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디지털 혐오증… 컴퓨터 배우기 싫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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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온라인뉴스 대신 신문-잡지 선호
해킹 우려 손편지 방식으로 소통… 트위터는 내용 불러주면 참모가 올려
대선때도 “빅데이터 의존말라” 지시

 “앞으로 백악관에서 컴퓨터가 사라질까.”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미국의 대통령이 될 도널드 트럼프가 최신 컴퓨터 같은 현대 기기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대중과 동떨어진 1980년대에 머물고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트위터에 중요한 국정 비전을 올려 대는 트위터 마니아 트럼프에게는 너무 편파적인 지적처럼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의 미 대선 해킹 의혹에 너그러운 반응을 보이는 트럼프가 사실은 자신이 해킹 공격을 받을까 봐 컴퓨터,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손으로 편지를 써 배달원을 통해 보내는 낡은 방식을 선호한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트럼프는 컴퓨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온라인 뉴스 대신 신문, 잡지를 사무실에 한 무더기 쌓아 두고 하나씩 꺼내 꼼꼼하게 읽는다. 대선 유세 때는 캠프 간부들에게 “온라인 빅데이터에 의존해 선거 전략을 짜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온라인 정보는 조작될 수 있다’는 불신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신 전국 곳곳 유세장에서 느낀 유권자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전략을 세웠다.

  ‘트위터 정치’를 고수하는 트럼프가 스마트폰을 끼고 살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가 내용을 불러주면 참모들이 대신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지만 통화할 때만 간단히 쓴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정보는 직접 손으로 써서 사람을 통해 전달한다. 어떤 컴퓨터도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컴퓨터 혐오증을 직접 확인했다.

 컴퓨터 혐오증은 트럼프가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인 탓도 있지만 온라인 문서가 법적 다툼에서 불리한 증거로 남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커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2월 유세에서 “소송을 당할 때 법원은 e메일을 제출하라고 하는데 나는 e메일을 안 쓰니 제출할 수 없다. 승소하고 나면 e메일을 안 쓰는 게 정말 똑똑한 방법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의 행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크게 대비된다. 오바마는 젊은 대통령답게 2009년 백악관에 입성할 때 특별한 장비를 갖춘 최신식 블랙베리를 들고 왔다. 매일 아이패드로 국가안보 브리핑 자료를 읽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오바마의 이런 성향은 정책으로도 반영됐다. 백악관에 기술담당최고책임자(CTO) 자리를 신설하고 디지털 기술을 연방 정부의 효율성과 대국민 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혁신적 수단으로 삼았다. 그는 최근 참모들에게 “백악관 컴퓨터를 최신 모델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후임자가 편하게 국정을 보도록 배려한 조치였다. 최신형 컴퓨터가 설치됐고 인터넷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하면 이 모든 게 찬밥 신세가 될 공산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디지털에 무심한 트럼프가 사이버 안보 정책도 소홀히 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AP는 “대선 후보가 되자 즉시 정보 당국에 미국 사이버 안보 및 취약성에 대한 보고를 요청했던 트럼프가 정작 지금은 사이버 안보 강화 정책을 구체화하지도 않고 러시아가 미 대선에 해킹으로 개입했다는 정보 당국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트럼프#컴퓨터#컴맹#백악관#미국#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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