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225

추천

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4-09~2026-05-09
연극35%
문화 일반22%
문학/출판13%
인사일반9%
미술6%
미국/북미3%
역사3%
칼럼3%
행정3%
기타3%
  • 미래의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주역들, 국내서 첫 갈라쇼

    “무용수로서 전문성이나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강한 의지와 창의성, 개성도 중요합니다. 무대 밖에서는 친절함까지 갖춘 무용수를 ‘ABT 스튜디오 컴퍼니’는 늘 찾고 있는데, 세 무용수는 이를 모두 갖춘 인재입니다.” 세계적인 발레단인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가 설립한 ABT 스튜디오 컴퍼니의 예술감독 사샤 라데츠키는 16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한국인 무용수인 박건희(21), 박수하(19), 박윤재(18)를 이렇게 평가했다. ABT 스튜디오 컴퍼니는 러시아 마린스키와 볼쇼이, 영국 로열발레,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와 함께 세계 최고로 꼽히는 ABT의 차세대 무용수 육성 단체다. 해마다 세계에서 12∼14명 정도 소수 정예 무용수를 오디션으로 선발하는데, 현재 ABT 무용수의 약 85%가 이곳 출신이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도 ABT 스튜디오 컴퍼니를 거쳤다. 한국인 세 무용수 역시 ABT 스튜디오 컴퍼니를 통해 크게 성장했다. 박윤재는 지난해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한국인 남성 무용수 최초로 우승했으며, 박건희는 세계 최대 규모인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대상을 받았다. 박수하는 다음 달 말부터 ABT 단원으로 합류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무대에도 선다. 이들은 17, 18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첫 내한공연 ‘ABT 스튜디오 컴퍼니 발레 갈라’에도 합류했다. 세 사람은 ABT 스튜디오 컴퍼니에서 다양한 장르의 춤을 접하고 개성을 찾게 된 걸 강점으로 꼽았다. 박건희는 “ABT 단원들을 연습실에서 직접 보며, 그들도 때론 실수하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으며, 박수하는 “클래식 발레뿐 아니라 네오 클래시컬, 재즈 등 다방면으로 경험하며 나만의 강점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겪었다”고 말했다. 박윤재는 “학생 시절엔 무대에서 늘 완벽해야 하고 실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라데츠키 감독님의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져라’라는 조언 덕분에 완벽주의를 덜어내고 성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클래식 발레의 정교함과 컨템포러리 작품의 동시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레퍼토리들이 많다. ‘그랑 파 클래식’과 ‘라 바야데르’의 ‘파 닥시옹’ 등 고전 작품을 비롯해 케이티 커리어, 브래디 파라 등 현대 안무가들의 국제무대 초연 작품도 포함됐다. 라데츠키 감독은 “만약 한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완전히 다른 색깔의 작품이 등장한다”며 “16∼22세 무용수들의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신선한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계적 발레단 ABT가 주목한 韓무용수 3인…“테크닉과 창의성·친절함까지 갖춰”

    “무용수로서 전문성이나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강한 의지와 창의성, 개성도 중요합니다. 무대 밖에서는 친절함까지 갖춘 무용수를 ‘ABT 스튜디오 컴퍼니’는 늘 찾고 있는데, 세 무용수는 이를 모두 갖춘 인재입니다.” 세계적인 발레단인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가 설립한 ABT 스튜디오 컴퍼니의 예술감독 사샤 라데츠키는 16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한국인 무용수인 박건희(21), 박수하(19), 박윤재(18)를 이렇게 평가했다. ABT 스튜디오 컴퍼니는 러시아 마린스키와 볼쇼이, 영국 로열발레,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와 함께 세계 최고로 꼽히는 ABT의 차세대 무용수 육성단체다. 해마다 세계에서 12~14명 정도 소수 정예 무용수를 오디션으로 선발하는데, 현재 ABT 무용수의 약 85%가 이곳 출신이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도 ABT 스튜디오 컴퍼니를 거쳤다.한국인 세 무용수 역시 ABT 스튜디오 컴퍼니를 통해 크게 성장했다. 박윤재는 지난해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한국인 남성 무용수 최초로 우승했으며, 박건희는 세계 최대 규모인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대상을 받았다. 박수하는 다음달 말부터 ABT 단원으로 합류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무대에도 선다. 이들은 17, 18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첫 내한공연 ‘ABT 스튜디오 컴퍼니 발레 갈라’에도 합류했다.세 사람은 ABT 스튜디오 컴퍼니에서 다양한 장르의 춤을 접하고 개성을 찾게 된 걸 강점으로 꼽았다. 박건희는 “ABT 단원들을 연습실에서 직접 보며, 그들도 때론 실수하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으며, 박수하는 “클래식 발레뿐 아니라 네오 클래시컬, 재즈 등 다방면으로 경험하며 나만의 강점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겪었다”고 말했다. 박윤재는 “학생 시절엔 무대에서 늘 완벽해야 하고 실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라데츠키 감독님의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져라’는 조언 덕분에 완벽주의를 덜어내고 성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클래식 발레의 정교함과 컨템포러리 작품의 동시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레퍼토리들이 많다. ‘그랑 파 클래식’과 ‘라 바야데르’의 ‘파 닥시옹’ 등 고전 작품을 비롯해 케이티 커리어, 브래디 파라 등 현대 안무가들의 국제무대 초연 작품도 포함됐다. 라데츠키 감독은 “만약 한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완전히 다른 색깔의 작품이 등장한다” 며 “16~22세의 무용수들의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신선한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16
    • 좋아요
    • 코멘트
  • 낡은 구두와 철근이 주는 지적 희열[김민의 영감 한 스푼]

