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宗廟)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면 충돌했다. 김 총리는 10일 오전 종묘 정전을 찾아 “오늘 이곳에 와서 보니 종묘가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 더 깊이 느끼게 된다”며 “서울시에서 얘기하는 대로 종묘 코앞에 고층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종묘 방문에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기존 계획보다 두 배 높게 짓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K관광 부흥에 역행하는 근시안적 단견”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김 총리가 오 시장을 비판하고 나선 것을 두고 내년 6·3 지방선거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리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여권에선 서울시장 후보로 김 총리 등의 차출론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중앙정부가 나서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매도해 유감”이라며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김 총리와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묘만 둘러보지 말고 60년째 판잣집 지붕으로 덮인 세운상가 일대의 현실을 함께 봐 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 건물 높이 기준을 완화하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대법원은 이달 6일 문화재 주변의 건설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의 조례 개정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러시아가 최근 국방차관의 방북 기간 북한 측과 군사·정치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언급됐던 북-미 정상 회동이 무산된 이후 북한이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국방부는 8일(현지 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빅토르 고레미킨 국방차관이 최근 평양을 방문해 노광철 북한 국방상과 회담했다고 밝혔다. 양국 회담에서는 러시아군과 북한군 간 군사정치 행동 조직에 관한 양자 협력 발전이 논의됐다고 한다. 고레미킨 차관은 회담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양측의 우애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국방상은 “러시아 대표단의 방문이 투쟁으로 다져진 양측 군의 형제애를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군사·정치 당국 간 협력을 고무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러시아 대표단의 방북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이후 이어져 오던 북-러 군사 교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최근 국방상,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내고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를 비판하면서도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이에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북한이 러시아를 ‘뒷배’로 삼아 북-미 대화의 문턱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추가 파병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 내부에서 추가 파병에 대한 훈련과 차출 동향이 지속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지금 국제정세는 지난 30여 년 이래 가장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한일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인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세계화 시대의 바람직한 한일관계’ 학술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일문화교류기금 회장인 이상우 신아세아연구소 이사장도 기조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지금까지 유지돼 온 동북아의 안보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새로운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화정평화재단과 은성국제연구재단, 한일문화교류기금이 공동 주최하고, 신아세아연구소가 주관한 이날 학술회의에서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를 맞아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중-러 3각 밀착으로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응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한미일 핵공유로 북-중-러 핵연대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고, 한일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한일 신조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미일 전략 핵잠 공동운영으로 북-중-러 대응해야”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건조를 승인하고 일본도 원잠 건조를 추진하는 최근 움직임이 중국의 군사 굴기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전 일본 방위상은 “중국은 (대미 방어선인) ‘제2열도선’(일본 이즈제도∼괌∼사이판)에 항공모함 3척을 투입하는 등 인도태평양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러한 중국의 행동은 자유롭고 열린 해양 질서를 유지하려는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은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억지 태세 강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주한미군의 군사 태세는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향후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북-러 군사협력에 따른 북핵 고도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야마자키 고지(山崎幸二) 전 일본 통합막료장(우리의 합참의장 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중-러의 연계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며 “특히 북-러 군사 동맹으로 향후 러시아의 군사기술이 북한으로 유입돼 동아시아 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덕민 전 주일대사는 “증대되는 북핵 위협을 고려할 때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유럽의 전투기에 미국의 핵무기를 탑재하는 것처럼 미국의 공격형 핵잠수함(SSBN)을 한미일이 공동 운영하는 등 나토와 같은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한일관계 제도화할 신조약 체결 필요”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한(한일)이 때로는 정반대의 외교를 지향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제는 대립적 경쟁보다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 북핵 위협 고도화 등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국제 이슈가 부상한 만큼 양국 공조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서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당부도 나왔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는데 일본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한국에 있었다”며 “새로운 반성과 사죄가 아닌 이전에 있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한일 미래 협력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일본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권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일관계를 위한 ‘한일 신조약’을 체결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는 “한일 화해 2.0 시대를 열었던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실천 계획들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됐다. 