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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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likeday@donga.com

취재분야

2024-04-21~2024-05-21
건강87%
칼럼13%
  • “황사에 혹사당한 눈꺼풀, 온찜질-세척으로 지켜주세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유독 눈두덩이 붓거나 눈 부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상당수는 눈꺼풀에 염증이 생긴 환자들이다. 눈꺼풀은 눈 표면을 건강하게 유지하게 하고 건강한 눈물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눈을 감거나 깜빡이는 과정에서 눈물의 주요 성분인 물과 기름 성분을 분비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와 황사 등 주변 환경 문제와 잘못된 생활습관 등으로 눈꺼풀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혹사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유정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놓치기 쉬운 눈꺼풀 건강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눈과 눈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눈꺼풀 눈꺼풀은 눈 표면을 덮어 외부로부터 눈을 보호해준다. 또 △눈을 깜빡이면서 눈물을 눈 표면에 골고루 퍼뜨려 주고 △감염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눈 표면 윤활유 역할을 하고 △눈 표면의 이물질도 씻어준다. 눈꺼풀의 분비샘에서 나오는 기름은 눈물의 증발을 막고 눈물에 물을 끌어들여 눈물을 두껍게 한다. 만약 눈물층에 기름층이 부족해지면 건성안이 생길 수 있고 눈에 염증 물질이 증가하며 눈 표면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눈꺼풀은 외부와 직접 접촉하는 곳이어서 염증도 잘 생긴다. 우리가 흔히 겪는 대표적 질환이 다래끼와 눈꺼풀염이다. 다래끼는 눈꺼풀에 있는 여러 분비샘에서 발생하는 급성 염증 질환이며, 눈꺼풀염은 눈꺼풀 가장자리에 생기는 만성 염증이다. 눈꺼풀염의 원인은 다양하다. 세균 감염, 노화, 호르몬·약물, 지루성피부염, 모낭충 등과 관련이 있다. 그 밖에 온도, 습도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또 미세먼지나 공기의 질도 눈꺼풀염과 관련이 있다. 특히 눈화장이나 눈꺼풀 문신 그리고 콘택트렌즈 착용은 눈꺼풀염을 악화할 수 있다.●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수 눈꺼풀염이 있으면 다래끼가 잘 생길 수 있다. 또 잘 관리되지 않으면 재발도 잦다. 눈꺼풀염이 오래되면 회복할 수 없거나, 시력에 영향을 주는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눈꺼풀염이 심한 경우 눈 표면 각막과 결막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특히 시력에 중요한 각막 염증의 경우 투명한 각막에 하얀 혼탁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눈꺼풀염은 만성 질환으로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눈꺼풀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눈꺼풀 위생 관리다. 필요에 따라 약물 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다래끼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온찜질과 함께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항생제 안약을 사용해 치료할 수 있다. 약물 치료에도 좋아지지 않거나 큰 농양의 경우 절개해 배농을 하기도 한다. 눈꺼풀염의 경우 경구항생제가 세균 증식을 억제하고 염증을 완화해 도움을 준다. 항생제 안약이나 항염증 안약을 사용하기도 하며, 기름 성분을 보충해주거나 기름 분비용 안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또 오메가3도 염증을 줄여 눈꺼풀염에 도움이 된다.● 온찜질로 막힌 기름 잘 관리해야 눈꺼풀 위생 관리 방법은 온찜질을 하고 눈꺼풀 세정제로 눈꺼풀 가장자리와 눈썹 뿌리 쪽을 잘 닦아내는 것이다. 온찜질로 눈꺼풀이 따뜻해져 기름의 녹는점보다 높은 온도에 도달하면 기름샘 입구를 막고 있던 끈적한 기름이 녹아 분비되는 기름의 질이 좋아진다. 온찜질 방법은 깨끗한 물수건을 뜨거운 물에 적시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만든 후 가져다 대는 것이다. 기름을 녹이면서 화상을 입지 않는 섭씨 37∼40도 정도로 데운 후 눈을 감고 그 위에 10∼15분 정도 올려놓는다. 안대 형태의 제품을 사용하면 더 편하다. 가능하다면 찜질 후 면봉으로 눈꺼풀을 쓸어내리듯 짜주면서 기름 배출을 도와주면 더 좋다. 이후 눈꺼풀 세척을 하면 염증을 줄일 수 있다. 눈꺼풀 세정제를 솜에 묻혀 눈꺼풀을 살짝 당기고 속눈썹 뿌리 부분을 10∼20회가량 잘 닦아준다. 이때 세척액이 눈에 닿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최근엔 안과용 레이저 IPL 치료도 많이 한다. 이는 효율적으로 온열 효과를 주며 비정상 혈관을 없애고 염증을 줄이면서 세균이나 모낭충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평소 눈 피로를 잘 느낀다면 꾸준하게 눈꺼풀 위생을 관리하면서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눈의 피로나 통증, 충혈 등의 이상 증세가 계속 보인다면 안과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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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현장]‘강대강’ 치닫는 정부-의료계 갈등… 국민 위해 지혜 모으길

    “이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면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걱정이다.” 최근 필자에게 의료공백 사태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의료계 원로들과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며 필수의료를 지키는 의료인들이 한결같이 토로하는 말이다. 정부도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인지하고 공중보건의(공보의) 및 군의관 투입, 간호사 역할 강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투입된 의사들의 진료과목이 천차만별인 데다 이들이 각 병원 시스템을 익히기도 쉽지 않다 보니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종교계 지도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의료개혁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또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특정 질환을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전문병원 109곳을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만큼 지원하고 병원 설립 시 전문의 고용을 늘리는 대책도 내놨다. 그런데 이런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복귀를 위해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중재안을 냈지만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강경모드를 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최근 열린 19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학들이 사직서 제출 쪽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필수의료 및 응급 중증질환 환자들을 책임지고 자리를 지키던 의대 교수들이 현 상황을 ‘절망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조금씩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에서 ‘2000명’으로 딱 정해 버리고 물러서지 않으니 대화 창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고위 공무원은 “지금까지는 의료계가 잘 버티고 있는데 걱정”이라며 “앞으로 국민이 피부로 심각하다고 느끼면 그때야 의료계와 소통이 시작되는 시점일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약점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의사들에게 민감한 성분명 처방, 실손보험 제동 등을 통해 의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갈 거란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를 두고선 강경 입장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모순된 의료제도를 방치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을 의료계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측 모두 명분에 집착하다 실리를 잃는 것은 아닌지 필자는 솔직히 두렵다. 정부의 강경 방침에 따른 의료공백과 의사들의 진료 포기는 국민건강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민을 앞에 두는 지혜가 쌍방에 필요하다. 말기 폐암으로 죽음을 앞둔 한국폐암환우회 이건주 회장이 “극한 대립으로 치료받을 권리,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됐다”고 했던 절실한 호소문을 의정(醫政)은 다시 생각해주길 바란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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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인 다이어트’ 따라 하다 큰일… 청소년 ‘섭식장애’ 주의