    허공에 대고 그린 선처럼 구부러진 철근이 미술관 흰 벽에 비스듬히 놓여 있습니다. 모양은 가느다랗지만 검고 무거운 이 철근에 짓눌려 있는 건 낡은 구두 한 짝. 누군가의 발을 단단히 고정해 주었을 끈마저 느슨하게 풀려 아래로 치렁치렁하게 늘어졌습니다. 초라한 구두와 철근으로 만든 현대미술 작품,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에겐 낯설기만 한 이야기죠. 만약 이 작품을 한국에서 누군가 소장했다면 전문적인 기관에서나 했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이 작품의 주인은 개인 소장가입니다. 2017년부터 공동으로 미술품을 소장해 온 그룹 ‘아르케 Ⅱ’의 회장인 한송이 씨를 최근 만났습니다.호크니전 초대받은 유일한 한국인 요즘 대전의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에선 한 씨를 포함한 14명의 컬렉터 모임 ‘아르케 Ⅱ’의 소장품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곳 2층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낡은 구두 작품은 프랑스계 이탈리아 작가 타티아나 트루베의 ‘Wander Lines’로, 한 씨는 이 작품에서 지적 감동을 느꼈다고 합니다. “작품 속 한 짝만 남은 신발이, 살면서 때때로 겪는 힘든 순간의 내 모습 같고, 그래서 역설적으로 용기를 주는 느낌을 받았다”고요. 한국 갤러리스트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처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고급 아파트에 가면 층마다 주인은 다른데 걸린 작품은 비슷하다’는 것인데요. 어느 나라건 특정 작가 작품에 관심이 쏠리고 유행하는 현상은 있지만, 한국은 유독 그 쏠림이 심하다는 얘기입니다. 독특하게도 ‘아르케 Ⅱ’ 소장품전에서는 그런 ‘유행 작품’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 씨는 “그림을 통해서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것보다 나를 일깨워 주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예술 작품은 세상의 변화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우리에게 가장 먼저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고, 그들이 고통을 겪으며 만들어낸 창작물을 통해 각성되는 경험을 좋아합니다.” 그의 컬렉션은 폭력적이고 섹슈얼한 그림으로 유명한 미리암 칸, 곰팡이와 세균으로 설치 작품을 만드는 아니카 이 등 평범한 사람의 시각에선 ‘독특하다’고 여겨질 작품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독특함’이 오히려 그를 개성 있는 컬렉터로 만들어 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소장품 두 점이 국내외 중요한 미술 기관, 리움(아니카 이의 설치 작품)과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재단 미술관(데이비드 호크니의 드로잉)에 전시됐기 때문입니다. 한 씨는 “호크니 작품은 ‘절친’인 실리아의 손녀 ‘스칼릿’을 그린 드로잉인데, 한 번에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 우여곡절을 거쳐 갖게 된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루이뷔통재단 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 25’전은 호크니가 출품작을 선정한 것으로, 한 씨는 “이 작품이 출품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작가가 직접 선정했다니 감격스러웠다”고 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 25’전은 개막 전 VVIP 초청 행사를 열었는데, 여기에서 초대된 아시아 소장가는 단 두 명이었습니다. 한국인은 한 씨가 유일했습니다.컬렉션의 시작, 아르케 Ⅱ 한 씨가 컬렉션을 함께 하고 있는 ‘아르케 Ⅱ’는 건축 문화를 공부하던 모임에서, 일부가 미술에 뜻을 모아 2017년부터 시작했습니다. 1904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공동 컬렉터 그룹 ‘곰 가죽 클럽(Le Peau de l’Ours)’에서 영감을 얻었는데요. 곰가죽 클럽은 10년 동안 참가자들이 일정 금액의 돈을 모아 작품을 공동 구매하고, 10년 뒤 수집품을 처분하며 해산했습니다. 이때 소장품에 피카소, 마티스, 고갱 등 미리 알아본 훌륭한 작품이 많아 좋은 결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헤레디움의 ‘미완의 지도’전에는 아르케 Ⅱ의 공동 소장품 14점과 각 회원의 소장품 등 총 30점이 전시됩니다.‘아르케 Ⅱ’도 공동 예산을 마련하고 회원 중 일부에게 작품 선정을 위임하며 만장일치를 통해 작품을 소장합니다. 한 씨는 “혼자서 하는 컬렉션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감이 더 생기고, 덕분에 작품에 대한 습득력과 몰입감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예술에 대한 애정도 더해졌습니다.“사실 제 성향은 문과였는데, 아버지의 권유로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됐어요. 초등학생 때 화가가 되고 싶다고 한 저에게 아버지가 책을 사 주셨는데, 그걸 보고 ‘예술가는 자기 귀를 자르고 가난하게 살다 굶어 죽는구나’ 하고 어린 마음에 겁이 났거든요(웃음).” 모범생으로 자수성가해 지금은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한 씨는 “지금 봐도 예술 작품은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 말했습니다.“위대한 작가 중에는 고통 속에서 자신을 꽃피워낸 사람이 많습니다. 그 말은 좋은 작가가 되려면 깊은 고통을 안고 사는 삶을 각오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요. 저는 예술 작품에서 안정과 편안함을 찾기보다는, 고통과 불안을 통해 일어나는 각성, 일깨움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미술 작품 컬렉션이라고 하면 투자나 가격 같은 금전적 가치가 먼저 떠오르곤 하는데요. 이런 가운데 개성을 가진 소장가들의 예술품들을 통해 예술가들이 예민한 감각과 고난 가운데서 만들어 낸 상징을 통해 교감하고, ‘나를 새롭게’ 만드는 경험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탄광촌서 빛난 소년의 꿈… ‘빌리’는 모두의 이야기”

    26년 전인 2000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선 영국에서 온 저예산 영화 한 편이 상영된다. 광부들의 대규모 파업이 한창이던 1980년대, 거친 공업도시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키운 소년. 이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바로 ‘빌리 엘리어트’. 시사회에 참석했던 ‘살아 있는 전설’ 엘턴 존은 상영이 끝난 뒤 감독 스티븐 돌드리(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거 뮤지컬로 만듭시다.” 엘턴 존의 한마디로 시작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5년 런던 초연 뒤 한국, 호주, 네덜란드, 일본 등 세계 5개 대륙에서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초대형 히트작이 됐다. 그리고 그 저예산 영화를 만들었던 돌드리 감독은 미 아카데미상(영화 ‘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 ‘더 리더’)과 에미상(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 그리고 토니상(연극 ‘기묘한 이야기’)까지 석권한 거장이 됐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돌드리 감독은 13일 동아일보와 만나 “칸에서 처음 공개했던 작품이라 상업적인 성공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당시 얘기를 들려줬다. 엘턴 존이 뮤지컬 제작을 제안했을 때 그가 했던 대답도 “정말로요?”였다고. 그럼에도 엘턴 존이 ‘빌리 엘리어트’의 가능성을 알아본 건 “빌리가 곧 그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엘턴의 아버지도 아들이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반대해, 아버지와 치열하게 싸워야 했죠. 빌리의 아버지는 결국 아들을 지지해 주지만 엘턴의 아버지는 끝내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엘턴이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돌드리 감독은 12일 한국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개막 공연도 관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본 적이 언제인가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랜만”이라며 “정말로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죽어가는 탄광도시에서 태어난 발레리노. 꿈꾸기 어려운 환경에도 자기를 포기하지 않는 소년. 그리고 그를 돕는 가족과 지역사회의 애정. 1980년대 영국의 사회적 현실이 그대로 묻어나는 ‘빌리 엘리어트’는 다층적인 함의가 물씬하다. 하지만 그중에 돌드리 감독이 꼽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보편성은 바로 “순수한 우아함(pure grace)”이다.“영화와 달리 무대에선 어린 배우가 자기를 한계로 몰아넣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죠. 어젯밤 김승주의 연기를 보며 짜릿함을 느꼈어요. 힘 있게 춤출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아 목소리는 아이 같은. 그런 순수한 우아함은 성장기의 아주 찰나에만 가능하거든요.” 수많은 시련과 고통을 견딘 아이가 무대 위에 올라 마침내 뿜어내는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움. 돌드리 감독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영국이든 어디에서 보더라도, 이 ‘순수한 우아함’에 모든 관객이 감동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빌리 엘리어트’는 올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도 다시 오른다. 돌드리 감독은 “20대 시절 파업 중인 광부들을 위해 복지회관에 올릴 연극을 만든 게 내 첫 작업이었다”며 “이 작품은 이젠 영국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광부와 붕괴한 산업 공동체를 위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영국에서 제조 산업이 붕괴한 뒤 그 공동체와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작진의 마음은 언제나 그 공동체와 함께하고 있죠. 극의 마지막에 광부들이 지하로 내려갈 때, 마치 무덤으로 들어가듯 연출된 것처럼요….” 한국에선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7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관객을 만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영화 시사회뒤 엘튼 존이 다가왔다…”이거 뮤지컬로 만듭시다“

