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 日 세이가쿠인大 총장 “죽은 아들이 生과 死는 이웃임을 깨우쳐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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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 ‘마음’ 한국어판 출간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살아남은 자들의 중요한 숙제입니다.”

인문 에세이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등으로 잘 알려진 한국 국적의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 세이가쿠인(聖學院)대 총장(64·사진)이 첫 소설 ‘마음’(사계절출판사)의 한국어판을 출간했다. 지난해 출간된 이 소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을 위로했다는 평을 받으며 일본에서 30여만 부가 팔렸다.

소설은 아들을 잃은 대학교수와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서 시신 인양 활동(Death Saving)을 하는 대학생이 주고받는 문답으로 구성돼 있다. 두 사람의 문답 속에서 삶과 이웃한 죽음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주인공 대학교수는 강 총장과, 대학생은 2009년 숨진 그의 아들과 이름이 같다. 강 총장은 아들을 잃은 아픔과 대지진 현장을 누비며 취재한 기록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강 총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후쿠시마에서 만난 사람들은 왜 누군 죽고 누군 살았는지를 많이 되물었다. 국가와 공적인 영역이 완전히 붕괴한 상황에서 인간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참사 이후 살아남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한국어판을 준비하는 동안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그는 책 서문에 ‘전대미문의 해난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 그 비극으로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무언가 작은 위안이라도 된다며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썼다. 그의 눈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세월호 사태는 공통점이 많았다. 그는 “큰 비극을 겪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죽음을 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내각이 동일본 대지진의 의미를 2020년 도쿄 올림픽과 우경화 움직임으로 망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들의 죽음으로부터 치유됐느냐는 질문에 “전혀 치유되지 않았다. 아들의 죽음은 나에게 처음으로 죽음이 삶과 이웃하고 있음을 가르쳐줬다. 하지만 죽음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는 것은 깨달았다. 죽은 사람이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다름 없다”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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