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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곳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이체들에게 점령된 상태입니다.”경고음이 울린 순간, 극장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관객들은 좌석을 박차고 일어나 좀비를 피해 도망다닌다. 어둠 속 흔들리는 플래시, 배우가 귓가에 건네는 속삭임까지 더해지면 현실의 경계조차 흐려진다. 지난달 23일부터 롯데시네마 신도림점에서 시작한 체험형 스릴러 공연 ‘샤롯데 더 플레이: 서바이벌’. 최근 이처럼 관객들에게 직접 체험을 선사하는 ‘이머시브(Immersive·몰입형) 관극’이 장르를 넘나들며 늘고 있다. ‘게임하듯’ 즐길 수 있어 젊은 관객들의 취향에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 관객이 스스로 결말을 만든다‘몰입형 생존 게임’을 표방한 ‘샤롯데 더 플레이: 서바이벌’은 상영관 전체를 무대로 관객이 직접 이야기를 완성해야 한다. 좀비가 출몰한 영화관이란 설정 아래 관객은 미션을 수행한다. 선택에 따라 마지막 엔딩도 버전이 세 가지다. 스크린에 나오던 좀비들이 실제 좀비(배우)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연출이 돋보인다.셰익스피어 ‘맥베스’를 누아르 스타일로 변주한 넌버벌 공연 ‘슬립노모어’도 대표적인 이머시브 관극. 서울 중구 대한극장을 리모델링한 가상의 ‘매키탄 호텔’이 무대. 관객들은 호텔 복도와 100개가 넘는 방을 왔다갔다 하며 서사를 스스로 만들어 간다.이런 이머시브 관극은 배우를 밀착해 따라다닐 수도, 공간를 알아서 탐험할 수도 있다. ‘슬립노모어’의 연출가 필릭스 배럿은 “이머시브 시어터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작업”이라며 “정답도, 옳고 그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에서 먼저 성공을 거둔 공연은 올 7월 서울 상륙 뒤 장기 공연으로 이어졌다. 최승연 뮤지컬평론가는 “몇 년 사이 국내 관객들도 공연을 관찰자 입장이 아닌 ‘만들어가는 대상’으로 보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며 “최근엔 이머시브 공연에 대한 이해도나 참여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분석했다.어린이 관객을 위한 이머시브 관극도 나왔다. 강동문화재단이 6∼9일 선보인 뮤지컬 ‘극장의 도로시’는 매표소부터 분장실, 연습실, 무대 뒤편까지 직접 누비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어린이들은 직접 조명 필터를 바꿔보고, 장비도 만져볼 수 있다. 교육적 체험과 공연적 재미를 동시에 제공했다는 평. 재단 측은 “어린 관객들이 공연 시간 지키기, 휴대전화 끄기 등 극장 예절도 자연스럽게 익힌다”고 했다.● “갈수록 이머시브 관극 늘어날 것”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 초청됐던 폴란드 연극 ‘디 임플로이(The Employees)’는 이런 이머시브 관극의 실험성을 더 극대화한 사례다. 관객은 우주선 내부를 구현한 무대 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만, 미로처럼 얽힌 구조와 단절된 시야로 인해 ‘의도한 실패’를 경험한다.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가 배경인 이 작품은 관객을 철저하게 ‘주변화된 존재’로 만든다. 이른바 불확실성과 소외감을 체험하는 것이다.이러한 이머시브 관극은 다양한 서사의 확장 등이 가능해 앞으로도 더 늘어갈 추세다. 다만 취약한 대목도 분명하다. 무대에 올리려면 많은 공간과 안전 인력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회차당 관객이 적다 보니 수익성도 한계가 있다. 함께 참여한 다른 관객의 영향을 받아 즐거움이 반감될 수도 있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그래도 수동적인 태도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공연을 즐기는 문화는 차츰 익숙해지는 분위기”라며 “이머시브 관극이 여러 약점이 있지만 갈수록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상 가수의 노래가 미국 빌보드 컨트리 장르 차트에서 1위를 했다. 15일(현지 시간) 빌보드 차트에 따르면 AI로 생성된 노래 ‘워크 마이 워크(Walk My Walk)’가 컨트리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차트는 컨트리 장르의 노래 가운데 미국에서 음원이 다운로드된 횟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가상 가수 ‘브레이킹 러스트(Breaking Rust·사진)’의 곡인 ‘Walk My Walk’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350만 회 재생됐다. AI가 만든 노래가 빌보드 하위 차트에서 1위를 한 건 처음이 아니다. 올 9월엔 AI 가수인 자니아 모네의 ‘하우 워즈 아이 서포즈드 투 노(How was I Supposed To Know)’가 빌보드에서 R&B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의 연구를 인용해 최근 AI 음악 열풍이 “폭발적인 생산량 때문”이라고 전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음악 플랫폼에 하루에 올라오는 음악 가운데 약 5만 곡(약 34%)이 AI로 만들어졌다. 디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약 97%는 AI가 만든 음악과 사람이 만든 음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태양왕’으로 불린 프랑스의 절대군주 루이 14세(1638∼1715)는 발레를 권력의 언어로 활용했다. 그는 1653년 파리에서 초연된 ‘밤의 발레’ 무대에 직접 올라 태양의 신 아폴론을 연기했다. 신이 부여한 왕권을 믿었던 루이 14세에게 발레는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신성한 존재인 아폴론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위한 상징적 수단이었다. 앙리 드 지세가 그린 초상화에는 금빛 의상과 티아라를 쓴 루이 14세가 발끝을 곧게 세운 채 우아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책은 발레의 역사와 진화, 그리고 무용수들의 무대 뒤 이야기까지 담은 교양서다. 발레를 전공하고 국민대 공연예술학부에서 강의하는 저자가 명화 속 발레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에드가르 드가(1834∼1917),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 등 거장들의 작품 170여 점이 함께 실려 있어, 그림을 보며 발레의 다양한 순간을 감상할 수 있다. 무대 위의 화려한 장면뿐 아니라, 연습실에서의 고된 시간과 지친 표정까지 포착한 명화들이 발레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한다. 책은 ‘발레의 어머니’로 불리는 카트린 드 메디치(1519∼1589)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출신이자 프랑스 왕비였던 그녀는 예술가들을 프랑스로 초청해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웠다. 그녀가 기획한 ‘왕비의 코미크 발레’는 일관된 스토리를 지닌 첫 무용극으로, 발레가 오페라나 연극과 구분되는 독립 장르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책은 발레가 단순히 몸짓이 아니라 인간이 완벽함을 향해 몸으로 빚어낸 문화의 결정체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지젤’, ‘백조의 호수’ 같은 명작의 탄생 배경과 안나 파블로바(1881∼1931), 바츨라프 니진스키(1889∼1950) 등 불멸의 무용수들의 삶을 통해 예술의 변화를 짚는다. 솔로가 아닌 군무를 추는 무용수를 가리키는 ‘코르 드 발레’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는 여성 무용수 32명이 함께 춤을 추는 군무다. 그러나 이들은 솔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한 몸으로 박자와 줄을 칼같이 맞춰야 한다. 이런 ‘인간 병풍’을 만든 클래식 발레가 가혹하게 느껴지는 한편, ‘코르 드 발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마지막 장에선 발레 안의 이국적인 요소들을 짚으며 시야를 확장한다. ‘돈키호테’의 스페인 춤, ‘라 바야데르’의 인도 분위기와 ‘호두까기 인형’의 캐릭터 댄스 등 발레의 진화 과정을 차분히 따라갈 수 있다. 