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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날 그렇게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면 나도 당신을 그렇게 쳐다볼 거야.” 1971년 미국 예일대 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여학생은 작정한 듯 책을 덮고 넓은 도서관을 가로질러 걸어와 한 남자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적어도 이름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난 힐러리 로댐인데 넌 누구니”라는 질문과 함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소개한 부인 힐러리와의 첫 대화다. 빌 클린턴은 힐러리의 당당하고 솔직한 매력에 끌렸다. 그래서 퇴짜를 맞으면서도 세 번이나 청혼을 했던 것일까. 그는 “어떻게 하면 이 여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며 청혼 이야기를 꺼냈다. 첫 청혼은 로스쿨에서의 마지막 해 힐러리가 생애 처음 방문한 외국인 영국에서 시도했다. 에너데일 호숫가에서 그는 잔뜩 분위기를 잡고 “결혼해 달라”고 했지만 그녀는 “안 된다”고 거절했다. 클린턴은 단호한 그녀에게 자세를 낮춰 접근해 보기로 했다. “난 당신이 나와 결혼해주길 진정 바라지만 꼭 해줘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힐러리는 웃어넘길 뿐이었다. 그러다 힐러리가 클린턴의 고향 아칸소 주에 왔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 클린턴이 시카고로 돌아가려는 힐러리를 차로 공항에 데려다 주는 길이었다. 힐러리가 길가의 작은 벽돌집을 보고 “너무 예쁘다”고 감탄했다. 클린턴은 이때다 싶어 힐러리가 떠난 후 대출을 받아 그 집을 샀고 힐러리가 돌아왔을 때 “당신이 좋아하는 그 집 사놨으니 결혼해야 한다”고 말해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 둘에게 연애와 결혼은 서로를 발전시키는 과정이었다. 클린턴은 “대학생 때 우리 또래 젊은 민주당원이 많았지만 힐러리처럼 사람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실천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힐러리는 내게 시민들이 만드는 공공 서비스라는 새로운 세상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클린턴 부부는 정치인으로 성장하며 서로 자극을 준 것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사형제 도입은 터키 정부 스스로 결정할 일입니다.” 아르슬란 하칸 옥찰 주한 터키 대사(62·사진)는 26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주한 터키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잘 이해하고 있으니 그 누구도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칠 순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터키의 사형제 도입 움직임이 민주주의에 반(反)한다며 비판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옥찰 대사는 “쿠데타 시도 후 시민들이 ‘주동자들을 목매달아야 한다’며 감정적으로 흥분해 있어 당장 사형제 도입을 결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형제는 국민감정이 수그러졌을 때 신중하게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터키 당국이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추종하는 ‘귈렌파’가 한국에도 뿌리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옥찰 대사는 “한국에서도 귈렌 연계 조직이 기업, 교육, 문화 단체로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한국에 거주하는 터키인들에게 이 조직에 현혹되지 말 것을 꾸준히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를 대표하는 조직은 그런 조직이 아니라 우리 대사관임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며 귈렌파를 견제했다. 한국에는 특히 터키에서 유학 온 젊은이들이 많아 이들이 귈렌파에 휘둘릴 것을 우려하는 눈치였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한국 여성들의 평균 키가 100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남성 평균 키도 같은 기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 마지드 이자티 영국 임피리얼대 교수 연구팀이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으로 179개국 18세 남녀 1860만 명이 1914∼2014년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한국 여성 평균 키는 1914년 142.2cm에서 2014년엔 162.3cm로 20.1cm 자랐다. 같은 기간 일본은 16cm 성장해 158.3cm, 세르비아는 15.7cm 자란 167.7cm로 각각 성장 폭 순위 2, 3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100년간 9.5cm 자라 159.7cm, 미국은 5cm 커진 163.5cm였다. 북한 여성 평균 키는 1914년 149.1cm로 남한 여성보다 컸지만 2014년에는 9.9cm 자란 159cm로 남한 여성에 못 미쳤다. 같은 기간 한국 남성의 평균 키는 159.8cm에서 174.9cm로 15.1cm 커졌다. 성장 폭이 이란(16.5cm), 그린란드(15.4cm)에 이어 3번째로 컸다. 100년 전에는 북한 남성 평균 키(160.6cm)가 남한 남성보다 컸지만 2014년에는 172cm에 머물렀다. 전체적으로 유럽 중동 아시아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미국인의 성장은 비교적 더뎠다. 2014년 현재 남성 평균 키 1위 국가는 네덜란드(182.5cm), 여성 평균 키 1위는 라트비아(169.8cm)다. 남성과 여성 평균 키가 가장 작은 나라는 각각 동티모르(159.8cm)와 과테말라(149.4cm)다. 100년 전 세계 3, 4위 장신 국가였던 미국은 2014년엔 남성(177.1cm) 여성(163.5cm) 모두 40위 안팎으로 밀려났다. 