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백 96을 본 류동완 2단은 참고도를 그려본다. 흑 14까지 좌변에서 제법 큰 집을 마련할 수 있지만 백 15를 당하는 순간 덤까지 포함해 15집은 뒤져 있다. 이 정도 차이가 나면 더 바둑을 둘 흥이 나지 않는다. 잠시 뜸을 들이던 류 2단은 하변 흑 41을 가리키며 돌을 거뒀다. 흑 41은 흑을 한순간에 패망으로 이끈 수였다. 이단젖힘을 매끈한 맥처럼 여긴 것이 착각이었다. 백 40의 위쪽을 둬 백 석 점을 끊는 것이 정수였다. 프로의 감각으로는 무식한 수법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뒀어야 형세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이후 진행은 흑의 참화였다. 백 62까지 우하 흑은 졸지에 불귀의 객이 됐다. 이 흑을 둘러싼 백돌도 차례차례 탈출하거나 두 집 내고 살아버렸다. 복기를 하는 류 2단의 모습에 일찍 판을 그르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강자와 한번 멋지게 둬보자는 대국 전 결의를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와르르 무너진 것이 못내 아쉽다. 흑 41 이하는 복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 류 2단은 본선 1회전에서 꿈을 접었다. 최철한 9단의 다음 상대는 원성진 9단. 동갑내기인 원 9단은 현재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에 올라가는 등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첫판은 생각보다 쉽게 넘었지만 앞으로 첩첩산중이다. 82…77. 96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우하 흑이 잡히면서 사실상 바둑은 막을 내렸다. 하변 백이 아직 살지 못했지만 중앙과 하변 양쪽에 탈출구가 있어 아무런 이상이 없다. 흑 77, 79로 먹여치는 수는 몰아 떨어뜨리기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부질없는 짓처럼 보이지만 나름 이유가 있다. 참고도처럼 그냥 흑 1, 3으로 두면 백 10까지 흑이 장문에 걸려 잡힌다. 실전처럼 먼저 해둬야 백이 자충에 걸려 흑 돌을 잡을 수 없게 된다. 물론 부분적으론 맥이지만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부질없긴 마찬가지다. 백이 하변을 86부터 92까지 알뜰하게 살아나자 류 2단의 가슴엔 허탈함이 밀려온다. 첫 본선 진출. 상대가 막강 최철한 9단이지만 자신 있었다. 초반 자신의 구상대로 판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수의 결정적 실수로 100수도 되기 전에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백 96이 얄밉다. 평소 같다면 ‘가’로 침입하지만 지금은 굳이 힘들게 싸울 필요가 없다. 그저 위에서 삭감하는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백 96을 본 류 2단은 전의를 상실하고 돌을 던졌다. 더 두는 건 농락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하변 백 집만 60집에 달한다. 여기에 좌상 모양과 중앙을 합쳐 15집을 봐줘야 한다. 흑은 모든 집을 다 합쳐야 70집이 될동말동하다. 반면으로도 백이 이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20일 농심신라면배 세계연승최강전 3차전에서 랭킹 1위 이세돌 9단이 셰허 7단에게 발목을 잡혔다. 농심배는 한중일 3개국에서 5명씩 출전해 연승제 방식으로 승부를 가린다. 이 9단은 1번 주자를 자청하며 “10연승을 이뤄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혼자의 힘으로 한국팀의 우승을 이끌겠다는 것. 농심배의 전신인 진로배에서 서봉수 9단이 9연승을 거둔 기록에 도전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 9단은 2연승을 거뒀으나 역대전적이 1승 3패로 밀리던 셰허 7단에게 또다시 무릎을 꿇어 아쉬움을 남겼다. 전보에서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흑의 앞날은 온통 잿빛이다. 우하 흑 말이 두 집을 못 낸 상태. 주위 백하고 수상전이라도 벌여야 하는데 백 돌을 포위하기엔 흑 모양에 약점이 너무 많다. 흑 59가 뼈저린 후퇴. 참고도 흑 1로 틀어막고 싶은데 백 8까지 회돌이를 당한 뒤 백 10, 12를 당하면 대책이 없다. 사실 흑 59도 별다른 효과는 없다. 참고도처럼 중앙이 완벽하게 봉쇄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정작 중요한 하변 흑의 사활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백은 하변도 보강하지 않고 백 70, 72로 맛좋게 흑 한 점을 잡는다. 70수가 갓 넘었을 뿐인데 이미 백이 필승지세를 구축했다. 흑은 하변 백을 물고 늘어져 고기 값이라도 건져야 하는데 역시 마땅찮다. 우선 흑 73이 필수인데 이 수 자체가 과연 성립하는 걸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18년전 남편 송학운 씨는 직장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병원 치료로는 불가능하다고 해서 온갖 명약과 비법을 섭렵했으나 차도는 없었다. 