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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곳에 방을 잡도록 도와주세요.” 1999년 당시 23세였던 소말리아 난민 청년 아흐마드 후센(41·사진)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 토론토의 공공주택 ‘리젠트 파크’ 앞에서 입주 담당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집값이 저렴한 공공주택에 입주해야 돈을 아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18년 전 공공주택 거주권을 얻기 위해 정부에 호소했던 한 난민 청년이 캐나다의 이민부 장관이 됐다고 영국 BBC가 15일 보도했다. 후센은 17세였던 1993년 형제들과 함께 전쟁으로 폐허가 된 소말리아를 탈출해 온타리오 주 항구도시 해밀턴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고학하며 고교를 마친 그는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캐나디안 드림’을 안고 토론토의 요크대에 진학했다. 후센은 대학 재학 중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공공주택 거주권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조지 스미서먼 당시 의원(자유당)의 눈에 띄었다. 스미서먼 전 의원은 BBC에 “후센은 박식하면서도 차분하고 성숙하게 말하는 청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후센은 스미서먼 의원의 소개로 돌턴 맥귄티 온타리오 주총리의 일을 돕는 과정에서 정치가 어떤 일인지 알게 됐다. 후센의 지인 마흐무드 어코드 씨는 BBC에 “후센은 법률가나 사회 활동가들이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능력을 탐냈다”고 전했다. 법률가가 돼 난민 문제를 알리겠다는 의지는 법학 공부로 이어졌다. 그는 2012년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했고, 2015년 총선에서 자유당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를 잊지 말라. 상어의 입속이 아닌 한 이곳을 떠날 수 없다.’ 영하 16도 혹한이 닥친 지난주 동유럽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철도역. 때 묻은 건물 벽에 쓰인 낙서는 철도역에서 추운 겨울을 견디는 난민 1200여 명의 절규였다. 난민들은 눈이 녹아 질퍽해진 진흙 바닥 위에 빈 캔, 플라스틱 병, 각종 쓰레기로 작은 텐트를 짓고 추위를 피했다. 한파를 견디다 못해 온기를 느끼려 불에 태운 창문 조각과 쓰레기에서 지독한 유독가스가 피어올랐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14일 베오그라드 난민 은신처 현장을 소개하며 “제2의 칼레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칼레 난민촌은 난민이 무섭게 모여들며 범죄의 온상이 돼버려 지난해 10월 결국 철거됐다. 난민들은 강추위에 몸이 얼거나 어설프게 불을 피우다 화상을 입어 목숨을 잃고 있다. 국경 없는 의사회(MSF)에 따르면 의료진이 돌본 환자의 절반가량은 18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이다. 안드레아 콘텐타 MSF 인도주의 담당자는 가디언에 “세르비아는 새로운 칼레가 되고 있다. 쓰레기통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MSF는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인원을 합하면 7300여 명의 난민과 이민자가 세르비아에 머물고 있다고 추산한다. 82%는 난방이 되는 정부 시설에 입소했으나 나머지 1200여 명의 남성은 비공식 시설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이 중 300여 명은 어린 소년들이다. 칼레의 난민 규모(프랑스 정부 추산 6500명)를 이미 넘어섰다. 세르비아는 난민 처우가 좋지 않은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에 둘러싸여 있어 서유럽 국가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난민들에게 환승지 격이다. 최근 일부 유럽 국가가 강경한 이민정책을 펴자 난민정책이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세르비아로 향하는 난민도 늘었다. 세르비아 정부는 공식 난민 캠프를 마련했지만 난민들은 쓰레기더미 속에서 버티려 한다고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밀입국을 돕는 브로커들이 돈벌이를 위해 난민들을 불법 은신처에 묶어 두고 있기 때문이다. 페터르 판데르 아우에라르트 국제이주기구(IOM) 조정자는 “브로커들은 난민에게 ‘공식 캠프로 이동하면 유럽 국가에 진입할 수 없다’고 협박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난민은 불가리아나 마케도니아로 추방될까 봐 공식 캠프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불가리아는 난민 사이에서 악명 높은 국가다. 윌리엄 레이시 스윙 IOM 사무총장은 옵서버 기고에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 리더들은 혹한에 얼어 죽어 가는 난민과 이민자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세계 경영인들은 향후 10년간 기업 경영을 가장 위협할 요인으로 ‘실업’을 꼽았다. 특히 한국 기업인들이 느끼는 실업의 심각성은 세계 131개국 중 4번째로 높았다. 기업인이 체감하는 취업난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가계의 소비가 줄고 경기가 침체돼 결국 기업의 경영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1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영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실업의 위험도는 76.8점으로 세계 평균(36.6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131개국 중 브룬디(80.0점), 코트디부아르(79.5점), 스페인(77.9점) 다음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세계 135개국 경영인 1만3340명에게 실업, 재정 위기, 테러, 자산 거품 등 위험 요인 30가지 중 ‘향후 10년간 기업 경영의 5대 위험 요인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해 얻은 결과다. 각 항목의 점수는 30개 항목 중 이 항목을 5대 위험 중 하나로 꼽은 응답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특히 실업이 향후 10년간 문제가 될 것이란 장기 전망은 인공지능(AI)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속에 고용 기회가 계속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형준 노동경제연구원 노동법제연구실장은 “신기술이 빠르게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 흐름에 대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노력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대량 실업은 빈부 격차 확대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WEF가 같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업, 정부, 학계의 전문가 745명을 대상으로 세계 경제에 가장 위협이 될 흐름을 조사한 결과로 ‘빈부 격차 확대’, ‘기후 변화’, ‘사회 양극화’ 등이 꼽혔다. 실제로 2015년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상위 1%가 벌어들인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미국은 10%에서 22%로, 중국은 5.6%에서 11.4%로, 영국은 6.7%에서 12.7%로 각각 늘었다. WEF는 빈부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일 것으로 내다봤다. 소득 격차 확대는 급격한 기술 변화와 세계화에 따른 경쟁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됐다. 