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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대체 애들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2009년 1월 남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 들어온 미셸 여사(당시 45세)는 처음 두 딸을 등교시키며 상념에 빠졌다. 말리아와 사샤(당시 11세, 8세)를 총으로 무장한 보안요원과 함께 시커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태워 보내야 했다. 백악관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갔을 텐데 말이다. 올해 6월 백악관 여성단체 회의에서 미셸은 “그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핑 돈다.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미쳐 버릴 것 같은 혼란 속에서 애들을 온전하게 키우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정신없는 8년을 마치고 내년 1월 백악관을 떠난다. 현지 언론은 특히 젊은 부부의 좌충우돌 백악관 육아 뒷얘기에 주목한다.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당시 44세) 이후 최연소 대통령(48세)이었던 오바마는 전직 대통령들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 워킹맘 생활을 했던 미셸은 남편과의 육아 분담을 유독 강조하는 아내였다. 자녀에게 손이 많이 가는 때이자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맞았던 오바마 부부는 백악관에서 머물렀던 지난 8년 동안 어떻게 아이를 키웠을까.“미셸이 하라는 대로 합니다” 미셸은 그동안 인터뷰에서 이따금 ‘독박 육아(육아를 도맡아 하는 것)’로 인한 속앓이를 내비쳤다. 그는 남편이 재선된 다음 해인 2013년 CBS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처지를 “바쁜 미혼모 같다”고 말했다가 실수했다고 생각한 듯 “대통령 남편을 두면 약간 혼자인 듯 느낄 수 있지 않겠나. 하지만 남편은 우리 곁에 있다”며 말을 이어 갔다. 미셸은 변호사 경력을 남편을 위해 포기한 경험도 종종 털어놨다. 2014년 6월 백악관 맞벌이 가족 회담에서 소개된 일화에 따르면 미셸은 버리기 아까운 경력을 자랑했다. 둘째 사샤를 낳은 직후 로펌 상사에게 복직 계획을 묻는 연락을 받았다. 집에서 너저분한 수유복을 걸치고 두 딸을 달래며 미셸은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에겐 어린 두 아이가 있는데 남편은 상원의원 선거에 나갑니다. 근무 일정을 유연하게 배려해 주세요. 베이비시터를 구해야 하니 봉급도 좋은 조건이길 바랍니다. 이 모든 걸 해주실 수 있다면 일을 잘 해내고야 말겠습니다.” 상사는 요구를 받아들였고 미셸은 무사히 복직했다. 이렇게 실력을 인정받다가 백악관에 따라 들어온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은 어땠을까. 오바마는 자서전 ‘담대한 희망’(2006년)에서 “현대 가정에서조차 여성이 지는 육아 부담이 더 무겁다고 미셸이 주장할 땐 정말 다툴 수가 없다”며 아내의 희생에 난감해했다. 좋은 대통령과 좋은 아빠의 갈림길에서 오바마는 아내를 더욱 경청하고 사랑하기로 다짐했다. “난 그저 미셸이 시키는 대로 따릅니다. 그렇게 하면 일이 잘 풀려요. 남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아내 말을 잘 들어주는 겁니다.”(2015년 9월 미군과의 타운홀 미팅에서)회식이나 선약은 매주 2번만 “1주일에 3일 이상 일하지 않겠어요.”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셸은 2009년 백악관에 처음 들어왔을 때 참모들에게 이같이 선언했다. 대통령 부인 일정보다 두 딸의 학교 행사가 우선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미셸은 스스로를 ‘엄마 대장(Mom in chief)’이라고 칭했다. 오바마도 딸과의 시간을 위해 확고한 원칙을 정했다. ‘대통령 아빠들(First Dads): 조지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까지 양육과 정치’의 저자인 조슈아 켄들에 따르면 오바마는 기부자나 동료 정치인과의 저녁식사 약속을 주중 2번만 한다. 꼭 5번 이상 저녁식사를 가족과 하겠다고 참모들에게도 말해 뒀다. 오바마의 전직 수행원 레기 러브는 “가족 저녁식사가 꼭 상황실 회의 같았다. 대통령은 오후 6시 반만 되면 하던 일을 대담하게 끊고 식사하러 갔다”고 전했다. 오바마가 이 약속을 칼같이 지켰다는 것이다. 저녁식사에는 오로지 부부와 두 딸만 참석했다. 심지어 육아를 돕던 오바마 장모 메리언 로빈슨조차 식탁에 앉지 못했다. 가족이 편하게 대화하기 위해서다. WP는 두 딸 학교에서 열리는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기, 딸에게 농구 가르치기, 이따금 아빠 엄마만의 저녁 데이트 이해해주기 등도 오바마 가족의 철칙이라고 전했다. 오바마의 유별난 육아 철학에 대해 보좌진이 불만을 늘어놓기도 했다. WP는 “보좌관들은 대통령이 육아에 시간을 들이는 탓에 워싱턴 정치권이 기대하는 대화 자리나 세부 사항을 조율할 여유를 충분히 갖지 않았다고 불평했다”고 보도했다.TV, 스마트폰 없는 대화 시간 오바마 부부는 두 딸에게 시련을 맛볼 기회를 주려 했다. 딸들이 냉엄한 현실을 알아야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일종의 담금질인 셈이다. 미셸은 2012년 10월 ABC방송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해 딸들이 최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해 봐야 한다며 “아이들이 정말 힘든 일이 어떤지 맛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도 2014년 5월 ‘퍼레이드 매거진’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늘 즐겁지만은 않고 격려해 주지만은 않는, 그리고 공평하지 못한 일을 경험할 기회를 찾고 있다. 우리 대부분이 매일 이런 과정을 겪고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오바마 부부의 조언에 따라 사샤는 올 8월 매사추세츠 주의 해산물 레스토랑 ‘낸시스’에서 매일 오전 7시 반에 출근해 아르바이트로 허드렛일을 했다. 장녀 말리아도 지난해 미국 HBO방송 드라마 ‘걸스’ 제작 부서에서 인턴으로 뛴 뒤 올해 하버드대 입학을 앞두고 ‘갭 이어’(gap year·학업을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를 선택했다. 오바마 부부는 대접받는 백악관 생활에 두 딸이 버릇없어지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훈육의 끈을 바짝 조였다. 남편이 대통령으로 처음 당선된 2008년 11월 미셸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백악관 참모들을 만났을 때 다들 ‘와, 딸들이 정말 훌륭하네요’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분명한 선을 정해 두고 애들이 침대 정리 정도는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잠자는 시간, 텔레비전 시청, 채소 충분히 먹기에 있어서만은 ‘호랑이 아빠’로 돌변했다.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에 따르면 오바마는 지난해 9월 미군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TV 없이 휴대전화는 어딘가에 던져두고 대화를 하는 게 좋은 육아법이라고 절실히 믿는다. 채소를 충분히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애들이 채소를 천천히 꼭꼭 10분간 씹은 뒤 삼켰는지 일일이 확인한다”고 말했다.부성애가 사회 변혁의 원동력 오바마는 자타가 공인하는 ‘딸 바보’다. 지난해 12월 백악관 인턴과의 대화에선 “내 인생 마지막 순간 기억할 일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내 답은 대통령으로서 한 어떤 일도 아니다. 