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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독일의 버스 사고 사망자는 인구 100만 명당 0.9명이었다. 조사 대상 25개국 중 스위스(0.7명), 네덜란드(0.8명)에 이어 3번째로 낮았다. EU 평균은 1.5명이다. 같은 해 한국은 4.2명이었다. 독일 내 전체 등록버스는 약 7만7000대로 한국의 9만5000대와 별 차이가 없다. 버스 안전의 수준을 나눈 건 까다로운 운전면허 관리와 체계적인 교육이었다. 독일은 “도로는 공공재다. 이곳에서 수익을 얻는 운수회사와 운전사는 그만큼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말 독일 함부르크 외곽의 운전면허학원 강의실. 수강생들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칠판을 빼곡히 채운 복잡한 수식이 잘 이해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이날은 버스 운전면허 기초이론과정 2주 차 수업의 하루. 수강생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교통물리학’ 수업이었다. 차량 속도와 무게에 따른 제동거리를 배우는 시간이다. 복잡한 셈법이 나오자 한 수강생이 “일반 승용차와 버스가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다. 강사인 크리스티안 슈뢰더 씨(43)는 제동거리 실험 동영상을 보여주며 “시속 100km로 달릴 때 승용차보다 버스의 제동거리가 20% 이상 길다”고 설명했다. “승객과 화물이 더 많을수록 속도를 낮추거나 차량 간격을 늘려야 한다”는 그의 설명에 수강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 면허 취득에 최소 3개월…주행교육은 89시간 독일에서 버스를 운전하려면 이론 수업을 44시간이나 들어야 한다. 8개 이론 과정을 마치는 데 8주가 걸린다. 단순히 교통 법규만 익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안전사고에 대비해 응급구조와 화물 고정 방법도 배운다. 승객을 대하는 태도와 연비를 높이는 운전 요령도 필수다. 강의가 끝난 뒤 “면허 따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수강생 자이이트 카이마츠 씨(32)는 “내용이 지루하고 어려운 건 맞지만 나와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는 당연히 배워야 한다”고 답했다. 강사 슈뢰더 씨는 “면허학원의 목적은 시험 합격 요령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운전자가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의 차이는 면허시험에서 더 크다. 한국은 1, 2종 보통면허가 있으면 장내 기능시험만 치르면 된다. 학과와 도로주행 평가가 없다. 그 대신 교통안전공단에서 버스운전 자격시험을 치르거나 3일(총 24시간) 동안 교통안전 체험교육을 받아야 한다. 버스로 실제 도로를 달려본 적 없는 운전자가 승객을 태우는 것이다. 반면 독일은 75분 동안 도로주행을 포함한 실기시험을 치른다. 실제 도로에서만 약 90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는다. 고속도로 14시간과 야간주행 8시간을 이수해야 하고, 언덕이나 커브 터널 등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을 직접 달려본다. 면허 취득에 최소 3개월, 길게는 6개월씩 걸리는 이유다.○ 50세 이상은 의사 진단서 제출 면허 갱신도 까다롭다. 5년마다 재교육 35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새로 개발된 차량 안전장치나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익히기 위해서다. 50세가 넘으면 ‘신체 능력에 이상이 없다’는 의사 진단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운전면허시험을 관리하는 독일기술검사협회(TUV)의 프랑크푸르트 지역 책임자 마티아스 라이히센링 국장은 “50세 이후부터는 기초 체력이나 시력 문제로 면허를 잃는 운전자가 많다”며 “버스는 일반 차량보다 갱신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고 말했다. 신체 능력에 문제가 생긴 운전자뿐 아니라 도덕적 결함이 있는 운전자도 면허를 유지할 수 없다. 일반 운전자의 음주단속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이지만 버스는 술 한 잔만 마셔도 아예 운전을 못 한다. 영업 중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면 다시 면허 취득을 할 수 없다. 강력범죄 전력자도 면허를 박탈하기 때문에 버스를 운전할 수 없다.○ 양보가 몸에 밴 버스 운전사 독일 버스가 얼마나 안전한지 살펴보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에서 인근 소도시까지 운행하는 고속버스를 직접 탑승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창가와 천장 비상구 옆에 설치된 10개의 탈출용 망치였다. 출입문도 앞뒤로 2개가 있어 사고가 나도 재빨리 빠져나갈 수 있어 보였다. 1시간가량 달리는 동안 눈에 띈 버스들은 모두 바깥 차로를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안쪽 차로가 텅 비어 있는데도 굳이 변경하지 않았다. 한국교통연구원 임재경 박사는 “일반 운전자들이 대형 차량의 주행 경로를 예측할 수 있어 불안감 없이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만족감은 당연히 높다. 함부르크 시내에서 만난 크리스티네 마이어 씨는 “독일의 버스 운전사들은 항상 양보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며 “25년 동안 택시를 운전했지만 버스 곁을 주행할 때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함부르크·프랑크푸르트=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버스 면허를 엄격하게 관리해도 운전사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교통사고는 줄지 않는다. 특히 유럽은 국경을 넘나드는 게 자유롭다. 수천 km를 달려온 다른 나라의 버스가 휴게시간이나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도로를 누빌 수 있는 것이다. 독일 정부가 버스나 대형 화물차량 사고 예방을 위해 디지털운행기록계(DTG)를 꼼꼼히 관리하는 이유다. 독일 버스회사의 관리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30km가량 떨어진 소도시 다름슈타트의 한 전세버스 회사를 찾았다. 사장을 포함한 직원 7명이 버스 6대를 운행하는 작은 회사다. 그러나 까다로운 운행기록 관리만큼은 대형 운수회사 못지않았다. 이 회사 버스의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건 무려 35년 전이 마지막이다. 보스니아의 한 도로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 갓길에 서 있던 트럭과 충돌한 사고였다. 그 뒤로 단 한 차례도 사람이 다치는 버스 사고가 없었다. 사소한 접촉 사고도 손에 꼽을 정도다. 대를 이어 회사를 운영 중인 랑코 크르츠마르 사장(43)은 “운행 스케줄이 아무리 급해도 절대 과속을 하지 않도록 교육한다”고 말했다. 안전운행의 가장 큰 비결은 꼼꼼한 DTG 점검이다. 운전사들은 매달 주행기록을 제출한다. ‘4시간 반 운행 후 휴식’ ‘1주일 56시간 이하 운행’ 등 기준을 지켰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위반이 확인되면 회사는 벌금 1만 유로(약 1260만 원), 운전자는 500유로(약 63만 원)를 내야 한다. 경찰은 장거리를 달리는 동유럽 버스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상습 위반 회사들을 집중 관리한다. 경찰 단속이 까다로워진 건 최근 대형 차량의 운행기준 위반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독일 교통부가 대형 화물차 약 2만2000대를 점검한 결과 5533대에서 운행기록 조작 흔적이 발견됐다. 