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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헌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어린이 헌법교실’ 입교식에 참가한 초등학교 4∼6학년생 200여 명에게 물었다. 헌재 문양이 담긴 하얀 모자를 쓴 아이들은 서로 손을 치켜들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법” “법 중의 최고 법” 등 다양한 답변을 쏟아냈다. 박 소장은 무대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아이들과 즉흥적으로 질의응답을 나눴다.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몇 과목씩 배우느냐”고 물은 뒤 손을 든 학생에게 직접 마이크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박 소장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주는 게 바로 헌법”이라며 “한글을 알아야 다른 과목을 공부할 수 있듯 어린 시절부터 헌법을 알아야 우리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어린이 헌법교실 입교식에는 서울뿐 아니라 경기 화성, 충남 천안 등지에서 오전수업을 마친 학생들 200여 명이 찾아왔다. 헌법교실에 참가한 초등학생 500여 명은 여름방학 때 헌재를 특별 견학할 수 있고 11월에 열리는 어린이 헌법토론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박 소장은 “어린이 헌법토론대회에서 입상한 학생은 무슨 일을 해도 다 성공할 수 있다”며 헌법 공부를 독려했다. 승이도 헌법연구관은 ‘재미있는 헌법이야기’를 주제로 법치국가의 근간과 법의 역사적 흐름에 대해 강의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 법감정과 토머스 홉스의 사회계약론, 절대군주 시대와 프랑스 혁명을 거친 근대국가의 태동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어 헌법을 주제로 한 레크리에이션과 샌드 아트, 헌법송 공연 등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행사를 마친 뒤 박 소장, 강일원 김이수 재판관과 붉은 법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줄을 서서 사인을 받았다. 경기 부천 계남초교 6학년 임수민 양(12)은 “‘악법도 법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책에서만 봤는데 강연을 듣고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며 흡족해했다. 경기 의정부 금오초교 학생들을 인솔해온 김예지 교사(23·여)는 “아이들과 함께 헌법토론대회를 열심히 준비해 꼭 우승하겠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검찰이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금융자산을 빼가는 피싱 범죄에 동원되는 가짜 검찰 홈페이지를 자동으로 탐지해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동안 가짜 홈페이지 탐지에서 차단까지 평균 2∼3일 걸리던 기간이 3∼6시간으로 단축돼 피싱 범죄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피싱 범죄에 동원되는 가짜 검찰 홈페이지는 일회용으로 쓰이고 바로 버려지기 때문에 신속한 차단이 피해 예방과 직결된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부장 김오수 검사장)는 피싱 사이트 자동 차단 및 정보 수집 시스템을 처음 가동한 1일부터 19일까지 500개가 넘는 가짜 검찰 홈페이지를 색출해 차단했다. 하루 평균 25∼30개를 자동으로 차단한 셈이다. 이전에는 대검 사이버수사과 분석요원이 피싱 의심 인터넷주소(IP)를 일일이 검증하고 사이트 화면을 찍어 증거로 남긴 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차단 요청 이메일까지 보내야 해 하루 평균 12∼15개를 차단하는 데 그쳤다. 이런 과정을 모두 자동화해 노동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고 성과는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검찰을 사칭하는 피싱 범죄자들은 국제금융사기나 자금세탁에 피해자의 계좌가 이용됐다는 식으로 전화를 걸어와 가짜 검찰 홈페이지 접속을 유도한다. 대부분 도메인 주소가 실제 검찰 도메인 주소와 흡사하고 화면도 실제 홈페이지와 외관상 똑같아 속기 십상이다. 가짜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사건번호와 검찰총장 명의의 직인이 찍힌 공문까지 보여준다. 주로 피해자 계좌가 금융 범죄에 쓰였으니 국가 소유 계좌로 돈을 이체하지 않으면 계좌를 동결시킨다는 내용이다. 미리 만들어 둔 가짜 시중은행 홈페이지로 유도해 계좌와 보안카드 번호 등을 입력하도록 하기도 한다. 여기에 속아 전화 속 목소리 말대로 했다간 봉변을 당한다. 가짜 검찰 홈페이지는 주로 해외 IP를 통해 만들어지고, 차단하더라도 도메인 주소만 바꿔 계속 재생산된다. 자동 차단 시스템은 국내 3대 보안 블로거 출신으로 대검 사이버수사과에 특채된 원용기 수사관(33)이 3월 말부터 자체 개발한 결과물이다. 매일 가짜 검찰 홈페이지를 수작업으로 확인하고 차단하느라 야근에 시달리던 차에 업무 효율화를 위해 시스템을 직접 만든 거라 예산도 따로 들지 않았다. 원 수사관은 2008년 대검 사이버 모니터링 계약직으로 검찰에 들어왔다가 2010년 사이버 역량을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특채됐다. 농협 전산망 테러사건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이버 테러사건 등을 수사할 때도 역량을 보탰다. 검찰 관계자는 “피싱 범죄에 자주 이용되는 금융기관과 경찰청 등에 자동 차단 시스템을 전파할 것”이라며 “국내에 있는 피싱 범죄자는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검찰이 ‘성완종 메모 리스트’에 적힌 정치인 8명의 신병 처리 여부를 이달 말에 일괄적으로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이미 소환 조사를 마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나머지 6명의 신병 처리와 병행해 이달 말 기소할 계획이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제외한 ‘메모 리스트’ 정치인 6명 중 2012년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등 3명에 대해선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사업 파트너 A 씨의 새로운 증언을 바탕으로 수사의 실마리를 추적하고 있다. 그 밖에 김기춘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3명은 서면조사 등 여러 방법을 고심하고 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마땅한 수사 단서가 없어 전체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한 뒤 불기소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 지사에 대해 1억 원 수수 혐의뿐 아니라 측근들을 통해 전달자인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해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구속영장 청구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이 전 총리와 함께 불구속 기소하기로 잠정 결론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 측근들이 금품 전달자를 회유하려 했다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자백이 없는 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홍 지사(1억 원)와 이 전 총리(3000만 원)는 일단 금액 기준으로는 이 선을 넘지 않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될 정도의 범죄라고 자체 판단이 돼야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며 “액수만으로 보면 2억 원을 넘으면 실형 선고가 나는 편이지만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다”고 말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6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건은 홍 지사 신병처리 결정에 참고가 됐다. 