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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무기명 채권 등으로 숨긴 재산이 수십억 원 더 있는 것으로 보고 관련 계좌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운영하는 출판사(시공사)에 구상권 청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시공사의 수익 중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환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노정환 외사부장)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숨겨 둔 불법 재산을 추징하기 위해 관련 계좌를 추적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무기명 채권 등으로 빼돌린 불법 재산이 수십억 원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차남 전재용 씨가 갖고 있던 1억 원 상당의 상장사 주식 1만5000주도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재산 추가 확보에 나선 건 기존에 추징한 부동산의 가격이 공매 처분 과정에서 유찰이 거듭돼 당초 평가액보다 크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우선 재국 씨가 운영하는 시공사에 구상권을 청구해 재국 씨 몫의 추징금을 받아내기로 했다. 재국 씨가 내놓은 시공사 사옥과 부지 4필지(평가액 160억 원)에는 88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시공사가 대출 받는 과정에서 재국 씨가 개인 땅을 담보로 제공한 것. 이 부동산을 매각해도 88억 원은 고스란히 채권 은행 몫이 된다. 지난해 11월 시공사 부지 4필지 중 1필지와 건물이 35억 원에 공매로 팔렸는데 당시 한 푼도 국고에 귀속되지 못했다. 검찰은 시공사 소유주가 재국 씨인 만큼 시공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최근 법리 검토를 마쳤다. 시공사가 매년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인 만큼 수익의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 전 대통령 일가가 2013년 9월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자진 납부하겠다며 내놓은 1703억 원어치 재산은 대부분 부동산(8건·1270억 원)이었다. 하지만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3남 재만 씨의 서울 한남동 신원프라자 빌딩만 지난해 2월 180억 원에 팔렸을 뿐 나머지는 모두 공매에서 잇따라 유찰되거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부동산 가격은 최초 평가액에 비해 20% 정도 떨어졌다. 부동산을 팔 때마다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도 고민이다. 이들 부동산 대부분 매입 시기가 오래돼 양도 차익이 높은 편이다. 심지어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산정해 내놓은 부동산 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재국 씨 소유 경기 연천 허브빌리지를 250억 원(채무 50억 원 제외)으로 평가했지만 적정 시세는 150억 원대다. 한편 미국 법무부가 재용 씨의 미국 내 주택 매각대금 72만 달러(약 7억8000만 원)를 압류해 한국 정부로 돌려주기 위한 몰수재판이 15일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산이 국내로 돌아오면 한미 간 사법공조가 시작된 이래 미국에서 범죄수익을 환수한 첫 사례가 된다. 재용 씨는 매각 대금이 자신의 재산이라며 현지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재만 씨 장인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은 자신에게 부과된 추징금 275억 원을 대출을 받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한 사실이 확인됐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위원장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는 다음 달 17일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 후임으로 강민구 창원지법원장(57·사법연수원 14기), 박상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59·〃 11기), 한위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58·〃 12기) 등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추천위는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법원 내외부에서 천거된 심사 대상자들에 대한 검증을 거쳐 이들을 후보로 선정했다. 세 후보는 각각 현직 법원장과 검사장 출신, 판사 출신 변호사라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50대 후반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경북 구미 출신인 강 원장은 한국정보법학회 회장을 지낸 법원 내 정보기술(IT) 전도사다. 창원지법에선 곳곳에 예술 작품을 배치한 이른바 ‘예술법정’을 통해 분쟁과 갈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박 원장은 경기 시흥 출신으로 서울북부지검장을 지냈다. 검찰 출신은 안대희 전 대법관 이후 명맥이 끊겨 검찰에선 박 원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현 대법관이 모두 판사 출신이어서 대법원 구성 다양화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후보라는 강점도 있다. 대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언론 법제와 정책 전문가로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일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태평양 대표 변호사가 됐다. 추천위는 후보자 3명의 명단과 추천 내용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제출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르면 다음 주초 이들 중 1명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계획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세월호 유가족 측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73명이 5일 국가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구호 조치 부작위 위헌 확인 헌법소원’을 냈다고 12일 밝혔다. 청구인에 세월호 희생자 33명도 포함시켰다. 