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

민동용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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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동용 기자입니다.

mindy@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교육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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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13%
경제일반7%
요리/음식3%
생활/가정3%
산업3%
  • 8월 아산과 천안은 사랑으로 물들어라[여행스케치]

    충무공 이순신은 우리에게 성스럽다. ‘성웅(聖雄)’이라는 호칭은 아무에게나 붙이지 않는다. 신처럼 떠받들린 존재다. 친숙함보다는 근엄함이 앞선다. 김훈 김탁환 같은 작가가 그를 인간으로 보려 했다. 고뇌하고 갈등하며 실수하고 자성하는. 45년 만에 충남 아산 현충사(顯忠祠)를 찾았다. 사랑을 느꼈다.● 산하와 조국방화산 자락에 있는 현충사 터는 넓다. 1969년 정부 주도 성역화가 이뤄졌을 때 약 46만 ㎡(약 14만 평)였고 대규모 조경 공사를 거쳐 현재 53만 ㎡(약 16만 평) 남짓이다. 국가유산청이 관리하는 잔디와 수목, 호수가 정갈하다. 정원이라면 정원, 공원이라면 공원 같다.정문인 충무문을 지나 호수를 오른쪽으로 끼고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밭 사잇길을 걷는다. 홍살문을 지나 판석이 깔린 오르막길을 향한다. 두 번째 문인 충의문을 통과해 높다란 3중 기단(基壇) 위 사당을 마주한다. 두 번째 기단 왼쪽에 무궁화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하얀 무궁화 몇 송이가 피었다.1598년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충무공을 기리는 사당은 숙종 32년(1706년)에야 이곳에 세워졌다. 그는 한성 건천동(현재 서울 회현동 근처)에서 태어났지만 외할아버지가 살던 이곳으로 어렸을 때 내려왔다. 충무공의 부친은 벼슬길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처가살이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1931년 그 후손이 은행에 진 빚을 못 갚아 담보로 잡힌 묘소와 위토(位土, 제사 비용 충당을 위해 경작하는 논밭)가 경매에 나올 처지가 됐다. 동아일보가 통탄하는 사설을 썼고 ‘이충무공유적보존회’가 만들어져 국민 성금 1만7000원을 모아 이듬해 중건했다. 다만 이 건물은 성역화 때 경내 다른 곳으로 옮겨져 현재는 ‘구 현충사’로 불린다.현충사 내부에는 충무공 영정이 있다. 1932년 중건 당시에는 청전 이상범이 그린 군관 복장의 영정이 걸렸다. 지금은 1953년 월전 장우성이 그린 사모관대 차림의 충무공 영정이 걸려 있다. 표본 영정이다.영정 속 충무공의 시선은 현충사 너머 아산 시내, 그 너머 자유롭고 평화로운 온 땅을 향한다. ‘난중일기’에서 임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순신에게 왕은 ‘임’이 아니었다. 그의 사랑은 온전히 이 땅, 산하에 가 닿는다.충무문 앞터에 2011년 지은 충무공이순신기념관 전시실에는 왜란 중 만든 충무공의 칼 두 자루가 전시돼 있다. 국보인 두 칼에는 대구(對句)를 이루는 여덟 자 문구가 새겨져 있다.‘삼척서천 산하동색(三尺誓天 山河動色 석 자짜리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 일휘소탕 혈염산하(一揮掃蕩 血染山河 한번 휘둘러 쓸어 내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이 땅을 짓밟은 왜적에 대한 무인의 깊은 분노와 기개다. 산하에 대한 강렬한 애정이다. 우국충정이라는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다. 순수한 사랑으로 다가온다.기념관에 실감영상실이 있다. 그의 생애와 현충사 사계를 최근 유행하는 이머시브(immersive) 영상으로 보여 준다. 관람객을 감싸듯 벽 4면과 바닥으로 흐르는 10분 분량 영상이 볼만하다.● 신과 이웃산하에 대한 뜨거운 사랑에 흠뻑 젖었다면, 신(神)에 대한 사랑을 체감해 보자.현충사에서 차를 타고 아산만 방조제 쪽으로 15분가량 간다. 천주교 공세리성당이다. 대전교구 첫 번째 본당(주임 신부가 상주하는 성당)으로 1890년 문을 열었다. 방조제가 만들어지기 전, 성당 부근은 포구였다. 성당 터에는 원래 조선시대 충청 서남부 40개 마을에서 조세로 거둔 공미(貢米)를 보관하던 창고가 있었다.지금의 성당은 프랑스에서 온 에밀 드비즈(Emile P. Devise·한국명 성일론, 1871-1933) 주임 신부 지휘하에 1922년 지어졌다. 아치형 창문은 로마네스크 양식, 높은 첨탑은 고딕 양식을 드러낸다. 무성한 초록 잎을 뽐내는 수령 300년 안팎의 거대한 팽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사이사이로 성당 외벽 붉은 벽돌과 창들이 보인다. 평화롭고 안온하다. 성당 한쪽에는 주로 병인박해(1866년) 때 순교한 아산 출신 성도 32명을 기리는 현양탑과 그들 모습을 돋을새김한 추모 벽이 서 있다.본당 왼편 건너 옛 사제관을 개조한 ‘성지 박물관’에는 드비즈 신부를 비롯한 역대 주임 신부 물품 등 유물 15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의학과 미술 솜씨가 뛰어났던 드비즈 신부와 ‘이명래 고약’으로 유명했던 이명래 집안의 관계가 흥미롭다. 1970년대까지 여염집 종기 치료에 많이 쓰인 고약 제조법을 이명래에게 전수한 이가 드비즈 신부다. 또 이명래의 동생이자 한국 최초 공예 디자이너 이순석 전 서울대 미대 교수의 미적 재능을 일깨워 준 이도 그다.성당을 거닐며 낯선 땅에서 봉사한 프랑스 신부들과 낯선 믿음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한국인들을 생각한다. 이들의 신에 대한 사랑은 지고지순할 뿐이다.천상의 존재에 대한 사랑에서 시선을 내리면 마을,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감지할 수 있다. 공세리성당에서 남쪽으로 25분가량 차로 내려오면 있는 아산외암마을에서다.이 마을은 약 500년 전 ‘예안 이 씨’ 일가가 송악면 설화산 밑에 자리를 잡고 이룬 집성촌이다. 지금도 그들이 마을 주류다. 고택(古宅)과 정원, 초가 등이 상대적으로 잘 보존돼 있는데, 사람들이 산다. 택호도 관직이나 출신지 이름을 따서 참판댁, 감찰댁, 참봉댁, 송화댁, 신창댁 등으로 부른다. 관광객들에게 대문을 흔쾌히 열어 놓는 집이 적지 않다.그중 건재(建齋)고택이 유명하다. 조선 말기 영암군수를 지낸 건재 이상익(1848∼1897)이 지어서 영암군수댁 혹은 영암댁이라고도 한다. 이 마을 이름을 호로 택한 조선 중기 문인 이간(1677∼1727)이 건재고택 터에서 태어났다.건재고택은 문간채, 사랑채, 안채로 이뤄졌다. 그 주변으로 광과 가묘가 있다. 사랑채 앞마당 정원이 눈길을 끈다. 소나무를 비롯한 여러 나무와 괴석 그리고 연못이 놓여 있다. 전통 정원과 서양식을 절충했다고 한다. 기자가 찾았을 때는 설화산에서 끌어온 물로 채운다는 연못이 말라 있어 아쉬웠다. 물을 밖으로 뿜어내야 할 샘은 바닥 가까이에서만 물이 비친다. 푸른 물이 더해졌다면 국내 어느 정원 부럽지 않았을 터다.건재고택 돌담 밖에 지어진 가랍집은 연구 대상이다. 가랍집은 외거노비가 살던 집을 말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ㄱ’자 형태 초가인 이 가랍집은 약 130년 전에 지은 원형 그대로다.고택과 초가 말고 시선이 머무는 것은 집들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다. 어른 키 높이 기와집 돌담과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초가집 야트막한 돌담 사이로 난 골목이다. 언제라도 아이들이 와 소리 지르며 뛰어다닐 것만 같다. 마을에 대한 사랑은 이렇게 자라날 터다.● 그리고 나시선을 나에게로 돌릴 때다. 아산에서 천안으로 건너온다. 건재고택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태학산이 있다. 학이 춤을 추는 모양이라고 선조들은 봤다. 그 산 동쪽 중턱에 태학산 자연휴양림이 자리 잡고 있다. 넓이가 50만 ㎡(약 15만3000평)에 이르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다. 물론 소나무만 있지 않다. 봄이 되면 노란 꽃이 피는데 생강나무다. 생강이 자라는 나무는 당연히 아니다. 줄기 껍질을 찢어 내면 생강 냄새가 나서 그렇다. 신기한 것은 생강나무 꽃 효능이 진짜 생강과 비슷하단다.숲을 거니는 것만으로 우리 몸의 자연 치유는 시작된다. 자동차 캠핑장도 있고 숙소인 ‘숲속의 집’도 마련돼 있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산을 걸을 만한 몸 상태가 아니라면 태학산치유센터를 찾으면 좋겠다. 사전 예약하면 5000원에 명상, 요가, 족욕을 비롯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해 볼 수 있다. 나를 사랑하는 첫 번째 레슨이다.글·사진 아산·천안=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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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시대, 정답 찾는 기계 아닌 ‘질문하는 인재’ 키운다

    ●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P3BL과 ELP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제시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의 등장은 교육 현장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AI에게 물어보면 다 알려주는데, 공부는 왜 해야 하죠?”라는 학생들의 질문 앞에서 교육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단순히 AI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며, AI가 만들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정보와 학생들의 맹목적인 의존이라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서울대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사업단(이하 사업단)이 혁신적인 AI 기반 교육 방법론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가 주관하고 경기과학기술대, 경상국립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전북대, 한동대가 참여하는 이 컨소시엄은 AI를 단순한 ‘정답 검색기’가 아닌, 학습자의 ‘사고력 파트너’로 활용하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P3BL 교육 방법론’과 이를 구현하는 ‘진화가능 학습 플랫폼(ELP)’이 있다.● 문제 찾고, AI와 협력해 해결하는 ‘P3BL’사업단이 제시하는 해법의 핵심은 P3BL(Problem, Project, and Prompt-based Learning)이라는 새로운 교수학습 모델이다. 이는 기존의 문제 기반 학습(PBL)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에 프롬프트(Prompt) 기반 학습을 결합한 개념이다. P3BL 모델에서 학생들은 주어진 정답을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실세계의 문제(Problem)를 스스로 발굴하고 정의한다. 이후 동료들과 팀을 이루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Project)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수행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은 거대 언어 모델(LLM)을 비롯한 생성형 AI에게 효과적으로 질문하는 ‘프롬프트(Prom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AI를 보조 도구이자 협업 파트너로 삼는다. 사업단장 김홍기 교수는 “P3BL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과정을 스스로 점검하고 조절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AI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능동적으로 활용해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학습자 중심의 개인화된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학습자와 함께 진화하는 AI 튜터, ‘ELP’ 플랫폼 P3BL이라는 교육철학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기반이 바로 ELP(Evolvable Learning Platform)다. ELP는 AI 기반 튜터링 시스템, 데이터 플랫폼(Dataverse), 과목별 벡터 DB 등 다양한 기능을 LLM과 유기적으로 연결한 개인화 학습환경이다. ELP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 그대로 ‘진화한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학생들이 시스템을 사용하며 생성하는 실제 학습 데이터와 상호작용 기록을 바탕으로 AI 튜터를 지속해서 재학습(Fine-tuning)시킨다. 즉, 사용하면 할수록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 이력, 필요에 맞춰 더욱 정교하고 개인화된 지원을 제공하는 AI 학습 파트너로 성장하는 것이다. 또한, ELP는 여러 전문 분야로 특화된 다중 에이전트(Multi-Agent) LLM 구조를 채택해 강의 설계, 진로 상담, 코드 생성 등 특정 목적에 맞는 최적의 답변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조는 AI의 할루시네이션(AI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을 최소화하고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며, 학생의 학습 의도와 맥락에 따라 챗봇의 응답 스타일(페르소나)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등 고도화된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 미래 교육의 청사진, ‘융합’과 ‘확산’을 향해 결국 P3BL과 ELP의 결합은 교육의 패러다임을 ‘정답 암기’에서 ‘질문 설계’로 전환하는 시도다. 사업단은 이러한 혁신 모델을 통해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의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해결하는 ‘융합데이터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단의 비전인 ‘Big Fusion and Diffusion’은 이러한 교육 모델을 컨소시엄 내 대학 간에 긴밀히 공유(Fusion)하고, 나아가 국내외 교육 현장 전반으로 확산(Diffusion)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미 AI, 실감미디어 혁신융합대학 사업단과 ‘A.I.B 메타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지능형실감데이터’라는 공동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개발하는 등 대학과 학문의 경계를 넘는 공유와 협업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AI 기술 발전이 가져온 교육계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되물을 기회가 되고 있다.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보다,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정의하고 최적의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중요해진 시대다.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사업단이 제시하는 새로운 교육 방법론은 AI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상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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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흘’은 죄가 없다… 우리말의 용불용설[브레인 아카데미 플러스]

