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신용시장 침체 가능성을 다시 경고했다. 최근 월가 주요 은행들이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나온 발언이다.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다이먼 CEO는 28일(현지시간)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 콘퍼런스에서 “신용 경기 하강이 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약 1조8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사모신용 시장을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현재 이 시장에는 1000개가 넘는 운용사가 활동 중인데, 경기 전환 시 이들 모두가 견조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다이먼은 “일부는 뛰어나겠지만 1000개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출 심사 기준과 함께 오랫동안 신용 침체가 없었던 만큼, 실제 발생 시 충격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끔찍한 수준은 아니겠지만, 사모신용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쁠 것”이라며 “일부 은행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최근 사모신용 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다이먼은 이달 초 연례 서한에서도 관련 위험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다만 JP모건 역시 해당 시장에서 발을 빼지는 않고 있다. 자산운용 부문을 통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모신용 전략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시장 위험을 경고하면서도 동시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한편 다이먼은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인플레이션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그는 “이란 전쟁, 세계 재무장, 인프라 투자 확대, 재정적자 등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종합 헬스케어 기업 SCL그룹이 인도네시아 국립중앙병원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동남아 의료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정밀진단과 AI 기반 의료 솔루션을 중심으로 현지 사업화 가능성이 주목된다.SCL그룹은 28일 인도네시아 국립중앙병원 RSUP Cipto Mangunkusumo(치프토 망운쿠수모 국립중앙병원, RSCM)와 선진 의료 서비스 및 진단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RSCM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병원으로, 한국 의료기관과 진단의학 분야에서 협력하는 첫 사례다.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다중암 조기 스크리닝과 유전자 검사 등 정밀진단 분야를 비롯해 AI 기반 조기진단 솔루션, MRI·CT 등 의료장비 공동 활용, K-헬스케어 플랫폼 등 중장기 사업에서 협력을 추진한다.특히 조기진단과 예방의학 중심 서비스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도 수요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사업화가 본격화될 경우 진단검사 서비스와 건강검진 프로그램, 데이터 기반 의료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익 모델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밀진단·건강검진 중심 협력…동남아 시장 확장 교두보SCL그룹 이경률 회장은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AI 기반 의료 접근성과 공중보건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다”며 “이번 협약이 양국 의료 협력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도네시아를 넘어 동남아 의료 네트워크 확대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SCM 수프리얀토 다르모레조 병원장은 “정밀진단과 예방의학 분야에서 협력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의료 기술과 서비스 교류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협약식은 27일 자카르타 RSCM 병원에서 열렸으며, 양국 의료계와 정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윤순구 주인도네시아 대사는 “이번 협약은 한국의 첨단 진단 기술을 인도네시아 의료 시스템에 적용하는 협력의 출발점”이라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SCL그룹은 진단검사와 건강검진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계열사 하나로의료재단을 통해 인도네시아 현지 검진센터 ‘K-LAB’을 운영 중이다. 회사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현지 의료기관과 협력을 확대하고 동남아 의료 네트워크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중국 당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거래를 금지하면서 미국 빅테크 메타가 최근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한 중국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누스(Manus)’ 인수를 되돌리는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27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메타가 마누스 인수를 되돌리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약 20억~25억 달러(약 2조9000억~3조6000억 원) 규모 거래를 금지하고 원상복구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기술·데이터 분리 불가피…거래 되돌리기 난관WSJ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해 12월 마누스를 인수한 뒤 관련 기술을 자사 시스템에 빠르게 통합해왔다. 이에 따라 거래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이미 결합된 기술과 데이터를 분리해야 하는 상황이다.중국 당국은 이전된 기술과 데이터를 제거하고 자산을 원래 상태로 복원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를 완전히 되돌리지 못할 경우 제재를 검토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투자자 문제도 남아 있다. 벤치마크 등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투자금을 회수한 상태로, 거래가 철회될 경우 자금 반환을 둘러싼 협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거래 재조정 과정에 협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이전에도 규제…‘기술 출처’가 기준마누스는 2022년 중국에서 설립된 뒤 자동화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로 주목받은 스타트업이다.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한 직후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중국 사무소를 정리했다. 다만 핵심 기술과 인력은 여전히 중국에 기반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중국 당국은 이 같은 구조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술이 중국에서 개발됐다는 점을 근거로 규제에 나섰다. 법인 소재지와 관계없이 기술의 개발 기반이 중국에 있을 경우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 등은 이번 조치를 해외 법인을 통한 거래에도 규제가 적용된 사례로 해석했다. 유사한 방식의 거래에 대한 경고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중국 당국은 거래 검토 과정에서 공동 창업진을 소환 조사하고 출국을 제한하는 등 통제 수위를 높여왔다.WSJ는 또 최근 마누스 경영진이 메타와 사임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창업진이 메타를 떠나는 방안이 거래 해소 과정의 한 선택지로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기술 경쟁 속 규제 강화이번 조치는 미·중 간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이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 규제 등을 통해 중국의 AI 산업을 견제하는 가운데, 중국 역시 기술과 인력의 해외 이전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중국 관영 매체는 이번 조치가 전략 기술 분야에 대한 안보 심사 강화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기업의 등록 국가와 관계없이 기술과 인력의 연결성이 중국에 남아 있다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투자 심사 강화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기술 자산 이동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중국계 기술 기업 투자에서는 자본 이동뿐 아니라 기술 출처까지 리스크로 부각됐다는 평가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앞으로는 의사가 환자를 보기 전, AI가 먼저 의료 정보를 분석하는 방식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병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다음 단계’를 결정하는 일이다. 