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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은 서일대(총장 오선)는 ‘지덕배양 초지일관(知德培養 初志一貫)’의 교육 이념 아래 지와 덕을 겸비한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대표 전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서일대는 29개 학과의 전문학사 학위 과정과 19개 학과의 학사학위 전공 심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약 2500여 명의 신입생과 6000여 명의 재학생이 함께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전담학과인 글로벌AI융합학과를 신설했다. 4개국 1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도 서일대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다. 다양한 정부 및 지자체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경쟁력을 대내외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특히 ‘신 산업분야(AI 분야) 특화 선도 전문대학 지원사업 2.0’에 선정돼 급격한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게임융합학과는 AI와 게임 산업을 융합한 전문 기술인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첨단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 전공 간 융·복합적 사고 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론·실습·프로젝트를 통합한 ‘Exss Micro Module’ 교육 체계를 도입해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울러 ‘창업교육 혁신선도대학(SCOUT)’ 사업에도 선정돼 지역 기반의 창업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자체 및 지역 산업체와의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장 Mirror형 실험·실습실, 공유 주방 등 실무형 교육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산학 협력 기관 및 지역 공공기관과 공동으로 시설을 운영함으로써 실질적인 취·창업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최근 주목받는 챗GPT, OpenAI 등 신산업 분야 기술 습득을 위한 교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특강, 산업체 연수, 교수법 개발 등)을 운영하고,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 과정 및 융합능력 함양 코스를 적용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서일대는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 사업, 대학일자리 플러스사업 등 다양한 취·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돼 학생들에게 폭넓은 진로 탐색 기회와 실질적인 취업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혁신과 학생 지원 성과를 바탕으로 서일대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교육 인프라를 갖춘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결과 7년 연속 KS-SQI(한국서비스품질지수) 전문대학(서울) 부문 1위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서일대는 서울 중랑구의 유일한 고등교육기관으로 지역 앵커 기관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중랑구의회와 중랑구청, 지역 법률·경제·언론·의료계 관계자 및 전문가, 지역 주민 대표 등으로 구성된 지역사회협력자문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대학 총장과 중랑구청장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지역사회협력실무협의회’를 통해서도 다양한 지역 연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서일대·중랑구청 주차장 개방 협약’, ‘거리 정화 캠페인’, ‘홀몸 어르신 돌봄 활동’, ‘취약계층 대상 영양·안전·위생 교육’ 등 실질적인 지역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캠퍼스 환경개선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약 10억 원을 들여 배양관 PC실습실 리모델링과 호천관 서일메이커센터, 도서관 첨단강의실 2개실과 서일어울림라운지를 개소했다. 또 PC실습실 및 첨단강의실 6개실을 리모델링 하였고, 서일 공유 주방 실습실도 구축했다. 이어 기존 흥학관을 새롭게 정비해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시설을 신축했다. 2023학년도 4월에는 헬스장(서일 피트니스센터)을 열었다. 서일대는 2026학년도 정원 내 전형을 통해231명을 모집하며 이는 모집정원(2125명)의 10.87%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모집 기간은 12월 29일부터 2026년 1월14일까지다. 실기, 면접고사는 2026년 1월 24∼ 25일이며, 합격자는 2026년 1월30일에 발표할 예정이다. 실기/면접위주 전형으로 스포츠헬스케어학과,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만화웹툰학과를 모집한다. 그 외의 학과는 수능위주전형, 학생부위주전형으로 학생을 모집한다. 수능위주전형은 수능성적 100%로 선발하며 국어, 수학, 영어 3개 과목 중 우수과목 2개, 탐구영역 중 우수과목 1개 등 총 3개 과목의 백분위 성적을 반영한다. 학생부 위주 전형은 학생부성적 100%로 선발한다.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중 우수 2개 학기를 반영한다. 서일대는 지원 자격이 가능한 전형에 최대 2개 학과(전형)에 복수 지원이 가능하다. 단, 실기/면접학과 간 복수지원은 불가능하다. 이를 통해 본인이 유리한 전형으로 2개 학과를 지원하거나, 원하는 학과에 2가지 전형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일대 관계자는 “정시에는 선발 인원이 많은편이 아니지만 수시에서 이월되는 인원이 있다. 이를 홈페이지에서 잘 확인해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전국 특성화고등학교의 신입생 모집이 마무리되면서 직업계고 지원 흐름이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중학생 수 자체가 줄어드는 가운데, 직업계고 지원은 과거처럼 전반적 증가로 설명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단순히 지원자 수의 증감만으로 직업계고의 위상을 판단하기보다는 어떤 계열과 학교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진로 선택 기준이 ‘안정적 취업’에서 ‘관심 분야 체험과 적성 탐색’으로 이동하면서 직업계고 내부에서도 계열별 온도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 있는 특성화고가 많은 서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직업계고는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을 통해 71개교에서 1만 290명을 모집했다. 1만3055명이 지원해 충원율 95.5%를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여전히 높은 충원율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진로체험 프로그램 1408개, 입학설명회와 캠프 423회에 연인원 2만8463명이 참여하는 등 외형상 진로 안내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학교 현장과 교육청 차원에서 직업계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수치 이면의 흐름은 다르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제는 전체 충원율보다 지원이 어디로 몰렸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예능·체능, 방송·관광 등 콘텐츠·서비스 계열로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공업계 특성화고는 전반적으로 지원 감소를 겪고 있다. 제조업 고도화와 기술 인력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공업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공업계 직업 교육은 ‘산업적으로는 필요하지만 선택받기 어려운 분야’라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이는 직업계고 지원 흐름이 산업 구조 변화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공업계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용산철도고는 2년 연속 공업계 지원율 1위를 기록하며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일부 계열에서는 지원율이 2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공업계 하락이라는 큰 흐름과 뚜렷이 대비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공업계 안에서도 학교별 경쟁력 차이가 수치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용산철도고의 사례는 ‘왜 어떤 공업계 학교는 선택받고, 어떤 학교는 어려워지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현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홍보 효과로 보지 않는다. 철도라는 산업의 전망, 교육 과정과 직무의 명확한 연결, 실습 중심 교육에 대한 신뢰, 그리고 산학 협력의 지속성이 결합되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직업 교육’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진로 선택 과정에서 정보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해졌다는 점도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교육의 결과는 외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제1회 서울 직업계고 학생 로봇대회(SSRC)에서는 용산철도고를 중심으로 구성된 연합팀 ‘터틀리스’가 종합 1위, 또 다른 연합팀 ‘중간만’이 종합 3위에 입상했다. 철도·기계·제어 기반 교육을 바탕으로 다른 학교와 협력해 성과를 낸 사례다. 전공 중심 실습 교육이 문제 해결력과 융합 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학교 교육이 실제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직업계고 모집은 이제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라, 학교와 계열의 경쟁력이 수치로 드러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예능·방송·관광 계열로의 쏠림과 공업계 전반의 약세 속에서도 용산철도고가 2년 연속 기간산업 분야 지원율 1위를 기록한 사실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학생과 학부모는 더 이상 막연한 직업 교육이 아니라 산업과 교육의 연결이 설명되는 교육에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라면 조리기는 20여 년 전에 나왔지만 ‘한강라면’이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 이를 대중에게 더 친숙하게 만든 것이 전국 무인 라면점을 휩쓴 주방 가전업체 범일산업 하우스쿡 라면 조리기다. 독자적인 인덕션 코일 기술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K컬처라는 ‘날개’를 달았다. 한강라면이 한강을 벗어나게 만든 유레카 모멘트는 여기서 시작됐다.2014년 말이었다.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 범일산업 회의실에서 외부 자문역 컨설턴트와 연구팀원 몇 명, 그리고 신영석 대표(58)가 머리를 맞댔다. 범일산업은 주로 전기밥솥용 열판과 전자기유도가열(IH·인덕션 히팅) 코일을 일본 가전 대기업에 납품했다. 그런데 일본 측에서 인덕션 코일을 활용해 튀김기를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것이다. 부품뿐 아니라 완제품 생산의 기회였다. 튀김기 장단점 등을 논의하다 한 팀원이 말했다. “인덕션 코일 기술이 있으니 라면 조리기도 검토해 보면 어떨까요.” 신 대표 머릿속이 번쩍했다. ‘이거다’ 싶었다. 부친이 일군 회사를 이어받은 경영 2세는 사업을 더 성장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부품 산업의 한계를 느끼던 차였다. 완제품 생산이라는 어렴풋한 생각만 있었다. 그러려면 생소한 것은 할 수 없다. 갖고 있는 기술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라면 조리기는 매력적으로 보였다.● ‘한강라면’은 분위기였지만… 라면은 집 밖에서는 주로 분식집에서 가스불 솟구치는 화구에 끓이는 것이 상례다. 그걸 전열기로 끓여 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로 만든 것이 라면 조리기다. 업계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본다. 초기의 라면 조리기는 주로 하이라이트 전열기를 사용했다. 하이라이트는 전기를 넣으면 열선이 빨갛게 달궈지면서 가열되는 방식이다. 한 영세 업체에서 만들었는데 이후 다른 업체로 넘어가거나, 그 업체가 문을 닫는 등 곡절을 겪으며 내구성 같은 제품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열선 방식 조리기가 서울 한강공원 몇몇 매점에 ‘즉석 끓인 라면’이라는 이름으로 설치돼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한강공원 매점과 휴게소를 대체한 일부 편의점에 몇 개씩 들어가 있었다. 상품이라고 할 만한 품질은 아니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저렴했지만 잔고장이 많고, 조리기 표면이 뜨거워 화상을 입을 우려도 컸다. 끓어 넘친 라면 국물이 눌어붙으면 잘 닦이지 않아 위생상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전용 용기가 없어서 알루미늄박 그릇에 먹어야 했다. 결정적으로, 라면 맛이 그저 먹을 만했을 뿐 식당이나 집에서 끓여 먹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강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입소문이 난 것은 한강의 독특한 분위기 덕이었다. 한강은 조깅이나 산책하러 온다든지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거나 작은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맛보다는 강을 보며 라면을 먹는다는 분위기를 중시한다. 당연히 지금의 ‘한강라면’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의 대중성은 없었다. 다만 하이라이트에서 인덕션으로 조리기 방식이 전환되려는 조짐은 나타났다. 2015년에는 몇몇 조리기 업체가 범일산업에 인덕션 코일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신 대표는 라면 조리기 시장에 뛰어들어도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라면은 한국인 거의 누구나 즐겨 먹기에 시장의 지속 가능성이 컸고, 품질이나 기능이 떨어지는 기존 조리기를 기술로 뛰어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겠다고 직감했다. 조사해 보니 해외에는 라면 조리기라는 것이 아예 없었다. 라면도 라면이지만 전체적으로 음식을 다룬다고 하면 시장이 더 커질 것 같았다. 더욱이 대기업이 진입하기에는 규모가 작지만, 그렇다고 토대가 빈약한 중소기업이 뛰어들기에는 기술이나 자금이 부담스러운 시장이라는 점도 나쁘지 않았다. 신 대표는 기술에 자신이 있었다.● 물을 빨리 끓여 연속으로 조리하기1980년 신 대표 부친 신평균 회장이 세운 범일산업은 전기 가열(히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기술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가 벌어진 1998년 미쓰비시 산요 샤프 타이거 등 일본 6대 가전업체 가운데 4대 업체에 밥솥용 열판을 국내 최초로 수출했다. 이후 히팅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인덕션 코일을 개발해 국내 유명 밥솥 제조업체에 납품했고 일본에도 수출했다. 현재 대기업 인덕션 제품에도 들어간다. 신 대표가 자사 하우스쿡(Hauscook) 브랜드 라면 조리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물을 빨리 끓이는 기술이다. 음식은 무조건 센 불에 끓인다고 제맛이 나지는 않는다. 