연구팀은 “미국인 성장세가 둔화된 이유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이민을 왔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며 “미국인들의 식습관이 영양의 질이 떨어지고 불균형한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국이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WTO는 재앙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아 그가 집권하면 본격적인 글로벌 무역 전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는 24일(현지 시간)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나와 “국외로 일자리를 가져가는 미국 기업의 제품에는 15∼35%의 세금을 매길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WTO와 재협상하거나 WTO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세금을 물리면 WTO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질문에 대해 트럼프는 “재협상을 하거나 아니면 철수할 것”이라며 “WTO는 재앙이다”라고까지 주장했다. 트럼프가 WTO를 탈퇴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발언이 연일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의 ‘무역빗장 걸기’가 지난 1년 동안 이미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WTO가 공식 조정에 착수한 분쟁 건수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5일 WTO가 발간한 ‘2016년 세계무역통계 리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7개월간 WTO 회원국 163개국 중 조사에 응한 70개국이 단행한 무역제한 조치는 154건으로 월평균 22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월평균 15건)보다 47% 증가한 것으로 2011년(월평균 23건) 이후 5년 만에 최대다. 무역제한 조치는 수출입 관세 신설이나 인상, 수입 금지, 복잡한 세관 절차, 수출입 세금 등을 포함한다. 반덤핑·상계 관세나 긴급 수입제한 조치 등 합법적인 무역방어 수단 외에 WTO가 자유무역을 방해한다고 판단한 정책이다. 경쟁국이 서로 무역 빗장을 걸면서 무역 분쟁도 격화되고 있다. WTO 2016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WTO 산하 분쟁조정기구(DSB)가 지난해 회원국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신설한 패널(위원회)은 15개다. 이는 2003년(19개)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그만큼 분쟁이 많았다는 뜻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에서 따뜻한 커피와 샌드위치, 시원한 슬러시 등이 처음으로 드론을 통해 배달됐다. 시범 비행이지만 ‘드론 배달 시대’가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드론 스타트업인 플러티는 22일(현지 시간) 자사 트위터 계정에 “플러티와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최초로 편의점에서 가정으로 드론 배달을 성공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과 AFP통신에 따르면 플러티와 세븐일레븐은 11일 미국 네바다 주 리노의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온도를 유지하는 특별 상자에 음식을 담아 1.6km 떨어진 한 가정집에 배달했다. 음식을 나르는 데 드론 2대가 활용됐다. 드론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가정집 위치를 추적해 도착한 후 가정집 뒤뜰에 음식 상자를 내려줬다. 이번 드론 배달은 미 항공당국의 허가를 받은 첫 상용 배달이다. 네바다 주 정부 지원으로 자율주행시스템을 감독하는 비영리단체 네바다자율시스템협회(NIAS) 크리스 월러치 국장은 포천 인터뷰에서 “배달의 위험을 분석하고 배달지역 거주자의 안전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비행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구글 등 다른 미국 기업들도 드론 배달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에서 따뜻한 커피와 샌드위치, 시원한 슬러시 등이 처음으로 드론을 통해 배달됐다. 시범비행이지만 ‘드론 배달 시대’가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드론 스타트업 기업인 플러티는 22일(이하 현지 시간) 자사 트위터 계정에 “플러티와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최초로 편의점에서 가정으로 드론 배달을 성공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과 AFP통신에 따르면 플러티와 세븐일레븐은 11일 미국 네바다 주 리노의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온도를 유지하는 특별상자에 음식을 담아 1.6㎞ 떨어진 한 가정집에 배달했다. 음식을 나르는 데 드론 2대가 활용됐다. 드론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가정집 위치를 추적해 도착한 후 가정집 뒤뜰에 음식상자를 내려줬다. 이번 드론 배달은 미 항공당국 허가를 받은 첫 상용 배달이다. 네바다 주 정부 지원으로 자율주행시스템을 감독하는 비영리단체 네바다자율시스템협회(NIAS) 크리스 월러치 국장은 포천 인터뷰에서 “배달의 위험을 분석하고 배달 지역 거주자의 안전과 사생활을 보호 하기 위해 비행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플러티가 드론 배달에 성공한 네바다 주는 미 연방항공청(FAA)이 지정한 6개 드론 시범지구 중 한 곳이다. 이 곳에서는 정부와 기업 대학 등이 긴밀히 협력해 드론 상용화를 이뤄가고 있다. 