딸의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고 해 지는 장면을 감상하며 딸이 탄 그네를 밀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올 3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공식 만찬에서조차 오바마는 딸 생각을 했다. “딸들이 너무 빨리 자라버렸습니다. 올가을 말리아가 대학에 가지요. (잠시 말을 끊고) 제가 목이 메었네요. 중요한 건 우리가 권력을 위해, 명성을 위해, 재산을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그리고 모든 이들의 아이들을 위해 이 자리에 있습니다.” 오바마 정치의 원동력은 부성애에서 나옴을 고백한 말이었다. 오바마의 자식 사랑이 유달리 깊은 이유는 자신의 불우했던 과거 때문이다. 그는 자서전 ‘담대한 희망’에 “자식을 나 몰라라 하는 생부(生父)의 무책임함과 의붓아버지의 서먹한 태도, 외할아버지의 실패와 좌절이 모두 내게 생생한 교훈이 됐다. 나는 자식들에게 믿음직한 아버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적었다. 오바마는 재정만 축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복지 및 교육 정책을 아버지의 마음으로 밀어붙였다. 2014년 유색 인종 젊은이들이 잠재력을 키우도록 멘토링과 직업 기회를 주는 자원봉사단체 ‘마이 브러더스 키퍼’도 설립했다. 작가 조슈아 켄들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오바마의 양육과 정치를 이렇게 평가했다. “오바마에게 좋은 양육은 사회 변혁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됐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두 딸은 2009년 워싱턴으로 이사한 뒤 ‘시드웰프렌즈스쿨’에 다니기 시작했다. 첫째 말리아(18)는 올해 이 학교를 졸업했지만 둘째 사샤(15)는 재학 중이라 오바마 부부는 다음 달 퇴임한 뒤에도 워싱턴에 머물기로 했다. 1883년 설립된 시드웰프렌즈스쿨은 ‘워싱턴의 하버드’로 불린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외동딸 첼시 클린턴, 조 바이든 부통령의 손자 등 정·재계 거물의 자녀들이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갖춘 이곳을 다녔다. 1년 수업료가 2만9442달러(약 3500만 원)나 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부부가 저울질했던 또 다른 학교 후보는 1945년 개교해 워싱턴에서 처음 흑백 통합을 시도했던 조지타운데이스쿨과 1911년 국제학교로 설립된 마렛스쿨이었다. 오바마 부부는 딸들의 의견을 존중해 백악관과 가까운 공립학교 대신 사립학교를 선택했지만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오바마는 대선 유세 때 공교육의 우수함과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었다. 두 딸은 워싱턴으로 오기 전 시카고에서도 사립학교인 시카고대부설 초등학교에 다녔다. 안 덩컨 전 교육장관을 배출한 곳으로 유독 방송인, 언론인, 영화인이 많이 나온 학교로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 교육 영향인지 말리아의 꿈은 영화제작자다. 말리아는 1년간 쉬는 ‘갭이어’를 보낸 뒤 내년 가을 하버드대에 진학한다. 오바마 부부도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NYT는 말리아의 대학 선택에 대해 “부모의 끊임없는 충고를 뒤집는 일종의 반항”이라고 해석했다. 부모가 간판을 보지 말고 대학을 택하라고 여러 차례 조언했는데도 말리아가 명문 중의 명문인 하버드대를 골랐다. 말리아의 하버드 고집은 미셸의 어린 시절을 닮았다. 미셸은 최근 ‘세븐틴 매거진’ 인터뷰에서 “내가 대학에 지원할 때 주변 사람들은 ‘글쎄, 프린스턴대는 너에겐 좀 높은 곳이다’라고 말했다. 내 실력을 의문시하는 사람들은 내게 자극을 줬다”고 회고했다. ‘오기’를 부린 미셸은 프린스턴대를 거쳐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 시간) 공화당의 전략가이자 ‘공보 베테랑’으로 불리는 숀 스파이서(45·사진)를 백악관 대변인에 지명했다. 트럼프 장녀인 이방카의 최측근인 호프 힉스(28)는 백악관 전략 공보국장에 발탁됐다. CNN에 따르면 스파이서는 6년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보국장을 지낸 데다 15년간 공화당 공보 담당을 맡아 워싱턴 언론계 및 정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에서는 선임 공보고문을 맡고 있다. 언론에 우호적이지 않은 트럼프와 달리 언론과 친숙한 스파이서의 지명은 백악관과 언론 사이의 소통 창구가 마련된 것으로 긍정적인 신호라고 CNN은 평가했다. 미 언론들은 스파이서가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고 백악관 일일브리핑을 중단하려는 트럼프의 언론정책 구상을 그대로 실행할 것인지에 관심을 나타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가짜 뉴스의 습격이 거세지면서 진실을 밝히려는 시민들과 ‘날조 언론’의 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국내에선 거짓 뉴스에 대응하는 ‘누리꾼(네티즌) 수사대’가 나타나 찾아낸 거짓 뉴스에 ‘가짜다’라는 댓글을 달며 ‘팩트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짜 뉴스로 홍역을 치른 미국에서도 ‘시민감시단’이 발족돼 가짜 사이트들을 공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시민단체가 아무리 가짜 뉴스 감시망을 강화해도 개개인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가짜 뉴스 확산을 막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와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가짜 뉴스를 가려낼 때는 필자 이름이 가명인지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가짜 뉴스 제작자들은 오보 피해자들이 거세게 항의할 것을 의식해 가명을 많이 쓴다. 포털사이트에서 필자를 검색해도 다른 기사가 안 뜨면 의심해야 한다. 기사에 언급된 취재원도 가상 인물일 수 있다. 최근 들어 가짜 뉴스에 애니메이션이나 온라인 게임 속 캐릭터가 전문가로 등장한다. 유명 인물의 발언이 거짓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NPR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자극적으로 보도됐다면 ‘오바마’를 포털에서 검색해 주류 언론이나 백악관 홈페이지 등에 관련 내용이 실렸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공인의 발언은 보통 다른 곳에서도 자주 인용된다”고 보도했다. 유력 언론과 비슷한 언론사 홈페이지 인터넷주소(URL)도 교묘하게 진짜처럼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말 퍼진 ‘박근혜 대통령 사임’이란 거짓 기사는 ‘CNN-alive’에서 나왔다. 이 사이트는 미국 CNN방송이 아닌 패러디 뉴스 사이트였다. 미국에선 ‘ABCnews.com.co’란 웹사이트가 ABC방송을 가장해 누리꾼을 현혹하고 있다. 가짜 뉴스를 판별할 때는 홈페이지의 회사소개란도 참고할 만하다. 버즈피드는 “회사 소개란에 ‘상상한 뉴스’, ‘풍자 뉴스’임을 대놓고 밝히거나 거짓 뉴스임을 눈치챌 수 있는 설명을 올리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NPR는 “언론사의 관계사 사업 성격이 미심쩍으면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곳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영국과 일본의 저명한 정치학자들, 비정상적인 탄핵운동 지적.’ ‘대한민국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이달 6일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영국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펜드래건과 일본 정치학자 히키가야 하치만(比企谷八幡)이 한국 국민의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를 비판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국내 주류 언론은 이런 내용을 거론조차 안 한다’ ‘외국인이 보는 눈이 정확하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하지만 기사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의 이름을 학자 이름인 것처럼 속여 쓴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가짜’로 드러났음에도 이 글은 여전히 소셜미디어에서 진짜 뉴스로 둔갑한 채 퍼지고 있다. 