    한국에서 섭식장애는 ‘젊은 여성의 다이어트 강박증’, ‘의지력만 발휘하면 해결될 습관 문제’ 정도로 치부되며 사회적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섭식장애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며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실제로 섭식장애의 유병률(인구 대비 환자 수)이 9%에 달한다는 미국 연구도 있다. 특히 섭식장애 환자의 80%는 25세 이하 젊은층이다. 김율리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섭식장애로 청소년과 청년들의 삶이 황폐화되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섭식장애는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 시 완치가 가능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예방과 치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를 만나 섭식장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섭식장애가 뭔가. “쉽게 설명하면 먹는 것에 대한 태도와 감정 등에서 통제할 수 없는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스스로가 조절할 수 없고, 다시 원래의 편안한 식습관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경우에 해당한다. 극단적으로 체중이 감소하는 거식형 섭식장애, 폭식을 반복적으로 하는 폭식성 섭식장애 등이 섭식장애의 전형적 형태다. 하지만 비정형화된 섭식장애가 실제론 훨씬 많다. 음식 섭취가 두려워 먹기를 피하는 정상 체중의 거식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섭식장애는 왜 생기나. “불안함, 완벽주의, 우울감, 자존감 저하 같은 마음의 어려움에서 시작된다. 마른 몸, 다이어트 강박 등 보이는 증상에 가려진 병의 기저에는 이런 심리적 어려움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 외모, 체중 등에 대한 부정적 자극이 섭식장애를 촉발하는 방아쇠를 당긴다. 특히 청소년기는 신체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고, 친구들 간 평가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많이 발생한다.” ―섭식장애가 있다면 병원을 언제 가야 하나. “거식증은 체중이 확연히 줄기 때문에 보통 조기에 드러난다. 다만 정상 체중인 거식증도 있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가 식사를 자주 거르고 다이어트 강박이 심해지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자녀가 식사를 회복하도록 유도하되 변화가 없다면 악화되기 전에 내원하는 게 좋다. 거식증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게 특징이라 치사율이 높다. 사망 환자 5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남성 거식증 환자의 사망률은 여성 환자보다도 높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섭식장애는 원인이 복합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정신, 심리, 영양, 간호 등 여러 전문가가 협력해 다각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보통 환자의 식사 행동 변화와 정서적 어려움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 나간다. 거식증 환자 치료에선 신체적 위험을 처치하고 체중 회복을 돕게 된다. 또 환자의 핵심 문제가 정서적 어려움에 있음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폭식성 섭식장애의 경우에는 회복을 위해 굶기보다 규칙적 식사를 통해 폭식 충동을 조절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건강한 체중 감량을 할 수 있게 된다. 뇌의 식욕중추 기능을 회복해 폭식이라는 극단적 행동이 감소하는 것이다.” ―예방은 어떻게 하나. “청소년기에 다이어트 강박이 생기면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되고 회복되기 점점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TV 등에서 연예인의 극단적 체중 감량을 트로피처럼 다루지 않아야 한다. 청소년들은 스타들의 체중 감량 방법을 비판 없이 흡수하고 모방하기 쉽다. 이런 단기간의 급격한 체중 감량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낳고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섭식장애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개입은 예방이다. 또래 간 만연한 몸매 이야기는 10대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학교는 또래가 모여 있어 섭식장애 문화가 확산되기 쉬운 환경이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중고교 과정에 필수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또 부모와 교사들이 섭식장애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생의 경우 질병 초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을 통한 예방 프로그램이나 회복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는 게 효과적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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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약 절실한 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높이려면 급여체계 개편해야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매년 2월의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이날은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유럽희귀질환기구가 2008년 처음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매년 5월 23일을 ‘희귀질환 극복의 날’로 기념해 왔는데 올해부터 세계적 추세에 발을 맞춰 세계 희귀질환의 날에 통합됐다. ‘따뜻한 환자 이야기’는 작년에 이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질환과 함께 살아가며 사회의 편견을 이겨내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담을 예정이다. 올해 첫 ‘따뜻한 환자 이야기’는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 가지는 의미에 공감하며 희귀질환을 극복하고 일상 속 희망을 찾아가는 환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신경의 종양 ‘신경섬유종증’ 신약 소식 신경섬유종증은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에 생기는 종괴 및 반점이 가장 일반적 증상이며 중추신경계와 근골격계 및 혈관의 이상, 시력이 떨어지는 안과 증상 등을 동반한다. 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종양이 악성일 경우 낮은 생존율로 생명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수현 씨의 아들 임 군은 생후 100일쯤 신경섬유종증 진단을 받았다. 아이의 목 뒤에서 느껴지는 물컹한 느낌에 병원을 방문했다. 목 안의 신경에 종양이 생겨 수술이 불가능하고 국내에서는 치료 방법이 없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부터 임 씨 부부와 임 군의 절실한 치료 여정이 시작됐다. 임 씨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치료법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다 세계적인 의학지 ‘셀’에서 해외 임상에 성공한 치료제 자료를 보게 됐다”면서 “우여곡절 끝에 미국 연구팀과 간신히 연락이 닿아 미국에서 3년 정도 치료를 받았는데 돈이 많이 드니 상주하지는 못하고 6개월에 한 번씩 미국에 가 치료를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 군은 해외 치료에서 극적인 성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신경섬유종증 신약이 국내 임상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해당 임상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임 군은 신약 복용을 통해 증상이 상당히 개선됐고 신약의 급여화로 현재도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진아 사무국장은 “올해 1월 1일부터 신경섬유종증 1형 소아 환자들에게 신약 치료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그간 힘든 시간을 보내온 환자들에게 희망이 됐다”면서 “이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차원에서 큰 결실이지만 소아 환자에 한정된 급여로 인해 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성인 환자들은 언제까지 치료를 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소아 환자들 역시 급여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아직 관련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고 신약 치료 환경의 한계를 지적했다.극희귀질환 신약, 건보 통과율은 평균 15% 불과 희귀질환 중에서도 유병률이 극히 낮아 극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질환들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질환은 체내에 이물질이나 병균 침입 시 이를 파괴하는 면역체계인 ‘보체’의 활성이 조절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급작스러운 병의 진행으로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으며 특히 진단이 늦어지면 사망이나 말기 콩팥 질환으로 번질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진단 이후 최대한 빨리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유복순 씨는 평소 ‘워커홀릭’이라 불릴 정도로 30년 이상 사회복지사로 열심히 활동해 왔다. 언젠가부터 양치질을 하기 힘들 정도로 기운이 없어졌고, 3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못해 바닥에 주저앉을 정도로 극심한 피로감이 나타났다. 휴직 소견서를 받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현저히 낮은 빈혈 수치가 측정됐다. 신장내과와 혈액종양내과의 협진 및 유전자 검사를 통해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게 됐다. 유 씨는 “난생처음 듣는 병명과 극희귀질환이라는 말에 ‘그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의사가 치료 방법(신약)에 대해 설명을 해 줬는데 산정특례 혜택을 못 받는다면 1년 치료비가 5억 원 정도라고 했다”면서 “다행히 약제 사전심의제도를 통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그냥 주변 정리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강희경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콩팥센터장은 “2018년부터 보체의 과활성화를 막을 수 있는 신약 치료제에 국내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다만 신약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약제 사전심의제도를 통해 환자의 치료제 급여 적용 여부를 관리 감독하고 있다. 작년에는 신약들의 심의 통과율이 불과 5%였고, 평균은 15% 정도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강 센터장은 “고가의 신약 치료에 의료보험 재정의 한계가 있어 이런 제도가 있는 것인데 이러한 제도로 인해 환자 치료가 시의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대표적 질환이 바로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이라며 “72시간이라는 골든타임 안에 치료가 시작돼야 하는 병인데 치료제 사용이 제도에 묶여 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덧붙였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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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서 찾아오는 대구차병원 난임센터, 임신 성공률 ‘1등’

    수도권 중심의 의료 쏠림 현상을 해결하고 지역에 사는 난임 부부가 난임센터를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는 대구차병원 난임센터. 실력 있는 의료진과 연구원, 뛰어난 기술력과 최신 장비를 바탕으로 ‘임신 성공률 높은 병원’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 경북뿐만 아니라 서울은 물론 미국, 중국, 아랍, 동남아 등에서도 환자가 몰리고 있다. 월 5000여 명이 찾는 대구차병원은 개원 후 현재까지 14만 명의 환자가 다녀갔고 그중 대구 지역 밖의 환자가 40%를 웃돈다. 최고 수준의 난임생식의학 기술을 자랑하는 차병원 난임센터(분당, 강남, 서울역, 대구, 일산) 가운데에서도 대구차병원의 임신율이 가장 높다.실력 있는 의료진 포진 높은 임신율의 비결은 실력 있는 의료진이다. 궁미경 대구차병원 원장을 비롯해 산부인과 강인수, 임수연, 한애라, 김주영 교수, 그리고 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 난임센터에서 온 산부인과 이광 교수 등 10명의 의료진이 있다. 이 가운데 궁 원장은 출산율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2010년에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난소기능부전, 반복적 착상 실패, 자궁선근종, 자궁내막증 등의 최고 권위자로 30년간 난임 치료에 힘써왔다. 총 3만 건 이상의 난임 시술을 시행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난임 명의다. 또 유전체 분야 최고 권위자인 PGT(착상 전 유전자 검사)의 달인 강인수 교수는 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 유전학 연구원장을 지냈다. 강 교수는 진료 외 시간에는 유전 연구와 유전 상담을 한다. 대구차병원 난임센터 의료진은 매주 1번 이상 새로운 의학 지식과 치료 방법을 토론하며 더 나은 시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궁 원장은 “매달 서울역, 강남, 분당, 일산, 대구 등 국내 차병원 난임센터가 모두 모여 기관별 임신율을 체크하고 세미나를 열어 노하우와 비결을 공유하고 있다. 모두 임신율이 높지만 대구차병원 임신 성공률이 가장 높다”면서 “서로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며 공부하고 최신 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높은 임신율을 유지하는 차병원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독보적인 PGT 실력… 개원 3년 차에 4000건 시행 대구차병원 난임센터의 높고 빠른 임신율의 비결에는 PGT가 있다. 이 검사는 시험관아기 시술로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기 전 염색체나 유전자를 검사해 정상 배아를 선별, 이식하기 위한 검사다. PGT 검사는 3가지로 나뉘는데 고령의 여성이거나 습관성 유산, 반복적 착상 실패를 겪은 경우에 하는 PGS(PGT-A), 염색체 구조 이상이 있는 아이를 출산할 위험을 예방하는 PGT-SR, 그리고 본인을 포함해 가계에 유전병이 있거나 첫 아이가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에 유전병을 예방하기 위한 PGT-M을 모두 시행하고 있다. 강 교수는 “PGT 검사는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산율을 감소시키고 이식당 임신율을 높이며 정상 임신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하는 효용성이 있다”면서 “다른 병원은 PGT 검사 결과를 외부에 맡기지만 우리는 차바이오텍 유전학연구소에서 판독해서 정확도가 무척 높고 빠르다”고 강조했다. 대구차병원은 PGT를 4000건 이상 시행했다.환자 10명 중 4명 대구 밖에서 찾아와 PGT를 잘하려면 배아 연구실의 시설과 연구진의 협업이 중요하다. 대구차병원 난임센터에는 20여 명의 경험이 풍부한 연구진이 수준 높은 배양 기술을 바탕으로 난임 환자의 임신을 돕고 있다. 최신 시설도 강점이다. 실시간 배아 발달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배아발달추적선별 시스템, 채취한 난자와 정자 및 배양한 배아를 환자별로 정확히 구별하는 배우자 식별 시스템, 반복 유산 또는 반복 착상에 실패한 환자를 위한 면역 치료,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 등을 위한 최첨단 장비가 있다. 대구차병원 난임센터는 난임시술의료기관 평가 1등급 기관이다. 이외에도 안전 관리 시스템, 24시간 소통 앱, 편리한 키오스크 시스템, 최신 난자·정자 보관 장비 구축 등 환자를 위한 설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외래 대기가 없는 ‘매직 패스’도 도입했다. 온라인이나 앱에서 진료를 예약하면 일반 진료와 동일하게 추가 진료비 없이 고객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진료받을 수 있는 환자 중심 서비스다. 임 교수는 “대구차병원의 높은 임신율은 64년 차병원 난임생식의학 역사와 기술력, 그리고 모든 의료진이 난임 부부의 임신을 바라며 밤낮으로 연구와 진료에 매진한 덕분”이라며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 중심으로 사고하며 더 빠르고 높은 임신 성공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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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내장 앓고 있다면… 홈트레이닝으로 유산소운동 해보세요”