    《궁금하다 생각했지만 그냥 지나쳤던, 하지만 알아두면 분명 유익한 것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일 수도 있고 최신 트렌드일 수도 있죠. 동아일보는 과학, 인문, 예술,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오∼ 이런 게 있었어?’라고 무릎을 칠 만한 이야기들을 매 주말 연재합니다. 이번은 언어편입니다.》5년 전 7월 이맘때 ‘사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정부는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토요일인 15일 광복절부터 월요일인 17일까지 쉴 수 있게 됐다. 언론은 ‘광복절 사흘간 황금연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자 ‘왜 3일 쉬는데 사흘이라고 하느냐’는 취지의 기사 댓글이 잇달았다. 사흘이 발음과 비슷하게 ‘4일’을 뜻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때아닌 문해력 논쟁이 벌어졌다. 기성세대는 ‘청년이 글을 읽지 않아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쓴웃음을 지었고, ‘틀린 내용을 이토록 거리낌 없이 주장하다니 놀랍다’는 반응도 많았다. 일부 10, 20대는 ‘모르면 가르쳐 주면 되지, 웬 비난이냐’며 뾰로통했다. 이 웃지 못할 해프닝 이후 ‘용감하게’ 댓글을 달던 이들은 사흘의 뜻을 알게 됐을까.● 사흘 대신 삼 일, 석 대신 세 사흘이 며칠을 말하는지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확히 아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흘이라는 말이 얼마나 입에 붙어 있는지 유추해 볼 수는 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펴낸 ‘2024년 국어 사용 실태 조사(어휘)(이하 2024 실태 조사)’를 통해서다. 전국 만 15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국어 사용 양상을 조사했다. 2024 실태 조사에 ‘그제, 어제, 오늘까지 휴일이면 얼마 동안 휴일인 겁니까’라는 질문이 있다. 응답 결과를 보니 ‘삼 일’이 58.1%, ‘사흘’이 41.8%였다. 국립국어원의 ‘2022년 국어 사용 실태 조사(이하 2022 실태 조사)’ 때는 삼 일 53.8%, 사흘 46.2%였다. 사흘 대신 삼 일을 유의미하게 점점 더 많이 쓰고 있다. 용불용설(用不用說)은 진화생물학에서는 뒤안길로 밀려났지만, 언어에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쓰이지 않으면 잊힌다. 사흘이라는 말을 평소 사용하지 않으면 사흘이 3일인지 알기 어렵다. ‘사흘이니까 4일이겠지’ 하는 직관을 따를 확률이 높다. 2024 실태 조사에서 15∼19세는 71.9%, 20∼29세는 72.8%가 사흘 대신 삼 일이라고 답했다. 2022 실태 조사 때 20∼29세의 삼 일 응답률은 65.0%였다. 2년 새 7.8%포인트나 올랐다. 15∼19세는 2022 실태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 이런 추세라면 몇십 년 후, 사흘이라는 말 자체가 대중의 입말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삼 일, 사흘 관계와 비슷한 사례로 수량이 셋임을 나타내는 ‘세’와 ‘석’이 있다. 두 실태 조사에서 ‘회초리 맞는 횟수가 삼 회일 때 몇 대 맞았다고 하느냐’고 물었다. 2022 실태 조사 때는 ‘세 대’ 65.9%, ‘석 대’ 34.0%였다. 2024 실태 조사에서는 세 대 70.8%, 석 대 29.1%로 석 대 응답률이 30% 밑으로 떨어졌다. 석의 존재감이 줄어드는 것이다. 언어 세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2024 실태 조사에는 이 밖에도 한국 사람이 국어를 어떻게 쓰는지 흥미로운 내용이 더 있다.● ‘여기요’의 위력 한국인은 식당이나 관공서에서 직원을 어떻게 부를까. 대상이 젊을 때, 나이가 좀 들어 보일 때, 여성일 때, 남성일 때 등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호칭이 사용된다. 그중 승자는 ‘여기요’로 보인다.‘주민센터 같은 공공기관에서 이삼십 대로 보이는 여성 직원을 직접 어떻게 부르냐’는 질문에 ‘여기요(저기요)’가 47.9%로 ‘선생님’(27.9%) ‘아가씨’(15.5%) ‘젊은이’(2.2%) ‘젊은 양반’(1.2%)을 제쳤다. 남성 직원을 부를 때도 여기요(저기요)가 50.6%로 가장 높았다. 여기요는 식당이나 편의점 젊은 여성 직원을 부를 때도 36.7%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다만 ‘아가씨’(32.3%)와 비등하게 경쟁했다. 관공서 여성 직원을 아가씨라고 부르기는 ‘꺼리던’ 50대 이상의 절반가량이 아가씨를 선호한 결과다. 여기요가 맥을 못 추기도 한다. 처음 가는 상점에서 주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사장님’(49.7%)과 ‘계세요’(36.%)에 여기요(13.6%)가 밀렸다. 식당에서 사오십 대 여성 종업원을 부를 때도 ‘이모(님)’(33.1%)과 ‘사장님’(30.1%)이 여기요(19.4%)를 앞섰다.● ‘완전’과 ‘개’, Z세대를 분열시키다 젠지(GenZ·Z세대, 1995년∼2010년 출생자)의 분열상도 엿보인다. 같은 세대로는 묶이지만 10대와 20대는 다르다는 뜻으로 보인다.‘친구에게 오늘 본 영화가 재미있음을 강조해 말할 때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이 영화 ( ) 재미있어’라고 말할 때 괄호 안에 어떤 수식어를 넣겠느냐는 것. 15∼19세는 ‘짱’(16.3%)을 가장 선호했고 ‘존나’(15.2%) ‘너무’(11.9%) ‘정말’(10.3%) ‘개’(8.7%) ‘겁나’(7.9%)가 뒤를 이었다. 20∼29세는 ‘진짜’(17.4%)가 가장 많았고 너무(12.6%) 정말(11.9%) ‘완전’(11.3%) 짱(9.4%) 개(6.0%) 순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15∼19세의 ‘완전’ 응답률이 3.3%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싫어함을 강조하는 수식어로는 무엇이 꼽혔을까. ‘나는 그 음식 ( ) 싫어해’의 괄호에 들어갈 말로 15∼19세는 개(20.9%)를, 20∼29세는 진짜(15.2%)를 꼽았다. 개를 꼽은 20∼29세는 11.0%였다. 긍정과 부정을 강조하는 여러 수식어 가운데 15∼19세와 20∼29세 응답률 차가 가장 큰 말은 각각 완전(8.0%포인트)과 개(9.1%포인트)였다. 현재 젠지를 가르는 단층선은 완전과 개라고 볼 수 있다.● 에누리가 일본말?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다. 35년간의 일제 치하에서 한국 사회 대다수 분야의 용어는 대체로 일본어였다. 광복 이후 한참 동안 이런 일본어는 한국화한 발음으로 남았다. 하지만 남은 일본말도 세월이 흐르면서 언어의 용불용설에 따라 많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본말인지 모르고 쓰는 말들이 있다.‘왔다리 갔다리’는 ‘왔다 갔다’에 일본어 조사 ‘타리(たり)’를 붙인 말이다. ‘숨기던 사실이 드러나다’라는 말인 ‘뽀록나다’는 결점이나 단점을 뜻하는 일본어 ‘보로(ぼろ)’에서 유래했다. ‘사람이 유도리가 있어야지’ 같은 문장에 쓰이는 ‘유도리’는 일본어로 ‘여유’를 뜻하는 ‘유토리(ゆとり’다. 융통성이란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다. 옷이나 가방의 물방울무늬를 한때 ‘땡땡이무늬’라고들 했다. 땡땡이는 점을 뜻하는 일본어 ‘뗀(点)’에서 왔다. 반면 발음상 일본어라고 착각하는 우리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에누리다. 물건값을 깎는 일을 지칭하는 순우리말이다. 어깨에 걸쳐 바지 허리춤과 연결하는 끈인 멜빵도 순우리말이다. ‘메다’의 어간 메가 변화한 ‘멜’에 빵이 합쳐진 말이다. 빵은 일부 지역 사투리로 끈, 줄을 뜻한다. 질빵이란 말도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질빵’을 ‘짐 따위를 질 수 있도록 어떤 물건 따위에 연결한 줄’이라고 설명했다. 언어의 용불용설은 다시 말하면 많은 사람이 오래 쓰는 단어는 표준어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2011년부터 몇 차례 국립국어원은 이런 말을 모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해 왔다. ‘간지럽히다’가 대표적이다. 원래 표준어는 ‘간질이다’였지만 대중이 실제로 더 많이 써 온 간지럽히다 역시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다. ‘주책맞다’ ‘주책없다’에 이어 ‘주책이다’도 표준어가 됐고, ‘이쁘다’도 ‘예쁘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많이 쓴다고 해서 아예 틀린 말을 표준어로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방송에 나오는 자막에서 많이 틀리는 구문에 ‘염치 불구하고’가 있다. 올바른 표현은 ‘염치 불고하고’다. ‘염치(廉恥) 불고(不顧)’를 그대로 옮기면 ‘부끄러운 마음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남에게 실례될 만한 일을 하기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할 때 쓴다. 반면 ‘염치 불구(不拘)’의 불구는 ‘얽매이거나 거리끼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그대로 쓰면 ‘부끄러움을 거리끼지 않는다’는 다소 건방진 말이 돼 버린다.QR코드를 스캔하면 24일 채널A에서 방송된 브레인 아카데미 ‘동물편’을 볼 수 있습니다. ‘언어편’은 31일 오후 10시 방송됩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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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렬한 태양, 빛나는 백사장… 남해는 그저 이상향

    ‘아득히 푸른 바다 구름 끝에 세 섬이 있으니(蒼茫三島海雲邊)/방장산 봉래산 한라산이 가까이 잇달아 있구나(方丈蓬瀛近接聯)’서포 김만중(西浦 金萬重·1637∼1692)은 생의 마지막 3년을 지금의 경남 남해군 상주면 노도(櫓島)라는 섬에서 보냈다. 위리안치(圍籬安置·유배지 집을 가시나무 울타리로 둘러싸 드나들지 못하게 한 것) 귀양 생활이었다. 외롭고 답답한 그는 노도에서 바라본 먼바다 섬들을 신선이 사는 이상향으로 여기며 버텼을 터다.》호랑나비인 듯, 아이 안은 엄마인 듯노도에서 배를 타고 벽련마을로 나와 차로 10여 분 동남쪽으로 가면 남해 최남단 미조(彌助)면이 나온다. 조선 시대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 미륵불의 도움을 구한다는 뜻에서 지명이 유래했다는 설이 전한다(‘남해 유배지 답사기’, 박진욱 지음, 알마, 2015).미조면은 남해를 호랑나비 모양에 비유하면 오른쪽 날개 맨 아래가 뻗어 나온 부분이고, 엄마가 앉아서 무릎에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본다면 오른발 부분이다. 미조면은 남해 1읍, 9면 가운데 가장 작지만 남해에서 가장 많은 20개 섬을 거느리고 있다. 지도를 보면 망산(해발 267m) 자락이 바다 쪽으로 두 팔 벌려 이 섬들을 품으로 불러들이는 모양이다(‘남해 유배지 답사기’).그 오른팔에 해당하는, 바다로 뻗어 내린 단애(斷崖) 위 약 9만3000㎡(약 2만8000평) 터에 ‘쏠비치 남해’ 리조트&호텔이 이달 5일 문을 열었다. 남해 명물 다랑이(비탈진 산골짜기 계단식 좁은 논배미) 형태로 빌라 7개 층(지하 1층, 지상 6층)이 있고, 그 위로 지하 2층, 지상 14층 호텔이 자리 잡았다. 남쪽을 면한 빌라 모든 객실(85실)은 물론이고 공중에서 볼 때 ‘Y’자 모양인 호텔 366개 전 객실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바다뿐만 아니다. 유인도인 호도(虎島·범섬) 조도(鳥島·새섬)와 사도(蛇島·뱀섬) 장도(獐島·노루섬) 팥섬 콩섬 율도(栗島·밤섬) 미도(米島·쌀섬) 같은 무인도가 앞다퉈 다가오는 듯한 장관도 한눈에 들어온다. 옥색과 청록색이 어우러진 바다에 점점이 앞뒤로 가까이 늘어선 섬들이 산맥처럼 겹쳐 보인다.》남해와 포지타노를 품 안에높은 하늘에서 조감(鳥瞰)하면 쏠비치 남해는 이탈리아 남부 해안 절벽 마을 포지타노를 떠올리게 한다. 포지타노 절벽 위에 여섯 계단 다랑이가 조화를 이룬 모양새다. 호텔 동쪽 바다에는 작은 포구와 설리(雪里)해수욕장이 있다. 남해에 눈이 많을 리는 없을 테고, 모래가 눈처럼 하얗다고 해서 설(雪)자를 쓴단다.루나(Luna, 달) 스텔라(Stella, 별) 솔(Sole, 해) 마레(Mare, 바다)라는 이탈리아어를 붙여 지중해 분위기를 낸 빌라는 85실 모두 독립형 구조다. 1층 14개 객실은 전용 풀(pool)이 있다. 실내 욕실 욕조에 앉아서도 통창으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호텔 객실은 단층, 복층, 루프탑, 개별 풀, 펫 프렌들리(반려동물 친화)를 비롯한 16개 타입으로 이뤄졌다. 침대 소파 같은 가구는 반짝이는 잔물결처럼 모서리가 부드럽게 휘어져 안정감을 준다. 실내 색조도 바다색이 가미돼 청정한 느낌을 풍긴다.지중해만 아니라 남해의 고갱이를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에도 적용했다. 특히 먹는 것이 그렇다. 호텔 3층 퓨전 식당 ‘바래’를 보자. 바래는 ‘썰물로 드러난 갯벌에 조개를 캐러 간다’라는 남해 말이다. ‘아낙들이 물때가 바뀌면 바닷가에 나가 미역, 톳을 한 줄기 뜯고, 조개 하나씩을 캐는 행위’가 바래다. 생계 수단이 아니라 하루 먹는 데 필요한 만큼만 채취하는, 대자연에 겸손한 행위다(‘남해 바래길’, 이서후 지음, 피플파워, 2017). 한입 메뉴와 그에 알맞게 곁들인 주류를 음미할 수 있는 식당 ‘게미’ 역시 마찬가지다. 게미는 남해 말로 음식에 깃든 깊은 맛과 정성을 뜻한다.이름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요 단품 요리에는 남해 유자와 마늘이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장보고가 신라 문성왕 2년(840년)에 당나라에서 돌아오다 풍랑을 만나 남해에 이르렀는데 중국 상인에게서 선물로 받은 유자가 갈라져 씨앗이 처음 전해졌다는 설화가 전한다(‘仙境, 이곳에 자리 잡다’, 홍춘표, 신한영상미디어, 2014).》바다 위 그네와 진짜 다랑이남해의 진수와 이탈리아 남부 해안의 분위기를 흠뻑 느꼈다면 주변을 한번 둘러봐도 좋겠다. 쏠비치 남해에서 차로 5분 거리 언덕에 ‘설리스카이워크’가 있다. 해발 36m 높이에 길이 79m ‘하늘길’이 바다로 뻗어 있다. 스카이워크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그 끝에서 남해를 360도 조망할 수 있다. 북쪽 저 멀리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금산이 보인다. 설악산 울산바위를 축소해 가져다 놓은 듯한 암벽들이 우뚝하다. 하늘길 끝에는 ‘하늘 그네’가 있다. 밧줄이 아니라 철제 파이프가 전기 동력을 이용해 그네를 창공으로 밀어 올렸다가 내렸다 한다. 탄성과 비명이 적절히 섞인 소리가 탄 사람 입에서 터져 나온다.차를 타고 50분가량 서쪽으로 달리다 앵강만을 낀 해안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가천마을 다랑이 논’이 나온다. ‘다랭이 마을’이다. 가천마을 산비탈은 가파르다. 경사가 45도쯤 된다. 바닷가에 있지만 암초투성이여서 배를 댈 만한 곳이 없다. 애당초 고기잡이를 주업으로 할 형편이 안 됐다는 얘기다. 먹고 살기 위해 산비탈을 개간했다. 논배미를 만들려고 다랑이마다 돌로 축대를 쌓았다. 마을 뒤 응봉산과 설흘산에 있는 많은 돌을 아낙들이 다 날랐다.‘하동 사람은 황소를 아내처럼 이해하고, 남해 사람은 아내를 황소처럼 부려 먹는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남해 여성들이 억척같이 일했다는 말이다. 부산 같은 데서는 ‘남해 여자는 선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다랑이가 외지인이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그 이면에는 피땀이 서려 있을 터다.이곳 다랑이는 지형상 천수답이다. 마을 양쪽으로 두 산에서 내려오는 시내가 흐르지만 역부족이다. 비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마을 이름 가천(加川)은 ‘냇물을 더하다’라는 뜻이다. 물을 염원하는 비보(裨補) 사상을 담았다. 논의 폭이 좁다 보니 모내기나 벼 베기도 기계를 쓰지 못한다. 논에 물을 댈 때 층층이 흘러내리는 물에 햇볕이 반사돼 반짝이는 장면은 윤슬 저리 가라다.가천마을에서 서쪽 바다로 눈을 돌리면 앵강만 초입에 노도가 보인다. 배 젓는 데 쓰는 노를 만드는 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저 섬에서 서포 김만중은 결코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을 희구하다 풍토병으로 쓰러졌다. 햇빛 찬란하고 모래밭 새하얀 남해를 둘러본다. 글쎄, 이미 우리는 그곳에 와 있지 않나. 비록 며칠 안 되는 휴가만이라도 말이다. 글·사진 남해=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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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유망 스타트업 손에 한국행 ‘만능열쇠’ 쥐여 주다

