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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호텔업계가 기존의 먹을거리 중심 선물세트를 넘어 올해 예술, 미식, 웰니스 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추석 선물을 선보였다. 실용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그릇, 아티스트 협업 디퓨저, 프리미엄 호텔 바우처, 셰프가 준비한 간편 명절 상차림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한다. 올 추석에는 한층 다채롭고 감각적인 이색 선물 세트로 특별한 경험과 가치를 전해보자. 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도예가 이기조 작가의 ‘백자 2인 반상기 세트’와 김정옥 도예가의 ‘청화 도자 도시락합’을 명절 선물로 처음 선보인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공식 온라인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 작가의 ‘백자 2인 반상기 세트’는 밥공기와 국그릇으로 구성돼 백자의 단아함을 담았으며, 전용 오동나무 상자에 담아 선물의 가치를 높였다.워커힐 호텔앤리조트한국 달항아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에 비주얼 아티스트 제이슨 아티엔자의 아트워크 패턴을 넣은 ‘워커힐 프래그런스 달항아리 디퓨저’를 내놓았다. 워커힐의 대표 향기인 ‘어반 포레스트’와 새롭게 선보인 ‘바질피그’, ‘토마토 리프’ 등 3가지 향이 공간에 안온한 휴식을 전한다. 서울드래곤시티이 호텔의 아기 용 캐릭터 ‘드라코(DRAKO)’를 활용한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드라코 여행세트(2인)는 델시 프리스타일 그래파이트 캐리어, 드라코 트래블 파우치, 드라코 목베개&안대, 드라코 조리개 파우치, 서울드래곤시티 에코백 등으로 구성됐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명절 준비와 이동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몸과 마음에 진정한 휴식을 선사하는 스파 선물 세트를 제안한다. 이 호텔 시그니처 향기로 공간을 채우는 미니 오일 버너 세트와 스파 바우처 추석 에디션 등이 있다.안다즈 서울 강남독창적인 보자기 디자인으로 완성된 ‘보자기 케이크’를 내놓았다. 이 호텔 수석 페이스트리 요리사가 촉촉한 레드벨벳 시트에 체리 퓨레로 만든 콩피와 크림치즈 프로스팅으로 감싼 케이크다. 16만원. 호텔 1층 아츠(A’+Z)에서 만날 수 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구움과자 세트’와 ‘5대 샤또 그랑크뤼 셀렉션’을 준비했다. 구움과자 세트는 거문도 쑥 마들렌, 호지차 마들렌, 누룽지 피낭시에, 말차 르뱅 쿠키 등 독창적 재료가 돋보인다. 5대 샤또 그랑크뤼 셀렉션은 2008 샤또 라피트 로칠드, 2009 샤또 라투르, 2009 샤또 무통 로칠드, 1991 샤또 마고, 2015 샤또 오 브리옹이 포함돼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프레스티지 컬렉션’은 VIP 프리빌리지 블랙 멤버십 1인권과 프랑스산 샤또 페트뤼스 5종 와인으로 구성됐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빈티지 와인 5종을 만나볼 수 있다. VIP 프리빌리지 멤버십에는 펜트하우스 또는 스위트 숙박권, 매그넘 샴페인, 최대 10인까지 적용 가능한 식사 할인, 조식 및 주중 뷔페 50% 할인권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올해 말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중앙홀에서 테라리움 기획전시 ‘다시 태어나는 숲(RE:BORN)’을 연다. 한국플랜테리어협회 소속 작가 30여 명이 참여해 숲의 소멸과 회복을 주제로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각 작품에는 다양한 동식물과 수생 요소가 결합돼 작은 공간 안에 숲 생태계가 구현된다. 테라리움 및 회화, 팔루다리움 포토존, 비바리움 생태공간, 수생식물과 수조가 어우러진 전시 등으로 구성돼 정원문화의 새로운 형태와 생태적 감수성을 즐길 수 있다.‘테라리움 문화 페스타’ 플리마켓과 나만의 테라리움을 만들어보는 ‘작은 숲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돼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높다란 담장 너머로 분홍빛 배롱나무꽃이 고운 인사를 건넨다.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 주가 1968년 매입해 생의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옛 사저 ‘선혜원(鮮慧院)’이다. SK그룹 직원 연수원과 영빈관으로 활용되다가 최근 새 단장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됐다.SK가 이곳의 문을 연 방식은 ‘선혜원 아트 프로젝트’다. 제주 포도뮤지엄이 개념미술 작가 김수자(68)의 ‘호흡-선혜원’ 전시를 여는 것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피노 컬렉션의 원형 홀 바닥을 거울로 덮었던 작가는 이번엔 선혜원의 한옥 전각 ‘경흥각(京興閣)’ 마룻바닥에 수백 개의 거울 패널을 깔았다. 마치 고요한 물 위를 걷는 것 같다. 거울에 반사된 나무 기둥과 서까래가 명상에 가까운 몰입을 유도한다.선혜원은 본래 양옥 저택이었다. SKM아키텍츠,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이끄는 온지음 집공방이 협업해 현대 건축 위에 세 채의 한옥이 어우러지는 구조로 탈바꿈시켰다. 관람객은 한옥과 현대미술의 ‘찰떡궁합’에 반해 전시만 보고 돌아서기 쉽지만, 장소 그 자체로 세심하게 살펴볼 가치가 있다. SK 창업 정신의 한국적 재해석이기 때문이다.경흥각의 전시를 체험하고 나오면 내부 동선으로 두 번째 건물인 ‘하린당(賀隣堂)’이 이어진다. 1층은 현대식, 2층은 한옥 형태다. 마르지 않은 백자토에 바늘로 구멍을 뚫은 평면 작품, 작가의 대표 연작인 ‘보따리’ 등이 전시돼 있다. ‘김수자표’ 보따리는 이주와 디아스포라(유랑민족)의 상징이자, 삶의 흔적을 품는다.세 번째 한옥은 ‘동여루(同輿樓)’다. 경흥각, 하린당, 동여루가 ‘ㄷ’자 형태로 마당을 두르기 때문에 동여루에서 경흥각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게 경흥각 지붕 처마 끝의 ‘잡상(雜像)’이다. 잡상은 전통 건축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 기와지붕 끝에 올리는 장식 기와다. 경흥각 왼쪽 지붕 위에는 ‘건(建)’, ‘현(賢)’, ‘원(源)’ 등 7개의 한자 형태 잡상이 얹혀 있다. 고 최종건 창업주, 고 최종현 선대 회장, 최태원 회장 등으로 이어지는 선대의 철학과 SK의 정체성을 시각화했다. 오른쪽 지붕 위 토우(흙으로 빚은 작은 인형)들은 SUPEX(SUPER EXCELLENT의 준말로,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방식)같은 기업 철학을 담은 작은 영문 표기를 품에 안고 있다. 잡상을 활용한 브랜딩은 최태원 회장이 직접 제안했다고 한다.세 채의 한옥 이름도 SK의 정신을 담았다. ‘경흥각’은 ‘SK 전신인 선경(鮮京)을 흥하게 하자’는 뜻이다. ‘하린당’은 ‘이웃을 돕는다’, ‘동여루’는 ‘사회와 함께 간다’는 의미다.한옥을 설계한 건축가 김봉렬 교수는 말한다. “세 채의 한옥을 하나의 집으로 보면 됩니다. 각 한옥은 방이고, 가운데 마당은 로비인 셈이죠. 경흥각은 연회를 여는 컨벤션홀, 하린당은 개념상 침실, 동여루는 찻집 역할을 합니다. 각 건물은 내부와 지하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지하 공간도 전통 한옥 구조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됐다. SKM아키텍츠의 민성진 대표는 “모던한 건축이 한옥과 어우러지는 데 주력해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지었다”고 했다. 선혜원의 건축과 역사, SK의 창업 철학을 소개하는 상설 전시관도 지하 공간에 곧 선보일 계획이다. 과거 기업의 영빈관이 일반 시민도 누릴 수 있는 공공의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는 셈이다.조경은 은근하고 절제돼 있다. 전통 화계(花階·꽃계단)를 구현했으면서도 어딘가 현대적이고 단아한 화단이 건축물과 어우러진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며 하얀 담벼락에 그림자를 그려 넣는다. 조경을 맡은 최재혁 BEOH 대표는 “큰 숲이 집을 품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전통 철쭉, 산단풍, 소나무, 매실나무 등을 심고 돌의 문양과 물의 흐름에는 정적인 미감(美感)을 담았다”고 말했다.선혜원에는 ‘시크릿가든’이 있었다. ‘선후원(鮮後園)’이라는 이름의 후원(건물 뒷편 정원)이다. 고 최종건 창업주 시절의 오래된 나무들을 남기고, 직사각형 연못을 만들어 정원을 꾸몄다. 최태원 회장 등 SK 일가가 어린 시절 뛰놀던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에 바위와 고사리로 깊은 산 속 옹달샘 느낌도 냈다. 후원 조성은 마무리됐지만, SK 측은 아직 이 비밀의 정원을 대중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SK의 전신인 ‘선경’이 수원에서 출발했다면, SK는 선혜원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 정신이 싹튼 장소, 선혜원이 이제 대중을 만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과거와 현재, 기업과 예술, 전통과 현대를 날실과 씨실로 엮으려 한 노력이 보인다. 