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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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5-24~2026-06-23
연극41%
미술15%
무용13%
문화 일반10%
문학/출판10%
인사일반8%
칼럼3%
  • 천경자 ‘시장’ 첫 경매 나온다…1960년대 대표작 주목

    화가 천경자(1924~2015)의 1964년 작품 ‘시장’이 처음으로 경매에 나온다.서울옥션은 11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23일 개최하는 제193회 미술품 경매에 ‘시장’이 출품된다”고 밝혔다. ‘시장’은 천 작가가 1969년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완성한 작품으로, 1960년대 전반 작가의 화풍을 보여준다. 1964년 작가의 옥인동 화실 사진에 작품이 등장해 제작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이번 경매엔 ‘시장’ 외에도 근현대 미술과 고미술 작품 등 총 127점이 출품된다. 백남준의 작품 ‘세종대왕’과 김구림 작가의 초기 작품 ‘월.산.학’도 경매에 나온다. 근현대 미술품 중에는 변시지 화백의 ‘자유·평화·애’와 ‘고한’, 황염수의 ‘산’, 이우환의 ‘무제’가 나온다. 대우그룹 전문 경영인이었던 김용원 회장의 소장품이다. 극동그룹 창업가인 고 김용산 회장의 조선시대 도자 작품 7점도 출품된다. 다른 고미술품으로는 석지 채용신의 초상화와 추사 김정희의 시고 2점이 나온다. 경매에 나온 미술품은 12일부터 23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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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야의 축제 ‘미드소마’를 무대로…에크만 ‘한여름 밤의 꿈’ 한국 온다

    뜨거운 여름이 온다. 일 년 중 해가 가장 긴 날인 ‘하지’가 오면 스웨덴에서는 크리스마스와 같은 큰 명절인 ‘미드소마’ 축제가 열린다. 이때 북유럽에서는 해가 지지 않는 ‘한밤의 태양(백야)’ 현상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한데 모여 여름의 태양 빛과 활기를 만끽한다. 이 미드소마 축제에서 영감을 얻은 무용 작품이 한국 무대에 처음으로 오른다. ‘비주얼 쇼크’를 선사하는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의 ‘한여름 밤의 꿈’이다.11~14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한여름 밤의 꿈’은 에크만이 안무를 맡고 도르트문트 발레단이 공연한다. 지난해에는 에크만의 작품 ‘해머’가 국내에 소개돼 강렬한 에너지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전 작품이 ‘과도한 자아를 망치로 두드린다’는 개념적 주제를 갖고 있었다면, 이번 공연은 여름 축제와 로맨틱한 꿈 등 서사를 따라가는 구성이라는 점이 다르다.‘축제’를 표현한 1막에서는 건초 더미가 뒤덮인 무대가 등장한다. ‘미드소마’ 축제를 상징하는 기둥인 ‘메이폴’을 세우고 화관을 쓴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춤추는 장면을 그린다. ‘꿈’을 표현한 2막은 스웨덴의 오래된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집 근처 7개 들판에서 꽃을 하나씩 따서 베개 밑에 놓고 자면, 미래의 연인을 꿈에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스웨덴 출신 작곡가 미카엘 칼손이 맡은 음악은 스웨덴 전통 민요부터 전자음 등 다채로운 사운드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소규모 오케스트라 음악이 라이브로 연주되고, 몽환적인 목소리의 보컬이 더해진다.에크만 안무가는 “꿈은 무엇이든 이뤄질 수 있기에,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최고의 공간”이라며 “머리가 없는 사람, 공중에 떠오르는 테이블 등 상상력을 마구 펼쳐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임팩트 있는 이미지를 연출할 것”이라고 했다.그는 또 “저 역시 어릴 적 매년 하지 축제를 즐기며 자랐는데, 일 년에 한 번씩 모여 메이폴 주변에서 춤을 춘다는 게 참 신기한 일이라는 점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작품을 통해 관객을 스웨덴 사회 한가운데로 데려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싶었다.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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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발 벗고 만나는 잊혀진 ‘마법의 공간’[김민의 영감 한 스푼]