이는 선언이라는 형식이 갖는 한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3년 엘리제조약(독일-프랑스 우호조약)처럼 정치적 선언이 아닌 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약은 정권이 바뀌면서도 지속된다”며 “결정적 국면마다 양국이 긴밀히 협조하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돼야 한다”고 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이한주 전 국정기획위원장이 7일 경제·인문사회 분야 국책연구기관 26곳을 총괄하는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 이사장에 임명됐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이 전 위원장을 경사연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10일 임기를 시작하는 이 이사장은 2028년 11월까지 3년간 경사연을 이끌게 된다. 이 이사장은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경기 성남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며 이 대통령과 40여 년간 인연을 이어 온 ‘정책 멘토’로 알려져 있다. 2022년 대선에선 이재명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았고, ‘기본사회’ 시리즈 공약을 주도했으며, 이재명 정부 출범 후엔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장을 맡았다.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낼 당시 민주연구원장에 임명됐으나 최근 임기 만료를 6개월 앞두고 돌연 민주연구원장직에서 사퇴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한미 정부의 대북방송 중단으로 외부 정보와 단절된 북한 주민들을 위해 민간 차원의 대북방송 ‘대북인터넷방송(Korea Internet Studio·KIS)’이 공식 출범한다. 올해 3월 미국의 대표 대북방송 미국의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가 송출이 중단된 데 이어 7월 국가정보원이 운영해온 대북 라디오·TV 송출을 중단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정보 유입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국내외 대북방송 전문가들이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민간 차원의 인터넷 대북방송 KIS를 출범하게 된 것이다. 정성진 KIS 초대 이사장은 “정보는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며, 정보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 사회는 지금 ‘정보의 산소 공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이 세계시민으로서 보편적 가치와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KIS의 명확한 목표”라고 밝혔다.KIS 초대 대표로 선임된 탈북민 출신 이영현 변호사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행정명령과 한국 내 정치 환경 변화가 맞물려 국내외 대북방송 매체들이 일시에 중단됐지만, 북한 주민에게 외부 세계를 알리는 일은 계속돼야 한다”며 “한·미 정부가 외면한 북한 주민의 ‘정보 생명줄’을 민간이 복구하겠다”고 출범 취지를 설명했다. KIS는 11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공식 출범식을 연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맡고, 대한변협 인권재단 신영무 이사장, 칼 거쉬만 전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NED) 회장, 그랙 스칼라튜 미국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이시미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대표 등이 축사를 전한다.토론에는 제임스 히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장, 박석길 LiNK 한국지부 공동대표,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 남바다 성공적인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 사무국장, 김강 전 주러시아 북한외교대표부 부대표, 탈북민 유튜버 이유미 대표 등이 참여한다.KIS는 출범식과 동시에 전 세계 40여 개국 북한 대사관 및 영사관에 홍보 포스터를 발송해 해외 체류 북한 외교관과 주민들에게 방송 출범 사실을 알릴 예정이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체류 북한 유학생, 노동자, 외교관 등을 주요 청취 대상으로 삼고, 장기적으로는 북한 내 2300만 주민과의 정보 교류 확대를 목표로 한다.KIS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저비용·고효율의 인터넷 방송을 통해 기존 라디오 중심 대북 방송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X(트위터), 틱톡 등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북한 주민이 접근 가능한 통로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KIS는 향후 국내외 탈북민 정책과 지원 정보, 북한 이슈 브리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국가정보원은 4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회동은 불발됐지만 북한이 물밑에서 미국과의 대화에 대비한 동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내년 3월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정원은 이날 서울 서초구 국정원 청사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최근 미국과의 대화를 대비해 온 동향이 다양한 경로로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정보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이 미국 행정부 대북 실무진 성향을 분석하고 있고 북한의 핵보유국 관련 레토릭(수사)에 있어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조건부 대화를 시사한 최고인민회의 (연설) 이후 핵무장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을 자제하면서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정보위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 벨라루스 방문을 막판까지 고심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보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시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제안한 가운데 북한은 외교 수장인 최 외무상을 러시아로 보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국정원은 내년 3월이 북-미 회담 성사 여부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의원은 국감 후 브리핑에서 “북한이 북-러 밀착에 이어 올해 북-중 관계 개선을 발판으로 내년에는 미국 접촉에 가장 큰 우선점을 두게 될 것”이라며 “국정원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이 있는 내년 3월이 정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정원은 9차 당 대회에서는 ‘남북 두 국가론’을 헌법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선 “기저질환이 있다고 알려졌음에도 지방과 평양을 오가는 장시간 이동과 각종 행사를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으므로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심박수 (분당) 80이고, 고혈압 가능성은 과거에 꽤 높았는데 낮아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박 의원은 브리핑에서 전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3차 파병에 대해 “북한군 건설부대 5000여 명이 9월부터 러시아로 순차 이동 중이며, 인프라 