수술을 진행할지, 약물 치료를 바꿀지, 추가 검사를 할지 등 치료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이 의사의 판단을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세계적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서, AI를 활용하는 순서에 따라 의사의 임상 판단 정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진단보다 어려운 ‘다음 단계’…AI, 치료 판단에서도 성과이번 연구는 병명을 맞히는 ‘진단’이 아니라, 이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임상적 판단(clinical management)’ 능력을 중심으로 진행됐다.연구팀은 이를 ‘지도 앱’에 비유했다. 병명을 맞히는 것은 목적지를 찾는 일이라면, 치료 방향을 정하는 것은 교통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설명이다.실험은 ▲의사 단독 ▲의사+AI 협업 ▲AI 단독 등 세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그 결과 AI 단독은 의사 단독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AI와 협업한 의사는 AI 단독과 유사한 수준의 성과를 보였다.● “AI 먼저 vs 의사 먼저”…순서 바꾸니 정확도 달라졌다연구의 핵심은 ‘누가 먼저 판단하느냐’였다.AI가 먼저 분석을 제시한 뒤 의사가 판단한 경우 평균 정확도는 85%로 나타났다. 반면 의사가 먼저 판단한 뒤 AI를 참고한 경우는 82%에 그쳤다. 의사가 기존 자료만 활용했을 때는 75% 수준이었다.특히 치료 결정과 관련된 판단에서는 AI를 먼저 활용한 그룹이 약 8.9%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연구팀은 이를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로 설명했다. 의사가 먼저 결론을 내리면 이후 AI 분석이 그 판단에 영향을 받아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실제로 AI가 ‘두 번째 의견’으로 사용된 경우, 의사의 초기 진단과 AI 결과가 완전히 일치하는 비율은 48%에 달했다. 반면 AI가 먼저 분석한 경우에는 이 비율이 3%에 그쳤다.● 정확도뿐 아니라 ‘속도’도…AI 먼저 쓰면 시간 단축속도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AI를 먼저 활용한 경우 평균 진단 시간은 약 631초로, 의사가 먼저 판단한 뒤 AI를 참고한 경우(688초)보다 짧았다. 추가 분석에서는 약 92초의 시간 절감 효과도 확인됐다.이 같은 시간 단축은 단순한 효율을 넘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이 같은 협업 과정에서는 의사들의 태도 변화도 관찰됐다. 일부 의사들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동료’처럼 대하며 “좋은 생각이다”,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험 이후에는 참여 의사의 99%가 AI 활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연구진은 단순히 답을 제시하는 시스템보다, 의사와 비교·비판·토론하는 구조의 AI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의사를 대체?”…연구진 “아직은 아니다”다만 연구진은 결과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번 연구는 실제 환자가 아닌 가상의 임상 사례를 기반으로 진행됐으며, 현실 진료 환경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AI 활용이 오히려 판단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확인됐다.연구를 이끈 조너선 첸 스탠퍼드대 교수는 “환자가 의사를 건너뛰고 AI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의사 역시 AI를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결국 이번 연구는 AI의 성능보다 ‘사용 방식’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는 AI를 진료 과정 어디에 배치하느냐가 의료 판단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야 운동 효과가 크다는 통념과 달리, ‘내려가는 동작’이 오히려 근력과 건강 개선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는 비만 노년층 등 특정 집단에서 확인된 결과로, 단순한 운동 강도보다 ‘운동 방식’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호주 에디스 코완대(ECU) 운동 및 스포츠 과학 디렉터 켄 노사카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스포츠 및 건강 과학 저널(Journal of Sport and Health Science)’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근육이 늘어나며 힘을 쓰는 ‘신장성 운동(eccentric exercise)’의 효과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신장성 운동은 아령을 천천히 내리거나 계단을 내려가는 동작처럼 근육이 길어지면서 힘을 내는 방식이다. 반면 계단 오르기처럼 근육이 짧아지며 힘을 쓰는 운동은 ‘단축성 운동’에 해당한다. 연구에 따르면 근육은 물체를 들어 올릴 때보다, 천천히 버티며 내려갈 때 더 큰 힘을 내면서도 에너지 소모는 적다.계단을 내려가는 동작이 관절에 부담을 준다는 인식도 있지만, 연구진은 이를 오해로 본다. 노사카 교수는 낮은 강도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릴 경우, 오히려 무릎 주변 근육이 강화돼 관절 부상 예방이나 재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신장성 수축은 일반적인 수축보다 20% 이상 높은 장력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단 내려가기, 오르기보다 효과…근력·대사 지표 개선이번 연구가 주목받은 계기는 ‘계단 내려가기’ 실험 결과다. 비만 노년층 여성을 대상으로 12주간 주 2회 운동을 진행한 결과, 계단을 내려간 그룹은 올라간 그룹보다 근력과 심혈관·대사 지표 전반에서 더 큰 개선을 보였다.구체적으로 등척성 근력은 내려가기 그룹에서 34% 증가해 올라가기 그룹(15%)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나쁜 콜레스테롤(LDL)은 13% 감소한 반면 올라가기 그룹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인슐린 민감도 역시 내려가기 그룹에서 12% 개선됐지만, 올라가기 그룹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혈압과 심박수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수축기 혈압은 내려가기 그룹에서 9% 감소한 반면, 올라가기 그룹은 3% 상승했고, 안정 시 심박수 역시 내려가기 그룹은 10% 감소했지만 올라가기 그룹은 4%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반면 계단을 올라간 그룹은 근력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혈압과 심박수는 일부 지표에서 오히려 상승하거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힘들게 운동을 수행했더라도, 결과는 운동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걷기·런지·집 운동까지…근육뿐 아니라 ‘뇌’에도 영향이 같은 효과는 계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리뷰 논문에는 다양한 신장성 운동 사례가 함께 제시됐다. 일반 걷기에 ‘천천히 버티는 런지 동작’을 결합한 8주 프로그램에서는, 단순 걷기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하체 근력과 신체 기능, 인지 기능 개선이 확인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 같은 운동이 근력뿐 아니라 뇌 인지 기능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짧은 시간의 운동도 효과가 관찰됐다. 하루 단 3초간 아령을 천천히 내리는 동작만으로도 한 달 뒤 근력이 약 10% 향상된 사례가 보고됐다. 의자에 천천히 앉기, 벽 짚고 팔굽혀펴기, 발뒤꿈치를 내리는 동작 등으로 구성된 하루 5분짜리 가정 운동 프로그램 역시 8주 만에 근력과 유연성, 정신 건강을 개선했으며, 참가자의 90% 이상이 이후에도 운동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연구는 고강도 운동 중심의 기존 인식을 흔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구진은 근력 향상을 위해 반드시 극심한 피로나 근육통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근육통은 운동 효과의 지표가 아니며, 통증이 없다고 해서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신장성 운동은 심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노인이나 만성 질환자, 운동을 시작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힘들어야 효과 있는 건 아니다”…저강도 운동도 충분노사카 교수는 “운동은 고통스럽고 힘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사람들을 운동에서 멀어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장성 운동은 기존 운동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도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으며,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연구진은 신장성 운동을 만능 해법으로 보지는 않는다. 