    12일은 세계 녹내장의 날이었다. 녹내장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서 머리로 전송하는 시신경이 망가지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병이다.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할 수 있다. 실명을 막기 위해서는 녹내장의 위험성과 질환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생활 습관이 녹내장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산소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 대표적인 녹내장 학자들이 참여한 영국 바이오뱅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신체 활동의 강도가 높을수록 시신경 조직이 더 건강했고, 중등도 이상 강도의 운동이 녹내장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녹내장 환자들에게 어떤 운동이 도움이 되는지 대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많지 않다. 녹내장 전문의와 맞춤형 피트니스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면 좋은 조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녹내장TV’로 유명한 센트럴서울안과 최재완 원장과 맞춤형 피트니스 전문 채널 ‘폭스짐TV’ 단하나 트레이너를 만났다. (이하 최=최 원장, 단=단 트레이너) ―녹내장의 원인은. 최=“눈 속의 높은 압력이 녹내장의 중요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 일본에서는 안압이 높지 않은 ‘정상안압녹내장’이 70∼80%로 매우 흔하다. 이 부류의 녹내장에서도 물론 안압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또 근시가 심하거나,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 있거나, 손발이 심하게 차거나 편두통이 있을 때도 녹내장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녹내장 환자에게 왜 유산소운동이 도움이 되나. 최=“녹내장일 때 망가지는 시신경과 주변 조직은 모세혈관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부분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이로 인해 녹내장이 악화될 수 있다. 유산소운동은 말초혈관을 확장시키고 심박수를 높여 시신경 건강에 도움이 되는 혈류의 양을 증가시킨다. 또 유산소운동은 시신경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을 도와준다. 운동의 강도도 중요하다. 가벼운 운동보다는 숨이 차고 땀이 나는 중등도 강도 이상의 운동이 녹내장 환자에게 좋다.” ―녹내장에 도움이 되는 유산소운동을 기획하게 된 동기는. 최=“평소 외래 진료에서 녹내장 환자에게 유산소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최근 유산소운동이 녹내장에 효과적이라는 의학적인 증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환자에게 맞는 운동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마침 녹내장을 앓고 있는 지인의 소개로 맞춤형 피트니스 유튜브 채널 ‘폭스짐TV’를 운영하는 단 트레이너를 알게 됐다.” 단=“안과의사가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녹내장 환자에게 필요한 운동의 세부 사항을 1대1로 직접 이야기해주는 모습을 보고 보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운동 제작 과정에 직접 모델로도 참여하겠다고 하셔서 녹내장 환자에 대한 진정성을 느꼈다.” ―녹내장 환자들에게 필요한 유산소운동은. 최=“녹내장 환자에게 운동이 효과가 있으려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 △중등도 이상 강도로 심박수가 올라가고 숨이 찰 정도의 운동 △어느 정도는 재미가 있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 △고령으로 관절이 안 좋거나 시력이 안 좋은 환자도 따라 할 수 있는 운동 등을 단 트레이너에게 부탁했다.” 단=“건강한 분들이라면 달리기나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야외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녹내장 환자들을 위해서는 실내에서 특별한 도구 없이 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을 고민했다. 특히 녹내장 환자 중에서는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관절이 안 좋은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땐 짐볼 등을 사용해 관절의 운동 범위를 제한하는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시력이나 시야가 좁아서 활동 범위가 넓은 운동에 제약이 있을 때를 감안해 의자에 앉아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운동도 선별했다.” ―녹내장 환자들을 위해서 제작한 영상들은 어디서 볼 수 있나. 단=“녹내장 환자의 맞춤형 운동 가이드는 유튜브채널 녹내장TV와 폭스짐TV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동작들로 구성이 돼 있어서 도움이 되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 운동유발성 천식, 퇴행성관절염 등일 때는 먼저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운동 외 녹내장 환자를 위한 생활 습관은? 최=“금주, 금연, 운동. 이 세 가지 키워드를 꼭 기억하면 좋겠다. 작년에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 연구에서는 소량의 음주도 녹내장으로 실명할 가능성을 50% 이상 증가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담배는 녹내장에 최악이다. 안압을 높게 만들고 모세혈관의 수축을 야기해 녹내장을 악화시킨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것은 녹내장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녹내장 환자 맞춤형 운동 가이드는 아래 채널의 링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녹내장TV : https://www.youtube.com/@GlaucomaTV폭스짐TV : https://www.youtube.com/@FoxgymTV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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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교수 1000명을 충원할 수 있을까[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의대 2000명 증원 좋다. 학생들 가르칠 기초의학 교수 확보도 가능하다. 그런데 어떻게 임상교수를 확보할 건가? 아무리 정부의 의지가 강해도 이건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계 원로 교수들은 필자에게 의대생들에게 꼭 필요한 의대 교수는 제대로 교육 훈련을 받은 임상교수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많은 의대 교수도 비슷한 걱정을 토로한다. 기초의학은 생리학 생화학 약리학 해부학 등 의학 학문의 기초를 다루는 과목이다. 기초의학 교수의 경우 최근 의대 졸업자가 거의 지원하지 않아 의사가 아닌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 자연과학 전공 교수들로 많이 채워진 상황이다. 따라서 기초의학 교수의 확보는 의학과 출신이 아닌 교수들로 채울 수 있다. 물론 의대 출신이 기초의학 과목을 맡는 게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주요 과목을 다루는 임상교수 확보다. 정부는 지방 거점 국립대 의대 교수를 앞으로 1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임상 쪽 의대 교수가 되기 위해선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전임의 2년 등 군대 시기를 제외해도 13∼15년의 교육을 받은 의사가 필요하다. 동시에 석사 이상의 학위를 통해 교육과 연구 경험도 있어야 한다. 레지던트와 전임의를 했다고 바로 의대 교수로 임용될 수 없는 것이다. 또 의대 교수의 자격 요건인 연구 경험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의학실습을 지도하는 차원이 아니라 직접 연구 과제를 정해 동물실험 및 본인의 임상 데이터를 종합해 이를 해석하고 논문을 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또 수시로 국제 논문을 취합해 이를 교육과 연구에 연계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병원은 10년 이상 임상을 한 의사에게도 교수 자격을 함부로 부여하지 않는다. 정교수가 되려면 학교에서 요구하는 양질의 논문 생산 능력을 입증해야 하고 엄격한 인사위원회 심사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일본과 독일에선 교수가 과별로 소수에 불과할 정도로 엄격하다. 단순히 원한다고, 혹은 필요하다고 교수를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와 의사단체의 충돌 이후 전임의(펠로)들이 줄줄이 사직하고 있어 임상교수 확보가 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더라도 의대생들이 예과 2년을 거치는 동안 양질의 교수 1000명을 확보해야 하는 비상 상태에 마주치는 것이다. 양질의 의대 교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중증 질환 임상 및 연구 경험이 거의 없는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교수 확보에 나서야 한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 갑자기 두 배 이상의 정원을 뽑는 상황에서 강의실 확보는 물론이고 커대버(해부용 시신)를 활용한 해부학 실습 등 의대에서 제대로 진행돼야 할 교육이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 등으로 많은 의대는 내년도 증원 규모를 놓고 대학본부와 갈등을 빚었다. 의대 교수들은 지금도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게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부는 어떤 식이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추진하겠다며 가속도를 내고 있다. 강의실과 실험 기자재 등 하드웨어 지원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교수 등 인적 자원은 1, 2년 지원한다고 배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의대 교수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지방대 의대 교수는 “정부는 교수 정원을 늘리면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최신 F-35 전투기를 수입하면서 동시에 조종사를 확보하려고 내년부터 공군사관학교 입학생을 늘리는 것과 같다”면서 “시차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공군사관학교 정원을 늘려도 공군 파일럿이 되는 사람은 소수이고 그나마도 금방 민간 항공사로 빠져나간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제대로 교육 받은 의사들에게 진료와 수술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지금 이대로 가다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의사가 청진기를 들고 환자 앞에 앉을까 봐 걱정이 앞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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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현장]전공의 갈등 해결책, 이미 논의했던 수련시스템 개편안에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전직 의대 교수가 약 1조3000억 원을 미국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에 기부해 모든 의대생 학비가 면제됐다는 소식이 국내에 알려져 화제가 됐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연간 학비는 한국 돈으로 약 8000만 원에 달한다. 이 교수는 “비싼 학비와 경제적 여건 때문에 의사의 꿈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보고 장학금 기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혜택을 받은 의대생 중 상당수는 나중에 사회에 나가 기부 대열에 동참하면서 사회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의사가 공무원인 영국의 경우 국가가 의대 등록금, 졸업 후 전공의 수련 비용 등을 지원한다. 심지어 의료 분쟁 시에도 국가가 개입해서 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은 국가의 통제 시스템 속에서 묵묵히 본인 일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자본주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의 경우도 전공의 수련 비용에 주 예산 등이 투입된다. 병원 교수들이 연구와 진료 외에 전공의를 가르치는 것에 보상하는 것이다. 최근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을 보면서 필자는 한편으론 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했다. 필자도 의대생일 때 중고생 과외를 하거나 우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과 학비를 마련했다. 그나마 국립대라 다른 의대에 비해 등록금이 절반 이상 저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공의 때를 돌아보면 병원에 따라 연봉이 달랐는데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중 가장 많이 받는 곳이 A 병원이다 보니 일부러 그곳에 지원한 동료도 있었다. 당시 전공의 연봉은 2000만∼4000만 원가량이었는데 실제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은 월 120만∼150만 원 정도였다. 물론 20년 더 된 2000년도 기준이고 지금은 2배 가까이로 늘었다고 들었다. 결국 전공의를 마칠 때까지 정부 지원은 거의 없는데 막상 개원하려 하면 정부가 당연지정제를 통해 건강보험으로 통제한다. 당연지정제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모든 국민이 어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의사들은 건강보험의 저수가로 환자들을 많이 봐야 병의원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지 않으면 비보험 진료 등에서 수익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대형 병원들이 장례식장, 주차장 등에서 수익을 올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의료제도 모순의 대부분은 현재의 의료수가로 운영할 경우 상당수가 적자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생긴다. 특히 최근에는 갈수록 심화되는 저출산과 민형사 소송 위험 등으로 소아청소년과 및 산부인과 의사들이 피부 미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 실비보험으로 비급여 수익이 늘어나면서 필수의료에 있던 많은 의사들까지 개업에 나서는 상황이다. 여기에 선택진료비 폐지, 상급병실료 급여화라는 소위 ‘문재인 케어’는 지방에 있는 많은 환자들이 수도권 병원으로 몰려오게 만들었다. 그렇다 보니 지방 병원들은 의사 인력을 구하기 힘들게 됐고 지방 병원 운영은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단순히 의사 수 2000명을 증원하고 5년 동안 10조 원을 투입한다고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다는 뜻이다. 국민 중에는 2000명 증원을 포함한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낮은 의료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의사들에 대한 불만이 증폭됐다고 본다. △병원에 입원해도 담당 교수 얼굴조차 못 보고 △병원에서 3시간 기다렸는데 의사는 컴퓨터 화면만 보면서 3분 진료로 마무리하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함부로 대하고 △응급실에 가도 제때 치료를 못 받은 경험이 있는 것이다. 결국 의사와 환자 관계를 갈등 관계로 만들고 있는 건 지금의 의료 시스템이다. 환자들의 불편을 줄이려면 현재의 저수가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예를 들어 충분한 수가를 주면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들을 30분 이상 진료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국민들이 의료비를 더 내야 한다. 또 지방에 있는 환자들이 수도권에 몰리지 않도록 하려면 병원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수가를 통제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면 10년 후 전문의가 배출된다. 당장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는 방안 중 하나로 필자는 전공의가 수련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모두 지원하는 ‘국가책임제’를 제안하고 싶다. 정부가 3000여 명의 전공의 인력을 직접 운영하자는 것이다. 다른 접근법에 비해 예산 부담도 덜하다. 이 제도를 통해 정부가 지방에 고루 전공의 인력을 파견하면 지방의 부족한 의사뿐 아니라 필수의료 인력 부족 현상도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필수의료 중점 교육을 실시하면서 전반적인 수련의 수준도 높일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지난해 정부와 의료계가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에서도 7차례에 걸쳐 논의했던 정책 중 하나다. 지난해 본보 5월 19일자 필자 칼럼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정부도 다시 한번 살펴봐 주길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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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의사 카르텔’과 ‘탕핑 전공의’