발레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쉽고 흥미로운 입문서이자, 이미 발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깊이 있는 해설서가 될 것 같다. 명화와 함께 발레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발레가 더 이상 멀고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숨 쉬는 문화로 느껴진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가 여당이 추진하는 ‘허위조작정보 규제 관련 정보통신법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사전 검열’과 비슷한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신문협회는 13일 “개정안은 헌법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법치주의 원칙에도 반(反)할 위험이 커 폐기하는 게 마땅하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했다.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윤준병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법 개정안은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 허위정보 중 타인을 해(害)할 것이 분명한 정보’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신문협회는 이에 대해 “개정안의 ‘허위조작정보’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며 “공적인 사안에 대한 의혹 제기가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과징금 부과 등의 권한을 준 것도 “사전 검열과 유사한 효과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개정안이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봤다. 신문협회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예훼손 및 표현의 영역까지 확대하는 건 한국 민사법 체계의 기본 정신인 ‘실손해 배상 원칙’과 충돌한다”며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중 제재로 헌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발달한 미국도 명예훼손 소송에선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를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정보 게재자가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등엔 ‘타인을 해할 의도(악의)’가 있다고 추정하도록 규정했다. 신문협회는 “고의가 아니라고 입증할 책임을 사실상 행위자에게 전가했다”며 “책임주의·무죄추정 원칙에 맞지 않고, 취재원 노출 등 저널리즘의 핵심 기능도 저해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신문협회는 결론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및 일반 이용자는 잠재적인 법적 제재를 우려해 자기검열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건전한 공론장 형성을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훌쩍 커버렸어/함께 한 기억처럼/널 보는 내 마음은/어느새 여름 지나 가을/기다렸지 all this time.”(뉴진스의 ‘Ditto’에서) 지난해 말부터 활동을 멈췄던 걸그룹 ‘뉴진스’가 전속계약 분쟁 약 1년 만에 소속사 어도어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2년 데뷔곡 ‘어텐션(Attention)’부터 남달랐던 뉴진스는 ‘Hype Boy’ ‘How Sweet’ ‘ETA’ 등 발표하는 곡마다 크게 히트하며 단숨에 4세대 톱티어 걸그룹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Supernatural’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24 올해의 노래’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K팝이었다. 이번 복귀가 단순히 한 그룹의 컴백이 아니라, K팝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제 뉴진스는 팀 아이덴티티를 조율했던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없는 상태에서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그들은 어떤 음악으로 다시 팬들을 찾아올까. 더 정확히는, 우리가 아는 그 ‘뉴진스’는 돌아올 수 있을까. ● ‘뉴진스 2.0’의 황금 지점 뉴진스 멤버들의 복귀 발표 다음 날인 13일, 민 전 대표는 “선택을 지지한다. 멀리서 응원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문제는 그와의 결별로 그치는 게 아니다. 뉴진스 음악 다수를 담당했던 외주제작사 ‘비스츠앤네이티브스얼라이크(Beasts And Natives Alike)’의 작곡가 250(이호형) 등 이른바 ‘민희진 사단’도 함께하기 어렵다. 물론 어도어가 뉴진스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시도하진 않을 것이다. 이미 ‘뉴진스 스타일’로 완성된 특유의 청량한 비주얼과 세련된 이지리스닝 사운드를 바꿨다간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공백기 동안 많은 걸그룹이 ‘뉴진스 감성’을 벤치마킹하며 시장의 자전축이 바뀐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뉴진스는 이전과 비슷한 콘텐츠로 나오면 ‘아류’란 시선을 감당해야 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면 ‘뉴진스가 아니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며 “기존 색깔을 계승하면서도 차별화된 ‘황금 지점’을 찾는 게 과제”라고 했다. 어도어는 그간 법적 분쟁 중에도 뉴진스의 첫 정규 앨범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미 어워즈’를 수상한 유명 해외 프로듀서들과 접촉한 사실도 전해졌다. 이 때문에 갈등을 원만히 봉합하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이면, 뉴진스에 목말랐던 팬들의 마음을 되찾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희아 대중음악평론가는 “워낙 영향력이 컸던 만큼 다시 마음을 열 K팝 팬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진스란 브랜드 회복이 관건 아직 해결할 과제는 남아 있다. 멤버 전원이 복귀를 선언했지만, 그 과정은 다소 미묘했다. 어도어는 13일 오후 “해린과 혜인과의 협의를 거쳤다”며 복귀 사실을 발표했다. 이 결정엔 사태 초반부터 전속계약 해지에 반대했던 혜인 아버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민지와 하니, 다니엘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뒤늦게 의사를 전했다. 어도어는 “진의를 확인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다만 조만간 개별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멤버들의 복귀가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사례를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전속계약 무효 가처분이 기각된 피프티피프티는 멤버 키나만 소속사 어트랙트에 복귀했고, 이후 새 멤버를 영입했다. 어트랙트는 나머지 멤버들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13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법정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단 현실적인 대안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조심스럽게 ‘완전체 복귀’는 아닐 수도 있단 관측도 나온다. 앞서 복귀를 발표한 2인 중심으로 활동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고려할 땐 전원이 합류해야 뉴진스의 브랜드도 제대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사정은 있겠지만, 어떤 방향을 택하느냐에 따라 복귀의 파급력도 달라진다. 