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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암 투병 중인 기업가가 암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해 달라며 연세의료원에 10억 원을 기부했다. 연세의료원은 투자전문회사 GK에셋의 이기윤 대표(59)와 그 가족이 연세암병원 ‘유한-연세 폐암중개의학연구센터’에 10억 원을 쾌척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 중이어서 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연세암병원이 첨단 폐암치료제를 개발해 암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정남식 연세의료원장은 최근 연세암병원과 유한양행이 신약 개발을 위해 만든 유한-연세 폐암 중개의학연구센터의 연구가 활성화되는 데 이번 기부가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감사를 표시했다. 기부금 10억 원은 유한-연세 폐암중개의학연구센터의 연구비로 쓰일 예정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고향인 경북 의성군에서 서울까지 270여 km를 걸어서 순례한 뒤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15일 서울동부지법 1호 법정.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트렁크 살인사건’의 4차 공판이 열렸다. 피해 여성의 여동생 주모 씨(35)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김일곤은) 너무 당당하고, 큰소리치고, 사건과 상관없는 이야기만 합니다. 살인자도 인권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예의란 게 있는데….” 주 씨는 울먹이느라 말을 끝맺지 못했다. 피고인 김일곤(49)을 쳐다보며 파르르 떨기도 했다. 김일곤은 줄곧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이고 외면했다. 김일곤은 “유가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이라고 운을 뗐다. 순간 그가 반성하나 싶어 법정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김일곤은 곧 “영등포 벌금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을 돌렸다. 법정에선 “아∼” 하고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5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김일곤이 20대 남성 K 씨와 다툰 일로 벌금 50만 원을 문 것이다. 김일곤은 복수하기 위해 K 씨를 찾아갔지만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힘도 센 K 씨에게 겁을 먹고 도망쳤다. 그 후 김일곤은 여성을 납치해 복수에 이용할 계획을 세웠다. 노래방에서 일하던 K 씨에게 납치 여성을 “도우미로 취직하고 싶다”며 접근시켜 그를 유인하려 한 것. 김일곤은 지난해 9월 9일 충남 아산에서 복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납치한 여성이 반항하자 살해했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트렁크에 싣고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차량에 불까지 질렀다. 김일곤은 사과는커녕 “내 억울함을 밝히는 일이 피해자를 위한 것”이란 이해할 수 없는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이런 김일곤의 내면에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이코패스’가 있다. 김일곤은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PCL-R) 검사에서 40점 만점에 33점이 나왔다. 25점을 넘으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그를 면담한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은 “타인의 고통에 냉담하고 거리낌 없이 살해하는 사이코패스”라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성향까지 있어 K 씨에게 훼손된 자존감을 찾기 위해 피해 여성을 대상으로 잔혹하게 화풀이했다”고 설명했다. 김일곤은 유족에게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유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김일곤의 손에 잔인하게 훼손된 시신을 보고 치를 떨었다. 그런데도 김일곤은 태연히 “내가 시키는 대로 했으면 살려줬을 것”이라며 피해자 탓을 하고 있다. 프로파일러는 김일곤을 연쇄살인 사이코패스 유영철, 강호순보다 위험한 인물로 꼽았다. 권 경감은 “유영철과 강호순은 부유층이나 여성 같은 특정 대상을 골라 범죄를 저질렀지만 김일곤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분노를 표출하는 성향이 있다”며 “어릴 적 가출해 범죄로 삶을 이어가며 피해의식과 사회 증오를 키워 사소한 일에도 충동 조절이 불가능한 시한폭탄 같았다”고 분석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오혁 기자}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된 지 5년 만에 다시 일부 강화된다. 하지만 의무 학과교육 시간이 5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들고 도로주행시험도 크게 바뀌지 않아 운전자의 안전운전 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27일 운전면허시험 개선안을 발표했다. 2011년 6월 간소화 이후 장내기능시험은 50m를 직진 주행하며 몇 가지 조작 능력을 평가하는 데 그쳐 ‘눈 감고도 통과할 만큼 쉽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장내기능 교육시간을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리고 경사로, 직각주차(T자 코스), 교차로, 좌·우회전, 가속 등 5개 코스를 추가했다. 간소화 전 평가기준 15개에는 못 미치지만 현재 기준(2개)보다는 강화된 것이다. 이번 개선안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도로주행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학과시험은 오히려 교육시간이 단축됐다. 도로주행 교육시간은 6시간 그대로이고 평가항목만 87개에서 59개로 줄었다. 경찰은 “자동차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불필요한 평가항목을 축소하고 평가자의 주관적 개입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학과시험 교육시간은 5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되고 문제은행 항목 수가 730문항에서 1000문항으로 늘어났다. 총 교육시간은 13시간으로 변함이 없지만 장내기능 교육시간이 늘어나 운전학원 수강료는 현재 평균 40만 원 선에서 7만∼8만 원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이 운전면허 제도를 강화한 이유는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운전자 역량 부족 때문이다. 쉬워진 시험 때문에 단기체류 외국인들이 면허를 따기 위해 대거 원정을 오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중국인 단기체류자의 면허 취득 건수는 2011년 53건에서 2014년 4662건으로 급증했다. 