옛 정신 위에 오늘의 나무 그림자가 반짝이는 이 공간은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의 정원일지도 모른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두손갤러리는 16일부터 10월21일까지 조각가이자 금속 공예가인 이수미의 개인전 ‘비어있는 온전함·Hollow and Whole’을 연다. 이 작가는 보석 디자인과 조각을 전공하며 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형적 지평을 열어왔다.이번 전시에서는 금속이 덧입혀진 백자, 기형적으로 흘러내린 도자, 스테인리스 미러와 반사 이미지를 활용한 오브제 등이 선보인다. 찌그러진 곡면, 일부가 유실된 형태, 비대칭적으로 덧씌워진 금속의 표면은 기능성을 벗어난 채 결핍의 상태를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사물과 존재가 나란히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을 모색한다. 물성과 정서성, 부드러움과 단단함 사이를 오간다. 이러한 탐구는 단순한 형식적 결합을 넘어 서로 다른 물질과 감각이 겹쳐지며 낯선 관계와 울림을 만들어낸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두손갤러리는 16일부터 10월21일까지 조각가이자 금속 공예가인 이수미의 개인전 ‘비어있는 온전함·Hollow and Whole’을 연다. 이 작가는 보석 디자인과 조각을 전공하며 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형적 지평을 열어왔다.이번 전시에서는 금속이 덧입혀진 백자, 기형적으로 흘러내린 도자, 스테인리스 미러와 반사 이미지를 활용한 오브제 등이 선보인다. 찌그러진 곡면, 일부가 유실된 형태, 비대칭적으로 덧씌워진 금속의 표면은 기능성을 벗어난 채 결핍의 상태를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사물과 존재가 나란히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을 모색한다. 물성과 정서성, 부드러움과 단단함 사이를 오간다. 이러한 탐구는 단순한 형식적 결합을 넘어 서로 다른 물질과 감각이 겹쳐지며 낯선 관계와 울림을 만들어낸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올해 말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중앙홀에서 테라리움 기획전시 ‘다시 태어나는 숲(RE:BORN)’을 연다. 한국플랜테리어협회 소속 작가 30여 명이 참여해 숲의 소멸과 회복을 주제로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각 작품에는 다양한 동식물과 수생 요소가 결합돼 작은 공간 안에 숲 생태계가 구현된다. 테라리움 및 회화, 팔루다리움 포토존, 비바리움 생태공간, 수생식물과 수조가 어우러진 전시 등으로 구성돼 정원문화의 새로운 형태와 생태적 감수성을 즐길 수 있다.‘테라리움 문화 페스타’ 플리마켓과 나만의 테라리움을 만들어보는 ‘작은 숲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돼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궁궐 창문을 열면 눈앞에 고운 풍경이 펼쳐진다. 매서운 겨울 끝에도 굴하지 않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 여름 장마 속에서 황금빛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감주나무. 전통이 간직한 이 빛깔과 향기가 K-화장품으로 거듭났다.국가유산청과 K-뷰티 대표 기업인 클리오가 K-컬처 확산을 위해 최근 선보인 ‘프로 아이 팔레트 에어 헤리티지 에디션’ 얘기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담아낸 특별한 스토리텔링 상품의 진가를 소비자들이 알아봤다. ●천연기념물 식물이 눈가에 피어나다매화는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이다. 인내와 고결을 상징해 고려와 조선의 문인들이 시와 그림으로 자주 남겼다. 모감주나무는 영어로 Goldenrain tree(‘황금비가 내리는 나무’라는 뜻). 황금빛 꽃이 나무 끝에 수십 개 모여 피는 귀한 생명 자원이며 열매는 염주를 만드는 데 쓰인다. 충남 태안 안면도, 경북 포항시, 전남 완도군의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클리오가 두 식물의 색을 구현한 제품이 ‘매화 빛 댕기’와 ‘모감주 밑 서재’다. 요즘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번들거림을 없애고 맑은 질감으로 색상을 구현했다. 꽃망울 노리개, 고요한 고궁, 나무 빗장…. 색감만큼 이름도 곱다. ●한국적 미의식의 현대적 경험 제품 기획의 모티브는 궁궐 속 풍경에서 출발했다. 올리브영 단독 기획 세트의 창틀 디자인은 창덕궁 돈의문이다. 용기 뚜껑을 열 때 궁궐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단품 상자 디자인에는 창덕궁 부용정과 낙선재 뒤편의 상량정이 적용됐다. 단청 문양은 경복궁에서 따왔다. 모두 국가유산청의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자인했다. 팔레트 용기의 양쪽 끝 창틀 밖으로는 매화와 모감주나무의 풍경이 펼쳐진다. 왕비가 창가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화장을 즐기는 장면이 절로 연상된다. 단순한 패키징을 넘어 소비자들이 전통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경험하게 한 것이다. 올리브영 단독 기획 세트에는 댕기 머리 장식(스크런치)이 포함됐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왕실 유물인 영친왕비의 앞 댕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한정판 패션 굿즈다. MZ세대 소비자들이 소장 가치를 느껴 열광적으로 구매에 나섰다. 이번 협업은 국가유산이라는 확실한 내러티브를 상품에 입혀 차별화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전략도 큰 역할을 했다. 클리오는 광복절 전날 밤 9시, 국가적 상징성이 큰 시점에 맞춰 신제품 홍보 콘텐츠를 공개했다. “역사와 뷰티의 만남이 감동적”, “소장각”, “한국 여행 가면 꼭 사야겠다”는 반응들이 이어지며 판매로 이어졌다.이번 판매 수익의 일부는 국가유산 보존과 가치 확산에 기부된다. 왕실 유산 가운데 동·식물 문양을 품은 유물의 보존 처리에 쓰일 예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화장품을 구매하는 순간 국가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기여하는 셈이다. ●국가유산과 만난 K-뷰티국내 화장품 연구 개발 생산 기업 코스맥스는 국가유산청과 손잡고 조선 왕실의 정취를 담은 ‘궁궐 향수’도 최근 개발했다. 창경궁 내 옥천교 주변 앵도나무와 주변 꽃향기, 덕수궁 석조전 앞 오얏나무 꽃향기를 향수로 담아냈다. 국립고궁박물관을 비롯해 경복궁 창덕궁 등과 온라인에서 판매될 예정이다.코스맥스는 2016년부터 한국의 역사 속 향기를 재현하는 ‘센트리티지(Scenteritage·Scent와 Heritage의 합성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코스맥스가 동아일보와 손잡고 2020년 내놓았던 동아일보 100주년 기념 ‘한국의 향:1920℃’다. 송연묵(소나무 그을음과 아교를 섞어 만든 한국 전통의 먹)을 재현해 특허 출원한 한국의 묵향으로, 100년의 향기와 지조 있는 선비 정신을 담아내고자 했다. 코스맥스는 이밖에도 안동서원 배롱나무꽃향, 제주 문방오우 석창포향 등 지금까지 20여 종의 우리 향을 재현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달 초엔 호작도 여권 케이스를 선보여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을 이어갔다. 상당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 때 올리브영을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을 기념하는 아이템’으로 제공했다. 디즈니코리아,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등과도 손잡고 우리 자연유산의 글로벌 콘텐츠화를 시도하고 있다.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우리 정체성과 자부심을 일깨워주는 국가유산과 K-뷰티가 만나 K-컬처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돼 뜻깊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을 통해 우리 유산의 가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높다란 담장 너머로 분홍빛 배롱나무꽃이 고운 인사를 건넨다.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 주가 1968년 매입해 생의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옛 사저 ‘선혜원(鮮慧院)’이다. SK그룹 직원 연수원과 영빈관으로 활용되다가 최근 새 단장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됐다. SK가 이곳의 문을 연 방식은 ‘선혜원 아트 프로젝트’다. 제주 포도뮤지엄이 개념미술 작가 김수자(68)의 ‘호흡-선혜원’ 전시를 여는 것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파리 피노 컬렉션의 원형 홀 바닥을 거울로 덮었던 작가는 이번엔 선혜원의 한옥 전각 ‘경흥각(京興閣)’ 마룻바닥에 수백 개의 거울 패널을 깔았다. 마치 고요한 물 위를 걷는 것 같다. 거울에 반사된 나무 기둥과 서까래가 명상에 가까운 몰입을 유도한다. 선혜원은 본래 양옥 저택이었다. SKM아키텍츠,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이끄는 온지음 집공방이 협업해 현대 건축 위에 세 채의 한옥이 어우러지는 구조로 탈바꿈시켰다. 