결국 수술만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송 씨는 부인 김옥경 씨와 함께 요양원을 찾았다. 거기서 자연식을 접했다. 그들은 집을 산 속으로 옮겼다. 부인 김 씨는 ‘남편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철저한 자연식을 만들었다. 송 씨는 1년 만에 회복했고 학교에도 복직했다. 이들은 아예 암 환자에게 자연식을 보급할 목적으로 ‘자연생활의 집’(경남 양신)을 세웠다. 자연식은 특별한 재료나 비법을 쓰는 게 아니다. 그저 계절에 나오는 재료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조리한다. ‘기적의 식품’이 아니라 ‘평범한 식품’으로 몸을 치유한다는 것. 이 책은 자연식 식단을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아침 점심 저녁 끼니별로 조리법을 소개했다. 또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재료와 과일을 담아 일년 밥상을 제시했다. 이렇게 소개된 조리법은 350개에 달한다. 모두 ‘자연생활의 집’의 식단을 기초로 작성됐다. 만드는 과정 뿐 아니라 재료별 특징과 효능, 보관법, 대체 재료 등도 자세히 알려준다. 당장 음식을 장만하기 힘들다면 책에서 소개한 물 마시기 방법부터 실천해보자.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생수를 마련해 하루 7번 정도 계획을 세워 마신다. 2, 3잔은 일어난 직후에 마시고 △아침 식사 2시간 반 뒤△점심 식사 30분 전과 2시간 반 뒤 △저녁식사 30분 전에 한잔씩 마신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은 백의 매복 병사들을 만나 놀라긴 했지만 일단 기세로 밀어붙인다. 매복 병력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제 백병전은 불가피하다. 백 40까지 살과 살이 맞붙는다. 백병전엔 규칙도, 정도도 없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해야 한다. 한데 류동완 2단은 그 와중에 멋을 부리고 싶었던 것일까. 참고도처럼 무식하게 흑 1로 끊는 수 대신 매끈한 흑 41을 택한다. 흔히 이런 행마를 ‘족보에 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처절한 싸움에서 잠시 스타일에 신경 쓴 대가는 참혹했다. 당장 백 42로 보강하자 흑의 행마가 갑자기 둔해졌다. 흑 43으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데 백 44가 놓이자 흑 전체가 봉쇄된 꼴 아닌가. 역시 흑 41로는 참고도 흑 1처럼 앞뒤 안 가리는 수를 뒀어야 했다. 백 8까지 흑이 곤란해 보이지만, 흑 9로 두면 백 두 점을 잡을 수가 있다. 흑 11까지 불만 없는 진행. 백 12는 흑 15, 17로 회돌이축이 성립한다. 류 2단은 입술을 깨문다. 자신의 경솔함을 자책한다.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갇힌 흑이 안에선 살 수 없다. 결론은 흑을 둘러싼 백을 포위해 수상전을 벌이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백 50, 52 때 직접 막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야 한다. 이어 백 58에 류 2단은 흑의 앞길이 끊겼다는 것을 느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최철한 9단의 별명은 ‘독사’. 순박한 성품과는 달리 바둑판 위에선 상대의 말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걸로 유명하다. 특히 대마를 공격하는 힘은 프로기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류동완 2단은 이런 최 9단을 상대로 초반부터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힘이라면 자신 있다는 뜻. 류 2단은 흑 29로 젖혀 백말을 한 치의 여유도 없이 몰아붙인다. 이런 박력 있는 행마가 가능한 건 백이 자충에 걸리기 쉬운 모양이기 때문. 최 9단도 흑의 과감한 대시에 몸을 사린다. 백 30으로 조심스럽게 행마한다. 백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자 흑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다. 자충을 이용해 계속 쫓아가고자 한다. 흑 31은 백의 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둔 수.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신나게 백말을 공격하는 것 같은데 과연 흑 돌은 백을 공격할 만큼 단단한가? 최 9단은 의문표를 던진다. 그는 흑 31이 공포탄과 마찬가지로 위력이 없다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흑 31은 참고도처럼 두는 것이 온당했다. 백 32가 ‘독사’의 이빨처럼 날카롭다. 이어 백 34를 선수하고 36으로 보강하자 우하 흑만 무거워졌다. 기분에 취해 백을 쫓던 흑은 매복한 병사를 만난 듯 깜짝 놀란다. 그러나 아직은 쫓던 기분에 호기를 부려본다. 흑 37로 씌워 백 두 점을 재차 공격한 것. 