초보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도 간소화 이후 1년차(2011년 6월 10일∼2012년 6월 9일) 1만 명당 61.45건에서 3년차(2013년 6월 10일∼2014년 6월 9일) 1만 명당 63.20건으로 증가세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여전히 안전운전을 위한 역량을 갖추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통안전과 교통법규를 학습하는 학과교육을 단축시킨 점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안주석 국회 교통안전포럼 사무처장은 “도로교통법 등 법규에 대한 운전자들의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과교육 시간을 더 줄이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문제은행을 늘릴 뿐 아니라 합격기준을 높이는 등 시험의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사업실장은 “이번 개선안은 비판에 대한 생색내기에 불과해 자칫 안전과 편의 둘 다 놓칠 수 있다”며 “최소 40시간 전후의 교육시간과 강화된 시험을 통해 운전자가 안전운전을 위한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2∼4일 만에 면허 취득이 가능해 외국인의 면허 원정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선안은 대한교통학회 등의 최종 용역연구 보고서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주행 교육시간은 최소 7, 8시간이 필요하며 적정 교육시간은 자동변속 11.5시간, 수동변속 14시간이다. 보고서에는 학과교육 시간 및 내용에 대한 검토는 아예 포함돼 있지 않다.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학과시험 시간을 줄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앞으로 노후주택 밀집지역인 재개발 사업지에 아파트뿐만 아니라 쇼핑몰 컨벤션센터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사업성이 떨어져 지지부진했던 재개발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동작구 흑석뉴타운 등 역세권 재개발 사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교육부, 경찰청 등은 27일 이런 내용의 올해 업무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국토부는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 법적으로 해당 지역에 허용되는 모든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건축행위 제한을 연내 폐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재개발 사업지에선 법적 허용 용도와 상관없이 주택 및 주택과 관련된 생활편의시설만 지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론 상업, 공업, 준주거지역 등을 포함하거나 인접한 재개발 사업 구역에서는 다양한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이 가능해진다. 앞으로 새 자동차를 구입한 뒤 일정 기간 중대한 차량 결함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교환이나 환불을 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된다. 또 고속도로 통행료를 결제하는 하이패스 카드로 주차비나 주유비를 결제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고금리에 시달려야 했던 중간 신용등급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증보험이 연계된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할 때 서울보증보험이 보증을 서주는 상품으로 당장 올 하반기 1조 원 규모로 공급된다. 경찰청은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기존 시험보다 평가항목이 강화된 개선안을 마련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장윤정·권오혁 기자}

한강 유람선이 침수돼 가라앉는 사고가 일어났다. 배에 타고 있던 11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지만 유빙(流氷)이 떠다니는 상태에서 낡은 유람선을 운항하다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 33분경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에서 광진구 영동대교 방향으로 지나던 이랜드크루즈 소속 코코몽크루즈호(125t급)에 물이 새 선체가 가라앉고 있다는 신고가 119로 접수됐다. 이 유람선은 오후 1시 반 송파구 한강잠실지구에 있는 잠실나루를 출발해 동호대교 부근에서 회항한 뒤 다시 잠실나루로 가던 길이었다. 유람선에는 외국인 관광객 5명(미국인 3명, 태국인 2명)과 관광가이드 1명, 승무원 5명 등 총 11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구명조끼를 입은 채 구조를 기다리다 신고 접수 12분 만인 2시 45분 현장에 출동한 119수난구조대에 의해 모두 구출됐다. 코코몽크루즈호는 선미 부분을 시작으로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 채 영동대교 인근에 머물러 있다. 당국은 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도록 배수 작업을 벌이며 유출된 기름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일펜스를 설치했다.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크루즈 측은 사고 후 잠실나루 및 여의나루에서 출발하는 모든 유람선 운항을 중단했다. 조만호 이랜드크루즈 대표는 “날이 밝는 대로 인양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그 후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람선이 유빙과 부딪히면서 선체 표면에 금이 갔거나 스크루와 연결된 고무패킹이 빠져 물이 샜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한파가 잦아들면서 한강에는 유빙이 많은 상태다. 이랜드크루즈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협의해 얼음 두께가 5cm 이상이면 운항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두고 있으나 이날은 얼음 두께가 약 3cm라서 별다른 조치 없이 운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조한 지 오래된 유람선을 무리하게 운항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원 216명인 코코몽크루즈호(옛 한강잠실26호)는 1986년 8월 건조돼 30년 가까이 운항되고 있다. 과거 세모그룹이 한강 유람선 사업을 할 때부터 운항된 것이다. 그러나 이랜드크루즈 측은 “매년 안전점검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6월에도 점검을 마친 만큼 노후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해명했다.박창규 kyu@donga.com·권오혁 기자}