세계화가 진전되며 기술력이 뛰어난 전문 인력은 경쟁을 뚫고 ‘스타 기업인’으로 떠올라 몸값을 올리지만 저소득층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회복이 더뎌지며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에서조차 중산층이 붕괴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WEF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보고서 서문에서 “은밀하게 확산되는 부패와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단견주의, 공정치 못한 분배 등은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라고 말했다. 독일 DPA통신은 17∼20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WEF의 화두가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EF에 따르면 유럽에서 포퓰리즘의 영향을 받은 유권자 비율은 1970년대 7.1%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13.2%로 급증했다. 한국은 물론 독일, 프랑스 등 올해 선거를 앞둔 국가들의 대응이 시급해졌다. WEF는 포퓰리즘에 대항해 협력 공존 등 WEF가 표방하는 전통 가치를 지킬 방법을 논의한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 ‘유엔 출마 제동 가능’.” 유럽 한인사회를 독자층으로 확보했다는 A인터넷 매체는 7일 위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에 띄웠다. 이 ‘기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신임 사무총장은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어 퇴임한 반 전 총장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그대로 묵과하지 않을 수도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만약 반 전 총장이 유엔 결의를 충실히 따르지 않고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면 이는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대해서도 유엔 결의를 준수하라고 강제하지 못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 유엔 측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1946년 유엔 총회 결의안을 근거로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가 유엔 결의 위반이고, 유엔의 대북 제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해당 ‘기사’에는 1∼7대 전직 사무총장들이 이 결의를 준수해 유엔의 전통을 이어갔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전직 사무총장 가운데 퇴임 후 고국에서 공직에 진출한 인사도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4대 사무총장인 쿠르트 발트하임은 퇴임 4년 후인 198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구테흐스 총장이 출마를 반대한다는 내용도 확인된 바 없다. 또 이 ‘기사’에 나오는 유엔 결의안에 대해서도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11일 “이 결의는 유엔 창설 직후 사무총장이 민감한 정보를 많이 다룰 것이라는 점을 가정해 만들었고 ‘퇴임 직후’가 언제인지도 불분명하다”며 “총회 결의가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자체를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고개 드는 ‘가짜 뉴스’ 올 상반기에 치러질 수 있는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기승을 부렸던 ‘가짜 뉴스’가 한국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12일 귀국하는 반 전 총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더 주목된다. 가짜 뉴스는 허위 사실을 마치 진짜인 양 정리한 기사를 뜻한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는 ‘카더라 통신(유언비어)’과는 다르다. 다른 인터넷 매체 같은 사이트가 있고 기사체로 쓰였으며 출처도 존재한다. A매체도 ‘기사’의 출처라며 SNS 게시글 3개를 링크했다. 이 링크를 따라가면 반 전 총장을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글로 연결된다. 그러나 11일 현재 A매체의 ‘기사’에서는 출처 부분이 사라졌다. 문제는 이 기사를 다른 SNS에서 사실인 것처럼 인용하고 퍼 나르면서 ‘유엔법 위반’ 글이 확산됐다는 점이다. 이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반기문 출마 유엔법 위반’을 검색하면 해당 기사를 링크하거나 인용한 SNS 게시글이 수십 개가 나타났다. 게시글에는 “법을 지켜라. 출마하지 말라”는 내용의 비난 댓글도 달렸다. 전직 경찰 간부까지 이와 유사한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가짜 뉴스는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선정적인 내용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전파력이 크다”며 “대선 정국에서 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가짜 뉴스와 전면전 선포 해외에서는 가짜 뉴스가 이미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다. 피자가게 ‘코밋 핑퐁’ 지하실이 근거지다”란 가짜 뉴스가 퍼져 이를 진짜로 믿은 남성이 피자가게에 총을 쏘기도 했다. 올해 9월 총선을 앞둔 독일 정부는 러시아 등이 가짜 뉴스로 선거판을 흐릴 것을 우려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가짜 뉴스 대응 기관을 설립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며 적극 대처할 뜻을 나타냈다. 독일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은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거짓 정보를 퍼뜨려 독일을 흔들려고 한다”고 발표했다. 영국도 새해 첫날부터 가짜 뉴스로 들썩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크리스마스 예배에 이어 신년 예배까지 불참하자 ‘BBC뉴스 UKI’라는 트위터 계정에 ‘충격: 버킹엄 궁이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발표했다’는 가짜 뉴스가 퍼졌다. 영국 왕실이 “여왕은 심한 감기로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 가짜 뉴스는 SNS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은 사라졌지만 2014년 가짜 뉴스를 만드는 애플리케이션 ‘페이크뉴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톡 같은 SNS에 ‘속보’ ‘단독’이란 제목을 단 찌라시 글이 유통되면 이를 받는 사람은 진짜 뉴스로 믿는 일도 허다하다. 만약 가짜 뉴스가 대선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과 맞물린다면 대선판에 큰 혼란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가짜 뉴스는 생각이 서로 다른 집단을 극단주의로 몰아가 양극화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 등이 각 영역에서 팩트 체크 시스템을 가동해 가짜 뉴스의 유통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차길호·조은아 기자}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과 17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리바오둥(李保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1일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 참석 관련 기자회견에서 “중국 대표단이 트럼프 측과 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리 부부장은 “중국은 트럼프 측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열린 채널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확인했다. 