논문은 편심 운동과 다른 운동 방식 간 직접 비교, 운동 능력 향상 효과 검증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축구나 럭비처럼 반복적인 충격이 많은 스포츠에서는 오히려 근육 손상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결국 이번 연구의 핵심은 “힘들게 해야 운동 효과가 있다”는 기존 상식을 흔드는 데 있다. 노사카 교수는 “사람들은 덜 지치면서도 근력을 키울 수 있고, 같은 노력 대비 더 큰 효과를 얻는다”며 “운동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느껴질 때 더 오래 지속된다”고 강조했다.논문 주소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94세에도 또렷한 사고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사례처럼, 나이가 들어도 인지 기능이 유지되는 ‘슈퍼 에이저’의 뇌 조건이 확인됐다.슈퍼 에이저는 일반적으로 80세 이상이면서도 50~60대 수준의 기억력을 유지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단순한 유전적 차이가 아니라, 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내는 ‘재생 능력’의 유지가 핵심이라는 분석이다.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최근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슈퍼 에이저의 뇌에서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약 35만 개에 달하는 개별 세포핵을 정밀 분석한 대규모 데이터 기반 연구로, 뇌의 미세한 변화까지 추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연구진은 신경세포 생성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한 결과, 슈퍼 에이저는 일반 노인보다 미성숙 뉴런(새로 생성된 신경세포)의 수가 약 2배, 알츠하이머 환자보다 최대 2.5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주목할 점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도 신경 줄기세포 자체는 충분히 존재했다는 점이다. 다만 이 세포들이 성숙한 뉴런으로 자라지 못하고 중간 단계에서 멈춰 있었다.즉, ‘씨앗’은 남아 있지만 이를 실제 기능으로 키워내는 과정이 멈춰 있는 상태다. 이는 뇌가 손상에 대응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려는 ‘보상 반응’을 보이지만, 실제 기능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막혀 있는 상태로 해석된다.● 죽는 세포보다 태어나는 세포가 많다: 뇌의 ‘재생 구조’이 차이는 단순히 세포가 얼마나 남아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오히려 새로운 세포를 얼마나 만들어내고, 이를 실제 기능으로 연결시키느냐의 문제에 가까웠다.연구진은 슈퍼 에이저의 뇌에서 ‘회복 탄력성(resilience)’과 관련된 유전자 패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신경세포가 노화나 외부 자극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종의 ‘유전적 방패’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즉, 단순히 튼튼한 뇌를 타고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포를 만들고 이를 유지·보호하는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뇌 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지속적인 자극’이길여 총장처럼 고령에도 활발한 사회 활동을 이어가는 사례는 이러한 뇌의 재생 구조와도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강의, 경영, 대외 활동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은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해야 하는 고강도 인지 활동에 해당한다.이처럼 다양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는 환경은 신경세포의 생성과 연결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전문가들은 뇌 노화를 늦추는 핵심 요소로 ‘지속적인 자극’을 꼽는다.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사람을 만나고, 신체를 움직이며 다양한 경험을 반복하는 과정 자체가 뇌 기능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기존 연구에서도 학습, 운동,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사람일수록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느린 경향이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다.● “생각도 노화를 만든다”이 같은 차이는 신체 활동뿐 아니라 인식과 태도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미국 오리건 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를 늙었다고 인식할수록 스트레스와 통증 수준이 높고, 신체 기능 저하도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전문가들은 “마음과 신체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활동적인 생활과 긍정적인 자기 인식이 함께 작용할 때 노화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이 같은 흐름은 이번 연구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노화를 단순한 ‘감소’가 아니라 ‘유지 여부’의 문제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같은 나이라도 어떤 사람은 기능을 유지하고, 어떤 사람은 빠르게 저하되는 이유가 뇌의 재생 능력 차이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다만 이번 연구 역시 관찰 기반 분석으로, 특정 생활 방식이 직접적으로 신경세포 생성을 늘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이번 연구는 뇌가 멈추는 기관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고 반응하는 구조임을 시사한다. 노화 속도 역시 단순한 나이보다, 뇌의 지속적인 활동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관련 논문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전세 계약을 다시 체결했는데, 세입자가 두 달 만에 나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현장에서는 “계약서를 새로 썼는데 왜 나가느냐”는 임대인과 “갱신이니 3개월이면 끝”이라는 임차인이 충돌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직장인 A 씨는 기존 세입자와 보증금을 낮춰 2년 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 새 계약이라고 판단했지만, 세입자는 “더 저렴한 전세를 찾았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세입자는 해당 계약이 ‘계약갱신’에 해당한다며 3개월 통보 후 종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A 씨는 “신규 계약인데 중도 해지는 불가능하다”며 맞섰다.이처럼 동일한 2년 계약이라도 법적 성격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갱신이면 나간다, 신규면 못 나간다”…핵심은 계약 성격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갱신된 임대차나 묵시적 갱신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통보 후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은 종료된다.반면 신규 계약은 일반 임대차 계약 원칙이 적용돼 계약 기간을 유지해야 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도 해지는 제한되며,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같은 2년 계약이라도 갱신인지 신규 계약인지에 따라 임차인의 계약 유지 의무와 종료 가능 시점이 달라진다.● “계약서 다시 썼는데”…법원은 형식보다 ‘실질’ 본다문제는 계약서를 새로 썼다고 해서 곧바로 ‘신규 계약’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다는 외형만으로 신규 계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원은 계약 문구보다 체결 경위와 교섭 과정, 당사자의 실질적 의사합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실무에서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 ▲동일 당사자·목적물 간 계약의 연속성 ▲보증금 및 기간 변경의 경위 ▲계약서 특약 내용 등이 주요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엄 변호사는 “문자나 내용증명 등으로 갱신요구권 행사 사실이 확인된다면, 계약서를 ‘신규’로 다시 작성했더라도 갱신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특히 보증금을 5%를 초과해 증액한 경우, 계약갱신요구권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합의에 따른 신규 계약’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정황으로 작용한다.