    최근 만난 정부 고위관계자와 의료계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달 초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의 배경에는 “의사들의 카르텔(담합)을 깨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고 한다.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은 현 상황이 의사들의 카르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두 배로 늘려 매년 1000명을 뽑자 법률 전문가들이 사회 모든 분야에 자리를 잡아 법치주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당시에도 증원을 원치 않은 법조인 카르텔을 깬 결과 국가적으로 선순환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지난해 사교육 카르텔을 깨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배제 등의 조치를 취했고 노조 등 이권 카르텔과도 전면전을 벌였다. 다만 의료계는 다른 직군과 다소 다른 생태계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로펌과 대형 학원들은 민간기업으로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국내 모든 병의원은 국가가 지정한 당연지정제에 묶여 있다. 당연지정제란 건강보험에 가입한 모든 국민이 어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 의사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지은 민간병원이라도 건강보험에서 정해 놓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 이상은 받을 수 없다. 결국 상당수의 의사들은 낮은 수가 속에서 많은 환자를 봐야 병의원을 유지할 수 있다. 쉬지 않고 힘들고 고되게 일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이 극찬한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의 현실이다. 물론 당연지정제가 아니라면 국민들은 ‘의사 카르텔’ 때문에 필수의료에도 현재의 10배가 넘는 비싼 진료비를 지출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만약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면 더 이상 카르텔 우려가 없으니 의사들의 자유를 묶었던 당연지정제도 폐지하라는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 이제 곧 3월이다. 새로운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들이 들어와 병원에서 중요한 일들을 배우며 부족한 의료 인력을 메워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병원 전공의 상당수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고 그 자리를 메울 의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말 그대로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안 보인다. 정부의 면허정지 및 사법절차 경고에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식의 여유가 느껴질 정도다. 마치 정부에 저항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탕핑(躺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연상케 한다. 보건당국도 전공의와 소통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의료대란은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중장기적으로 정부에도 도움이 안 된다. 보건당국이 소통을 원한다면 제도상으로는 의사단체 중 유일한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의결기구인 대의원회가 파트너다. 그런데 최근 대의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에 전권을 주기로 의결했으니 비대위가 의료계 대표 기구가 됐다. 대통령실은 28일 “의협은 대표성을 갖기 좀 어렵다”고 했지만 비대위를 완전히 제외하고 대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전공의들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조만간 전공의, 교수, 개원의 등이 모여 단체 행동의 시작과 종료를 투표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이라도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와 의협 비대위, 그리고 의사단체가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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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가 고위험군 선별… 디지털로 치매 관리하는 시대 성큼

    국내 치매 환자가 지난해 100만 명을 넘었다. 치매 원인의 70% 이상은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다. 그런데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려면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양전자단층촬영(PET),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만 100만 원 넘게 들어간다. 이건호 조선대 의생명과학과 교수(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장)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 대안으로 저렴하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치매 예측 및 예방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3∼25일 전남 여수시 베네치아호텔에서 열린 제7회 알츠하이머병 신경과학포럼(NFAD)에서 치매 전문가인 이 교수와 윤영철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회장)를 만나 치매 치료와 예방 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美 FDA, 알츠하이머병 항체치료제 승인지난 수십 년 동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은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뇌에서 제거하는 방법에 집중됐다. 그리고 지난해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이 치료제는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에 반응하는 항체로 혈관에 주사한다. 항체는 혈류를 통해 뇌로 전달돼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되고 응집체를 제거해 뇌 신경조직의 손상을 억제한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판매 승인을 받았고 올 하반기(7∼12월) 국내 환자들에게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비용, 효과 등의 문제로 접근성이 높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이 치료제는 아직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충분치 않고 부작용도 적지 않아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며 “국내 기준으로 연간 치료 비용이 5000만 원 안팎으로 추산돼 치료 기회조차 얻기 힘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기기 활용해 치매 가능성 예측”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치매를 예측하고 미리 대처할 수도 있다. 디지털 기기에 치매 관련 소프트웨어를 연동하면 뇌의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발병 가능성 등을 예측할 수 있는데, 이를 디지털 치매 예측 기술이라고 한다. 그동안 인지기능 검사는 대면 지필검사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디지털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 검사법이 개발되고 채점까지 자동화되는 등 다양한 기술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검사 대상자의 음성, 움직임, 수면 등의 패턴을 분석해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인공지능(AI) 기술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모코그(디지털치료제), 하이(디지털치료제), 바이칼에이아이(음성 분석 치매 진단),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수면 패턴 분석)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업체와 연구기관들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윤 교수는 “국내 유무선 통신망이 탄탄한 데다 업체들의 기술력도 세계적 수준”이라면서 “치매 치료도 정보통신기술(ICT)과 AI 등을 접목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치매도 속도 늦추거나 예방 가능”치매는 고령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치매도 평소에 준비하면 속도를 늦추거나 증세를 덜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에는 평소의 생활습관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디지털 의료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환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디지털 치료제뿐 아니라 빛과 진동, 소리, 초음파 등으로 뇌를 자극해 치료하는 전자약 개념의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의료용 기기 연구개발 업체인 아리바이오는 40Hz 주파수의 미세한 진동 자극으로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헤드밴드를 개발했다. 현재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데, 임상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 밖에도 빛의 밝기나 세기로 뇌를 활성화하는 디지털 의료기기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빛의 경우 눈을 통해 시각적으로 자극을 주거나 뇌에 직접 빛을 쪼여 자극을 줄 수 있다. 김재관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뇌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를 줄이는 방식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미 증명됐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먹는 약이 아니라 디지털 전자약으로 뇌를 건강하게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수=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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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바람 불때 손목 ‘찌릿’하다면… 혈액순환-신경 문제가 원인”

