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청나라 4대 황제이자 당대 손꼽히던 예술 애호가 건륭제. 그는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자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단운룡문다보격방합(紫檀雲龍紋多寶格方盒)을 꺼내 오라.” 길고 긴 이름의 이 물건은 건륭제가 좋아했던 유물 47점을 각기 다른 모양의 함과 서랍에 보관하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보물 상자’다. 작은 옥 조각부터 색색의 도자 잔은 물론이고 유물들을 설명하는 책까지 딸려 있었다. 이 보물 상자를 소장한 대만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관은 이 밖에도 거장의 산수화와 글씨, 공예품 등 중국 황실의 방대한 유물을 갖고 있으니 ‘훨씬 거대한 자단운룡문다보격방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신간은 이 박물관이 소장한 대만의 국보 36점을 소개하는 책이다. 중국 고전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문화유산이나 미술, 문학과 관련된 글을 연재하는 한편 고궁의 국보급 유물을 현대적 시각으로 해설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을 이끌고 박물관을 찾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물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다.책의 출발은 도자기로 만든 수선화 받침대다. 저자가 “흰 구름이 살짝 흩어진 뒤 드러나는 가장 깨끗한 푸른색”이라고 표현한 빛을 띤 이 도자기는 송대 ‘여요(汝窯)’에서 제작됐다. 여요는 1086년부터 1106년까지 딱 20년 동안 어용 자기만 제작한 가마. 이곳에서 만든 도자기는 현재 100점도 채 남아 있지 않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여요 자기는 굽는 과정에서 온도 변화로 유약에 균열이 가면서 일정한 무늬가 생긴다. 하지만 이 받침대는 현존 자기 중 유일하게 무늬 없이 깨끗하다. “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우연”이라고 한다.독자가 각 유물을 더 잘 상상할 수 있도록 적절한 예시도 든다. 건륭제를 비롯한 황제의 ‘보물 상자’를 설명할 때는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언박싱(unboxing)’에 비유한다. 황실의 초상화를 묘사할 때는 ‘인증샷’도 언급한다. 송나라 때 유행했던 검은 찻잔인 ‘건요(建窯)’의 신비로운 어두운 색은 영국 예술가 데릭 저먼의 책 ‘크로마(Chroma·1994년)’의 대사를 인용했다. “검은색은 절망인가? 폭풍우의 먹구름도 모두 은테를 두르고 있지 않은가? 암흑 속에는 희망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소동파의 서예 작품 ‘한식첩(寒食帖)’은 건륭제의 수중에 들어갔다가 일본 수장가에게 넘어갔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라졌다가 기적처럼 타이베이 박물관에 다시 등장했다는 소장 스토리도 소개했다. 이런 사연은 당대 최고의 문인으로 사랑받았지만, 정쟁에 휘말려 끊임없는 유랑을 했던 소동파의 삶과 겹쳐진다고 전했다. 유물의 모양과 제작 과정, 감상기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건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박물관은 청나라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3대가 수장한 유물이 중심이다. 세 황제가 문화의 전성기를 이끈 과정도 흥미롭다. 대범한 강희제, 문인의 노선을 밟은 옹정제, 이를 계승해 뛰어난 ‘궁정 예술 총감독’이 된 건륭제의 모습이 유물과 함께 자연스럽게 펼쳐진다.타이베이 고궁박물관은 1925년 중국 베이징 쯔진청(紫禁城)에 설립됐지만, 1930년대 일제 침략과 1948년 국공 내전으로 국민당 정부가 대부분의 유물을 대만으로 옮겨 와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요즘 한국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방대한 중국 유물 컬렉션을 갖춘 이웃 나라 박물관의 스토리라서 더 눈길을 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삼국시대 ‘금동보살삼존입상’ 등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유산과 근현대미술 작품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은 15일(현지 시간) 이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인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특별전(사진)을 개막한다고 밝혔다.이번 전시는 당초 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으로 개막이 연기됐다가 12일 연방정부 업무가 재개되며 전시가 열리게 됐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문화유산 172건 297점(국보 7건, 보물 15건)과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 24점 등 총 330여 점을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이 해외 박물관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번 전시는 삼국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수 세기에 걸친 한국의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총 10개의 주제로 구성되며 조선시대 서원과 사랑방, 왕실미술, 불교미술, 한국 도자, 조선시대 회화 등 한국 문화사 속의 주요 주제를 짚는다.주요 전시 작품으로는 미국에서 처음 전시되는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 넷플릭스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유명해진 ‘일월오악도’, 한글의 역사와 예술성 및 왕실 불교 신앙을 보여주는 ‘월인석보’ 등이 있다. 금으로 쓰고 그린 고려시대 ‘대방광불화엄경 권 15’, 고려 ‘청자 상감운학문 완’ 등도 전시된다. 근현대미술 작품으로는 박수근의 ‘농악’, 이응노의 ‘구성’, 김환기의 ‘산울림’ 등이 있다.이번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열린 후 같은 해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시카고박물관에서 다시 열린다. 