매운탕이 일정 시간을 끓여야 진국이 나오는 것처럼 라면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넉넉히 끓여야 라면 본연의 맛이 난다. 하우스쿡 조리기에서 물 끓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초. 다른 업체 것들은 대략 2분이다.“대부분 라면 조리기는 조리 시간을 3분 50초∼4분으로 설정합니다. 라면 맛을 제대로 내려면 이 시간 상당 부분을 조리에 써야 하는데, 물 끓이느라 반 이상 쓰고 나머지 시간에 조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면발의 쫄깃함이나 제 국물 맛이 나오지 않는 거죠.” 이 회사 인덕션 코일의 에너지 효율은 90% 이상이다. 반면 국내 여러 업체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인덕션 코일 효율은 70∼80%다. 같은 시간에 어느 것이 더 빨리 끓을지는 여기서 일단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빨리만 끓여서도 충분하지 않다. 빨리, 오류 없이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내구성이 있어야 한다. 신 대표는 “조리기 내구성을 검증하기 위해 라면을 5만 개 넘게 끓여 본 것 같다. 조리기 한 대를 24시간 풀(full)로(쉬지 않고) 가동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조리 시간을 4분으로 할 때 조리기 한 대당 하루에 대략 360개 라면을 끓일 수 있다. 이렇게 연속 사용하면서도 단 한 차례도 오류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신 대표도 집에 가져가서 계속 테스트한 것은 물론이다. 1년여 연구개발 끝에 2016년 8월 첫 제품이 나오고, 이후 약 1년간 보완하고 2017년 본격적으로 시판에 돌입한 조리기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신 대표는 자신감이 넘친다. 다만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회사 연구팀원이 그동안 하지 않던 업무를 한다든지 여러 요인 때문에 그만두겠다고 한 적도 있다. 무엇보다 주변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기존 부품 생산과 판로가 안착한 상태에서 경험도 없는 완제품을 할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개발하다가 망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2018년 판로 개척을 위해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근처에 라면 조리기와 튀김기를 엮어 ‘라면에 빠지다’라는 매장을 열었을 때는 부친이 “왜 하지 않던 일을 하며 돈을 쓰느냐”면서 앓아눕기도 했다. 한참 설득해야만 했다. 품질과 기술로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고 믿는 조리기가 빛을 본 데에는 두 가지 외부 요인이 작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K컬처의 ‘힘’ 최근 국내 매출 상위권에 드는 김밥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전국의 무인 라면점을 자체 조사한 적이 있다고 한다. 좀 더 스마트한 매장을 쉽게 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증가 추세인 무인 라면점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 회사 관계자가 신 대표에게 “다녀 볼 수 있는 라면점은 다 둘러봤는데 설치된 조리기의 95%가 하우스쿡이더라”고 말했다. 라면 조리기를 본격 출시한 직후 국내외 바이어들과 상담해 보니 반응이 썩 좋았다. 판로가 쉽게 열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급격한 변화는 신 대표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에서 비롯됐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전과 후를 비교하면 극과 극입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자영업자나 바이어들이 라면 조리기에 관심은 있었지만 도입 여부를 고민했다면, 팬데믹 이후 경제 전반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틀로는 매출을 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조리기 판매가 급증했다. 무인 라면점도 마찬가지다. K팝 대유행에 힘입은 K푸드 약진과 높아지는 K컬처 위상도 한몫했다. 외국인 관광객 버킷리스트에 ‘한강에서 라면 먹기’가 빠지지 않고, 심야나 새벽에 무인 라면점에서 외국인이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이 유튜브에 넘쳐 났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화룡점정이었다. 물론 라면 조리기는 아직 충분히 대중화하지 않았다. 한국 인구의 5%가 알까 말까 할 정도다. 그러나 해외 라면 시장이 커지면서 조리기 시장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의 라면 수출 규모는 2015년부터 10년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지난해 10억2000만 달러(약 1조4500억 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1∼6월)에 7억3172만 달러(약 1조480억 원) 수출을 올려 1조 원을 일찌감치 넘었다. 하우스쿡은 미국을 비롯해 5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신 대표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우스쿡 조리기를 몇 대 설치한 미 텍사스주 한 식당에서는 하루 라면이 600그릇 팔린다고 한다. 고객도 백인이나 중남미계 미국인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중국산 조리기가 나오고 있지만 내구성이 검증되지 않아 당분간 국산을 넘어서기는 어렵다고 신 대표는 본다. 다만 K푸드는 중시하지만 ‘K조리기’는 등한시하는 것 같아 속이 쓰리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한강라면 시식 행사했을 때 쓰인 조리기는 중국산이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라면만으로는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신 대표는 생각한다. 라면은 라면대로 계속 가되 다른 K푸드에도 활용하고 나아가서는 현지 음식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인천=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전남 고흥은 반도다. 그곳에서 태어난 화가 천경자(1924∼2015)는 말했다. 삼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사람 가슴을 못 견디게 설레게 했다고. 지난달 고흥반도 최남단 도화면의 제일 남쪽 섬 지죽도로 향하는 기자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뭍과 연결된 지죽대교(지호대교)로 가지 않고, 어렵게 얻어 탄 뱃머리에서 바람을 가르며 가는 길이어서 더욱 그랬다. 녹동항에서 떠난 지 30여 분 지났을까. 좌현 쪽 김 양식장 너머로 보였다. 울산바위가.● 늠름하면서도 단아하다 물론 그럴 리 없다. 설악산 울산바위가 수천만 년 만에 다시 발걸음을 남쪽으로 내디뎠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눈앞에 드러난 것은 최고 높이 100m, 넓이 200m 남짓한 거대한 암벽이다. 하나의 큰 바위처럼 보이는데 다시 보니 커다란 암석 덩어리 네댓 개가 어깨를 겯고 앉아 있는 듯하다. 드러난 부분만 그렇다. 바다 위 10∼20m의 해안단구, 그 위로 약 80m 높이의 곰솔과 굴참나무 숲 지대까지 합치면 위아래 길이 200m 남짓한 암벽이다. 나무들은 바위 위에 쌓인 흙에서 자랐을 터다. 웅장한 화강암 봉우리 6개로 이뤄진 울산바위가 바다 위로 솟았다 할 만도 하지 않겠는가. 암벽은 회백색과 베이지색이 섞인 빛깔을 띤다. 카메라를 줌인해서 들여다보니 단순한 바위가 아니다. 주상절리다. 제주도 중문 해안에서 보는 주상절리처럼 검은색을 띠지는 않는다. 현무암이 아니라 화산재 같은 화산 분출 물질이 퇴적해 생긴 응회암이어서다. 네댓 개 응회암 봉우리마다 각이 넷 이상 진 돌기둥 수십 개가 다발을 이루고 서 있다. 길이가 서로 다른 대나무 십여 개를 둥글게 이어 붙여 소리를 내는 전통 관악기 생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터다. 다만 그 대나무 원 안에 대나무를 촘촘히 채워 넣은 형상이다.지죽도에서 가장 높은 태산(큰산)의 남서쪽 사면 금강죽봉(金剛竹峰)이다. 바다를 향해 거의 꼿꼿하게 떨어져 내리는 절벽이다. 봉분이나 완만히 이어지는 언덕 같은 섬들 사이에서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직립한 자세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같은 배에 탄 일행 누구도 탄성 하나 내뱉지 않는다. 숨을 죽인다. 침엽수 가득한 다른 섬들이 늦가을임에도 푸른 기운을 띨 때, 뼈처럼 견고한 빛을 내뿜는 금강죽봉은 저 멀리 북태평양으로 곧은 시선을 보낸다. 용모는 굳세지만 온유하며 자태는 늠름하면서도 단아하다. 황홀하게 멈춰 섰던 뱃머리를 동북 방향으로 돌린다. 왼쪽으로 지죽대교를 두고 지나 도화면 동남쪽 해안으로 다가간다. 육지 끄트머리 암석 언덕이 바다에 발을 담근 곳에서 기묘한 바위가 보인다. 활개바위다. 오랜 세월 바닷바람과 바닷물이 높이 15m 정도 되는 바위 한쪽에 폭 3m가량 구멍을 세로로 길게 뚫어 놨다. 흔히 석문이라고들 부르는데, 물에 몸을 반쯤 담근 거인이 한쪽 팔을 벌려 땅을 짚고 있는 모양새다. 활개바위라고 이름 붙인 연유는 좀 싱겁다. 1580년에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발포 수군진성(鎭城)에 수장인 만호로 와서 18개월 있었다. 훈련 중 장군이 내린 명령에 따라 깃발을 흔들어 수병들에게 알렸다고 한다. 이 바위 모양이 활개 치듯 휘날리는 깃발 같아서 그렇게 부른다는 게다. 글쎄다.● 이름에 값하는 유래 찾기 사실 금강죽봉이라는 이름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지죽도에 사람들이 마을을 이뤄 살기 시작한 것은 대략 400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금강죽봉이라 부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죽봉은 이해할 만하다. 금강죽봉을 잘 보면 어떤 봉우리는 단층선이 수평으로, 다른 봉우리는 사선으로, 두세 줄씩 나 있다. 결혼식 피로연에 등장하는 3층 케이크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그 단층선들이 멀리서 보면 대나무 마디로 보일 법하다. 어마어마한 대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기에 죽봉이다. 그러나 왜 ‘금강’이 붙었는지 똑떨어지는 설명이 없다. 금강산을 줄여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동해안 주상절리대(帶) 해금강 총석정 같다고도 한다. 그래서 금강이라는 얘기인데 다소 심심하다. ‘금강산에서 1만2000봉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남쪽 바다 죽봉이 황급히 가다 그만 시간이 지체돼 이곳에 머물렀다’ 같은 전설도 없다. 아쉽다. 이 아쉬움을 달래 보려고 나름대로 이름값에 걸맞은 유래를 생각해 봤다. 금강은 불교에서 벼락 또는 가장 단단한 것, 즉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가장 뛰어난 것이나 훌륭한 것을 비유하는 말로 자주 쓴다(‘한국불교문화포털 불교용어’). ‘금강신(身)’은 부처의 몸을 말한다. 언뜻 금강죽봉은 가부좌를 틀어 왼손은 무릎 위에 두고 오른손은 땅을 가리키는 석가세존의 용자(容姿)를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죽봉도 심상치 않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에 따르면 불교와 대나무는 인연이 깊다. 불교 최초의 절은 대나무숲 동산에 지은 죽림정사(竹林精舍)다. 대나무는 승려의 수행을 상징하는 죽비가 됐고, 고승들의 지팡이로 이용됐다. 금강죽봉 북동쪽 활개바위를 처음 봤을 때 직관적으로 떠오른 것은 코끼리였다. ‘거인의 한쪽 팔’은 영락없는 코끼리 코였다. 불교에서 코끼리는 위용과 덕을 나타낸다. 부처님을 오른쪽에서 모시는 보현보살은 자비를 상징하는데, 그는 흔히 코끼리를 타고 있다. 수행으로 본성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심우도(尋牛圖)에서 소는 ‘인간의 본래 자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금강죽봉이 있는 지죽도를 하늘에서 보면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인 와우형이다(‘한국의 섬: 강진군 고흥군 보성군 장흥군’, 이재언 지음, 이어도, 2021). 금강죽봉이 있어야 할 자리로는 더할 나위 없다.● 삼치, 유자, 천경자이튿날 오전 8시 나로도호 수협 위판장에서 경매가 시작됐다. 참돔, 병어, 붕장어, 붉바리, 갈치 등을 채운 나무상자들 사이에 삼치가 서너 마리 보인다. 새벽 조황이 별로였나 보다. 그러나 보통 식당 삼치구이에 나오는 삼치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길이가 1m에 육박하거나 훌쩍 넘기도 한다. 선착장에 정박한 삼치잡이 배는 다른 고깃배와 사뭇 다르다. 조타실 양쪽에 길이가 5m는 됨직한 대나무가 각각 서 있다. 어장에 도착하면 낚시가 줄줄이 달린 낚싯줄 십여 개를 각 대나무에 매달아 내리고 배를 달린다. 삼치들이 뒤쫓아와 낚시를 문단다. 이른바 채낚기 방식이다. 1970년대까지는 안강망이나 유자망을 사용했지만 그때는 삼치가 아주 많을 때였다. 한겨울이 제철인 삼치회를 처음 먹어 봤다. 아주 연해서 두툼하게 썬 살을 고흥 특유의 양념장에 찍어 묵은지와 함께 마른 김으로 싸 먹는다. 따뜻한 밥 한술과 같이 먹어도 별미다. 한겨울 삼치는 ‘지방이 오를 대로 올라 치즈 향까지 살짝 난다’는 사람도 있다.고흥은 5월에 우주항공축제, 11월에 유자 축제를 연다. 최근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나로도 나로우주센터와 국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유자가 고흥의 주축인 셈이다. 지난달 초 열린 유자 축제에서 눈길을 끈 건 행사장 몇 곳에서 유자와 함께 있는 크고 작은 우주비행사 인형이었다.그리고 천경자가 있다. 그의 가족은 광복을 즈음해 가산을 날린 부친 탓에 ‘북간도를 향하는 기분으로 고향을 버리고 광주로 갔다.’ 그의 ‘완전한 귀향’을 고흥은 바라고 있다. 지난해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연 데 이어, 올해도 그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63점을 프린팅해 ‘리마스터전’을 7일까지 연다. 고향 출신 생존 화가를 위해 미술관을 세운 어느 도시에 비하면 아직 생가도 복원하지 못했으니 갈 길이 좀 멀긴 하다. 그래도 그 이름에 값하는 결실을 기대한다.글·사진 고흥=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에 국립중앙박물관은 올 하반기(7∼12월) ‘글로벌 핫플’이 됐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미 작년 기준 세계 박물관·미술관 중 8번째로 많은 사람이 찾었던 곳이다. 이를 가능케 했던 변화의 기폭제 중 하나가 기존 유물 전시 문법을 뒤집은 ‘사유의 방’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변화의 유레카 모멘트는 바로 그 지점이다.그것은 어쩌면 도원결의였다. 1990년대 말 서울 용산가족공원에서는 대공사가 시작된 참이었다. 몇 년 뒤에 들어설 국립중앙박물관(이하 중박)을 짓는 일이었다. 분주히 터를 닦고 기초공사를 하는 현장에 중박 전시과 소속 30대 학예연구사 3인이 들락거렸다. 전시과는 건물이 세워지면 그 안을 어떤 유물들로 채울지 고민하는 부서다. 어느 날, 이 세 명이 새로운 중박에서 꼭 전시하고픈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 사람이 말했다. “광개토대왕비 탁본을 보여 주고 싶어.” 다른 사람이 말했다. “국내에 있는 금관 6개를 다 모아서 전시하고 싶군.” 마지막 사람이 말했다. “국보 금동반가사유상 2점을 한자리에 나란히 놓고 싶은데.” 20여 년 뒤 중박 관장이 되는 마지막 사람은 자신의 꿈을 잊지 않았다.● 난제를 마주하다그것은 난제였다. 신소연 중박 미래전략담당관실 학예연구사(현 전시과 학예연구관)가 그 말을 들은 것은 2020년 12월이었다. “금동반가사유상 2점만의 전시실을 만들어 봅시다.” 두 달 전 취임한 민병찬 관장의 취임 일성이나 마찬가지였다.각각 국보 제78호와 제83호인 금동반가사유상이 100여 년 전 세상에 다시 그 존재가 알려진 이래 함께 전시된 적은 세 번뿐이었다. 1986년 중박이 서울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건물로 옮겼을 때의 ‘이전 개관 전시’가 처음이었다. 현재 중박으로 오기 전 해인 2004년 고별 전시가 두 번째였고 2015년 ‘고대불교조각대전’이 마지막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평소에는 중박 3층 불교조각실의 반가사유상실 유리 진열대에 6개월~1년마다 두 점이 번갈아 가며 전시될 뿐이었다. 그런 두 국보가 사람들과 항상 만날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새로운 콘셉트가 필요했다.이현숙 디자이너(현 디자인팀 디자인전문경력관)에게 민 관장의 말은 “다 새롭게 해 보자”는 주문이었다. 유물과 받침대 배치부터 벽체 설치, 조명 등 전시장 공간 조성 전문가인 이 디자이너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전시장은 넓어야 한다’였다. 