    “특별 비자는 ‘만능열쇠’였어요. 그저 서류 한 장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 비자’ 제1호로 국내에 진출한 스페인 스타트업 AiMA 공동 창업자 카를로스 킥 대표(사진)는 11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 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법무부가 해외 유망 스타트업 국내 유치를 위해 지난해 11월 도입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해 스타트업 생태계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성장하고,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려는 외국 창업기업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국외 스타트업이 기술창업(D-8-4) 비자를 받으려면 각종 점수를 기준 이상 받아야 했는데, 이런 정량적(定量的) 조건을 최소화하고 민간평가위원회가 사업성과 혁신성, 국내 경제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선한 것이다.● ‘한국에서, 한국을 위해’카를로스 대표는 올 4월 한국에 새로운 법인 디지털휴먼코퍼레이션(DHC)을 세우고 세계 시장 도약의 터전으로 삼았다. 그가 개발한 기술 AiMA는 화면을 통해 사람과 대화하며 상대방 표정 변화로 감정을 읽어내 공감해 주는 가상 존재(디지털 휴먼)를 구현한다. 디지털 휴먼은 인공지능(AI)과 3차원(3D) 그래픽 기술을 결합해 인간 같은 외모와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홀로 된 노인이나 외로운 사람, 그리고 환자 등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여름 넥스트라이즈(NextRise·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행사)에 참가해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 휴먼 기술 도입이) 긴급히 요구되는 현실을 알았습니다.” 현재 DHC의 기술은 개념 증명(PoC·새 기술이 실제 작동할 수 있는지 등을 검증하는 초기 단계 시험)에 성공한 수준이다. 디지털 휴먼도 프로토타입이라는 얘기다. 카를로스 대표는 “이 개념 증명도 스페인 시장에 국한된 기술이다. 문화적으로 독특하고 역동적인 한국에서 한국 사람과 장단을 맞출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려면 이곳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한다”며 DHC를 세운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한국을 위해”라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대표는 디지털 휴먼 기술의 목표는 단지 ‘AI 동반자’가 아니라 ‘디지털 수호천사’라고 밝혔다. 이용자의 가족 및 응급구조 체제와 결합한 사회안전망까지 제공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는 “작은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 한국이 내게 판돈을 걸었다면 나는 내 모든 것을 한국에 걸었다”면서 “나와 한국이 함께 서울에서부터 탁월한 인간 중심 AI의 허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확신하게 된 데까지는 이 회사를 초기에 발굴한 ‘K스카우터’의 힘이 작지 않았다. 유망 해외 스타트업을 발굴해 국내로 끌어들여 정착시키고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의 K스카우터는 중기부가 모집한다. DHC의 K스카우터는 벤처포트(대표 박완성)가 맡았다. 박 대표는 “2019년 삼성전자 글로벌 혁신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카를로스 대표는 한국 진출 의지가 강했다”면서 “유럽, 아프리카, 중동에서 이젠 ‘한국에서 성공하면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동반자가 되는 K스카우터벤처포트가 DHC를 발굴했다면 또 다른 K스카우터 펜벤처스는 리베라웨어를 발굴했다. 2016년 일본에서 한국인 민홍규 씨가 설립한 리베라웨어는 사람이 직접 드나들기 어려운 공간에서 위험 요소를 탐지하는 소형 드론 아이비스(IBIS)와 운영 시스템을 개발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전 격납용기 내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지난해 IBIS를 사용했다. 가스관이나 공장과 건물의 환기 및 정화용 덕트는 물론이고 하수도, 터널, 변전소 같은 사회기반시설 점검에도 많이 쓰인다.IBIS는 가로세로 각 20cm에 무게는 약 250g에 지나지 않는다. 드론 둘레는 범퍼가 부착돼 벽에 부딪혀도 비행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3D 데이터를 전송해 이를 분석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탐지한 공간을 가상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시뮬레이션을 통한 분석, 예측 등을 가능하게 한다. 리베라웨어는 지난해 펜벤처스의 지원을 받으며 국내 법인 리베라웨어코리아(대표 김태홍)를 설립해 본격적인 인프라 시장 진출에 나섰다. 1970, 80년대 지은 사회기반시설의 노후화가 진행 중이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산업현장 안전사고 경각심이 높아진 것도 드론 수요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리베라웨어를 현장에서 발굴한 키이스 리 펜벤처스 이사는 “펜벤처스는 스타트업이 사업 규모를 급격히 확장하는 스케일업 단계에 있다”며 “특히 펜벤처스 제품이 한국의 니즈에 쉽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매우 큰 성장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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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은 개발로만 끝나지 않는다…‘산 넘어 산’ 포스코 극저온용 고망간강[유레카 모멘트]

    펄펄 끓는 쇳물을 담는 통의 용량은 250t. 여기에 담긴 쇳물을 주조해 철강 제품을 만든다. 합금철은 이 쇳물에 합금원소를 넣어 만드는데 통상 광석을 집어넣는다. 극저온용 고망간(Mn)강은 망간광을 넣게 된다. 영하 196도에도 깨지거나 마모되지 않는 고망간강의 망간 함유량은 24%. 고망간강용으로 250t을 만들려면 쇳물 180t에 망간을 70t 가까이 부어야 한다.망간을 차가운 광석 형태로 쇳물에 부으면 온도가 떨어진다. 온도가 떨어지면 순도 높은 고망간강을 제조하기 어렵다. 열을 가해 온도를 다시 올려 줘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철강 제품을 만들 때 쇳물 한 통만 쓰지 않는다. 한 통을 다 비우면 다음 통이 바로 쇳물을 부어 줘야 한다. 그래야 수율(收率) 높은 제품이 나온다.하지만 차가운 망간광 탓에 떨어진 쇳물 온도를 높이려고 열을 가하면 시간이 든다. 처음 통에 이어 다음 통이 끊이지 않고 쇳물을 붓는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시간 공백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고망간강은 한 번에 쇳물 한 통분밖에 못 만든다는 결론이 나온다. 생산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쇳물을 주조해 만든 제품의 처음과 끝부분은 수율이 낮아 잘라 낸다. 한 통분밖에 만들지 못하는데 그나마 제조된 고망간강 상당 부분을 떼어내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경제성도 떨어진다. 신제품을 개발했지만, 생산이 어렵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24%망간’이순기 포스코 기술연구원 강재연구소 수석연구원(53)이 포스코 측 e메일을 받은 건 2007년이었다. 미국 남부의 한 공대에서 금속재료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 과정을 마무리할 무렵이었다. “고망간강이라는 걸 만들어 보지 않겠습니까?”당시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선진국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를 부과한 교토의정서(1997년)에 이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도록 하는 ‘발리 로드맵’이 2007년 채택됐다. 국제 환경 규제는 강화되고 있었다.레드오션인 기존 시장을 대체할 ‘블루오션 테크놀로지(BOT)’를 찾던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연구 과제의 하나로 고망간강을 택했다.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석탄 수요는 줄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요는 늘 것으로 전망한 결과였다.영하 163도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LNG를 운반 또는 저장하는 탱크는 304스테인리스강이나 9%니켈강 또는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주로 쓰이던 니켈이 일부 지역에서만 채굴돼 비쌌지만, 망간은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했고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극저온에 끄떡없는 고망간강을 개발한다면 LNG 탱크 제조원가를 10%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 블루오션이 열릴 터였다.기술연구원에 들어와 1990년대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고망간강 연구 결과를 토대로 1년간 기초 연구를 한 이 수석연구원은 ‘되겠다’고 생각했다. 망간을 얼마나 첨가하면 될는지 합금 비율 실험에 착수했다. 십몇 %부터 시작해 무수한 망간 성분 조합 데이터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최적 가능성 있는 몇 가지 성분 조합을 도출했다.그 조합들을 연구실에서 직접 실험했다. 쇳물 50kg에 각각의 비율로 망간을 넣어 시편(試片)을 제작했다. 극저온용 소재 필수 특성인 ‘충격 인성(靭性)’, 즉 극저온에서 얼마나 잘 깨지지 않는지, 용접은 잘 되는지 등 각종 특성을 테스트했다. 그 결과 최적의 망간 비율은 24%였다.24%망간 실험 결과가 괜찮았기에 최적인 것은 맞았지만 이것이 최선일지, 최고일지는 고민이었다. 세계에 없던 고망간강을 개발하는 중이었으니 참고할 만한 대상도 없었다. “실험 결과를 믿고 가자”는 내부 피어 리뷰(peer review, 동료 평가), “이 정도면 해 볼 만하다”는 생산 현장 검토를 믿고 24%망간을 밀고 나갔다.● 유레카! 보온로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할 때 대학연구소와 기업연구소의 가장 큰 차이는 그 기술을 적용할 현장이 있느냐다. 24%망간 실험에서 최적의 결과를 낸 것과 제품 생산 현장에서, 그것을 가공하는 고객사에서 올바른 결과가 나오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다. 기술 개발과 제품 개발의 차이다. 기술 개발 단계에서 생산 경쟁력은 있는지, 원가 경쟁력은 있는지, 고객사가 쓸 때 제품 경쟁력은 있는지 등 제품 개발 요소들까지 고려해야 한다.2년 정도 축적한 실험 결과 가운데 설득력 있는 데이터를 들고 고객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이 2009년이었다. 여러 고객사 중에 대우해양조선(현 한화오션)과 같이 공식적으로 고망간강 제품 개발 연구를 시작한 것이 2010년이었다. 그 와중에 고망간강을 효율적으로 대량생산 하는 방법에서 난관에 부닥친 것이었다.소재는 개발했지만 생산 기술 개발이 늦어지니 사내에서는 “이러다 성공하는 방법을 까먹는 것 아니냐”는 ‘핀잔’도 들려왔다. 이 수석연구원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속으로는 ‘되는 걸 알고 시작하고, 길이 정해져 있는 추종 연구와 세계 최초 기술을 개발하는 선도 연구는 다르다’는 마음이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차가운 망간이 쇳물 온도를 낮춰 생산에 차질을 주는 문제의 해법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왜 차가운 걸 넣어? 뜨거운 걸 넣으면 되잖아.” 함께 논의하던 기술연구소 제강(製鋼) 연구 그룹 연구원의 말이었다. 망간광을 녹여 뜨거운 액체로 만들어 쇳물에 붓자는 아이디어였다.전로(轉爐)에서 받은 쇳물 180톤을 담은 통이 주조 단계에 오면 그 근처에 용융(鎔融) 망간을 담은 용기를 설치해 서로 합쳐서 주조하는 시스템이었다. 그 용기가 보온로(保溫爐)였다. 쇳물 몇 통치 분량을 넉넉하게 보관하면서 동시에 온도 저하를 막기 위해 계속 따뜻하게 유지하는 장비였다. 세계 최초 기술이자 세계에서 포스코밖에 없는 설비다. 이 수석연구원은 “고망간강 생산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했다.용융 망간을 쇳물에 부으면서 대기 중 질소와 접촉해 성분이 바뀌는 것을 제어하는 기술과 노하우도 익혔다. 용융 망간을 붓는 시점 등 외국 철강 회사가 쉽게 알 수 없는 기술이다. 중국 철강업체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지만 당분간 고망간강 기술을 따라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장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생산 현장에서도 “(고망간강) 생산이 되네” “할 수 있겠네”하고 판단했다. 2013년이었다. 고객사를 찾아다니며 고망간강으로 실제 LNG 탱크를 만들 수 있는지 실증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고객사 실증고망간강이 고객사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지는지, 용접은 잘 되는지 등을 평가해서 제3자 검증을 받으며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과정이었다. 고객사마다 제조하는 형태가 다르고, 형태가 같더라도 설계 방안이 다른 탱크에 맞춰 고망간강 가공 조건을 제시하는 ‘고객사 솔루션 개발’은 또 다른 난관이었다.한번은 실증용 탱크에 LNG를 1000번 넣었다가 빼는 테스트를 거쳤다. 기술적으로는 10번이든 1000번이든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새로운 소재에 쉽게 믿음을 주는 고객사는 드물었다. ‘배는 30년가량 운항하는 동안 LNG를 얼마나 많이 주입하고 뺄 텐데 10번밖에 안 한다니….’30년간 몇 번이나 LNG를 넣었다 뺐다 할까를 계산해 보니 1000번이었다. 탱크 외벽에 센서를 달아 그때마다 고망간강의 온도 변화, 열 수축 및 팽창 변화 등을 측정했다. 1000번을 끝낸 뒤에 탱크를 깨서 만들기 전후의 고망간강 차이를 살폈다. 허용되는 범위의 결함을 탱크 용접부에 심어 놓고 더 큰 결함이 생겼는지 추적 관찰도 했다. 모두 멀쩡했다.다른 고객사가 실시한 수압 테스트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탱크에 새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물을 넣고 15바(깊이 150m에서 물이 누르는 압력) 압력을 걸었을 때 탱크 압력이 떨어지지 않으면 건전하다고 본다. 그런데 스테인리스강을 주 소재로 쓰던 이 고객사에서 한여름에 수압 테스트를 한 뒤 물을 빼고 젖은 상태로 실증용 탱크를 야적장에 뒀다. 스테인리스는 물에 녹슬지 않지만, 탄소강 소재인 고망간강은 말리지 않으면 녹슨다. 당연히 탱크에도 녹이 슬었다. ‘고망간강은 녹이 슬어 못 쓴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재 특성을 오인한 이 사례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가스안전공사, 한국선급 같은 기관을 이 모든 과정에 참여시키고 ‘고망간강에 이상 없다’는 3자 검증 데이터 리포트에 서명을 받았다. 이제는 육상 저장용 LNG 탱크나 LNG 추진 운반선 연료 탱크 제작에 고망간강이 사용되는 일만 남았다. 고객사들이 탱크 소재로 니켈이나 스테인리스, 혹은 알루미늄 대신 안전하면서 제조원가도 절감하는 고망간강을 쓰기로 결정하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2017년경이었다.● 터닝포인트상항은 녹록지 않았다. 고객사들은 실증을 통해 고망간강이 좋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선뜻 가공 소재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업체에서 먼저 써 본 다음에…’가 대부분 고객사의 속내였다. 꽉 막힌 듯한 난국을 타개한 것은 장인화 당시 포스코 부사장(현 회장)의 판단이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용하는 포스코 광양 LNG 터미널 탱크 5호기를 고망간강으로 지어서 실증해 보자는 것이었다. 직경 100m, 높이 60m, 부피 20만㎥의 탱크는 제작비만 수천억 원이었다. 그전까지 “기존 (탱크) 소재로 짓는다”고 했던 탱크였다. 철강생산본부 본부장이던 장 부사장의 판단을 당시 권오준 회장은 지지해 줬다. 연구원 출신인 권 회장도 고망간강에 대한 애정이 누구 못지않았다.비록 포스코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건설(현 포스코이엔씨)이 탱크를 짓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하게 되는 것이었지만 부담감은 컸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극저온용 고망간강을 세계 최초로 실제 사용하는 사례였다. 혹시 잘못되면 기존 1~4호기 LNG 탱크에까지 지장을 주는 불상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장 부사장은 당시 “그래도 고망간강이 포스코로서는 세계 최초 기술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수석연구원은 “고망간강이라는 소재 특성에 대해서는 연구원과 실무자 판단을 신뢰하고 내린 경영적 판단이었다고 본다”며 “이 판단이 고망간강 개발 전체 과정의 터닝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 넘어 산, 규격 등록고망간강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검증했으니 모든 과정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규격 등록이라는 복병이 등장했다. 고객사만 오케이 하면 고망간강 사용은 문제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LNG 운반선 탱크에 쓰려면 규격 등록이 필수였다. 미국재료시험학회(ASTM)나 국제해사기구(IMO) 등이 해양을 넘나드는 배에 쓰일 수 있는 국제적인 소재와 성분이라는 것을 인증해 줘야 했다.이 수석연구원은 2013년 해외 조선사에서 “ASTM 규격 등록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 IMO 규격 등록이 필요하다는 것도 2015년에야 알게 됐다. 한국에서 경험자가 거의 없었기에 밑바닥부터 하나씩 배워 나갔다. 규격 등록은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의도적인 방해가 적지 않았다.ASTM IMO 같은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표결에 참여할 수 있는 위원에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 반면 일본 철강업계는 철강 학계와 협회, 정부가 삼위일체가 돼서 1970, 80년대부터 위원 자리를 서너 명씩 꿰차고 있었다.각 기구에서 발언에 영향력이 있는 ‘빅마우스’들을 사전에 설득하고 조율해 동의를 구했다. 일본 위원들의 반대도 이런 식으로 헤쳐 나갔다. IMO 규격 등록의 경우에는 업무 창구였던 해양수산부를 통해 극심히 반대하던 노르웨이 위원을 설득하기도 했다.이 같은 노력 끝에 IMO는 2023년 9월 총회에서 고망간강 규격 등록을 결정했다. 등록 업무에 착수한 지 8년 만이었다. 당시 해수부는 공보를 발간해 “1962년 IMO 가입 이래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아젠다를 끌고 나가 성공시킨 건 고망간강이 처음”이라고 밝혔다.IMO로서도 신소재 규격을 등록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IMO 의장은 “이번 한국 사례는 규격 등록의 모범 사례”라며 “2024년 총회 때 발표해 달라”고 말했다. 해수부와 포스코는 규격 등록을 위해 IMO 내부에 실무자 회의반을 중간중간 만들어 소통하고, 작업반을 둬서 규격안을 만들었으며 실증선(船)을 2년간 띄운 운항 기록도 제출했다. 이후 다른 소재 규격을 등록한 모 국가도 이 과정을 그대로 거쳤다.이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9월 IMO 총회 발표를 마무리하며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IMO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다할 것이다. 회원국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발표문 제목은 ‘제품 개발부터 시장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여정’이었다.● 또 다른 여정극저온용 고망간강은 LNG용 이외 용도로도 충분히 쓰일 수 있다. 현재는 비자성(非磁性)이라는 고망간강 특성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구상하고 있다. 잠수함 몸체가 대표적이다. 잠행을 거듭하면서 잠수함은 지구라는 거대한 자석 때문에 자화(磁化)가 된다. 은밀성이 생명인데 공중에서 탐지될 확률이 높아진다. 자성에 반응하는 기뢰를 피해야 하는 군함이나 기뢰 부설함, 기뢰 제거함 등도 마찬가지다.이 수석연구원은 현재 액화수소용 고망간강을 개발하고 있다. 액화수소는 영하 253도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망간 성분 비율도 달라져야 한다. LNG용을 개발한 마당에 액화수소용 고망간강을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아무래도 비슷한 길을 가야 할 것 같다.다만 실험은 쉽지 않다. 영하 163도인 LNG를 견디기 위해 고망간강 실험은 그보다 더 낮은 영하 196도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액체질소로 실험했다. 액화수소의 영하 253도보다 더 낮은 영하 268도를 유지하는 것이 액화헬륨이다. 액화헬륨을 견뎌 내는 실험을 해야 하는데 매우 비싼 데다 실험 조건을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갖추기도 어렵다.이 때문에 주요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는 영하 196도에서 실험하되 충족시켜야 할 조건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그런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주요 기구 표결권이 있는 위원인 이 수석연구원의 몫이다. 그에게, 포스코에 또 다른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광양=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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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다운 섬’ 요론섬(与論島)에 가고 싶다[여행스케치]