크르츠마르 사장은 “지난달 운행기록 감사를 받은 프랑크푸르트의 한 운수회사는 벌금 60만 유로(약 7억5700만 원)를 냈다”며 “회사가 책임감을 갖고 운행 실태를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차량 안전장치도 꼼꼼하게 갖추고 있다. 최근 구입한 약 6억 원짜리 신형 버스는 3시간 이상 주행하거나 지그재그로 주행할 경우 계기판에 커피잔 모양의 램프가 깜빡인다. 휴식이 필요하니 쉬었다 가라는 의미다. 크르츠마르 사장은 “가족 여행객을 태울 때를 대비해 항상 카시트도 준비해 둔다”고 말했다.다름슈타트=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면허가 취소됐거나 사고 확률이 높은 운전자는 반드시 ‘바보 검사’를 통과해야 다시 운전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말 동아일보 취재진을 만난 독일 함부르크 교통청(LBV) 관계자들은 “사망자 감소의 핵심은 교통사고 고위험군 관리”라고 입을 모았다. 노화나 질병으로 신체 능력이 떨어진 운전자뿐 아니라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 등 위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운전자의 면허 보유를 강력히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중요하게 손꼽은 것이 의료진의 엄격한 운전자격 검사다. 이른바 ‘바보 검사(Idiotentest)’는 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된 운전자가 면허 재발급을 받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의학심리검사(MPU)를 말한다.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를 검사하듯 운전자의 인지능력과 충동장애 등을 꼼꼼히 확인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다시 불법 행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지 작은 가능성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취지다. 검사 비용은 800유로(약 100만 원). 이미 벌금이나 과태료를 낸 운전자가 다시 차량을 운행하려면 검사비까지 낼 수밖에 없다. 교통법규 위반자뿐 아니라 다른 형사사건 전력자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마약사범은 체포되면 운전 중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면허가 취소된다. 우베 틸만 함부르크 교통청 경영혁신부장은 “범죄자들은 대개 공격적 성향이 강해 교통사고를 일으킬 확률도 높다”며 “면허 취소는 징벌이기보다 사고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이 의심되는 운전자는 면허 재발급이 더욱 까다롭다. 바보 검사 외에도 1년 동안 술이나 마약을 끊었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1년에 6회 소변 검사를 실시하는데 한 번이라도 금지 성분이 나오면 안 된다. 검사 일정은 미리 알려주지 않고 실시 전날 통보한다. 함부르크 교통청 운전면허 담당자 미하엘 포슈 씨는 “음주나 마약류 흡입으로 적발된 운전자들은 바보 검사와 소변 검사까지 거쳐 면허를 다시 받는 데 보통 4, 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면허 재발급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탈락률도 높다. 지난해 함부르크에서 면허를 재발급 받은 운전자는 1884명. 신청자의 약 50%에 불과하다. 310명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재발급을 포기했다. 고령 운전자 557명, 음주운전자 599명, 약물 운전자 478명이 악명 높은 바보 검사를 받았다. 올 10월에는 러시아도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독일의 바보 검사와 유사한 의학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함부르크=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난해 12월 경기 평택시 서해대교 주탑 케이블에 낙뢰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자칫 서해대교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평택소방서 포승안전센터 소방관들은 현장에 출동해 진화에 나섰다. 이때 케이블 2개가 끊어지면서 이병곤 센터장(지방소방령·순직 당시 54세)과 동료 2명을 덮쳤다. 가슴을 크게 다친 이 센터장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을 거뒀다. 이 사고를 계기로 소방관의 위험한 근무환경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경기도는 지난달 소방 인력 증원 등의 내용을 담은 가칭 ‘소방령 이병곤 플랜’을 발표했다. 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한 올 10월. “차에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울산 온산소방서 소속 고 강기봉 지방소방교(29)는 구조작업 중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렸다. 함께 떠내려가던 동료들은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그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시신은 실종 23시간 만에 발견됐다. 아버지를 이어 ‘소방영웅’이 되겠다던 젊은 소방관의 꿈도 안타깝게 지고 말았다. 강원 태백소방서 허승민 지방소방위(46)는 올 5월 강풍 피해 수습 중 떨어진 지붕 구조물에 머리를 크게 다쳤다. 뇌사 판정을 받은 지 8일 만에 숨을 거뒀다. 허 소방위는 외동딸의 백일잔치를 마치고 곧바로 투입된 비상근무 중 사고를 당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새 주택을 지을 때 반드시 내진 설계를 반영해야 한다. 또 병원과 학교, 노인·아동시설은 층수나 면적에 상관없이 내진 설계를 해야 한다. 정부는 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올 4월 일본 구마모토(熊本) 지진 발생 후 마련한 방재대책을 경주 지진으로 인해 더욱 강화한 것이다. 현행 내진 설계 기준은 ‘3층 또는 연면적 500m² 이상’ 건축물이다. 올해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내년 1월부터 ‘2층 또는 500m² 이상’으로 강화된다. 내년 하반기에는 모든 신축 주택과 ‘2층 또는 200m² 이상’ 건축물로 확대된다. 학교시설은 내진 보강을 위해 2034년까지 매년 2500억 원 이상을 투입한다. 공공시설 내진 보강 일정도 앞당겨진다. 당초 계획보다 63% 늘어난 2조8276억 원을 2020년까지 투입해 현행 40.9%인 내진율을 54%까지 높이기로 했다. 지진 경보 시간은 2020년까지 10초 이내로 단축한다. 지진 감지 시간을 줄이기 위해 관측소는 현재 206곳에서 2018년까지 314곳으로 늘어난다. 또 내년 초 공연법을 개정해 배나 항공기처럼 공연장도 공연 전 관객에게 유사시 대피 방법을 안내해야만 한다. 공연장 내 피난안내도를 비치하고, 공연 종사자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확대된다.박성민 min@donga.com·김동욱 기자}

