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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가 직접 체험한 12주간의 ‘속 동안 프로젝트’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단순히 겉모습을 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혈관과 대사 기능을 근본적으로 되돌리려고 했던 이번 도전의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었다. 광동병원 기능의학센터와 한방 오행클리닉의 협진을 통해 얻어낸 ‘95점짜리’ 건강 성적표와 중년에 챙겨야 할 건강법을 공개한다.● ‘환경 독소’ 멀리하고, 채소 위주 식단으로 프로젝트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광동병원을 다시 찾았다. 기능의학 전문가 이연수 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을 만났다. 기능의학은 개인의 유전적 형질, 생화학적 대사 특징, 생활 방식 등을 종합 분석해 질병의 ‘뿌리’를 찾아내는 학문이다. 이 과장은 “단순히 수치상 정상 범위를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신체가 최적의 효율로 작동하도록 대사 과정을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약 12주간 이 처방에 따라 건강 습관을 실천했다. 가장 큰 변화는 ‘환경 독소’와의 작별이었다. 과거 무심코 사용했던 플라스틱 용기와 종이컵을 멀리하고 텀블러를 분신처럼 챙겼다. 향수와 화장품 사용도 최소화했다. 식단 역시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오후에 습관적으로 마셨던 커피를 최대한 멀리했고, 소화력을 높이는 양배추와 신선한 채소를 매일 아침 밥상에 올렸다.● “혈관 건강, 100점 만점에 95점” 재검사 결과는 놀라웠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혈관 건강의 지표인 콜레스테롤 수치였다. 총콜레스테롤은 dL(데시리터)당 218mg에서 169mg으로 정상 범위에 들어왔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은 dL당 146mg에서 120mg으로 줄었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은 dL당 45mg에서 65mg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혈관을 청소해 주는 HDL은 높아지고, 혈관을 막는 LDL은 낮아지면서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급격히 낮아진 것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당뇨병 관리의 핵심인 당화혈색소(HbA1c)가 6.2%에서 5.7%로 떨어진 점이다. 이는 당뇨병 전 단계에서 정상 범위로 진입했다는 의미다. 공복 혈당 역시 dL당 92mg에서 79mg으로 안정화됐다.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의 완벽에 가까운 성적표였지만, 이 과장은 ‘호모시스테인’ 수치에 주목했다. 호모시스테인은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일종의 ‘독성 아미노산’으로, 수치가 높으면 혈관 벽을 손상시켜 동맥경화나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 필자의 수치는 L당 15.8umol에서 14.0umol로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최적 범위(9.0umol 이하)보다는 높았다. 이에 이 과장은 비타민 C와 D의 추가 복용을 강력히 추천했다. 비타민 C는 강력한 항산화제로, 호모시스테인이 혈관을 공격할 때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를 중화해 혈관 내피세포를 보호한다. 필자의 비타민 D 수치는 33.1에서 57.0으로 좋아졌지만, 이 과장은 수치 유지를 위해 처방을 권고했다. 또 음식 알레르기 면역 반응 검사에서 밀가루 관련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이 과장은 “혈당을 급격히 높이고 염증을 유발하는 밀가루 대신 식이섬유가 풍부한 귀리, 현미, 렌틸콩 등 통곡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3초 참기’로 마음의 ‘속 동안’ 유지 기능의학이 혈관과 대사 관련 수치를 다뤘다면, 한방 오행클리닉의 최우정 원장은 필자의 기색과 맥을 살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최 원장은 “진맥 결과가 기대만큼 좋지 않다”고 했다. 필자는 지난 12주간 데드리프트, 런지 등 근력 운동을 매일 40분씩 해왔으나, 정작 운동 비중이 상체에 쏠려 있었다. 소양인 체질인 필자는 기운이 위로 솟구치고 상체는 발달하기 쉽지만, 하체는 상대적으로 약해지기 쉽다. 최 원장은 “하체 근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하체 운동이 가장 중요하고 이 외에 자전거 타기도 추천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마음의 ‘속 동안’을 위한 처방도 잊지 않았다. 최 원장은 “화(火)가 많은 편이니, 말을 내뱉기 전 항상 3초만 참는 연습을 해라”고 당부했다. 이는 단순한 수양을 넘어 자율신경계의 안정을 통해 혈관 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12주간의 대장정을 통해 깨달은 것은 명확하다. 내 몸은 내가 먹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대로 정직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당화혈색소 5.7%, LDL 120mg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생활 습관을 고치는 인고의 시간이 만들어낸 훈장이다. 비록 호모시스테인 수치 감소와 하체 근력 강화라는 숙제가 남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95점’의 자신감은 앞으로의 삶을 지탱할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속부터 젊어지는 법은 결국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쁜 것을 비우며 필요한 것을 채우는 정직한 노력에 있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여성 건강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초혼 연령의 상승으로 고령 산모가 늘어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과 스트레스로 인해 자궁근종이나 선근증 같은 여성 질환의 발병 연령은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다. 이제 산부인과는 단순히 ‘아이 낳는 곳’이라는 1차원적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신 준비부터 질환 치료, 출산 후의 완벽한 회복까지 여성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통합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25년간 지역 거점 여성 전문 병원으로서 입지를 다져온 린여성병원 신봉식 원장을 1일 서울 동대문구 병원장실에서 만났다. ‘여성 생애주기별 최적화 관리’의 구체적인 내용과 건강한 출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25년의 노하우, 여성 전문 의료 ‘메카’ 되다 2002년 문을 연 린여성병원은 올해 개원 24주년을 맞았다. 산부인과는 365일 24시간 분만 시스템을 운영하며 분만센터·산후조리원·단일공복강경·로봇수술·유방·갑상선센터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여기에 내과와 피부과까지 더해 여성 건강 전반을 아우르는 ‘원스톱 케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 원장은 이 같은 병원의 성장을 두고 “병원 운영의 목적은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었다”며 “여성이 일생 동안 겪는 신체적 변화의 굽이마다 단절 없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문 센터들이 구축됐다”고 설명했다.여성 건강, 질병 치료 넘어 삶의 ‘최적화’ 필요해 신 원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키워드는 ‘여성 생애주기 최적화’다. 이는 여성의 삶을 사춘기, 가임기, 임신·출산, 갱년기라는 독립된 단계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관리한다는 의미다. 신 원장은 “여성의 몸은 생애 단계마다 요구하는 관리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며 “가령 난임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단순히 임신 성공이라는 결괏값만 주는 것은 린여성병원이 지향하는 모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신 전의 호르몬 균형부터 출산 후 근골격계 회복까지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연결돼야 진정한 의미의 치료가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자궁 질환도 마찬가지다. 신 원장은 “당장의 수술 여부보다 환자의 향후 임신 계획과 삶의 질을 우선순위에 두고 치료 방향을 최적화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했다.임신은 ‘결과’가 아닌 철저히 준비된 ‘프로젝트’ 신 원장은 특히 ‘프리콘셉션 케어(임신 전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많은 여성이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을 확인한 뒤에야 병원을 찾지만 건강한 아이를 만나기 위한 준비는 훨씬 전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게 신 원장의 지론이다. 임신을 ‘우연한 결과’가 아닌 ‘철저한 준비의 산물’로 인식해야 산모와 태아 모두 안전하다는 의미다. 신 원장은 “임신은 여성의 신체가 감당해야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라며 “갑상선이나 당뇨병 같은 기저 질환이 미리 조절되지 않으면 초기 유산이나 합병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산모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린여성병원은 정밀 초음파를 통한 태아 이상 여부 확인은 물론이고 산모의 혈압·혈당·체중 변화를 실시간 데이터화해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신 원장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산모의 심리적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고위험 산모일수록 불안감이 크다”며 “의료진은 수치상의 관리뿐만 아니라 산모가 편안한 상태에서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정서적 지지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모가 안정돼야 태아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출산은 끝이 아닌 ‘제2의 인생’ 위한 회복의 시작 분만실을 나서는 순간 의료적 도움은 끝난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신 원장은 고개를 저었다. 출산 후 겪게 되는 자궁과 골반 구조의 변화, 급격한 호르몬 감퇴는 여성의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그는 “출산 후 자궁이 제대로 수축하는지, 골반저근의 손상은 없는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특히 호르몬 변화로 인한 산후 우울감이나 컨디션 저하는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린여성병원이 산후조리원과 재활 시스템을 강화한 이유도 출산을 ‘마침표’가 아닌 ‘회복을 통한 새로운 시작’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린여성병원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신 원장은 ‘여성의 인생을 설계하는 병원’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특정 질환을 잘 고치는 병원을 넘어 어떤 연령의 여성이라도 가장 신뢰하고 찾을 수 있는 건강 주치의가 되겠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의료는 단순한 기술 제공이 아니라 삶의 질을 보전하는 서비스여야 한다”며 “린여성병원은 앞으로도 사춘기 소녀부터 갱년기 여성까지, 각자의 생애주기에 최적화된 의료 지도를 그려주고, 치료를 넘어 여성의 건강한 삶을 함께 설계해 나가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발톱 무좀, 바르기만 하면 며칠 만에 뿌리까지 뽑힌다!” “독한 약 없이 2, 3주 만에 완치.”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를 장악한 발톱 무좀 치료 제품 광고들의 자극적인 문구다. 광고 영상에선 두껍고 누렇게 변형된 발톱에 정체불명의 용액을 바르자 마법처럼 깨끗하고 투명한 새 발톱으로 변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26년간 의료 현장과 언론의 접점에서 수많은 질환을 지켜본 기자로서는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교묘한 연출’이라는 게 한눈에 보인다. 그러나 오랜 시간 무좀으로 고통받아 온 일반인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결제 버튼을 누르기 쉽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발톱 무좀은 결코 며칠 혹은 2, 3주 만에 해결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발톱 무좀은 딱딱한 케라틴층 안쪽 깊숙한 곳까지 곰팡이가 침투한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겉을 닦아내거나 소독하는 수준으로는 균을 사멸시킬 수 없다. 