이 전 지사는 액수가 홍 지사와 비슷한 1억 원대였지만 공여자인 박 회장의 진술을 조작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가 관련자 진술을 통해 드러나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현직 시절 건설업자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당시 한 전 총리가 대한통운 측으로부터 뇌물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직후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간 자칫 ‘보복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혼외자녀를 낳고 결혼 관계를 파탄 낸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낼 수 있는지를 두고 대법원이 다음달 26일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그동안 혼인 관계를 깨뜨린 원인을 제공한 ‘유책 배우자’에겐 이혼 소송을 낼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던 대법원 판례가 바뀔지 주목된다. 대법원이 이번 공개변론을 거쳐 유책 배우자의 이혼 소송 청구권을 인정한다면 이혼 소송의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혼외자녀를 낳고 15년 동안 별거하던 남편 A 씨가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 상고심의 공개변론을 다음달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연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1976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지만 늦은 귀가와 잦은 음주, 외박 등으로 부인과 불화가 심했다. A 씨는 결혼 생활 22년 만인 1998년 내연녀와 혼외자녀를 낳고 2년 뒤부터는 집을 나와 새 살림을 꾸렸다. 내연녀와 동거하면서도 본처에게 매달 생활비 100만 원을 주고 본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 3명의 학비를 지원했다. A 씨는 2011년 신장 질환이 악화돼 본처와 그 자녀들에게 신장 이식을 부탁했다가 거절당하자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고 이혼 소송을 냈다. A 씨는 동거녀가 병 수발을 들고 있는데다 둘 사이에 중학생인 자녀가 있어 더 이상 본처와의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이혼을 강력히 원했다. 반면 본처는 남편이 돌아올 거라 믿는데다 세 자녀 중 둘이 미혼이라며 이혼 요구를 거부했다. 1, 2심 재판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로 결혼 관계를 파탄 낸 책임이 있는 A 씨의 이혼 청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상대 배우자가 혼인 생활을 계속할 뜻이 없으면서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을 때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 소송을 인정해왔다. 대법원이 이번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기로 한 건 최근 달라지고 있는 이혼 세태와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다. 기존에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권을 엄격히 제한해 가정을 보호한다는 측면이 강했지만, 최근엔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 났고 사실상 복원 가능성이 없다면 이혼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이미 혼인관계가 사실상 깨졌다면 혼인 파탄의 원인 제공자가 어느 쪽인지를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해주고 있다. 이번 공개변론에는 이화숙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A 씨 측 참고인으로,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이 부인 측 참고인으로 나와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국민의 생활상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판결인 만큼 모든 변론 과정은 법원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한국정책방송(KTV)을 통해 생중계된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검찰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10월 여야 실세 3명에게 6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규명할 열쇠로 당시 5만 원권 돈다발에 묶여 있었다는 시중은행 3곳의 띠지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 은행들에 성 회장 또는 경남기업 관련 계좌가 있었는지, 수억 원대의 입출금 흔적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면 일단 자금 출처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 회장의 해외사업 파트너인 A 씨는 2012년 10월 중순 성 회장이 들고 온 돈다발 6억 원이 국민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 3개의 띠지로 묶여 있었다고 기억했다. 검찰이 성 회장의 회삿돈 횡령 혐의를 수사할 때 확보한 계좌들은 이 은행들이 아닌 다른 은행에서 개설된 것들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성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전도금 32억8700만 원은 계열사 두 곳에서 SC제일은행, 외환은행, 하나은행 계좌를 거쳐 전액 현금화됐다. 성 회장이 계열사 3곳에서 빌린 단기대여금 182억6600만 원도 성 회장의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 계좌로 입금됐다. A 씨의 기억이 맞는다면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성 회장의 또 다른 비자금 계좌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A 씨는 “성 회장이 수표를 건네며 ‘현금으로 바꿔줄 수 있느냐’고 하기에 내가 곤란해질까봐 거절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성 회장이 어디선가 확보한 수표를 현금으로 세탁하려 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기존에 확보한 성 회장과 경남기업 계열사의 회계자료와 A 씨 주장을 비교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A 씨의 기억이 불분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3년 전에 봤다는 특정 은행 띠지까지 A 씨가 또렷하게 기억한다는 게 도리어 이상할 수 있다”며 “A 씨의 기억에 한정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인 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6억 원의 출처를 밝혀내더라도 이 돈이 A 씨가 지목한 여야 정치인 3명에게 전달됐는지 규명하려면 해당 인사들의 동선 확인, 목격자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A 씨가 2012년 11월 21일 성 회장을 만났을 때 “○○○(새누리당 인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 등 금품 전달 정황들도 이를 뒷받침할 다른 결정적 증거들을 찾아내야 한다. 나아가 돈 가방을 건넨 날짜와 장소를 특정하더라도 해당 인사가 “둘이서 만난 건 맞지만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면 입증이 쉽지 않다. 