    26년 전인 2000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선 영국에서 온 저예산 영화 한 편이 상영된다. 광부들의 대규모 파업이 한창이던 1980년대, 거친 공업도시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키운 소년. 이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바로 ‘빌리 엘리어트’. 시사회에 참석했던 ‘살아있는 전설’ 엘튼 존은 상영이 끝난 뒤 감독 스티븐 달드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거 뮤지컬로 만듭시다.” 존의 한 마디로 시작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5년 런던 초연 뒤 한국, 호주, 네덜란드, 일본 등 세계 5개 대륙에서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초대형 히트작이 됐다. 그리고 그 저예산 영화를 만들었던 달드리 감독은 미 아카데미상(영화 ‘빌리 엘리에트’ ‘디 아워스’ ‘더 리더’)과 에미상(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 그리고 토니상(연극 ‘기묘한 이야기’)까지 석권한 거장이 됐다.한국 방문이 처음인 달드리 감독은 13일 동아일보와 만나 “칸에서 처음 공개했던 작품이라 상업적인 성공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당시 얘기를 들려줬다. 엘튼 존이 뮤지컬 제작을 제안했을 때 그가 했던 대답도 “정말로요?”였다고.그럼에도 존이 ‘빌리 엘리어트’의 가능성을 알아본 건 “빌리가 곧 그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엘튼의 아버지도 아들이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반대해, 아버지와 치열하게 싸워야 했죠. 빌리의 아버지는 결국 아들을 지지해 주지만, 엘튼의 아버지는 끝내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엘튼이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달드리 감독은 12일 한국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개막 공연도 관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본 적이 언제인가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랜만”이라며 “정말로 감동적이었다”고 했다죽어가는 탄광 도시에서 태어난 발레리노. 꿈꾸기 어려운 환경에도 자기를 포기하지 않는 소년. 그리고 그를 돕는 가족과 지역사회의 애정. 1980년대 영국의 사회적 현실이 그대로 묻어나는 ‘빌리 엘리어트’는 다층적인 함의가 물씬하다. 하지만 그 중에 달드리 감독이 꼽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보편성은 바로 “순수한 우아함(pure grace)”이다.“영화와 달리 무대에선 어린 배우가 자기를 한계로 몰아넣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죠. 어젯밤 김승주의 연기를 보며 짜릿함을 느꼈어요. 힘 있게 춤출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아 목소리는 아이 같은. 그런 순수한 우아함은 성장기의 아주 찰나에만 가능하거든요.”수많은 시련과 고통을 견딘 아이가 무대 위에 올라 마침내 뿜어내는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움. 달드리 감독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영국이든 어디에서 보더라도, 이 ‘순수한 우아함’에 모든 관객이 감동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빌리 엘리어트’는 올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도 다시 오른다. 달드리 감독은 “20대 시절 파업 중인 광부들을 위해 복지회관에 올릴 연극을 만든 게 내 첫 작업이었다”며 “이 작품은 이젠 영국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광부와 붕괴한 산업 공동체를 위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영국에서 제조 산업이 붕괴한 뒤 그 공동체와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작진의 마음은 언제나 그 공동체와 함께하고 있죠. 극의 마지막에서 광부들이 지하로 내려갈 때, 마치 무덤으로 들어가듯 연출된 것처럼요….”한국에선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7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관객을 만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14
    • 좋아요
    • 코멘트
  • “한국 정서에 맞췄어요”… 3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베토벤’

    2023년 ‘베토벤 시크릿’이란 부제를 달고 선보였던 뮤지컬 ‘베토벤’이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춰 서사 구조부터 음악까지 대거 개편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온다.연출가 길 메머트(사진)는 9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에서 새로운 ‘베토벤’에 대해 “스토리도 바뀌고 세트도 더 발전한 ‘베토벤 2.0’’이라고 소개했다. 6월 9일부터 8월 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베토벤’은 19세기 청력을 잃어 가는 고통에도 작곡을 이어 갔던 거장 베토벤의 삶을 그린다. 2023년 초연 버전은 부제에서 드러나듯, 베토벤이 어느 연인에게 보낸 편지가 소재가 됐다. 남편이 있는 여성 안토니(토니) 브렌타노가 베토벤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았다. 메머트 연출은 “19세기 유럽에선 생계를 위해 결혼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결혼한 상태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남녀의 삼각관계가 문학의 흔한 소재였다”며 “오늘날 한국 관객의 정서에는 맞지 않다고 판단해 과감히 덜어냈다”고 했다.올해 공연에선 토니가 베토벤의 ‘뮤즈’이자 그를 도와주는 ‘조력자’로 등장한다. 또한 월광이나 비창, 열정, 합창 등 베토벤의 원곡 선율은 유지되지만, 현대 헝가리 작곡가인 실베스터 러베이의 신곡도 여럿 추가됐다.메머트 연출은 “이전 공연에선 베토벤의 오리지널 음악을 러베이 버전으로 편곡한 음악으로 공연을 구성했는데, 한국 관객들이 현대적인 감각을 더 선호한다고 판단했다”며 “베토벤의 멜로디가 현대 공연에 얼마나 잘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베토벤은 기존의 규칙을 확장하고 도발해 음악을 다른 차원으로 올려놓고 미래를 내다본 작곡가예요. 당장의 박수와 사랑을 추구하기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찾아 나간 태도가 흥미롭습니다.”베토벤 역엔 초연 당시 연기했던 박효신이 다시 출연하며, 홍광호가 새로 합류한다. 토니 역은 윤공주, 김지현, 김지우가 맡는다. 메머트 연출은 “박효신과 홍광호가 서로 다른 매력으로 두 가지 다른 스토리텔링을 보여 주는 점이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베토벤, 韓 정서에 맞게 스토리 개편”