관람객은 한옥과 현대미술의 ‘찰떡궁합’에 반해 전시만 보고 돌아서기 쉽지만, 장소 그 자체로 세심하게 살펴볼 가치가 있다. SK 창업 정신의 한국적 재해석이기 때문이다.경흥각의 전시를 체험하고 나오면 내부 동선으로 두 번째 건물인 ‘하린당(賀隣堂)’이 이어진다. 1층은 현대식, 2층은 한옥 형태다. 마르지 않은 백자토에 바늘로 구멍을 뚫은 평면 작품, 작가의 대표 연작인 ‘보따리’ 등이 전시돼 있다. ‘김수자표’ 보따리는 이주와 디아스포라(유랑민족)의 상징이자, 삶의 흔적을 품는다.세 번째 한옥은 ‘동여루(同輿樓)’다. 경흥각, 하린당, 동여루가 ‘ㄷ’자 형태로 마당을 두르기 때문에 동여루에서 경흥각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게 경흥각 지붕 처마 끝의 ‘잡상(雜像)’이다. 잡상은 전통 건축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 기와지붕 끝에 올리는 장식 조각이다. 경흥각 왼쪽 지붕 위에는 ‘건(建)’, ‘현(賢)’, ‘원(源)’ 등 7개의 한자 형태 잡상이 얹혀 있다. 고 최종건 창업주, 고 최종현 선대 회장, 최태원 회장 등으로 이어지는 선대의 철학과 SK의 정체성을 시각화했다. 오른쪽 지붕 위 토우(흙으로 빚은 작은 인형)들은 SUPEX(SUPER EXCELLENT의 준말로,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방식)같은 기업 철학을 담은 영문 표기를 품에 안고 있다. 잡상을 활용한 브랜딩은 최태원 회장이 직접 제안했다고 한다. 세 채의 한옥 이름도 SK의 정신을 담았다. ‘경흥각’은 ‘SK 전신인 선경(鮮京)을 흥하게 하자’는 뜻이다. ‘하린당’은 ‘이웃을 돕는다’, ‘동여루’는 ‘사회와 함께 간다’는 의미다.한옥을 설계한 건축가 김봉렬 교수는 말한다. “세 채의 한옥을 하나의 집으로 보면 됩니다. 각 한옥은 방이고, 가운데 마당은 로비인 셈이죠. 경흥각은 연회를 여는 컨벤션홀, 하린당은 개념상 침실, 동여루는 찻집 역할을 합니다. 각 건물은 내부와 지하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지하 공간도 전통 한옥 구조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됐다. SKM아키텍츠의 민성진 대표는 “모던한 건축이 한옥과 어우러지는 데 주력해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지었다”고 했다. 선혜원의 건축과 역사, SK의 창업 철학을 소개하는 상설 전시관도 지하 공간에 곧 선보일 계획이다. 과거 기업의 영빈관이었던 이곳이 일반 시민도 누릴 수 있는 공공의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는 셈이다.조경은 은근하고 절제돼 있다. 전통 화계(花階·꽃계단)를 구현했으면서도 어딘가 현대적이고 단아한 화단이 건축물과 어우러진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며 하얀 담벼락에 그림자를 그려 넣는다. 조경을 맡은 최재혁 BEOH 대표는 “큰 숲이 집을 품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전통 철쭉, 산단풍, 소나무, 매실나무 등을 심고 돌의 문양과 물의 흐름에는 정적인 미감(美感)을 담았다”고 말했다.선혜원에는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시크릿가든’이 있었다. ‘선후원(鮮後園)’이라는 이름의 후원(건물 뒷편 정원)이다. 고 최종건 창업주 시절의 나무들을 남기고, 직사각형 연못을 만들어 정원을 꾸몄다. 최태원 회장 등 SK 일가가 어린 시절 뛰놀던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에 바위와 고사리로 깊은 산속 옹달샘 느낌을 냈다. 후원 조성은 마무리됐지만, SK 측은 아직 이 비밀의 정원을 대중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SK의 전신인 ‘선경’이 수원에서 출발했다면, SK는 선혜원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 정신이 싹튼 장소, 선혜원이 이제 대중을 만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과거와 현재, 기업과 예술, 전통과 현대를 날실과 씨실로 엮으려한 노력이 보인다. 옛 정신 위에 오늘의 나무 그림자가 반짝이는 이 공간은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의 정원일지도 모른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제대로 된 한국 정원을 만들어 보겠다고 13년을 바쳐 왔다. 스스로 말하길 “뼛속까지 장사치”인 그는 일찌감치 사업에 성공해 부(富)를 이뤘다. 남들 눈에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인생인데 정작 자신은 “자유를 갈망한다”고 했다. 동서양 철학과 종교를 두루 섭렵하다가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로부터 깨달음과 영감을 얻었단다. 그가 경기 양평의 메꽃 흐드러지는 산골, 메덩골에 한국 정원을 만든 건 니체의 영향을 받아 온전한 자유를 찾는 여정이었을까.● 허허벌판을 정원으로 만든 여정그를 만나기로 한 시간에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연회색 피케셔츠와 연갈색 등산화 차림에 테가 얇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남자가 인사를 건넸다.“저는 메덩골 정원의 가이드입니다.”“아, 정원 설립자이신가요?”“주인장은 낯을 많이 가리셔서 제가 주로 VIP들을 안내합니다. 그분은 자유롭게 사는 걸 좋아해서 외부에 노출되는 걸 꺼리거든요.”스스로를 가이드라고 소개하는 남자와 함께 1일 문 연 메덩골 정원을 둘러봤다. 정원 공사가 마무리되던 지난해 가을 미리 와 봤을 때와 비교하면 한층 정비돼 있었다. 입장료 5만 원을 받는 매표소 옆에는 화장실도 생겼다. 유리창 너머 숲을 바라보며 손을 씻는 구조의 디테일에서 이 정원의 미감(美感)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이드가 “화장실부터 다녀오시겠어요”라고 권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메덩골 정원은 한국 정원과 현대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19만8000여 ㎡(약 6만 평) 중 약 2만3000㎡(7000평)이 한국 정원으로 먼저 문을 열었다. 현대 정원은 내년 공개를 목표로 공사 중이다. 가이드가 말했다. “정원을 열고 보니 젊은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일부 완성된 현대 정원 건축물 위주로 감상하더라고요. 한국 정원은 쓱 보고 말죠. 그럴 정원이 아니에요. 100여 년 만에 시도되는 ‘월드 클래스(세계 수준)’ 정원이거든요.”자부심이 대단했다. 실제로 방문자들은 정원의 규모와 품격에 놀란다. 총연장 400m 계류(溪流), 암석과 이끼, 에메랄드빛 연못 등은 본래 있던 게 아니다.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허허벌판을 절경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무엇보다 정원 각 공간에는 인문학을 토대로 정교하게 만들어낸 이야기가 있다. 그걸 들으면 놀라움은 감탄으로 바뀐다.● 니체의 정신과 말을 심은 정원메덩골 정원의 한국 정원은 노래 ‘고향의 봄’에서 시작한다. 소박한 오솔길 양쪽으로 개복숭아나무와 진달래가 있다. 가이드가 말했다. “4월이면 연분홍 꽃잎 떨어지는 모습이 환상적이랍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동요 ‘고향의 봄’을 구현한 정원이지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주인장은 조경가에게 김기림 시인의 시 ‘길’도 이곳에 구현해 달라고 했다네요. 그나저나 개복숭아나무와 돌배나무를 정원수로 사용한 곳 보셨어요? 니체로부터 용기와 힘을 얻어 우리나라 정원들이 하지 않던 새로운 시도를 한 겁니다.”정원 곳곳 가림막에는 니체의 말들이 쓰여 있다. 어록을 대놓고 주입하는 느낌이 적잖게 들었다. 니체를 마음에 품고 사는 삶은 어떨지 궁금하다고 가이드에게 물었다.“주인장은 경영학을 전공한 장사치이지만 니체 덕분에 한 번쯤 (정원을 통해) 예술을 진짜 해보자는 도전적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에요. 한국 정원을 만들려고 주말마다 전국을 돌았는데 참고할 만한 기록도 원형도 마땅한 게 없었다고 해요. 여러 정원을 다니고 전문가들 얘기를 듣다가 어느 순간 관뒀대요. 이제는 나만의 정원을 만들겠다고.”들어 보니 이 정원 조성에 크게 영향을 끼친 니체의 말이 있었다.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그리고 ‘너 자신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창조하라’.● 느리게 시를 읊조리며 걷는 정원개복숭아 터널을 나오니 ‘남도 돌담길’이 펼쳐졌다. 계단식 돌밭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이다. 벼, 빨간 고추, 노란 참외꽃, 보라색 가지꽃, 한창인 부추꽃 등이 정답게 인사를 건넸다. 영화 ‘서편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이 ‘한국식 키친 가든’에서는 평범한 밭작물이 귀하게 대접받는다. 그래서 유독 아름답다.가느다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펼치고 제월문(霽月門)을 지났다. 제월은 고려말 문인 운곡 원천석의 시구에서 딴, ‘비 갠 뒤 구름 사이로 나오는 맑은 달’이란 뜻이다. ‘민초들의 삶’에서 ‘선비들의 풍류’로의 공간 이동이다. 전남 강진 백운동 원림을 참고해 지은 파청헌(把靑軒·푸르름을 잡는 집)에 올라 천원지방(天圓地方·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 사상을 담은 사각 연못 두 개를 바라보았다. 시든 연밥 주위로 빗방울이 천천히 동그라미를 짓는 고요함이 좋았다.파청헌 기둥마다 새겨진 한자 시구를 읽어 본다. 