    최근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낮에는 영상 10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일교차가 부쩍 커졌다. 겨울철 추위가 남은 탓에 손저림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 손저림증은 신경이 눌리거나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원인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손이 저린 환자들은 재활의학과와 신경과 등을 찾거나 한의원을 방문한다. 의사와 한의사는 각각 손저림증의 원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처방을 내릴까. 손발저림증 전문가인 김동휘 고려대 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채널A 건강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의 고정 출연자였던 한진우 인산한의원장을 만나 자세히 알아봤다. ―손저림증의 원인은 뭔가. “손저림은 대부분 혈액순환의 문제다. 증상이 심하면 잠을 자다 깨서 손을 주무르기도 한다. 환자가 병원에 찾아올 정도라면 신경 눌림이나 자극으로 방문하는 사례가 70∼80%에 달한다. 중년 여성이나 손을 많이 쓰는 직업군에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손목 쪽 신경이 눌리거나 팔꿈치, 겨드랑이로 지나가는 신경이 눌릴 때가 많다. 뇌중풍(뇌졸중)으로 뇌가 손상됐을 때도 한쪽에 손저림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김 교수) “손저림증 중 수족냉증의 경우 한의학에서는 사지 말단으로 혈액을 보내는 기(氣, 운동력)가 부족한 상태로 본다. 이를 의학에서는 레이노증후군이라고 하고 한의학에선 사지의 냉증, 궐증이라고 한다. 기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는 운동력을 만드는 기울기를 의미한다. 혈액은 기가 운송해야 사지 말단까지 이동할 수 있다. 신경해부학적 관점에서 손저림은 신경 주행을 물리적 인자가 방해하는 현상이다. 가령 손목터널증후군이나 목디스크, 근육 뭉침, 흉곽탈출증후군 등처럼 염증이 생겼거나 이물질이나 신생물로 인해 눌리는 경우다.”(한 원장) ―손저림증 원인이 신경 문제인지 혈액순환의 문제인지 알 수 있나. “한쪽 혈관이 막혀서 발생한 혈액순환의 문제라면 손을 만질 때 온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또 손의 색깔이 좀 더 창백하게 보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신경 문제에 해당된다. 진찰을 받으면 감각이 저하된 부위가 정확하게 어느 곳인지 찾고, 어느 신경에 문제가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새끼손가락이 많이 저리면 척골신경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할 수 있고, 엄지부터 세 번째 손가락까지가 저리면 정중신경 등의 문제일 수 있다. 물론 디스크로 인해서도 손이 저릴 수 있기 때문에 잘 살펴야 한다.”(김 교수) “기본적으로 냉감으로 인한 불편함이나 아픔은 혈관의 문제고 저리는 것은 신경의 문제라고 보면 된다. 수족냉증 환자들은 보통 통증을 호소한다. 혈관과 신경의 주행이 비슷하기 때문에 혈관과 신경에 동시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선 환자 자신이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병의원을 찾아 진찰을 받는 게 좋다.”(한 원장) ―손저림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손목터널증후군으로 한정해 설명하면 결국 손을 자주 사용해 발생한 만큼 우선 손을 덜 사용해야 한다. 또 부목을 사용해 손목을 고정하는 방법도 있다. 수면 중에 손목이 꺾일 수 있는데 손목에만 부목을 대줘도 이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환자 증세가 심하다면 진통소염제 계열의 약을 처방한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단기적으로 증상을 호전시키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5% 포도당 주사를 주로 사용하는데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해준다. 증상이 매우 심각하다면 수술을 통해 눌린 신경을 풀 수밖에 없다.”(김 교수) “환자의 체온이 높을 때 열을 내려주는 약은 많다. 하지만 저체온이나 동상일 때 체온을 올려주는 약은 없다. 수족냉증은 체온을 올려주는 치료가 필요한데 한의학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온리약(溫裏藥), 막힌 기를 뚫고 전신으로 온기를 전하는 이기약(理氣藥), 침치료 등이 가능하다. 물론 신경해부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손저림’이라면 주로 물리적 인자가 관여하므로 이물질을 외과적으로 제거하거나 염증을 줄이는 치료가 필요하다.”(한 원장) ―평소 손저림증을 예방하려면. “손목에는 9개의 힘줄이 지나가는데 이 힘줄을 풀어야 한다. 손을 쫙 편 뒤 손을 손등 방향으로 약간 뒤로 굽힌다. 다음 손을 앞으로 돌린 뒤 엄지손가락을 반대쪽 손으로 잡고 당겨준 뒤 다시 주먹을 쥔다. 수시로 풀어주면 힘줄에 윤활 작용을 해 유착을 막을 수 있다. 가능하면 손목을 덜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컴퓨터 자판을 자주 사용하는 직장인은 수시로 손목을 풀어주는 운동을 하면 좋다.”(김 교수) “신체에서 열을 만드는 기관은 크게 근육과 간, 심장 등이다. 특히 근육 중에서도 골격근은 인간이 마음을 먹고 늘릴 수 있다. 골격근을 늘려 골격근에서 열이 많이 발생하게 할 수 있다. 근육량을 늘리는 방법이 약물치료 전에 수족냉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한 원장)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최원영·이의찬 인턴기자 고려대 의대 본과 4학년}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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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어눌해지거나 못 움직이면 응급… 장염 등은 의원으로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대거 사직서를 내고 상당수가 병원을 이탈했다. 응급실에도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해 전국 409개 응급센터의 24시간 응급실 체제를 유지하고 20일부터 중앙응급상황실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의원급에서 재진 환자에게만 허용하는 비대면 진료를 모든 환자에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의 도움을 받아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응급 상황 대처법을 알아봤다.● “의식 또렷해도 말 어눌해지면 응급 상황”환자의 의식이 또렷하더라도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이상하거나 △안면마비가 나타나면 응급 상황에 해당한다. 가슴이 조이는 것처럼 아프거나 코끼리가 밟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흉통이 발생하면 심근경색 가능성이 있다. 어제 먹은 음식이 체했다고 생각하거나 괜찮아질 거라고 여기고 그냥 둔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한시라도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한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갑자기 가슴 앞쪽이나 등 쪽 견갑골(날개뼈) 사이, 배 위쪽에서 극심한 통증이 생긴다면 ‘대동맥 박리’ 증상일 수 있다.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내막에 미세한 파열이 발생할 때 나타난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역시 응급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교통사고와 추락, 절단 등으로 인한 중증 외상은 쉽게 인지할 수 있어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다. 하지만 대동맥 박리 등은 환자들이 증상을 간과하고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 보니 그만큼 피해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 교수는 “출혈이 발생한 경우 상처 부위에 검증되지 않은 가루를 뿌리거나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을 때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피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런 민간요법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처를 악화시키는 행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상이 발생했을 때는 깨끗한 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누르고, 근육이 경련했을 때는 더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119에 빨리 신고하는 게 좋다.● “환자가 안 움직인다면 심정지 가능성도”환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알아봐야 하는 게 심정지 가능성이다. 일단 환자가 숨을 제대로 잘 쉬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다만 비의료인이 환자의 혈액 순환 및 호흡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럴 때는 환자의 가슴과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만약 호흡에 따른 규칙적인 가슴과 배의 변화가 없다면 응급 상황이므로 재빨리 응급실에 가야 한다. 만약 심폐소생술을 잘 숙지하고 있다면 바로 실시하는 게 좋다. 또 주위에 심장충격기가 있다면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119구급대에 연락하면 상황요원과 구급상황관리사 등이 전화로 심폐소생술을 안내해준다. 환자에게 말을 걸어도 적절하게 대답하지 못한다거나 아예 답을 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응급 상황에 해당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넘어지거나 부딪혀 머리를 다쳤는데, 의식이 없다면 취했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응급 상황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 개원 의원 활용을”구토와 설사 등으로 대표되는 장염은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상황에서 대형병원은 중증 환자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경증 환자들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을 찾으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 경증 환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다른 응급실을 방문할 것을 권장한다. 오히려 이런 응급실에서 더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따로 개원해 야간에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원을 운영하기도 한다. 비응급 경증 질환의 경우 이런 의원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아청소년과 달빛병원같이 야간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의원도 있다. 또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 홈페이지나 응급의료 정보 제공 모바일 앱, 보건복지부 콜센터(129), 119, 건강보험공단 콜센터(1577-1000),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콜센터(1644-2000) 등에서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주간에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복용할 약을 탔음에도 야간이나 새벽에 다시 응급의료기관을 찾는 사례가 종종 있다. 열이 떨어졌고 증상도 심하지 않을 때는 응급의료기관 이용을 가급적 자제하는 게 좋다. 이 교수는 “응급실은 중증응급질환과 중증외상 환자를 위해 응급처치를 하는 곳”이라며 “일반 질환은 일과 시간에 인근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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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하루 환자 100명 보던 의사, 10명만 봐도 되나

