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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재범 씨(64·사진)가 “무대에서 물러나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임 씨는 4일 자신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은퇴 관련―안녕하세요. 임재범입니다’란 제목의 영상에서 “이번 40주년 투어를 끝으로 무대에서 물러나려 한다”며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아름다운 날들 속에서 스스로 걸어나오는 것이 제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자 감사의 방식이라 생각했다”는 글을 올렸다. 1986년 록밴드 ‘시나위’의 보컬로 데뷔한 임 씨는 1991년 ‘이 밤이 지나면’을 발표하며 솔로로 전향했다. ‘고해’(1998년), ‘너를 위해’(2000년)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큰 사랑을 받아 왔다. 지난해 11월부터 데뷔 40주년 전국 투어 ‘나는 임재범이다’를 진행 중이며, 서울(17, 18일)에 이어 올 5월 앙코르 공연을 끝으로 무대를 떠날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올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애넌버그 스쿨 강의실에선 조금 ‘특별한’ 수업이 열린다. 강의명은 ‘K팝 삐딱하게 보기: 지드래곤(GD) 사례’. 15주 동안 이어지는 4학점 강좌로, 제목 그대로 지드래곤이 수업의 소재이자 주제이다. 미국에서 예일대의 비욘세, 하버드대의 테일러 스위프트 강좌처럼 팝스타를 다룬 강좌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K팝 아티스트 한 명을 단독 주제로 삼은 교수 주도의 정규 강좌가 개설되는 건 처음이다. 강의를 맡은 이혜진 USC 언론정보학과 교수(사진)는 지난해 12월 3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GD를 무조건 찬양하는 수업이 아니다”라며 “한 아티스트를 통해 K팝의 문법을 바꾼 시도들을 살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GD, ‘롱 런’ K팝 가능성 보여줘” 2017년 USC 교수로 임용된 이 교수는 2019년부터 K팝 관련 강의를 해 왔다. K팝 산업과 팬덤을 폭넓게 다뤄왔지만, 그도 단일 아티스트로 수업을 개설하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GD 수업’을 정규 강좌로 만들기 위해 교육 과정을 평가하는 위원회 심사 등도 통과해야 했다. 그가 GD를 강의 주제로 택한 이유는 뭘까. “GD는 K팝 가수들이 20대에 잠깐 반짝이는 존재가 아니라 음악인으로서 30년, 40년 활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뮤지션에 가장 가까운 사례라고 봐요.” 이 교수가 GD에게서 눈여겨본 대목은 그가 지난해 8년의 공백을 깨고 나온 뒤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었다. K팝 안팎에서 굳어진 ‘아이돌은 수명이 짧고, K팝은 일시적 유행’이란 편견에 정면으로 맞선 인물이란 설명이다. 때문에 이번 강의는 단순히 GD의 히트곡이나 성과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아이돌의 데뷔 과정을 처음 공개한 빅뱅의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아이돌’이란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활동 방식, 2016년 샤넬 글로벌 앰배서더로 국내 아이돌 최초로 선정된 사례 등을 중심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이 교수는 2000년대 아시아 중심의 한류에서 출발한 K팝이 이제 세계를 휩쓰는 음악이 됐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다양한 성공 사례가 쌓이고 있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건 더 이상 뉴스가 아닌 시대다.이 교수는 이런 흐름에 한국 음악의 특성이 작용했다고 봤다. 그는 “K팝은 1990년대 미 흑인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아 해외 청자들에게도 비교적 익숙하다”며 “동시에 한국 사회가 음악적 유행을 빠르게 흡수하고 재구성하는 데 능숙한 편”이라고 분석했다.“물론 남은 숙제도 적지 않아요. 빌보드 랭킹은 팬들이 힘을 모으면 도달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문화적으로 체감되는 건 별개의 문제죠. 여전히 미국 사회는 인종과 언어 장벽이 높아요. K팝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긍정적인 면만 존재한다고 봐선 안 됩니다.”이 교수는 “한국이 생각하는 ‘글로벌’과 글로벌 사회가 생각하는 ‘글로벌’은 다르다”며 “한국은 순위가 몇 위인지, 앨범 몇 장을 팔았는지 등 외양적인 성과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사회나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테일러 스위프트 만들려면”이 교수는 지난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K팝이 지닌 ‘확장성’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았다. “케데헌은 한국적 요소를 많이 담으면서도, 드로잉은 서양 느낌이 나게 하는 등 절묘한 문화적 조합이 있었어요. 매기 강 감독이 한국과 서구 문화 양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이죠. K팝이 롱런하려면 이렇게 교두보가 될 인물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K팝에서 ‘K의 색깔’은 어디까지 유지해야 할까. 그는 “접점을 찾는 게 쉽진 않지만, 영어로만 음악을 만드는 것도 답이라 보진 않는다”면서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요즘 K팝은 너무 잘 만들어요. 하지만 중소 기획사 소속으로 미 시장에 도전하던 BTS가 보여줬던 ‘날것(raw)의 느낌’은 많이 사라졌죠. 제과점에 소보로빵도 있고 케이크도 있어야 하는데, 모두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만 만드는 느낌이랄까요. 스위프트나 폴 매카트니처럼 오래도록 사랑받는 K팝 가수들이 나오려면, 사람들이 처음에 K팝을 좋아했던 이유가 뭐였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올 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애넌버그 스쿨 강의실에선 조금 ‘특별한’ 수업이 열린다. 강의명은 ‘K팝 삐딱하게 보기: 지드래곤(GD) 사례’. 15주 동안 이어지는 정규 학점 강좌로, 제목 그대로 지드래곤이 수업의 소재이자 주제이다. 미국에서 예일대의 비욘세, 하버드대의 테일러 스위프트 강좌처럼 팝스타를 다룬 강좌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K팝 아티스트 한 명을 단독 주제로 삼은 정규 강좌가 개설되는 건 처음이다. 강의를 맡은 이혜진 USC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3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GD를 무조건 찬양하는 수업이 아니다”라며 “한 아티스트를 통해 K팝의 문법을 바꾼 시도들을 살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GD, ‘롱 런’ K팝 가능성 보여줘”2017년 USC 교수로 임용된 이 교수는 2019년부터 K팝 관련 강의를 해 왔다. K팝 산업과 팬덤을 폭넓게 다뤄왔지만, 그도 단일 아티스트로 수업을 개설하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GD 수업’을 정규 강좌를 만들기 위해 교육 과정을 평가하는 위원회 심사 등도 통과해야 했다. 그가 GD를 강의 주제로 택한 이유는 뭘까.“GD는 K팝 가수들이 20대에 잠깐 반짝이는 존재가 아니죠. 음악인으로서 30년, 40년 활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뮤지션에 가장 가까운 사례라고 봐요.”이 교수가 GD에게서 눈여겨 본 대목은 그가 지난해 8년의 공백을 깨고 나온 뒤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었다. K팝 안팎에서 굳어진 ‘아이돌은 수명이 짧고, K팝은 일시적 유행’이란 편견에 정면으로 맞선 인물이란 설명이다. 