    세찬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크지만 경쾌하다. 창밖으로 날개에 달린 프로펠러가 속도를 서서히 높이며 회전한다. 다른 쪽 창밖에서도 또 하나의 엔진이 으르렁댄다. 78인승 ATR-72 600 비행기.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2열 종대로 좌석이 놓여 있다. 승무원은 2명. 그곳에 가는 길의 시작이 사람들과 부대끼며 선반에 짐을 욱여넣느라 진부터 빠지는 중대형 여객기여서는 안 될 것만 같다. 이내 활주로를 박차기 위한 ‘풀 스로틀(엔진 최대 출력)’. 쌍발 터보프롭(프로펠러) 항공기는 일본 규슈 가고시마(鹿兒島)현 공항을 떠나 그 섬으로 간다. 요론섬(与論島)이다.● 작은 섬, 아찔한 바다요론섬은 규슈에서 제일 남쪽에 있는 섬이다. 행정구역상 가고시마현에 속하지만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沖縄) 본섬에서 더 가깝다. 그곳 요론공항 활주로 길이는 1200m. 2027년 하반기 완공될 울릉도 신공항 활주로 거리와 같다. 국내 다른 공항 활주로보다는 짧지만, 터보프롭 쌍발기가 착륙하기에 큰 지장이 없다.랜딩기어를 내린 비행기가 가볍게 텅 내려앉으며 빠르게 미끄러진다. 활주로 끝과 가까워지다 원심력이 약간 느껴질 정도로 반 바퀴를 돌아 터미널 앞 주기장(駐機場)으로 향한다. 주기장으로 빠지는 유도로가 없는 소규모 공항이어서 이런 방식을 쓴다.공항 건물은 단층이다. 동행한 젊은 친구가 “국내 소도시 시외버스터미널 같다”고 속삭인다. 아닌 게 아니라 그렇다. 사람들 숨결이 더 가까이서 느껴진다. 짐을 찾아 밖으로 나와 공항 건물을 바라본다. 외벽 맨 위에 ‘与論空港’이라고 약 5m 간격으로 한 글자씩 파란색으로 적혀 있다. 씩 웃음이 나온다. 요론섬이 배경인 일본 영화 ‘메가네(안경)’(2007) 초반에 나온 그 건물 그대로다. 공항 앞 아스팔트 길도 색이 좀 바랬을 뿐 변한 것이 없다. 벌써 정겨워진다.요론섬은 작다. 섬 둘레가 23km 정도다. 일주(一周)도로 길이가 약 43km인 울릉도의 대략 절반 크기다. 차로 한 바퀴 돌면 넉넉하게 40분가량 걸린다. 차량 내비게이션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섬이다. 인구는 6000여 명. 초등학교 3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 있다.하지만 렌터카든 스쿠터든 자전거든 전동자전거든 전동킥보드든 빌려 타고 외곽일주도로를 달리다 어디든 멈춰 서서 바다를 향하면 탄성이 절로 난다. 수백만 년 전 산호초가 융기해 생겨난 섬. 사방팔방으로 짧게는 몇십 m, 멀게는 1km 넘게 산호초가 뻗어 있다. 그 위 에메랄드그린 빛 바다와 그 너머 남색 바다의 조우. 그것도 푸른 하늘 아래서. ‘위대한 풍경의 아름다움은 인간 힘으로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것이다.’(‘섬’,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민음사, 2015)여섯 번의 아기자기한 ‘오르락내리락’을 거쳐 섬에서 가장 높은 해발 97m 언덕 하지피키파탄(舵引き丘)에 오르면 남쪽으로 오키나와 북부 구니가미(国頭)가, 서쪽으로 7개 봉우리가 이어진 이헤야(伊平屋)섬이, 북쪽으로 같은 아마미(奄美)군도에 속하는 오키노에라부(沖永良部)섬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방으로 탁 트인 수평선을 조금씩 가린 채 웅크린 섬들에서 묘한 긴장감과 신비로움이 느껴진다.산호초가 넓게 분포한 섬 동쪽 오가네쿠(大金久)해안에서 간조 때 바다를 향해 1.5km쯤 배를 타고 나가면 눈부신 백사장이 드러난다. 유리가하마(百合ケ浜)다. 서핑보드를 타고 노를 저어 갈 수도 있다. 수위는 낮고 물살은 잔잔하다. 상대적으로 산호초가 짧게 뻗은 섬 서쪽 바다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들이 적지 않다. 섬은 공평하게 자연의 혜택을 나눠준다.요론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완만한 만(灣)으로 둘러싸인 챠바나(茶花)해안이 있다. 자그마한 어항(漁港)을 끼고 있는 이 해안이 일몰 ‘맛집’이다. 바닷가에 아치 모양 문이 뚫린 그리스 키클라데스 양식의 하얀 구조물이 서 있다. 그 문을 통해 보이는 석양은 감동적이다. 키클라데스 건축 양식은 하얀 외벽과 군더더기 없는 모서리 곡선이 특징이다. 1984년 요론섬이 관광 부흥을 위해 이 양식으로 유명한 그리스 미코노스시(市)와 자매결연을 맺은 결과물의 하나다.챠바나해안 근처는 섬의 번화가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까지 30분 남짓 걸어간다. 우리 일행도 야생동물도 건물들도 ‘모두 짙은 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남은 것은 쏟아질 듯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뿐이다.● “나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섬”그러나 여행이 ‘관광지 도장 깨기’가 될 필요는 없다. 요론공항에서 지척인 숙소는 하니부(養母)해안을 면하고 있다. 역시 키클라데스 양식으로 지은 하얗고 간결한 빌라들 앞에 놓인 그네 의자에 앉아 시선을 먼바다로 향한다. ‘말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 버리게 된다’는 그르니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느껴진다.‘메가네’는 ‘카모메 식당’(2006)을 만든 일본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荻上直子) 작품이다. 그는 낯선 곳에서 반복되는 단조로운 듯한 일상이, 그러나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주제로 영화를 즐겨 만든다. ‘메가네’도 마찬가지다.도시에서 큰 여행용 가방을 끙끙대며 끌고 요론섬으로 ‘혼자’ 쉬러 온 주인공에게 민박집 주인이 말한다. ‘여기 있을 수 있는 재능이 있어 보인다’고. 그 재능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주인은 ‘타소가레(黃昏·황혼)’라고 답한다. 의미가 바로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는데 한국어 자막은 ‘사색’이라고 번역했다. 그럼 타소가레는 어떻게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거나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말한다.요론섬에서 바다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자니 타소가레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나를 스스로 조용히 바라보는 것. 쓸데없는 집착과 불필요한 욕망을 잠시 내려놓는 것. 중요한 것은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것. 사색보다는 관조에 가깝다. 그 작은, 그러나 지속되기 역시 어려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요론섬이기 때문일 터다.우리 일행을 가이드해 준 60대 일본 여성은 4년 전 대도시 고베(神戸)에서 혼자 이주해 왔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간결하게 답했다. “고요해서요.” 요론섬을 찾는 관광객 95%는 일본인이고 그중 대부분이 오키나와 사람들이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미야코(宮古)섬이나 이시가키(石桓)섬이 있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왜? 숙소 주인이 말했다. “섬다운 섬에 가 보고 싶다네요.”1990년대 중반 일본 최고 인기 TV 드라마 ‘롱베케이션’에서 남자 주인공 세나가 말했다. “있잖아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그런 때는 말이죠, 신이 준 휴가라고 생각하고 무리하지 않아요. 조급해하지 않아요. 억지로 애쓰지 않아요….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겨요.”요론섬은 그런 휴가에 잘 어울리는 섬이다. 하지만 삶에서 휴가가 마냥 계속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메가네’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말한다. “여행은 문득 시작되지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글·사진 요론섬(가고시마)=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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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교 80주년 앞두고 국제화 비전 선포… 글로벌 연구·교육 중심 대학 도약 위한 전환점 마련

    부산대는 2일과 4일 이틀에 걸쳐 미국의 명문대학 및 글로벌 기업 출신 학생과 연구자 등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부산대 국제화 비전 선포식’과 함께 국제 아카데믹 포럼, 특강, 문화 교류 행사 등의 글로벌 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미국 하버드대, MIT, 보스턴대, 조지타운대 등과 Meta, 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 출신의 학자, 연구자 등 230여 명이 부산대를 방문했다. ‘부산대 국제화 비전 선포식’ 행사는 내년 개교 80주년을 앞두고 부산대의 글로벌 위상을 제고하고 국제적 연구, 교육 중심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열렸다.● ‘교육-연구-사회 혁신’ 미래 국제화 핵심 비전과 전략 소개 이날 행사에는 최재원 부산대 총장을 비롯해 박형준 부산광역시장과 김석준 부산광역시교육감, 배상훈 국립부경대학교 총장, 박수자 부산교육대학교 총장, 레베카 김(Rebekah Kim) 하버드대 교목 겸 SOH(The Seed of Hope Foundation) 대표 등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부산대의 미래 글로벌 비전과 교류 노력에 축하와 기대를 보냈다. 이창환 국제처장(물리학과 교수)은 ‘Global Excellence through Innovation’라는 목표 아래 추진 중인 부산대의 교육 혁신, 연구 혁신, 사회적 혁신 등 3가지 국제화 핵심 비전과 전략을 소개했다. 이 처장은 “교육 혁신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AI(인공지능)·XR(확장현실) 기반의 하이브리드 교육 체계를 통해 스마트 학습 환경을 실현하는 것이다. 연구 혁신은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을 중심으로 지역과 함께하는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고 산학연 협력을 고도화하는 전략”이라며 “사회적 혁신은 글로벌 허브로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총장은 개회사에서 “부산대는 세계와 함께 호흡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서 AI와 XR을 기반으로 한 교육 혁신, 지역 주도형 연구 생태계 조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지역 혁신을 통해 글로벌 중심 대학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3대 혁신 전략은 부산대가 국제적인 연구·교육 중심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핵심적인 추진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글로벌 혁신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국제화 비전 선포식에 이어 4개의 세션으로 개최된 ‘국제 아카데믹 포럼’ 역시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Meta, 구글, 하버드대, 펜실베니아대, 보스턴대, 조지타운대 등 미국 주요대학 및 글로벌 기업 출신의 전문가들이 직접 세계적 연구 흐름에 대한 발제와 토론에 참여했다. 생성형 AI, 과학과 AI의 융합, 빅데이터와 헬스케어, 정밀의학과 암 치료 등 분야의 최신 학문 동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이어 ▲ Generative AI: 생성형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과 사회적 영향 ▲AI for Science: 과학 연구에 있어 인공지능의 혁신적 활용 ▲Big Data in Health: 헬스케어와 공공보건 분야에서의 빅데이터 분석 ▲Personalized Medicine for Cancer: 정밀의학을 통한 암 치료의 진화 등에 관해서 학문 간 융합과 공동연구로의 확장 가능성 등을 모색했다.● 글로벌 기업 연구자와 외국인 학생들, 부산대 학생들과 프로야구 관람 4일 ‘국제교류의 밤’ 행사에선 외국인 학생 및 글로벌 기업 연구자들이 부산대 학생들과 각각 그룹을 형성해 부산 사직야구장을 찾아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했다.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우정을 나누는 학생 중심의 국제 교류 행사로 진행됐다. 최 총장은 “부산대는 이번 미국 명문대학들과의 교류 행사를 계기로 글로벌 연구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조성했다. 그러면서 교육과 연구 등의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갖게 됐다”며 “국제사회와 우리 인류가 직면한 공동의 이슈에 부산대가 능동적으로 참여해 글로벌 혁신 대학으로의 역할을 크게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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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일대 50주년 빛낸, ‘초지일관’의 정신지킨 3인