어수선한 시국을 틈타 가짜 뉴스가 민감해진 국민을 자극하고 있다. 돈을 뜯어내는 범죄 미끼로도 악용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 ‘찌라시’(사설정보지), ‘뉴스 어뷰징’(기존 기사를 자극적으로 재생산하는 행위)에 이어 이제 가짜 뉴스들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올해 대선을 치른 미국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내년 대선 준비가 한창인 독일에서도 가짜 뉴스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재미로 시작해 혐한, 범죄 도구로 국내에서는 누리꾼들이 호기심이나 재미로 가짜 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엔터테인먼트 앱으로 분류된 ‘페이크뉴스’는 10대도 손쉽게 가짜 기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제목, 언론사명, 본문을 자유롭게 써넣고 저장하면 입력 내용이 감쪽같이 포털 앱에 뜬 기사 이미지로 변신한다. 이미지 파일을 버튼 하나만 눌러 카카오톡으로 공유할 수 있다. 2년 전 고등학생 때 앱을 개발한 배재성 씨(19)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미 실현된 사실인 듯 기사로 만들어 간직하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개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사람들을 속이니 재미있다’거나 ‘친구들이 진짜인 줄 안다’는 등의 후기를 남겼다. ‘데일리파닥’은 ‘친구를 낚는 강태공이 되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가짜 뉴스 제작 사이트다. 이용자가 입력한 기사에 ‘정부는 4월 1일이 만우절이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는 문장이 덧붙기 때문에 가짜 뉴스임을 알 수 있지만 본문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로 착각할 정도다. 가짜 뉴스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조직적인 선동 도구가 되고 있다. ‘한국신문’이란 매체는 홈페이지에 ‘한국 뉴스를 널리 전하는 것이 사업 목표다. 사회를 움직이는 게 목표다’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이 홈페이지의 기사들은 오히려 혐한 기류를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 기형아 시체로 통조림을 만든 기업이 적발됐다’는 거짓 기사는 최근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 트위터에서 조롱거리가 됐다. 사기꾼들도 가짜 뉴스로 피해자를 낚는다. 탄핵 요구가 거셌던 지난달 말 갑자기 ‘박근혜 사임. CNN 속보’라는 제목을 앞세운 e메일이 퍼졌다. 사람들이 CNN 기사로 소개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면 PC에 랜섬웨어가 깔리게 돼 있었다. 랜섬웨어는 PC 파일을 암호화해 암호를 풀려면 인터넷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게 만드는 악성 코드다.미국에선 가짜 뉴스가 신사업 미국에선 가짜 뉴스가 신사업이 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광고 전공자 등 2명이 운영하는 유사 언론 ‘리버티 라이터스 뉴스’는 매달 최대 4만 달러(약 4800만 원)의 수익을 낸다. 서비스 시작 3개월 만에 하루 방문자 수가 70만 명이 됐고 매달 갑절로 뛴다. 투자는 페이스북 계정 리모델링에 매달 3000달러를 들이는 정도다. 인기가 상당하다 보니 최근 크라이슬러, 보스 등 대기업들도 가짜 뉴스 사이트에 광고를 내 논란이 됐다. 동유럽에선 가짜 뉴스가 구직 청년들의 돈벌이 수단이 됐다. 조지아에 사는 컴퓨터공학 전공자 베카 라차비제 씨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가짜 뉴스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고백했다.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이면 충분하다. 처음엔 친(親)힐러리 클린턴(민주당) 웹사이트를 운영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공화당)에게 유리한 가짜 뉴스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이내 대박을 터뜨렸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인 입국을 막겠다고 멕시코 정부가 발표했다’는 가짜 뉴스는 특히 반응이 뜨거웠다. 뉴스가 올라간 그달에만 광고 수익으로 6000달러를 벌었다. 마케도니아에서도 가짜 뉴스 사업은 인기다. 지난해에만 140여 개의 관련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면서 이미 시장은 포화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가짜 선호 세태, ‘팩트 폭행’ 낳아 거짓이어도 자기 입맛에 맞는 기사만 즐기려는 세태는 ‘팩트 폭행’ 현상까지 초래했다. 팩트 폭행은 사실을 밝혀 상대방의 정곡을 찌른다는 뜻이다. 사실을 접하는 게 폭력적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병리 현상이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보고 싶은 기사만 보려는 욕망 때문에 팩트 폭행이란 현상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가짜 뉴스가 인기를 끌면서 각국 정부와 대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몇 달 전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 딸이란 허위 기사가 퍼졌다.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이 나서 “가짜 뉴스 유포자를 철저히 수사하겠다. 가짜 뉴스 유포는 최대 징역 5년형까지 가능한 범죄”라고 엄포를 놨다. 가짜 뉴스 유통망이 됐다는 비판을 받은 페이스북은 거짓 뉴스를 걸러내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코리아도 본사 방침에 따라 내년부터 거짓 뉴스를 걸러내기로 했다. 국내 다른 포털에서도 강력한 오보 규제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일부 포털이 ‘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오보를 견제하지만 강하게 규제하려면 거짓인지 아닌지 모호한 기사가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권기범·한기재기자 }