    2023년 ‘베토벤 시크릿’이란 부제를 달고 선보였던 뮤지컬 ‘베토벤’이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춰 서사 구조부터 음악까지 대거 개편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온다.연출가 길 메머트는 9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에서 새로운 ‘베토벤’에 대해 “스토리도 바뀌고 세트도 더 발전한 ‘베토벤 2.0’’이라고 소개했다. 6월 9일부터 8월 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베토벤’은 19세기 청력을 잃어가는 고통에도 작곡을 이어갔던 거장 베토벤의 삶을 그린다. 2023년 초연 버전은 부제에서 드러나듯, 베토벤이 어느 연인에게 보낸 편지가 소재가 됐다. 남편이 있는 여성 안토니(토니) 브렌타노가 베토벤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았다. 메머트 연출은 “19세기 유럽에선 생계를 위해 결혼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결혼한 상태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남녀의 삼각관계가 문학의 흔한 소재였다”며 “오늘날 한국 관객의 정서에는 맞지 않다고 판단해 과감히 덜어냈다”고 했다.올해 공연에선 토니가 베토벤의 ‘뮤즈’이자 그를 도와주는 ‘조력자’로 등장한다. 또한 월광이나 비창, 열정, 합창 등 베토벤의 원곡 선율은 유지되지만, 현대 헝가리 작곡가인 실베스터 르베이의 신곡도 여럿 추가됐다.메머트 연출은 “이전 공연에선 베토벤의 오리지널 음악을 르베이 버전으로 편곡한 음악으로 공연을 구성했는데, 한국 관객들이 현대적인 감각을 더 선호한다고 판단했다”며 “베토벤의 멜로디가 현대 공연에 얼마나 잘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베토벤은 기존의 규칙을 확장하고 도발해 음악을 다른 차원으로 올려놓고 미래를 내다본 작곡가예요. 당장의 박수와 사랑을 추구하기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찾아 나간 태도가 흥미롭습니다.”베토벤 역엔 초연 당시 연기했던 박효신이 다시 출연하며, 홍광호가 새로 합류한다. 토니 역은 윤공주, 김지현, 김지우가 맡는다. 메머트 연출은 “박효신과 홍광호이 서로 다른 매력으로 두 가지 다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점이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13
    • 좋아요
    • 코멘트
  • 신구-박근형의 씨앗이 맺은 ‘창작 공연 3편’

    “제가 열아홉 살이던 1958년도부터 연극을 했는데, 그 과정은 어둠 속의 긴 터널이었습니다. 여러분, 고생길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원로 배우 박근형(86)이 7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청년 배우들을 격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극장에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연극내일 프로젝트’에 선발된 청년 배우 30명이 24∼26일 선보일 창작 연극 3편의 주요 장면을 시연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배우 신구(90)는 “연극은 사람의 일”이라며 “그 표현이 정직해야 하고 그걸 놓치면 다 허사가 된다”고 당부했다.‘연극내일 프로젝트’는 배우 신구와 박근형이 조성한 ‘연극내일기금’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청년 연극 배우들이 연기 훈련부터 창작, 제작 등 공연 전 과정을 경험하며 성장하도록 돕는다. 두 배우는 지난해 무대에 올랐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특별 기부 공연을 통해 얻은 수익금 전액과 기부금 등을 모아 기금을 마련했다. 선발된 배우들은 창작 연극 ‘피르다우스’ ‘탠덤’과 ‘여왕의 탄생’을 공연한다. 시연을 지켜본 두 배우는 각자 첫 무대에 섰던 경험을 들려줬다. 신 배우는 “1962년 ‘소’로 처음 무대에 섰는데 당시를 돌아보면 어떻게 해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당황하고 옆이 보이지 않았다”며 “젊은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서 연극을 접할 기회가 생겨 고맙다”고 했다. 박 배우도 “빛이 없어 찾아 헤매던 과거에 비하면 갈 길이 보이는 희망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두 배우는 7월 개막하는 연극 ‘베니스의 상인’에 출연할 예정임을 깜짝 발표했다. 박 배우는 “‘고도를 기다리며’ 139회 공연에서 받은 사랑을 돌려 드리기 위해 고민하다가 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베니스의 상인’ 또한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면 기부 공연을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영화표 ‘6000원 할인’ 450만 장·공연 ‘1만원 할인’ 40만 장 배포

    1매 당 6000원이 할인되는 영화 티켓 할인권 450만 장이 배포된다. 공연도 1만 원을 할인받는 티켓 40만 장을 국민에게 나눠준다.정부가 문화·관광·체육 분야 지원에 약 46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화 및 공연 할인권이 배포되며, 한국 영화 제작 지원 및 예술인 생활 안정 자금도 투입된다.문화체육관광부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체부 추가경정예산이 4614억 원으로 확정됐다고 11일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유가, 고물가로 인한 문화·체육·관광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다.민간 소비 진작과 영화 산업 생태계 회복을 위해서는 656억 원 예산이 투입된다. 이중 전국 영화관 관람료 할인 예산이 271억 원 편성, 1매당 영화 관람료 6000원이 할인되는 티켓이 총 450만 장 배포된다.한국 영화 제작 지원에는 385억 원이 편성됐다. 올해 진행 예정인 ‘중예산영화 제작 지원 사업’에 260억 원,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 사업’에 45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또 ‘한국 영화 첨단 제작 지원 사업’이 신규 편성돼 80억 원을 지원받는다. 공연 티켓 할인에는 41억원이 투입, 1매당 1만원을 할인받는 티켓 40만 장이 배포된다.또 생계를 위협받는 예술인 지원을 위해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327억8000만 원이 투입되고, 300억 원 규모의 예술산업 금융지원 예산이 배정됐다. 청년 예술인 공연 지원 예산도 24억 원이 추가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12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日 원로 페미니즘 투사가 건네는 ‘따뜻한 바통’

    일본의 유명한 여성학자가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자기의 내면을 조용히 응시하고, ‘가슴에 사무치는 기억’을 단조(마이너노트) 음악을 연주하듯 수필로 정리했다. 가부장제 사회의 모순과 비혼에 대한 편견 등 일본 사회의 고정관념에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왔던 그가 내면에 웅크린 솔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꺼낸다. 저자는 “가부장제를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배웠다”고 할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이 강했다. 어린 시절 모든 것을 당장의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했던 아버지에게 대항하기 위해 고고학자가 되기를 꿈꿨다. 아버지의 결벽증이 싫어서 “아무거나 먹고 아무 데나 앉는 생존형 인간”이 되거나 기독교인이던 아버지의 이중성에 반발해 무신론자가 됐다고 한다. 그런 ‘독불장군’인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장례식장. 의사였던 아버지의 환자들을 문상객으로 만나며 저자는 그의 직업 정신을 다시 되짚어 본다. 일흔이 넘어서도 최신 의학 잡지를 뒤적였던 모습을 떠올리며 아버지도 못다 이룬 꿈이 있었겠구나 생각한다. 저자는 2019년 일본 명문 대학인 도쿄대 입학식에서 “이제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사회가 기다리고 있다”며 도쿄대 내 여학생 비율이 20%가 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일본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성차별이나 구조적 차별을 축사로 꼬집었다. 당시 이 축사는 실시간으로 번역돼 중국 웨이보에서 수억 건이 조회됐으며, 한국 언론과 영국 BBC방송에서도 보도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약자를 위한 사회를 만들자고 역설해 온 그가 이제 노년이란 또 다른 약자가 되어 털어놓는 감정은 의외로 부끄러움과 후회다. 저자는 자신의 미숙함으로 상처를 주거나 오해로 관계가 틀어져 버린 사람들과 죽기 전에 꼭 용서를 주고받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선배와 동료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추도사를 바치며, 다음 세대에게 부디 이 바통을 이어받아 달라고 당부한다. “(바통을) 모쪼록 받아 주세요. 같은 노래를, 다른 목소리로, 몇 번이고, 언제까지나 이어 불러야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우리가, 확실히 넘겨받았기 때문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韓발굴팀, 이집트 신전서 ‘람세스 2세’ 이름 새긴 상형문자 발견