복구에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직접 필리조선소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방안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조선소도 훌륭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힌 가운데 핵잠을 어디서 건조하느냐를 두고 한미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 비공개 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의 핵잠 연료 공급 요청에 대해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 필리조선소 건조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한국 핵잠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훌륭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다만 이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국 조선소도 훌륭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핵잠 연료 공급을 승인하면 한국에서 건조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한 건 정치적 언어”라며 “안보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에는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1일 브리핑에서 “(핵잠 건조를 두고) 다양한 언급이 있어 혼란스럽기는 한데, 우리는 주로 연료 문제 도움을 청한 것”이라며 “우리는 연료에 대해 승인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필리조선소에서 한국 핵잠을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닌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잠 연료 공급을 승인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취지다. 정부가 국내 건조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핵잠을 미국에서 건조하면 핵잠 연료를 공급받아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에 비해 시간과 비용의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 핵잠 건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새로운 조선소를 만드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며 “여기에 한미 양국의 민감한 보안 규정, 양국 간 수출 승인, 잠수함 특화 전문 인력 확보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우려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지금은 핵잠을 어디서 만들지, 어떤 기술로 만들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을 통해 양국 정부가 핵잠 건조 방식을 조속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미국은 조선업 인프라가 무너져 정비가 필요한 군함의 수리 작업도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핵잠 추진 승인에 대해 “우리가 군비 경쟁을 더 만들어 내거나 동아시아의 위험을 더 만드는 일이 아닌, 북한이 핵잠을 발표한 시점에서 거기에 상응하는 준비와 대비를 해야겠다는 것을 미국과 중국에 설득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어떻게 설득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핵잠을 보유했다고 선포한 이상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전력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고 (중국도) 설득됐다”고 했다. 강 실장은 한미 관세 합의에 대한 양해각서(MOU)와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의 발표 시점에 대해선 “양국 간에 이견이 크게 없는 상황이라 이번 주에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백범 김구 선생(1876∼1949·사진) 탄생 150주년이 되는 2026년이 ‘유네스코(UNESCO) 기념해’로 공식 지정됐다. 2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제43차 총회에서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문화의 힘’을 통해 세계 평화를 추구한 김구 선생의 비전이 유네스코의 보편적 가치와 부합한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유네스코 기념해는 회원국들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기념하는 데 대해 유네스코 기념해로 명명하는 제도다. 유네스코는 회원국이 제안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이 유네스코의 목표와 가치에 부합하는 경우 지정한다. 국내 인물이 유네스코 기념해에 지정된 것은 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인 2012년,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사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인 202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실무 협의를 통해 서로 소통하며 문제를 풀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일 중국의 서해 불법 구조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중국의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 등 한중 간 민감한 의제들이 정상회담에서 다뤄졌다고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위 실장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여러 현안에 걸쳐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위 실장은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해선 “좋은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그간 한중 간 해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중국이 무단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중국 정부는 문제의 구조물이 순수 양식 시설일 뿐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만들려는 ‘서해 공정’의 일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위 실장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따른 공급망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고 밝혔다. 또 한화오션 자회사 제재 문제에 대해선 “미중 사이의 문제가 풀려가면 그런 분위기 속에 생산적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고도 했다. 한편 야당은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성과 없이 소리만 요란했던 빈수레 외교”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중국의 서해 불법 구조물 문제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하지만 원론적 입장에 그쳤을 뿐 본질적 해결은 없었다”며 “우리 경제·사회와 직결된 현안이 하나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고 말했다.경주=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일 첫 정상회담은 부침을 거듭하던 한중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전략적 소통 강화를 제안하며 “차이점 속에 공통점을 찾고 협력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막고 경제·안보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고위급 소통 체계를 다시 구축하자는 것. 하지만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나 북한 비핵화 문제 등 중요 안보 현안에 대해선 뚜렷한 온도차가 감지된 만큼 언제든 한중 관계를 다시 냉각시키는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대 제안’ 내놓은 習, 협력 9번 강조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전략적 소통 강화 △상호 이익 협력 심화 △국민 감정 개선과 민간 교류 증진 △다자협력을 통한 평화 발전 등을 제안했다. 