‘2013 대학만화 최강자전’은 독자 투표 방식의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린다. 올해 2회를 맞은 이번 대회에선 지난달 29일부터 29개 대학, 165개 팀이 예선전에 참가해 독자 투표(총 40여만 표)를 거쳐 32개 팀이 살아남았다. 예선전에는 작품 첫 회만 공개됐으며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다음 회가 공개된다. 32강전 투표는 15일 오전 9시부터 5일간 진행된다. 올해는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12개 팀,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7개 팀, 상명대 만화학과 3개 팀 등이 32강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이현세 세종대 교수가 멘토를 맡은 세종대 강지영 현예지 팀의 ‘오! 마이갓’(사진)이 우승했다. 2년 연속 가장 많은 32강 진출 팀을 배출한 청강문화산업대의 설욕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최종 우승자는 다음 달 30일 결정된다. 우승상금은 1000만 원. 상위 3개 팀에는 네이버 웹툰 연재 기회도 주어진다. 홈페이지 comic.naver.com/contest/round.nhn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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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예술원 회원 권영우 화백

    광복 1세대 작가로 꼽히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권영우 화백(사진)이 14일 오전 4시 반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1951년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1958년 초현실주의적 화풍의 ‘바닷가의 환상’을 그려 ‘화단의 이단아’로 주목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폭격이 있은 후’ ‘고요’ ‘섬으로 가는 길’이 있다. 국전 초대작가상, 대한민국예술원상, 은관문화훈장, 허백련미술상, 제2회 올해의 미술인상을 수상했다. 유족은 부인 박순일 씨와 장남 오협(건축가) 차남 오현 씨(오산전문대 교수)가 있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 16일 오전 8시. 031-787-1511}

    • 201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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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와 교감… SF-추리 등 장르소설로 승부”

    출판계에선 너도나도 책이 안 팔린다며 하소연인데도 멀쩡한 직장을 관두고 출판사를 차린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차린 출판사는 1∼3년밖에 안 된 신생 출판사지만 고정 독자층을 꾸준히 확보해 나가고 있다. 다양한 장르소설을 기다려온 팬들도 출판사 창업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겉모습은 아저씨지만 책 이야기만 꺼내면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그들을 만났다. 공상과학(SF) 전문 출판사 불새의 대표 안태민 씨(36)는 공무원 출신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이지만 몰리는 일을 처리하느라 휴일도 없이 일했다. 승진 욕심이 없는 그에게 일은 강제노역이었다. 그때 읽은 책이 로버트 A 하인라인의 SF소설 ‘은하를 넘어서’였다. “소설 속에서 딸이 달에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느냐고 아버지에게 묻자, 아버지는 ‘그건 네 문제가 아니냐’고 답합니다. 그때 울컥했습니다. 우주는 드넓고 인생은 한 번뿐인데,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죠.” 추리 판타지소설 전문 출판사 피니스아프리카에의 박세진 대표(42)는 건축회사 영업직으로 일하다가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사표를 던졌다. 그가 태양을 본 곳은 술집. 박 씨는 “거래처 사장에게 술 접대를 하는데 아침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창밖에 뜬 해를 보며 술잔을 받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회의가 들었다”고 기억했다. SF와 판타지 분야의 국내 작품 출판에 주력하는 온우주의 이규승 대표(42)도 컴퓨터 기술자지만 좋아하는 책을 펴내고 싶어 출판계에 뛰어들었다. 보통 신생 출판사는 출판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독립해서 차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도 “어느 출판사에서 일했느냐”는 것이었다. 세 사람은 출판계 외부 출신임을 오히려 장점으로 내세웠다. 피니스아프리카에의 박 대표는 “편집자로 오래 일한 출판사 대표는 인터넷 서점 MD(구매담당자) 앞에서 눈물을 쏟아낼 정도로 영업을 어려워하던데 영업을 오래한 내겐 오히려 신바람 나는 도전일 뿐”이라고 말했다. 온우주의 이 대표는 “철저히 독자 입장에 서서 독자들이 사고 싶은 책을 만들려고 고민하고 시도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가 한 문화센터에서 강의하는 ‘1인 출판 특강’의 동문이기도 하다. 북스피어는 마쓰모토 세이초와 미야베 미유키 같은 특정 추리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펴내고 있다. 김 대표는 “분야를 정해서 깊이 있는 책을 꾸준히 내고 해당 분야 독자들과 교감하는 전문 출판사가 더 늘어나야 한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출판인이 늘어나면 출판시장에도 활력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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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리는 왜 ‘수고하세요’ 인사할까