때문에 이번 강의는 단순히 GD의 히트곡이나 성과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아이돌의 데뷔 과정을 처음 공개한 빅뱅의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아이돌’이란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활동 방식, 2016년 샤넬 글로벌 엠베서더로 국내 아이돌 최초로 선정된 사례 등을 중심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이 교수는 2000년대 아시아 중심의 한류에서 출발한 K팝이 이제 세계를 휩쓰는 음악이 됐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다양한 성공 사례가 쌓이고 있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건 더 이상 뉴스가 아닌 시대다.이 교수는 이런 흐름에 한국 음악의 특성이 작용했다고 봤다. 그는 “K팝은 1990년대 미 흑인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아 해외 청자들에게도 비교적 익숙하다”며 “동시에 한국 사회가 음악적 유행을 빠르게 흡수하고 재구성하는 데 능숙한 편”이라고 분석했다.“물론 남은 숙제도 적지 않아요. 빌보드 랭킹은 팬들이 힘을 모으면 도달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문화적으로 체감되는 건 별개의 문제죠. 여전히 미국 사회는 인종과 언어 장벽이 높아요. K팝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긍정적인 면만 존재한다고 봐선 안 됩니다.”이 교수는 “한국이 생각하는 ‘글로벌’과 글로벌 사회가 생각하는 ‘글로벌’은 다르다”며 “한국은 순위가 몇 위인지, 앨범 몇 장을 팔았는지 등 외양적인 성과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사회나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테일러 스위프트 만들려면”이 교수는 지난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K팝이 지닌 ‘확장성’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았다. “케데헌은 한국적인 요소를 많이 담으면서도, 드로잉은 서양 느낌이 나게 하는 등 절묘한 문화적 조합이 있었어요. 메기 강 감독이 한국과 서구 문화 양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이죠. K팝이 롱런하려면 이렇게 교두보가 될 인물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그렇다면 K팝에서 ‘K의 색깔’은 어디까지 유지해야 할까. 그는 “접점을 찾는 게 쉽진 않지만, 영어로만 음악을 만드는 것도 답이라 보진 않는다”면서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요즘 K팝은 너무 잘 만들어요. 하지만 중소 기획사 소속으로 미 시장에 도전하던 BTS가 보여줬던 ‘날 것(raw)의 느낌’은 많이 사라졌죠. 제과점에 소보로도 있고 케이크도 있어야 하는데, 모두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만 만드는 느낌이랄까요. 테일러 스위프트나 폴 매카트니처럼 오래토록 사랑받는 K팝 가수들이 나오려면, 사람들이 처음에 K팝을 좋아했던 이유가 뭐였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가수 임재범 씨(64·사진)가 “무대에서 물러나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임 씨는 4일 자신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은퇴 관련-안녕하세요. 임재범입니다’란 제목의 영상에서 “이번 40주년 투어를 끝으로 무대에서 물러나려 한다”며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아름다운 날들 속에서 스스로 걸어나오는 것이 제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자 감사의 방식이라 생각했다”는 글을 올렸다.임 씨는 은퇴를 결심한 이유로 “무대에 서면 여전히 심장은 뜨겁지만, 그 뜨거움만으로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제가 가진 것들이 하나둘 제 손을 떠나고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말로 꺼내려 하면 목이 메어 차마 여러분을 바라보며 전할 용기가 나지 않아, 마지막 순간에 글로 먼저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1986년 록밴드 ‘시나위’의 보컬로 데뷔한 임 씨는 1991년 ‘이 밤이 지나면’를 발표하며 솔로로 전향했다. ‘고해’(1998년), ‘너를 위해’(2000년)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큰 사랑을 받아 왔다. 지난해 11월부터 데뷔 40주년 전국 투어 ‘나는 임재범이다’를 진행 중이며, 서울(17, 18일)에 이어 올 5월 앙코르 공연을 끝으로 무대를 떠날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2’가 국내 누적 관객 800만 명을 돌파했다.4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토피아2’는 개봉 39일째인 3일 오후 기준 누적 관객 수 800만7242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8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현재까지 ‘주토피아2’가 유일하다. 이는 지난해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모은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누적 관객 수 약 569만 명과도 격차가 크다. 국내에서 ‘800만 영화’가 나온 건 2024년 6월 개봉해 약 879만 명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다만 ‘주토피아2’가 1000만 영화가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개봉 7주차에 접어들며 흥행 열기가 다소 떨어진 데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일 기준 박스오피스 1위는 ‘아바타: 불과 재’(26만800명)로, 누적 관객 수 535만6487명을 기록했다. 2016년에 나온 ‘주토피아’ 후속작인 ‘주토피아2’는 전작에서 거대한 음모에 휩쓸린 뒤 절친한 파트너가 된 토끼 주디와 여우 닉이 새로운 사건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렸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2월의 어느 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도시로 향한다.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면 어떤 기분일지 알고 싶어서. 남편에겐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낯선 남자의 아파트에 도착한 그는 ‘밀회’를 즐긴다. 평범한 불륜 이야기처럼 보이겠지만, 소설은 여자가 뜻밖의 사건에 말려들며 서사의 흐름이 급격히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끔찍한 결말은 예고 없이, 그러나 담담하게 펼쳐진다.‘이처럼 사소한 것들’(2021년)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사랑받는 클레어 키건이 1999년 데뷔작으로 발표한 단편소설집이다. 책에 실린 작품들은 키건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주로 아일랜드 농촌을 주요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전통적인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작동하는 폭력의 양상을 탐구한다. 하지만 국가와 제도의 억압 아래 스러져간 소녀를 위해 연대할 남성을 배치한 중·후기 작품과 달리, 20대 젊은 시절의 키건이 그려낸 세계는 훨씬 냉혹하다. 곳곳에서 잔인한 남성성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살인과 배신, 아이의 실종과 광기 등 극단적인 사건과 함께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각 단편은 짧지만 자명하다. ‘진저 로저스 설교’에선 성적 호기심을 가진 소녀의 선택이 한 남자의 삶을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밀어 넣는다. 사건의 무게를 인식하지 못하는 소녀의 시선과,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어른들의 세계가 교차된다. 외도를 일삼는 남편에게 아내가 복수하는 ‘남자와 여자’, 아이를 잃은 부모의 고통을 기괴한 장치로 밀어붙이는 ‘여권 수프’ 등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드러난다. 키건은 인물들의 심리를 과장하지 않고, 오히려 절제된 장면을 통해 불안과 슬픔을 신비롭게 부각한다. 이 소설들의 결말은 대체로 미묘하다. 완결된 교훈이나 단정적인 마무리 대신 독자가 이야기를 곱씹으며 상상하도록 여백을 남긴다. 