    서일대는 9일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교내 배양관 예다움홀에서 개교 5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오선 서일대 총장과 대학 구성원을 비롯해 김교일 동양미래대 총장, 박주희 삼육보건대 총장, 김숙영 서울여자간호대 총장, 박경호 숭의여대 총장, 김광만 인덕대 총장, 나세리 한양여대 총장, 이문연 제2대 학교법인 세방학원 이사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준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 등 약 110명이 참석했다.● 작지만 산학 협력, 글로벌 교류 확대에서 강한 대학으로 거듭난다 기념식에서는 서일대의 교훈인 ‘지덕배양 초지일관(知德培養 初志一貫)’ 정신이 소개됐다. 지식과 인성을 함께 기르고 처음 세운 뜻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자세다. 오 총장은 기념사에서 “서일대는 지난 50년 간 지덕배양 초지일관의 길을 걸어왔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전문성과 창의력을 갖춘 실무형 인재를 양성해왔다”며 “산학 협력, 지역 사회 봉사, 글로벌 교류 확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지덕배양 초지일관의 정신을 바탕으로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세계로 나아가는 대학이자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서일대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기념식에 참석한 이문연 이사장은 “서일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미래 인재 양성의 기반을 다지고, 미래 지향적인 교과 과정을 구축하기 위해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일대가 지켜온 지덕배양 초지일관 정신은 다가올 시대를 이끌어갈 우리의 꿈이다. 변화하는 교육 과정에서 서일대는 희망과 미래를 겸비한 많은 이들에게 더 넓은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의 터전으로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축사를 통해 “서일대는 보육, 평생 교육, 창업, 기업 지원,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 등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덕배양 초지일관이라는 건학 이념에 공감하면서 50년의 역사를 이어온 서일대가 또 다른 50년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기념식에서는 학교법인 세방학원·서일대 설립자인 고(故)이용곤 박사의 모습을 AI(인공지능)로 복원한 영상도 공개됐다. 서일대의 지난 50년 역사와 생동감 있게 복원한 이용곤 박사를 보여줘 이목을 끌었다. 이외에도 개교 50주년 사업 추진 현황 보고, 50년사 봉정식, 감사패 전달식 및 시상식, 서일대 중장기 발전 계획 발표, 부부 뮤지컬 배우인 김소현·손준호의 축하 공연 등이 진행됐다.● 개그맨 이수근 동문 등에게 자랑스러운 서일대인상 수여감사패 전달식에서는 정광호 서일대 제1대 동문회장, 이병선 서일대 제2대 동문회장, 박홍근의원, 류경기 중랑구청장이 대학과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수상했다.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근속상 수여가 진행됐다. 30년 근속 교직원에는 이의정 패션산업학과 교수, 박성제 도서관 직원이 선정됐다. 염순교 간호학과 교수, 강신아 생활가구디자인학과교수, 이광형 AI게임융합학과 교수, 민소연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조은숙 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가 20년 근속을 인정받아 근속상을 수상했다. 유재성 비즈니스중국어과 조교수, 전성희 소프트웨어공학과 조교수가 10년 근속에 대한 상을 받았다. 자랑스러운 서일대인상은 서일대 간호학과 1기 졸업생인 진호정 주함외과 간호사(간호팀장), 개그맨 이수근 등이 수상했다.● 간호학과 1기 진호정 간호사, 아들과 딸도 간호학과 재학… 3차 병원 실습+ 교수 밀착 멘토링 등 환경 만족특히 진 간호팀장은 서일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자녀 박지윤, 박경훈씨와 함께 참석해 수상의 의미를 더했다. 자신과 같은 학교에서 간호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자녀들과 기쁨을 나눴다. 세 사람은 서일대 간호학과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박지윤, 박경훈 씨는 어린 시절부터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어머니를 보며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어머니에게서 병원에서 느낀 보람, 환자들과 있었던 감동 스토리 등을 듣고 자라면서 두 사람은 책임감 있게 환자들을 대하는 간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진 간호팀장은 “선배로서 재학 시절 학교 생활에 매우 만족했었고, 지금도 서일대 간호학과에 훌륭한 교수님이 많다는 점을 알아서 자녀들의 서일대 진학을 적극 추천했다”고 밝혔다.세 사람은 서일대 간호학과의 장점으로 체계적인 실습 환경을 꼽았다. 교내에는 병원 입원실처럼 구현된 실습실이 있다. 체온, 맥박, 호흡, 혈압 등의 활력 징후 측정부터 산소 호흡기 착용까지 다양한 실습이 가능하다. 환자 유형별로 제작된 특수 마네킹은 실습 과정의 몰입감을 높인다. 코에 구멍이 뚫린 기관지용, 심폐소생술용, 진료 부위별 상·하체용 마네킹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은 실습실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교수진의 다양한 시연 과정을 자세히 관찰할 수도 있다. 박경훈 씨는 “간호학과의 통합 모의 실습 시간에 실제 환자 같은 마네킹으로 조별 실습이 이뤄진다. 각 과별로 임산부, 응급환자, 소아환자 등으로 다양한 마네킹이 준비돼 있어 적합한 간호를 실행하고 연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님이 환자의 상태에 따른 다양한 대비 상황을 제시해 준 덕분에 혈압의 급격한 저하, 호흡 곤란, 통증 호소 등과 같은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했다. 박지윤 씨는 “실습복을 입은 채 환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연습하고 동기들과 함께 호흡 및 맥박 등을 측정해 보며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진 간호팀장은 “1기 졸업생으로서 꾸준히 발전해 온 간호학과 실습 환경에 놀랐다. 이런 환경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체험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전공 수업에서 배우는 정신간호학도 유익하다고 전했다. 주로 환자의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돕기 위해 환자의 감정, 사고, 행동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소통하며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운다. 세 사람은 환자 또는 보호자를 대할 때 라포(유대감)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정신간호학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진 간호팀장은 “환자의 심리 상태, 보호자의 힘든 점 등을 파악하면서 이에 맞는 소통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정신간호학은 간호사에게 매우 중요한 분야”라고 말했다.3차 병원(상급종합병원)에서 실습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한다. 서일대 간호학과는 학생이 병원에서 8개 진료과를 실습한 후 가장 원하는 진료과를 추가 실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박경훈 씨는 “교수님들의 노력 덕분에 많은 학생이 대학 병원이나 서울 소재 병원에서 실습 경험을 쌓는다”며 “실습 기간 동안 전문적인 사례 연구, 공부가 가능해 희망 진로를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교수진의 밀착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서일대 간호학과의 장점이다. 일부 교수는 SNS 밴드를 활용해 학생들의 고민 상담, 강의 내용에 대한 질의 응답을 진행한다. 간호학과는 학습 난이도가 높다. 그래서 성적 하위권 학생들을 위해서도 수시로 기초 강의를 제공한다. 박지윤 씨는 “밀착 멘토링을 지원하는 여러 활동 덕분에 교수님이 어렵고 먼 존재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세 사람은 서일대 간호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예비 신입생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도 전했다. 박지윤 씨는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멘토링 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를 추천했다. 선,후배가 팀을 이뤄 소통하는 활동도 활발하게 운영돼 학교 생활의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했다. 이어 “환자를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면 서일대 간호학과는 그 마음을 더 크고 단단하게 키워주는 훌륭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훈 씨는 “1학년 때부터 간호학을 성실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일대에서는 좋은 교수님들이 시작부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진 간호팀장은 “간호사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졸업 후에도 책임감 있게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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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어와 한국 문화 체험에 산업 현장 견학까지… 부산대 ‘서머 스쿨’ 에 빠지다

    “부산대 ‘서머 스쿨’에서 배우는 한국이 너무 재밌어요! 한국 친구들과도 금방 친해졌죠.” 지난해 7월 한여름, 부산대 캠퍼스는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 대학생들로 활기가 넘쳐났다. 스위스·영국·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핀란드·일본·중국 등 9개국 11개 명문 대학에서 모인 외국인 학생들이 부산대 ‘서머 스쿨’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부산대가 방학 기간에 개설하는 ‘PNU 서머 스쿨(PNU Summer School)’이 갈수록 인기를 끌며 참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름방학 동안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전 세계 외국인 학생들에게 글로벌 교육 혁신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올해도 ‘부산에서 시작하는 여름, 진짜 한국을 만나는 여름(Where Summer Begins, the True Korea Awaits’)을 주제로 ‘서머 스쿨’이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홍콩의 홍콩중문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라이덴대, 영국 스완지대, 에식스대, 리투아니아 빌뉴스대, 미국 뉴욕시립대학-브루클린을 비롯해 프랑스·벨기에·일본 등 세계 12개국 17개 대학에서 모두 50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참가 외국인 학생들은 4주에 걸쳐 39시간의 집중 한국어 수업을 받고 김밥 만들기, 서예, 전통국악 등 다양하게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된다. 국립해양박물관, 부산현대미술관 및 누리마루 APEC하우스 방문, 해운대 요트 투어등으로 유네스코(UNESCO) 문화창의도시인 해양수도 부산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부산영화촬영 스튜디오 등 동남권 지역 산업체도 방문 견학한다. 외국인 학생들이 기업과 산업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것은 부산대 ‘서머 스쿨’만의 장점이다. 물리·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 특강은 물론, 부산대 교내 동아리와 연계한 학생 교류 세션을 통해 부산대의 우수한 교육·연구 역량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고 다문화 수용성을 기르는 등 글로벌 리더십을 함양한다. 또한 참가 외국인 학생들을 도우는 부산대 학생들에게도 외국어 역량 등을 쌓을 기회가 될 수 있다.이창환 부산대 국제처장은 “부산대 ‘서머 스쿨’은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한국 문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체험하고 글로벌 우정을 쌓을 수 있는 특별한 과정이라 자부할 수 있다”며 “외국인 참가 학생들은 부산과 부산대의 매력을 직접 체험하며 쌓은 잊지 못할 추억을 본국에도 전하며 부산대와 세계를 잇는 든든한 다리가 되어 주고 있다. 전 세계 청년들이 부산대에서 한국을 배우고 산업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글로벌 프로그램에 외국인 학생들의 호응이 갈수록 좋다.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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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와 기업이 먼저 찾는 한국공학대…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 허브로 도약

    한국공학대(TU Korea)는 2022년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서 교명을 변경한 이후, 명실상부한 산업 기반 실무 중심 공학 특화대학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교육·산업·지역·미래를 연결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한국공학대는 지난해 수많은 대형 정부 및 지자체 사업을 수주하며, 대학의 운영 역량과 교육 경쟁력을 사업 성과로 입증하고 있다.● 다양한 공학 분야 사업 수주…교육·산업을 이끄는 엔진으로 각 단과대별로 추진한 사업의 양적·질적 성장이 뚜렷하다. IT반도체융합대학은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 4대 사업을 모두 수주했다. 정부 반도체 인력 양성 전 부문 선정이라는 전국 유일 기록을 달성했다. 컨소시엄으로 수주한 총 사업비는 544억 원(2023∼2027년)에 달한다. 경기도 주관의 컨소시엄 사업 약 73억 원(2023∼2030년)까지 포함하면 총 617억 원 규모의 교육 재원을 확보했다. SW대학은 5년간 55억 원 규모의 SW중심대학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Grand ICT 연구센터(2020년∼)는 지역 거점 디지털선도기술핵심인재양성 센터로도 선정돼 교육·연구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기계융합대학은 지능형로봇 혁신융합대학 60억 원(2021∼2026년), 미래차 혁신인재양성 18억 원(2024∼2026년), 첨단산업 부트캠프(미래차) 75억 원(2025년∼2030년) 등 인공지능(AI) 기반 미래제조 분야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 중이다. 첨단융합대학은 총 116.3억 원 규모의 산업혁신기반 구축사업(2024∼2026년)을 수행하고 있다. 특성화학부는 GTEP 사업, 기술보호 운영인력 전문화 지원사업(석사과정) 등을 통해 산업 밀착형 인력 양성을 확대하고 있다. 대학원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후공정 전문 인력 양성 사업(2024∼2028년), 탄소중립 특성화 대학원 선정 40억 원(2022∼2025년) 등 석, 박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최우수등급 획득 기획처와 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사업은 향후 5년간 최대 200억 원(2025년∼2030년)이 투입되는 국가 핵심 전략사업이다. 이를 통해 지역 산업 수요 기반의 맞춤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교무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교육혁신 S등급(최우수)을 획득하며 산업단지 및 산업계와 연계한 교육을 통해 대학의 교육혁신 역량을 입정받았다. 경력개발처는 수도권 대학 중 유일하게 재학생, 졸업생, 고교생을 포괄하는 취업 관련 4대 정부 사업을 모두 수주해 맞춤형 고용서비스 체계를 확립했다. 한편, 제2캠퍼스에 위치한 TU리서치파크 내 공동기기원은 기술 지원 수입 누적액 150억 원을 돌파했다. 산업부의 ‘차세대 반도체 TGV 기반 핵심기술 사업(100억 원)에도 선정됐다.● 장학금부터 채용까지…학생에게 직접 돌아오는 교육 투자 한국공학대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은 학생 참여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수주한 사업 예산은 ▲신산업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산학 공동프로젝트 운영 ▲최신 실험·실습 장비 확충 ▲해외 연수 및 글로벌 캠프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 학생 개개인에게 직접 투자되는 실질적 교육 혜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장 중심 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은 학부생임에도 석사 또는 경력직 수준의 실무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7년간 취업률은 약 72%에 달한다. 올해 본격 조성되는 ‘TU리서치파크’는 수도권 유일의 산학연계 파크로, 지·산·학·연·관이 연결되는 혁신 단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최근 5년간 특허는 497건이며, 기술이전(특허/노하우)은 364건이나 된다. 이에 따라 정부 및 지자체, 시흥시, 산업계와 대학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산학협력의 실질적 거점이자 미래 캠퍼스의 새로운 모델로 한국공학대의 성장이 기대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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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대, 재학생 진로 지원 넘어 사회진출 도와