특히 ‘3주 완치’라는 말은 인체의 생물학적 구조를 완전히 무시한 주장이다. 발톱은 한 달에 평균 2∼3mm 정도 자란다. 무좀균에 감염된 부위가 완전히 밀려 나가고 건강한 새 발톱이 뿌리부터 끝까지 채워지려면, 발가락 위치에 따라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필요하다. 즉, 3주 만에 발톱이 깨끗해졌다는 광고는 의학적 ‘완치’가 아니라 화학 성분으로 겉면을 녹여 일시적으로 매끄럽게 보이게 만든 ‘착시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더 큰 문제는 SNS에서 판매되는 상당수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치료제(의약품)’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 ‘손발톱 세럼’, ‘청결제’ 혹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화장품에 불과하다. 이러한 제품들은 보조적인 관리 효과는 있을지언정, 발톱 깊숙이 박힌 곰팡이를 죽이는 약리학적 살균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최근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약본부)는 의약외품인 특정 제품의 과장 광고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시정을 요청한 바 있다. 해당 업체는 화장품과 모발용 제품을 생산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용 후기를 조작하거나 치료제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어 소비자를 현혹했다. 약본부 측은 “이들 업체 제품은 진균 치료를 위한 약리 작용이 없어 전문 의약품과는 명확히 구분된다”며 “이런 제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해 사용할 경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하거나 치료 지연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발톱 무좀 치료에서 가장 돈을 아끼는 방법은 정석을 따르는 것이다. 엉뚱한 제품에 수만 원씩 낭비하기보다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현미경 검사를 통해 정확한 균의 종류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치료 과정에서는 먹는 항진균제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혈액을 타고 발톱 뿌리까지 약 성분이 직접 전달되어 효과가 가장 강력하다. 다만 간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치료 전후 간 기능 검사가 필수다. 평소 술을 즐기거나 간 질환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이 외에 바르는 전문·일반 의약품이 있다. 간 기능 문제로 약 복용이 어려운 경우 사용한다. 일반 화장품과 달리 발톱 투과력을 높이도록 설계됐다. 단, 새 발톱이 다 자랄 때까지 6개월 이상 매일 발라야 하므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최근엔 레이저도 활용되고 있다.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재감염 방지다. 곰팡이는 습기를 먹고 자란다. 발을 씻은 후에는 수건이나 드라이어의 찬바람을 이용해 발가락 사이사이와 발톱 주변을 완전히 말려야 한다. 발톱 무좀은 한두 달 치료로 겉보기에 깨끗해졌다고 방심하는 순간, 숨어있던 포자가 다시 증식해 100% 재발한다.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은 허위·과대광고에 현혹돼 소중한 치료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관계 당국인 식약처 역시 SNS라는 사각지대에서 독버섯처럼 퍼지는 무분별한 의약품 사칭 광고를 철저히 단속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 발톱 무좀 치료의 왕도는 ‘정확한 진단’과 ‘6개월의 끈기’뿐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제주한라병원 5층 간호사 스테이션에 들어서면 병실에 입원 중인 환자들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 모니터가 눈에 띈다. 입원한 환자의 심박수, 호흡수, 산소포화도, 체온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이 낙상 위험, 심혈관 질환 위험도 등을 파악해 준다. 지난해 제주한라병원은 국내 최초로 500개의 모든 병상을 이 같은 스마트 체계로 바꿨다. 3차 병원도 하기 힘든 시스템을 2차 병원인 제주한라병원이 구축한 것이다. 최근 병동에서 만난 김성수 제주한라병원 원장은 “스마트 병상 시스템은 단순한 환자 관리 기술을 넘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병상 도입을 시작으로 AI 기반 병상 관리,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의료 등 스마트 병원 구현을 위한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유일 닥터헬기… 3년여간 158명 이송제주한라병원의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는 제주도의 응급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해 도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과 응급구조사 2명으로 구성된 닥터헬기는 2022년 12월 첫 운항을 시작한 후 올해 3월 25일 현재 총 158명의 환자를 이송했다. 이송 사례별로는 출혈이나 골절 등 외상 환자가 55명으로 가장 많았고 심장 질환(40명), 뇌 관련 질환(31명), 기타 호흡기 및 소화기 질환(32명) 순이었다. 김 원장은 “제주 소방과 해양경찰, 경찰 항공대와 협력하는 ‘포윙스(4 Wings)’ 체계를 통해 야간 및 재난 상황에서도 빈틈없는 항공 이송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닥터헬기는 단순한 이송 수단을 넘어 제주 전역을 아우르는 응급의료 체계의 핵심 축으로 한 명의 소중한 생명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도 세브란스 진료 받는다 그동안 제주 도민들에게 중증 질환 진단은 곧 ‘비행기표’와 ‘원정 진료’ 부담을 의미했다. 환자와 가족들은 다른 지역 병원에서 긴 대기 시간과 진료 절차, 항공료와 숙박비 등 막대한 부담을 감내해야 했다. 치료보다도 원거리 이동과 현지 체류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많았다. 이 같은 제주 의료 환경의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라의료재단과 연세의료원은 지난달 ‘제주한라-세브란스 공동진료센터’를 열었다. 제주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의료 모델을 갖춘 셈이다. 두 병원은 실시간 화상 협진 및 화상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의 영상 검사와 진단 결과, 치료 방향을 양쪽 의료진이 함께 논의하도록 했다. 김 원장은 “공동 진료의 핵심은 원격 협진 시스템과 전문 의료진의 유기적인 교류”라며 “이를 통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치료 결정 과정의 신뢰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이나 집중 치료를 받은 환자도 이후 추적 관찰과 사후 관리는 세브란스 의료진의 모니터링을 통해 제주에서 받을 수 있다. 진료의 연속성과 환자 편의가 크게 향상된 것이다. 한라의료재단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헬스 리조트 ‘더위(THE WE)’도 눈길을 끈다. 국내 최초로 병원과 호텔이 결합한 ‘병원식 호텔’ 모델을 통해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조트 내 ‘위(WE) 병원’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정밀 건강검진, 미용 성형, 스트레스 관리 등의 의료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김 원장은 “단순한 휴양 시설을 넘어 전문 의료진의 과학적 진단과 고품격 호텔 서비스가 공존하는 시스템”이라며 “K의료관광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아시아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국제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제12차 아시아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ASCAPAP) 학술대회를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고 1일 밝혔다. ASCAPAP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아청소년정신의학 분야를 대표하는 국제 학술대회. 이번 서울 대회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넘어, 미국/유럽 등의 전 세계 연구자, 임상가, 정책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최신 연구 성과와 임상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로 넓혀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시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 주요 이슈를 심층 논의하는 대규모 토론회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대규모 토론회에서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청소년 자살 및 비자살적 자해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고 임상-사회-정책적 대응 전략을 통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한국 대중문화가 청소년 정체성 형성과 사회적 관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특별 세션도 마련됐다. 배우 김남길과 국내 정신의학자들이 연사로 참여해 현대 대중문화와 예술가의 시각에서 팬과 사회와의 관계 형성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번 세션은 대중문화가 청소년 발달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심리사회적 영향을 탐구하는 목적으로 준비됐다. 김붕년 대회 조직위원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은 “ASCAPAP 2026은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인접 분야의 최신 학술 성과와 임상 경험을 공유하고, 아시아와 전 세계 전문가들이 의미 있는 교류를 나누는 중요한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희정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에서 소아정신의학 대가를 초빙해서 임상 경험을 공유하는 장으로, 아시아 소아청소년들이 맞이하고 있는 난제들을 해결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유행 중인 목감기를 의사인 기자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목소리가 평소의 쾌활함을 잃은 채 꽉 잠기게 됐다. 평소 유튜브 촬영 등 카메라 앞에 설 일이 많은 기자에겐 치명적이었다. 혼자 앓지만 않고, 이번 위기를 오히려 독자들에게 목감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기회로 삼기로 했다. 16일 오재국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서울지회장(보아스이비인후과 원장)을 찾아가 성대 상태를 점검하고, 잘못 알고 있었던 목 관리 상식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성대 염증에 목소리 잠기는 ‘급성 후두염’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오 원장은 후두 내시경을 필자의 목 깊숙이 넣었다. 내시경이 목 안으로 들어오자, 구역질 반사(이물질이 기도나 식도로 들어가는 걸 막는 반사 작용)가 심해 견디기 어려웠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코로 삽입하는 굴곡형 후두 내시경으로 대체했다. 모니터에 비친 필자의 성대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건강한 성대는 매끈하고 하얀빛을 띠며 진동해야 하지만, 필자의 성대는 마치 불타는 고구마처럼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주변 점막은 부어올라 있었다. 오 원장은 “전형적인 급성 후두염 상태”라고 진단했다. 감기 바이러스가 성대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성대가 제대로 맞닿지 않아 목소리가 갈라지고 잠기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성대 표면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점액질은 성대의 깨끗한 진동을 방해하는 주범이었다. 오 원장은 소염제, 소염진통제, 진해거담제 등을 처방했다. 염증을 줄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약들이다.