시 주석은 회담 공개발언에서 9차례에 걸쳐 협력을 강조했다. 한중 갈등 이슈를 부각하는 대신 경제·민생 분야에서 가시적인 협력으로 관계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시 주석이 전략 소통을 강조한 것은 고위급 소통채널을 복원해 미국의 대중국 경제·군사적 견제 동참 등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서로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배려하며, 우호적 협의를 통해 모순과 의견 차이를 적절히 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안보 현안과 관련된 양측의 이견이 여전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시 주석이 한중 관계와 관련해 모순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게 마지막이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의 방중도 요청했다. 한국 정상의 방중은 2017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끊겼다. 시 주석은 또 최근 한국에서 잇따른 반중 집회를 염두에 둔 듯 “여론과 민의에 대한 인도를 강화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확산하며 부정적 동향을 억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방한 결과에 대해 “현재 중한 관계 개선과 호조세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므로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習 핵추진 잠수함에 “유의한다”, 비핵화 언급 안 해 이날 회담에선 핵추진 잠수함과 북한 비핵화 등 안보 현안들도 의제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정부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추진에 대해 핵무기를 장착하지 않은 재래식 기반 잠수함이고, 이는 방어적 목적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유의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가 “비확산 의무를 다하길 희망한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핵추진 잠수함 문제가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된 것.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이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비핵화 3단계 구상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지역 평화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불어넣을 용의가 있다”면서도 ‘한반도’나 ‘북한’ ‘비핵화’ 등의 표현은 쓰지 않았다. 중국 측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 상황이 많이 변했다. 북핵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설명했다.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비핵화 의제가 다뤄질 것이란 한국 측의 발표가 나오자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한국이) 백번 천번 만번 비핵화 타령을 늘어놓아도 실현할 수 없는 ‘개꿈’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반발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경주=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1000여 년의 세월을 넘어 경주에서 APEC 회원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만파식적’의 화음처럼 조화를 이루길 바란다.”이재명 대통령은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환영 만찬에서 만찬주인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를 들고 건배를 제안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사진)가 총괄 셰프를 맡은 이날 만찬에는 이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 등 APEC 21개 회원 및 초청국 정상 내외,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국내외 주요 인사 400명이 참석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북 경주 라한호텔에서 열린 만찬 환영사에서 “신라라는 국호가 ‘나날이 새롭게 사방을 아우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한국이 어려움을 딛고 나날이 새롭게 일어서 세계 무대에 복귀한 2025년, APEC 지도자들을 경주에서 만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어 “경주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공존하는 조화의 도시”라며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공동의 번영을 만들어갈 APEC의 미래 비전에도 이곳 경주의 정신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천년 고도의 정기를 이어받아 APEC의 협력과 성공, 그리고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해 건배를 제의하겠다”고 하자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졌다.리 셰프가 준비한 이날 만찬은 ‘한국의 가을’을 주제로 한식을 기반으로 양식의 요소가 가미됐다. 전채요리로는 애호박과 당근, 표고를 넣은 ‘이색밀쌈’과 황백지단과 표고채를 고운 칼집에 채운 오이선, 데친 마와 아스파라거스를 무피로 두른 쌈 등 모둠 전채 3종을 시작으로 단감과 잣 소스를 곁들인 게살 샐러드가 나왔다.메인 요리로는 완도산 전복과 경주 천년한우를 사용하고 조랭이떡을 더한 전통 갈비찜, 경주산 식재료를 활용한 나물비빔밥과 경주콩 순두부탕이 제공됐다. 디저트로는 구운 잣 파이와 서양식 디저트인 캐러멜에 된장을 넣어 맛을 돋운 된장 캐러멜 인절미가 자개함에 담겨 나왔다. 문화 공연도 진행됐다. APEC 공식 홍보대사인 가수 지드래곤(권지용),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안무가 리정 등이 공연했고, 군 복무 중인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사회를 맡았다. 대통령실은 “케데헌에 대한 관심이 K팝과 K컬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각국 정상들에게는 장인이 제작한 전통악기 ‘대금’이 선물로 전달됐다. 한편 대통령실은 만찬에 여야 지도부를 초대했으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만찬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추경호 의원이 내란 특검의 조사를 받은 상황 등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주=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황남빵(사진)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갓 만든 황남빵을 한식 보자기에 포장해 ‘경주의 맛을 즐기시길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시 주석에게 전달했다고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밝혔다. 11년 만에 국빈 방한한 시 주석이 이 대통령과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APEC 정상회의 의장국 자격으로 각국 정상들을 영접했다. 특별 초청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시작으로 한국을 제외한 20개 회원국 정상,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와 인사를 나눴다. 후임 의장국에 대한 예우상 가장 마지막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시 주석은 예정 시간보다 15분 늦게 정상회의장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자리를 옮겼다가 뒤늦게 시 주석이 도착한다는 소식에 시 주석을 맞기 위해 영접 장소로 다시 나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차량 행렬 운영에 따른 시차로 몇 분간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건넨 시 주석에게 이 대통령은 “오는 길이 불편하진 않으셨나. 만나게 돼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다. 시 주석은 기념 촬영을 마치고 이 대통령과 나란히 정상회의장으로 걸어가며 웃음을 띤 채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은 “경주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라고 들었다. 