2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아름다운가게 서울그물코센터. 종이상자가 일렬로 놓인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자원봉사자 100여 명은 라면, 참치통조림, 비누, 치약, 세제 등 각종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상자에 정성스레 담기 시작했다. 센터 안에 가득했던 한기는 흥겨운 노랫소리와 봉사자들의 땀방울 속에 어느덧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봉사자들의 손으로 만든 선물상자의 이름은 ‘아름다운가게 나눔 보따리’. 9만 원 상당의 식료품·생필품과 쌀 10kg으로 구성된 나눔 보따리는 매년 설을 앞두고 전국의 홀몸 노인들에게 전달된다. 아름다운가게는 13년째 전국 매장 수익금을 통해 만든 나눔 보따리를 지역 빈곤 노인 가구에 보내고 있다. 2004년 1000개의 나눔 보따리를 처음 전달한 이후 점차 규모를 늘려 올해는 대상자가 전국 5000여 가구에 이른다. 초기 먹을거리 위주였던 내용물도 각종 생필품까지 포함해 다양해졌다.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총 200명의 자원봉사자가 나눔 보따리 포장작업에 참여했다. 시민활동가를 비롯해 기업의 임직원들도 동참했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자원봉사에 나선 박성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51)는 “사무실에만 앉아있다 설을 앞두고 아들과 함께 이런 행사에 참여하게 돼 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아름다운가게 이사인 배우 유동근 씨와 홍보대사 이세은 씨도 함께했다. 3년째 나눔 보따리 행사에 참여한 시민활동가 임연선 씨(56·여)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이 물건이 전달된다는 생각을 하니 추위도 잊혀지고 마치 사우나를 한 듯 개운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포장한 나눔 보따리 일부는 이날 곧바로 서울지역 홀몸노인들에게 전달됐다. 맨 처음 나눔 보따리를 받은 사람은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김정자 씨(76·여)였다. 김 씨는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들이어서 보탬도 되고 무엇보다 이렇게 직접 찾아와주니 마음이 ‘부자’가 된 느낌”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홍명희 아름다운가게 이사장은 “나눔 보따리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마음의 온기가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아픔을 간직한 유품과 유류품들이 전남 진도군에서 경기 안산시로 옮겨졌다. 사고 발생 646일 만이다. 4·16가족협의회는 21일 진도군청 공영주차장 인근 컨테이너에 보관 중이던 세월호 유품 및 유류품 1159점을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로 옮겼다. 유류품 인수에는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상자 250개에 담긴 채 옮겨진 유품과 유류품은 사고 해역에서 건진 단원고 학생들의 교복 및 수학여행 가방을 비롯해 주인을 찾지 못한 승객과 선원들의 물품이다. 유류품 중에는 옷가지 특히 교복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진도군에서 물품을 관리해 왔지만 1159점의 물품은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세월호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4·16기억저장소는 유류품 훼손을 막기 위해 세탁과 세척 작업을 거친 뒤 가족을 찾아 돌려줄 예정이다. 그때까지 정부합동분향소 좌측에 마련된 가로 3m, 세로 12m 크기의 컨테이너 임시보관소에 유류품을 보관한다. 4·16기억저장소는 전수조사를 통해 물품의 사진을 찍고 목록 작성을 마쳤다. 4·16가족협의회는 논의를 거쳐 이르면 2월부터 가족에게 돌려줄 방침이다. 인수자가 확인되지 않은 물품은 4·16기억저장소에서 역사기록물로 보존 관리할 예정이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연기아카데미 연습실 안에서 개그맨 유재석과 가수 이적이 함께 부른 노래 ‘말하는 대로’가 흘러나왔다. 순간 이정민 씨(23·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바닥에 주저앉은 이 씨는 한동안 묵묵히 초점 없는 눈빛으로 앞을 바라봤다. 이어 이 씨는 모든 것을 내려놓듯이 바닥에 누워 허공을 쳐다봤다. 노래에 맞춰 나온 이 씨의 행동은 ‘즉흥 연기’의 일부였다. 이 씨를 포함한 네 명의 연기수업 수강생은 선생님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노래’를 하나 골라 직접 몸짓으로 표현해보라고 주문하자 놀란 듯 손사래를 치다가 하나둘 각자의 연기를 펼쳤다. 이날 연기수업을 찾은 네 명의 수강생은 모두 20, 30대의 대학생과 직장인이었다. 이들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 앞에서 말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고자 연기학원을 찾았다. 취업준비생인 이 씨는 “타인의 시선을 자주 의식해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할 때 자주 떨리곤 했다. 배우들은 자기 자신에게만 온전히 집중하는데 그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종찬 씨(33)는 “평소 별로 활달하지 않은 내 모습을 바꾸고 싶었다”며 “연기를 하면서 나 자신을 알아가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기계발을 위해 연기학원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발표 울렁증’이 있는 취업준비생부터 내성적인 성격으로 가정 및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40, 50대 직장인들까지 찾는 유형도 다양하다. 이들은 주로 배우를 양성하는 전문학원의 ‘취미반’을 찾거나 연기 강사에게 개인 또는 단체 레슨을 받는다. 이승희 SG아카데미 대표는 “일상적인 대인관계나 직장생활에 도움을 받고자 연기를 배우려는 문의가 많다. 매주 10명 내외의 대학생, 직장인들이 연기를 배우러 온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보고 여러 인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8월부터 연기를 배워온 정태양 씨(42)는 “타인과 소통할 때 내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고 다른 사람의 입장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가족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원만해졌다”고 말했다. 김덕은 한국연극치료연구소 연구원은 “일상생활 중 잘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연기 과정에서 표현하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며 “연기가 자신이 부족한 면을 발견하고 보완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사람이 수많은 역할을 도맡아야 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으로 인해 연기수업이 각광을 받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특정 상황에서 쓸 ‘가면’이 없으면 그런 가면을 찾기 위한 훈련을 하는 것”이라며 “기존에 가진 모습만으로 인정받기 힘들어지니까 부자연스럽더라도 가면까지 찾아 쓰려 한다”고 지적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위안부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책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사진)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명에게 