앞서 지난달 말에도 다른 유가족 6명이 희생자 1명의 이름을 포함시켜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작위(不作爲)란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유가족들은 청구서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신속하고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커졌기 때문에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유가족 측은 “이번 헌법소원이 향후 세월호 참사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했을 때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역할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상징적 차원”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청구의 절차와 형식상의 적법성을 따져 전원재판부에 회부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헌법소원 청구를 인용할지를 최종 결정하는 데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조동주 djc@donga.com·이건혁 기자}

“아무도, 이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인엽 감독(76·사진)이 마지막으로 찍은 영화 ‘애마부인’ 시리즈인 애마부인 3편(1985년) 포스터에 적힌 소개문구다. 정 감독은 1982년 관능미 넘치는 애마부인을 세상에 처음 내놓으며 한국 에로영화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마부인 시리즈는 정 감독이 3편까지 찍은 이후 다른 감독들이 이어받아 13편까지 제작됐고 안소영 오수비 김부선 등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을 배출했다. 정 감독은 1980년대 뭇 남성을 애마부인의 유혹에 빠뜨렸지만 정작 자신은 30여 년 뒤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 감독은 2010년 3월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을 맡았지만 월급을 받지 못할 만큼 연합회 재정 상태가 열악해지자 당시 사무총장 강모 씨(56)와 손잡고 공금에 손을 댔다. 정 감독과 강 씨는 2010∼2012년 대종상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서울시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받은 보조금 2억4600만 원을 빼돌렸다. 용역업체에 거래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을 썼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정 감독과 강 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변호사 7명이 법률대리인 자격이 없는 사무장 등에게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아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은 사무장에게 변호사 명의를 빌려준 뒤 개인회생과 파산사건을 맡기고 수익을 올려온 홍모 변호사(49) 등 7명에게 벌금 1500만~5000만 원과 추징금 1680만~1억76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홍 씨 등 변호사 7명은 2007~2012년 서초동 법조타운에 법무법인이나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사무장 등에게 변호사 명의와 사무실을 빌려주고 개인회생과 파산사건을 맡겼다. 이들은 사무장 등에게 자릿세 명목으로 매달 1인당 60만 원을 받고, 명의 대여 수수료 명목으로 사건 한 건당 8만~11만 원을 받아오다 적발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 조모 변호사(77)는 재선 의원 출신에 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다. 일부 변호사는 사무장에게 변호사 수임액의 20%를 지급하기도 했다. 1심은 홍 변호사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조 변호사 등 6명에게는 벌금 1500만~4000만 원을 선고했다. 홍 변호사는 사무장에게 받은 돈이 1억 76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자신 뿐 아니라 고용 변호사 2명의 명의도 함께 빌려줘 죄가 무겁다고 판단했다.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고 받은 수익 1680만~1억7600만 원도 추징금으로 부과됐다. 2심은 홍 변호사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를 벌금 5000만 원으로 감경했다. 홍 변호사가 초범인데다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 유예기간이 경과한 후 2년 동안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직함만 있을 뿐 실제 활동을 하지 않은 상장사 사외이사라도 회사에서 발생한 분식회계에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코스닥 상장사 코어비트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 69명이 외부 감사인과 전·현직 임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사외이사였던 윤모 씨(55)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코어비트는 2009년 당시 대표이사였던 박모 씨(46)가 비상장사 주식 55만 주를 17억6000만 원에 사들이고 재무제표에는 110억 원을 지급했다고 적는 등의 수법으로 150억 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가 들통 나 2010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에 투자자 207명이 5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외부 감사인과 박 씨 등 전·현직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원심에서는 윤 씨가 사외이사였지만 출근을 하지 않고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실제로는 활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식회사 이사라는 직함은 업무를 전반적으로 감시·감독할 지위에 있다. 회사에 출근하지도 않고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외이사로서 직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는 걸 나타내는 사정에 불과하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지난해 말 출범한 방위사업 비리 정부 합동감사단과 합동수사단의 주요 조사 대상에는 거듭된 침수와 사망 사고로 체면을 구긴 국산 장갑차 K-21도 포함돼 있다. K-21은 8년여에 걸쳐 910억 원을 들여 독자 개발한 최신예 장갑차로 적의 헬기와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세계 정상급 성능을 갖췄다고 국방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K-21이 거듭 침수 사고를 내자 국방부는 합동감사를 벌인 뒤 2010년 11월 사고 원인을 발표했다. 