    이제는 미술관에서 그림이 아닌 무언가를 감상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작가가 사인하고 ‘샘’이라 이름 붙인 변기부터 포르말린 수조에 담긴 죽은 상어, 혹은 텅 빈 공간에 춤을 추는 무용수나 소리만 가득한 풍경도 마주할 수 있죠. 지금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선 반세기 전 이런 형태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부활해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독일 뮌헨의 현대미술관인 하우스 데어 쿤스트에서 처음 선보이고 이탈리아 로마와 홍콩을 거쳐 온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5월 5일∼11월 29일) 이야기입니다.‘다른 공간 안으로’전은 1956년 야마자키 쓰루코의 설치 작품 ‘빨강’부터 1976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환경/예술’전까지 약 20년 동안 여성 작가 11명이 남긴 실험적인 작품을 조명합니다. 4년이 넘는 준비 과정을 거쳐 잊혀진 작품들을 연구하고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서울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데요. 이 전시의 두 큐레이터, 안드레아 리소니 하우스 데어 쿤스트 예술감독과 마리나 풀리에세 밀라노 무데크(MUDEC) 관장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관객이 작동하는 예술‘다른 공간 안으로’전을 보려면 먼저 신발을 벗어야 합니다. 많은 작품이 직접 들어가 만지고 부딪치며 몸으로 체험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관조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내딛는 발걸음에 따라 풍경이 달라집니다. 사우나에 들어간 듯 높은 열로 숨이 턱턱 막히거나(타니아 무로 ‘한때 우리는 알았다’), 관객을 향해 강풍을 뿜어내는 작품(라우라 그리시 ‘남동풍(풍속 40노트)’)도 있습니다. 이 전시는 두 큐레이터의 다른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우선 풀리에세는 이탈리아 작가 루초 폰타나를 연구하며 공간을 활용한 미술 작품을 깊이 보게 됐다고 합니다.“이런 작품에서는 관객이 그 속으로 들어가면서, 의미가 작동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 마법과 같은 과정에 매료됐습니다.” 리소니는 밀라노 외곽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을 꺼냈습니다.“제가 살던 마을에 1970년대 환경 미술 작품으로 가득한 저택인 ‘판차 컬렉션’이 있었어요. 제임스 터렐, 로버트 어윈, 댄 플래빈, 브루스 나우먼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있었고, 특히 마리아 노드먼의 ‘암흑의 방’에서 노을이 질 때까지 기다리며 빛이 변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런 기억을 갖고 있던 두 사람은 리소니가 하우스 데어 쿤스트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뒤 본격적으로 ‘환경 미술(Environmental Art)’ 전시의 기획을 논의하기 시작합니다.탐정이 된 큐레이터들풀리에세는 전시를 논의하던 첫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했습니다.“큰 테이블에 100여 장의 작품 사진을 올려놓고, 어떤 것이 흥미로운지 이야기를 나눴죠. 첫눈에 강렬하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꼽아 보니 모두 여성 작가였습니다.” 전시는 ‘환경 미술’의 잊힌 작가들을 조명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유럽이나 남미, 아시아의 여성 작가들이 전면에 등장합니다. 문제는 이 작품들이 50∼70년 전 것이고, 보존이 돼 있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두 큐레이터는 마치 단서를 찾아 나가는 탐정처럼 작품의 흔적을 추적했다고 회고합니다.“이탈리아 작가 난다 비고의 작품을 복원할 때는 남아 있는 도면이 없어서 1960년대 유명 잡지에 실린 사진 몇 장을 가지고 원작의 크기와 높이를 역으로 계산했습니다.”(풀리에세)“아르헨티나 작가 마르타 미누힌의 전시 영상을 구하기 위해 팬데믹 시기 어렵게 허가를 받아 스페인 마드리드의 현대미술관으로 날아가서 겨우 공식 대여 절차를 밟았어요. 나중에 아르헨티나로 가서 미누힌을 만나 이 이야길 했더니 ‘그 필름 내 창고에 있을 텐데, 이메일로 보내줄까?’라고 해 허탈했던 기억도 있습니다.”(리소니)50년 만에 제대로 작품을 보다 두 사람은 “전시 과정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다 얘기하려면 며칠이 걸릴 것”이라며 웃었습니다. 이렇게 사연이 많은 건 이 작품들이 당대에는 혹평받거나, 무관심과 재정난 속에서 어렵게 만든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규모 작품인 알렉산드라 카수바의 ‘스펙트럼 통로’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었다고 합니다. 독일과 로마, 홍콩 전시까지 보러 왔던 이 관객은 50년 전 작가와 함께 전시를 준비했던 큐레이터였습니다.“전시를 준비하다 하차했고, 이후 완성된 작품을 보지 못했다고 해요. 전시 개막 뒤에는 반응이 좋지 않아 동료 큐레이터는 해고당했다고 하니까요.” 한국 전시에는 특별히 정강자의 설치 작품 ‘무체전’(1970년)도 56년 만에 복원됐습니다. 검은 장막으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들어가면, “여러분은 지금 나의 작품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라는 음성이 들리고 사이렌이 울리며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전위 예술을 ‘선동적’이라고 여긴 정부의 지시로 중도에 철거된 비운의 작품입니다. 작품 복원을 맡았던 리움미술관 조은정 큐레이터는 “전시를 제작하는 과정이 예술가들의 못다 한 이야기를 다시 제대로 소환하는 ‘의식’처럼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다른 공간 안으로’전은 맨발로 뛰어다니고 부딪치며 즐겁게 체험해 보기 좋은 전시입니다. 그렇게 느껴 본 다음 이 전시를 한층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제작 연도를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내 목소리’를 막지 말라는 아우성이 빗발쳤던 1950∼1970년대 분위기 속에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작품을 만든 예술가들의 뜨거움을 느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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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싸움은 어디든 있다… ‘어셈블리 홀’도 마찬가지

    농구 골대가 드높이 걸려 있는 마을회관(Assembly Hall). 중세 어느 가문을 상징했을 법한 문장과 깃발이 웅장하게 걸린 가운데, 출입구에 ‘EXIT’ 전등이 빨갛게 빛난다. 이곳에 모인 몇몇 사람들은 중세 기사단을 재현하는 축제를 여는 동호회 ‘자애와 보호의 기사단’ 회원들. 플라스틱 의자를 나란히 놓고 앉은 이들이 심각하게 의논한다. “커피를 지금 내놓을까요, 아니면 나중에?” 캐나다 출신 스타 안무가 크리스털 파이트와 극작가 조너선 영의 화제작 ‘어셈블리 홀’이 5∼7일 한국을 찾았다.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작품은 지난해 영국 올리비에상 무용 작품상 수상작. 신규 회원도, 돈도 없는 쇠락한 동호회의 지루한 회의와 그 가운데 펼쳐지는 중세 판타지가 웃음과 탄성을 오가게 만든다. 이야기는 ‘자애와 보호의 기사단’ 정기총회에서 존재감 없던 소심한 회원 ‘데이브’가 캐스팅 보트를 쥐면서 펼쳐진다. 동호회 존폐를 가를 최종 투표에서 의견은 3:3으로 대립하고, 데이브는 평소처럼 대세에 따라 ‘예스’ 라고 할지, 아니면 용기를 내 ‘노’라 한 뒤 이 무기력을 끝낼지 기로에 선다. 순간 그가 중세 투구를 쓰면서 장면은 판타지로 넘어간다. 마을회관의 붉은 장막이 열리자 신비로운 숲이 등장하고, 무용수들이 반짝이는 갑옷과 투구, 칼을 휘두르며 바로크 회화 같은 웅장한 장면이 연출된다. ‘기사’가 된 데이브 앞에 흰옷을 입은 여인이 나타나 “네가 필요한 말을 하지 않았다”며 원망한다. 소심한 데이브는 내적 갈등에 빠지는데, 이를 무용수 7명이 모두 데이브의 옷을 입고 스톱모션으로 연출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파이트는 “마을회관에서 관객은 어디서나 마주하는 소소한 정치 싸움과 갈등을 보게 된다”며 “이들은 중세 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모였지만, 해마다 그것을 이어가는 과정은 점점 이들을 지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만든 구조들(회의 규칙, 종교, 민주주의)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러면서 동시에 얼마나 연약한가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독특한 요소는 무용이지만 대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무대에서 녹음된 음성이 재생되고 이에 맞춰 안무가들이 립싱크 연기를 한다. 대사가 간단하기에 관객은 말의 내용보다 안무가들의 커다란 제스처를 눈여겨본다. 파이트는 “조너선과 저는 종종 말과 행동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어긋남을 탐구해 왔다”고 했다. 데이브가 정기총회에서 ‘예스’라고 말할지라도, 그 한마디 안에 숨은 수많은 맥락과 드라마를 몸짓으로 펼쳐내 현대적이고 참신하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무엇이 중요한가?’를 자문하게 된다. “가슴의 미세한 오르내림, 눈꺼풀의 떨림, 손끝의 긴장 같은 ‘움직임’이 무언가가 살아있다는 환상을 만듭니다. 그런데 움직임은 환상에 불과한가, 아니면 그 자체가 깊은 진실에 닿아 있는가? 이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습니다.”(파이트)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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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과 몸짓의 미묘한 어긋남… 베일 벗은 무용극 ‘어셈블리 홀’