양측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하고 있는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 양국의 무역 갈등은 물론이고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남중국해 문제,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 유지 여부 등 안보 이슈에 대한 양국의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 주석이 도리스 로이트하르트 스위스 대통령 초청으로 15∼18일 스위스를 국빈 방문한다. 17일에는 다보스포럼 회의에 참석하고 18일에는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초청으로 유엔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이 다보스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의 이 같은 행보는 20일 트럼프 행정부 공식 출범을 앞두고 국제사회에서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 등 중국 대표 기업인을 앞세운 ‘호화 대표단’을 대동하고 포럼에 참석해 개막연설을 할 계획이다. 트럼프 측에서는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지명된 게리 콘 골드만삭스 전 사장과 정권 인수위원회 집행위원으로 트럼프 차기 정부 합류가 유력한 앤서니 스카라무치 펀드매니저가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미국이 중재자로 나서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미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등이 이임 인사차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에게 전화를 걸어 개별 또는 3자 간 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일 3국의 각료급 대화를 통해 3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한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정례 브리핑 도중 일본 정부에 ‘위안부 소녀상’ 대신 ‘위안부상’이란 명칭을 사용하라고 압박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산케이신문 기자는 “소녀의 상은 어디에 설치해도 된다는 인상을 주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스가 장관은 “어제 정부는 위안부 소녀상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런 배경(한국이 표현하는 취지를 의미)에서 그런 표현(위안부 소녀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0일 낮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를 비롯한 각국의 주일 대사 22명을 총리공저로 불러 오찬을 가졌다. 외무성은 “일본어 및 일본 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오찬은 위안부 소녀상을 둘러싼 한일 갈등에서 아베 총리가 다른 나라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외교전이란 분석이 나온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조은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에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들라”고 거세게 압박하며 대선 공약을 실행에 옮기자 전문직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취업비자(H-1B)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유세 때 “값싼 인건비를 위해 취업비자 발급이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1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직업의 보호와 성장 법안’으로 불리는 새로운 이민법안이 4일 미 하원에 상정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연봉이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전문 인력만 H-1B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석사 학위 취득자에게 비자 우선권을 주는 제도도 폐지된다. H-1B 비자는 미국에서 인력이 부족한 전문직에 우수한 해외 인력을 끌어들이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기업들이 외국 인력을 값싸게 쓰는 데 악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2009∼2011년 H-1B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는 인도로 연평균 12만762명이 비자를 받았다. 중국(2만581명), 캐나다(8742명), 필리핀(7479명), 한국(6427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H-1B 비자 취득을 경제적 계층 상승의 발판으로 삼는 인도 전문직들은 걱정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도 앰빗캐피털의 사가르 라스토기 연구원은 “이번에 상정된 법안이 인도인들에겐 불리하다. 우리에게 큰 위험”이라고 진단했다. 인도 매체 힌두스탄타임스는 9일 “트럼프 행정부의 엄격한 이민 정책으로 공포감이 커졌다. 인도 정보기술(IT)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인 유학생들도 H-1B 비자 축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지 법조계는 비자 발급 규모가 당장 줄진 않더라도 비자 심사 조건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미국 뉴저지에서 활동하는 류지현 송로펌 변호사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에 많은 경영·기업 분석가나 그래픽 디자이너는 다른 업무를 병행할 경우 전문성이 높은 전문직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 기업들은 비자 제도 축소를 계기로 미국 IT회사에 근무한 자국인들을 받아들여 IT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에서 값싼 고급 인력을 찾기 힘들어지면 미국 기업들이 인도에서 법인을 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WP에 “미국 기업 외주를 받던 인도 기업은 이제 인도에서 새 사업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트위터로 대기업 협박하기’가 미국과 외국 기업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면서 ‘자발적인 투항’ 기업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를 독일 나치의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함께 미국 3대 자동차 업체로 꼽히는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FCA)는 8일 성명을 내고 “2020년까지 총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투자해 미시간과 오하이오의 공장 설비를 교체하고 2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시간 공장의 설비 개선이 완료되면 현재 멕시코의 살티요 공장에서 생산 중인 램 픽업트럭 조립 공정을 미시간 공장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현재 멕시코 내 7개 공장에서 램 트럭부터 소형차 피아트 50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닷지’의 저니 등을 생산하고 있고, 멕시코 내 고용 인력은 1만1800여 명에 이른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최고경영자(CEO)는 “지프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은 회사 전략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미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해외로 성공적으로 침투할(수출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이유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트위터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전문 매체인 CNN머니는 “미국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거나 멕시코에 공장을 신설하려던 GM과 포드를 트위터로 공격한 트럼프의 다음 목표는 피아트크라이슬러라는 관측이 많았다”라며 “이번 성명은 선제적 방어의 성격이 짙다”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공격해 오기 전에 투자 계획을 밝힌 건 영리한 결정이고, 타이밍도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트위터 공격을 받았던 대기업 대부분이 주가 하락 등의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트위터의 파괴력은 이미 상당한 것으로 입증됐다. 3일 트위터에 “(GM은)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든가 아니면 많은 국경 세금을 내라”라고 주장하자 구글에서 GM 검색량은 200%가량 급증했고 GM 주가도 순식간에 0.7% 떨어졌다. 