또 각급 기관에 솜방망이 수준인 경고 조치를 요구하는 선에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당시 국방부가 일선에 내려보낸 개별경고 요구 상세내용에는 수년에 걸쳐 이뤄진 K-21 연구와 제작에 관여한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 △두산DST의 부실한 업무 처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쌓인 조그마한 과실들이 더해지면서 사고는 예견됐던 일이라는 지적과 함께 업체와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추가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요구보다 무거운 파워팩 선정 국방부는 ADD에 관련자 경고를 요구하면서 K-21 파워팩(엔진과 변속기가 결합한 핵심 부품)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지적했다. ADD가 K-21의 무게중심과 전방 부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파워팩을 선정하면서 1999년 탐색개발 단계부터 군이 요구한 엔진출력(520∼650마력)에 비해 장갑차 앞쪽 무게를 크게 증가시키는 과도한 출력의 엔진(750마력)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앞서 K-21의 주요 사고 원인은 △전방부력 부족 △파도막이 기능 상실 △엔진실 배수펌프 미작동 등으로 지적됐다. K-21 개발시험 평가 과정에서는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결과를 그대로 합격 처리한 일도 있었다. 국방부는 ADD가 수상 운행 시 장갑차가 물 위로 노출되는 높이로 부력과 차체 균형을 판단하는 요소인 ‘건현’ 측정 시험에서 최소 기준(20cm)에 미달했는데도 통과시킨 부분을 찾아냈다. ‘보병하차 중량에서의 전투모드’에서 좌측 전방 건현이 15cm로 측정됐으나 합격 처리된 것. 또 스스로가 제시했던 최소 건현을 30cm에서 20cm로 줄였고 보존 부력은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점, 시험평가 후속 조치로 증가한 중량에 따른 건현 변화 측정을 소홀히 한 것도 지적됐다. 방위사업청 분석시험 평가국도 2010년 4월 개발시험평가 당시 좌우 건현이 45∼50mm까지 차이가 났지만 ‘기준 충족’ 판정을 내렸다. 또 방사청은 2009년 9월 “장갑차 침수 사실이 있다. 정확한 원인 분석 및 보완이 필요하다”는 육군 시험평가단의 통보를 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K-21 침수에 따른 사망 사고가 2010년 7월 발생했는데, 신속한 추가 조치가 있었다면 사망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파로 목표물을 탐지한 뒤 2m 주변에서 폭발해 헬기를 격추시키는 기능인 ‘근접기능’과 관련한 ADD의 성능 시험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국방부는 1, 2차로 진행된 성능시험 기준 높이가 각각 8m와 11.5m로 다르게 설정됐으며 시험발수도 다른데 이를 단순 합산 후 통과시킨 점은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파도막이’는 제작 업체가 임의로 설계 제작 거듭 말썽을 일으킨 K-21의 파도막이는 ADD가 설계나 제작 기준을 설정하지 않아 제작사인 두산DST가 관련 업체 DACC와 함께 임의로 설계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파도막이는 장갑차가 수상 운행할 때 파도를 막아 주고 수중에서는 장애물을 밀어내며 전진하는 보조장치다. 국방부는 ADD가 장갑차 개발 기간 중 파도막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파도막이 품질보증등급을 C등급으로 낮게 지정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파도막이의 강도, 강성, 중량, 프레임 제작 방법, 상세 공정 등에 대한 규격은 정하지 않았고 제작업체가 임의로 설계·제작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 단가 산정에도 업체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제작된 파도막이는 결국 분쟁의 대상이 됐다. 두산DST는 도면을 수정해야 하는 사안에 해당하는 파도막이 프레임을 변경하면서 변경 사유를 ‘재질 표기 오기 수정’으로 기술 변경을 요청했다. 국방기술품질원 창원센터는 2008년 8월 세부 검토 없이 두산DST의 기술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또 DACC는 파도막이 강도 보강을 토의하면서 시험용으로 제작한 파도막이도 군에 납품해 파도막이 형상이 5가지가 존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기술품질원은 두산DST가 형상을 임의로 변경한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다. 두산DST가 2010년 5∼9월에 걸쳐 육군 20사단 110기보대대를 방문해 파도막이 28대를 임의로 교체한 일도 있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의원실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51대의 K-21 파도막이가 훈련 도중 파손됐다. ADD는 또 장비 양산의 토대가 될 규격자료를 확정하면서 상세 설계 도면을 검토하지 않고 업체에 위임하기도 했다. 국방기술품질원도 ADD와 방사청을 건너뛰고 두산DST로부터 직접 도면을 받아 활용하다 문제가 됐다.장관석 jks@donga.com·조동주 기자}

눈앞이 캄캄했다. 손에 든 하얀 종이에 검은 글씨가 쓰여 있는 건 알겠는데 도통 읽을 수가 없었다. 고요가 길어지자 모두들 이상한 시선을 보내는 듯했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차에 옆에 있던 법원 서기가 종이에 적힌 글을 대신 읽어줘 따라 읊었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상해 피해자 윤모 씨(59·여)는 지난해 7월 23일 대구지법 경주지원 1호 법정에서 서기의 도움으로 간신히 증인선서를 했다. 윤 씨는 한글을 전혀 읽지 못하는 ‘문맹(文盲)’이다. 경북 경주시의 한 시장 바닥에 해물과 채소를 펼쳐놓고 팔며 겨우 생계를 유지해 왔지만 2013년 5월부터는 그마저도 못하게 됐다. 윤 씨가 경주의 지인 집에서 임모 씨(68·여)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다 폭행을 당해 왼쪽 넷째손가락을 크게 다친 것이다. 완치에 6주나 걸리는 데다 병원에서 “형사사건 연루자는 건강보험 처리를 해줄 수 없다”고 해 수술비와 입원비가 250만 원이나 들었다. 윤 씨는 별다른 수입이 없어 이자가 높은 ‘카드론’으로 250만 원을 대출받아 병원비를 냈다. 윤 씨에게 상해를 입힌 임 씨는 지난해 3월 28일 법원의 약식명령으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곧바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윤 씨는 아무 잘못 없이 손가락을 다쳐 대출 이자조차 제대로 갚기 힘든 처지가 된 것도 서러운데 법정에서 증인선서문조차 제대로 읽지 못해 눈총을 받는 현실이 참담했다. 