    농구 골대가 드높이 걸려 있는 마을회관(Assembly Hall). 중세 어느 가문을 상징했을 법한 문장과 깃발이 웅장하게 걸린 가운데, 출입구에 ‘EXIT’ 전등이 빨갛게 빛난다. 이곳에 모인 몇몇 사람들은 중세 기사단을 재현하는 축제를 여는 동호회 ‘자애와 보호의 기사단’ 회원들. 플라스틱 의자를 나란히 놓고 앉은 이들이 심각하게 의논한다. “커피를 지금 내놓을까요, 아니면 나중에?”캐나다 출신 스타 안무가 크리스털 파이트와 극작가 조너선 영의 화제작 ‘어셈블리 홀’이 5~7일 한국을 찾았다.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작품은 지난해 영국 올리비에상 무용 작품상 수상작. 신규 회원도, 돈도 없는 쇠락한 동호회의 지루한 회의와 그 가운데 펼쳐지는 중세 판타지가 웃음과 탄성을 오가게 만든다.이야기는 ‘자애와 보호의 기사단’ 정기총회에서 존재감 없던 소심한 회원 ‘데이브’가 캐스팅 보트를 쥐면서 펼쳐진다. 동호회 존폐를 가를 최종 투표에서 의견은 3:3으로 대립하고, 데이브는 평소처럼 대세에 따라 ‘예스’ 라고 할지, 아니면 용기를 내 ‘노’라 한 뒤 이 무기력을 끝낼지 기로에 선다. 순간 그가 중세 투구를 쓰면서 장면은 판타지로 넘어간다.마을 회관의 붉은 장막이 열리자 신비로운 숲이 등장하고, 무용수들이 반짝이는 갑옷과 투구, 칼을 휘두르며 바로크 회화 같은 웅장한 장면이 연출된다. ‘기사’가 된 데이브 앞에 흰옷을 입은 여인이 나타나 “네가 필요한 말을 하지 않았다”며 원망한다. 소심한 데이브는 내적 갈등에 빠지는데, 이를 무용수 7명이 모두 데이브의 옷을 입고 스톱모션으로 연출하는 장면이 압권이다.파이트는 “마을회관에서 관객은 어디서나 마주하는 소소한 정치 싸움과 갈등을 보게 된다”며 “이들은 중세 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모였지만, 해마다 그것을 이어가는 과정은 점점 이들을 지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만든 구조들(회의 규칙, 종교, 민주주의)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러면서 동시에 얼마나 연약한가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이 작품의 또 다른 독특한 요소는 무용이지만 대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무대에서 녹음된 음성이 재생되고 이에 맞춰 안무가들이 립싱크 연기를 한다. 대사가 간단하기에 관객은 말의 내용보다 안무가들의 커다란 제스처를 눈여겨본다. 파이트는 “조너선과 저는 종종 말과 행동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어긋남을 탐구해 왔다”고 했다. 데이브가 정기총회에서 ‘예스’라고 말할지라도, 그 한마디 안에 숨은 수많은 맥락과 드라마를 몸짓으로 펼쳐내 현대적이고 참신하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무엇이 중요한가?’를 자문하게 된다. “가슴의 미세한 오르내림, 눈꺼풀의 떨림, 손끝의 긴장 같은 ‘움직임’이 무언가가 살아있다는 환상을 만듭니다. 그런데 움직임은 환상에 불과한가, 아니면 그 자체가 깊은 진실에 닿아 있는가? 이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습니다.”(파이트)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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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극장 쿼드, 연극의 본질을 다시 묻다

    원로 연출가 5인이 고전과 현대의 여러 텍스트를 재구성한 작품들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QUAD)는 9월 8일부터 12월 7일까지 ‘2026 쿼드, 연극의 질문들: 진화하는 텍스트’를 개최한다.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는 ‘초기술 시대’에 연극의 본질을 다시 묻는 공연 프로젝트다. 구순의 연출가인 김우옥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1981년 국내 초연했던 ‘혁명의 춤’(10월 28일∼11월 8일)을 무대에 올린다. 2000년 경기 안성시 야외극장에서 공연됐던 ‘맥베스21’을 재해석한 김아라 연출의 ‘더 사운드 오브 맥베스’(9월 8∼13일)와 2017년 초연됐던 일상 소재로 정의와 위선을 다룬 김광보 연출의 ‘옥상 밭 고추는 왜’(9월 18일∼10월 4일)도 선보인다. 김우옥 연출은 “초연 때는 서사가 없다며 냉랭한 대우를 받았는데 2023년 재공연에선 달랐다”며 “서사 없는 연극의 생명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1년 영화 ‘그을린 사랑’의 원작인 ‘화염’(이성열 연출·11월 14일∼12월 6일), 인간의 집착과 불안을 상징적인 오브제와 밀도 높은 공간 구성으로 풀어낸 한태숙 연출의 ‘서안화차’(12월 16∼27일)도 쿼드 극장 무대에 오른다. 한 연출은 “한 인간이 갖지 못하는 걸 갖고 싶어 할 때의 절망, 갈망 등 엉킨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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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책을 사랑한 폐지 압축공… 그를 살게했던 ‘시끄러운 고독’

    체코 프라하에 있는 어느 지하 작업장. 35년 동안 폐지를 압축하며, 그 속에 담긴 인류의 지성과 철학을 흡수한 압축공 ‘한탸’가 있다. 겉보기엔 거칠고 외로운 노동자지만, 수십 년간 독서를 하며 책과 정신적 교감을 한 그의 내면은 풍요롭고 시끄럽다. 어느 날 효율성과 기계화를 앞세운 현대식 압축기가 등장하며 한탸는 치명적인 위기를 마주하는데….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 원작인 연극이 다음 달 4일 서울 종로구 SH아트홀에서 개막한다. 종이책을 사랑한 압축공, 한탸 역으론 배우 정동환(77)이 출연한다. 작품을 기획한 임야비 연출은 “실제로도 정 배우는 엄청난 다독가”라며 “7시간짜리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017년)에서 주인공 포함 1인 5역을 맡았을 때도 도스토옙스키 원작을 완독한 건 물론 대심문관의 35분짜리 독백 장면을 완벽하게 구현해 화제가 됐다”고 했다. 정 배우는 괴테의 ‘파우스트’와 톨스토이의 ‘참회록’, 단테의 ‘신곡’, 셰익스피어의 ‘햄릿’ 등 고전 문학을 원작으로 한 연극 작품에 다수 출연해 왔다. 자신이 맡은 작품의 대본뿐 아니라 원작까지 꼭 찾아 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연출 역시 아버지가 출판사에 다녔고 어머니가 서점을 운영하는 등 책과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다. 한 연극 뒤풀이 자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책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가까워졌다고. “벽돌책이나 장시간을 요하는 공연 말고, 산뜻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을 추천해 달라”는 정 배우의 말에 임 연출이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제안했고, 결국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르게 됐다. 연극은 관객이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듯 대사를 인지하는 ‘악독극(樂讀劇)’ 형태로 진행된다. 배우가 말로 대사를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수어를 사용하거나 글씨를 쓰고, 미리 녹음된 음성을 트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좋은 책 한 권을 완독하고 나가는 체험을 선사한다”는 의도가 담겼다. 또 극장 입구부터 로비까지 옛 신문 폐지와 헌책으로 바닥을 가득 채워 한탸의 지하실처럼 연출한다. 공연장에 입장하면 폐지가 관객석 위까지 차 있어서 완전히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체험을 하도록 만들 예정이다. 정 배우는 이 연극을 두고 “연극이 책에 바치는 헌사”라고 했다. 책과 종이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세상에서, 책을 너무 사랑해서 스스로 책이 된 한 남자를 만나볼 수 있다. 다음 달 19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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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로 연출가 5인, 고전과 현대 넘나들며 ‘연극의 본질’ 묻는다