● ‘가글’은 성대 주변 건조하게 만들어 필자는 평소 목이 아플 때 실천했던 습관들이 목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오 원장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많은 환자가 목이 부으면 ‘뜨거운 물’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 원장은 “너무 뜨거운 물은 오히려 성대 점막에 화상을 입히거나 자극을 주어 부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성대는 매우 예민한 조직이라 본인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수시로 마셔 성대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가글의 경우 세균용 가글액, 세균과 바이러스용 가글액, 물 등 세 가지가 있다. 가글을 할 때도 성대 주변을 자극하거나 건조한 상태를 빨리 만드는 가글액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도라지나 배즙이 목소리를 바로 돌아오게 만든다는 속설도 있다. 오 원장은 “장기적으로 기관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미 염증이 생겨 목소리가 변한 급성기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약물 치료와 휴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습도 높이고 카페인·술 멀리해야 목감기에 걸렸을 때 전문가들이 말하는 중요한 원칙은 세 가지다. 무엇보다 ‘습도’가 곧 약이다. 성대는 점막으로 덮여 있어 건조함에 매우 취약하다. 실내 습도를 50∼60%로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잘 때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이 있다면 성대는 금방 마른다. 이때는 가습기를 머리맡에 두거나 젖은 수건을 걸어두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카페인과 술을 멀리해야 한다. 커피와 술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몸속 수분을 밖으로 배출시킨다. 성대 점막에 수분이 공급돼야 염증이 빨리 가라앉는데, 카페인은 이를 방해한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커피 대신에 미지근한 물을 선택하자. 기침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질 때 ‘흠흠’ 하며 강하게 기침하는 습관은 성대를 강하게 때리는 행위와 같다. 가급적 물을 마셔 이물감을 해소하고, 기침이 나올 때는 가볍게 ‘허∼’ 하는 느낌으로 뱉어내는 것이 좋다. 꿀물이나 단 음료, 사탕 등은 기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오 원장은 “목소리가 변한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감기가 아닌 성대 결절이나 폴립, 혹은 더 심각한 질환의 전조일 수 있다”면서 “이때는 반드시 전문의에게 내시경 검사를 받아 성대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유행 중인 목감기를 의사인 본보 기자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목소리가 평소의 쾌활함을 잃은 채 꽉 잠기게 됐다. 평소 유튜브 촬영 등 카메라 앞에 설 일이 많은 기자에겐 치명적이었다. 혼자만 앓지 않고, 이번 위기를 오히려 독자들에게 목감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기회로 삼기로 했다. 16일 오재국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서울지회장(보아스이비인후과 원장)을 찾아가 성대 상태를 점검하고, 잘못 알고 있었던 목 관리 상식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성대 염증에 목소리 잠기는 ‘급성 후두염’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오 원장은 후두 내시경을 필자의 목 깊숙이 넣었다. 내시경이 목 안으로 들어오자, 구역질 반사(이물질이 기도나 식도로 들어가는 걸 막는 반사 작용)가 심해 견디기 어려웠다. 여러 차례 시도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대신 코로 삽입하는 굴곡형 후두 내시경으로 대체했다. 모니터에 비친 필자의 성대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건강한 성대는 매끈하고 하얀빛을 띠며 진동해야 하지만, 필자의 성대는 마치 불타는 고구마처럼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주변 점막은 부어올라 있었다.오 원장은 “전형적인 급성 후두염 상태”라고 진단했다. 감기 바이러스가 성대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성대가 제대로 맞닿지 않아 목소리가 갈라지고 잠기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성대 표면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점액질은 성대의 깨끗한 진동을 방해하는 주범이었다. 오 원장은 소염제, 소염진통제, 진해거담제 등을 처방했다. 염증을 줄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약들이다.● ‘가글’은 성대 주변 건조하게 만들어 필자는 평소 목이 아플 때 실천했던 습관들이 목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오 원장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많은 환자가 목이 부으면 ‘뜨거운 물’를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 원장은 “너무 뜨거운 물은 오히려 성대 점막에 화상을 입히거나 자극을 주어 붓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성대는 매우 예민한 조직이라 본인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수시로 마셔 성대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가글의 경우 세균용, 세균과 바이러스용, 물 가글 등 세 가지가 있다. 가글을 쓸 때도 성대 주변을 자극하거나 건조한 상태를 빨리 만드는 가글액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도라지나 배즙이 목소리를 바로 돌아오게 만든다는 속설도 있다. 오 원장은 “장기적으로 기관지 건강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미 염증이 생겨 목소리가 변한 급성기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약물 치료와 휴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습도 높이고 카페인·술 멀리해야목감기에 걸렸을 때 전문가들이 말하는 중요한 원칙은 세 가지다. 무엇보다 ‘습도’가 곧 약이다. 성대는 점막으로 덮여 있어 건조함에 매우 취약하다. 실내 습도를 50~60%로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잘 때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이 있다면 성대는 금방 마른다. 이때는 가습기를 머리맡에 두거나 젖은 수건을 걸어두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카페인과 술을 멀리해야 한다. 커피와 술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몸속 수분을 밖으로 배출시킨다. 성대 점막에 수분이 공급돼야 염증이 빨리 가라앉는데, 카페인은 이를 방해한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커피 대신에 미지근한 물을 선택하자.기침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질 때 ‘흠흠’ 하며 강하게 기침하는 습관은 성대를 강하게 때리는 행위와 같다. 가급적 물을 마셔 이물감을 해소하고, 기침이 나올 때는 가볍게 ‘허~’ 하는 느낌으로 뱉어내는 것이 좋다. 꿀물이나 단 음료, 사탕 등은 기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오 원장은 “목소리가 변한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감기가 아닌 성대 결절이나 폴립, 혹은 더 심각한 질환의 전조일 수 있다”면서 “이때는 반드시 전문의에게 내시경 검사를 받아 성대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스마트 미래병원’에 대해 “첨단 기술을 최대한 적용해 치료 성과와 환자 경험을 극대화하면서도 비용은 절감시키는 병원”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인공지능(AI)이 산업계는 물론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을 바꿔 나가는 지금, 병원 현장도 예측보다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다.“AI 고도화,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 돌려줘”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HIMSS(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 2026’이 지난 9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만50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나흘간 개최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업무를 완수하는 ‘에이전틱 AI(실행형 AI)’의 현실화였다. 이번에 참가한 MS, 구글, 오라클, 아마존웹서비스 등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새로운 AI 기반 도구를 앞다퉈 내놓으며 “기존 의료진이 짊어졌던 행정 사무 부담을 완벽히 덜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화를 기반으로 임상 기록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후속 진료 예약과 보험 청구도 지원하는 등 한층 매끄러운 작업 흐름을 구현했다. 병원에서 생성된 다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통합 분석하는 기술이 뒷받침된 결과다. 기조연설에 나선 메이요 클리닉 플랫폼의 존 할람카 사장은 “AI는 단순한 기술적인 유행이 아니라 의료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병원의 수익성 악화, 의료진 번아웃(소진), 농어촌 전문 인력 부족 등의 다양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한다”며 “미래 의료의 표준이 될 필수 도구”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AI가 고도화되더라도 인간 의료진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의사들이 더 수준 높은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장에서 만난 고려대의료원의 박홍석 의학정보지능본부장은 “모든 기술 발달의 궁극적인 목적은 의사들에게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을 되돌려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환자 중심’ 스마트 병원 도입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비버리힐즈에 위치한 시더스 시나이 병원은 각종 평가에서 10년 연속 전미 최고 10개 병원 중 하나로 선정된 곳이다. 미국 국방부와 함께 미래의 수술실로 불리는 ‘OR360’을 개발해 환자의 부상 부위나 수술 종류에 따라 벽과 장비를 이동시켜 최적의 동선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새로운 스마트 병원도 준비 중이다. 기존의 개념과 완전히 다른, 진료실이 아닌 ‘디지털 커맨드 센터’ 중심의 병원을 예고했다. 일종의 항공사 관제탑처럼 AI가 환자의 입원과 퇴원, 가용 수술실을 초 단위로 분석해 환자 내원 시 최적의 병상을 확보하고 진료팀을 배정하는 식이다. 또 세계 최초의 간호사 보조 시스템으로 AI가 음성을 통해 전자의무기록을 자동으로 작성한다. 재난 시엔 벽을 뜯지 않고도 즉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가변형 구조를 갖췄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Irvine)의 새 병원도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해 2조 원을 투자해 12월에 144병상 규모로 개원했다. 미국 최초로 100% 자체 발전 전기로 운영되는 병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혁신적인 배치와 구조다. 수술실과 중재실, 영상의학 장비들을 축구장 3개 규모의 지하 가든 레벨에 배치해 중증 환자의 이동 시간을 줄였다.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의료진 간 협업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병원 정문에서 발레파킹 후 대기 없이 바로 검사나 진료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고, 진료 후 정밀 검사나 입원이 필요할 때 동선이 끊기지 않는 환자 중심의 구조를 구현해냈다. 협력 기관으로 UC 어바인 병원을 방문한 고려대 손호성 의무기획처장은 “마치 공항 출국 층에 내려 안으로 차례대로 이동한 뒤 수속을 밟고 비행기를 타는 것과 같은 구조”라며 “환자 중심의 동선을 갖췄다”고 평가했다.고려대 동탄병원 “진료·교육·연구 혁신 이끌 것” 국내에도 구상 단계에서부터 미래 병원 설립을 선언한 곳이 있다. 바로 고려대 동탄병원이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700병상 규모의 최상급 종합병원으로 건립되는 ‘동탄 제4 고대병원’은 정밀 의료와 융복합 연구, 인재 양성 기능이 집약된 차세대 복합 의료 캠퍼스다. 