#"동해는 죽음의 바다였다"식량난에 목숨 걸고 바다로 나간 북한 주민들# "배에 14, 15명이 타고 있었는데 표류 과정에서 다 굶어 죽었다. 갑판 위에 방치됐던 시신들은 높은 파도에 휩쓸려 모두 바다에 빠졌다"동해에서 구조된 북한 선원#북한 선박 3척이 동해상에서 표류하다 우리 군경에 잇달아 구조됐습니다. 모두 엔진이 고장 났거나 동력장치가 없는 배였죠.생존 선원들은 길게는 두 달 이상 표류하면서 물과 식량 없이 버텼고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렸습니다.#동해, 서해, 일본 해역에서 북한 선박 한 척이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3척이 동시에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그만큼 북한 식량난이 심각함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어로(漁撈)전투라는 이름으로무리한 수산물 포획 증가를 요구하고 있죠. 이에 주민들은 낡은 배와 열악한 장비로 무리한 출어를 강행하며 죽음의 바다로 내몰렸죠.#올해 8월 말~ 9월 초 함경북도 홍수로 농작물이 큰 피해를 보면서 북한은 국제사회에 연일 식량지원도 요청하고 있습니다.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10월 올 들어 최대 규모의 식량을 지원했죠. #지난달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하루 배급한 식량은 2년 전에 비해 5% 감소한 380g. 유엔의 1인당 하루 최소 권장량인 600g의 약 63%에 불과합니다.#육지에서 나지 않는 식량을 메우기 위해 북한 당국은 수자원 증산을 강요하고 있습니다.최근 5년간 북한의 수산물 생산량은 27% 늘었지만 뒤에는 북한 주민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죠.#문제는 갈수록 북한 주민들의 고기잡이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서해뿐만 아니라 동해 조업권까지 중국에 팔아 넘겼기 때문이죠.# 동해까지 저인망으로 무장한 중국 어선들이 점령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열악한 조업 환경에서 더 큰 위험을 무릅쓰고 더 먼 바다로 나가고 있습니다. #지도자를 잘못 만나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며차가운 겨울 바다를 떠도는 북한 주민들.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2016.12.15 목원본 | 정성택 기자·박성민 기자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이고은 인턴}

그동안 동해나 서해, 일본 해역에서 북한 선박이 발견된 적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3척이 거의 동시에 떠내려 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 정권의 대대적인 수산물 증산 드라이브에 어민들이 ‘죽음의 바다’로 내몰리고 있는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3척의 선박들은 서로 관련성이 없고, 선원들 가운데 가족관계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늘어나는 ‘유령 선박’ 구조된 북한 선원들은 발견 당시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다고 한다. 배의 출항 시기는 9, 10월경으로 추정된다. 살아남은 선원들은 길게는 두 달가량 떠다니면서 물과 식량 없이 버틴 것이다. 해군과 해경은 이들에게 음식과 옷가지를 지원하며 이틀에 걸쳐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구조된 북한 선박은 가을철에 항구를 출발해 제법 먼 바다까지 나왔다가 표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동해상의 북한 어선들은 날씨가 추워지고 파도가 높아지면 좀처럼 멀리까지 조업을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해에서 오징어잡이 시기인 여름철(6∼8월)에 북한 어선이 떠내려 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추워진 뒤 발견된 것이 드문 이유다. 정부 소식통은 “최근 들어 겨울철에도 동해상 울릉도 인근의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선이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덩달아 유령 선박도 자주 목격된다. 이는 동력을 잃고 장기간 표류하는 어선을 말한다. 대부분 장시간 운항이 힘들 정도로 낡은 목선들이다. 게다가 부실한 장비로 조업에 나서다 보니 어획량을 채우기 위해 먼 바다까지 무리하게 진출했다가 고장 등이 나면서 표류하는 것이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 시기에 바다로 나가 조업을 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살기 위해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현실이 동해를 죽음의 바다로 만들고 있다.○ 끝없는 ‘어로 전투’ 현재 북한의 식량난은 여름 수해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이다. 올 8월 말과 9월 초 함경북도 지역의 홍수로 농작물이 큰 피해를 보면서 북한은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10월 3600t의 식량을 지원했다. 올 들어 최대 규모다.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하루 배급한 식량은 380g. 2년 전에 비해 5% 감소했다. 유엔의 1인당 하루 최소 권장량인 600g의 약 63%에 불과하다. 육지에서 나지 않는 식량을 메우기 위해 북한 당국은 수자원 증산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어로 전투’라는 이름 아래 북한 주민들은 맨손으로 작업하는 열악한 조업 환경에서 바다로 나서고 있다. 실제 최근 5년간 북한의 수산물 생산량은 27% 늘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북한 주민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다. 문제는 갈수록 북한 주민들의 고기잡이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서해뿐만 아니라 동해 조업권까지 중국에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잇단 핵실험으로 국제 제재에 몰린 상황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해까지 저인망으로 무장한 중국 어선들이 점령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열악한 조업 환경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더욱 더 먼 바다로 나가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식량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바다를 떠도는 북한 주민의 시신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 지난해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4621명. 동아일보 교통안전캠페인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는 5년간 이 숫자를 절반 가까이 낮추는 것이 목표다. 전문가들은 ‘솔직히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런 기적을 이뤄 낸 나라가 있다. 북유럽의 강소국 노르웨이다. 2010년 210명이던 노르웨이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117명으로 44%나 줄었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는 22.8명으로 한국(89.7명)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노르웨이의 비결을 살펴봤다. 》○ 허를 찌르는 강력한 단속 지난달 21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남쪽으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베스트폴 주(州) 레 시(市).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지나자 제한속도 시속 60km인 왕복 2차로 직선 도로가 나타났다. 도로 옆 울창한 나무숲 사이에서 경찰이 스피드건을 겨누며 잠복 중이었다. 인적이 드물고 차량도 많지 않은 도로에서 왜 과속 단속을 하는지 궁금했다. 닐스 순뵈 베스트폴 교통경찰국장(57)은 “곡선도로를 빠져나온 운전자들이 과속을 자주 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속도로나 차량 주행이 많은 구간에서 주로 무인 카메라 단속에 의존하는 한국과 달랐다. 범칙금은 한국의 10배를 넘었다. 이날 시속 75km로 달리다 적발된 40대 남성은 범칙금 2900크로네(약 40만 원)를 부과받았다. 이 도로에서 시속 80km를 넘기면 6500크로네(약 90만 원)를 내야 한다. 