그걸 어도어도 멤버들도 모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훌쩍 커버렸어/함께 한 기억처럼/널 보는 내 마음은/어느새 여름 지나 가을/기다렸지 all this time.”(뉴진스의 ‘Ditto’에서)지난해 말부터 활동을 멈췄던 걸그룹 ‘뉴진스’가 전속계약 분쟁 약 1년 만에 소속사 어도어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2년 데뷔곡 ‘어텐션(Attention)’부터 남달랐던 뉴진스는 ‘Hype Boy’ ‘How Sweet’ ‘ETA’ 등 발표하는 곡마다 크게 히트하며 단숨에 4세대 톱티어 걸그룹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Supernatural’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24 올해의 노래’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K팝이었다. 이번 복귀가 단순히 한 그룹의 컴백이 아니라, K팝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하지만 이제 뉴진스는 팀 아이덴티티를 조율했던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없는 상태에서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그들은 어떤 음악으로 다시 팬들을 찾아올까. 더 정확히는, 우리가 아는 그 ‘뉴진스’는 돌아올 수 있을까. ● ‘뉴진스 2.0’의 황금 지점뉴진스 멤버들의 복귀 발표 다음 날인 13일, 민 전 대표는 “선택을 지지한다. 멀리서 응원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문제는 그와의 결별로 그치는 게 아니다. 뉴진스 음악 다수를 담당했던 외주제작사 ‘비스츠앤네이티브스어라이크(Beasts And Natives Alike)’의 작곡가 250(이호형) 등 이른바 ‘민희진 사단’도 함께 하기 어렵다. 물론 어도어가 뉴진스의 갑작스런 변화를 시도하진 않을 것이다. 이미 ‘뉴진스 스타일’로 완성된 특유의 청량한 비주얼과 세련된 이지리스닝 사운드를 바꿨다간,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공백기 동안, 많은 걸그룹이 ‘뉴진스 감성’을 벤치마킹하며 시장의 자전축이 바뀐 점도 감안해야 한다.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뉴진스는 이전과 비슷한 콘텐츠로 나오면 ‘아류’란 시선을 감당해야 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면 ‘뉴진스가 아니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며 “기존 색깔을 계승하면서도 차별화된 ‘황금 지점’을 찾는 게 과제”라고 했다.어도어는 그간 법적 분쟁 중에도 뉴진스의 첫 정규 앨범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미 어워즈’를 수상한 유명 해외 프로듀서들과 접촉한 사실도 전해졌다. 때문에 갈등을 원만히 봉합하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이면, 뉴진스에 목말랐던 팬들의 마음을 되찾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희아 대중음악평론가는 “워낙 영향력이 컸던 만큼 다시 마음을 열 K팝 팬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진스란 브랜드 회복이 관건아직 해결할 과제는 남아있다. 멤버 전원이 복귀를 선언했지만, 그 과정은 다소 미묘했다. 어도어는 13일 오후 “해린과 혜인과의 협의를 거쳤다”며 복귀 사실을 발표했다. 이 결정엔 사태 초반부터 전속계약 해지에 반대했던 혜인 아버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민지와 하니, 다니엘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뒤늦게 의사를 전했다. 어도어는 “진의를 확인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다만 조만간 개별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멤버들의 복귀가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사례를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전속계약 무효 가처분이 기각된 피프티피프티는 멤버 키나만 소속사 어트랙트에 복귀했고, 이후 새 멤버를 영입했다. 어트랙트는 나머지 멤버들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13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법정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단 현실적인 대안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업계에선 조심스럽게 ‘완전체 복귀’는 아닐 수도 있단 관측도 나온다. 앞서 복귀를 발표한 2인 중심으로 활동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고려할 땐 전원이 합류해야 뉴진스의 브랜드도 제대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사정은 있겠지만, 어떤 방향을 택하느냐에 따라 복귀의 파급력도 달라진다. 그걸 어도어도 멤버들도 모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한국신문협회는 ‘신문 홍보 영상 공모전’ 및 ‘신문 홍보 만화 공모전’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신문의 사회적 기능과 저널리즘의 가치를 알리고, 미래 세대에게 신문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문 홍보 영상 공모전 대상은 최미성 씨가 응모한 ‘진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는 창입니다’(사진)가 선정됐다. 우수상으로는 고원기 씨의 ‘오늘부터 신문을 곁에 두세요. 일상이 뉴스로 가득 찰 겁니다’와 권소희 씨의 ‘한 번에 살펴보는 신문의 기능 5가지’가 각각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얼마나 주제를 전달력 있게 담았는가, 그리고 영상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가 등을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신문 홍보 만화 공모전에선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대학부 등 부문별로 대상과 우수상이 선정됐다. 초등부 대상은 한린(서울대치초 6학년), 우수상은 강효유(서울북성초 4학년)가 수상했다. 중등부에선 대상 표서현(강릉관동중 3학년)과 우수상 김윤하(강릉관동중 3학년), 고등부에선 대상 권나원(포항동지여고 1학년)과 우수상 전영인(고졸 검정고시 합격자), 대학부에선 대상 김은솔(덕성여대 1학년)과 우수상 정예원(숙명여대 3학년)이 각각 선정됐다. 영상 공모전 수상자는 상패와 함께 대상 200만 원, 우수상 각 100만 원을 받는다. 만화 공모전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대상 각 100만 원, 우수상 각 50만 원이 지급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지난해부터 소속사 어도어와 계약 관련 분쟁을 이어 온 5인조 걸그룹 ‘뉴진스’(사진) 멤버 전원이 “어도어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한 지 약 1년 만이며, 지난달 30일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13일 만이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는 12일 오후 5시경 입장문을 내고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가족과 심사숙고하고 어도어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전속계약을 준수하기로 했다”며 “두 사람이 원활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입장문 발표 약 3시간 뒤인 오후 8시경엔 나머지 세 멤버 민지와 하니, 다니엘도 복귀 의사를 밝혔다. 세 멤버는 “최근 신중한 상의를 거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며 “아직 어도어와 소통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별도로 알리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진심을 다한 음악과 무대로 찾아뵙겠다”고 덧붙였다. 