또 “보증금 증액이 5% 이내인지 여부나 확정일자 유지 여부는 보조적 요소일 뿐, 계약 성격을 가르는 핵심 기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대법원도 같은 취지다. 대법원은 2024년 판결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의 효력은 임대인에게 도달한 시점에 발생하며, 이후 임차인이 해지를 통보하면 통보 도달 후 3개월이 지나 계약이 종료된다고 판단했다.이 판단에 따라 공실 손해나 보증금 반환 시점에서 수천만 원 단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정리하면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1차 기준이고, 보증금 5% 초과 증액 여부와 계약 체결 경위가 신규 계약 판단의 중요한 보조 기준으로 작용한다.● “중도 해지 가능 여부도 달라”…분쟁 예방은 계약서에임차인의 중도 해지 가능 여부 역시 계약 성격에 따라 갈린다.엄 변호사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계약이나 묵시적 갱신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 통보가 가능하고 3개월 후 계약이 종료된다”며 “반면 당사자 합의로 조건을 새로 정한 신규 계약이라면 원칙적으로 중도 해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이어 “최초 계약 기간 중에는 원칙적으로 임차인도 계약에 구속되며, 중대한 하자 등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일방적 해지는 어렵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분쟁을 줄이기 위해 계약 단계에서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엄 변호사는 “전세 재계약 분쟁의 상당수는 갱신인지 신규인지 명확히 하지 않은 데서 출발한다”며 “예를 들어 ‘본 계약은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이 아니라, 당사자 합의에 따른 별도의 신규 계약’이라는 취지를 특약에 명시하면 분쟁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둘러싸고 한국거래소와 개인투자자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다. 거래소는 글로벌 유동성 경쟁 대응을 이유로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개인투자자 측은 시장 구조상 불리함이 커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24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거래시간 12시간 연장 관련 질의에 대해 4페이지 분량의 공식 답변서를 회신했다. 이는 한투연이 이달 초 내용증명을 통해 제기한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거래소는 답변서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등 주요 거래소들이 24시간 거래체계 구축을 추진하며 아시아 지역 유동성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거래시간 연장은 시차 문제가 아닌 글로벌 유동성 경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또 “국내 유동성 유출을 방지하고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거래시간 연장 등 인프라 개선을 통해 글로벌 톱티어 거래소 전략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거래시간 확대에 따른 개인투자자 부담 우려에 대해서는 “투자는 개인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며 그 결과 역시 투자자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거래소는 프리·애프터마켓과 시장조성자 제도, 변동성 완화 장치(VI) 등 제도 운영을 통해 시장 안정성을 보완하고, 시스템 인프라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반면 개인투자자 측은 거래시간 확대가 시장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새벽 시간대 거래 확대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 유리한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통화에서 “현재도 개인투자자는 정보 접근성과 대응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이러한 격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정 대표는 “해외 투자자는 한국의 야간 시간에도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지만 개인투자자는 대응 시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거래시간 확대는 일부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평균적인 개인에게는 위험 노출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어 “거래시간 연장은 시장 구조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직원 일부를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나이와 근속연수를 합산해 70 이상인 직원이 주요 대상이다.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MS는 미국 내 직원 가운데 약 7%를 대상으로 자발적 퇴직(바이아웃·buyout)을 제안했다. 이는 MS가 희망퇴직 방식으로 시행한 프로그램 가운데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MS의 미국 직원 수는 지난해 6월 기준 약 12만5000명으로, 이번 프로그램 대상자는 약 87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이번 희망퇴직은 최고인사책임자(CPO) 에이미 콜먼(Amy Coleman)이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를 통해 공지됐다. 메모에 따르면 대상 기준은 나이와 근속연수를 합산해 70 이상인 경우이며, 일부 고위직이나 성과급 중심 직군 등은 제외된다.콜먼 CPO는 “해당 프로그램이 직원들에게 충분한 지원 속에서 다음 단계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AI 투자 확대 속 비용 구조 조정이번 조치는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맞춰 비용 구조를 재편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MS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도 호주에서 180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의 클라우드·AI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일본에서도 1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이처럼 막대한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 절감이 병행되는 모습이다. MS는 2023년 이후에도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메타는 같은 날 전 세계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7800명을 감원하고 6000개 직무를 없애는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재편이 배경으로 꼽힌다. AI 경쟁이 격화되면서 인력 재편을 통한 효율화 전략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이란 전쟁이 전면 충돌에서 벗어나 미국과 이란 간 ‘기싸움’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군사적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은 시간과 경제적 압박을 무기로 대치를 이어가는 구조다.23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이란 고위 당국자가 소셜미디어 X에 “병력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저 동굴에 숨어 침략자들을 초토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분 만에 트루스소셜을 통해 “기뢰를 부설하는 선박은 격침하라”고 맞대응했다. 양측이 군사 행동보다 메시지를 앞세우면서 전쟁 양상도 변하고 있다. 실제로 SNS를 통한 공개 발언과 대응이 이어지며 심리적 압박과 신호전 성격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무기한 연장한 이후, 전면 폭격 대신 위협과 경고, 해상에서의 국지적 충돌이 반복되는 불안정한 대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전면전 가로막는 경제적·군사적 부담표면적으로는 강경 발언이 쏟아지지만, 실상은 양측 모두 전면전을 지속하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다.