읽고 나면 속이 더 답답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 때문에 인물과 사건을 쉽게 놓아버릴 수 없다. 예상치 못한 방향이어도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어떤 단편이 가장 인상적인지를 두고 팬들도 의견이 갈릴 만큼, 작품 15편은 저마다의 개성이 선명하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팝 최정상 보이그룹인 방탄소년단(BTS·사진)이 드디어 돌아온다. 완전체로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는 건 2022년 6월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이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1일 “BTS가 3월 20일 새 앨범을 발매하고, 대규모 월드투어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컴백 소식은 BTS 멤버들이 팬클럽 아미(ARMY)에게 보낸 자필 편지를 통해 먼저 공개됐다. 멤버들은 신년을 맞아 직접 손으로 쓴 편지에서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2026.03.20’이란 날짜를 적어 앨범 발매일을 암시했다. 리더인 RM은 “그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렸습니다”라고 했으며, 지민은 “우리가 만나는 해가 찾아왔습니다”라고 써 기대감을 부풀렸다. 다른 멤버들 역시 “드디어 생각했던 게 현실로!”(제이홉), “기다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진), “올해도 즐겁게 함께 합시다. 사랑합니다”(슈가) “2026년엔 더 좋은 추억으로 갈 테니까 기대하세요”(뷔), “보고 싶네요!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정국)라고 인사했다. BTS는 2025년 12월 31일에 팬 플랫폼 위버스에서 완전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새해를 맞았다. 멤버들은 “올해는 무사히 컴백해 앨범이 잘되면 좋겠다. 방탄소년단 대박 나자”고 전했다. BTS는 2022년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 발매 이후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한 뒤 멤버들의 군 입대와 솔로 활동을 이어왔다. 같은 해 10월 ‘2030 세계엑스포 부산 유치 기원 콘서트’가 마지막 완전체 무대였다. 진과 제이홉이 2024년 6월과 10월 전역한 뒤, 지난해 6월 나머지 멤버 모두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빅히트뮤직은 “BTS 앨범과 공연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팝 최정상 보이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이 드디어 돌아온다. 완전체로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는 건 2022년 6월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이다.소속사 빅히트뮤직은 1일 “BTS가 3월 20일 새 앨범을 발매하고, 대규모 월드투어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컴백 소식은 BTS 멤버들이 팬클럽 아미(ARMY)에게 보낸 자필 편지를 통해 먼저 공개됐다.멤버들은 신년을 맞아 직접 손으로 쓴 편지에서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2026.03.20’이란 날짜를 적어 앨범 발매일을 암시했다. 리더인 RM은 “그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렸습니다”라고 했으며, 지민은 “우리가 만나는 해가 찾아왔습니다”라고 써 기대감을 부풀렸다.다른 멤버들 역시 “드디어 생각했던 게 현실로!”(제이홉), “기다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진), “올해도 즐겁게 함께 합시다. 사랑합니다”(슈가) “2026년엔 더 좋은 추억으로 갈 테니까 기대하세요”(뷔), “보고 싶네요!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정국)라고 인사했다.BTS는 2025년 12월 31일에 팬 플랫폼 위버스에서 완전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새해를 맞았다. 멤버들은 “올해는 무사히 컴백해 앨범이 잘되면 좋겠다. 방탄소년단 대박 나자”고 전했다.BTS는 2022년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 발매 이후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한 뒤 멤버들의 군 입대와 솔로 활동을 이어왔다. 같은 해 10월 ‘2030 세계엑스포 부산 유치 기원 콘서트’가 마지막 완전체 무대였다. 진과 제이홉이 2024년 6월과 10월 전역한 뒤, 지난해 6월 나머지 멤버 모두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빅히트뮤직은 “BTS 앨범과 공연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사진)가 미혼모 등 취약 계층을 위해 2억 원을 기부했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31일 “아이유가 한국미혼모가족협회와 아동권리보장원, 사랑의달팽이, 우양재단에 각각 5000만 원씩 모두 2억 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 지원과 보호 종료 아동의 자립을 위한 초기 비용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아이유는 2025년에만 산불 피해 지원에 2억 원, 어린이날 아동·청소년 지원에 1억5000만 원 등 모두 9억5000만 원을 기부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세상 어디라고 빛과 어둠이 없을까. 2025년 한국 문화계는 유독 그 명암이 선명하게 엇갈렸다. 눈이 아릴 정도로 화려한 성과가 쏟아지면서도, 가슴이 묵직해지는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K컬처의 승전보는 찬란했다. 여름을 앞두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등장한 만화영화는 한 해가 저무는 지금도 우렁찬 사자후를 터뜨리고 있다. 꽤 괜찮은 작품으로 여겨지던 K뮤지컬 한 편은 세계적인 미국 공연계 최고의 시상식을 휩쓸어 버렸다. 제주가 배경인 토속적인 드라마가 세계인의 눈언저리를 붉게 물들였고, 돌아온 ‘원톱’ 여성 걸그룹은 세상을 “뛰어”다니며 대기를 들썩였다. 하나 새옹(塞翁)의 말은 올해도 뒤뚱거렸다. 과거에, 혹은 처신에 발목이 잡힌 스타들은 화마에 휩싸인 채 떠나거나 깊이 가라앉았다. 지난해부터 다툼이 이어졌던 샛별 같던 아이돌은 끝내 완전체로 돌아오지 못했다. 국민 할배도, 한국의 리즈 테일러도, 개그맨 창시자도 창공의 별로 돌아갔다. 병오년(丙午年)의 붉은 말은 또 우리를 어디로 태우고 갈까.❶ ‘헌트릭스’ 활약에 김밥-저승사자 K컬처 일상화2025년 올 한 해 문화계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광풍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 해외에서 더 뜨거웠던 케데헌 신드롬은 이제 K팝을 근간에 둔 K컬처가 세계 시장의 주류(mainstream)로 올라서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누적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하며, K컬처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던 ‘오징어 게임’마저 넘어선 건 충격에 가까웠다. 김밥이나 라면, 저승사자 등 디테일한 한국 문화를 선보여 세계 속 K컬처의 ‘일상화’를 이끌었단 평가도 나온다. 케데헌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의 인기도 상상을 초월했다. 타이틀곡 ‘골든’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도합 8주 동안 1위를 기록했다. 이 차트에서 가상 아이돌이 1위를 차지한 것도, 여성 가수가 부른 K팝이 정상에 오른 것도 처음이었다. 연출자인 매기 강 감독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2월 옥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❷ 완전체로 솔로로 지구촌 무대 달군 ‘블랙핑크’하반기 가상 아이돌 ‘헌트릭스’에 살짝 밀린 감은 들지만, 올해 K팝의 위너는 블랙핑크였다.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걸그룹이 솔로 아티스트로의 행보와 완전체 그룹 활동을 완벽하게 교직하는 모습은 향후 ‘K아이돌의 모범 사례’라 불러도 과하지 않았다. 미 빌보드 ‘핫100’에 무려 56주나 머물렀던 로제의 ‘아파트(APT.)’는 특히 백미였다. 