뉴진스는 지난해 11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당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와의 갈등 끝에 사임하자, ‘어도어와의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며 독자 활동을 선언했다. 올 초엔 새 그룹명 ‘NJZ’를 발표하고, 홍콩 공연에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도어는 뉴진스와의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같은 해 12월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을 냈다. 이어 올 1월 소송 결론이 나기 전까지 멤버들의 독자 활동을 막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했다. 이에 법원은 올 5월 “어도어의 사전 승인이나 동의 없이 연예 활동을 하면 멤버별 회당 10억 원을 어도어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지난달 30일엔 “2022년 체결된 전속계약이 유효함을 확인한다”며 1심에서 어도어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뉴진스 멤버들이 패소 13일 만에 전원 복귀 의사를 밝힌 건 더 이상 법적 분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심 재판부는 “뉴진스가 어도어와 연예 활동을 하는 게 자유 의사에 반하는, 전속계약 활동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민 전 대표의 해임만으로 매니지먼트 공백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어도어가 공식적으로 복귀를 알린 두 멤버와 달리, 나머지 세 멤버는 독자적으로 복귀 의사를 밝혀 향후 어떤 결론이 날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도어 측은 “현재 세 멤버의 복귀 의사에 대한 진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뉴진스 전속계약은 2029년 7월 31일까지로 알려져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공연기획사 엠피엠지(MPMG)가 2022년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제작 당시 CJ ENM 산하 방송사 엠넷(Mnet)에 “불공정한 갑질 횡포를 당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CJ ENM은 “계약과 상호 합의에 따라 제작됐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MPMG는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프로그램 제작비로 50억 원을 투자했지만, 부당 대우를 받으며 방송 IP와 음원 유통권도 엠넷이 가져갔다”며 “CJ ENM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로 공정거래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MPMG 소속 이종현 PD는 “2021년 CJ ENM으로부터 ‘밴드판 쇼미더머니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당시 엠넷이 제작비 전액을 요구해 돈을 댔지만, 협업 계약서가 아닌 협찬 계약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PD에 따르면 엠넷은 제작비는 물론이고 현수막 제작, 합주실 대관비, 아티스트 식대 등도 MPMG가 부담하도록 했다. 그는 “사실상 모든 비용을 MPMG가 감당했다”고 했다. MPMG 법률 대리인인 김종휘 변호사는 “CJ ENM이 스스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상대방에게 전가한 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위법한 이익 제공 강요’에 해당한다”고 했다. CJ ENM은 이에 입장문을 내고 “계약에 따라 MPMG는 프로그램의 공연권과 참가자 매니지먼트권 등을, 본사는 방송 판권과 음원 유통권을 보유하기로 합의했다”며 “MPMG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방적 주장에 유감을 표하며, 객관적 사실과 계약 관계에 근거해 법적 대응 등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엠넷의 과거 경연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 시리즈와 ‘아이돌학교’는 시청자 유료 문자 투표 조작 혐의로 제작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올 7월 ‘보이즈2플래닛’은 개인 자격으로 출연한 참가자가 CJ ENM 산하 레이블인 웨이크원 연습생인 것으로 드러나 지적을 받았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지난해부터 소속사 어도어와 계약 관련 분쟁을 이어 온 5인조 걸그룹 ‘뉴진스’ 멤버 전원이 “어도어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한 지 약 1년 만이며, 지난달 30일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13일 만이다.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는 12일 오후 5시경 입장문을 내고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가족과 심사숙고하고 어도어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전속계약을 준수하기로 했다”며 “두 사람이 원활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입장문 발표 약 3시간 뒤인 오후 8시경엔 나머지 세 멤버 민지와 하니, 다니엘도 복귀 의사를 밝혔다. 세 멤버는 “최근 신중한 상의를 거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며 “아직 어도어와 소통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별도로 알리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진심을 다한 음악과 무대로 찾아뵙겠다”고 덧붙였다.뉴진스는 지난해 11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당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와의 갈등 끝에 사임하자, ‘어도어와의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며 독자 활동을 선언했다. 올 초엔 새 그룹명 ‘NJZ’를 발표하고, 홍콩 공연에 참석하기도 했다.하지만 어도어는 뉴진스와의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같은해 12월 전속 계약 유효 확인 소송을 냈다. 이어 올 1월 소송 결론이 나기 전까지 멤버들의 독자 활동을 막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했다. 이에 법원은 올 5월 “어도어의 사전 승인이나 동의 없이 연예 활동을 하면 멤버별 회당 10억 원을 어도어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지난달 30일엔 “2022년 체결된 전속계약이 유효함을 확인한다”며 1심에서 어도어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뉴진스 멤버들이 패소 13일 만에 전원 복귀 의사를 밝힌 건 더 이상 법적 분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심 재판부는 “뉴진스가 어도어와 연예 활동을 하는 게 자유 의사에 반하는, 전속계약 활동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민 전 대표의 해임만으로 매니지먼트 공백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갈등의 불씨가 된 민 전 대표에 대한 하이브의 감사 역시 정당한 것으로 봤다.