플러티는 3월 이곳에서 미국 최초로 주거지역 드론 택배 시험 비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아마존 구글 등 다른 미국 기업들도 드론 배달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FAA는 지난달 상업용 드론 운행 규정을 정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는 전당대회에서 ‘안전을 책임질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잇따른 테러에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며 분노하는 ‘앵그리맘’을 겨냥한 전략이다. 공화당 대선 정강에는 ‘안전’과 ‘안보’라는 단어가 72번이나 나온다. 민주당 정강 초안에 등장한 횟수(47회)보다 훨씬 많다. 표현도 단호하다. 이민자와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국토안보부는 위험한 외국인을 우리 동네에서 몰아내기 위해 권한을 활용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트럼프 막내딸 티퍼니는 19일(현지 시간) 전당대회 연설에서 트럼프를 ‘따뜻한 아버지’로 소개했다. 티퍼니는 “아빠는 내가 그간 이뤄낸 일이 크건 작건 간에 뭐든지 자랑스럽게 여겼다”며 “유치원 때부터 아빠가 써준 따뜻한 격려 메모들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런 전략에 엄마들의 표심이 트럼프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는 “막말대장 트럼프가 여성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최근 우리 동네 도로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혼란 때문에 트럼프가 여성 유권자 지지를 얻을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여성 혐오 발언으로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 지지율이 높지 않았다. 미국 보수단체 ‘미국을 걱정하는 여성들’의 페니 낸스 씨는 로이터에 “우리는 매일 애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TV에서 테러가 터졌다는 소식이 나오니 ‘국가안보’를 강조하는 트럼프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감옥에나 가라.” “밝은 오렌지색 점프슈트(죄수복)나 입어라.” 18일(현지 시간)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인뿐 아니라 각종 테러 사고의 유족, 유명 연예인 등 다양한 연설자들이 한목소리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경쟁자인 클린턴 때리기에 나섰다. 2012년 리비아 벵가지에서의 미국영사관 테러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퍼트리샤 스미스 씨(여)는 연설자로 나서 “내 아들을 죽게 만든 클린턴을 비난한다”며 울먹였다. 그는 전당대회장 무대 앞에서 대의원이 들고 있던 ‘힐러리를 감옥으로(Hillary for prison!)’라는 피켓을 가리키며 “그렇다. 클린턴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외쳤다. 이어 “트럼프는 클린턴에게 없는 모든 것을 갖고 있다”며 지지를 촉구했다. 대릴 글렌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콜로라도)도 지지 연설에서 “클린턴은 ‘바지 정장(팬츠 슈트·클린턴의 별명)’을 사랑하는데, 그녀에게 e메일을 보내 ‘밝은 오렌지색 점프슈트’(상의와 바지가 이어진 미국의 죄수복)를 입어야 한다고 말해줘야겠다”고 비아냥댔다. 최근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 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그녀를 감옥에 보냈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일부는 사실과 다른 비방을 해 언론이 바로잡기도 했다. 마이클 매콜 연방 하원 국토안보위원장(공화·텍사스)은 “클린턴이 국경 개방과 시리아 난민 급증을 지지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허용을 지지하긴 했지만 국경 개방을 촉구하지는 않았다”며 “시리아 난민도 유럽 국가들의 허용 수준보다 훨씬 적은 6만5000명까지만 받아들이려 했다”고 반박했다. 일부 언론들은 클린턴 비판 일색인 공화당을 역으로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갈라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유일하게 화합하게 만드는 이는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을 지켜보면 현실적으로 이 당의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방법은 클린턴을 공격하는 것밖에 없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혹평했다. 클린턴은 공화당 전당대회장이 있는 클리블랜드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걸리는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서 작정한 듯 반격에 나섰다. 클린턴은 18일 신시내티 전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연차총회에 참석해 “트럼프는 민주주의의 위협이다. 우리의 첫 번째 흑인 미국 대통령의 정당성을 깎아내리고 있다”며 흑인 유권자의 민심을 흔들었다. 또 최근 흑백 갈등과 관련해 “광기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강조해 공화당과 다른 포용성을 드러내려 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클린턴이 트럼프의 전당대회를 들이받고 있다”고 보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공화당은 18일(현지 시간) 발표한 대선 정강에서 북한을 ‘김정은 일가의 노예 국가(the Kim family’s slave state)‘라고 규정하고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해제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이날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개막한 전당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새 정강을 채택했다. 