    ‘이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2등급도 의대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제주도에선 수능 성적이 없어도 의대에 보낼 수 있다고 한다’, ‘강원도로 이사 가면 의대를 보다 쉽게 보낼 수 있다더라’…. 올해 고3이 되는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의대 증원이다. ‘의대 입학정원 2000명 확대’ 발표는 이처럼 의료계뿐 아니라 교육계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입시보다 중요한 건 국민의 생명이고, 연간 2000명씩 추가로 배출되는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다. 2년 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병원 내에서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개두술’을 할 의사가 없어 사망한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며 열악한 필수의료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뇌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의사는 신경외과 의사의 10%에 불과하며, 머리를 여는 수술인 개두술이 가능한 의사는 전국에 113명뿐이다. 그중에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신경외과 의사들이 대부분 힘들고 개원을 못 하는 뇌 분야보다 개원할 수 있는 허리디스크 등 척추질환 분야를 택하기 때문이다. 또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때 소아과 의사들을 구속한 것(모두 무죄)은 가뜩이나 적은 필수의료 지망자를 더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그 사건 이후 소아과 지원율이 격감한 것이다. 지난해 신생아에게 뇌성마비 장애를 입혔다고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사건 역시 산부인과 지원을 줄게 만들었다. 반면 비급여 영역인 도수치료에 대한 실손보험 적용은 수많은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외과 의사들이 개원을 택하게 했다. 도수치료는 의사 처방전만 있으면 받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은 부담 없이 도수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의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면서 곳곳에 통증 클리닉이 생겨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서울의 한 척추관절 병원에선 정형외과 전문의를 구할 수 없어 최근 원래의 두 배에 가까운 연봉을 내걸기도 했다. 또 서울아산병원에선 지난해에만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12명이 사표를 냈다. 이들은 대부분 도수치료를 포함해 개원을 했거나, 개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 미용 역시 의사들이 몰리고 있는 대표적인 비급여 분야다. 비보험 미용시술 위주의 연구를 하는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는 202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회원이 5000명에서 1만 명으로 2배가 됐다. 신규 회원 중 70%는 피부과가 아닌 다른 과목 전문의였다. 비보험 비만 치료 의사도 넘친다. 비만 치료만 하는 병원 중에는 한 달 매출액이 수십억 원인 곳도 있다. 매일 쉬지 않고 급여 위주의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들이 비급여 분야에서 쉽게 돈을 번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사명감만으로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이달 초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며 이 같은 현실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선언적인 내용이거나 검토해 보겠다는 수준으로 구체적인 조치는 아직 안 나온 상태다. 정부가 발표한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해 의사단체들은 대체로 부정적인데 그 이유 중 하나도 망가진 필수의료의 현실을 바꿀 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대한민국의학한림원도 정책의 선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붕괴는 잘못된 보건의료 정책의 결과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 ‘코로나19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렸던 신뢰도 높은 단체다. 전국 의대에선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학 정원이 크게 늘었을 때 필요한 교육자와 교육 시설을 수개월 만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학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대안도 가능한 한 빨리 내놓아야 한다. 외국에서 부러워하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지금까지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이 하루에 100∼250명의 급여 환자를 보며 희생하면서 지탱해 왔다.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의료 시스템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국민들이 바라는 건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가 늘었을 때 지금처럼 ‘3시간 대기 3분 진료’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이번을 계기로 정부가 의료계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선진국처럼 필수의료 분야에서 환자에게 30분 이상 충분히 설명해도 병의원이 운영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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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기 발견 힘든 ‘담도암’, 황달-간기능 이상 땐 주의하세요

    15일은 세계 담관암종의 날이다. 많은 이들이 들어봤지만 무슨 기능을 하는지 사실 잘 모르는 기관이 담관(담도)이다. 담관은 지방의 소화를 돕는 담즙이 간에서부터 십이지장까지 이동하는 통로를 말한다. 문제는 이곳에 암이 생길 때다. 암 중에서도 고약해 담도암에 걸리면 10명 중 7명은 5년 내 사망할 수 있다. 또 국내 담도암 사망률은 세계 1위다. 2020년 기준 발생 환자 수는 7452명으로 암종 발생률 9위인데,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발병률도 증가 추세다. 하지만 동시에 최근 신약들이 속속 나오며 치료에 대한 희망이 커지는 암이기도 하다. 국내 담도암 전문가인 천재경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담도암의 오해와 진실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담도암의 초기 증상을 설명해 달라. “대표적인 증상은 황달, 복통, 가려움증, 소화불량 등이다. 하지만 대체로 초기엔 무증상이라 환자 스스로 담도암을 의심하긴 어렵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으면 상당히 진행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0∼70대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 나이대는 건강검진을 통해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기 진단 방법이 있나. “담도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검진법은 아직 없다. 그 대신 건강검진 시 혈액검사에서 황달 등 간기능 이상 수치가 나왔다면 추가 검사를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담도암은 담석증, B형 간염, C형 간염 병력이 있는 사람이 많이 걸린다는 점도 참고할 수 있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도 담도 이상 여부를 살필 수 있다. 다만, 환자의 비만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초음파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어 의심 소견이 있을 때는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보다 정확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담도암은 사망률이 높은 암이기도 하다. “담도암은 예후가 불량한 질환이다.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최초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발견되는 환자는 20∼30%에 불과하다.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도 60∼70%의 환자는 암이 재발한다. 다른 암종은 치료제가 계속 나왔지만, 절제가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나오지 않던 상황이라 생존율도 낮았다. 그러나 수술 방법 개선, 치료제 개발 등으로 최근 들어 담도암 치료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담도암 간 절제술도 복강경으로 가능해졌다. 치료제로는 면역항암제 더발루맙 병용요법이 절제가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에게 효과를 내고 있다.” ―담도암 예방 방법이 있나. “안타깝지만 아직 담도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최대한 피하면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담도암의 원인으로 꼽히는 담석이나 담관염, 간경변, 바이러스나 음식에 의한 간염 등을 조심하는 게 좋다. 이들 질환을 갖고 있거나 경험한 분은 정기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비만과 음주도 담도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비만은 정상인 대비 담도암 위험을 최대 2.2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규칙적 운동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다. 음주는 잘 아는 것처럼 간에 무리를 주니 줄이는 게 좋다.” ―담도암 환자와 보호자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처음 암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앞이 깜깜할 것이다. 더구나 찾을 수 있는 정보와 치료 방법이 많지 않은 담도암 환자라면 더 외롭게 느껴질 수 있다. 예후가 나쁜 질환이고 재발도 잦지만 치료가 잘 이뤄지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 암이기도 하다. 미리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갈수록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암 환자 치료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환자의 강한 의지다. 포기하지 말고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면 좋겠다.”담관(담도)지방의 소화를 돕는 담즙이 간에서부터 십이지장까지 이동하는 통로를 가리켜 ‘담관’ 또는 ‘담도’라고 부른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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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보훈병원역서 직통 연결”… 접근성 대폭 늘린 치과병원

    중앙보훈병원이 지하 4층∼지상 5층(연면적 1만541㎡) 규모의 치과병원을 열었다. 중앙보훈병원 관계자는 “최첨단 시설 및 장비를 갖췄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치과병원과 지하철이 연결돼 환자들의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중앙보훈병원은 보훈대상자 고령화로 증가한 치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서울 강동구 치과병원 신축 공사의 첫 삽을 떴다. 그리고 5년간 약 472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12월 병원을 준공했다. 치과병원에는 전문의 27명, 전공의 39명, 치과위생사 65명, 치기공사 11명, 방사선사 4명, 총 146명의 전문 의료진이 배치돼 다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 치료를 제공한다. 진료 과목은 △치과보존과 △치과보철과 △통합치의학과 △치주과 △구강악안면외과 △구강내과 등 총 6개다. 여기에 추후 교정과가 추가될 예정이다. △임플란트센터 △스케일링센터 등 전문 진료센터도 문을 열어 맞춤형 정밀 진료와 수술이 가능하다. 중앙보훈병원은 기존 65대였던 치아 치료 전문 의자인 유니트체어를 110대로 대폭 늘렸다. 또 치과용 CT, 디지털 보철장비, 미세현미경 장비 등 최신·최첨단 장비를 완비했다. 중앙보훈병원 치과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지하철과 바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으로 이어지는 연결 통로를 설치해 고객 접근성과 이동 편의성을 높였다. 이번 치과병원 신축 공사에는 복권기금 재원 약 68억 원이 투입됐는데 지하철 연결 통로 공사에 추가로 20억 원이 투입됐다. 병원은 보훈대상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이용할 수 있다. 이근우 치과병원 원장은 “치과병원 증축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진료 대기 시간은 대폭 줄어 진료의 효율성과 우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노상익 중앙보훈병원장 직무대행도 “치과병원 신축 개원으로 국민과 보훈대상자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전문적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중앙보훈병원은 지하철역과 직통되는 우수한 접근성은 물론 30개 진료과와 1400여 병상을 운영하는 대형 종합병원이라는 강점을 살려 공공의료 강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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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에 더 자주 아픈 어깨… ‘10초 스트레칭’으로 예방해요