이후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다음 순회지인 시카고와 런던에서는 각 지역과 개최 기관의 관람객 특성을 반영해 전시품을 새롭게 구성하고 전시 연출도 다르게 선보일 계획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6·25전쟁 이후 미군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속초 신흥사의 조선시대 불화 ‘시왕도(十王圖)’가 70여 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던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의 맥스 홀라인 관장은 14일 서울 마포구 KGIT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위원회), 신흥사와 협력해 귀중한 작품을 반환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1798년 전체 10점으로 제작된 시왕도는 사람이 죽고 나서 저승에서 차례로 만나는 10명의 왕, 저승 심판관을 묘사한 것으로 불교의 사후 세계관을 담았다. 이번에 반환된 불화는 ‘제10오도전륜대왕도’(第十五道轉輪大王圖·사진)로, 저승 심판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왕을 그렸다. 이 왕에게 심판을 받고 나면 다음 생에서 어디에 태어날지가 결정된다.위원회와 신흥사는 2023년부터 메트와 협의 및 실태 조사로 ‘시왕도’를 확인하고 지난해 10월 공식 반환 요청서를 제출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민간 단체 지원사업을 통해 위원회와 함께 이번 ‘시왕도’ 반환과 함께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에 소장된 시왕도 6점을 되찾았다. 이상래 위원회 이사장은 “우리 소중한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며 “나머지 3점의 시왕도도 돌아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삼국시대 ‘금동보살삼존입상’ 등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유산과 근현대미술 작품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워싱턴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은 15일(현지 시간) 고 이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인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특별전을 개막한다고 밝혔다.이번 전시는 당초 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으로 개막이 연기됐다가 12일 연방정부 업무가 재개되며 전시가 열리게 됐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문화유산 172건 297점(국보 7건, 보물 15건)과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 24점 등 총 330여 점을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이 해외 박물관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번 전시는 삼국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수 세기에 걸친 한국의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총 10개의 주제로 구성되며 조선시대 서원과 사랑방, 왕실미술, 불교미술, 한국 도자, 조선시대 회화 등 한국 문화사 속의 주요 주제를 짚는다.주요 전시 작품으로는 미국에서 처음 전시되는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 넷플릭스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유명해진 ‘일월오악도’, 한글의 역사와 예술성 및 왕실 불교 신앙을 보여주는 ‘월인석보’ 등이 있다. 금으로 쓰고 그린 고려시대 ‘대방광불화엄경 권 15’, 고려 ‘청자 상감운학문 완’ 등도 전시된다. 근현대미술 작품으로는 박수근의 ‘농악’, 이응노의 ‘구성’, 김환기의 ‘산울림’ 등이 있다.이번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열린 후 같은 해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시카고박물관에서 다시 열린다. 이후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다음 순회지인 시카고와 런던에서는 각 지역과 개최 기관의 관람객 특성을 반영해 전시품을 새롭게 구성하고 전시 연출도 다르게 선보일 계획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6·25전쟁 이후 미군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속초 신흥사의 조선시대 불화 ‘시왕도’(十王圖)가 70여 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던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의 맥스 홀라인 관장은 14일 서울 마포구 KGIT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신흥사와 협력해 귀중한 작품을 반환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1798년 전체 10점으로 제작된 시왕도는 사람이 죽고 나서 저승에서 차례로 만나는 10명의 왕, 저승 심판관을 묘사한 것으로 불교의 사후 세계관을 담았다. 이번에 반환된 불화는 ‘제10오도전륜대왕도’(第十五道轉輪大王圖)로, 저승 심판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왕을 그렸다. 이 왕에게 심판을 받고 나면 다음 생에서 어디에 태어날지가 결정된다.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위원회)와 신흥사는 2023년부터 메트와 협의 및 실태 조사로 ‘시왕도’를 확인하고 지난해 10월 공식 반환 요청서를 제출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민간 단체 지원사업을 통해 위원회와 함께 이번 ‘시왕도’ 반환과 함께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에 소장된 시왕도 6점을 되찾았다. 이상래 위원회 이사장은 “우리 소중한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며 “나머지 3점 시왕도도 돌아올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경기 과천시 K&L뮤지엄이 최근 한국 현대미술가들의 그룹전 ‘시대전술’을 개최하고 있다. 급속도로 변하는 시대에 예술가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지를 조명한 전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보이는 신민 작가의 대형 조각 ‘미진 유진’은 검정 머리망을 쓴 두 명의 여성이 차렷 자세로 분노하는 표정을 묘사한다. 검정 머리망은 서비스업 종사자의 상징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머리카락이 빠지게 마련이지만, 서비스업 현장에선 한 올만 흘려도 ‘대역죄인’ 취급을 받는 비인간적 상황에 대한 풍자를 담았다. 