내년 2월 열릴 그래미 어워즈에 ‘올해의 노래’ 등 3개 부문 후보로도 오르며 하얗게 쌓인 눈 위로 첫 발자국을 새겼다. 탁월한 음악성이 돋보인 제니의 첫 정규 앨범 ‘루비(Ruby)’는 미 롤링스톤이 선정한 ‘2025년 최고의 앨범’ 29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 활동의 파괴력도 놀라웠다. 7월 신곡 ‘뛰어(JUMP)’를 발표한 뒤, K걸그룹 최초로 ‘꿈의 공연장’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벌써부터 올해 전원 전역한 ‘황제테란’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빚어낼 쌍두마차의 활약이 기다려진다.❸ 브로드웨이도 열광 K뮤지컬 ‘확실히 해피엔딩’이젠 ‘확실히 해피엔딩(Absolutely Happy Ending)’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미국 토니상 6관왕 등극은 글로벌 무대에서 K팝과 K드라마만 주인공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했다. 6월 ‘미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시상식에서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입이 벌어지게 하더니, 작품상과 연출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며 결국 턱까지 빠지게 만들었다. 각본과 작사를 맡은 박천휴 작가는 토니상을 수상한 첫 한국인이란 기록도 세웠다. 2016년 300석짜리 소극장에서 출발한 이 뮤지컬이 지난해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며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적 기발함(quirky)에 보편적 인간애를 녹여낸 작품이 현지화 전략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누구나 공감할 내용을 맛깔스럽게 버무리라는 얘기. 그러니까, ‘잘’ 만들면 된다.❹ 제주 감성 ‘폭싹 속았수다’에 국내외 눈물 펑펑4년 동안 세상을 뒤흔들던 왕의 마지막 무대는 왠지 씁쓸했다. 6월 마지막 시즌3를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K컬처 역사책에서도 언급될 이름이다. 2021년 9월 첫 시즌 공개 뒤 이듬해 미국 방송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에서 6관왕을 차지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들이 거액을 품으려 목숨 건 게임을 벌인다는 설정은 팬데믹 이후 지구에 울려 퍼진 ‘우울한 팡파르’와도 같았다. 다만 물러섬의 미학이 그리 개운치는 않았다. 시즌3는 대놓고 혹평을 받을 정도는 아닐지라도, 기립박수를 보낼 짜임새도 아니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 방영작 기준으로 선정한 ‘2025 베스트 K드라마’ 순위에서도 겨우(?) 3위에 머물렀다. 1위는 ‘폭싹 속았수다’였다. 올 3월 공개된 이 넷플릭스 드라마는 글로벌 톱10 TV쇼 부문에서 9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과 관식의 일생을 사계절에 빗대 풀어낸 ‘문예적인’ 작품이 전한 교훈은 뭘까. 역시, ‘잘’ 만들면 된다.❺ 꽃할배-트로트 천왕-개그 전도사 하늘 무대로올해도 별은 또 졌다. 이별은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영원한 현역’일 줄 알았던 이순재 배우는 지난달 25일 91세로 우리 곁을 떠나갔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허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예능 ‘꽃보다 할배’ 등 70년 가까이 TV와 영화, 연극 무대를 넘나들던 고인의 열정. 투병 중에도 마지막까지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대본을 놓지 않았다는 그의 성실함은 천국에서도 빛나지 않을까. 잊혀지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2월엔 ‘트로트 4대 천왕’ 가수 송대관이 떠났고, 10월엔 ‘개그맨’이란 말을 처음으로 만든 방송인 전유성이 작고했다.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로 불렸던 배우 김지미도 이달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으며, 1세대 연극 스타 배우 윤석화도 연이어 영면했다. 앞서 9월엔 ‘선댄스 키드’ 배우 로버트 레드퍼드의 별세 소식도 영화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❻ 관람객 600만명 ‘국중박’ 박물관 세계 4위 우뚝‘어쩌면 케데헌 덕?’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은 K컬처의 인기와 ‘뮷즈’(박물관 문화상품)의 히트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연간 관람객 600만 명을 넘어섰다. 관람객 수만 따지면 세계 박물관 4위에 해당하는 성과다. 여기에 전국 12개 국립박물관을 합치면 누적 관람객 수는 1380만여 명. 국립현대미술관의 누적 관람객 수 역시 337만 명(20일 기준)을 넘으며 개관 이래 최다 기록을 세웠다. 20, 30대 방문객이 전체의 63.2%를 차지했으며, 외국인 관람객은 21만 명으로 전체 관람객의 6.3%였다. 다만 이러한 열기를 내년에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언하기 어렵다.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전시 질 향상과 관람 환경 개선, 소장품 관리 역량 강화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중장기적으로 인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감나무 밑에 누워 홍시 떨어지길 기다려선 안 된다는 소리다.❼ 연예계 덮친 주사이모-소년범-조폭 연루 논란12월 연예계를 강타한 사자성어는 ‘주사이모’ 아닐까. 이달 초 개그우먼 박나래 씨로부터 피어오른 불씨는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전 매니저들에 대한 ‘갑질’ 논란 등으로 시끄럽더니, 결국 불법 의료행위 의혹은 샤이니 키(본명 김기범)와 유명 유튜버 입짧은햇님(본명 김미경)까지 파장을 미쳤다. 이들은 모두 고개 숙이고 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개그맨 조세호 씨도 조직폭력배 연루설이 불거진 뒤 출연 프로그램들에서 하차했다.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 씨는 아예 은퇴를 선언했다. 30여 년 전 청소년 때 강력범죄 이력이 있다는 의혹 제기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정치계로도 옮겨 붙은 이번 논란은, 범죄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소년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줬다면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❽ 돌아온 하니 떠난 다니엘, 완전체 깨진 뉴진스우리가 알던 뉴진스는 이제 사라졌다. 지난해 11월부터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뉴진스 사태’는 1년여의 세월을 날린 채 완전체 복귀가 물거품이 됐다. 당시 소속사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하며 법적 분쟁에 들어갔던 뉴진스는 10월 1심 법원이 어도어의 승소 판결을 내리며 끝을 맺는 듯했다. 지난달 해린과 혜인이 공식 복귀를 선언했고, 나머지 셋도 돌아올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던 상황은 결국 분열로 치달았다. 어도어는 29일 하니의 복귀를 발표하며 다니엘의 전속계약 해지도 결정했다. 민지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나, 4세대 걸그룹의 정점이던 5인조 걸그룹은 이제 볼 수가 없게 됐다. 향후 행보도 관심이다. 2022년 데뷔해 K팝 판도를 바꿨다는 찬사를 들었던 뉴진스는 과거의 가공할 화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래저래 핫한 걸그룹이다.❾ 다섯 번 방한 교황 레오 14세, 2027년 또 온다4월 21일(현지 시간) 신대륙 국가(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처음 교황에 올랐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보름여 후인 5월 8일 제267대 교황에 오른 레오 14세도 미국 출신. 연이은 비(非)유럽계 교황의 배출은 교황청이 더는 과거의 관습과 권위에 머무르지 않고, 복음의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내적 쇄신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두 교황 모두 한국과 인연이 깊다. 