순뵈 국장은 “단속의 목적은 단순히 위반 차량을 적발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과속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운전자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peed kills you.(속도가 당신을 죽일 수 있어요.)” 이날 오슬로 도심에서 기자를 태운 택시 운전사는 “왜 이렇게 천천히 달리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운전자들은 텅 빈 도로에서도 시속 50km를 거의 넘기지 않았다. 운전사는 “오슬로 시내에서는 눈을 감고 걸어 다녀도 절대 교통사고가 나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며 웃었다. 경찰의 강력한 단속과 운전자들의 과속 근절 노력은 보행 사망자 감소로 이어졌다. 2010년 24명이던 보행 사망자는 2014년 18명, 지난해엔 12명으로 급감했다. 루나르 카를센 노르웨이 교통경찰국장(57)은 “모든 차량은 시동을 거는 순간 전조등이 켜진다”며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를 발견할 수 있어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사망자 1명의 기적 보행자 안전이 강화되자 어린이 교통사고도 줄었다. 어린이 교통사고 지표는 그 나라 교통안전 수준의 가늠자다. 교통사고 취약 계층을 어떻게 보호하는지 보면 도로가 얼마나 안전한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9세 이하 어린이는 단 1명. 눈이 쌓인 언덕에서 미끄러져 도로로 튕겨져 나왔다가 지나던 트럭과 충돌한 사고다. 가해자가 운전자였을 뿐 엄밀하게 따지면 보행이나 차량 탑승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아니었다. 노르웨이 교통안전협회 안카트린 아뢰엔 대변인(43)은 “노르웨이는 1970년대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연간 100여 명에 달했다. 이후 카시트 착용률을 높이고 통학로를 차로와 분리시키는 정책으로 사망자를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극장 앞에선 노란색 야광 조끼를 입은 어린이 10여 명이 보호자의 인솔 아래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부츠와 바지, 소매에 야광 스티커가 부착된 덕분에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띄었다. 운전자들은 횡단보도에서 멀찌감치 차량을 세운 채 아이들이 완전히 길을 건널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 도로시설 바꾸니 정면충돌 66% 감소 산악 지형이 많은 노르웨이는 좁고 굽은 도로가 많다. 보행로를 확보하느라 차로를 좁히는 대신 중앙선을 없앴다. 2010년 전체 사망자(210명)의 41%(86명)가 정면충돌 사고로 숨진 이유다. 특히 순간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의 피해가 컸다. 사망자의 30% 이상이 65세 이상이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노르웨이 교통 당국은 사고 잦은 구간을 집중 관리했다. 도로 중앙에 요철이나 분리대를 설치해 차량 이탈을 막았다. 그러자 정면충돌 사고 사망자는 2014년 56명, 지난해 29명으로 크게 줄었다. 환경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운전면허 교육 과정에는 야간 주행을 필수 코스로 했다. 밤이 긴 노르웨이의 기후를 고려해서다. 빙판길 사고를 대비해 도로 위에 기름을 뿌려 놓고 미끄러짐 현상도 체험하게 한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나라의 도로 특성과 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사망자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며 “한국도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슬로=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024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와 중상자를 500명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달 21일 노르웨이 정부청사에서 만난 톰 카를손 교통통신부 장관(사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사망자와 중상자를 포함한 교통사고 사상자는 총 785명. 최근 5년 동안 사망자를 절반 가까이 줄인 노르웨이라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닌 듯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에만 사망자를 20%(30명) 줄여 2016 유럽교통위원회 도로안전지수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교통 환경을 갖추게 된 비결을 물었다. 카를손 장관은 “사고 위험이 높은 운전자가 도로 위에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강력한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이다. 상당수 유럽 국가들의 음주운전 단속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수준이다. 반면 노르웨이는 0.02%만 돼도 적발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이면 구속이 원칙이다. 카를손 장관은 한국의 음주단속 기준 강화 방침을 듣자 “노르웨이도 단속 기준을 높임으로써 ‘단 한 잔을 마셔도 절대로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며 “단속 강화는 음주운전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처벌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노르웨이의 범칙금 수준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음주운전은 연소득의 10%, 과속은 최대 125만 원,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자는 약 21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과속의 경우 60km 제한속도인 도로에서 86km 이상으로 달리면 아예 운전면허증을 뺏는다. 이후 6개월간 운전을 할 수 없다. 노르웨이는 내년 1월부터 교통 범칙금을 약 10% 인상하기로 했다. 노르웨이는 사망자 감소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검토 중이다. 모든 교통사고 사망자를 부검하는 것이다. 카를손 장관은 “사고 충격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차량 안전장치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를손 장관은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노르웨이는 2013년 사망자가 전년 대비 42명이나 급증했다. 고령운전자(16명)와 20대 초반(21∼24세) 운전자(9명)의 사망이 증가한 탓이었다. 카를손 장관은 “교통 당국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방심하는 순간 사망자는 급격히 늘어난다”며 “한국도 고위험군 관리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사망자를 계속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오슬로=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방 대도시의 교통안전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교통사고 예방에 나서야 할 뿐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수도권 절반 가까이 교통안전 하위권 국민안전처는 교통안전 등 분야별 지역안전지수를 8일 발표했다. 안전처에 따르면 6개 광역시 중 지난해보다 교통안전지수가 나아진 곳은 울산뿐이었다. 대전 대구 광주는 지난해와 변화가 없었다. 특히 인천은 교통안전지수가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인천 동구와 부평구는 한 단계씩 하락해 각각 5, 2등급으로 떨어졌다. 