승객과 승무원 등 118명을 태운 리비아 국내선 여객기가 23일 비행 도중 납치돼 지중해 섬나라 몰타 국제공항에 비상착륙했다. 두 명의 납치범은 몰타 정부와 협상 중 이날 오후 11시(한국 시간) 현재 승객 111명 중 2명과 승무원 7명을 제외한 승객 109명을 석방했다. 리비아 아프리키야 항공 여객기는 이날 리비아 남부 사브하를 출발해 수도 트리폴리로 향하다 공중에서 납치됐다. 납치 이유나 배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납치범은 기내에서 수류탄을 폭파하겠다며 자신이 2011년 사망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지지자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 타임즈오브몰타는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슬람국가'(IS) 등 국제 테러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CNN은 "공중에서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고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해 일부 인질을 석방한 것으로 보아 테러보다는 정치적 시위 목적의 납치로 보인다"고 보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20일 오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교외의 야외 폭죽 시장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 최소 31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쳤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전날 독일 베를린 트럭 테러에 이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서민들의 시장에서 잇따라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연말 연휴 분위기에 들떠 있던 세계 각국이 ‘크리스마스 테러’ 공포에 떨고 있다. BBC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폭발은 멕시코시티에서 북쪽으로 32km 떨어진 툴테펙에 있는 산파블리토 폭죽 시장에서 오후 2시 50분경 발생했다. 당시 시장에선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기념하는 폭죽을 사는 쇼핑객들이 가득했다. 시장 어딘가에서 폭죽이 터지며 뿌연 연기가 하늘을 가리더니 연이은 폭발로 시장은 순식간에 돌무더기와 새까맣게 탄 폭죽 가게의 철재들로 뒤덮여 잿더미가 됐다. 시장에는 폭죽 300t가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70여 명 중에는 온몸에 화상을 입은 어린이 10여 명도 포함됐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시드로 산체스 툴테펙 긴급구조대장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미흡한 안전 조치가 폭발을 초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툴테펙 시측은 “우리 시의 주요 산업이 폭죽 제조업이라 국방부가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지 않게 꾸준히 감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백악관만 바라보는 ‘예스맨’들의 은신처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미군에 붙잡히자마자 처음 그를 신문한 존 닉슨 전 CIA 요원(55·사진)이 ‘대통령에 대한 보고: 사담 후세인 신문’이란 회고록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CIA가 거대한 권력 집단으로 변모하면서 보신주의를 추구하는 인물로 채워진 나머지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답만 제공하는 ‘정보의 정치화’의 오류에 빠졌다는 것이다. 1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CIA의 이 같은 변질은 잘못된 정보 생산으로 이어졌다는 게 이 책을 관통하는 닉슨의 핵심 주장이다. CIA는 9·11테러 이후 정권 입맛에 맞게 정보를 조작하는 데 익숙해졌고 결국 후세인의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있다는 그릇된 정보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CIA의 오보가 이라크 전쟁의 결정적 빌미가 된 셈이다. 닉슨은 “CIA의 보고서는 기밀 정보 소비자를 위한 마약과 같다”고 표현했다. 정권이 자신의 이해에 들어맞는 보고를 끊임없이 원했다는 뜻이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후세인의 억울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닉슨은 스스로에게 ‘후세인을 권력에서 끌어내리고 제거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그를 제거할 필요가 없었다. 후세인은 당시 사실상 정부 일에서 손을 뗀 뒤였다. CIA도 이 사실을 전쟁 전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닉슨은 후세인을 직접 신문하며 후세인이 미군의 이라크 침공 당시 이미 통치권을 참모들에게 넘기고 소설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후세인은 소설에 몰입할 뿐 정권 핵심에서 멀어져 이라크 정세에 아주 무지할 정도였다. 오히려 닉슨은 후세인이 9·11테러 이후 미국과 이라크가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후세인의 머릿속에 두 나라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항해 함께 싸우는 자연스러운 동맹국이었다”고 말했다. 훗날 자신이 잘못 판단했음을 깨달은 후세인은 닉슨에게 “미국은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없다”고 원망했다. 하지만 후세인은 “나 역시 (오판을 했으니) 그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주 오래전에 WMD를 없앴다는 걸 전쟁 전 미국 측에 확실히 밝히지 않았던 게 내 실수”라고 고백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현 시점에서 완전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 정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70)은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14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전임자들(전 연준 의장들)과 나는 실업률이 지금보다 상당히 높았을 때 재정 촉진책을 촉구했다. 지금은 실업률이 4.6%이고 노동시장도 견고하다. 고용시장이 다소 부진한 측면이 있지만 점차 줄어들고 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고용 창출을 위해 대규모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뉴요커 출신 동갑내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70)과 전혀 다른 처방을 밝힌 것이다. 옐런은 대선 기간 내내 자신을 비판한 트럼프를 강하게 반격할 것이라는 예측도 저버리지 않았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경제를 놓고 트럼프와 옐런의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됐다”라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재정 정책 vs 옐런의 금융 정책 대결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시장 예상과 달리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2회에서 3회로 늘린 것 자체가 트럼프의 재정 부양에 따른 경기 과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옐런 의장도 이날 “일부 위원이 재정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금리 인상 전망치 변화에) 다소 반영했다”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옐런이 내년에 가파른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수출 강국 목표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트럼프의 주 목적은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통상 우위를 지켜내는 것이지만 달러화 강세는 외국 정부들이 미국산 제품에 보호관세를 매기는 효과를 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옐런은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금융 규제 폐지를 공언한 것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준 금융위기를 겪었고 이를 계기로 대부분 연방의원과 대중이 더 안전하고 강한 금융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금융 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은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다. 