한글로 풀면 이렇다. ‘세상에 나가 부침을 겪어 보니 산 빛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 (중략)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믿지 말고 행실을 보고 잘 골라 사귀게나/나는 이제 풍류를 끊었기에 홀로 지내며 언제나 처량하지만/푸른 산과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노래하고 춤도 추며 즐겁게 산다네.’우리 선조들은 정원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미음완보(微吟緩步)를 제안했다. 시를 조용히 읊으며 걸음마다 정원을 들여다보라는 뜻이다.“주인장은 한국 전통 정원의 DNA는 살리되 과거를 답습할 생각은 없었답니다. 전통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믿음이 있대요. 제가 안내해 드린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곳을 ‘우리 시대 최고의 한국 정원’이라 극찬하셨어요. 대충 보고 지나치면 안 되는 것이지요.”● 월드 클래스 한국 정원을 향해지난해 봤던 메덩골 정원의 가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정원 설립자는 일본 정원의 아름다움을 뛰어넘고 싶어 전국에서 아름다운 단풍나무를 구해 심었다고 한다. 다시 가을이 무르익으면 버들치와 각시붕어가 사는 연못 주변이 단풍 빛으로 곱게 물들 것이다.니체는 “소나무의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소나무는 초조해하지 않고 당황하지 않고 조바심내지 않으며 아우성치지 않고 가만히 인내할 뿐이다.’ 메덩골 정원은 니체의 철학과 우리 선비들의 절개를 담은 소나무로 경주 솔밭도 구현했다. 가이드가 말했다. “척박한 바위 사이에도 뿌리내리는 소나무야말로 건너가는 자, 즉 초인(超人) 아닐까요.”한국 전통 정원에서는 물과 식물만큼이나 바위가 중요했다. 이 정원도 연못과 마당에 거대한 바위를 두었다. 두꺼비 형상 바위가 놓인 연못을 지나 재예당(載藝堂·예술을 담았다는 뜻)으로 들어서는 문 이름은 불차문(不差門). ‘공부를 해 보니 유교 불교 도교가 근본 차이가 없더라’는 운곡의 글귀에서 따왔다. 가이드는 말했다. “어느 종교학자가 재예당에 앉아 마당의 바위를 보며 말했어요. ‘저 돌 앞에서 누가 거짓을 말할 수 있겠나’.” 경북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를 차용한 서원, 성리학은 물론 불교와 민간신앙까지 아우른 암자도 전통의 새로운 해석이다.가이드는 메덩골 정원이 월드 클래스라고 여러 번 힘주어 말했다. 정원 설립자로 빙의한 듯 종종 격하게 자랑스러워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1000년을 지속하는 미래의 정원이 되겠다는 다짐도 했다. 드물게 잘 짜인 스토리텔링과 조경을 갖춘 이 정원에서 생각했다. 여기에 사랑과 공감, 겸허함의 미덕이 더해지면 진정한 월드 클래스가 될 수도 있겠다고. 메덩골 정원은 한 인간의 꿈이자 자유에 대한 의지였다.(※ 가이드는 정원 설립자 얘기를 전하다가 자주 “나는~”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아이고, 가이드가 주제넘게 주인장 행세를 하네요”라며 바로잡곤 했다. 반나절 내내 그랬다. 그는 정말 가이드였을까.)글·사진 양평=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우산을 펼친 듯 넓은 잎의 식물이 수려한 바위 아래 군락을 이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로, 우리나라 산과 들에 저절로 자라는 식물 중 가장 큰 잎을 지닌 개병풍이다. 바위틈으로는 금강인가목이 보인다. 미국 하버드대 부설 아널드수목원 소속 식물학자였던 고(故) 어니스트 헨리 윌슨(1876∼1930)이 일제강점기인 1918년 7월 금강산에서 촬영한 흑백사진 속 풍경이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립수목원과 아널드수목원은 윌슨이 1917∼1918년 한반도 전역을 탐사하며 남긴 300여 장의 사진과 기록을 엄선해 ‘우리 식물의 잃어버린 기록’ 자료집을 최근 공동 발간했다. 국내에 당시 식물 기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아널드수목원이 윌슨의 사진과 기록을 ‘통 크게’ 제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간행물은 국립수목원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이달 30일까지 국립수목원 산림박물관에서 관련 전시도 열리고 있다. 윌슨이 1917년 금강산에서 채집한 금강인가목은 세계적으로 금강산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이다. 북한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 중이며 남한에선 볼 수 없다. 아널드수목원은 윌슨이 수집한 금강인가목을 증식해 1924년 영국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에 분양했다. 이후 아널드수목원에 있던 개체는 고사해 북한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에서 금강인가목을 볼 수 있다. 장계선 국립수목원 연구관은 “2012년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이 국립수목원에 분양한 금강인가목은 한국에 와서 죽었다”며 “윌슨이 남긴 100여 년 전 사진은 금강인가목에 필요한 생육 조건을 파악하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울릉도 도동 향나무 자생지의 108년 전 모습도 윌슨의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다.아널드수목원은 이번에 사진과 기록뿐 아니라 윌슨이 가져갔던 우리 식물 15종도 꺾꽂이, 묘목, 종자 형태로 제공했다. 올해 6월 서울 코엑스에 열린 세계식물원교육총회 때 국립수목원과 업무협력의향서를 맺은 후속 조치다. 특히 이번에 국내에 들어온 만리화는 윌슨이 1917년 금강산에서 채집해 갔던 개체여서 ‘108년 만의 귀환’이다. 만리화는 국내 다른 곳에도 자생하지만 이번에 들어온 것처럼 금강산 개체는 없었다. 국립수목원과 아널드수목원의 이번 교류는 국내 식물 외교의 물꼬를 튼 셈이다. 기후위기 시대 생물 주권(생물자원에 대한 국가의 소유권) 확보가 절실해진 가운데 식물을 현지가 아닌 곳에 중복 보전하면 식물의 멸종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옛 식물 사진과 자료를 통해 남북한 식물학자 교류와 연구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두 기관의 교류가 국내 식물원과 수목원 발전을 위한 보완점을 제시했다고 본다. 김용식 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는 “우리가 미처 남기지 못한 기록을 아널드수목원이 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다”며 “국내 식물원과 수목원들이 이제는 철저한 기록을 바탕으로 식물 수집, 연구와 교육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포천=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심상택)이 수목원·정원의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지난달 28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신(新)비전 선포식’을 열고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K-수목원·정원 글로벌 허브’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글로벌 선도 역량을 기반으로 기후위기 대응, 산림생물다양성 보전 등 산림청 정책을 이행하는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의 역할과 가치를 담았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기관 영문 약칭인 ‘KOAGI(Korea Arboreta and Gardens Institute)’를 활용해 △K(Knowledge) 전문성 △O(Openness) 개방성 △A(Action) 실천력 △G(Green Growth) 녹색성장 △I(Integrity) 청렴·책임을 기관의 핵심가치로 정했다. 4대 경영방침도 새롭게 도입했다. △고객만족 △동반성장 △성과지향 △안전신뢰다. 이용자 관점에서 공공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지역·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혁신과 평가를 연계해 성과를 강화하고, 투명한 책임경영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세계 최대 종자 저장시설인 시드볼트를 갖추고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경북 봉화군),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세종특별자치시), 국립한국자생식물원(강원 평창군)을 운영하고 있다. 18일엔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전남 담양군에 국립정원문화원을 연다. 해안과 난대 등 기후대별 수목원을 확충한다는 목표로 전북 김제시 국립새만금수목원(2027년), 전남 완도군 국립난대수목원(2031년)도 앞으로 개원이 예정돼 있다. 심상택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장은 “비전 선포가 구체적 정책과 사업으로 이어질 때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수목원·정원 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방문자센터에 들어선 첫인상이 신선했다. 입실을 기다리는 이들 대부분이 아이 손을 잡은 젊은 부부였다. 객실당 LP 세 장과 책 세 권을 빌릴 수 있다는 카운터의 안내를 받고 벽면을 채운 음반과 책을 훑었다. ‘이 세련된 감성, 정말 구청에서 운영하는 숙소 맞나?’ 