    국립대가 진로 지원을 넘어 사회 진출까지 돕고 있다. 교육부가 진행하는 국립대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국립대학육성사업은 국가 인재 양성은 물론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취업을 적극 지원하는 중이다.국립강릉원주대는 학생 맞춤형 진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진로지도 책임교수제’와 ‘GWNU 커리어 로드맵’을 23년도부터 도입해 운영 중이다. ‘진로지도 책임교수제’를 위해 진로책임 교수 17명을 신규로 임명하고 18개 학과에 ‘자기관리와 진로설계’라는 교과목을 개설했다. 진로책임 교수들은 수업과 설명회 개최 등으로 진로 지도를 강화하고 학생 맞춤형 진로를 설계해주고 있다. 국립강릉원주대는 ‘진로지도 책임교수제’ 운영 학과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진로 수업을 필수 이수 교과목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GWNU 커리어 로드맵’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진로개발 및 취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학년별 총 4단계에 걸쳐 운영된다. 1단계는 ‘자기 이해와 전공 탐색을 지원하는 Growth up’, 2단계는 ‘진로 탐색과 직무 역량 강화를 위한 Wide vision’, 3단계는 ‘경력 및 역량 개발을 위한 New Challenge’, 4단계는 ‘구직 기술을 향상하는 Skill up’이다. 프로그램에는 진로워크숍, 기업 연계 채용설명회, 자격증 취업과정, 취업캠프, 취업 경진대회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30개의 프로그램에 총 991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국립강릉원주대 관계자는 “’진로지도 책임교수제’와 ‘GWNU 커리어 로드맵’ 운영 이후 취업률도 향상되고 있다”며 “앞으로 진로지도 책임 교수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GWNU 커리어 로드맵’을 고도화해 학생들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을 돕겠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의 사회 진출을 적극 돕는 국립대도 있다. 한경국립대는 장애학생 특화 진로, 취업 프로그램 ‘Able CareerPath’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대상 장애인 채용 직군을 분석해 장애학생 채용기회를 확대했다. 또 삼성SDS, 포스코, 신한은행 등 기업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기업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Able CareerPath’ 프로그램은 공공기관 진로 지원, 기업맞춤형 취업 지원, 진로 탐색, 장애졸업생 취업 지원 DB구축 등으로 구성된다. 공공기관 진로 지원에는 G-Telp 영어, 한국사능력검정 대비반 프로그램이, 기업 맞춤형 취업 지원에는 삼성SDS 오픈핸즈, 포스크 휴먼스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진로 탐색에는 발달장애학생 진로 탐색 캠프가 1박2일로 운영됐다. 한경국립대 관계자는 “국립대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사업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소외계층인 장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모든 국민이 더불어 살아가는데 좋은 시도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체대생들을 위한 진로 지원도 있다. 한국체육대는 체육 분야 분석 전문가 육성 차원에서 ‘스포츠 영상 분석 교육 프로그램’을 지난해 진행했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15회에 걸쳐 진행된 ‘스포츠 영상 분석 교육 프로그램’에는 재학생 30명이 참여했다. 영상 분석 활용 사례, 적외선 카메라 및 촬영 실습, 조별 주제 선정 및 동작 분석, 결과 발표 및 피드백 등의 수업이 이뤄졌다. 한국체대의 한 학생은 “조별 담당 강사의 집중 교육을 통해 영상 촬영부터 운동역학 결과 해석까지 스스로 처리하고 성과물을 낼 수 있었다. 담당교수 및 외부 연구원에게서도 피드백까지 받아 무척 유익했다”라고 말했다. 한국체대 관계자는 “체육 특성화 대학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프로그램에도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비 교원들을 위한 진로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서울교대는 초등교육 현장의 변화와 혁신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수업나눔 한마당’을 운영했다. 지난해 서울 17개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공개 수업을 서울교대 학생들이 참관했다. 서울교대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변화에 맞춰 교원 양성대학의 교육과정을 더욱 혁신하고 진로 프로그램을 다변화하겠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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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육대, 학생 적성-진로 관리해주는 AI 기반 학습설계 시스템 ‘수호’ 개발

    삼육대(총장 제해종)는 인공지능(AI) 기반 교육과정 설계 시스템 ‘수호(SUHO·SU-Hyperproximity Orientation)’를 자체 개발했다.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진로 목표를 반영해 전공과 비교과 활동을 통합적으로 설계해 주는 시스템이다. 수호는 입학 직후 실시하는 직업·적성검사 결과를 출발점으로 학생 개개인의 흥미·역량·목표를 분석해 ‘퍼스널 프로필’을 생성한다. 이 프로필은 학기별 수업 이수와 비교과 활동 결과가 추가될 때마다 자동으로 갱신된다. 시스템은 이를 바탕으로 매 학기 최적화된 학습과 활동을 추천한다.주요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AI가 제안하는 전공 로드맵 기능이다. 학생의 적성과 학과별 수요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화된 커리큘럼을 자동 생성한다. 추천 과목은 드래그앤 드롭 방식으로 배치할 수 있으며 학점과 이수 요건은 실시간 반영된다.둘째, 모듈 단위의 전공 설계 기능이다. 심화전공, 복수전공, 융합·연계전공, 마이크로디그리 등이 모듈(unit) 단위로 구조화돼 있다. 각 전공 조합의 연계성과 선수과목 요건 등을 AI가 자동 계산해 최적의 조합을 제안한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능도 포함됐다.셋째, 비교과 프로그램과 진로 정보 제공이다. 교내 비교과 활동, 자격증 과정, 산학 협력 프로그램 등을 학생의 역량 격차에 따라 추천한다. 졸업생 진로 흐름 및 직무별 필요 역량을 시각화해 학습과 진로의 연결성도 강화했다. 설계된 학업 계획은 담당 교수와의 상담을 통해 구체화된다.삼육대는 이달 말까지 수호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자유전공학부를 시작으로 전 학부생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AI 전공 코칭, 학습 위험 예측, 비교과 신청 자동화 기능 등을 포함한 차세대 학습관리시스템(LMS)으로 확대 개발할 방침이다● ‘PBL·XR·하이플렉스’ 첨단 강의실 구축삼육대는 자유전공학부 중심의 첨단 강의실을 구축했다. 기존 강의실을 리모델링하고 최첨단 기자재를 도입해 몰입형 수업 환경을 마련하는 등 교육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다니엘관 107호에 새롭게 구축된 ‘PBL(Project-Based Learning) 강의실’은 팀 기반 활동과 토론형 수업에 최적화됐다. B101호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XR 스튜디오’로, 다양한 전공 분야의 실감형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 B102호는 ‘PBL 스튜디오’로 탈바꿈했다. 온라인·실시간·대면 강의를 자유롭게 병행할 수 있는 하이플렉스(HyFlex) 강의실이다. 학생들의 학습 방식 선택권을 확장하고 자기주도 학습을 지원한다. 모든 강의실에는 고해상도 전자칠판, 컴팩트형 전자교탁 연계 시스템, 강의 화면 녹화 기능이 탑재됐다. 일반 강의는 물론, PBL, 하이플렉스 수업 등 다양한 수업 방식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특히 협업형 책상과 자유로운 좌석 배치를 적용해 학생 주도형 토론과 발표 수업이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공간 설계는 전공 간 경계를 허물고 창의적 사고를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이승원 삼육대 교육혁신원장 겸 SU-PREME 센터장은 “이번 첨단 강의실 구축을 계기로 창의성과 융합 역량을 극대화하는 수업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앞으로도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 인프라를 계속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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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신여대, 세계 학생들이 찾는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

    성신여대(총장 이성근)는 중장기 발전계획인 ‘성신비전 2035’을 수립하고 주요 전략 방향의 하나인 글로벌·대외협력 강화를 집중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성신여대는 글로벌 브랜드 강화, 국제교육 기반 구축, 글로벌 교류·협력 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세부 전략 과제로 삼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제학부가 대표 사례다. 순수 외국인 유학생(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자)만이 입학 대상이다. 국제학부는 글로벌한국학전공(한국어교육트랙, K컬처 앤 엔터트랙)과 뷰티·패션디자인전공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어교육트랙을 제외한 모든 전공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한다. 2025년 첫 신입생으로 18명을 선발한 데 이어 2학기 신입생을 모집 중에 있다.재학생의 해외 파견과 국제학생 유치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돈암 수정캠퍼스에 2025학년도 1학기 기준 어학연수 553명, 학부 337명, 대학원 212명 등 총 42개국 및 지역의 1102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국제학생의 국적도 몽골과 중국, 베트남, 일본, 프랑스, 터키, 독일, 영국, 러시아, 멕시코 등 다양하다. 성신여대 재학생들의 해외대학으로의 파견 비율도 높다. 2024년 정보공시 기준 신입생 충원율 입학자수 대비 외국대학과의 학점교류 현황 파견인원수 비율이 21.2%로, 전국 대학 중 10위, 서울 소재 대학 중 6위에 해당한다. 지난 2024년 총 512명의 학생을 해외로 파견하며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기회를 제공한 성신여대는 올 2025학년도 1학기에만 128명의 학생을 해외 교류대학에 파견했다. 방학에도 3자간 교류 프로그램인 ‘한중일 아시아여성리더십 프로그램’, ‘한-아세안 인재양성 및 문화교류 프로그램’과 장학 연수 프로그램 등으로 학생 129명을 파견할 예정이다. 성신여대는 현재 총 4개의 한중 합작전공도 운영하고 있다. 한중 합작 전공 사업은 중국 교육부가 해외 대학의 선진 커리큘럼과 교수법을 도입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다. 성신여대는지난 2012년부터 하북과기대학교 의류산업학과 패션디자인전공, 산동청년정치대학교 뷰티산업학과 메이크업디자인전공을 운영해왔다. 2021년에는 절강방직복장직업기술대학 뷰티산업학과 메이크업디자인전공, 2025년 5월에는 하북전매대학교 성악과 음악공연전공이 추가로 승인을 받아 가을학기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 한중 합작 전공의 최대 재학생 규모는 1180명으로 늘었다. 이런 국제화 노력은 국내 정부기관의 인정을 받아 교육부 정부초청장학(GKS) 사업 전 영역인 외국인장학생 학위과정, 외국인우수교환학생 지원사업, 한일공동고등교육유학생 교류사업, 한일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모두 사업자로 선정됐다.2025년 1학기 현재 21개국 40명의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들이 성신여대 캠퍼스에서 수학 중이며 교육부 시행 ‘교육국제화 역량 인증제(IEQAS, International Education Quality Assurance System) 평가’에서도 ‘우수인증대학’에 선정돼 11년 연속 최고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로 성신학원 창립 89주년 및 개교 60주년을 맞이해 글로벌 역량 강화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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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일우중 ‘고흥’감래[여행스케치]