최 9단의 눈가가 또다시 매서워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최근 열린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김지석 7단(21)이 중국 1인자인 쿵제 9단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승리했다. 또 허영호 7단(24)과 박정환 8단(17)도 4강에 올라 젊은 피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김 7단은 이세돌 9단을 꺾은 구리 9단과 대결을 펼친다. 세계대회에서 ‘투톱’ 이세돌 이창호 9단 외에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이 대국의 주인공은 최철한 9단과 류동완 2단. 두 기사의 명성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국수전을 두 번이나 우승했으며 국내 랭킹 2위인 최 9단이 우세하지만 이변은 언제나 존재한다. 요즘 젊은 기사들이 대개 그렇지만 류 2단도 상대의 명성에 주눅 들지 않는다. 흑 5, 11의 독특한 행마는 ‘자신만의 바둑’을 두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백 16은 백 18로 귀를 차지하겠다는 뜻. 백 24로 참고도처럼 두는 것은 백의 실패. 백돌을 연결하긴 했지만 흑 4를 빼앗긴다. 확실하긴 한데 너무 속도가 느린 것. 하지만 흑 25를 둔 류 2단의 얼굴엔 흐뭇함이 피어올랐다. 귀의 실리를 내주긴 했지만 백 넉 점의 급소를 붙여가 공격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아직 유불리를 따질 순 없지만 자신의 뜻대로 바둑이 흘러가는 것이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중앙 흑 대마의 생사는 어떻게 될까. 흑이 살겠다고만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살릴 수 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흑 57로 백 진으로 파고들어간다. 흑이 사지(死地)나 마찬가지인 곳으로 발을 담근 건 백의 실리를 최대한 부수며 살아야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목진석 7단은 흑의 도발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가 흑이었다고 해도 앉아서 지는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흑이 패배를 각오하고 나올 때 백으로서도 위험하다. 정확한 수순으로 바둑을 끝내지 못하면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 고근태 7단은 흑 63으로 또 한 번 버틴다. 그냥 68의 자리를 선수하고 살 수도 있지만 역시 이길 순 없다. 흑이 절박한 심정에서 연이어 던지는 승부수에 바둑의 긴장감은 점층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백 64가 목 9단의 안목을 보여주는 수. 흑이 어디로 받아도 백 64를 잡을 수 없다. 이젠 흑을 둘러싼 백 돌 중 어느 하나와 수상전을 벌이는 것이 고 7단의 유일한 희망이다. 흑 69, 71로 나와 끊었다. 흑 73까지 선수해 뭔가 그럴듯하다. 흑과 백의 수상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았는데…. 하지만 고 7단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었다. 백의 수를 줄이기 위해선 흑 75가 절대인데 백 76으로 틀어막는 수에 흑은 응수가 없다. ‘가’와 ‘나’가 맞보기. 고 7단은 돌을 던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고근태 7단은 흑 ○를 둘 때만 해도 흑 ○가 백의 근거를 빼앗는 좋은 수라고 느꼈다. 이로써 우세를 확립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의 착각이 깨지는 데는 몇 수 걸리지 않았다. 백이 14를 선수하고 16, 18로 쉽게 살아버리자 흑이 급하게 돌봐야 할 곳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흑은 부분적으로만 생각하면 20의 자리에 둬 모양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바둑은 전체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게임이다. 지금 모양을 먼저 돌보는 것은 한가하다. 19의 곳을 백에게 빼앗기면 실리가 크게 부족하다. 고 7단은 두 눈 딱 감고 흑 19를 먼저 둔다. 그 뒤의 일은 상대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상대도 실수할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건다. 그래도 백 20은 절로 비명이 나올 정도로 아픈 곳이다. 이 수로 좌하 쪽 흑 모양은 완전히 무너졌다. 역시 정상적이라면 흑 넉 점을 버리는 것이 맞다. 사정이 여의치 못하기 때문에 흑 21, 23으로 살려나간다. 흑 25가 선수여서 중앙 흑돌을 다 연결하긴 했는데 아직 100% 살지 못했다. 흑 33 때 참고도 백 1은 불가. 백이 한 수 부족이다. 그러나 목진석 9단은 더 좋은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백 34. 이 수가 놓이자 중앙은 물론 좌하 흑의 생사마저 불투명해진다. 백이 흑을 몰아가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