남다현 작가의 ‘제프 쿤스 특별 세일’은 풍선 강아지를 금속으로 만든 쿤스의 유명한 조각 작품을 다시 풍선으로 만들어 1000원에 판매하는 퍼포먼스 설치 작품이다. 예술 작품의 본질적 가치보다 ‘이름값’과 ‘경매 기록’이 때로는 더 큰 돈을 부르는 현상을 유머러스하게 꼬집었다. 이 밖에도 김명찬, 유아연, 요한한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K&L뮤지엄은 충격적 행위 예술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예술가 헤르만 니치(1938∼2022)의 개인전으로 2023년 9월 문을 열었다. 김진형 학예실장은 “지금까진 미술사 주요 작가나 해외 블루칩 작가를 소개했지만, 이번엔 신선한 시각을 보여주고자 전시를 기획했다”며 “관객이 참여한 작품도 있다”고 했다. 12월 2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남긴 닥종이(차연서),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모르몬교)를 믿게 되면서 하와이로 이주한 부모님(허지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이야기를 끌어내 작업하는 두 작가의 전시 ‘센트 인 스펀 파운드’(sent in spun found)가 최근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전시 제목은 ‘보내고, 회전했고, 발견된’이라는 뜻으로, 어딘가로 떠나거나 무언가를 떠나보내며 발견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 주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를테면 허 작가는 부모가 고국을 떠나 하와이로 이주하게 만들었던 모르몬교의 종교 체계에 대해 탐구하고 이 내용을 어릴 적 자기가 살았던 집이나 동네 풍경과 겹쳐서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장 외부 윈도 갤러리에 있는 설치 작품 ‘라이에로 가는 길’은 작가가 태어난 하와이 라이에를 20년 만에 다시 찾으면서 기록한 영상을 담고 있다. 차 작가는 화가였던 아버지가 남긴 닥종이를 재료로 작품을 만들었다. 채색된 닥종이 조각으로 구성한 평면 작품 ‘축제’는 추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범죄 피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시신에서 따온 형태라고 한다. 죽은 사람을 달랜다는 마음으로 종이를 물에 담그고 색칠하며 만든 작품은 이름 모를 사람들과 함께 아버지를 보내는 과정의 일환이다. 12월 13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남긴 닥종이(차연서),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모르몬교)를 믿게 되면서 하와이로 이주한 부모님(허지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이야기를 끌어내 작업하는 두 작가의 전시 ‘센트 인 스펀 파운드’(sent in spun found)가 최근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에서 개막했다.전시 제목은 ‘보내고, 회전했고, 발견된’이라는 뜻으로, 어딘가로 떠나거나 무언가를 떠나보내며 발견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 주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를테면 허 작가는 부모가 고국을 떠나 하와이로 이주하게 만들었던 모르몬교의 종교 체계에 대해 탐구하고 이 내용을 어릴 적 자기가 살았던 집이나 동네 풍경과 겹쳐서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장 외부 윈도우 갤러리에 있는 설치 작품 ‘라이에로 가는 길’은 작가가 태어난 하와이 라이에를 20년 만에 다시 찾으면서 기록한 영상을 담고 있다.차 작가는 화가였던 아버지가 남긴 닥종이를 재료로 작품을 만들었다. 채색된 닥종이 조각으로 구성한 평면 작품 ‘축제’는 추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범죄 피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시신에서 따온 형태라고 한다. 죽은 사람을 달랜다는 마음으로 종이를 물에 담그고 색칠하며 만든 작품은 이름 모를 사람들과 함께 아버지를 보내는 과정의 일환이다. 12월 13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살다 보니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사람은 인연의 그물 안에서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라고.” 곱슬머리의 여자, 그물 무늬 재킷을 입은 사람, 격자 모양이 그려진 벽지 앞에 누운 사람…. 서울 종로구 갤러리마리에서 그림 곳곳에 구불구불한 선이 보이는 연작 그림 ‘인연, 그물’을 선보인 가수 김완선 씨(56)는 최근 전시장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전시장 한쪽엔 김완선 씨의 그림이, 다른 쪽엔 밴드 ‘산울림’의 김창훈 씨(69)가 그린 추상화들이 걸렸다. 이 전시는 무대 위에서 주목받는 삶을 살았던 두 뮤지션이 솔직한 내면을 표현한 그림을 모은 ‘아트 비욘드 페임(Art Beyond Fame)’이다. 지난달 15일 개막해 김완선 씨의 작품 10여 점, 김창훈 씨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두 사람이 함께 전시를 열게 된 건 40년 전 음악으로 맺어진 인연이 계기가 됐다. 김창훈 씨는 김완선 씨의 정규 앨범 1집인 ‘오늘밤’과 2집 ‘나 홀로 뜰 앞에서’ 전곡을 작사, 작곡했다. 김완선 씨는 “전시 제안을 받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건 무슨 인연일까’였다”고 했다. 김완선 씨의 그림은 피에로 분장을 한 여자, 서로 다른 곳을 보는 남녀, 침대에 누운 여자 등 주로 사람이 등장한다.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이나 자화상 같은 그림이 다수다. 반면 김창훈 씨의 그림은 추상 회화가 주를 이룬다. 최근 1년간 100점 넘게 그림을 그렸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심상이나 리듬을 선과 색면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튤립 인 화이트’ 같은 꽃 정물이나 ‘아파트 인 레드’ 등 도시 풍경, ‘아다지오 인 화이트’를 비롯해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등이다. 자화상도 있는데, 다른 그림들은 선과 면이 깔끔하게 나뉜 데 비해 비교적 거칠게 마무리된 미로 같은 형태를 볼 수 있다. 김창훈 씨는 “인생이라는 게 뜻밖의 우연한 만남이 겹겹이 쌓이면서 일어났던 것 같다. 누더기처럼 조각조각 맞춰진 인생, 그 안에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거친 상처와 부드러운 좋은 기억 같은 것들을 담았다”며 “나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고 했다. 