    원로 연출가 5인이 고전과 현대의 여러 텍스트를 재구성한 작품들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QUAD)는 9월 8일부터 12월 7일까지 ‘2026 쿼드, 연극의 질문들: 진화하는 텍스트’를 개최한다.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는 ‘초기술 시대’에 연극의 본질을 다시 묻는 공연 프로젝트다.구순의 연출가인 김우옥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1981년 국내 초연했던 ‘혁명의 춤’(10월 28일~11월 8일)을 무대에 올린다. 2000년 경기 안성시 야외극장에서 공연됐던 ‘맥베스21’을 재해석한 김아라 연출의 ‘더 사운드 오브 맥베스’(9월 8~13일)와 2017년 초연됐던 일상 소재로 정의와 위선을 다룬 김광보 연출의 ‘옥상 밭 고추는 왜’(9월 18일~10월 4일)도 선보인다. 김우옥 연출은 “초연 때는 서사가 없다며 냉랭한 대우를 받았는데 2023년 재공연에선 달랐다”며 “서사 없는 연극의 생명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1년 영화 ‘그을린 사랑’의 원작인 ‘화염’(이성열 연출∙11월 14일~12월 6일), 인간의 집착과 불안을 상징적인 오브제와 밀도 높은 공간 구성으로 풀어낸 한태숙 연출의 ‘서안화차’(12월 16~27일)도 쿼드 극장 무대에 오른다. 한 연출은 “한 인간이 갖지 못하는 걸 갖고 싶어 할 때의 절망, 갈망 등 엉킨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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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보고 나면, 책 한권 완독한 느낌 받았으면”

    체코 프라하의 어느 지하 작업장. 35년 동안 폐지를 압축하며 그 속에 담긴 인류의 지성과 철학을 온몸으로 흡수한 압축공 ‘한탸’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거칠고 외로운 노동자지만, 수십 년간 책을 보며 정신적 교감을 나누던 그의 내면은 풍요롭고 시끄럽다. 그러던 어느 날 효율성과 기계화를 앞세운 현대식 압축기가 등장하며 한탸는 치명적인 위기를 마주하는데….이러한 한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이 7월 4일 서울 종로구 SH아트홀에서 개막한다. 종이책을 사랑한 압축공, 한탸역으로 배우 정동환이 출연한다. 이 작품을 기획한 임야비 연출은 “정동환 배우는 엄청난 다독가”라며 “7시간짜리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017년)’에서 주인공을 비롯해 1인 5역을 맡았을 때도 도스토예프스키 원작을 완독한 것은 물론 대심문관의 35분짜리 독백 장면을 완벽하게 구현해 화제가 됐다”고 했다.정 배우는 괴테 ‘파우스트’, 톨스토이의 ‘참회록’, 단테 ‘신곡’, 셰익스피어 ‘햄릿’ 등 고전 문학을 원작으로 한 연극 작품에 다수 출연했고, 자신이 맡은 작품의 대본뿐 아니라 원작까지 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연출 역시 아버지가 출판사에 다녔고 어머니가 서점을 운영해 책과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다. 이런 책에 대한 사랑이 정 배우와 임 연출을 연결해 줬고, ‘벽돌책이나 장시간을 요하는 공연 말고 산뜻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을 추천해 달라’는 정 배우의 말에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제안하며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르게 됐다.작품은 관객이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듯 대사를 인지하는 ‘악독극(樂讀劇)’ 형태로 진행된다. 배우가 단순히 말함으로써 대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수어를 사용하거나 글을 쓰고, 미리 녹음된 음성을 트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좋은 책 한 권을 완독하고 나가는 체험을 선사한다”는 의도다.또 극장 입구부터 로비까지 옛 신문 폐지와 헌책으로 극장 바닥을 가득 채워 한탸의 지하실처럼 연출한다. 극장으로 입장하면 폐지가 관객석 위까지 차 있어서 완전히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체험을 하도록 만들 예정이다.정 배우는 이번 연극에 대해 “연극이 책에 바치는 헌사”라고 설명했다. 책과 종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세상임에도, 책을 너무 사랑해 스스로 압축기 안에 들어가 책이 되어버린 노인을 연기하는 정 배우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월 19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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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파산이 예정된 청년들, 너무 성긴 안전그물

    신용불량자가 돼 거리로 나온 노숙인들을 위해 리걸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회생 및 파산 전문 변호사가 된 저자. 10여 년간 그가 법정에서 대리한 사람들은 사업에 실패한 4050 가장, 병원비를 감당 못 한 노년층이었다. 그런데 2020년 무렵부터 앳된 얼굴을 한 의뢰인이 늘기 시작했다.이들은 학자금 대출, 전세 사기, 코인·주식 투자 실패 등 갖가지 이유로 벼랑 끝에 몰린 청년들이었다. 2023년 우리나라에서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 중 47%가 2030 청년이었단 통계가 그의 경험을 뒷받침한다. 책은 이 청년들이 왜 빚더미로 내몰렸는지, 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지를 분석한다.저자는 먼저 의뢰인들의 사연을 재구성한 여러 사례를 보여준다. 학자금 대출을 안고 졸업했다가 구직난으로 더 큰 빚을 지게 된 20대 청년, 집주인이 수십억 원의 체납 세금을 남기고 숨져 전세 사기로 채무를 떠안은 신혼부부, 큰돈을 벌기 위해 리딩방에 들어갔다가 투자 사기를 당해 빚을 진 젊은이 등이 등장한다. 나아가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몇몇 청년들은 ‘한국인 명의 신분증’을 노리는 글로벌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던, 고수익 해외 취업이란 꼬드김에 걸려 캄보디아에서 범죄 조직에 감금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22세 대학생이 대표적인 경우다.이런 사건들을 개별 사례로 접하면 문제를 개인의 일탈이나 도덕적 해이 탓으로 돌리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현재의 2030세대는 자산이 감소하는 유일한 세대이며, 이들의 절망과 불안감을 겨냥한 ‘부채의 사슬’의 설계자가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월급을 저축해 중위 가격 아파트를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지표인 PIR(Price to Income Ratio)은 서울 기준 2015년 전후 약 8년에서 2024년 14.8년으로 10년 만에 두 배로 치솟았다. 지난 10년(2014∼2023년) 동안 20대 가구주의 소득 증가율은 21%인데, 같은 기간 물가 누적 상승률은 약 20%에 이른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 가격은 두 배 폭등했다. 노동의 가치가 상실된 시대가 주는 ‘공포’가 빚과 사기 범죄로 청년들을 몰아내고 있다는 진단이다.저자는 우리 사회가 언급하기 꺼리는 ‘회생·파산 제도’는 시혜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안전그물이란 관점을 ‘이자’가 탄생한 역사적 맥락을 통해 짚어낸다. 우리가 평소 금융기관에 내는 ‘대출 이자’의 본질은 일종의 보험료다. 은행이 100명에게 돈을 빌려준다면 5명 안팎이 파산할 것을 통계적으로 예상해 미리 받는 것이라는 관점이다.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회생·파산 제도는 추락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을 막고, 다시 일어나 경제 활동을 하며 납세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안전그물이 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책의 후반부에선 파산 제도를 통해 회복의 탄성을 제공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정리했다. 저자는 “한국이 실패를 용납하지 않아 활력을 잃어갈 것이 아니라 혁신과 야성을 권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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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의 감동, 연극무대로… ‘키팅 선생님’ 차인표 “카르페 디엠”