    이집트 라메세움 신전에서 한국 발굴팀이 람세스 2세의 이름이 새겨진 상형문자를 발견했다.국가유산청과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룩소르 유적에 있는 라메세움 신전 탑문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람세스 2세의 ‘카르투슈(cartouche)’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카르투슈는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기호 중 하나로, 파라오 이름을 둘러싸는 곡선을 일컫는다. 이번 발견은 국가유산청의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인 ‘이집트 룩소르 지속 가능한 문화유산 관광자원 개별 역량 강화’(2023~2027년)를 통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라메세움 신전 탑문 북측을 조사 발굴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유산청은 “과거 프랑스 조사단이 지성소(至聖所)에서 람세스 2세 카르투슈를 발견한 사례가 있으나 탑문에서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히샴 엘레이시 이집트 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은 “신전 건축 순서 규명에 중요한 단서”라고 평가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09
    • 좋아요
    • 코멘트
  • 이서진 ‘바냐 삼촌’, 조성하 ‘반야 아재’… “2色 즐거움 느낄 것”

    안톤 체호프의 고전 ‘바냐 아저씨’를 원작으로 한 연극 2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이서진, 고아성 주연에 손상규가 연출한 LG아트센터의 ‘바냐 삼촌’(5월 7∼31일)과 조성하, 심은경 주연에 조광화가 연출한 국립극단의 ‘반야 아재’(5월 22∼31일)가 주인공. 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만드는 입장에서는 굉장한 부담이지만, 관객은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LG아트센터와 국립극단은 지난해에도 각각 이영애와 이혜영을 주연으로 한 ‘헤다 가블러’를 5월 함께 선보인 적이 있다. 1년 만에 또다시 같은 작품을 올리게 된 것. 이 센터장은 “지난해는 ‘우연’인가 했는데 올해는 정말 놀랐다”며 “하지만 작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위대한 개츠비’가 동시에 오른 것처럼 공연계에서 이상한 일은 아니다. 고전을 어떻게 해석했는가를 비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원작 ‘바냐 아저씨’는 평생 매형인 세레브랴코프 교수의 학비를 대며 시골 농장을 지켜온 바냐가, 사실은 교수가 속물임을 알게 된 뒤 분노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불행한 중년 남성이자, 자기가 믿었던 가치가 무너지면서 겪는 허탈감을 보여주는 인물을 각 연출이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관전 포인트다.‘바냐 삼촌’의 손상규 연출은 “가장의 책임감에 은퇴까지 늦추시며 ‘나는 여행 한번 못 가봤다’는 푸념도 했던 제 아버지처럼, 우당탕거리고 살면서 참은 것도 많았던 바냐의 삶이 잘못됐다고 누가 감히 얘기할 수 있을까”라며 “누군가의 인생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비교 평가하는 요즘, 조금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손 연출이 본 ‘바냐 아저씨’의 중요한 프레임은 ‘유머와 코미디’다. 그는 “이 작품이 극장에 올랐을 때 체호프가 연출에게 ‘나는 이걸 코미디로 만들었는데 왜 비극으로 풀었느냐’고 따지며 싸웠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며 “슬픔도, 감동도 있지만 이 작품의 그릇을 코미디로 본다”고 말했다. 손 연출은 배우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타인의 삶’의 연출을 맡으며 배우의 연기와 호흡에 집중하게 만드는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을 인상 깊게 봤던 이 센터장의 제안으로 이번에 첫 대극장 작품을 맡았다고 한다.국립극단의 ‘반야 아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국적인 변주를 더한 작품이다. 원작의 바냐는 시골 정미소를 관리하던 박이보(조성하)로, 조카딸 소냐는 서은희(심은경)로 각색됐다. 밀도 높은 서사와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남자충동’ ‘미친키스’ ‘파우스트 엔딩’ 등 흥행작을 선보였던 조광화가 연출을 맡았다. 조 연출은 “‘아재’들에게 부정적 시선이 향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은 우리 가족과 사회를 유지해 온 동력”이라며 “어리둥절할 정도로 급변하는 시대에 평생이 부정된다고 느끼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바냐 아저씨’의 인물들이 지금 우리들”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물들 안에 있는 격정을 끌어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동네의 허술해 보이는 아재도, 꼬장꼬장하고 신경질만 내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다 열정이 있던 사람들이잖아요. ‘반야 아재’의 배우들도 배역과 성향이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로 섭외하고, (연기에 대한) 지시를 줄여서 생생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애처롭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통해 위로와 공감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통춤은 느리다’ 고정관념 깨부순 한국적인 역동감