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잔 말로니(Suzanne Maloney) 부소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미국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전략적 비용이 크다며 “상황이 빠르게 교착 상태로 빠져들었다”고 진단했다.군사적 해법도 쉽지 않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스 존스(Seth G. Jones) 국방·안보 부문 소장은 공습만으로는 이란의 군사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해협을 강제 개방할 경우 미 군함 격침이나 병력 피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남은 건 ‘시간 싸움’…유일한 출구는 협상이런 구조 속에서 전쟁은 군사 충돌보다 ‘누가 더 오래 견디는가’를 겨루는 버티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양측 모두 상대보다 더 오래 경제적 압박을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하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세스 존스 소장은 현재 상황을 “일종의 치킨 게임”이라고 표현하며, 군사 수단만으로는 “영구적인 해결책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중동연구소의 브라이언 카툴리스(Brian Katulis) 선임연구원도 현재 상황을 두고 “외교와 해상에서의 힘겨루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불균형 상태”라고 평가했다.결국 전문가들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유일한 출구로 꼽는다. 군사적 교착과 경제적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를수록, 외교적 타협 외에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메타가 다음 달 전 세계 직원의 약 10%를 감원한다. 약 7800명이 일자리를 잃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재편이 배경으로 꼽힌다.22일(현지시간) AP,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메타는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는 5월 20일 전 세계 직원 약 10%를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직원 수가 약 7만8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약 7800명이 대상이다.이번 조치와 함께 채용 예정이던 내부 직무 6000개도 함께 없앤다. 실제 인력 감축뿐 아니라 조직 규모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구조를 재편하는 셈이다.● 왜 감원하나…핵심은 ‘효율화와 AI 투자’메타 최고인사책임자(CPO) 자넬 게일(Janelle Gale)은 내부 공지를 통해 이번 감원이 “회사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다른 투자 비용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구체적인 투자 대상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앞서 메타는 올해 3월에도 수백 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그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추가 구조조정으로 해석된다.● 통보는 이메일…보상 패키지 유지해고 대상자는 5월 20일 당일 업무용과 개인 이메일을 통해 통보를 받게 된다. 회사는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개인 이메일 정보를 최신 상태로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퇴직자에 대해서는 기존과 유사한 수준의 보상안이 제시됐다. 미국 기준으로 기본급 16주치에 근속연수 1년당 2주치가 추가 지급되며, 18개월간 건강보험 비용도 지원된다. 이외에도 전직 지원 서비스와 이민 관련 지원이 제공될 예정이다.메타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공식적인 추가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환자별로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특허를 받았다. 치료 성공률이 20% 안팎에 머무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SCL사이언스는 자회사 네오젠로직이 개발한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성 예측 기술이 특허 결정을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해당 기술은 환자의 유전자 정보와 면역 반응 관련 지표를 결합해 치료 효과를 사전에 예측하는 방식이다.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의 억제 신호를 차단해 암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다만 암 종류나 병기, 환자 상태에 따라 반응 차이가 커 실제 치료 성공률은 15~2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치료 전 효과를 가늠하는 ‘동반진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존 검사 한계 넘나…유전자 발현까지 반영이번 기술은 네오젠로직의 AI 모델 ‘DeepNeo’가 산출한 신생항원 지표와 DNA 메틸화 마커를 함께 분석하는 구조다. 기존 검사법이 종양 변이의 양을 중심으로 평가했다면, 이 모델은 유전자 발현 조절까지 반영해 예측 정확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삼성서울병원 폐암 환자 123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기존 PD-L1, TMB 검사보다 치료 반응과 생존율을 더 정확하게 구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오젠로직에 따르면 DeepNeo 기반 모델의 예측 성능(AUC)은 0.93으로, 기존 TMB 모델(0.66)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2000명 이상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추가 연구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으며, 관련 결과는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아직 임상 전 단계…동반진단 시장 주목다만 이번 기술은 특허 및 연구 단계로, 실제 치료 전략 변경에 따른 생존율 개선 효과가 임상에서 입증된 단계는 아니다.연구진은 “현재는 임상 코호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 성능을 검증한 단계로, 치료 전략을 실제로 변경해 생존율 개선까지 확인된 사례는 없다”면서도 “해당 모델로 환자군을 선별할 경우 기존 지표 대비 유의미한 생존율 차이가 나타난 만큼, 향후 임상 적용 시 치료 전략 선택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또 “현재 상용화된 동반진단 검사 역시 치료 전 환자 적합성을 판단해, 적절한 경우 면역항암제를 적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다른 치료로 빠르게 전환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기술적 차별성에 대해서는 “기존 AI 모델이나 TMB 지표는 돌연변이의 양을 중심으로 평가해 암세포의 면역 회피가 발생할 경우 예측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며 “DeepNeo는 암세포 생존에 필수적인 유전자에서 유래한 신생항원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여기에 DNA 메틸화 지표를 결합해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업계에서는 항암 치료 영역에서 치료제보다 ‘동반진단’이 먼저 수익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면역항암 동반진단 시장은 2025년 61억6000만 달러 규모에서 2034년 179억5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SCL사이언스는 향후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미국 FDA 승인 절차를 거쳐 동반진단 서비스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상용화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SCL헬스케어 등 자회사와 협업해 검사 상품을 개발하거나 외부 기관에 기술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어두운 식당에서 메뉴판이 잘 보이지 않아 휴대전화 불빛을 켜는 장면은 노화의 대표적인 신호로 꼽힌다. 이런 시력 저하를 되돌릴 수 있을까. 최근 특정 지방산을 활용해 노화로 떨어진 시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제시됐다.22일(현지시간) 과학 매체 사이언스 데일리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연구팀은 노화된 생쥐의 눈에 특정 초장쇄 다불포화지방산(VLC-PUFA)을 주입한 결과 시각 기능이 회복됐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됐다.연구를 이끈 도로타 스코브론스카-크라브치크 교수는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를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왜 시력은 나이 들면 떨어지나…핵심은 ‘지방산 감소’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망막 내 초장쇄 다불포화지방산(VLC-PUFA) 농도가 감소한다. 