    20년 전 김훈 작가가 지인이 자그마한 집을 짓고 있는 전남 고흥군 바닷가를 찾았다. 바다를 등지고서 집을 보곤 “개집이구먼” 하던 김 작가가 돌아서 바다를 향했다. 이내 그가 말했다고 한다. “절경이다.” 기자가 고흥으로 향한 이달 15일, 봄비답지 않게 거센 비가 쉼 없이 내렸다. 어둡게 가라앉은 하늘 아래 둔탁한 빗방울들을 받아 끓며 넘치는 바다는 그 절경을 허락할까.● ‘섬이 산이고, 바다가 하늘이더라’ 쑥섬은 로켓 발사로 유명한 섬 외나로도에서 배로 2분 거리에 있다. ‘쑥 애(艾)’ 자를 써서 애도라고도 부르는데, 쑥이 많아서가 아니라 질 좋은 쑥이 나서 그렇다. 나로도여객연안터미널에서 우비에 우산까지 쓰고 12인승 배에 올랐다. 며칠 전 배가 증편돼 이제 두 척이 오간다. 나로도가 삼치를 주로 잡는 안강망(鮟鱇網·긴 주머니 모양 통그물) 어업으로 흥청대던 1970년대까지 쑥섬은 고흥에서 제일 부자마을이었다고 한다. 현재 12명밖에 살지 않지만 많을 때는 500여 명이 살았고, 대부분 가구가 안강망 배를 보유했다. 외지에서 배 타러 온 사람들이 많아 셋방이 없을 정도였다.(‘섬문화 답사기-여수 고흥 편’, 김준 지음, 보누스, 2012)지금 그곳으로 향하는 까닭은 쑥섬에 정원이 있어서다. 나로도에 사는 중학교 교사 남편과 약사 아내가 약 20년 전, 노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 머리를 맞댄 결론이 정원이었다. 그때부터 칡넝쿨 얽힌 땅을 조금씩 사서 개간해 꽃나무를 심었다. 2016년 전남 민간정원 1호로 개방했다. 뱃삯에 정원 입장료 6000원을 받는다. 처음에는 ‘양심통’만 놓아뒀다고 한다.그 ‘별 정원’은 쑥섬이 머리에 이고 있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어둡다. 대나무와 푸조나무와 육박나무와 돈나무 등이 간섭 없이 자라 하늘을 가린 데에다 비까지 내리니…. 맑았어도 그 길은 난대(暖帶) 원시림 틈에서 빛과 바다를 찾는 길이었을 게다. 긴 세월 자유롭게 뻗고 용틀임한 가지와 옹이들은 말(馬)을, 코알라를, 사람 형상을 지어냈다. 해발 83m, 구불구불 약 900m 길. 깊지 않은 산속이 장맛비를 연상케 하는 습기에 더 어둑어둑하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빛이 흐린 사선을 그으며 발치에 떨어진다. 풀죽은 사람을 격려하려는 것인지 짧은 탄성을 발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다. 흐린 빛이 온몸에 와닿고 시야가 트인다. 깎아지르며 바다로 떨어지는 절벽에 사람 얼굴 바위들이 보이고 그 밑 해변에는 인어가 누워 있는 듯하다.‘젖은 숲이 뿜어내는 젖은 향기’를 맡으며 다다른 정원은 별세계(別世界)다. 우산 아래 빙 둘러보니 색색의 꽃들 저 너머로 연회색 빛이 바다와 하늘을 하나로 만든다. 섬이 곧 산이 되고 바다는 곧 하늘이 된다. 6월 어느 맑은 날, 수국이 색의 향연을 펼칠 때 다시 찾으리라 생각하며 길을 내려온다.● 삶을 품은 갯벌 전남 장흥 출신 한승원 작가는 남도의 섬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전남은 머리에 해당하고 그 남쪽 섬들은 한반도 머리카락에 해당한다. 머리에는 영혼이 들어 있는 뇌가 있는데, 뇌를 보호하는 머리카락은 하늘의 오묘한 뜻을 감지하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섬문화 답사기-여수 고흥 편’) 쑥섬이 헤아린 천심(天心)은 무엇이었을까. 보성 장흥 완도까지 품고 있는 득량만(得糧灣) 가장 안쪽에 있는 우도로 향한다. 물이 빠져 바다가 속살을 드러내면 뭍에서 우도까지 약 1.3km 되는 길이 열린다. 하루 두 번, 대여섯 시간씩이니 하루의 반은 육지, 반은 섬이다. 길은 오래전 사람들이 10년 넘게 몽돌을 깔아 만들었다. 40여 년 전 시멘트 포장을 해서 차도 다닐 수 있다. 그전에는 미끄러져 넘어지는 일도 많았다. 차를 타고 그 길을 달린다. 양옆은 굴, 꼬막, 바지락, 게가 천지인 너른 갯벌이다. 우도로 오기 전 잠시 들렸던 바닷가 카페 앞도 개펄이 드러났다. 비가 쏟아지는데도 아낙네 서너 명이 ‘뻘배’를 타고 참꼬막을 캤다. 참꼬막은 예부터 이웃 벌교로 가서 팔린다. ‘벌교 꼬막’ 상당수가 ‘고흥 꼬막’이다. 뻘은 갯벌이다. 널배라고도 하는 뻘배는 길이 2m, 폭 45cm 정도로 앞부분을 45도 안팎 구부린 널빤지다.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에 따르면 뻘배를 타지 못하면 사람 구실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고흥 남열해돋이해수욕장 등의 서핑 인구가 적지 않다. 노고의 정도를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뻘배는 ‘갯벌 서핑보드’처럼도 보인다. 우도 포구에는 물이 차기를 기다리는 배들이 여러 척 묶여 있다. 물이 들이차면 자망(刺網)을 실은 배들은 홋줄을 풀고 만선을 꿈꾸며 득량만으로 나아갈 터다.김 작가는 뭍과 섬을 잇는 노둣길을 두고 ‘물이 차오르면 징검다리는 잠기지만 그 물 밑에 다리는 있다’고 했다.(‘자전거 여행’, 김훈 지음, 문학동네, 2014) 그런데 지난해 진짜 다리가 육지와 우도 사이에 놓였다. 해상 4∼5m 높이로 폭 약 1.5m인 철제 다리다. 무지개색으로 난간을 칠해 ‘레인보우교’라고 한다. 유유자적 이 다리를 건너 보고 싶다. 물이 빠지거나 들어올 때라면 더 좋겠다. ‘고여서 썩을 틈 없이 생동하는 바다’의 진면목을 알 것 같다. 문득 생각이 든다. 물이 빠져야만 육지와 ‘소통하던’ 섬은 항상 뭍과 이어주는 이 다리를 마음에 들어 하려나. 다리에 올라 주위를 둘러봤다.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수평선이 무색할 만큼 갯벌과 하늘이 진회색으로 하나다. 우도가 전하는 하늘의 신묘한 뜻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무서운 비’를 이겨낸 정원 고흥 땅의 40%가량은 간척지다. 인구는 늘고 식량은 부족하던 1960, 70년대 물을 막아 땅을 넓혔다. 대부분 농지가 된 틈바구니에서 생겨난 정원이 ‘금세기정원’이다. 경남 마산 출신 김세기 전 죽암농장 창업주가 1966∼1977년 삽과 리어카로 바다를 메워 912ha 땅으로 바꿔 놨다. 공사비가 떨어지면 일본 탄광에서 한동안 일해 돈을 모았다고 한다.소 키우는 축사를 가리려고 그 주변에 나무들을 심은 것이 시초다. 현재 약 148만 ㎡(약 45만 평) 규모 농장에서 금세기정원은 약 5만3000㎡(약 1만6000평)를 차지한다. 전남 22개 정원 중 가장 크다. 메타세쿼이아, 배롱나무, 석류나무, 동백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 종려나무를 비롯한 수목 46종과 국화, 연꽃, 장미, 과꽃, 백일홍, 상사화, 수국 같은 화초 77종이 자란다. 한반도 모양 연못이 있는 수변공원도 볼만하다. 연못 중간 놓인 파란 난간의 다리를 ‘38선 다리’라고 부른다.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난 판문점 도보다리가 떠오른다. 김 전 회장을 기리는 전시관 한쪽 벽에 ‘아, 무서운 비 푸른들’이라고 그의 자필 문장을 확대해 써 놨다. 폭우가 내려 작업이 한순간 허사로 돌아가던 쓰린 기억과 그 고난을 이겨내고 일군 농지를 바라보는 기쁨을 표현한 것이다. 고진감래는 이럴 때 쓰는 말이겠다. 고흥을 떠나는 날 아침, 하룻밤 묵은 펜션에서 문어잡이 통발을 바다에 던졌다. 내나로도 바닷가에 면한 이 펜션은 앞바다에 점점이 드러난 섬들 풍경이 유명하다. 이틀째 내리던 비가 잠시 숨죽인 틈을 타 해변으로 갔다. 통발에는 양파망에 든 고등어 조각을 미끼로 넣었다. 결과는 하루 정도 기다려야 한다. 이튿날 서울에서 통발 사진을 전송받았다. 문어는 없고 작은 물고기만 들어 있다. 방생한다고 했다. 비가 와서 민물이 늘면 문어는 거처를 바다 쪽으로 옮긴다니 아마 그래서 그런가 보다. 문어는 무척추동물 중 가장 지능이 높다. 순간의 기분에 장난처럼 잡을 생명이란 본디 없는 법이다. 왠지 즐거워졌다.글·사진 고흥=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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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부모의 세계는 죽었어” [후벼파는 한마디]

    내 부모의 세계는 죽었어.‘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열린책들, 2025사무실 밖 서울 청계광장, 모 정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출정식을 벌인다. 후보가 연단에 오르기 전, 가사를 홍보 문구로 바꾼 가요 ‘남행열차’ ‘아파트’ ‘질풍가도’가 어지럽게 흐른다. 남행열차, 아파트는 40년 넘은 곡이다. 그나마 ‘최근’ 노래가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가 질풍가도다. 20년 됐다. 선거 유세 방식은 절차적 민주화 과정에서 치른 38년 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과 주변에서 연일 치러지는 크고 작은 다양한 노조 집회나 서울 세종대로 몇 개 차로를 점거하고 벌이는 양대 노총 시위도 마찬가지다. 35년 전 대학에 들어갔을 때 들었거나 불렀던 노동가요가 그대로 흘러나온다. 탑차를 개조해서 만든 무대에 오른 진행자나 초청 인사의 구호 외치는 방법과 연설의 톤도 똑같다. 참가자들은 진지한 목적이 있겠지만, 피식 헛웃음이 나온다.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느니 하는 철학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느 단편소설 등장인물이 한 ‘생각이나 마음은 행동거지로 표현된다’는 취지의 말에 동의한다.(‘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고정아 옮김, 현대문학, 2014) 대한민국의 삶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아이폰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2010년부터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세계 질서는 미증유의 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처럼 급격하게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삶의 양태를 담아낼 개념조차 못 만들고 있다.정치인들이 세상을 보는 프레임은 여전히 과거에 매여 있다. 백년대계가 절실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나라를 이끌겠다는 사람들의 공식 선거운동 첫 일성(一聲)이 “내란을 종식시키겠다”거나 “가짜 진보를 찢어 버리겠다”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에 불과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터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관련 공약도 주먹구구식 숫자 앞세우기에 그친다는 느낌이다.대선 일정이 급작스레 당겨져 준비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치인들의 제한된 시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내다보는 시간은 길어야 대통령 레임덕이 시작된다는 임기 4년 차 전까지고 짧으면 다음 달 3일이다. 바라보는 공간은 헌법이 정한 대한민국 강역조차 아닌 휴전선 남쪽뿐이다. 닫힌 시공간에서 진보와 보수의 이념은 사라지고 카르텔의 이해관계만 남는다. 추구하는 가치가 사문화한 강령에나 존재하는 정당은 BTS나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 KIA 타이거즈나 LG 트윈스 같은 프로 구단과 진배없이 팬덤을 좇는다.내가 생각하는 제국의 조건 중 하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 나라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일이 K팝 아이돌 공연장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온 팬들이 한국어로 소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수십 개 국가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아이돌 댄스를 커버한다. 우리 ‘몸짓 언어’를 따라 해 유튜브에 올린다. 이 같은 일은 대중문화에서일 뿐 다른 영역에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우리는 제국을 꿈꿀 수는 없는 것일까. 그 꿈은 시공간의 한계를 더욱 넓히는 데서 시작할 것이다.“내 부모는 늙었다고.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야. 그들은 다른 세상 사람들이지. … 내 부모의 세계는 죽었어. 넌 좀비를 무서워하지만 네가 무서워해야 할 건 바로 그 세계라고. 그 세계는 죽었는데도 여전히 움직이거든. 누구도 그것을 보고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바로 그런 까닭에 그건 위험한 세계야. 그 세계는 저절로 무너져.”(‘그녀를 지키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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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창, 봄이 익었나 봄[여행스케치]

    지난달 초 버스를 타고 전북 순창군으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창밖을 보니 하늘이 뿌옜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여기까지 미치나 보다, 했다. 다만 대도시에서 보는 미세먼지 잔뜩 찬 대기와 달리 어딘가 물기를 머금은 듯 보였다. 이튿날 눈을 떠 언덕에 자리한 숙소 밖으로 나가 둘러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온의 수분이 피부로 조금씩 느껴지는 먼지 무리가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전북 14개 시군 가운데 최남단인 이곳 순창도 환경오염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나 했는데… 아니었다. 안개였다. 순창은 연중 안개 낀 날이 77일에 이르는 안개도시다. 바다와는 거리가 멀어도 눈비가 많다. 10∼11월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마을 자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소설가 김승옥에게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 놓는 입김과’ 같아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하지만 순창에서 안개는 녹진하게 봄을 익히고 있었다. 아니, 봄이 안개 속에서 익고 있었다.● 신록 무르익다 지난달 말 순창을 다시 찾았다. ‘호남의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리는 강천산(剛泉山)으로 향했다. 약 4주 전 왔을 때는 산어귀까지 이어지는 계곡 주변 개나리와 진달래가 잠시 피어 있을 뿐, 새순이 막 돋아나려 땅에서, 나무에서 용틀임할 때여서인지 높다란 메타세쿼이아들도 나목(裸木)에 가까웠다.그러나 ‘고작’ 20여 일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강천산 군립공원(강천산은 우리나라 최초로 군·郡에서 지정하고 관리하는 공원이다) 매표소에서 50여 m 걸었을까. ‘터널’이 시작됐다. 푸름의 터널이다. 나무도, 바위도, 계곡물 위로 얼굴을 살짝 드러낸 돌들도 푸르다. 저 높은 데서 활짝 기지개를 핀 활엽수 잎들 틈바구니로 하늘의 파랑이 언뜻언뜻하다. 터널을 거니는 사람들도 푸르고, 그들의 그림자도 푸르다. 푸름의 세례를 받으며 산속으로 걸음을 옮기면 크고 작은 폭포를 만난다. 병풍폭포 천우폭포 구장군폭포…. 병풍폭포는 병풍같이 펼쳐진 높이 약 25m, 넓이 약 30m 절벽 위에서 쏟아져 내린다. 푸른 나무들 사이로 떨어져 바위에 튀기는 물방울들마저 푸르다. ‘폭포 주위로 날아다니는 물방울처럼 살 수는 없었을까/쏟아지는 힘을 비켜 갈 때 방울을 떠 있게 하는 무지개’(황지우, ‘등우량선 1’에서) 마침맞게 폭포 앞에 무지개를 볼 수 있는 벤치가 있다. 몇 분 앉아 봤지만 무지개 일곱 색도 푸름에 가렸나 보다. 강천사(剛泉寺)를 지나 1km쯤 완만한 오르막을 걸으면 구장군폭포가 나온다. 병풍폭포보다 더 높은 곳에서 하얀 두 물줄기가 30m 아래 짙고도 푸른 호수로 낙하한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잘 담고 싶은데 의욕만 앞선다. 호수 맞은편 정자에도 올라가 보고, 호숫가 벤치에 드러누워도 보면서 앵글을 이리저리 맞추는데 끝내 셔터만 어지럽게 누르다 무람해진다. 그때 산 중턱 토굴이 보인다. 저기라면 폭포가 한눈에 들어올 것만 같다. 200여 계단을 올라 수좌굴(首座窟)에 이르니 시야가 확 트인다. 이런…, 나뭇잎의 풍성한 푸르름이 수직에 가까운 두 가닥 흰 선을 가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폭포들이 인공이라는 것. 알아채기 쉽지 않다.푸름의 터널을 잠시 벗어나려면 구름다리에 서 보는 것도 좋다. 구장문폭포에서 온 길을 되짚어 100m쯤 가면 현수교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숨을 몰아쉬며 오르면 산과 하늘의 푸름을 가로질러 주황 쇠 다리가 30m가량 뻗어 있다. 폭 1m 상판은 봄바람에 혼자 걸어도 약간 출렁인다. 다리 중간에서 보는 경치는 작은 두려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순창 사람들은 이웃한 정읍시가 끼고 있는 내장산이 부럽지 않다. 가을 강천산은 내장산 단풍 뺨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좋다는 소문이 퍼져 타지에서 오는 단풍 관광객이 오히려 야속할 지경이다. 하지만 신록(新祿) 무르익은 강천산이 가을 단풍에 질쏘냐, 싶다. 내려오다 송음교(松蔭橋)를 지난다. 난간 기둥 모양이 새끼줄로 엮은 메주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순창에서 봄에 익는 것이 산만은 아닐 터다.● 장(醬)이 익다, 술이 익는다 강천산에서 차를 타고 5∼6분 가면 아미산 자락이 나온다. 그곳 36만여 ㎡(약 11만 평) 터에 순창발효테마파크와 순창고추장민속마을이 있다. 순창 하면 고추장이다. 고추장에 순창이 가릴 정도다. 순창군이 2021년 테마파크를 열 때 이름에 고추장이 아닌 발효라는 말을 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고추장의 고장이 아니라 발효의 고장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얘기다. ‘순창고추장’이라는 말은 1740년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는 ‘소문사설(謏聞事說)’이라는 책에 ‘淳昌苦草醬造法(순창고초장조법)’이라고 처음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순창이 전북 순창을 특정하는 것은 아니고 ‘순창 조 씨’ 가문을 일컫는다는 해석이 있다.(‘조선의 미식가들’, 주영하 지음, 휴머니스트, 2019) 조선 시대 영조가 즐겨 먹은 고추장이 순창 조 씨 제법(製法)을 따랐을 확률이 높다는 데서 유추되는 얘기다. 지역 특산물로 순창고추장이 처음 나온 것은 1815년 ‘규합총서(閨閤叢書)’라는 책에서다.(‘한국인의 장(醬)’, 한복려 한복진 지음, 교문사, 2013) 고추장은 먼저 콩을 쑤어 메주를 빚는다. 메주는 어른 주먹만 한 크기로 둥글납작하게 빚어 도넛처럼 가운데 구멍을 낸다. 구멍떡 또는 떡메주라고 부른다. 간장 담글 때 쓰는 메주는 콩메주다. 떡메주를 한 달 정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매달아 띄운다. 잘 띄운 메주를 빻은 가루에 멥쌀가루를 6 대 4로 섞고 고춧가루 소금 엿기름 등을 넣어 버무린다. 그렇게 1년 이상 묵혀야(익혀야) 판매할 수 있단다. 고추장민속마을에는 고추장 장인들의 가게가 25곳 있다. 이곳 ‘순창장본가’ 식품명인(名人) 강순옥 씨(79) 장독대의 옹기 수백 개에서 고추장이 익어 간다. 하지만 장독 오래됐다고 고추장 맛이 좋은 건 아니라고 한다. 발효테마파크는 고추장을 비롯한 우리나라 발효 문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구성물들로 꾸며 놨다. 컴퓨터게임을 비롯한 각종 놀이와 퀴즈, 영상 등으로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순창에서 익는 것이 또한 장만은 아니다. 술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유네스코는 장(醬)담그기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당시 일본 사케(니혼슈·日本酒)도 함께 선정됐는데, 공통점은 바로 발효다. 최근 10여 년 국내 전통주 바람이 거세다. 이름 있는 술도가들이 전국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있다. 순창에는 막걸리 브랜드 ‘지란지교’가 있다. 시청 공무원 출신 임숙주 씨(69)가 부인 김수산나 씨(63), 아들 재현 씨와 함께 술을 빚는다. 임 씨 이름 ‘숙’은 ‘익을 熟’이고 ‘주’는 ‘술 酒’란다. 운명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100일간 발효시키는 전통적인 순창 백일주 방식을 고수하고, 젊은 아들은 캐모마일로 탁주를 빚고 무화과로 증류주를 만드는 등 최신 흐름을 접목시킨다. 담뿍 익은 산과 나무와 고추장과 술에 취한 듯, 젖은 듯 약간 굼떠진 발을 강천힐링스파 족욕기에 집어넣는다. 전극과 온천수 그리고 소금을 넣은 물이 발을 삼키자 물 색깔이 차츰 짙어지며 황록색으로 변한다. 발도 익는 것일까. 노곤하면서도 시원하다. 물을 빼자 발에 삶은 옥수수처럼 윤기가 어린다. 번잡하던 머릿속이 잠잠해진다. 순창에서 내 마음이 익어 간다.글·사진 순창=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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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국대, 학생 중심 교육환경 혁신 본격화