정미조의 ‘37년’, 루 리드의 ‘트랜스포머’, 페퍼톤스의 ‘사운즈 굿’ LP를 뽑아 들었다.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정희원 의사의 ‘저속노화 식사법’도 챙겨 통나무 숙소로 향했다. 이곳은 지난달 서울 노원구 수락산 자락에 문을 연 서울의 첫 도심형 자연휴양림 ‘수락휴’다.● 공공이 이룬 섬세한 휴식 4인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새하얀 침구가 먼저 눈을 사로잡았다. 매트리스는 몸을 고르게 지지해 주고 이불은 청량하게 바스락거렸다. 돌이켜보니 다른 국내 자연 휴양림들에서 크게 아쉬웠던 부분이 대개 침구였다. 이불과 요를 바닥에 펼 때마다 타인의 흔적이 느껴져 왠지 찜찜했던 기분, 그걸 수락휴는 상쾌하게 날려 버렸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곳을 직영하는 노원구 측이 강원 강릉시 5성급 씨마크호텔에서 벤치마킹한 에이스 침대와 고급 침구였다.천장 가까이 높다랗게 난 창문으로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무가 보였다. 부드러운 햇살을 받은 나뭇잎 그림자가 바닥에 일렁였다. 밤이 되면 침대에 누워 저 창을 통해 별을 보게 되는 걸까. 반투명 블라인드를 반쯤 내리자 숲의 초록빛과 하늘빛이 블라인드 결 사이로 겹쳤다. 그 단순한 반복이 마음의 고요를 불러왔다. 미국 여성화가 고(故) 아그네스 마틴의 그리드(grid·격자)를 떠올리게 하는 추상화 같은 풍경이었다. 취사가 가능하지 않은 도심 휴양림이니 세면도구 외에 가져올 건 많지 않았다. 집에 있던 요가 링을 챙기고 편의점에서 2만 원대 소비뇽블랑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사 왔을 뿐이다. 객실엔 TV가 없다. 턴테이블에 루 리드의 음반을 올리니 노래 ‘퍼펙트 데이’가 울려 퍼졌다. ‘정말 완벽한 하루이니, 모든 고민은 내려놓으라’고. 오후 6시 이후 수락휴는 오롯이 숙박객만의 전용 공간이 된다. 홍신애 요리연구가가 운영하는 부속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와 ‘불멍존’에 앉아 보았다. ‘애쓰지 않고 자연에 심신을 맡기는 자유란 이런 것이구나.’ 단 하나 애석한 점이 있었다. 일찍 꿀잠에 드느라 침대에 누워 밤하늘 별을 보지 못했다.● ‘모든 것은 숲으로부터 온다’각 숙소 앞에는 잔잔한 야생화가 심어진 작은 정원이 있다. 실내에 앉아 바깥에 눈높이로 피어 있는 꽃들을 보니 마치 단독주택에 쉬러 온 기분이었다. 노원구 의뢰를 받아 이곳을 총괄 디자인한 최신현 씨토포스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수락휴의 모토가 왜 ‘모든 것은 숲으로부터 온다’인지 알게 되었다.“수락산 동막골의 아름다운 숲이 없었다면 수락휴는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현장을 둘러봤을 때 깊은 쉼이 있는 숲 경관에 감명받았다. 기존 생태계를 지키며 겸손하게 숲에 안기는 휴양림을 지향했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시대에 수락휴가 아날로그적 쉼의 공간으로 사랑받기 바란다.” 주변에는 천년 고찰 수암사를 비롯해 도안사 송암사 도선사가 있다. 수락휴에서부터 무(無)장애 숲길이 놓여 어르신이나 장애인도 편안하게 걸으며 수락산 숲을 누릴 수 있다. 이게 바로 도심형 산림 복지다. 수락휴 진입로는 서울둘레길 2코스와 연결돼 있다. 좀 선선해지면 지하철 타고 다시 찾아와 둘레길을 걸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노원구가 2018년 9800㎡ 터에 수락휴 사업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그로부터 무려 7년간 231억 원이 들지는 미처 몰랐다고 한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의 열정과 투자로 탄생한 수락휴는 개장 후 ‘국내 휴양림계의 에르메스’라는 평을 받는다. 숙소 18개 동 가운데 3개 동인 트리하우스의 내진설계와 상하수도 구조를 보러 국내 리조트업계 관계자들의 시찰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지상 14m 높이 통나무집에서 뒹굴뒹굴하며 ‘톰 소여의 모험’을 즐길 수 있다니…. 다음번에는 꼭 트리하우스 예약에 도전해 봐야겠다.● 불암산 힐링타운에서의 쉼 수락휴 객실에는 ‘노원 산책’이라는 책자가 꽂혀 있었다. 어느 감성 잡지인가 했더니 올해 3월 발간된 노원구 공식 관광 가이드북이었다. 책장을 넘겨 보니 가히 ‘노원의 재발견’이었다. 노원구는 불암산 수락산 초안산 영축산 등 네 개의 산과 중랑천 당현천 우이천 목동천 등 4개 하천이 어우러지는 숲속의 도시이자 정원의 도시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동네 책방과 브런치 카페 등 가 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 그중 지난달 초 다녀온 불암산 힐링타운을 소개한다. 나비정원, 철쭉동산, 정원지원센터, 유아숲체험장, 피크닉장 등이 종합선물세트처럼 갖춰진 곳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불암산 전망대에 올랐을 때 절경에 놀랐다. 불암산 암벽뿐 아니라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의 수려한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곳을 곁에 두고 자주 드나들 수 있는 노원구민들이 부러웠다.불암산 힐링타운에는 꼭 가봐야 할 장소가 있다. 2020년 문을 연 불암산 산림치유센터다. 예약하고 방문하면 각종 치유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체험할 수 있다. 김주연 불암산 산림치유센터장은 “숲은 자기 돌봄 공간이자 녹색 보건소”라며 “병이 생기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듯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 일상에서 숲을 자주 찾을 것”을 권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과 취업 준비생, 난임 부부, 우울증과 사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 소방관과 경찰관 등 지난해 2만 명 넘게 이곳을 다녀갔다.잘 가꿔진 정원을 천천히 걸으면서 정다운 속삭임 같은 푯말들을 만났다. ‘그러므로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생각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을 멈추는 것’…. 허브 식물을 만지며 향을 맡아 보고, 치유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채소를 기르는 키친가든도 둘러봤다. 무엇보다 산림치유센터 옥상의 선베드에 누워서 바라보는 불암산은 참 잘 생겼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돌멩이가 발바닥을 자극하는 약초 물 치유와 좌종을 이용해 호흡에 몰입하는 소리 치유를 마치고 감잎차를 마셨더니 머릿속이 개운해졌다. 어디 멀리 가지 않고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돌볼 수 있어 좋았다.이용 정보◇수락휴위치: 서울 노원구 덕릉로 145길 108(지하철 4호선 불암산역에서 1.6km)예약: 매월 7일 다음 달 객실의 절반을 노원구민 대상 우선 예약. 10일부터는 ‘숲나들e’ 누리집(홈페이지)에서 남은 객실을 전 국민 대상 선착순 예약이용 요금: 2인실 7만 원, 4인실 15만 원, 트리하우스 25만 원◇불암산 산림치유센터위치: 서울 노원구 한글비석로 12길 51-80이용: (예약) 화∼일요일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2∼4시(개방)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5시유료 체험 프로그램: 힐링드림, 체험숲, 단체 동행돌봄숲 등글·사진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방문자센터에 들어선 첫인상이 신선했다. 입실을 기다리는 이들 대부분이 아이 손을 잡은 젊은 부부였다. 객실당 LP 세 장과 책 세 권을 빌릴 수 있다는 카운터의 안내를 받고 벽면을 채운 음반과 책을 훑었다. ‘이 세련된 감성, 정말 구청에서 운영하는 숙소 맞나?’ 정미조의 ‘37년’, 루 리드의 ‘트랜스포머’, 페퍼톤스의 ‘사운즈 굿’ LP를 뽑아 들었다.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정희원 의사의 ‘저속노화 식사법’도 챙겨 통나무 숙소로 향했다. 이곳은 지난달 서울 노원구 수락산 자락에 문을 연 서울의 첫 도심형 자연휴양림 ‘수락휴’다.● 공공이 이룬 섬세한 휴식4인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새하얀 침구가 먼저 눈을 사로잡았다. 매트리스는 몸을 고르게 지지해 주고 이불은 청량하게 바스락거렸다. 돌이켜보니 다른 국내 자연 휴양림들에서 크게 아쉬웠던 부분이 대개 침구였다. 이불과 요를 바닥에 펼 때마다 타인의 흔적이 느껴져 왠지 찜찜했던 기분, 그걸 수락휴는 상쾌하게 날려 버렸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곳을 직영하는 노원구 측이 강원 강릉시 5성급 씨마크호텔에서 벤치마킹한 에이스 침대와 고급 침구였다.천장 가까이 높다랗게 난 창문으로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무가 보였다. 부드러운 햇살을 받은 나뭇잎 그림자가 바닥에 일렁였다. 밤이 되면 침대에 누워 저 창을 통해 별을 보게 되는 걸까. 반투명 블라인드를 반쯤 내리자 숲의 초록빛과 하늘빛이 블라인드 결 사이로 겹쳤다. 그 단순한 반복이 마음의 고요를 불러왔다. 미국 여성화가 고(故) 아그네스 마틴의 그리드(grid·격자)를 떠올리게 하는 추상화 같은 풍경이었다.취사가 가능하지 않은 도심 휴양림이니 세면도구 외에 가져올 건 많지 않았다. 집에 있던 요가 링을 챙기고 편의점에서 2만 원대 소비뇽블랑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사 왔을 뿐이다. 객실엔 TV가 없다. 