    영화관에서 관객을 웃고 울렸던 명작이 잇따라 연극 무대에 오른다. 카메라의 프레임을 벗어나 배우들의 숨소리와 땀방울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무대 예술로의 변신은, 원작 영화의 팬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생생함을 선사한다. 스크린의 감동을 넘어 무대의 문법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려는 두 작품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키팅 선생’으로 첫 무대 서는 차인표 1989년 개봉해 미국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원작으로 한 동명 연극이 국내 처음으로 라이선스 공연된다. 이번 연극은 영화 원작의 각본을 쓰기도 했던 톰 슐먼이 집필한 극본을 사용한다. 다음 달 18일부터 9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NOL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막을 올리는 이번 공연은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가 배경.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존 키팅’이 성공만을 강요받던 학생들에게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란 메시지를 전하며 벌어지는 변화를 다룬다. 키팅 역할은 배우 차인표가 맡아 눈길을 끈다.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하는 차 배우는 “36년 전 작은 극장에서 어머니, 동생과 이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오랜 세월을 살다 보니 ‘키팅 선생의 말이 맞았구나’ 알게 된 순간이 있다”며 “내가 깨달은 의미를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제작사인 마스트인터내셔널의 김용관 대표는 “차인표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리더십으로, 학생들의 영혼을 깨우는 키팅을 진중하게 그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키팅 선생 역엔 배우 오만석, 연정훈도 함께 캐스팅됐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2024년 프랑스 파리 무대에 오른 바 있다. 당시 2년 연속 전석 매진, 누적 관객 35만 명을 돌파하며 프랑스 연극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몰리에르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초연은 조광화가 연출하고 이동준 음악감독, 고태용 의상 디자이너가 제작진으로 합류했다.● 통제된 공간, 무한한 상상력미국과 영국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독일 영화 ‘타인의 삶’(2006년)을 원작으로 한 동명 연극도 다시 관객을 만난다. 이 작품은 2024년 11월 초연 당시에도 객석 점유율 98%를 기록했다. 영화 원작을 손상규 연출가가 연극 버전으로 각색하고 연출했는데, 영화의 서사를 무대의 문법으로 자연스럽게 재해석해 반응이 좋았다.‘타인의 삶’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동독에서 정부가 예술가를 감시하는 사건을 다룬다. 사회주의에 대한 견고한 신념을 가졌던 비밀경찰 ‘비즐러’는 예술가 커플을 도청하며 내적 균열을 겪는다. 예술을 지키려다 선택의 기로에 서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배우 ‘크리스타’의 복잡한 내면도 펼쳐진다. 초연 때 이 작품은 소품을 최소한으로 쓰면서도 배우들의 연기와 음향을 적극 활용해 비즐러의 도청실이나 드라이만의 집, 극장 등 다양한 장소를 구현한 연출로 주목받았다. 영화가 비즐러의 도청 장면과 드라이만의 집을 교차해 보여줬다면, 연극 무대에선 비즐러가 수화기를 들고 감시 대상인 드라이만을 따라다니는 등 ‘도청’과 ‘감시’란 정적인 소재에서 긴장감을 한껏 끌어냈다. 이번 공연은 다음 달 1일 개막해 9월 13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U+스테이지에서 열린다. 초연에서 비즐러를 연기했던 배우 윤나무와 이동휘가 다시 무대에 선다. 장승조, 우정원, 임수향, 김수현 배우가 새로 합류했다. 프로젝트그룹 일다의 심보람 PD는 “검증된 초연 배우들의 앙상블 위에 새로운 배우들이 만들어낼 시너지가 이번 시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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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팅 선생’ ‘타인의 삶’…스크린 감동 넘어 숨소리까지 무대로 전한다