반면 서울 25개 구(區) 중 4곳(종로·동대문·금천·관악구)은 교통안전지수가 상승했다. 교통안전지수는 시군구별 인구 대비 교통사고 사상자 수와 관련 시설 보급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대도시를 비교해도 비수도권의 교통안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경기 31개 시군 가운데 교통안전지수가 하위 4, 5등급인 지자체는 2곳(안성·포천시)으로 전체의 6.5%였다. 하지만 영호남 및 중부(충청·강원) 121개 시군 중에서 전체 44.6%에 달하는 54개 지자체가 4, 5등급이었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부장은 “도로 및 표지판과 신호시설 정비, 단속 인력 등 기본적인 안전 인프라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결과”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는 지역별 교통안전 격차는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장 안전한 곳은 대구 달성군 지난해에 올해 두 번째로 발표된 지역안전지수는 △교통사고 △화재 △범죄 △안전사고 △자살 △감염병 △자연재해 등 7개 분야의 지표를 종합해 총 5등급으로 나눈다. 가장 안전한 곳이 1등급이다. 각 지표 합산 결과 8개 특별·광역시에서 안전도가 가장 높은 곳은 서울, 낮은 곳은 부산이었다. 9개 도 단위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가 1위였다. 경기도는 지난해에 이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5개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대구 달성군이 범죄를 제외한 6개 영역에서 1등급을 차지했다. 경기 군포시,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은 5개 지표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울산 북구와 경기 의왕·부천시, 충북 증평군과 경북 칠곡군(이하 4개 분야 1등급)이 다음으로 안전한 지자체에 뽑혔다. 세종특별자치시는 교통뿐 아니라 화재, 안전사고 분야에서 최하인 5등급을 받았다. 안전처 관계자는 “세종시 특성상 공무원 등 사회적 안전계층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 화재, 안전사고 분야의 안전 등급이 낮다”며 “아직 도시가 형성, 발전하는 단계로 안전시설 등 도시 인프라가 다른 특별·광역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안전처는 이번 안전지수 결과를 토대로 개선 노력을 많이 한 지자체에 교부세를 더 많이 지원할 예정이다. 제도 시행 첫해였던 지난해에는 안전지수 등급이 낮은 지자체에 더 많은 교부세를 줬다.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정부가 대구 서문시장 화재 피해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전기와 통신요금 1개월분을 감면하기로 했다. 국민안전처는 6일 '서문시장 화재 범정부 종합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건강보험료 징수 유예, 학자금 지원 등 추가 지원대책을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우선 미래창조과학부는 각 통신사와 협의해 휴대전화 요금 1개월분을 감면하고 유선전화와 인터넷 요금을 신청자에 한해 감면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를 6개월 간 징수유예하고 국민연금은 1년 간 납부예외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학생 자녀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대학교육협의회와 논의 중이다. 앞서 안전처는 피해현장 복구를 위해 특별교부세 35억 원을 지원했다. 교육부와 대구시교육청은 고교 학비 170만 원, 방과 후 수업 수강권 60만 원, 급식비 70만 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이날까지 4억여 원의 국민성금이 모금됐다고 밝혔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내년부터 고속도로에서 1년에 2회 이상 과적 단속에 적발된 화물차 운전자에게 벌점 15점과 벌금 5만 원이 부과된다.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1년 사이 과적 단속 이력이 있는 운전자가 다시 적발될 경우 도로교통법에 따라 벌점과 벌금이 부과되도록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현재는 도로법상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된다. 연간 벌금 40점이 넘으면 운전면허가 정지된다. 과적 차량은 교통사고의 '숨은 주범'이다. 적재 기준을 지켰을 때보다 제동 거리가 늘어나고, 타이어 파손이나 화물 낙하에 따른 교통사고를 유발한다. 하지만 운송비를 아낀다는 이유로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만 3만1253건이 단속됐고 이 중 31.3%(9805건)은 1년에 2회 이상 단속된 경우였다. 2013~2015년 고속도로 화물차 사고로 한 해 평균 145명이 숨졌다. 화물차 통행량은 전체의 7.3%에 불과했지만 사망자 비율은 58.7%나 됐다. 이종원 한국도로공사 교통안전팀장은 "과적 차량에 벌점을 부과하면 과적 운행과 사망 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해보다 40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교통사고로 3433명이 숨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3809명보다 376명(9.9%) 줄어든 것이다. 음주운전과 보행 사망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덕분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가 약 4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0.8%(875명) 이후 14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2.2%(176.8명) 감소에 그쳤다. ○ 음주운전 사망 26년 만에 400명 밑으로 올 4월 검찰과 경찰은 ‘음주운전사범 처벌 및 단속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구형 기준을 강화하고 동승자 등 방조범도 적극 처벌하기로 했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은 지난해보다 53.6%(3798건)나 늘었다. 상습 음주운전자 21명을 구속하고 방조범 110명을 입건했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은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10월까지 음주운전 사고로 502명이 숨졌지만 올해는 322명으로 무려 180명(35.9%)이 줄었다. 이대로라면 연말에도 400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가 400명 밑으로 떨어진 건 1990년 379명이 마지막이다.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2000년 1217명 이후 16년 만에 3분의 1 수준이 된 것이다. 보행 사망자도 크게 줄었다. 특히 경북 경주경찰서, 전남 여수경찰서 등 전국 6개 보행안전 시범 경찰서 관할에서는 보행 사망자가 39.8%나 줄었다. 사고 발생의 원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찰과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 따라 교통사고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보여준 셈이다. 도심 제한속도를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도 넓어졌다. 