손익 계산에 빠른 대기업들이 트럼프에게 저항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 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포드의 경우도 멕시코 공장 신설 방침을 철회하는 대신, 트럼프 정부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각종 혜택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독일의 명차 BMW는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지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이언 로버트슨 BMW 세일즈·마케팅 총괄사장은 9일 BBC와 인터뷰에서 “멕시코에 공장을 짓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공장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상품 가치로 따지자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차를 수출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6∼8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 총회에서 경제 석학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기업 괴롭히기(bullying)를 비판했다.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특히 “트럼프의 지나친 기업 개입 정책과 보호무역주의는 결국 자유로운 경쟁과 그를 통한 혁신을 크게 저해하게 된다”라며 “독일 나치 정권의 히틀러가 (그런 식으로) 민간 경제를 통제해 경제 생산성을 떨어뜨렸다”라고 말했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조은아 기자}
미국 플로리다 주 남동부의 포트로더데일-할리우드 국제공항에서 6일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5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흑백 갈등 총격에 이어 이번 사건의 용의자도 전직 군인이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이날 오후 1시경 포트로더데일-할리우드 공항의 2번 터미널 짐 찾는 곳에서 총격 사건이 터졌다. 총성이 울리자 공항 이용자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공항 출구로 달려 나가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용의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미 연방검찰이 재판에 넘긴 용의자 에스테반 산티아고(26)는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정확한 범행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검찰은 테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산티아고는 총기 범행을 계획하고 알래스카에서 플로리다행 편도 비행기표를 끊었다. 출발할 때 적법 절차에 따라 권총을 짐으로 부쳤다. 포트로더데일-할리우드 공항에 도착한 뒤 짐 찾는 곳에서 총이 든 가방을 찾아 화장실로 가서 총알을 장전했다. 그는 2개의 탄창을 갖고 9mm 구경 반자동 권총을 눈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10∼15차례 난사했다. 산티아고는 이라크에 파병된 10개월을 포함해 9년간 미군으로 복무하다 지난해 제대했다고 ABC뉴스는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알래스카 주 앵커리지 연방수사국(FBI)을 방문해 “미국 정보기관이 내 마음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FBI에 총을 반납하고 정신감정을 받았지만 정신질환으로 판정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결정에 따라 한 달 뒤 총을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맞춰 반(反)트럼프 기업가들이 실시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한 ‘텔레톤’(장시간 방송이란 뜻으로 텔레비전과 마라톤의 합성어)을 진행한다고 CNN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버톤(Love-a-thon)’으로 불리는 이 텔레톤은 뉴욕에서 미국 동부시간을 기준으로 낮 12시 반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다. 희극, 뮤지컬 공연 등으로 구성되며 영화배우 제인 폰다, 제이미 리 커티스, 팀 로빈스, 가수 제프 트위디 등 다양한 연예인이 동참한다. 젊은 기업가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미국 가족계획연맹, 지구정의, 남캘리포니아시민자유연맹 등 3개 단체에 전달할 기금 50만 달러(약 6억 원) 이상을 모을 계획이다. 시청자들은 기부하길 원하는 단체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단체들은 여성 인권, 기후변화, 소수민족 권리 등 트럼프가 유세 때 거친 말로 논란을 일으킨 주제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번 방송을 기획한 창업가 앨릭스 고딘(23)은 CNN에 “선거 다음 날 엄청 충격을 받았다. 어떤 일이든 해볼 기회를 찾다가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 기지 대형 천막 앞. 주한미군 가족을 비롯한 미국인 60여 명이 두꺼운 점퍼에 털모자를 눌러쓴 채 신속하게 모였다. 아이들은 들떠 있었지만 어른들은 굳은 표정으로 서로 속삭이고 있었다. 한국에 전쟁이 터졌을 때를 가정해 비상 탈출을 연습하는 ‘비전투원 소개(疏開) 훈련’ 참석자들이었다. 미국 CNN은 지난해 11월 4일까지 실시된 당시 훈련을 단독 동행 취재해 3일(현지 시간) ‘김정은으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미군이 해마다 실시하는 훈련이지만 미군 헬기를 동원해 민간인을 일본 오키나와까지 대피시킨 것은 2010년 이후 거의 7년 만이다. 그만큼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와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CNN이 동행 취재를 완료한 지 2개월이 지난 이날에야 공개한 것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를 깎아내리는 등 북한과 미국의 긴장이 첨예해진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비전투원 피란 계획 담당자 저스틴 스턴 씨는 CNN에 “김정은은 우리를 적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에서 심각한 발언이 나오니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군의 가상 탈출 소집 명령을 받은 미국인들은 대부분 미리 싸둔 짐을 챙겨 나왔다. 개인 물품은 1인당 약 27.2kg씩으로 제한됐다. 훈련에 참여한 니콜 마르티네스 씨는 “미군이 군무원 가족들에게 항상 통조림 음식과 슬리핑백 등을 담은 여행가방을 싸 두라고 권한다. 우리도 집에 비상용 가방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용산 미군기지 집회소에서 팔찌형 신분증을 나눠 받았다. 보안 검색을 거칠 때 애완동물도 등록을 해야 했다. 어린 학생들은 유아용 화학작용제 방지 마스크를 착용하는 교육도 받았다. 일부에서 “탈출을 빨리 해야 하는데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오자 랜스 캘버트 사령관은 “전시에는 수만 명의 민간인을 5∼7일 안에 탈출시켜야 하니 기차, 버스 등 교통수단을 활용해 더 빨리 대피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피란민들은 버스를 타고 경기 평택시 남부의 캠프 험프리스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아스팔트에 대기하고 있는 치누크 헬기의 위엄에 얼떨떨해 했다. 