매우 인상적이고 좋은 곳이다”라고 화답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는 비교적 긴 시간인 20초 이상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전날 첫 정상회담을 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도 반가운 표정으로 이 대통령의 손을 흔들며 악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부총리에게도 이 대통령은 “만나서 반갑다”며 인사를 건넸다.경주=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30여 년간 이어온 한국의 숙원 사업인 핵잠 확보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잠용 연료 공급에 대한 결단을 공개 요청한 지 하루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이 핵잠 건조를 승인하는 파격 행보에 나선 것을 두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한미 군사협력 확대의 역사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핵잠 기술이 영국과 호주 등을 제외하면 어떤 동맹국에도 판매와 기술 이전을 허용하지 않았던 극비 군사기술이기 때문이다. ● 韓에 군사기밀 핵잠 ‘빗장’ 푼 美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의 핵잠 건조 승인 사실을 밝히며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할 예정”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전날 이 대통령이 핵잠용 연료 공급을 요청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화오션 등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내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 상업용 조선소인 필리조선소는 현재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미가 전날 합의한 관세 협상에 따라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의 대미 투자펀드 중 1500억 달러를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한 만큼 필리조선소 시설을 개선해 핵잠을 건조할 수 있게 하자는 것. 한화오션 측은 “한화는 첨단 수준의 조선 기술로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필리조선소 등을 통한 투자 및 파트너십은 양국의 번영과 공동 안보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핵잠 건조를 승인한 것은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은 최근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의 일원인 호주에 핵잠 3척을 판매하기로 하기 전까지 영국과만 핵잠 기술을 공유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핵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공인 핵보유국(P5)과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인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하다.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핵잠 필요성과 관련해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밝힌 것이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핵잠 보유는 동맹국에 자국 방어는 스스로 할 것을 강조하는 한편 중국 견제를 미국 안보 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쁠 것이 없는 카드”라고 했다. ● 美 건조는 난관 많아… “핵연료 공급 승인돼야”다만 한국의 핵잠 건조가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군은 2019년 핵잠 확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용 중인 사실을 공식화하는 등 군 내부에선 일찌감치 관련 연구를 끝낸 상태다. 해군은 또 핵잠을 염두에 두고 5000t급 잠수함 건조 계획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핵잠을 건조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미국으로부터 핵잠 연료를 공급받는 데 비해선 핵잠 확보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 핵잠을 미국에서 건조하게 되면 양국의 가장 민감한 보안 규정이 상충하면서 온갖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미 간 추가적인 논의를 반드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미국이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상용 원자로에 쓰이는 3.5∼5%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을 핵잠에 쓸 수 있도록 승인해 주면 핵잠 건조까지 7∼8년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많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한국은 자체 기술력이 충분한 만큼 저농축 우라늄을 제공받는 쪽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경주=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갖는 것을 협의 중이다.교도통신은 29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일 정상회담이 31일로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두 정상은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30일부터 2박 3일간 방한한다.대(對)중 강경파로 꼽히는 다카이치 총리가 21일 취임한 뒤 양측 사이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시 주석이 취임 축전을 보내지 않았고, 서열 2위인 리창(李强) 총리만 비공개 축전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8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일본 새 내각이 보낸 몇몇 긍정적 신호에 주목했고, 고위급 교류는 중일 관계 발전에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밝히면서 변화가 감지됐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이 이뤄지면 희토류를 비롯한 자원 및 반도체 장비 수출, 앞서 양국이 합의했던 일본 일부 지역 수산물의 수입 재개 이행과 같은 의제가 주로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외상은 29일 오후 다카이치 내각 출범 뒤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외교부는 회담 후 “양국 장관은 엄중한 국제정세 가운데 한일관계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음에 공감했다”며 “양국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양국 장관은 이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풀어사이드 미팅(pull-aside meeting)’ 형태의 약식 회담을 가졌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종료 뒤 정식 외교장관 회의를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도착 일정이 지연되며 회의가 무산됐다가 다시 성사됐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경주=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갖는 것을 협의 중이다. 교도통신은 29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일 정상회담이 31일로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두 정상은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30일부터 2박3일 간 방한한다. 대(對)중 강경파로 꼽히는 다카이치 총리가 21일 취임한 뒤 양측 사이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렸다. 