결국 2012년 대선자금 의혹 규명은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수사능력을 발휘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조동주 djc@donga.com·조건희·유원모 기자}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줬다는 ‘쇼핑백 3000만 원’의 조성 및 전달 과정을 이용기 비서실 부장(사진) 등 성 회장의 핵심 측근들이 상세히 진술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날 이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검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였다. 성 회장의 정·관계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 부장 등에게서 “2013년 4월 4일 성 회장이 ‘이 전 총리의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선거사무소를 가야 한다. 준비해 놓은 쇼핑백을 가져오라’고 해 (준비해 둔) 쇼핑백을 성 회장에게 갖다 준 적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성 회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인 경남기업 관계자들을 조사해 3000만 원의 조성 과정을 확인했으며, 당시 쇼핑백에 담긴 내용물이 돈이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 회장의 승용차에 있던 이 쇼핑백을 이 전 총리와 독대 중인 성 회장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수행비서 금모 씨는 “쇼핑백에 있는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총리를 상대로 성 회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았는지, 이 전 총리와 성 회장의 독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윤모 씨(이 전 총리의 전 운전기사)를 회유하라고 측근들에게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스스로 많은 말씀을 하실 수 있도록 충분히 기회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독대한 사실도 없고, 돈을 받은 사실은 더더욱 없다. 측근을 시켜 회유했다는 의혹도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이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인 김민수 비서관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 등을 복원해 살펴보고 있다. 김 비서관은 13일 검찰에서 “선거사무소에서 성 회장을 본 기억이 없다. 윤 씨를 회유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비서관이 이 전 총리, 윤 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분석해 이 전 총리의 회유 지시 및 개입 여부를 확인 중이다.조동주 djc@donga.com·장관석 기자}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야 유력 정치인 3명에게 건넨다며 현금 6억 원을 1억∼3억 원씩 3개의 가방에 나눠 담았다는 성 회장 측 인사의 증언이 나왔다. 이 중 여당 정치인 2명은 성 회장이 남긴 ‘메모 리스트’에 적힌 8명에 포함돼 있으며 야당 인사 1명은 명단에 없는 새로운 인물이다. 성 회장의 해외 사업 파트너였던 A 씨는 13, 1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012년 10월 성 회장과 함께 현금 뭉치를 나눠 돈 가방을 만든 얘기를 털어놨다. A 씨는 “성 회장이 2012년 10월 중순 토요일 오후 9시경 서울 여의도 I빌딩 3층 사무실로 검은색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혼자 찾아왔다”며 “캐리어 안에는 3개 시중은행 띠지로 묶여 있는 5만 원권이 가득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성 회장의 부탁으로 함께 돈뭉치의 띠지를 뜯어낸 뒤 100장씩(500만 원) 흰 편지봉투에 넣고 서류가방 3개에 1억, 2억, 3억 원씩 나눠 담았다”고 밝혔다. 여의도 사무실은 성 회장의 지시로 A 씨가 1년간 임차한 곳이다. A 씨는 당시 성 회장이 이 돈 가방들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직접 목격하지 않았지만 그때를 전후해 성 회장이 했던 발언 내용으로 미뤄 볼 때 새누리당 인사 2명과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 등 3명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2012년 11월 21일경 성 회장을 만났을 때 성 회장은 “○○○(새누리당 인사)한테 내가 (돈을 전달)했다”고 언급했다는 것. 또 2012년 10월 하순 성 회장이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을 만나러 갈 때 돈을 담았던 가방과 똑같은 서류가방을 들고 갔다가 빈손으로 온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성 회장은 이 야당 중진 의원에 대해 ‘수시로 관리해 왔다’는 표현을 썼으며, 나중에 “대선 때 야당의 누구를 도왔느냐”고 묻자 성 회장이 이 인사를 거명했다고 A 씨는 전했다. 한편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14일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두 번째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에 소환돼 3000만 원 수수 의혹에 대해 조사받았다. 조건희 becom@donga.com·조동주·장관석 기자}
성범죄 재범 가능성이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게 강제로 화학적 거세를 하도록 규정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첫 공개변론이 벌어졌다. 강제적인 화학적 거세는 성충동 억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채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과 성도착증 환자의 성범죄는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해 약물치료가 필수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헌재는 이르면 올해 안에 위헌 여부를 결론 낼 방침이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위헌인지를 두고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 법률은 성범죄를 저지른 19세 이상의 성도착증 환자가 재범 위험이 있다면 검사의 청구를 통해 법원이 15년 범위로 치료기간을 정해 당사자 동의 없이 약물치료를 강제하도록 규정했다. 2013년 대전지법은 5,6세 영아를 잇달아 강제추행한 남성에 대한 약물치료명령 청구에 대해 직권으로 이 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 장우승 변호사는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 재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실증적인 국내 연구결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으론 약물치료 명령은 유죄 선고와 동시에 내려지는데, 실제 약물치료를 집행하는 건 출소 2개월 전이라 두 시점의 간극이 커 재범 위험을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유죄 선고를 받을 당시엔 재범 우려가 있었지만 옥살이를 거치면서 성적 충동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법 시행 이후 법원에서 확정된 치료명령 건수는 10건이지만 아직 징역형 종료 2개월 전인 죄수가 없어 강제로 화학적 거세를 당한 사람은 없다. 