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받는 사람-고통 주는 사람, 사랑으로 모두 품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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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14일 방한]
‘요한 바오로 2세의 한국어 가정교사’ 장익 주교가 말하는 방한 의미

장익 주교는 1984년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한국어 가정교사로 활약했고, 로마 교황청 밖에서 열린 첫 시성식인 
1984년 김대건 신부를 포함한 103위 시성식을 위해 한국과 로마를 오가며 메신저 역할을 했다. 동아일보DB
장익 주교는 1984년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한국어 가정교사로 활약했고, 로마 교황청 밖에서 열린 첫 시성식인 1984년 김대건 신부를 포함한 103위 시성식을 위해 한국과 로마를 오가며 메신저 역할을 했다. 동아일보DB
1984년 5월 3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김포공항에 도착해 우리말로 방한 소감을 밝혔다. 한국 국민 모두 요한 바오로 2세의 유창한 한국말 실력에 깜짝 놀랐다. 이는 장익 주교(81) 덕분이었다.

장면 총리의 아들인 장 주교는 1980년부터 로마 그레고리안대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계획이 나오자 고 김수환 추기경이 영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장 신부를 교황의 한국어 가정교사로 추천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일곱 차례나 장 주교의 도움을 받아 개인 경당(예배실)에서 한국어 미사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장 주교는 춘천교구장으로 사목하다 2010년 은퇴하고 강원 춘천시 실레마을에 머물고 있다. 13일 전화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소감을 묻자 장 주교는 “좋죠. 고맙고 반갑습니다”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분인가요.

“훌륭하신 분입니다. 교황은 진실성이 있습니다. 꾸밈없이 살았고 살아온 대로 이야기하십니다. 남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는 의식을 안 하시죠.”

―교황 방한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나라가 분단국인 걸 비롯해 최근 어지럽고 마음 아픈 일이 많았습니다. 교황 방한을 통해 고통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남에게 아픔을 주는 사람에게도 더 다가가야 하고 품어줘야 합니다. 남에게 아픔 주는 사람이 결국 스스로 해치는 사람들인데 단죄만 한다고 치유되지 않습니다.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 편에 서 있다고 오만에 빠지는 일도 경계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과 같아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분열을 치유하려면 이 같은 교황의 말씀을 잘 새겨들어야 할 겁니다.”

―방한 이후 우리 사회가 변화할까요.

“요한 바오로 2세가 다녀가신 뒤에 큰 반향이 있었습니다. 교황 방한 자체만으로도 큰 사건이지만 교황을 마주한 사람들이 스스로 변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다들 희망을 말하는데, 진정한 희망은 서로를 살리기 위해 먼저 다른 사람의 짐을 함께 질 때 찾아옵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한국어 실력은 어땠나요.

“당신께서 굉장히 공을 들였습니다. 강대국에 시달렸던 폴란드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제 강점기 한국의 고난을 깊이 이해하셨습니다. 방한이 결정되고 우리말부터 배우겠다고 하셨죠. 여러 언어에 능통했던 교황은 한국말도 흥미로워했고 40여 차례 공부했는데 습득 속도가 빨랐습니다. 처음엔 1시간 40분씩 하다가 나중엔 점점 줄어 50분 정도 했습니다. 방한 때 하실 말씀을 타자기로 직접 작성하셨습니다. 제게 깍듯하게 ‘우리 선생님, 우리 선생님’ 하고 부르던 게 기억에 생생합니다.”

장 주교는 14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리는 교황과 한국 주교단의 만남의 자리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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