헬기에 오르는 때가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전투에 나갈 군인들에겐 ‘국가가 우리 가족을 탈출시켜 보호해준다’고 안심하는 계기가 된다. 지미 시핸 대위는 “우리는 군인들이 (가족과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에 ‘내 아내, 내 남편은 어떻게 되나’ 걱정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륙한 치누크 헬기는 대구에 착륙했다. 헬기에서 내린 피란민들은 미군기지 캠프 워커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오전 5시가 되자 호송대는 이들을 김해 대한민국 공군기지로 보냈다. 미국인들은 이곳에서 C-130 허큘리스 수송기를 타고 한국 땅을 떠났다. 수송기 안에서 사람들은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서로 기대어 잠이 들었다. 눈을 뜰 무렵 수송기는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닿았다. 훈련을 마친 뒤 이들은 한국으로 되돌아 왔지만 전쟁 중에는 미국으로 향한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앞으로 백악관에서 컴퓨터가 사라질까.”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미국의 대통령이 될 도널드 트럼프가 최신 컴퓨터 같은 현대 기기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대중과 동떨어진 1980년대에 머물고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트위터에 중요한 국정 비전을 올려 대는 트위터 마니아 트럼프에게는 너무 편파적인 지적처럼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의 미 대선 해킹 의혹에 너그러운 반응을 보이는 트럼프가 사실은 자신이 해킹 공격을 받을까 봐 컴퓨터,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손으로 편지를 써 배달원을 통해 보내는 낡은 방식을 선호한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트럼프는 컴퓨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온라인 뉴스 대신 신문, 잡지를 사무실에 한 무더기 쌓아 두고 하나씩 꺼내 꼼꼼하게 읽는다. 대선 유세 때는 캠프 간부들에게 “온라인 빅데이터에 의존해 선거 전략을 짜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온라인 정보는 조작될 수 있다’는 불신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신 전국 곳곳 유세장에서 느낀 유권자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전략을 세웠다. ‘트위터 정치’를 고수하는 트럼프가 스마트폰을 끼고 살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가 내용을 불러주면 참모들이 대신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지만 통화할 때만 간단히 쓴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정보는 직접 손으로 써서 사람을 통해 전달한다. 어떤 컴퓨터도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컴퓨터 혐오증을 직접 확인했다. 컴퓨터 혐오증은 트럼프가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인 탓도 있지만 온라인 문서가 법적 다툼에서 불리한 증거로 남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커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2월 유세에서 “소송을 당할 때 법원은 e메일을 제출하라고 하는데 나는 e메일을 안 쓰니 제출할 수 없다. 승소하고 나면 e메일을 안 쓰는 게 정말 똑똑한 방법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의 행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크게 대비된다. 오바마는 젊은 대통령답게 2009년 백악관에 입성할 때 특별한 장비를 갖춘 최신식 블랙베리를 들고 왔다. 매일 아이패드로 국가안보 브리핑 자료를 읽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오바마의 이런 성향은 정책으로도 반영됐다. 백악관에 기술담당최고책임자(CTO) 자리를 신설하고 디지털 기술을 연방 정부의 효율성과 대국민 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혁신적 수단으로 삼았다. 그는 최근 참모들에게 “백악관 컴퓨터를 최신 모델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후임자가 편하게 국정을 보도록 배려한 조치였다. 최신형 컴퓨터가 설치됐고 인터넷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하면 이 모든 게 찬밥 신세가 될 공산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디지털에 무심한 트럼프가 사이버 안보 정책도 소홀히 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AP는 “대선 후보가 되자 즉시 정보 당국에 미국 사이버 안보 및 취약성에 대한 보고를 요청했던 트럼프가 정작 지금은 사이버 안보 강화 정책을 구체화하지도 않고 러시아가 미 대선에 해킹으로 개입했다는 정보 당국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71)의 장녀 이방카(36·사진)가 보육 관련 법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일종의 비선 참모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방카가 새엄마인 멜라니아 여사(47)를 제치고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 마샤 블랙번 연방 하원의원은 1일 미국 CNN 시사토론 프로그램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에 출연해 "미국 맞벌이 부부들이 보육비를 아낄 수 있도록 이방카와 함께 보육 관련 법안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번 의원은 "우리는 미국 부부들이 보육료 부담을 덜도록 세금 공제, 감세 등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 역시 일하며 애를 맡길 안전한 곳을 찾느라 고생해 봤기 때문에 보육 문제의 중요성을 잘 안다"고 강조했다. 이방카도 대선 유세 때 아이 셋 엄마로서의 육아 경험을 설명하는 등 엄마의 감성을 내세워 트럼프표 육아 정책을 홍보한 바 있다. 대선 이후 잠잠해진 이방카는 요즘 물밑에서 소리 없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밑그림 짜기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부인의 삶을 다룬 '퍼스트 위민(First Women)'의 저자 케이트 앤더슨 브로어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이방카는 항상 조용하고 차분하게 행동하지만 조언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퍼스트레이디로 부상해 버렸다"고 평했다. CNN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듯 이방카가 이달 아버지의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 부인의 집무실로 사용돼 온 백악관 이스트윙에 거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P는 "단순히 대통령과 결혼한 사람을 퍼스트레이디 자리에 앉히기보다 그 역할에 맞는 사람을 두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내가 도대체 애들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2009년 1월 남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 들어온 미셸 여사(당시 45세)는 처음 두 딸을 등교시키며 상념에 빠졌다. 말리아와 사샤(당시 11세, 8세)를 총으로 무장한 보안요원과 함께 시커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태워 보내야 했다. 백악관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갔을 텐데 말이다. 올해 6월 백악관 여성단체 회의에서 미셸은 “그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핑 돈다.