위헌 측 참고인으로 나온 송동호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장은 “성도착증 환자가 성범죄를 일으키는 건 증상 자체보다는 여러 정신적 문제가 동반돼 벌어지는 것”이라며 “성도착증이 말초적인 남성호르몬 때문이라고 단순화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강제적인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 재범을 근본적으로 막는 해결책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대리인 서규영 변호사는 “국내에선 성범죄가 하루 평균 73.8건이 발생하고 13세 미만 아동에 대해선 하루 평균 2.9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감소시키면 치료기간에는 확실히 재범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합헌 측 참고인인 이재우 법무부 치료감호소장은 “2011년 4월부터 성범죄로 수감 중인 50여 명에게 동의를 얻어 치료를 해봤더니 효과가 있었다”며 “일부 열감, 체중증가, 우울감, 근육통 등 부작용이 있었지만 대부분 성적 생각이 감소했다”고 말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사망으로 주춤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의 해외 자원개발 관련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됐다. 검찰 수사가 당시 자원외교를 둘러싸고 끊이지 않았던 정권 실세 연루설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12일 울산 소재 한국석유공사 본사와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64)의 자택과 사무실, 석유공사의 투자자문사 메릴린치 서울지점 등 3곳에 수사관 30여 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강 전 사장은 재직 중이던 2009년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비스트와 정유 부문 계열사 노스어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매각하면서 석유공사에 1조3300억 원대의 피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1월 감사원에 의해 고발당했다. 강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경영 실적을 내기 위해 부실 자원개발 업체를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무리하게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하비스트 계열사 날을 시세보다 3133억여 원 높은 1조3700억여 원에 인수한 과정을 조사 중이다. 강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회사 인수 직전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현 경제부총리)을 만나 보고하고 암묵적 동의를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강 전 사장이 검찰에 출석해서도 같은 진술을 하면 최 부총리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석유공사의 인수 자문사인 메릴린치 서울지점이 당시 날의 주식 가치를 시세인 주당 7.3달러보다 높은 9.61달러로 평가한 배경도 조사 중이다. 당시 메릴린치 서울지점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라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아들이 근무하며 하비스트 인수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14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성 회장이 남긴 ‘리스트’에 적힌 여권 핵심 인사 8명 중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이어 두 번째 소환자다. 성 회장은 지난달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2013년 4월 4일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이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전 총리에게 3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근 성 회장의 수행비서 등에게서 당시 성 회장 차 안에 있던 ‘쇼핑백’을 이 전 총리와 독대 중이던 성 회장에게 갖다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석 jks@donga.com·조동주 기자}

국정 2인자였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사진)는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3월 12일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전 남긴 메모와 언론 인터뷰에 등장하면서 사정(司正)의 칼날은 부메랑이 됐다. 성 회장에게서 “사정 대상 1호가 사정을 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이 전 총리는 검찰 수사의 칼끝을 피해 갈 수 있을까.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성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 씨에게서 “성 회장에게서 (돈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내가 차에 있던 쇼핑백을 들고 선거사무소 안에서 이 전 총리를 독대하고 있던 성 회장에게 드리고 나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금 씨는 성 회장과 이 전 총리가 독대하고 있던 상황을 또렷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경남기업 이용기 부장과 박준호 전 상무 등 복수의 성 회장 측근에게서 “금 씨가 성 회장 지시로 (비타500 음료 상자가 아니라) 쇼핑백을 성 회장에게 갖다 주고 나온 사실을 주변에 털어놓은 일도 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전 총리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한 것은 그의 금품 수수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성 회장이 이 전 총리의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은 2013년 4월 4일과 관련한 성 회장 및 핵심 측근들의 동선을 진술과 객관적 자료로 대부분 규명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일부 언론은 금 씨가 비타500 음료 상자를 성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경남기업 측은 보도 직후부터 “인터뷰의 사실관계가 다르게 보도됐다. 보도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산됐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문제의 ‘비타500 상자’나 ‘노란 봉투’ 등은 일부 언론이 성 회장 측근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추측성 발언을 재차 독자적으로 추측하거나 확대 해석해서 보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비타500 음료 박스에 돈이 담겼다는 취지의 인터뷰가 나가게 된 배경까지 확인해 재판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의 사건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해 보인다. 관련자 진술과 물증으로 ‘성 회장과 이 전 총리가 독대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판단되면, 다음 단계는 곧바로 이 전 총리에 대한 조사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검찰이 이 전 총리 측근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힘을 낭비하지 않고, 성 회장과 수행원들의 2013년 4월 4일 동선과 행적을 복원하는 데 힘을 쏟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전 총리와 관련해 소환 조사를 받은 이 전 총리 측 관계자는 2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회장 측근 대부분은 성 회장과 이 전 총리가 독대한 사실을 또렷하게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선 “이 전 총리 수사가 홍 지사 수사보다 더 탄탄하게 다져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검찰이 돈을 직접 건넸다고 주장한 성 회장이 숨져 돈을 건넬 당시 상황과 최종 행적에 대한 진술을 ‘공여자’에게서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전 총리가 성 회장과의 독대를 인정한다 해도 금품 수수 혐의는 끝내 부인할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설령 성 회장이 쇼핑백을 놓고 갔다는 게 확인된다 해도 이 전 총리로선 사람이 빈번히 드나드는 선거사무소 특성상 분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펼 여지도 충분하다. 이 전 총리 측은 기소될 경우 재판에서 무죄를 이끌어내면 정치적 재기가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조용히’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일 검찰과 장외 설전을 벌이는 홍 지사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조동주 djc@donga.com·장관석·변종국 기자}