    한국인은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일중독이다. 유승호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는 일중독이 스스로 어떤 일을 선택해서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누군가 또는 무엇에 의해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제와 구속’을 전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일에 몰입된 ‘일에의 중독’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일로부터의 중독’은 몸과 마음을 파괴한다고 경계한다. 직장 동료에게 건네는 “수고하세요”란 인사도 한국인만 쓴단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같은 상황에서 쉬엄쉬엄하라는 말로 “Take it easy”라고 한다. 한국에서 “놀고 있네”라는 말은 비꼬는 말이다. 놀려면 숨어서 놀아야 한다. 일중독을 권하는 사회란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연간 노동시간은 가장 긴 반면 노동생산성은 낮은 편에 속한다는 통계는 식상하다. 유 교수는 딱 두 문장으로 일중독의 심각성을 진단한다. “많은 남자들이 발기불능이나 조루로 괴로워하지만 그것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경제력을 잃은 남성 중 상당수는 사회적으로 고립감을 느끼고 스스로에 대한 회의와 절망으로 우울증에 빠지거나 자살을 시도한다.” 2005년부터 한국인의 정체성을 연구해온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는 연구 결과물을 총정리하는 목적으로 책을 기획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가 편집위원장을 맡아 각 분야 자문위원들과 함께 38가지 주제와 그에 맞는 필자를 선정했다. 해당 분야 전문가인 교수들은 일반 독자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교양도서 수준으로 글을 썼다. 분량도 주제당 A4용지 5∼10장으로 길지 않다. 책은 오늘날 한국인의 물음에도 답한다. ‘자식에 대해 부모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나’라는 물음에는 황매향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가 답했다. 그는 전통적 가치관과 현대적 가치관이 혼재돼 부모의 자리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하는 어머니도 가사를 자식과 나누지 않으니 “엄마가 밥해 주고 빨래해 주는 게 편해서 시집은 천천히 갈 거야”라는 말이 나오고, ‘돈 버는 기계’로 여겨지게 돼버린 아버지는 그 기능을 잃는 순간 무능한 아버지로 전락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산단다. 김계현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무원 직을 선호하는 한국인을 분석하며 “선수는 자녀이지 부모가 아니다. 선수는 코치나 캐디의 조언을 참고는 하되, 항상 그대로 따르지는 말아야 한다. 특히 인생을 거는 직업이라는 종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조언한다. 38가지 주제를 모자이크로 이어붙이면 한국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호영 아주대 의대 명예교수는 한국인이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전통적 유교 사회에서는 부끄러움을 인간의 마음과 행동의 근본이라고 봤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해야 하는 오늘날에는 이런 염치를 아는 자세가 홀대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염치가 없는 것은 애나 어른을 가리지 않는다. 어른들은 자기 이미지를 높이려고 부끄럽고 창피한 행동도 불사하고, 애들은 집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병적인 자기애를 키우며 자라고 있다. 편집위원장을 맡은 김문조 교수는 ‘다채로운 마음의 지도’ 속에서 3가지 큰 축으로 한국인을 정의한다. △‘끼리끼리’ 관계주의 △‘빨리빨리’ 현세주의 △‘다다익선’ 배상(賠償)주의. 이를 종합하면 ‘친한 사람들끼리 한평생 만복을 원 없이 누리며 살아가는 것’. 그 밑바탕에는 안락한 삶을 향한 지복(至福)의식이 내재돼 있단다. 권력, 공감, 지역감정, 출산, 결혼, 죽음, 일, 종교, 행복, 사교육, 외모지상주의까지 다루지 않은 주제가 없다. 최신 통계와 사례, 그리고 저자의 식견이 담긴 분석과 비판을 담아 책의 짜임새가 조밀하다. 책을 읽으면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춰 보는 것 같다. 익숙한 얼굴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낯설게 느껴지는 모습에 알쏭달쏭 고개를 갸웃하기도 한다. 그래도 한참을 들여다보면 정체성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이는 찰나가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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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삼청교육대 外

    삼청교육대(정인수 지음·원영)=저자는 1980년 8월 신군부 시절 반정부 인사로 낙인찍혀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고통의 기록을 1985년 월간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 보내 최우수작품상에 뽑혔지만 전두환 정권의 서슬에 눌려 2년 뒤에야 활자화됐다. 당시 쓴 논픽션을 대폭 보완해 책으로 냈다. 2만 원.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김시천 지음·책세상)=저자는 우리가 ‘노장’으로 뭉뚱그려 말하던 것을 분리해 ‘노자’는 권력의 기술을 전하는 칼로, ‘장자’는 불행과 억압 속에서 버티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패로 정의한다. 1만8000원.리딩(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알마)=‘신은 위대하지 않다’의 저자이자 이성에 기초한 우상파괴론자인 저자가 2011년 지병으로 숨지기 전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서평 모음. 시간의 마모를 버텨 낸 저널리즘 서평의 진수를 보여 준다. 2만2000원.나치즘과 동성애(김학이 지음·문학과지성사)=독일의 나치는 남성 전사들만의 공동체라는 ‘남성동맹’으로 똘똘 뭉쳤다. 저자(동아대 사학과 교수)는 당시 기록을 바탕으로 그 속에 감춰진 동성애에 대한 애증을 포착해 냈다. 3만 원.정신사적 고찰(후지타 쇼조 지음·돌베개)=일본의 정치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의 수제자로 꼽혔던 저자(1927∼2003)가 1982년 출간한 책. 일본 천황제를 비판한 ‘쇼와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일본의 붕괴와 전환의 가능성을 고찰한 예리한 에세이들을 모았다. 1만3000원.카운슬러(코맥 매카시 지음·민음사)=영화화된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로드’의 작가가 직접 쓴 첫 시나리오.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인간 탐욕이 빚어낸 괴물 같은 세상이 펼쳐진다.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만 원.카페 만우절(양선희 지음·나남)=20여 년 동안 언론인으로 일해 온 저자가 내놓은 첫 장편소설. 연극배우의 죽음 속에 숨겨진 인간관계의 중층적 진실을 파헤친다. 1만1800원.고려 한시 선집(이성호 옮김·문학동네)=이제현의 ‘산중의 눈 내리는 밤’에서 정시상의 ‘송인’까지 고려시대 최고 문인들이 남긴 한시 99수를 모았다. 1만4000원.교사여, 칠판으로 돌아가자!(이철웅 지음·서현사)=현직 초등학교 교장인 저자가 후배 교사들에게 청소년에게 공부의 희열을 맛보게 하는 교육법을 전수한다. 1만2000원.}

    • 201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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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서점 일주일간 70권 팔렸는데 베스트셀러 1위?