전시장이 넓어야 관람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해가 바뀌어 2021년 1월, 서울 서대문구 건축설계사무소 ‘원오원아키텍스’ 회의실. 최욱 건축가는 방금 맞은편에 앉은 민 관장이 밝힌 요청 사항을 속으로 곱씹었다. “두 불상을 동시에 전시하되 유리 진열장에는 넣지 않으며 불상 뒷면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뒷면을 볼 수 있다면 국보에 손이 닿는다는 얘기인데…. 어렵군.’ 문득 대학 시절 즐겨 찾던 소극장이 떠올랐다. 24m. 무대의 배우와 객석의 관객이 긴장감을 유지하는 최대 거리. 24m 이내에서라면 배우의 속눈썹이 떨리는 것까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거리를 벗어나면 배우의 동작은 연기가 아니라 활동에 그친다. 불상과 관람객 사이 긴장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거리가 필요했다.● 기존 공식을 벗어나다그것은 아름다운 결별이었다. 전시 공간은 2층에 마련됐다. 그동안 반가사유상을 보러 3층 불교조각실까지 올라가는 사람은 박물관 마니아를 빼고는 드물었다. 대표적인 유물 기증자 이름을 딴 기증실 2칸과 그 옆 영상 다목적 공간을 모두 텄다. 기존 반가사유상실보다 8배 커졌다. 이 디자이너의 ‘몰입할 수 있는 넓은 공간’과 최 건축가의 ‘긴장감이 유지되는 24m’를 모두 반영했다.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반가사유상의 가치, 본질,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젊은이가 더 많이 찾게 할 수 있을까. 해법은 박물관 전시 문법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전시실 이름부터 달라야 했다. 시대별, 유물별 명명법으론 부족했다. 반가사유상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찾아야 했다.반가사유상은 깨달을 충분한 자격과 능력이 있지만 중생 구제를 위해 해탈을 미루는 보살이다. 억만 겁 떨어진 도솔천에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올 미륵불이다. 그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가 어느 순간 깨달음의 미소를 짓는다. 생각하는 것, 곧 사유는 모든 종교를 떠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보편적인 가치다.그렇게 전시실 이름은 ‘사유의 방’이 됐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보내는 곳이어야 했다. 또 사유의 방은 당시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고립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치유와 공감이라는 메시지를 줘야 했다.사유의 방에는 반가사유상을 설명하는 판이나 오디오 해설 장비는커녕 전시품 이름과 지어진 연도 등을 알리는 간단한 명패도 없다. 정보와 지식 전달을 우선으로 하는 박물관 전시 전면에서 텍스트를 배제했다. “그 넓은 데에 불상만 달랑 두 점 놓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겠다고?” 같은 반응도 나왔지만, 신 연구관과 이 디자이너는 “오로지 그 안에서 반가사유상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고수했다.브랜딩 전문가, 청소년 연구자들과의 많은 워크숍과 트렌드 분석을 통해 MZ세대는 텍스트를 즐겨 읽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MZ세대는 오감을 통한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 체험, 느낌을 선호했다. 중요한 것은 반가사유상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사유의 방에서 자신만이 겪는 ‘무엇’이었다.● ‘몸의 건축’을 구현하다그것은 여행이었다. 그 무엇을 찾는 과정은 사유의 방 앞에 섰을 때부터 시작하도록 했다. 여기서부터 사유의 방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의 여정을 출발하는 것이다.사유의 방은 2층이지만 중박 출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자리한 실내 광장 으뜸홀에서 가까웠다. 빛과 외기가 바로 유입될 확률이 높았다. 이 디자이너는 사유의 방 구상을 처음 듣는 순간부터 터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슷하게 최 건축가도 복도를 생각했다. 주로 지하에 있던 소극장 입구를 향해 침침한 계단을 내려가며 눈이 어둠에 서서히 익숙해지듯, 불상에 맞춘 낮은 조도(照度)에 서서히 순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왼쪽으로 15m 정도 복도를 걸어가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빛을 찾아간다. 두 불상은 전시실 중앙에 있지 않다. 중앙은 권위적이다. 24m 앞 왼쪽에 놓인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이 보인다. 78호가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그렇다. 78호와 83호 두 불상은 일직선상에서 나란히 정면을 보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78호는 약간 틀어져 있다. 두 불상이 놓인 타원형 원반 모양 받침대도 살짝 그렇다. 두 불상이 바라보는 각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관람객은 두 불상의 정면을 동시에 바라볼 수 없다.그렇다면 보는 사람이 움직여야 보인다. 두 불상 주위를 탑돌이하듯 돌면서 봐야 한다. 때때로 멈춰서도 봐야 한다. 서양 건축이나 그림은 눈으로 보는 소실점이 중요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명작 ‘최후의 만찬’에서 보듯 소실점의 목표는 가운데 앉은 예수 그리스도로 명확하다. 그러나 사유의 방은 소실점이 흩어져 버린 공간이다. 최 건축가는 전시물에 집중하는 기존 전시장의 시각적 건축을 보는 사람의 ‘몸의 건축’으로 바꾸려고 했다. 일방적인 시각 체험이 아니라 온몸으로 오감을 다 써서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불상만이 아니다. 공간 자체가 그렇다. 전남 해남산 붉은 흙에 계피, 편백 등을 혼합해 바른 벽은 살짝 바깥으로 기울었다. 옛날 학교 복도처럼 널을 길게 이어 붙인 바닥도 1도의 경사가 있다. 그래서 전체 공간이 평행하지 않다. 그 물매가 사람을 천천히 걷게 한다. 불상에 다가갈수록 오르막이지만 걸을 때는 느껴지지 않는다. 불상 뒤에 서 보면 어느덧 올라온 느낌이 든다. 불상 앞에서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과 불상 뒷면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마주치지 않는다. 다시 구배를 의식하지 못한 채 걸어 내려온다. 입구에서 보는 풍경과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나가는 복도를 지나 밖으로 나간다. 천상계의 고요한 어둠에서 밝고 분주한 현실로 발을 내디딘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다그것은 아이러니였다. 애초 최 건축가는 사유의 방 천장을 매트로 막고 검은 숯을 칠해 빛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했다. 빛을 온전히 불상에만 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천장 소방 시설 때문에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불활성 가스를 활용한 소화 방식이어서 천장을 막아 공간 부피가 줄 경우 가동했을 때 자칫 폭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냥 두자니 노출 배관 인테리어처럼 돼 버려 볼썽사나울 수 있었다.고심 끝에 최 건축가가 내놓은 대안이 지름 2cm가량의 알루미늄 봉이었다. 검게 칠한 길이 1~2m짜리 알루미늄 봉 2만1000개를 촘촘히 박기로 했다. 길이에 따라 다른 부착 위치를 일일이 표시한 도면까지 그렸다. 반가사유상으로 갈수록 내리막이 되게 설계했다. 두 불상 바로 위에는 짧은 봉들을 궁륭처럼 박아 마치 하늘을 향해 뚫린 듯한 효과를 냈다.이 대안을 많은 관람객은 신기해하면서 큰 관심을 가졌다. 그저 진기해서만은 아니다. 알루미늄 봉의 잘린 은색 단면은 아주 미세하게 오돌토돌하다. 그 작은 홈들이 간접조명 빛을 잠시 머금었다가 뱉어낸다. 무언가를 염원하는 촛불 같기도 하고, 은하수를 이루는 별과도 같다. 최 건축가는 “천장이 빛을 흡수하지 못할 거면 미묘하게 스스로 빛을 반사하는 정도는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계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그는 빛에 많은 신경을 쏟았다. 두 불상을 받치고 있는 받침대가 특히 그렇다. 금속 받침대는 숯으로 칠했다. 그런데 이 받침대는 평평하지 않다. 두 중심을 향해 서서히 5cm가량 옴폭하게 들어가 있다. 최 건축가는 이 옴폭함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야만 받침대 테두리가 빛을 살짝 받아 두 불상이 더 존귀하게 살아난다고 봤다. 현실적인 존재가 아닌 미륵불이 추상적인 공간에 떠 있는 듯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알루미늄 봉 하나를 2인 1조로 천장에 붙이는 데에 2분이 걸렸다. 2만1000개를 모두 부착하려면 산술적으로만 쳐도 7000시간이었다. 이 때문에 당초 중박 개관일인 10월 28일에 사유의 방을 공개하려고 했지만 2주일 뒤인 11월 11일로 미뤄졌다.이 디자이너가 최 건축가와 가장 많이 논의한 것도 알루미늄 봉이었다. 하나라도 떨어져 국보를 손상해서는 안 됐다. 봉 부착 작업을 지휘하는 금속반장에게 이 디자이너가 말했다. “반장님 손자가 나중에 사유의 방에 와서 떨어진 봉에 맞아 다치면 안 되잖아요.” 무척 고된 일이었지만 사유의 방이 공개되던 날 금속반장을 비롯한 작업반원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진은 모두 사유의 방으로 바뀌어 있었다.● 흔들리는 것은 마음일 뿐그것은 기적 같았다. 공개 후 1년 만인 2022년 중박 조사 결과 사유의 방 관람객은 약 64만 명이었고 얼마 뒤 100만 명을 넘어섰다. 사유의 방을 보러 중박을 찾은 관람객 비율도 높아졌다. 연령대별 관람객 비중에서도 30대가 20.2%로 40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젊은이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박물관에 가니 반가사유상도 봐야지’가 아니라 ‘반가사유상을 보러 중박에 가야지’라는 브랜딩 목적이 실현되고 있었다.반가사유상의 반가(半跏)는 한 다리 무릎에 다른 다리를 올리고 그 위에 오른쪽 팔꿈치를 의지하고 손가락으로 턱을 괴는 자세다. 인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할 때 깊이 생각하는 자세다. 해탈할 자격과 능력이 충분히 되는 미륵보살도 우리처럼 고민한다. 그윽한 미소는 숙고하다 찰나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 미소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두 반가사유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흔들리는 것은 언제나 우리 마음이다. 두 불상 주위를 천천히 돌아보며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때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대학과 지역 간 경계 넘어 학생과 교수 공유2024년 출범한 첨단소재·나노융합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은 ‘대학융합 팀티칭’이라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형태의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단은 중앙대(주관대학)를 비롯해 강원대, 한남대, 금오공과대, 인하공업전문대, 강원특별자치도가 참여하는 전국 단위의 컨소시엄이다. 첨단소재·나노융합·적층제조(3D 프린팅) 분야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부의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COSS 사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첨단산업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학과와 전공, 소속 대학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첨단 분야의 교육을 수강할 수 있는 교육 체제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학과 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대학 간 경계까지 허무는 야심 찬 인력 양성 사업이다.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첨단 분야의 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한다. 비이공계 학생도 첨단산업 이해와 실무 역량을 갖춘 융합형 인재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2024년 2학기부터 운영 중인 ‘대학융합 팀티칭’은 하나의 과목을 다른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강의하고 여러 대학의 학생이 수강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대학과 지역 간의 경계를 넘어 학생과 교수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혁신융합대학사업이 지향하는 비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대학융합 팀티칭의 가장 큰 장점은 교수들이 하나의 과목에서 자신의 전공 및 연구 분야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만을 강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교수의 강의 부담은 줄어드는 동시에 교육 효과는 높아진다. 학생들 역시 여러 대학 교수의 강의를 타 대학, 타 전공 학생들과 함께 수강함으로써 다양한 관점과 학문적 자극을 받을 수 있다.이 모델이 도전적인 이유는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강의와 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대학 소속 교수 2∼3인이 교과목 개발부터 운영 전 과정에 공동참여 하고 있다. 2024년 2학기 시범 운영을 거쳐 2025년 1학기에는 전체 19개 이론 과목 중 12개 과목을 2인 이상의 타 대학 교수들이 공동 강의했다. 학생 만족도 조사 결과, 시행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단독 강의와 대학 융합 팀티칭 간 만족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향후 만족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교육부 COSS 사업의 목표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학생 수준 차이 고려 맞춤형 강의 가능본 사업단의 대학융합 팀티칭은 특히 AI(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교육 모델과 결합하기에 적합하다. 각 COSS 사업단에서 개설되는 과목은 차세대 반도체, 첨단소재, AI 등 전문성이 높은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기초 지식이 거의 없는 다양한 비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수준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강의가 필수적이다. AI 기반 맞춤형 교육 모델은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단독 강의에서는 AI 기반 맞춤형 교육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 한 명의 교수가 전체 강의 분량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융합 팀티칭에서는 2∼3명의 교수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 집중해 강의를 준비한다. 개발 시간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강의의 질을 높일 수 있다.박광용 중앙대 첨단소재·나노융합 혁신융합대학사업단 단장은 “소속 대학이 다른 교수들이 모여 교과목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학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있지만 다른 대학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을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 여러 분야, 여러 대학 교수들의 의견을 종합해 새로운 과목을 만드는 작업은 도전에 가까운 시도다”라며 “이렇게 힘든 개발 과정을 통해 만든 교과목도 현실적으로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사업단이 시도하는 교육 모델의 확산과 공유를 위해 수고스러운 과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한국영상대(총장 유주현)가 콘텐츠 산업의 AI(인공지능)·DX(디지털 전환) 속에서 실무 중심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현장 전문가 90% 이상의 교수진을 필두로 AI기반 교육 혁신 전략(AID)을 도입해 제작단지형 캠퍼스 내 실습·창작 환경을 확장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온 교수진이 만드는 교육” 한국영상대의 가장 큰 경쟁력은 교수진이다. 