    건국대(총장 원종필)가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학생 중심의 미래 설계를 지원하기 위한 연속적인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건국대는 전공 탐색과 진로 설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참여형 박람회 ‘KU 어드벤처 전공탐험대’를 개최했다. 교육 성과와 진로 데이터를 통합 시각화한 ‘교육성과 관리 대시보드’ 를 개발하는 등 실질적인 정보 제공과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전공 및 진로 설계를 동시에 지원하는 체계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건국대 교육데이터분석센터(센터장 박수미)는 교육 데이터에 기반한 대학 혁신을 위해 교육 성과 데이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개발한 대시보드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공개했다. 이번 대시보드는 기존에 공문이나 책자형 보고서를 통해 제공되던 교육 성과 데이터를 온라인에서 누구나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한 통합 플랫폼이다. 기존 방식에 비해 접근성과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다.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정책 수립이나 프로그램 기획 등 학생들에게 실제 필요한 내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시보드는 △재학생·졸업생·산업체 대상의 ‘교육만족도 및 수요도 조사’ 결과 △교수자와 학습자의 인식 차이를 비교한 ‘대학 교수학습 및 혁신에 관한 조사’ △졸업생의 취·창업 현황을 NCS 기준 및 기업 유형별로 분류한 ‘졸업생 취창업 현황’ △각 단과대별 재학생의 핵심역량 변화 추이를 담은 ‘핵심역량진단(KUCCA)’ 결과 △자유전공학부 신입생의 관심 전공 현황 및 전공 탐색 과정 등 건국대의 교육 전반에 걸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담고 있다. 대화형 차트와 필터 기능을 탑재하는 등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구현해 누구나 직관적으로 데이터를 탐색하고 손쉽게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교육데이터분석센터 관계자는 “교육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한 유용한 도구”라며 “앞으로 학생이 중심이 되는 정책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건국대 교육 성과 대시보드는 교육데이터분석센터 홈페이지(https://ceri.konkuk.ac.kr)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학내 구성원 누구나 정책 설계 및 프로그램 기획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편, 건국대는 이달 초 캠퍼스 내 새천년관 실내외 공간에서 학생들이 직접 전공과 진로를 체험할 수 있는 축제형 박람회 ‘제1회 KU 어드벤처 전공탐험대’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행사는 설명회나 상담회 형식에서 벗어나 봄 캠퍼스의 야외 부스에서 전공 상담을 받고, 다양한 진로 체험 프로그램과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방향성을 설계하도록 기획됐다. 박람회는 △인문, 사회, 자연, 공학 등 다양한 계열 40여 개 전공별 상담 부스(전공상담존) △취·창업, 전문자격증, ROTC 등 진로 관련 상담 부스(미래설계존) △전공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체험 부스(체험존) △인생네컷, 퍼스널컬러, 푸드트럭 등 참여형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부스(이벤트존)으로 구성됐다. 자유전공학부 학생뿐 아니라 모든 재학생에게도 열린 행사로 기획됐다. 건국대는 2025학년도부터 △다전공·부전공 졸업에 필요한 최저 이수 학점 하향 조정 △자유전공학부 신규 도입 등으로 융합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학생들에게 전공 탐색과 진로 설계를 위한 실질적인 정보 제공과 경험의 장을 마련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융합혁신교육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관심 전공에 대해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고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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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50’ 직장인이 말하는 MBA 기준… 알토대 토크쇼에서 답을 찾다

    ● 기업 실무 리더들이 선택한 알토대 MBA 토크쇼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총장 문휘창)는 최근 서울 노보텔앰배서더 강남에서 알토대 MBA 과정 가을(9월)학기 입학 설명회인 ‘MBA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토크쇼에는 5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는 30∼50대 직장인 80여 명이 참석해 알토대 MBA 과정 졸업생 및 재학생 10인과 다양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질문은 ‘국내에 다양한 MBA 과정이 존재하는데 왜 알토대 MBA를 선택해야 하는가’였다. 이 과정만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답변에 나선 알토대 MBA 동문인 이석원 비오메리으 코리아 이사는 “저도 2022년 10월 지금과 같은 입학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들었다. 최종적으로 알토대 MBA를 선택한 데에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이 이사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하루만 수업이 있어 직장 생활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또 외국계 기업 재직자에게는 영어시험 면제 같은 간소한 입학 절차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교재비 등 추가 비용이 없다는 것도 다른 국내 MBA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약 2주간의 핀란드 현지 HRP 프로그램은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던 경험 중 하나였다”며 “해외에서 강의를 듣고 동기들과 교류하면서 배움 이상의 성장을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MBA 과정 입학 직후 이직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동기들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과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공동체적 분위기도 중요한 강점”이라고 밝혔다.서수영 AWS(아마존웹서비스코리아) 시니어 매니저는 실용적 관점에서 알토대 MBA를 선택했다고 밝혔다.“여러 학교를 비교하거나 설명회에 가지는 않았지만, 학위 취득의 필요성과 실무 환경에 가장 적합한 과정이 알토대 MBA여서 큰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있었어요.”서 시니어 매니저는 “20년 이상 실무 경력자로서 전문성을 뒷받침해 주는 석사학위 타이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알토대는 1년 6개월 내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집중형 과정이어서 효율성이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정한 강의 수준이 유지되면서도 비용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구조였다”고 했다.서 시니어 매니저는 특히 지원자의 연령대 등을 고려한 학습 환경도 인상 깊었다고 강조했다. “40대 중반에 입학했는데 연령대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으면 체력적으로나 학습 방식에서 부담이 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알토대 MBA는 구성원 연령대나 경력 수준이 적절하게 밸런스를 이루고 있었죠.” 이어 그는 “서로의 경험을 기반으로 토론과 논의가 이뤄지는 MBA 수업 특성상 커리어 수준이 비슷한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참석자들은 일부 영어로 이뤄지는 알토대 MBA 수업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드러냈다. 언어에 대한 부담감이나 적응 과정이 어땠는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양승진 LG사이언스파크 팀장은 “학기 중에는 나이가 많을수록 영어 강의가 다소 불편하게 느껴져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졸업하고 나니 오히려 전 과정이 영어로 진행됐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주길재 GS리테일 팀장은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어떻게 참여할지 팁을 공유했다.“저는 강의를 들을 때 번역기를 켜서 화면에 자동 번역되는 자막을 참고해 내용을 이해했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열띤 질의응답을 마무리하며 김지은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VP는 알토대 MBA 과정이 커리어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전했다.“안정적인 은행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며 커리어의 한계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MBA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산업 분야 동기들, 멘토 같은 동료 여성 학우들에게서 새로운 도전의 가능성과 동기를 얻게 됐습니다.”김 VP는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거나 현재 위치에서 성장이 멈췄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본 과정은 충분히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나 역시 이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변화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명확한 목적과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크쇼 후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석자 80% 이상이 적극적인 입학 의사를 밝혔다. 이번 토크쇼는 정보 전달을 넘어 예비 지원자들의 진지한 고민과 질문이 오간 의미 있는 장이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았다.● 주말 수업으로 만나는 세계 1% MBA 과정알토대 MBA는 국내에서 유럽 명문 핀란드 알토대 정규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복수 학위’ 과정이다. 한국에서 과정을 시작한 1995년 이래 국내에 4876명의 동문이 있을 만큼 동문 네트워크 규모가 상당하다.알토대는 2010년 핀란드 정부 주도로 수도 헬싱키를 대표하는 헬싱키 경제대와 공대, 그리고 예술디자인대를 통합해 출범한 혁신 대학이다. 경영 전문 저널 미국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 데이터 및 뉴스 서비스 기업 로이터가 꼽은 ‘전 세계 혁신 대학’에 들었으며, 지난해 세계 대학 랭킹 시스템(WURI) 선정 세계 혁신 대학 7위에 올랐다. 또한 타임즈 고등 교육(Times Higher Education) 2025 랭킹 국제적 전망 분야에서 51위에 올라 100위권 또는 그 이후 순위였던 국내 주요 대학들과 대비됐다.알토대 MBA는 9월 개강하는 가을학기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국내외 정규 대학 학사학위 취득자나 5년 이상 직장 경력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입학을 고민 중인 사람은 입학처를 통해 유선, 온라인, 또는 회사 근처 방문 상담을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원서접수 및 입학문의는 홈페이지와 전화로 하면 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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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대, 소외 지역 학생 교육 지원… 지역 동반성장 발판 찾다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며 지방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대들이 교육 소외와 같은 지역의 어려움을 풀어가며 지역 사회와의 동반성장을 꾀하고 있다. 춘천교대농산어촌 초등생 대상 역사캠프 운영춘천교대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총 5일 동안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캠프를 진행했다. 역사캠프는 강원도 춘천 서면의 금산초에서 진행됐다. 금산초는 총 학생수가 64명, 교원수가 14명에 불과한 농산어촌 학교다. 춘천교대는 강원도내 농산어촌 지역 초등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보고방학기간 중 놀이와 수업이 융합된 창의적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역사캠프를 기획했다. 역사캠프는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국립대학 육성사업’ 중 하나다. 캠프에는 춘천교대 재학생 38명, 금산초 학생 24명이 참여했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나는 누구일까요’,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독도는 우리땅’, ‘임금님 수라상’, ‘나는야 한석봉’ 등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총 16회의 수업이 진행됐다. 정규 교과 수업에서 경험할 수 없는 붓글씨 쓰기, 쌀강정 만들기, 연극 발표, 소고 만들기, 엽전 시장놀이, 도전 골든벨 등으로 수업이 꾸려져 호응을 얻었다. 역사캠프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캠프 이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학생들을 지도한 춘천교대 재학생은 5점 만점 중 4.58점을, 금산초 학생들은 5점 만점 중 4.48점을 줬다. 춘천교대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 지원으로 시작된 역사캠프에 대해 재학생, 초등생, 학부모들의 호응이 좋다. 주제를 넓혀 캠프 운영을 연 2회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번 캠프를 시작으로 지역 내 농산어촌 아이들의 교육강화를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국립 금오공대‘KIT 스마트 공학교실’ 열어국립 금오공대도 교육 환경 강화를 위해 나섰다. 지난해부터 경북 지역 중학생을 대상으로 ‘KIT(Kumoh National Institute of Technology) 스마트 공학교실’을 열고, 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을 위해서는 ‘과학키트 만들기’를 진행했다. 지역내 학생들에게 AI(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 핵심기술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지역 산업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취지다.총 2회에 걸쳐 진행된 ‘KIT 스마트 공학 교실’은 옥계동부중과 경산중에서 진행됐다. 국립 금오공대 재학생이 중학교에 방문해 전공과 진로를 소개하고 학생들과 함께 공학 기술을 체험했다. ‘과학키트 만들기’에는 경북 구미 내 25개 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됐고, 총 441명의 초등생이 참여했다. ‘KIT 스마트 공학교실’에는 868명의 중학생이 참여했고,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4.7점이었다. ‘KIT 스마트 공학교실’에 참여한 국립 금오공대의 한 재학생은 “중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학의 역할과 지역사회 연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며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 전공 학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립 금오공대 관계자는 “대학이 보유한 우수한 인적, 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해 지역 사회 발전을 지원하고, 성공 사례와 협력 모델을 타 지자체, 대학들과 공유해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경상국립대범죄예방 환경설계 모색안전한 지역 사회 만들기 나서지역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려고 나선 대학도 있다. 경상국립대는 ‘범죄예방 환경설계’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대학-지역 동반성장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경상국립대 재학생 66명은 대학의 자원과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안전문제를 짚어보고, 교내 범죄예방디자인 연구정보센터와 협업해 프로젝트를 고도화했다. 진주경찰서와도 연계했다. 범죄 발생 데이터와 ‘범죄예방 환경설계’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이를 발판으로 2025년 경상남도 주민참여 예산 제안 사업에서 ‘생활안전형’ 공모 사업에도 참여했다. 공모에는 ‘대학-지역 동반성장 기획 프로젝트’ 아이디어 중 ‘꿈길’팀의 ‘대학가 범죄취약지역 예방을 위한 범죄예방 환경설계 디자인’과 ‘전국감성자랑팀’의 ‘안전한 골목을 위한 범죄예방 프로젝트’가 각각 제안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상국립대 학생은 “평소에는 인식 못했던 지역의 다양한 문제들을 직접 경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상국립대 관계자는 “지역 사회 소멸 위기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재학생들이 지역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지역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의미가 컸던 프로젝트였다”며 “지역 문제 해결과 동반성장은 국립대의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인교대지역 개방형 인문예술 프로그램 개최경인교대는 지역주민들에게 양질의 인문 예술 콘텐츠를 제공하고 문화예술 교육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차원으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24 오늘, 여기’를 진행했다. ‘2024 오늘, 여기’는 음악공연, 인문강연, 미술전시, 인문예술 융합 콘서트, 체험활동으로 구성됐다. 총 21회를 개최했는데, 5629명이 관람했다. 경인교대는 보다 양질의 인문예술 콘텐츠 개발을 위해 교내 전문인력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경기아트센터 등과 협업했다. 공연 및 강연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4.5점, 전시 및 체험 만족도는 4.6점이었다. 한 지역 주민은 “수준 높은 강연과 국악 연주를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미술전시를 관람한 경인교대 재학생은 “작품에 대한 시각을 넓혀주는 좋은 기회였다”고 전했다. 경인교대 관계자도 “지역주민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생애주기별 문화예술 교육 증진에 기여하고, 지역발전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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