다만 어도어가 공식적으로 복귀를 알린 두 멤버와 달리, 나머지 세 멤버는 독자적으로 복귀 의사를 밝혀 향후 어떤 결론이 날 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도어 측은 “현재 세 멤버의 복귀 의사에 대한 진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뉴진스 전속계약은 2029년 7월 31일까지로 알려져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공연기획사 엠피엠지(MPMG)가 2022년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제작 과정에서 CJ ENM 산하 방송사인 엠넷(Mnet)에게 “불공정한 갑질 횡포를 당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CJ ENM은 “계약과 상호 합의에 따라 문제 없이 제작됐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MPMG는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프로그램 제작비로 50억 원을 투자했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방송 IP와 음원 유통권도 엠넷이 가져갔다”며 “CJ ENM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로 공정거래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가수 소란과 터치드 등이 소속된 MPMG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등 음악 축제를 주최해 온 공연기획사다.MPMG 소속 이종현 PD는 “2021년 가을 CJ ENM로부터 ‘밴드판 쇼미더머니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당시 엠넷이 제작비 전액을 대라고 요구해 믿고 돈을 내기로 했지만, 협업 계약서가 아닌 협찬 계약서를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PD에 따르면 엠넷은 결승전 제작비는 물론 현수막 제작, 합주실 대관비, 아티스트 식대 등 모든 비용을 MPMG가 부담하도록 했다. 그는 “사실상 제작과 운영의 대부분을 MPMG가 담당했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MPMG 법률 대리인인 김종휘 변호사는 “CJ ENM이 스스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상대방에게 전가한 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위법한 이익 제공 강요’에 해당한다”고 했다. CJ ENM은 회견 뒤 입장문을 내고 “계약에 따라 MPMG는 해당 프로그램의 공연권과 참가자 매니지먼트권 등을, 본사는 방송 판권과 음원 유통권을 보유하기로 상의 합의했다”며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MPMG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에 유감을 표하며, 객관적 사실과 계약 관계에 근거해 법적 대응 등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엠넷의 경연 프로그램은 이전에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와 ‘아이돌학교’는 시청자 유료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제작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올 7월 방영된 ‘보이즈2플래닛’은 개인 자격으로 출연한 참가자가 CJ ENM 산하 레이블인 웨이크원 연습생으로 드러나 공정성 지적을 받았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가유산청은 조선 초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충남 서천군의 ‘서천읍성’(사진)을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천읍성은 조선 세종(재위 1418∼1450년) 대에 금강 하구를 통해 충청 내륙으로 침입하는 왜구를 방어하고자 국가 주도로 요충지에 축조한 1645m 규모의 연해(沿海) 읍성이다. 1910년 일제의 ‘조선읍성 훼철령’으로 성 내부의 시설은 훼손됐으나, 성벽의 대부분이 잘 보존된 편이다. 1438년 반포된 ‘축성신도(築城新圖·조선 초 성을 쌓을 때의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계단식 내벽과 1443년 조선 문신 이보흠이 건의한 한양도성의 수직 내벽 축조 기법 등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초기 성을 쌓는 기준과 정책 변천사를 엿볼 수 있어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영국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사진)가 소설 ‘플레시(Flesh)’로 올해 부커상의 영예를 안았다. 1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부커상 시상식에서 솔로이의 여섯 번째 장편인 ‘플레시’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영국 문학계 최고 권위의 상인 부커상은 매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영어 소설 중 뛰어난 작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플레시’는 헝가리의 한 청년이 헝가리 주택 단지에서 이라크 전쟁터, 런던 상류층 세계로 옮겨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인간의 욕망과 계급,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솔로이는 “실패의 그림자 속에서 이 소설을 구상했다”면서 “소설은 미학적, 형식적, 심지어 도덕적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전 최의 장편 소설 ‘플래시라이트(Flashlight)’가 올해 최종 후보 6편에 포함됐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재일교포 석과 그의 미국인 아내 앤, 딸 루이자가 동아시아의 격동기 태평양을 넘나들며 겪는 수십 년의 세월을 그렸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팝 기획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이를테면, 데이트 코스를 잘 짜는 사람이 좋은 기획자가 될 가능성도 큽니다. 일상의 사소한 계획부터 짜보는 것, 그게 기획자가 되는 첫 단추가 될 겁니다.”20여 년 K팝 기획자로 살아온 정병기 모드하우스 대표(46)는 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나 ‘좋은 기획자의 자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1세대 A&R(Artist & Repertoire·음악의 전반적 기획) 프로듀서로 꼽히는 그는 아이돌 ‘원더걸스’ ‘2PM’ ‘러블리즈’ ‘이달의 소녀’ 등의 기획에 참여했다. 2021년 모드하우스를 설립한 뒤엔 24인조 걸그룹 ‘트리플에스(TripleS)’를 2023년 선보였다.정 대표는 지난달 자신의 첫 책 ‘기획의 감각’(21세기북스)을 출간했다. 시장 분석과 콘셉트 설정, 팬덤 구조, 리스크 관리 등 K팝 현장에서 체득한 노하우와 철학을 담았다. 그는 “대중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로서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했다. A&R은 주로 곡 선정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은 아티스트 발굴부터 음반 기획 및 관리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정 대표는 이를 “아티스트의 세계관과 콘셉트를 설계하고, 음악·비주얼·무대의 방향성을 통합적으로 조율한다”고 정의했다. 아이돌이 하나의 세계라면, 이를 창조하는 설계자이자 디자이너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A&R 프로듀서는 현재 K팝에서 더욱 역할이 중요해졌다. 과거엔 노래를 히트시키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뮤지션의 전체적인 세계관이나 콘셉트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정 대표가 2PM을 ‘짐승돌’이란 콘셉트로 만든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2000년대 후반 보이그룹들을 서울의 주요 거리와 비교하며 연구했다. “샤이니에선 압구정의 세련됨, 빅뱅에선 홍대의 자유분방함, 슈퍼주니어에선 강남역의 트렌디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2PM은 ‘세련되고, 놀 줄 아는 코엑스몰의 젊은 남성’ 느낌으로 차별화한 게 짐승돌로 이어졌다.걸그룹 트리플에스는 이런 그의 철학이 가장 잘 응축된 결과물이다. 앞서 프로듀싱한 12인조 걸그룹 ‘이달의 소녀’가 잘 짜인 판타지 게임 같은 세계관을 갖췄다면, 트리플에스는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친근한 소녀들’이라는 서사를 표방했다.“또래 여성들이 ‘나도 저 팀에 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허들을 낮추고 싶었어요. 