결국 사건담당 검사에게 “세상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문맹인 것도 서러운데 빚까지 져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윤 씨의 딱한 사연을 접한 대구지검 경주지청 김용준 피해자지원 법무담당관(30)은 우선 윤 씨가 낸 병원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도록 도와 200만 원을 돌려받게 해줬다. 형사사건 피해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도 일부 병원에서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에 원인이 있으면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조항을 오해해 보험 처리를 해주지 않는 사례가 많다. 경주지청은 경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해 윤 씨의 나머지 병원비 50여만 원을 대신 내주고 긴급생계비 80만 원을 지원했다. 윤 씨가 문맹인지라 서류를 꾸미는 모든 작업은 김 법무관과 피해자지원센터 측이 도왔다. 이후 윤 씨가 “아직 세상이 따뜻하다”며 자신이 파는 전복을 잔뜩 싸와 건네자 김 법무관과 피해자지원센터 측은 연신 거절하다가 결국 전복을 받고 윤 씨에게 전복 값 10만 원을 건넸다. 검찰은 범죄 때문에 다친 피해자에게 각종 구조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사정(司正)기관’의 인상이 강한 탓인지 이 제도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검찰은 지난 한 해 범죄피해자 320여 명에게 구조금 70억여 원을 지원했다. 전치 5주 이상의 피해자가 지원 가능 대상이지만 사정에 따라 그 이하의 부상도 지원할 수 있다. 박지영 대검찰청 피해자인권과장은 “범죄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검찰은 ‘정윤회 동향’ 문건을 작성하고 이를 박지만 EG 회장에게 건넨 행위를 ‘중대한 일탈행위’로 규정하고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을 기소했지만 양측의 시각차가 커 법정에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에게 ‘비선(秘線) 보고’를 한 목적이 ‘경고 차원’이었다고 주장한다. 공직기강비서관의 업무 범위인 대통령 친인척 관리 차원에서 박 회장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인물들의 동향을 전달했을 뿐이기 때문에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박 회장 측의 한 인사도 “주변 인물들의 동향을 알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단순히 감시만 하는 것보다 좋은 ‘관리’ 방법이다. 박 회장도 조 전 비서관으로부터 정보를 받으며 사람을 가려 만났다”며 조 전 비서관을 거들었다. 검찰의 대응 논리는 두 가지다. 우선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아닌 민정비서관실의 업무”라는 홍경식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서면진술을 토대로 조 전 비서관 주장의 대전제를 무너뜨리는 방법이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에 사실 조회를 요청하는 등 ‘친인척 관리’ 업무의 범위와 주체를 명확히 할 계획이다. 만약 법원이 친인척 관리 업무를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소관으로 판단할 때엔 민간인인 박 회장에게 범죄 첩보와 탈세 정보 등 공무상 비밀을 넘긴 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박 경정이 청와대 근무 시절 작성한 문건을 지난해 2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옮겨놓은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지도 쟁점이다. 문건 내용이 허위이고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았어도 대통령기록물로 볼 것인지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검찰은 박 경정의 행동이 ‘사초(史草) 유출’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초에는 간혹 사실이 아닌 내용도 포함되지만 그 또한 후대에 나름대로 소중한 사료가 될 수 있는데 이를 마음대로 들고 나가 숨겨둔 것은 심각한 범죄”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박 회장과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주요 관련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높다. 박 회장에게 전달된 문건의 건수를 놓고도 검찰(17건)과 조 전 비서관(6건)의 주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6일 이번 사건 재판을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에 배당했다. 법원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첫 공판준비기일은 이달 말경으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조건희 becom@donga.com·신나리·조동주 기자}

검찰이 ‘정윤회 동향’ 문건의 진위와 유출 경로 수사에 착수한 지 39일 만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비선 실세 논란으로 촉발된 갖가지 의혹들이 꼬리를 물며 제기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정윤회 문건 내용이 허위라는 점만 확인했을 뿐 다른 의혹들의 실체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우선 정 씨의 국정개입 의혹 자체가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다. 검찰은 정 씨의 포괄적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선 위법성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수사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는 정윤회 동향 문건에 담긴 의혹들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데 그쳤다.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만 소환 조사하고 정호성 대통령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서면 조사만 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답답하다. 언론이든 야당이든 정 씨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의혹을 제기한 건 없지 않느냐”며 “포괄적으로 국정에 개입했다는 것만으론 정 씨를 처벌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설령 민간인 신분인 정 씨가 국정과 인사에 관여한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뒷돈을 받는 등 구체적인 범법행위가 없었다면 처벌이 어렵다. 