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미쳐 버릴 것 같은 혼란 속에서 애들을 온전하게 키우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정신없는 8년을 마치고 내년 1월 백악관을 떠난다. 현지 언론은 특히 젊은 부부의 좌충우돌 백악관 육아 뒷얘기에 주목한다.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당시 44세) 이후 최연소 대통령(48세)이었던 오바마는 전직 대통령들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 워킹맘 생활을 했던 미셸은 남편과의 육아 분담을 유독 강조하는 아내였다. 자녀에게 손이 많이 가는 때이자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맞았던 오바마 부부는 백악관에서 머물렀던 지난 8년 동안 어떻게 아이를 키웠을까.“미셸이 하라는 대로 합니다” 미셸은 그동안 인터뷰에서 이따금 ‘독박 육아(육아를 도맡아 하는 것)’로 인한 속앓이를 내비쳤다. 그는 남편이 재선된 다음 해인 2013년 CBS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처지를 “바쁜 미혼모 같다”고 말했다가 실수했다고 생각한 듯 “대통령 남편을 두면 약간 혼자인 듯 느낄 수 있지 않겠나. 하지만 남편은 우리 곁에 있다”며 말을 이어 갔다. 미셸은 변호사 경력을 남편을 위해 포기한 경험도 종종 털어놨다. 2014년 6월 백악관 맞벌이 가족 회담에서 소개된 일화에 따르면 미셸은 버리기 아까운 경력을 자랑했다. 둘째 사샤를 낳은 직후 로펌 상사에게 복직 계획을 묻는 연락을 받았다. 집에서 너저분한 수유복을 걸치고 두 딸을 달래며 미셸은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에겐 어린 두 아이가 있는데 남편은 상원의원 선거에 나갑니다. 근무 일정을 유연하게 배려해 주세요. 베이비시터를 구해야 하니 봉급도 좋은 조건이길 바랍니다. 이 모든 걸 해주실 수 있다면 일을 잘 해내고야 말겠습니다.” 상사는 요구를 받아들였고 미셸은 무사히 복직했다. 이렇게 실력을 인정받다가 백악관에 따라 들어온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은 어땠을까. 오바마는 자서전 ‘담대한 희망’(2006년)에서 “현대 가정에서조차 여성이 지는 육아 부담이 더 무겁다고 미셸이 주장할 땐 정말 다툴 수가 없다”며 아내의 희생에 난감해했다. 좋은 대통령과 좋은 아빠의 갈림길에서 오바마는 아내를 더욱 경청하고 사랑하기로 다짐했다. “난 그저 미셸이 시키는 대로 따릅니다. 그렇게 하면 일이 잘 풀려요. 남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아내 말을 잘 들어주는 겁니다.”(2015년 9월 미군과의 타운홀 미팅에서)회식이나 선약은 매주 2번만 “1주일에 3일 이상 일하지 않겠어요.”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셸은 2009년 백악관에 처음 들어왔을 때 참모들에게 이같이 선언했다. 대통령 부인 일정보다 두 딸의 학교 행사가 우선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미셸은 스스로를 ‘엄마 대장(Mom in chief)’이라고 칭했다. 오바마도 딸과의 시간을 위해 확고한 원칙을 정했다. ‘대통령 아빠들(First Dads): 조지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까지 양육과 정치’의 저자인 조슈아 켄들에 따르면 오바마는 기부자나 동료 정치인과의 저녁식사 약속을 주중 2번만 한다. 꼭 5번 이상 저녁식사를 가족과 하겠다고 참모들에게도 말해 뒀다. 오바마의 전직 수행원 레기 러브는 “가족 저녁식사가 꼭 상황실 회의 같았다. 대통령은 오후 6시 반만 되면 하던 일을 대담하게 끊고 식사하러 갔다”고 전했다. 오바마가 이 약속을 칼같이 지켰다는 것이다. 저녁식사에는 오로지 부부와 두 딸만 참석했다. 심지어 육아를 돕던 오바마 장모 메리언 로빈슨조차 식탁에 앉지 못했다. 가족이 편하게 대화하기 위해서다. WP는 두 딸 학교에서 열리는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기, 딸에게 농구 가르치기, 이따금 아빠 엄마만의 저녁 데이트 이해해주기 등도 오바마 가족의 철칙이라고 전했다. 오바마의 유별난 육아 철학에 대해 보좌진이 불만을 늘어놓기도 했다. WP는 “보좌관들은 대통령이 육아에 시간을 들이는 탓에 워싱턴 정치권이 기대하는 대화 자리나 세부 사항을 조율할 여유를 충분히 갖지 않았다고 불평했다”고 보도했다.TV, 스마트폰 없는 대화 시간 오바마 부부는 두 딸에게 시련을 맛볼 기회를 주려 했다. 딸들이 냉엄한 현실을 알아야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일종의 담금질인 셈이다. 미셸은 2012년 10월 ABC방송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해 딸들이 최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해 봐야 한다며 “아이들이 정말 힘든 일이 어떤지 맛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도 2014년 5월 ‘퍼레이드 매거진’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늘 즐겁지만은 않고 격려해 주지만은 않는, 그리고 공평하지 못한 일을 경험할 기회를 찾고 있다. 우리 대부분이 매일 이런 과정을 겪고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오바마 부부의 조언에 따라 사샤는 올 8월 매사추세츠 주의 해산물 레스토랑 ‘낸시스’에서 매일 오전 7시 반에 출근해 아르바이트로 허드렛일을 했다. 장녀 말리아도 지난해 미국 HBO방송 드라마 ‘걸스’ 제작 부서에서 인턴으로 뛴 뒤 올해 하버드대 입학을 앞두고 ‘갭 이어’(gap year·학업을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를 선택했다. 오바마 부부는 대접받는 백악관 생활에 두 딸이 버릇없어지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훈육의 끈을 바짝 조였다. 남편이 대통령으로 처음 당선된 2008년 11월 미셸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백악관 참모들을 만났을 때 다들 ‘와, 딸들이 정말 훌륭하네요’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분명한 선을 정해 두고 애들이 침대 정리 정도는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잠자는 시간, 텔레비전 시청, 채소 충분히 먹기에 있어서만은 ‘호랑이 아빠’로 돌변했다.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에 따르면 오바마는 지난해 9월 미군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TV 없이 휴대전화는 어딘가에 던져두고 대화를 하는 게 좋은 육아법이라고 절실히 믿는다. 채소를 충분히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애들이 채소를 천천히 꼭꼭 10분간 씹은 뒤 삼켰는지 일일이 확인한다”고 말했다.부성애가 사회 변혁의 원동력 오바마는 자타가 공인하는 ‘딸 바보’다. 지난해 12월 백악관 인턴과의 대화에선 “내 인생 마지막 순간 기억할 일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내 답은 대통령으로서 한 어떤 일도 아니다. 딸의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고 해 지는 장면을 감상하며 딸이 탄 그네를 밀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올 3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공식 만찬에서조차 오바마는 딸 생각을 했다. “딸들이 너무 빨리 자라버렸습니다. 올가을 말리아가 대학에 가지요. (잠시 말을 끊고) 제가 목이 메었네요. 중요한 건 우리가 권력을 위해, 명성을 위해, 재산을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그리고 모든 이들의 아이들을 위해 이 자리에 있습니다.” 오바마 정치의 원동력은 부성애에서 나옴을 고백한 말이었다. 오바마의 자식 사랑이 유달리 깊은 이유는 자신의 불우했던 과거 때문이다. 그는 자서전 ‘담대한 희망’에 “자식을 나 몰라라 하는 생부(生父)의 무책임함과 의붓아버지의 서먹한 태도, 외할아버지의 실패와 좌절이 모두 내게 생생한 교훈이 됐다. 나는 자식들에게 믿음직한 아버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적었다. 오바마는 재정만 축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복지 및 교육 정책을 아버지의 마음으로 밀어붙였다. 2014년 유색 인종 젊은이들이 잠재력을 키우도록 멘토링과 직업 기회를 주는 자원봉사단체 ‘마이 브러더스 키퍼’도 설립했다. 