금융 규제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옐런의 날선 발언이 트럼프에 대한 반격인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특유의 거친 표현으로 옐런의 저금리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5월 CNBC방송 인터뷰에서 “옐런 의장이 유능한 사람이지만 공화당 지지자가 아닌 만큼 임기가 끝나면 교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9월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옐런 의장이 (임기 끝까지)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올려도 찔끔찔끔 올리려 한다. 옐런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정책 구체화 될때까지 관망세 전망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은 이날 FOMC 회의 결과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 정책뿐만 아니라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경우 경기 위축이 예상되는 만큼 내년 3차례 금리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JP모건, 씨티그룹 등 대부분의 투자은행은 ‘내년 금리 2회 인상’이란 기존의 전망을 유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1회 인상 전망’을 고수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3대 경제 공약인 감세 및 인프라 투자 등에 의한 재정 부양, 고율 관세 부과 및 자유무역협정 재검토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그리고 이민 제한 중 어느 정책을 먼저 쓰느냐, 각 정책의 범위나 규모는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구체화될 때까지는 연준도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조은아 기자}
미국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쟁적으로 돈을 풀던 세계 주요국이 잇따라 ‘돈줄 죄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은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 4월부터 월별 자산 매입 규모를 800억 유로(약 99조2000억 원)에서 600억 유로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돈줄 죄기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왔다. 영국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가 예상보다 크지 않고 물가가 올라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최근 대립각을 세운 중국의 런민은행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 중국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급락해 자본 유출이 심해져 외환보유액이 11월 말 현재 3조520억 달러(약 3570조8400억 원)로 5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왕타오(汪濤) UBS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제어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돈을 찍어내는 양적완화 정책을 밀어붙였다. 기준금리를 내려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면 외국으로 수출하는 물품 값이 떨어져 통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시장에 돈이 풀리면 얼어붙은 시장이 활력을 찾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당시 선진국의 돈 풀기 경쟁이 지나쳐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모여 “돈 풀기를 자제하자”며 환율전쟁 중재안을 마련할 정도였다. 이제 미국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며 초저금리 시대는 변환기를 맞았다. 주요국은 줄줄이 금리를 올리거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화 가치가 계속 오르면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 통화가치는 지나치게 낮아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불안심리가 확산된다. 대규모 외채를 짊어진 신흥국은 빚 부담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15일 국제금융센터와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신흥국 외채는 약 6조9000억 달러(약 8073조 원)로 이 가운데 70%가 달러표시 채권이다. 달러값이 오르면 그만큼 빚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염려한다. 자국 화폐가치가 최근 한 달간 10% 넘게 폭락한 터키를 비롯해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가장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이후 외화표시 채권 발행을 큰 폭으로 늘린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강(强)달러 위험에 노출된 국가로 분류된다.조은아 achim@donga.com·이건혁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70)은 2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국무장관 인선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올랐지만 참모들 의견이 제각각이고 후보마다 석연치 않은 점이 없지 않았다. 이날 사무실을 찾아와 우연히 트럼프의 고민을 들은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64·사진)를 추천했다. 트럼프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기업하기 힘든 오지에서 경영한 경험이 큰 자산”이라는 게이츠의 말에 솔깃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도 하루 전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만나 틸러슨을 추천했다. 틸러슨이 CEO인 엑손모빌은 게이츠와 라이스가 운영하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라이스하들리게이츠 고객 회사였다. 라이스는 “틸러슨과 사업상 골프를 치며 국제 정세를 논의했는데 중동, 러시아, 인도네시아, 남미에 식견이 높았다”고 그를 치켜세웠다. 이후 트럼프는 틸러슨을 두 시간 면담한 뒤 참모들에게 “다른 후보들과는 다른 수준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한 틸러슨 낙점의 순간이다. 트럼프가 친(親)러시아 인사인 틸러슨을 반대하는 당내 여론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 공화당의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틸러슨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상원의원 인준에서 찬성하지 않으면 틸러슨이 국무장관에 오를 수 없다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를 놓고 고민할 때 게이츠는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우정’과 혼동하는 건 실수다. 틸러슨은 매우 냉정한 현실주의자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옛정에 휩쓸려 국정을 망치진 않을 사람이란 얘기였다. 트럼프는 장관 인선으로 시끄러울수록 ‘마이웨이’를 고수하려 했다. WP는 “트럼프는 참모들 압박에 떠밀려 결정하기 싫어했다. 