공화당은 정강에서 “핵 재앙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김정은 일가의 노예 국가‘를 변화시키는 게 불가피하다는 점을 중국 정부가 깨닫길 촉구한다”며 “미국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벽한 해제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북한은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이란도 조만간 보유하려 하고 있다”며 “전자기파(EMP) 폭탄은 더 이상 이론적 우려가 아닌 실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높은 상공에 핵무기가 단 하나만 터져도 우리의 전력망과 핵심 인프라가 붕괴되고 수백만 명의 목숨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을 위한 동맹국과의 협력도 강조됐다. 공화당은 “미국은 태평양 국가로서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 조약 동맹국들과 경제 군사 문화적 유대를 갖는다”며 “동맹국들과 북한에 인권을 바로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두 회사가 합의한 인수금액은 234억 파운드(약 35조1795억 원)다. ARM홀딩스의 15일 종가(주당 17파운드)에서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에서 나온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아시아 기업의 영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언론들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59·사진)이 거금을 투자해 반도체 분야 회사를 인수한 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손 회장은 최근 “아직 더 일하고 싶다”며 후계자를 고문으로 밀어내고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이번 인수를 성사시켰다. 소프트뱅크는 “ARM홀딩스를 사물인터넷(IoT) 사업 확장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ARM홀딩스는 반도체 설계회사로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하드웨어 업체로부터 반도체 설계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다. 애플 아이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A9과 삼성전자 엑시노스7 시리즈, 퀄컴 스냅드래건 시리즈 등이 모두 ARM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전자업계는 보통 M&A가 이뤄지더라도 상표권이나 영업권 및 기존 고객과의 거래 조건은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ARM의 사업 방식 등에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추이를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후 이어진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엔화 가치 상승도 이번 인수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면서 다른 글로벌 기업도 알짜 영국 기업 사냥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중국 완다그룹 자회사인 미국 AMC엔터테인먼트는 12일 영국 오데온&UCI시네마스그룹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속도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해외 기업들이 영국 기업 인수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며 “영국 기업을 싼값에 인수한 해외 기업들은 영국 정부의 엄격한 조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최근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틈타 영국 대표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지현 기자}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두 회사가 합의한 인수금액은 234억 파운드(약 35조1795억 원)다. ARM홀딩스의 15일 종가(17파운드)에서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에서 나온 최대 규모 M&A(인수합병)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아시아 기업의 영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언론들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거금을 투자해 반도체 분야 회사를 인수한 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손 회장은 최근 “아직 더 일하고 싶다”며 후계자를 고문으로 밀어내고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이번 인수를 성사시켰다. 소프트뱅크는 “ARM홀딩스를 IoT 사업 확장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ARM홀딩스는 반도체 설계회사로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하드웨어 업체로부터 반도체 설계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다. 