대학 교수진의 90% 이상이 영화·방송·웹툰·음향 등 콘텐츠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교수들은 현장에서 익힌 제작 방식과 산업 흐름을 고스란히 수업에 반영한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멘토’로 활동하는 것이다. 만화웹툰전공 박지연 교수는 최근 제작한 ‘강치 아일랜드’ 애니메이션으로 KBS 지상파 방송을 내보냈다. 웹소설전공 영화영상학과 이원영 교수는 최근 연출작 ‘미명’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초청과 남도영화제 작품상 등 성과를 올렸다. 방송영상미디어과 오경란 교수는 AI 기반 영화 ‘Voices’로 서울 국제 AI영화제 금상을 수상했다. 기술 변화 중심의 영상 제작 방식을 수업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 AI+Innovation+DX… AID 전략으로 고도화된 교육 모델 한국영상대는 이러한 실무형 교육체계를 AID(AI+Innovation+DX) 전략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대학과 교수진은 생성형 AI, 분석도구, 자동화 제작 프로그램 등을 교육 과정 전반에 빠르게 도입해 AI 기반 제작 교육을 확장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과정에서 영상·웹툰·XR(확장현실) 제작에 AI 도구를 실질적인 ‘창작 도구’로 활용한다. 기존의 실무형 제작 교육이 AI 기반 제작 교육으로 확장되고 있다. 교수와 학생이 동시에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쌍방향 창작 수업’을 통해 대학은 AI 기반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대학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AI콘텐츠 제작스튜디오, AI콘텐츠연구소, AI 전용 실습실 등을 순차적으로 개설하고 있다. 이 공간들은 AI 기반 영상제작, 웹툰 생성, XR 콘텐츠 제작, 자동화 편집 등의 제작 방식들을 구현하는 창작 플랫폼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XR·Dolby·8K까지 갖춘 제작단지형 캠퍼스 한국영상대의 전통적 강점인 ‘제작단지형 캠퍼스’는 AID 전략과 결합해 더욱 강력한 융합 제작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영상대는 세종 최초 XR 스튜디오를 구축해 AI 기반 실시간 모션캡쳐 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국내 교육 기관 최초로 Dolby Atmos 음향 스튜디오을 도입하고 8K 카메라·편집실까지 구축하는 등 ‘AI+콘텐츠 융합 교육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중이다. 학생들은 AI 활용 영상 제작, XR 기반 버추얼 프로덕션 실습, AI 스토리·캐릭터 생성, Dolby 기반 공간 음향 디자인 구축 등을 경험할 수 있다. ● 취업률과 현장에서 입증된 경쟁력 이 같은 교육 환경은 취업률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국영상대는 예, 체능계열 비중이 70% 이상인 대학 가운데 취업률 3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산업체와 공동으로 실무형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학생 성과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는 AI 학습지원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학습-성과-취업을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범죄도시’ 2·3편을 연출한 이상용 감독이나, 미국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로망스’로 백금상을 수상한 한만택 감독 등은 대학의 교육 모델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교수진의 현업 경험과 학생들의 제작 경험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졸업 후 돋보이는 현장 적응력과 직무 수행 역량이 나오고 있다. 한국영상대는 제작단지형 캠퍼스를 중심으로 콘텐츠 산업 전반에 필요한 전문 인재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영상대 유주현 총장은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경험한 제작 환경과 협업 문화가 곧바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한국영상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실무형 교육의 강점을 바탕으로 콘텐츠 산업 현장에 적합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겠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너라는 세계: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는가’를 주제로 65일간 펼쳐진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2일 끝났다. 8월 30일부터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19개국 작가 429명, 84개 기관이 포용디자인 작품 163점을 선보였다. 일상의 불편 해소를 목표로 하는 포용디자인은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를 통해 언어, 문화, 교육, 감각이 달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도록 도우며 사회 구성원의 연대와 배려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를 반영하듯 관람객 만족도 조사 결과 2전시관에서 열린 ‘포용디자인과 삶’ 전시가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2전시관에서는 관절염을 앓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디자인한 ‘옥소 굿그립 감자칼’ 같은 실생활을 반영한 작품이 전시돼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관람객들은 비엔날레를 찾은 이유에 대해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28.1%) ‘디자인에 대한 관심’(23.6%) 순으로 답했다. 포용디자인이 생활의 편리함 추구를 넘어 예술적으로 관심을 받고 더 나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시 작품과 함께 비엔날레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와 여러 행사도 주목받았다. 개막식에서 발표한 ‘광주 포용디자인 매니페스토’는 ‘디자인은 모든 인간을 품는 힘이자 창조의 원천이며, 모든 사람의 권리’라고 선언했다. 디자인의 정수는 포용에 있다는 것이다. ‘72시간 포용디자인 챌린지’에서는 6개국 14개 대학 디자인 전공 학생 40여 명이 자신들 사회 문제가 무엇인지 끄집어내 디자인으로 해결 방법을 찾는 협업의 장이었다. ‘함께 디자인하고, 함께 살아가다’를 주제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는 토마스 가비 세계디자인협회(WDO) 회장과 라마 기라우 ‘유럽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Europe)’ 회장 등이 포용디자인의 가치와 실천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주제 발표를 했다. 학생들이 주축이 돼 구상해 비엔날레에서 전시된 프로젝트 디자인이 실제로 적용될 예정이다. 광주와 전남 디자인 전공 학생들로 구성된 KDM+(코리아디자인멤버십 플러스) 회원들과 최태옥 코디네이터(㈜디자인바이 대표)의 기차역 유도 사인, 노선도, 종합안내도, 개찰구, 발매기 등 포용디자인은 올해 안에 광주송정역에 반영된다. 2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윤범모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동시대에 던진 화두 ‘포용’에 많은 이가 공감하는 전시였다. 전시를 찾아 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왼쪽에서 세 번째 기둥일 터다. 몽룡이 서쪽을 바라보며 기대어 실성한 듯 외쳐댄 곳이. “저기 저 건너 운무중(雲霧中)에 울긋불긋하고 들락날락하는 것이 사람이냐, 신선이냐? … 나 보기에는 아마도 사람이 아니로다. 천년 묵은 불여우가 날 호리려고 왔나 보다!”(‘교주 남원고사·校註 南原古詞’, 정길수 교주, 알렙, 2024) ‘청천(晴天)에 떠 있는 송골매도 같고, 석양에 나는 물 찬 제비도 같은’ 춘향이 그네 뛰던 곳은 오작교(烏鵲橋) 곁이었을 테고.전북 남원 광한루원(廣寒樓苑)만큼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엮여 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장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광한루에 올라 춘향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춘향은 현재의 연인일 수도 있고, 짝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첫사랑의 추억일 수도 있다. 그러나 판소리 한 마당, 소설 한 편으로 이 같은 정념을 부르기에는 역부족이다. 광한루 마루에 앉아 눈앞의 연못 연지(蓮池)를 바라보니 그건 아무래도 달(月)인 듯하다.● 달을 품은 도시, 남원남원은 광한루라는 달을 품은 도시다. 광한루로 대표되는 광한루원은 사실 달을 땅에 투영한 것이다. 조선 세종 시절 전라관찰사 정인지가 광한루에 올라 “월궁(月宮)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가 예 아니더냐”고 한 데서 모든 게 시작됐다. 중국 당나라 현종이 달의 서울에 있는 궁전(월궁)에서 선녀들과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올 때 보니 현판에 그렇게 쓰여 있더라는 전설에서 따온 말이다. 황희 정승이 서울을 못 잊어 붙였을 법한 이름 ‘광통루(廣通樓)’가 달을 뜻하는 광한루로 바뀐 것이다.이후 400여 년간 후손들이 한 일은 천상을 상징하는 달의 요소를 하나씩 보태는 일이었다. 광한루원 앞 섬진강 지류 요천(蓼川) 물을 끌어들여 만든 연지는 은하수였고, 홍예문(虹霓門) 네 곳을 아래에 둔 돌다리는 견우성(牽牛星)과 직녀성(織女星)이 만나는 오작교였다. 연못에 송강 정철이 만든 자그마한 인공 섬 3개는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을 따서 봉래(蓬萊·금강) 방장(方丈·지리) 영주(瀛洲·한라)의 삼신도(島)가 됐다.1970년대까지 광한루 정면에 붙어 있던 현판 ‘계관(桂觀)’은 어떤가. 월궁에 있다는 계수나무 높은 궁전을 말한다. 중국 한나라 무제가 수도 장안에 만들었다는 관(觀) 이름이기도 하다. 관은 루(樓)와 같다. 훗날 광한루가 북쪽으로 기울자 이를 지탱하기 위해 중층 계단을 이어 붙이고 지붕을 씌웠는데 이를 월랑(月廊)이라고 한다. 달에 토끼와 같이 산다는 두꺼비를 형상화한 돌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토끼와 경주한 거북이는 광한루 앞 연못에서 오작교를 바라보는 ‘자라돌(鼈石)’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전통적인 정원 유형을 월궁조원(月宮造園)이라고 한단다.그렇다고 상상 속 달의 공간만은 아니다. 실제로 달을 보는 명승이었다. 계관이 달리 계관이 아니다. 계수나무, 즉 달을 바라보기(觀)에 이만큼 좋을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은 광한루원을 돌담이 둘러싸고 있지만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방은 트여 있었다. 남쪽으로 400년 전 밤나무 울창하던 터에 시장인 율장(栗場)이 섰고, 요천 너머 금암봉 승월대(乘月臺)로 달이 올라왔다.한국인에게 달은 특별하다. 어머니들은 정화수 떠 놓고 달에 빌었다. 자녀의 건강을, 남편의 장도(壯途)를, 부모의 만수무강을. 연인들은 달을 보며 빌었다. 사랑의 성취를. 달은 나였고 너였고 우리였다.약 90년 전 한 언론인은 말했다. ‘조선에 루(樓)라는 이름의 유명한 사적 건물은 거의 산 아니면 구릉에 있다. 안주 백상루,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 다만 광한루는 평탄한 시가지 한가운데 놓여 있다. … 이 모든 루가 자연의 신세를 져서 아름다워 보이는 것에 지나지 못하나 광한루만은 자연이 루의 신세를 져서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서춘, 조선일보 1936년 8월 4일자) 달리 호남제일루(湖南第一樓)가 아니다. 그럼 옛 가객들이 ‘달세계’라 부른 청허부는 어디 있냐고? 정문 현판을 보면 된다.● 정령치에서 반달을 보다달과 가까이 가 보자. 남원 주천면과 산내면에 걸쳐 있는 지리산 정령치(峙)다. 해발 1172m 고갯마루에 정령치 휴게소가 있다. 전망대에서 30여 계단을 오르면 남원을 동과 서로 가르는 능선이 나타난다. 능선에 서면 동으로 바래봉과 뱀사골 계곡이, 서로 천왕봉과 세석평전 반야봉 등이 내다보인다. 지리산 주요 능선과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남북으로 지리산과 덕유산을 잇는 백두대간 마루금(능선, 산마루와 산마루를 잇는 선) 생태 축이기도 하다. 과거 길을 내서 끊어져 있던 것을 그 아래로 터널을 뚫어 길을 돌리고 상당히 복원했다. 백두산까지 1300km쯤 남았다고 이정표가 말한다.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 정령치 능선 오솔길에 서니 동쪽은 운해(雲海)로 자욱하고 서쪽은 청명하기 이를 데 없다. 구름이 능선을 넘어가려 애쓰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드론 카메라를 띄워 한쪽 구름바다와 다른 쪽 구불구불 겹친 산들이 어깨를 맞댄 광경을 찍고 싶지만, 이곳은 국립공원이다. 사전 허락을 받을 생각도 못 했다. 아쉬운 마음에 되짚어 내려오는 길에 생각한다. 하얀 구름과 푸른 산이 반반이었다. ‘흠, 반달이로군.’내려오는 김에 아주 내려오자. 달궁계곡이다. 그래, 맞다. 또 달이다. 원래는 ‘달 궁전’이었는데 궁에 이른다는 뜻의 달궁(達宮)으로 바뀌었다. 삼한시대 궁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높이 1000m를 훌쩍 넘는 봉우리들에 둘러싸인 산내면 달궁마을에서 이웃한 심원마을까지 약 6km를 물이 흐른다. 심산유곡이다.가을 단풍도 좋지만, 계곡가에서 바라보는 달빛 또한 운치 있을 듯하다. 계곡 위 도로에 펜션과 식당이 수십 곳.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공간에 식탁들이 늘어섰고, 곳곳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다. 야밤 음주는 위험하지만 반주 한잔 정도는 어떨까.어머니와 연인만이 아니다. 옛사람들은 대작(對酌)하는 달을 벗처럼 여겼다. ‘월하독작(月下獨酌, 달 아래서 홀로 술 마신다)/아가월배회(我歌月徘徊, 내가 노래하니 달은 배회하고)/아무영영란(我舞影零亂, 내가 춤추니 그림자는 어지럽다)’(이백 ‘월하독작’ 중에서)● 달에 가까이 가는 법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살아 있는 화가를 위한 공간이다. 남원 출신 김 화백이 기증한 자신의 대표작들과 문학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미술관 건축 자체가 또 다른 그림 같다. 본관으로 들어가는 낮은 경사의 길 양쪽은 다랑이논 구조다. 논배미 같은 층마다 찰랑찰랑 담긴 물에 사람이 보이고, 건물이 보이고, 달이 보일 것이다.미술관 내부 서너 곳에 조명을 어둡게 한 작은 방들이 있다. 밖이 내다보이는 벽 하나는 통창이다. 마련된 벤치에 앉아 야외를 바라보도록 했다. 숲이, 소나무가, 물이 그리고 하늘이 보인다. 밤에는 물론 달이 보일 것이다. 그렇게 나를 보게 된다.남원은 10월에 3대 축제를 연다. 광한루원을 밤에 볼 수 있는 남원국가유산야행과 흥부제, 그리고 ‘2025남원국제드론제전 with 로봇’이다. 특히 올해는 드론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드론은 날아 달 가까이 올라간다. 드론을 날리는 일은 어쩌면 달이 되어 우리 자신을 내려다보는 일이다.중국 전설에서 달에는 선녀 항아(姮娥)가 산다. 상아(嫦娥)라고도 한다. 중국은 2004년부터 달 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3년 세계 세 번째로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켰다. 그 프로젝트 이름이 ‘창어(상아·嫦娥의 중국어 발음)’다. 지금 남원에서 날리는 드론에 그런 웅대한 꿈이 담겨 있길 달에 기원한다.글·사진 남원=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첨단소재·나노융합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이 ‘경계없는 혁신’을 내세우며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이 사업단은 단순히 학문 간의 경계를 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 간의 장벽까지 허물며 진정한 의미의 교육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COSS)’은 대학 간 개방과 공유, 그리고 협력을 통해 기존 학과의 경계를 허물고 대학 간 장벽까지 제거하려는 대담한 시도다. 