총 9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위안부의 매춘행위를 암시하는 등 일부 내용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박창렬)는 이옥순 할머니(89) 등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박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측에 1000만 원씩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일본군 위안부들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고 하는 등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의미로 원고들의 명예와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박 교수의 표현은 학문의 자유를 넘어선 것으로 위법하다고 평가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책 중 문제가 된 34곳의 표현 중 32곳의 표현이 원고의 명예훼손이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또 “명예훼손의 해당 여부는 표현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 등이 아니라 표현의 객관적 의미 및 평가에 의해 판단된다”며 명예훼손 의도가 없었다는 박 교수의 주장을 일축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관계자들은 법원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원고 측 양승봉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결과로, 할머니들이 느낀 좌절감이 조금이나마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개인의 책이 할머니들의 삶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정확히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번 판결에 대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본 우익 학자의 주장을 인용한 것으로 명예훼손을 할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이러한 점이 반영되지 않은 판결”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 할머니 등 9명은 2014년 9월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 출판 판매 등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3000만 원씩 총 2억7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2월 원고 측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해 현재는 문제가 된 34곳의 표현을 삭제한 책이 유통되고 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저렴하게 원하는 물품을 살 수 있는 중고물품 거래. 하지만 늘 모르는 사람의 계좌로 돈을 보낼 때마다 ‘혹시 사기를 당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머뭇거리곤 한다. 더치트 김화랑 대표(34)는 이러한 중고 거래 사기를 막기 위해 국내 최초로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를 만들었다. 2006년 1월 4일부터 운영해 ‘10돌’을 맞이한 더치트에는 중고 거래 피해 사례 19만5330건(7일 기준)의 정보가 고스란히 축적돼 있다. 김 대표가 더치트를 만들게 된 건 바로 본인이 세 차례나 중고 거래 사기를 당한 직후다. 김 대표는 “인터넷에서 비슷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모아보니 동일한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사용하는 판매자에게 피해를 본 사람이 여럿 됐다. 사기 범죄에 이용된 계좌번호나 전화번호만 알았어도 같은 사기꾼에게 당하는 2차 피해를 줄일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김 대표는 며칠이 걸리지 않아 더치트 사이트를 만들어 냈다. 2006년 비영리 민간 서비스로 출발한 더치트는 2012년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해 어엿한 스타트업 벤처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더치트에 누적된 사기범죄에 이용된 계좌번호가 18만7772개, 전화번호가 19만3480개에 이를 만큼 이용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이러한 데이터는 실제 경찰의 범죄 수사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10년의 세월 동안 고비도 적지 않았다.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보람은 크지만 지속 가능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수익 창출은 과제였다. 김 대표는 법인 설립 이후 더치트를 이용하는 개인 이용자들에게 1000원의 후원비를 받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더치트의 운영이 안정되면 개인 이용자는 아무런 비용 없이 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목표는 더치트에 누적된 정보를 활용해 금융사기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더치트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중고 거래 등을 위한 금융 거래 시 사기 위험이 있는 계좌번호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스마트폰 앱 ‘T전화’ 이용 시 사기 의심자의 전화번호에 대해 경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IBK기업은행과도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계좌이체 시 사기 의심 계좌를 안내해주는 기능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기꾼들이 계좌와 전화번호를 바꿔가며 범행을 반복하는 만큼 이들의 목소리를 분석해 동일 인물인지를 가리는 기술까지 연구하고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7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22일 서울 종로구 종로4가 한 오디오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가수 이애란 씨의 노래 ‘100세 인생’을 들으며 김용규 씨(70)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김 씨는 노래 가사가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세상사 이치를 담고 있다며 감탄했다. 김 씨의 손에는 일명 ‘효도MP3’라 불리는 MP3플레이어가 들려 있었다. 한 달 전 구매한 MP3플레이어는 9년째 뇌중풍(뇌졸중)을 앓아 거동이 불편한 김 씨에게 어디를 가든 함께하는 ‘동반자’가 됐다. 김 씨는 “이걸로 음악을 벗 삼아 살면서 처음 뇌중풍에 걸렸을 때보다 마비 증상도 나아지고 훨씬 건강해졌다”며 “이걸 듣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참 즐겁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나 MP3플레이어와 같은 전자기기들이 노년층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MP3플레이어는 ‘효도MP3’라 불릴 만큼 적적한 노인들의 오락거리로 애용되고 있다. 22, 23일 서울 종로구 종로4가와 동묘 앞 일대 오디오 가게들에서는 MP3플레이어와 수천 곡의 노래를 담은 메모리칩을 구매하려는 노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평소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속앓이를 해온 이모 씨(78·여)도 효도MP3를 접한 뒤 활력을 되찾고 있다. 