음악이 본업인 두 사람의 작품은 미디어로 접했던 연예계 스타들의 말로 다할 수 없었던 내면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준다. 전시 부제도 ‘명성 뒤에 숨겨진 인간적 감정과 표현’이다. 13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살다 보니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사람은 인연의 그물 안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이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라고.”곱슬머리의 여자, 그물 무늬 재킷을 입은 사람, 격자 모양이 그려진 벽지 앞에 누운 사람…. 서울 종로구 갤러리마리에서 그림 곳곳에 구불구불한 선이 보이는 연작 그림 ‘인연, 그물’을 선보인 가수 김완선 씨(56)는 최근 전시장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전시장 한쪽엔 김 씨의 그림이, 다른 쪽엔 밴드 ‘산울림’의 김창훈 씨(69)가 그린 추상화들이 걸렸다. 이 전시는 무대 위에서 주목 받는 삶을 살았던 두 뮤지션이 솔직한 내면을 표현한 그림을 모은 ‘아트 비욘드 페임’(Art Beyond Fame)이다. 지난달 15일 개막해 김완선 씨의 작품 10여점, 김창훈 씨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두 사람이 함께 전시를 열게 된 건 40년 전 음악으로 맺어진 인연이 계기가 됐다. 김창훈 씨는 김완선 씨의 정규 앨범 1집인 ‘오늘밤’과 2집 ‘나홀로 뜰 앞에서’ 전곡을 작사, 작곡했다. 김완선 씨는 “전시 제안을 받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건 무슨 인연일까’였다”고 했다.김완선 씨의 그림은 피에로 분장을 한 여자, 서로 다른 곳을 보는 남녀, 침대에 누운 여자 등 주로 사람이 등장한다.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이나 자화상 같은 그림이 다수다. 반면 김창훈 씨의 그림은 추상 회화가 주를 이룬다. 최근 1년간 100점 넘게 그림을 그렸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심상이나 리듬을 선과 색면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튤립 인 화이트’ 같은 꽃 정물이나 ‘아파트 인 레드’ 등 도시 풍경, ‘아다지오 인 화이트’를 비롯해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등이다. 자화상도 있는데, 다른 그림들은 선과 면이 깔끔하게 나눠진 데 비해 비교적 거칠게 마무리가 된 미로 같은 형태를 볼 수 있다.김창훈 씨는 “인생이라는 게 뜻밖의 우연한 만남이 겹겹이 쌓이면서 일어났던 것 같다. 누더기처럼 조각조각 맞춰진 인생, 그 안에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거친 상처와 부드러운 좋은 기억 같은 것들이 담았다”며 “나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고 했다.음악이 본업인 두 사람의 작품은 미디어로 접했던 연예계 스타들의 말로 다할 수 없었던 내면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준다. 전시 부제도 ‘명성 뒤에 숨겨진 인간적 감정과 표현’이다. 13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 책이 나오기 약 20년 전인 2006년, 미국 심리학자 캐럴 드웩은 책 ‘마인드셋’을 썼다. ‘마인드셋’은 능력에 대한 개인의 사고방식을 정의한 것이다. 능력은 타고난 것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고정 마인드셋’과, 노력과 학습 등을 통해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성장 마인드셋’이 있다. 이후 미국 사회에서는 후자의 마인드를 중시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드웩의 제자이자 심리학자가 쓴 이 책은 ‘마인드셋’을 조직 내 사고방식의 문화로 확장한다. 개인이 아무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하려는 태도를 가져도,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 조직 전체의 문화가 받쳐줘야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을 조직 문화로 확장해 ‘천재 문화’와 ‘성장 문화’로 구분한다. 천재 문화는 학력이나 성적, 실적 등 그 사람이 이미 갖고 있는 ‘이력’에만 집착한다. 원래 일을 잘하는 천재가 있다고 생각해서 나머지 구성원의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가로막는 케이스다. 이런 천재 문화에서 재능 있다고 인정받는 사람만 발언권을 갖는다면, ‘성장 문화’에선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 조직의 전 직급과 부문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아이디어와 기여가 나온다. 책은 여러 성공 사례를 제시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성장 문화 덕분에 업계 리더로 자리 잡은 과정,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가 성장 마인드셋을 조직에 투입해 회사의 혁신을 끌어낸 이야기, 와인 산업에서 혁신을 선도한 와이너리 사례, 뉴욕의 한 학교 교육구가 성장 문화를 통해 인종차별적 격차를 해소한 사례 등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교훈은 간명하다. 완벽함에 집착하고 실수와 실패를 무능으로 간주하는 ‘천재 문화’보다, 완벽함보다 학습을 중요시하고 실수를 환영하는 ‘성장 문화’가 더 효과적이다. 책은 조직 내 다양한 팀과 집단의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실제 조직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국립박물관의 문화상품인 ‘뮷즈(MU:DS)’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31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올해 1∼10월 뮷즈 매출액은 약 306억4000만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212억8400만 원)을 넘어선 역대 최고 실적이다. 재단은 앞서 연말경 뮷즈 매출이 3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보다도 두 달이 당겨졌다. 