역대 교황 중 한국을 방문한 건 1984년 5월 요한 바오로 2세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뿐이다. 2023년 9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동양인 성인 최초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세워진 건 이런 인연이 작용한 덕으로 알려졌다. 레오 14세는 2001년부터 12년간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으로 다섯 차례나 방한했다.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 참석을 위해 다시 한번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❿ 장관급 오른 K팝 사령관… 국가 핵심동력으로9월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의성총괄책임자(CCO) 겸 대표 프로듀서가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장관급)에 임명된 건 K컬처의 달라진 위상을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현역 뮤지션인 그의 임명은 K컬처를 단순히 지원과 진흥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보겠다는 정부의 메시지로도 읽히고 있다. 박 위원장은 K팝이 아직 북미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2000년대 초반부터 적극 도전했던 경험이 공동위원장 발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임명 당시 “K팝이 세계가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는 대중문화교류위가 화제성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정리=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 분쟁을 이어온 걸그룹 뉴진스(다니엘, 민지, 하니, 해린, 혜인)의 ‘완전체’ 복귀가 무산됐다. 어도어는 하니의 복귀를 확정한 반면에 다니엘과는 전속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어도어는 29일 공식 입장문에서 “하니는 가족과 함께 오랜 기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법원 판결을 존중해 어도어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지에 대해선 “대화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반면 “다니엘은 함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분쟁 상황을 초래한 다니엘 가족 1인과 민희진 전 대표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어도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니엘은 (다른 소속사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독자 활동을 하는 등 전속계약 위반 행위를 발견했다”며 “시정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해지를 통보했으며, 다니엘에 대한 손해배상 소장도 접수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뉴진스는 해임된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해 11월 전속계약 종료를 선언하며 법적 분쟁에 돌입했다. 어도어는 같은 해 12월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며, 올 10월 1심 법원은 어도어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엔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를 결정했으며 하니와 민지, 다니엘도 복귀 의사를 언론에 전했다. 하지만 어도어는 나머지 3명의 “진의를 확인하겠다”며 즉각적인 결정을 미뤄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대호군(大護軍) 장영실이 만든 안여(安輿·임금이 타는 가마)가 견실하지 못하여 의금부에 내려 국문하다.” 조선의 대표적인 과학자 장영실은 ‘조선왕조실록’ 세종 24년(1442년) 3월 16일에 실린 이 기록을 끝으로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2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그 역사의 공백을 짐작해 보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이상훈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조선의 천재 과학자가 유럽으로 건너가 어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승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무대 위로 옮긴다. 이야기는 바로크 시대 화가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방송국 PD 진석이 이탈리아인 엘레나로부터 비망록 한 권을 건네받으며 시작된다. 진석이 역사학자 강배와 함께 기록 속 단서를 좇는 과정에서 장영실의 행방이 드러난다. 1막과 2막의 대비가 또렷해 다채롭게 극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 조선을 배경으로 한 1막은 신분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영실과 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뒷받침하는 세종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반면 2막은 역사적 상상력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구간이다.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조선을 떠난 영실이 낯선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과정이 빠른 호흡으로 펼쳐진다. 두 세계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는 무대 미술이 특히 흥미롭다. 조선은 지붕이 있는 궁궐 구조를 중심으로 따뜻하고 안정적인 영실의 공간임을 강조한다. 반대로 유럽은 지붕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공간에서 이질성과 개방감을 동시에 부각한다. 이런 대비는 장영실이 경험해야 했던 두 세계의 간극을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한다. 배우들의 1인 2역 소화도 관전 포인트다. 장영실과 현대의 역사학자 강배는 박은태·전동석·고은성이 맡고, 세종과 PD 진석은 카이·신성록·이규형이 연기한다. 같은 배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것을 인지하며 펼치는 메타적 유머도 웃음을 자아낸다. 대취타와 태평소 같은 국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되며 동서양의 조화를 꾀한 음악 역시 매력적이다. 유럽에 남겨진 영실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넘버 ‘그리웁다’는 절절한 외로움과 상실감을 또렷하게 전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다만 서사의 밀도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장영실이 유럽으로 건너가 르네상스 문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2막에서 다빈치와의 관계가 전면에 부각되며 1막에서 공들여 쌓았던 세종과 장영실의 서사가 상대적으로 흐려진다. 그럼에도 ‘한복 입은 남자’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대극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스케일과 미학을 안정적으로 보여준 작품. 장영실을 위인의 초상에 가두기보다, 국경과 시대의 경계에 놓인 한 인간으로 바라보려는 시도 역시 의미가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 분쟁을 이어온 걸그룹 뉴진스(다니엘·민지·하니·해린·혜인)의 ‘완전체’ 복귀가 무산됐다. 어도어는 하니의 복귀를 확정한 반면, 다니엘과는 전속계약 해지를 결정했다.