시 주석이 취임 축전을 보내지 않았고, 서열 2위인 리창(李强) 총리만 비공개 축전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8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통화에서 “중국은 일본 새 내각이 보낸 몇몇 긍정적 신호에 주목했고, 고위급 교류는 중일 관계 발전에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밝히면서 변화가 감지됐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이 이뤄지면 희토류를 비롯한 자원 및 반도체 장비 수출, 앞서 양국이 합의했던 일본 일부 지역 수산물의 수입 재개 이행과 같은 의제가 주로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외상은 29일 오후 다카이치 내각 출범 뒤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외교부는 회담 후 “양국 장관은 엄중한 국제정세 가운데 한일관계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음에 공감했다”며 “양국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양국 장관은 이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풀어사이드 미팅(pull-aside meeting)’ 형태의 약식 회담을 가졌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종료 뒤 정식 외교장관 회의를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도착 일정이 지연되며 회의가 무산됐다가 다시 성사됐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 일정에 참석하면서 ‘외교 슈퍼위크’ 일정을 시작한다. 이 대통령은 미국, 일본,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비롯해 각국 정상과의 다자외교 일정을 숨 가쁘게 소화할 예정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이 경주로 총출동하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경주에 머물 예정이다. 경주가 사실상 ‘임시 수도’가 돼 총력 외교전이 펼쳐지는 것.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9일 APEC 개막에 맞춰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공동 번영,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한국의 역할’에 대해 기조연설을 한다. APEC CEO 서밋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이날 오후 진행된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구 부총리와 김 장관도 29일부터 경주에서 일정을 소화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APEC 이후로도 관세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막판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오후 출국 예정인 가운데 대통령실은 깜짝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도 주목하며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30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신임 일본 총리와도 첫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이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등 APEC에 참석하는 4, 5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31일에는 21개 회원국 정상이 참여하는 APEC 정상회의 본회의 1세션이 열린다. 이 대통령은 1세션이 끝난 뒤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위원들과 오찬을 한다. 이후에는 각국 정상 및 전 세계 기업인과의 환영 만찬을 주재한다. 이 대통령은 다음 달 1일 APEC 정상회의 본회의 2세션에도 참석한다. 이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 교류를 비롯해 한반도 정책과 관련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서울에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의 공식 방한 일정을 진행하면서 ‘슈퍼위크’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경주=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경주=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경북 경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정상외교 슈퍼위크’에 돌입한다. 8월 미국 워싱턴에 이어 두 달 만에 열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관세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이 대통령은 29일 오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빈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1박 2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전날 밤 귀국한 이 대통령은 28일 공식 일정을 비우고 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관세 협상 후속 논의가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3500억 달러(약 502조 원) 대미(對美) 투자 펀드를 두고 현금 투자 규모와 수익 배분, 투자처 선정 문제 등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APEC을 계기로 타결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정상 간 담판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안보 분야에선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인상하는 내용 등이 논의된다. 정부는 관세 협상 타결이 불발되더라도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 등 안보 합의문을 먼저 발표하는 방안을 미국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분야 합의문은 8월 25일 1차 한미 정상회담 전후 조율을 마쳤지만 관세 협상 장기화로 발표가 늦춰진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은 이날 오후 경주 화랑마을에서 열린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90분간 스탠딩 형식으로 진행된 만찬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마티아스 코르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업 경영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경주 APEC] 오늘 경주서 한미 정상회담김용범-러트닉 추가 회동 가능성… ‘관세 큰틀의 합의문’ 방식도 거론국방비 증액-원자력협정 조율 끝나… 韓 “우선 발표” 美 “관세와 함께”트럼프에 훈장, 천마총 금관 선물한미는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원자력 협정 개정 추진 등이 포함된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이나 팩트시트(fact sheet·설명자료) 등 안보 문서 발표를 막판 협의 중이다. 정부는 3500억 달러(약 502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합의가 불투명한 가운데 이미 문구 조율을 마친 안보 분야 합의문을 먼저 발표하자는 입장이다. 관세 분야에서 이견이 크지만 안보 분야 협력을 통해 한미동맹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 미국은 관세 협상이 타결돼야 안보 합의문도 발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미가 정상 간 담판으로 문서화된 합의문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보 합의문만 발표 추진”한미는 8월 첫 한미 정상회담 전후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와 관련해 한국의 안보 역량 강화 차원에서 한국의 국방비를 단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으로 인상하고,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일본 수준으로 확대하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만 20% 미만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으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 있다. 안보 합의 이후 현행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양측 협의를 개시하겠다는 것이다.