    겨울철엔 어깨 통증이 잘 생긴다. 기온이 내려가면 혈관과 근육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근육 유연성이 떨어지고 혈액도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해 오십견 증상도 심해지기 쉽다. 오십견은 다른 원인 없이 만성적으로 어깨 관절 운동에 제한이 생기는 질환이다. 다만 어깨 통증이 나타난다고 무조건 오십견인 건 아니다. 어깨 힘줄이 파열돼 나타나는 ‘회전근개 파열’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을 이루는 뼈 사이를 통과하는 4개의 근육이 상완골에 부착하는 힘줄이다. 이 힘줄에 염증이 생기면 회전근개 염증이고 힘줄이 찢어지면 회전근개 파열이 된다. 회전근개 파열 수술은 2014년 5만2584건에서 2022년 6만4916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전영대 울산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힘줄의 탄성이 떨어지고 혈액량이 줄어드는 50대 이후 퇴행성 파열 빈도가 높다”며 “최근에는 골프, 테니스 등 스포츠 활동 중에 외상을 입은 20, 30대 환자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특정 각도에서 통증 호소하는 회전근개 파열 흔히 아는 오십견은 어깨의 모든 방향에서 통증이 발생한다. 어깨 관절의 운동 범위가 줄어 머리를 빗거나 옷을 입는 동작이 어려워지고 다른 사람이 도와줘도 팔을 들어 올릴 수 없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반면 회전근개 파열은 특정 각도(통상 60∼120도, 그래픽 참고)에서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또 목부터 어깨 바깥쪽과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통증을 호소하며 어깨 근력의 약화가 동반될 때가 많다. 팔을 움직일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누운 자세에서 통증이 심해지고 밤에는 더 심해진다. 전 교수는 “진통제 등을 복용해도 소용이 없으며 혼자 팔을 올리긴 힘들지만 다른 사람이 도와주면 팔을 올릴 수 있고 움직일 때 통증이 발생하는 등 지속적으로 어깨 부위가 불편할 때 회전근개 파열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개 문진과 진찰로 어느 정도 감별이 가능하지만 증상이 모호할 때도 있기 때문에 초음파 또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정확한 어깨 관절 상태를 확인해볼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힘줄 파열되면 봉합 수술받아야 초기 회전근개 질환은 대부분 약물이나 주사 등 비수술 치료로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두께 50% 이상의 부분층 파열이나 전층 파열이 발생했을 때는 수술을 통해 회전근개를 봉합해야 한다. 전신 마취가 아니라 부분 마취를 통한 수술도 가능하다. 치료법은 환자의 나이와 직업, 통증 정도, 기능 저하 정도 등을 감안해 정하게 된다. 전 교수는 “통증이 심하면 우선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주사 치료, 운동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택하면 된다”며 “이후에도 호전되지 않거나 효과가 있었더라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된다면 파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통증 느껴지는 자세로 10초간 스트레칭 회전근개 파열 예방을 위해선 운동 전 꼭 어깨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또 평소 회전근 강화 운동과 견갑골 안정화 운동 등을 하는 게 좋다. 스트레칭 방법으로는 힘을 뺀 상태에서 어깨를 천천히 돌리기, 팔을 하늘로 쭉 뻗기, 팔을 안쪽으로 모으기, 양손을 머리 뒤에서 깍지 끼고 팔꿈치를 수평으로 벌리기 등의 방법이 있다. 각 자세마다 10초씩 유지하면 도움이 된다. 어깨 통증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었다면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자세에서 10초간 유지하면 된다. 아프지 않은 자세에서 하는 스트레칭이 아니라 통증이 느껴지는 최대 운동 범위까지 스트레칭하는 게 중요하다. 고무 밴드를 활용해 회전근개 강화 운동을 하는 방법도 있다. 고무 밴드 한쪽을 문손잡이에 걸어 고정하고 반대쪽을 천천히 잡아당겼다가 놓는 동작을 다양한 자세에서 하면 된다. 스트레칭과 다른 점은 통증이 없는 자세에서 하며 통증이 심하다면 운동 강도를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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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 사망률 2위 간암… “고위험군 매년 2가지 검사 2번씩”

    “간암 고위험군이라면 연 2회 두 가지 검사를 꼭 받으세요.” 2일은 간암의 날이다. 대한간암학회는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간초음파 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권장한다. 두 가지 검사를 쉽게 기억하라는 취지에서 간암의 날을 2월 2일로 정했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간암은 국내 암 발병률 순위 7번째지만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사망률이 높은 만큼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장정인 중앙대 광명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임선영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간암을 이기는 건강법’을 자세히 들어봤다.● 만성 간질환 환자가 발생 위험 높아간암 발생의 주원인은 만성 간질환이다. 만성 간질환에는 만성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알코올 간질환,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등이 있다. 간질환을 앓으면 간에 염증이 생기고 섬유성 변화가 일어난다. 이어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간경변증이 발생하며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간암은 초기뿐만 아니라 상당히 경과가 진행된 경우에도 증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 피로감과 우상 복부 불쾌감, 울렁거림, 체중 감소, 식욕 부진 등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증상은 간암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바로 간암으로 의심하기 어렵다. 하지만 증세가 악화되면 황달이 나타날 수 있고 우측 갈비뼈 아래로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장 교수는 “특히 40세 이상 만성 간질환 환자들은 정기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병행하면 간암 조기 발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간암은 혈액검사인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와 영상검사인 간초음파 검사로 선별 검사를 한다. 이 검사로 간암이 의심되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검사를 통해 간암 여부를 진단하게 된다.● 고주파 열치료 생존율 절제술만큼 높아간암은 진행 정도와 간 기능 저하 여부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수술로는 간 절제술과 간 이식 등이 있다. 환자의 간 기능이 양호하고 조기 간암이라면 간 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고, 간 기능이 저하됐지만 간암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이식을 받을 수 있다. 간 절제술은 암이 발생한 부위를 일부 떼어내는 수술이다. 간 기능이 나쁘지 않고 암의 크기가 작은 경우 절제술 이후 5년 생존율이 70%에 이른다. 그러나 간암 환자 대부분은 간경변증으로 간 기능이 저하된 사례가 많기 때문에 간 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10∼20%에 불과하다. 간 이식은 건강한 사람이나 뇌사자의 간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으로 암 치료와 간 기능 정상화에 이상적인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뇌사 장기 공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응급 상황 등 이식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별도 공여자가 필요하다. 간암은 진행 정도에 따라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도 가능하다. 특히 고주파 열치료는 조기 간암일 경우 치료 후 생존율이 절제술만큼 높다. 경동맥 화학색전술은 간암에 혈액을 공급하는 간동맥을 막아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절제 불가능한 간암에서 간 기능이 비교적 저하돼 있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어느 정도 진행된 간암에선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항암 약물 치료를 받기도 한다.● “검증 안 된 건강식품으로 간 기능 저하도”간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B형 간염과 C형 간염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다만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C형 간염은 백신이 없기 때문에 혈액이나 체액으로 전파되는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환자의 혈액이 묻을 수 있는 면도기와 칫솔, 손톱깎이 등의 공동 사용을 피하고 비위생적인 문신, 피어싱 등의 시술도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도 피하는 게 좋다. 음주는 지방간뿐만 아니라 알코올 간염을 유발하고 지속되면 간경변증으로 진행해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또 비만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성 질환 환자들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운동과 식단 관리,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 장 교수는 “만성 간질환이나 간암 환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이나 야생 버섯, 약초 등을 잘못 복용하면 간 기능이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임 교수는 “간 기능 개선제에 들어 있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은 간에서 합성하는 담즙에 포함된 성분 중 하나로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과 비교하면 함유량이 매우 적다”며 “간 질환자나 자주 술을 마시는 이들에게 일부 권장될 수 있지만 간 질환이 없는 사람이 간 기능 개선제를 장기 복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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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증가하는데 잊혀져 가는 한센병