해외 자원개발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캐나다 정유회사를 고가로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석유공사와 강영원 전 사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사망 이후 소강상태에 빠졌던 자원외교 수사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12일 울산 소재 석유공사 본사와 강 전 사장 자택, 메릴린치 서울지점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강 전 사장 시절인 2009년 석유공사는 캐나다 유전개발업체 하베스트를 자산가치보다 3000억여 원 높은 4조 5000억여 원에 인수하고 부실 계열사까지 떠안아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메릴린치는 인수 과정에서 회사의 자산가치를 부풀려 평가하고 거액의 자문료를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석유공사는 경영실직 부진 등을 이유로 하베스트 계열사를 다시 되팔면서 1조원대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과 첫 사법 처리 대상으로 거론되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고 있다. 핵심은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부탁을 받고 1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시점과 장소다. 검찰이 일절 함구하는 가운데 홍 지사는 11일 기자회견에서도 검찰을 향해 “돈을 건넸다는 시간과 장소를 특정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조만간 홍 지사를 재판에 넘기면서 돈 받은 날짜와 장소를 특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2011년 6월 초순 또는 6월 중순 국회 의원회관’ 정도로만 표현한다는 얘기다. 검찰은 돈을 줬다는 윤 전 부사장을 통해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밝혀냈지만 홍 지사를 17시간 넘게 조사하면서 특정 시간과 장소를 묻지 않았다. 성 회장이 사망한 상황에서 자칫 홍 지사의 반박에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 무너지면 더 이상 혐의를 입증해줄 진술자가 없기에 택한 고육책이다. 홍 지사는 검찰이 날짜와 장소를 언급하면 자신의 일정표 등을 근거로 알리바이를 제시해 검찰의 주장을 깨뜨리겠다는 전략이다. 홍 지사는 2012년 5월 15일까지의 일정이 엑셀 형식으로 30분 단위로 상세히 담겨 있는 일정표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고 변호사 사무실에 맡겨두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전달자가 말을 지어내고 있기 때문에 (돈을 줬다는) 일시, 장소를 특정하지 않으면 일정표를 제출하기 어렵다”며 “내가 일정표를 (먼저) 제출했다가 다시 윤 씨가 그 일정표의 빈 일정에 돈을 줬다고 끼워 넣으면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과거 뇌물사건을 여럿 수사해본 홍 지사는 일정표를 무죄 판결의 열쇠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가 홍 지사의 2011년 6월 행적을 당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홍 지사는 기존 해명과 달리 6월 한 달간 최소한 6, 7차례 국회 의원회관에 있었다. 당시 홍 지사가 쓰던 국회 의원회관 707호 의원실은 윤 전 부사장이 돈을 건넸다고 지목한 곳이다. 홍 지사는 23일 당 대표 경선 후보로 등록하며 기탁금 1억2000만 원을 내기 전까지는 대부분 국회나 당사 등에서 일정을 치렀다. 지방 일정은 23∼28일이 전부였다. 출마 선언 직후인 20, 21일과 지방 순회를 마친 29, 30일에는 의원회관에서 언론과 인터뷰도 했다. 지방 일정을 제외하면 언제든 의원회관에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있었던 셈이다. 당초 홍 지사는 “경선 기간인 2011년 6월엔 지방을 돌아다니느라 국회 의원회관에는 거의 들르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윤 전 부사장이나 성 회장을 만난 건 2011년 11월 한 차례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은 2011년 특정 날짜에 홍 지사가 국회 의원회관에 있었다는 참고인 진술과 사진 등 객관적 입증자료 등을 이미 확보했다. 당시 홍 지사와 함께 움직인 사람도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조동주 djc@donga.com·김배중·유원모 기자}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3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검찰이 이번 주 안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가 돈을 받았다고 의심되는 2013년 4월 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로 성 회장을 수행한 비서 금모 씨(34)와 운전기사 여모 씨(41)를 지난 주말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 ○ 이완구 전 총리 이번 주 소환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0일 금 씨와 여 씨를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주초 이 전 총리에게 소환을 통보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3000만 원이 건네진 시점이 2013년 4월 7일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검찰은 4월 4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성 회장이 이 전 총리를 만나는 건 봤지만 돈을 건넸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해 이들의 진술을 깰 만한 정황을 잡고 거짓말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계속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강제수사도 검토 중이다. 금 씨는 성 회장이 2013년 4월 4일 당시 서울 국회―충남도청 신청사 개청식―이 전 총리 선거사무소 일정에 여 씨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동행했다. 