원하는 노래가 1000곡 넘게 들어있는 2만∼3만 원짜리 칩을 구매해 몇 달 동안 반복해서 듣는다. 이 씨는 “장윤정이랑 김용임 노래를 특히 좋아하는데 이걸 듣다 보면 밤에 잠도 잘 온다”며 “요새는 만나는 사람마다 권하고 친한 사람들한테는 MP3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전자기기 활용이 긍정적인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전 대가족 체제와 달리 홀로 지내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폰이나 MP3플레이어 등이 단순한 오락거리 이상으로 정서적으로 채워주는 부분도 상당하다”며 “젊은 세대가 쓰는 기기를 사용하면서 소통도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서로 공유하고 모임 약속을 잡는 것도 이제 흔한 장면이 됐다. 국내 60대 10명 중 7명은 카카오톡, 라인, 네이트온 등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5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최근 전국 2만5000가구의 만 3세 이상 가구원 6만321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만 3세 이상 한국인의 인터넷 이용률은 85.1%로 지난해 조사 때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인터넷 이용자 수는 4194만 명으로 전년 대비 82만2000명 늘었다. 특히 60대의 메신저 이용률은 지난해 62.6%에서 올해 72.3%로 크게 높아졌다.권오혁 hyuk@donga.com·곽도영 기자}
성탄절 전야인 24일 오전 1시경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서울시 대기관리과 직원 A 씨(48)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당직자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친 상태였으며 발견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후 11시 40분경 서소문별관 12층 사무실에서 A 씨가 나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타살 혐의가 없어 A 씨가 복도 창문을 통해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능직 공무원인 A 씨는 10년 이상 서울시 재무과에서 물품관리 업무를 맡다가 올 7월 대기관리과로 발령받았다. 대기관리과는 대기질 관리와 전기차 보급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업무 과중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이철호기자 irontiger@donga.com}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도시락 전문점 ‘스노우폭스’ 뱅뱅점 출입구 옆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직원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다. 안내문을 처음 붙인 건 10월 말. 요식업 특성상 고객을 자주 접하는 직원도 보호하고 사기도 진작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는 크게 높아졌다. 점장 우정훈 씨(27)는 “회사에서 이런 부분까지 신경 써 줄지 몰랐다”며 “안내문을 보고 손님들도 (직원들에게) 더 신경 써 주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스노우폭스’의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는 고객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21일 매장에 들른 김현재 씨(39·여)는 “나도 서비스업 종사자여서 (직원과 고객이)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 더욱 공감했다”며 “서비스를 제공받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고 예의 없이 행동하는 일부 소비자의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스노우폭스코리아 백현주 한국지사장은 “직원들이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만으로 고객에게 무시받는 상황은 이해할 수 없다”며 “기업이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의 보호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노우폭스 사례와 같이 ‘감정노동자’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작은 노력’이 모이면서 감정노동자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기업 및 소비문화조성전국협의회’가 올해 6∼9월에 걸쳐 소비자단체 회원 1115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의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감정노동과 감정노동자의 업무환경에 대한 이해는 지난해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시민단체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근로자복지센터는 10월 지역 내 콜센터 상담사들을 위한 요리 강습, 숲속 목공체험 등 ‘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내년부터는 ‘감정노동 개선 서포터스’를 모집해 주기적인 실태조사와 정책 제안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기업들도 전문적인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을 갖춰 가는 추세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로 매헌(梅軒)윤봉길의사기념관 1층 전시실에서 만난 김소정 씨(28·여)는 전시관을 돌아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 의사의 생애도와 유물 등을 설명하는 안내문은 곳곳이 노랗게 빛이 바래 있었다. 기념관 벽면 곳곳의 페인트는 벗겨진 채 방치돼 있었다. 일부 전시실은 영하의 날씨에도 히터조차 제대로 켜 있지 않았다. 1층 전시실을 돌아본 김 씨는 금세 발길을 돌려 기념관을 나섰다. 김 씨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은 친구를 따라 경기 부천에서 1시간 넘게 걸려 찾아왔는데 너무 실망스럽다”며 “3주 전 다녀온 백범기념관에 비해 시설이 낡았고 전시 내용도 부족해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가 기념관 개관 27년 만에 전면 수리에 나섰다. 11월 초부터 전면적인 시설 보수 작업이 시작됐다. 기념관 지붕과 전시실 내 조명을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로 전면 교체한 데 이어 기념관 외부 윤봉길 의사 동상과 3층 대강당 공사 등도 진행 중이다. 기념사업회는 이달 말까지 1층 전시실, 2층 윤봉길 새책도서관 등도 보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념관은 1988년 12월 1일 문을 열었다. 1986년 윤봉길의사 의거 55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결성돼 당시 동아일보 사장이던 일민 김상만 선생이 위원장을 맡아 기념관 건립기금 모금 운동을 이끌었다. 