뮷즈 매출은 2016년(61억 원)부터 해마다 점진적으로 늘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37억 원) 잠시 주춤했다. 2022년 이후부터는 116억 원(2022년)→149억 원(2023년)→212억 원(2024년)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는 넷플릭스 시리즈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공개된 이후인 7월부터 월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6월 약 21억 원이었던 월 매출은 7월 49억5700만 원, 8월 52억7600만 원을 기록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케데헌이나 엠넷 ‘월드 오브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한국팀 ‘범접’의 공연에 등장한 작호도(鵲虎圖), 갓 등 한국 전통문화 요소가 주목받으며 박물관 문화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밴드 산울림의 김창훈이 15일 생애 첫 단독 공연을 연다. 산울림 삼형제의 둘째이자, 보컬 겸 베이시스트였던 그의 공연에서 산울림 노래는 단 두 곡, ‘회상’과 ‘독백’. 나머지는 김창훈이 최근 5년 동안 만든 ‘시노래’ 1000곡 중 21곡을 선별했다. ‘시노래’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이 공연은 록밴드의 공연처럼 일어서서 몸을 흔들며 듣는 것이 아니다. 공연이 열리는 거암아트홀은 144석 규모의 클래식 공연장. 김창훈은 콘서트를 크게 3부로 구성하고, 중간에 손뼉을 치지 않는 형태로 공연을 구성하고 싶다고 했다. “곡마다 박수를 치면 집중이 흩어지니까요. 관객이 가사에 집중하고 음미할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창훈이 5년 전 정현종의 시 ‘방문객’을 읽고 난 뒤 매일 한글 시 하나에 음악을 붙여 만든 ‘시노래’에는 절박함이 있다. 밴드 산울림은 1977년부터 1997년까지 음반 13장을 발표하며 당대 청년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회상’ ‘독백’ ‘내 마음은 황무지’ ‘산할아버지’ 등 산울림의 대표곡과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김완선의 ‘오늘 밤’도 그의 곡이다. 그러나 김창훈은 대학을 졸업하고 북미로 이주해 30년간 사업과 직장 생활로 생계를 유지했다. 10년 전 귀국한 그는 “나의 의지로 나를 구성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이 든다”고 했다. 회사원, 사업가가 아닌 ‘내 정체성’을 찾으려는 절박함이 시를 찾게 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대형 설치 작품 ‘번역된 도자기’를 선보였던 미술가 이수경도 4월부터 매일 시를 쓰고 있다. 깨진 도자기, 금박 돌처럼 말 없는 사물로 자기 이야기를 했던 이수경은 매일 흰 종이에 떠오르는 생각을 연필로 쓴다. 문법이나 표현이 정확한지는 신경 쓰지 않고 즉각적으로. 이렇게 하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온 생각을 돌이키며 마음을 역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말했다. “요즘 긴 글을 읽지 않으니 말이 짧아졌고, 챗GPT를 써봐도 뭐든지 편리 위주로 둥글게 만들어요. 그렇기에 시를 쓴다는 게 더 중요해요. 개인이 빛나는 개성으로 살아남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알고리즘에 휩쓸려 사라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있죠.” 이수경이 매일 시 쓰기를 통해 하는 일도 ‘내 마음’을 만나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두 예술가가 시가 본업이 아님에도,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시로 노래를 만들거나 직접 쓰며 매일 꾸준히 자기를 관찰한다는 점이다.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지금, 예술가들은 자기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한다. 이수경은 1일 개막하는 타이베이 비엔날레에서 직접 지은 시를 낭송한다. 김창훈은 ‘시노래’를 음미할 관객이 무엇을 느끼기를 바랄까? “저는 지난 시간에 대한 회한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런 마음들을 솔직히 담은 ‘시노래’가 한줄기 위로가 된다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그대가 겪는 슬픔과 아픔은 누구나 가진 것이라고.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말이죠.” 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조선 전기인 15세기의 청화백자 ‘백자청화보상화문호’가 30일(현지시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880만홍콩달러(약 34억6000만 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크리스티에 따르면 이 백자는 보상화무늬가 전면에 섬세하게 그려진 완형(둥근 공기 형태) 항아리다. 높이 27.9㎝, 지름 26.2㎝로 몸 전체에 청화 안료를 사용해 보상화무늬를 정교하게 그렸다. 어깨와 굽 부분에는 연화문 띠가 둘려 있으며, 투명한 유약이 전체를 감싼 형태다. 조선 전기에는 값비싼 중국산 청화 안료를 사용해야 했고, 왕실 전용으로만 제작이 허락돼 현존 유물이 극히 드물다.일본의 개인 소장품으로 알려졌으며, 1987년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특별전 ‘이조백자 500년의 미’에 출품된 바 있다. 호암미술관 ‘조선백자전Ⅱ’, 이병창의 ‘한국미술수선’ 등 국내 주요 도록에도 수록됐다. 원래 낙찰 추정가는 1600만~2400만홍콩달러(약 28억3000만~42억4000만 원)이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조선 후기 화가 공재 윤두서(1688∼1715)의 말 그림인 ‘세마도(洗馬圖)’는 윤두서의 작품 중 유일하게 연도가 확인되는 작품이다. 윤두서가 1704년, 37세 때 그린 이 작품이 처음으로 전남 해남군 고산윤선도박물관에 전시돼 일반 관객을 만났다. ‘세마도’ 같은 전통 수묵화부터 현대 작가가 그린 수묵화와 설치 미술, 영상, 조각 등 ‘수묵’을 주제로 세계 20개국 작가 83명(팀)의 작품 300여 점을 선보인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31일 막을 내린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문명의 이웃들―Somewhere Over the Yellow Sea’라는 주제로 8월 30일 개막했다. 해남 진도 목포 일대의 여러 전시장에서 열렸는데, 수묵의 전통을 식물에 빗대어 세 지역을 각각 뿌리와 줄기, 열매로 구성했다. 이를테면 17, 18세기 공재 윤두서와 겸재 정선(1676∼1759)의 작품이 전시되는 해남은 ‘뿌리’의 공간으로 봤다. 19세기 남종화가인 소치 허련(1808∼1903)이 있었던 곳이자 현대 작가들이 수묵을 다룬 작품을 볼 수 있는 진도는 줄기에 해당한다. 미디어나 설치 작품 등 국내외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볼 수 있는 목포는 열매로 설정했다. 