당일 성 회장과 하루 종일 동행하면서 3000만 원을 조성한 방식과 전달 경위 등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성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3000만 원을 건넬 때 비타500 상자가 아니라 봉투 등 다른 물건에 담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비서실 부장은 당시 성 회장과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1억 원 계좌’에 허 찔린 홍 지사 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 원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2011년 6, 7월경 홍 지사의 정치자금 후원 계좌에서 5000여만 원이 나경범 당시 보좌관 명의의 당 대표 경선자금 계좌로 흘러간 것을 비롯해 복수의 계좌에서 수차례에 걸쳐 총 1억여 원이 경선자금 계좌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 돈이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서 홍 지사에게 건네졌다는 1억 원과 같은 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돈의 흐름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홍 지사의 당 대표 경선자금 사용 명세, 홍 지사의 당시 국회의원 재산공개 명세 등을 비교 분석해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신고한 재산 목록을 보면 개인 예금이 2011년 4월 8734만 원에서 2012년 3월 3380만 원으로 5354만 원 감소했다. 검찰은 홍 지사가 2011년 6월 23일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 기탁금 용도로 직접 입금한 1억2000만 원의 출처도 추적하고 있다. 홍 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나 보좌관 명의의 계좌로 유입된 1억여 원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가 10일 변호사를 통해 2011년 7월 전당대회 경선자금 명세를 검찰에 제출했다. 홍 지사 측은 “선관위에 등록된 계좌에 어떻게 불법 정치자금을 넣어 사용할 수 있겠나. 모두 다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10일 “(2011년 6월경) 홍 지사의 동선을 가능한 모든 자료를 동원해 복원했다.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의 접촉 단서까지 확보했고 금품 수수 시기와 장소를 특정한 상태”라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 회유 의혹을 받고 있는 홍 지사 측근 김모 씨와 엄모 씨를 이날 소환해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성 회장이 자살한 직전 2주간의 동선을 복원한 결과 성 회장이 남긴 메모에 유독 여권 핵심 8명의 이름만 적은 이유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동주 djc@donga.com·장관석·조건희 기자}

8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12층 1208호 조사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손영배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장(43)과 마주한 홍준표 경남지사(61)는 20여 년 전의 화려했던 ‘모래시계’ 검사가 아니었다. 이날은 14년 후배 검사 앞에 앉은 한 명의 피의자일 뿐이었다. “어버이날인데 고생 많습니다. 검찰청으로 갑시다.” 홍 지사는 이날 오전 7시 55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를 나서며 취재진에게 활짝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넸다. 감색 정장 왼쪽 가슴에는 연분홍색 카네이션을 달고 있었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지만 어버이날을 챙길 만큼 여유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듯했다. 홍 지사는 검은색 K9 승용차에 몸을 싣고 조사실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 근처 변호사 사무실로 향했다. 홍 지사는 검찰 조사에 동행할 이혁 변호사 등과 1시간 30여 분 동안 마지막 회의를 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집에서 나올 때 가슴에 달고 있던 카네이션은 뗀 상태였다. 홍 지사는 오전 9시 54분 서울고검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검찰에 오늘 소명하러 왔다”라고 말했다.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1억 원을 건넸다는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측근을 통해 회유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자 “없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말한 뒤 곧바로 12층 조사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1208호 조사실에는 홍 지사를 직접 신문할 손 부장검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특별수사팀에 파견된 손 부장검사는 대구 경신고-연세대 법대 출신으로 ‘힘센’ 피의자에게 기가 눌리지 않는 강골이다. 2006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구속으로 이어졌던 법조비리 사건을 수사했고, 이듬해엔 ‘신정아 사건’ 당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 수사에 참여했으며 2009년엔 부녀자 1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손 부장검사의 안내로 홍 지사가 조사실 소파에 앉자 문무일 특별수사팀장(검사장)이 들어와 10분 정도 티타임을 가졌다. 고려대 선후배인 홍 지사와 문 검사장은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수사 때 ‘제보자’와 ‘수사검사’의 인연도 있다. 당시 문 검사장은 특검에 파견돼 있었고 홍 지사는 노 전 대통령 측의 은닉 자금으로 보인다는 100억 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를 들고 특검을 찾아간 적이 있다. 문 검사장이 조사실을 나가고 오전 10시 17분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손 부장검사 옆에는 평검사 1명이 보조했고, 홍 지사 왼쪽에는 수사관 1명이 앉았다. 홍 지사 뒤에는 이혁 변호사가 배석했다. 홍 지사는 낮 12시 15분까지 2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점심시간을 가졌다. 오후 1시 25분부터 재개된 조사에서 홍 지사는 묵비권을 쓰지 않고 미리 준비한 여러 소명자료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방어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조동주 djc@donga.com·유원모 기자}
8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12층 1208호 조사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손영배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장(43)과 마주한 홍준표 경남지사(61)는 20여 년 전의 화려했던 ‘모래시계’ 검사가 아니었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대권 도전설이 나오던 ‘잘 나가는’ 정치인이었지만 이날은 14년 후배 검사 앞에 앉은 한 명의 피의자일 뿐이었다. “어버이날인데 고생 많습니다. 검찰청으로 갑시다.” 홍 지사는 이날 오전 7시 55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를 나서며 취재진에게 활짝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넸다. 늘 붉은 계열 넥타이만 매는 그는 이날도 핑크색 넥타이를 매고, 곤색 정장 왼쪽 가슴에는 연분홍색 카네이션을 달고 있었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지만 어버이날을 챙길 만큼 여유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듯했다. 검사복을 벗은 지 20년 만에 피의자로 검찰에 출두하는 소감을 묻자 ‘허허’하고 웃어넘겼다. 홍 지사는 검은색 K9 승용차에 몸을 싣고 조사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근처 변호사 사무실로 향했다. 차량 이동 동선은 실시간으로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홍 지사는 검찰 조사에 동행할 이혁 변호사 등과 1시간 30여분 동안 마지막 회의를 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집에서 나올 때 가슴에 달고 있던 카네이션도 뗀 상태였다. 