기념관은 당시 모은 성금으로 지어졌다. 개관 이후 여러 차례 보수 작업이 이뤄졌지만 이번처럼 대대적인 보수가 이뤄지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기념관은 지붕의 기와가 바닥에 떨어지고 비가 오면 실내에 비가 새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당초 기념사업회는 외부 후원만으로 기념관을 운영해 시설 보수는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다. 국가보훈처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지속적으로 요청해 올해에야 마침내 2억여 원의 시설 보수비를 지원받아 공사를 시작하게 됐다. 사무가구 전문회사 퍼시스 손동창 회장의 도움도 컸다. ‘안중근의사기념관’ 건립에 3억 원을 내놓는 등 순국선열에 대한 예우에 관심이 많았던 손 회장은 기념관이 낙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11월 직접 기념관을 찾아 시설을 둘러본 뒤 3층 대강당 시설 보수 비용을 전액 지원키로 했다. 내년부터는 국가보훈처로부터 매년 5억여 원의 운영 지원비도 받게 돼 안정적인 운영도 가능해졌다. 기념사업회는 내년부터 윤 의사와 관련된 전시 내용을 보강하고 시민을 위한 역사 교육 프로그램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김진우 회장은 “보훈처의 운영비 지원과 기념관 시설의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통해 이제야 윤봉길 의사의 격에 맞는 기념관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윤 의사의 업적을 있는 그대로 후대에게 보여줄 수 있고 국내외 관람객들이 두루 찾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봉길 의사의 순국일인 19일에는 윤봉길 의사의 순국 83주기 추모식도 열린다. 기념사업회는 국가보훈처, 광복회, 용산구청, 롯데백화점, 동아일보사의 후원을 받아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윤 의사 묘 앞에서 윤 의사의 삶과 애국애족정신을 기리는 추모식을 진행한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청문회가 별다른 성과 없이 16일 종료됐다. 여당 측 추천 위원 5명이 불참해 ‘반쪽 청문회’라는 지적을 받으며 시작한 사흘간의 청문회 내용은 기존에 밝혀진 조사 결과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조위의 안이한 준비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청문회 마지막 날인 16일은 사고 초기 대응 및 피해자 지원 조치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주요 증인은 앞서 이틀간의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기존에 국회 및 법원에서 밝힌 입장을 되풀이하거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식으로 답변했다. 특조위원들의 질문도 기존에 알려진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청문회 마지막 날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오자 유가족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날 청문회 중 위원들의 질의 중간에 “특조위는 증인들을 제대로 추궁해라” “형식적인 질문만 반복하느냐” 등 고성이 오갔다. 김선혜 위원이 준비해온 질의서를 그대로 읽어 내려가자 방청석에 있던 일부 유족은 “초등학교 국어시간이냐” “증인의 눈을 보고 질문해라” 등의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며 청문회장을 박차고 나갔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청문회는 사고 당시 전개된 상황을 다시 확인하는 게 아니라 대처가 왜 그렇게 됐는지 묻는 자리인 만큼 그렇게 진행해달라”고 항의했다. 청문회에 불참한 이헌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청문회의 증인 선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준석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세월호 선원이나 유병언 일가와 같이 사고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먼저 불렀어야 하는데 정부 관계자들만 불러서 ‘망신주기’ 식의 청문회로 흘러갔다”며 “마치 모든 잘못이 정부 대응에만 있다는 식의 접근은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 부위원장은 “이번 청문회가 준비가 많이 미흡한 상태로 시작했다”며 “애초에 사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진행하자고 주장했으나 정치적 의도로 해수부 장관까지 현장에 불러냈다”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사고 때문에 아빠 다시 못 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시 돌아와서 고맙고…아빠가 경찰관이어서 원망스러운 점보다 자랑스러운 점이 더 많으니까 만약에 힘든 일 있으면 가족들이랑 나누면서 계속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 아빠 사랑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딸 민아 양(14)의 영상편지를 보던 김병철 경위(47)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이겨내고 복귀한 ‘철인’ 경찰관이지만 가족 앞에선 그저 평범한 가장이었다. 2009년 9월 충남 보령경찰서에서 근무 중이던 김 경위는 순찰차를 타고 출동하던 중 30t 트레일러와 부딪치는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한 달 반 넘게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기적적으로 의식은 돌아왔지만 충격에 따른 기억상실증으로 2개월가량 가족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김 경위는 눈물겨운 가족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2011년 8월 현장에 돌아와 현재 대전 대덕경찰서 112 상황실에서 일하고 있다. 김 경위처럼 현장에서 솔선수범하는 경찰관 16명과 가족 동료들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 모였다. 경찰청이 마련한 토크 콘서트 ‘응답하라 2015’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날 행사는 인사말과 격려사, 다과 등으로 진행되던 기존의 관행을 깨고 가족과 동료까지 함께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콘서트 형식으로 처음 진행됐다. 이 덕분에 행사장에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따뜻한 경찰’로 선정된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경비교통과 오원균 경위(52)는 5월 말 수면제를 삼켜 의식을 잃은 9개월 된 영아를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 구해냈다. ‘부녀 경찰’이기도 한 그는 경기지방경찰청 6기동단에 근무하는 딸 오지영 순경(21)이 예고 없이 행사장을 방문하자 깜짝 놀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월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때 주민을 구하러 건물 안에 들어갔다가 3층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입은 의정부경찰서 신곡지구대 이재정 순경(34)도 어머니와 함께 참석했다. 