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무사고 35년 버스회사’ 비결은 디지털운행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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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운전자들 매달 주행기록 제출
‘4시간반 운행후 휴식’ 등 확인… 위반땐 회사-운전자 ‘벌금 폭탄’

독일에서 작은 버스회사를 운영 중인 랑코 크르츠마르 사장이 주행시간 및 속도 등이 담긴 운전사들의 디지털운행기록을 점검하고 있다. 다름슈타트=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독일에서 작은 버스회사를 운영 중인 랑코 크르츠마르 사장이 주행시간 및 속도 등이 담긴 운전사들의 디지털운행기록을 점검하고 있다. 다름슈타트=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버스 면허를 엄격하게 관리해도 운전사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교통사고는 줄지 않는다. 특히 유럽은 국경을 넘나드는 게 자유롭다. 수천 km를 달려온 다른 나라의 버스가 휴게시간이나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도로를 누빌 수 있는 것이다. 독일 정부가 버스나 대형 화물차량 사고 예방을 위해 디지털운행기록계(DTG)를 꼼꼼히 관리하는 이유다.

 독일 버스회사의 관리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30km가량 떨어진 소도시 다름슈타트의 한 전세버스 회사를 찾았다. 사장을 포함한 직원 7명이 버스 6대를 운행하는 작은 회사다. 그러나 까다로운 운행기록 관리만큼은 대형 운수회사 못지않았다.

 이 회사 버스의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건 무려 35년 전이 마지막이다. 보스니아의 한 도로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 갓길에 서 있던 트럭과 충돌한 사고였다. 그 뒤로 단 한 차례도 사람이 다치는 버스 사고가 없었다. 사소한 접촉 사고도 손에 꼽을 정도다. 대를 이어 회사를 운영 중인 랑코 크르츠마르 사장(43)은 “운행 스케줄이 아무리 급해도 절대 과속을 하지 않도록 교육한다”고 말했다.

 안전운행의 가장 큰 비결은 꼼꼼한 DTG 점검이다. 운전사들은 매달 주행기록을 제출한다. ‘4시간 반 운행 후 휴식’ ‘1주일 56시간 이하 운행’ 등 기준을 지켰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위반이 확인되면 회사는 벌금 1만 유로(약 1260만 원), 운전자는 500유로(약 63만 원)를 내야 한다. 경찰은 장거리를 달리는 동유럽 버스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상습 위반 회사들을 집중 관리한다.

 경찰 단속이 까다로워진 건 최근 대형 차량의 운행기준 위반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독일 교통부가 대형 화물차 약 2만2000대를 점검한 결과 5533대에서 운행기록 조작 흔적이 발견됐다. 크르츠마르 사장은 “지난달 운행기록 감사를 받은 프랑크푸르트의 한 운수회사는 벌금 60만 유로(약 7억5700만 원)를 냈다”며 “회사가 책임감을 갖고 운행 실태를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차량 안전장치도 꼼꼼하게 갖추고 있다. 최근 구입한 약 6억 원짜리 신형 버스는 3시간 이상 주행하거나 지그재그로 주행할 경우 계기판에 커피잔 모양의 램프가 깜빡인다. 휴식이 필요하니 쉬었다 가라는 의미다. 크르츠마르 사장은 “가족 여행객을 태울 때를 대비해 항상 카시트도 준비해 둔다”고 말했다.

다름슈타트=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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