또 ‘멤버 조합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팬들끼리 서로 디지털 포토카드를 교환하며 커뮤니티를 만들려면 8명이나 12명은 적고, 24명이 가장 적절한 숫자였죠.” 워낙 인원이 많다 보니 활동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콘셉트 덕에 탄탄한 코어 팬덤이 형성됐다. 트리플에스 팬들은 디지털 포토카드를 사면 타이틀곡 선정이나 유닛 조합 등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그룹 멤버들은 이렇게 팔린 포토카드의 수익을 정산받는다. 정 대표는 “이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론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며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팬심이 실제로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정 대표처럼 K팝 기획자를 꿈꾸는 이들은 뭘 갖춰야 할까. 그는 “재능이 아닌 ‘훈련된 감각’의 결과가 중요하다”고 했다.“좋은 기획은 ‘번쩍’하고 떠오르지 않아요. 없어도, 늘 찾아보는 거죠. 수많은 콘텐츠를 보고 듣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미 뉴욕타임스(NYT) 100대 소설이나 영국 음악잡지 NME 100대 앨범 등을 꾸준히 읽고 듣는 ‘목표 지향적 소비’도 좋은 방법이에요.” 정 대표는 “K팝 기획자로 오래 활동한 만큼 책임감도 크다”며 “아이돌 정산 시스템 등 관행으로 여겨졌던 부분도 다시 고민해야 할 시기다. 달라진 시대의 눈높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APT.)’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주제가 ‘골든(Golden)’이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인 ‘그래미 어워즈’ 본상(general fields)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아파트’는 그래미에서 대상 격인 3개 부문 가운데 2개나 등재됐다.7일(현지 시간) 미국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NARAS)에 따르면 내년 2월 열리는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부른 ‘아파트’가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는 ‘올해의 앨범’과 함께 그래미 최고의 상으로 꼽힌다.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도 ‘올해의 노래’ 등 5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이로써 아파트와 골든은 ‘올해의 노래’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2개 부문에서 경쟁하게 됐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즈가 합작한 걸그룹 캣츠아이도 ‘베스트 신인상(Best New Artist)’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본상 진출 대열에 합류했다. 미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베스트 뮤지컬 시어터 앨범’ 후보에 올랐다. 1959년 시작된 그래미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와 함께 미 4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음악적 완성도를 중시해, 후보 지명만으로도 영예로 여겨질 만큼 권위를 인정받는다. K팝에선 방탄소년단(BTS)이 2021∼2023년 3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불발됐다. 미국 현지에서도 K팝의 그래미 약진에 주목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K팝이 드디어 주요 부문에서도 지명됐다”며 “투표자들이 K팝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예술적 가치(artistic merit)’로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포브스는 “아파트와 골든의 지명은 역사적이지만 놀랍지 않다”며 “그래미 후보로 가장 자격이 있는 곡들”이라고 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지금까지의 K팝이 팬덤 중심 열풍이었다면, 이번 후보 등재는 현지의 폭넓은 인기와 감상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며 “다만 두 곡 모두 주로 영어 가사로 이뤄진 팝 스타일이라 그래미가 K팝을 받아들이는 ‘한계선’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제68회 그래미 어워즈는 2026년 2월 1일 미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머리와 몸을 잇는 신체 부위인 목은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여러 행위를 가능하게 한다. 근육이 수축해야 고개가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후두가 여닫혀야 커피를 삼킨다. 말을 하려면 성대가 섬세하게 진동해야 한다. 약 3억7500만 년 전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인간의 조상에게서 생겨난 목은 이처럼 생명을 유지하는 통로이자, 언어를 통해 서로 소통하게 한 창구가 됐다. 미국 생리학자인 저자는 “왜 인류의 진화는 목을 만들었는가?”라는 참신한 질문을 던진다. 왜 하필 여러 신체 부위 중 ‘목’일까. 저자는 목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에 매료됐다고 한다. 오드리 헵번의 우아한 목선을 감탄하며 바라보듯, 목은 미적 관심의 대상이다. 동시에 찔리거나 음식이 잘못 넘어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극히 연약한 부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선 목의 기원과 기능, 움직임을 다루며 목이 인류와 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기관이었음을 보여준다. 우리 몸은 목의 혈관을 수초마다 박동시켜 공기를 들이마시고, 신체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목의 분비샘은 혈액 속으로 호르몬을 분비해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나아가 목은 인류 문명의 진화가 응축된 ‘문화적 기관’이기도 하다. 인간이 발성을 통해 소통하도록 독특하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발성 통로(聲道·성도)는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연하며, 발성 범위도 넓다. 덕분에 우리는 시를 읊고, 아리아를 노래하며, 친구와 다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목은 매력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수컷 퉁가라개구리는 순식간에 울음주머니를 부풀렸다 줄이며 암컷에게 구애의 신호를 보낸다. 이는 몸집이 커 보이는 시각적 효과와 매력적인 울음소리라는 청각적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책은 해부학과 생물학, 인류학, 정치학 등을 넘나들며 ‘목’을 경유해 인간의 역사를 읽어 나간다. 신체에서 그다지 큰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 부위가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지탱해 왔는지를 알게 되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정교함에 새삼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시민들과 가장 가까운 광화문 거리에서 ‘룩스(LUUX)’로 생중계되는 도심 속 라이브로 만날 수 있다니 정말 기대가 큽니다.” 4년 7개월 만에 두 번째 솔로앨범 ‘PAGE 2’로 돌아온 아이돌 그룹 ‘위너’의 리더 강승윤(31·사진)은 오랜만의 공개 무대를 앞두고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6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두들 라이브(Doodle Live)’ 공연을 통해 신곡 무대를 처음으로 선보인다.