해외 선진국처럼 도로 폭에 따라 ‘30·50·70(km)’으로 제한속도를 단순화해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올해 전국 이면도로 4890곳의 제한속도를 낮추고 ‘시속 30km 구간’을 대폭 늘린 것도 같은 이유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심 주행속도가 1.6km만 낮아져도 사고를 5%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린이·고속도로 사망자는 증가 어린이 안전은 오히려 후퇴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통학버스 사고 사망자는 8명으로 지난해보다 1명 줄었다. 하지만 전체 어린이 사망자(62명)는 오히려 5명(8.8%) 늘었다. 원인은 어른들의 부주의였다. 올 10월까지 차량 탑승 중 숨진 어린이 29명 중 20명이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거나 안전띠를 매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40% 수준인 카시트 착용률을 두 배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7월 강원 평창군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참사, 울산 경부고속도로 언양 갈림목 참사 등 대형 사고가 잇따르면서 전세버스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32명에서 올해 43명으로 34%나 늘었다. 다만 전체 사업용 버스의 사망자는 10.3%(16명) 감소했다. 속도제한장치를 불법으로 해체한 채 폭주하는 대형차량을 집중 단속한 결과다. 일등공신은 고속도로 암행순찰차였다. 암행순찰차 단속 구간에선 교통사고가 29.6%, 사망자가 34.2% 감소했다. 하지만 전체 고속도로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199명)보다 10.1%(20명) 늘었다. 초고령 운전자에 대한 관리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692명에서 10.3%(71명) 줄었다. 그러나 81세 이상은 오히려 13.6%(9명) 증가했다. 사고는 20.7%(161건)나 늘었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연구그룹장은 “버스와 택시 운전사 등 생계 때문에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80세 이상 초고령 운전자가 늘고 있어 적성검사를 강화하는 등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사망자 감소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국회에 발이 묶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음주단속 기준을 0.03%로 낮추는 법안은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된 뒤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 일부 의원이 “아직 0.05%인 나라도 많다”며 개정에 신중한 탓이다.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폐기된 전례가 있다. ‘전 좌석 안전띠 착용’ 법안은 “승객이 착용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 없다”는 택시업계의 반대 의견 탓에 아직 여론 수렴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 그룹장은 “택시는 예외 조항으로 하거나 운전사에게 하차 요구권을 부여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년 전만 해도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사진)은 입버릇처럼 ‘3E 원칙’을 강조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려면 시설(Engineering) 교육(Education) 단속(Enforcement)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여기에 ‘E’ 하나가 추가됐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차량 안전 강화(Enhance the safety vehicle)다. 오 이사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형차량에 긴급제동장치나 차로 이탈 경고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면 최근 잇따르는 전세버스와 화물차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안전공단은 4일 화물차 25대에 전방 추돌과 차로 이탈을 경고하는 안전장치 설치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오 이사장이 첨단 안전장치를 강조한 건 올 7월 강원 평창군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발생한 추돌사고 때문이다. 당시 전세버스 운전자의 졸음운전으로 4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다. 오 이사장은 “내년에는 전세버스와 화물 운수업체 2000여 곳의 운영 실태를 전수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도로 위의 괴물’로 불리는 대형차량 폭주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서다. 오 이사장은 디지털운행기록계(DTG) 활용을 강조했다. DTG는 운행속도를 비롯해 브레이크 및 가속페달 사용, 운전시간 등 운행정보를 자동으로 기록하는 장치다. 그는 “현재 50% 수준인 운행기록 제출 비율을 더 올려야 한다”며 “유럽의 대형차량들이 시속 80km 이상으로 과속하지 않는 건 운행기록을 교통당국이 철저히 점검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용 차량의 고령 운전자 관리도 핵심 과제다. 올해 10월까지 사업용 차량 사고 사망자는 70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27명에서 2.6%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체 사망자가 9% 이상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교통안전공단은 올해 65세 이상 버스 운전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격유지검사를 내년엔 택시 운전사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오 이사장은 “내년에 택시 운행정보 관리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이사장은 “올해 음주운전 단속기준 강화, 대형차량 관리 강화 등이 모두 입법 과정에 있거나 정책으로 이어져 큰 효과를 거뒀다”며 “내년엔 사업용 차량 운전자의 자격 심사와 교육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정부가 대구 서문시장 화재 피해 수습을 위해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35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국민안전처는 2일 “피해 상인들의 조속한 일상생활 복귀를 위해 건물 철거비, 폐기물 처리비 등 응급복구 비용을 특교세로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안전처는 이와 함께 행정자치부, 한국전력공사 등 20개 기관이 참여하는 ‘대구 서문시장 화재 종합대책본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복구에 필요한 추가 지원 방향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기 위해서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민안전처는 대형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서문시장 상인들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준하는 지원을 검토 중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30일 화재 현장을 방문해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힘들다면 특별교부세 등 그에 준하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상인들이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 복구 비용 가운데 지방비의 50∼80%를 국고에서 지원한다. 