작가 조슈아 켄들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오바마의 양육과 정치를 이렇게 평가했다. “오바마에게 좋은 양육은 사회 변혁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됐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두 딸은 2009년 워싱턴으로 이사한 뒤 ‘시드웰프렌즈스쿨’에 다니기 시작했다. 첫째 말리아(18)는 올해 이 학교를 졸업했지만 둘째 사샤(15)는 재학 중이라 오바마 부부는 다음 달 퇴임한 뒤에도 워싱턴에 머물기로 했다. 1883년 설립된 시드웰프렌즈스쿨은 ‘워싱턴의 하버드’로 불린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외동딸 첼시 클린턴, 조 바이든 부통령의 손자 등 정·재계 거물의 자녀들이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갖춘 이곳을 다녔다. 1년 수업료가 2만9442달러(약 3500만 원)나 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부부가 저울질했던 또 다른 학교 후보는 1945년 개교해 워싱턴에서 처음 흑백 통합을 시도했던 조지타운데이스쿨과 1911년 국제학교로 설립된 마렛스쿨이었다. 오바마 부부는 딸들의 의견을 존중해 백악관과 가까운 공립학교 대신 사립학교를 선택했지만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오바마는 대선 유세 때 공교육의 우수함과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었다. 두 딸은 워싱턴으로 오기 전 시카고에서도 사립학교인 시카고대부설 초등학교에 다녔다. 안 덩컨 전 교육장관을 배출한 곳으로 유독 방송인, 언론인, 영화인이 많이 나온 학교로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 교육 영향인지 말리아의 꿈은 영화제작자다. 말리아는 1년간 쉬는 ‘갭이어’를 보낸 뒤 내년 가을 하버드대에 진학한다. 오바마 부부도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NYT는 말리아의 대학 선택에 대해 “부모의 끊임없는 충고를 뒤집는 일종의 반항”이라고 해석했다. 부모가 간판을 보지 말고 대학을 택하라고 여러 차례 조언했는데도 말리아가 명문 중의 명문인 하버드대를 골랐다. 말리아의 하버드 고집은 미셸의 어린 시절을 닮았다. 미셸은 최근 ‘세븐틴 매거진’ 인터뷰에서 “내가 대학에 지원할 때 주변 사람들은 ‘글쎄, 프린스턴대는 너에겐 좀 높은 곳이다’라고 말했다. 내 실력을 의문시하는 사람들은 내게 자극을 줬다”고 회고했다. ‘오기’를 부린 미셸은 프린스턴대를 거쳐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 시간) 공화당의 전략가이자 ‘공보 베테랑’으로 불리는 숀 스파이서(45·사진)를 백악관 대변인에 지명했다. 트럼프 장녀인 이방카의 최측근인 호프 힉스(28)는 백악관 전략 공보국장에 발탁됐다. CNN에 따르면 스파이서는 6년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보국장을 지낸 데다 15년간 공화당 공보 담당을 맡아 워싱턴 언론계 및 정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에서는 선임 공보고문을 맡고 있다. 언론에 우호적이지 않은 트럼프와 달리 언론과 친숙한 스파이서의 지명은 백악관과 언론 사이의 소통 창구가 마련된 것으로 긍정적인 신호라고 CNN은 평가했다. 미 언론들은 스파이서가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고 백악관 일일브리핑을 중단하려는 트럼프의 언론정책 구상을 그대로 실행할 것인지에 관심을 나타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가짜 뉴스의 습격이 거세지면서 진실을 밝히려는 시민들과 ‘날조 언론’의 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국내에선 거짓 뉴스에 대응하는 ‘누리꾼(네티즌) 수사대’가 나타나 찾아낸 거짓 뉴스에 ‘가짜다’라는 댓글을 달며 ‘팩트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짜 뉴스로 홍역을 치른 미국에서도 ‘시민감시단’이 발족돼 가짜 사이트들을 공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시민단체가 아무리 가짜 뉴스 감시망을 강화해도 개개인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가짜 뉴스 확산을 막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와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가짜 뉴스를 가려낼 때는 필자 이름이 가명인지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가짜 뉴스 제작자들은 오보 피해자들이 거세게 항의할 것을 의식해 가명을 많이 쓴다. 포털사이트에서 필자를 검색해도 다른 기사가 안 뜨면 의심해야 한다. 기사에 언급된 취재원도 가상 인물일 수 있다. 최근 들어 가짜 뉴스에 애니메이션이나 온라인 게임 속 캐릭터가 전문가로 등장한다. 유명 인물의 발언이 거짓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NPR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자극적으로 보도됐다면 ‘오바마’를 포털에서 검색해 주류 언론이나 백악관 홈페이지 등에 관련 내용이 실렸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공인의 발언은 보통 다른 곳에서도 자주 인용된다”고 보도했다. 유력 언론과 비슷한 언론사 홈페이지 인터넷주소(URL)도 교묘하게 진짜처럼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말 퍼진 ‘박근혜 대통령 사임’이란 거짓 기사는 ‘CNN-alive’에서 나왔다. 이 사이트는 미국 CNN방송이 아닌 패러디 뉴스 사이트였다. 미국에선 ‘ABCnews.com.co’란 웹사이트가 ABC방송을 가장해 누리꾼을 현혹하고 있다. 가짜 뉴스를 판별할 때는 홈페이지의 회사소개란도 참고할 만하다. 버즈피드는 “회사 소개란에 ‘상상한 뉴스’, ‘풍자 뉴스’임을 대놓고 밝히거나 거짓 뉴스임을 눈치챌 수 있는 설명을 올리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NPR는 “언론사의 관계사 사업 성격이 미심쩍으면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곳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영국과 일본의 저명한 정치학자들, 비정상적인 탄핵운동 지적.’ ‘대한민국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이달 6일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영국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펜드래건과 일본 정치학자 히키가야 하치만(比企谷八幡)이 한국 국민의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를 비판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국내 주류 언론은 이런 내용을 거론조차 안 한다’ ‘외국인이 보는 눈이 정확하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하지만 기사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의 이름을 학자 이름인 것처럼 속여 쓴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가짜’로 드러났음에도 이 글은 여전히 소셜미디어에서 진짜 뉴스로 둔갑한 채 퍼지고 있다. 어수선한 시국을 틈타 가짜 뉴스가 민감해진 국민을 자극하고 있다. 돈을 뜯어내는 범죄 미끼로도 악용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 ‘찌라시’(사설정보지), ‘뉴스 어뷰징’(기존 기사를 자극적으로 재생산하는 행위)에 이어 이제 가짜 뉴스들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올해 대선을 치른 미국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내년 대선 준비가 한창인 독일에서도 가짜 뉴스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재미로 시작해 혐한, 범죄 도구로 국내에서는 누리꾼들이 호기심이나 재미로 가짜 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엔터테인먼트 앱으로 분류된 ‘페이크뉴스’는 10대도 손쉽게 가짜 기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제목, 언론사명, 본문을 자유롭게 써넣고 저장하면 입력 내용이 감쪽같이 포털 앱에 뜬 기사 이미지로 변신한다. 