김영삼 정부 시절 민간인 신분으로 국정에 관여한 김 전 대통령 아들 현철 씨도 국정개입으로 처벌받은 게 아니라 기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금품에 대한 세금을 포탈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정 씨에 관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면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 이번 수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별검사의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씨와 이 비서관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관여 의혹이나 안 비서관의 청와대 파견 경찰 인사 개입 의혹은 여전히 진위가 불분명하다. 검찰은 고소나 고발이 들어온 의혹은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범위와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12월 7일 문체부 국·과장 인사에 개입했다며 정 씨와 이 비서관을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증거들이 언론 보도를 인용한 수준에 그쳐 피고발인을 소환조사할 만큼 충분치 못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정 씨는 민간인 신분이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또한 공무원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데다 설사 박근혜 대통령이 정 씨나 이 비서관에게서 해당 국·과장에 대한 평판을 들었더라도 검찰이 수사할 사안은 아니다. 만약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 비서관과 한 몸으로 보면 된다’며 청와대 인사 창구로 지목한 김종 문체부 차관이 유 전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다면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의 진위를 구체적으로 수사할 수도 있다. 의혹 당사자를 소환조사할 명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김 차관은 유 전 장관을 고소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최근 입장을 번복했다. 안 비서관이 청와대 파견 경찰의 인사에 개입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새정치연합에 고발당한 건도 금품이 오간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한 처벌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비서관 업무가 박 대통령 수행과 민원 처리라 민정수석실 인사에 개입할 권한은 없지만, 인사 추천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렸다는 이유만으로 수사 대상에 올리기는 어렵다.조동주 djc@donga.com·변종국 기자}
여군을 성추행한 군인도 민간인처럼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동료 여군을 성폭행하려한 혐의(군인 등 준강간미수, 강제추행) 등으로 기소된 김모 상사(44)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현역 군인인 김 상사는 당초 2013년 1심인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 신상정보 공개·고지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인 고등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고, 신상정보 공개 명령은 취소됐다. 김 상사에게 적용된 군 형법상 강제추행죄와 준강간미수죄가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성폭력 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폭력특례법에는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는 성폭력범죄로 형법상 성범죄만 적시하고 군 형법상 범죄에 대해선 따로 언급이 없다. 대법원은 군 형법에 2009년부터 강제추행죄와 준강간죄 등이 새로 생긴 데다 군 형법의 강제추행죄와 준강간미수죄가 행위 대상과 행위 주체를 제외하곤 형법상 범죄와 동일하기 때문에 김 상사에게도 성폭력특례법을 적용하는 게 법리에 맞다고 판단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원자력발전소 설비 납품업체에서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70)에게 징역 5년과 벌금 2억1000만 원, 추징금 1억7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김 전 사장은 2009∼2012년 원전 용수처리 업체로부터 납품계약을 이어가고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총 1억3000만 원을 받았다. 2007, 2008년에는 지인을 통해 한수원 간부 2명의 승진 청탁을 받고 2000만 원씩 모두 4000만 원을 챙겼다. 또 2010∼2011년 원전 정책을 수립하는 박영준 당시 지식경제부 2차관에게 뇌물 700만 원을 건네기도 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자고 가요!” 세탁공장 소장 서모 씨(61)는 2011년 6월 어느 날 오후 8시경 강원 정선군 사택 침대 방에서 부하직원 A 씨(54·여)의 오른 손목을 세게 움켜쥐고 당기며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새 밥상을 전해주러 잠시 들렀다가 상사인 서 씨가 “잠깐 있다가 가라”며 맥주와 담배를 권하자 마지못해 5분 정도 함께 침대 방에 있다가 어색함에 막 일어서던 참이었다. A 씨는 사택을 나온 뒤 직위를 이용해 성추행했다며 서 씨를 형사 고소했다. 서 씨는 1, 2심에서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서 씨의 언행이 위계를 이용한 성추행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은 서 씨가 성적 의도가 아니라 “돌아가겠다”며 일어서는 A 씨를 다시 앉히기 위해 손목을 움켜잡은 것이고, 쓰다듬거나 안으려고 하는 등의 성적 행동으로 나아가지 않았다며 추행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황에 따라 손목을 움켜잡은 행위가 성추행일 수도 있지만, 서 씨 사건은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만약 서 씨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손목을 쓰다듬었다면 추행이 인정됐겠지만 성적 의도가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손목을 움켜쥔 행위만으로는 추행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서 씨가 “자고 가라”며 손목을 잡아당긴 언행은 법적으로 성추행이 아니더라도 성희롱에 해당한다. 