    한국 무용의 박자를 실험적으로 활용해 지난해 초연 당시 전석·전회 차 매진을 기록했던 서울시무용단의 화제작 ‘스피드’가 돌아온다. 한국 무용은 느리다는 통념을 깨고 박자에 따라 점점 빨라지는 움직임과 속도감을 역동적으로 구현한 작품. 지난해 300여 석 규모였던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600여 석 규모인 M씨어터로 공연장을 옮기고, 안무와 무대 구성도 업그레이드했다. 다음 달 1일부터 3일까지 관객을 만날 예정인 ‘스피드’의 예술감독인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과 시각 효과를 맡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석을 지난달 31일 만났다. 윤 단장은 “한국 무용의 정체성을 지키며 현대적 감각을 담으려는 고민에서 ‘스피드’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한국 무용은 ‘느리다’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그 핵심인 ‘장구’의 장단을 가져가면 전통의 본질을 지키며 빠른 속도를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구를 중심으로 드럼 등 서양 악기와 기술을 활용한 그래픽을 더해 동시대적 감각을 녹여내려 했어요.”‘스피드’는 초연에서 무대 바닥 전체를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으로 구성했다. 맨발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LED 화면 위에 서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관객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춤의 포인트와 영상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했다. 이곳으로 송출되는 영상을 제작한 이 작가는 ‘숨어 있는 무용수’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공연의 절반 정도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조작해서 손가락으로 춤을 추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객석이 전면에 있는 무대에서 열리기 때문에, 스크린은 무용수들의 뒤에서 펼쳐진다. 무대 위에엔 타악기 연주자 황민왕, 프랑스 출신 음악가 레미 클레멘시에비치가 등장해 타악과 전자음악, 미디어아트가 즉흥적으로 교류한다. 중반부에는 무용수 한 명이 즉흥 춤을 추고, 이 움직임에 맞춰 음악도 변한다. 지난해 ‘스피드’를 본 관객들은 이를 ‘한국 무용 특유의 쫀득함이 잘 살아난다’거나, ‘프리스타일의 원조가 한국 무용임을 느꼈다’고 평가했는데 이 즉흥 무대에서 잘 감상할 수 있다. 윤 단장은 “이번엔 LED 바닥 대신 빔프로젝터 영상을 활용하는데, 빔을 활용한 프로젝션 매핑 특유의 감성과 서정성이 더욱 잘 드러나도록 구성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초연에선 4장에서 LED의 강력한 빛으로 ‘파괴’를 이야기했는데, 이번엔 ‘파도’로 수정하고 부드럽고 감성적인 터치를 더했다. 윤 단장은 “우리 모두가 때로는 세상의 너무 빠른 속도를 쫓아가며 버겁다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는데, 파도의 물결로 그것을 따라가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개개인이 가진 속도가 그 자체로 완전체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서양의 문물을 많이 접하며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 작품은 특히 ‘시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돼 흥미롭다”며 “서양에서 말하는 10초와 한국에서 말하는 10초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무용이 어디까지 빨라질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면 이번 공연을 놓치지 마세요!”(윤 단장)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무용은 느리다? “NO”…박자와 속도로 통념 깨는 ‘스피드’ 재공연

    한국무용의 박자를 실험적으로 활용해 지난해 초연 당시 전석∙전회차 매진을 기록했던 서울시무용단의 화제작 ‘스피드’가 돌아온다. 한국무용은 느리다는 통념을 깨고 박자에 따라 점점 빨라지는 움직임과 속도감을 역동적으로 구현한 작품. 지난해 300여 석 규모였던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600여 석 규모인 M씨어터로 공연장을 옮기고, 안무와 무대 구성도 업그레이드했다.다음 달 1일부터 3일까지 관객을 만날 예정인 ‘스피드’의 예술감독인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과 시각 효과를 맡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석을 지난달 31일 만났다. 윤 단장은 “한국 무용의 정체성을 지키며 현대적 감각을 담으려는 고민에서 ‘스피드’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한국 무용은 ‘느리다’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그 핵심인 ‘장구’의 장단을 가져가면 전통의 본질을 지키며 빠른 속도를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구를 중심으로 드럼 등 서양 악기와 기술을 활용한 그래픽을 더해 동시대적 감각을 녹여내려 했어요.”‘스피드’는 초연에서 무대 바닥 전체를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으로 구성했다. 맨발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LED 화면 위에 서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관객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춤의 포인트와 영상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했다. 이곳으로 송출되는 영상을 제작한 이 작가는 ‘숨어 있는 무용수’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공연의 절반 정도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조작해서 손가락으로 춤을 추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이번 공연은 객석이 전면에 있는 무대에서 열리기 때문에, 스크린은 무용수들의 뒤에서 펼쳐진다. 무대 위에엔 타악기 연주자 황민왕, 프랑스 출신 음악가 해미 클레멘세비츠가 등장해 타악과 전자음악, 미디어아트가 즉흥적으로 교류한다. 중반부에는 무용수 한명이 즉흥 춤을 추고, 이 움직임에 맞춰 음악도 변한다. 지난해 ‘스피드’를 본 관객들은 이를 ‘한국 무용 특유의 쫀득함이 잘 살아난다’거나, ‘프리스타일의 원조가 한국 무용임을 느꼈다’고 평가했는데 이 즉흥 무대에서 잘 감상할 수 있다.윤 단장은 “이번엔 LED 바닥 대신 빔프로젝터 영상을 활용하는데, 빔을 활용한 프로젝션 맵핑 특유의 감성과 서정성이 더욱 잘 드러나도록 구성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초연에선 4장에서 LED의 강력한 빛으로 ‘파괴’를 이야기했는데, 이번엔 ‘파도’로 수정하고 부드럽고 감성적인 터치를 더했다. 윤 단장은 “우리 모두가 때로는 세상의 너무 빠른 속도를 쫓아가며 버겁다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는데, 파도의 물결로 그것을 따라가기 급급할 게 아니라 개개인이 가진 속도가 그 자체로 완전체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이 작가는 “서양의 문물을 많이 접하며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 작품은 특히 ‘시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돼 흥미롭다”며 “서양에서 말하는 10초와 한국에서 말하는 10초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무용이 어디까지 빨라질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면, 이번 공연을 놓치지 마세요!”(윤 단장)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06
    • 좋아요
    • 코멘트
  • 부활절 맞아 곳곳서 미사-예배 “고통받는 이들 위해 기도”

    부활절인 5일 전국 성당과 교회에서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미사와 예배가 열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정오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거행했다. 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고통받는 모든 이를 기억하며 기도하고 연대해야 한다”며 “전쟁과 폭력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겪는 이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선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예수교장로회 등 개신교 73개 교단이 참여한 ‘2026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렸다. 이번 연합예배는 이념과 교단을 초월해 사실상 한국교회 대다수가 참여했다. 대회장은 이영훈 목사가, 설교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김정석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이 맡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평화와 생명의 세계를 위해 일하는 것이 부활절의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고귀한 사명”이라고 밝혔다. 앞서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는 한교총 주최로 약 40개 팀 8000여 명이 참여한 부활절 퍼레이드가 열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천재와 광기의 경계인… 사회는 지켜주지 못했다