    지난달 말 출간된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의 ‘온도계의 철학’(동아시아)이 최근 대형서점 과학분야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1주간 70권 팔렸을 뿐이다. 지난달 나온 일본 작가 요네하라 마리의 ‘유머의 공식’(마음산책)은 1주 만에 한국출판인회의 인문분야 베스트셀러 7위에 올랐다. 1주간 인터넷서점 4곳에서 팔린 책은 모두 200권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요즘 출판계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일부 대형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10위에 진입하는 데는 1주에 1000권, 하루에 150권 정도만 팔리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트셀러 진입 장벽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온·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에서 연간 종합 판매순위 1∼100위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판매량이 전체 도서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10.6%에서 2012년 10.2%, 2013년 9.4%로 계속 줄었다. 인터넷서점 인터파크에서도 상위 100위의 판매 비중이 지난해 14%에서 올해 10%로 줄었다. 베스트셀러 판매량 감소는 책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출판 시장의 활기가 줄었다는 적신호이기도 하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베스트셀러 판매 비중이 2년 연속 하락한 것은 유의미한 변화다. 앞에서 끌어주는 히트 상품이 있어야 신규 수요가 창출되고 시장이 커질 수 있는데 그만큼 시장의 활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출판계가 사재기 문제로 시끄러우니 베스트셀러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도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서적구입비는 지난해 2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적 구입비가 2만5449원이었지만 2분기(4∼6월)에는 1만6448원까지 떨어졌다. 2013년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주요 서점의 신간 판매 비중도 2007년 56.7%에서 지난해 38.7%로 줄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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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서점 ‘홍익문고’ 시민들이 철거 막은지 1년…

    1960년 박인철 씨(2009년 작고)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로터리에 홍익문고를 세웠다. 이후 다른 가게는 수없이 바뀌었지만 홍익문고만은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서점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던 아들 박세진 씨(45·사진)가 이어 받았다. 지난해 11월 재개발계획으로 철거 위기에 놓였을 때는 시민들이 지켜냈다. 일주일 만에 5500여 명이 철거 반대 서명에 동참하는 작은 기적을 이루자 철거 계획은 무산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4일 오후 3시경 홍익문고를 찾았을 때 서점 안은 한산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둘러보았지만 손님은 모두 7명뿐. 녹색 유니폼 차림의 직원이 더 많았다. ‘홍익문고 지키기 주민모임’ 대표를 맡았던 양리리 씨(37)는 “문화적 가치를 생각하면 서점을 지킨 것은 잘한 일이지만 힘들게 서점을 경영하는 박 사장님 처지를 고려하면 과연 잘한 일인지 후회도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홍익문고의 매출액은 지난 1년 동안 10% 이상 줄었다. 많은 사람이 홍익문고 지키기에 나섰지만 서점에 얽힌 추억만 되새김질했을 뿐 책 구매 운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박 사장은 “그래도 시민들 지지 덕분에 서점을 지켜낼 수 있었다. 처음 서점을 물려받았을 때는 아버지의 뜻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서점 100년 역사를 꼭 채우겠다는 사명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홍익문고는 이제 주변 문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박 사장은 서점 5층 창고를 세미나실로 개조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무료로 개방했다. 자발적인 독서모임 ‘틈새’와 ‘시사톡’이 조직돼 매주 모임을 열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도서관위원회’ 같은 시민단체 회의도 여기서 열린다. 이들은 모임이 있을 때 책을 자주 구입해 서점에 힘을 보탠다. 서대문구청도 올해 안에 홍익문고 앞 연세로의 170m 구간에 국내 유명 작가들의 핸드프린팅 동판을 설치하는 ‘문학의 거리’를 만들 예정이다. 홍익문고도 매달 독서토론회와 백일장을 열어 힘을 보탤 계획이다. 박 사장은 “홍익문고 지키기에 힘을 보탠 시민 덕분에 문학의 거리가 조성됐다. 문학과 서점이 잘 조화를 이뤄 거리도, 서점도 다시 살아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년 전인 2004년 1월 30일 홍익문고 창업자인 박인철 씨는 동아일보 오피니언면 발언대에 ‘온-오프라인 서점 함께 사는 길’이란 글을 쓴 바 있다. 인터넷 서점의 왜곡된 상술로 지역사회에 문화를 전하는 실핏줄 같은 중소 서점이 도산 위기에 놓였다는 내용이었다. 2003년 말 2247개에 달했던 서점은 2011년 말 1752개로 급감했다. 할인경쟁을 앞세워 중소 서점을 위협했던 인터넷 서점도 요즘 매출액이 줄고 있다. 중소 서점이 줄어들면서 사람과 책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멀어진 탓이라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박 사장은 “도서정가제를 꼭 시행해야 동네 서점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자들이 동네 서점에서 책을 읽고 만져봐야 자기에게 맞는 책을 골라 볼 수 있어요. 맞지 않는 책을 그저 싸다고 사서 읽다간 오히려 책에서 멀어지게 됩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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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관상’ 대종상 최우수작품상

    영화 ‘관상’이 1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50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한재림) 등 6관왕에 올랐다. 남우주연상은 ‘관상’의 송강호, ‘7번방의 선물’의 류승룡이 공동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몽타주’의 엄정화가 차지했다. 남녀조연상은 ‘관상’의 조정석과 ‘늑대소년’의 장영남에게 돌아갔다. 신인남녀배우상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과 ‘짓’의 서은아가 받았다. 신인감독상은 ‘내가 살인범이다’의 정병길 감독이 수상했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7번방의 선물’의 아역배우 갈소원에게 돌아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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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입동때 어르신에 음식대접 풍속 이유는…