낙서(Doodle)와 라이브(Live)를 합친 제목의 이번 공연은 국내 최대 디지털 사이니지인 동아미디어센터 ‘룩스’를 통해 생중계돼 더 관심을 끈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룩스’는 농구장을 7개나 합쳐 놓은 크기(총면적 3000㎡)의 초대형 전광판. 새문안로와 서울시청 등 세종대로 사거리 어디서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지난달 15일 정식 운영을 시작한 ‘룩스’의 첫 K팝 무대가 펼쳐지면 광화문 일대가 뜨거운 콘서트장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갈팡질팡 청춘을 담은 노래들” 강승윤은 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제 삶의 나침반 같은 팬들이 기다려줬기에 이번 앨범이 가능했다”며 “스스로의 여러 면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3일 발매된 ‘PAGE 2’는 타이틀곡 ‘ME(美)’를 비롯해 그가 작사 및 작곡에 참여한 13곡으로 채워졌다.‘ME(美)’는 낭만적인 기타 선율과 감각적인 신스 사운드가 어우러진 곡. 강승윤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보컬이 돋보인다. “美 and shake that beauty” 등의 가사는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여지없이 드러낸다.“결국 ‘어떤 게 정답일까’를 고민하는 게 청춘 아닐까요. 저도 30대가 됐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정답만을 찾게 되더라고요. 치열한 젊음이 지나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갈팡질팡하는 청춘의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강승윤은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다면(多面)’으로 꼽았다. 수록곡들은 각 노래가 하나의 단편소설처럼 다양한 서사를 담고 있다. 고전적인 리듬이 돋보이는 ‘버선발’은 영화 ‘왕이 된 남자, 광해’에 등장한 중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왕이 된 천민 하선(이병헌)이 중전의 손을 잡고 도망치는 장면을 보고, 첫눈에 반해서 사랑으로 도피하는 감정의 흐름을 상상해 봤어요.” 앨범엔 이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착안해 가사를 쓴 ‘거짓말이라도’, 자신의 반려견 토르의 시선에서 쓴 ‘분리불안’ 등 팬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노래가 가득하다. 그는 “노래들에 담긴 감정을 평상시엔 그냥 지나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오히려 곡을 쓰면서 그 감정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국내 최대 사이니지 ‘룩스’ 첫 라이브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로 이름을 알린 뒤 2014년 그룹 위너로 데뷔한 강승윤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나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는 존재”라고 했다.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할 때면, 공기 좋은 산 위에서 맑고 청량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이번 앨범은 하나부터 열까지 제 손이 안 닿은 곳이 없어요. 뮤직비디오 감독님께도 제 구상을 설명하고, 편집실에서 함께 작업했습니다.” 애정을 쏟아부은 앨범이기에 강승윤은 ‘룩스’를 통한 새로운 공연에 더욱 기대가 크다. 공연 시작 10분 전인 오후 6시 50분엔 타이틀곡 ‘ME(美)’의 뮤직비디오가 ‘룩스’에서 상영되며 분위기를 띄운다.“일단 현장에서 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설레요.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즐길 수 있도록 공연을 ‘페스티벌’처럼 구성했습니다. 모두들 가볍게 툭 들르셔서 즐기시면 좋겠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방송은 편집이 있지만, 음악은 제 손끝에서 모든 게 결정돼요. 무대 위에서 가장 솔직한 저를 보여줄 수 있죠.” 독일인 다니엘 린데만 씨(40)는 2014년경부터 방송인으로 활동해 인지도를 쌓았지만, 클래식 피아니스트란 사실은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2017년 자작곡으로 구성된 앨범 ‘Esperance’를 냈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음악인이다. 최근 그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누구나 클래식’ 시리즈의 해설자를 맡기도 했다. 3일 세종대극장에서 만난 린데만 씨는 “클래식은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게 보이는 장르”라며 “대중이 조금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해설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전통악기 ‘생황’ 소리에 푹 빠져” 그는 지난달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의 음악을 해설한 데 이어, 이달에는 표트르 차이콥스키(1840∼1893)의 발레 음악을 설명한다. 해설자로 무대에 선 경험은 있지만, 독일인으로서 같은 독일인인 베토벤의 음악으로 관객들과 교감한 건 특별한 경험이었다.“교향곡 6번 ‘전원’을 소개하면서 베토벤이 악보에 적어둔 감상을 독일어로 읽어드렸어요. 관객들이 흥미로워하시더라고요.” 사실 린데만 씨는 방송에서 독일인 하면큨 떠오르는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 탓에 ‘노잼 다니엘’ 캐릭터를 얻었다. 하지만 음악 앞에선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뜨겁다. 그의 할아버지는 오르가니스트였으며, 가족 대부분이 악기를 다루며 음악을 즐기는 집안에서 자랐다고 한다. 요즘 린데만 씨는 클래식뿐 아니라 재즈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피아노, 베이스, 드럼, 기타, 색소폰으로 구성된 퀸텟(Quintet·5중주)을 결성해 앨범도 발표했다. 그는 “재즈의 매력은 같은 곡을 연주해도 매번 다르게 흐른다는 점”이라며 “무대에서 나누는 즉흥 연주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소통”이라고 했다. 린데만 씨는 최근 국악과 한국 전통악기에도 매료됐다. 광복 80주년인 올해 8월엔 해금 연주자 천지윤과 함께 자작곡 ‘아리랑’을 발표하기도 했다. 린데만 씨는 “방송에선 한국을 말로 설명했지만, 이번엔 음악으로 표현했다”며 “지역마다 다른 아리랑의 멜로디를 배우게 됐고, 한국이 제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느꼈다”고 했다.● “한국에 얻은 만큼 돌려주고파”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처음 알게 된 린데만 씨는 대학에서 동양학을 전공했다. 2008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뒤 18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 2023년엔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다.“처음 동양학을 전공한다고 했을 땐 주변에서 생소하다고 반대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독일 친구들의 자녀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봤어?’라고 물을 정도로 인식이 달라졌죠.” 실은 여러 방송을 통해 얼굴이 알려졌을 때 ‘방송하는 독일인’이란 이미지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음악 활동을 병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았다. 이날 개인 유튜브 채널의 첫 촬영도 마쳤다. 린데만 씨는 “예전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자주 고민했다. 그런데 요즘은 N잡러들이 많아 하나의 직업으로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한국에 사는 독일인으로서 지금의 위치에 만족 그 이상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이미 한국에서 얻은 게 너무 많거든요. 