당시 입은 부상으로 아직까지 휴직 상태인 이 순경은 “가족과 동료들 덕분에 건강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국민이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다가서는 것이 국민에 대한 ‘응답’이고 이것이 바로 경찰의 숭고한 임무”라며 “올 한 해 현장에서 봉사와 헌신을 실천한 16분의 영웅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14일 사흘 일정의 세월호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 국정조사 등을 통해 나온 얘기를 반복하는 수준인 데다 조사위원 17명 중 새누리당 추천 5명이 불참해 ‘반쪽 청문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세월호 영웅’으로 불린 김동수 씨(50)는 현장에서 자해까지 했다. 세월호특조위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YWCA 대강당에 마련한 청문회장에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관계자들을 불러 지난해 4월 16일 사고 당시 해경의 대처를 집중 추궁했다. 사고 당시 세월호와의 교신 내용이나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은 이유 등 그동안 제기된 해경의 초동조치 미흡이 주로 거론됐다. 생존 화물차 기사인 A 씨는 “(해경이) 승객들에게 탈출하라고 지시만 했다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날 여당 추천 위원들은 청문회 진행 방식과 증인 선정에 반대해 불참했다. 이헌 부위원장은 “사고의 근본 책임이 세월호 선장과 선원, 청해진해운에 있는데 정부 책임을 먼저 조사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부위원장을 제외한 여당 추천 위원 4명은 특조위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고 당일 7시간 행적을 조사하겠다고 결정한 데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고 당시 10여 명의 학생을 구출해 ‘파란 바지의 구조영웅’으로 불렸던 김동수 씨는 오후 3시 50분경 방청석에 있다가 해경 관계자의 발언을 듣고 격분해 미리 준비한 흉기로 자신의 복부를 세 차례 그었다. 박상욱 당시 목포해경 123정 승조원이 “구조정이 해류에 밀린 것 같다”는 발언을 해 방청석에서 야유가 쏟아진 직후였다. 김 씨는 즉각 119 구급차에 실려 이송되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역시 청문회 도중 혈압 상승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부분 밝혀졌다’고 말하지만 무엇이 밝혀졌다고 해서 그만둘 수 없다”며 “우리 모두에게 교훈이 되는 기록과 증언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조위는 15일 정부의 사고 대응 적정성, 16일 피해자 지원조치 등을 청문회에서 다룬다.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 등 증인 31명과 민간잠수사 등 참고인 6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이 전 장관 등 3명은 불출석 의사를 표시했고 2명은 아직 출석 여부를 통보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박재명 jmpark@donga.com·권오혁 기자}
경찰이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구속 후 첫 집회인 19일 ‘3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진보성향 단체인 ‘민중의 힘’이 19일 서울광장과 서울역광장에서 각각 1만 명과 5000명 규모로 열겠다고 신고한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했다고 14일 밝혔다. 금지 통고 사유에 대해 경찰은 “19일 이미 경우회, 고엽제전우회 등이 서울광장과 서울역 광장에 상반된 목적의 집회를 신고해 장소 중복 및 충돌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고 목적이 상반된 2개 이상의 집회가 신고 되면 나중에 신고 접수된 집회는 경찰이 금지 통고할 수 있다. 이에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보장해줄 것을 촉구했다. 투쟁본부 측은 “집회 장소 선점을 빌미로 사실상 주요 집회 장소를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경찰은 시위대에 소요죄를 적용했던 ‘5·3 인천사태’ 판례를 토대로 한 위원장 등 1차 민중총궐기 집회 관계자 3, 4명에게 형법상 소요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5·3 인천사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시기인 1986년 5월 3일 인천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다. 경찰 관계자는 “1차 민중총궐기 폭력집회의 정도가 인천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한 위원장 등이 집회를 사전에 조직적으로 기획 모의한 점에 대해 입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53)은 11일 이틀째 이어진 경찰 조사과정에서 시종 묵비권을 행사했다. 전날 경찰 체포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황한 ‘연설’을 하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불법 폭력시위 수사본부는 지난달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당시 불법 폭력시위를 주동하는 등 올해 불법 시위 11건과 관련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등 8가지 혐의로 한 위원장에 대해 이날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도 곧바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는 1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경찰은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를 한 자’에게 적용하는 형법상 소요죄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조사를 거쳐 혐의 추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경 민노총 법률원 조세화 변호사 입회하에 한 위원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이틀간 300여 개 항목에 대해 질문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3차례로 나뉘어 진행된 8시간가량의 조사 내내 인적사항 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유치장 내 조사실이 따뜻한데도 모포를 덮고 웅크리거나, 의자에 등을 기대고 천장만 바라봤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처럼 식사를 거부하고 구운 소금과 물만 섭취했다. 