이를 통해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첨단 분야의 교육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참여 대학과 학생들이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함께 협력하며 성장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 구축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첨단소재·나노융합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은 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선도한다. 혁신적 시도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2024년에 공식 출범한 이 사업단의 주관대학은 중앙대다. 강원대, 한남대, 금오공대, 인하공업전문대학, 그리고 강원특별자치도가 함께 참여하는 전국 규모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돼 있다. 이 사업단은 첨단소재·나노융합·적층제조(3D 프린팅) 분야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융합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모든 사물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초연결(Hyper connectivity) 시대와,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교육이다. 첨단소재와 제조 분야를 선도할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기술과 산업, 학문 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되며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실무 역량을 동시에 갖추게 된다.● 대학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 ‘팀 티칭’ 사업단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대학융합 팀 티칭(Team Teaching)’이라는 혁신적 강의 모델을 과감히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기존의 단일 교수 중심 강의 방식을 탈피해 대학 간 협력과 교수 간 융합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구현한다. 2024년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시스템은 서로 다른 대학 소속 교수 2∼3명이 공동으로 교과목을 설계하고, 강의를 함께 운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각 교수는 자신의 전공 분야와 연구 경험을 최대한 살려 강의 일부를 담당함으로써 개인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교육의 전문성과 깊이를 함께 높이는 결과를 얻었다. 학생들은 여러 대학 교수들의 전문 지식을 직접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 대학 및 다른 전공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다.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결하는 융합적 사고 능력까지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특히 이 팀 티칭 모델은 AI 기반 맞춤형 교육 시스템과 결합될 때 그 진가를 발휘하도록 설계돼 있다. 박광용 단장은 “여러 대학의 교수가 협력해 과목을 함께 설계하고 운영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과 세계로 확장되는 실습 중심 교육사업단은 교내 교육 혁신에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과 글로벌 무대로 교육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8월 일본 큐슈대학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은 이러한 국제적 교육 확장의 대표적 사례다. 중앙대를 포함한 5개 대학의 학부생 46명은 큐슈대학 학생들과 7개 국제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첨단소재·나노융합·적층제조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문제 해결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각 팀은 3D 모델링과 프로토타입 제작을 통해 사회기반시설의 공공성 강화와 지속 가능한 혁신을 주제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현 가능성을 탐색했다. 소속 대학과 전공이 모두 다른 6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Shine World’ 팀은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한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 개발’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학생들은 큐슈대학 연구실과 토요타 스마트 팩토리를 직접 탐방하며 첨단 산업 현장을 체험하고, 국제 협업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는 기회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글로벌 시장과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첨단 기술이 실제 문제 해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또한 사업단은 지산학(地産學)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 현장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8월 27일 열린 ‘지산학 프로젝트 발표회’에는 5개 대학 학부생 28개 팀과 20개 기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기업과 공동으로 첨단소재·나노기술·적층제조 분야의 실제 기술 과제를 수행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전기화학 반도체 기반 전자소자 제작’ 등 세 개 프로젝트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소재 분석, 시제품 제작, 성능 검증까지 직접 수행하며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 능력을 습득했다.● ‘f(x) 아카데미’: 융합을 넘어 확장으로 사업단은 앞으로 ‘f(x) 아카데미’를 추진하면서 융합 교육의 지평을 한층 더 넓힐 계획이다. 여기서 ‘f(x)’는 수학적 개념에서 착안한 것으로, 동일한 입력(x)이라도 함수(f)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첨단소재·나노융합·적층제조 기술이라는 동일한 입력이 반도체·바이오·건축·국방 등 기존 기술 분야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소개하는 매우 융합적이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이다. ‘f(x) 아카데미’의 첫 번째 주제는 방위산업으로, 미래 산업의 핵심 영역을 탐색하는 시작점이 될 예정이다. 사업단은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에 맞춰 2026년 1월 중에 18개 혁신융합대학 사업단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학점을 부여하는 1박 2일 집중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10월 29일에는 국방부와 컨소시엄 대학이 함께하는 ‘국방기술 혁신을 위한 소재·나노기술·적층제조 특별 심포지엄’을 개최해 산·학·연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첨단소재·나노융합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은 앞으로도 대학 간, 학과 간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학사제도를 발전시키고,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첨단 교육 방식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교수, 학생, 시설, 장비를 공유하는 개방형 교육 생태계를 구축해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전문성과 효율성을 모두 갖춘 교육 환경을 구현할 예정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단순한 교육 혁신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참여 학생들에게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래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국대(총장 윤재웅)가 대학과 구성원이 함께 만드는 ESG 실천 모델을 확산하며 지속가능발전 대학으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해 ESG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고 ‘D-ESG’ 경영 중점 추진과제를 마련하면서 대학 운영 전반에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동국대가 내세운 목표는 ▲탄소중립 실현 및 자원 절감(E) ▲지역사회 기여 확산 및 지역경제 활성화(S) ▲민주적 거버넌스와 윤리경영(G) 세 가지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개 중점 사업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그 결과 동국대는 지난해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이 실시한 대학형 ESG 평가에서 ‘실버(Silver)’ 등급을 획득하며 체계화된 ESG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다. 동국대의 ESG 활동은 눈에 보이는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교내 조명의 70%를 고효율 LED로 바꾸고, 노후 냉난방기 90여 대를 고효율 기기로 교체해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저감에 나섰다. 또한 건물별 에너지 사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합형 전력량계를 설치하고, 온실가스 인벤토리(Scope 1·2)를 구축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장기 로드맵도 준비 중이다. 이런 노력이 모여 동국대는 지속 가능한 캠퍼스 조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교육과 다양한 활동을 통한 ESG 실천 문화 확산도 주목된다. 동국대는 환경·기후 과학 관련 교과목 60여 개를 운영하고, ‘ESG경영’과 ‘ESG생물생산학’ 등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신설했다. 교직원 대상 ESG 특강, 학내 동호회 활동, 지역사회와 연계한 봉사 및 플로깅 프로젝트 등도 활발하다. 대학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어우러져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캠퍼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학생들의 활약이다. ESG 서포터즈와 환경 동아리, 학문 분야별 프로젝트 그룹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환경동아리 ‘The라온하제’다. ‘라온하제’는 ‘즐거운 내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에 정관사 ‘The’를 붙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자’는 의지를 담았다. 2018년 생명다양성재단이 주관한 ‘동물부장관 후보자를 찾아라’ 공모전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8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15개 이상의 학과에서 약 5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교내를 넘어 사회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청소년 환경교육 프로그램은 2024년 서울시가 주최한 ‘서울특별시 환경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동물복지 인식 개선 활동으로 ‘제6회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활동은 생활 속 ESG 실천에 더 가까워졌다. 학생들은 플로깅 지원사업, 서울 청년 탄소중립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탄소중립 문화를 퍼뜨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나바다함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기숙사 입·퇴사 시기에 버려지는 물품을 모아 재사용 및 재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 사업에는 지난해에만 2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해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는 상시 운영 체계로 전환해 지역사회(필동주민센터)와 연계한 사업으로도 확대됐다. ‘The라온하제’는 지난 8월 ‘2025 멸균팩 순환경제의 미래 포럼’을 개최해 자원의 순환경제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동국대와 지역사회가 함께 운영 중인 아나바다함 사업으로 모은 물품은 바자회를 통해 학우들에게 전달됐다. 학생들은 이를 기부 활동으로 이어가며 사업의 의미를 더했다. 11월에는 2차 바자회도 예정돼 있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ESG 실천 모델을 널리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동국대 관계자는 “구성원들의 주도적인 활동은 대학의 ESG 전략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핵심 동력”이라며 “앞으로도 동국대만의 가치 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국민대(총장 정승렬)가 17일 본부관 학술회의장에서 개교 79주년 기념식과 미래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 날 행사에는 정 총장과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 교내 구성원과 내외빈 약 300여명이 참석했다. 중장기 발전 전략으로 ‘KMU VISION 2035: EDGE’를 내세웠다. 치열해지는 고등교육 환경에서 국민대가 차별화된 경쟁우위(Edge)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EDGE’는 Entrepreneurship(기업가 정신), DX(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 Global(글로벌 역량), ESG(지속가능경영) 가치다. 국민대는 내년 개교 80주년을 맞아 이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고등교육의 표준을 제시하는 대학’이라는 비전과 ‘Make the Rule, Break the Rule’이라는 슬로건을 수립했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노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등을 뜻하는 국민대만의 DNA이다. 기존의 전달식 강의가 아닌 현장 중심의 체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실무 능력을 배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예체능), 자동차, 정보 보안(자연) 분야에 있어서는 이미 국내 대학 최고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경영학 전공 경쟁률 321대 1, 전국 인문계열 최고… 수요자 중심 교육의 기대 반영 국민대의 노력은 다양한 성과와 긍정적인 평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취업률은 꾸준히 상승해 2023년에는 70.5%로 서울 주요 대학 가운데 9위에 올랐다.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경영대학 경영학 전공은 321:1로 전국 대학 인문계열 학과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국민대의 교육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DX(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는 국민대가 지향하는 ‘교육 수요자 중심 교육 체계’의 핵심 축이다. 국민대는 2025학년도부터 자율전공선택을 도입해 신입생의 약 30%를 무전공으로 선발했다. 