애플 아이폰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A9과 삼성전자 엑시노스7 시리즈,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 등이 모두 ARM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전자업계는 보통 인수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상표권이나 영업권 및 기존 고객과의 거래 조건은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ARM의 사업 방식 등에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추이를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후 이어진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엔화가치 상승도 이번 인수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면서 다른 글로벌 기업도 알짜 영국 기업 사냥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중국 완다그룹 자회사인 미국 AMC엔터테인먼트는 12일 영국 오데온&UCI시네마스그룹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속도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해외기업들이 영국기업 인수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며 “영국기업을 싼값에 인수한 해외기업들은 영국 정부의 엄격한 조사를 받아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최근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틈타 영국 대표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는 외국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촉발된 글로벌 무역전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카드로 해석된다. 미중 간 무역전쟁의 전초전은 이미 곳곳에서 치러졌다. 미국은 5월 중국산 냉연강판에 무려 500% 이상의 관세를 물렸다. 4월에는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발표하며 중국에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이 이보다 더한 WTO 제소까지하고 나선 것은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12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해 중국 입지가 크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세계의 여론이 악화될 때 내친김에 무역 공격까지 가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무역전쟁에서는 세계적인 경기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보호무역’으로 해결하겠다는 속셈이 엿보인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13일 발표한 ‘세계무역경보(GTA)’에 따르면 국제교역량은 2015년 1월부터 1년 반이 넘게 정체됐다. 사이먼 에버넷 스위스 장크트갈렌대 교수는 “국제교역이 이렇게 장기간 늘지 않은 건 경제사에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게다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세계 무역 판도가 재편될 상황에서 미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통상질서로 이끌기 위해 각국을 통제하는 측면도 있다. 미국에 우호적인 영국이 EU에서 분리되면 미국이 유럽을 자국의 이익에 맞게 활용하기가 힘들어진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국제 통상질서가 복잡하게 변해 미국에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의 환율전쟁 움직임도 거세다. 브렉시트로 엔화 가치 강세에 고전하던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2일 일본을 방문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재정 정책과 함께 통화 정책으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장기적으로 수출량을 떠받치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브렉시트 진원지인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14일 사상 최저인 0.5%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발표했으나 다음 달에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을 예고했다. 미중 간엔 유례없는 특허전쟁도 격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휴대전화 회사인 화웨이(華爲)는 이달 초 미국 텍사스 주에서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을 상대로 이동통신기술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중국 휴대전화업체 바이리(伯利)는 중국 내에서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설계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닝링 왕 헨더슨 패러보 개릿&더너의 파트너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다른 기업들도 특허 공격에 가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 국제회의에서 보호주의 자제를 거듭 요구하고 무역 및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둘러싼 미중 간의 안보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확산됐다. 주요 2개국(G2)이 무역전쟁에 적극 나서고 각국의 환율전쟁에 특허전쟁까지 겹쳐 글로벌 ‘보호주의 냉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13일(현지 시간) 원자재를 수출할 때 부당한 관세를 매긴다는 이유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구리와 납 등 9가지 원자재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부과하던 5∼20%의 관세를 2001년 WTO 가입 이후 없애야 하는데 중국은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중국을 상대로 이뤄진 13번째 WTO 제소다. 