    우리는 코앞의 날씨 예보만 보고 산다. 비 소식에 우산을 꺼내고 한파 소식에 두꺼운 옷을 꺼냈다. 그러나 농부들은 길게 봤다. 태양이 움직이는 스물네 걸음을 따서 만든 절기(節氣)에 따라 움직였다. 보름마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며 풍년 농사를 위해 땀 흘렸다. 저자는 현대인도 절기에 따라 살면 삶이 풍성해질 것이라 장담한다. 절기에 얽힌 유래와 절기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책에 담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7일은 입동(立冬)이다. 책은 겨울을 냉랭한 음기가 가득해 물과 땅이 얼고 먹거리는 자취를 감추는 계절로 풀이했다. 하지만 차가운 겨울에도 양기는 있다. 다음 해에도 살아남겠다는 뜨거운 양기가 우리 속에 자리 잡는다. 저자는 혼자서는 이 양기를 끌어낼 수 없고 관계 안에서만 양기가 힘을 발휘한다고 설파한다. 입동 때 음의 기운이 강한 어르신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치계미(雉鷄米) 풍속도 같은 이유에서 나왔다. 연말에 불우이웃을 돕는 것도 결국 남이 아닌 자신을 살리는 일이었다. 겨울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오매불망 봄부터 기다린다. 입춘(立春)에는 남 몰래 좋은 일을 하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도 있지만 재미난 ‘아홉차리’도 있다. 입춘에는 무슨 일을 하든 9번을 한다. 밥도 9번 먹고 매를 맞아도 9번만 맞는다. 그런데 그냥 웃자고 하는 풍속이 아니다. “약간 모자란 듯 일을 남겨 놓고, 이후에도 계속 이어 갈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는 것이 핵심이다.” 소만(小滿) 때 찾아오는 보릿고개의 현대식 해석도 재밌다. 과거 보릿고개가 찾아오면 ‘일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더 정신 차리고 열심히 움직였다. 저자는 보릿고개를 통과의례의 일종으로 봤다. 모든 것이 풍족해진 지금은 소만의 의미를 어떻게 새겨야 할까. 저자는 스스로 통과의례를 만들라고 말한다. 그것은 ‘욕을 먹는 것’이다. 타인의 욕도 제대로 소화하면 피가 되고 살이 돼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단다. 절기가 주는 무한긍정의 힘이다. 절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다 보면 살아갈 힘도 나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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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높고 푸른 사다리 外

    높고 푸른 사다리(공지영 지음·한겨레출판)=‘도가니’ 이후 5년 만의 장편소설. 저자는 6·25전쟁 당시 1만4000명의 한국인을 구조한 마리너스 수사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한 젊은 수사의 인생 속에서 인간 본성에 다가가는 질문을 던진다. 1만3000원.펀치(이재찬 지음·민음사)=영화 ‘버스, 정류장’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의 첫 장편소설이자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친부모를 살해하려고 ‘살인의 조감도’를 기획하는 여고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1만3000원.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버트런드 러셀 지음·문예출판사)=사춘기 때 삶을 혐오하며 자살 유혹을 느꼈지만 결국 행복한 철학자로 98세에 생을 마감한 저자의 지혜를 담았다. 저자는 삶이 늘 행복할 수 없고 지성을 갖춰야 어떤 불행이 닥쳐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1만2000원.브레인 센스(페이스 히크먼 브라이니 지음·뿌리와이파리)=촉각 후각 미각 시각 청각과 오감을 넘어서는 6번째 감각이 뇌와 어떻게 소통하며 작동하는지 다룬 책. 2만4000원.21세기 민중신학(김진호 김영석 편저·삼인)=고 안병무 한신대 명예교수의 민중신학을 소개하고 그가 남긴 글들을 엮었다. 민중신학에 대한 국내외 학자들의 기고 8편도 수록했다. 1만8000원. 철학자 하일성의 야구 몰라요 인생 몰라요(하일성 지음·동아시아)=대표 야구해설가에서 인생을 해설하는 철학자로 변신했다. 베트남전쟁 참전, 교사에서 해설가로 변신, 세 차례 큰 수술을 겪은 그의 인생을 담았다. 1만2000원.살어도 백골 죽어도 백골(장일암 엮음·라온북)=6·25전쟁 때 백골부대 대대장으로 참전했던 고 장춘권 장군의 회고록. 고인이 남긴 친필 원고와 메모를 아들이 정리했다. 1만5000원.블루리본 서베이-서울의 레스토랑 2014(블루리본 서베이 지음·BR미디어)=국내 레스토랑 평가서인 블루리본 서베이가 올해에는 2만2497명의 평가를 거쳐 리본 3개를 단 최고의 레스토랑 22곳을 선정했다. 1만8000원. 누구나 인재다(육동인 지음·북스코프)=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창조경제가 탄생했다는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해 연구했다. 자신만의 개성을 발전시키면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유대인을 창조경제로 이끌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1만2000원.}

    • 201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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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 이 저자]‘남자의 취미’ 쓴 남우선 대구MBC 편성부장