홍 지사는 오전 9시 54분 서울고검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검찰에 오늘 소명하러 왔다”라고 말했다.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1억 원을 건넸다는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측근을 통해 회유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자 “없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말한 뒤 곧바로 12층 조사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1208호 조사실에는 홍 지사를 직접 신문할 손 부장검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특별수사팀에 파견된 손 부장검사는 대구 경신고-연세대 법대 출신으로 ‘힘 센’ 피의자에게 기가 눌리지 않는 강골이다. 2006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구속으로 이어졌던 법조비리 사건을 수사했고, 이듬해엔 ‘신정아 사건’ 당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수사에 참여했고, 2009년엔 부녀자 7명을 살해 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손 부장검사의 안내로 홍 지사가 조사실 소파에 앉자 문무일 특별수사팀장(검사장)이 들어와 10분 정도 티타임을 가졌다. 고려대 선후배인 홍 지사와 문 검사장은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수사 때 ‘제보자’와 ‘수사검사’의 인연도 있다. 당시 문 검사장은 특검에 파견돼 있었고 홍 지사는 노 전 대통령 측의 은닉 자금으로 보인다는 100억 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를 들고 특검을 찾아간 적이 있다. 홍 지사는 이날 검찰이 내놓은 커피 대신 물을 달라고 해 물을 마셨다. 문 검사장이 조사실을 나가고 오전 10시 17분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손 부장은 홍 지사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이름과 나이, 직업과 주소 등을 묻는 인정신문을 시작으로 1억 원 수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손 부장검사 옆에는 평검사 1명이 보조했고, 홍 지사 왼쪽에는 수사관 1명이 앉았다. 홍 지사 뒤에는 이혁 변호사가 배석했다. 홍 지사는 낮 12시 15분까지 2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점심시간을 가졌다. 보좌진이 대기하는 청사 내 다른 층 공간으로 가서 별도로 식사를 한 뒤 조사실로 돌아갔다. 오후 1시 25분부터 재개된 조사에서 홍 지사는 묵비권을 쓰지 않고 미리 준비한 여러 소명자료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방어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검찰이 회사 매각 과정에서 포스코 측의 특혜를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56·전 성진지오텍 회장)에 대한 본격 수사에 7일 착수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비싸게 인수하는 과정에 당시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조상준)는 이날 전 회장의 자택과 세화엠피, 유영E&L, 문수중기 등 관련 업체 3, 4곳을 압수수색했다. 전 회장은 포스코플랜텍이 2010∼2012년 이란석유공사에서 받은 석유 플랜트 공사대금 1000억여 원 중 상당 부분을 현지 은행 계좌에서 빼내 사적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2010년 3월 재무 상태가 부실했던 성진지오텍 지분 40.3%를 인수해 2013년 7월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했다. 당시 인수 가격은 시가의 2배 수준이어서 포스코의 대표적 부실기업 인수 사례로 꼽혔다. 이 때문에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당시 정권 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정준양 전 회장 재임 당시 포스코 계열사는 41개나 늘었지만 이 중 18곳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포스코에 대한 검찰 수사는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비자금 조성 의혹, 포스코와 협력업체 코스틸 간 불법거래 의혹에 이어 성진지오텍 관련 의혹으로까지 확대됐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이번 수사는 국민기업인 포스코에 대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하청업체에서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포스코건설 박모 상무(55)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상무가 구속되면 검찰이 하도급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한 5번째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원이 된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홍준표 경남지사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8일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한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홍 지사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성 회장의 정관계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 지사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는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과 관련 증거를 최종 점검했으며 홍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에게서 “2011년 6월 아내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가 홍 지사와 나모 보좌관을 만났다. 홍 지사에게 5만 원권 다발 1억 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옛 국회 의원회관 설계도면과 배치도까지 확보해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검증했다. 수사팀 내부에선 홍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 실무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받은 액수가 2억 원을 구속영장 청구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홍 지사 측의 증거 인멸과 윤 전 부사장 등에 대한 회유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 내부 기류가 바뀌고 있다. 특히 검찰은 홍 지사 측근 김모 씨와 엄모 씨가 윤 전 부사장에게 “(홍 지사가 아니라) 보좌관에게 돈을 준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 “안 받은 걸로 하면 안 되나”라며 회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홍 지사의 지시나 방조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게다가 윤 전 부사장이 검찰에서 “홍 지사에게 건넨 1억 원은 성 회장의 ‘공천헌금’ 성격도 있을 것”이라고 진술하면서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이상으로 커진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첫 수사 대상자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수사 의지를 보이자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수뇌부에선 ‘2억 원 기준’을 지켜 홍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법원이 현직 도지사가 구속될 경우 발생할 행정 공백이나 거물급 정치인인 홍 지사의 방어권 보장 문제를 깊이 검토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아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부담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홍 지사의 비서관 출신 강모 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는 등 홍 지사 주변 인물과 관련한 최종 확인 작업을 벌였다. 