가장 관심을 끈 작품은 역시 윤두서의 ‘세마도’ 진본이었다. 말을 그리는 솜씨가 좋았던 윤두서의 필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당초 12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던 세마도는 소장자인 해남 윤씨 종손 윤성철 씨의 협조 덕에 폐막일인 31일까지 전시된다. 전시가 끝나면 진본은 수장고에 보관되며, 전시장엔 모사본이 걸릴 예정이다. 세마도가 전시된 고산윤선도박물관엔 공재의 ‘자화상’과 겸재의 ‘인왕제색도’ 영인본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전시됐다. 진도군 남도전통미술관에선 이응노 박생광 황창배 등 20세기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화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문자 추상으로 한국적 추상의 문을 연 이응노,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차용한 소재와 오방색으로 새로운 조형 언어를 만들어낸 박생광, 뛰어난 감각과 파격으로 한국화 붐을 일으켰던 황창배를 통해 전통 수묵의 변주를 만끽할 수 있다. 수묵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행사들도 진행됐다. ‘전통의 혁신과 재료의 확장: 동아시아 동시대 미술에서 수묵이 작동하는 방식’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대표적이다. 한국 중국 일본의 전문가 9명이 수묵 예술의 국제적 확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윤재갑 총감독은 “전통 회화를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각기 다른 시공간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예술가들이 수묵이란 공통된 언어를 통해 소통하는 문명 교류의 장이었다”며 “미래의 기술과 조화롭게 나아가는 수묵의 무한한 가능성을 경험할 소중한 기회였다”고 했다. 김은영 전남문화재단 대표도 “이번 비엔날레는 전통 수묵의 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미래 세대와 소통하는 전환점이 되고자 했다”며 “국내외 예술가와 관람객을 연결해 세계에서 유일한 수묵비엔날레로 더욱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37세의 젊은 이탈리아 큐레이터가 광주 비엔날레 감독을 맡아 ‘만인보’라는 제목의 전시를 열었습니다. 지금은 미국 뉴욕의 실험적 전시를 선보이기로 유명한 ‘뉴뮤지엄’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이 사람. 리모델링을 마치고 다음 달 다시 문을 여는 뉴뮤지엄의 개관전 ‘뉴 휴먼스: 미래의 기억(New Humans: Memories of the Future)’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의 감독, 마시밀리아노 조니와 나눈 대화를 소개합니다. ―‘뉴 휴먼스’가 전시 제목이다. 인간을 새로 정의하려는 것인가. “아니다. 20세기부터 지금까지 기술의 영향 아래 달라진 인간의 정의를 살펴본다. 이를테면 우리가 어떤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라는 박스를 체크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생겨나는 이상한 경험, 감각의 혼돈에 대해 다룬다. 재밌는 건 현대미술뿐 아니라 20세기 미술도 함께 전시한다는 점이다. 100년 전인 1920년대에도 지금과 같은 기술에 대한 희망과 공포가 있었다.” ―작가 리스트에 영화 ‘에어리언’의 특수효과 디자이너도 있다. 전시에 ‘에어리언’이 등장하나. “맞다. ‘E.T.’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던 디자이너도 있다.” ―E.T.가 어떤 맥락에서 전시에 포함되는 것인가. “‘로봇의 방’이 만들어진다. 거기에 이불의 유명한 사이보그 작품과 함께 E.T.가 전시된다. 그 밖에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 인간을 흉내 내 만든 로봇, 사람 같은 로봇 등이 등장한다.”―당신이 장 클레어의 전시를 언급한 것을 봤다. ‘인체’에 관심이 많은 듯한데 실제로 그런가. “그렇다. ‘로봇’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 카를 차페크의 희곡 ‘R.U.R’에서 등장인물이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의 눈에 가장 이상한 건 자기의 모습이다.’ 이 대사가 나에게 엄청난 영감을 줬다. 인간은 스스로를 묘사하고 표현하는 데 끊임없이 관심을 가졌다.” ―이 전시를 오늘날과 100년 전의 ‘미래에 대한 판타지’라고 볼 수 있는가.“그렇다.”―100년 전 예술가들은 오로지 미래만 생각했는데, 지금 우리는 미래를 말하면서 과거를 보는 것이 흥미롭다. “미래를 마주하는 데에 과거를 보는 게 위안을 준다. 100년 전에도 기계가 인류의 일자리를 뺏고 인류를 점령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전시에는 디스토피아적인 측면이 있지만 낙관적인 부분도 있다. 인류가 그런 두려움을 계속해서 극복해 왔다는 점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엘름그린 & 드라그세트와 젊을 때부터 함께 일했다. “내가 처음 한 큰 전시가 엘름그린 & 드라그세트의 ‘쇼트커트’(페라리 500과 캠핑카가 대리석 바닥에 처박혀 있는 모양의 대형 설치 작품)이다. 20년이 지나 내 친구들이 한국에서 큰 전시를 열게 된 걸 보고 기분이 좋았다.” ―어떤 예술가가 미친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 당신은 ‘좋다!’고 하나 아니면 ‘생각해 보자’고 하는가. “만약 전자라고 하면 생각 없는 큐레이터처럼 보일 것 같은데. 사실 중간 과정에 많은 것이 필요하니 그냥 ‘하자’는 큐레이터는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큐레이터는 ‘예스’라고 해야 힘이 생긴다. 미친 아이디어일수록 더 좋다. 그건 실현된 적이 없던 것이니까. 그런 현장에 함께 있다면 얼마나 짜릿하겠는가.” ―좋다. 이제 광주 비엔날레의 ‘만인보’에 대해 듣고 싶다. “당신이 한국인이라서 이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이번 전시에는 내가 ‘만인보’에서 배우고 습득한 것이 많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현대 미술과 다른 예술을 섞는 형태나, 서로 다른 작은 것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공존하는 형식들은 광주에서 처음 실험했다.” ―광주에서 일상은 어땠나. “설치하는 데 모든 시간을 보내고. 다 같이 점심과 저녁을 먹었다. 소 내장도 먹고 산낙지도 먹어봤다. 내 인생에서 음식이 접시 밖으로 도망친 건 한국밖에 없다.” ―그냥 상상만 해본다면. 한국에서 당신이 전시를 연다면 어떤 것을 하겠는가. “다양한 변수가 있다. 공간에 따라 다르고, 그곳을 찾을 관객의 관심사도 고려해야 한다. 