    영화관에서 관객을 웃고 울렸던 명작이 잇따라 연극 무대에 오른다. 카메라의 프레임을 벗어나 배우들의 숨소리와 땀방울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무대 예술로의 변신은, 원작 영화의 팬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생생함을 선사한다. 스크린의 감동을 넘어 무대의 문법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려는 두 작품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키팅 선생’으로 첫 무대 서는 차인표1989년 개봉해 미국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원작으로 한 동명 연극이 국내 처음으로 라이선스 공연된다. 이번 연극은 영화 원작의 각본을 쓰기도 했던 톰 슐만이 집필한 극본을 사용한다.다음 달 18일부터 9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NOL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막을 올리는 이번 공연은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가 배경.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존 키팅’이 성공만을 강요받던 학생들에게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란 메시지를 전하며 벌어지는 변화를 다룬다.키팅 역할은 배우 차인표가 맡아 눈길을 끈다. 연극 무대에 첫 도전하는 차 배우는 “36년 전 작은 극장에서 어머니, 동생과 이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오랜 세월을 살다 보니 ‘키팅 선생의 말이 맞았구나’ 알게 된 순간이 있다”며 “내가 깨달은 의미를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제작사인 마스트인터내셔널의 김용관 대표는 “차인표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리더십으로, 학생들의 영혼을 깨우는 키팅을 진중하게 그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키팅 선생 역엔 배우 오만석, 연정훈도 함께 캐스팅됐다.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2024년 프랑스 파리 무대에 오른 바 있다. 당시 2년 연속 전석 매진, 누적 관객 35만 명을 돌파하며 프랑스 연극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몰리에르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초연은 조광화가 연출하고 이동준 음악감독, 고태용 의상 디자이너가 제작진으로 합류했다.● 통제된 공간, 무한한 상상력미국과 영국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독일 영화 ‘타인의 삶’(2006년)을 원작으로 한 동명 연극도 다시 관객을 만난다. 이 작품은 2024년 11월 초연 당시에도 객석 점유율 98%을 기록했다. 영화 원작을 손상규 연출가가 연극 버전으로 각색하고 연출했는데, 영화의 서사를 무대의 문법으로 자연스럽게 재해석해 반응이 좋았다.‘타인의 삶’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동독에서 정부가 예술가를 감시하는 사건을 다룬다. 사회주의에 대한 견고한 신념을 가졌던 비밀경찰 ‘비슬러’는 예술가 커플을 도청하며 내적 균열을 겪는다. 예술을 지키려다 선택의 기로에 서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배우 ‘크리스타’의 복잡한 내면도 펼쳐진다.초연 때 이 작품은 소품을 최소한으로 쓰면서도 배우들의 연기와 음향을 적극 활용해 비즐러의 도청실이나 드라이만의 집, 극장 등 다양한 장소를 구현한 연출로 주목 받았다. 영화가 비즐러의 도청 장면과 드라이만의 집을 교차해 보여줬다면, 연극 무대에선 비즐러가 수화기를 들고 감시 대상인 드라이만을 따라다니는 등 ‘도청’과 ‘감시’란 정적인 소재에서 긴장감을 한껏 끌어냈다.이번 공연은 다음 달 1일 개막해 9월 13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U+스테이지에서 열린다. 초연에서 비즐러를 연기했던 배우 윤나무와 이동휘가 다시 무대에 선다. 장승조, 우정원, 임수향, 김수현 배우가 새로 합류했다. 프로젝트그룹 일다의 심보람 PD는 “검증된 초연 배우들의 앙상블 위에 새로운 배우들이 만들어낼 시너지가 이번 시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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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가우디는 어떻게 ‘신의 건축가’가 됐나

    매년 수백만 명의 여행자와 건축가들이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를 보려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한다. 140년이 넘도록 건축 중인 ‘미완의 걸작’이라는 스토리도 있지만, 자연의 곡선과 기하학적 계산을 결합한 독특한 형태가 주는 감동이 크기 때문이다. 인간의 손으로 신의 세계를 구현하려고 했던 안토니 가우디의 별세 100주년을 맞아 스페인에서 출간된 그의 평전이 국내에도 번역됐다. 가톨릭 신부이자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신학 자문위원이기도 했던 저자가 ‘괴짜 천재’로 불리었던 가우디의 인간적, 예술적 면모를 고증을 바탕으로 그렸다. 생전 가우디는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던 탓에 예술 세계나 철학이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저자는 유럽 여러 기관과 개인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그를 토대로 그의 삶과 건축물에 대해 썼다. 덕분에 가우디의 여러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중 하나가 가우디의 영적 방황과 신앙의 위기다. 가우디는 흔히 평생을 종교에 헌신한 ‘신의 건축가’로 불리지만, 저자는 대학 시절 가우디가 ‘오만한 천재’였으며, 여느 청년들처럼 극심한 신앙적 회의와 방황을 겪었음을 밝혀낸다. 그럼에도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설계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런 고뇌를 거쳐 신앙의 본질을 재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가우디는 유년 시절 관절 류머티즘을 앓았던 탓에 또래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했다. 대신 해변의 자연을 고독하게 관찰하고 놋쇠 장인이었던 아버지 아래서 3차원 입체를 만지며 자랐다. 그가 독창적인 곡선의 기하학을 꽃피운 데엔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한다. 책은 가우디의 삶의 행로를 바탕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물론이고 카사 바트요, 라 페드레라, 구엘 공원 등 그의 주요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읽어낸다. 가우디의 건축 작품 사진과 미공개 스케치 작업물, 그의 생애 여러 순간을 담은 사진도 함께 수록해 시각적인 설명을 더했다. 거장이 남긴 건축물을 한 인간의 정신적인 투쟁의 결과로 읽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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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발레단 입단’ 김별 “두려움 없어, 무대 즐길것”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무대 위에서 잘하는 일만 남았네요.”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김별 씨(22·사진)는 9월부터 오스트리아 빈 국립발레단의 정식 단원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낯선 환경과 새로운 작품을 마주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고, 무대 자체를 즐기는 편”이라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28일 국립발레단에 따르면 김 씨는 2024년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개최된 ‘인터내셔널 드래프트 워크스’에서 국립발레단의 ‘계절; 봄’ 무대에 참여했다가 알렉산드라 페리 빈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눈에 띈 것이 이번 입단의 계기가 됐다. 이영철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는 김 씨를 두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과 잠재력을 지닌 무용수”라며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계절; 봄’을 공연했으면 좋겠다는 강수진 당시 단장의 이야기를 듣고 망설임 없이 김 씨를 캐스팅했다”고 회고했다. 김 씨는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2021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6월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백조의 호수’ 공연을 끝으로 국내 활동을 마무리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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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리나 김별, 빈 국립발레단 정식 단원으로 합류

    국립발레단 소속 발레리나 김별이 9월부터 오스트리아 빈 국립발레단에 정식 단원으로 합류한다. 이번 입단은 현지 오디션을 거치지 않고 김별과 알렉산드라 페리 빈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결된 뒤, 영상 심사와 온라인 인터뷰만으로 입단이 결정된 사례여서 눈길을 끈다.28일 국립발레단에 따르면 김별과 페리 감독의 인연은 2024년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개최된 ‘인터내셔널 드래프트 워크스’에서 시작됐다. 당시 김별은 국립발레단의 ‘계절; 봄’ 무대를 위해 영국을 찾았다. 이곳에서 공연 전 스튜디오에서 클래스를 하는 김별을 눈여겨 본 페리 감독은 “당신의 춤이 매우 아름답고 마음에 든다”며 칭찬하고 이메일 연락처를 물어보았다.이후 연락은 이어지지 않았는데 올해 2월 김별이 페리 감독에게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나를 기억하느냐”고 인사를 건넸고, 페리 감독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김별에게 입단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게 됐다.김별은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홈스쿨링을 거쳐 2021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이영철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과 잠재력을 지닌 무용수”라며 “2024년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계절; 봄’을 공연했으면 좋겠다는 당시 강수진 단장의 이야기를 듣고 망설임 없이 김별 무용수를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성이 가득한 무용수를 떠나보내 아쉽기도 하지만,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김별 무용수의 앞날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덧붙였다.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김별은 “낯선 환경과 새로운 작품을 마주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으며, 무대 자체를 즐기는 편”이라며, “무용수로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이번 결정을 내렸고,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무대 위에서 잘하는 일만 남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별은 6월 전주에서 열리는 ‘백조의 호수’ 공연을 끝으로 국내 활동을 마무리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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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다운 움직임은 무엇인가?”… 탈 바뀌니 다른 인물로 ‘탈바꿈’