수도권 주요 대학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인문, 자연, 예체능 계열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타 대학과 대비되는 차별점이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디지털 시스템으로의 선제적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대는 사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공 쏠림 현상을 예방하고, 학생이 목표로 하는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학습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멘토형 가이드 시스템’(K*스마트멘토)을 구축했다. 다른 전공으로 입학하더라도 졸업 시 희망 학과로 졸업할 수 있는 ‘오메가(Ω)스쿨 제도’는 국민대만의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특화 실무 교육 프로그램 개설 Global(글로벌 역량), ESG(지속가능경영) 부문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에 공헌하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미국 · 독일 등 현지에서 수업을 듣고 인턴십을 병행하는 글로벌 프로그램(G-PBL, SEA:ME)을 개설했다. G-PBL(Global Project Based Learning) 프로그램은 산업계 현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기업이 요구하는 전문기술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국민대만의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약 1년간 미국 현지에서 체류하며 Southern California 및 실리콘밸리 지역의 기업을 통해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실무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SEA:ME(Software Engineering in Automotive and Mobility Ecosystems) 프로그램은 폭스바겐그룹코리아가 추진하는 사회적 책임 활동의 일환이다. 자동차의 디지털화를 주도할 수 있는 지식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커리큘럼이다. 지난 9월에는 아시아 최초 OCA 인증을 받은 ‘아시아올림픽대학원’을 개원했다. ‘아시아올림픽거버넌스·정책(정책학 석사, MPP)’ ‘글로벌 스포츠 지속가능·ESG경영(ESG경영학 석사, MEM)’ 두 전공을 개설해 국제스포츠와 ESG 융합 교육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 국민대 100주년 향한 8대 특성화 이 날 비전 선포식에서 정 총장은 AI 영상을 활용해 “국민대의 80년은 늘 도전과 혁신 역사 위에 있었고, 이제 우리는 또 한 번의 전환점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KMU VISION 2035:EDGE는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약속이다. 오늘의 혁신이 계속 모여 거대한 변화가 된다. 구성원 모두가 함께 우리 대학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고 당부했다. 행사에선 국민대 100주년을 향한 4대 발전 전략과 8대 특성화 분야가 소개됐다. 정 총장은 4대 발전 전략으로 ▲수용자 중심의 교육체계 구축 ▲연구역량 강화 및 산학협력 확대 ▲글로벌 역량 및 네크워크 강화 ▲인프라 확충 및 사회적 책임경영을 꼽았다. 정 총장은 “교육 분야에서는 전공자율선택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AI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형 진로 지원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디지털 융합 교육과정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구 분야에서는 기존에 강점이 있는 산학 협력과 연구의 범위를 확장하고 대규모 창업 펀드를 조성해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교육 · 연구 · 글로벌 모든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해외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춰야 한다”며 “10년 후인 2035년 세계 TOP 300, 국내 TOP 8의 목표는 이러한 것들을 반영한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8대 특성화 분야로는 ▲디자인&콘텐츠 ▲모빌리티 ▲양자 ▲AI+X ▲로봇 ▲첨단소재&반도체 ▲물·에너지·환경 ▲바이오를 꼽았다. 국민대는 2025년도 올해만 AI · 바이오 등 정부 사업 수주액이 1344억원에 달하는 등 큰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다. 통상 교수 연구 분야의 성과가 대부분 공학 계열에서 나오는 것과 비교해 이학 계열과 인문사회 계열의 활약도 두드러지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정보보안암호수학과는 약 100억원에 달하는 국방기술 분야 연구 용역을 수주했다. 인문계열 한국어 문학부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민대는 한국인에게서 한국어를 배우지 않은 외국인 교원들을 위한 ‘외국인 현지교원 한국어교육 컨설팅’을 실시해 1500여 명 이상의 외국인 교원과 학습자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하는 등 세계적으로 한국어교육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한편, 이 날 행사에는 학교를 빛낸 교수·직원·학생·산학협력·동문 등에게 주는 공로상 시상과 함께 새롭게 디자인한 학위복을 공개하기도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내려다보니 물이었다. 사방이 땅으로 둘러싸인 충청북도. 그곳 제천(堤川)에서 이런 광경을 볼 줄은 몰랐다. 남한강이 허리를 감아 돌긴 하지만 지금 산들은 물을 품고 있다. 태아를 감싼 양수처럼 아늑하게. 놀랐던 까닭은 제천의 한자어 뜻을 헤아리지 않았던 탓일 수 있다. 풀이하면 물가에 쌓은 방죽. 1000년도 더 옛날에 만든 저수지 의림지(義林池)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하는데, 제천 전체가 넉넉한 물을 담고 있는 큰 둑인 양하다.● 푸른 하늘 맑은 바람1985년 준공된 충주댐은 제천을 비롯해 충주, 단양 많은 마을을 물속에 담고 있다. 제천 청풍면은 27개 마을 가운데 25곳이 잠겼다. 그렇게 생긴 거대한 인공호수 충주호를 제천에서 청풍호라고 부르는 까닭이기도 하다(정원선, ‘제천, 스물두 개의 아스피린’, 해토, 2015).청풍호 가운데 청풍면이 있다. 그 가운데 솟은 산이 비봉산(해발 531m)이다. 비봉산 정상 하늘전망대에서 한 바퀴 빙 돌아본다. 물이 청풍면을 350도쯤 에워싸고 있다. 섬이 아니지만 섬처럼 보인다.옛날 제천 사람들이 청풍강이라 부른 물은 비봉산 자락을 넓고 유장하게 휘돌아 흐른다. 물 건너 북쪽으로 금월봉, 작성산, 동산, 작은동산, 금수산, 신선봉, 소백산이 앞뒤로 옆으로 이어진다. 청풍면 대류리, 도곡리, 참실리가 반도처럼 삐져나온 남쪽은 경북 안동 물도리 마을을 크게 넓혀 놓은 것 같다. 그 물 건너 악어 모양 악어섬, 그 너머 황학산, 월악산이 중첩해 드러난다. 언덕 뒤에 산이 있고, 또 산이 그 뒤로 겹겹이 서 있는 경치는 언제 봐도 물리지 않는다. 멀리 어깨를 맞댄 산등성이와 능선이 꿈틀대듯 만들어 낸 지평선은 고요하면서 따사롭다. 옛사람이 청풍을 ‘산천이 기이하고 빼어나서 남도의 으뜸이 된다’고 한 까닭을 알 것 같다(권순긍, ‘제천의 문학과 문학지리’, 박이정, 2020).산은 혹은 땅은 물을 톱니처럼, 피오르처럼 삐뚤빼뚤 몸 깊숙이 끌어들인다. 비봉산에서 남동쪽 옥순봉을 바라보며 직선거리로 6km쯤 가면 카페가 하나 나온다. 물은 카페 앞 옥순봉로(路) 턱밑까지 들어온다. 사람은 자연에서 익숙한 형상을 떠올리려고 한다. 완만한 언덕을 이룬 길가에서 내려다보면 물은 영락없는 한반도 모양이다.드론으로 찍은 여행지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행기에 타지 않는 한 사진 속 광경을 직접 볼 확률은 매우 낮다. 사진으로는 놀랄 만큼 아름답지만, 현장에서는 그 장관을 보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하늘전망대는 여행객에게 다소 친절하다. 케이블카 덕분이다. 타는 곳에서 정상까지 약 2.3km를 9개 큰 쇠기둥이 연결해 주는 궤도선에 매달려 올라간다. 수직으로 내려다볼 수는 없어도 90도 가까운 각도로 물과 산과 마을을 눈에 담는다. 산자락을 쓸어내리는 푸른 하늘 맑은 바람(청풍·淸風)이 케이블카를 스치고 물에 닿아 퍼진다.● 여전한 삶의 공간‘포말추산사화미(濃抹秋山似畫眉 곱게 단장한 가을 산, 여인 눈썹을 그린 듯하고)/원담평포벽유리(圓潭平布碧琉璃 둥근 못에는 푸른 유리 빛 잔잔히 깔려 있네)’추사 김정희(1786~1856)가 가을 의림지를 읊은 시 일부다. ‘가을 산’의 산은 제천 진산(鎭山) 용두산을 가리킨다. 의림지는 샘이 솟는 용두산 자락 물길을 막아 만들었다. 청풍호 물이 가슴을 탁 틔우는 호방한 맛이 있다면, 의림지 물은 심지를 굳게 하는 의연한 멋이 있다.의림지 가운데 순주섬이 물그릇에 띄운 티라이트(tealight) 양초처럼 드러난다. 나물로 무쳐 먹는 순채(蓴菜)가 많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저수지 둘레로 적게는 100년, 많게는 500년 넘은 소나무들이 호위하듯 서 있다. 사이사이 수양버들도 합을 이룬다.용이 승천할 만도 한 물인데 과유불급을 경계하는 민초의 마음일까. 의림지 설화에는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자주 나온다. 어(魚) 씨 5형제가 때려잡은 의림지 괴물도 이무기이고, 하늘로 오르다 도중에 떨어져 용추폭포를 이룬 것도 이무기다.의림지는 제천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는 교과서를 통해 더 친숙하다. 하지만 삼국 시대 다른 두 저수지 김제 벽골제와 밀양 수산제가 물 마른 유적지에 그친다면, 의림지는 아래쪽 청전(靑田)뜰 논 약 200ha(약 60만 평)에 지금도 물을 댄다. 인간 삶에 한 발 걸치고 있는 셈이다. 풍류를 즐기는 장소만이 아닌 생활 공간이기도 한 이유다.그러니 미식(美食) 여행 ‘가스트로 투어’가 제천 도심과 이곳에서 펼쳐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쫀득한 찹쌀떡과 도넛, 빨간오뎅 등을 시내 두 코스에서 맛본다면, 의림지 두 코스에서는 약선(藥膳) 재료를 활용한 음식과 그윽한 커피를 천천히 걸으며 음미한다.의림지 인근 ‘의림지 역사박물관’에 들르면 겨울에는 썰매와 스케이트를 지치고 여름에는 배 띄워 뱃놀이하던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의림지 제방과 바닥이 얼마나 치밀하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 사연도 흥미롭다. 1972년 8월 폭우를 동반한 태풍으로 범람 위기에 처하자, 주민 몇 명이 서쪽 둑방 일부를 무너뜨려 물을 빼낸 ‘덕분’이다. 다만 이 때문에 아랫동네에 수해가 나서 이들은 경찰 조사를 받는 고초를 치러야 했다.● 물은 물고기를 바라고제천은 해발고도가 300m를 넘나드는 데다 태백 소백 차령산맥으로 둘러싸인 산악 분지 지형이다(‘제천의 문학과 문학지리’). 따라서 외부와의 교류가 적은, 후미지고 으슥한 산골이 곳곳에 있다. 가톨릭 성지인 배론성지도 그런 곳이다.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중반, 특히 신유박해(1801) 직후 천주교 신자들이 치악산을 넘거나 해서 이곳으로 피신해 주로 옹기를 구우며 살았다. 황사영(1775~1801)이 로마 교황청에 도움을 요청하는 백서(帛書)를 쓴 곳도 이곳 옹기 보관 토굴에서였다.단정한 잔디밭 너머로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최양업 신부 기념 성당이 보이고 연못과 십자가의 길이 나타난다. 성당 가는 길 왼편 잔디밭 끄트머리에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 석상이 놓여 있다. 멀리서 바라만 보는데도 차분해진다.배론이라는 이름은 산에서 길게 뻗어 내려온 골짜기 모양이 배 밑바닥 같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다만 ‘론’의 한자(論 혹은 淪)에 그런 뜻이 있는지 충분한 설명을 찾기는 어렵다.배 밑바닥은 물에 닿는다. 배론의 천주교도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것은 물고기였을 터다. 물고기는 그리스어로 ‘익투스(ΙΧΘΥΣ)’라고 한다. 이 다섯 철자는 각각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를 뜻하는 그리스 단어들의 머리글자다. 고난의 밑바닥에서 하늘을 우러르며 신의 자비를 간구한 것이다.자비를 찾기 위해 올라간다. 배론성지에서 남쪽으로 35km쯤 가면 금수산(錦繡山) 정방사(淨芳寺)가 나온다. 신선봉 능선의 의상대라는 거대한 암벽 아래 좁고 긴 터에 자리 잡고 있다. 관음보살을 모신 원통보전(圓通寶殿) 앞에 서면 멀리 월악산이 보이고 여러 산줄기 사이로 청풍호가 슬쩍 나타난다. 원통보전 관음보살과 큰 바위 앞에 선 해수관음 석상이 그 물을 지긋이 내려다본다. 관음보살은 속세의 고통과 신음을 듣고 자비로 중생을 구제한다. 해수관음과 배론성지 성모상이 겹쳐 보인다.원통보전 처마 끝 풍경(風磬)에 매달린 물고기가 바람에 흔들린다. 눈꺼풀이 없어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항상 깨어 있으라는 뜻이다. 쉼 없이 나 자신을 들여다보라는 말이다. 그러면 구원의 실마리가 보일 수 있을지 모른다. 띵~ 띵~ 풍경 소리를 뒤로한다. 욕망으로 요동치던 마음의 수면이 순간 잔잔해진다.글·사진 제천=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승무원이 작은 목소리로 무엇을 마시겠느냐고 묻는다. 하얀 반누보(vent nouveau) 종이로 된 메뉴판 음료 항목을 훑어본다. 튀르키예 초행길. 튀르키예식 커피를 고른다. 얼마 뒤, 에스프레소 잔만 한 커피잔을 가져다준다. 진한 갈색, 따스한 한 모금을 마신다. 곱게 간 커피콩 알갱이 한둘 혀끝에 감돌다 사라진다. 잔 받침에 놓인 튀르키예 과자 로쿰을 한입 베어 문다. 찹쌀떡 비슷한 식감. 왜 ‘튀르키예의 기쁨(터키쉬 딜라이트)’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 온몸이 기분 좋게 나른해진다. 좌석 터치패널에서 ‘취침’ 버튼을 꾹 누른다. 의자가 길게 180도로 펴진다. 식사가 나올 때까지 잠시 눈을 붙인다.지난달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터키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비즈니스 클래스다. 폭 66cm, 풀 플랫(full flat·완전한 수평) 길이 193cm인 의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복도 건너 한국프로축구 K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였던 데얀(몬테네그로)과 그의 가족이 타고 있다. 키 187cm인 데얀의 누운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의자 발치에 부착된 발 받침대까지 포함하면 신장 2m 넘는 사람도 너끈하다. B777-300ER 기종 좌석에는 마사지 기능도 있다. 물결 버튼을 누르니 등허리에 잔잔한 진동이 느껴진다.공중에서의 짧은 낮잠은 달콤하다. 기내에 잔잔하게 풍기는 음식 냄새에 눈을 깬다. 기내에 발을 들였을 때 토크 블랑슈(toque blanche·하얀 요리사 모자)를 쓰고 승객들을 반겨 주던 요리사가 앞에 서 있다. 주요리 세 가지 가운데 무엇을 먹을 건지 물어본다. 튀르키예식 사워 소스를 얹은 살짝 구운 농어 필레를 택한다. 메뉴에는 애피타이저와 디저트 항목도 있는데 묻지 않는다. 이유는 좀 이따 알게 된다.승객 주문을 모두 받은 지 10분쯤 지났을까. 승무원이 복주머니처럼 생긴 아마포 주머니와 버터, 잼, 올리브기름, 후추와 소금이 각각 담긴 앙증맞은 용기들을 접시에 내온다. 주머니 안에 든 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빵’. 1만2000여 년 전 고대 아나톨리아 유적에서 발견한 밀 씨앗을 토대로 재현한 외알밀(아인코른밀)과 앰머밀로 만들었다.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맛이다.얼마 뒤 요리사가 각종 애피타이저가 실린 트롤리를 밀고 나온다.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선한 채소와 치즈가 담긴 접시도 보인다. 새우 시저 샐러드로 정한다. 주요리를 마치면 디저트 트롤리가 나타날 것 같다. 예상은 맞아떨어진다. 3단 선반에 실린 각종 로쿰, 과자, 과일, 크레이프, 아이스크림 등. 무얼 고를지 잠시 주저한다. 기내식 제공 후에는 승무원 대기 공간 옆에 작은 스낵바가 꾸려진다. 대추야자 절임을 권하고 싶다. 터키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식은 이처럼 기내 전담 요리사 ‘플라잉 셰프’가 미려한 맛과 만족을 제공한다.승무원이 좌석을 침대로 바꾸려고 다가온다. 의자 등받이와 앉는 부분을 벨벳 스웨이드 누비천으로 된 시트로 덮는다. 표면에 터키항공을 상징하는 ‘바람의 흐름(플로)’ 문양이 수놓아져 있다. 같은 재질 이불을 깔고 새틴 소재 베개를 놓는다. 이부자리가 준비됐다. 발 받침대 덮개를 열고 ‘랑방’ 파우치를 꺼낸다. 고전적이며 우아한 디자인의 어메니티 손가방이다. 안대, 친환경 귀마개, 립밤, 핸드 로션, 수면 양말, 대나무 칫솔, 치약 등이 들어 있다. 화장실로 간다. 세면대 옆 핸드워시와 로션은 ‘몰튼 브라운’ 브랜드다. 디퓨저 스틱 향이 은은하다.