    1994년 미국 뉴욕타임스(NYT) 1면을 장식한 마이클 라우도어. 그는 1분에 1200개 단어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또래를 압도하는 학습 능력을 지녔고, 예일대를 3년 만에 수석 졸업한 뒤 최상위 경영 컨설팅 기업에 취직한 엘리트였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에게 갑자기 조현병이 찾아온다. 그러나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된 후 예일대 법학대학원 진학에까지 성공하자, 그는 ‘조현병을 극복한 천재’로 전국적인 스타가 된다. 출판사는 거액의 선인세를 주고 계약을 맺고,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는 라우도어에게 영화 판권을 산다. ‘광기’라는 가제의 영화에서 라우도어를 연기할 배우로 당대 최고 스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브래드 피트가 물망에 오른다. 집필과 대외 활동으로 라우도어는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그의 내면엔 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1998년, 망상에 사로잡힌 그는 임신한 여자 친구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 책은 라우도어를 10세 때부터 지켜봤으며 예일대도 함께 다녔던 ‘절친’이 그가 살인을 저지르고 치료감호소에 수용되는 과정을 미국 사회의 배경, 정신질환 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입체적으로 탐구한 회고록이다. 두 사람 모두 유대계 집안 출신으로 비슷한 사회적 배경과 가정 환경을 공유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였다. 어릴 때부터 복잡한 정치 이야기와 철학적 개념을 이해하고 설명할 만큼 비범하고 카리스마가 있었던 라우도어를 어린 시절 저자는 동경과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두 사람의 미묘한 우정을 따라가다 보면 라우도어가 정신질환을 앓게 된 데까지 영향을 미친 사회문화적 배경을 자연스레 읽어낼 수 있다. 당시 미국은 학업 성취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고, 유대계 부모들은 과도한 압박감을 주곤 했다. 1980년대 미국 사회 특유의 엘리트주의 문화가 결합하며, 라우도어는 자신이 특별하고 우월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 내면의 불안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라우도어는 단순한 편집증적 불안이나 집착을 점차 망상으로 키워 나간다. 세상을 음모론의 시각에서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으며 누군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미행한다고 느낀다. 라우도어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 중 하나는 ‘강제 입원 금지’였다. 정신건강 인권운동으로 위험성이나 폭력성이 없는 환자의 강제 입원을 금지했다. 이 틈바구니로 우월한 천재로만 조명됐던 라우도어의 질환은 가려졌고 결과적으로 비극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책은 천재성과 광기의 얇은 경계,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낙인 등 복합적 층위를 완성도 있게 풀어낸다. 라우도어를 정신질환에 무지했던 사회의 희생자이자, 굴곡진 인생을 살아간 한 명의 인간으로 그려낸다. 2024년 퓰리처상 회고록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예일 수재는 왜 살인자가 되었나…절친이 되짚어본 비극

    1994년 미국 뉴욕타임스(NYT) 1면을 장식한 마이클 라우도어. 그는 1분에 1200개 단어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또래를 압도하는 학습 능력을 지녔고, 예일대를 3년 만에 수석 졸업한 뒤 최상위 경영 컨설팅 기업에 취직한 엘리트였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에게 갑자기 조현병이 찾아온다. 그러나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된 후 예일대 법학대학원 진학에까지 성공하자, 그는 ‘조현병을 극복한 천재’로 전국적인 스타가 된다.출판사는 거액의 선인세를 주고 계약을 맺고,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는 라우도어에게 영화 판권을 산다. ‘광기’라는 가제의 영화에서 라우도어를 연기할 배우로 당대 최고 스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브래드 피트가 물망에 오른다. 집필과 대외 활동으로 라우도어는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그의 내면엔 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1998년, 망상에 사로잡힌 그는 임신한 여자 친구를 살해하기에 이른다.이 책은 라우도어를 10세 때부터 지켜봤으며 예일대도 함께 다녔던 ‘절친’이 그가 살인을 저지르고 치료감호소에 수용되는 과정을 미국 사회의 배경, 정신질환 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입체적으로 탐구한 회고록이다. 두 사람 모두 유대계 집안 출신으로 비슷한 사회적 배경과 가정 환경을 공유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였다. 어릴 때부터 복잡한 정치 이야기와 철학적 개념을 이해하고 설명할 만큼 비범하고 카리스마가 있었던 라우도어를 어린 시절 저자는 동경과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두 사람의 미묘한 우정을 따라가다 보면 라우도어가 정신질환을 앓게 된 데까지 영향을 미친 사회문화적 배경을 자연스레 읽어낼 수 있다. 당시 미국은 학업 성취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고, 유대계 부모들은 과도한 압박감을 주곤 했다. 1980년대 미국 사회 특유의 엘리트주의 문화가 결합하며, 라우도어는 자신이 특별하고 우월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 내면의 불안을 숨기기에 급급했다.이런 배경 속에서 라우도어는 단순한 편집증적 불안이나 집착을 점차 망상으로 키워나간다. 세상을 음모론의 시각에서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으며 누군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미행한다고 느낀다.라우도어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 중 하나는 ‘강제 입원 금지’였다. 정신건강 인권운동으로 위험성이나 폭력성이 없는 환자의 강제 입원을 금지했다. 이 틈바구니로 우월한 천재로만 조명됐던 라우도어의 질환은 가려졌고 결과적으로 비극으로 이어지고 말았다.책은 천재성과 광기의 얇은 경계,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낙인 등 복합적 층위를 완성도 있게 풀어낸다. 라우도어를 정신질환에 무지했던 사회의 희생자이자, 굴곡진 인생을 살아간 한 명의 인간으로 그려낸다. 2024년 퓰리처상 회고록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03
    • 좋아요
    • 코멘트
  • “꿈이었던 ‘볼레로’ 주연, 200% 보여드릴 것”

    “연습할 때마다 느끼는 이 감동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34·사진)이 전설적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가 창립한 무용단 ‘베자르 발레 로잔(B´ejart Ballet Lausanne·BBL)’의 대표작 ‘볼레로’(1961년)로 한국 무대에 선다. 15년 만에 내한하는 BBL의 공연에서 주역 ‘라 멜로디’를 맡은 김기민은 2일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때부터 BBL 볼레로를 언젠가 해봐야겠단 꿈이 있었다”며 “마린스키 공연에 온 러시아 관객들도 ‘네가 하는 볼레로를 꼭 보고 싶다’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23∼26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열리는 BBL의 내한 공연 가운데 그가 출연하는 회차는 티켓 오픈 5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김기민은 내한에 앞서 스위스에서 예술감독 쥘리앵 파브로와 여러 차례 연습을 가졌다. 그는 “‘볼레로’는 은유적인 작품이라 언어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무대 안팎의 기운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매력”이라며 “연습 때마다 먼 우주에서 작은 물방울이 길고 곧은 직선으로 머리 위에 떨어지고, 그 진동이 온몸으로 퍼져서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제가 맡은 ‘라 멜로디’의 춤이 너무 어려워 BBL 동료들에게 ‘끝까지 어떻게 에너지를 유지하느냐’고 물었어요. 그러니 무대에 올라가면 군무가 많은 도움을 줄 거라고 하더군요. 그걸 듣는 순간 공감이 됐어요. 저는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지만 밑에서 밀어주는 힘이 오히려 나를 강하게 만들고, 관객들까지도 몰입하게 만들겠구나 상상이 됐습니다.” 공연에서 라 멜로디가 마지막에 죽음을 맞는 대목도 감동적이라고 한다. 김기민은 “첫 음부터 ‘나는 죽는구나’라는 느낌이 오는데, 그것이 슬프고 절망스러운 게 아니라 기쁘게 받아들이며 춤을 춘다”며 “죽음을 이렇게 표현한다는 게 항상 놀랍다”고 했다. 김기민은 최근 한국 무용수들이 세계에서 활약하는 데 기대가 크다. 다만 선배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한국은 발레 교육 수준이 뛰어나지만, ‘입시 발레’가 발전하다 보니 춤을 잘 추는 것처럼 보이려는 경향이 있어요. 교육할 때도 무의식적으로 ‘있어 보이게’라는 말을 많이 해요. 단기적으로야 콩쿠르 우승 등 성과가 있겠지만, 오랫동안 좋은 춤을 추긴 힘들어집니다.” 김기민은 “연습도 공연도 200% 이상 하려 한다. 볼레로 음악을 들으며 잠들고, 음악을 들으며 깨고 있다”며 “내면에서 움직이는 감정을 무조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대한을 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볼레로’ 무대 오르는 김기민 “연습도 공연도 200% 이상 해낼 것”