미래 맞춤형 정밀 의학의 핵심인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의료 데이터 책임 관리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병원 내부에 직접 구축한 보안 서버와 유연한 확장성을 가진 외부 클라우드를 결합해 마치 그물망처럼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데이터 메시’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 기존 고대의료원의 안암·구로·안산병원에도 AI 기반 플랫폼을 설치해 4개 병원이 고도화된 데이터 허브를 통해 혁신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에 없던 환자 중심 연동형 스마트 시스템도 구축된다. AI 기반 자율형 모니터링 및 서포트 시스템으로 의료진이 최적의 상태에서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병실 벽면에 환자와 의료진을 연결하는 ‘인터랙티브 대시보드’가 구현돼 본인의 치료 경로에 대한 즉각적인 확인이 가능해진다. 또 환자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기 전에 침대 주변의 센서가 환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낙상 위험을 알리거나 간호사에게 알림을 보내는 환경도 구축될 예정이다. 고려대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동탄병원은 가장 미래적이면서 중증난치성 질환에 집중하는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할 것”이라며 “최첨단 AI, 스마트 기술이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가장 유연하고 열린 병원으로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료, 교육, 연구에서 전에 없는 혁신 성과가 일어나도록 하겠다”며 “국내에 없던 최상의 환자 경험을 구현해 가장 진일보한 병원이 탄생할 수 있도록 고려대의료원의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마취 주사, 드릴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통증. 우리가 치과에 가게 되면 흔히 느끼는 두려움의 이유다. 이 때문에 치과 방문을 꺼리고 통증을 참다가 결국 더 큰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잠을 자고 일어난 것처럼 편안하게 치료를 끝낼 수 있다면 어떨까. ‘의식하 진정법’이라고 불리는 치료법으로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숙면치과 네트워크 강민우 대표를 만나 수면 치료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수면 치료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정확한 명칭은 ‘의식하 진정법’이다. 전신마취는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지만 수면 치료는 환자가 스스로 숨을 쉬면서 잠시 깊은 잠에 빠지는 상태를 유도하는 것이다. 내시경 받을 때 받는 수면마취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최근 수면 치료를 하는 치과가 늘고 있다. 숙면치과 네트워크의 가장 큰 차별점은….“우리의 가장 큰 자부심은 바로 ‘의료진의 엄격한 교육 시스템’이다. 단순히 장비만 갖춘 게 아니라 네트워크 소속 모든 의료진이 약물 오남용 방지 교육과 응급 상황 시뮬레이션을 필수적으로 이수한다. ‘의료진이 완벽하게 준비돼야 환자가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다’는 철학 아래 진정법의 모든 과정을 표준화해 운영하고 있다.”―수면이다 보니 안전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세 가지 안전 장치를 뒀다. 먼저 치료 중 산소포화도, 맥박, 혈압, 호흡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모니터링 전담 인력을 두고 있다. 두 번째로 환자의 전신 상태와 진료 내용에 맞춰 알맞은 진정제를 선택하고 적정 용량만을 투여하도록 엄격히 관리한다. 약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세 번째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 상황에 대비해 잠에서 바로 깨우는 길항제와 응급 키트를 상시 구비하고, 전 직원이 정기적인 훈련을 받고 있다. 의료진이 당황하지 않아야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치료 후 회복 과정은….“치료가 끝나면 별도의 독립된 회복실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게 된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의식이 완전히 돌아온다. 다만 술을 마신 것과 비슷한 상태일 수 있어 당일 운전은 피해야 하고 보호자와 동행하는 것을 권장한다.”―어떤 환자에게 수면 치료가 도움이 되나.“치과 공포증이 심한 환자뿐만 아니라 입안에 기구가 닿으면 구토감이 심한 구역반사 환자, 임플란트나 사랑니 발치처럼 장시간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 효과적이다. 특히 과거 치과 치료에서 트라우마를 겪었던 환자들은 ‘세상에 이런 신세계가 있느냐’며 만족해한다. 그뿐만 아니라 치과 치료를 편안하게 받길 원하는 환자도 많다.”―수면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가.“그렇지 않다. 미국마취과학회 신체 상태 분류 체계에서 중증의 전신 질환이 있는 3급 이상인 환자는 치과 치료보다 전신 건강 회복이 우선이기 때문에 수면 진료를 권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전 평가’가 중요하다. 치료 전 혈압, 당뇨, 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을 꼼꼼히 확인하고 필요시 담당 의료진과 협진을 통해 수면 치료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면 고령층도 충분히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가장 궁금한 것은 비용이다.“일반적으로는 치료 비용에 진정법에 대한 비용이 추가된다. 여기에는 사용되는 약물, 실시간 모니터링 장비 운용, 이를 전담하는 숙련된 인력의 인건비가 포함되는 셈이다. 그 비용을 비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치과를 기피해서 병을 키웠을 때 발생하는 미래의 엄청난 비용과 고통을 미리 방지하는 투자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수면 치과를 선택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딱 두 가지만 확인하길 권한다. 첫째, ‘응급 상황 대처 교육’ 이수 여부다. 의료진이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주관하는 전문심장소생술 등의 교육을 받았는지 확인하면 좋다. 둘째,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모니터링 장비뿐만 아니라 산소를 공급해 주는 시스템을 갖췄는지, 환자 감시를 전담하는 인력을 따로 뒀는지가 안전한 진료의 중요 포인트다. 단순히 ‘수면 치료를 한다’는 것보다 얼마나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개인의 치아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서울 지하철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의 개찰구를 나서면 바로 이어지는 병원이 있다. 약 1400병상을 갖춘, 3차 병원 못지않은 규모의 중앙보훈병원이다. 병원 이름 때문에 국가유공자만 이용하는 병원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일반 국민도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또한 재활과 호스피스, 암·심혈관 수술까지 가능한 진료 체계를 갖춘 대형 2차 병원이기도 하다.● 재활·호스피스까지 이어지는 돌봄 의료 환자는 대개 몸의 상태에 따라 여러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게 된다. 급성기 치료는 상급병원에서, 재활은 재활병원에서, 말기 돌봄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중앙보훈병원은 ‘치료→재활→호스피스’로 이어지는 진료 구조를 한 병원 안에서 운영 중이다. 환자는 병원을 옮기지 않고도 치료 이후 회복과 돌봄까지 이어지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중앙보훈병원은 국내 5대 대형병원을 능가하는 재활의료 및 호스피스 인프라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활병원은 187병상 규모로 단일 병원 기준으로 가장 크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물리치료사, 재활운동 지도사 등 70여 명의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또 초음파 클리닉, 경직 클리닉, 낙상 예방 클리닉 등 11개 전문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수중 재활치료와 로봇 재활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의 기능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신호철 중앙보훈병원장은 “질병 치료만으로 환자의 삶이 회복되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활을 통해 환자가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병원은 호스피스 병상 28개를 운영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찾기 힘든 규모다. 호스피스는 말기 환자와 가족을 위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돌봄을 제공해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돕는 의료 서비스다.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과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통해 환자가 병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의료진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암·심혈관 수술까지 가능한 대형 2차 병원 중앙보훈병원은 암과 심혈관 질환 치료 역량도 갖추고 있다. 위암 대장암 폐암 등 주요 암 수술을 시행하며 환자의 상태와 회복 과정을 고려한 치료가 이뤄진다. 특히 고령 환자가 많은 병원의 특성을 고려해 수술 이후 회복 관리와 재활 치료 연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심혈관 질환 치료도 주요 진료 분야다. 심장 질환과 대동맥 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수술과 시술이 가능하며, 순환기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협진 체계도 갖췄다. 특히 심혈관센터는 2014년 ‘심혈관 중재 시술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재인증을 받아 전문성과 의료 역량을 인정받았다. 심혈관 중재 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가는 관(카테터)을 넣어 막힌 혈관을 넓히거나 치료하는 방법으로, 주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환자의 치료에 사용된다. 또 눈여겨볼 것은 지하철역과 바로 이어지는 치과병원이다. 2023년 12월 신축 개원했다. 지하 4층∼지상 5층의 총 9900m²(약 3000평) 규모로 유닛체어 110대를 갖췄다. 최신 진료 장비와 전문 진료 시설을 갖춘 덕분에 구강질환 진단과 치료, 수술까지 체계적인 진료가 가능하다. 신 병원장은 “의료의 질이 높아지려면 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치료 이후 환자의 회복과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가유공자를 비롯해 일반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병원으로서 환자 중심의 진료 체계를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병원장이 직접 나서 현장 안전 인식 높여의료기관평가인증원 한마디신경아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평가센터장중앙보훈병원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의료기관 인증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 직원이 참여한 지속적인 의료 질 개선 활동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돼 운영되고 있다. 특히 2024년 실시한 인증조사에서 92개 기준과 511개 조사 항목을 모두 충족해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 전반에서 높은 수준의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앙보훈병원은 환자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년 환자와 의료진,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환자 안전의 날’ 행사를 통해 환자 안전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병원장의 환자 안전 라운딩을 통해 현장에서 환자 안전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국가유공자와 고령 환자 비율이 높은 병원의 특성을 고려해 낙상 예방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낙상 감지 매트를 도입해 낙상 위험 환자를 조기 감지하는 등 환자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그 결과 서울시병원회가 주관하는 ‘질 향상(QI)’ 경진대회에서 3년 연속 수상했다. 