    커다란 탈을 쓰고 북소리에 맞춰 어깨춤을 추는 무용수들. 막이 전환되자 전자 탈을 쓰고 나타나 완전히 다른 춤을 춘다. 탈춤을 소재로 ‘우리다운 움직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 ‘탈바꿈’이 다음 달 19∼2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에 앞서 2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습실에서 ‘탈바꿈’의 일부 장면이 공개됐다. 안무가 이재화는 “한국 무용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새로운 것을 보여 줄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하다가 ‘탈바꿈’이란 단어에 꽂혀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탈바꿈’은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우수작에 선정됐고, 지난해 국제현대무용제(MODAFE) 폐막작으로 초청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안무가는 “이전에 선보였던 30분 공연을 60분으로 늘리면서 전통 탈만 쓰는 것이 아니라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이용해 춤을 추는 도중 가면이 바뀌도록 설정했다”고 했다. 가면이 바뀌는 순간 무용수의 몸짓도 순식간에 바뀌면서 다른 인물로 ‘탈바꿈’한다. 국립무용단 이요음 단원은 “극도로 내향적인 성격인데 무대에서 탈을 쓰는 순간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긴다”며 “평소보다 더 익살스럽고 과감한 캐릭터 표현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조승열 단원은 “공연의 절반 이상을 탈을 쓰고 있어야 해 시야나 호흡이 답답한 점은 있지만, 하회탈이나 각시탈 등 어떤 탈을 쓰느냐에 따라 내 몸도 그 캐릭터에 동화되는 감각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무대에는 거대한 회전 구조물이 등장하는데, 이 안무가는 이것을 ‘한국적 정신’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재가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버텨야 한다’, ‘할 수 있다’는 인내 혹은 억압이 한국적이라고 느끼거든요. 무대 위 장치는 ‘늘 끌어야 하는 수레’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누군가는 수레를 끌면서 버티고, 누군가는 편하게 활보하는 계급 구조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탈춤은 겉으로 보기엔 익살스럽지만, 가면을 쓰고 말할 수밖에 없는 억압이나 슬픔을 이겨내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춤이기도 하다. 무대 위 장치 역시 이런 해석을 반영한다. 공연은 무대 위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전자음악이 어우러질 예정이다. 개막 전인 6월 4일에는 작품의 일부 움직임을 직접 배워 보는 오픈 클래스도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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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 탈에서 LED 탈까지…현대무용 ‘탈바꿈’

    커다란 탈을 쓰고 북소리에 맞춰 어깨춤을 추는 무용수들. 막이 전환되자 전자 탈을 쓰고 나타나 완전히 다른 춤을 춘다. 탈춤을 소재로 ‘우리다운 움직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 ‘탈바꿈’이 다음 달 19~2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공연에 앞서 2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습실에서 ‘탈바꿈’의 일부 장면이 공개됐다. 안무가 이재화는 “한국 무용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하다가 ‘탈바꿈’이란 단어에 꽂혀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탈바꿈’은 ‘2024 안무가 프로젝트’ 우수작에 선정됐고, 지난해 국제현대무용제(MODAFE) 폐막작으로 초청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이 안무가는 “이전에 선보였던 30분 공연을 60분으로 늘리면서 전통 탈만 쓰는 것이 아니라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이용해 춤을 추는 도중 가면이 바뀌도록 설정했다”고 했다. 가면이 바뀌는 순간 무용수의 몸짓도 순식간에 바뀌면서 다른 인물로 ‘탈바꿈’한다.국립무용단 이요음 단원은 “극도로 내향적인 성격인데 무대에서 탈을 쓰는 순간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긴다”며 “평소보다 더 익살스럽고 과감한 캐릭터 표현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조승열 단원은 “공연의 절반 이상을 탈을 쓰고 있어야 해 시야나 호흡이 답답한 점은 있지만, 하회탈이나 각시탈 등 어떤 탈을 쓰느냐에 따라 내 몸도 그 캐릭터에 동화되는 감각을 느낀다”고 설명했다.무대에는 거대한 회전 구조물이 등장하는데, 이 안무가는 이것을 ‘한국적 정신’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소재가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버텨야 한다’, ‘할 수 있다’는 인내 혹은 억압이 한국적이라고 느끼거든요. 무대 위 장치는 ‘늘 끌어야 하는 수레’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누군가는 수레를 끌면서 버티고, 누군가는 편하게 활보하는 계급 구조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탈춤은 겉으로 보기엔 익살스럽지만, 가면을 쓰고 말할 수밖에 없는 억압이나 슬픔을 이겨내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춤이기도 하다. 무대 위 장치 역시 이런 해석을 반영한다. 공연은 무대 위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전자음악이 어우러질 예정이다. 개막 전인 6월 4일에는 작품의 일부 움직임을 직접 배워보는 오픈 클래스도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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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 어디서 시작됐는지 잊지 마세요” 팝스타 얼리샤 키스 뮤지컬 韓 상륙

    미국 뉴욕의 ‘비공식 주제곡’으로 불리는 ‘Empire State of Mind’부터 R&B 발라드 ‘If I Ain’t Got You’, 당당하고 진취적인 에너지를 담은 ‘Girl on Fire’…. 세계적인 팝스타 얼리샤 키스의 명곡과 성장 드라마를 담은 뮤지컬 ‘헬스 키친(Hell’s Kitchen)’이 올여름 한국 관객을 찾는다. 7월 24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헬스 키친’은 뉴욕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에 있는 헬스 키친 지역이 배경 무대. 날것의 에너지가 요동치던 ‘맨해튼 플라자’ 아파트에서 자란 주인공 ‘앨리’와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뤘다. 앨리 역은 손승연, 김수하, 박지연이 맡는다. 제작자로 변신해 이 작품을 이끈 키스는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소회를 밝혔다. “저는 ‘헬스 키친’이 공연되는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자랐어요. 늘 브로드웨이 극장들 앞을 지나다녔고, 어머니는 저를 수많은 공연에 데려가 주셨죠. 그 무대들이 가진 에너지와 놀라운 재능에 늘 매료됐고, 언젠가는 저 역시 그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앨리의 모습엔 헬스 키친에 살며 음악을 갈망하던 키스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 키스는 특히 자신의 음악이 극 중 서사와 맞물려 새로운 의미로 탄생하는 과정이 짜릿했다고 털어놨다. “‘No One’은 사랑 노래로 썼는데 극 중에서 엄마와 딸의 감정을 담아내고, ‘If I Ain’t Got You’는 앨리와 아버지 사이의 중요한 감정적 순간을 그리는 역할을 하죠. 제 음악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돼 흥미로웠어요.” 키스는 작품이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엄마와 딸 사이에 흐르는 깊은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가까운 친구 같은 존재였으며, 내 삶에 예술과 음악, 그리고 공연이란 경이로운 세계를 선물해 준 주역입니다. 물론 뮤지컬인 만큼 작품에는 화려한 음악과 거친 거리 에너지가 가득하지만, 이를 통해 전하려는 건 어머니의 사랑이에요.” 자신의 음악이 한국 무대에서 공연되는 데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국어로 제 노래를 듣는 건 정말 아름다운 경험일 것입니다. 한국 관객 여러분, 당신의 꿈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절대 잊지 마세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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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 다른 언어로 하나의 이야기… 아비뇽에 울릴 ‘작별하지 않는다’