장관 후보자 이름이 밖으로 노출되고 참모들이 마음에 드는 후보를 편들자 트럼프는 환멸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후보들을 검증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강하게 밀었고 대선 과정에 의리를 지킨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한때 국무장관 1순위였지만 72세 고령이어서 세계 곳곳을 휘젓고 다니며 민감한 사안을 잘 처리할 수 있을지 트럼프가 우려해 포기했다. 지난달 말 추수감사절 연휴에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족들과 머무는 동안 트럼프의 마음은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쪽으로 기울었다. 롬니는 과거 행정부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후회와 더 일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트럼프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국무장관만 하고 싶다는 조건을 달았다. 트럼프도 자신을 ‘사기꾼’ ‘거짓말쟁이’라고 욕했던 정적과 손잡으며 화해 무드를 연출할 수 있어 롬니를 반겼다. 하지만 트럼프 참모와 지지자들은 “롬니가 우리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롬니는 지난일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며 사과를 거절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를 지정학적 최대 적수로 생각하는 롬니와 러시아와 가까워지고 싶은 트럼프의 견해차는 결정적인 걸림돌이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은 자서전을 써준 여작가와 사랑에 빠져 기밀을 누설한 전력으로 제외됐다. 밥 코커 상원의원(테네시)도 지난달 29일 트럼프와 만나 후보로 떠올랐지만 국무장관으로는 약하다는 평이 나오며 탈락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70)이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 도입에 제동을 걸며 미국 군수사업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국방예산 감축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한국에 대한 F-35 구매 독촉이나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이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F-35 구매 비용이 통제불능이다. (대통령에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부터 군사분야 등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F-35는 비싼 가격 때문에 미국 정부가 처음 도입한 2001년부터 논란이 컸다. 정부는 F-35 구매예산 상한선을 2330억 달러(약 272조 원)로 정하고 이를 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F-35 구입에 쓰인 돈은 1조4000억 달러(약 1638조 원)를 넘는다. 트럼프의 발언은 F-35 구매를 줄이겠다는 뜻이 아니라 F-35 제조사 록히드마틴과 협상을 통해 구입비용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대선 유세 때 미국 전력이 고갈돼 전력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록히드마틴도 가격이 비싸다는 전문가들 지적에 따라 꾸준히 제작비를 낮추고 있어 가격 협상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대당 1억1200만 달러였던 F-35의 제작단가는 현재 9600만 달러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F-35 구입비를 낮추는 대신 록히드마틴의 F-35 해외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F-35 구매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2018년부터 F-35A 40대를 1대당 1200억 원에 들여올 예정이다. 국방부가 F-35A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때 최순실 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트럼프는 나아가 전반적인 군수사업 예산 감축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6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새로 만드는 비용이 40억 달러(약 4조6800억 원)까지 올라갔다며 주문을 취소했다. 트럼프가 국방예산 감축에 나서면 선거 유세 때 밝힌 대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70)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2016년 올해의 인물’(사진)에 선정됐다. 타임은 7일 “트럼프의 당선은 꽉 막히고 오만한 지도층에 대한 비난을 보여주는 동시에 트럼프 비판자들에겐 정치가 인종 차별 및 성 차별로 파괴되고 있음을 경고한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타임의 표지에는 트럼프가 지난달 28일 뉴욕 트럼프타워 66층에 있는 펜트하우스 의자에 앉아 엄숙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을 실었다. 트럼프는 타임의 발표 직후 NBC방송에 출연해 “대단한 영광이며 본인에게 큰 의미”라고 말했다. 타임은 1927년부터 매년 영향력을 미친 인물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높은 인기를 누리며 8년간 재임해 온 존 키 뉴질랜드 총리(55·사진)가 5일 예고 없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키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떠날 때가 됐다. (사임 결정은) 내가 한 결정 중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가 사임을 결정한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키 총리는 “아내 브로나는 많은 밤과 주말을 외롭게 보냈고 딸과 아들도 아버지 직업 때문에 사생활을 침해당했다”고 말했다. 총리의 깜짝 발표에 “총리 부인이 ‘총리직과 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최후 통첩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지만 총리는 이를 부인했다. 큰 실책 없이 뉴질랜드를 이끌던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에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키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날 “당 지지율이 거의 50% 수준이고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 지금이 정상에서 내려올 기회”라고 밝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이텍시트’ 힘받은 오성운동 대표 베페 그릴로이탈리아의 트럼프 “판 뒤집을 준비됐나요” “나는 여전히 코미디언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이탈리아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상징인 오성운동을 이끄는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68)는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 불리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2013년 총선에서 오성운동이 25.5% 득표율로 제1야당에 오르자 그릴로가 ‘광대’에 불과하다던 비웃음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웃음소리는 4일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부결되고 마테오 렌치 총리가 사임하자 완전히 멈췄다. 