수술실에서 추진한 수술 환자 안전 및 프로세스 개선 활동은 한국의료질향상학회 학술대회에서 우수상을 받는 등 대외적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도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를 위한 공공병원으로서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병원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는 160일째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약사와 한약사 단체가 각각 1인 시위를 이어 가는 중이다. 약사는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불법 판매를 처벌해 달라”고 하고, 한약사는 “현행법상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면허를 가진 자격자로, 일반의약품 판매는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로는 두 직능 단체 간 치열한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들은 모두 동일한 가해자를 지목하고 있다. 바로 제도를 만든 뒤 30년 동안 아무런 사후 관리도 하지 않은 정부다.한약사 제도는 1993년 한의사·약사 분쟁의 산물로 태어났다. 당시 의약분업과 한약 조제권을 둘러싼 의사·약사·한의사 간의 극심한 갈등 속에서 정부는 ‘한의학 의약분업’을 전제로 한약사 면허제도를 신설했다.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로 규정한 의약분업처럼 한의사는 진단을, 한약사는 조제를 맡는 전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한방분업은커녕 한약사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이는 정부가 제도를 만들어놓고는 정작 한약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터전은 닦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일부 한약사들은 생존을 위해 일반 약국을 개설하고 약사를 고용해 처방 조제에 나섰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면허 체계의 근간이 무너졌다며 분노하고 있다. 한약사들은 정부가 원외탕전실과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등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오히려 좁혔다며 “유기된 자식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한다. 원외탕전실 제도는 한약사 없이 대형 한약 조제 공장 설립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첩약 건강보험은 한의원에서 약을 직접 조제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한 것이다. 한약 조제의 전문화를 위해 한약사를 만들어 놓고 정작 정부는 한약사 없이도 대량 조제가 가능한 길을 열어 준 셈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가 두 전문가 집단을 극심한 갈등으로 몰아넣은 것과 다름없다. 이 비극의 이면에는 보건복지부의 무책임한 행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의약품정책과는 약사법상의 모호한 규정을 빌미로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와 교차 고용 문제를 방관했다. 이에 한약사는 약사를 고용해 한의사가 아닌 의사의 처방에 대해 조제해 왔다. 또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은 한의사 위주의 정책에만 몰두해 한약사라는 직능의 전문성을 외면했다. 각 부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현장의 갈등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약사 제도의 존폐를 포함한 직능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 한의약 분업을 당장 시행할 의지가 없다면, 이미 배출된 한약사들과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향적인 보상책이나 직능 전환 지원 등의 ‘통 큰 해결책’이 필요하다. 한약사는 지금도 매년 120명씩 배출되고 있으며, 누적 인원은 3300여 명에 이른다. 당장 국민의 혼란을 줄이는 것도 시급하다. 국민은 내가 약을 사는 곳이 약국인지 한약국인지, 나에게 약을 주는 사람이 약사인지 한약사인지 명확히 알 권리가 있다. 현재 간판만으로는 한약국인지 약국인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약국과 한약국의 명칭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자신이 방문한 곳의 전문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명칭 분리를 서둘러야 한다. 면허 범위에 따른 업무 가이드라인도 법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한방 제제 분류가 미비하다는 핑계 뒤에 숨지 말고, 현재의 분류 체계 내에서 한약사가 취급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30년은 한 세대가 저무는 긴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정부의 방임 아래 약사와 한약사는 심하게 대립하고 있고, 국민의 건강권은 불확실성 속에 놓였다. 행동하고 실천하는 정부를 표방한다면, 이 비정상적인 갈등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부의 결단만이 160일째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외치는 이들의 호소를 멈추게 할 수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는 160일째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약사와 한약사 단체가 각각 1인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약사는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불법 판매를 처벌 해달라”하고, 한약사는 “현행법상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면허를 가진 자격자로, 일반의약품 판매는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로는 두 직능 단체 간 치열한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들은 모두 동일한 가해자를 지목하고 있다. 바로 제도를 만든 뒤 30년 동안 아무런 사후 관리도 하지 않은 정부다.한약사 제도는 1993년 한의사·약사 분쟁의 산물로 태어났다. 당시 의약분업과 한약 조제권을 둘러싼 의사·약사·한의사 간의 극심한 갈등 속에서 정부는 ‘한의학 의약분업’을 전제로 한약사 면허제도를 신설했다.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로 규정한 의약분업처럼 한의사는 진단을, 한약사는 조제를 맡는 전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한방분업은커녕 한약사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이는 정부가 제도를 만들어놓고는 정작 한약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터전은 닦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일부 한약사들은 생존을 위해 일반 약국을 개설하고 약사를 고용해 처방 조제에 나섰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면허 체계의 근간이 무너졌다며 분노하고 있다. 한약사들은 정부가 원외탕전실과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등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오히려 좁혔다며 “유기된 자식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한다. 원외탕전실 제도는 한약사 없이 대형 한약 조제 공장 설립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첩약 건강보험은 한의원에서 약을 직접 조제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한 것이다. 한약 조제의 전문화를 위해 한약사를 만들어 놓고 정작 정부는 한약사 없이도 대량 조제가 가능한 길을 열어 준 셈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가 두 전문가 집단을 극심한 갈등으로 몰아넣은 것과 다름없다.이 비극의 이면에는 보건복지부의 무책임한 행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의약품정책과는 약사법상의 모호한 규정을 빌미로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와 교차 고용 문제를 방관했다. 이에 한약사는 약사를 고용해 한의사가 아닌 의사의 처방에 대해 조제해 왔다. 또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은 한의사 위주의 정책에만 몰두해 한약사라는 직능의 전문성을 외면했다. 각 부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현장의 갈등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는 상황이다.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약사 제도의 존폐를 포함한 직능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 한의약 분업을 당장 시행할 의지가 없다면, 이미 배출된 한약사들과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향적인 보상책이나 직능 전환 지원 등의 ‘통 큰 해결책’이 필요하다. 한약사는 지금도 매년 120명씩 배출되고 있으며, 누적 인원은 3300여명에 이른다. 당장 국민의 혼란을 줄이는 것도 시급하다. 국민은 내가 약을 사는 곳이 약국인지 한약국인지, 나에게 약을 주는 사람이 약사인지 한약사인지 명확히 알 권리가 있다. 현재 간판만으로는 한약국인지 약국인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약국과 한약국의 명칭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자신이 방문한 곳의 전문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명칭 분리를 서둘러야 한다. 면허 범위에 따른 업무 가이드라인도 법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한방 제제 분류가 미비하다는 핑계 뒤에 숨지 말고, 현재의 분류 체계 내에서 한약사가 취급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30년은 한 세대가 저무는 긴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정부의 방임 아래 약사와 한약사는 심하게 대립하고 있고, 국민의 건강권은 불확실성 속에 놓였다. 행동하고 실천하는 정부를 표방한다면, 이 비정상적인 갈등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부의 결단만이 160일째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외치는 이들의 호소를 멈추게 할 수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기자는 잘 때 코를 골지는 않지만 숨을 잘 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개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지만, 비교적 마른 체형이기 때문에 다른 원인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면다원검사다. 병원에 밤새 머물며 수면의 질과 수면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3일 신홍범 대한수면의학회 부회장(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을 찾았다. 신 원장은 “수면다원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본인부담금이 약 10만∼15만 원”이라며 “검사를 통해 뇌파, 심전도, 근전도, 산소포화도 및 수면 중 움직임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호흡증은 심뇌혈관 질환 위험 높여”수면다원검사 대상은 주로 △심한 코골이 △낮 시간대 졸음 △수면 중 숨 멈춤 등의 증상이 있는 환자다. 수면다원검사를 받을 병원을 선택할 때는 전문 수면기사와 수면 인증의가 상주하고, 독립된 수면실을 갖춘 곳을 찾는 것이 좋다. 기자는 지난달 24일 오후 9시경 병원에 도착했다. 수면다원검사실에는 세면도구와 샤워실, 수면용 잠옷까지 준비돼 있어 호텔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우선 머리와 얼굴, 몸에 20여 개의 센서를 부착했다. 수면 상태 확인은 오후 11시부터 시작했다. 신 원장은 “최근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소형 센서를 부착한 기기가 많이 개발됐지만, 정확한 판독을 위해서는 여전히 정밀 센서를 부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는 대부분 1주일 뒤에 나온다. 수면다원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수면무호흡증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 원장은 “마른 사람도 혀가 크거나 해부학적으로 턱이 작고 뒤로 밀린 구조일 경우 언제든 무호흡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중등도 이상으로 진단돼 양압기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살찐 사람만 수면무호흡증에 걸린다는 생각은 오해다. 