광주 비엔날레 ‘만인보’에 50만 명 가까이 왔는데, 내 인생에 그렇게 많은 관객이 온 전시는 손에 꼽으니 광주에 관한 전시를 해야 할까? 답은 ‘모르겠다’지만, 그냥 막연하게 떠오르는 생각은 광주의 음식? 어쩌면 보리굴비? 뉴욕에는 제대로 된 보리굴비를 만드는 식당이 없다. 그렇게 한식당이 많이 생겼는데도. 보리굴비는 정말 놀라운 음식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은 어떻게 예술을 처음 접했는가. “내가 열두세 살 때다. 책에서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보고 정말 당황했고 그것을 자세히 알아보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 ―나를 당황시키고 충격을 주는 것에 매료되는가. “그게 시작이다. 미술관의 역할도 그렇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만나는 곳. 사실 인생도 이해할 수 없는 만남의 연속이지 않은가? 미술을 통해 낯선 것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그것에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더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청계천 다슬기’라는 별명이 붙은 클래스 올덴버그(1929∼2022)의 ‘Spring’이 있는 청계광장 초입. 최근 그 앞쪽에 웬 ‘황금 덩어리’ 하나가 들어섰다. 늘 붐비는 이곳, 반짝이는 커다란 덩어리를 다들 힐끔거린다. 가끔 몇몇 용자는 슬쩍 만져도 본다. 자세히 보면 도자기 파편이 콕콕 박혀 있는 이 조각 작품. 이수경 작가의 신작 ‘그곳에 있었다_청계천 2025’다. 27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작가가 금덩이의 ‘정체’를 밝혔다.“청계천 수원지였던 북악산 정상의 두꺼비 바위예요. 청계천을 복원할 때 도자기가 많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보고 도자기 파편을 붙였죠.” 이 작가는 서서히 변하기에 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듯한 바위를 “가장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여긴다. 언제나 변함없어 존재감이 덜하지만, 금박을 입히니 숨어 있던 이야기가 강렬히 드러나는 듯하다. 이 작가는 “금박을 붙이면 표면의 질감도 살아난다”며 “귀한 바위를 가장 좋은 장소에 모셔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돌덩이에 금박을 입히는 ‘그곳에 있었다’ 연작 시리즈. 출발은 2015년 백련사였다. 스님에게 “모든 것엔 불성(佛性)이 있다”는 말을 들은 뒤, 작가는 절 마당 돌멩이 두 개에 금박을 입혔다.“돌 하나를 스님에게 드리자 갑자기 스님께서 회색 방석 위에 돌을 놓고 염불하며 절을 하며 한 바퀴 돈 다음 법당에 모셔 놓았어요. 그냥 돌이 소중한 것으로 변하는 연금술 같은 마법을 경험한 순간이었죠.” 버려진 것을 다시 보게 만드는 건 이 작가의 다른 연작 ‘번역된 도자기’에도 적용된다. 다만 ‘그곳에 있었다_청계천 2025’는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기념해 전시 감독인 장석준 큐레이터와 상의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메시지를 담았다면, ‘번역된 도자기’는 더 내밀하다.‘번역된 도자기’는 깨진 도자기 파편을 이어 붙이고 틈새를 금으로 메워 만든다. 2001년 유명한 도공이 망친 도자기를 깨는 장면을 보면서 시작됐다.“순간 온몸이 얼음처럼 굳었고, 도공에게 파편을 가져가도 되냐 하니 ‘쓰레기니까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테이블 위에 펼쳐 놓은 조각을 퍼즐처럼 맞춰보며 작품이 됐습니다.” 작가는 당시에는 그 장면이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심리 치료를 받으며 단서를 찾았다.“제가 목에 탯줄이 감긴 채 태어났대요. 의사가 죽었다고 했는데 어떻게든 살려달라는 호소에, 커다란 대바늘로 발바닥과 목 안까지 찔렀다고 해요. 죽다 살아난 셈이죠. 도자기가 깨지는 장면에서 원인 모를 불안은 무의식적인 ‘죽음의 공포’인 것 같아요. 그게 제 작업의 원동력이에요.” 깨졌다 살아난 작가의 자화상처럼 느껴지는 ‘번역된 도자기’는 괴물처럼 웅장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룹전 ‘괴기한 아름다움: 시누아즈리의 재해석’에 대규모 설치 연작으로 전 세계 관객을 만났다. 다음 달 1일부터는 대만 타이베이비엔날레에 출품된다. 역시 폭이 4m에 가까운 대형 설치 작품이다. 이런 대형 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작가는 매일 드로잉을 하고 시를 쓰고 있다고 한다. ‘나만의 언어’를 찾고 싶어서 4월부터 시작한 드로잉은 250점이 넘게 쌓였다. “인공지능(AI)으로 언어가 단순화되는 시대에 나만의 개성을 찾고 싶다는 몸부림이 ‘시 쓰기’인 것 같아요. 사실은 기회가 되면 ‘시 드로잉’을 꼭 전시하고 싶습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어두운 밤 형형색색으로 물든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부터 다채로운 문화유산과 미술품 전시까지.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경북 경주시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개최되고 있다. ‘천년 왕국 신라’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전시, 공연, 미디어아트 등을 통해 21개 회원국 정상과 대표단을 비롯한 방문객들에게 우리 예술문화를 소개하는 무대다.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해 한반도 천문학의 상징인 첨성대는 밤마다 아름다운 빛으로 물든다. 국가유산청은 20일부터 첨성대 외벽에 신라의 문화유산을 담아낸 미디어아트 영상 ‘별의 시간’과 ‘황금의 나라’ 상영을 시작했다.경주 최고의 야경 명소로 꼽히는 ‘동궁과 월지’도 손님맞이 준비를 마쳤다. 유산청 관계자는 “신라시대 왕자들이 머물던 별궁 자리로,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풀던 장소라 APEC이 지닌 의의와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연못인 월지 수면과 전각을 비추는 경관 조명은 신라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2018년 복원된 길이 66m의 월정교에선 29일 오후 6시 30분 ‘한복의 멋’을 알리는 한복 패션쇼도 펼쳐진다. 경북도는 “각국 정상들의 숙소가 모여 있는 보문관광단지도 야간경관 개선사업에 150억 원을 들여 볼거리를 조성했다”고 전했다.문화체육관광부는 APEC을 기념해 한국 공예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전시 ‘미래유산-우리가 남기고자 하는 것들에 관하여’를 27일 보문단지 내 천군복합문화공간에서 개막했다. 36명(31팀)의 작가가 한국 공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 66점을 선보인다. 