그러나 지진이나 태풍 등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는 자연재난에 비해 사회재난은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쉽지 않다. 피해 규모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능력 등을 까다롭게 따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이재민 200여 명이 발생한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때도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무산됐다. 안전처는 관계 부처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통학차량 운전자가 탑승한 어린이의 하차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명시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17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운전자는 2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개정안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차량 안에 어린이가 방치되는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올 7월 광주의 한 유치원에서 최모 군(4)이 통학차량에 8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발견됐다. 찜통 차량에 갇혔다가 구조된 최 군은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관리를 강화한 일명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로 13세 미만 어린이 10명이 숨졌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초인적인 능력으로 지구를 구한다. 평범한 개인을 슈퍼히어로로 만들어 준 건 첨단 기술이 결합된 아이언맨 슈트다. 만약 우리 주변의 영웅들에게 이런 슈트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하늘을 날고 레이저를 발사하는 것까지는 아니라도 뛰어서 10분 걸리는 거리를 5분이면 갈 수 있고, 100kg짜리 짐을 50kg으로 줄여 주는 슈트 말이다. 이런 슈트가 있다면 화마(火魔)를 뚫고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이 정말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이언맨 소방관’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국민안전처와 산업통상자원부, 경기도가 16일부터 사흘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하는 제2회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 현장이다. 안전처는 이번 박람회에서 재난 안전 분야의 최첨단 기술과 장비를 대거 선보인다. 지진, 싱크홀 등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재난 상황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행동 요령을 배울 수 있는 30여 개 체험관도 마련한다.○ 웨어러블 아바타 등 첨단 안전 로봇 눈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거센 화염 외에 무거운 장비와도 사투를 벌인다. 20kg 안팎의 산소통을 짊어지고 수십 개의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있다. 이때 옷처럼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입으면 소방관의 체력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웨어러블 로봇은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미리 파악해 작동하기 때문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활동할 수 있다. 구조 장비의 체감 무게가 30% 수준으로 줄어들 뿐 아니라 추가로 산소통을 가져갈 수 있어 오랜 시간 구조 작업을 벌일 수도 있다. 웨어러블 로봇이 상용화 단계에 이른 나라는 이스라엘, 일본, 미국에 이어 한국이 4번째다. 이명수 안전처 재난안전산업과장은 “일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개선하면 1, 2년 뒤 완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폭발이나 붕괴로 구조대 진입이 어려운 곳에는 원격조종으로 움직이는 ‘아바타 로봇’을 투입할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개발한 장비다. 조종자가 센서를 부착한 슈트를 입고 움직이면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다.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로봇에 그대로 전달된다. 이르면 3년 안에 재난 현장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재난 예방 기술도 소개된다. 건설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나면 매몰자의 위치 파악이 가장 중요한데, 휴대전화나 무전기 등 기존 통신기기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IoT 안전모는 영상과 음성 위치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전달해 구조를 돕는다. 상황실과의 양방향 대화도 가능하다. 공중화장실 등 우범 지역의 치안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도 선보인다. 비명 인식 장치는 다급한 상황에서 별도의 신고 없이도 비명 소리만 감지해 경찰에 자동으로 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이번 박람회에는 국내 38개 기업이 참가한다. 해외에서도 20개국, 50개 기업이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846억 원 규모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 지진이 발생하면? 몸으로 배우는 대피 요령 재난 피해를 줄이려면 행동 요령을 몸으로 익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올해 울산과 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평소 정확한 대피 요령을 접하지 못한 일부 주민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 수업이나 민방위 훈련 때 재난 대응 교육과 연습이 진행되지만 그동안 지진에 대해서는 ‘실전 같은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박람회에선 실제 지진을 방불케 하는 체험관이 운영된다. 일반 주택과 비슷한 공간에서 지진 강도에 따라 달라지는 위력을 느낄 수 있다. 방이나 거실 주방 등 장소에 따라 대피 요령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배울 수 있다. 경주 지진 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생존 배낭’도 선보인다. 모포와 방재 두건, 마스크 등 실제 쓰이는 구호 물품을 이용해 생존 배낭을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또 어린이를 위해 간이 지진계를 만들어 보는 체험도 진행된다. 미국 일본 등 방재 선진국은 어려서부터 재난 대피 요령을 가르친다. 미국은 각 주에 한 곳 이상의 ‘안전마을’을 갖추고 여름방학 때 2주간 어린이캠프를 운영한다. 일본은 전국 145개 방재센터에서 지진 화산 등 재난 유형에 따른 대피 요령을 배운다. 어떤 유형의 재난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행동 요령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다. 