    “연습할 때마다 느끼는 이 감동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34)이 전설적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가 창립한 무용단 ‘베자르 발레 로잔’(Béjart Ballet Lausanne·BBL)의 대표작 ‘볼레로’(1961)로 한국 무대에 선다. 15년 만에 내한하는 BBL의 공연에서 주역 ‘라 멜로디’를 맡은 김기민은 2일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때부터 BBL 볼레로를 언젠가 해봐야겠단 꿈이 있었다”며 “마린스키 공연에 온 러시아 관객들도 ‘네가 하는 볼레로를 꼭 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23~26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열리는 BBL의 내한 공연 가운데 그가 출연하는 회차는 티켓 오픈 5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김기민은 내한에 앞서 스위스에서 예술감독 줄리앙 파브로와 여러 차례 연습을 가졌다. 그는 “‘볼레로’는 은유적인 작품이라 언어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무대 안팎의 기운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매력”이라며 “연습 때마다 먼 우주에서 작은 물방울이 길고 곧은 직선으로 머리 위에 떨어지고, 그 진동이 온 몸으로 퍼져서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제가 맡은 ‘라 멜로디’의 춤이 너무 어려워, BBL 동료들에게 ‘끝까지 어떻게 에너지를 유지하느냐’고 물었어요. 그러니 무대에 올라가면 군무가 많은 도움을 줄 거라고 하더군요. 그걸 듣는 순간 공감이 됐어요. 저는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지만 밑에서 밀어주는 힘이 오히려 나를 강하게 만들고, 관객들까지도 몰입하게 만들겠구나 상상이 됐습니다. ”공연에서 라 멜로디는 마지막에 죽음을 맞는다. 김기민은 “첫 음부터 ‘나는 죽는구나’라는 느낌이 오는데, 그것이 슬프고 절망스러운 게 아니라 기쁘게 받아들이며 춤을 춘다”며 “죽음을 이렇게 표현한다는 게 항상 놀랍다”고 했다. 김기민은 최근 한국 무용수들이 세계에서 활약하는 데 기대가 크다. 다만 선배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한국은 발레 교육 수준이 뛰어나지만, ‘입시 발레’가 발전하다 보니 춤을 잘 추는 것처럼 보이려는 경향이 있어요. 교육할 때도 무의식적으로 ‘있어 보이게’라는 말을 많이 해요. 단기적으로야 콩쿠르 우승 등 성과가 있겠지만, 오랫동안 좋은 춤을 추긴 힘들어집니다.”김기민은 “연습도 공연도 200% 이상 하려 한다. 볼레로 음악을 들으며 잠들고, 음악을 들으며 깨고 있다”며 “내면에서 움직이는 감정을 무조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대한을 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4-02
    • 좋아요
    • 코멘트
  • 월드클래스 서커스와 불꽃쇼, 환상으로의 초대

    26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대형 실내 공연장인 그랜드스테이지에서 서커스 ‘윙즈 오브 메모리(Wings of Memory)’가 시연됐다. 먼저 아르헨티나에서 온 곡예사가 공중그네에 매달려 우아한 무용을 선보였다. 의자에 거꾸로 매달려 발레리나처럼 원을 그리듯 빙그르르 돌더니, 천장에 매달린 긴 로프를 잡고 꼬아 가면서 더 높은 곳으로 향했다. 공중그네를 뜻하는 ‘트래피즈’ 곡예가 끝나자 남성 곡예사들이 등장했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막대를 들고 공중으로 던지는 등 아찔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다음 달 1일부터 에버랜드에선 ‘태양의 서커스’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곡예 디자이너, 코치 등 20명의 연출진이 제작에 참여한 서커스 공연을 선보인다. 정세원 에버랜드 엔터테인먼트그룹장은 “국내에선 대부도 동춘서커스나 제주도 아트서커스를 제외하면 서커스를 볼 기회가 거의 없다”며 “태양의 서커스 같은 아트 서커스를 보려면 해외 팀의 내한을 기다려야 했다”며 공연을 마련한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서커스는 캐나다 3대 서커스 제작사 중 하나로 꼽히는 ‘엘로와즈’와 스토리 개발 단계부터 1년 6개월에 걸쳐 협업했다. 글로벌 공연단과 예술대학 출신 연기자 20여 명이 출연해 수직 폴대를 잡고 펼치는 곡예인 ‘에어리얼 폴’과 대형 공중 그네 곡예 ‘러시안 스윙’ 등 수준 높은 퍼포먼스를 펼친다. 에버랜드 그랜드스테이지는 900석 규모. 이전에도 서커스를 한 바 있지만, 단순히 기능적인 곡예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연극적 요소와 서정적인 연출이 특징이다. 이날 시연에서도 소녀 ‘이엘’이 고니(백조)를 만나 여정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공연의 뼈대를 이뤘다. 엘로와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앤드루 코벳은 “‘윙즈 오브 메모리’ 서커스 공연은 가족 타깃의 공연”이라며 “동심(童心)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감정선을 자극하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서커스가 펼쳐지는 다음 달 1일부터 에버랜드에서는 또 다른 볼거리도 관객들을 맞이한다. ‘포시즌스 가든’에서 양정웅 감독이 연출한 불꽃쇼 ‘빛의 수호자들’을 새롭게 선보인다. 양 감독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문화 공연 등 국가 규모 행사의 연출을 맡은 바 있다. 쇼는 수천 발의 불꽃과 3차원(3D) 입체 영상, 역동적인 사운드와 레이저 매핑, 특수효과가 어우러진다. 에버랜드 캐릭터인 ‘레니앤 프렌즈’가 에버가든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번 불꽃쇼엔 150cm 길이의 대형 캐릭터 모형을 싣고 날아가는 드론(무인기)이 등장해 비디오 게임에서 소형 전투기들이 날아가는 듯한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에서 대형 오브제의 드론 비행이 공연 연출에 사용되는 건 처음이다. 양 감독은 “조명 예술과 불꽃, 레이저, 드론, 조명과 영상에서 음악까지 다양한 요소가 총체적으로 결합해 감동을 줄 것”이라고 했다.용인=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3-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