내년 실시되는 조기 총선에서 오성운동이 제1당이 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기득권 타파와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외치던 그릴로가 정치무대의 중심으로 올라선 것이다. 그릴로는 코미디언 시절부터 사회 풍자로 유명해졌다. 1980년대 인기 프로그램 ‘미국을 보여 주마’에서 그는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낙후된 모습을 보여 주고 “모든 종류의 악행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며 이탈리아 사회를 비판했다. 1986년엔 중국을 방문 중인 사회당 출신 총리 베티노 크락시를 겨냥해 “모든 중국인이 사회주의자면 그곳 지도자들은 누구한테서 도둑질을 하는 건가”라고 TV 출연 중에 사회당의 부패를 비판하는 농담을 던졌다가 수년간 TV 출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코미디 무대를 이용한 사회 비판은 2005년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정치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의 블로그에서 누리꾼들은 재생에너지, 경제 정의, 대기업의 만행 등 정치토론을 이어갔다. 블로그가 반향을 얻자 그릴로는 2009년 물, 교통, 개발, 인터넷 접근성, 그리고 환경을 포함한 ‘다섯 개 별’을 뜻하는 오성운동을 창당했다. 2013년 총선에서 하원 630석 중 91석, 상원 315석 중 35석을 확보해 제1야당이 됐다. 6월 지방선거에서는 로마(비르지니아 라지)와 토리노(키아라 아펜디노) 시장을 배출했다. 10월 타계한 199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극작가 다리오 포는 사회 풍자를 기반으로 한 정치운동을 이어가는 그릴로에게 “초현실적인 기발한 생각을 사용할 줄 아는 현명한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득권 정치의 오물을 빼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메시지와 강력한 반(反)주류 및 반부패 정서를 보이는 그릴로는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 모두 “TV를 통해 유명해졌으며 기성 언론과 기성 정치에 적대적이고 브뤼셀, 베를린, 파리에서 모두 환영받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그릴로는 “총리 욕심은 없다”며 정치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유럽 첫 극우정당 대통령 저지한 판데어벨렌오스트리아의 오바마 “장벽없는 유럽건설 꿈” 4일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극우 자유당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45)를 누른 무소속 알렉산더 판데어벨렌(72)은 ‘유럽의 오바마’로 불린다. 그는 옛 소련에서 탈출한 난민의 아들이다. 판데어벨렌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네덜란드계 러시아 귀족 출신으로 에스토니아인 어머니를 만나 에스토니아에서 결혼했다. 스탈린 통치를 받던 에스토니아를 탈출한 부모는 유럽을 떠돌다 오스트리아로 도피했다. 그 후에도 스탈린 군대를 피해 떠돌이 삶을 살아야 했다.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 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판데어벨렌은 “티롤 주에서도 떠돌이 같은 유년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고향 티롤 주에 있는 인스브루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빈대학 교수를 지낸 판데어벨렌은 1994년 의회에 입성했다. 사회민주당원이던 그는 이때 녹색당으로 옮겨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0여년간 뚝심 있게 녹색당을 지키며 대변인과 당수(黨首)를 지냈다. 녹색당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08년 선거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녹색당이 대패하자 탈당했다. 그러다 올해 대선에서는 자유당에 맞선 중도좌파 진영과 무소속 연대의 후보로 나왔다. 판데어벨렌의 꿈은 국가 간 장벽이 없는 ‘진정한 유럽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유럽이 통합돼야 난민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보호된다고 믿는다. 오스트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도하려는 호퍼와는 상극일 수밖에 없었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 대통령을 배출하는 나라가 될 뻔했다. 4월 1차 투표에선 호퍼가 양대 정당인 국민당과 사민당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호퍼와 결선에 진출한 판데어벨렌은 유세 내내 “오스트리아가 유럽에서 극우 정당 대통령을 선출하는 최초의 국가가 될 수는 없다. 호퍼의 당선은 막아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판데어벨렌은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내줬던 호퍼와 5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겨뤄 간신히 승리했다. 하지만 호퍼의 자유당이 결선투표 부재자 투표함 일부가 참관인 없이 예정보다 일찍 개봉됐다고 주장해 투표가 무효 처리됐다. 4일 재선거에서는 호퍼가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의 이변으로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 바람이 거세지고 있었다. 그러나 극우 정당 집권에 거부감을 느낀 유권자들은 판데어벨렌에게 표를 몰아줬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에 이어 대통령의 경제교사 격인 경제자문단 대표에도 월가 인물을 발탁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는 경제자문단인 ‘대통령전략정책포럼’ 위원장에 세계 최대 사모(私募)펀드 운용회사 블랙스톤의 창업자인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69·사진)을 임명했다. 유대인인 슈워츠먼 회장은 자산이 103억 달러(약 12조510억 원)로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 자산가 순위에서 45위다. 그는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모펀드의 세금을 올리려 하자 “1939년 아돌프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 같다”고 비난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FT에 “트럼프 행정부는 매우 친(親)기업적이고 친자본적이다”며 “기업뿐 아니라 중산층과 저소득층도 잘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전략정책포럼은 금융, 제조,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다. 첫 회의는 내년 2월에 열린다. 금융권에서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 자산운용사 블랙록 창립자 래리 핑크도 경제자문단에 참여한다. 제조업에서는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CEO,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포함됐다. 지니 로메티 IBM CEO는 물론이고 오바마 행정부 자문역을 맡은 짐 맥너니 전 보잉 CEO,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도 자문역을 맡는다. 대선 유세 때 월가와 정계의 유착을 비판했던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뒤 월가 거물을 줄줄이 핵심 보직에 앉혀 위선적이란 비판도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돈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월가 출신이 트럼프의 미국 경제 회생 대책에 적임자라는 얘기도 나온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47·사진)가 여성인권 신장 활동을 지원하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1180억 원 상당의 페이스북 주식을 기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자료에 따르면 샌드버그는 지난달 21일 페이스북 주식 88만 주(약 1억 달러)를 자선기금에 기부했다. 