    몇 년 전 겨울, 선배는 말했다. “취미를 꼭 하나 즐겨라. 그게 없으면 힘든 인생 버티기 힘들다.” 소주를 삼키는 모습이 탈진한 듯했다. “내가 취미가 없으니까 만날 술만 마신다.” 취미 없는 남자, 보통 한국 남자의 모습이다. ‘남자의 취미’(페퍼민트) 저자인 남우선 대구MBC 편성제작부장(47)에게 인터뷰를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가 전화를 받은 곳은 독도였다. 독도를 영상에 담기 위해, 그리고 돌아가 다시 열심히 취미를 즐기기 위해 일하는 중이란다. “취미가 없으면 시간이 그냥 흘러갑니다. 술만 마시는 한국 남자는 항상 재미를 갈구하면서도 고달프고 재미가 없다며 푸념하죠. 취미가 있고 없고는 펄떡거리는 물고기와 축 처진 물고기 차이와 같습니다.” 남 씨의 인생은 취미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사진동아리에서 배운 사진 실력은 수준급이다. 책에도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담았다. 30년째 클래식 음반과 오디오를 수집하고 있고 관련 평론을 쓰고 직접 선곡해 녹음지휘한 음반도 냈다. 스쿠버다이빙은 10년째, 복싱 캠핑 산악자전거도 즐긴다. “취미를 위한 시간을 빼고 나머지 시간에 일합니다. 잠을 줄여서라도 즐겨요. PD란 바쁜 직업이지만 시간을 쪼개면 취미에 쓸 시간은 있어요. 취미를 즐기면 사랑하는 애인을 만날 때의 떨림이 느껴져 몸에서 엔도르핀이 돕니다. 취미에 빠진 남자들의 눈빛이 살아 있고 피부가 탱탱한 이유가 있어요.” 책은 취미 없는 남성을 위한 ‘취미 안내서’이자 취미에 빠진 남성의 속내를 담은 일기장이다. 책에는 문화평론가 김갑수(오디오), 배우 최민수(할리데이비슨) 등 남자 9명의 9가지 취미가 등장한다. 많게는 세 번을 만났고, 한 번밖에 여건이 안 될 때는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보냈다. 서면·전화 인터뷰로 내용을 촘촘히 보강했다. 남 씨는 “취미에 미친 환자는 같은 부류를 금방 알아보고 공통점이 많아서 이야기가 술술 풀린다. 내가 직접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취미가 없는 사람에게 안내서가 되도록 쉽게 썼다”고 했다. 최민수를 만난 일화가 재밌다. 지인의 소개로 어렵게 최 씨를 만났지만 그는 냉랭했다. 어색함을 취미 이야기로 녹였다. 남 씨는 “스쿠버다이빙, 자동차 일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둘 다 고독과 자유를 즐긴다는 공통점을 찾았다. 그러고 나서 그가 바로 ‘어이, 브러더’라며 나를 끌어안았다”고 말했다. 최 씨의 통과 의례를 마친 덕분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그의 작업공간과 벗은 등짝, 작업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책 속에는 오디오, 할리데이비슨, 구두, 수염, 스쿠버다이빙, 캠핑, 요트, 패러글라이딩, 프리다이빙까지 9개의 취미가 나온다. 언뜻 보기엔 진입장벽이 높은 듯하다. 남 씨는 “취미를 즐기는 데 필요한 비용을 골프 기준으로 정했다. 비싸다고 알려진 요트도 비용을 따져 보면 더 싸다. 주저하지만 말고, 앞뒤 가리지 말고 즐겨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인간 구원은 종교보다 취미가 낫다고 믿고 있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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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3일 ‘만화의 날’… 만화 메카 부천에서 역대 최대규모 잔치

    다음 달 3일 ‘만화의 날’을 맞아 만화 수도로 꼽히는 경기 부천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만화의 날’ 기념식은 만화가 문화예술로 인정받은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 통과(6월) 이후 첫 행사여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기념식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최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다. 예년에는 주로 서울에서 기념식 행사가 열렸다. 올해 기념식에는 한국만화가협회와 우리만화연대,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한국카툰협회, 한국원로만화가협회,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한국만화출판협회 소속 만화가 300여 명이 참석한다. 기념식 주제는 ‘한국만화, 萬花―만화계의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이다. 만화계 선후배 간 소통을 위한 자유토론 ‘우리는 왜 뻘쭘한가’를 진행하고, 원로 작가와 웹툰 작가 대표가 함께 무대에 올라 퍼즐 조각을 맞추는 퍼포먼스도 벌인다. 032-310-3190 ‘2013 오늘의 우리 만화상’ 시상식도 열린다. 윤필(‘검둥이 이야기’), 류승희(‘나라의 숲에는’), 김송(‘미슐랭 스타’), 조주희·한승희(‘밤을 걷는 선비’), 하일권 작가(‘방과 후 전쟁활동’)가 선정됐다. 수상자들은 팬 사인회를 열고 팬들의 캐리커처도 그려준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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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세한 감정-캐릭터 묘사엔 단연 여성이죠”

    웹툰계에 떠도는 소문 중 하나는 “여성 웹툰작가 중에 미인이 많다”는 것. 그런데 외모를 앞세워 화제에 오른 여성 작가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 작가들은 성별을 밝히려 하지 않는단다. 작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캐릭터도 중성적이거나 동물, 무생물 모습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 25일 서울 마포에서 그림 실력과 함께 미모도 빠지지 않는 여성 웹툰작가 3명을 만나 그 속사정을 들어봤다. ‘용이 산다’의 초(본명 정솔·24), ‘레사’ ‘장산범’의 POGO(최수영·23), ‘트럼프’의 이채은 작가(22). 실력과 별개로 예쁘기만 하면 벼락스타가 되는 시대. 속된 말로 외모가 되는데도 굳이 앞세우지 않는 이유는 뭘까. 초는 “‘용이 산다’ 주인공이 남자 캐릭터인데, 재밌게 웹툰을 보던 독자들도 작가가 여자란 사실을 알고선 ‘여자가 그려서 공감이 안 된다’고 댓글을 단다. 특히 한 명은 매 회 찾아와 댓글을 다는데, 정말 싫다”고 말했다. 사진이 공개되면 외모를 언급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일부 남성 독자들은 “사귀자”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끊임없이 구애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내 여자”라는 글로 도배도 한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남녀 작가 비율은 65 대 35 정도. 통계에 비해 여성 작가 숫자가 적게 알려진 이유에는 이런 ‘차별의 시선’이 있었다. 여성 독자가 여성 작가를 남자로 믿고 연정을 키우는 일도 있다. POGO는 “일부 여성 팬들은 웹툰만 보고 나를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으로 확신하고 애정을 키웠다. 나중에 내가 여자란 사실을 알고 속았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며 웃었다. 세 작가는 남성 작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연재일 조회건수 1, 2위를 다투는 ‘용이 산다’는 용이란 정체를 숨기고 사는 이웃과의 황당한 에피소드를 엮은 개그 판타지. 조만간 시즌2가 나올 ‘레사’는 인류를 위협하는 악마적 존재(디맨)를 쫓는 사냥꾼들의 모험을 그린 액션 판타지. ‘트럼프’는 인간 세계에 유폐된 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신화 판타지다. POGO는 “여성 작가이다 보니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린다. 용맹한 캐릭터라고 용맹한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니라 상황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채은 작가는 “판타지에 세심한 감정선을 입히는 건 여성 작가의 능력이다. 게다가 숫자가 적어 그 자체도 경쟁력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4차원’이란 공통점을 지녔다. 초는 유명한 오덕후(마니아)다. 거의 모든 게임과 만화책을 섭렵했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POGO는 “어릴 땐 친구도 없이 온종일 누워서 상상만 했다.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떠오르면 몇 달 동안 붙잡고 거기에다 살을 붙이며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해 낸다”고 했다. 이채은 작가는 “어릴 적부터 귀신이나 외계인이 찍힌 사진을 보며 왜 나는 못 볼까 궁금해하다가 그들의 시간대가 인간보다 0.8초 정도 빨라 마주치지 않는다는 상상을 하게 됐고 이를 웹툰으로 옮겼다”고 했다. 어떤 질문을 던지든 거침없는 답이 돌아왔다. ‘남자보다 체력이 약한데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가 뜻밖의 당찬 대답을 들었다. “체력이 부족한지는 모르겠고 생리기간에는 힘들다. 생리통 때문에 휴재한다고 하면 난리 날 거라 무조건 참고 한다. 그래도 웹툰 여성 작가들에겐 생리휴가를 줘야 한다.”(초)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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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재-창고에서 잠자는 책 100만권 모아 ‘지혜의 숲’ 연다