턴테이블에 루 리드의 음반을 올리니 노래 ‘퍼펙트 데이’가 울려 퍼졌다. ‘정말 완벽한 하루이니, 모든 고민은 내려놓으라’고.오후 6시 이후 수락휴는 오롯이 숙박객만의 전용 공간이 된다. 홍신애 요리연구가가 운영하는 부속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와 ‘불멍존’에 앉아 보았다. ‘애쓰지 않고 자연에 심신을 맡기는 자유란 이런 것이구나.’ 단 하나 애석한 점이 있었다. 일찍 꿀잠에 드느라 침대에 누워 밤하늘 별을 보지 못했다.● ‘모든 것은 숲으로부터 온다’각 숙소 앞에는 잔잔한 야생화가 심어진 작은 정원이 있다. 실내에 앉아 바깥에 눈높이로 피어 있는 꽃들을 보니 마치 단독주택에 쉬러 온 기분이었다. 노원구 의뢰를 받아 이곳을 총괄 디자인한 최신현 씨토포스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수락휴의 모토가 왜 ‘모든 것은 숲으로부터 온다’인지 알게 되었다.“수락산 동막골의 아름다운 숲이 없었다면 수락휴는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현장을 둘러봤을 때 깊은 쉼이 있는 숲 경관에 감명받았다. 기존 생태계를 지키며 겸손하게 숲에 안기는 휴양림을 지향했다. 원래의 숲을 닮기보다 꽃을 빽빽이 심은 정원이 된 것 같아 아쉽지만, 수락휴가 아날로그적 쉼의 공간으로 사랑받기 바란다.”주변에는 천년 고찰 수암사를 비롯해 도안사 송암사 도선사가 있다. 수락휴에서부터 무(無)장애 숲길이 놓여 어르신이나 장애인도 편안하게 걸으며 수락산 숲을 누릴 수 있다. 이게 바로 도심형 산림 복지다. 수락휴 진입로는 서울둘레길 2코스와 연결돼 있다. 좀 선선해지면 지하철 타고 다시 찾아와 둘레길을 걸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노원구가 2018년 9800㎡ 터에 수락휴 사업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그로부터 무려 7년간 231억 원이 들지는 미처 몰랐다고 한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의 열정과 투자로 탄생한 수락휴는 개장 후 ‘국내 휴양림계의 에르메스’라는 평을 받는다. 숙소 18개 동 가운데 3개 동인 트리하우스의 내진설계와 상하수도 구조를 보러 국내 리조트업계 관계자들의 시찰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지상 14m 높이 통나무집에서 뒹굴뒹굴하며 ‘톰 소여의 모험’을 즐길 수 있다니…. 다음번에는 꼭 트리하우스 예약에 도전해 봐야겠다.●불암산 힐링타운에서의 쉼수락휴 객실에는 ‘노원 산책’이라는 책자가 꽂혀 있었다. 어느 감성 잡지인가 했더니 올해 3월 발간된 노원구 공식 관광 가이드북이었다. 책장을 넘겨 보니 가히 ‘노원의 재발견’이었다. 노원구는 불암산 수락산 초안산 영축산 등 네 개의 산과 중랑천 당현천 우이천 목동천 등 4개 하천이 어우러지는 숲속의 도시이자 정원의 도시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동네 책방과 브런치 카페 등 가 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그중 지난달 초 다녀온 불암산 힐링타운을 소개한다. 나비정원, 철쭉동산, 정원지원센터, 유아숲체험장, 피크닉장 등이 종합선물세트처럼 갖춰진 곳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불암산 전망대에 올랐을 때 절경에 놀랐다. 불암산 암벽뿐 아니라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의 수려한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곳을 곁에 두고 자주 드나들 수 있는 노원구민들이 부러웠다.불암산 힐링타운에는 꼭 가봐야 할 장소가 있다. 2020년 문을 연 불암산 산림치유센터다. 예약하고 방문하면 각종 치유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체험할 수 있다. 김주연 불암산 산림치유센터장은 “숲은 자기 돌봄 공간이자 녹색 보건소”라며 “병이 생기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듯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 일상에서 숲을 자주 찾을 것”을 권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과 취업 준비생, 난임 부부, 우울증과 사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 소방관과 경찰관 등 지난해 2만 명 넘게 이곳을 다녀갔다.잘 가꿔진 정원을 천천히 걸으면서 정다운 속삭임 같은 푯말들을 만났다. ‘그러므로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생각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을 멈추는 것’…. 허브 식물을 만지며 향을 맡아 보고, 치유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채소를 기르는 키친가든도 둘러봤다. 무엇보다 산림치유센터 옥상의 선베드에 누워서 바라보는 불암산은 참 잘 생겼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돌멩이가 발바닥을 자극하는 약초 물 치유와 좌종을 이용해 호흡에 몰입하는 소리 치유를 마치고 감잎차를 마셨더니 머릿속이 개운해졌다. 어디 멀리 가지 않고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돌볼 수 있어 좋았다.:이용 정보:①수락휴-위치: 서울 노원구 덕릉로 145길 108(지하철 4호선 불암산역에서 1.6km)-예약: 매월 7일 다음 달 객실의 절반을 노원구민 대상 우선 예약. 10일부터는 ‘숲나들e’ 누리집(홈페이지)에서 남은 객실을 전 국민 대상 선착순 예약-이용 요금: 2인실 7만 원, 4인실 15만 원, 트리하우스 25만 원②불암산 산림치유센터-위치: 서울 노원구 한글비석로 12길 51-80-이용: (예약) 화~일요일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2~4시 (개방)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5시-유료 체험 프로그램: 힐링드림, 체험숲, 단체 동행돌봄숲 등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하루 최대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그랜드조선 부산 호텔 외벽에 설치된 초대형 전광판에 갑자기 거인의 모습을 한 수상구조대원(라이프가드)이 나타나자 해수욕을 즐기던 사람들의 시선이 단번에 쏠렸다. ‘세상에서 가장 큰 라이프가드’가 전하는 기상변화 알림과 경고 덕분인지 이날 단 한 건의 인명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해운대 해수욕장 앞 그랜드조선 부산 호텔 외벽에는 가로 25m, 세로 31m 규모의 곡선형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가 설치돼 있다. 압도적 크기의 해양 구조대원이 이 화면에 등장해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기상정보, 인파 밀집도, 파도높이 등 안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데이터와 연동된 상황별 안전 지침을 3D 아나몰픽 기술을 활용해 입체적이면서도 현장감 있게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파도가 높은 날에는 부분통제 혹은 전면통제 등의 상황에 따라 구조대원이 통제 사인을 보내는 모습이 송출된다. 평상 시에는 맑음, 흐림, 비 등의 기상 변화에 따른 영상 배경 연출로 사실감을 더한다. 야간에는 CCTV를 주시하는 구조대원의 모습과 해양 안전을 위한 비상상황실 화면이 송출되면서 24시간 안전을 강조한다.이같은 대국민 해양 안전관련 캠페인의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큰 라이프가드’. 해운대를 포함한 국내 해수욕장들의 안전 인프라와 모범 사례 기준을 전 세계에 제시하기 위해 현대차 계열 종합광고대행사인 ‘이노션’과 신세계 그룹의 종합 부동산 디벨로퍼 ‘신세계프라퍼티’,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손잡은 합작품이다.해수욕장 현장에 구조 인력이 상시 배치되어 있어도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구조대원들의 육성 안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더 안전한 해양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사고 발생률을 감소시키고 피서객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이노션 관계자는 “초대형 옥외광고물을 활용해 안전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시각적 몰입도와 경각심 전달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며 “해운대에서 근무하는 실제 민간수상구조대원을 모델로 기용해 더욱 신뢰감을 주려고도 노력했다”고 말했다.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광고 미디어에 환경 데이터를 적용해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보다 효과적인 소통 방식을 구현하고자 이번 캠페인을 진행했다”며 “그랜드 조선 미디어는 단순한 광고 매체를 넘어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혁신적인 인터랙티브 시스템을 갖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대한항공이 최근 국내 대형항공사 최초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인 ‘프리미엄석’을 신설했다. 약간의 비용을 더 지불하면 일반석보다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고급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대한항공의 첫 프리미엄석은 보잉 대형기 777-300ER에 도입됐다. 2-4-2 배열로 총 40석을 장착한다. 