법조계에서는 체포 전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가 정작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일절 거부하고 있는 한 위원장의 모습이 과거 주요 공안·정치 사범들과 판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2013년 내란음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댓글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국가정보원이 여론을 돌리기 위해 날조한 사건”이라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진술조서에 서명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 8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를 확정받아 수감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라며 재판 중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도 직접 답변을 거부해 공판이 파행됐다. 진술거부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유무죄 판결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하지만 피의자의 진술 외에 객관적 증거가 충분하다면 묵비권 행사가 반드시 피의자에게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5월 세월호 집회 현장에서 하이힐로 경찰을 때려 상해를 입힌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소환된 일명 ‘하이힐녀’ 진모 씨(48·여)도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다가 동영상 등 증거자료를 확인한 뒤 범행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관련자 진술이나 영상 등 객관적 증거를 따져 유무죄를 판단하기 때문에 진술 거부가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위원장을 “이질적인 사람”이라며 “기존의 삶과 사고방식이 너무 다른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한 공간(조계사)에 있게 되니 당연히 서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사회 현안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절망스럽게 만드는 문제라면 당연히 종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변종국·권오혁 기자}

10일 체포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경찰 조사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체포 직전 기자회견에서 “정권이 짜놓은 각본에 따라 구속은 피할 수 없다. 아니 피하지 않겠다”며 불법 행위를 정당화하는 궤변을 늘어놨다. 그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시절 77일간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2009년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이후 또다시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한상균, 묵비권 행사로 일관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압송된 한 위원장은 경찰서 1층 유치장 내 조사실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진술을 전면 거부했다. 경찰이 폭력으로 번진 집회 현장에서 채증한 사진도 보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는 변호인 입회하에 오후 2시 10분부터 시작된 조사에서 인적사항만 답변하다가 30분이 지나자 입을 다물었다. 경찰은 미리 준비해 놓은 300여 개의 신문 항목을 차례로 물으며 한 위원장이 보이는 반응을 조서에 기록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경찰 조사에 앞서 흉기 소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았다. 조계사에서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투쟁 선동 동영상 등을 17차례 올렸지만 경찰 확인 결과 한 위원장은 스마트폰을 소지하지 않았다. 수사에 대비해 체포 전 누군가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어 변호를 맡은 민노총 법률원 장종오 조세화 변호사를 접견했다. 11일째 단식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는 경찰서 구내식당의 점심과 저녁을 모두 거부하고 오후 4시 1차 조사를 마친 뒤 구운 소금만을 요청했다. 오후 10시까지 이어진 2차 조사에서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300여 개 신문 항목 중 절반 이상 질문했지만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며 “하지만 채증 자료와 한 위원장 발언, 관련자 진술 등만으로 혐의 입증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3차 조사는 11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등 한 위원장에게 총 24개 범죄 사실과 8가지 혐의를 적용해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는 1차 투쟁대회를 포함해 올해 총 11건의 불법 시위를 주도하면서 일반교통 방해, 해산명령 불응, 특수공무집행 방해,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 특수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는 형법상 소요죄는 구속영장 신청 때는 적용하지 않고, 증거 자료를 수집한 뒤 기소 단계에서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불법 폭력시위를 사전에 기획하고 청와대까지 진격하기 위해 민노총과 산하 산별노조에 시위 당일 역할을 분담시키는 등 “나라 전체를 마비시키자”며 폭력시위를 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노총 핵심 간부들도 수사 경찰이 민노총 핵심간부 등 집행부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예고해 민노총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때와 같은 불법 폭력시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출석요구 시한을 넘긴 민노총 핵심간부 이영주 사무총장과 배태선 조직쟁의실장 등의 영장을 곧 신청할 예정이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은 2일 경찰에 출석해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수석부위원장의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한 위원장은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함께 조계사 관음전을 걸어 나왔다. 대웅전에 들러 삼배를 올린 그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자승 총무원장과 약 15분간 면담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16일 총파업 투쟁을 부르짖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한 위원장은 오전 11시 18분경 조계사 일주문을 빠져나왔고, 그를 기다리던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후 염주를 낀 그의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오혁·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