    25일 찾은 경기 파주출판도시의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3층 영상전시홀의 문을 열자 30만 권의 거대한 책더미가 보였다. 절판된 학술서적, 외국 고서적, 희귀 악보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24시간 문을 여는 열린도서관 ‘지혜의 숲’에 뜻을 같이한 대학교수, 학자, 출판사에서 보내온 책들이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紙之鄕)의 공용 공간 1만6500m²에 서가를 설치하고 학자의 서재나 출판사 창고에 잠자던 책 100만 권을 기증받아 내년 5월 지혜의 숲을 개관할 예정이다. 지혜의 숲은 문을 열기 전부터 학계에서 잔잔한 반향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증받은 책은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진 서가에 꽂힌다.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은 기증자가 평생에 걸쳐 읽고 연구한 책을 보며 그의 지식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박원호 고려대 명예교수(동양사), 안상수 전 홍익대 교수(시각디자인), 이계익 전 교통부 장관이 수천 권의 책을 내놨다. 박 교수는 “평생 중국을 연구하며 모은 귀중한 책을 함께 읽자는 취지에서 기증했다. 집이나 연구실에 쌓인 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료 교수들이 열린도서관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팔리지 않아 재고로 보관 중인 책을 기증했다. 그동안 팔리지 않은 책들은 창고에 쌓인 채 골칫덩이가 되거나 파쇄기에서 그 운명을 마감했다. 교보문고의 경우 한 해 3000만 부가 들어와 7%(210만 부)가 출판사로 반품된다. 재단 관계자는 “반품된 책이라도 출판사 이름을 건 서가에 꽂히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대표하는 귀중한 책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이미 민음사 사계절 창비 한길사 교보문고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재단은 내년 4월경 100만 권이 모이면 일반 시민을 초청해 직접 책꽂이에 책을 꽂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저자와의 대화, 24시간 책읽기 대회, 음악회도 구상 중이다. 이를 기획한 김언호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한길사 대표)은 “새 책만 찍어내면 자원파괴지만 헌책이 순환하며 계속 읽히면 소중한 종이책의 가치도 다시 조명 받을 수 있다. 24시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파주=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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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영익 아들 채용 절차상 하자”… 홍상표 콘텐츠진흥원장 시인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2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아들 유모 씨(41)의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원칙상 맞지 않았다.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날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콘텐츠진흥원이 2006년 미국사무소 마케팅디렉터 자격요건으로 ‘미국 현지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마케팅 5년 이상 경력’을 제시했지만 유 씨는 아리랑TV 영어 자막 검수, 주한 미국대사관 근무 경력 밖에 없었는데도 19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1등으로 합격했다”고 지적했다. 또 유 씨는 근무 9개월 뒤 어머니 병간호를 이유로 퇴사했다가 재입사하는 과정에서도 자격요건에 미달했으나 면접 없이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홍 원장은 “특혜를 굳이 주려 한 것 같지는 않다. 당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려 했으나 소상하게 알아내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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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람들은 왜 공놀이에 미치는 걸까”