    해마다 7월이면 프랑스 남부의 오래된 도시 아비뇽엔 세계에서 수많은 공연 예술가와 평론가, 관객들이 몰려든다. 공연장은 물론이고 길거리와 학교 체육관까지 도시 전체를 무대로 바꾸는 ‘아비뇽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아비뇽 페스티벌의 가장 상징적 공간인 ‘교황청 극장’에서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배우 이혜영이 무대에 올라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낭독한다면 어떨까. 올해 축제에선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된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7월 4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올해 축제의 공식 초청 언어(Guest Language)를 ‘한국어’로 선정했다. ‘공식 프로그램’ 무대에선 한국의 7개 단체가 마련한 공연 작품 아홉 편을 선보인다.● 한국어, 아시아 최초 선정 아비뇽 페스티벌의 초청 언어가 한국어로 선정되면서, 주최 측은 올해 공연 프로그램의 약 20%를 한국어 관련 작품으로 구성했다. 2023년 처음 시작된 초청 언어 프로그램은 특정 언어권의 예술과 문화를 집중 조명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지난해 7월 아비뇽 페스티벌과 공식 파트너 협약을 맺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1일 한국어 특집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아비뇽에 한국 작품이 공식 초청된 것도 1998년 ‘아시아의 열망’ 이후 28년 만이다. 아시아에서 초청 언어가 나온 건 한국어가 처음이다. 티아구 호드리게스 예술감독은 영상 메시지에서 “초청 언어 프로그램은 첫째 ‘언어의 힘’을 조명하고, 둘째 ‘페스티벌의 국제적 비전’을 보여주려 만들었다”며 “2023년 영어, 2024년 스페인어, 2025년 아랍어에 이어 올해는 아시아로 눈길을 돌렸고 한국어가 최종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왜 한국어였을까. 호드리게스 감독은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여러 도시를 방문하며 한국 공연예술의 풍성함과 강렬한 에너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어는 오늘날 유럽의 젊은 세대에게 매우 매력적이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언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K무비와 K문학, K푸드도 소개 아비뇽 페스티벌은 예경,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협력해 2년 동안 한국 공연 작품 선정에 힘을 기울였다. 먼저 한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원작인 낭독 공연 ‘작별하지 않는다―새(Oiseau)’는 쥘리 들리케 연출로 위페르와 이혜영이 출연한다. 서로 다른 언어가 만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섬세한 낭독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노르웨이의 세계적 연극상인 ‘국제 입센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연출가 구자하의 대표작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도 공연된다. 밥솥과 포장마차 같은 일상 소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과 서구화 과정에서 드러난 정체성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다. 관객 참여형 공연 ‘물질’(이진엽 연출)과 제주 4·3 사건을 다룬 ‘섬 이야기’(이경성 연출), 기후 위기를 다룬 ‘1도씨’(허성임 안무), 전통 연희와 현대 무용을 접목한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I’(이인보 연출), 톨스토이 단편을 판소리로 풀어낸 ‘눈, 눈, 눈’(이자람 공연)도 선보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소리꾼 이자람은 “예전에 창작 판소리 작품으로 비공식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며 “그때 교황청 담벼락에 앉아 ‘우리가 공식 프로그램으로 다시 올 수 있을까’란 얘기를 했었는데, 그게 현실이 돼 신기하다”고 했다. 이 밖에 ‘기생충’, ‘살인의 추억’ 등을 상영하는 영화 프로그램, 한국 관련 책 300여 권을 전시하는 ‘한국문학 도서전’, 공연 작품 ‘하리보 김치’와 연계한 한식 부스도 운영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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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상향을 꿈꿨는데, 이상한 곳이 돼버렸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 처한 현실과는 다른 이상적인 사회, ‘유토피아’를 꿈꿨다. 그러나 그리스어의 ‘없다’(ou)와 ‘장소’(topos)를 합친 이 말은, 직역하면 ‘어디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이 된다. 이 책은 완벽을 꿈꾸며 세웠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만 역사 속 유토피아의 흔적을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추적한 기록이다. 멕시코에 살고 있는 작가이자 비평가인 저자의 모험은 헨리 포드가 아마존에 세운 이상향 ‘포드란디아’에서 시작한다. 포드는 자동차 타이어에 필요한 고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공장부터 병원, 골프장까지 미국의 모든 것을 이식한 도시를 만들었다. 근로자의 노동 시간은 물론 식단과 오락까지 모든 걸 철저히 효율성이라는 기준 아래 관리하려 했다. 그러나 포드의 꿈은 아마존의 생태계와 현지 근로자들의 저항으로 실패했다. 우선 고무나무 한 종을 대규모로 단일 재배한 결과, 나무들은 병충해가 들이닥치자 무너지고 말았다. 근로자들은 미국식 강압적인 규율에 반발한다. 저자는 자연과 인간 모두를 통제하려던 산업 자본주의 이상향이 어떻게 한 지역을 폐허로 만들었는지 보여준다. 유토피아는 결코 한 가지 얼굴을 갖지 않는다. 바스코 데 키로가가 시도한 병원-마을은 공동체와 돌봄의 이상을 보여준다. 나치적 인종주의와 연결된 누에바 헤르마니아, 자유연애를 표방한 세실리아 공동체도 있다. 어떤 실험은 진보의 이름으로, 어떤 실험은 억압의 이름으로 시작됐지만, 결국 모두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설계하려 했던 흔적으로 남는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유토피아를 거창한 사상사로만 다루지 않고, 실제 장소와 사람, 실패의 현장으로 끌어온다는 점이다. 독자는 책을 통해 “이상적인 사회”라는 말 뒤에 숨은 욕망과 모순을 함께 마주한다. 낭만적으로 들리던 계획이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불안정해지는지, 그리고 그 좌절이 어떻게 한 시대의 욕망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현장을 걸으며 역사와 사유를 겹쳐 놓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밀도 있게 완성한다. 여행기이면서도 역사서이고,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실패를 성찰하는 에세이처럼 읽히는 이유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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