이 물질은 세포막을 구성하고 시각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특히 지방산 생성을 담당하는 효소 ‘ELOVL2(초장쇄 지방산 생성 효소)’의 기능이 떨어지면 시력 저하가 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브론스카-크라브치크 교수는 “이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시력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ELOVL2는 노화 정도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유전자 중 하나로, 눈의 노화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주입했더니 시력 회복…“노화 특징까지 되돌려”연구진은 ELOVL2가 생성하는 지방산(24:5n-3)을 노화된 생쥐의 눈에 직접 주입했다. 그 결과 시각 반응이 개선됐고, 망막의 분자적 상태도 젊은 개체와 유사하게 변화했다.연구진은 “지방산 주입이 실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개념 증명”이라며 “분자 수준에서도 노화 특징이 되돌아가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구 내 주사는 이미 황반변성 치료에서 활용되는 방식으로, 이번 접근 역시 기존 치료법과 결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DHA만으로는 부족”…기존 접근 흔들려이번 연구는 기존 오메가3(DHA) 중심 접근과 차이를 보인다. 같은 실험에서 DHA는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연구진은 “DHA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다른 특정 지방산이 시력 개선에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원료(DHA)를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처리하는 효소 기능 저하를 우회해 최종 지방산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연구팀은 ELOVL2 유전자 변이가 황반변성(AMD) 진행 속도와 관련이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향후에는 면역 등 전신 노화 연구로 확장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 단계로,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날지는 추가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가 하루 130척에서 1척으로 급감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해협 기능이 크게 위축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22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단 1척에 그쳤다고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30척과 비교하면 통행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같은 날 일부 선박이 통과를 시도했지만, 이란이 화물선 2척을 공격하면서 운항은 다시 위축됐다. 공격받은 선박은 스위스 기반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소속 ‘MSC 프란체스카’와 그리스 선사 관리 선박 ‘에파미논다스’로 확인됐다.● 왜 중요한가…세계 원유 20% 지나가는 길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분의 1과 상당량의 천연가스가 오가는 핵심 해상 통로다. 이곳의 통행 위축은 곧바로 에너지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전쟁 이후 흐름도 불안정하다. 지난 17일 양측이 해협 완전 개방을 선언했을 당시 선박 이동이 일시적으로 재개됐지만, 몇 시간 만에 이란이 단속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33척이 통과를 포기했다.● 통제권은 여전히 이란…‘선별 통과’ 구조 형성현재 해협 통제 상황도 평상시와는 크게 달라졌다. 해운 데이터에 따르면 전쟁 이후 이란 연계 선박은 308척(하루 평균 6척)이 통과한 반면, 비연계 선박은 90척(하루 평균 3척)에 그쳤다. 비이란 선박은 허가를 받아 특정 경로로만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해운 분석업체 윈드워드의 미셸 비제 보크만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항행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미국은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 선박 차단에 나섰지만, 효과를 두고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미군은 봉쇄 이후 이란 선박이 통과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해운 데이터는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전문가들은 이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한 선사들의 운항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의 안데르스 보에나에스 전무는 “사전 경고 없이 공격이 이뤄지면 상황의 예측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고 말했다.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AH-64 아파치 헬기를 배치해 억지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해협 통과 리스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휴전 연장 발표 직전, 원유 가격 하락에 거액을 베팅한 거래가 또다시 포착됐다. 전쟁 관련 정책 변화보다 앞서 움직인 자금 흐름이 반복되면서 시장에서는 정보 접근 경로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2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연장을 발표하기 약 15분 전 브렌트유 선물 4260계약을 매도했다. 당시 금액 기준으로 약 4억3000만 달러, 원화로는 약 6300억 원 규모다.해당 거래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 기준 오후 7시54분부터 7시56분(GMT) 사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시점은 같은 날 오후 8시10분이었다. 주요 정책 발표 직전 15~20분 사이에 대규모 방향성 거래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례적 흐름으로 보고 있다.특히 이번 거래는 정산가 이후 거래가 드문 ‘포스트 세틀먼트’ 시간대에 이뤄졌다. 통상 거래가 많지 않은 시간대라는 점에서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구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가격 흐름은 베팅 방향과 맞아떨어졌다. 발표 직전 배럴당 100.91달러 수준이던 브렌트유는 거래 이후 소폭 하락한 뒤, 발표 직후 1분 만에 96달러대까지 급락했다.유사한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 지난달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다. 지난달 23일에도 정책 발표 약 15분 전 5억 달러 규모 거래가 포착됐고, 이달 7일과 17일에도 각각 9억5000만 달러, 7억6000만 달러 규모 베팅이 선행됐다. 4월 누적 규모는 약 21억 달러에 달한다.미국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하원 의원 리치 토레스는 관련 거래에 대한 조사 확대를 촉구했으며, 상원 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은 내부 정보를 활용한 시장 왜곡 가능성을 제기했다.미국 규제 당국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도 일부 거래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전쟁이라는 초대형 변수보다 먼저 움직인 자금 흐름이 단순한 예측인지, 아니면 특정 정보에 기반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기존의 ‘마른 몸’ 중심 전시 관행을 깨고 다양한 체형을 반영한 마네킹을 선보인다. 패션 전시의 표준처럼 여겨져온 획일적 신체 기준에 변화를 시도한 사례로 읽힌다.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오는 5월 개막하는 패션 전시 ‘코스튬 아트(Costume Art)’에서 다양한 신체를 반영한 마네킹 25개를 공개할 예정이다.그동안 패션 전시에 사용된 마네킹은 여성 기준 사이즈 2, 한국 기준으로 44~55에 해당하는 날씬한 체형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임산부, 장애인, 고령자, 왜소증, 플러스사이즈 등 실제 사회에서 다양한 신체를 반영한 모델이 포함된다.이들 마네킹은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디자이너 미카엘라 스타크를 비롯해 왜소증 장애인 활동가 시네이드 버크, 의족을 사용하는 운동선수 에이미 멀린스 등 9명의 신체를 3차원(3D) 스캔해 구현됐다.큐레이터 앤드루 볼턴은 “그동안 예술과 전시에서 특정 신체가 배제돼 왔다”며 “다양한 몸 역시 이야기의 일부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볼턴은 왜소증 장애인 활동가 시네이드 버크의 마네킹을 높은 좌대에 배치해 관람객이 그를 올려다보게 했다고 밝혔다.● ‘보는 몸’에서 ‘비추는 몸’으로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관람객 참여 방식이다. 