성희롱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낀 것만으로도 인정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만 할 수 있을 뿐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지만 성희롱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법률은 없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자고 가요!” 세탁공장 소장 서모 씨(61)는 2011년 6월 어느 날 오후 8시경 강원 정선군 사택 침대 방에서 부하직원 A 씨(54·여)의 오른 손목을 세게 움켜쥐고 당기며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새 밥상을 전해주러 잠시 들렀다가 상사인 서 씨가 “잠깐 있다가 가라”며 맥주와 담배를 권하자 마지못해 5분 정도 함께 침대 방에 있다가 어색함에 막 일어서던 참이었다. A 씨는 사택을 나온 뒤 직위를 이용해 성추행했다며 서 씨를 형사 고소했다. 서 씨는 1, 2심에서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서 씨의 언행이 위계를 이용한 성추행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은 서 씨가 성적 의도가 아니라 “돌아가겠다”며 일어서는 A 씨를 다시 앉히기 위해 손목을 움켜잡은 것이고, 쓰다듬거나 안으려고 하는 등의 성적 행동으로 나아가지 않았다며 추행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황에 따라 손목을 움켜잡은 행위가 성추행일 수도 있지만, 서 씨 사건은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만약 서 씨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손목을 쓰다듬었다면 추행이 인정됐겠지만 성적 의도가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손목을 움켜쥔 행위만으로는 추행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서 씨가 “자고 가라”며 손목을 잡아당긴 언행은 법적으로 성추행이 아니더라도 성희롱에 해당한다. 성희롱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낀 것만으로도 인정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만 할 수 있을 뿐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지만 성희롱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법률은 없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회사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 수백 억 원을 조성한 뒤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횡령 및 배임)로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67)을 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0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거래 대금을 부풀려 결제한 뒤 일부 결제금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거나, 직원들에게 지급된 상여금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대보그룹 계열사인 대보건설 대보실업 대보정보통신 등의 자금 총 211억80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다. 검찰은 최 회장이 이 돈으로 자신과 자녀들의 대출금을 갚거나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 기소에 앞서 국방부의 500억대 ‘육군 이천 관사 시설사업’을 따내기 위한 로비자금을 전달받은 혐의로 대보건설 민모 부사장과 장모 이사 등 3명을 1일 구속했다. 검찰은 로비 자금의 출처가 최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일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북한 인터넷이 끊기니까 우리 포털 뉴스 댓글이 확 달라졌대!” 크리스마스를 앞둔 23, 24일 북한 인터넷이 이틀 연속 잇따라 접속 중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런 주장이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그동안 ‘북한 사이버전사’가 국내 포털 뉴스에 과격한 욕설을 담은 반정부 혹은 친북 성향의 댓글을 달며 여론조작을 일삼아 왔는데 북한 인터넷이 끊기면서 사이버공작이 중단됐다는 겁니다. 이런 주장은 평소 인터넷 뉴스 댓글 중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나 친북 성향 댓글들이 수천 개의 추천을 받는 광경을 종종 봐왔기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미국 인터넷 보안업체에 따르면 북한 인터넷은 23일 오전 1시∼11시 40분 사이에 접속이 끊겼다가 복구된 뒤 24일 0시 40분부터 1시간가량 더 막혔다고 합니다. 일부 누리꾼은 똑같은 포털에 북한 인터넷이 끊기기 전 올라온 뉴스와 끊긴 이후의 뉴스에 달린 댓글을 비교하며 북한 사이버전사가 실존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같은 포털에서도 정치나 북한 기사에 달리는 댓글이 북한 인터넷 차단을 전후로 성향이 달라지고 댓글 수가 확연히 줄었다며 여러 증거를 제시합니다. 예를 들면 한 포털에 북한 인터넷이 끊기기 전인 23일 0시에 올라온 ‘새누리당이 최근 정당이 해산된 통합진보당 인사의 보궐선거 출마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기사에는 “가짜 종북놀이로 불난 집에 부채질만 하는 대역적무리 저그(저들) 조국 일본으로 추방해야 국민이 산다”(추천 4300개, 반대 350개·이하 25일 오후 3시 기준) “북풍을 수도 없이 정권 연장에 이용하던 집단아 너들의 과거는 더 추악하다”(추천 1630개, 반대 110개) 등의 댓글이 압도적인 추천을 받았습니다. 반면 북한 인터넷이 끊긴 상태인 23일 오전 5시 48분에 올라온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을 정식 안건으로 다룬다’는 기사에는 “북한 인권은 21세기에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북한 주민은 사육당하고 있다.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추천 609개, 반대 75개) “북한을 찬양하는 놈들 북한에 넘어가라”(추천 466개, 반대 134개) 등의 댓글이 최다 추천으로 꼽혔다는 겁니다. 북한 사이버전사가 정말 대한민국 포털 뉴스에 반정부나 친북 성향의 댓글을 달며 여론을 선동하는지는 명확한 증거가 없기에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영토 안에서 댓글을 달더라도 프록시 서버를 통해 인터넷주소(IP)를 세탁하면 얼마든지 접속 국가를 변경할 수 있기에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일부 포털은 실명 인증 없이 이메일 주소만으로도 회원 가입을 할 수 있습니다. 