앞으로도 방송과 음악을 균형 있게 이어가고 싶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방송은 편집이 있지만, 음악은 제 손 끝에서 모든 게 결정돼요. 무대 위에서 가장 솔직한 저를 보여줄 수 있죠.”독일인 다니엘 린데만 씨(40)는 2014년경부터 방송인으로 활동해 인지도를 쌓았지만, 클래식 피아니스트란 사실은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2017년 자작곡으로 구성된 앨범 ‘Esperance’를 냈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음악인이다. 최근 그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누구나 클래식’ 시리즈의 해설자를 맡기도 했다. 3일 세종대극장에서 만난 린데만 씨는 “클래식은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게 보이는 장르”라며 “대중들이 조금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해설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전통악기 ‘생황’ 소리에 푹 빠져”그는 지난달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의 음악을 해설한 데 이어, 이달에는 표트르 차이콥스키(1840~1893)의 발레 음악을 설명한다. 해설자로 무대에 선 경험은 있지만, 독일인으로서 같은 독일인인 베토벤의 음악으로 관객들과 교감한 건 특별한 경험이었다. “교향곡 6번 ‘전원’을 소개하면서 베토벤이 악보에 적어둔 감상을 독일어로 읽어드렸어요. 관객들이 흥미로워하시더라고요.”사실 린데만 씨는 방송에서 독일인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 탓에 ‘노잼 다니엘’ 캐릭터를 얻었다. 하지만 음악 앞에선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뜨겁다. 그의 할아버지는 오르가니스트였으며, 가족 대부분이 악기를 다루며 음악을 즐기는 집안에서 자랐다고 한다. 요즘 린데만 씨는 클래식뿐 아니라 재즈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피아노·베이스·드럼·기타·색소폰으로 구성된 퀸텟(Quintet·5중주)을 결성해 앨범도 발표했다. 그는 “재즈의 매력은 같은 곡을 연주해도 매번 다르게 흐른다는 점”이라며 “무대에서 나누는 즉흥 연주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소통”이라고 했다.린데만 씨는 최근 국악과 한국 전통 악기에도 매료됐다. 광복 80주년인 올해 8월엔 해금 연주자 천지윤과 함께 자작곡 ‘아리랑’을 발표하기도 했다. 린데만 씨는 “방송에선 한국을 말로 설명했지만, 이번엔 음악으로 표현했다”며 “지역마다 다른 아리랑의 멜로디를 배우게 됐고, 한국이 제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느꼈다”고 했다. “아쟁이나 해금은 물론, 요즘은 입으로 부는 오르간을 닮은 ‘생황’ 소리에 빠져 있어요. 국악은 박자를 통해 사람을 춤추게 만드는 매력적인 음악이에요.”● “한국에 얻은 만큼 돌려주고파”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처음 알게 된 린데만 씨는 대학에서 동양학을 전공했다. 2008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뒤 17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 2023년엔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다.“처음 동양학을 전공한다고 했을 땐 주변에서 생소하다고 반대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독일 친구들의 자녀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봤어?’라고 물을 정도로 인식이 달라졌죠.”실은 여러 방송을 통해 얼굴이 알려졌을 때 ‘방송하는 독일인’이란 이미지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음악 활동을 병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았다. 이날 개인 유튜브 채널의 첫 촬영도 마쳤다. 린데만 씨는 “예전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자주 고민했다. 그런데 요즘은 N잡러들이 많아 하나의 직업으로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개인 유튜브엔 시사와 문화, 그리고 덜 알려진 독일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한국에 사는 독일인으로서 지금의 위치에 만족 그 이상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이미 한국에서 얻은 게 너무 많거든요. 앞으로도 방송과 음악을 균형 있게 이어가고 싶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고 볼을 꼬집어 봤어요. 뮤지컬을 배운 지 이제 9개월 된 제가 대상을 탈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3일 서울 관악문화재단 관악아트홀에서 열린 제9회 동아뮤지컬콩쿠르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오윤정 양(15·귀일중 3학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본선 무대에서 중등부로 출전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A New Life’를 부른 오 양은 “앞으로 더 노력해 누구에게나 믿음을 줄 수 있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동아뮤지컬콩쿠르는 지난해부터 전체 부문 금상 수상자 중 한 명을 대상으로 선정해 상금 300만 원을 수여하고 있다. 초등, 중등, 고등, 대학·일반부까지 모두 337명이 참가한 이번 콩쿠르는 35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대학·일반부 금상은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The Life I Never Led’를 부른 이예원 씨(19·홍익대 1학년)가 차지했다. 초등부 금상은 뮤지컬 ‘마틸다’의 ‘Naughty’를 부른 이여주 양(7·광주광명초 1학년)과 뮤지컬 ‘서편제’의 ‘원망’을 부른 김소윤 양(12·안진초 6학년)이 공동으로 받았다. 시상식에 앞서 본선 진출자들이 준비한 축하 공연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뮤지컬 ‘이상한 엄마’의 넘버 ‘우리 엄마는’과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You Will Be Found’를 불렀다. 수상자들에게는 뮤지컬 기량을 갈고닦을 수 있는 특전도 주어진다. 김문정 음악감독이 대학·일반부 참가자 중 한 명을 직접 선정해 장학금 100만 원과 일대일 레슨을 제공하는 ‘김문정 특별상’, 할리퀸크리에이션즈가 초등부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할리퀸크리에이션즈 장학금’, 성대관리전문병원인 보아스이비인후과의 ‘보아스 특별상’ 등이 있다. 김문정 특별상은 대학·일반부 은상을 수상한 전상준 씨(20·백석예술대 1학년)에게 돌아갔다. 본선 심사는 박민선 스튜디오선데이 대표, 이지영 신시컴퍼니 연출가, 이희숙 한세대 공연예술과 교수, 박민성 배우, 이유리 서울예대 예술경영전공 교수 등이 맡았다. 이유리 교수는 “K컬처를 이끌어 나갈 젊은 인재들의 가능성을 뮤지컬 분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라며 “특히 초·중등부 참가자들이 어린 나이에도 표현과 해석력이 정말 뛰어났다”고 평했다. 본선 채점표와 참가자들에 대한 개별 심사평은 동아뮤지컬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musical)에 이번 주중 게시될 예정이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초등부 △금상 이여주(7·광주광명초 1학년) 김소윤(12·안진초 6학년) △동상 황예은(11·당촌초 5학년) ▽중등부 △대상 오윤정(15·귀일중 3학년) △은상 김찬성(15·매탄중 3학년) △동상 이다인(14·심석중 2학년) ▽고등부 △은상 성예슬(16·계원예고 1학년) △동상 양서윤(16·고양예고 2학년) ▽대학·일반부 △금상 이예원(19·홍익대 1학년) △은상 전상준(20·백석예술대 1학년) △동상 이다민(26·서울예술대 2학년) △보아스 특별상 김세린(8·서울서래초 2학년) 이다인(14·심석중 2학년) 이인주(17·한림연예예술고 2학년) 정지혜(25·서울예술대 3학년) △할리퀸크리에이션즈 장학금 이여주(7·광주광명초 1학년) 김소윤(12·안진초 6학년) 황예은(11·당촌초 5학년) △김문정 특별상 전상준(20·백석예술대 1학년)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