이 기금은 샌드버그의 저서 제목을 따서 만든 여성인권단체 ‘린인(Lean In)’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는 단체 ‘옵션B’를 위해 쓰이게 된다. ‘옵션B’는 샌드버그가 ‘린인’에 이어 쓰고 있는 두 번째 책 이름이다. 샌드버그는 지난해 5월 남편 데이브 골드버그 서베이몽키 최고경영자(CEO)를 잃은 슬픔을 집필로 달래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 자선기금’ 이름도 남편을 기리기 위해 ‘셰릴샌드버그앤드데이브골드버그가족기금’으로 바꿨다. 샌드버그는 일찍이 살아있는 동안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기부 서약에 서명했다. 지난해에도 페이스북 주식 28만 주를 기부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50년 넘게 여성 누드 사진을 실어 유명해진 ‘피렐리 달력’이 내년도 달력엔 유명 여배우들의 화장기 없는 흑백사진을 담는다고 30일 AP통신이 보도했다. 나체가 아니라 민얼굴 속에 숨겨진 영혼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고급 타이어 회사 피렐리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패션사진계의 거장인 피터 린드버그가 촬영한 28∼71세의 여성 톱스타 사진 40장을 공개했다. 사진 속 여배우들은 색조화장 없이 자글자글한 주름과 얼룩 같은 기미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촬영에는 니콜 키드먼, 케이트 윈즐릿, 우마 서먼, 줄리앤 무어, 제시카 채스테인 등 할리우드 여배우 14명이 참여했다. 중국 장쯔이(章子怡), 프랑스 레아 세이두, 스웨덴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도 함께했다. 린드버그는 “미디어에선 여성의 완벽한 아름다움만 강조되지만 나는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도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화장 안 하기’ 운동이 릴레이처럼 번지고 있다. 가수 얼리샤 키스는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카메라 렌즈 앞에 당당히 서 ‘노메이크업 여왕’으로 불린다.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는 생일날 아침에 화장을 안 한 얼굴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패션잡지 보그는 “이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살자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북한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혼란을 틈타 도발하지 못하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경고 성명을 내야 한다고 미국 언론이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은 최근 부패 스캔들로 인한 불확실성을 가라앉힐 수 있지만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의 혼란은 수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더 큰 위험은 미국이 정권 이양기를 거치고 있는데 북한까지 서울의 혼란을 이용하려 드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현 상황을 악용하면 한미 군사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 성명을 내야 한다고 트럼프 당선인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북한의 공격을 막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대북제재는 물론이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사설에서 “북한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직후 (도발을 통해) 그를 시험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 퇴진을 늦춰서 얻을 것은 거의 없다. 한국이 지체 없이 차기 대통령을 뽑는 것이 세계를 위해서도 더 낫다”고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70)도 이날 텍사스 주 댈러스 부시 대통령센터에서 열린 북한자유포럼 행사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댈러스모닝뉴스가 보도했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의 미래는 동아시아의 미래와 매우 밀접히 연관돼 있다”며 “북한이 미사일 실험에 성공할 때마다 서울과 도쿄는 물론이고 태평양 너머 (미국)까지 위험해졌다”고 회고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무감각해져서는 안 된다. (북한 문제는) 미국 같은 나라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은아 achim@donga.com·이세형 기자}

마하 와치랄롱꼰 왕세자(64·사진)가 이르면 다음 달 1일 1972년 왕세자가 된 지 44년 만에 태국 짜끄리 왕조 10번째 왕(라마 10세)에 오른다. 70년간 왕좌를 지키던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이 지난달 13일 89세로 서거한 지 약 50일 만이다. AP통신은 29일 태국 과도의회가 와치랄롱꼰 왕세자를 새 왕으로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 뽄펫 위칫촌차이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새 국왕이 결정됐음을 알리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새 국왕을 축복하자”라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법에 따라 새 국왕을 정하면 국가입법회에 통보해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제 와치랄롱꼰 왕세자가 의회의 추대를 수락하면 새 국왕으로 확정된다.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와치랄롱꼰 왕세자는 30일 귀국해 남은 승계 절차를 마치고 이르면 다음 달 1일 즉위식을 열 것으로 보인다. 그가 왕위에 오르면 그보다 네 살 많은 영국의 찰스 왕세자(68)만 ‘장수 왕세자’로 남게 된다. 와치랄롱꼰 왕세자는 푸미폰 국왕과 시리낏 끼띠야까라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1남 3녀 중 둘째다. 10대 때부터 태국군 장교 훈련을 받았고 14세에 영국 기숙학교로 유학을 떠났으며 호주 왕립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가끔 국적사인 타이항공 대형 제트기를 몰 정도로 비행 마니아다. 그는 국정에 관심이 없는 데다 복잡한 사생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외사촌, 배우, 평민 출신 여성과 3차례 결혼하고 이혼하며 자녀 7명을 두었다. 이 때문에 군부가 전 국왕에 비해 국민적 신뢰가 낮고 무능한 그를 허수아비로 앞세워 권력을 확고히 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태국 정부는 푸미폰 국왕 서거 직후 왕위 승계 절차를 시작하려 했다. 푸미폰 국왕이 이미 1972년 그를 왕세자 겸 후계자로 공식 지명했고 의회도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와치랄롱꼰 왕세자가 애도 기간을 갖고 싶다며 승계를 미뤘다. 왕위 승계가 늦어지며 권력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에 새 국왕이 선포됨에 따라 이런 혼란은 잦아들게 됐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