또 단순 코골이와 달리 무호흡은 뇌졸중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크게 높인다.● 건보 지원으로 월 1만∼2만 원에 양압기 착용 양압기는 지속적으로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불어넣어 기도를 열어주는 장치다. 최근에는 자동 압력 조절 기능이 탑재된 소형 스마트 양압기도 출시돼 휴대가 편해졌다. 양압기는 대여 시 건강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본인 부담금은 월 1만∼2만 원 수준이다. 다만 건강보험 혜택 유지를 위해 한 달에 20일 이상(하루 4시간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양압기를 사용하려면 의료기관에서 30분가량 사용법 교육을 받아야 한다. 요즘은 착용과 동시에 관련 기록이 병원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환자가 따로 체크할 것은 없다. 양압기 사용 첫날, 피로감은 줄었지만 숙면은 여전히 어려웠다. 양압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거의 없었지만 코에 착용하는 마스크 형태가 적응이 안 됐기 때문이다. 신 원장은 “마스크의 밀착도를 조절하고 가습 온도를 몸에 맞추는 적응 기간이 2주 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양압기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4가지 핵심 생활 습관을 병행할 것을 권장했다. 우선 꾸준한 체중 관리로 ‘숨길’을 확보해야 한다. 비만은 목 주변에 지방을 축적해 기도를 좁히는 주범이다. 가벼운 식단 관리만으로도 자는 동안 눌려 있던 기도가 넓어져 호흡이 한결 수월해진다. 취침 전 ‘금주’도 중요하다. 술은 목 근육의 긴장도를 떨어뜨려 기도를 더 잘 막히게 한다. 숙면을 원한다면 잠들기 최소 4∼6시간 전부터는 술을 멀리해야 한다. 코로 숨쉬기 편한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실내 습도를 50∼60%로 맞추고, 자기 전 따뜻한 물 샤워나 코 세척을 통해 코 안을 청결하고 촉촉하게 유지하면 기기에 적응하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매일 30분 정도의 산책은 폐 기능을 강화하고 호흡 근육에 탄력을 준다. 이는 자는 동안 기도가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 “양압기는 안경처럼 매일 착용해야” 양압기는 원칙적으로 잘 때마다 꾸준히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 원장은 “나도 직접 양압기를 사용하며 수면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며 “치매, 고혈압, 당뇨 등 무서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만큼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결국 수면무호흡증 치료의 핵심은 ‘지속성’이다. 양압기는 안경처럼 매일 착용할 때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신 원장은 “건강보험 적용으로 치료 문턱이 낮아진 만큼, 많은 이들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자신의 수면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100세 시대에 숙면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치매와 심혈관 질환 등 중증 합병증을 막는 강력한 예방책”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국민 질환’으로 불리는 퇴행성관절염 환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연간 400만 명에 이른다. 특히 80세 이상 어르신 2명 중 1명은 무릎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고 있다. 최근엔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민간요법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정구 서울점프정형외과 대표원장은 “줄기세포 주사 한 방이면 닳아 없어진 연골이 다시 돋아난다는 기대를 품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시술 방식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원장을 만나 줄기세포 시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무릎 관절염, 치료 시기 놓치지 말아야 퇴행성관절염은 단순히 통증이 생기는 병이 아니라 단계별로 관절의 구조가 서서히 무너지는 노쇠 과정이다. 하 대표원장은 관절염을 크게 초기, 중기, 말기 등 세 단계로 나눠 각 단계에 맞는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초기는 무릎이 뻣뻣하고 계단을 오를 때 약간 욱신거리는 정도다. 이때는 물리치료나 약물 치료 등 보존적 요법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중기에 접어들면 무릎이 붓고 물이 차기 시작한다. 밤에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깰 정도로 아프기도 하며 평지보다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것이 눈에 띄게 힘들어지는 시기다.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이외에도 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주사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위험한 상태인 말기는 무릎 안쪽 연골이 다 닳아 뼈와 뼈가 직접 맞닿는 단계다. 연골이 사라져 완충 작용을 못하니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다리 모양이 ‘O자’처럼 휘어지는 구조적 변형이 일어난다. 이때는 이미 연골 재생이 불가능해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하 대표원장은 “많은 환자가 뼈끼리 완전히 닿을 때까지 수술을 미루겠다고 고집을 피우지만 이는 주변 인대와 근육까지 망가뜨려 수술 예후를 나쁘게 하는 지름길”이라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자가 골수 주사는 ‘통증 완화’ 효과뿐” 최근 뜨거운 감자인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해서는 환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오해와 진실’이 있다. 가장 큰 오해는 주사 한 번으로 연골이 마법처럼 재생된다는 생각이다. 먼저 최근 유행하는 ‘자가 골수 줄기세포 농축액(BMAC) 주사’는 환자의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뽑아 농축한 뒤 무릎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치료는 아직 의학적으로는 퇴행성관절염을 고치는 근본적 치료법이 아니다. 현재 의학적인 근거를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하 대표원장은 “자가 골수 주사의 가장 큰 효과는 무릎 내부의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하는 증상 개선일뿐 닳아 없어진 연골을 다시 만드는 재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술 후) 효과 지속 기간은 보통 1∼2년 정도로 영구적이지 않다”며 “주로 통증 관리가 필요한 초기나 중기 환자에게 적합한 시술”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카티스템 등)’ 치료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는 주사가 아닌 수술의 영역이다. 무릎 피부를 절개하고 연골이 파인 부위에 구멍을 뚫어 줄기세포 치료제를 직접 채워 넣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손상된 부위에 실제 연골 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주사 치료를 받으면 연골이 싹 나을 것’이라는 기대는 환자의 과한 욕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의학적으로 주사 치료는 통증과 염증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쪼그려 앉기-등산’은 피해야 관절염 환자들에게 운동은 보약이지만 잘못된 운동은 독약이나 마찬가지다. 하 대표원장은 “무릎에 좋은 운동을 찾기보다 무릎을 망가뜨리는 나쁜 동작이나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가장 피해야 할 동작은 ‘쪼그려 앉기’다. 한국인의 좌식 문화는 무릎 관절의 내부 압력을 극도로 높여 연골 손상을 가속화한다. 무릎 건강을 지키려면 바닥 생활을 청산하고 의자와 침대를 사용하는 생활 습관으로 즉시 전환해야 한다. 또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등산 역시 관절염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산에서 내려올 때 무릎에 실리는 체중 부담이 평지의 몇 배에 달해 초기나 중기 환자의 연골을 순식간에 망가뜨리는 주범이 된다. 반면 실내 자전거, 물속이나 평지 걷기 등은 체중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허벅지 근육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이다. 하 대표원장은 “무릎 주변 근육이 튼튼하면 관절이 받는 충격을 근육이 대신 흡수해 준다”라며 “아프다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내 상태에 맞는 ‘착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여성이라면 생리 기간마다 찾아오는 피부 문제나 불쾌한 냄새, 가려움증으로 고생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건강에 좋다고 믿고 선택한 생리대도 소재와 사용 습관에 따라 피부 자극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선화 두번째봄여성의원 원장은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국내 최초로 항균 신소재를 활용한 생리대를 개발했다. 정 원장을 만나 생리대에 관한 오해와 진실과 함께 개발 이야기를 들어봤다.―최근 질염 등 여성 질환이 늘어나는 추세다. 생리대와도 관련 있나.“위생 관념이 높아지면서 요즘은 브라질리언 왁싱이나 제모를 하는 여성이 부쩍 늘었다. 청결을 위해 왁싱까지 했는데 왜 외음부염에 더 자주 걸릴까. 이는 외부 마찰로부터 피부를 지켜주던 체모가 사라지면서 피부가 더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팬티라이너를 매일 사용하는 습관 역시 질 내 환경을 습하게 만들어 질염 발생을 높인다. 결국 생리대와 라이너의 부적절한 사용이 여성 질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흔히 ‘순면 생리대’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데 사실인가.“면은 수분을 흡수하고 머금는 성질(흡습성)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수분을 오래 유지하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다. 땀 냄새를 유발하는 방취균 등은 면섬유에서 잘 떨어지지 않고 건조 후에도 끈질기게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면은 무조건 안전하다’고 믿기보다는 얼마나 위생적으로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비싼 생리대일수록 더 좋을까.“가격에는 원재료비, 인건비, 개발비 등이 포함되므로 비싼 제품이 질이 좋을 확률은 높다. 그러나 가격과 질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화학 흡수체(SAP)를 뺐다는 이유로 비싸게 파는 제품이 있는데 오히려 생리혈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피부를 계속 축축하게 만들고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생리대를 고를 땐 가격보다는 피부에 직접 닿는 윗면(Top Pad)의 소재, 흡수력, 샘 방지 기능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산부인과 의사가 직접 생리대 개발에 뛰어든 계기는….“7년 전 진료했던 쉼터 아이들 때문이다. 소외된 환경에서 방치된 아이들은 생리대 사용법이나 교체 시기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기증도 해 봤지만 한계가 느껴졌다. 진료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환자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직접 제조 업체를 찾아다니며 개발을 시작했다.”―정 원장이 개발한 생리대는 기존 제품과 무엇이 다른가.“피부가 닿는 윗면에 곰팡이와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항균 효과가 뛰어난 ‘대나무 섬유’를 주재료로 썼다. 대나무 섬유는 천연 항균 성분이 있어 프리미엄 타월 등에 쓰이지만 단독으로 쓰면 다소 거친 느낌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항균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촉감이 부드러운 ‘옥수수 섬유’를 배합해 민감한 피부도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국내 최초 기술인 만큼 개발에 공을 들였을 것 같은데….“에코서트(Ecocert) 등 세계적인 안전성 인증을 획득하고 기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배합률을 가진 원사를 찾아 개발하는 데만 약 5년이 걸렸다. 특히 국내 공인 기관을 통해 높은 항균력을 공식적으로 검증받는 과정에 공을 많이 들였다. 