미국은 전날 중국산 스테인리스 철강재 일부에 대해 중국이 57.3∼193.12%의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상계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는 14일 성명에서 “미국이 이 같은 요구를 제출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국들의 환율전쟁과 특허전쟁 움직임도 일어나는 등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공고해지고 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미국 중심의 통상 질서가 불안해지자 상대국을 단속하고 있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의 원자재 수출품 세금 부과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A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13일 “중국 정부가 원자재 수출품에 부과하는 세금 때문에 원자재가 중국 제조기업들에는 저렴하지만 미국 기업들에는 비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무역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비판하며 중국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도 현 정부에 비해 보호주의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후 자국 수출품에 대한 세금을 없애야 했지만 세금을 유지했다. 세금은 미국 제조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가격을 높여 결국 이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게끔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중국 대사관 측은 AP통신에 “무역 보호주의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합의”라며 “중국은 미국에 대해 WTO 규정을 준수하고 무역 구제 수단을 남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검은 머리에 피부가 까무잡잡한 라틴계 공주가 처음으로 미국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미국 USA투데이는 22일 저녁 방영되는 새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발로의 엘리나(Elena of Avalor)’에 라틴계 공주 엘레나가 주인공으로 데뷔한다고 13일 보도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그 동안 아랍 공주 재스민, 인디언 공주 포카혼타스, 중국 공주 뮬란, 흑인 공주 티아나가 등장했지만 지금껏 라티노 공주는 없었다. 16세인 엘레나는 중남미 신화에 나오는 마법에 걸린 동화 왕국 ‘아발로’에 산다. 디즈니의 인기 프로그램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에 조연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주연은 처음이다. 이번 애니메이션은 최근 성장한 라틴계 어린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상품이다. 라틴 팝과 살사, 반다 등 다양한 중남미 음악을 선보인다. 엘레나의 목소리는 배우 겸 가수 아미 카레로(27)가 맡았다. 엘레나가 머리에 꽂은 살구꽃 등 남미의 풍경이나 문화 특성을 담을 예정이다. 다이앤 로드리게즈 문화 컨설턴트는 “이번 작품은 남미 문화에 대한 라틴계 어린이들의 향수를 자극시키는 시각적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미국의 흑백 갈등, 유럽의 이민자 혐오 등 세계 곳곳에서 곪아 있던 ‘인종차별적 혐오’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개인적 분노에 머물렀던 인종 혐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집단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시에서 7, 8일 발생한 백인 경찰과 흑인 용의자 사망 사건은 미국 전역에서 시위를 촉발하며 인종 갈등을 격화시켰다. 프레드릭 해리스 컬럼비아대 흑인정책사회연구소 국장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현재 미국은 잠재됐던 인종 갈등이 끓어오르는 시점에 이르렀다. 또 다른 ‘붉은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가 말한 ‘붉은 여름’은 1919년 여름 발생한 미국 사상 최악의 흑백 충돌을 뜻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후 혼돈 속에 빠진 영국에서도 이민자 혐오 사건이 터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영국 링컨셔 주 보스턴에 사는 폴란드계 모니카 바긴스키 씨(32·여)는 NYT에 “‘이 외국인아, 넌 곧 쫓겨나게 될 거다’라는 등 수년간 들어보지 못했던 모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 해머스미스의 폴란드사회문화협회 건물 입구에서는 인종차별적인 낙서가, 케임브리지셔에서는 ‘더 이상 폴란드 기생충은 필요 없다’고 적힌 카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브렉시트 이후 인종차별로 영국에 사는 인도인들도 영향을 받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브렉시트로 인해 이민자들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인종차별 현상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영국에서는 ‘안전핀 꽂기’ 캠페인이 시작됐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이들이 ‘누구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을 담아 옷에 핀을 꽂고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반(反)이민자들을 지지층으로 끌어안기 위해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있다. 이달 초 호주 총선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된 폴린 핸슨 ‘하나의 국가’ 대표(62·여)는 4일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시드니 사람들은 밀려드는 아시아인들에게 두려움을 갖고 있다. (아시아인들이 주도하는)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핸슨 대표는 1990년대부터 아시아인의 호주 이민을 반대했던 인물이다. 