파트 1∼3으로 나눠 전통 기술과 현대 디자인·미술의 협업 등을 소개한다.공연예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선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단심(單沈)’이 무대에 오른다. 고전 설화 ‘심청’을 바탕으로 한 단심은 심청의 내면을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23일부터 경주 곳곳에서 ‘서라벌 풍류’를 통해 전통공연예술을 알리고 있다. 재단은 “31개 단체, 국악인 700여 명이 신라 화랑의 기상을 음악, 춤 등에 녹여냈다”고 밝혔다.현대미술 전시로는 보문단지 힐튼호텔 옆에 있는 우양미술관의 ‘백남준: Humanity in the Circuits’전이 눈길을 끈다. 미술관이 소장한 백남준의 작품 12점이 수십 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세계적인 작가인 백남준은 텔레비전 등 새로운 미디어가 일상을 점령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 새로운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예술로 보여줬다. 미술관 측은 “2025 APEC의 주제인 ‘연결, 혁신, 번영’의 키워드와 맞닿아 있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경주솔거미술관에선 신라 문화를 현대 작가들이 재해석한 ‘신라한향’전이, 플레이스C에선 APEC 부대 행사로 마련된 ‘판타스틱 오디너리’전이 열린다. 28일 개막한 ‘판타스틱 오디너리’전은 김수자, 하종현 등 한국 작가 10인의 작품 34점을 선보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 현대미술가 이우환 작가(89)의 신작을 담은 상설 전시 공간 ‘실렌티움(묵시암)’이 28일 문을 연다. 이 작가는 1960년대 말 일본에서 일어난 미니멀리즘 예술인 ‘모노파(物派)’의 이론적 형성에 깊이 관여한 세계적인 작가다. 호암미술관에 따르면 실렌티움은 미술관 내 전통 정원인 ‘희원’에 마련됐다. 전시 공간 실내에 작품 3점이, 야외에 설치 1점이 배치됐다. 실렌티움은 라틴어로 ‘침묵(Silentium)’을 뜻하고, ‘묵시암’은 고요함 속에서 바라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작가는 “침묵 속에 머물며 세상 전체가 관계와 만남, 서로의 울림과 호흡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별개로 그간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미술관 호수 주변의 ‘옛돌정원’엔 이우환의 조각 3점이 새로 설치됐다. 스테인리스스틸 구조물과 자연석을 재료로 한 대형 설치 작품 ‘관계항-만남’과 ‘관계항-하늘길’, ‘관계항-튕김’ 등이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이 작가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많은 사람이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어두운 밤 형형색색으로 물든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부터 다채로운 문화유산과 미술품 전시까지.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경북 경주시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개최되고 있다. ‘천년 왕국 신라’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전시, 공연, 미디어아트 등을 통해 21개 회원국 정상과 대표단을 비롯한 방문객들에게 우리 예술문화를 소개하는 무대다.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해 한반도 천문학의 상징인 첨성대는 밤마다 아름다운 빛으로 물든다. 국가유산청은 첨성대 외벽에 신라의 문화유산을 담아낸 미디어아트 영상 ‘별의 시간’과 ‘황금의 나라’ 상영을 시작했다.경주 최고의 야경 명소로 꼽히는 ‘동궁과 월지’도 손님맞이 준비를 마쳤다. 유산청 관계자는 “신라시대 왕자들이 머물던 별궁 자리로,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풀던 장소라 APEC이 지닌 의의와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연못인 월지 수면과 전각을 비추는 경관 조명은 신라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2018년 복원된 길이 66m의 월정교에선 29일 오후 6시 30분 ‘한복의 멋’을 알리는 한복 패션쇼도 펼쳐진다. 경북도는 “각국 정상들의 숙소가 모인 보문관광단지도 야간경관 개선사업에 150억 원을 들여 볼거리를 조성했다”고 전했다.국가유산청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경주 쪽샘 44호분 축조실험 설명회’를 연다. 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신라 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쪽샘 44호분을 다시 쌓는 실험을 하고 있다. 현재는 시신과 부장품을 안치한 2중의 덧널 일부를 만들고, 주변으로 돌을 쌓는 중이다. 연구소는 “발굴조사에 참여했던 학예연구사 등의 해설을 들으며 축조 실험도 직접 볼 수 있다”고 했다.공연예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선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단심(單沈)’이 무대에 오른다. 고전 설화 ‘심청’을 바탕으로 한 단심은 심청의 내면을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23일부터 경주 곳곳에서 ‘서라벌 풍류’를 통해 전통공연예술을 알리고 있다. 재단은 “31개 단체, 국악인 700여 명이 신라 화랑의 기상을 음악, 춤 등에 녹여냈다”고 밝혔다.현대미술 전시로는 보문단지 힐튼호텔 옆에 있는 우양미술관의 ‘백남준: Humanity in the Circuits’ 전이 눈길을 끈다. 미술관이 소장한 백남준의 작품 12점이 수십 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세계적인 작가인 백남준은 텔레비전 등 새로운 미디어가 일상을 점령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 새로운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예술로 보여줬다. 미술관 측은 “2025 APEC의 주제인 ‘연결 혁신 번영’의 키워드와 맞닿아 있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경주솔거미술관에선 신라 문화를 현대 작가들이 재해석한 ‘신라한향’전이, 플레이스C에선 APEC 부대 행사로 마련된 ‘판타스틱 오디너리’전이 열린다. 28일 개막한 ‘판타스틱 오디너리’ 전은 김수자 하종현 등 한국 작가 10인의 작품 34점을 선보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