양측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기로 하고, 이는 철저히 경제·산업적 측면에 국한된다는 취지의 문안을 조율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산업 역량을 갖춘 한국에 합당한 권한을 주고, 미국의 핵 확산 우려를 고려하는 식으로 양해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정부는 정상회담 직전까지 공동성명 또는 팩트시트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 문서 발표를 추진할 방침이다. 변수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대한 이견이 여전하다는 것. 이에 따라 정부는 한미 간 의견 조율이 마무리된 안보 합의를 먼저 발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안보 쪽만 먼저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관세 분야에서도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막판 추가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29일 오전 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 등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막판 대면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정부 안팎에선 올 7월부터 석 달간 관세 협상이 장기화하는 만큼 프레임워크(큰 틀) 성격의 합의문을 도출한 뒤 세부 이견에 대한 협의를 회담 후에도 이어가는 방식이 거론된다.● 트럼프에게 훈장 수여하고 경주 금관 선물이번 회담에선 관세-안보 외 희토류 공급망 협력 및 원전 협력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미중 무역 협상 무기로 삼으면서 미국이 자체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 일본과 ‘희토류 및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프레임워크’에 합의한 미국은 한국에도 희토류 공급망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대통령이 5월 미국의 원전 설비 용량을 4배 확대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원전 르네상스’를 천명한 가운데 한미 원전 협력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 중 1500억 달러(약 215조 원)를 차지하는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중요성 등을 회담에서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체류 시간이 만 하루로 짧고,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처음으로 국빈 방문이 이뤄지는 만큼 최고 수준의 국빈 의전을 최대한 압축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하면 공식환영식과 별도로 의장대 사열과 예포 21발 발사 등 공항 환영식이 진행된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금으로 특별 제작한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할 것으로 알려졌다. 6세기 초에 제작된 천마총 금관은 현존하는 신라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금관으로 꼽힌다. 한미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국립경주박물관은 천마총 금관을 비롯한 신라 금관 6개를 함께 전시하고 있다.경주=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경주=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경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 일정부터 참석하면서 ‘외교 슈퍼위크’ 일정을 시작한다. 이 대통령은 미국, 일본,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비롯해 각국 정상들과의 다자외교 일정이 숨 가쁘게 소화할 예정이다. APEC 기간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이 경주로 총출동하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경주에 머물 예정이다. 경주가 사실상 ‘임시 수도’가 돼 총력 외교전이 펼쳐지는 것.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9일 APEC 개막에 맞춰 CEO(최고경영자) 서밋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공동번영,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한국의 역할’에 대해 기조연설을 한다. APEC CEO 서밋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이날 오후 진행된다. 대통령실은 특별 제작한 도금 경주 금관 모형을 트럼프 대통령 선물로 검토하고 있다.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구 부총리와 김 장관도 29일부터 경주에서 일정을 소화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APEC 기간 이후로도 관세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막판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오후 출국 예정인 가운데 대통령실은 깜짝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도 주목하며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이 대통령은 30일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도 첫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이사바 시게루 전 총리와 셔틀 외교 조기 복원이 이뤄진 가운데 양국 간 우호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어 이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등 APEC에 참석하는 4, 5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31일에는 21개 회원국 정상이 참여하는 APEC 정상회의 본회의 1세션이 열린다. 이 대통령은 1세션이 끝난 뒤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위원들과 오찬을 한다. 이후에는 각국 정상 및 글로벌 기업인들과의 환영 만찬을 주재한다.이 대통령은 다음 달 1일 APEC 정상회의 본회의 2세션에도 참석한다. 이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 교류를 비롯해 한반도 정책과 관련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의 공식 방한 일정을 진행하면서 ‘슈퍼위크’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그와 대화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며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곳(북한)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동 제안에 응하면 직접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가 만나고 싶어한다면 나도 그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회동은) 매우 쉽다. 그가 만나고 싶다면 나는 주변에 있다”며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곳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위해 방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한국은) 마지막 방문지라 (연장이) 매우 쉽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30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휴전선을 넘어 북측 판문각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에겐 제재가 있다. 그건 (대화를) 시작하기엔 꽤 큰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요구에 “(북한은)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엔 대화 재개를 위한 대북제재 해제를 시사한 것이다.핵보유국 이어 대북제재 완화까지 꺼낸 트럼프[경주 APEC]트럼프 “북한 갈 수 있다” 김정은 대화 인센티브로 거론北은 침묵… 러 “최선희, 푸틴 만남”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올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비핵화 협상을 거부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보상으로 대북제재 해제가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대북제재 해제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북제재 해제 조건으로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외 다른 핵시설까지 모두 동결할 것을 요구하면서 결국 회담이 ‘노딜’로 끝난 것. 