    “아빠. 우리는 왜 공놀이를 하는 걸까요?” 저자와 캐치볼을 즐기던 아들이 물었다. 하버드대에서 고대 마야문명 연구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우물쭈물 아무런 답도 못했다. 아들이 괜한 질문을 했나 보다. 아버지는 짐을 싸서 집을 떠났다. 4년 동안 공놀이의 발상지를 찾아다니며 직접 체험하고 연구하고 글을 썼다. 저자가 축구의 기원을 찾아간 곳은 마초들이 득실거리는 스코틀랜드 북부 오크니 제도의 커크월 섬. 이곳에선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과거 지배세력이 달랐던 내륙지역과 항구지역으로 편을 나눠 톱밥 넣은 공인 바(ba) 하나를 두고 다툰다. 교회 종소리를 시작으로 남성 수백 명의 머리 위로 공이 던져진다. 거구의 사나이들은 자신의 지역으로 공을 가져가려고 치열한 몸싸움과 주먹다짐을 벌인다. 경기장은 따로 없다. 자갈 포장도로, 좁은 골목길이 전쟁터로 변한다. 두 지역이 실제로 싸움을 벌이면 섬 전체의 안전과 질서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거친 놀이는 갈등과 불화를 해소하는 장치였다. ‘커크월 바’의 유래를 요약하면 이렇다. 수백 년 전 주민들은 앞니가 툭 튀어나온 폭군의 압제에 시달렸다. 폭정에 지친 주민들이 봉기하자 폭군은 다른 섬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늘 폭군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불안에 떨며 살았다. 그때 젊은 영웅이 나섰다. 비참한 나날이 끝났다는 증거로 폭군의 머리를 잘라오겠다며 떠났다. 목을 자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오는 길에 폭군의 앞니에 다리가 찔려 세균 감염으로 빈사상태에 빠졌다. 영웅이 마지막 힘을 짜내 폭군의 머리를 마을 한가운데 던지자 군중은 영웅을 잃은 안타까움과 폭군에 대한 증오에 휩싸여 머리를 발로 차며 거리를 누볐다. 저자는 커크월 바가 규칙이 거의 없고 거대한 군중이 팀을 이룬다는 점에서 가장 원시적인 축구라고 봤다. 상대를 잡아먹을 듯이 덤벼드는 커크월 사내들의 경쟁을 보며 ‘사냥에 나섰다’ ‘굶주려 있다’ ‘싸운다’ ‘영토를 빼앗는다’란 경쟁 스포츠 묘사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해묵은 기억의 흔적이라고 풀이했다. 축구 반대편에는 테니스가 있다. 테니스는 처음부터 계급 경계선을 그었다. 테니스는 중세 수도원 안에서 시작됐다. 당시 수도사들은 부활절 만찬 후 잠깐 즐기는 테니스는 품위를 손상하지 않는다고 입을 맞췄다. 테니스에 푹 빠진 수도사들은 놀이를 하며 욕설까지 내뱉었다. 르네상스 시대 유럽 왕가도 값비싼 시설을 갖추고 품위를 지키며 작고 섬세한 공을 다루는 테니스에 탐닉했다. 테니스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주의하라’는 경고의 외침이었던 ‘테네(tenez)’에서 나왔단다. 귀족 스포츠답게 서브를 넣으며 상대 선수에게 경고의 함성을 질렀던 데서 유래했다. 저자는 농구를 거의 모든 스포츠 가운데 사회적 목적으로 만든 유일한 종목으로 꼽는다. YMCA 체육 보조교사인 제임스 네이스미스는 1891년 청소년들이 겨울에도 실내에서 활발한 신체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농구를 고안했다.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여성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야구의 기원은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은 1839년 남북전쟁 영웅 애브너 더블데이가 뉴욕 주 쿠퍼스타운에서 최초의 경기방식을 고안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크리켓에서 유래했다는 설을 잠재우려고 100주년이 되는 1939년 야구 ‘명예의 전당’을 설립하고 기념우표까지 발매한 것. 하지만 미국 역사학자들마저 ‘더블데이 기원설’을 인정하지 않는단다. 저자는 공을 동역학적으로 가장 생기 넘치는 무정물(無情物)로 정의했다. 공은 사회적 도구라서 사람을 뭉치게도 하고 뭉쳐 싸우게도 만들었다. 양발로 자유롭게 공을 차거나 굴리고 양손으로 튀기거나 던질 수 있는 인류는 태초부터 축복받은 셈. 긴 여정을 마친 저자는 다시 아들 앞에 섰다. 이번엔 아버지가 “공놀이를 왜 하느냐”고 묻자 아들은 “한마디로 재밌으니까”라고 답한다. 우문현답이다. 그래도 저자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저자는 아들과 스포츠를 즐길 때마다 자신이 연구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둘 사이가 한층 가까워졌다. 바야흐로 가을야구가 절정으로 치닫는 시점이다. 겨울스포츠인 농구와 배구도 기지개를 펴는 계절이다. 함께 경기장을 찾을 부자뿐만 아니라 연인과 친구들 간에도 “우리가 왜 이런 공놀이에 환장하는 것일까”라는 화두를 던지고 화제를 끌어가는 데 도움을 줄 책이다. 글이 딱딱해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군데군데 보이는 점은 아쉽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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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야구에서 인생을 배웠다” 정운찬의 야구사랑 50년

    저자는 소문난 야구광이다.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 “야구는 개인기의 스포츠이자 팀워크의 스포츠”라며 입이 마르도록 야구 자랑을 해왔다. 점잖은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를 지내면서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팬임을 과시했다.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은 이후에도 두산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나머지 8개 구단 팬의 민심 관리는 어떻게 하려고 저럴까. 책을 읽으면 저자의 유별난 야구사랑이 이해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얼떨결에 뛴 동네 야구경기에서 플라이 볼을 2개나 잡으며 야구에 푹 빠졌다. 재능은 부족했는지 중학생 때 ‘주전자 선수’(후보 선수)로 열심히 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둬야 했다. 그래도 야구로 얻은 게 많았단다. 1985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며 고려대 성균관대 한신대 교수들이 적극 움직일 때 서울대 교수들은 주저하고 있었다. 그는 파울볼을 맞고 퉁퉁 부은 얼굴로 경기했던 용감함과 대담함으로 총대를 멨다. 미국 대학교수 면접 때도 면접관의 곤란한 질문을 피하려고 야구 이야기로 시간을 끌었더니 어렵지 않게 임용됐단다. 50여 년 야구사랑으로 풀어낸 그의 야구 철학은 이렇다. “야구는 시즌 중 100경기를 훨씬 넘게 치르기 때문에 승리와 패배는 항상 존재하고 선수들 역시 추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한 해를 버텨낸다. 오늘 이겼지만 바로 내일 패할 수 있고 오늘 추락했어도 내일 솟아오를 수 있다. 그렇게 수많은 기쁨과 좌절, 행복과 고통 속에서 묵묵히 결승전까지 걸어가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저자의 사주엔 ‘운이 꽉 찬 놈’이 있단다. 자신의 버킷리스트로 꼽았던 미국 메이저리그 시구를 했고, 좋아하는 야구를 책으로 썼고, 일명 ‘야구여신’ 김민아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와 만나 대담까지 했으니 맞는 말 같다. 그가 뽑은 야구의 꽃은 투수. 그도 투수가 전력투구를 하듯 힘껏 책을 썼단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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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다시 보는 경성제국대학 外