어도어는 29일 공식 입장문에서 “하니는 가족과 함께 오랜 기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법원 판결을 존중해 어도어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지에 대해선 “대화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반면 “다니엘은 함께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분쟁 상황을 초래한 다니엘 가족 1인과 민희진 전 대표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어도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니엘은 (다른 소속사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독자 활동을 하는 등 전속계약 위반 행위를 발견했다”며 “시정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해지를 통보했으며, 다니엘에 대한 손해배상 소장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지난해 뉴진스는 해임된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해 11월 전속계약 종료를 선언하며 법적 분쟁에 돌입했다. 어도어는 같은 해 12월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며, 올 10월 1심 법원은 어도어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엔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를 결정했으며, 하니와 민지, 다니엘도 복귀 의사를 언론에 전했다. 하지만 어도어는 나머지 3명의 “진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즉각적인 결정을 미뤄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대호군(大護軍) 장영실이 만든 안여(安輿·임금이 타는 가마)가 견실하지 못하여 의금부에 내려 국문하다.”조선의 대표적인 과학자 장영실은 ‘조선왕조실록’ 세종 24년(1442년) 3월 16일에 실린 이 기록을 끝으로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2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그 역사의 공백을 짐작해 보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이상훈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조선의 천재 과학자가 유럽으로 건너가 어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승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무대 위로 옮긴다.이야기는 바로크 시대 화가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방송국 PD 진석이 이탈리아인 엘레나로부터 비망록 한 권을 건네받으며 시작된다. 진석이 역사학자 강배와 함께 기록 속 단서를 좇는 과정에서 장영실의 행방이 드러난다.1막과 2막의 대비가 또렷해 다채롭게 극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 조선을 배경으로 한 1막은 신분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영실과 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뒷받침하는 세종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반면 2막은 역사적 상상력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구간이다.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조선을 떠난 영실이 낯선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과정이 빠른 호흡으로 펼쳐진다.두 세계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는 무대 미술이 특히 흥미롭다. 조선은 지붕이 있는 궁궐 구조를 중심으로 따뜻하고 안정적인 영실의 공간임을 강조한다. 반대로 유럽은 지붕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공간에서 이질성과 개방감을 동시에 부각한다. 이런 대비는 장영실이 경험해야 했던 두 세계의 간극을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한다.배우들의 1인 2역 소화도 관전 포인트다. 장영실과 현대의 역사학자 강배는 박은태·전동석·고은성이 맡고, 세종과 PD 진석은 카이·신성록·이규형이 연기한다. 같은 배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것을 인지하며 펼치는 메타적 유머도 웃음을 자아낸다. 대취타와 태평소 같은 국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되며 동서양의 조화를 꾀한 음악 역시 매력적이다. 유럽에 남겨진 영실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넘버 ‘그리웁다’는 절절한 외로움과 상실감을 또렷하게 전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다만 서사의 밀도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장영실이 유럽으로 건너가 르네상스 문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2막에서 다빈치와의 관계가 전면에 부각되며 1막에서 공들여 쌓았던 세종과 장영실의 서사가 상대적으로 흐려진다. 그럼에도 ‘한복 입은 남자’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대극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스케일과 미학을 안정적으로 보여준 작품. 장영실을 위인의 초상에 가두기보다, 국경과 시대의 경계에 놓인 한 인간으로 바라보려는 시도 역시 의미가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세계적 인구학자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콜먼은 지난해 11월 한국의 한 포럼에 참석해 “한국이 인구 문제 해결에 실패할 경우 세계 최초로 인구 소멸을 맞이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같은 시기 엑스(X·옛 트위터)에 “세대마다 한국 인구의 3분의 2가 사라질 것”이라며 “인구 붕괴”란 게시물을 올렸다. 그동안 한국의 저출산 담론은 오랫동안 ‘숫자’의 언어에 갇혀 있었다. 합계출산율, 출생아 수, 인구 피라미드 같은 지표로 문제의 심각함을 주로 논의했다. 신간은 이 익숙한 논의를 조금 더 깊이 파고든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30년 넘게 인구경제학을 연구해 온 저자는 “왜 이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이 점점 어려운 선택이 됐는가”를 묻는다. 책은 여성 인구 구조와 결혼 감소, 유배우(有配偶) 출산율 변화를 꼼꼼히 살피며 한국 저출산의 핵심 요인이 ‘결혼의 감소’와 ‘첫째 아이 출산의 급락’에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사교육비, 주거비, 노동시장 불안정, 성평등 수준 같은 경제·사회적 요인을 결합해 출산 결정이 개인의 의지나 가치관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제약의 결과임을 논증한다. 특히 사교육비 증가가 둘째·셋째 출산에 더 큰 타격을 준다는 분석, 주택 가격 상승이 무주택자에겐 출산을 억제하고 유주택자에게는 자산 효과로 작용한다는 대목이 흥미롭다. 대부분의 데이터가 한국 사례 중심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것도 장점이다. 다만 저출산 정책 평가에서 지나친 단정은 피한다. “지난 20년의 정책이 ‘완전한 실패’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결혼한 중상위층 가구에 편중돼 정책의 영향권 밖에 놓인 사람이 지나치게 많았다”고 짚는다. 또 비혼 출산 지원 역시 출산율 제고 수단이 아니라 인권과 선택의 자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합리적으로 풀어간다. 책의 결론은 명확하다. 출산율 자체를 목표로 삼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청년의 현재를 힘들게 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조건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를 ‘인구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인간’으로 대하는 사회로의 전환이 없다면, 어떤 숫자도 회복되지 않는다. 