기존에는 일등석, 프레스티지석, 일반석으로 구성했지만 개조 이후에는 프레스티지석, 프리미엄석, 일반석 등 3개 좌석 클래스로 운영한다.대한항공이 이번에 처음 선보인 프리미엄석은 일반석보다 약 1.5배 넓은 공간으로, 좌석 시트는 프랑스 사프란(Safran)사에서 제작했다. 앞 좌석 간 간격은 39∼41인치로 일반석보다 6∼7인치(약 15∼17㎝)가량 넓다. 모든 좌석에 다리 및 발받침대를 장착해 신체 하중을 분산하고 편안히 여행할 수 있다.좌석 등받이는 130도까지 젖힐 수 있다. 헤드레스트 날개를 달아 프라이버시를 강화했고, 옆 승객을 방해하지 않는 각도로 개인 독서등을 켜고 끌 수 있게 했다. 좌석 테이블에는 휴대전화와 태블릿을 놓는 거치대가 있으며, USB-C타입 포트를 1인당 1개씩 제공했다. 기존 프레스티지석 모니터보다 커진 15.6인치 크기 화면과 4K 화질로 각종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기내식과 음료 서비스는 프레스티지석 수준으로 제공된다. 요리와 디저트, 와인, 음료 등 승객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요소들을 고급화해 일반석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게 한 전략이다. 프리미엄석 기내식은 플라스틱이 아닌 사기 그릇에 제공한다. 프레스티지석과 동일한 아르마니 까사 제품이다. 기내 와인도 프레스티지석에 서비스되는 와인으로 엄선한 만큼 프리미엄석에 탑승했다면 반드시 즐겨볼만한 요소다.대한항공은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에서 운영 중인 기내식 사전 주문 서비스도 프리미엄석 승객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한다. 원하는 기내식 메뉴를 항공기 출발 24시간 전까지 대한항공 홈페이지와 공식 모바일 앱에서 미리 신청할 수 있다. 승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상위클래스용 ‘프레떼(Frette)’ 담요와 베개를 프리미엄석에도 제공하는 등 서비스 고급화에 힘썼다.대한항공은 최신 항공기에 장착되는 좌석 시트와 새로운 CI 도입에 따른 기내 인테리어 개선 등 여러 요소들을 이번 항공기 개조에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대한항공의 최신 기종인 보잉 787-10 및 에어버스 A350과 동일한 컨셉의 기내 인테리어를 반영했으며, 프레스티지석과 일반석에도 최신 시트를 설치했다.프레스티지석에는 프라이버시를 강화한 최신 시트인 ‘프레스티지 스위트 2.0’을 1-2-1 구조로 배치했다. 이번 777-300ER 기종 상위클래스 좌석 재배치로 승객 1명당 화장실 수가 늘어나는 등 이전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여행할 수 있게 됐다.일반석에는 대한항공의 최신 시트 ‘뉴(New) 이코노미’를 3-4-3 구조로 배치했다. 좌석 간격은 기존과 동일하며, 슬림 시트를 장착해 승객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앞뒤 공간을 더 넓혔다. 슬림 시트는 내구성을 높여 등받이가 기존보다 얇아진 것이 특징이다.일반석 승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또 다른 변화는 대폭 강화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좌석 모니터는 기존 프레스티지석 모니터에 버금가는 13.3인치 크기로 확대했다. 감압식 터치스크린에서 정전식 터치스크린으로 바꿔 사용자들이 보다 쉽게 화면을 조작할 수 있다. 상위클래스와 동일한 4K 화질과 USB-C타입 포트를 제공한다.모든 좌석 클래스에 무선 인터넷(기내 Wifi)을 지원하는 점도 사용자들의 여행 편의를 높이는 요소다. 대한항공은 기단 현대화와 고객 서비스 향상이라는 기조에 맞춘 중장기적 투자의 일환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했다.한편 대한항공은 대대적 리뉴얼을 거쳐 인천국제공항 라운지를 18일 새롭게 선보였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 위치한 마일러 클럽과 프레스티지 동편 라운지다. 대한항공은 이들 공간에 처음으로 오픈키친 겸 라이브 스테이션을 도입했다.라이브 스테이션에서는 그랜드하얏트인천 현직 셰프들이 즉석에서 만든 신선한 음식을 제공한다. 양식 코너에서는 피자와 크루아상을 직접 만든다. 한식은 최근 K팝 영화로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김밥을 즉석에서 만들어 제공한다.식사공간 이외에도 독립된 안마기기를 설치한 웰니스 공간,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테크 존, 대형 화면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미팅룸 등을 마련했다. 라운지 샤워실은 파우더룸과 샤워부스가 분리된 널찍한 공간을 제공한다.대한항공 관계자는 “세분화된 좌석 클래스와 럭셔리 라운지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소비 트렌드를 면밀히 파악해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 제공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식물원에 모인 중장년 참여자들이 천천히 팔을 벌리고 발끝을 옮겼다. 처음 만난 이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어느덧 그들의 움직임은 하나의 군무(群舞)가 됐다. 인생 처음 발레를 해본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표정과 동작에 여유가 배어 있었다.“낯선 사람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자 마음이 부드러워지면서 열렸어요.”“평생 춤이라고는 막춤밖에 춘 적이 없는데 로열발레 전문가들이 각자의 영감을 끌어내 하나 되게 해 줬어요. ‘우리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었어요.”지난달 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영국 로열발레, LG아트센터, 서울식물원과 공동으로 주관한 ‘중장년 대상 도시숲 예술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20년 만에 내한한 영국 로열발레 소속 무용수들이 참여자들을 직접 지도했다.이번 프로그램은 현대 발레 안무가 크리스토퍼 휠던의 무용 ‘애프터 더 레인’을 모티브로 폭풍 뒤의 고요와 청량함을 담은 움직임을 통해 성찰과 치유의 감정을 몸으로 탐색하도록 구성됐다. 진흥원은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이들, 오랫동안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을 잊고 살아온 전업주부, 상실의 아픔으로 정서적 치유가 필요한 이들 등 중장년 15명을 공개 모집했다.영국 로열발레의 데이비드 피커링과 엘리자베스 포스터는 고난도 기술 대신, 참여자들이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신체로 표현하도록 이끌었다. 참여자들은 해설사와 함께 서울식물원 주제 정원을 탐방한 후 식물에서 받은 인상을 동작으로 풀어냈다.참여자 류희자 씨는 “발레가 기술을 가진 전문가의 영역인 줄 알았는데, 내 몸으로 나의 삶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삶의 전환기에서 크나큰 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애경 씨도 “40여 년간 하던 일을 최근 그만두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공허함과 불안감이 밀려왔다”며 “식물을 보며 느낀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고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진정한 휴식을 경험했다”고 말했다.이 프로그램은 도심 속 자연과 예술을 결합해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고립과 외로움을 사회적 돌봄으로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주로 어린 학생 대상의 예술 융합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영국 로열발레는 이번에 한국의 중장년층에게도 예술과 놀이, 협업, 포용의 가치를 전했다.로열발레 관계자는 “영국에서는 최근 예술 활동이나 동작을 통해 인지 능력을 활성화하는 ‘예술 치료’가 시작됐다”며 “자연환경과 춤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치유를 돕는 강력한 조합”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GODIVA)의 ‘고디바 베이커리(GODIVA BAKERY)’가 국내 오픈 1주년을 맞았다.지난해 8월 일본 도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에 상륙한 고디바 베이커리는 불과 1년 만에 베이커리 브랜드로는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디바 베이커리는 더현대 서울에 국내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지난 1년 간 전국 주요 도시에 총 7개 매장을 개점하며 빠르게 입지를 넓혀왔다. 다음달에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매장을 추가로 열며 전국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다.