하지만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동 제안에 응하면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먼저 밝힌 셈이다. 이날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 포기와 핵보유국 인정, 대북제재 완화 등 북한이 주장한 북-미 대화의 전제 조건을 대부분 수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앞서 자신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질문에 “그들은 일종의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며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위해 연일 파격 발언에 나서면서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사실상 북핵을 용인하는 핵 군축 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핵화와 대북제재를 맞바꾸는 과거의 협상과 달리 북한이 핵 개발 중단과 일부 핵무기 군축을 대가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감축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북-미 정상회동 가능성에 대해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이날 외신간담회에서 “가능성은 매우 적다”면서도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저희도 그 정도 시간 안에는 내부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회동에서 배제될 경우 정부 입장에 대한 질문엔 “한국이 꼭 참여해야 한다고 대통령도 생각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북-미 간 회담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만나는 것 자체가 모든 시작”이라고 했다. 한편 러시아를 찾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이 27일 밝혔다.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상과도 회담한 최 외무상은 벨라루스를 거쳐 29일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그들(북한)은 실제로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하려면 자신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sort of 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했다. 그간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핵을 언급할 때 ‘불법적인(illegal)’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30일 방한을 앞둔 상황에서 북핵의 심각성과 불법성 등을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이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지난해 9월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a de facto nuclear weapon possessor state)’으로 칭하며 논란이 일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도 이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 아니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적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 등을 위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앞으로 핵 군축 및 동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희망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거부하는 비핵화를 전제로 한 기존의 ‘빅딜(big deal·큰 거래)’ 대신 상대적으로 협상 진행이 용이하고 북한의 반발도 덜한 ‘스몰딜(small deal·작은 거래)’로의 전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함과 동시에 북한의 핵 포기 추구를 포기한다는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을 제외한 채 북-미 간 협상이 이뤄질 수 있고, 한반도 안보에 대한 안정적인 조치 없이 대북 제재 완화를 약속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김정은과 ‘깜짝 회동’ 위한 유인책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에서 “북한에는 핵무기는 많지만, 전화 서비스는 별로 없다”며 “하지만 그(김 위원장)는 내가 (한국에) 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나는 100% 그와 만나는 데 열려 있다. 아주 잘 지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수차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언급했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등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사실상 핵을 보유한 나라들처럼 표현한 것. NPT에 따라 핵 보유 권리를 인정받는 나라는 5대 핵보유국(P5·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앞두고 북한을 다시 한번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부르고, 나아가 다수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건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미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핵 보유 인정’을 주장해 온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7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번 방한 때 예고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무역 담판 등에선 성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북-미 정상회동은 실제 결과물과 상관없이 개최 자체만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어 더욱 여기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핵화 아닌 핵 군축 등 방향 전환 시사한 것일 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동결이나 핵 군축을 조건으로 대북 제재 해제 등에 나서는 협상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 방문 직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자체가 북한에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협상의 틀이 ‘비핵화’에서 ‘핵 군축 및 동결’로 바뀌면 한국의 안보 전략 역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진다. 또 한국이 짊어질 안보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확대 해석하는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김 위원장을 대화에 불러내기 위해서든 무엇이든, 미국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했을 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1기 때는 노딜이 스몰딜보다 낫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노딜보단 스몰딜이 낫다는 분위기”라며 “결국은 김 위원장의 면을 세워주면서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 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P5가 아니어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인식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 확실히 자리잡힌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북-미 정상이 만나든 안 만나든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근본적으로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