시트를 덮고 몸을 눕힌다. 1만 m 상공 엔진과 바람 소리를 소거하는 데논 헤드폰을 쓰고 영화 ‘대부’(1972)를 영어 자막으로 본다. 35년 전 처음 볼 땐 몰랐던 의미들이 장면, 장면에서 새롭게 나타난다. 마이클 콜리오네가 대부가 되면서 문이 닫힌다. 얼마 전 별세한 다이앤 키튼(케이 역)이 망연자실 문을 바라본다. 그 장면을 보며 눈이 스르르 감긴다. 몇 시간 뒤 이스탄불에서 깨어날 것이다. 이스탄불공항 라운지에서 샤워를 하며 여독을 풀어야지.1933년 항공기로 시작한 터키항공은 현재 508대 항공기(여객 및 화물)로 131개국 302개 노선과 국내선 53개 노선 등 총 355개 튀르키예 국내외 지역을 운항하고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승무원이 작은 목소리로 무엇을 마시겠느냐고 묻는다. 하얀 반누보(vent nouveau) 종이로 된 메뉴판 음료 항목을 훑어본다. 튀르키예 초행길. 튀르키예식 커피를 고른다. 얼마 뒤, 에스프레소 잔만 한 커피잔을 가져다준다. 진한 갈색, 따스한 한 모금을 마신다. 곱게 간 커피콩 알갱이 한둘 혀끝에 감돌다 사라진다. 잔 받침에 놓인 튀르키예 과자 로쿰을 한입 베어 문다. 찹쌀떡 비슷한 식감. 왜 ‘튀르키예의 기쁨(터키쉬 딜라이트)’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 온몸이 기분 좋게 나른해진다. 좌석 터치패널에서 ‘취침’ 버튼을 꾹 누른다. 의자가 길게 180도로 펴진다. 식사가 나올 때까지 잠시 눈을 붙인다.지난달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터키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비즈니스 클래스다. 폭 66cm, 풀 플랫(full flat·완전한 수평) 길이 193cm인 의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복도 건너 한국프로축구 K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였던 데얀(몬테네그로)과 그의 가족이 타고 있다. 키 187cm인 데얀의 누운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의자 발치에 부착된 발 받침대까지 포함하면 신장 2m 넘는 사람도 너끈하다. B777-300ER 기종 좌석에는 마사지 기능도 있다. 물결 버튼을 누르니 등허리에 잔잔한 진동이 느껴진다.공중에서의 짧은 낮잠은 달콤하다. 기내에 잔잔하게 풍기는 음식 냄새에 눈을 깬다. 기내에 발을 들였을 때 토크 블랑슈(toque blanche·하얀 요리사 모자)를 쓰고 승객들을 반겨 주던 요리사가 앞에 서 있다. 주요리 세 가지 가운데 무엇을 먹을 건지 물어본다. 튀르키예식 사워 소스를 얹은 살짝 구운 농어 필레를 택한다. 메뉴에는 애피타이저와 디저트 항목도 있는데 묻지 않는다. 이유는 좀 이따 알게 된다.승객 주문을 모두 받은 지 10분쯤 지났을까. 승무원이 복주머니처럼 생긴 아마포 주머니와 버터, 잼, 올리브기름, 후추와 소금이 각각 담긴 앙증맞은 용기들을 접시에 내온다. 주머니 안에 든 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빵’. 1만2000여 년 전 고대 아나톨리아 유적에서 발견한 밀 씨앗을 토대로 재현한 외알밀(아인코른밀)과 앰머밀로 만들었다.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맛이다.얼마 뒤 요리사가 각종 애피타이저가 실린 트롤리를 밀고 나온다.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선한 채소와 치즈가 담긴 접시도 보인다. 새우 시저 샐러드로 정한다. 주요리를 마치면 디저트 트롤리가 나타날 것 같다. 예상은 맞아떨어진다. 3단 선반에 실린 각종 로쿰, 과자, 과일, 크레이프, 아이스크림 등. 무얼 고를지 잠시 주저한다. 기내식 제공 후에는 승무원 대기 공간 옆에 작은 스낵바가 꾸려진다. 대추야자 절임을 권하고 싶다. 터키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식은 이처럼 기내 전담 요리사 ‘플라잉 셰프’가 미려한 맛과 만족을 제공한다.승무원이 좌석을 침대로 바꾸려고 다가온다. 의자 등받이와 앉는 부분을 벨벳 스웨이드 누비천으로 된 시트로 덮는다. 표면에 터키항공을 상징하는 ‘바람의 흐름(플로)’ 문양이 수놓아져 있다. 같은 재질 이불을 깔고 새틴 소재 베개를 놓는다. 이부자리가 준비됐다. 발 받침대 덮개를 열고 ‘랑방’ 파우치를 꺼낸다. 고전적이며 우아한 디자인의 어메니티 손가방이다. 안대, 친환경 귀마개, 립밤, 핸드 로션, 수면 양말, 대나무 칫솔, 치약 등이 들어 있다. 화장실로 간다. 세면대 옆 핸드워시와 로션은 ‘몰튼 브라운’ 브랜드다. 디퓨저 스틱 향이 은은하다.시트를 덮고 몸을 눕힌다. 1만 m 상공 엔진과 바람 소리를 소거하는 데논 헤드폰을 쓰고 영화 ‘대부’(1972)를 영어 자막으로 본다. 35년 전 처음 볼 땐 몰랐던 의미들이 장면, 장면에서 새롭게 나타난다. 마이클 콜리오네가 대부가 되면서 문이 닫힌다. 얼마 전 별세한 다이앤 키튼(케이 역)이 망연자실 문을 바라본다. 그 장면을 보며 눈이 스르르 감긴다. 몇 시간 뒤 이스탄불에서 깨어날 것이다.1933년 항공기로 시작한 터키항공은 현재 506대 항공기(여객 및 화물)로 131개국 302개 노선과 국내선 53개 지역을 운항하고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올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RailLog Korea 2025’에서 용산철도고는 고교 최초로 단독 부스를 운영했다. AR 교육 기자재를 직접 체험한 중학생들은 “이런 학교가 있었냐”며 놀라워했고 한다. 현직 철도인들은 “예전에도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진작 진로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부러움을 드러냈다. 김경재 용산철도고 교장은 “용산철도고 교육 환경과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철도공무원이 됐던 김 교장은 오랜 현장 경험을 학교에서 쏟아내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 용산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7살 나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첫 도착지가 용산역이었다. 그날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 김 교장에게 용산철도고는 ‘모교 같은 존재’다. 그는 “현재 학교 위치가 내가 다녔던 국립철도고가 있던 자리”라며 “40여 년 전 내가 이 학교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학생들이 자기 모습 같고 자녀 같다. 단순히 행정을 책임지는 교장이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학생들의 길을 열어주다는 마음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지역, 학생과 소통하면서 만드는 학교… 협력적 의사 결정 체계가 학교 운영의 핵심김 교장은 협약형 특성화고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선 지자체 및 관계기관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지역에서 배워 지역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학교 설립 취지”라며 “서울시, 교육청, 용산구청 등의 협력과 예산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지원자가 있어 기숙사의 확충이 필요하다. 오래된 학교인 만큼 시설현대화도 필요하다. 학생들과 생각의 거리를 좁히려고 학생 회장과도 자주 소통을 한다.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 협동 학습 등으로 사회성을 자주 채워주려 한다. 김 교장의 교육 철학은 ‘학교의 모든 의사 결정은 학생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에 있다. 철도 전문 교육만이 아니라 인성과 공동체 의식을 중시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자율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되도록 교장실 문을 늘 열고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려 한다. 김 교장은 “학교는 결국 학생을 위한 공간”이라며 “학생들이 진로와 인생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철도고에 다니면 내 적성과 다양한 진로가 보인다” 김 교장은 성장하는 청소년들은 언제든지 진로를 다시 고민할 수 있다고 했다. 철도고에 입학했다고 해도 더 관심있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 다양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학교의 임무다. 김 교장은 “철도고에 다니면서 자신의 적성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드론, 항공, 기계 설계 등 다른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에게도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용산철도고는 단순한 직업 교육기관을 넘어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책임감 있는 철도인과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김 교장의 철도 현장 경험과 교육 철학은 학생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용산철도고는 앞으로도 산업과 인성을 함께 가르치는 학교로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실습 협조-산학 연계 프로그램 국내 최고 수준 용산철도고는 협약형 특성화고로 철도 차량, 전기·신호, 건설 등 철도산업 전반에 걸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XR(확장현실)·AR(증강현실) 기반 콘텐츠를 자체 개발하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으로부터 기증 받은 틸팅열차 ‘한빛 200’을 교육 현장에 도입해 실제 열차 환경에서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철도차량정비기능사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는 환경의 종합 실습실을 새롭게 구축했다. 기능 자격 중심의 실습 교육을 한층 강화했다. 또한 외부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고품질 AR 콘텐츠를 교과 과정에 연계 적용했다. 디지털 기반의 실무 교육이 가능해졌다. 김 교장은 다양한 진로 경로 탐색 인프라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철도기관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과정을 고민하고 있다. 기존의 산학 연계 교육, 대학과의 협력과 더불어 철도아카데미, 교내 인프라 추가 구축의 청사진도 내비쳤다. 특히 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국가철도공단 등과의 협약으로 진행되는 직무 특강, 진로 캠프, 실습 협조 프로그램이나 글로벌 기업 3M이나 현대자동차 등과의 산학 연계 프로그램도 학생들의 취업 역량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김 교장은 “이 같은 수준의 교육 인프라를 갖춘 중등교육기관은 드물다”며 “학생들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철도는 기술을 넘어 사람과 책임의 산업” 김 교장은 철도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김 교장은 “철도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싣고, 시간을 지키며, 안전을 책임지는 산업이다. 따라서 책임감과 협업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김 교장은 철도 산업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밝다”고 확신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철도는 탄소 배출이 현저히 적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도로 교통에 비해 철도는 탄소 배출량이 약 10분의 1 수준이다. 탄소중립이 세계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 철도는 필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교장은 전기철도의 보편화와 고속화, GTX 등 국내 대규모 철도망 확충 사업을 언급하면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철도 산업은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관련 기술과 인재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고등학교 교실까지 위협하고 있는 불법 온라인 도박의 폐해가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원장 신미경)의 지난해 ‘청소년 도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도박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청소년은 약 17만 명으로 전체 청소년의 4.3%를 차지했다. 도박을 처음 해 본 나이는 12.9세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도박 때문에 빚을 지거나 협박을 받아 불안감을 토로하는 청소년도 많아지고 있다. 청소년 도박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청소년 치유 서비스 이용자는 2021년 1242명에서 지난해 4144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기나 절도 같은 범죄에 빠지거나 고금리 사채에 손을 대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2023년 9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경찰청 특별 단속 결과 청소년 온라인 도박 피의자는 4715명으로 전체 도박 피의자의 47.2%나 됐다. 이들이 도박에 쓴 돈은 약 37억 원으로 1인당 약 78만 원이었다. 온라인 도박을 포함한 국내 불법 도박 시장 규모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지난해 사행산업 관련 통계에 따르면 한국 불법 도박 시장 규모는 약 102조7000억 원이다. 2019년 약 81조5000억 원에서 26% 증가했다.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신고 건수도 지난해 3만7561건으로 2020년 8689건보다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경찰청 그리고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도박 중독 추방의 날’인 17일 제17회 도박 중독 추방의 날 기념식을 열고 불법 도박 실태와 대응에 대한 포럼을 갖는다. 이날 포럼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이 온라인 도박 확산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대책은 무엇인지 등에 초점을 맞춘다. 현장에서 온라인 도박 수사를 맡고 있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소속 수사관과 AI 전문가들이 특강을 펼치고 질의응답을 한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다음 달까지 온라인 도박 특별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시와 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를 중심으로 도박 사이트 운영자뿐 아니라 모집책, 광고책을 비롯한 연계 조직까지 추적하고 있다. 올해를 ‘불법 도박 근절 및 청소년 도박 해결 원년’으로 선포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함께 지난해부터 5월 셋째 주를 ‘청소년 도박 문제 예방 주간’으로 지정해 예방 교육 및 활동을 펼치고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강 저 너머 하늘로 불이 날아다녔어요.”경북 안동시 낙동강 북단 육사로(路)에서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가 말했다. 택시는 오른쪽으로 보이는 낙천교를 지났다. 태백산 황지(潢池)에서 발원한 낙동강과 일월산에서 흘러나온 반변천이 Y 자 모양으로 만나는 부근에 낙천교가 놓여 있다. 안동은 옛날 영가(永嘉)라고도 불렀다. 영(永)을 파자하면 두 이(二)와 물 수(水)다. 두 물이 만나 아름답다(嘉)는 뜻이다. 그 아름다운 곳이 3월 화마를 입었다. 남부 7개 면을 뒤덮은 불은 강을 넘어오지 않았다. 낙동강이 막아 줬다 하는 이도 있지만 강은 그저 흐를 뿐이다. 다친 짐승은 어두운 곳에서 꼼짝하지 않고 상처를 핥는다. 큰일을 당한 사람도 현실에서 잠시 물러설 필요가 있다. 스스로 곱씹어 봐야 한다. 자성일 수도, 자각일 수도 있다.● 도산서당을 품은 도산서원낙동강 서안을 따라 북쪽으로 가다 보면 낙천(洛川·낙동강 원류 줄기의 옛 이름)을 만난다. 그 왼쪽 절벽 위 야트막한 도산(陶山) 기슭에 도산서원이 있다. 퇴계(退溪) 이황(1501~1570)은 ‘둘레의 산과 골짜기와 물줄기들이 모두 이 산을 향해 읍하듯 둘러 있다’고 했다(박상하, ‘나는 퇴계다’, 일송북, 2024).도산서원은 퇴계가 환갑을 앞두고 지은 도산서당과 그의 사후 제자와 유림이 지은 사당(祠堂)을 비롯한 여러 문(門) 사(舍) 재(齋) 각(閣) 당(堂) 청(廳) 등으로 이뤄졌다. 서원이 서당을 품은 모양새다. 