개발 기간은 길었지만 그만큼 품질 면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생리 기간에 질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일상의 팁을 준다면….“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자주 교체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패드도 오래 착용하면 세균의 온상이 된다. 생리양이 많을 시기에는 2∼3시간마다 교체하길 권한다. 씻을 때는 외음부 겉만 씻고 잘 말려야 한다. 간혹 질 내부까지 씻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질 내 산성도(pH)를 깨뜨려 오히려 질염을 유발한다. 카페인보다는 따뜻한 차를 마시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원활한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본인의 피부 유형에 맞는 패드를 선택하는 것이 건강한 생리 기간의 시작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충북 지역에서 산전 출혈이 발생한 27주 차 임신부가 지역 내 분만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경기 고양시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당시 쌍둥이를 임신 중이던 임신부는 태반 조기박리가 의심되는 위중한 상태였다. 임신부가 도착하자마자 일산병원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이 즉시 투입됐고, 이송 30분 만에 제왕절개 수술이 진행됐다. 각각 980g, 1230g의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는 곧바로 신생아집중치료실(NICU)로 옮겨져 현재 치료 중이다. 이처럼 다른 지역의 고위험 임신부까지 수용해 분만과 신생아 치료에 성공한 사례는 일산병원의 고위험 임신부·신생아 진료 역량이 완벽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창훈 일산병원장은 “현재 전체 분만의 80%가량이 고위험 임신부 분만이며 신생아중환자실 가동률은 100%”라며 “환자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곧 병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북부 중증·소아응급의료 최후 보루일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외상·응급수술 전담팀(쇼크 앤 트라우마 팀), 출장형 에크모(ECMO) 등을 운영 중이다. 필수의료 전문의가 상주해 심정지, 중증외상, 소아 및 분만 응급환자 등 고난도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응급실엔 소아 전담 진료 구역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경기도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일산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365일 24시간 상주한다. 이를 통해 고양, 파주, 김포 등 경기 북부 지역의 야간·휴일 소아 응급 진료 공백을 해소하는 최종 거점 의료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일산병원은 보건복지부 ‘경기 북부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의 대표 기관으로서 임신 단계부터 분만, 신생아 치료로 이어지는 연속 진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임신부와 신생아의 응급상황에 대비해 분만실과 NICU를 가까이 배치했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즉각적인 협진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현재 NICU는 20병상 규모에 전담 전문의 5명을 배치해 고위험 신생아를 전문적으로 돌보고 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고위험 임신부를 신속히 수용하며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치료를 넘어 회복까지 ‘어린이재활병원’ 일산병원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통해 조산아, 저체중아, 발달지연 아동 등 집중 재활이 필요한 아이들의 회복을 돕는다.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물리·작업·언어치료실이 협력하는 통합 진료 체계를 구축해 신체 회복은 물론이고 발달·인지·사회성 향상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NICU 퇴원 아동을 위한 조기 개입 △개별 맞춤형 물리·작업·언어치료 △보호자 대상 가정 연계 재활 코칭 등이 있다. ‘희망둥이클리닉’은 NICU 퇴원 아동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발달지연클리닉’은 영역별 다학제 진료를 제공한다. 일산병원의 강점은 NICU 재원 중에도 발달 평가를 실시하고, 퇴원 전 부모 교육을 통해 맞춤형 양육 코칭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필요한 경우 집중치료실 내에서 재활 치료를 병행하고, 퇴원 후 즉시 재활 프로그램으로 연결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다. 한 원장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회복까지 책임지는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필수의료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 공공의료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여러 차례 시험관 시술에 실패하는 고령 난임 환자가 늘고 있다. 이에 난임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직접 배아를 수정하고 키우는 시험관아기센터 연구진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난임병원 시험관아기센터의 연구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환자의 혈액에서 얻은 ‘PRP(혈소판 풍부 혈장)’를 배아 배양 과정에 적용해 여러 차례 착상에 실패한 환자의 임신 성공률을 1.8배나 높인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마리아병원 허용수 서울마리아 연구부장, 현창섭 평촌마리아 IVF센터 연구부장, 양성호 송파마리아 연구부장을 만나 난임 치료에서 연구진의 역할과 임상 결과를 자세히 알아봤다. ―난임 치료 분야에서 연구진의 역할은 무엇인가. ▽현 연구부장=연구진은 난임 환자를 직접 진료하진 않지만, 병원 연구실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키고 배아를 키우고 있다. 배아가 얼마나 잘 자라는지는 임신 성공에 큰 영향을 주는데, 연구진은 배아의 상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최근 난임 치료 현장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허 연구부장=과거보다 임신을 시도하는 연령이 확실히 높아졌다. 보통 사람은 65세를 넘어가면 고령으로 불리는데 난임 분야에서는 35세 이상을 고령으로 본다. 현장에서는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 환자도 많다.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수가 줄고 질도 떨어지기 때문에, 수정되더라도 배아가 잘 자라지 않거나 착상에 실패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현실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 됐나. ▽현 연구부장=현장에서는 여러 차례 시험관 시술 실패를 겪는 환자도 적지 않다. 심지어 23번 시도했지만 실패한 환자도 봤다. 연구진 입장에서는 수정란 배양 과정을 반복하면서 ‘수정란을 키우는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런 고민 끝에 수정란이 자라는 환경 자체를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PRP란 무엇이고, 배아 배양에는 어떻게 활용됐나. ▽허 연구부장=PRP는 ‘혈소판 풍부 혈장’이라는 뜻이다. 혈소판에는 세포의 성장과 회복에 필요한 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다른 재생 의학 분야에서는 이미 사용 중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여러 차례 착상에 실패해 치료가 특히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 본인의 혈액에서 얻은 PRP를 배아를 키우는 배양액에 소량 첨가하고 그 효과를 확인했다. ―임상 연구 결과는 실제로 어땠나. ▽현 연구부장=3회 이상 반복적으로 착상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배양 PRP를 적용한 결과 일반 배양액을 사용했을 때보다 1.8배 높은 임신 성공률을 확인했다. 배아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경우도 있었고, 착상과 임신 유지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를 확인했다. 안전성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 태어난 아기들도 1년간 추적 관찰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아이들은 모두 건강하다. ―배양 PRP는 어떤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나. ▽양 연구부장=모든 환자에게 적용되지는 않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착상 확률을 높이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반복해서 착상 실패를 겪은 고령 환자를 중심으로 진행했지만 다른 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난자가 잘 만들어지지 않거나 수정이 잘 안되는 환자, 미성숙 난자가 나오는 환자 등 그동안 치료가 쉽지 않았던 사례에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임신 시도 과정에서 선택지가 점점 줄어드는 환자들에게 배양 단계에서의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허 연구부장=배양 PRP가 모든 난임 환자에게 적용되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다만 반복된 임신 실패로 선택지가 제한된 환자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앞으로는 PRP 안의 어떤 성분이 배아 성장에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인 작용 과정을 밝히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양 연구부장=그동안 연구팀은 수정란이 자라는 환경을 최대한 엄마 몸속과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배양 환경 개선에 집중해 왔다. 우리의 배양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떤 환자군에서 효과가 더 뚜렷한지, 배양 환경 개선이 임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치료 방법의 선택지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싶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줄기세포 시술(정맥주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같은 시술을 받은 후 체감 결과가 다르다는 환자들의 경험담이 늘고 있다.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주사를 맞은 뒤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줄기세포 전문기업 미라셀의 신누리 대표를 만나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 ―줄기세포 시술 결과가 다른 이유는….“환자들이 느끼는 줄기세포 시술의 효과 차이는 동일한 시술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줄기세포라는 이름은 같아도 병원마다 세포를 추출하는 시스템이 다르고 장비 성능도 같지 않다. 세포를 어떻게 추출했느냐, 즉 세포질로 인해 효과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또 원래 건강한 사람이라면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이미 큰 불편이 없는 상태에서는 체감되는 변화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효과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포들은 재생 속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예방 목적이나 관리 차원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자가 줄기세포 시술의 안전성은…. “안전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 있다. 자가 세포를 사용하는 방식은 인체에 주입되더라도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세포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추출과 농축 과정이 위생적으로 관리되는지 여부다. 즉 과정 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자가 줄기세포 시술이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가령 미라셀의 스마트엠셀의 경우 병원에서 신선한 상태로 추출과 농축을 끝내기 때문에 세포가 죽거나 오염될 틈을 안 준다. 