안전처는 2020년까지 6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에 지진체험관 8곳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안전처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다양한 재난 상황에 맞춰 가정과 회사, 거리 등에서 필요한 대피 요령과 구체적인 탈출 장비 사용법 등을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지명된 박승주 후보자(사진)가 정체가 불분명한 신앙 단체와 연관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013년 펴낸 저서 ‘사랑은 위함이다’에서 “47회나 전생을 체험하고 전봉준 장군을 만났다”고 주장했고, 올해 5월에는 구국천제(天祭) 행사의 진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비록 그가 2008년 여성가족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나 있었을 때의 일이라 해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이 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자는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중대회(國中大會)―대한민국과 환(桓)민족 구국천제 재현 문화행사’에 진행위원장으로 참석했다. 국중대회는 고구려와 부여의 제천행사를 일컫는 말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신밟기, 구국기도, 나라안녕굿 등의 퍼포먼스가 열렸고, 박 후보자는 고유문(告由文·중대한 일을 치를 때 그 이유를 신명에게 알리는 글)을 직접 낭독했다. 박 후보자는 7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구국천제는 굿이 아니라 문화제라고 생각해 장소를 허가받는 과정에 도움을 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안전처를 통해 밝힌 해명 자료에서도 “북한의 전쟁 위협과 일본 지진 등으로 사람들이 불안해하니 문화행사라도 열자는 의견이 있어 도와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과 달리 당시 행사는 단군 신을 모시는 종교와 무속신앙 등이 뒤섞여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굿판을 열었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 행사는 박 후보자가 ‘큰 스승’이라고 밝힌 안소정 하늘빛명상연구원장이 총재로 있는 정신문화예술인총연합회가 주관했고, 박 후보자는 이 단체의 부총재를 맡고 있다. 그가 2013년 발간한 ‘사랑은 위함이다’의 내용도 논란거리다. 박 후보자는 “필자는 명상 속에서 지구 땅에 47회나 다른 모습으로 왔다. 동학농민운동 지도자 전봉준 장군이 찾아와 조선 말기 왕의 일기인 ‘일성록’을 건넸다”고 기술했다. “죽으면 육신은 없어지지만 영혼이 메모리 칩 두 개를 갖고 하늘로 간다고 한다. 나의 모든 정보를 저장하는 블랙박스가 하늘에 있다”고도 썼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추천으로 2일 안전처 장관에 지명된 박 후보자는 오랜 공직생활 중 안전 관련 업무를 맡은 경험이 없어 안전 컨트롤타워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 총리 후보자는 7일 한 방송에 출연해 “데리고 있던 유능한 공무원이라 추천했지만 나에게 검증수단이 없어서 일어난 일 같다”며 “청문 과정에서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 나도 알아보겠다”고 해명했다.박성민 min@donga.com·강경석 기자}

산악회 회원들을 태운 전세 관광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전도돼 4명이 목숨을 잃고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고속도로 갈림목에서 버스 앞으로 무리하게 끼어든 승용차의 위험 운전과 버스 운전사의 미숙한 대응이 빚은 참사였다. 탑승 정원 기준을 위반한 ‘안전 불감증’도 인명 피해를 더 키웠다. 6일 오전 9시 32분경 대전 대덕구 신대동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회덕 갈림목(부산기점 278km 지점) 부근에서 이모 씨(55)가 몰던 관광버스가 갓길에서 전도됐다. 이 사고로 승객 이모 씨(75) 등 4명이 숨졌고 20여 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8명은 중상이다. 넘어진 버스는 앞 유리창이 모두 파손됐고, 오른쪽 측면 철판은 흔적도 없이 떨어져 나갔다. 승객들은 “버스가 갑자기 지그재그로 왔다 갔다 하더니 넘어졌다. 의자가 부서지고 회원들이 바닥에 깔리면서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이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사고는 갈림목을 빠져나가려던 흰색 승용차가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면서 발생했다. 승용차는 호남고속도로 지선으로 연결되는 4차로를 달리다 회덕 갈림목 20m 앞에서 무리하게 3차로로 끼어들었다. 당황한 버스 운전사는 핸들을 꺾어 1차로로 피했지만 중앙분리대를 살짝 들이받고 균형을 잃었다. 이어 갓길로 돌진한 버스는 가드레일과 충돌한 뒤 전도됐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제공한 흰색 쏘나타 승용차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승용차의 과실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버스 운전사도 안전주의 책임을 다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대덕경찰서는 운전사 이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버스에는 정원(운전사 포함 46명)보다 3명 많은 49명이 타고 있었다. 2명은 각각 운전사 옆 작은 의자와 출입문 계단에, 1명은 2인 좌석에 끼어 앉았다. 경찰은 “정상적인 의자에 앉지 못했던 사람들은 안전띠를 매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만 이들 중에 사망자가 있었는지는 더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버스의 과속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운행기록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사고 버스는 이날 오전 7시 30분 경기 수원의 한 산악회원들을 태우고 전북 완주군 대둔산으로 가던 길이었다.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자 산악회원 외에 일반 등산객을 추가로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 이모 씨는 “관광이 아닌 등산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음주가무는 없었다”며 “안전띠는 대부분 제대로 착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고속도로 갈림목과 나들목은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는 차량이 많아 사고 위험이 크다. 지난달 승객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울산 버스 화재도 갈림목 부근에서의 무리한 끼어들기로 발생한 사고였다. 도로교통공단이 2009∼2013년 50건 이상의 사고가 일어난 경부고속도로 사고 다발지역 4곳을 분석한 결과 모두 차로 변경이 잦은 구간이었다. 판교 나들목 주변이 65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원 나들목(60건), 서울요금소(57건), 동탄 갈림목(52건) 순이었다. 대형 전세버스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승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단풍놀이, 결혼식이 많은 10, 11월은 전세버스 사고가 가장 잦은 시기다. 최근 5년 동안 전세버스 사고로 숨진 199명 중 25.1%가 10월(31명)과 11월(19명)에 목숨을 잃었다.대전=지명훈 mhjee@donga.com / 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