독일에서는 우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부대변인이 아버지가 가나인인 독일 축구스타 제롬 보아텡에 대해 “사람들은 보아텡을 축구 선수로 좋아하지만 이웃으로 맞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인종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폭발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학)는 “인종차별 사건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회 전체로 확산돼 소수자들은 분노를 더욱 강하게 표출하고, 기득권은 이에 더 배타적으로 대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다문화사회가 돼 가고 있어 이민자에 대한 사회의 반감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원 IOM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에서도 경제가 어려울 때 사회적 분노가 이민자나 외국인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될 수 있다”며 “호주처럼 인종차별 발언이나 폭력을 방지하는 규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캄보디아 ‘킬링필드’를 세계에 알린 시드니 섄버그 전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9일(현지 시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고 NYT가 전했다. 향년 82세. 그는 1970년대 캄보디아 내전을 취재하면서 킬링필드 대학살을 세상에 알려 퓰리처상을 받았다. 킬링필드는 급진 공산주의 정권 크메르루주 군이 노동자와 농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인구의 25%에 해당하는 200만 명의 지식인과 부유층을 학살한 참사다. 크메르루주 군에 억류됐던 그는 프랑스대사관을 통해 탈출해 대학살 실태를 보도했다. 그 후 캄보디아를 탈출한 디트 프란에게서 들은 참상을 토대로 1980년 ‘디트 프란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도 썼다.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킬링필드’의 원작이 이 책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경찰이 8일 경찰 저격범을 사살하며 ‘폭탄 로봇’을 투입해 ‘경찰의 군대화’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경찰이 군의 대(對)테러 조직에서나 사용하는 전쟁용 폭탄 로봇을 용의자 진압 과정에서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CNN은 댈러스 경찰이 주차장에 숨어 있던 경찰 저격 사건 용의자인 마이카 제이비어 존슨(25)을 사살하며 폭탄이 달린 로봇을 사용했다고 9일 보도했다. 데이비드 브라운 댈러스 경찰청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폭탄 로봇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며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리 경찰이 막대한 위험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댈러스 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로봇은 미국의 대표적 방위산업체인 노스럽 그러먼 계열사인 노스럽 그러먼 리모텍 안드로스가 제작했다. 무게는 약 220kg으로 다양한 센서를 갖추고 있어 리모컨으로 조종된다. 전문가들은 로봇이 앞으로 경찰의 과잉 진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014년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흑인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의 총격에 사망했을 때도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다. 당시 주방위군이 투입돼 전쟁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캠퍼스의 엘리자베스 조 교수(법학)는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경찰의 로봇 사용이 새로운 법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한국과 일본, 유럽의 기술 선진국들이 세계적으로 기술경쟁이 한창인 자율주행 자동차의 공통 기준을 만든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이는 별도의 공통 기준을 마련하려는 미국 기업들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2018년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움직이지 않고 옆 차로로 추월하거나 차로를 변경할 수 있는 기술의 기준을 함께 만들 예정이다. 운전자의 졸음운전 및 한눈팔기 예방 장치, 운전자가 자동차의 경고에 반응이 없을 때 자율주행 자동차 스스로 안전한 장소에 정차하는 기술 등도 공통 기준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독자적으로 관련 기준을 만들 계획이어서 한-일-유럽과 미국 간의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기술 선진국들이 인증한 안전한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는 미국의 GM, 일본의 도요타·닛산자동차, 독일 다임러그룹 등 자동차회사와 미국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고를 내 파문이 일자 안전성이 입증된 개발 및 운행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2003년 이라크전은 부정확한 정보와 성급한 판단에 의해 발발했으며 전쟁을 피하기 위한 모든 조치가 취해진 다음 최후의 수단으로 강구된 것이 아니어서 “전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당시 이라크전 참전을 결정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이라크전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예상된다.