교육하는 강당은 앞에, 사당은 그 뒤에 두는 전학후묘(前學後廟) 원리가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지형에서 자연히 드러난다. 밖에서 보면 지붕들이 서로의 어깨 너머로 슬쩍슬쩍 낙천을 바라보는 것 같고, 안에서 보면 건물들이 숨바꼭질하면서도 서로에 기대는 듯하다. 조용하고 따스하다.퇴계가 직접 설계했다는 도산서당은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 홑처마 집이다. 단정하고 소박하다. 서쪽 한 칸은 부엌, 가운데 한 칸 방은 퇴계가 기거하던 완락재(玩樂齋), ‘완상하며 즐기는 집’이다. 동쪽 한 칸은 제자를 가르치는 마루 암서헌(巖栖軒)이다. ‘바위에 깃들어 학문에 대한 작은 효험이라도 바란다.’ 암서헌 측면에 눈썹지붕을 덧달고 그 아래 반 칸 남짓 살평상을 뒀다. 한 칸을 온전히 내지 않았다. 검박하고 겸허하다.앞뜰엔 연꽃잎 가득한 연못 정우당(淨友塘)이 있다. 둥글지 않고 네모나다. 네모난 연못 방당(方塘)은 마음을 뜻한다. 가슴속 사방 한 치(약 3cm)에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방촌(方寸)에서 따왔다. 방당은 하늘과 구름이, 빛과 그림자가 비치는 거울이다. 세상 온갖 경험이 잔상을 남기는 마음처럼(한형조 외, ‘도산서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2018). 자연상이 뚜렷이 비치도록 맑은 물이 샘솟듯, 마음가짐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새로워야 한다는 공부다. 정우당에 흰 연꽃 한 송이 피었다.1세대 이황 연구자 이상은 선생에 따르면 ‘퇴계란 물러나 시냇가에 거처한다’는 뜻이다. 어수선한 세상을 떠나 공부에 집중하는 은자(隱者)의 삶을 지향한다. 그러나 물러남, 곧 퇴보(退步)는 뒤처짐이 아니다. 배워서 아는 것을 꾸준히 되짚어 진의를 찾는 일이다. 내 본성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맹개마을 미천장담, 황새 노닐다퇴계는 도산서당에서의 생활과 소회를 ‘도산기(陶山記)’에 적었다. ‘책을 덮으며 지팡이 짚고 나가서 … 마음 내키는 대로 이리저리 거닐다 보면 눈길 닿는 대로 흥이 일어나고 경치를 만나 흥취가 생긴다’(‘도산서원’). 그렇게 종종 유람 길에 올랐다. ‘퇴계 예던길’이다. 예다 혹은 녀다는 ‘가다’의 옛말이다.예던길은 도산서원에서 동북쪽으로 차 타고 10분 거리인 단천교 앞에서 북쪽 가송리 고산정(孤山亭)까지 약 8.8km 길이다. 전체 길 30%는 콘크리트로 덮였고, 청량산 조망대부터는 건지산(해발 557m)을 오르내려야 한다. 그가 걸었을 당시 풍광에 가장 가까운 경치를 보려면 가송리 맹개마을이 제격이다. ‘우리 집 산(吾家山)’이라며 퇴계가 흠모한 청량산 가는 길목이다. 그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고 읊은 경관이 펼쳐진다.맹개마을을 휘감아 왼쪽으로 곧게 흐르는 낙동강 200여 m 구간을 퇴계는 미천장담(彌川張潭)이라 했다. 비로소 멀리 올록볼록 봉우리들 정겨운 청량산이 눈에 들어온다. 미천을 메내나 맹개라 부르는 이 동네에서 미천장담은 ‘메내긴소(沼)’라 한다. ‘시내를 가득 메운 길쭉한 못’이란 뜻이다(김종석, ‘퇴계 예던길’, 민속원, 2018). 분명 흐르고 있지만 잔잔하고 투명할 만큼 푸르다. 수량은 풍부하되 너무 깊지 않다. 물 많을 때는 조각배나 카약을 띄울 수 있다. 최대 폭은 약 100m. 퇴계는 이곳에서 고기 잡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세파에 시달린 30년 벼슬살이를 후회하는 시 ‘미천장담’을 남겼다(임노직, ‘李滉 「獨遊孤山」과 李野淳 「孤山九曲」에 대하여’, 退溪學과 儒敎文化 第59號, 2016)메내긴소가 맹개마을 앞에서 오른쪽으로 휠 즈음 커다란 바위가 있다. 높이와 가로세로 모두 4m쯤이다. 퇴계는 ‘경암(景巖)’이라는 시에서 ‘1000년이나 물살에 부딪혔지만, 어찌 다함 있으랴/흐르는 물 가운데 우뚝 서 기세를 다투네’라며 찬탄했다(‘퇴계 예던길’).경암 뒤로 약 30m 높게 깎아지른 절벽이 학소대(鶴巢臺)다. 1960년대까지 천연기념물 72호 먹황새가 절벽에 둥지를 틀었다. 순백색 배 말고는 온몸이 흑갈색이고 뒷머리는 청동빛에 부리는 붉었다. 오관(烏鸛)이라고도 했다. 철새지만 겨울 날씨가 따스하면 남쪽으로 가지 않고 내내 머물렀단다. 학소대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맹개마을과 메내긴소는 그곳까지 가는 30분의 하이킹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맹개마을은 1980년대까지 네댓 가구 살았다는데 지금은 50대 부부가 밀밭(6월에 밀을 수확하면 9월까지 메밀을 키운다)을 가꿔 밀소주를 빚으며 산다. 조선 시대 음식 조리책 ‘수운잡방(需雲雜方·보물 제2134호)’에서 밀로 빚는 소주인 진맥(眞麥)소주 제조법을 찾아내 이름도 ‘진맥소주’다. 퇴계가 살았다면 이 술로 시 한 수 남기지 않았을까. 이 부부는 시행착오를 거쳐 미천장담같이 투명하고 향기 그윽한 술을 만든다. 몇 년 후면 귀농 20년이란다. 두 사람은 물러남을 통해 맑음에 이른 듯하다.● 선비 묵향 짙게 밴 현판과 편액맹개마을에서 큰 돌 100여 개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면 농암 이현보(1467~1555) 종갓집 농암종택이 있다. 농암종택을 끼고 왼쪽으로 구부러져 1.2km쯤 가다 다리를 건너 조금 걸으면 고산정이다.강물이 들지 않도록 자연석으로 쌓은 축대 위에 기둥을 세우고 정면 3칸, 측면 2칸짜리 우진각지붕 정자를 놓았다. 정면과 양 측면엔 쪽마루를 덧달고 난간을 댔다. 마루에 좌정하고 강 건너 소나무들이 옹위하는 바위 절벽, 고산을 본다. 고산과 고산정이, 정확히 말하면 고산정 있는 쪽 절벽이 협곡을 이룬다. 퇴계가 정자를 짓고 싶어 했을 만하다. 다만 고산정은 그의 제자 금난수가 세웠다.퇴계 제자 중에 정승 10여 명과 판서 30여 명이 나왔다. 이 제자들 종택 등이 사림의 본산 안동 곳곳에 있다. 이 집들의 현판과 편액 또한 선비의 묵향을 진하게 풍긴다. 사실 도산서원, 고산정, 농암종택 같은 안동 대부분 문중 건물의 편액과 현판 진품은 안동호 근처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돼 보관 중이다.‘도산서원’ 편액은 조선 명필 한석봉이 썼고 ‘고산정’ 편액은 퇴계가 직접 썼다.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 미수 허목, 흥선대원군 같은 쟁쟁한 인물이 필력을 선보인 편액 1400여 점이 국학진흥원 장판각에 있다. 일반인은 전시체험실에 전시된 일부의 기운을 통유리창 너머로 받을 수 있다.국학진흥원은 문중에서 책을 찍는 목판인 책판도 약 7만 점을 기탁받았다. 2000년대 초 시작한 ‘목판 10만 장 보존 운동’을 통해서다. 안동의 능성 구 씨 백담 문중이 가장 먼저 기탁했다. 백담은 조선 중기 문인 구봉령의 호로 퇴계의 제자다. 왜 아니겠는가.글·사진 안동=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한국영상대(총장 유주현)가 급변하는 콘텐츠 산업 환경에 발맞춰 교육 과정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전문대학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재학생의 역량을 끌어올리면서도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만족스러운 지·산·학(地産學)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영상대는 최근 트렌드를 담은 교육 과정 혁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는 학생 설계 중심의 콘텐츠형 교육 과정, 이른바 ‘제작 프로세스형 집중식 이수제’가 있다. 이 교육과정은 연출-촬영-편집-음향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제작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학생들이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직무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집중식 이수제는 현재 ‘COR:E(역량기반 교육과정)’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COR:E는 △전공역량(Capability) △직무역량(Occupation) △융합역량(Resilience) △교육설계(Educational design)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직무 역량을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의 실질적인 기술과 감각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COR:E는 단순히 실습에 그치지 않고, 학과 커리큘럼 전체가 하나의 제작 프로세스로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각자의 설계에 따라 특정 역할군에 집중해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게 된다. 잘 짜인 교육과정은 지역 사회와 연계돼 하나의 공동체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한국영상대는 교육 혁신을 지역과 산업, 학교가 함께 성장하는 지·산·학 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리빙랩(Living Lab) 프로젝트’다. 이는 지역 사회와 대학이 상생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운영하는 방식이다.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실천형 프로젝트는 교육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전략도 단순한 유학생 유치에서 벗어나 ‘참여형·실전형 국제화’로 전환하고 있다. 유학생, 재학생 모두가 콘텐츠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다. 이를 통해 문화 교류 및 협업 능력을 자연스럽게 체득해 글로벌 역량을 높이고 있다. 또한 해외 유수 대학과의 자매 결연, 단기캠프, 어학연수 등을 통해 현장 중심의 글로벌 실전 감각을 익히고 있다. 궁극적으로 해외 취업으로 연결되는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영상대는 교육, 산학, 글로벌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형 교육 혁신을 통해,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선도할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앞으로도 COR:E를 중심으로 한 혁신 모델을 더욱 고도화해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전문대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LG전자·GS풍력과 ‘WE-Meet 프로젝트’ 마무리, 학생 실무 역량 강화고려대는 2025년 1학기 동안 진행된 ‘WE-Meet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고, 고려대 에너지신산업 혁신융합대학사업단(단장 김용찬 기계공학부 교수)이 주최했다. 산업체와 연계해 운영된 실무 중심 교육 프로그램이다. ‘WE-Meet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실제 기업의 직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학기에는 LG전자와 GS풍력발전이 멘토 기업으로 참여했는데, 학생들은 기업이 제시한 과제를 수행하며 현장 중심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다. 이 프로젝트는 ‘에너지신산업 캡스톤디자인2’ 과목을 통해 진행됐다. 선발된 팀들은 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전문가 멘토링 및 결과 보고회를 가졌다. 주요 프로젝트 주제는 ‘탄소중립캠퍼스 추진을 통한 캠퍼스 RE100 실현’, ‘지열원과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 히트펌프 시스템의 부하 대응성과 전력 소비 절감에 관한 정량적 분석’이었다. 약 16주간 산업체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멘토링을 받으며 과제를 수행했다.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학생들은 보다 심도 있는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으로 에너지신산업 분야의 진로를 탐색하고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협업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기업은 다양한 산학협력 전략을 모색하면서 미래 인재들과의 네트워킹 기회를 확대할 수 있었다. 고려대는 앞으로도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취업 기회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프로젝트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 진행… 기업 방문·팀 프로젝트로 취업 경쟁력 강화 고려대 에너지 신산업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은 산학협력 기반의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학생들의 진로 계획을 구체화하고 취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여름 방학 기간동안 ‘취업 멘토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차전지, 수소, 연료전지 등 산업별 주요 기업과 직무를 직접 경험하고, 전문가의 멘토링을 통해 실질적인 진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총 16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이차전지, 에너지변환, 수소 및 연료전지와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3∼4인 팀이 구성돼 약 두 달간 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실무 중심의 프로젝트를 활발히 수행 중이다. 학생들은 팀 단위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며 의사소통 능력, 대인관계 역량,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켰다. 각 프로젝트는 전문가 멘토와의 인터뷰,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고려대 에너지신산업 혁신융합대학사업단 부단장 이기봉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산업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과정은 진로를 명확히 설정하고 취업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 졸업생-재학생 연결하는 ‘KU-Job Energy’ 멘토링 프로그램 성료 고려대는 졸업생과 재학생을 연결하는 진로 멘토링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취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고려대 에너지신산업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은 5월 안암캠퍼스 신공학관에서 ‘KU-Job Energy’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에너지신산업 혁신융합대학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산업 현장에서 활약 중인 졸업생을 초청해 후배 재학생들에게 현장 중심의 진로 조언과 취업 준비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는 삼성SDI 전찬호 연구원, 삼성전자 홍준오 연구원이 멘토로 참여했다. 두 졸업생은 배터리 불량 개선, 플래시 메모리 불량 분석 등 현업 직무 경험과 실제 채용 과정, 취업 전략 등을 상세히 소개하며 조언을 했다. 강연에서는 이력서 작성법, 면접 준비 전략, 자격증 취득 정보뿐 아니라 최신 산업 동향까지 다뤄 참가 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행사에는 고려대 학부생 18명이 참석했다. 특강과 자유 질의응답을 통해 산업 현장과 직무 이해도를 높이고 진로 계획을 구체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 후 실시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89.5%가 ‘매우 만족’, 90%가 ‘진로 설계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참여 학생들은 향후 멘토링 주제로 연료전지,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열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소재 분야 진출을 희망하며 관련 산업 전문가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는데 공감했다. 고려대 에너지신산업 혁신융합대학사업단 황현지 담당은 “졸업생과 재학생이 소그룹 멘토·멘티로 연결되면서 자연스러운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취업 준비 역량은 물론, 에너지신산업 교육과정의 현장 적합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앞으로도 KU-Job Energy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면서 산업과 교육을 잇는 인재 양성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