인구 위기를 둘러싼 다소 감정적인 논쟁을 넘어, 정책과 사회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차분히 짚어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한 달을 살더라도 ‘윤석화’답게, 담대하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2023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연극 ‘신의 아그네스’, 뮤지컬 ‘명성황후’ 등에 출연하며 한국 공연계 스타로 활약한 배우 윤석화 씨(사진)가 19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고인은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그는 2022년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줄곧 투병해 왔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세이던 1975년 민중극단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원래 교사나 현모양처를 꿈꿨으나 개성 있는 음색 덕에 CM(광고방송)송을 부르며 주목 받았다. 대중에게 친숙한 “열두 시에 만나요…”(아이스크림)와 “하늘에서 별을 따다…”(탄산음료)가 고인의 목소리다. 고인이 스타로 발돋움한 작품은 ‘신의 아그네스’였다. 1983년 직접 번역하고 주역을 맡은 이 작품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그를 연극계 간판 배우로 만들었다. 실험극장 초연 당시 최장기 공연(532회)과 최다 관객 동원(10만 명) 등을 기록했다. 그는 연극 ‘덕혜옹주’(1995년), ‘햄릿’(2016년) 등에서 활약하며 배우 손숙, 박정자와 국내 연극계를 이끄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역시 국내 초창기부터 ‘신데렐라’(1976년), ‘명성황후’(1996년)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2012년엔 제작자로 변신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원더풀 타운’을 무대에 올렸다. 1994년 자신의 이름(石花)에서 착안한 잡지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했으며, 1999년 음악전문지 월간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2022년 10월 런던 출장 중 쓰러진 고인은 악성 뇌종양이 발견돼 당시 2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고인의 마지막 무대는 2023년 배우 손숙의 데뷔 60주년 연극 ‘토카타’에 5분가량 섰던 우정 출연이었다. 1984년 동아일보 여성동아대상을 비롯해 동아연극상 연기상과 백상예술대상,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2005년 어린이날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씨와 아들 수민 씨, 딸 수화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2227-7500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오스트리아 빈은 오래된 도시다. 한때 제국의 중심이었던 이곳에서는 최첨단 기술이나 번쩍이는 새로움보다, 낡았지만 특별한 무언가를 만나고 싶어진다. 시간이 남긴 흔적과 그 안에 쌓인 이야기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공간. 그런 여행자의 마음에 가장 먼저 응답하는 곳이 마리아힐퍼 슈트라세에 자리한 호텔 ‘모토(MOTTO)’다.호텔 모토는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미쉐린 키 1개’를 받은 부티크 호텔이다. 총 85개 객실과 6개 스위트를 포함해 91개 객실 규모로 운영된다. 클래식 음악사와도 연관이 깊다.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동생이자 작곡가인 요제프 슈트라우스가 1827년 이곳에서 태어났다.건물의 역사는 16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골든 크로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뒤, 19세기에는 ‘호텔 쿠머’로 불리며 화가와 작가, 음악가들이 모여들던 예술가들의 살롱 역할을 했다. 1904년 개보수 과정에서도 로비의 기울어진 모서리와 대형 기둥 같은 구조적 특징은 그대로 보존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군이 주둔했던 시기를 거치면서도 상층부 인테리어 일부는 남아 있다.호텔 위치의 과거를 들여다 보면 더욱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날 가장 트렌디한 쇼핑 거리로 알려진 마리아힐퍼 슈트라세는 과거 쇤부른 궁전으로 향하던 주요 이동 축이었다.호텔 모토의 콘셉트는 ‘빈과 프랑스 파리의 만남’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감성이 단순히 ‘마케팅 포인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호텔 모토의 세일즈·마케팅 총괄 이사인 롤란트 에겐호퍼(Roland Eggenhofer)는 “호텔의 오너가 파리와 프랑스 요리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데다, 전후 프랑스군이 이 건물을 사용했던 역사적 맥락도 호텔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실제로 로비와 일부 공간에는 경매를 통해 파리 리츠 호텔에서 들여온 샹들리에와 조명, 빈티지 가구들이 사용되고 있다.외관은 빈 장인 공예의 정수가 응축된 모습이다. 르네상스와 바로크를 바탕으로 고딕과 비잔틴 요소가 겹쳐진 파사드, 탑과 돔의 구성은 세월 속에서도 온전히 보존됐다. 실내로 들어서면 요즘 호텔 같지 않은 분위기가 물씬 난다. 금빛 램프가 은은하게 빛나는 로비, 꽃무늬 패브릭 벽지와 거울, 샹들리에가 어우러지며 1920년대 파리로의 짧은 ‘플래시백’을 만들어낸다. 고전적인 느낌의 엘리베이터, 차분한 핑크색 위주의 객실 인테리어는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이곳에 머문다면 조식은 꼭 먹는 것이 좋다. 호텔 모토의 모기업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케이터링 업체로, 대통령실과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주요 행사를 책임져왔다. 7층 레스토랑 ‘셰 베르나르’에서도 그 내공이 드러난다. 단품으로 제공되는 조식은 익숙한 메뉴지만 완성도는 분명 다르다. 1층 베이커리에서 직접 구워 제공하는 빵도 조식의 만족도를 끌어올린다.빈=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 2’가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 1위에 올라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국내 연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건 처음이다. 다만 17일 개봉한 ‘아바타: 불과 재’의 성적에 따라 최종 순위는 판가름날 전망이다.19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기준 ‘주토피아 2’의 누적 관객 수는 571만223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위를 차지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568만1456명)을 넘어선 기록이다. 이로써 올해 국내 최고 흥행작 1·2위는 모두 애니메이션이 차지했다. 뒤이어 한국영화 ‘좀비딸’(563만9920명)과 ‘F1 더 무비’(521만3724명),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341만9096명)이 3~5위에 올랐다. 상위 5편 가운데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이 3편을 차지한 점도 눈길을 끈다.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국내 연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지난해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는 누적 관객 879만9000여 명을 모았지만, ‘파묘’(1191만3000여 명), ‘범죄도시 4’(1150만2000여 명)에 밀려 3위에 그쳤다. 2019년 개봉한 ‘겨울왕국 2’은 1376만8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천만 영화’가 됐지만, ‘극한직업’(1626만5000여 명) 등에 밀려 연간 3위에 만족해야 했다.한편 17일 개봉한 ‘아바타: 불과 재’는 이틀 만에 누적 관객 44만5369명을 기록하며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개봉 뒤 첫 주말인 20, 21일 성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올해 흥행 순위 진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세대 연극 스타’로 활약해 온 배우 윤석화가 19일 별세했다. 향년 69세.