이미지 파일을 버튼 하나만 눌러 카카오톡으로 공유할 수 있다. 2년 전 고등학생 때 앱을 개발한 배재성 씨(19)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미 실현된 사실인 듯 기사로 만들어 간직하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개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사람들을 속이니 재미있다’거나 ‘친구들이 진짜인 줄 안다’는 등의 후기를 남겼다. ‘데일리파닥’은 ‘친구를 낚는 강태공이 되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가짜 뉴스 제작 사이트다. 이용자가 입력한 기사에 ‘정부는 4월 1일이 만우절이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는 문장이 덧붙기 때문에 가짜 뉴스임을 알 수 있지만 본문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로 착각할 정도다. 가짜 뉴스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조직적인 선동 도구가 되고 있다. ‘한국신문’이란 매체는 홈페이지에 ‘한국 뉴스를 널리 전하는 것이 사업 목표다. 사회를 움직이는 게 목표다’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이 홈페이지의 기사들은 오히려 혐한 기류를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 기형아 시체로 통조림을 만든 기업이 적발됐다’는 거짓 기사는 최근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 트위터에서 조롱거리가 됐다. 사기꾼들도 가짜 뉴스로 피해자를 낚는다. 탄핵 요구가 거셌던 지난달 말 갑자기 ‘박근혜 사임. CNN 속보’라는 제목을 앞세운 e메일이 퍼졌다. 사람들이 CNN 기사로 소개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면 PC에 랜섬웨어가 깔리게 돼 있었다. 랜섬웨어는 PC 파일을 암호화해 암호를 풀려면 인터넷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게 만드는 악성 코드다.미국에선 가짜 뉴스가 신사업 미국에선 가짜 뉴스가 신사업이 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광고 전공자 등 2명이 운영하는 유사 언론 ‘리버티 라이터스 뉴스’는 매달 최대 4만 달러(약 4800만 원)의 수익을 낸다. 서비스 시작 3개월 만에 하루 방문자 수가 70만 명이 됐고 매달 갑절로 뛴다. 투자는 페이스북 계정 리모델링에 매달 3000달러를 들이는 정도다. 인기가 상당하다 보니 최근 크라이슬러, 보스 등 대기업들도 가짜 뉴스 사이트에 광고를 내 논란이 됐다. 동유럽에선 가짜 뉴스가 구직 청년들의 돈벌이 수단이 됐다. 조지아에 사는 컴퓨터공학 전공자 베카 라차비제 씨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가짜 뉴스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고백했다.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이면 충분하다. 처음엔 친(親)힐러리 클린턴(민주당) 웹사이트를 운영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공화당)에게 유리한 가짜 뉴스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이내 대박을 터뜨렸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인 입국을 막겠다고 멕시코 정부가 발표했다’는 가짜 뉴스는 특히 반응이 뜨거웠다. 뉴스가 올라간 그달에만 광고 수익으로 6000달러를 벌었다. 마케도니아에서도 가짜 뉴스 사업은 인기다. 지난해에만 140여 개의 관련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면서 이미 시장은 포화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가짜 선호 세태, ‘팩트 폭행’ 낳아 거짓이어도 자기 입맛에 맞는 기사만 즐기려는 세태는 ‘팩트 폭행’ 현상까지 초래했다. 팩트 폭행은 사실을 밝혀 상대방의 정곡을 찌른다는 뜻이다. 사실을 접하는 게 폭력적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병리 현상이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보고 싶은 기사만 보려는 욕망 때문에 팩트 폭행이란 현상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가짜 뉴스가 인기를 끌면서 각국 정부와 대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몇 달 전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 딸이란 허위 기사가 퍼졌다.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이 나서 “가짜 뉴스 유포자를 철저히 수사하겠다. 가짜 뉴스 유포는 최대 징역 5년형까지 가능한 범죄”라고 엄포를 놨다. 가짜 뉴스 유통망이 됐다는 비판을 받은 페이스북은 거짓 뉴스를 걸러내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코리아도 본사 방침에 따라 내년부터 거짓 뉴스를 걸러내기로 했다. 국내 다른 포털에서도 강력한 오보 규제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일부 포털이 ‘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오보를 견제하지만 강하게 규제하려면 거짓인지 아닌지 모호한 기사가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권기범·한기재기자 }
승객과 승무원 등 118명을 태운 리비아 국내선 여객기가 23일 비행 도중 납치돼 지중해 섬나라 몰타 국제공항에 비상착륙했다. 두 명의 납치범은 몰타 정부와 협상 중 이날 오후 11시(한국 시간) 현재 승객 111명 중 2명과 승무원 7명을 제외한 승객 109명을 석방했다. 리비아 아프리키야 항공 여객기는 이날 리비아 남부 사브하를 출발해 수도 트리폴리로 향하다 공중에서 납치됐다. 납치 이유나 배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납치범은 기내에서 수류탄을 폭파하겠다며 자신이 2011년 사망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지지자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 타임즈오브몰타는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슬람국가'(IS) 등 국제 테러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CNN은 "공중에서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고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해 일부 인질을 석방한 것으로 보아 테러보다는 정치적 시위 목적의 납치로 보인다"고 보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20일 오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교외의 야외 폭죽 시장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 최소 31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쳤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전날 독일 베를린 트럭 테러에 이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서민들의 시장에서 잇따라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연말 연휴 분위기에 들떠 있던 세계 각국이 ‘크리스마스 테러’ 공포에 떨고 있다. BBC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폭발은 멕시코시티에서 북쪽으로 32km 떨어진 툴테펙에 있는 산파블리토 폭죽 시장에서 오후 2시 50분경 발생했다. 당시 시장에선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기념하는 폭죽을 사는 쇼핑객들이 가득했다. 시장 어딘가에서 폭죽이 터지며 뿌연 연기가 하늘을 가리더니 연이은 폭발로 시장은 순식간에 돌무더기와 새까맣게 탄 폭죽 가게의 철재들로 뒤덮여 잿더미가 됐다. 시장에는 폭죽 300t가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70여 명 중에는 온몸에 화상을 입은 어린이 10여 명도 포함됐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시드로 산체스 툴테펙 긴급구조대장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미흡한 안전 조치가 폭발을 초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툴테펙 시측은 “우리 시의 주요 산업이 폭죽 제조업이라 국방부가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지 않게 꾸준히 감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