실체가 확인된 건 아니지만 북한 사이버전사 3000∼6000명이 조직적으로 사이버전쟁을 펼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보통 누리꾼들은 포털에서 뉴스를 읽고 난 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을 보며 여론을 짐작합니다. 최다 추천 댓글이 자기 생각과 다른 견해일 때 처음엔 거부감이 들겠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내가 대세를 모르는 건가’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볼 겁니다. 그렇기에 일부에서는 입맛에 맞는 댓글을 쓰고 조직적으로 추천하길 반복하면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인터넷 뉴스 댓글은 추천 1000여 개면 상위권으로 올라가기에 100여 명이 계정 10여 개씩만 돌리면 그리 어렵지도 않습니다. 만약 댓글 조작이 이뤄진다면 이건 북한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해 여러 사이트에 친정부·반북 성향의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아 온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니까요. 사실 각 정당에서 선거철마다 인터넷에 자신에게 유리한 글을 조직적으로 쓰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성향이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끼리도 서로의 주장을 확대재생산하기 위해 정쟁이 붙은 사안을 다룬 뉴스에 경쟁적으로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 여론조작’은 별다른 실효가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일생에 걸친 경험으로 형성되는 개인의 가치관이 댓글 몇 개 본다고 그리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거 때마다 확인하는 사실이지만 인터넷 여론과 실제 투표 결과도 대부분 들어맞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만 실제 득표는 저조해 ‘인터넷 대통령’에 그치는 정치인도 종종 있습니다. 만약 수십∼수백 개의 국내 포털 계정을 이용해 번갈아가며 댓글을 다는 북한 사이버전사가 실존한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이고∼ 의미 없다!”조동주 사회부 기자 djc@donga.com}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목숨을 끊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경락 경위(45)의 유서가 14일 공개되면서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동료 한모 경위(44)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서에 암시된 ‘청와대 회유’ 의혹의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유족이 공개한 유서에서 최 경위는 한 경위에게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라고 적었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한 경위는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한 경위는 심한 우울감과 불면증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이튿날 병원에서 최 경위의 죽음을 가족으로부터 전해 듣고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로 언론 보도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이날 밤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한 경위는 14일 오전 잠시 퇴원했다가 오후에 다시 입원했다. 그러나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서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도 귓속말로 하는 등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다가 이날 오후 늦게 다시 퇴원했다. 퇴원 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 경위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에는 15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고위 간부들과 동료 직원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정보분실 동료들은 “검찰이 문건의 진위와 별개로 문건 유출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춰 몸통은 두고 꼬리만 자르려 하고 있다”면서 검찰의 ‘꼬리 자르기 식 수사’를 비판했다. 최 경위와 각별한 사이였다는 한 직원은 “최 경위는 절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목숨을 끊었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최 경위가 그동안 검찰의 짜 맞추기 식 수사에 매우 고통스러워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유가족들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여러 번 최 경위와 한 경위를 접촉해 없는 사실을 자백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최 경위의 가족과 동료들은 문건 유출 혐의에 대해서도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정보1분실의 한 직원은 “(우리를) ‘정보 장사꾼’이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 경위의 매형 한모 씨는 “진짜 억울하다. 우리 처남은 문건을 유출하지 않았다. 진실이 꼭 밝혀져야 한다”고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소리쳤다. 빈소를 지키는 최 경위의 부인과 형 등 유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객들을 맞았다. 최 경위의 형 최요한 씨(56)는 “동생 사진만 보면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며 “어제부터 80대 노모가 빈소에서 오열하다 자꾸 정신을 잃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박성진 psjin@donga.com·조동주 기자}