연극계에 따르면 윤석화는 이날 오전 9시 54분경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그는 2022년 7월 연극 ‘햄릿’ 이후 그해 10월 악성 뇌종양 수술을 받으며 투병해 왔다. 고인은 19살이 된 1975년 민중극단의 연극 ‘꿀맛’으로 데뷔해 연극인의 길을 걸었다. 원래는 교사나 의사, 현모양처가 꿈이었다는 그는 개성 있는 목소리 덕에 광고에 삽입되는 CM송을 부르며 방송국을 드나들었다. “열두 시에 만나요…”로 시작하는 부라보콘 CM송과 “하늘에서 별을 따다…” 오란씨 CM송이 모두 고인의 목소리다. 어느 날 ‘탤런트가 되어보겠냐’는 제안을 한 PD에게 “탤런트는 관심 없고 연극하고 싶다”고 답해 함께 찾은 민중극단에서 배우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고인은 1983년 직접 번역하고 주역을 맡은 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연극계 간판 배우로 발돋움했다. ‘신의 아그네스’는 실험극장 초연 당시 최장기 공연(532회)과 최다 관객 동원(10만 명) 등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 작품으로 고인은 1984년 여성동아가 제정한 제1회 여성동아대상을 받기도 했다.고인은 또 연극 ‘덕혜옹주’(1995년), ‘햄릿’(2016년) 등 굵직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배우 손숙, 박정자와 함께 국내 연극계를 이끈 여성 연극인으로 자리매김했다.2012년엔 제작자로 변신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원더풀 타운’을 무대에 올렸다. 국내 뮤지컬 시장이 싹트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신데렐라’(1976년)에 발을 들인 뒤 ‘명성황후’(1996), ‘넌센스’(2001) 등 한국 뮤지컬사의 의미 있는 작품들에 출연하거나 제작했다.연극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활동도 활발했다. 1994년 자신의 이름(石花)에서 착안한 잡지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했다. 1999년에는 음악전문지인 월간 ‘객석’을 인수해 종합예술지로 발행했다.2002년에는 후배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대학로에 설치극장 ‘정미소’를 열었다. 오래된 목욕탕 건물을 고쳐 만든 192석 규모 소극장으로 ‘쌀을 찧어내듯 예술의 향기를 피워내자’는 바람을 담아 17년 간 운영했다.고인의 건강이 나빠진 건 2022년 《8월 연극 ‘햄릿’ 공연을 마친 이후였다. 그해 10월 런던 출장길에서 갑자기 쓰러져 귀국했는데, 악성 뇌종양이 발견돼 2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후 꾸준히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한 달을 살더라도 윤석화답게, 담대하고 열정적으로 살자”며 항암치료를 중단하기도 했다.그의 마지막 무대는 2023년 8월이었다. 배우 손숙의 데뷔 60주년 기념 연극 ‘토카타’에 외롭게 앉아 있는 노인 역할로 5분 가량 우정 출연했다. 고인은 그 해 한 인터뷰에서 “완전히 건강을 되찾는다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올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1989년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비롯해 백상예술대상 여자 연기상(1984, 1989, 1996년)과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1996년),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2004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09년) 등을 수상했다.국내 입양 기금 마련을 위한 활동을 지속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어린이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연극 분야 발전과 문화예술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카자흐스탄 국립예술대학교(KazNUA)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씨, 장남 수민 씨, 딸 수화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2227-7500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올해 가장 인상적인 행보를 선보인 배우를 한 명 꼽는다면 누구일까. 여러 의견이 나오겠지만, 꽤 많은 이들이 배우 박정민(38)을 떠올리지 않을까.그는 그간 영화 ‘전, 란’ ‘하얼빈’ 등 꽤나 다작에 출연했던 배우. 하지만 지난해 돌연 “1년간 쉬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배우로서 가장 빛이 날 때 선언한 ‘안식년’. 근데 묘하게도 대중은 이때 더 열광했다. 출판사 ‘무제’를 차려 베스트셀러를 내놓았고, 가수 화사의 뮤직비디오 출연 뒤 한 영화제에서 ‘끝내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뒤늦게 개봉한 초저예산 영화 ‘얼굴’은 극강의 연기를 뿜어냈고, 유튜브 채널 ‘침투부’ 등에 스스럼없이 나와 이슈가 됐다. 그야말로 ‘소처럼 일한’ 안식년이었다.그런 박 배우가 올해를 오랜만에 돌아온 무대로 마무리한다. 2017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를 맡은 뒤 8년 만. 그가 택한 작품은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를 표방한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2002년 맨부커상을 받은 얀 마텔의 동명 소설 원작으로, 리안 감독의 2012년 영화로도 유명하다.18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무엇이 8년 만에 무대에 설 용기를 줬느냐”는 질문에 “가장 큰 용기를 낸 건 저를 택한 외국 연출들”이라며 웃었다.“무대를 자주 한 배우도 아니고, 엄청 오래 쉬었다가 갑자기 오디션 보고 하고 싶다고 나타난 저를 선택하셨으니까요.” 그는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무대가 무서웠다”고 한다. 들어오는 무대 제안도 줄곧 거절했다고. 하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 무대 영상를 보고 마음이 뒤흔들렸다.“방대한 이야기를 한정된 공간에서 구현해 내는 방식이 놀라웠어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작품의 핵심은 ‘상상력에 기반한 믿음’이다. 폭풍우 속에서 구조된 파이는 병원에서 보험회사 직원에게 자신의 여정을 두 가지 버전으로 들려준다. 동물들과 함께한 동화 같은 이야기,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파괴하는 잔혹한 이야기. 뭘 믿을지는 각자의 몫이다.박 배우는 처음엔 두 번째 이야기가 진실에 가깝다고 느꼈다고 한다.“내년이면 마흔, 찌들 대로 찌든 나이에 ‘이게 어떻게 진짜일 수 있지’ 의심이 들었어요.” 하지만 연습을 거듭하며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 박 배우는 “연출님이 ‘조금 더 마음을 열어 보라’고 하셨다”며 “어느 쪽이 진실인지보다,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갔다”고 했다.“지금 표현하고 싶은 건 살고 싶어 하는 한 소년의 절규 같아요. 앞으로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요.”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날로그’는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 무대에서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는 머리와 심장, 다리를 담당하는 세 명이 조종하는 대형 퍼핏(puppet·꼭두각시)으로 구현된다. 박 배우는 퍼핏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을 “연기라기보다 훈련”이라고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파이의 감정은 더 처절해진다. 그는 이 구간에서 감정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목을 보호하는 발성을 쓰는 순간, 감정적 효과가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소년이 희망과 절망의 극단을 오가며 버텨내는 과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려 했다.“좋을 땐 좋고, 절망할 땐 최선을 다해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상황마다 다른 감정 상태에 놓인 파이를 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