가장 기운이 좋을 때 바로 환자에게 이식한다.” ―추출 장비 선택도 중요하지 않나.“그렇다. 줄기세포 시술에서 장비 선택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일한 조건에서 반복 실험을 진행했을 때 장비에 따라 세포량과 회수율의 편차가 나타날 수 있다. 같은 혈액이라도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의료진의 숙련도보다는 장비 시스템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세포가 일정하게 추출되는 구조인지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요소다.”―흔히 ‘혈액은 줄기세포가 아니다’ ‘혈소판 풍부 혈장(PRP)은 줄기세포랑 상관없다’고 하는데….“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혈액에도 ‘조혈모세포’가 존재하며 이는 영어로 ‘Hematopoietic Stem Cell’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혈액에도 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에는 PRP가 대중화돼 있고 골수·지방 줄기세포가 따로 있다 보니까 혈액 기반 시술을 그냥 단순하게 줄기세포가 아니라고 표현하게 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PRP는 줄기세포가 아니다’가 맞고, ‘혈액에 줄기세포가 없다’는 틀린 표현이다.”―줄기세포 주사와 관련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최근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술 방식과 사용 장비 등에 대한 혼선도 일고 있다. 줄기세포는 높은 잠재력을 가진 분야지만 정확한 정보와 기준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 흔히 줄기세포 시술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받아들이는데 그렇게 될 수는 없다. 개인의 상태와 목적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보다는 시술 방식과 기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술 전 환자들이 꼭 알아야 할 점은…. “줄기세포 시술 전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기준은 비교적 단순하다. 일단 병원 선택 시 광고나 이미지보다 사용 장비의 관리 체계와 시술 과정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정품 키트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된 장비를 사용하는지, 절차가 투명하게 안내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줄기세포 시술은 의료 행위인 만큼 충분한 정보 확인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기준만 숙지해도 불필요한 시행착오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세계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의 요양병원이나 회복기 재활병원을 방문하면 한국과는 사뭇 다른 생경한 풍경이 눈에 띈다. 환자들이 식사 시간이 되면 예외 없이 병실 밖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일본 재활시설은 층마다 쾌적한 식당을 갖춘 곳이 많고, 식탁엔 환자 이름이 적힌 지정석이 마련돼 있다. 환자는 건강 상태에 따라 세심하게 준비된 맞춤형 식단을 제공받는다. 반면 한국에선 환자 대부분이 하루 종일 누워 있는 병상 위에서 간이 식탁을 펴고 식사를 해결한다. 거동이 불편하고 몸을 가누기 힘든 환자 입장에서는 굳이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이 방식이 편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보호자나 간병인 역시 환자를 부축해 식당까지 이동시키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으니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본 병원들이 환자를 굳이 휠체어에 태우거나 부축해 식당으로 나오게 하는 데는 명확한 의학적 이유가 있다. ‘환자의 빠른 회복’이라는 재활의 본질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침상에 누워 수동적으로 받아먹는 식사와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여 식당까지 이동한 뒤 바른 자세로 앉아 먹는 식사는 회복 속도 면에서 천양지차다. 스스로 움직이려는 의지를 자극하고 신체 활동을 유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재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자기 결정권과 활동성 유지’를 실천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환자 회복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 원칙은 ‘탈(脫)부착’이다. 특히 뇌중풍(뇌졸중)이나 급성 손상 환자가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하기 위해서는 몸에 부착된 각종 보조 장치를 가급적 빨리 제거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유동식을 공급하기 위해 코를 통해 위까지 삽입하는 ‘L튜브(콧줄)’다.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뇌 손상으로 음식을 삼킬 수 없을 때 영양 공급을 하기 위한 필수 장치지만, 역설적으로 이 콧줄을 오래 유지할수록 환자의 회복은 더뎌진다. 우봉식 아이엠재활병원 병원장(대한회복기재활학회 이사장)은 “입으로 음식을 직접 씹고 맛보는 동작 자체가 뇌에 강력한 자극을 전달하며, 이는 특히 뇌 손상 환자들의 신경가소성(자극과 경험, 학습 등을 통해 발생하는 뇌의 기능적, 구조적 변화)을 촉진해 회복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재활 의학계는 환자의 삼키는 능력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연하 검사’를 중시한다. 검사를 통해 환자의 삼킴 기능이 일정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 확인되면, 즉시 콧줄을 제거하고 입으로 직접 식사하는 훈련을 시작한다. 이는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뇌 기능을 깨우는 핵심 치료법이다. 배뇨관(소변줄) 역시 마찬가지다. 소변줄을 오래 차고 있을수록 요로 감염과 염증 발생 위험이 커지고, 이는 환자의 전신 상태를 악화시켜 재활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이런 선진적 재활 원칙을 적용하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생소했던 ‘회복기 재활병원’이 제도화되면서 3월이면 전국적으로 70여 개의 지정 병원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주요 대상은 뇌졸중 등 뇌 손상 환자, 척수 손상 환자, 대퇴골이나 골반 골절 후 치환술을 받은 근골격계 환자, 하지 절단 환자 등이다. 이들 병원은 환자의 장애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기능 회복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기에 맞춤형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재활 환자들은 입원 기간 제한 때문에 2, 3개월마다 병원을 옮겨 다니며 이른바 ‘재활 난민’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회복기 재활병원이 확충되면서 환자들이 한곳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 가정으로 조기에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넓히고 있다. 회복기 재활의 활성화는 결국 건강보험 재정과 사회적 돌봄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이 의료비 절감을 위해 회복기 재활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은 현재 건강보험이 주도하던 의료비 체계를 장기요양보험과 연계해 효율화하는 구조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속 가능한 보건 의료 시스템을 위해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대중에게 ‘회복기 재활’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낯설다. 재활 치료를 ‘병원 퇴원 후 집에서 혼자 하는 운동’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인식 탓에 적기 치료를 놓치는 안타까운 사례가 빈번하다. 재활은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과정이 아니라 훼손된 삶의 존엄을 되찾는 과정이다.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의 손을 잡아 식당으로, 그리고 다시 사회로 이끄는 한 걸음이 우리 노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2020년 개원과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거대한 벽에 직면했던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오히려 이 위기를 ‘디지털 혁신’의 증명 기회로 삼았다. 과거 환자의 기억이나 폐쇄회로(CC)TV에 의존하던 역학조사 방식을 탈피해 국내 최초로 구축된 병원 내 5G 통신망과 실시간위치추적시스템(RTLS)을 가동했다. 그 결과 확진자 동선 파악 시간을 기존 대비 96% 단축하는 효율성을 보여 주며 ‘스마트 병원’의 표준을 제시했다. 이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디지털을 넘어 인공지능(AI)을 병원 운영 전반에 이식하며 ‘AI 병원’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통합반응상황실, 입원 환자 사망률 낮춰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디지털 심장 역할을 하는 곳은 ‘통합반응상황실(IRS)’이다. 비행기 관제탑을 연상시키는 이곳에는 생체신호 모니터 결과, 응급실과 수술실 현황, 의료 서비스 로봇 관제 프로그램 등 병원 내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집결된다. 단순 모니터링에만 그치지 않는다. AI 알고리즘은 환자의 활력 징후와 의무기록(EMR)을 분석해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지능형 신속대응시스템(AI-RRS)’이 즉각 주치의와 간호사에게 알림을 보내 조기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시스템 도입 후 일반병동 환자의 순사망률(병원 도착 후 48시간 지나 사망한 환자 비율)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등 안전 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DX서비스어워드’ 종합병원 부문에서 5년 연속 수상하며 디지털 전환 역량을 입증받았다.● AI 진단 활용해 ‘골든타임’ 사수 디지털 인프라는 진료 현장에서 AI와 결합해 파급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영상진단 분야에서 AI는 의료진의 든든한 ‘제2의 눈’ 역할을 한다. 흉부 엑스레이, 유방 촬영,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에서 AI가 미세한 병변이나 비정상 소견을 우선적으로 탐지해 판독의 정확도와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효과는 응급 현장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응급진료센터 내 AI 솔루션은 급성기 뇌졸중 환자의 영상을 분석해 즉시 시술해야 할지 판단하도록 돕는다. 덕분에 용인세브란스병원 뇌혈관중재시술팀은 뇌졸중 환자의 70%를 내원 90분 이내에 시술하고 있다. 이는 국내 주요 대학병원 평균(30%)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로, AI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 사수의 핵심 동력임을 보여 준다.● 치매부터 희귀병까지… ‘맞춤형 정밀 의료’ 특화 진료의 질적 측면에서도 3차 병원을 압도하는 전문성을 갖췄다. 퇴행성 뇌질환센터는 치매와 파킨슨병은 물론 희귀 난치성 질환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특성화 센터다. 최근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 처방과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한 보행 재활 등 개인 맞춤형 정밀 치료를 선도하며 유전체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아 희귀 질환 분야의 성과도 주목받고 있다. 2022년 척수성 근위축증(SMA) 영아에게 국내 세 번째(교차 투여 미해당 사례 기준 최초)로 유전자 대체 치료제 ‘졸겐스마’ 투여에 성공한 이후 현재까지 총 6명을 성공적으로 치료했다. 이는 국내 최다 기록으로, 고난도 희귀 질환 치료에서도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장은 “생명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환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드는 것”이라며 “기술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디지털과 AI 기술을 통해 환자의 안전을 강화하고, 미래 의료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라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