‘일상 속 진한 달콤함’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고디바 베이커리의 대표 상품 ‘소라빵’은 출시 1년 만에 100만 개 이상 판매를 달성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하루 평균 약 3000개, 30초마다 1개씩 판매된 셈으로 고디바 특유의 진한 초콜릿 터치를 더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제품으로 시장 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고디바 베이커리는 1주년을 맞아 베이커리 전 라인업을 재정비하며, 1주년 기념 한정 소라빵 2종(▲초당 옥수수 크림 소라빵 ▲진한 녹차 크림 소라빵)과 신제품 소금빵 2종(▲딥트 초콜릿 소금빵 ▲딥트 초콜릿 크림 소금빵)과 식빵 2종(▲벨지안 더블 초콜릿 식빵 ▲벨지안 초콜릿 식빵)을 선보인다. 또 100만 개 이상 판매를 돌파한 대표 상품인 ‘고디바가 만든 소라빵’을 비롯한 고디바 소라빵 4종에는 1주년을 기념하는 로고 초콜릿을 추가해 한정 판매할 예정이다. 고디바 관계자는 “국내 첫 베이커리 매장이 1년 만에 큰 사랑을 받은 데 깊이 감사드린다”며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로서 차별화된 제품과 경험을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전했다.한편, 고디바는 1주년을 맞아 신제품 출시, 제품 리뉴얼을 포함한 기념 프로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디바 제품은 전국 35개 매장과 공식 홈페이지, 카카오 선물하기, 마켓컬리, 쿠팡 등 주요 온라인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이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2025 OCI YOUNG CREATIVES’ 선정작가 허주혜·김우경의 개인전과 허용성 작가의 ‘OCI 어게인:귀한 인연’ 전시를 9월27일까지 연다.올해로 16회를 맞는 ‘OCI YOUNG CRE ATIVES’는 만 35세 이하 한국 작가를 지원하는 OCI미술관의 연례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102명의 작가를 배출했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창작지원금 1000만 원, 큐레이터 기획, 일대일 평론 매칭, 전시 홍보 등을 지원한다. ‘2025 OCI YOUNG CREATIVES’는 6명의 신진작가를 선정해 4월부터 릴레이로 진행돼왔으며 이번 허주혜·김우경의 개인전이 올해의 마지막 전시다.1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허주혜의 개인전 ‘그 언젠가’는 수묵을 매체로 도시와 사물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과 감각의 층위를 산수화에 빗대 풀어낸다. 도시 속 수많은 건축물과 유물들이 자연의 산맥과 물줄기처럼 얽혀 하나의 풍경을 화면에 담는다.2층의 김우경 개인전 ‘여름 자리 펴고 선’은 만드는 행위에 응축된 감정과 감각을 탐구하며 완결보다 과정에 주목한다. 익숙한 오브제를 낯설게 조합해 형태와 의미, 물질과 감각, 현실과 심상 사이의 경계를 드러낸다.3층에서는 허용성의 개인전 ‘다시 쓰는 편지’가 열린다. 2013·2014년 OCI 창작스튜디오 입주 이후 미술관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온 그는 전통 기법과 현대적 감성을 융합한 인물화로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무엇보다 고 송암 이회림 OCI설립자의 사저였던 OCI미술관이 꼭 가봐야 할 장소다. 송암은 1950년대부터 모은 값진 미술품 유산을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했다. 1989년 인천에 송암미술관을 지어 2005년 인천시에 무상으로 기증하고, 2010년에는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사저 터에 OCI미술관을 열었다. OCI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신진작가 발굴에 힘쓰는 이유를 느낄 수 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이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2025 OCI YOUNG CREATIVES’ 선정작가 허주혜·김우경의 개인전과 허용성 작가의 ‘OCI 어게인:귀한 인연’ 전시를 9월27일까지 연다.올해로 16회를 맞는 ‘OCI YOUNG CRE ATIVES’는 만 35세 이하 한국 작가를 지원하는 OCI미술관의 연례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102명의 작가를 배출했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창작지원금 1000만 원, 큐레이터 기획, 일대일 평론 매칭, 전시 홍보 등을 지원한다. ‘2025 OCI YOUNG CREATIVES’는 6명의 신진작가를 선정해 4월부터 릴레이로 진행돼왔으며 이번 허주혜·김우경의 개인전이 올해의 마지막 전시다.1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허주혜의 개인전 ‘그 언젠가’는 수묵을 매체로 도시와 사물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과 감각의 층위를 산수화에 빗대 풀어낸다. 도시 속 수많은 건축물과 유물들이 자연의 산맥과 물줄기처럼 얽혀 하나의 풍경을 화면에 담는다.2층의 김우경 개인전 ‘여름 자리 펴고 선’은 만드는 행위에 응축된 감정과 감각을 탐구하며 완결보다 과정에 주목한다. 익숙한 오브제를 낯설게 조합해 형태와 의미, 물질과 감각, 현실과 심상 사이의 경계를 드러낸다.3층에서는 허용성의 개인전 ‘다시 쓰는 편지’가 열린다. 2013·2014년 OCI 창작스튜디오 입주 이후 미술관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온 그는 전통 기법과 현대적 감성을 융합한 인물화로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무엇보다 고 송암 이회림 OCI설립자의 사저였던 OCI미술관이 꼭 가봐야 할 장소다. 송암은 1950년대부터 모은 값진 미술품 유산을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했다. 1989년 인천에 송암미술관을 지어 2005년 인천시에 무상으로 기증하고, 2010년에는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사저 터에 OCI미술관을 열었다. OCI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신진작가 발굴에 힘쓰는 이유를 느낄 수 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식물원에 모인 중장년 참여자들이 천천히 팔을 벌리고 발끝을 옮겼다. 처음 만난 이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어느덧 그들의 움직임은 하나의 군무(群舞)가 됐다. 인생 처음 발레를 해본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표정과 동작에 여유가 배어 있었다.“낯선 사람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자 마음이 부드러워지면서 열렸어요.”“평생 춤이라고는 막춤밖에 춘 적이 없는데 로열발레 전문가들이 각자의 영감을 끌어내 하나 되게 해 줬어요. ‘우리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었어요.”지난달 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영국 로열발레, LG아트센터, 서울식물원과 공동으로 주관한 ‘중장년 대상 도시숲 예술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20년 만에 내한한 영국 로열발레 소속 무용수들이 참여자들을 직접 지도했다.이번 프로그램은 현대 발레 안무가 크리스토퍼 휠던의 무용 ‘애프터 더 레인’을 모티브로 폭풍 뒤의 고요와 청량함을 담은 움직임을 통해 성찰과 치유의 감정을 몸으로 탐색하도록 구성됐다. 진흥원은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이들, 오랫동안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을 잊고 살아온 전업주부, 상실의 아픔으로 정서적 치유가 필요한 이들 등 중장년 15명을 공개 모집했다.영국 로열발레의 데이비드 피커링과 엘리자베스 포스터는 고난도 기술 대신, 참여자들이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신체로 표현하도록 이끌었다. 참여자들은 해설사와 함께 서울식물원 주제 정원을 탐방한 후 식물에서 받은 인상을 동작으로 풀어냈다.참여자 류희자 씨는 “발레가 기술을 가진 전문가의 영역인 줄 알았는데, 내 몸으로 나의 삶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삶의 전환기에서 크나큰 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애경 씨도 “40여 년간 하던 일을 최근 그만두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공허함과 불안감이 밀려왔다”며 “식물을 보며 느낀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고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진정한 휴식을 경험했다”고 말했다.이 프로그램은 도심 속 자연과 예술을 결합해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고립과 외로움을 사회적 돌봄으로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주로 어린 학생 대상의 예술 융합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영국 로열발레는 이번에 한국의 중장년층에게도 예술과 놀이, 협업, 포용의 가치를 전했다.로열발레 관계자는 “영국에서는 최근 예술 활동이나 동작을 통해 인지 능력을 활성화하는 ‘예술 치료’가 시작됐다”며 “자연환경과 춤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치유를 돕는 강력한 조합”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