    다시 보는 경성제국대학(이충우 최종고 지음·푸른사상)=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1924∼1945)는 일제가 세운 대학이란 이유로 그 가치를 외면받았다. 저자들은 경성제대 졸업자를 만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해 대학교육의 초석으로서 의미를 복원했다. 3만2000원.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구인모 지음·현실문화)=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는 이광수 김억 주요한 등 유명 시인들이 시의 변화를 외치며 시를 가요로 발표하거나 음반 발표 목적으로 시를 창작하는 ‘유행시인’ 바람이 불었다. 당시 음반, 기사, 문학작품, 광고, 사진을 담아 생생한 근대 풍경이 펼쳐진다. 2만8000원.위험한 언어(울리히 린스 지음·갈무리)=1887년 폴란드인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는 국제공용어를 창안하고 ‘희망하는 사람’을 뜻하는 에스페란토라고 명명했다. 에스페란토를 국제공용어로 만들려는 도전,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억압받고 배제당한 역사가 담겼다. 3만 원.중국시가의 이미지(천즈어 지음·한길사)=마냥 어렵다고 생각한 한시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 즉 의상(意想) 개념으로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이 쉽고 재밌단다. 한시 1500수를 담고 의상의 계승·변주를 중심으로 중국 시가문학 발전과정을 서술했다. 4만8000원.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사이)=주택 전문 건축가인 저자는 집에 대한 겉치레를 버리고 비실용적인 공간을 들어내면 ‘집의 원형’ 원룸형 오두막이 남는다고 설파한다. 생생한 오두막 주거기가 재밌다. 1만4500원.낭만광대 전성시대(오광수 지음·세상의 아침)=언론인인 저자가 직접 겪은 1960∼80년대 낭만광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코미디언 이주일과 가왕 조용필이 폭음 끝에 해운대 백사장에 널브러진 까닭은 뭘까. 1만4000원.멋있게 품위있게(김봉국 지음·센추리원)=저자는 50세 나이에 실직과 암 투병 위기에 빠지며 노년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노년에 대한 현자의 가르침을 책에 녹였다. 1만6000원.성문밖 사람들 이야기(인명진 지음·대한기독교서회)=약자와 가난한 자의 편에서 고난을 함께한 민중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이야기. 저자는 1970년대 선교회에 몸담고 YH사건, 김대중 내란예비음모 등으로 4차례 투옥되기도 했다. 1만2000원.}

    • 201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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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키의 다른 제목 같은 소설 판매 경쟁 두달 중간성적표는…

    일본 대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4)의 다른 제목, 같은 소설 ‘노르웨이의 숲’(양억관 옮김·민음사)과 ‘상실의 시대’(유유정 옮김·문학사상)의 경쟁이 두 달째다. 중간 성적표를 받아봤다. 지난달 초 원제목을 단 ‘노르웨이의 숲’은 국내에서 150만 부가 팔린 ‘상실의 시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음사가 무라카미 씨와 정식 판권 계약을 맺고 세계문학전집 310번째 책으로 초판 3만 부를 출간했다. 번역가 양억관 씨가 일본어 번역투 문장을 요즘 20대들이 사용하는 가벼운 구어체로 새롭게 번역했다. ‘상실의 시대’는 무라카미 씨와 계약이 끝났지만 저작권법 개정 이전에 출간돼 ‘회복저작물’로 인정받아 계속 출간될 수 있다. ‘노르웨이의 숲’ 출간 후 최근까지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노르웨이의 숲’은 3200여 권, 같은 기간 ‘상실의 시대’는 1900여 권이 팔려 약 1.7배 차이가 났다. 같은 기간 교보문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노르웨이의 숲’이 2.3배나 팔렸다. 예스24 문학담당 김희조 MD는 “새로운 번역과 예술적 표지가 독자의 마음을 사 꾸준한 판매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민음사 관계자는 “세계문학전집에 포함해 하루키를 고전의 반열에 끌어올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생겨날 10, 20대 하루키 팬에게는 새롭게 번역한 ‘노르웨이의 숲’이 더 매력적으로 읽힐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인 문학사상은 느긋하다. 해마다 최소 1만 권 이상 팔린 ‘상실의 시대’는 ‘노르웨이의 숲’ 출간 이후에도 판매량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상실의 시대’란 이름값과 반값 할인이 판매 요인으로 분석된다. 문학사상 관계자는 “‘상실의 시대’가 오늘날 한국에서 하루키를 만들었기에, 하루키 측이 제목을 바꿔달라고 해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팬에게 두 책의 경쟁은 관심사다. 인터넷에는 두 책을 비교하는 리뷰가 계속 올라온다. 무라카미 팬 카페 ‘무라카미 하루키 되기’ 회원의 의견도 갈렸다. 닉네임 ‘니노’를 쓰는 31세 여성 회원은 “‘상실의 시대’ 제목이 더 적절해 보였는데 ‘노르웨이의 숲’을 사서 여러 번 읽고 나니 가슴속에 더 다가온다”고 밝혔다. 닉네임 ‘가브리엘’인 26세 여성 회원은 “‘상실의 시대’ 번역과 제목이 작품의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린다. 오히려 캐릭터가 잘 드러나게끔 성실하게 번역했다”고 평했다. 팬카페 운영자 김도윤 씨는 “번역은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노르웨이의 숲’이 낫단 평이 많다. 하지만 추억이 간직된 깊은 맛은 ‘상실의 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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