마네킹에는 거울과 유사한 표면이 적용돼 관람객이 의상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단순히 전시된 신체를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자신의 몸과 연결해 인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일부 마네킹은 받침대 위에 올려 시선을 올려다보게 하는 등 다양한 높이로 배치된다.제작된 마네킹은 전시 종료 후에도 폐기되지 않고 미술관 영구 소장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몸 긍정’ 후퇴 속 나온 역행 실험이번 시도는 최근 패션 업계 흐름과는 다소 다른 방향이다. 업계에서는 플러스사이즈 모델 비중이 줄어드는 등 ‘몸 긍정(body positivity)’ 흐름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디자이너 스타크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기용하지 않으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그런 흐름 속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이번 전시는 기존 기준을 부정하기보다, 그 위에 새로운 몸의 형태를 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미술관 측도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목소리와 형태를 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SCL그룹이 인도네시아 국립병원과 손잡고 K-헬스케어의 동남아 진출에 나선다. 현지 검진 인프라와 연계한 정밀진단 중심 사업 확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SCL그룹은 23일 인도네시아 보건부 산하 국립병원인 RSCM 병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병원은 연간 100만 명 이상 환자를 진료하는 인도네시아 대표 국립의료기관으로, 협약식은 27일 자카르타에서 열린다.이번 협약을 통해 양측은 다중암 조기 스크리닝과 유전자 검사 등 정밀진단 분야를 비롯해 AI 기반 조기진단 솔루션, MRI·CT 등 의료장비 공동 활용, 헬스케어 및 IT 플랫폼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K-검진 모델 수출…현지 인프라 활용이 변수SCL그룹은 이미 2025년 7월 현지법인 ‘SCL 하나로 인도네시아(SHI)’를 설립하고, 하나로의료재단을 통해 검진센터 ‘K-LAB’을 운영하며 사업 기반을 구축해왔다. K-LAB은 자체 진단검사실과 첨단 장비를 바탕으로 한국형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이번 협약으로 국립병원 인프라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현지 검진 서비스와 정밀진단을 결합한 사업 모델이 한층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암 진단 ‘캔서파인드’ 주목…서비스 확대 가능성협력의 중심에는 조기암 진단 솔루션이 자리 잡고 있다. SCL 측 관계자는 “한국형 의료서비스와 진단 분야 협력이 우선이며, 특히 ‘캔서파인드’를 활용한 조기암 진단에 대한 현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현지에서는 ‘캔서파인드’를 활용한 조기암 진단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기술 교류를 넘어 실제 검진 서비스 운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남아 의료시장 공략…“핵심 거점 확보”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 인구를 보유한 국가로, 의료 수요 증가와 함께 예방의학 및 정밀진단 분야의 성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최근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 보건의료 협력도 확대되는 분위기다.SCL그룹 이경률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의료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거점”이라며 “진단검사와 건강검진 역량을 기반으로 현지 의료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K-헬스케어 모델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SCL그룹은 서울의과학연구소(SCL), 하나로의료재단, SCL헬스케어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며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이일구 네이버 해피빈 대표(53)는 매일 아침 반복되던 습관 하나를 바꿨다.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커피를 주문하던 대신, 해피빈을 열어 도움이 필요한 모금함을 살피고 커피 한 잔 값인 5000원을 기부한다.“기부를 특별한 일로 남겨두면 오래 가지 않아요.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습관이 돼야 이어집니다.”그는 “처음엔 커피를 안 사는 게 더 어색했다”고 했다. 습관은 생각보다 강했고, 그만큼 바꾸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반대로, 기부를 하지 않으면 어딘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이 대표의 이 작은 실천은 그가 이끄는 플랫폼이 지난 21년 동안 만들어온 방향과도 겹친다.네이버 해피빈은 2005년 출범한 국내 대표 플랫폼 기부 서비스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기부를 특정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일상의 행동으로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질문이었다.이 같은 구조는 네이버 콘텐츠 서비스와의 결합 속에서 확장됐다. 이 대표는 현재 네이버 콘텐츠 서비스 부문장을 겸직하며, 서비스 이용과 기부를 연결하는 구조를 설계해왔다. 그는 “네이버 콘텐츠 서비스와 해피빈은 같은 사용자를 바라보는 두 개의 렌즈와 같다”고 말했다.초기 메일 서비스에서 ‘콩’을 지급하던 방식은 현재 블로그, 카페, 지식iN, 쇼핑 리뷰 등 네이버 주요 서비스 전반으로 확장됐다. 이용자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기부로 이어지는 구조다.1개에 100원인 콩은 처음부터 ‘선한 일에만 쓰이는 화폐’로 설계됐다. 현금처럼 아깝다는 감정은 줄이고, 일반 포인트처럼 흩어지지 않도록 한 장치였다. 해피빈 측은 이를 두고 “사용자의 행동을 바꾼 것이 아니라, 원래 하던 행동에 의미를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부의 문턱을 낮추자, 참여는 일상이 됐다이 구조는 실제 변화로 이어졌다. 네이버가 21년간 출연한 1163억 원은 플랫폼 참여를 통해 3200억 원 이상의 기부로 확장됐다. 누적 기부자는 1200만 명을 넘었고, 1인당 평균 5회 기부를 경험했다. 재참여율 51%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경험이 자리 잡았다는 점을 보여준다.이 대표 역시 “첫 기부는 캠페인이 만들 수 있지만, 두 번째 기부는 경험이 만든다”고 말했다. 그가 중요하게 보는 지표도 총액이 아니라 재참여율이다. 얼마나 많이 모였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남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부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상’이 되는 순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해피빈의 힘은 재난 상황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지난해 산불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사람들은 네이버에 와서 피해 상황을 확인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아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만약 네이버 안에 해피빈이 없다면 그 마음을 받아줄 곳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 소비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 그 연결이 플랫폼의 핵심이다. 실제로 재난 발생 시 수많은 이용자가 모금함으로 이동해 소액 기부를 이어갔고, 해피빈 측은 이를 “금액보다도 같은 슬픔 앞에서 동시에 손을 내미는 경험”으로 해석했다.● 혼자의 선의에서, 함께하는 문화로기부의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개인이 조용히 단체를 찾아 기부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커뮤니티가 함께 움직인다. 팬덤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모금을 만들고 참여를 확장하는 구조다.대표적인 사례가 ‘콩 저금통’이다. 한 인플루언서와 팬들이 함께 만든 모금은 3년여 동안 30억 원이 넘는 기부로 이어졌다.이 대표는 이 흐름을 이렇게 설명했다.“처음에는 누군가 제안해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이 스스로 이어갑니다.”기부가 이벤트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이어지는 행동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그는 “기부가 의무나 선행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활동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기업 사회공헌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단독으로 기부를 진행하는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이용자 참여를 기반으로 확장되는 구조가 늘고 있다.CJ제일제당의 ‘나눔햇반’처럼 소비와 기부를 연결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 대표는 “플랫폼은 기업 사회공헌을 일상 속 참여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기술은 앞에 서지 않는다해피빈은 기술 기반 플랫폼이지만,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이 대표는 기술의 역할을 ‘연결’로 규정했다.