정윤회 씨(59)의 외동딸이 2015년 이화여대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이화여대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국가대표로 9월 20일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정모 양(18)이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건강과학대 체육과학부에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고 8일 밝혔다. 7월에 발표된 입시요강에 따르면 체육특기자 전형은 2011년 9월 16일부터 올해 9월 15일 사이에 국제 또는 전국 규모 대회 개인종목 3위 이내 입상자를 대상으로 했다. 지난해까지 골프, 수영, 리듬체조 등 11개 종목 선수만 체육특기자 전형 대상이었으나 올해 양궁 역도 등 23개 종목 선수로 확대됐다. 승마 종목도 새로 포함됐다. 이화여대 측은 “체육특기자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종목을 늘려 달라는 체육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범위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지원자는 50∼60명 규모였으며 최종 합격자는 요트특기 2명, 수영특기 2명, 스키특기 1명, 승마특기 1명 등 총 6명이다. 이 중 올해 새로 지원 자격이 주어진 종목에서 합격자가 나온 건 승마의 정 양이 유일하다. 이화여대 최초의 승마 특기생인 것이다. 정 양은 9월 20일에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땄지만 수시 원서 접수가 마감된 뒤라 이 금메달은 성적에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화여대 관계자는 “각종 대회 입상이 많아 성적이 우수했다”고 말했다. 전형은 자기소개서 없이 입상 성적만으로 서류 심사를 진행했으며 서류 심사 통과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합격자를 선발했다. 한편 정 씨의 전 부인 최순실(58·최서원으로 개명) 씨는 정 양 관련 언론 보도에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의 법률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65)는 “최근 최 씨가 정 양과 관련한 보도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하고 갔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일부 언론이 미성년자인 정 양의 승마 연습장까지 찾아와 취재를 하자 최 씨가 ‘너무 힘들다’고 울면서 하소연했다. 정 양 역시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라고 전했다.이건혁 gun@donga.com·조동주·신나리 기자}

‘정윤회 동향’ 문건에 정 씨와 ‘십상시’의 모임 장소로 언급된 서울 강남의 J중식당이 어떤 곳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J중식당 대표 김모 씨는 서울시내 특급호텔 주방장 출신으로 과거 서울 강남에서 Y중식당을 운영하다 지난해 10월 J중식당을 개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J중식당은 강남구 신사동(압구정점)과 논현동(본점), 서초구 잠원동(잠원점) 등 3곳에서 영업 중이다. 문건에 언급된 모임 장소는 압구정점이다. 이들 식당은 예약 없이는 이용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7일 오전 취재진이 3곳에 모두 연락했지만 논현동 본점에서만 점심 예약이 가능했다. 저녁 시간(오후 5시 30분∼10시)은 이미 모든 식당의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 J중식당의 한 직원은 “상위 2% 정도의 고위층이나 유명인들이 많이 온다”며 “워낙 인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파는 요리 가격은 포도씨유 자장면이 9000원, 하얀 짬뽕이 1만5000원 등이다. 런치세트의 경우 1인 기준 2만9000원, 3만9000원짜리 2개 코스가 있다. 디너세트는 5만 원, 6만6000원, 8만8000원 세 가지 코스로 구성됐다. 이날 오후 찾은 J중식당 본점은 휴일을 맞아 가족 단위의 손님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5개의 방은 모두 예약이 찼고 특히 11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 룸은 연말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직원들은 전했다.강성명 smkang@donga.com·조동주 기자}

“아빠, 내일 오디션인데 꼭 같이 가자.” 배우를 꿈꾸는 박현수 양(15)은 오디션 전날이면 매번 아버지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 글씨를 꾹꾹 눌러 담은 편지를 다 쓰면 집 밖에서 바로 불에 태운다. 하늘에 있는 아버지가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박 양 아버지는 외동딸인 박 양이 태어나기도 전에 8t 트럭에 치여 10년 넘게 투병하다가 2012년 1월 세상을 떠났다. 박 양의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은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과 어린이집을 버스로 오간 시간들뿐이었다. 아버지를 잃고 실의에 빠진 박 양은 중학교 2학년 때 교내 연극부 공연을 보고 배우의 꿈을 품었지만 어머니 혼자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환경에서 연기학원을 다니는 건 사치였다. 꺼져가던 배우의 꿈은 박 양이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교통사고 유자녀에게 진로상담 멘토를 지원하는 ‘세잎클로버 찾기’ 프로젝트를 접하면서 다시 피어올랐다. 현대자동차는 박 양의 포부와 가능성을 보고 2년째 매월 40만 원의 연기학원비를 지원하고 대학생 멘토 최은지 씨(23)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주선해주고 있다. 부산 기장고 1학년인 박 양은 고등학생 유망주를 상대로 내년 1월에 교육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실기과정 신입생으로 20일 선발됐다. 40명을 뽑는 과정에 300여 명이 몰려 경쟁률이 8 대 1이나 됐지만 당당히 합격했다. 교통안전공단에 지원을 요청한 교통사고 유자녀 7023명(2013년 12월 기준) 중 50.7%(3563명)가 기초생활수급자다. 대부분 박 양 가족처럼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을 잃거나 오랜 투병으로 인한 병원비 부담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5년부터 ‘교통사고 유자녀 소원 들어주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경제적 지원을 넘어 유자녀의 꿈을 찾고 지원하는 멘토링 사업도 함께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2000년부터 교통사고 당사자와 유자녀 등 피해 가족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중증후유장애 1∼4급에 해당하는 장애를 입은 당사자와 65세 이상의 노부모, 18세 미만의 자녀가 지원 대상이다. 재활과 피부양보조금 같은 경제적 지원과 피해가정을 위한 봉사활동 등 정서적 지원을 병행한다. 공단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교통사고 피해자와 가족 28만여 명에게 4385억여 원을 지원했다.조동주 djc@donga.com·권오혁 기자공동기획: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현대자동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