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과 수행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조사를 맡은 존 칠콧 경(77)은 6일 런던 퀸엘리자베스 2세 콘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3년 영국의 이라크 전쟁 참여는 매우 잘못된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2009년부터 7년간 150명의 증언을 듣고 15만 건의 문서를 분석한 결과를 담은 260만여 단어, 12권짜리 공식 보고서를 제출했다. ‘칠콧 보고서’에는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에 영국이 참전해 2009년 철군할 때까지 토니 블레어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 결과가 담겼다. 칠콧 경은 “당시 영국 정부는 군비 축소와 같은 평화로운 방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전쟁에 참여했다”며 “사담 후세인은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칠콧 경은 또 “블레어 전 총리는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해 결함이 있는 정보를 기초로 이라크전 참전을 결정했다”며 내각회의에서 장관들 간 자유로운 토론과 반론 제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레어 전 총리가 이라크에 대한 미국 정책 결정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했다”면서 “당시 블레어 총리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에 미온적이었던 프랑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위를 약화시킨다고 비난했으나 정작 유엔 안보리의 권위를 약화시킨 것은 미국과 영국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의 군사 개입이 “매우 나쁜 길로 빠진 결과 이라크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영국군은 6년간 179명이 전사했고 미군은 4487명이 전사했다. 반면 이라크인은 15만 명이 숨지고 1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칠콧 경은 지적했다. 따라서 이라크전의 법적 정당성은 “만족과 한참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와 내각이 이라크전에 참전하기 위해 의회와 국민에게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오도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블레어 전 총리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당시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예외나 변명 없이 당시 있었던 어떠한 실수에 대해서라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사담 후세인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영국군을 투입하겠다는 나의 결정에 대해 사람들이 찬성하든 반대하든, 나는 이것이 영국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결정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보고서가 공개된 뒤 “모두가 이번 보고서를 매우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당시의 결정으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레어와 같은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라크전이 국제법상 불법적인 침략전쟁이라 주장했지만 블레어를 전범으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과거 발언을 다시 꺼내들지는 않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가드너는 6일 ‘이라크전과 그 결과에 대한 3가지 진실’이라는 칼럼에서 국제 테러 확산과 난민 문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잘못된 이라크전의 연쇄효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은 세계적 안보 위협을 만들어 냈으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지하드 조직 ‘이슬람국가(IS)’”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방의 무책임한 시리아 정책으로 시리아 난민이 생겼고 EU는 난민 유입을 억제하면서 터키의 EU 내 무비자 통행을 허용키로 했다”며 “수백만 무슬림의 EU 통행에 대한 우려가 브렉시트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칠콧보고서 어떻게 만들어졌나150명 인터뷰… 문서 15만건 분석, 부시-블레어 개인 메모도 조사‘칠콧 보고서’는 2003년 이라크전에 영국이 참전해 2009년 철군할 때까지 토니 블레어 정부의 문제점을 조사한 보고서다. 당시 영국의 참전 명분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개발 중인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라크전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블레어 정부를 계승한 고든 브라운 정부가 2009년 6월 이에 대한 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다. 5명의 조사위원은 영국 국왕의 자문기관인 추밀원 위원에서 선정했다. 위원장을 맡은 존 칠콧 경은 북아일랜드부 차관과 내부무 부차관을 거친 행정관료 출신이다. 여기에 학자 출신의 로런스 프리드먼, 외교관 출신의 로더릭 라인 경, 상원의원인 프라샤 남작부인, 역사학자 마틴 길버트 경이 참여했다. 2년여에 걸친 청문회를 통해 150명의 증언을 듣고 15만 건의 문서를 분석했다. 특히 30년 뒤 공개토록 돼있는 정부 비밀문서 접근 문제로 오랜 씨름을 벌인 끝에 2014년 내각의 국무회의 발언 자료와 당시 블레어 총리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간에 오간 개인적 메모까지 살펴볼 수 있게 됐다.권재현 confetti@donga.com·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