“기술은 화려하게 앞에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가교가 돼야 합니다.”플랫폼이 성장할수록 신뢰 기준은 더 엄격해졌다. 공익단체의 가입과 모금 집행 전 과정을 관리하는 구조가 갖춰져 있다.“신뢰가 무너지면 플랫폼의 존재 이유도 사라집니다.”● “별거 아닌데, 기분 좋은 것”나눔의 철학은 교육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해피빈이 준비 중인 ‘나눔교실’이 그 시작이다.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시대, 아이들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살아가게 된다. 이 대표는 그때 더 필요한 힘으로 ‘따뜻함’을 꼽았다.“창의성도 판단력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그 따뜻함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나눔교실은 이 가치를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기부는 더 이상 큰돈의 문제가 아니다. 100원, 1000원, 그리고 한 번 더 참여하는 마음. 스크롤을 내리다 멈춘 순간, 그 이야기에 손을 보태는 선택. 그렇게 쌓인 작은 행동들이 결국 사회를 움직인다.이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별거 아닌데, 왠지 기분 좋은 것.”그가 말한 나눔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일상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그 감각은 세상을 단번에 바꾸지는 못해도,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다시 걸어가게 하는 힘이 된다.‘함께미래 리더스’는 공익 현장의 리더들이 어떤 선택과 결정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왔는지, 그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통해 미래를 묻는 인터뷰 시리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오픈AI가 이미지 생성 모델 ‘챗GPT 이미지 2.0’을 공개했다. 한글을 포함한 다국어 텍스트 표현 정확도가 개선되면서, 생성형 AI 이미지의 활용 범위가 한 단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가 단순한 시각 요소를 넘어 정보를 전달하는 ‘언어’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술 변화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오픈AI는 21일(현지시간) 새로운 이미지 생성 모델을 챗GPT와 코덱스(Codex) 사용자 대상으로 공개했다. 이번 모델은 사용자의 지시를 보다 정밀하게 반영하고, 이미지 내 텍스트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기능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특히 한글·일본어·중국어 등 비라틴 계열 언어에서 텍스트 렌더링 정확도가 개선됐다. 기존 이미지 생성 AI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온 ‘글자 깨짐’ 문제가 줄어들면서, 포스터·광고·인포그래픽 등 텍스트가 포함된 콘텐츠 제작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작은 글자나 아이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요소 등 기존 모델이 취약했던 세밀한 표현도 개선됐다.● ‘그림’에서 ‘정보 표현’으로…활용 범위 확대단순한 이미지 생성 수준을 넘어, 실제 화면을 모방하거나 정교한 차트·도표까지 구현하면서 AI 이미지 기술이 실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존처럼 ‘비슷한 그림’을 만들어내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업무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결과물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오픈AI는 해당 모델이 복잡한 구조의 데이터 시각화와 과학적 도식 표현에서도 성능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연구 분야는 물론 마케팅과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제기된다.이미지 해상도는 최대 2K까지 지원하며, 가로세로 비율도 3대1에서 1대3까지 설정할 수 있다. 하나의 프롬프트로 여러 장의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캐릭터와 오브젝트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추론 기능 첫 탑재…정확도 높인다이번 모델에는 이미지 생성 모델 최초로 ‘추론’ 기능도 탑재됐다. 웹 검색을 통해 정보를 반영하거나, 보다 정교한 결과물을 만드는 데 쓰인다.다만 이 기능은 유료 요금제 이용자에게 제공되며, 일부 고해상도 출력은 아직 베타 단계로 결과의 일관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오픈AI는 이미지 생성 기능이 향후 개인 비서형 AI 구현에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관련 기술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이번 업데이트는 AI 이미지 기술의 경쟁 기준이 ‘얼마나 잘 그리느냐’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정보를 표현하느냐’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미국 대형 로펌이 인공지능(AI)이 생성한 허위 판례를 법원에 제출했다가 공식 사과했다. 법률 문서의 핵심인 ‘인용’ 단계에서 오류가 드러나면서, AI 활용에 대한 신뢰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월가의 유명 로펌 설리번 앤 크롬웰(Sullivan & Cromwell)은 뉴욕 남부 파산법원에 제출한 서면에 AI가 생성한 부정확한 인용이 포함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해당 사건은 캄보디아 기반 기업 프린스 그룹 관련 파산 절차에서 제기된 긴급 신청서에서 발생했다. 로펌 측은 18일 법원에 보낸 서한에서 “해당 신청서에는 AI 환각으로 인한 부정확성과 오류가 포함돼 있었다”며 “문서 작성 과정에서 내부 검증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이어 “이로 인해 법원과 당사자들에게 부담을 준 점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팀을 대표해 사과한다”고 전했다. 로펌 측은 향후 모든 제출 문서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형 로펌서 ‘AI 환각’…왜 문제인가AI 환각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사실처럼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법률 문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잘못된 인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치명적인 오류로 평가된다.이번 사례는 개인 변호사나 소규모 로펌이 아닌, 글로벌 대형 로펌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I 오류로 인한 법정 문제는 그동안 주로 개인 실무자 중심으로 발생해왔지만, 대형 조직에서도 통제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관련 사례를 추적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AI 환각이 확인된 법정 사례는 900건을 넘어섰지만, 파산 법원에서 발생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AI가 아니라 검증 실패”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을 기술이 아닌 ‘검증 과정’에서 찾는다. 로펌 측 역시 내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실제로 일부 판사들은 AI가 생성한 허위 인용을 제출한 변호사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한 파산법원 판사가 인공지능이 만든 가짜 판례를 제출한 고든 리스 스컬리 만수카니 로펌 소속 전 수석 변호사를 공개적으로 지적했으며, 다만 해당 로펌 자체에 대한 제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법률 문서의 신뢰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생산성 향상과 함께 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특히 판례 인용과 같은 핵심 작업에서 인간의 검증이 생략될 경우,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결국 이번 사건은 AI가 만들어낸 오류 자체보다, 이를 걸러내지 못한 내부 통제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낸 사례에 가깝다. 기술 도입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를 통제할 기준과 책임 구조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