홍 지사의 또 다른 핵심 비서관인 신모 씨도 소환했지만 신 씨가 일정 변경을 요청해 이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홍 지사는 이날 하루 휴가를 내고 수사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는 성 회장이 남긴 메모와 녹취록은 물론이고 성 회장과 윤 전 부사장의 검찰 진술도 증거능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홍 지사는 “성 회장이 윤 전 부사장의 생활자금이라고 진술한 1억 원이 검찰의 진술 조정 끝에 나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장관석 jks@donga.com·조동주·변종국 기자}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56·전 성진지오텍 회장)이 포스코플랜텍의 이란 석유 플랜트 공사대금 1000억여 원 중 일부를 빼돌렸다는 고소·고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7일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전 회장이 성진지오텍을 포스코에 비싸게 넘기는 과정에 이명박 정부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조상준)는 이날 전 회장의 자택과 세화엠피, 유영E&L, 문수중기 등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업체 3,4곳을 압수수색했다. 전 회장은 포스코플랜텍이 2010~2012년 이란에서 받은 석유 플랜트 공사대금 1000억여 원 중 일부를 이란 현지 은행계좌에서 빼내 사적으로 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미국과 이란의 관계 악화를 감안해 세화엠피 이란법인을 중간에 두고 이란석유공사와 간접 계약하는 형식을 취했다. 2013년부터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가 강화되면서 현지 은행에 보관해둔 공사대금을 중간다리 역할인 세화엠피의 전 회장이 사적으로 빼 쓰면서 잔고증명서를 조작했다는 게 주된 혐의다. 검찰은 전 회장이 세화엠피 자금 수십억 원을 횡령한 정황도 별도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하청업체에서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포스코건설 박모 상무(55)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상무는 2012년 10월경 포스코건설이 경북 구미에서 시공을 맡은 하이테크밸리 조성공사에 특정업체가 하도급 업체로 선정되도록 도와주고 수억 원을 챙긴 혐의다. 검찰은 박 상무가 챙긴 수억 원 중 일부가 그룹 수뇌부로 흘러들어갔는지 수사 중이다. 박 상무가 구속되면 검찰이 하도급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한 5번째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원이 된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59·사진) 임명동의안이 국회의장 직권상정과 여당 단독 투표를 거친 끝에 국회 제출 100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2월 17일 신영철 대법관 퇴임 이후 시작된 대법관 공백 사태는 78일 만에 끝을 맺게 됐다. 박 후보자는 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식 임명장을 받고 대법관에 취임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6일 국회 본회의에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하는 강수를 택했다. 박 후보자가 지난달 7일 인사청문회를 치르고도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경력을 문제 삼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임명동의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자 택한 고육지책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한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 158명이 단독 표결로 찬성 151표, 반대 6표, 무효 1표로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심경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대법관 후보자 인사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고 임명동의안이 직권상정된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인 데다 아직 정식 임명된 게 아니어서 더 조심스러워하는 듯했다. 박 후보자는 자신의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표출된 다양한 견해를 보며 국민이 대법관에게 기대하는 책무가 무겁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론 힘든 시간이었지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정당한 권리에 대해 소홀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경력이 이토록 논란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2006년 사법연수원 부원장 시절 특강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내가 검사로서 수사한 사건이 우리 역사에서 민주화의 큰 방향을 만들었다. 여러분도 나중에 그런 역할을 하라”고 말할 정도로 당시 사건 수사에 참여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후보자는 대법관 후보 지명 이후 일각에서 수사 경력 ‘은폐’ 의혹을 제기하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민주화를 가져온 상징적 사건에 대해 평가와 견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직접 체험했다”며 “앞으로 사회 각계의 갈등을 통합하는 대법관 직무를 수행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2012년 7월 퇴임한 안대희 대법관 이후 2년 10개월여 만에 검찰 출신 대법관이 된다. 안 대법관 이후 지명된 검찰 출신 대법관 후보자들이 번번이 낙마하는 바람에 판사 출신으로 대법관이 채워졌다. 박 후보자는 서울북부지검장을 지낸 검찰 출신이고 변호사 생활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도 지냈다. 박 후보자는 “판사 출신 대법관과 차별화되는 경험을 살려 기존 대법관과는 다른 식견으로 사회 갈등 해결에 다양성을 구현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대법관으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정식 임명된 게 아니라 조심스럽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지난달 7일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후 줄곧 몸을 낮춰온 그였다. 고급 식당에 가지 않고 가급적 외출도 자제했다. 외출은 가족들과 함께 등산을 하거나 가까운 지인을 가끔 만나는 게 전부였다. 그는 청문회에서 공언한 대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공익활동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박 후보자는 “대법관을 지내며 쌓은 경륜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형성돼 국민에게 받은 과분한 은혜를 돌려드릴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