    이달 28일은 제71회 세계한센병의 날이다. 한센병은 나균이란 원인균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감염병이다. 1954년 1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전 세계 저명인사 15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세계한센병의 날을 매년 1월 마지막 주 일요일로 정하기로 했다. 100여 개국도 동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센병을 피부 관련 소외열대질환으로 분류해 2021∼2030년 로드맵에 따라 예방과 통제, 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한센병 퇴치 수준에 와 있다.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 한국한센복지협회가 함께 협력해 한센병 발견과 치료에 매진해온 결과다. 한센병에 걸리게 하는 나균은 증상이 심하지만 치료를 안 받는 환자와 긴밀하게 접촉할 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염력은 매우 낮다. 또 적기에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고 전염력 또한 거의 사라진다. 그러나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손발 등 말초신경 손상에 따른 장애, 운동 장애, 외형 변형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한센병은 치료제를 투약하고 2개월 뒤 완치에 가깝게 치료되면 이후 수년간 꾸준히 투약해 완치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한센병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한센복지협회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 동안 매년 한 자릿수의 새 환자가 나오고 있다. 한 가지 눈여겨볼 건 최근 5년 동안 새로 발병한 환자 중에 내국인은 4명에 불과했지만 국내 체류 외국인은 13명으로 3배가량이나 됐다는 점이다. WHO 자료에 따르면 새로 발병한 한센병 환자는 2022년 기준 총 17만4087명인데, 이 중 동남아시아에서만 12만4377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동남아 환자 비중이 71.4%에 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체류 외국인 한센병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300만 명에 달하지만 한센병 환자 발견을 위한 피부 검진은 약 2000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센병 환자 발견을 위한 피부 검진은 여전히 제한적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한국한센복지협회가 외국인 무료 검진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체류 외국인들이 대부분 직장에 다니다 보니 일정도 휴일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센병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도 문제다.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 바이러스가 박멸됐다고 알려진 미국과 영국에서 2022년 폴리오 바이러스와 감염 환자가 발견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센병 역시 국내 체류 외국인들에게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한센병에 대한 꾸준한 감시, 치료제 연구개발, 글로벌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김인권 한국한센복지협회장은 “1980년대만 해도 국내 한센병 환자는 약 10만 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새로 발병하는 환자가 한 자릿수로 줄었다. 후유증 등 관리 환자도 7500명대로 크게 감소했다”라면서도 “외국인 유입 증가로 새로 발병한 환자가 꾸준히 발견되고 있고 감염병이다 보니 변이가 발생하며 다시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협회는 한센병과 관련해 ‘열대의학연구원(가칭)’을 설립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한센병은 꾸준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과거 질환이라고 간주해 버리기엔 이미 가까이 다가오는 질환이 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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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방암 신약’ 급여화 줄다리기 언제 끝날까[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현장]

    딱 1년 전 일이다.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이성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의 딸이 마지막 희망인 ‘엔허투’ 항암제의 건강보험 등재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3일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었고 이와 별도로 엔허투의 급여화를 촉구하는 청원이 5건 더 올라왔다. 이들 청원에 동의한 국민은 현재 약 15만 명에 달한다. 유방암은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이고 사망률도 가장 높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발생률이 최상위권이다. 다행히 유방암은 건강검진으로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유방암으로 진단된 환자 90% 이상이 초기다. 문제는 전신 전이로 수술이 불가능한 4기 환자들이다. 이들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4%에 불과하다. 유방암이 다른 조직으로 전이되면 항암화학요법, 내분비요법, 표적치료제 및 기타 전신 치료 중 환자에게 맞는 것을 순차적으로 받게 된다. 특히 전체 유방암의 약 20%를 차지하는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2형(HER2) 양성 유방암은 재발 및 전이를 잘 일으키고 진행 속도가 빨라 예후가 좋지 않다. 현재 전신 전이가 된 유방암 환자 중 HER2 양성인 환자는 항암화학요법과 표적치료제로 1차 치료를 받고 약 효과가 없으면 2차 치료제를 고려한다. 다행히 해법은 있다. 2022년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유방암 2차 치료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해 기립박수를 받은 항암제가 엔허투다. ‘기립박수 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에는 이견이 없다. 엔허투로 2차 치료를 시작하면 기존 치료제보다 암의 진행을 멈추는 기간이 4배 이상 길게 유지된다. 이렇게 획기적인 데이터를 보여주는 약제는 드물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급여 등재 역시 매우 숨 가쁘게 진행됐다. 현재 엔허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의 60% 이상에서 건강보험 등재를 완료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한 달 투약비는 약 1000만 원, 연간 1억 원 이상이 든다. 효과가 좋아 환자가 오래 살고 치료 기간이 길어지니 역설적으로 약제비가 증가해 정부의 고민이 깊다. 현재 엔허투의 급여 논의는 건강보험 재정과 혁신 신약에 대한 보상이란 관점 사이에서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최종 급여 등재까지 앞으로도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 논란의 와중에도 유방암 환자들의 사투는 이어지고 있다. 부디 15만 명의 목소리가 반향을 일으켜 내년 이맘때에는 엔허투 급여 등재가 신약 도입의 모범 사례로 회자될 수 있으면 좋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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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경은 50대 전유물?… 45세 이전 월경 중단 꾸준히 증가

    폐경은 흔히 50대 전후 여성에게 일어난다. 하지만 최근에는 40대 초중반 여성들도 월경이 멈추고 폐경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한비만미용학회(KOAT) 학술위원인 정선화 두번째봄산부인과의원 원장은 “여성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스트레스가 높아진 데다 흡연 등의 영향으로 40대 이전 ‘조기 폐경’이나 45세 이전 ‘이른 폐경’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0년 20대 폐경은 466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1014명으로 2.2배가 됐다. 30대 폐경도 같은 기간 1246명에서 2265명으로 80% 가량 증가했다. 폐경은 생식을 관장하는 난소에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며 월경이 중단되고 생식 기능을 잃는 것이다. 여성 호르몬이 줄며 얼굴이 붉어지거나 야간 발한, 급격한 기분 변화, 기억력 감퇴, 피부 노화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 원장이 폐경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설명했다.Q 폐경 증상은 생활요법으로 좋아질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식이 요법이나 운동으로 폐경 증상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간혹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증세가 호전될 때도 있지만 폐경기 증상이 심해 삶의 질이 저하될 때는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70대까지도 폐경 증상이 이어지기도 한다. 정 원장은 “치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석류즙이나 보조제 등을 찾는 여성이 많은데 이는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결과적으로 여성 호르몬 유사체를 과다 복용하게 되면서 위험할 수도 있다.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Q 폐경은 늦을수록 좋나 그렇지 않다. 폐경 증상 때문에 폐경은 늦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월경 기간이 짧은 여성이 긴 여성에 비해 폐경 뒤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기 폐경이나 이른 폐경이 발생할 경우 골다공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폐경이 늦어진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자궁근종이나 선근증 등 자궁에 양성종양이 있을 경우 폐경이 늦을수록 과다 출혈이 발생하며 빈혈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폐경이 늦은 여성은 그렇지 않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2.2배이며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각각 3.6배, 3.2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 원장은 “결국 적절한 시기에 폐경을 맞이하는 게 자연스럽고 좋다”고 했다.Q 폐경 전후 성교통은 어쩔 수 없나 그렇지 않다. ‘질 건조증’으로 흔히 알려져 있는 ‘위축성 질염’은 폐경 여성에게 흔한 만성 질환이다. 에스트로겐 농도가 급격하게 감소하며 발생하는데 점막의 위축과 질 수분의 감소, 타는 듯한 느낌의 작열감, 가려움증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성교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질 건조 증상은 폐경 후 여성 절반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위축성 질염은 개선될 수 있는 질환이다. 에스트로겐이 감소해 발생한 것이므로 이를 보충해주면 호전될 때가 많다. 적절한 호르몬 치료를 권장한다.Q 흡연자는 호르몬 치료를 할 수 없나 그렇지 않다. 만 35세 이상 흡연자는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면 안된다. 이 때문에 폐경 호르몬 치료도 흡연자는 받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3년 환자 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흡연 자체가 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 금기 사항은 아니었다. 단 흡연이 경구 호르몬 요법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호르몬 요법을 사용할 때는 바르는 연고나 패치를 권장한다. 물론 금연하는 게 건강 측면에서 좋긴 하다.Q 폐경 이후에는 살을 뺄 수 없나 그렇지 않다. 에스트로겐은 지방 연소를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에 폐경 후 다이어트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폐경 여성과 폐경 전 여성의 지방 연소 능력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체중을 줄이려면 결국 에너지 섭취량을 줄이고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다만 폐경 이후 근감소증은 두드러질 수 있기 때문에 근력 운동을 해서 약해진 골밀도를 보완하고 지방을 태울 수 있는 근육을 많이 만드는 건 필요하다.슬기로운 폐경 생활을 위한 가이드① 규칙적으로 중등도 강도의 근력 및 유산소운동을 한다.② 인스턴트나 단당류를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③ 음주와 흡연은 피한다.④ 정기적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질병 유무를 확인한다.⑤ 폐경으로 삶의 질이 떨어질 때는 호르몬 치료를 받는다.⑥ 폐경은 모든 여성이 맞이하는 현상이라는 긍정적 마음을 갖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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